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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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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

익명 (미확인) | 수, 2015/12/23- 14:03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

 - 김서영 (14기 자원활동가)

 

 * 본 후기는 주제별로 나왔던 논의를 간략하게 정리하고 맨 뒤에 제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는 형태로 작성하였습니다. 토론 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1부 자유 토론 (각 20분): 혐오발언 형사처벌해야 하는가? 일베·메갈리아 사이트 폐지해야 하는가?

2부 형식 토론 (40분): 아이유 ‘Zeze’ 음원 판매를 중지해야 하는가?

3부 마무리 발언 (20분):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

 

 [들어가며]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

표현의 자유(freedom of speech)는 자유민주주의를 유지하고 발전시키는데 가장 근간이 되는 기본권입니다. 인격권의 핵심을 이룰 뿐 아니라 정치적 담론 형성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기에, 일반적으로 다른 기본권보다 우월적 지위를 갖습니다. 올해는 계속적으로 늘어나는 인터넷 신조어들로부터 불거진 혐오발언의 정의규명부터 아이유의 노래 ‘Zeze’에 대한 해석까지, 온·오프라인에서 표현의 자유와 그 보장 범위에 대한 논의가 뜨겁게 이루어졌습니다. 이에 저희 14기 자원활동가들도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에 대한 토론을 해보았습니다.

 

 [주제 1] 혐오발언 형사처벌해야 하는가?

먼저 혐오발언(hate speech)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로 토론의 장을 열었습니다. 각각 제시한 의견들을 종합하면 “인종, 국적, 종교, 성별, 성적 지향과 같은 어떤 속성을 갖는 집단이나 개인에게 그 속성을 이유로 가하는 차별표현” 정도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혐오발언의 예시로는 ‘김치녀’, ‘맘충’, ‘홍어’ 등이 언급되었습니다. 아직까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의는 없지만,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자유권규약), ‘인종차별철폐조약’ 등에는 위와 같은 혐오발언을 막는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다음으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혐오발언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한국법제원에 따르면 특정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사적인 혐오발언은 형법상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로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두 죄목 모두 피해자가 특정되어야 하기에, ‘김치녀’와 ‘홍어’처럼 특정 집단이나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혐오발언은 처벌하기 어렵습니다.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또한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저희는 특정인을 겨냥하지 않은 혐오발언도 형사처벌 가능케 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해 나갔습니다.

 혐오발언의 형사처벌에 찬성하는 활동가들은 혐오발언이 공동체에 미치는 심각한 악영향을 그 이유로 들었습니다. 혐오발언은 한 개인의 좋고 싫음의 표현을 넘어선, 소수자에 대한 차별 및 폭력을 선동하는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에 마땅히 형법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혐오발언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추세를 보아, 자정작용을 기대하기 어렵기에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 혐오발언자를 무겁게 처벌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혐오발언이 심각한 사회적 범죄로 인식되어 그 수가 줄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영국은 ‘1986년 공공질서법’에 따라 피부색과 인종, 국적, 출신국 의해 구별되는 집단에 대한 혐오발언을, ‘2006년 인종·종교혐오금지법’에 따라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발언을, ‘2008년 형사사법 및 이민법’에 따라 성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발언을 각각 형사처벌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 또한 형법 제130조1항으로 ‘특정 인구집단을 모욕하거나 악의적으로 비방해 타인의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 또한 특정 집단 및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혐오발언을 형사처벌할 수 있는 법규정을 마련해 혐오발언을 효과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반면, 혐오발언의 형사처벌을 반대하는 활동가들은 형사처벌이 지나친 표현의 자유 제한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한국의 특수한 정치적 경험과 지형을 고려하면, 혐오발언에 대한 형사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개연성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현 법체계상의 명예훼손죄와 모욕죄를 국가권력이 악용한 사례가 이미 여럿 있는데, 특정 집단 및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혐오발언까지 형법 항목에 포함시키면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혐오발언이 일상이 된 현 사회분위기 대한 문제 의식은 공유하지만, 혐오발언을 규제한다면 형사처벌이 아니라 민사상 손해배상이나 행정적 제재를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록 입법이 몇 차례 좌절되었지만, 뉴질랜드(1993년), 아일랜드(2004년), 프랑스(2008년), 스웨덴(2009)을 따라 차별금지법을 제정하여 혐오발언을 규제하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주제 2] 일베·메갈리아 사이트 폐지해야 하는가?

 혐오발언과 이의 범죄화에 대한 논의에서 자연스럽게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 및 메갈리아에 대한 논의로 넘어왔습니다. 먼저 혐오발언이 만연한 일베 사이트를 폐지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간략하게 이슈를 소개하자면, 일베는 극우성향 인터넷 사이트로 1분당 동시 접속자 수가 대략 1만7000~2만명, 모바일 기준 한 달 순방문자수만 약 173만명으로 전체 커뮤니티 사이트 중 8위에 해당하는 규모를 자랑한다고 합니다. 이곳에는 여성과 특정 지역 및 종교를 폄훼하는 게시글과 댓글들이 하루에 수백 건씩 올라옵니다. 이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아직까지 별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일베 컨텐츠 자체에 대해서 여러 갈래의 의견이 나왔습니다. 한 활동가는 일베를 무조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하기보다 ‘무임승차 논리’와 같이 일베를 하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논리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다른 활동가도 무임승차 논리의 타당성 자체가 일베 문제의 핵심은 아니지만, 무임승차 논리 자체는 꽤 타당한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일베 유저들이 사용하는 많은 표현들은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있는 선을 자주 넘는다고 덧붙였습니다. 다른 활동가 또한 일베의 정치적 성향과 논리 자체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없지만, 혐오발언으로 분류될 수 있는 과격한 표현은 심각한 사회적 해악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논의가 일베 사이트를 폐지할 수 있는지, 폐지해야 하는지에 이르자 입장이 둘로 갈렸습니다. 먼저, 사이트 폐지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변호사님께서 현 법체계에 특정 단체를 해산할 수 있는 구체적인 법조항이 없다는 점을 짚어주시면서 논의가 일단락 되었습니다. 일베에 올라오는 많은 게시물들은 형사상과 민사상 범죄요건에 성립되지만, 일베 사이트는 어디까지나 하나의 정체성을 가진 고정적 주체나 조직이 아닌 열린 온라인 플랫폼이기 때문에 폐지하기 더 어려울 것입니다. 설사 운영금지 가처분 신청이 통과되어 도메인이 폐지된다고 해도, 또 다른 유해 사이트인 소라넷이 도메인을 이동하며 계속 운영되듯,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지금껏 해왔던 활동을 지속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었습니다.

 폐지해야 하는가, 즉 당위성에 대한 논의에는 여러 입장이 있었습니다. 한 활동가는 혐오가 공기보다 당연한 일베 같은 과격한 사이트는 폐지되었으면 좋겠으나, 근 10년 이내에는 불가능할 것 같다는 입장을 내비췄고, 다른 활동가들은 특정 게시물에 대한 사과나 삭제조치 요청은 할 수 있지만, 사이트 운영을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 게시물 뿐 아니라 해당 사이트의 모든 게시물이 제한을 받는다는 점 등에서 과도한 표현의 자유의 침해를 우려했습니다. 특정 사이트를 폐지하기 이전에 형법 개정, 차별금지법 제정 등 혐오발언 자체에 대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였습니다.

 다음으로 지나치게 과격한 발언으로 타인에게 불쾌감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몇 차례 삭제된 메갈리아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예전부터 존재해왔던 일베나 김치녀 페이스북 페이지는 멀쩡히 운영되는데 메갈리아만 삭제되는 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가 있었지만, 메갈리아와 일베가 본질적으로 다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습니다. 그렇다면 메갈리아의 미러링 전략이 혐오인지, 그 과격성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메갈리아와 일베를 같은 층위에서 바라보아야 하는지에 대해 차례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활동가들은 첫 질문인 ‘메갈리아의 미러링 전략이 혐오인지’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취했습니다. 먼저 각각 ‘김치녀’와 ‘삼일한’에 대한 대응어로 탄생한 ‘김치남’과 ‘숨쉴한’ 등의 용어를 남성에 대한 혐오로 보는 입장이 있었습니다. 이 용어들의 탄생 및 사용 목적이 어떠하든 그 안에 담긴 혐오를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이와 달리 메갈리아의 미러링은 ‘남성 혐오’가 아니라 ‘여성 혐오에 대한 혐오’라고 바라보는 입장이 있었습니다. 즉, 남성을 혐오하기 위해 과격한 표현들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성별을 막론하고 익숙하고 만연했던 여성 혐오적 발언을 거꾸로 뒤집어 낯설게 하여 그 문제성을 지적하기 위해 미러링 전략을 채택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메갈리아의 과격한 표현이 혐오이든 아니든 누군가에게 불쾌감을 준다면 그 과격성이 정당화될 수 있는지,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이 아닌지 등의 의문이 제기 되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활동가들은 목적이 정당하다고 해서 수단마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보았고, 다른 활동가들은 미러링은 혐오발언이 아니기 때문에 그 과격성에도 문제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하지만 고인드립이 난무하고 뚜렷한 정치성향을 띄는 일베와 메갈리아는 탄생배경과 활동 목적 및 내용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층위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나왔던 의견을 일일히 옮겨적을 수 없을만큼 논의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첫 질문인 ‘메갈리아의 과격한 표현이 혐오인지’에서 벌어진 간극을 그대로 유지한 채 양측 모두 같은 말을 반복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아마 그 간극이 혐오발언의 본질 및 정의의 문제와 맞닿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몇십년전에 비하면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나, 아직까지 한국은 성차별이 만연한, 여성에게 녹록지 않은 곳입니다. 한국의 여자들은 같은 일을 하는 남자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임금을 받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이 올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평등지수는 세계 최하위 수준입니다. 불평등 뿐만이 아닙니다. 빈번하게 벌어지는 성폭력 및 데이트폭력 사건에서 아직까지도 ‘충분히 조심하지 못한’ 피해자 여성을 질책하는 분위기가 강합니다. 이처럼 한국에서 여성은 수적으로는 인구의 반을 차지할지 몰라도, 비대칭적인 권력 관계의 아래에 놓여 있는 소수이며 약자입니다.

 메갈리아의 거친 표현이 혐오인지, 다음으로 메갈리아와 일베가 다른지에 대해 논하려면 위 맥락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개인의 좋고 싫음의 표현과 달리 혐오발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상자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선동하여 그를 사회에서 배제시키고 그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게 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상자의 사회적 발언력이 약할수록 그 위험이 더욱 크며, 자칫하면 물리적 폭력을 포함한 차별적 행위까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엄밀히 말해 소수자를 대상으로 하는 차별적 발언만을 혐오발언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일베와 메갈리아에 대한 논의는 이처럼 혐오발언의 정의에 대한 논의로 되돌아가면서 마무리 되었습니다.

 

 [주제 3] 아이유 ‘Zeze’ 음원 판매를 중지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최근에 가장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아이유의 노래 ‘Zeze’에 대한 형식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찬반은 개인적 입장과 상관없이 사다리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간략하게 이슈 소개를 하자면, 아이유의 네 번째 미니앨범 ‘챗셔(CHAT-SHIRE)’에 수록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주인공인 다섯 살 꼬마 ‘제제’를 모티브로 한 노래 ‘Zeze’의 가사에 대하여 학대를 받고 자란 다섯 살짜리 아이를 성적 대상으로 묘사한 것인지, 창작자의 의도를 무시하고 원작을 왜곡한 것인지, 원작 재해석에 대한 문제를 넘어 소아성애ㆍ롤리타신드롬을 자극하는지 등 논란이 일었습니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의 한국어판을 펴낸 동녘 출판사는 아이유가 원작 속 캐릭터 ‘제제’를 잘못 해석했으며 다섯살 제제를 성적 대상으로 삼아 유감이라며 문제 제기를 했으나, 2차 창작물에 대한 해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고 “해석의 다양성을 존중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아이유 또한 “맹세코 다섯 살 어린아이를 성적 대상화하려는 의도로 가사를 쓰지 않았”지만 가사로 인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문을 본인의 페이스북 공식 페이지에 게재하였습니다. 허지웅, 진중권, 소재원, 윤종신 등 문화 인사들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 표명하며 설전을 벌였습니다. 11월 9일 기준, 다음 아고라에서는 ‘Zeze’ 음원 폐기와 보전을 요청하는 서명운동에 각각 3만2천여 명과 1천여 명이 참여했습니다.

 사실 ‘Zeze’의 가사가 소아성애적 표현을 담고 있는지, 컨텐츠 자체에 대한 논의가 주가 되었어야 하지만, 시간상 가사 한 줄 한 줄을 분석할 수 없어 소아성애적 표현이 있다는 전제 하에 토론을 진행하였습니다. 간단하게만 요약을 하자면,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 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어서 나무에 올라와. 여기서 제일 어린잎을 가져가.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 “발그레해진 저 두 뺨을 봐”에서 나타나는 성적인 은유로 흔히 쓰이는 표현과 함께, 제제가 갖고 있는 (이중적인) 성질을 “섹시하다”고 느꼈고 “제제를 질투하는 모습에서 밍기뉴가 여자로” 느껴졌다는 아이유의 인터뷰, 그리고 핀업걸을 연상시키는 제제 일러스트를 한데 묶어 생각해보면 명백히소아성애적 은유가 있다는 것입니다.

 찬성 측은 ‘Zeze’의 소아성애적 표현이 일차적으로 이미 피해를 입었거나 앞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소아들에게 폭력적이며, 이차적으로 사회의 성도덕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 정의에는 부합하지 않아도, 가사에 담긴 소아성애적 은유 자체로 충분히 음란하고 부적절하다는 것입니다. (참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은 “아동·청소년 또는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하게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하여 제4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거나 그 밖의 성적 행위를 하는 내용을 표현하는 것으로서 필름·비디오물·게임물 또는 컴퓨터나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한 화상·영상 등의 형태로 된 것”으로 정의됩니다.)

 반대 측은 창작물 속 제제는 원작 속 제제와 다르게 다뤄져야 하지 않냐고 질문했습니다. 아이유의 노래는 어디까지나 원작 속 제제에 대한 아이유의 해석을 바탕으로한 2차 창작물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아이유의 노래 ‘Zeze’에서의 제제가 원작 속 가난함과 가족들의 폭력 및 몰이해에 상처 받고 사랑에 굶주린 다섯 살 아이이든, 아이유의 이차적 창작물 속 가상의 인물이든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유의 ‘Zeze’가 주체적인 입장과 목소리를 가지기 힘든 소아에게 성적 은유를 부여했다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소아는 대리인 없이는 법정에도 서지 못하는 약자이기 때문에 더욱 소아성애적 표현에 문제를 제기하고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반대 측은 현아의 ‘버블팝’, 그리고 비슷한 컨셉을 차용한 수많은 아이돌들의 노래와 아이유의 ‘Zeze’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현아가 자기 자신에게 롤리타적 컨셉을 입히는 것과, 성인 아이유가 소아인 제제를 성적 대상화하는 것에 차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미성년자이더라도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청소년인 아이돌 가수들과 다섯 살짜리 아이를 엄격히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형법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간음과 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13세 미만인 경우 더 엄중히 처벌하는 것과 같은 이유에서 말입니다. 앞서 나왔던 이야기로 돌아가, 13세 미만의 경우, 주체적인 입장과 목소리를 가지기 힘들다는 판단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롤리타 컴플렉스’라는 단어를 만든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소설 ‘롤리타’와 아이유의 ‘Zeze’는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찬성 측은 나보코프의 ‘롤리타’는 세계적으로 그 예술적 가치를 인정 받은 문학 작품이지만, 아이유의 ‘Zeze’는 소아성애적 컨셉을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소비만 한, 예술성 없이 음란성만 있는 노래라고 평가했습니다. 대법원 2000.10.27. 선고 98도679판결을 근거로 들며 “문학성 내지 예술성과 음란성은 차원을 달리하는 관념이므로 어느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에 문학성 내지 예술성이 있다고 하여 그 작품의 음란성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그 작품의 문학적·예술적 가치, 주제와 성적 표현의 관련성 정도 등에 따라서는 그 음란성이 완화되어 결국은 형법이 처벌대상으로 삼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를 가지고 ‘롤리타’와 ‘Zeze’ 둘 다 소아성애를 다루는 창작물이지만, ‘롤리타’는 소아성애가 작품의 주제와 밀접한 관련성이 있는 소재이며, 작품 자체의 예술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반면, ‘Zeze’는 소아성애를 소재로 상업적으로 소비하기만 하기에 예술작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을 살펴보기 위해선 ‘Zeze’가 예술성이 있는지 없는지 컨텐츠 자체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하는데, 시간 관계상 그럴 수 없어 아쉽게도 예술성과 음란성과 관련된 논의는 여기서 일단락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Zeze’ 음원 판매 중지 방법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많은 의견이 오가지는 않았지만, 찬성 측과 반대 측 모두 음원 판매 중지를 하는데 있어서 국가권력 혹은 기타 독점적 권력에 의해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음원 불매 운동, 민사 소송,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음원 폐기 서명운동 등에 의해 소속사 및 아이유 측에서 자체 판매 중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모았습니다.

 

[마치며]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

 토론을 준비하면서, 토론을 하면서, 토론 후에 후기를 쓰면서 생각이 계속 달라졌습니다. 그만큼 새로운 시각들도 많이 접하고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월례회였습니다. ‘표현의 자유, 어디까지 보장해야 하는가?’는 아마 논란이 되는 문제마다 계속해서 던져야 할 질문일 것입니다. 다만, 표현은 사회적 행위이며 헌법이 정한 범위 내에서 행해야 한다는 점은 항상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술가를 비롯한 표현의 주체가 자신의 표현에 폭력이 내재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대해 논하는 사람들도 자신이 가진 기득권을 인지한 채 보다 성숙한 비판을 하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일 것입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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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신입회원 간담회

 

조아라 변호사(45)

 

나는 시간 약속을 잘 지키는 예의바른 신입회원이고 싶었다. 나서기 전에 여유롭게 거울을 보며 흐트러진 곳이 없는 지 확인을 하고 사무실을 나섰다. 한참 걸었을까? 카드지갑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허겁지겁 사무실로 돌아갔다(그러나 이 카드지갑은 간담회로부터 몇 시간 후에 영원히 내 곁을 떠나게 된다). 아까의 여유로움과 달리 시간이 촉박해져 걸음은 빨라졌으나 새로운 민변 사무실에 한 번도 방문해보질 않은 죄로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길 수차례. 겨우 건물을 찾을 수 있었다.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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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건물을 찾아 엘리베이터를 타는 순간 걱정이 되었다. 어색함과 걱정은 사교성이 뛰어난 이들을 제외하고 신입생, 신입사원 그리고 민변 신입회원들의 몫이다. 8월 말에 가입해 위원회도 없었던 터라 나 또한 걱정이 많이 되었다. 역시 간담회 장소에 들어가는 순간 나의 걱정은 의미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신입회원들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 있었고, 사무실의 공기는 딱딱했다.

테이블에는 치킨과 피자가 있었고 간담회 장소 뒤편에는 많은 양의 와인병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민변의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선배 분들이 와인을 지원해주셨다고 한다. 이름도 맛도 잘 모르는 와인을 이렇게 많이 먹을 수가 있다니! 아 이런 시국에 술이 이렇게 쉽게 들어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신입회원 간담회는 신입회원 간담회답게 간단했다. 민변 소개, 회장님 인사로부터 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소개 이전에 어색함을 풀고자 간단한 퀴즈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 초성만으로 영화제목을 맞추는 게임이었다. 한 문제라도 맞추고 싶어 야심차게 머리를 열심히 굴려보았으나 나는 퀴즈 내내 침묵을 지켜야 했다. 다들 어찌나 잘 맞추시던지. 특히「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영화의 제목은 대체 어떻게 맞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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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가 끝난 후에는 “세 단어” 자기소개의 시간을 가졌다. 준비해둔 색지에 세 단어를 쓰고 사회자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소개자가 이기면 세 단어를 가지고 자신을 소개하고, 소개자가 지는 경우 세 단어를 제외한 나머지만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이었다. 본디 부끄러움이 많은 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을 잘 하지 못하였는데, 나를 제외한 실천하는 지성 민변 신입회원들은 자신감 있고 조리 있게 그리고 차분하게 자신을 소개했다. 소개 하나에 동경을, 소개 하나에 희망을, 소개 하나에 용기를.

그렇게 자기소개를 하고 나니 2시간이 훌쩍 지났다. 그 후에는 테이블 근처에 앉아있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해 변호사가 된 분들만 신입회원인 줄 알았는데, 내가 앉아있던 테이블 근처에 계시던 분들은 모두 몇 년간 변호사 일을 하고 계신 분들이었다. 그 분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밤 10시를 기점으로 간담회는 종료되었다. 처음 사무실 문을 열었을 때와는 달리 회원들의 입술은 와인색으로 물들어 있었고, 부드러운 공기와 훈훈한 기운이 사무실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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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하는 이들과는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인사를 나누었고, 남은 이들과는 부회장님과 회원팀장님의 인솔 하에 훌륭한 분들과 긴 밤을 함께 했다.

언제는 아니었을까마는 차별과 혐오가 만연해 있고, 누군가의 죽음이 한낱 먼지보다도 가볍게 여겨지며, 위정자들은 거리의 목소리에 눈 감고, 귀 막는 암울한 시국이지만, 간담회에서 훌륭한 선배들과 신입회원들을 만나고 나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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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의 중요한 장면들 속에 늘 함께한 민변에 나의 내딛음이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내가 살아있는 지금이 언제나 역사의 한 장면임을 명심하며, 부족하지만 노력을 다하여 훌륭한 민변 선배들의 뒤를 따라가고 싶다. 좋은 동료들과 함께.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담회를 열심히 준비해주신 간사님들과 변호사님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꾸벅.

월, 2016/11/21-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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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부의 날씨 및 근황을 전해드립니다.

경남은 강력한 태풍의 영향권 아래 많은 피해를 입었고, 직접 침수피해를 입은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법원 앞 사거리는 마치 범람한 계곡을 방불케 하는 긴급사태를 맞았고, 재판에 참석하려 물살을 헤치고 홀딱 젖은 정장차림으로 전진하는 회원님들도 계셨습니다.

이러한 힘겨운 상황을 맞았지만 경남지부에서는 굴하지 않고 다양한 활동을 해나갔습니다.

경남지역은 조선업의 붕괴로 인해 심각한 노동환경 악화를 겪게 되었습니다. 특히 기업을 살리겠다는 명목으로 대량 해고 등 모든 위험을 노동자들에게 전가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어 경남지부 안한진 사무국장님이 기자회견에 참석하여 입장을 발표 하는 등 지원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1회성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0. 24.부터 일주일간 경남지부 회원들이 릴레이로 거제고성통영 하청노동자들을 위한 거리법률상담소에 참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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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부는 부마민주항쟁 기념사업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날 열린 후원주점에 참여하여 술 한잔을 거들며 돈을 보태는 뜻 깊은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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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위원회가 비밀리에 3차례에 걸쳐 북한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경남지부 회원들은 남북대화 촉구, 한반도 평화실현 경남100인 원탁회의에 참석하여 결의문을 채택하는데 힘을 보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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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는 매년 이주민과 함께하는 다문화축제 MAMF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경남지부에서는 이 행사에 추진위원으로 참가하여 이주민들과 경남도민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경남지부 지부장님의 예쁘고 똑똑한 따님도 합창에 참여하여 노래솜씨를 뽐내었으나, 사진이 남아있지 않아 회원님들에게 보여드릴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입니다.

경남지부의 2016년 최고과제는 회원들이 더 자주 만나고 더 많이 대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과제의 달성을 위해 경남지부 회원들은 매월 월례회를 열어 밥 한 끼라도 더 먹고, 사는 얘기를 나누며 소통하고 있습니다. 요즈음 가장 큰 토론거리는 순번 상 내년 정기총회가 경남지역에서 열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어느 곳이 놀기 좋은지에 관한 것이며, 아직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내년에는 전국 회원님들을 아름다운 경남에서 만나 뵙길 희망합니다.

목, 2016/10/2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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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점규 활동가 강연 후기

 

- 김소리(변시 4회)

 

변호사 업무를 배우며 익숙하지 않은 일들에 적응하느라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그냥 그렇게 보내던 중 오랫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위해 투쟁해온 박점규 활동가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현재 비정규직 투쟁 상황에 대해서 우울한 이야기와 희망적인 이야기 모두 들으면서 앞으로도 함께 해야할 일이 참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쳐있던 저에게 생기를 불어넣어준(?) 강연이었습니다.

 

박점규 활동가는 2003년부터 금속노조에서 선전홍보, 단체교섭, 비정규직 사업을 하면서 2011년 한진중공업, 2013년 현대자동차, 밀양 희망버스 기획단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번 강연에서는 최근에 ‘삼성의 도시’ 수원에서 시작해 1년 2개월 동안 전국의 노동 현장 28곳을 발로 뛰며 쓴 『노동여지도』에 기록된 전국 노동현장의 목소리와 그 여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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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노동 인구의 거의 절반인 44.6%가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하니, 비정규직 문제는 정말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박점규 활동가는 정규직 노조와 비정규직 노조가 아름답게 연대한 사례들을 보며 희망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성과급을 받는 대신 후배들을 정규직으로 만든 타타대우 노조의 사례를 들려주었습니다. 타타대우의 정규직 노조 지도부는 조합원을 일일이 설득하며 후배들을 비정규직 인생으로 살게 하지 말자고 했고, 결국 노조 규약을 바꿔 모든 비정규직을 노조에 가입시켰습니다. 그리하여 타타대우는 곧 ‘비정규직 없는 공장’이 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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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현대기아차 자동차생산 공장의 전체 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사용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한 대법원 판결을 비롯하여 법원에서 불법파견을 인정한 사례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다행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비정규직 노조가 없는 곳이 많고 이런 곳에서는 비정규직 투쟁이 없을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해고를 감수하고 회사에 소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여전히 정당한 요구를 하려면 투사가 되어야 하는 우리 사회에 대한 아쉬움도 이야기했습니다.

 

이렇게 비정규직 노조가 없는 곳, 또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를 외면하고 적대시하는 곳이 많은 상황에서, 앞으로도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들이 참 많은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특히 노동자들에게 변호사 친구는 전태일에게 대학생 친구와 같은 존재라고 한 박점규 활동가의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변호사가 된지 3개월밖에 안된 새내기 변호사인 제가 언젠가는 노동자들의 든든한 친구가 되어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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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07/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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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소식을 전하는 민생경제위원회입니다. 여러분의 2016년 하반기는 어떤 시간이었나요? 민생경제위원회의 2016년 하반기는 주거인권, 금융인권과 도시의 미래를 고민하기 위해 에콰도르, 일본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연대한 시간들이었답니다.

UN HABITAT III 한국 민간위원회 참여

먼저 이강훈 위원이 민변을 대표하여 UN HABITAT III 한국 민간위원회에 참여, UN HABITAT III가 열리는 에콰도르로 날아갔습니다. 10월 17일부터 20일까지 에콰도르의 수도 키토(Quito)에서 개최된 UN HABITAT III는 향후 20년간 주거와 지속 가능한 도시에 관한 지구적 책임을 논의하고, “새로운 도시 의제(New Urban Agenda)”를 채택했습니다.

‘새로운 도시 의제’는 도시 공간 내에 주거, 경제, 환경, 거버넌스 등 포괄적인 도시 의제를 제시하며 ‘도시에 대한 권리(Right to the City)’로 담론을 확장합니다. 도시화의 다양한 문제와 위기에 대응하는 한편 도시 내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동력을 찾고,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고 지향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한 논의인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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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abitat III 한국 민간위원회 발족식 및 기념 세미나 © UN-Habitat lll 한국 민간위원회

UN HABITAT III 한국 민간위원회는 지난 7월 주거, 장애, 여성, 환경, 지방의제 등 42개 시민사회단체와 민관협의체로 구성됐습니다. UN HABITAT III 기간 동안 UN 주거권 특별보고관 면담, 강정마을 관련 다큐멘터리 영화 상영회, 강정마을 활동가들의 생명평화 100배 퍼포먼스 등의 활동을 펼쳤고요.

민생위 이강훈 위원은 18일 오전 릴라니 파라 UN 주거권 특별보고관을 면담하고 한국의 주거권 현실과 UN 사회권 협약 가입 현황, 한국의 주거권 관련 법률 제정 현황 등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2017년 한국에 방문하겠다는 약속도 받았습니다.

같은 날 오후 ‘Networking Session-포용 및 투명도시개발’에서는 서울시의 공공주택 확충, 도시 재생 및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공건설 관리 등을 핵심으로 한 서울의 포용도시정책 방향과 관련한 세션 활동을 모니터링했습니다.

다음 날인 19일 오전 11시반부터는 릴라니 파라 UN 주거권 특별보고관이 유엔 고등인권판무관 사무소와 함께 개최한 The Shift라는 제목의 사이드세션에 참가했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이번 UN HABITAT III가 채택한 신도시의제에서 주거권 문제가 중심의제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못했고 향후 이와 관련한 관점의 전환 및 이를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 활동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유엔 주거권 특별보고관 및 유엔 고등 인권 판무관 사무소의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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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날인 20일 오전, HABITAT 행사장 내에서 제주 강정마을 활동가들과 함께 생명평화를 염원하고 주거 지속 가능한 도시에 대한 권리를 선언하는 생명 평화 100배 퍼포먼스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UN HABITAT III는 20년 전의 UN HABITAT II나, 40년 전의 UN HABITAT I에 비교하여 주거의 권리 면에서 특별히 큰 진전을 이루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UN HABITAT III 한국 민간위원회에 민변을 대표해 참여하고 민간보고서 작성에도 함께한 이강훈 위원은 활동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의 반대와 신도시의제를 추진하는 그룹들 사이에 상당한 이견이 있었다”는 점과 “도시에 대한 권리는 주거에 대한 권리를 대체하는 개념이 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UN 특별보고관 방문 약속을 받은 점, 민간위원회 구성 과정을 통해 주거복지활동을 하는 일선 활동가들과 함께하여 앞으로 주거운동에 관련된 연대 활동의 폭이 더 넓어졌다는 점, HIC(세계주거연맹)과 만나고 토론하는 기회를 통해 앞으로 주거문제 관련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 등, 한국 시민사회와 민변의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성과도 있었습니다.

제7회 동아시아 금융피해자 교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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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인 연대활동은 가까운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이어졌습니다. 지난 10월 22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제7회 동아시아 금융피해자 교류회에 민생위 이헌욱, 백주선, 김태근, 박현근, 이은종, 허정택, 이유리 위원이 참가했습니다. 권정순 위원 역시 서울시 공무원 자격으로 참석했고요. 제윤경 의원, 서울시 공무원,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의 변호사들, 한국금융피해자협회와 참여연대의 활동가들도 함께 했습니다.

‘동아시아 금융피해자 교류회’는 부채를 이유로 개인의 삶이 박탈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고자 한국, 일본, 대만의 뜻 있는 법률가들이 모이는 자리입니다. 매년 동아시아 금융 피해자 교류회를 열어 각 국의 사회현실과 문제점을 보고하고, 상호 교류의 장을 마련하여 채무자 운동의 방향을 제시하여 왔습니다.

이날 한국과 일본의 금융 정책 발제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일본 야스 시의 생활곤궁자 지원 정책과 서울시의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가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연계하여 운영하고 있는 ‘빠른 파산면책제도’였습니다.

일본 야스 시는 시청의 공무원이 세금 체납 현황을 통해 생활곤궁자를 확인합니다. 확인만 하면 아무 의미가 없겠죠? 시청 공무원이 시의 상징 캐릭터 인형옷을 입고 채무자 상담부터 진행합니다. 통합 행정지원, 심지어 당장 요기 할 라면까지 지원해준다고 하네요. 우리로 치면, 고양시의 ‘고양고양이’같은 귀여운 인형탈 입은 공무원이 생활곤궁자의 집 상황을 들여다보고, 채무자 상담을 해주고, 필요한 행정지원까지 해주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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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위 회원이기도 한 권정순 변호사는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와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연계하여 운영하는 ‘빠른 파산면책제도’를 소개했습니다. 지자체와 법원이 협업하여 신용상담과 법적 면책을 연계하는 정책에 각국 참가자들이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각 국의 주거권과 금융피해 현황, 채무 관련 제도를 서로 공유하는 시간도 이어졌습니다. 주거권 섹션에서는 민생위 김태근 위원이 한국 정부의 주거정책의 문제점 및 그 대안에 관하여 발제했습니다.

금융 피해 현황을 발제하는 시간에는 각 나라별 차이가 두드러졌습니다. 특히 일본은 채무자 운동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고 사회적 제도 정비가 완비된 상태라, 일본 채무자 운동의 관심사는 빠칭코 등 도박으로 인한 부채 문제로 옮겨간 상황입니다.

채무 관련 제도에 대한 발제 시간에는 일본 측에서 은행의 소비자 대상 대출 증가 문제 및 그 대책에 대하여 발표하였고, 대만 측에서는 소비자 부채정리제도에 대한 실무상 개선점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측에서는 민생위 백주선 위원이 서울시 대부업분쟁조정위원회의 사례를 분석하여 대부업자와 금융소비자 사이의 분쟁 조정 기준을 정리했습니다.

한국, 일본, 대만의 금융과 채무 관련 현황이나 관심사는 서로 다르지만, 서로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공통점을 확인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세 나라 모두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공유했거든요.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일본과 대만에서도 사회적으로 채무자를 도덕적인 결함이 있는 사람으로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채무자들은 빚 때문에도 어려움을 겪지만 이런 사회적 시선 때문에도 고통 받고 있고요. ‘동아시아 금융 피해자 교류회’는 채무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직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각 국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노력들을 공유하고, 서로의 사례를 참고로 하여 함께 발전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금, 2016/12/3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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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4·3 평화기행 후기

양성우회원

올해는 제주 4·3항쟁이 어느덧 7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이에 「과거사청산위원회」는 제주 4·3항쟁의 참혹한 역사가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그 의미를 재확인하는 한편, 4·3항쟁으로 희생된 제주도민들을 추념하기 위해 2박 3일의 일정(’18.1.9.~1.21.)으로 “제주도 4·3 평화기행”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과거사청산위원회의 신입회원으로 이번 평화기행에 참여하게 되었는데요, 짧은 일정에도 불구하고 4·3항쟁의 역사적 현장들을 돌아보며 ‘인권’과 ‘평화’의 가치, 그리고 그 실천에 대해 깊이 고민할 수 있는 기회가 된 동시에 시간을 뛰어 넘어 4·3항쟁으로 희생된 분들의 아픈 역사를 공유, 공감하는 과정에서 4·3의 정신을 기릴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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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들러봐야 할 4·3 평화공원’

“4·3평화공원”은 이번 평화기행에서 첫 번째로 방문한 곳입니다. 이 곳은 오랜 세월 해원(解冤)되지 못한 4·3 희생자의 넋을 위령하고 역사적 의미를 되새겨 희생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등의 목적으로 2008년에 설립된 평화·인권 기념 공원으로, 작년에도 20만 명이 넘는 방문객들이 다녀갔을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또, 4·3평화공원은 약 10만평의 규모를 가지고 있는데, 4·3희생자에 대한 참배를 진행하는 위령제단, 위패가 모셔져 있는 위패봉안실, 추념식이 진행되는 추모광장, 시신을 찾을 수 없는 희생자 표석이 있는 행방불명자비원 등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저희는 위령제단 앞에서 4·3 영령들에 대한 묵념과 추모를 하며 본격적인 평화기행 일정을 시작했는데요,

4·3 당시 희생된 희생자들의 억울한 넋을 위로하고 그 사실에 대한 기록의 의미를 담고 있는 위령탑과 위패봉안실, 그리고 각명비 등을 둘러보다 보면, 제주 4·3이 지속됐던 7년 7개월 간 국가 공권력에 의해 너무나도 많은 무고한 제주도민들이 무참히 학살되었다는 사실이 직접 피부로 와 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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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명비, 4·3희생자 약 1만 5천 ~2만 여명의 성명, 성별, 당시 연령, 사망 일시와 장소 등을 기록한 군집비석)

1세, 4세 등 적지 않은 수의 어린아이들의 이름과 나이도 눈에 보입니다..

또, 시신을 찾지 못해 묘가 없는 행방불명인(여기서 행방불명인은 대부분 4·3사건 와중에 체포되어, 각 지역의 형무소에 수감된 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말합니다)의 이름 석 자만을 빗돌에 새긴 행방불명인 표석은, 유해 없는 이름만이라도 비석에 새겨 부모와 자식을 추모하려는 그 유족과 후손들의 뼈아픈 심정을 고스란히 전해줍니다. 다들 안타까운 마음 탓인지 발걸음도 무거워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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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인 표석 주변에 조성된 다박의 비문들은 능히 4·3 희생자들의 유가족과 그 후손들이 반세기를 훌쩍 넘는 긴긴 세월 동안, 상상하기 어려운 질곡의 삶을 살아왔음을 짐작케 합니다. 모두 부디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이제 나는 나즉히 노래합니다. 까마귀 소리 처량한 울음 따라 눈물 마저 말라버린 한 많은 세월 주정공장 수용소 긴 벼랑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질 때 그 고운 사람들은 어디로 어디로 갔나요 <진혼 中>”

“서촌꽃밭에서 이제랑 편히 쉬십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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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평화기념관 안의 백비>

4·3 평화기념관 1층 전시관에 들어서면, 관처럼 생긴 눕혀진 ‘백비’라는 이름의 비석 하나를 볼 수 있습니다. 소개 글에는 “언젠가 이 비에 제주 4·3의 이름을 새기고 일으켜 세우리라”는 문구도 기재되어 있는데, 그 내용이 의미하는 대로 ‘봉기. 항쟁, 폭동, 사태, 사건’ 등으로 다양하게 불려온 ‘제주 4·3’이 하루빨리 올바른 역사의 이름을 얻고 세워지길 기원해봅니다.

‘아픈 역사의 현장, 북촌 마을’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4.3 당시 단일 사건으로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온‘북촌리 주민 대학살 사건’이 발생한 북촌 마을,

처음에는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에서 한 날 한 시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민 300여명이 한꺼번에 희생되었을 그 날을 생각하니 도저히 머릿속에서 잘 그려지지 않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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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마을 노인 회장님의 증언>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만난 북촌마을 노인 회장님의 증언을 들으면서, 당시의 참혹상이 머릿속에 그려질 뿐만 아니라 그 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안고 사시는 노인 회장님의 아픔도 함께 느껴지면서 제 마음도 먹먹해졌습니다.

한편 북촌리 집단학살은 소설가 현기영의 ‘순이삼촌’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는데, 너븐숭이 기념관 주변에는 순이삼촌 문학비가 함께 조성되어 있는데요. 몇몇 회원님들은 오랫동안 묻혀있던 사건의 진실을 문학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 주목해 얘기를 나눴는데,‘펜’이 갖는 힘과 의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습니다.

‘제주의 이면, 섯알오름 학살터’ 와 ‘백조일손지묘’

이튿날에는 섯알오름 학살터, 백조일손지묘 등 여러 곳을 방문하는 일정이었습니다. 섣알오름 학살터(서부지역의 예비검속자들이 집단 학살된 장소입니다)를 따라 걷기 전까지만 해도, 제주 내 오름을 멋진 풍광을 가진 아름다운 장소로만 생각했는데, 4.3사건 학살의 상당수가 오름에서 이루어졌고, 희생자들 대부분은 당시 영문도 모른 채 트럭에 올라 오름으로 끌려와 학살되었다는 내용을 듣고는 오름이 새롭게 보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과 눈에 보이지 않는 참혹한 아픔의 역사가 공존하는 오름, 문득 제주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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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일손지묘, 참배사진>

섯알오름에서 학살된 132분들의 유해가 모셔져 있는 곳이 백조일손지묘입니다. ‘백조일손’은 ‘조상은 백 명이지만 하나의 자손이다’라는 뜻인데, 이 명칭에는 유족들의 아픔이 깃들어 있습니다. 처음 200여명의 모슬포 주민들이 총살당해 섯알오름에 묻혔는데, 그 유가족들은 당시의 상황 때문에 시신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6년이 지나서야 희생자들에 대한 유해 발굴이 이루어졌는데, 물과 함께 썩은 시신들이 형체를 알아 볼 수 없이 뒤엉켜져 있었습니다. 이후, 뼈를 하나하나 수습해 맞춰 132구의 유골이 수습되었지만 누가 누군지 알 수가 이를 모아 이 곳에 묘역을 마련하여, 위와 같은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한 가지만 부연하면, 이 묘비는 5.16. 쿠데타 세력에 의해 묘비가 파괴되었다가 문민정부에서 다시 세워졌는데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국가가 파괴했던 묘비를 다시 세우면서 맨 위에 태극기와 무궁화를 올렸다는 것입니다. 묘역을 안내해주신 김남훈 제주다크투어 운영위원의 설명에 따르면, 묘비의 태극기와 무궁화는 유족들의 뜻으로 묘비에 태극기와 무궁화가 있으면 다시 정권이 바뀌더라도 함부로 파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과 기대에서 조성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 설명에 아파도 너무 아픈 역사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제라도 유족들의 묘비가 잘 지켜지기를 기원했습니다.

 

‘맺으며, 4·3에 정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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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다 보니, 너무 사건 중심의 후기가 된 것 같아 민망한 마음이 드네요. 저희 제주 4·3 기행은 술자리도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말이죠. 저희는 오후 일정까지 마친 뒤에는 이틀 밤 모두 맛있는 음식과 술을 먹고, 마시며 제주의 밤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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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첫 날 저녁식사는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자기소개와 개인적인 소감 등을 듣는 시간으로 진행되었고, 회원 분들의 진솔하면서도 재치 넘치는 이야기들이 많이 오고 가면서 첫 날의 긴장감이 풀려지는 한편 즐거운 대화와 소통이 계속 이어져 나갔습니다.

저는 둘째 날 밤에는 조금 일찍 들어왔는데, 그날 새벽 수없이 잠을 깼습니다. 왜 잠을 깼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다가 몇 번의 잠을 더 깨고 나서야 그 이유를 짐작해봤는데, 이번 기행 중에 알게 된 제주의 참극, 국가가 자행한 폭력으로 인해 지난 70년의 세월 동안 4·3의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들이 겪었던 아픔 일부분이 제게 전이되었거나 그로 인해 부지불식간에 생긴 일종의 부채감 때문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갔습니다.

서울로 오는 비행기에서 생각했습니다. 우리에게 남겨진 몫이 있고, 그 몫은 4·3의 묻혀진 진실을 찾고, 기억하며, 주어진 길을 두려움 없이 한 발 한 발 내딛는 일이 아닐까 하는… 끝으로 이번 평화기행의 구호이자 회식 때 가장 자주 외쳤던 건배사로 글을 마칩니다.

“역사에 정의를! 4.3에 정명을!”

 

화, 2018/02/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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