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기초법 개악 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민생보위' 해소에 부쳐
[공동성명] '기초법 개악 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민생보위' 해소에 부쳐
익명 (미확인) 님|수, 2015/12/02- 12:02
'기초법 개악 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민생보위' 해소에 부쳐
올바른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정과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은 계속 된다
<기초법 개악 저지! 빈곤문제 해결을 위한 민생보위>(이하 민생보위)는 2013년 7월 5일 출범 기자회견과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에 대한 토론회를 시작으로 2015년 11월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왔다. <민생보위>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핵심적인 문제점으로 1)까다로운 선정기준으로 인한 빈곤 사각지대 2)낮은 보장수준을 짚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급당사자의 힘을 모아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은 빈곤문제 해결에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기초생활보장법의 기본 원리를 해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으며, ‘맞춤형 복지’ 라는 미명아래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훼손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가졌다.
민생보위, 3년간의 활동
[ 2013년 ]
2013년 7월 5일, <민생보위> 출범 기자회견 및 <박근혜정부 빈곤정책, 빈곤방지인가 방치인가?>토론회
2013년 7월 24일 <민생보위 하루 워크샵>
2013년 7월~ 8월, 기초생활수급가구 가계부조사 진행
2013년 7월~ 8월, 서울 각 지역에서 <민생보위 거리 상담소> 운영, <민심이 천심이다, 기초생활수급권자 1000인위원회> 모집활동
2013년 8월 1일, <가짜 소득, 가짜 부양의무로 수급자의 목을 조르지 마라! -현장조사 없는 탁상조사 반대> 기자회견
2013년 8월 22일, 수급가구 가계부조사 결과발표 및 민생보위 요구안 마련> 토론회
2013년 8월 22일 <일방적인 최저생계비 통보 규탄한다! 최저생계비는 올리고 기초법은 제대로 바꾸자! -2013 민생보위 투쟁선포> 기자회견
2013년 8월 23일 <2013민생보위 수급권자 하루 잔치>
2013년 11월 28일, <기초법 개악저지, 장애인연금 공약이행 촉구 농성> 돌입
2013년 12월 7일,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라!> 빈민-장애인대회
2013년 12월 12일, <기초생활보장법 개악안 철회와 장애인연금 공약이행을 촉구한다!>기자회견 (공동주최: 국회의원 김용익·오제세·이언주·장하나·김미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민생보위)
2013년 12월 17일, <기초법개악저지! 장애인연금공약이행!> 결의대회
2013년 12월 31일, <부양의무제폐지, 기초법개악저지!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연금 공약이행! 여의도 농성 34일차 -장애인빈민우롱하는 박근혜정부 복지예산 규탄한다!> 기자회견
2013년 12월 31일, <기초법 개악 저지, 장애인연금 공약이행 촉구 농성> 마무리 (총 34일)
[ 2014년 ]
2014년 4월 11일, <아는 것이 힘! 우리가 배우고 기초법을 바꾸자> 교육/토론회
2014년 5월 한달간, <민생보위 기초생활보장법 선전전> 서울 각지에서 진행
2014년 7월~ 8월, 서울 각지에서 <민생보위 거리 상담소> 운영
2014년 9월 19일, <빈곤층이 말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진짜문제 증언대회>
2014년 10월 28일 <강제노동 강요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인권위 진정 기자회견>
2014년 11월 19일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합의규탄 기자회견 -기초법개정안은 세모녀를 구하지 못합니다!>
[ 2015년 ]
2015년 4월 7일, <반복지 한통속, 복지5적 규탄한다!> 기자회견
2015년 6월 20일, <민생보위 거리상담> 돈의동
2015년 7월, <복지안내 권리수첩> 발간
2015년 7월 2일, <민생보위 거리상담> 가양동
2015년 7월 11일, <민생보위 거리상담> 동자동
2015년 7월 15일, <민생보위 거리상담> 방화동
2015년 7월 25일, <민생보위 거리상담> 수서동
2015년 9월 4일, <무엇에 맞추었나, 맞춤형 개별급여?> 기자회견
2015년 9월 7일, <맞춤형 개별급여 시행 한달, 문제점과 개선과제> 수급권자 증언대회 토론회
비민주적인 기초법 개정에 맞선 당사자의 목소리
우리는 박근혜정부의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개악안’임을 밝히고, 통과를 반대했으나 2014년 12월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개정안이 수급권자들에게 많은 피해를 가져오지 않도록 시행 초기까지 감시활동을 벌이기를 결의하고, 2015년 11월 현재까지 활동을 이어왔다. 빈곤현장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는 사회시민단체 활동가와 회원들, 민생보위와 함께한 수급권자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3년간의 행보였다.
<민생보위>가 무엇보다 주력한 것은 빈곤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수집하고, 수급권자의 목소리로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과제를 도출하는 것이었다. 임대아파트 단지와 쪽방지역 등에서 거리상담을 진행하고, 수급당사자들을 위한 교육자료를 생산하며 증언대회, 토론회를 개최하는 활동은 감춰져 있던 빈곤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드러내기 위함이었다. 기준 중위소득을 비롯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내용을 결정하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는 여전히 수급 당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없다. 우리는 비민주적인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 방식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개입할 것이다.
<민생보위> 3년을 돌아보며 기억해야 할 이름들
<민생보위>가 활동을 해 온 지난 3년, 우리 곁을 떠난 이들을 다시 한 번 기억하자.
2014년 8월, 故최인기님이 세상을 떠났다. 故최인기님은 대동맥류 이상으로 혈관 이식수술을 받은 뒤 2008년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었다. 2013년 12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근로능력 있음’ 평가를 받은 뒤 정부의 ‘근로빈곤층 취업우선 지원사업’에 따라 고용센터에서 취업 교육을 받고, 집 근처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청소부로 취직했다. 일을 시작한지 2개월 만에 쇼크로 응급실에 두 차례 실려 간 뒤 복부 전체에 진행된 감염을 발견, 두 달 만에 사망에 이르게 되었다. 그는 잘못된 근로능력평가와 이의신청조차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 실태, 수급권 박탈을 빌미로 한 강제 취업 유인의 피해자다.
2015년 6월, 민생보위 당사자 위원으로 활동했던 故엄명환님(활동명: 오렌지가 좋아)이 세상을 떠났다. 젊은 신장병 환우로, 기초생활수급자로 살았던 故엄명환님은 민생보위 위원으로 활동하며 젊은 기초생활수급자들이 적은 수급비와 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생기는 삶과 미래의 제약에 대해 알렸다. 故엄명환님은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세상에 알린 젊고 아픈 이들의 삶은 우리의 과제로 남았다.
우리는 가난 때문에 세상을 떠난 이들과 민생보위와 함께 활동했던 이들을 앞으로도 기억할 것이다. 故최인기님 죽음의 책임을 밝히고, 故엄명환님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빈곤문제 해결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바로 세우기 위한 운동은 계속 된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원칙인 ‘최저생활 보장’과 ‘전 국민의 권리’는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민생보위 활동을 통해 작지만 중요한 희망을 발견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당사자의 목소리를 통해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해갈 수 있으며, 이를 지키고 바꾸기 위한 힘은 앞으로도 모일 것이라는 점이다.
<민생보위>는 수급권자의 목소리는 쏙 빠진 비민주적인 중앙생활보장위원회, 즉 <중생보위>에 맞서 당사자의 목소리를 조직하고 스스로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추운 겨울 여의도에서의 34일 농성을 지킨 힘, 매년 여름 무더위 속에서도 수급권자가 스스로 수급권자를 만나며 상담하고 설득했던 힘,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해 스스로 배우고 스스로 바꿔야 한다고 외쳤던 힘은 빈곤문제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다. <민생보위>는 2015년 해소하지만 빈곤문제 해결과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바로세우기 위한 노력은 계속 될 것이다.
환한 대낮인데도 방안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꽤나 가까이 다가앉았지만 짙은 어둠 때문에 표정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꺼져버린 전등을 대신해 틀어놓은 텔레비전 화면이 너무 밝아서일까. 등지고 앉은 어르신의 어깨가 유독 좁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이 어둠에 적응하는 동안 어르신 역시 낯선 이들의 방문에 익숙해진 듯했다. 약봉투를 들었다 놨다 하며 한참동안 말을 아끼던 민창기(가명/72세) 어르신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전에 비가 왔는데 갑자기 지지직거리더니 그때부터 불이 안 들어오더라고. 주인이 월세 올려달라고 할까봐 말도 못 꺼냈어. 하루 종일 텔레비전 틀어놓고 사는 거야. 걷기도 힘들고 어디 가서 오래 앉아있지도 못해. 어차피 밖에 나가질 못하니까 텔레비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지 뭐. 매일 도시락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외롭지는 않아. 그래도 이번 추석에는 속이 좀 상하더라고. 자식들이 찾아오는 건 기대도 안 했지만 혹시 전화라도 할까 기다렸거든. 혼자 많이 울었지.”
고속버스 운전기사로 전국을 누비며 남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풍족하진 않아도 가정은 화목했고, 자녀들도 큰 사고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하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게 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세상을 원망하며 끼니 대신 술을 들이켜고, 정처 없이 걷다가 길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꼬박 3년이 흘렀다. 굳게 마음을 다잡고 어렵사리 정화조 청소업체에 일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간신히 수술은 받았지만 이미 수척해진 몸은 쉬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 가면 영양가 있는 걸 챙겨먹으라고 하는데 없는 살림에 그게 쉽나. 나라에서 받는 돈으로 월세 내고 전기세 내면 약값 내기도 벅차. 돈도 돈이지만 뭘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니까 밥도 잘 안 챙겨먹게 되더라고. 복지관에 신세를 많이 지고 있지. 매일 도시락도 가져다주고 생계비도 챙겨주고. 복지관 때문에 살고 있는 거야. 고맙고 또 고마워.”
재가 서비스로 마음 치유하고, 생계비 지원으로 희망 키우고
아름다운재단은 2006년부터 ‘홀로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창기 어르신처럼 가족의 돌봄 없이 홀로 생계를 이어가는 복지 사각지대 어르신들에게 최대 3년간 매달 10만 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8년부터는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와 파트너쉽을 맺어 사업의 전문성을 높였다. 2014년 새롭게 선정된 지원대상자는 99명으로, 민창기 어르신은 아름다운재단과 파트너인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와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를 통해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다.
사실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민간 지원제도는 여럿 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의료비 등 지출용도 제한 없이 현금으로 지원하는 곳은 아름다운재단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배소희 사회복지사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방식에 대해 ‘생명을 잇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 배소희 사회복지사
“기초수급 어르신들은 매달 40만 원가량을 생활비로 지원받기 때문에 아껴 쓰면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세요. 하지만 차상위 어르신들은 의료비 혜택만 받기 때문에 기초연금으로 생계를 해결하셔야 해요. 적게는 10만 원, 많아야 20만 원 수준이다 보니 넉넉한 건 아니에요.
월세 내고 각종 공과금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돈이죠. 이분들에게 현금으로 지원되는 생계비는 자기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금쪽같은 돈이에요. 돌봐줄 가족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 독거 어르신들에게 3년간 정기적으로 지원되는 현금은 그야말로 생명줄이자 삶의 끈인 거죠.”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는 현재 55명의 지역 어르신에게 재가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기 전 거동이 가능한 독거 어르신이나, 장기요양 등급을 받았음에도 서비스를 받지 않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직접 집으로 방문해 불편한 점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활환경을 살피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그중에서도 민창기 어르신은 중점관리대상으로 꼽힌다. 단순히 아름다운재단 지원대상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생계비 전달 등 센터의 모든 행정업무를 도맡고 있는 이현주 회계원은 건강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 이현주 회계원
“소화기 계통이 안 좋은 경우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거든요. 센터에서 관리하는 어르신 대부분이 노인성 질환이나 지병이 있긴 하지만, 민창기 어르신은 특히 위암 수술 이후 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계셔서 조금만 관리가 소홀해도 위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춘천남부노인복지관에서 주중에 매일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어르신이 잘 계시는지 확인하고, 센터에서도 매주 밑반찬이나 간식을 가져다 드리면서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편도가 부어서 고생을 하셨는데, 그래도 병환이나 연세에 비해 인지가 명확하시고 삶에 대한 의지도 높은 편이세요. 항상 저희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오히려 건강한 모습을 뵐 때마다 저희가 감사드리고 있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후는 젊은 세대의 가까운 미래
배소희 사회복지사는 5년 전까지 일본에서 ‘개호사’로 근무했다. 개호(介護)는 곁에서 돌봐준다는 뜻으로 노인을 위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우리의 요양보호사와 같은 맥락이다. 2008년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이보다 8년 앞서 시작된 일본의 개호보험을 상당부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배소희 사회복지사는 한국의 재가노인복지 현장에서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요양보호사라고 하면 한국에선 40~50대 중년여성들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20대 청년들이 대부분이에요. 젊은 사람들이 손에 꼽는 직업일 만큼 일본의 노인복지산업은 규모 면에서나 시스템적으로 체계가 잘 되어 있어요.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 발전해야 할 영역이 많은 것 같아요.
재가복지 분야만 보더라도 지역별로 예산이나 사업에서 편차가 크거든요.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겠지만, 더 많은 어르신들이 보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소통과 공감의 노력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허언이 아니다. 실제로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는 요즘 재가복지서비스 대상자를 현 55명에서 연말까지 60명으로 확대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단 한명을 발굴하는 데만 해도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고된 작업이다. 그런다고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배소희 사회복지사는 매일 발을 동동 구르며 춘천 시내를 누비고 다닌다.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이 꼭 필요한 어르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더 많은 어르신들이 절망 대신 희망을 품고 남은 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제도적인 한계는 있는 법.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 어르신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아름다운재단이 더욱 절실한 것은 그래서다.
“누군가에게 1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독거 어르신들에게 10만 원은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사실 걱정이 돼요. 매달 받던 10만 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때 그 상실감을 어떻게 견디실까 하고요.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어르신들이 전과 다름없이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돕는 건 현장에 있는 저희들의 몫이겠지만, 가능하다면 계속 지원이 되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너무 훌륭한 일을 해주시고 있지만, 비단 생계비 지원뿐만 아니라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 어르신들의 노후는 곧 우리들의 가까운 미래이기도 하니까요.”
글. 권지희 | 사진. 임다윤
[사회적 돌봄] 배분사업이 바라보는 복지는 '사회로 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 입니다. 주거권, 건강권, 교육문화권, 생계권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케토톱홀로사는노인지원기금]은 아무도 찾아 와 주지 않는 단칸방에서,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냉장고 대신 방문 앞 조그만 계단에 음식을 보관하는 홀로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금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은 생활보호법과 비교할 때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 제도이다. 그 중 가장 꼽히는 것은 생활보호법은 시혜성 급여의 성격을 갖는다면 기초법은 권리성 급여라는 것이다. 헌법상의 생존권적 기본권의 보장, 전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실천적인 정책수단으로 기초법이 작동하는 것이다. 때문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든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이고, 이를 수급권자라 한다. 그런데 수급자 즉, 급여를 받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비율 이하여야 하고, 동시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다 하더라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는 자여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아무리 가난해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수급권자의 1촌 이내 직계혈족과 배우자가 부양능력이 있으면 수급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들을 우리는 비수급 빈곤층, (보호의)사각지대라 칭하는데, 그 규모가 2015년 기준 93만 명(63만 가구)이나 된다. 비수급 빈곤층의 존재가 기초법의 한계, 전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는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의 출발점이 된다. 그 심각성을 더하는 것은 비수급 빈곤층의 80%가 노인이 포함된 가구라는 점이다. 따라서 ‘비수급 빈곤층 = 노인빈곤가구’라 할 수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생활보호법 제정시부터(1962.1.1)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할 능력이 없는 경우(제3조제1항)”로 적용되고 있었고, 같은 해 7월 시행령에서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를 1. 남자로서 연령 65세 이상인 때 2. 부녀자로서 50세 이상인 때 3. 심신장애로 인하여 근로능력이 없을 때 등으로 한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현재에 이르고 있으니, 우리나라 빈곤정책 역사와 같이 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갖고 있어서 일까? 부양의무자 기준은 그 동안 17회의 개정(완화)과정을 거쳤지만 그때마다 완화 반대에 부딪혀 상당한 진통을 겪어왔고, 다른 한편으로는 보호의 사각지대를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대선 국면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은 ‘완화’가 아니라 ‘폐지’의 문제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보수진영의 후보를 시작으로 모든 후보들이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를 공약하였다(홍준표 제외). 뿐만 아니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이에 문재인 정부도 후보시절 공약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이행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폐지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조만간 가시적인 정책 성과가 기대된다. 이제 문제는 어떻게 폐지하는 가이다. 관련하여 여러 가지 폐지방안 조합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수급 빈곤층은 사실상 노인빈곤가구이고, 가구주가 비경제활동 인구라는 점을 감안할 때 폐지시점과 폐지 방법이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상당한 재원이 소요되는 사업이니 만큼 폐지 방안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폐지방안으로는 단계적 폐지방안으로 인구 특성별(대상별) 폐지방안과 급여별 폐지방안이 있고, 이와 다르게 전면적 폐지방안이 있다. 후자의 방법은 예산문제와 더불어 예상치 못한 정책 효과 등을 우려하여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다. 대상별 폐지방안은 “수급자 및 부양의무자가 노인·중증 장애인인 경우 부양의무를 면제”하겠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 2017). <노-노>, <노-장>, <장-노>, <장-장> 부양에 대한 부양의무 면제와 부양의무자가구에 노인 또는 중증장애인이 포함된 가구일 경우 부양의무를 면제하겠다는 것이다. 빈곤층 및 비수급 빈곤층은 노인과 장애인가구로 이루어진 취약계층 가구가 대부분이기에 부양의무자 기준을 우선 폐지하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안)는 예산제약과 더불어 도덕적 해이를 전제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따라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취지가 비수급 빈곤층의 최저생활보장에 있다는 점에서 볼 때 복지부 안은 예산 맞춤형 폐지방안이라 할 수 있다. 복지부(안)는 고액 소득・자산 부양의무자로 인한 형평성 문제 때문에 부양의무 면제 대상을 기초연금, 장애인 연금 수급자로 한정하는 것을 제안하고 있다. 제안배경은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면 재산의 부당한 사전증여, 가구 분리 등 도덕적 해이 현상이 발생한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이 같은 주장은 부양의무자 기준의 완화나 폐지를 논의할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복지부의 소위 타워팰리스 논리이다.1)
. 그러나 이 주장의 약점은 실제 사례가 아니라 ‘가정’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새로운 정책을 시행하기에 앞서 발생 가능한 모든 경우를 가정해보고 검토 후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극단적 가정을 전제로 정책을 수립하거나 또는 시행을 반대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2) 실제 수급권자나 부양의무자가 보유하고 있던 일반(주거)·금융·자동차 재산을 증여 및 처분(매매, 금융재산 감소)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2003년부터 지침으로 그리고 2016년부터는 시행령에 근거를 마련하여 <기타 산정되는 재산>으로 적용하고 있다. 즉 부정한 의도로 고소득·고액자산가가 사전증여를 한다손 치더라도 수급자로 선정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취약계층가구에 우선으로 부양의무 면제조항을 적용한다면 부양의무자의 인구학적 기준은 없애고 취약한 수급권 가구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장애인 단체 등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노인과 장애인만 우선으로 부양의무 면제를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과거 생활보호법에서 포괄하지 못했던 근로능력자 등 전 국민을 포괄하는 취지(인구학적 기준의 폐지)로 도입되었는데, 부양의무자 기준에 다시 인구학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제도를 역행·후퇴시킨다는 것이다. 또한, 노인·장애인으로 대상을 한정시킬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고통받고 있는 그 외 대상자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면 인구학적 기준보다는 급여별 폐지 기준을 우선하여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공약이행 촉구 기자회견(2017.7.5.) ⓒ참여연대
급여별 폐지방안으로는, 대개의 경우 주거급여를 우선 폐지하고, 의료, 생계급여 순으로 폐지하자는 입장이다. 공공임대주택 부족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거권 보장과 개별급여의 취지에 따라 주거급여는 별도로 운영 가능하다는 점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먼저 폐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배진수, 2016). 빈곤층의 주거욕구가 높은 점을 반영한 것이다. 주거급여를 우선 폐지 방안은 적은 예산으로 폐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가 있으며, 폐지논의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는 단계설정인데, 국정기획자문위원회의 내부 논의에 따르면 주거급여부터 폐지하는 순으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둘째, 의료급여부터 폐지하는 방안이다. 의료급여는 기초보장제도 수급 대상자와 비수급 빈곤층에게 욕구가 큰 급여이다. 기존 통합급여체계 시 수급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했던 이유 중 하나가 의료급여였다는 점에서 빈곤층에게 의료급여는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급여이므로 부양의무자 기준을 의료급여에 먼저 적용하자는 접근도 가능하다. 그러나 의료급여는 기초보장제도에서 가장 많은 예산이 집중되어 있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할 때에도 많은 비용이 수반된다는 점에서 우선 폐지가 쉽지 않다. 또한 건강보험과의 제도적 정합성을 고려하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4)
셋째, 생계급여부터 폐지하는 방안이다. 소득수준이 가장 열악한 대상자들의 현실 문제를 우선하여 고려하자는 뜻이다. 하지만 생계급여 역시 의료급여와 마찬가지로 많은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쉽게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현재 생계급여 기준액은 약 49.5만 원이다. 문재인정부에서 기초연금을 30만 원으로 인상하면 1인 가구에 지원되는 생계급여는 기초연금 등 공적 이전소득이 제외된 약 20만 원 남짓이다. 즉 기존보다 기초연금을 10만 원 인상할수록 생계급여에 수반될 소요예산은 그만큼 적어진다는 점에서 생계급여의 우선적 폐지가 검토될 수 있다.
단계적 폐지방안의 순서는 주거급여→의료급여→생계급여 순으로 폐지하거나 반대로 가장 열악한 집단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자는 견해로 생계급여→의료급여→주거급여 순으로 적용하는 안도 가능하다. 한편 현물성 급여를 먼저 적용하자는 견해는 의료급여를 먼저 폐지하고 나머지 현금성 급여(생계·주거급여)를 동시에 폐지하자는 안(의료급여→생계·주거급여)으로 도출되고, 반면에 의료급여는 가장 예산이 많이 필요하기에 현금성 급여부터 먼저 폐지하자는 안은 생계·주거급여→의료급여 순으로 폐지하자는 안 등 여러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급여별 폐지 순서 및 방향에 대한 의견이 전문가와 대상자 내에서도 서로 다르고, 어떤 급여를 우선으로 폐지하더라도 그에 따른 형평성 논란은 발생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급여별 폐지방안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단계적으로 진척시키려는 초기 의도와 달리 오히려 발목을 잡거나 진통으로 남겨질 가능성도 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제도적 안착을 위해 정밀한 검토와 조사가 필요하지만, 생존권 위협에 직면하고 있는 비수급 빈곤층의 삶을 정책결정의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전면폐지라는 획기적인 정책결정도 우리 사회에서 불가능하지 않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문제는 빈곤층에게 떡 하나 더 얹어 주는 시혜가 아니다. 그것은 그 동안 소홀히 했고, 애써 외면했을지 모를 빈곤층의 권리를 회복시키는 과정이다. 참이 많이 지연된 오늘에서 말이다. 그러니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논의하면서 다른 제도들과 달리 유독 과도한 예산 공포를 유발할 필요도 없고, 비용지불자와 수급자 간의 불필요한 갈등에 기대어 제도시행을 지연시키지 않아야 할 것이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문제는 복지에 대한 공적분담과 사적분담 간의 균형적 분담 혹은 새로운 분담유형 혹은 분담 조합을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우리게 맞는 새로운 복지국가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1) <타워팰리스에 사는 65세 아들이 부양하지 않는 경우>라는 복지부의 예시문이 있는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반대논리로 파급력이 상당하다.
2) 신청탈락 가구의 부양의무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85만원, 재산총액은 1억6천만원, 부채총액은 2천7백만원으로 조사되었다(박경하 외, 2013).
3) 2015년 서울복지실태조사 분석결과를 보면, 노인가구주가 다른 가족원을 부양하고 있는 경우가 24.8%이고 이들은 상대적으로 경제상태가 양호한 노인(부양의무자)이다. 반면에 수급권자가 노인이면 부양의무자는 노인의 부모라기보다는 자녀인 중장년층인 경우가 많다(김경혜·장동열, 2016).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는 소득은 빈곤한 가구(가령 노인과 장애인 가구 등)가 자녀의 실질적인 부양이 없어도 부양을 간주하여 수급조건에 배제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부양의무자 논의에 있어 핵심 정책적 대상집단은 수급권자에 해당하는 빈곤계층이라 할 수 있다.
4) 예컨대, 건강보험 피보험자로 있던 경우와 폐지 후 수급자로 부담해야 할 급여비용, 보험비용에는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김경혜·장동열(2016), 2015년 서울복지실태조사 심층분석 리포트, 서울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2017),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 비용추계서.
배진수(2016), 맞춤형 개별급여 1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평가와 개선과제, 국회토론회 자료집.
보건복지부(2017),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관련 내부자료.
장동열·류만희(2017),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방안: 비수급 빈곤층, 사각지대 해소. 2017 비판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자료집.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이하 ‘<폐지행동>’)은 빈곤층 당사자들과 함께
기초생활보장제도 내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안고 있는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6일 서울역 앞에서 발족식을 가진 후, <폐지행동>은 제19대 대통령선거 기간 동안 대선후보에게 엽서쓰기 캠페인,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요구에 대한 대선후보 입장 질의, 대시민 선전전, 대선후보 캠프 대상 엽서 및 정책요구안 전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필요성을 알려왔습니다.
이에 제19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제19대 대통령선거에 출마 후보의 대부분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폐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빈곤을 개인과 가족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100만 명이 넘는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는 데 동의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된 것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이제 선거운동 기간 약속했던 공약의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약속하였고, 대통령 선출 이후에도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기에 <폐지행동>을 해소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아직 부양의무자기준이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는 여전히 많은 사각지대가 남아있기에 남은 과제는 앞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을 통해 이어가고자 합니다. 기자회견을 통해 앞으로 남은 과제들 또한 알릴 예정입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은 지난 2017년1월26일 19대 조기대선을 앞두고 발족했다. 기자회견과 거리선전을 진행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내는 활동과 함께 대선후보들에게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사실상 모든 대선후보들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이 발송한 질의서에 폐지의 입장을 밝혔고, 당선된 문재인대통령 역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선언했다. 이로서 가난을 회피하기 위해 죽음을 선택하는 사회에서 가난한 이들의 삶이 조금은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겨났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 선언과 공약을 넘어 실천으로!
19대 조기대선을 만들었던 광장의 촛불은 부를 독식하는 권력으로부터 발생한 불평등한 사회를 바꾸기 위함이었다. 불평등 해소는 심각한 빈곤문제 해결에서 시작해야 한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통해 가난한 이들의 생존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은 새 시대의 가치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불평등한 사회 속 억압받고 있는 이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행보를 환영하며, 빈곤문제 1호 과제 부양의무자 기준에 대한 선언과 공약을 넘어 복지사각지대 가난한 이들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실천을 해야 한다.
급여별 폐지를 통한 부양의무자기준 완전폐지!
문재인대통령 후보시절 공약집에는 부양의무자기준의 급여별 폐지와 인구학적기준에 따른 취약계층 우선폐지를 모두 기재했다. 구체적인 계획은 7월에 열릴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인구학적기준에 다른 폐지는 완전폐지로 가는 길이 아님과 동시에 사회통합을 해치는 방식임을 알린다. 장애인, 노인, 한부모 가구 중 어떤 빈민의 가난이 더 우선순위인지 판단 가능한가? 이는 계층별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완전폐지가 아닌 어느기점에서 멈출 위험을 안고 있다. 박근혜 역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다며 부양의무자기준을 완화했지만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였음을 확인한 바 있다.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폐지를 통한 빈곤해결과 사회통합을 위해서는 급여별 폐지의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는 7월에 열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 2017년 연내 주거급여에서 부양의무자기준폐지를 시작으로 2018년 의료급여와 생계급여에서 폐지를 통한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폐지를 계획할 것을 요구한다.
오늘 기자회견과 요구안·면담요청서 전달을 끝으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행동>은 해소한다. 하지만 우리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제대로 된 사회안전망으로 작동하기 위해 빈곤당사자와 사회·시민단체들이 함께하는 <기초생활보장법 바로세우기 공동행동>의 활동을 통해, 오늘로서 1736일 째 진행되고 있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공동행동>의 광화문농성을 통해,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폐지를 위한 실천과 이행을 지켜보고 요구할 것이다.
1999년 제정된 기초생활보장법은 빈곤에 처한 누구라도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권리가 있다는 선언이었다. 기초생활보장법 제1조에서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에게 필요한 급여를 실시하여 이들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되어 있으나 여전히 우리 사회에는 아무런 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빈곤층이 있다.
2016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사회 상대적 빈곤률은 16%로, 빈곤층이 800만 명에 달한다. 반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 수는 2016년 11월 기준으로 1,656,405명, 인구대비 3.2%로 빈곤층의 20%만을 포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듯 대량의 사각지대를 안고 있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빈곤의 책임을 국가가 아닌 가족에게 지우는 부양의무자 기준이다.
1) 부양의무자기준, 왜 문제인가?
① 부양의무자기준은 빈곤 사각지대를 만든다
2012년 7월, 이씨 할머니가 거제시청 앞에서 음독자살했다. 이씨 할머니는 사위의 소득이 높아졌다며 수급에서 탈락한 뒤 이를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머니는 유서에 ‘법도 사람이 만드는 것인데 이런 법이 어딨냐’며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해 매해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수급탈락을 비관해, 혹은 수급조차 받을 수 없는 빈곤상황에 좌절해 목숨을 잃었다. 50%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 하루 몇 천원 벌기도 힘든 폐지 수집 노동에 노인들을 내 몬 한국 사회의 잔인한 단면이다.
2010년 기준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인한 사각지대는 117만 명에 달한다. 2013년부터 2015년 6월까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탈락한 인원은 37,999명에 달했다. 이들은 실제 본인의 소득·재산은 기초생활보장제도 선정기준에 부합함에도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탈락한 비수급 빈곤층이다.
2015년 복지패널 기초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을 신청한 가장 큰 이유는 어려운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80.17%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신청자 중 절반이 넘는 67.59%는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이 기준보다 많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탈락자 중 부양의무자를 포함한 친지, 이웃에게 도움 받는 가구는 24.38%에 불과했다.
통계에 드러나지 않는 사각지대도 있다. 부양의무자에게 소득이나 재산이 충분하지 않아 수급신청 시 수급자가 될 가능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부양의무자에게 연락이 가는 것조차 부담스럽거나 부양의무자로부터 금융정보제공동의서 등 서류를 받을 수 없어 신청을 포기하는 이들이 있다. 부양의무자기준은 빈곤으로 인해 가족관계가 이미 해체되거나 복잡한 가족관계를 갖고 있는 이들에겐 수급신청조차 포기하게 하는 높은 장벽이다.
2003년 보건복지부와 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으로 발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기준 개선방안>에서는 이미 “부양의무자 기준의 폐지방안을 제외하고는 범위의 조정을 통한 사각지대 축소 효과는 기대한 만큼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남” 이라는 결론을 제시한 바 있다. 2016년 12월 보건사회연구원이 주최한 <한국사회 정책의 현광과 과제>를 위한 좌담회에서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박능후 교수는 “수요가 있지만 충족이 안 되는 대표적인 부분이 부양의무자로 인한 기초보장제도의 사각지대입니다 ... 부양의무자 범위를 단계적, 지속적으로 축소시켜서 종국에는 부양의무자 규정을 완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② 부양의무자기준은 가난을 대물림하게 한다
2013년 12월, 부산의 기초생활수급자인 한 아버지는 딸의 취업 후 수급탈락 소식을 듣고 자살했다. 이혼 후 부산의 요양병원에서 홀로 지내던 그는 신부전증환자였다. 지속적인 입원과 관리가 필요한 그의 병원비는 한 달 100만원이 넘었고, 이제 막 취업한 딸에게 병원비 부담을 지울 수 없어 고민하던 그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부양의무자기준은 가난한 이들의 가족들이 가난해지게 만든다. 현재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기준은 실제 부양여부와 무관하게 부양비를 산정한다. 이는 결국 수급자의 수급 탈락이나 수급비 삭감으로 이어지고, 실제 부양받을 수 없는 사람들은 ‘탈 수급’은 했지만 ‘탈 빈곤’ 할 수 없는 생활을 반복하게 된다.
부양의무자기준은 수급가구에서 자란 빈곤층 청년세대에게 복지의 책임을 지우고 있다. 이는 빈곤정책이 오히려 빈곤의 대물림을 만드는 것이다. 수급자인 한 장애인 부부는 딸이 이제 졸업해서 취업을 한다며 “우리가 죽기 전까지 우리 아이가 계속 부양의무자가 되는 건가요?” 라며 괴로움을 표했다.
③ 부양의무자 기준은 법리적 정당성이 없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차별적 조항
국내법에서 친족간 부양의무에 대한 서술은 민법에 존재한다. 민법에서는 부양의무를 1차적 부양의무와 2차적 부양의무로 구분하고 있다. 1차적 부양의무는 부부간 혹은 미성년의 자녀에 대한 부양의무로 '부양받을 자의 생활을 부양의무자의 생활과 같은 정도로 보장하는 것'이다. 2차적 부양의무는 부모 및 성년 자녀, 기타 친족간의 부양의무로 '부양의무자가 자신의 사회적 지위에 상응하는 생활을 하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음을 전제로 하여, 부양을 받을 자가 그 자격 또는 근로에 의하여 생활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그의 생활을 지원하는 것'이다.
민법상의 기준에 따르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는 2차적 부양에 해당한다. 그러나 부양의무자기준은 1차적 수준의 부양을 요구/강제하고 있다.
실제 제도 운영상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은 이미 정당성이 미미한 임의적 기준에 따른 무형의 '부양받을 가능성'을 '간주부양비'라는 이름으로 실제 소득으로 취급한다. 그러나 실재하지 않는 부양비를 수급자에게 소득으로 부과하는 것은 민법에도 존재하지 않는 법적 권리를 근거로 수급자에게 '부양받을 의무'를 강제한다.
즉, 부양의무자기준은 법리적 정당성도 없으며 수급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차별적 조항이다.
2) 부양의무자기준, 어떻게 폐지할 수 있을까?
①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의 방법 - 법안 내 삭제, 단계별 폐지로 완전 폐지
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부양의무자를 ‘1촌 내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로 정하고 있다. 이를 삭제하면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된다. 현 20대 국회 뿐 아니라 19대, 18대, 17대 계속해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
2015년 7월 이후 기초생활보장제도는 ‘맞춤형 개별급여’로 변화되었다. 현재 생계, 의료, 주거, 교육급여로 급여별 기준선을 각각 정해 운영하고 있다. 2015년 7월 이후 교육급여는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었다. 그러나 교육급여는 취학중인 가구원이 있을 때만 적용되는 것이고, 소득보장이라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취지와 멀다는 점에서 효과가 미미했다.
급여별 폐지를 계단삼아 완전 폐지로 나아가면 폐지에 따른 충격을 없애고, 사회적 통합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이번 대선에서 부양의무자기준의 완전 폐지를 선언하고, 3년의 시기별로 3단계(1단계 주거급여, 2단계 의료급여, 3단계 생계급여, 3년 뒤 전체 급여에서의 완전 폐지)에 걸쳐 폐지하는 것이다.
폐지의 순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 상황과 현실을 고려한 것이다. 주거급여의 경우 국토교통부가 주무부처가 되었으며, 조사 등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위한 절차나 준비가 까다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의료급여의 경우 가장 많은 예산이 든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의료급여에 부양의무자기준을 적용하지 않을 시 3조 1천억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건보료조차 체납중인 빈곤가구의 상황, 가족의 병 때문에 가족 전체에 금이 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생계급여는 타법과의 조율 등의 시간을 고려해 마지막으로 한다.
2017년 보건복지부 예산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의 생계급여 예산 3,552,804백만원(118만명, 82만가구), 의료급여 4,799,164백만원(152만명)으로 8,351,968백만원으로 나타난다.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시 보건복지부는 2014년 기준, 6조 8천억의 예산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전면폐지 될 시 필요한 6조 8천억을 현재 예산인 8조 3천억과 합하면 15조다. 이는 우리나라 GDP의 1%다. 부양의무자기준 없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 전체 생산량의 1%를 사용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으며 할 수 있고 해야하는 일이다.
② 부양의무자기준 폐지가 만들 더 좋은 미래
부양인식의 변화는 이미 법을 앞지르고 있다. 조사에 따르면 부모부양을 가족이 해야 한다는 의견은 2016년 30%로 2008년 40%에서 대폭 하락, 정부나 정부와 가족이 함께, 부모 스스로 해야한다는 의견은 모두 늘어났다. 특이한 것은 부모 스스로 해결이 11.9%에서 18.6%로 늘어났는데, 개인주의적 경향과 사회에 대한 불신이 강해지고 있다는 신호다. 장애인 가족들이 장애인을 살해하고 동반자살하는 살풍경한 일이 한 해에도 수차례 거듭되는 이유다.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면 사회와 복지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행정절차를 간편하게 만들고, 수급자의 낙인감을 줄인다. 지금도 최일선의 사회복지공무원과 종사자들은 엄청난 강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조사업무에 드는 시간과 노력 중 많은 부분은 부양의무자의 소득 및 재산에 대한 조사와 변동에 따른 급여 조정이다. 이는 수급자에게도 큰 낙인감과 불안감을 주고 있다. 더 이상 창피 주는 복지가 아니라 당당한 권리로 복지제도를 바로 세우자.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갑론을박의 토론이 있는 것은 미래로 향해 나가는 한국사회를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마침 필자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이 출범하면서 구성된 비전위원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 ‘새정치의 사회경제운영의 원칙’이라는 문건을 통하여 필자는 박근혜 정권이 마감되는 2018년 기준하여 최저임금 시간당 만원을 원칙으로 적용할 것을 주장했었다.
그러나 같이 참여한 비전위원 여러분들과 비전 내용을 당과 연계하는 의원들의 대부분 의견이 너무 과격하다 조언하면서 이를 공식적으로 만원에서 8천원으로 조정한 경험이 있다.
2015년 5월, 경남지역 시민단체 회원들이 1만원권 지폐가 인쇄된 유인물을 들고 2016년 최저임금을 시급 1만원 이상으로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수면 위에 오른 ‘최저임금 1만원’
최근 소개된 국민정책연구원의 연구보고서 내용은 매우 공을 들여 준비한 것으로 현실에 대한 통계를 중심으로 조밀하게 분석한 전문성은 인정할 만하나, 변혁기에 놓인 한국사회의 과제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변화에 대한 의지가 매우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
행여 전문성을 가장해서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문재인정부의 핵심적 정책에 딴지를 거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상기 보고서는 급격한 임금 인상이라는 개혁에 반대하면서 현재적 상황을 통계라는 단순한 프리즘을 통하여 접근하는 기능적 한계를 지니는 반면에, 다만 최저임금이라는 매우 중요한 주제를 준비없이 성급하게 시행하려는 것에 대한 경고를 담고 있어 후자의 부분은 충분히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정말 가관인 것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획위원장이라는 사람의 발언이다.
평소부터 그를 국세청의 사무관급 인물이라고 낮게 평가한 필자이지만, 오래 전부터 합의하고 준비해온 종교기관과 종교직업인들에 대한 과세계획을 연기하려는 그의 의도적 발언에서 교회장로라는 사적인 신앙의 영역과 국가운영의 공적인 중심주제를 혼동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던 차에 역시나 대선의 선거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약속한 ‘2020년까지 최저임금의 만원으로 인상’을 시기상조라고 우기는 편협한 그의 모습에서 민주당 정권의 성격과 문재인 대통령의 앞날에 심각한 불안을 느낀다.
그의 발언은 철밥통 공직사회의 반(反)개혁적 모습을 무의식 중에 적나라하게 들어낸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내수 활성화 기반될 것
‘최저임금 일만원’ 논쟁은 선거법과 헌법개정,검찰과 국정원 개혁과 더불어 한국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매우 중차대한 기제이며,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규정짓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는 단순하게 저수준 노동의 임금인상이라는 단순한 영역을 넘어서 한국사회가 추구해야 하는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사회철학적 실천적 중심과제이며, 새로운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산업전반에 대한 변혁적 계기 또는 촉매라는 성격을 지니고 있다.
부동산 투기 등 지대추구활동이 여전히 왕성하고 기득권의 위세로 법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한국사회에서 전 인구의 17% 가 천형적 빈민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재원을 참여적 조건에서 개별적으로 제공하려는, 그리고 1997년이후 신자유주의가 활개를 치면서 시장기제라는 미명하에 기업의 이익실현이 단세포적으로 작동하는 경제의 현실에서 시민적 삶의 영역을 온전하게 보호하려는, 최저임금 논쟁은 현재의 한국사회와 문재인 새 정부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앞서 언급한 국민정책연구원의 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이, 단순하게 최저임금이라는 분야만을 분리시켜 다른 OECD 국가들과 통계적인 수치만을 나열하여 비교하는 것은 예의 통계학적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질적인 평가는 정치경제학적 거시 관점에서 출발점을 잡아야 하며, 해방 이후 70년간 누적된 사회경제적 적폐와 결함을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의지를 담아내야 한다. 국제간의 비교는 총체적 내용을 담보해 낼 때만이 비로소 유의미하다.
현재 한국에서는 통계상 제대로 잡히지 않는 토지소유 등 부동산 소유현황과 금융자산의 편재로 인해 연간 발생하는 400-500조의 불로성 자산소득의 80 – 90%를 불과 1.0 % 의 소수가 차지하고 있다고 판단된다.
산업운용 체계 내에서 생산되는 주요한 부가가치의 70 %를 30대 재벌이 빨대처럼 독식하는 경제구조 속에서 평범한 시민들은, OECD 최고수준의 과다한 주거와 교육 비용, 그리고 역으로 OECD 최저수준의 사회이전소득효과와 사회안전망의 절대적 결핍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하루가 생존경쟁의 전장 터이며, 불안과 위기라는 단어가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최저임금의 신속한 인상을 검토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적 이유는 내수시장 규모의 심각한 위축이다.
미국의 경우 내수시장의 규모는 국민순소득의 70% 수준이며 유럽국가들의 평균 역시 65% 수준을 상회한다. 반면 한국은 50% 수준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컨대 2016년 기준 국민순소득이 1400 조라고 추정할 때 내수시장규모는 800조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위에 언급한 극심한 불평등과 부의 편재, 그리고 복지안전망 이라는 국가기능의 결핍마비 상태를 그대로 반영한다고 단언할 수 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우려하는 주요한 입장은 한국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저하될 수 있다는 걱정과 자영업과 중소기업에게 감당할 수 없는 충격과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정책적 선의의 의도와는 다르게 대규모의 실업사태를 유발할 수 있다는 협박성 발언이 보태진다.
최저임금 인상은 소득주도성장의 첫단추
이런 입장에 대한 답변에 앞서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한국사회경제의 운용에 대한 두 가지의 변혁적 시각을 제공하는 문건 내용을 먼저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것은 2014년 상반기 두 달간 한시적으로 활동했던 새정치 비전위원회에서 필자가 피력하고 서면으로 제출한 내용이다.
“현시점에서 한국 정치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성장의 결과가 가져온 부정적 요소들을 제거하고 긍정적 요소들을 키워나가는 일종의 강제적 순환이며 핵심은 경제운용의 성과를 어떻게 배분하는가에 달려있다.
배분의 가장 주요한 기능은 국민경제 내부에 생산과 소비와 투자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고 그 성과를 국민모두가 공정하고 정의롭게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배분의 영역은 이미 언급하였듯이 1차적으로 산업의 경제적 활동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가장 잘 표현하는 총괄적인 지수는 노동배분율로서 국민경제의 총 부가가치분에서 피고용임금노동자들이 받는 보수의 비중이다.
노동배분율을 적정수준으로 끌어올려야 국민경제의 지속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노동배분율(자영업분야를 제외한)은 1997년 IMF 직전 14백만명의 피고용임노동자를 대상으로 63% 수준까지 올라갔다가 2013년 현재 17백만명의 피고용임금노동자 대상으로 58%수준까지 후퇴하였다. 즉 지난 15년간 피고용 임금노동자가 3백만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배분율은 오히려 5.0% 이상 격감한 것이며, 이는 내수경기가 어려운 가장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동시에 노동시장구조의 왜곡을 바로 잡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산업경제 활동의 영역에서 최저임금의 수준을 그저 시간당 만원이라고만 규정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사회평균임금의 70% 수준 이상으로 정하는 것이 규범적이며 정책적으로도 효과적이다.
산업별 직종별 사업장별 이라는 삼동(三同)의 조건에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관철시켜야 하며, 저임구조를 혁파하기 위해서 비정규직 임금이 반드시 정규직 임금보다 높게 책정되어야 한다.
복지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서는 조세체계의 전반적 개혁을 필요로 하겠지만 우선적으로 불로소득인 자산소득에 대해서 포괄적이고 강력한 누진세를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순서이다.
이러한 1차적 영역에서의 배분이 선순환을 이루면, 내수시장이 확장되고 560만명의 영세 자영자들의 수입이 증대되며, 다양한 분야에서 놀랄 만큼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다.”
두 번째 문건은 최근 경제수석으로 임명된 홍장표 전 부경대교수의 글로, 홍 교수는 놀랍게도 필자의 견해를 거의 완벽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그는 최저임금인상의 이론적 배경이 된 소득주도성장론을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2015년 서울사회경제연구소의 연구총서에 발표한 ‘소득주도 성장과 중소기업의 역할’이라는 연구논문의 결론부의 일부를 아래와 같이 발췌하여 옮겨 적는다.
“소득주도 성장은 실질임금과 가계소득증대를 통하여 내수를 증진하고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을 도모하는 전략이다.
한국경제의 수요체제나 생산성 체제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소득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실질임금의 증가, 가계소득의 증진은 총 수요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노동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실질임금 상승이나 복지의 증대는 단지 비용 상승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유효수효의 중가는 노동 절약적 기술진보를 촉진시켜 노동생산성을 증대시키는 효과가 있다. 동시에 실질임금상승은 (내수기반을 확대하여) 고용을 증가시킨다… (중략)…
이는 지나치게 높은 한국 경제의 수출의존도를 낮추고, 수출과 내수의 균형성장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중략)…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의 단계적 인상, 저소득가구에 대한 생활임금보장, 생산성 증가율과 실질임금 증가율의 연계를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한다, 그리고 영세소상인과 저임금노동자 가구의 생계를 지원하는 사회복지제도의 강화에 의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임금 부담이 오히려 기업 경쟁력 자극
최저임금의 시간당 만원 인상을 거부하는 이유로 한국 산업계 특히 중소기업에 급격한 부담과 타격으로 인해 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이 증대할 것이라는 판단은 개혁의지를 거부하고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고집하는 것으로 명백한 잘못이다.
잘못이라는 근거로 두 가지의 역사적 경험을 들어본다.
첫째는 북유럽에서 1960년대에 도입했던 랜-마이드너 정책 이야기이다.
당시에 불어 닥친 불황과 수출경쟁력의 저하의 원인을 임금 불평등과 산업경쟁력의 부족으로 보고, 사회연대임금정책을 실시하고 일정 수준의 임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키면서 동시에 부가가치증대와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산업혁신과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저부가가치 분야에서 일하던 산업인력이 대거 고부가가치 산업분야로 이동하게 되면서 현재 북유럽은 세계적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지역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물론 사민당 중심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정치환경이 성공의 가장 큰 요인이다.
두번째는 질풍노도의 6월 민주화운동 이후 1987년 에서 1990년대 중반의 한국에서의 경험이다.
이 기간 동안 인금인상율은 두 자리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가파른 임금인상이라는 걱정에 비춘다면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은 도산했어야 맞다.
그러나 오히려 이 기간 중에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며 우뚝 서는 거인들로 성장하였다. 실제적인 한강의 기적은 이때 이루어진다.
긴 설명을 대신하여 짧게 이야기하자면, 임금인상이 엄청난 생산성 향상과 혁신기제로 작동하였던 까닭이다.
이전까지 기업들이 성장에 의존해왔던 특혜와 투기 그리고 저임금이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은 조건에서 한국의 대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으로 다양한 혁신의 노력을 통하여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이다.
IMF 과정에서 부도로 사라진 기업들 대부분은 상황과 조건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특혜와 비리, 부정 그리고 투기에 의존해 왔던 기업들이다. 선진국가 기업들의 역사를 보아도 임금이 높아서 부도가 난 경우는 극히 예외적이며 대부분 경영과 전략의 실패가 주류를 이룬다.
최저임금 인상은 한국경제의 약점인 중소기업의 혁신전략과 직접 연계되는 매우 중요한 주제인 만큼,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의 구조혁신을 제약하는 온갖 산업생태계를 개선하는데 모든 정책을 선제적으로 강구하여야 한다.
대기업들의 갑질 불공정거래의 차단과 공정한 시장질서의 구축도 긴급하지만, 기존의 관행이었던 중소기업의 과잉보호 역시 매우 위험하다.
단기적으로 중소기업의 임금부담은 당연히 상품가격과 납품단가로 반영이 되어 시장에서 판매되거나 수요처인 대기업이 지불하여야 마땅하다.
장기적으로 기술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가격인상 요인을 흡수하면서, 메기 이론에 따라 경쟁력을 키우되 시장기제에 의거해서 최저 임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을 만큼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은 마땅히 퇴출되어야 한다.
고통의 대가를 치러야만 미래의 기회가 주어진다. 다만 최저임금의 인상이 내수시장 수요의 확대라는 선순환적 효과로 돌아오는 약 3년간을 유예의 기간으로 설정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별도의 지원적 보상책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러한 정책에 관해서는 홍장표 수석과 김상조 위원장이 누구보다도 전문적 식견을 가지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영업 부담은 섬세한 정책적 접근 필요
가장 크게 우려되는 영역은 560만명이 종사하는 자영업 분야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도 중소기업 영역 못지 않은 냉정함을 유지하면서, 단기적 정책과 장기적인 관점이 동시에 필요하다.
경제적 성과가 선순환이 이루어지던 IMF 이전 시기에는 자영업의 평균소득이 봉급생활자 수준을 넘어서서 대부분의 임노동자들이 자영업을 꿈꾸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2017년 현재의 상황은 전문직종과 일정규모 이상의 소수 자영업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월 평균 수입은 임노동자들의 평균임금에 훨씬 못 미치는 2백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의 가계부채가 몇 년 사이에 급속히 늘어 부동산 대출과 함께 한국경제의 잠재적 시한폭탄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자영업에 관한 접근은 단순히 현재 논쟁대상인 최저임금 인상만의 주제로 좁혀 보아서는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자영업을 일자리 창출과 복지기능을 상실한 국가부재에서 오는 방편적 잠재적 반(半)실업군으로 인식하면서 접근해야 마땅하다.
한편 장기적 관점에서 필자는 전적으로는 동의하지 않지만, 제4차 산업혁명이 거론되는 시점에서 자영업 분야는 위에 언급한 심각한 현재적 문제를 노출함과 동시에 미래의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비선형적 직업선택(jobs on demands, GIG)의 형태로 진화하면서 자유롭고 전문적인 그리고 자기실현과 만족이라는 미래지향적 성격을 지니고 있기도 하며, 일인소유 형태의 자영업에서 지역내의 공동 협업과 공유적 네트워크를 통하여 사회적 경제로 편입되고 재구성되면 질적인 부가가치와 내용을 담보해 낼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하다.
따라서 현재 한국적 현실의 반(半)실업군인 자영업 분야는 최저임금인상 문제와는 별개로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드시 재편되고 재구성이 불가피한 영역으로 새로운 시각의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경제의 운용성과와 연동되어 접근하고 파악되어야 한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충격은 일반시민으로서 소비자들이 분담하는 방식으로 흡수하여야 한다.
우선 임금인상 부분만큼 다양한 서비스 비용의 인상을 인정하여야 하며, 편의성을 떠나서 총 사회적 소비량은 영업시간과 대충 무관하므로 장시간 노동의 관행을 탈피하여 영업시간의 단축을 도입하여야 한다.
필자가 1980년 초 처음 유럽을 방문했을 때 대부분의 상점들이 근무시간에 맞추어 문을 닫는 바람에 치약 하나 구매하는데 일주일을 기다려야 했다. 당시에는 화가 났으나, 이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음식점들도 개폐점 시간을 정확히 명시하여 노동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여야 한다. 논쟁의 여지가 있지만 한국도 이제 이러한 유럽의 경험과 관행을 필요에 따라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임금인상 부분만큼을 사회 전체가 긍정적으로 다양한 형태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노동에 대한 효율성이 제고되고 노동의 소중함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 질 것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의 시간당 만 원대 인상이 내수시장 규모를 확대하면서 자영업 분야에도 시차를 두고 선순환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며, 다양한 형태의 혁신기제로 작동하면서 거대한 변화를 불러 올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과연 소규모의 자영업자들이 내수시장의 확대라는 효과가 나타나는 2-3년의 단기적 부담을 이겨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이 분야의 전문적인 경험과 소견이 없는 관계로 필자로서는 책임있는 정책을 제시할 수 없으나, 다만 아이디어 수준에서 제안해보고자 한다.
최저임금 1만원, 문재인정부의 개혁 가늠자 될 것
우선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문제는 사회에서 일찍 퇴출된 중년들과 사회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채 임시방편으로 일하는 청년세대가 주요 구성원이라 판단하면서 실업문제와 사회안전망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다시 말하면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항상 실업의 대기자 명단에 올라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들이 현실적으로 실업에 빠지지 않도록 사전적인 지원체계와 환경을 갖추어 나가는 것이 궁극적으로 국민경제와 국가재정에도 도움이다.
그간 별로 실효적이지는 못했지만 저소득근로에 대하여 시행하였던 EITC(Earning Income Tax Compensation)라는 보충적 세제지원의 방식을 과감하게 확대하여 소규모 자영업자들에게도 일정기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여, 일정소득을 올리지 못한 부족부분과 결손부분을 역으로 보상해주는 방식을 연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난제는 투명한 회계기장을 의무화 할 수 있느냐에 따라 도덕적 해이와 부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약점이 있다. 손쉽게는 임금인상의 일정 분을 선순환 효과가 일어나는 유예기간 동안 직접 보상해 주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다.
재정적 부담이 클 수 있는 반면에 감추어진 고용 (shadow employment)의 신고가 의무화되어 투명하게 되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의 보다 많은 제안과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일자리 상황판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연합뉴스)
결론적으로 ‘최저임금 일 만원 인상’은 문재인 새정부의 성격과 의지에 달려 있다.
유러피안대학연구소(EUI) 명예교수인 필립 슈미터가 지적했듯이, 문재인정부의 배경이 광장의 시민적 요구 분출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자 하는 기존 정치적 세력의 타협의 과정으로 출범한 것이라면, 기존 최저임금 위원회의 절차적 타협과 조정을 통하여 해당 기간의 매년 인상률을 결정하는 일상적 과정으로 진행하면 될 일이다 (normal progressive).
만약 문재인 정부가 촛불시민혁명이 요구하는 것처럼 과거의 적폐청산을 넘어 새로운 역사의 시대를 열고자 출범한 개혁 정권이라면, 최저임금인상은 위에 언급한 것과 같은 일상적 절차가 아닌 정권적 과제로 수행되어야 한다(reformative transformation).
최저 임금을 2020년까지 시간당 만원으로 급격하게 인상하는 것은 비교하자면 호족세력의 기반을 배척한 조선초기의 토지수세논쟁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필요하다면 절차와 과정도 변혁을 향한 정치적 의지로 돌파해야 한다. 결정이 이루어지면 일체의 예외를 인정해서는 아니 된다. 단 한 건도 예외가 있어서는 아니 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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