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 11월 23일자 「은인표 정관계 인맥과 로비… ‘3가지 의혹’」제하의 기사에서 전일저축은행 대주주 은인표씨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제기하면서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은 씨와 강남의 모 술집에 자주 가고 집까지 은 씨의 차를 같이 타고 갔으며, 은 씨의 구명 로비에 주 의원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의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주호영 의원은, 위 보도내용은 은 씨 운전기사의 일방적 진술에 따른 것으로 주호영 의원은 은 씨와 우연히 한 차례 만났을 뿐 개인적 친분이 없으며, 강남의 모 술집에 가거나 은 씨의 차량에 동승한 사실이 없다고 밝혀왔습니다. 또한 주 의원은 은 씨의 사건에 개입한 바 없어 은 씨의 로비의혹과 무관하다고 알려왔습니다.
부산 사하구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 교문을 지나 언덕을 올라가다보면 담벼락에 담쟁이 덩굴이 무성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덩굴 사이로 무언가 희미하게 보인다. 낙서인 것 같기도 하고 그림 같기도 하다.
동아대학교 출신 민중미술 작가 박경효 씨는 1988년 학교 선후배들과 함께 캠퍼스 담벼락에 대형 벽화를 그렸다. 1987년 6월 항쟁과 동아대 출신 희생자 이태춘 열사를 기리기 위해 그린 ‘6월항쟁도’다. 세월이 흘러 2007년 비운동권 계열 동아대 총학생회는 ‘미관상의 이유’로 벽화 철거를 주장했다. 일부 학생들과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반대해 철거는 무산됐다. 하지만 이후 학교는 조경을 이유로 벽화 위쪽에 담쟁이를 심었다. 담쟁이 덩굴은 점점 무성해져 지금은 벽화를 완전히 가렸다.
▲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에 있는 6월항쟁도는 세월히 흐르면서 학교 측에서 심은 담쟁이 덩굴에 완전히 덮였다.
‘6월항쟁도’ 속 주인공이기도 한 이태춘 열사는 올해 처음으로 6월항쟁 기념식에서 새롭게 조명됐다. 지난 10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태춘 열사의 어머니 박영옥 씨의 손을 꼭 잡았다. 박영옥 씨는 “아들이 대통령이 된 것 만큼 기뻤다”고 말했다. 어머니와 문재인 대통령 사이엔 또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
학교에서는 가려지고, 세월 속에서 잊혀지고, 사회에서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부산의 6월 항쟁 희생자. 6월 민주항쟁 30주년을 맞아 이태춘 열사의 숨은 그림을 찾아가봤다.
뉴스타파가 19대와 20대 국회의원들의 정책 자료집을 분석한 결과, 정부 발표 자료와 다른 연구기관의 자료 등을 베껴 정책자료집을 발간한 것으로 확인된 전직 의원은 모두 17명으로 이들이 발간한 정책자료집은 모두 29건이었다. 이 전직 의원 명단에는 20대 국회에서 의원직을 사퇴한 김종태 전 의원도 포함됐다. 뉴스타파가 앞서 표절 정책자료집을 낸 것으로 확인해 발표한 20대 현직의원 25명을 합산할 경우 표절 정책자료집을 낸 19대와 20대 국회의원은 모두 42명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의 이번 조사와 분석은 국회도서관에서 확인 가능한 정책자료집 2천 6백여 건을 대상으로 했다. 그러나 19대 전직 국회의원 (20대 재선 의원 제외)의 경우 국회도서관에 정책자료집이 등재돼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경우는 157명에 그쳤다. 나머지 전직 의원은 국회도서관에서 정책자료집을 찾을 수 없었다. 상당수 의원들이 의원 시절 발간한 자신들의 정책자료집을 국회도서관에 제대로 등록해놓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이는 20대 현직 국회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국회도서관에 정책자료집이 등재돼 내용 확인을 할 수 있었던 20대 현직 의원도 191명에 그쳤다.
뉴스타파는 전직 의원 17명 가운데 표절 정책자료집을 발간한 뒤 비용 명목으로 많게는 천만 원 가까운 돈을 받아 간 경우도 일부 확인했다. 강동원, 김을동, 박대동, 정미경, 주영순 전 의원 등 5명이다. 이들 전직 의원들은 2012년부터 2016년 사이, 표절 정책자료집의 발간 비용으로 1권 당 340만 원 에서 9백만 원 까지 청구해 받아 간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 세금이 표절 정책자료집에 쓰여 진 것이다.
정미경 전 의원의 경우 표절 정책자료집 두 건의 발간 비용으로 각각 340만 원과 400만 원을 청구했다. 나머지 12명의 전 의원들도 정책자료집 발간 비용으로 국회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국회 사무처는 세부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들 전직 의원들은 정부 발표 자료, 국책연구기관과 민간기관, 은행 등의 자료를 그대로 베껴 정책자료집을 발간하면서도 인용이나 출처 표기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심지어 인용을 할 경우 ‘출처 표기’를 하라는 문구가 원 자료에 명시돼 있지만 이를 무시한 경우도 있어 표절은 저작권 침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건수별로 보면 조현룡 전 의원과 윤명희 전 의원은 각각 5건의 표절 정책자료집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조현룡 전 의원 의 경우, 2012년부터 2015년 사이 정부 발표자료와 수출입은행 등 국책 은행 발표자료 또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자료를 베껴 정책자료집을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자료의 일부는 국회도서관에서 열람이 가능한 자료였다. 조 전 의원은 특히 2014년 <조세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정책자료집을 냈다. 그런데 그 내용을 확인해보니, 그해 4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14 중소기업계 세법개정 건의서> 요약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정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이 낸 세법개정 건의서를 <조세제도의 합리적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라는 정책자료집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에 입성한 윤명희 전 의원 역시 2013년에 1권, 2014년에는 4권 등 표절 정책자료집이 5권으로 조사됐다. 2014년 발간한 <그린데탕트(Green Detente)와 북한 산림복구 지원방안>은 1년전 국립산림과학원이 발간한 <그린데탕트(Green Detente)와 북한 산림복구 지원 방안>을 제목은 물론 내용 전체를 통째로 옮겨왔다. 산림과학원은 책자에 “이 책의 저작권은 국립산람과학원에 있으며 저작권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 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라고 명시해놨다. 그러나 윤 전 의원은 이를 무시하고 내용을 통째로 베껴 정책자료집을 냈다. 내용은 100% 베끼고 표지에 발간 주체만 의원 이름으로 바꿔놓는 이른바 ‘표지갈이’를 한 것이다.
검사 출신의 정미경 전 의원은 정책자료집 3권을 다른 기관의 자료를 베꼈다 정 전 의원은 특히 2014년 <한국에너지 정책자료집>을 발간 했는데 확인 결과 2008년 정부가 발표한 “제1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2013년 발표한 “제2차 국가에너지 기본계획” 등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확인됐다. 정 전 의원은 또 이미 8년 전인 2008년 외교통상부가 발표한 자료를 베껴 7년 뒤인 2015년 정책자료집으로 만들었고, 발간 비용 명목으로 국회로부터 4백여만 원을 받아 갔다.
박대동 전 의원의 경우,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3개의 자료를 그대로 베껴 정책자료집을 만들었으며, 박기춘 전 의원은 주택산업연구원의 보고서를 통째로 베껴 정책자료집을 만들었다. 모두 ‘표지갈이’로 100% 이전 연구 자료를 베꼈다.
강동원 전 의원은 자신이 5년전에 냈던 연구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그대로 옮겨 정책자료집을 발간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이전 연구물을 출처 표기 없이 다시 활용한 것으로 이른바 ‘자기표절’ 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 전 의원은 2016년 정책자료집 <연해주에서의 남북러 협력 방안>이라는 정책자료집을 발간했다. 조사 결과 이 정책자료집은 자신이 2011년 통일부로부터 발주받아 제출한 용역보고서 <통일한국의 식량문제 해결방안>의 내용을 상당부분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강 전 의원은 2011년 통일부로부터 용역비 5천 만원을 받았고, 4년 뒤 그 자료를 그대로 옮겨 정책자료집을 만들면서 발간 비용으로 9백여 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19대 전직 의원의 정책자료집 베끼기 실태의 구체적 내역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도 국회 의원들이 의정활동 과정에서 사용한 예산 내역의 규모를 추적해 시민들에게 알릴 계획이다.
11월 5일 ‘모이자!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문화제’가 일주일 전보다 10배 가까이 늘어난 20만 명(주최측 추산)의 시민이 참가한 가운데 오후 4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두번째 대국민 사과 담화를 한 바로 다음날임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율 5% 시대’를 반영하듯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수십만 명의 외침은 광화문에서 종로, 을지로, 시청 앞 광장을 거쳐 다시 광화문으로 이어졌다. 한 시민은 “박 대통령이 아직 사태 인식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고 말했고 또 다른 시민은 “대통령의 2번째 담화는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집회에는 평소와 달리 중고등학생과 중장년 층 등 새로운 계층이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가만히 있다가는 후진국으로 후퇴할 것 같아 직접 나왔다” 고등학생도 있었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투표한 보수지만 대통령이 국가 공조직을 망쳐놓았다”며 지지를 철회한 노인도 있었다.
이번 집회는 법원이 경찰의 행진금지 통보에 제동을 건 덕분에 경찰과 충돌없이 이뤄져 집회시위의 자유가 충분히 보장되면 아무리 많은 시위 군중이 모여도 불상사없이 대규모 집회가 치러질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일주일 뒤인 11월 12일 민중총궐기 대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자정 가까운 시각이 돼서야 모두 해산했다.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자신들이 펴낸 자료를 누군가가 인용할 경우 반드시 출처를 표기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회의원들은 이를 무시한 채 연구자료를 베껴 자신의 이름으로 정책자료집을 발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표절 의혹은 물론 저작권법 위반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이 다른 기관의 자료를 베껴서 만든 것으로 확인된 정책자료집은 지금까지 모두 3건이다.
경 의원이 2015년 발간한 <산림복지 현황 및 개선과제> 등 정책자료집 3건은 산림청 발표자료, 다른 기관의 연구총서와 연구보고서 등을 통째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3건의 정책자료집 모두 이전 자료의 내용 전체를 그대로 옮겨놨다. 그러나 산림청 자료를 베낀 정책자료집의 경우 인용이나 출처를 전혀 표기하지 않았다.
현행 저작권법을 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업무 상 만든 저작물의 경우 허락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저작권법 제24조 2항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이 경우에도 반드시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37조 출처의 명시). 이를 어길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저작권법 제138조(벌칙)).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의 경우 “이 책에 실린 내용을, 무단 전재하거나 복사하면 법에 저촉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경대수 의원은 “본 자료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자료 제출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이라고 표기했을뿐 정작 저작권을 갖고 있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라는 출처 표기는 하지 않았다.
정부용역보고서 역시, “본 내용의 무단 복제를 금함”이라고 명시했지만 경대수 의원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제출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음이라고만 적어놨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이 표시된 저작물인 경우에는 그 실명 또는 이명을 명시해야 한다”고 돼 있다.
경대수 의원은 산림청 자료를 베껴 만든 정책자료집의 발간 비용으로 380만 원의 국회 예산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취재진과 만난 경대수 의원은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며 보좌관에게 답변을 들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경대수 의원실 보좌관은 “(출처를 표기하지 않은 것은) 잘못 된 것”이라며 다만 “악의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켜달라”고 해명했다.
경대수 의원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5년 동안 정책자료집 발간 비용으로 9천 백여 만원의 국회 예산을 사용했다. 이 가운데 건 별로 확인된 예산은 2015년 산림청 자료를 베낀 정책자료집 비용 380만 원 뿐이다. 뉴스타파는 경대수 의원실에 다른 연구기관 자료를 베껴서 만든 다른 2건의 정책자료집 비용으로 얼마를 받았는지 물었으나 답은 없었다.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출신의 경대수 의원은 국회 윤리위원회 위원과 새누리당 중앙윤리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뉴스타파가 자유한국당 조경태 의원이 발간한 정책자료집을 분석한 결과, 2건의 정책자료집이 연구기관의 자료를 통째로 베껴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조경태 의원의 2015년 발간한 정책자료집 2건 모두 제목은 물론 목차, 내용, 도표, 결론부분까지 중소기업연구원과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료를 각각 통째로 베꼈다.
특히 중소기업연구원의 보고서는 “본지의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조경태 의원은 저자를 표시하는 부분만 자신의 이름으로으로 바꿔놨을뿐, 인용이나 출처 표기는 하지 않았다. 저작권 침해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 중소기업연구원 보고서 맨 뒷장에 나와있는 출처표시 요구 문구
조경태 의원은 뉴스타파와 만난 자리에서 “정책자료집은 논문이 아니고 공익적 목적으로 발간하는 것이기에 저작권 침해나 표절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 조 의원은 이번에는 해당 연구기관과 협의를 거쳐 정책자료집을 발간했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우리가 이걸 정책자료집으로 쓰기 위해서 했다는 것을 인지를 하고 있었기 때 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 이미 어쩌면 직간접적인 출처가 밝혀 졌다고 보거든요.
조경태 의원
중소기업연구원을 찾아가 확인했다. 보고서의 원 저자는 공식 인터뷰는 부담스럽다며 서면으로 답하겠다고 밝혔다. 몇 시간 뒤 이메일 답변이 왔다.
보고서의 원 저자는 조경태 의원이 자신의 보고서를 베껴 정책자료집을 발간한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저작물이 아닌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할 때 출처 표기를 하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모든 공익적 목적의 저작물, 즉 논문, 정책보고서, 정부 문서 등에서도 자신이 생산하지 않은 내용의 경우에는 저자와 출처를 표시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했다.
조 의원은 출처표기를 하지 않고 정책자료집을 발간해온 것은 “오래전부터 관행적으로 해온 것”이라며 정책자료집 발간 지침 가이드라인을 만들지 못한 국회사무처의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은 2013년부터 2016년 사이, 정책자료집 발간 비용 명목으로 국회 예산 2천여 만 원을 사용했다. 그러나 세부적인 집행 내역에 대해서는 조경태 의원실도, 국회 사무처도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4선의 조경태 의원은 20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취재 : 박중석 최윤원 촬영 : 김남범, 오준식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자료조사 : 김도희, 정혜원
서울 종로구 견지동 32-3번지. 이 곳에는 필방, 승복점, 표구사, 찻집 등 네 가게가 세들어 있다. 짧게는 20년, 길게는 30년 넘게 이 건물에 터를 잡았다. 건물과 이웃해 있는 조계사에 오가는 스님과 불자들이 주요 손님이다.
네 가게 중 하나인 대흥동필방. 모필 장인인 고 권영진 씨가 시작한 가게는 그의 며느리 김용태 씨로 이어져 30년 째 운영되고 있다. 가게 진열장에는 장인의 솜씨가 느껴지는 각양각색의 붓들이 걸려 있다. 칡뿌리로 만든 붓에서부터 소뿔에 무늬를 새긴 붓까지, 털이 귀했던 시절 조상들의 지혜가 담긴 붓들이 작은 가게를 빼곡히 채우고 있다. 김 씨는 “가게에 들어온 외국인들이 붓을 보고 신기해 한다. 사람들이 작지만 오래된 붓 박물관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년 6월이 되면, 30년 전통의 이 필방은 문을 닫게 된다. 이웃해 있는 대한불교 조계종이 이 건물을 사들였기 때문. 조계종은 조계사 일대를 한국 불교의 중심지로 확장한다는 마스터플랜에 따라 일명 ‘성역화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필방이 세들어 있는 건물부지가 이 사업에 포함된 것이다. 필방이 있는 자리 인근에는 앞으로 기념관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
10.27 법난기념관이 ‘조계종 성역화 사업’으로
조계종 성역화 사업의 핵심은 10.27법난기념관 건립이다. 10.27법난은 지난 1980년 10월 27일, 권력을 찬탈한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종교계 정화사업을 명목으로 전국의 사찰 수백 곳을 수색해 스님과 불자 등 1,776명을 감금, 고문한 사건을 말한다. 불교계는 오랫동안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왔고, 결국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의 조사를 거쳐, 지난 2009년 10.27법난피해자명예회복심의위원회(아래 10.27법난위원회)가 만들어졌다. 10.27법란기념관 건립은 법난위원회의 중요 사업 중 하나다.
그러나 법난기념관 건립을 두고 불교계 안팎에선 수년째 논란이 거듭돼 왔다. 10.27법난기념관 사업에 1500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기로 결정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원규모가 유사한 사업과 비교해 너무 크고 진행과정도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에 따르면, 10.27법란기념관 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유사한 형태의 부산민주항쟁기념관(160억 원), 거창난민학살추모공원(192억 원), 동학농민기념공원(383억 원)보다 적게는 4배, 많게는 10배 가까이 크다.
10.27법란기념관 사업 비용이 이렇게 큰 이유는 기념관 부지가 서울시내 한복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부지 매입에만 사업비의 절반에 가까운 710억 원이 사용되도록 설계돼 있다. 예정 부지의 토지가액은 3.3세제곱미터당 8,000만 원을 넘는다. 게다가 지주들의 비협조로 3년이 넘도록 예정 부지의 13%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 상태라면 언제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사업 진행 방식도 논란을 빚고 있다. 국가가 나서 특정 종교와 관련된 사업을 위해 토지를 사주는 방식이 이례적일 뿐 아니라 비정상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2015년 정부와 조계종은 사업 추진방식에 대해 합의한 뒤 협약서를 맺었다. 조계종이 토지 매입을 진행, 정부가 비용을 지원한 뒤 조계종이 이 부동산을 다시 정부에 기부채납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비록 사업 부지가 정부 소유가 된다고 해도 조계종이 사실상의 영구적 사용권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가 개별 종단인 조계종에 땅을 사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특혜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조계종이 정부 돈으로 부동산 중개업소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법난기념관을 만든 뒤 국가에 기부 채납하면 국가가 법난기념관을 처분하거나 다른 데 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조계종이 계속 사용하고 관리할 수 있다고 하면, 소유권이 설사 국가에 있다고 할지라도 사실상 조계종의 것이죠. 제가 볼 때는 조계종을 위한 특혜인데 한번 시작된 것을 조계종이라는 종교 세력 때문에 회수하지도 못하고 계속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장
10.27법난이라는 엄청난 유린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은)오히려 지금하는 행태는 그런 특혜를 바라고 있고 정치권력은 종교에 지원을 함으로써 적절한 표를 획득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석만 불교닷컴 대표
그러나 조계종은 교계 안팎에서 제기된 특혜 의혹을 극구 부인했다.
신군부의 불교계 정화 사업 작전명이 조계사가 있던 견지동 45번지를 따 ‘작계 45’였다. 이같은 상징성 때문에 사업 부지를 조계사에 정한 것이지 조계종의 성역화 사업을 위해서 법난기념관과 같은 부지를 정했다는 주장은 포인트가 안 맞다. 조계종이 특혜를 받았다는 주장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조계종 공식 입장
매입 부지 세입자들, “정교분리 위배” 헌법소원
지난 19일 조계사 앞에 선 김용태 씨 등 세입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부지 매입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 사실상의 성역화 사업이 헌법에 명시된 정교분리의 원칙을 위배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조계종이 대책이 없이 저를 내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에 다 저희의 원통함을 호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주대책을 세워주시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김용태 /대흥당필방
(조계종측에서) 12월 중에 이주를 할 경우에 이사비 정도 준다고 하여 우리는 그 소리를 들었을 적에 청천병력같은 소리였습니다. 12월이면 한창 추울 때고 더이상 갈 데가 없고, 이사갈 데가 없고요. 길거리에 나앉으라는 소리와 똑같았습니다.
김성규 /부산승복
뉴스타파는 10.27법난기념관 사업 담당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불교계 안팎에서 제기된 특혜의혹, 영세 사업자들에 대한 이주대책이 있는지 등을 물었다. 문체부는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법난기념관 사업은 특정 종교나 종단에 대한 특혜가 아니며 인권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 토지 매입으로 인한 보상비용으로 17억 원이 책정돼 있어 세입자들이 일정부분 보상을 받을 수도 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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