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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과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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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과받고 싶다

익명 (미확인) | 수, 2015/12/16- 11:23

사과받고 싶다.


그는 내가 인권운동을 하기 이전에도 해고자였다. 술에 취한 어느 날 말했다. “형님, 해고자가 직업이야? 다른 거 해, 다른 거….” 그의 복직은 현실감 없어 보였다. 여린 심성 때문에 이리저리 치이는 게 안쓰러웠다. 더 이상 ‘투쟁’하지 말고 평범하게 살라 충고한 거다. 그가 대답했다. “사과받고 싶어서 그래.” 안주에 손대지 않고 독한 술을 입안에 털어넣었다.


“당신들 우리한테 왜 이래”


그녀에게 들었던 말이다. 직장 상사에게 성희롱을 당했다. 노골적인 치근댐을 견딜 수 없어, 회사에 이야기했다. 그러나 회사는 가해자를 두둔했다. 문제 제기한 그녀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자발적으로 퇴사하기 바랐다. 탈모까지 찾아왔다. 매일 출근하는 것이 지옥문 열고 들어가는 것 같다 했다. 견딜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대답했다. “사과받기 전에 그만둘 수 없어요.” 공감할 수 있었다.


중·고등학교 합쳐 6천 명은 월요일마다 성냥갑 속 성냥처럼 서서 조회를 했다. “자랑스런 ○○의 딸들아”로 시작하던 대머리 교장의 설교는 한결같이 밥맛이었다. 햇빛 뜨겁던 어느 여름날이었다. 앞줄 친구가 맥없이 나가떨어졌다. 학생주임이 이단옆차기로 날아온 다음이었다. 운동장 먼지 속에서 친구는 조금 더 밟혔다. 이유는 실내화를 신고 운동장에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후 그 선생을 쳐다보지 못했다. 친구 얼굴도 보지 못했다. 납득할 수 없는 폭력보다 그것을 묵인한 내 비겁이 못 견디게 부끄러웠다. 졸업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잊지 못한다. 친구에게도, 목격했던 우리 모두에게도 그와 학교, 어느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들의 폭력은 마땅한 질서였다. 사과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11월14일 물대포에 맞아 위중한 백남기 농민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제가 오늘 충분히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인간적 사과는 책임지지 않는 것이고 법률적 사과는 책임지는 것인데 책임질 사과는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강 청장의 인간성을 알지 못하니, 진짜 인간적으로 미안해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강 청장 입을 빌려 나온, 국가의 대답은 미안하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가는데도 말이다.


백남기 농민 가족들은 책임 있는 사람에게 “사과받고 싶다”고 했다. 김무성은 ‘강경 노조 때문에 건실한 회사가 문을 닫았다’며 콜트악기와 콜텍을 지목했다. 억울하게 쫓겨난 해고자들은 사과받기 위해 40일 넘게 곡기를 끊었다. 삼성전자 반도체에서 백혈병으로 딸을 잃은 황상기씨도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했다. ‘반올림’ 동료들과 함께 삼성 본관 앞에서 50일 넘게 노숙농성 중이다. 참사 600일 행사를 앞둔 세월호 유가족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온몸을 던져 사과하라 말하고 있다. “당신들 우리한테 왜 이래, 우리 아빠한테, 우리 아들한테, 우리 딸한테 왜 이래! 나한테 왜 이래!” 인간이기 때문이다.


폭력의 반대는 권력


어느 날 닥친 사건이 객관 세계를 떠나, 존재를 흔들어버렸다. 존엄에 상처 입은 사람들은 치유받지 못하면 아프다. 억울하고 아픈 사람을 제대로 안아주지 못하면 ‘사회’가 아니다. 되레, 폭도로 내몰고 닥치라 하는 것이 질서고 법이라면 ‘나라’도 아니다. 한나 아렌트는 폭력의 반대는 비폭력이 아니라 권력이라 말했다. 요즘 권력이 ‘폭력’과 ‘평화’ 가지고 난리 법석이다. 소환, 압수수색, 구속… 죽이려고 덤빈다. 사과받지 못한 자들은 죽자고 악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판사판 개판이면 잃는 거 없는 놈들이 이긴다. 역사 교과서에 나와 있다. 국정화 이전이니 어서 읽어보자. “내일만 사는 놈은 오늘만 사는 놈한테 죽는다.”


2015년 12월 9일, 한겨레 21

박진(다산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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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받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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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 대한 경찰의 사과와 재발방지 위한 제도개선 이루어져야

진상조사위, 불법행위에 대한 경찰 내 의사결정라인⋅집행과정의 문제점 규명 못한 한계 있어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는 오늘(8/21) ‘故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에 대해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유가족에게 사과와 집회 주최자 및 참여자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취하, 살수차‧방수포의 배치·사용 금지, 관련한 법령상 근거규정 마련 등을 권고했다. 다시 한 번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 ‘故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이었음이 확인된 만큼 경찰의 공식 사과는 물론 유가족이 겪은 고통과 피해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경찰은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공권력에 의해 국민생명이 위협받은 일이 없도록 진상조사위 권고를 수용·이행해야 할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이 사건 당일 집회에 대규모 경력과 장비를 투입하고 차벽을 설치한 것은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고, 차벽트럭 방수포를 포함한 살수차 사용은 경찰청 내부 지침 외 법적 근거 없이 사용한 것이며 (혼합)살수 또한 위법한 행위로 판단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가 살상에 이른 경찰의 과도한 공권력 남용을 확인하고도 이러한 불법적 행위를 가능하게 했던 경찰 내 의사결정라인과 집행과정의 문제를 규명하지 못하고, 관련한 구체적인 권고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분명 아쉬운 부분이다.

 

그 동안 집회 참여자들의 안전을 위협하여 위헌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된 살수차 사용에 대해 2016년 9월 국가인권위원회도 경찰의 살수차 운용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2017년 9월 경찰개혁위원회는 ‘집회시위 자유 보장’ 권고안을 통해 집회시위에는 무살수차 원칙을 적용하되, 소요사태 또는 핵심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공격행위 시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법률적 근거와 세부적인 지침과 기준을 명확히 제시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이철성 경찰청장은 이 권고안을 전격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아직까지도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을 마련하거나, 위해성 경찰장비 사용기준 등에 관한 규정 등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자기반성과 인권경찰로 거듭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 이상 말로만 개혁을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경찰은 개혁위와 진상조사위 권고사항을 법제도화하는 노력을 보임으로써 경찰의 불법적인 공권력 행사로 국민의 생명이 위협받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집회시위 대응이나 살수차 사용관행 등의 개선을 경찰의 선의에만 맞길 수 없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관리 통제를 위한 법제화가 필요하다. 이미 국회에는 살수차 사용을 금지⋅제한하는 청원과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 등 관련 법안이 제출되어 있는 만큼 국회는 제도개선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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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8/08/21-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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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아이 유엔 특별 보고관 “가해자들 책임져야” – 고 백남기 농민 부고에 입장 표명 – 가해자에 대한 독립적 조사 및 책임 통감 촉구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317동안 사경을 헤매다 숨진 고 백남기 농민에 검경은 부검을 시도하고 있다. 이를 두고 백남기대책위와 시민사회는 경찰이 다른 요인을 사인으로 부각시키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현 정국을 뒤흔드는 최순실 게이트를 ...
목, 2016/09/2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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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 입장문]
세월호참사 책임자, 해경지휘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의 판단을 엄중히 규탄한다.

1. 법원은 지난 2020. 1. 8. 김석균(전 해양경찰청장), 이춘재(전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여인태(전 해양경찰청 경비과장), 김문홍(전 목포해양경찰서장), 유연식(전 서해해양경찰청장 상황담당관), 김수현(전 서해해양경찰청장) 등 해경지휘부 6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범죄사실은 소명되었지만, 증거인멸의 염려가 충분하지 않고 도주의 우려가 부족하다는 점이 그 이유다. 우리는 위 법원의 부당한 판단을 엄중히 규탄한다.

2. 2014. 4. 16. 세월호참사 당일, 08:54경 “약 300여 명이 승선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는 보고가 접수되었고, 08:57경 해경 문자상황보고시스템이 가동되어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 해양경찰청 본청상황실이 시스템에 입장했다. 그리고 09:10경, 중앙구조본부가 가동되어 김석균은 본부장으로서, 김수현과 김문홍은 현장 구조지휘자로서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수난구호법」 제5조, 제17조, 「해상치안 상황처리 매뉴얼」(2012. 11. 해양경찰청, 「해상 수색구조 매뉴얼」(해양경찰청) 제4장 ‘해양사고별 조치요령’ 등 참조). 그리고 현장 지휘에서의 핵심역할은 인명의 수색과 구조였다.

구체적으로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지휘부의 핵심적인 역할은, ① 세월호의 침몰 정도와 승객대피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 ② 승객 구조에 관한 적절한 조치(선내진입, 퇴선명령 등)를 지시하는 것, ③ 상황실과 현장출동 중인 구조 세력(123정장, 헬기 등)이 세월호 선장과 교신하도록 방안을 강구하는 것, ④ 구조와 관련한 정보를 구조세력 사이에 효과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 ⑤ 비상 탈출을 문의하는 경우에 신속하게 결정하여 지시를 내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경지휘부는 자신들의 핵심적인 역할을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

3. 현장 지휘역할을 수행해야 할 김문홍은 이미 09:03경 3009함에서 세월호 침몰사고를 보고받았다. 김문홍은 당시 3009함에 대기 중이던 B512호 헬기를 이용하여 현장으로 갈 수 있었지만 어떠한 이유에서인지 현장으로 출동하지 않았고 그 이후 현장 지휘업무도 수행하지 않았다.

김수현과 유연식은 09:05부터 09:35까지 약 30분간 세월호와 교신한 진도 VTS가, 09:23경 “(1) 세월호 선체가 한쪽으로 계속 넘어가고 있다. (2) 승선 인원이 500명 정도이다. (3) 승객들에게 구명동의를 입고, 대기하라고 했으나 확인은 불가능한 상태이다. (4) 배가 좌현으로 50도 이상 기울어져 이동이나 탈출이 어려워 승객들이 선실 내부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 (5) 선원들이 움직일 수 없어서 조타실에 모여있다”라는 정보를 바탕으로 승객의 비상 탈출여부를 문의했음에도, 퇴선 준비 또는 퇴선 명령 등 구조를 위한 적극적 지시를 하지 않았다.

한편 09:26경 세월호 상공에 도착한 B511 헬기는 TRS 통신망으로 “배가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지금 대부분 승객들이 선상과 배 안에 있음.”, “현재 45도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승객들 대부분 선상과 배 안에 있음”, “해상에는 인원들이 없고 인원들이 전부 선상에 (있음)”이라고 보고했다. 여인태는 09:36~38경 123정장 김경일과 통화하여 세월호가 좌현 50도로 기울어졌는데, 사람이 밖으로 나와 있지 않다는 현장 보고까지 받았다. 하지만 김석균, 이춘재, 여인태는 구조를 위한 어떤 지시도 하지 않았다.

4. 이처럼 해경지휘부 6명은 세월호에 탑승한 많은 승객이 선내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정보를 파악했음에도 구조업무를 전혀 수행하지 않았다. 구조세력의 선내진입, 퇴선 유도 또는 탈출 명령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침묵한 것이다. 그 결과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었고, 유가족들은 영문도 모른 채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평생 고통 속에 살아가야 할 상황에서 지금까지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5. 이에 더하여 해경지휘부 6명은 세월호 참사 직후 이루어진 감사원의 감사과정에서도 자신들의 책임을 사고 현장에 출동한 123정장에게 모두 전가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김석균, 이춘재, 김문홍, 김수현 등은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하여,123정장과 승조원들로 하여금 퇴선명령 등을 지시했다는 허위의 기자회견을 개최했고, 허위의 공문서까지 작성하여 책임을 철저히 은폐하고자 했다. 나아가 김석균, 김수현, 김문홍은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청문회에서도 자신들의 책임을 부인했다. 가령 김석균은 “도의적 책임은 있으나 법적인 책임이 없다”라거나 “참사 당일 한 사람이라도 더 구조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였다”라며 자신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6. 이상과 같이 책임을 지속적으로 부인해오면서, 허위의 공문서를 작성하고 허위의 진술을 하는 등 진실을 적극적으로 은폐하려 한 해경지휘부 6명에게 증거인멸의 염려와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법원의 판단은 부당하다. 세월호참사 이후 약 6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 검찰이 확보한 TRS 등 물적증거만으로 당시 상황이 완벽히 재구성되기는 어렵고, 해경지휘부 6인의 진술과 관계자들의 진술이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불구속 상태에서는 해경지휘부 6명이 진술을 왜곡할 수 있고, 특히 이들 6명은 해경 내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들이기에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까지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이처럼 해경지휘부 6명의 증거인멸의 우려가 충분히 예측되는 상황에도 이를 부정한 법원의 판단은 수긍할 수 없다.

7. 또한, 해경지휘부 6명이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총괄책임자라는 점에서 이들의 죄책은 무거울 것이라 예상된다. 따라서 이들이 무거운 죄책을 회피하기 위해 도주할 가능성 역시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법원이 위와 같은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도주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한 것은 부당하다.

8. 법원은 세월호 참사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전혀 하지 않아 304명의 희생을 초래한 해경책임자들의 무거운 책임을 간과한 채, 심리를 상당히 미진하게 하여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는 304명의 희생자들의 소중한 생명과 남겨진 가족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외면한 것이다. 나아가 약 6년 만에 개시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을 가로막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우리는 해경지휘부 6명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를 전부 기각한 법원을 엄중히 규탄한다.

2020년 1월 13일

(사)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 가족협의회, 4월16일의 약속 국민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참사 대응TF 등 210개 시민사회단체

화, 2020/01/14-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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