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위클리펀치(487) 2016년, ‘살아남는 삶’이 아닌 ‘사람답게 사는 삶’이 찾아오길 기대하며

지역

위클리펀치(487) 2016년, ‘살아남는 삶’이 아닌 ‘사람답게 사는 삶’이 찾아오길 기대하며

익명 (미확인) | 수, 2015/12/30- 06:11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다가옵니다.
다가올 한 해는 덜 걱정하고 더 행복해지기를 소망하며 2015년을 되돌아봅니다.

지난 한해는 살림살이가 팍팍해지고 희망과 꿈조차 가지기 힘든 절망적인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OECD 각종 지표에서 꼴찌를 차지한 항목이 50개에 육박하는 괴로운 한 해였습니다. 힘겨운 2015년을 살아온 민중들을 어찌 위로해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실로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존경하는 새사연 회원 여러분!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 한해 꿋꿋하게 견뎌주셔서 고맙고 감사합니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틈바구니 속에서 신음하는 청년들의 외마디 고통을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에게 전가하는 행위가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은 손님이 끊겨 생계가 어려워져도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그저 발만 동동댑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암묵적 방조 속에 현 정권은 폭압과 독선으로 질주하고 있습니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질수록 점점 더 가속화 되어갑니다. 박근혜 정부의 행정에서 어렵게 이룩한 민주화의 역사는 밀어내고, 개인 가족사의 영광을 되찾고자 하는 노골적인 움직임을 느끼는 것이 비단 저 뿐은 아닐 것입니다.

이렇게 민중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음에도 하는 것은 남 탓뿐이며, 오로지 자신의 치부를 위장하는 데에만 열중인 박근혜 정부는 오늘도 무책임한 정치놀음으로 ‘잘 버티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의 상흔인 반북의식만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면서 국민들의 공포와 적개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네 편 아님 내 편’ 하는 식의 이분법적이고 퇴행적인 구도만이 재생산 되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 사이에서 민생은 고통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과 자본이라는 튼튼한 배경 아래 수구와 보수를 결집시킨 집권층의 지배구조는 얼핏 강고해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시작하는 자본유출과 부채의 증가는 더 이상 대한민국의 공동체를 유지시키기 어려운 지경까지 내몰 것입니다. 가계부채의 증가와 경제활동인구의 감소, 그리고 수출경쟁력 하락의 여파는 눈덩이처럼 점점 불어나 머잖아 우리 앞에 곧 닥치리라 예상됩니다. 총체적인 변화 없이는 빠져나가기 힘든 난국입니다.

새로운 사회로의 진입은 기존의 방식으로 이뤄질 수 없음을 역사가 증명합니다. 창의적이고 새로운 방식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람 역시 새로워져야합니다. 새로워진 사람들과 함께 기존의 질서에 대항하고, 전혀 새로운 방식이 전면화 될 때 역사는 변하는 법입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 체제 하 승자독식을 위한 경쟁은 이미 만연해져 있습니다. 개혁진보진영도 예외가 아닙니다. 정치경제적으로 어렵고 엄중한 상황임에도 이를 풀어가야 할 사람들마저 내재화된 경쟁의식으로 분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민중의 삶보다는 자신의 지위가, 전체보다는 부분이 우선시되고 있습니다. 열정과 학습 대신 관성과 습관이, 신뢰와 협동 대신 폭력과 술수만이 난무합니다. 수구 정권에 맞서 진보진영이 그 어느 때보다도 능동적으로 나서야하지만 오히려 갈등 구도에만 골몰하여 수동적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갑시다. 그냥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으로 말입니다. 열정과 학습으로 무장하고 믿음과 협동을 실천하는 사람으로 진화되어야 합니다.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 새로운 사회에 대해 공부합시다. 앞으로 다가올 2016년, 그리고 2017년은 총선과 대선이라는 일정 속에 새로운 사람들이 등장하고, 이를 통해 승리하는 나날들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015년 못다 한 일들 포기하지 마시고 전력을 다하셔서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함께 생각하고 함께 꿈꿔온 새사연 회원들이 계셔서 저희 역시 희망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올 한해도 어려운 길 함께 걸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손 부여잡고 역사의 현장에 계속 있어주시길 간청 드립니다.

2016년에는 좋은 꿈 꾸십시오!
항상 회원 여러분의 가정과 직장에 건강과 사랑이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5.12.30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이사장 
정경진 드림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위클리펀치(468) ‘엄마’가 되기 힘든 시대

스무 살이 되면서 가장 큰 사회적 변화라면, 이제 청소년이 아니라 청년층에 속하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또 다른 변화라면 청소년기에는 듣지 못했던 부모님의 잔소리다. “지금 네 나이면 벌써 아이 낳고 살림하고 있을 때야.”

이런 부모님의 잦은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20대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사는 것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있었을 법한 옛날 일로만 여겨진다. 하지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에서 출산율에 대해 조사하며 접하게 된 통계자료는 뜻밖의 결과를 보여주었다.

2014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1000명을 기준으로 할 때, 2000년에 149.6으로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인 연령은 25~29세였다. 하지만 최근 2013년 자료에 따르면 1000명 대비, 111.4로 가장 높은 출산율을 보인 연령이 30~34세로 늦춰진 추이를 볼 수 있었다. 최근 기사에 따르면, 전체 산모 중 고령 산모가 증가하는 현상은 2013년부터 지속돼왔다. 35~39세 산모의 구성비는 2013년 17.7%, 2014년에는 18.9%, 2015년 1분기에는 19.9%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40세 이상 산모도 2013년 2.5%, 2014년 2.7%, 2015년 1분기에 2.7%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로 인해 학부모 모임에서도 나이든 엄마가 늘고 있다고 한다.(<뉴시스> “나이 든 엄마’의 학교 안 고군분투…’만혼’에 출산연령 높아져.”, 2015.7.21.)

그렇다면 출산연령이 늦춰지는 것에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내가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자식 교육을 끝내고 노후를 즐길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현재 20대인 나 역시 나름대로 그려놓은 노후의 이상적인 삶이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늦춰지는 출산 연령은 결국 환갑이 돼서야 자식 교육을 끝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끊임없이 마주하게 만든다.

여성들은 왜 아이를 늦게 낳고 싶어 하는 것일까? 한국여성에게 있어 출산과 육아는 곧 경력단절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요즘같이 취업이 어려운 시기에 엄청난 취업경쟁률을 뚫고 간신히 직장을 얻은 여성들이 경력을 쌓기 위해 출산을 미루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또한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은 현재 사회 환경에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엄마들이 직장을 포기하고 육아에 전념하려하지만, 이 역시도 자녀의 교육비와 생활비 등의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쉽지 않은 선택이다.

결국 엄마들은 다시 일을 해야만 하나, 재취업의 길은 첫 취업 때보다 더 어렵다. 게다가 대다수는 첫 직장보다 환경이 열악한 곳으로 재취업이 될 확률이 높다. 육아와 출산으로 경력이 단절된 후라 안 그래도 좁은 취업문이 더욱 좁아진 탓이다.

잡코리아의 입사 지원 분석현황에 따르면, 입사지원서를 가장 적극적으로 제출했던 연령층은 20대 중후반으로 ‘25~29세’ 구직자가 전체 구직자의 23.7%를 차지한다. 성별로 살펴보면 남성 구직자들 중 구직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은 ‘30~34세(24.4%)’였다. 여성 구직자들은 ‘25~29세’가 32.2%로 가장 많았다. 특히 여성 구직자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구직활동이 줄어들었다. ‘35~39세’ 남성 구직자가 19.7%인 반면 같은 연령대 여성 구직자는 14.4%에 불과했다.

이 보고서는 여성들이 결혼과 출산, 육아로 인해 30대 중후반 이후로 경력이 단절되는 현실을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변에서 출산과 육아를 통해 발생하는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지켜본 20대 여성들 입장에서도 쉽사리 경력을 포기하고 출산을 택하기란 어려운 일이다.(<헤럴드뉴스>, “여성, 35세 이후부턴 구직활동 줄어…“출산ㆍ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때문”, 2015.8.4.)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정부는 임신이 가능한 여성 직장인들은 제외하고, 오직 산모에게만 초점을 맞춘 출산장려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경력단절로 인해 여성 직장인들이 출산과 육아를 미루거나 포기하는 상황을 고려한 해결책을 마련하기를 바란다.

이와 동시에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문제는 부부간의 불균등한 가사노동이다. 2012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한국 맞벌이 여성의 하루 평균 무급노동시간은 215분이지만, 남성은 41분으로 2009년 여성 200분, 남성 37분과 크게 달라지 않았으며 그 차이는 여전히 약 5배 이상임을 보여준다. 즉, 여성이 직장과 가사, 출산 후에는 육아까지 모두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하여, 정부는 노동환경의 변화를 통해 남성이 여성의 육아와 가사를 도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시작으로 여성가족부는 최근 ‘육아휴직’이라는 명칭을 ‘부모육아휴직’으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맞벌이 등 수요자 요구에 맞게 보육지원 체계를 개편하고, 영아종일제를 중심으로 아이 돌봄 서비스도 확대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반가운 소식도 들린다. 또 부모육아휴직 활성화를 위해 정부·공공기관을 대상으로 2017년까지 가족친화기관 인증을 의무화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처럼 육아의 평등과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들이 발전해, 출산 연령이 앞당겨지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예방되기를 바랄 뿐이다. 무엇보다도 취업 걱정이 가장 큰 ‘여대생’의 입장에서는 정부의 기혼여성 경력단절문제에 대한 세심한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게 느껴진다. 정부의 정책과 함께 기업 스스로도 여성의 경력이 단절되는 문제에 적극 나서면 어떨까. 한꺼번에 바뀌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지금 중요한 것은 시대적 변화에 발 맞춰 유기적으로 연결된 작은 부분들의 변화이다. 이렇게 자잘한 변화들이 총제적인 사회 변화로도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수, 2015/08/19- 09:01
501
0
* 본 연구는 <2015 마을살이 작은연구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한국형 ‘마더센터’의 성장 가능성 탐색”이라는 주제로 진행되고 […]
월, 2015/09/07- 10:58
426
0

[고병수의 가슴앓이] WHO도 공개 권유… ‘메르스 비공개’ 능사 아니다

오늘 병원에 출근 후 같이 근무하는 의사들끼리 모여서 간단한 회의를 하였다. 청정 지역이라는 제주도에서 아직 근처에도 오지 않은 전염병에 대해서 회의를 하고, 환자 진료 시 유의사항이라든지 유사시를 위해서 의사와 간호사용 마스크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진지하게 나누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메르스 유행이 그다지 위험한 상황이 아니니 안심하라는 얘기들을 하지만 이미 의사들 내부에서조차 위기감과 불안함으로 걱정하고 있다면 일반 국민들은 얼마나 불안할 것인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우리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중동호흡기증후군)에 대한 소식이 신문이나 방송, SNS를 통해서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엄청난 유행 수준도 아니고, 살짝 지나갈지도 모르는 이 감염병이 왜 갑자기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걸까?

메르스의 정체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우리가 흔하게 접하는 감기 원인 바이러스 중 하나인 코로나바이러스이다. 그것의 변종이 이번 유행을 일으키는 주범인데, 바이러스가 변이를 해서 번지게 될 때 생각지 못한 전파력과 사망률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독감(플루, 인플루엔자)은 흔히 나타나는 것이지만 새로운 변종인 신종플루가 번졌을 때를 생각하면 된다. 많은 세균이나 바이러스들에 대해서는 이미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서 증상이 안 나타날 수도 있지만, 새로운 변이종이 출현했을 때는 그에 대한 방어력이 없게 된 인간은 유행을 감수해야 한다. 메르스를 일으킨 바이러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들은 이미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보면 나오는 수준이니 구구절절한 설명은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내용들, 사람들에게 보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내용을 적어보려고 한다. 인류에게 전염병을 일으키는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들이 세균(bacteria)이나 바이러스(virus)에 의한 전파이다. 이들은 워낙 작아서 미생물이라 불렀고, 퍼지는 양상도 공기 중에 떠다니거나 접촉, 혹은 타액 등에 의해서 보이지 않으면서 옮겨간다. 주로 비말(droplet) 형태이거나 비말핵(droplet nucleus) 형태인데, 대부분은 비말 형태의 경우이고, 다소 무거워서 기침이나 재채기에 묻어서 튀어나가도 2~3m를 넘어서지 못한다. 그래서 기침할 때 손으로 막아주고, 적절히 거리를 두게 한다. 비행기에서도 의심되는 사람의 앞뒤 좌석을 그만큼 거리의 승객들을 주의 대상으로 하는 이유도 거기에서 연유한다. 이와는 달리 비말핵 형태의 경우에는 결핵균을 예로 들 수 있는데, 이들은 가벼워서 공기 중에 떠다니게 된다. 그래서 환기를 중요시 하고 밀폐된 공간에서는 전파력이 강하므로 주의하라고 하게 된다.

이번 메르스를 일으킨 바이러스는 발표로는 비말 형태이고 공기 중 전파는 불가능하다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한국에서의 감염 양상을 볼 때 공기 중 전파도 가능하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내놓기도 한다. 즉 비말 형태이지만, 비말핵 형태로 전염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 접촉이 아니어도 같은 실내에만 있어도 전염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아니길 바라지만.

멸치만한 것을 고래로 키운 건 누구인가?

“이번에 멸친가 뭔가 유행햄덴 허멍 경헌가 아닌가 봐줍서.”

감기 걸려서 진료실에 들어왔던 할머니는 한 말이다. 나는 할머니의 말을 들으면서 속으로 번쩍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메르스와 비슷한 발음인 멸치, 사실 멸치만한 전염병일 수도 있는데, 이것을 누가 고래만큼 키워놨을까?

많은 전염병들은 주의만 잘 하면 꽤 영향을 받지 않고 극복할 수 있다. 이번 메르스 사태도 그렇다. 중동이라는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생겼고, 사전에 주의해야 할 것들, 의심되는 사람들에 대한 대책, 발생 환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 전염병 위기 단계에 따른 적절한 대응,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경우에는 신뢰를 쌓기 위한 발 빠른 정보의 공개 등 잘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들이 꽤 있었다. 하지만 정부는 초기 대책을 무능하게 했고, 막상 전염된 환자들이 생기고 사망자가 발생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자, 지역사회 전파는 없다며 안일하게 대응했고, 위험 지역이나 병원 공개는 하지 않겠다 단언함으로써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으며, 더 나아가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자들은 엄벌에 처한다는 협박까지 하였다. 다 정상적인 정부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현명한 정부이거나 위기관리 능력이 어느 정도 잡힌 정부라면 다르게 대응할 수도 있었다. 초반에 의심환자가 발생했을 때 적극적인 대응을 하거나 적극적인 격리조치 및 격리병동의 사용 등을 고려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메르스에 대한 정보와 대책반은 재작년즈음 일찌감치 만들어 놓고도 정작 전염병이 발병하자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말았다. 고작 내놓는다는 방침이 ‘낙타 조심’이었다. 초반부터 전문가들과 함께 대책을 만들었다면 중동지역과 다른 전파력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지금 단계는 낮은 수준이지만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서 좀 더 강한 대책을 만들어야 되는 것은 아닌지, 보다 다양한 구상을 할 수도 있었을 거고 응당 그리해야 했다.

계속되는 뒷북 정책과 대응은 결국 가볍게 지나갔을 수도 있었던 멸치만한 바이러스의 한국 방문을 고래의 대침공으로 확대시키고 말았다. 모르면 물어보라고 했다. 경험이 없거나 모르면 전문가들을 모아서라도 해결했어야 했는데 우왕좌왕 하는 것을 국민들은 무력하게 지켜봐야만 했다. 일 년 전, 세월호 참사에서도 똑같이 경험하지 않았는가? 정부의 위기대응방침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라면 도대체 지금과 같은 아노미 상태를 무엇이라고 설명해야 하는가.

정부는 국민들을 안심시킬 방법을 내놓아야 한다

우려하던 3차 감염자는 이미 발생했지만, 지역사회 전파는 아니라는 말로 더 이상의 공포를 키우지 않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생각인 듯하다. 하지만 ‘유행병(epidemic, outbreak)’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을 해서는 안 되는 게 상식이다. 그렇다면 전염병 위기단계 이상의 대처를 하고 있어야 하고, 국민들에게도 좀 더 강한 주의를 권고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나 국민 모두에게 이러한 것들을 권하고 싶다.

첫째, 정부는 지금이라도 필요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내놓아야 한다. 이것은 감염자가 몇 명이고, 격리 필요한 사람이 몇 명이라는 것뿐만 아니라 감염자들의 동선, 관련병원조차도 공개할 수 있을 정도라야 한다. 그래서 지역 표시를 통해 국민들이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게 하도록 해야 한다. 그 지역이 일시적으로 타격을 받기는 하겠지만 지금은 위기관리가 필요한 상황 아닌가? WHO에서도 이러한 유행병 상황에서 정보를 투명하게 내놓아야 위기를 잘 넘어설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둘째, 정부는 행정 전문가뿐만 아니라 감염병 전문가 및 지역 정부와 긴밀히 소통을 해야 한다. 정부 중심의 대응은 실속도 부족하고 국가 위기 사태가 될지도 모를 상황을 극복하기 버거울 것이다. 어려울수록 더 많은 사람들과 힘을 모으는 것은 위기관리의 기본이다.

셋째, 지금의 위기관리 수준에서 열 걸음 더 나아간 대응을 해야 한다. 지난번 2003년에 사스(SARS)가 중국, 동남아시아를 비롯해서 멀리 캐나다까지 강타할 때, 한국 정부는 발 빠른 대처와 대국민 주의사항을 강도 높게 홍보했었다. 비록 일시적으로 상가나 놀이 시설들이 타격을 받았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불안 속에서도 안심을 했었고, 적극적인 대응을 했다고 WHO에서도 모범으로 발표했던 기억이 있다.

noname01현재 정부의 메르스에 대한 위기 대응은 주의단계(노란색)에 맞춰져 있다.

보통의 전염병 유행의 경우에는 관심, 주의, 경계, 심각이라는 4단계로 대응 전략을 짜게 된다. 이번 메르스의 경우는 현재로선 ‘주의’ 단계로 설정되어 있고, 정부도 그에 맞는 대책을 세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은 메르스를 이미 ‘심각’의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수준은 ‘주의’ 단계일지라도 한 단계 높은 대국민 권고 사항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본다.

넷째, 국민들은 스스로의 주의사항들을 가지고 지키도록 한다. 대부분의 전염병들은 위생관리만 잘 해도 이겨낼 수 있다. 콜레라가 무서운 균이 아니라 탈수로 죽는 것처럼 이번 메르스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도 독한 놈이기는 하나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 그것은 바이러스의 특징에서 오는 전파 경로 차단이다. 비말 전파이므로 가족이나 동료들끼리의 접촉이나 타액 등을 막을 수 있는 요령을 익힐 것, 비누로 손을 잘 씻을 것, 사람 많은 곳에 오래 있지 말 것 등이 그것이다. 이 유행병은 금방 지나갈 것으로 본다. 당분간만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며, 영업을 하는 많은 곳들도 잠시의 어려움은 참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의사들은 문진 시 되도록 국외나 국내의 관련 지역을 다녀왔다든지, 질병의 모양 등을 자세히 물어보면서 진료를 하도록 한다. 2~3분 진료에 길들여진 한국의 의사들은 환자에 대해서 이것저것 자세히 물어볼 겨를이 없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서 진찰을 하고, 의심되면 즉각적인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글을 쓰는 시간에 아이들을 키우는 조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삼촌, 우리 아이들 잘 가는 병원이 환자 발생 병원이래요. 어떻게 하면 되죠? 가지 말아야 하죠? 

나 역시 명쾌한 대답을 내놓을 수 없다. 손 잘 씻기고, 사람 많은 데는 당분간 피하라는 말과 당분간만 그 병원에 가지 않도록 하라는, 병원에서 들으면 야속할 수 있는 말로 답할 수밖에. 이번 메르스 사태가 부디 작은 위기로만 끝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이는 지켜볼 일이다.

목, 2015/06/04- 09:00
383
0

2016 전망보고서 (5) 주거 : 2016년에 대한 기대, 사회주택 활성화의 원년

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 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전망 보고서 역시 총 8회에 걸쳐 연재됩니다. (편집자 주)

 

주거비용과 주거의 질 : 주거정책의 핵심이슈

시대와 국가를 막론하고 주거정책의 핵심이슈는 주거비용과 주거의 질이다. 당연히 주거비용은 낮추고 주거의 질은 높이는 것이 정상적인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정책목표라 할 수 있다.

주거의 질은 주거비용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복잡한 측면을 지닌다. 수요자의 사회적⋅인구학적⋅문화적 특성 등이 상이하고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일률적인 기준을 정하기도 어렵고 타당하지도 않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단순히 주택내부의 질만 좋다고 주거의 질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주택을 둘러싼 환경 또한 중요한 요소이며, 그래서 주거환경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이렇게 복잡한 측면이 존재하는 정책대상의 경우 아주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수준, 그리고 주거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복지차원에서 정책방향이 결정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거기본법이 이에 해당한다.

주거기본법은 주택에 관련된 제반 사항을 규정하고 있던 주택법에서 주거복지 및 주거권 등 주택정책의 기본원칙에 해당하는 사항을 떼어내 별도의 법령으로 제정한 것이다. 얼핏 주거복지 등에 대한 강력한 정책의지가 반영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수많은 기본법들처럼 정책결정자들의 관심 밖에서 사문화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기도 하다(강세진, 2015b).

주거기본법 제2조에 규정된 ‘주거권’ 개념을 살펴보면 “국민은 관계 법령 및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물리적·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인간다운 주거생활을 할 권리를 갖는다.”고 되어 있다.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위해서 주거기본법에 규정된 내용을 살펴보면 크게 제14조(주거환경의 정비 등), 제17조(최저주거기준의 설정), 제19조(유도주거지기준의 설정) 등이 눈에 띈다.

먼저 제14조(주거환경의 정비 등)의 내용을 살펴보면 “①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주거환경을 정비하고 노후주택을 개량하여 주민의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따로 법률로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①항은 선언적⋅당위적 내용이며 ②항이 실제 정책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이하 주거환경정비법)」이 이에 해당하는 법률이다. 그런데 주거환경정비법은 주택재개발사업 등의 근거법이다. 관심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듯이 주택재개발사업이라는 것이 노후주거지를 정비한다는 명분으로 개발사업을 벌이는 것이고 그로 인해 원거주자의 주거권이 심각하게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 직설적으로 표현하자면 ‘돈 좀 있는 사람들에게 새 집을 지어주기 위해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지를 없애는 짓’이라고도 할 수 있다. 주거기본법의 제정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문제인식과 규정이 명확히 삽입되어야 한다고 여겨진다.

다음으로 제17조(최저주거기준의 설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수준에 관한 지표로서 최저주거기준을 설정·공고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최저주거기준을 설정·공고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공고된 최저주거기준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③ 최저주거기준에는 주거면적, 용도별 방의 개수, 주택의 구조·설비·성능 및 환경요소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되어야 하며, 사회적·경제적인 여건의 변화에 따라 그 적정성이 유지되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2011년에 개정공고된 최저주거기준(국토해양부 공고 제2011 – 490호)을 살펴보면 다음 표와 같다.

 

 

한편 제19조(유도주거기준의 설정)의 내용을 살펴보면 “① 국토교통부장관은 국민의 주거수준 향상을 유도하기 위한 지표로서 유도주거기준을 설정·공고할 수 있다. ② 제1항에 따라 국토교통부장관이 유도주거기준을 설정·공고하려는 경우에는 미리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후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공고된 유도주거기준을 변경하려는 경우에도 또한 같다. ③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주거정책을 수립·시행하는 경우에는 유도주거기준에 미달되는 가구를 줄이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으나 아직 구체적인 유도기준을 마련하여 공고한 적은 없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6년 상반기 중에 “△1인 가구의 경우 방 2개와 부엌이 딸린 33㎡ 면적의 주택 △부부와 자녀 2명으로 이뤄진 4인 가구는 방 4개와 부엌이 있는 66㎡ 면적의 집을 풍요로운 주거 생활이 가능한 유도 기준으로 설정할 수 있다.”는 소식이 들리는 정도이다.

사실 최소주거기준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는 우리의 주거현실에서 유도주거기준을 마련하는 것에 어떤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 여겨진다. 정부에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에 대해 우선 지원한다(주거기본법 제18조)고 규정하고 있으나 그 내용이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사업계획의 경우 계획을 보완하게 하고(③항), 최저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주택이 밀집한 지역을 우선적으로 정비(재개발)한다(④항)”는 것인데, 후자의 경우 그나마 저소득가구가 감당할 만한 주택들을 철거하여 새집을 짓겠다는 것이고, 전자의 경우 건설업자들이 같은 가격에 좀 더 넓은 주택을 공급하지 않는다면 별 의미가 없다. 시장원리를 중시하는 우리 정부의 정책기조에서는 주거의 질이라는 것이 결국 주거비용과 밀접하게 연관될 수밖에 없다.

 

경기부양에 주거정책을 연동시킨 결과 : 주거비용의 급격한 상승

주거비용을 낮추는 것은 정부가 직면해 있는 수많은 정책과제 중에서 매우 쉽고 단순한 것에 속한다. 주변국의 눈치를 봐야하는 외교나 통상에 속하는 것도 아니며, 안보나 예측이 어려운 재해문제도 아니다. 주류경제학자들이 꾸준히 제기하는 ‘시장매커니즘’을 통해서도 달성할 수 있는 쉬운 해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념논쟁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시장기능이라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동일 조건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이 되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는 것이므로 공공이 시장에 저렴주택을 공급하기만 하면 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활동을 과거 공산권의 계획경제와 비교하며 반자본주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정부 또한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수요자이자 공급자이므로 주거문제와 같은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이다. 오히려 정부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것에 비해 민간에서 공급하는 주택에 과도하게 높은 가격이 책정되어 있다면, 독과점이나 매점매석에 의하여 지나친 이윤이나 정보의 불투명에 따른 불합리한 가격거품이 끼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 경제학적으로 정부에서 공급하든 민간영역에서 공급하든 누가 얼마나 더 비용을 부담하게 되는지만 달라질 뿐 동일한 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비용은 서로 같아야 한다. 즉 공공에서 주택을 공급하면 앞서 거론한 시장의 왜곡을 시정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공공에 의한 저렴주택 공급기조가 박근혜 정부에서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공주택의 공급을 민간의 수익을 저하시키는 자본주의에 반하는 정책으로 규정하고 그 동안 공기업의 주요 사업영역이었던 임대주택의 공급을 리츠(부동산투자회사; REITs; Real Estate Investment Trust)를 활용한 기업형임대회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란한 금융공식으로 무장한 이 정책의 핵심은 주거비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정부에서 민간임대업자와 금융권의 안정적인(최소 연5%) 수익을 보장하는 것에 있다(강세진, 2014a; 2014b; 2014c).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는 명분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지고 있는 불경기이다. 그런데 주택시장의 경우 과열될 대로 과열된 상황이지 불경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수도권 지역만 놓고 보면 주택가격의 오름세가 누군가의 기대에 미치지 않을지 모르지만 지방의 경우 가격상승세가 매우 가파르다(강세진, 2014d; 2015a).

건설경기 부양이, 실상을 고려할 때 앞뒤가 맞지 않고 명분도 약하지만, 불행하게도 부정적 여론이나 민심의 큰 동요 없이 정부의 정책기조가 되었으며, 그 결과는 살인적인 전세가 폭등으로 이어졌다. 워낙 전세가가 크게 상승하여 눈에 띄지는 않지만 월세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표와 그림을 포함한 보고서 전문을 보시려면 아래의 ‘연구보고서 다운 받기’ 배너를 클릭해주세요.
hwbanner_610x114



금, 2016/01/29- 09:00
38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