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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일성 만세' 대자보, 내가 다시 붙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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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일성 만세' 대자보, 내가 다시 붙이는 이유

익명 (미확인) | 수, 2015/12/09- 11:41

지난 7일 '미디어오늘'에 경희대, 경찰 전화받고 학생 대자보 뗐나 라는 기사가 실렸습니.  한 학생이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를 대자보에 옮겨 적고 학교에 게시 했는데 경희대학교 측에서 학생 동의를 받지 않고 대자보를 수거했다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이에 박진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시민교육 강사(다산인권센터 활동가)가 다시 미디어오늘에 글을 보냈습니다. 다음은 그 글의 전문입니다. 


'김일성 만세' 대자보, 내가 다시 붙이는 이유


경희대 재학중인 김수영이라는 학생이 김일성 만세라는 글을 썼다 한들, 대학은 글을 읽어야지 글을 찢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대학은 게시물을 철거했다. 소위 외부에서 우려스러운 문의가 온 후 딱 십 분 만에 떼었다 한다. 그것도 후마니타스 칼리지에서 벌어진 일이다.

심지어 우려스러운 문의는 경찰 신분을 밝힌, 경찰 관계자라는 것이 밝혀졌다. 그러니 학내의 대자보를 경찰 전화를 받고 십 분 만에 떼어버린 일이 대학에서 벌어졌다. 무덤 속의 김수영이 벌떡 일어서 다시 김일성 만세를 외칠 일이다.

 

언론을 통해 접하고서, ‘라도 학생에게 사과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자랑스럽다 말하고 싶었다. 표현의 자유가 시르죽고, 살아난 독재의 칼날이 시퍼렀다 애통해하는 시기에 김일성이름을 걸고 시대에 정면 도전한 학생이 있으니, 후마니타스의 교육 목표는 당신으로 인해 이미 이루었다, 뿌듯하다 말하고 싶었다. 몇 년 동안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시민교육에 몸담으며 학생들을 가르친, 선생이라 말하기도 부족한 라도 말이다. 비록 직접 가르친 학생은 아니더라도 몸담고 있는 교육터전에 당신과 같은 학생이 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말해주고 싶었다.

 

탁월한 개인, 책임 있는 시민, 성숙한 공동체 성원을 양성하는 것이 후마니타스칼리지의 교육목표다. 탄탄한 교양의 기초 위에 쌓은 자신의 지식으로 사회에 크게 기여하고, 세계로 열린 시야를 통해 지구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미래인재.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이야말로 21세기가 요구하는 대학의 미래다.”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육목표 중

 

그러나 안타깝게도 후마(후마니타스 칼리지)의 행정실이 당신의 대자보에 손을 댔다. 경희대 구성원의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변명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김수영이라는 학생이 쓴 시로 오인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 조차 이해하기 힘들다.

텍스트만 제대로 읽어도 학교는 이러한 천재적 학생이 있구나 하며, 자랑스러워했어야 했다. 합리와 이성이 무덤으로 갔는가, 왜 이 시가 우려스러운지 나는 알지 못하겠다. 김수영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정말 읽히지 않는지,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것이 의심스러울 뿐


               (사진출처: 미디어오늘)


김일성 만세


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

시인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만세

韓國言論自由出發은 이것을

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

관리가 우겨대니

나는 잠이 깰 수밖에

 

(-1960년 김수영 <김일성만세>)

 

오늘 그 부끄러움을 대신하기 위해 국제캠퍼스, 당신의 동료 시민과 학생들이 있는 멀티미디어관에 대자보를 게시할 예정이다. 예의 김수영의 시를 써서 붙일 생각이다. 국제사회가 비난하는 국가보안법에 정면으로 질문을 던질 것이며, 도대체 무엇을 불온하다 막는지, 이 정권에게 그리하여 위축된 학교와 시민사회에 이야기를 걸어볼 생각이다.

 

그리하여 논란을 불사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이 강사까지 나서 김일성을 찬양했다비난하는 글을 쓸지라도 각오하고, 불화의 맞불을 놓는다. 나는 아직 우문(愚問)에 현답(賢答)을 내놓을 자신은 없다. 다만 달을 가르키니 손끝만 보는 당신들을 걱정한다는 대답을 미리 드린다.

 

시민교육 강의하며, 늘 빚진 기분이었다. 치열한 인권현장을 오가며, 일주일에 단 한번 당신들을 만났다. 당신들은 늘 미래에 대한 고민과 격정으로 빛나는 청춘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당신들의 열정과 진심에 빚졌었다. 너덜너덜해진 마음은 당신들로 인해 다독여졌었다.

 

그건 당신들의 존재만으로 가능했다. 그걸 갚을 기회를 주어서 고맙다. 나는 적어도 당신들이 혼자 분투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당신들 곁에는 당신들과 뜻을 같이하는 선생들이 분명 있다. 후마가 대자보를 떼었지만, 여기 당신들 곁에 선생들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


2015.12.9 

박진(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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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만세' 대자보, 내가 다시 붙이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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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다음 한 발이 절벽일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도 제 스스로도 자신을 어쩌지 못해서 껍데기 밖으로 기어이 한 걸음 내딛고 마는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최규석의 만화 <송곳>을 보는 내내 아는 얼굴들을 떠올렸다. 손색없는 꼰대들의 하나 마나 한 조언이 유일한 정답인 현실에서 어떤 이들은 부당함을 참지 못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타인의 고통을 모른 척할 수 없었기 때문에, 어떤 이들은 떠밀린 그곳이 벼랑 끝이었기에 시대의 한복판으로 나왔다. 내가 아는 ‘송곳’의 ‘이수인’… 들은 그랬다. 허세 가득한 비겁하고 지리멸렬한 세상에서, 유독 송곳처럼 삐져나와버린 사람들. 얼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다 책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그들의 고단함이 고스란히 기억났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이수인들, 고구신들

일러스트레이션 김대중

부진노동상담소의 ‘고구신’도 아는 사람이었다. 풀처럼 단단히 뿌리내리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이 모래처럼 쓸려나가는 현실을 ‘참지 말라’ 조언하는 사람. 그 운명들이 어떻게 부서지는지 번번이 보면서 그럴 때마다 ‘참으라 할 것을 그랬을지 모른다’고… 쓴 소주를 마른 위장에 부으며 스스로 벌주는 사람. 모든 신호등이 꺼져 있는,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차들 사이에서, 사람이 있는 걸 알면서도 외면하고 달리는 그곳에서, 도로에 갑자기 뛰어든 토끼나 고라니 같은 사람들의 손을 잡고, 그이들의 두려움이 온몸을 흔들어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웃으면서 먼저 걸어가야 하는 사람. 그런 얼굴도 떠올려보았다. 어쩌면 내 얼굴을 가장 먼저 떠올렸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수인’들과 ‘고구신’들은 남다르게 정의롭고 대단히 훌륭하지만은 않다. 그들은 자주 무능하고 가끔 무모하며 지나치게 경직되었거나 적당히 비겁하기도 했다.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권력의 정점보다 옆의 비루한 동료들을 더욱 경멸하기도 했다. 눈 감고 고개 돌리면 나 하나는 지킬 수 있는 세상과 자신의 거리를 좁혀주는 빌어먹을 지혜를 늘 주머니에 챙기고 다녔다. 주머니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지면 떠나기도 했다. 무게를 견디지 못했던 이들은 세상을 등졌다. “또 도망쳐야 하나? 도망쳐서 온 곳이 여긴데 다시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저 밖 어딘가에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되는 곳이 있을까?” 그러나 떠나든 등지든, 남든 ‘웰컴 투 더 리얼 월드’를 만난 이후 ‘이수인’들에게 세상은 이전과 같은 세상일 수 없다.

<송곳>은 헌법에만 있는, 지키려 악을 써야만 지킬 수 있는 노동3권에 대한 이야기다. 또한 “착하고 순수한 인간 말고 구질구질하고 시시한 그냥 인간. 선한 약자를 악한 강자로부터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에 대한 존중이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을 깨달은 인간, 빼앗기면 화를 내고 맞으면 맞서서 싸우는 인간들에 대한 이야기다. “아무리 두드려도 세상은 변하지 않을 거야. 이토록 부당한 세상에서 모두 왜 침묵하는지 견딜 수 없어”라고 절망하는 당신에게 이 책을 권한다.



섬에서 탈출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


푸르미 노조 조끼를 입은 ‘이수인’과 노동자들, 그리고 ‘고구신’이 당신에게 위로를 건네줄 것이다. 그들이 이겼는지 졌는지 알 수 없으나 다른 섬이 되어줄 준비가 된, 어떤 이들이 있다는 것만은 믿게 될 것이다. “섬에서 탈출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다른 섬의 존재다. 가능하면 더 나은 섬.”


2015. 5. 28 한겨레 21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원문보기>

[한겨레 21] 송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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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06/02-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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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몸살'에는...


-세월호 인권선언 풀뿌리 간담회 소식과 유해물질 알 권리 모임에 대한 소식

-다산에서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을 꾸리기 위해 남해로 떠난 허기저 활동가의 글  수록되었습니다.



몸살 7,8,9호 다운 받기

몸살78 web.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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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10/1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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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6일로 6월 임시 국회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민생과 협치를 내세운 20대 국회의 첫 임시국회에서 민생 우선과제라고 할 수있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농해수위에서 세월호 소위만 구성되었을 뿐입니다. 


그 사이 정부는 위법적으로 세우러호 특조위 조사활동을 6월 말로 종료시켰습니다. 이에 항의하여 유가족은 농성을 진행하였고,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방문하여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였습니다.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역시 기자회견과 각종 저항행동을 통해 정부의 이런 위법한 행동을 규탄하였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지난 4일부터 제헌절인 17일까지 특조위 앞에서 '법대로 하자' 릴레이 단식 시위를 진행중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함께 하고자 수원에서도 어제(7월 7일) 세월호수원시민공동행동과 인권·생명·평화·민주주의를 위한 수원공동행동 주최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강제해산과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 규탄 기자회견을 진행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많은 단체 활동가들과 시민들이 모여서 세월호 특조위를 강제로 해산하고, 참사의 진실을 가리려 수단을 가리지 않는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에 대해 비판의 날을 세웠습니다.  참가자들은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된 날 특조위 구성이 완료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주장은 특조위를 강제로 해산시키고, 참사의 진실을 감추겠다는 목적을 드러내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세월호에서 제주해군지기 공사에 쓰일 철근이 발견된 것, 이러한 목적이 벌써 폐기되었어야 할 세월호 도입에 영향을 줬다는 언론보도 등은 이 정부가 정말로 중요한 사실들을 결사적으로 감추려 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만듭니다. 


그렇다고 쉽게 포기할 우리가 아닙니다. 무고한 시민 304명이 죽고, 이 사건의 영향으로 또 다른 사람들이 죽고, 수많은 시민들이 국가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일로 국민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국가를 향한 초석이 깔리지 않는다면 도대체 또 어떤 비극이 벌어져야 그런 일이 가능해질 수 있을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포기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또한 유가족의 농성장에서 노란 리본을 빼앗아간 경찰의 행위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기자회견 마지막에 노란 리본을 함께 다는 퍼포먼스를 진행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이 개정되고, 특조위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날까지 수원지역에서도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다운 받기

세월호 기자회견 자료(2016.7.7).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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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07/08-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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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2/4분기 몸살이 나왔습니다. 

이번 몸살은 이전과는 다른 형식으로 만들어 봤는데요, 

앞면은 캘리그라피와 함께 달력으로 활용하실 수 있도록 만들었고, 

뒷면에는 간단한 소식과 다산 살림살이를 실었습니다. 

뒷면의 소식들을 읽으신 후 벽에 붙여서 달력으로 활용하시면 좋겠죠? 


처음 제작하는 형식이다 보니 이런저런 사정으로 우편배송이 좀 늦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6월이 거의 다 지나서야 6월 달력을 보내게 되었네요. 

양해부탁드리고, 다음 번에는 좀 더 시간을 잘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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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6/06/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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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어, 우리 아빠 도시락이다.” 아이는 사각형 도시락을 알아차렸다. 식당에 앉아 식사할 시간이 없어 다음 수리할 곳 가기 전, 차 안에서 까먹었던 도시락. 깨끗이 비우고 밥통과 반찬통을 헹궈놓은 뒤 박카스 한 병을 남겨둔 도시락. 상복 입은 아들은 알아보았다.( @pictureinblue페이스북 인용) 아빠는 마지막 식사를 마친 뒤, 어느 빌라 3층 추락방지용 난간에 매달린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했다. 그 난간이 무너져 자신이 추락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했지만 장 파열로 떠났다.


안전장구를 ‘할 수 없었다’


회사가 제공했을 법한 보도자료를 받아 쓴 언론은 ‘사망자가 안전모와 안전고리 등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있었던가? 안전고리를 걸 만한 지지대라고는 발 디뎠던 난간밖에 없었다. ‘왜, 고층 작업에 이용하는 사다리차를 타지 않았냐?’


수리비 3만원에 1시간 15만원이나 하는 사다리차 빌리는 것은 고객 몫이었다. 받아들이는 고객도 없지만 그렇다 한들 건당 수수료 받는 에어컨 기사에게 수리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더 낮은 임금을 감수하는 것을 뜻했다. 2인 1조로만 일했어도 괜찮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2명이 일하건 1명이 일하건 수수료는 같다. 회사는 나머지 비용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결국 2인 1조는 꿈같은 이야기다. 삼성전자서비스 AS센터에서 사망한 B씨는 그렇게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


“떨어질 때 잘 떨어져라. 만약 너희들이 죽게 되어서 창자가 터지면 폐기물 처리비 나가니까 떨어져 죽더라도 잘 떨어져 죽어라”고 말했다는 하청업체 사장 말 따위는 가진 것 없는 이들끼리 나누는 덕담이었을지 모른다. 그보다 더 잔인한 것은 위험업무를 외주화해 책임을 회피하고 도급 단가를 떨어트려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다. 안전수칙을 지킬 수 없는 구조 말이다.


2014년 전북 장수에서 전봇대 작업 도중 추락 사망한 케이블 설치기사, 2015년 안산에서 에어컨 실외기 작업 도중 돌아가신 수리기사, 모두 ‘안전장구를 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안전장구를 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생을 마감했다. 그들은 같은 이유로 죽었다.


비슷한 시기 즈음 B씨 원청회사 회장님 부고가 ‘엠바고’ 걸렸다며 하루를 흔들었다. 회사가 속한 그룹 주식은 고공행진을 했다. 일주일 사이에 노동자와 회장님이 상을 치를 뻔했다. 만약 그랬더라면, 두 죽음 사이 길은 얼마나 멀었을까.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도 위태한 건물에 매달려 툭하고 떨어져 죽은 노동자.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하나, 누구도 에어컨 실외기에 매달려 생을 마감할 이유가 없는 집안의 회장님. 생의 조건만큼이나 죽음의 조건이 다른 세상이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스무 살 청년이 죽고, 낡은 건물 외벽에서 아이 아빠가 죽었다. 업무상 위험은 하청노동자가 떠안고, 경영상 위험은 하청업체 사장이 떠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받아안은 리스크 덕에 회장님과 회장님 자녀들이 얻고 있는 시세 차익들. 그 삶과 죽음은 늘 상한가다.


생명 존엄, 이 간단한 명제도…


10대 재벌기업 사내 유보금이 550조원이라 한다. 생명을 건당 수수료로 살해하면서 벌어들인 돈이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온 나라의 곡성을 멈추기 위해서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는 명제를 지금이라도! 쓸모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어느 에어컨 수리기사의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2016. 7. 7 한겨레 21 노땡큐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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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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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07/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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