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스케치] 지방분권 심포지엄 "지방자치 20년, 평가와 과제"
"20대 국회, 경제민주화를 심자!"
20대 총선 정당초청 경제민주화 정책토론회
일시 및 장소 : 2016.4.5.(화) 식목일 오후 4시 참여연대 느티나무홀(B1F)
주최 :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경제민주화와먹고사는 문제해결을 위한 乙들의 총선연대
후원 : 2016 총선시민네트워크
사회 : 김성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
발제1 : 다시 경제민주화, 20대총선, 20대국회에 바란다
김남근 경제민주화전국네트워크 정책위원장
발제2 : 을들의 국회의원, 을들을 위한 정책, 을들에 의한 입법
신규철 전국을살리기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
토론1. 더불어민주당 비례후보 제윤경
토론2. 국민의당 비례후보 채이배
토론3. 정의당 비례후보 이정미
토론4. 노동당 정책실장 장흥배
토론5. 녹색당 종로구 국회의원 후보 하승수

누가 지방자치의 품격을 훔쳤을까?

이병관 청주경실련 정책국장
2017년은 포털 사이트 메인화면에 청주와 충북 소식이 유달리 많이 등장했다. 끔찍한 살인사건, 어처구니없는 교통사고, 아동학대, 성직자의 추태 등 우리 지역 소식이 이렇게 전 국민의 관심을 받았던 적이 또 있었던가 싶다. 아쉽게도 모두 안 좋은 내용뿐인데, 여기에 정치인과 공무원이 빠지면 섭섭했던 것일까?
지방자치를 꽃피워도 모자랄 판에 단체장, 지방의회 그리고 공무원들이 합심(?)하여 지방자치 무용론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들에 관한 한심한 뉴스를 들을 때마다 주민들은 지방의원은 없는 게 낫다, 다시 옛날처럼 단체장을 중앙에서 임명해라, 공무원도 일반기업처럼 해고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 다분히 감정적인 반응을 쏟아냈고, 지방자치에 관한 합리적 논의도 점점 멀어져갔다.
청주시 공무원 비위, 그 끝은 어디인가?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을 추진했는지 강한 의구심
10월 24일 청주시청 브리핑룸에는 3~4급 간부 공무원 16명이 모여 ‘공직기강 확립 청렴 실천 서약서’를 발표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들은 공무원 비위가 다시 발생하면 엄중한 처벌을 받겠다고 85만 청주시민에게 약속했다. 이날 서약 발표는 음주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된 뒤 음주 측정을 거부했다가 입건된 상당구청장 사건이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 사건 이전에 이미 청주시 공무원들의 비위와 일탈 행위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많이 발생했었다.
건축업자로부터 1천500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40대 공무원이 구속됐고, 또 다른 공무원은 시청 사무실에서 집기를 내던지고 간부 공무원을 폭행했다가 파면됐다. 폭행을 당한 간부 공무원은(꼭 폭행 때문이라고 할 순 없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른 사건으로 한 명이 또 자살해 올해만 청주시에선 공무원 2명이 자살했다.
상가 건물에서 스마트폰으로 여성의 신체 일부를 몰래 촬영한 30대 공무원은 불구속 입건돼 파면됐고, 작년에 속칭 ‘보도방’을 운영한 혐의로 적발된 30대 공무원은 경찰 수사를 받다가 결국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한 간부 공무원이 이재민 구호물품을 자신의 고향 경로당에 전달했다 적발된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까울 정도다.
공무원에 관한 비리·비위 사건은 늘 있었지만, 올해만큼 많이 터졌던 적도 없었다. 충북을 대표하는 기초단체인 청주시가 ‘비리집단’이 된 원인에 대해선 여러 분석이 나온다.
청주시는 2014년 7월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됐지만, 기존의 시청 직원과 옛 군청 직원들이 여전히 융합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인사 적체가 심각해 직원 간 경쟁이 심하고, 서로 음해성 투서가 난무하는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여기에 허술한 감사 시스템도 한 몫 했다. 청주시 정도 규모의 도시면 외부 전문가를 감사관으로 채용해야 하는데, 내부 직원을 임명하여 ‘제 식구 감싸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과연 이러한 공무원들이 시민의 입장에서 행정을 추진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

이승훈 청주시장 직위 상실
시장의 리더십 부재 → 공무원 일탈?!
이승훈 청주시장은 11월 9일 결국 시장직을 상실했다. 대법원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시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그는 통합청주시(2014년 7월 출범)의 첫 수장에 올랐지만 임기 내내 정치자금법 위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했다. 민선 청주시장 가운데 중도에 낙마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2016년 2월 29일 검찰의 기소로 재판에 넘겨진 이 시장은 대법원 선고까지 1년 9개월 동안 모두 13차례 재판을 받았다. 당선 이후 시정을 챙기기보단 재판 준비로 더 바빴을 이 시장의 리더십이 제대로 작동했을 리 없다. 공무원들이 법원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시장의 지시를 새겨 들었을까?
어떤 의미에서 보면 공무원은 단체장 하기 나름이다. 공무원에 대한 많은 비판이 존재하지만 그들은 시민이 뽑은 단체장의 의중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공무원들의 속마음이야 어떠하든 박원순 이후의 서울시, 이재명 이후의 성남시 공직사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 청주에선 이들 두 지역에 더해서 김승수 전주시장에 대한 미담(!)도 회자되고 있다. 아무래도 청주와 규모가 비슷한 도시라서 모범사례로 삼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다시 청주시 상황을 돌아보면 암담하다. 시장은 재판 중이었고, 공무원은 비위 사건의 중심에 있었다. 청주시는 청원군과 통합된 이후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전국에 모범적인 도시의 모습을 만들 기회가 있었지만 그러질 못했다.
‘레밍’으로 시작하여 ‘늑대’로 끝난 도의원의 ‘아무말 대잔치’
함량 미달 의원, 그리고 그런 의원을 계속 배출하는 정당
올해 여름은 오랜 가뭄으로 말 그대로 타들어가는 심정으로 하늘을 원망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러던 중 7월 16일 청주를 비롯하여 몇몇 지역에 집중폭우가 쏟아져 정반대의 이유로 하늘을 원망하게 됐다. 여기까지는 자연재해라 어쩔 수 없었다 치더라도, 기상청의 잘못된 예보와 우왕좌왕했던 청주시의 행정처리에 시민들은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모든 안 좋은 상황을 단 한 명의 충북도의원이 ‘별 것 아닌 일’로 만들어버렸다. 청주가 최악의 물난리를 겪은 후 시민들과 공무원, 군인을 비롯해 타 지역에서 온 자원봉사자들이 수해복구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던 와중에, 충북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속 김학철, 박한범, 박봉순, 최병윤 의원 4명은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났다. 청주의 물난리 소식도 전국 뉴스에서 비중 있게 다뤄졌지만, 이들 도의원에 관한 소식은 온 나라를 들끓게 만들었다.
연수 국가에 도착한 후 김학철 도의원(행정문화위원장)이 국내 여론이 좋지 않은 것과 관련해 진행된 인터뷰 발언이 알려지면서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그는 방송사와의 통화에서 외유성 유럽 연수에 대해 비판하는 국민들에 대해, 그 유명한 ‘레밍(들쥐)’ 발언의 막을 올렸다. 박근혜정부 시절 논란이 된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국민은 개돼지’라고 했던 발언의 뒤를 이어, ‘레밍’은 국민을 모독하는 대표적인 동물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지난 3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해서도 탄핵 찬성 국회의원들을 ‘개’로 비유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당시 “국회에 250마리의 위험한 개들이 미쳐서 날뛰고 있다”고 발언해 도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됐지만 징계를 받지는 않았다.
함께 연수를 떠난 네 명 중 더불어민주당 최병윤 의원은 7월 25일 의원직 사퇴를 발표해 일단락됐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 3명은 본인들을 제명시킨 조치가 과하다며 재심을 청구하는 등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김학철 의원의 ‘아무말 대잔치’는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
충북도민과 충북도의회의 명예를 실추한 의원들에 대해 연일 도민들이 나서 징계를 요구했지만, 충북도의회는 묵묵부답,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 그러다 결국 9월 4일 충북도의회는 윤리특별위원회를 열어 박한범, 박봉순 의원에겐 공개사과를, 논란의 중심에 있던 김학철 의원에겐 30일 출석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처분을 내렸다.
김학철 의원은 자신에 대한 징계가 내려지는 그 날까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9월 11일 도의회 본회의에서 사과 발언을 하며 도민을 늑대에, 자신은 늑대를 이끄는 우두머리에 비유하여 또 다시 분란을 일으켰다. 레밍으로 시작한 막말을 늑대로 끝낸 셈이다. 이후 그는 행정문화위원장 직을 사임하고 교육위원회로 이동하여 다시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인간으로서 기본 도리를 모르는 자에게 어찌 충북의 아이들 교육을 맡길 수 있는지 기가 찰 노릇이다.
유권자의 품격 = 지방자치의 품격
그럼에도 개혁을 멈추지 말아야
도대체 이런 공무원과 단체장, 도의원은 어떻게 해서 탄생하게 된 것일까? 어째서 그들은 일반 시민들의 기대치에서 이토록 멀어졌을까? 그들에겐 품격이 원래 없었던 것일까, 있었는데 없어진 것일까?
우선 함량 미달인 후보를 공천해 선거에 당선되도록 한 정당의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도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떠났다는 것은 ‘가도 괜찮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고, 거기엔 도민을 두려워하기에 앞서 소속 정당에서 문제 삼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는 뜻이다. 또한 막말을 해도 유권자들이 곧 잊을 것이고, 오히려 본인의 이름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인의 막말은 계속 되고 있다.
2014년 이승훈 청주시장(현 자유한국당)의 당선에는 당시 야당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 세월호 참사 직후라 집권당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했었고, 안전한 사회를 지향하는 열망도 높았으며, 그 연장선에서 정치변화에 대한 요구도 컸지만, 지방정치에서 보여준 당시 야당의 모습은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지 못했었다.
그랬던 야당이 지금 여당이 되어 2018년도 지방선거를 준비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청주나 충북에선 새로운 인물이 그다지 보이질 않는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당에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지 않는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새로운 정권이 지방에선 토호 세력의 정권 유지에 이용되는 것이 아닐까 심히 우려스럽다.
사실 이렇게 하면 올바른 지방자치가 구현될 것이란 뾰족한 묘안은 없다. 선거제도와 정당 개혁에 대한 논의도 많이 있었고, 유권자의 의식을 바꾸려는 노력도 많이 있었다. 그럼에도 지방자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히 크다.
하지만 ‘불만이 많다’는 것을 ‘문제가 더 많아졌다’는 것으로 해석하진 않았으면 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많이 높아졌고 그것은 촛불혁명의 원동력이 됐다. 유권자의 수준이 높아졌으므로 당연히 기대치도 높아졌을 터인데(기대치가 낮으면 불만을 가질 이유도 없다), 지금의 상황은 그런 기대치에 정치권과 공직사회가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따라서 우리는 지방자치가 더 나빠졌다며 좌절하여, 옛날이 더 좋았다는 식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할 일은 올바른 지방자치를 위해 지금까지 해왔던 개혁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며, 지방자치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도 계속 높여나가는 것이다.
참여연대(공동대표 법인·정강자·하태훈)는 오늘(3/8, 화) 민생과 평화, 민주주의와 인권보장을 위해서 20대 총선에서 다뤄져야 할 52개 정책과제를 발표했습니다.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정책과제는 크게 3대 분야 52개 과제로, 서민 생존권과 경제민주화를 위한 25개 정책과제, 한반도 평화와 미래를 위한 9개 정책과제, 민주주의와 인권보장을 위한 18개 정책과제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52개 정책과제 전체 보기 (클릭)
이 중, 행정감시센터에서 제안하는 정책과제는 ▲ 테러방지법 폐지와 국정원 개혁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또는 상설특검 설치 ▲ 정부위원회 회의록 공개 의무화 ▲ 독립적인 반부패 및 공직윤리 전담기구 설치 등 4개입니다.
정책과제4. 독립적인 반부패 및 공직윤리 전담기구 설치
1) 현황 및 문제점
● 2001년 6월 부패방지법 제정과 함께 대통령 소속기구인 부패방지위원회(2005년 7월 국가청렴위원회로 개칭)가 설립되었으나,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국가청렴위원회, 국민고충처리위원회, 행정심판위원회를 통합,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를 출범시킴. 관련성이 적은 세 기관의 통합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업무의 명료성이나 반부패 관련 총괄기구로서의 위상과 의미가 약화됨.
● ‘퇴직 공직자 취업제한심사제도’의 경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국회, 대법원 등 퇴직 공직자의 소속기관에 따라 제 각각 취업제한 여부를 심사하다보니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려움. 이들 위원회는 각각 인사혁신처, 시․군․구청, 국회 사무처의 공무원들이 사실상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독립성도 취약하고 ‘제 식구 감싸기’ 유혹에 빠지기 쉬움.
● 세월호 사건에서 드러난 공직사회 문제는 공직자들이 퇴직 후에 이해충돌이 있는 기관에 무분별하게 취업한다는 점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감독에 실패했다는 점임. 따라서 여러 곳에 나누어져 있어 효율적이지도 않고, 독립성과 전문성도 취약한 공직윤리 관리체계를 바로 잡아야 함.
2) 실천과제
①독립성을 갖춘 반부패 및 공직윤리 전담기구 설치
●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행정심판과 국민고충처리 기능을 분리하여, 부패방지와 공직윤리를 전담하는 조직으로 재편하고, 일반적인 부패뿐만 아니라 이해충돌회피, 공직자재산등록, 주식백지신탁 등 각종 공직윤리(부패) 관련 업무 등을 전담함.
● 반부패 및 공직윤리 전담기구의 소속을 국무총리 소속에서 대통령 소속으로 이관하여 공직 사회 전반에 대한 반부패와 공직윤리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인사혁신처의 공직자 윤리위원회 관련 업무 및 국무총리실의 공직윤리 감찰관련 기능 등 행정자치부와 각급 기관에 분산되어 있는 공직윤리 감독기능을 반부패 및 공직윤리 전담기구로 이관함.
담당부서 : 행정감시센터(02-723-5302)
2018년 3월, 희망제작소는 평창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성산동으로 보금자리를 옮깁니다. 새 터전에서 희망제작소는 ‘모든 시민이 연구자인 시대’를 실현하려 합니다. 생활 현장을 실험실로 만들고, 그 현장에서 뿌리내리고 있는 시민이 연구자가 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2006년부터 2017년까지 수송동과 평창동에서 희망제작소는 여러 실험을 했고, 이를 통해 많은 시민을 만났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 사회의 어떤 요구에서 탄생했을까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시민과 함께 어떤 변화를 만들었을까요?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의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글은 총 다섯 번에 걸쳐 연재됩니다.
* 밀레니얼세대(millenials) :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정보기술(IT)에 능통하며 대학 진학률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2007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사회에 진출해 고용 감소, 일자리 질 저하 등을 겪어 평균 소득이 낮으며 대학 학자금 부담도 안고 있다. 이 때문에 결혼을 미루고 내 집 마련에 적극적이지 않다. (출처 : 박문각 시사상식사전)
[기획연재] 밀레니얼세대 다이어리 : ① 내 고향은 ‘식민지’?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나 역시 김지영 씨와 마찬가지로 1980년대에 태어났다. 다른 게 있다면 그녀는 대도시, 나는 농어촌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는 점이다.
믿기 힘든 이야기지만, 내 고향에는 그 흔한 슈퍼 하나 없었다. 대신 이장님이 가정집 한 편에 생필품을 대량으로 사두고 마을 사람들에게 되팔곤 했다. 버스는 하루에 5번 정해진 시각에만 오갔다. 혹여라도 늦잠자서 첫차를 놓치는 날에는 1시간을 걸어 등교해야 했다.
차를 타고 50여 분 달려야 당도할 수 있는 ‘시내’라고 불리는 곳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도 그곳에는 작은 규모나마 병원과 슈퍼, 음식점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따라 장이라도 보러 가는 날에는 신세계를 경험한 것처럼 길거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불편은 당연한 것?
고등학교 입학 후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아버지가 암으로 쓰러지셨다. 아버지는 한 달에 한 번씩 항암 치료를 위해 서울에 있는 병원을 찾았다. 치료가 끝난 후에도 추적 관찰을 위해 정기적으로 병원에 가야 했다. 병원에 가는 날에 아버지는 다른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이동에만 왕복 다섯 시간, 대기와 진료시간까지 합치면 일곱 시간이 넘게 걸리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해야 했기 때문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보호자 역할로 아버지 따라 병원에 가는 날에는 다른 약속을 잡을 수 없었다. 평생을 시골에서만 자라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게 됐지만, 그곳이 어떤 세계인지 살필 겨를 없이 병원만 찍고 집에 돌아가기 바빴다. 우리 부녀의 하루는 돌아볼 여유 없이 그 어느 때보다 잽싸게 지나갔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대도시로 ‘유학’을 가게 됐다. 고향에는 4년제는 물론 2, 3년제 대학도 없으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처음으로 부모님 곁을 떠나 자취라는 것을 하게 됐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친구들보다 생활비가 배로 들었다. 부모님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는 생각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다. 고달픈 생활이 이어졌지만 ‘유학’ 온 입장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당연하지 않았다
그 ‘어쩔 수 없다’는 생각에 의심을 품게 된 것은 친구가 아프면서부터다.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의 병원에서 이상 징후 소견을 들은 친구는 그다음 날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했고 한 주 뒤부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는 병원으로 향했다. 진료 후에는 영화 한 편을 보고 애인과 데이트도 했다. 밤늦은 시간에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며 책을 읽는다고도 했다.
친구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루를 꼬박 반납하면서 아버지와 서울 병원을 오갔을 때가 떠올랐다. 미묘한 이질감과 박탈감이 몰려왔다. 돌이켜보니 병원뿐만이 아니었다. 수능시험을 본 후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겠다고 서울에 갔던 때를 떠올렸다. 공연 관람비는 2만 원이었지만 왕복 교통비는 4만 원에 달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 하지만 서울에서는 왕복 2천 원이면 공연장과 집을 오갈 수 있다 했다. 내 고향에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 하지만 서울에는 4년제만 해도 60여 개에 달한다.
아! 이상해도 너무 이상하다.
그렇다.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은 당연한 게 아니었고, 어쩔 수 없다고 여기던 것들은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교육, 의료, 문화, 일자리 등 내 삶의 궤적과 직결된 모든 것이 대도시, 특히 서울에 집중돼 있었다. 그렇다보니 지역에서 나고 자란 내 생활은 철저히 대도시에 종속될 수밖에 없었다. ‘지방은 식민지다,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식민지의 삶은 ‘여전히’ 유효
지금 내 일터는 서울에 있다. 생활터전 역시 서울이다. 부모님은 대도시에서 일하는 자식을 자랑스러워 하시지만, 화려한 싱글은 영화에서나 가능할 뿐 1인 가구의 삶이 녹록할 리 없다. 언제라도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과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가서도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아 망설이고 있다.
이제는 병원에 가기 위해 하루를 꼬박 쓰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왕복 3천 원의 교통비로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보러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끝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이는 내가 과거에 경험했던 것들을 그대로 겪고 있을 것이다. 주체와 대상만 바뀔 뿐 현상은 그대로다. 근본적인 것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식민지의 삶은 유효하다.
그간 지역 격차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역대 정권의 빠지지 않는 공약과 과제였다. 하지만 성과는 늘 미약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지방분권을 핵심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헌법 개정안에 이를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도시에서 나고 자란 대부분의 친구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이 사안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지방자치가 시행된 지 몇 년이 되었고, 국세와 지방세 비율이 8대 2라서 뜯어고쳐야 한다는 말은 나에게도 어려운 내용이다. 하지만 지방분권, 즉 분산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런 설명 없이도 잘 알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 온 지역 간 격차가 체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
민선 5기 이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분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곳이 지방정부이다보니, 현안에 따라 기민한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 성과도 있었다. 포켓몬고 게임이 속초, 고성, 양양 등지에서만 가능하던 때에, 속초시는 이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했고 해외에 ‘속초’라는 지역을 널리 알렸다. 전주시는 ‘한옥마을’이라는 자산을 근처 남부시장과 엮어 전통시장 살리기에 성공했다. 모두 ‘서울’이 아니라 ‘지역’에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당장 많은 것을 바꾸거나 격차를 한순간에 줄일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과 중앙에 몰려있는 것들을 분산하려 계속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그 출발이 지방분권이 되길 바란다. 이번에는 부디 용두사미로 끝나지 않기를. 내 고향이 더는 식민지라는 단어와 엮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붙임.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나는 농어촌에서 나고 자란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곳에서 얻은 소중한 추억은 내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다.
지역 간 격차는 한국 사회의 고질적 문제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1960년대에 한국에서 미국 외교관으로 활동한 그레고리 헨더슨은 “파리가 곧 프랑스이듯이, 서울이 곧 한국이다”라며 모든 것이 중앙에 집중된 한국의 현실을 꼬집기도 했지요.
희망제작소는 2006년 창립 이래, 지역 문제에 꾸준히 천착해 왔습니다. 지역은 우리 삶의 자양분이고 국가의 중심이며, 지역이 살아야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역과 중앙의 균등한 발전을 도모하고 지방자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한 활동을 꾸준히 진행했습니다.
* 대표 활동
– 목민관클럽 : 지방자치 혁신을 고민하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연구모임입니다. 정기포럼과 소식지 발간 등으로 서로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으며, 희망제작소가 사무국을 맡고 있습니다. (자세히 보기)
– 협치 아카데미 : 지역의 정책을 기획하고 만드는 데 주민과 행정이 함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협치 아카데미와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했습니다. (사례 보기)
– 지방분권 매니페스토 운동 :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방분권을 위한 7대 과제 실천서약(매니페스토) 운동을 펼쳤습니다. 약 120여 명의 여야 후보가 서명하였습니다. (자세히 보기)
– 주민참여예산교육 : 2011년 지방재정법 개정으로 주민참여예산제도가 의무화되었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주민이 더욱 쉽게 제도를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매해 각 지역 특성에 맞춘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례 보기)
– 지역리더교육 : 통·반장, 자치위원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스스로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을 지원했습니다.
– 목민관학교 : 지역을 새롭게 변화시키려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 교육감과 교육의원 출마 희망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아카데미입니다. 2008년부터 총 7기에 걸쳐 프로그램을 운영하였고, 약 170여 명의 역량 있는 지역사회리더를 발굴, 양성하였습니다. (사례 보기)
* 이 글에 등장하는 인물, 설정 등은 실제와 무관하며, 현실에 기초하여 창조되었음을 밝힙니다.
– 글 : 최은영 | 커뮤니케이션센터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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