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

지역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

익명 (미확인) | 수, 2015/12/23- 14:03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

 - 김서영 (14기 자원활동가)

 

 * 본 후기는 주제별로 나왔던 논의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맨 뒤에 제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는 형태로 작성하였습니다. 토론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부 자유 토론 (각 20분): 혐오발언 형사처벌해야 하는가? 일베·메갈리아 사이트 폐지해야 하는가?

2부 형식 토론 (40분): 아이유 ‘Zeze’ 음원 판매를 중지해야 하는가?

3부 마무리 발언 (20분):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

 

 [들어가며]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는 자유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가장 근간이 되는 기본권입니다. 인격권의 핵심을 이룰 뿐 아니라 정치적 담론 형성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에, 일반적으로 다른 기본권보다 우월적 지위를 갖습니다. 올해는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인터넷 신조어들로부터 불거진 혐오발언의 정의규명부터 아이유의 노래 ‘Zeze’에 대한 해석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표현의 자유와 그 보장 범위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저희 14기 자원활동가들도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주제 1] 혐오발언 형사처벌해야 하는가?

먼저 혐오발언(hate speech)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로 토론의 장을 열었습니다. 각각 제시한 의견들을 종합하면 “인종, 국적, 종교, 성별, 성적 지향과 같은 어떤 속성을 갖는 집단이나 개인에게 그 속성을 이유로 가하는 차별표현”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혐오발언의 예시로는 ‘김치녀’, ‘맘충’, ‘홍어’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는 없지만,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자유권규약), ‘인종차별철폐조약’ 등에는 위와 같은 혐오발언을 막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혐오발언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한국법제원에 따르면 특정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사적인 혐오발언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두 죄목 모두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기에, ‘김치녀’와 ‘홍어’처럼 특정 집단이나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혐오발언은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또한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은 혐오발언도 형사처벌 가능케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해 나갔습니다.

 혐오발언의 형사처벌에 찬성하는 활동가들은 혐오발언이 공동체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혐오발언은 한 개인의 좋고 싫음의 표현을 넘어선,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및 폭력을 선동하는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에 마땅히 형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혐오발언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추세를 보아, 자정작용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혐오발언자를 무겁게 처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혐오발언이 심각한 사회적 범죄로 인식되어 그 수가 줄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영국은 ‘1986년 공공질서법’에 따라 피부색과 인종, 국적, 출신국 의해 구별되는 집단에 대한 혐오발언을, ‘2006년 인종·종교혐오금지법’에 따라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발언을, ‘2008년 형사사법 및 이민법’에 따라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각각 형사처벌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 또한 형법 제130조1항으로 ‘특정 인구집단을 모욕하거나 악의적으로 비방해 타인의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또한 특정 집단 및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혐오발언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규정을 마련해 혐오발언을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반면, 혐오발언의 형사처벌을 반대하는 활동가들은 형사처벌이 지나친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경험과 지형을 고려하면, 혐오발언에 대한 형사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개연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현 법체계상의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국가권력이 악용한 사례가 이미 여럿 있는데, 특정 집단 및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혐오발언까지 형법 항목에 포함시키면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혐오발언이 일상이 된 현 사회분위기 대한 문제 의식은 공유하지만, 혐오발언을 규제한다면 형사처벌이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행정적 제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록 입법이 몇 차례 좌절되었지만, 뉴질랜드(1993년), 아일랜드(2004년), 프랑스(2008년), 스웨덴(2009)을 따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혐오발언을 규제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주제 2] 일베·메갈리아 사이트 폐지해야 하는가?

 혐오발언과 이의 범죄화에 대한 논의에서 자연스럽게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및 메갈리아에 대한 논의로 넘어왔습니다. 먼저 혐오발언이 만연한 일베 사이트를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간략하게 이슈를 소개하자면, 일베는 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로 1분당 동시 접속자 수가 대략 1만7000~2만명, 모바일 기준 한 달 순방문자수만 약 173만명으로 전체 커뮤니티 사이트 중 8위에 해당하는 규모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여성과 특정 지역 및 종교를 폄훼하는 게시글과 댓글들이 하루에 수백 건씩 올라옵니다.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별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베 컨텐츠 자체에 대해서 여러 갈래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 활동가는 일베를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하기보다 ‘무임승차 논리’와 같이 일베를 하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논리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른 활동가도 무임승차 논리의 타당성 자체가 일베 문제의 핵심은 아니지만, 무임승차 논리 자체는 꽤 타당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베 유저들이 사용하는 많은 표현들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선을 자주 넘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활동가 또한 일베의 정치적 성향과 논리 자체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없지만, 혐오발언으로 분류될 수 있는 과격한 표현은 심각한 사회적 해악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논의가 일베 사이트를 폐지할 수 있는지, 폐지해야 하는지에 이르자 입장이 둘로 갈렸습니다. 먼저, 사이트 폐지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변호사님께서 현 법체계에 특정 단체를 해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조항이 없다는 점을 짚어주시면서 논의가 일단락 되었습니다. 일베에 올라오는 많은 게시물들은 형사상과 민사상 범죄요건에 성립되지만, 일베 사이트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고정적 주체나 조직이 아닌 열린 온라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폐지하기 더 어려울 것입니다. 설사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통과되어 도메인이 폐지된다고 해도, 또 다른 유해 사이트인 소라넷이 도메인을 이동하며 계속 운영되듯,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금껏 해왔던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었습니다.

 폐지해야 하는가, 즉 당위성에 대한 논의에는 여러 입장이 있었습니다. 한 활동가는 혐오가 공기보다 당연한 일베 같은 과격한 사이트는 폐지되었으면 좋겠으나, 근 10년 이내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입장을 내비췄고, 다른 활동가들은 특정 게시물에 대한 사과나 삭제조치 요청은 할 수 있지만, 사이트 운영을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 게시물 뿐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모든 게시물이 제한을 받는다는 점 등에서 과도한 표현의 자유의 침해를 우려했습니다. 특정 사이트를 폐지하기 이전에 형법 개정, 차별금지법 제정 등 혐오발언 자체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다음으로 지나치게 과격한 발언으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몇 차례 삭제된 메갈리아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일베나 김치녀 페이스북 페이지는 멀쩡히 운영되는데 메갈리아만 삭제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가 있었지만, 메갈리아와 일베가 본질적으로 다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그렇다면 메갈리아의 미러링 전략이 혐오인지, 그 과격성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메갈리아와 일베를 같은 층위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차례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첫 질문인 ‘메갈리아의 미러링 전략이 혐오인지’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먼저 각각 ‘김치녀’와 ‘삼일한’에 대한 대응어로 탄생한 ‘김치남’과 ‘숨쉴한’ 등의 용어를 남성에 대한 혐오로 보는 입장이 있었습니다. 이 용어들의 탄생 및 사용 목적이 어떠하든 그 안에 담긴 혐오를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남성 혐오’가 아니라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라고 바라보는 입장이 있었습니다. 즉, 남성을 혐오하기 위해 과격한 표현들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성별을 막론하고 익숙하고 만연했던 여성 혐오적 발언을 거꾸로 뒤집어 낯설게 하여 그 문제성을 지적하기 위해 미러링 전략을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메갈리아의 과격한 표현이 혐오이든 아니든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그 과격성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이 아닌지 등의 의문이 제기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활동가들은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수단마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았고, 다른 활동가들은 미러링은 혐오발언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과격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고인드립이 난무하고 뚜렷한 정치성향을 띄는 일베와 메갈리아는 탄생배경과 활동 목적 및 내용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층위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나왔던 의견을 일일히 옮겨적을 수 없을만큼 논의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첫 질문인 ‘메갈리아의 과격한 표현이 혐오인지’에서 벌어진 간극을 그대로 유지한 채 양측 모두 같은 말을 반복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아마 그 간극이 혐오발언의 본질 및 정의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몇십년전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나, 아직까지 한국은 성차별이 만연한, 여성에게 녹록지 않은 곳입니다. 한국의 여자들은 같은 일을 하는 남자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지수는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불평등 뿐만이 아닙니다. 빈번하게 벌어지는 성폭력 및 데이트폭력 사건에서 아직까지도 ‘충분히 조심하지 못한’ 피해자 여성을 질책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여성은 수적으로는 인구의 반을 차지할지 몰라도,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의 아래에 놓여 있는 소수이며 약자입니다.

 메갈리아의 거친 표현이 혐오인지, 다음으로 메갈리아와 일베가 다른지에 대해 논하려면 위 맥락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의 좋고 싫음의 표현과 달리 혐오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상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여 그를 사회에서 배제시키고 그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상자의 사회적 발언력이 약할수록 그 위험이 더욱 크며, 자칫하면 물리적 폭력을 포함한 차별적 행위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별적 발언만을 혐오발언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일베와 메갈리아에 대한 논의는 이처럼 혐오발언의 정의에 대한 논의로 되돌아가면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주제 3] 아이유 ‘Zeze’ 음원 판매를 중지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최근에 가장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아이유의 노래 ‘Zeze’에 대한 형식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찬반은 개인적 입장과 상관없이 사다리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간략하게 이슈 소개를 하자면, 아이유의 네 번째 미니앨범 ‘챗셔(CHAT-SHIRE)’에 수록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인 다섯 살 꼬마 ‘제제’를 모티브로 한 노래 ‘Zeze’의 가사에 대하여 학대를 받고 자란 다섯 살짜리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것인지, 창작자의 의도를 무시하고 원작을 왜곡한 것인지, 원작 재해석에 대한 문제를 넘어 소아성애ㆍ롤리타신드롬을 자극하는지 등 논란이 일었습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한국어판을 펴낸 동녘 출판사는 아이유가 원작 속 캐릭터 ‘제제’를 잘못 해석했으며 다섯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유감이라며 문제 제기를 했으나, 2차 창작물에 대한 해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아이유 또한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지만 가사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본인의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게재하였습니다. 허지웅, 진중권, 소재원, 윤종신 등 문화 인사들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 표명하며 설전을 벌였습니다. 11월 9일 기준, 다음 아고라에서는 ‘Zeze’ 음원 폐기와 보전을 요청하는 서명운동에 각각 3만2천여 명과 1천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사실 ‘Zeze’의 가사가 소아성애적 표현을 담고 있는지, 컨텐츠 자체에 대한 논의가 주가 되었어야 하지만, 시간상 가사 한 줄 한 줄을 분석할 수 없어 소아성애적 표현이 있다는 전제 하에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간단하게만 요약을 하자면,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발그레해진 저 두 뺨을 봐”에서 나타나는 성적인 은유로 흔히 쓰이는 표현과 함께, 제제가 갖고 있는 (이중적인) 성질을 “섹시하다”고 느꼈고 “제제를 질투하는 모습에서 밍기뉴가 여자로” 느껴졌다는 아이유의 인터뷰, 그리고 핀업걸을 연상시키는 제제 일러스트를 한데 묶어 생각해보면 명백히소아성애적 은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찬성 측은 ‘Zeze’의 소아성애적 표현이 일차적으로 이미 피해를 입었거나 앞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소아들에게 폭력적이며, 이차적으로 사회의 성도덕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정의에는 부합하지 않아도, 가사에 담긴 소아성애적 은유 자체로 충분히 음란하고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참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으로 정의됩니다.)

 반대 측은 창작물 속 제제는 원작 속 제제와 다르게 다뤄져야 하지 않냐고 질문했습니다. 아이유의 노래는 어디까지나 원작 속 제제에 대한 아이유의 해석을 바탕으로한 2차 창작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아이유의 노래 ‘Zeze’에서의 제제가 원작 속 가난함과 가족들의 폭력 및 몰이해에 상처 받고 사랑에 굶주린 다섯 살 아이이든, 아이유의 이차적 창작물 속 가상의 인물이든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유의 ‘Zeze’가 주체적인 입장과 목소리를 가지기 힘든 소아에게 성적 은유를 부여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아는 대리인 없이는 법정에도 서지 못하는 약자이기 때문에 더욱 소아성애적 표현에 문제를 제기하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반대 측은 현아의 ‘버블팝’, 그리고 비슷한 컨셉을 차용한 수많은 아이돌들의 노래와 아이유의 ‘Zeze’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현아가 자기 자신에게 롤리타적 컨셉을 입히는 것과, 성인 아이유가 소아인 제제를 성적 대상화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미성년자이더라도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청소년인 아이돌 가수들과 다섯 살짜리 아이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형법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과 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 더 엄중히 처벌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말입니다. 앞서 나왔던 이야기로 돌아가, 13세 미만의 경우, 주체적인 입장과 목소리를 가지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롤리타 컴플렉스’라는 단어를 만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와 아이유의 ‘Zeze’는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세계적으로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 받은 문학 작품이지만, 아이유의 ‘Zeze’는 소아성애적 컨셉을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소비만 한, 예술성 없이 음란성만 있는 노래라고 평가했습니다. 대법원 2000.10.27. 선고 98도679판결을 근거로 들며 “문학성 내지 예술성과 음란성은 차원을 달리하는 관념이므로 어느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에 문학성 내지 예술성이 있다고 하여 그 작품의 음란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 작품의 문학적·예술적 가치, 주제와 성적 표현의 관련성 정도 등에 따라서는 그 음란성이 완화되어 결국은 형법이 처벌대상으로 삼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가지고 ‘롤리타’와 ‘Zeze’ 둘 다 소아성애를 다루는 창작물이지만, ‘롤리타’는 소아성애가 작품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소재이며, 작품 자체의 예술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반면, ‘Zeze’는 소아성애를 소재로 상업적으로 소비하기만 하기에 예술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을 살펴보기 위해선 ‘Zeze’가 예술성이 있는지 없는지 컨텐츠 자체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하는데, 시간 관계상 그럴 수 없어 아쉽게도 예술성과 음란성과 관련된 논의는 여기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Zeze’ 음원 판매 중지 방법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많은 의견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음원 판매 중지를 하는데 있어서 국가권력 혹은 기타 독점적 권력에 의해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음원 불매 운동, 민사 소송,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음원 폐기 서명운동 등에 의해 소속사 및 아이유 측에서 자체 판매 중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마치며]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

 토론을 준비하면서, 토론을 하면서, 토론 후에 후기를 쓰면서 생각이 계속 달라졌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시각들도 많이 접하고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월례회였습니다.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는 아마 논란이 되는 문제마다 계속해서 던져야 할 질문일 것입니다. 다만, 표현은 사회적 행위이며 헌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행해야 한다는 점은 항상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가를 비롯한 표현의 주체가 자신의 표현에 폭력이 내재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논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인지한 채 보다 성숙한 비판을 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일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민생위] 경의선 공유지 현장 월례회 
– 시민이 꾸리는 서울의 26번째 자치구를 상상하다

기차가 다니던 자리에 시민들이 장터를 만들었습니다. 시민들은 이 장터에 언제나 사람이 북적북적한 장날이 계속되기를 바라면서, ‘늘장’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벼룩시장, 수공예 제품, 어린이를 위한 도서관과 사방치기를 할 수 있는 공터가 생겼습니다. 도시 재개발로 ‘주거난민’이 된 청년도 늘장이 있는 이곳으로 왔습니다. 시민들은 이제 그 장터를 어떻게 하면 시민 모두의 공간으로 남겨둘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입니다. 도심 개발의 흐름을 피하고 시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는 가치 있는 공유 공간으로 남기는 방법을 찾아내려고요. 서울 마포구 공덕역 인근의 ‘경의선 공유지’ 이야기입니다.

KakaoTalk_20180221_182630409

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지난 2월 21일 (수) 이곳에서 현장월례회를 진행했습니다.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 활동가들로부터 경의선 공유지에 개발사업이 추진된 경위와 앞으로 이 공간을 어떻게 시민의 공간으로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듣고 법적 이슈에 대한 고민도 나눴습니다. 또 현재 경의선 공유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주거난민 ‘뜨거운 청춘’의 이희성 씨의 도시난민 경험을 나누고 도시 주거 난민의 문제를 고민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개발사업 주춤하는 사이 경의선 공유지에 들어온 식구들

원래 경의선 기차가 지나다녔던 이 곳은 철도 지하화 사업으로 ‘철도유휴부지’가 되었습니다. 철도시설공단은 2011년 (주) 이랜드 공덕과 30년간 임대계약을 맺고 이 자리에 생활주택을 건설하는 개발계획을 세웠습니다. 원래 2015년까지 생활주택을 건설한다는 계획은 축소·변경되어 지금은 사실상 관광호텔 계획이 되어버렸습니다.

2013년 마포구는 기차가 지나가지 않아 흉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경의선 공유지를 시민·지역단체가 꾸린 ‘늘장 협동조합’에 맡겼습니다. 경의선 숲길의 공원과 작은 플리마켓을 합쳐 ‘늘장’이 만들어졌습니다. 어린이들이 뛰어 놀고, 어른들은 수공예 제품을 구경하거나 맥주 한 잔을 나누는 공간이 되었죠. ‘2015년부터 이곳에서 진행될 도시개발 사업이 시작되기 전까지만’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경의선 공유지를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늘어만 갔습니다.

KakaoTalk_20180221_182631476

원래대로라면 2015년부터 생활주택 건설이 시작되어야 할 이곳엔 지금까지 어떤 개발이나 사업의 기미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 사이 경의선 공유지에는 식구가 늘었습니다. 2016년 마포구 ‘아현동 포차거리’ 강제 철거 이후 ‘아현 포차 이모님’들이 경의선 공유지에 임시 포장마차를 만들고 영업을 계속하는 중입니다.

민생경제위원회는 이날 ‘아현포차 이모님’이 운영하는 포차에서 밥을 먹었습니다. 포차 안에는 지금은 사라진 아현동 포차거리 시절의 마지막 모습과 철거 용역과 싸우던 모습이 사진으로 남아있습니다. 따뜻한 밥에 시원한 쇠고기뭇국, 소주 한 잔에 꼼장어까지. 이모님의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김태근 변호사는 ‘속이 풀리는 것 같다’며 국물을 들이키고, 박정만 변호사도 “정말 오랜만에 집밥을 먹는다”고 밥을 두 공기나 비웠습니다.

청년 주거난민 희성씨, 주거권을 말하다

경의선 공유지에는 청년 도시 주거난민 이희성씨도 머물고 있습니다. 의류업계에서 일하는 꿈을 꾸며 서울로 올라온 이희성씨는 동대문과 가까운 성동구 행당동에 작은 방을 얻었습니다. 행당동에 재개발 사업이 시작되자 세입자들은 아무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쫓겨나야 했습니다. 재개발 조합은 임대인들에게 ‘주거이전비 1000만 원을 받으려면 세입자를 내보내야 한다’고 했고, 임차인들은 계약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속수무책 쫓겨나야 했습니다.

12월까지만 버티면 그래도 방을 구할 수는 있었을 텐데. 봄이 절정이던 2015년 4월 하순, 희성씨의 집은 강제철거됐습니다. 당장 갈 곳이 없어 구청 마당 원두막에서 노숙을 하는데, 봄인데도 새벽이 너무나 추웠다고 합니다.

KakaoTalk_20180221_204142799

지금 희성씨는 청년 주거문제의 중요성을 알리고 국가와 서울시에 대책을 요구하는 등 청년 주거난민을 대변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무작정 내쫓는 도시 재개발에 반대하고 세입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활동입니다. 하지만 제도와 행정의 눈으로 볼 때 희성씨는 ‘거주불명자’이고,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람입니다.

경의선 공유지를 서울 시민의 26번째 자치구로

현재 경의선 공유지의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주)이랜드공덕은 개발 사업을 진행할 기미가 없는 상태입니다. 경의선 공유지 시민행동은 ‘26번째자치구운동’과 힘을 합쳐 경의선 공유지를 자율적이고 이질적인 시민들의 공유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경제적 환경에 영향 받지 않고 시민이 직접 꾸려 나가는 공유지 ‘공덕 커먼즈’를 만들어 이곳에서 지식과 예술을 생산할 수 있게 하는 계획입니다.

가장 큰 전제는 기존 (주)이랜드공덕의 사업계획을 해소하고 서울시나 철도시설공단을 통해 이 공간을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꾸려나가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입니다. 현재 경의선공유지 시민행동은 이와 같은 시민 공유지 계획을 서울시나 철도시설공단과 함께하는 협력사업으로 만들고자 제도와 절차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KakaoTalk_20180221_210848954 photo_2018-02-28_19-52-55

이날 월례회를 추진하고 준비한 김태근 금융부동산팀장은 “공덕 커먼즈라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했으면 좋겠고, 여기서 사실상 홀로 숙박 중인 ‘뜨거운 청년’ 이희성 씨가 자기 꿈을 찾아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또 “도시난민이라는 화두를 (계속) 잡고 있는 그분들이 고맙기도 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월례회에 참석했던 김가희 변호사 역시 “기사와 댓글로 짐작할 수 없는 것들이 현장에 있었다”며 “그 현장에 선배 변호사님들이 먼저 도착해 계신 것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진 월례회”였다는 소감을 전했습니다. 민생위가 직접 현장을 찾아가는 ‘현장 월례회’는 올해 몇 차례 더 이어질 예정입니다. 또 다른 현장 소식은 다음 소식에 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월, 2018/03/05- 16:45
452
0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참가기

- 탁선호 회원

간사님의 강정생명평화대행진 참가 후기 요청에 응하고 나니 난감했다. 1박 2일 평화대행진에 참가한 후 2박3일 쉬어 가는 일정으로 제주행 비행기를 탄데다가 정보에 빠른 아내 덕분에 행진길이 상대적으로 쉬운 서진팀에 합류한 얼치기 참가자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참가 첫날인 금요일(7월 31일)에 서진팀은 동진팀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 열시가 다 되어서야 안덕체육관을 출발했고, 산방산을 바라보고 30분 남짓 걸어가니 화순해수욕장의 백사장이 눈앞에 펼쳐지기까지 했다. 만약(?)을 대비해 준비한 수영복을 갈아입고 차가운 바닷물에서 놀다 나오니 솜씨 좋은 어느 아저씨가 금방 채취해온 미역과 바다고동을 넣어 시원한 해물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가장 힘들었다던 수요일과 목요일의 행진을 지나온 참가자들은 나무 밑에 앉아 끈적끈적한 더위 속에서 고단함을 달랬으나, 우리는 행진 30분 만에 해수욕을 하고, 싱싱한 미역과 고동을 넣은 해물라면을 먹고 제주감귤막걸리까지 한 사발 하면서 ‘참가자’로서 이래도 되는가 하는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photo_2015-08-10_14-35-27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선 뜨거운 햇볕이 아스팔트에 폭격하듯 쏟아졌다. 하지만 낮고 길게 솟아오른 노란 깃발은 푸른 제주의 땅과 회색 아스팔트 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모두 성큼성큼 함께 걸어갔다. 1시간만 걷고 캠프파이어 할 거라던성당 신부님의 꾐에 넘어가 오게 됐다며투덜대는 아이들의 검게 탄 얼굴에는 투정 섞인 즐거움이 빛나고 있었고, 엄마 아빠 따라 온 일곱 살 연준이는 돌담 아래 핀 작은 꽃을 신기해했고, 여든이 넘은 비전향 장기수는 오래된 무비카메라를 들고 꼿꼿하게 서서 사람들을 움직임을 담아냈다. 한 시간 걸으면 농민회 아무개가 준비했다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었고, 또 한 시간 걸으면 어느 성당에서 만들어 왔다는 시원한 미숫가루를 마실 수 있었다. 즐거운 행진이었다.

photo_2015-08-10_14-35-04

 

‘함께’ 걷고 ‘함께’ 먹고, 또 ‘함께’ 해군기지 건설반대를 외쳤다. 3,000일을 바라보는 해군기지 건설반대 투쟁의 길에, 이미 3,000일의 투쟁을 넘긴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걷고 있었고,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을 외쳐왔던 용산참사 유가족들도 강정으로 향하고 있었다. 세월호 엄마아빠들은 이제부터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할 것이라는 굳센 결기를 보여주며 사람들을 숙연케 했다. 동진팀에서는 쌍용차 정리해고 노동자들과 기륭의 노동자들이 점점 강정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숨 쉴 틈 없이 몰아쳐대는 한국사회에서 하루하루 살아나가고 있는 수많은 ‘나’와 ‘우리’들이 ‘함께’ 걷고 있었다.

photo_2015-08-10_14-35-38

 

토요일, 드디어 해군기지 건설현장 정문 앞에서 동진팀과 서진팀이 만났다. 수백 개의 손을 마주치고 고생했다는 말을 주고받으며 기쁨을 나누었다. 검게 탄 수백 명의 얼굴이 서로의 얼굴을 더욱 빛나게 해주고 있었다. 어린 여학생은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다. 문정현 신부님은 모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 주었다.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과정에서 민주주의는 파괴되고 마을은 조금씩 무너졌지만 강정 사람들은 더욱 강해진 듯했고, 그저 관광객에 불과할 수 있었던 나는 ‘평화’를 갈망하며 싸워가는 길에 함께 하며 강정과 제주의 땅을 밟을 수 있었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함께’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그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다.

photo_2015-08-10_14-35-31

 

작년 크리스마스 무렵 때도 제주에 왔었다. 어딜 가나 제주의 땅은 참 아름다웠고, 어딜 가나 관광객은 넘치고 있었다. 어느 식당 주인은 단골손님과 아파트 값이 오른 걸 이야기 했고, 어느 택시 기사는 제주에서 경관이 가장 좋은 곳에 중국자본이 들어와 리조트를 짓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돈과 사람이 몰리면서 점점 상업화되고 있는 제주에 나도 관광객으로 와서 무얼 망치고 가는 것은 아닌지 조금 걱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날 강정마을에 들러 주민들, 신부님·수녀님, 활동가들이 진행하는 미사를 우연히 보면서, 얼떨결에 손을 맞잡고 율동을 하면서,한라산이 보이는 곳에서 밥을 함께 먹으며 평화로운 위안을 받았고 그 기억이 강렬해 이번에도 강정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하겠다고 마음먹을 수 있었다. 올해도 나는 평화를 얻고 간다. 그리고 진정 제주가 평화의 섬이 되길 빈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한다면 평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화, 2015/08/11- 14:01
451
0

통일위원회 활동소식

#. 감동의 문제작, “불안한 외출” 민변 상영회 

지난 7월 23일 저녁, 하주희 변호사님이 민변 대회의실에서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과연, 누가 그녀를 울린 것일까요?
바로 통일위 주관 영화 “불안한 외출” 민변 상영회에 등장하는 주인공 윤기진-황선부부와 그들의 두 딸 민이와 겨레 때문이었지요…
영화 ‘불안한 외출’은 1999년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장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10여 년 간의 수배생활과 5년 동안의 감옥 생활을 해야 했던 한 청년과 그 가족들의 삶을 다룬 다큐영화인데요, 수배 중에 결혼 해 두 딸을 낳았지만 한 번도 딸들과 같이 살아보지 못했던 아빠가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살면서 겪게 되는 일상을 담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그저 매일 매일 반복되는 평범하고 지루한 일상이 이들 가족에게는 너무나 소중하고 꿈같은 일상으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는 사람들의 가슴을 자꾸 묵직하게 만들었지요…
특히 출소 하루 전 감옥에서 쓴 편지를 이유로 검찰은 다시 그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출소와 함께 재판이 시작되고, 1년만에 다시 감옥에 갇히게 되는데요,,,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한 개인과 그 가족구성원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깊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통일위원회 설창일, 이광철 변호사님은 영화 속 주인공들의 변호인으로 지금까지도 활약을 하고 계신데요, 그래서인지 영화 후 이어진 간담회와 뒤풀이에서도 영화의 진한 여운이 늦도록 이어졌답니다.^^

통일1

통일2

#. “백두산으로 찾아가자, 우리들의 백두산으로!”

8월 21일(금) 부터~8월 24일(월)까지 3박 4일동안 우리 민족의 성산 “백두산”으로 제3회 백두산 통일기행을 떠납니다.

통일위원회 백두산 통일기행은 1997년 1회 통일기행에 이어 지난 2013년 16만에 두 번 째 백두산 통일기행을 진행하였고, 올해로 3회 통일기행을 맞이하게 되었는데요, 아무쪼록 이번 백두산 통일기행이 막혀있는 남북관계에 작은 통일의 물꼬가 되길 바라봅니다.

백두산 통일기행 참가단은 통일위 꽃미남 7인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원조 꽃미남 천낙붕 변호사님과 그 계보를 잇는 설창일, 김용민, 양승봉, 이광철, 양창영 변호사님이 함께 하시고, 통일위원회 신입회원 서중희 변호사님은 통일위 점심모임에서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는 말에 감명을 받아 이번 백두산 기행을 결심하게 되었답니다.

그 7인방이 들려주는 대망의 백두산 여행기는 다음 뉴스레터를 기대해 주시구요, 앞으로 통일위원회는 백두산 뿐만 아니라 분단의 역사를 가진 독일 등 세계 곳곳을 누비며 통일기행의 역사를 이어갈 야심찬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통2-1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출신의 동아일보 기자가 들려주는 통일이야기”

통일위원회에서는 광복 70돌을 맞이하여 이번 8월 월례회에 아주 특별한 분을 모시려고 합니다.
김일성 종합대학교를 졸업하고 2002년 대한민국에 입국하여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북한 관련 세계 최다 방문 사이트인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를 운영하고 있는 주성하 기자가 바로 그 주인공인데요, 마침 지난 5월 민변 공부모임에서도 주성하 기자가 지은 『남쪽에서 보낸 편지』를 함께 읽으며 북한 주민의 눈으로 바라 본 남과 북의 실상을 통해 다양한 생각과 토론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특히 객관적인 북한전문가로 평가되는 주성하 기자의 강연은 최근의 북한상황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전하면서 향후 남북관계의 전망과 방향을 제시하는 시간이 되어줄 거라 기대되는데요, 민변 역사상 처음으로 동아일보 기자가 민변에서 강연하는 이색(?)적인 자리에 회원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통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출생
김일성 종합대학 졸업
2002년 남한 입국
2003년 동아일보 공채 입사
2015년 현재 동아일보 국제부 기자(북한전문기자)로 활동
저서 :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주성하기자의 북한 바로보기》
《외국특파원들이 본 두 개의 코리아(번역) 《세계의 명문 직업학교를 가다》
《김정은의 북한 어디로 가나》

 

화, 2015/08/11- 13:55
437
0

천년 고도에서 맞은 회원 천명 시대

- 박미혜(경남지부)

 

5월의 푸르름이 한창일 때에 맞추어 열리는 민변의 정기총회… 게다가 이번엔 경주에서 열려, 집에서 가깝고 가족 동반으로도 좋은 일정이라 용기를 내어 17개월 둘째도 데리고 나섰다. 멀미가 심하셔서 차를 잘 못타시는 시부모님도 해운대에서 기차를 타고 합류하신 덕에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내가 가장 많은 가족을 동반한 회원이 아니었을까 싶다.

IMG_0441

아이들 때문에 일찌감치 숙소에 체크인을 한 후 한번 쓰윽 둘러보니 정말 오래된 숙박시설인 것을 금방 알겠다. 방문 열고 들어서서 식탁 의자에 앉자마자 등받이에서 우지직 소리가 나며 모서리가 툭 떨어진다. 그래도 예전에 참석했던 총회 장소들과 비교하면 숙소가 나날이 럭셔리해지는구나 라며 실실거렸다.

점심 후 대릉원과 천마총, 첨성대를 돌아보는 일정에 합류했다. 학교 다닐 때 왔던 곳들을 아이들과 함께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때마침 비가 시작되어 우산을 쓰고 해설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는데 좀….힘들다. 역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업이 길어지면 학생들의 영혼은 떠나는 법. 등에 업힌 아이가 보챈다는 핑계로 대열에서 살짝 빠져나와 오랜만에 만난 얼굴들과 인사하고 때로는 그들을 꼭 닮은 2세들과도 인사를 나누다 보니 정말 경주에 온 이유…. 총회를 할 시간이 다 되었다.

DSC06663

경남지부에서는 나와 김형일 변호사, 신입회원 김태형, 유태영 변호사가 참석했다. 조촐한 참석 인원이지만 신입 회원이 무려 두명이나(!) 되고, 김형일 변호사의 스티브 잡스 스타일 지부보고로 인해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었다(라고 자평한다). 최근 민변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장기발전 전략에 대해서도 접근성이 떨어지는 탓에 잘 알지 못했는데, 이 날 총회를 통해 논의의 대략적인 틀은 알 수 있었다.

IMG_0913

민변 소속 변호사님들과 간사님들을 1년에 한번 만나는 자리인 정기총회는 지부 회원인 나에게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우선, 보고 싶은 얼굴, 때로는 언론에서 소식을 듣던 얼굴들을 직접 만나 반가운 자리이고, 회원으로써 소속감을 확인하는 자리이다. 또한 자극을 받아가는 자리이다.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를 돌아보게 되고 배워서 온다.

IMG_0865

회원 천명의 시대를 천년 고도 경주에서 맞이한 이번 총회!

회원 수가 늘어나고 역사가 또 한해 더해진 만큼 사회적 역할, 책임감, 올바른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이 깊어지는 듯 했고 로스쿨 출신 변호사님들의 회원 가입이 늘고 또 그 분들이 열심히 활동하시면서 세대교체가 시작되는 느낌도 있었다. 패기 왕성한 청년 변호사님들을 보며 든든하다는 생각과 함께 선배들보다 더 많은 분야에서 더 잘했으면 하는 기대도 걸어보는 나를 보며, 나도 이제 좀 노쇠한(?) 꼰대(?)가 되었나라는 생각이 경주 밤바람과 함께 확 스쳤다.

수, 2015/06/10- 14:14
434
0

“드디어 봄이다!”

2017.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와 ‘긴급조치변호단’이 함께한 공동워크샵

과거사청산위원회와 긴급조치변호단은 2017. 4. 1. 경상북도 경산시에 위치한 코발트광산과 대구광역시 팔공산 갓바위를 들르는 일정으로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일정은 특별히 과거사청산위원회와 긴급조치변호단이 함께 기획하고 참여하였다는 데에서 더욱 의미가 컸습니다.

이번 워크샵의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바로 “경산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과 “대구 10월 항쟁”. 두 사건 모두 국가가 해방 이후 혼란기에 민간인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하였던 비극적인 사건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이와 같은 비극을 한으로, 운명으로 안고 살아가는 유가족들이 있는 사건들이었습니다.

버스는 오전 7시에 출발했습니다. 경상북도를 당일로 다녀와야 하는 일정인 만큼, 서둘러야겠지요? 이른 아침이었지만, 피곤함보다는 설렘이 앞섭니다. 배움이 있는 여행은 언제나 즐거우니까요!

과거사청산1 과거사청산2

김상숙 박사님의 ‘10월 항쟁’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버스는 경상북도 경산시 코발트 광산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도로변에서도 쉽게 보이는 광산. 버스에 내려서 5분도 채 안 걸었는데 기념비로 보이는 조각물 하나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위령탑이었습니다.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경산, 청도, 대구, 영동 등지에서 끌려온 국민보도연맹원 및 요시찰 대상자들과 대구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던 재소자 중 상당수가 경산․청도지역 경찰과 경북지구CIC 경산․청도 파견대, 국군 제22헌병대에 의해 1950년 7~8월경 경상북도 경산시 평산동에 위치한 코발트광산 등지에서 집단 사살된 사건입니다. 전체 희생자 수는 1,800명을 상회할 것으로 추정되나 정확한 희생자 수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과3

위령탑 앞에서 서중희 위원장님이 제를 올리고, 추도사를 낭독하였습니다.

과4

이어서 前 진실과화해위원회 유해발굴팀장이자 현재 부경대학교 국제지역학과에 계시는 노용석 교수님이 코발트 광산 학살사건에 대하여 실제 학살이 이루어진 경로, 유해 발굴과정 등을 실감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과5

위령제를 마친 후 다함께.
과6

이후 코발트 광산 안으로 들어가서 실제 광산의 모습을 둘러보았습니다. 위원장님과 조영선변호사님, 그리고 코발트광산 유족회장님 뒤에 보이는 저 철문이 코발트 광산으로 들어가는 통로입니다.

내부 통로는 무고하게 학살당한 분들의 유해가 쌓여 있던 수직 갱도까지 이어져 있었습니다. 수직 갱도에는 아직 미처 발굴하지 못한 유해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조속히 남은 유해들도 지상 밖으로 모시고, 진상규명을 통하여 그 원통함을 조금이나마 달래드리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과거사위&긴조변호단은 코발트 광산을 둘러본 후 팔공산 갓바위로 향했습니다.

과7 과8

9 10 11 12 13

갓바위로 향하는 회원님들의 모습이 즐겁기 그지없습니다.

14

갓바위 정상에서 단체샷!

15

하산하는 길에 함께 막걸리를 나누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었구요.

16

원래 워크샵 당일에 비가 예보되어 있어서 걱정이 많았는데, 비는 다행히도 팔공산 갓바위에서 하산할 때가 되어서야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하늘도 이번 워크샵을 배려해주었던 것이 아닐까요ㅎㅎ 하산한 후 기쁜 마음으로 함께 단체 사진 촬영!

17

산도 올랐으니 출출한 배도 달랠 겸, 뒷풀이를 안 하면 섭섭하겠지요? 저녁식사는 팔공산 근처에 위치한 “이조명가”에서 자리를 마련해주었습니다. 사진만 봐도 군침이 돌지 않나요? 이조명가의 대표메뉴 ‘오리쟁반정식’과 함께, 막걸리, 소주, 맥주, 고량주 등의 술을 곁들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늘 있었던 과거사 워크샵 일정을 곱씹으며, 서로 소감도 공유하고요.

그런데 한가지 더, 우리가 저녁식사를 위해 자리 잡은 “이조명가”는 10월항쟁민간인희생자유족회 회장이신 채영희 선생님이 운영하고 계시는 식당입니다. 채영희 회장님의 부친께서는 1946년 10월 항쟁 당시 경찰의 무자비한 학살에 의하여 무고하게 희생당하셨습니다.

18

채영희 회장님은 10월 항쟁 유족들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활동 현황을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간곡히 당부하셨습니다. 10월 항쟁을 잊지 말아줄 것을, 그리고 유가족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기 전에, 반드시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 주기를..

채영희 회장님이 부친을 생각하며 불러주신 “여옥의 노래”의 한 소절을 인용하는 것으로 10월 항쟁 희생자들과 유족들의 한을 조금이나마 전달해보고자 합니다.

「불러도 대답없는 님의 모습 찾아서 외로히 가는 길에 낙엽이 날립니다 들국화 송이송이 그리운 마음 사람은 말없구나 어디매 계시온지 거니는 발자욱 자욱마다 넘치는 이 마음 그리움을 내어이 전하리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음을 느꼈습니다.

19

저녁식사를 마친 후, 채영희 회장님과 함께 단체샷.

 너무나도 즐거운 워크샵이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먹먹함과 사명감을 안고 갈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과거를 기억하며 더 좋은 미래를 꿈꾸는 변호사들의 모임!이상 민변과거사청산위원회, 긴급조치변호단의 공동 워크샵 후기였습니다.^^

화, 2017/04/25- 18:09
43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