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성명] 시민의 목을 조른 여야 합의 철회하라
[인권단체 성명] 시민의 목을 조른 여야 합의 철회하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의 합의문이 공개되었다. 한마디로 노동자 다 죽이는 노동개악에 합의한 것이고, 반인권 악법이 될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을 제정할 것이고 한반도 평화를 위태롭게 할 북한인권법을 만들겠다고 합의한 것이다.
[성명]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노조할 권리를 보장하라.
노동기본권은 모든 국민에게 보장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을 구현하기 위하여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이다. 공무원은 국민의 일원이자 노동자이기에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한다.
2002년 설립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공무원들이 민주적으로 조직‧결성한 단결체로서 노동조합으로서의 자주성‧목적성‧단체성을 보유한 실질적인 노동조합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고용노동부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하여 해직자가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로 “노동조합”이 아니라면서 수차례 설립신고서를 반려하였다. 설립 신고증 교부 권한을 사실상 노동조합에 대한 허가제로 운용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의 실질적 요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공무원인 노동자는 노동조합 선택의 자유가 없고 자신이 선택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서 노동권 향유와 행사를 위해서는 사전에 고용노동부의 심사를 받아야하는 것이다.
특히 공무원 노동조합에 대하여 사용자 지위에 있는 국가기관이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하여 “노동조합이 아니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노동권의 전제가 되는 노사 대등 원칙에 반하고 단결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의 설립신고 반려 조치로 14만 공무원들이 헌법상 노동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인 국가가 자신이 상대할 노동조합을 선별하고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하여는 협상 창구에도 들어서지 못하게 막고 있는 형국이다.
노동기본권 보장 없는 적폐청산이란 있을 수 없다. ILO 핵심 협약 비준 이전에 설립신고 제도를 노동권 보장 취지에 부합하도록 해석하고 적용하여야 마땅하다.
조속히 전국공무원노동조합에 대하여 설립신고증을 교부하고 법적 지위를 인정할 것을 촉구한다.
2017년 8월 18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 진
[성 명]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의 성역 없는 조사를 촉구한다.
우리 모임은 지난 3월 25일(토)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세대 법학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국제적 비교를 통한 법관인사제도의 모색-법관독립강화의 관점에서’을 주제로 한 공동학술대회에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학술대회를 위하여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총 법관 501명이 참여한 해당 설문조사에서, 조사에 참여한 88%의 법관들이 ‘사법행정에 관해 대법원장, 법원장 등 사법행정권자의 정책에 반하는 의사표현을 한 법관이 불이익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상급심 판단에 반하는 판결을 한 법관이 불이익을 받을 우려에 대해서도 절반에 가까운 47%가 공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단히 충격적인 결과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우리 헌법에 보장된 사법부의 독립과 개혁을 위해서는 법관이 법과 양심에 따라서 사법절차에 임할 수 있는 독립성과 자율성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설문조사 결과,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로 표상되는 사법행정권력이 사법부 내에의 인사권을 무기로 하여 독점적이며 제왕적인 역할로 기능하고 있다는 세간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민주적 원칙을 소중히 여겨야 할 사법부에서 사법개혁을 위한 법관들의 자유로운 의견의 표출이나 이를 위한 활동을 관료적으로 통제하고 인사에 불이익을 주는 형태로 억압하는 행태가 지속되어왔다는 것은 가볍게 여길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주목할 것은 설문조사의 결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이 현직 법관들의 주관적 인식에 따른 것이 아니라 객관적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이번 학술대회에 대해 사전적으로 법원행정처의 부당한 압력이 있었다는 의혹이 <경향신문>을 통해 보도된 바가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에 근무하는 ㄱ판사에게 해당 학술대회 행사에 대한 지원축소 등을 포함하는 부당한 업무지시가 있었다는 점, 부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한 ㄱ판사에 대해서 이례적인 인사조치 등 비교적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난 바가 있다. 우리모임은 사안의 엄중성에 비추어 볼 때 명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성을 느껴서 지난 3월 7일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공개질의서를 송부한 바가 있으나, 유감스럽게도 어떠한 답변도 듣지 못하였다. 오히려 금 번 학술행사 이전부터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의 자유로운 연구 활동을 억압해온 부당한 사법행정권의 행사가 있었던 사실이 언론을 통해서 추가 보도되었을 뿐이다.
다만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에 대한 부당한 압력의 정황의 1차적인 지시권자로 추정되던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긴급하게 사의를 표명한 점, 이인복 사법연수원 석좌교수를 위원장으로 하는 별도의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보도내용이 허위사실에 기초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비록 학술행사는 순조롭게 개최되었지만,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둘러싼 부당한 지시와 압력 행사, 그간 법원행정처의 전횡에 관한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코 작금의 사건을 일부 판사에 대한 인사문제로 축소하거나,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임용신청 철회로 봉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법원행정처의 비대화, 권력화 경향은 법원 내 ‘인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3월20일(월) <한겨레>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법원행정차장이 모두 대법원장이 추천하는 대법관으로 임용되었을 뿐 아니라, 법원행정처를 거친 판사들이 이후 인사이동에서 법원 내 주요 요직으로 불리우는 보직에 집중적으로 배치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모임으로서는 법관의 월활한 재판활동을 위해서 행정지원업무 역할에 충실히 해야 할 법원행정처가 어째서 법원 내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권력기관이자 출세경로로 변모하였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자고 했던 것은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할 수 있는 법관의 자율성과 독립성이지, 사법부 독립의 외피 하에서 대법원장의 제왕적 인사권 보장이 아니었다. 따라서 우리모임은 사법개혁을 위해서 우선적으로는 사법행정에 관한 전면적인 제도개혁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 학술행사에서 드러난 목소리를 반영하여 민주적 사법, 시민과 함께하는 사법,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사법개혁이 다시금 논의되고 실천되어야 할 때로 판단된다. 금번 법원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501명 중 483명의 법관들이 ‘법관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해 사법행정 분야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변하였고, 그 중에서도 대법원장 등의 인사권에 관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대법원의 인식은 여전히 미진해 보인다. 지난 2월 고영한 법원행정처장이 국회에 출석하여 ‘대법원장의 법관에 대한 인사권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에 정치적 악용을 배제하기 위한 역사적인 산물’이라고 주장한 것은 시민과 함께 하는 사법개혁에 대한 열망을 충분히 읽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오히려 대법원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서 드러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박근혜 정권 하에서 이뤄진 청와대 공작정치에 대해 현재의 대법원이 결코 자유롭지 않은 공모자였다는 세간의 합리적 의심과 비판에 대하여 경청과 성찰이 필요한 때이다.
지금은 사법부가 시민 속에서 다시 신뢰받는 공간이 되기 위하여, 또 시민과 함께하는 사법 절차를 마련하기 위하여 사법개혁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사법관료주의 타파를 위해서는 법원조직법 개정부터 헌법개정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제도개혁이 불가피하다. 부디 대법원이 현재 사법부에게 놓인 역사적 과제와 책무가 무엇인지 잘 숙고하길 바란다. 우리 모임 역시 법조 3륜의 한축이자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변호사모임으로서 그 역사적 소임을 함께할 것이다.
2017년 4월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
[성 명]
갑을오토텍은 故김종중의 죽음에 사죄하고, 당장 공격적 직장폐쇄를 중단하라!!
2017년 4월 18일 전국금속노동조합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이하 ‘갑을오토텍지회’라 함) 조합원 김종중이 자택에서 자결한 채 발견됐다. 갑을오토텍은 2016년 7월부터 현재까지 노조와해를 목적으로 한 직장폐쇄(방어성을 상실한 공격적 직장폐쇄)를 유지하면서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9개월간의 살인적인 경제적 궁핍이 고인을 자결에 이르게 했다.
2015년 갑을오토텍 대표이사는 전직 특전사·경찰 30여명을 생산직 신입사원으로 위장 취업시킨 후 어용노조를 설립하고 민주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해 회사의 인적, 물적 자원을 총동원했다. 법원은 대표이사가 헌법상 단결권을 유린한 것은 죄질이 나쁘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한다)위반사건에서 이례적으로 실형 10월을 선고했고, 그 형이 확정되어 현재 복역 중이다(대전지방법원 2016노2134).
그러나 2016년 갑을오토텍은 前대표이사에 대한 실형선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오로지 노조와해를 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갑을오토텍은 직장폐쇄 단행하기 전에 정당한 이유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했고,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체인력을 채용하였으며, 쟁의행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외주생산체계를 완비했다. 갑을오토텍은 위와 같은 사전조치를 통해 직장폐쇄를 장기간 유지했고, 고인을 비롯한 400여명의 조합원들과 그 가족들은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채 살인적인 고통을 견디어야 했다.
갑을오토텍지회는 2016년 7월 고용노동부 천안지청에 위 노조법위반행위에 대하여 고소했으나, 검찰은 단 한 건도 기소하지 않았다. 특히 단체교섭거부의 경우 단체교섭응낙가처분에 대한 대법원 확정판결(대법원 2016마5862)이 있었음에도 검찰은 현재까지 갑을오토텍의 부당노동행위를 묵인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검찰의 직무유기는 갑을오토텍이 직장폐쇄를 지속할 수 있는 명분을 주었고, 갑을오토텍은 노조법에 직장폐쇄가 도입된 후 최장기 직장폐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 위원회는 갑을오토텍이 고인의 죽음에 대하여 사죄하고 당장 공격적인 직장폐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노동3권을 유린하는 갑을오토텍 사용자가 처벌받고 갑을오토텍 노조원들과 가족들이 조속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 대응할 것이다.
2017년 4월 2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위원장 김 진
[성명] 제 19대 대통령 취임과 새로운 정부 출범에 부쳐
– 촛불정신과 사람 중심의 가치에 터잡은 담대한 개혁을 주문한다.
오늘 제19대 대통령이 선출되었고,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되었다. 새 정부의 탄생과 출범은 촛불항쟁과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정치권력의 교체를 넘는 시대사적 의미와 과제를 가진다.
우리 사회는 경제·사회·노동·평화·교육·환경 모든 분야에서 전면적인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 위기가 정치권력 교체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은 누구보다도 시민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에 거는 시민들의 기대가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다음 몇 가지 원칙을 새로운 정부가 숙고해주길 바란다.
우선 새 정부는 촛불로 상징되는 시민들의 힘과 목소리를 망각하지 않길 바란다. 지난 겨울 광장을 지킨 촛불을 이례적인 사건으로만 여긴다면 새 정부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촛불은 우리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하며 동시에 ‘법의 지배’가 충분히 보장되기 위해 노력하는 정부를 원한다. 개성공단 폐쇄, 사드 배치등과 같이 국회의 영역을 침범하면서까지 외교국방 영역에서 독단을 일삼는 정부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아울러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처지를 ‘어쩔 수 없는 현실’, ‘현재 시점에서 다수의 뜻’이라는 변명으로 외면하거나 회피하는 정부를 바라지 않는다.
다음으로 새 정부는 국민에 의해 탄핵된 전 정부가 저지른 과오에 대한 반성과 성찰에서 출발하길 당부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유별난 개인들이 벌인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뿌리 깊은 정경유착의 악습, 권력의 검찰 및 사정라인의 사유화, 언론의 침묵 등이 있었기에 가능한 비극이었다. 재벌, 검찰, 언론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 없이는 동일한 사건이 반복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같은 맥락에서 새 정부는 지난 정권이 시민을 국가의 주인이 아닌 통치의 대상이거나 또는 정권의 반대파로 밀어 붙이며 진행한 모든 정책과 방침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 졸속적으로 진행된 국정교과서 발간사업, 전교조와 민주노총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 사회각계에 걸쳐서 작성된 블랙리스트 등 이루 다 열거하기 힘든 현안들에 대한 조속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사회경제분야의 구조적 위기가 삶의 위기로 전가되고 있는 노동자를 비롯한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중단 없는 개혁, 과감한 결단을 주문한다. 새 정부가 성공하고, 시민들의 지속적인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참다운 사회경제적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경제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실체도 불분명한 4차 산업혁명 담론이나 기업 편의적인 규제프리존법 도입 논의, 국민의 건강권과 무관한 의료영리화 등에만 주목해서는 곤란하다. 새 대통령과 정부가 정작 돌아 봐야 할 것은 ‘사람’과 사람이 있는 ‘현장’이다. 지속적인 부의 양극화, 턱없이 치솟은 부동산 가격과 임대료, 대기업의 하청기업에 대한 불공정한 지위 남용, 아직도 만연한 임금체불 저임금 장시간 노동, 노조 할 권리에 대한 위협과 제약, 부족한 일자리와 청년실업의 만성화, 여성과 남성의 높은 임금격차, 일터에서도 거리에서도 안전하지 못한 성폭력 문제, 위험의 외주화에 따른 하청노동자의 건강권 생명권 침해, 제도상의 결함으로 기초생활수급자 선정조차 받지 못하는 빈곤계층까지 사회경제적 약자들에게는 하루하루가 힘겨운 현장을 돌아 봐야 한다.
우리모임은 새 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이에 헌신하며 동시에 성공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새 정부가 촛불정신과 사람중심의 가치를 충분히 살피지 못하거나 절박한 개혁과제의 추진을 머뭇거린다면, 우리모임은 건설적 비판자로서의 소임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2017년 5월 10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정 연 순
어제(1일) 정부는 메르스 후속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감염병에 대한 초기 대응 구조 마련, 격리시설과 치료 체계 마련, 응급실 구조 개선, 간병·병문안 문화 등 개선, 감염병관리 거버넌스 개선 등이 내용에 포함되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의 진정한 교훈인 공공의료 확충 방안이나 상업화된 의료 환경에 대한 개선책, 가족간병을 국가가 책임지는 구체적 개선방안, 그리고 감염병 위험을 더욱 높일 의료민영화 정책에 대한 반성이 없는 ‘개선방안’은 빈껍데기일 뿐이다.
첫째, 정부의 개편방안에는 공공의료 확충 방안이 없다.
정부는 국립중앙의료원을 ‘중앙 감염병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권역별 전문치료병원’지정, 음압·격리병실을 확충한다고 밝혔다. 이 조치에는 공공병원의 확충은 포함하고 있지 않다. 한국의 참담한 감염병 관리 역량에 비추어 볼 때 턱없이 부족한 조치라고 표현하기조차 민망한 대책에 불과하다. 현재 기관 수 기준 5%밖에 안 되는 공공의료기관의 대폭 확충이 없이는 감염병 관리 대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하나의 예로 경기도에서 메르스 최전선의 유일한 병원으로 작동했던 경기의료원 수원병원은 현재 150병상에 불과하다. 최소한 300~500병상은 되어야 감염내과를 둘 수 있는 종합병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러한 공공병원은 그대로 둔 상태로 ‘3-5개 권역별 감염병원 지정’을 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그야말로 말장난일 뿐이다.
정부는 메르스 사태 이후로 그나마 논의되었던 감염병 전문병원 예산마저 전액 삭감했고 현재 공공의료 확충 방안은 전무한 상황이다. 민간병원의 감염병 관리는 메르스 사태로 드러났듯이 수익성을 걱정하며 감염병 관리 시설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보 공개를 꺼리고 방역조치마저 방해하는 등 근본적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공중·지역방역체계가 구축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책임지고 공공적 시설과 체계를 갖춘 지역거점 공공병원을 설립·운영해야 한다.
둘째, 의료환경 개선책이라고 내놓은 대책은 표면적이고 미비하다.
정부는 응급실 구조개선을 하겠다며 선별진료를 의무화하고 방문객의 출입을 제한하고 비응급환자의 이용부담을 확대하는 등의 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응급실 과밀화의 근본 원인은 응급실이 입원의 통로가 되는 가운데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로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또한 경증환자의 종합적 야간 및 휴일진료를 담당할 의료기관이 없는 현실에서 비응급환자의 이용부담 확대는 환자들에 대한 책임전가일 뿐이다.
심지어 정부가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한다며 내놓은 대책은 본질을 흐리고 있다. 진료의뢰서 유료화 방안은 상급진료가 필요한 환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안일 뿐이다. 병원 간 정보교류 시스템과 원격협진 활성화가 대책이 될 수도 없다. 대형병원 쏠림은 정부의 의료 상업화와 대형병원에 대한 무규제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정부는 1차 의료를 강화하고 재벌병원에 대한 병상 규제 및 경증환자 진료규제를 시행해야만 한다.
간병의 국가책임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도 없다. 포괄간호서비스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예산확보 등 구체적 계획이 없는 가운데 충분한 인력 확보 없이 간호인력의 업무 부담만 과중되는 형태로 운영되어서는 공수표에 불과하며 질과 안전을 담보할 수도 없다.
또한 정부는 1인실 일반병상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1인실 확대가 병원 수익성 확대의 수단이 아니라 감염병 예방책이 되려면, 매우 한정된 감염질환 시에만 1인실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여 감염질환 시 1인실 이용을 건강보험 급여화하고 의료비 부담을 실질적으로 현재의 다인실 수준까지 내려야만 한다.
셋째, 정부 대책에는 감염병 위험을 키우고 있는 의료민영화 중단 선언이 없다.
정부는 작년 영리 부대사업을 확대하여 병원에 쇼핑몰, 수영장, 헬스클럽, 온천장, 호텔까지 병원 내에 두는 것을 허용했다. 대형병원에서의 감염병 확산 사례를 보면 병원에 이런 쇼핑몰, 호텔까지 들어설 경우 감염예방은 불가능하다. 정부에게 진정 감염병 예방 의지가 있다면 부대사업 확대 시행규칙을 철회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는 ‘병원면회 권장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며 ‘문병 문화’를 개인 탓으로 넘기려 하지만 병원 부대사업의 주요 고객이 문병객이라는 사실이 병원에 방문객이 줄지 않는 근본 이유다.
또한 병원의 과밀화를 막고 ‘닥터쇼핑’을 줄이려한다면 의뢰서 유료화와 같은 의료비 인상정책이 아니라 의료광고규제부터 시행하여야 한다. 지하철, 버스·택시에 병원광고가 난무하는 나라는 미국 외에는 한국밖에 없다.
특히나 정부는 의료 수출, 의료관광을 활성화한다면서 의료영리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가 제주도에 도입하려는 영리병원은 감염병 예방에 더욱 취약할 돈벌이 병원이며,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의료는 감염병 관리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안전성과 비용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위험한 기술이다. 이러한 의료영리화를 계속해 추진하여 감염병 위험을 높이면서 감염병 대책을 펼치겠다는 것은 국민 우롱일 뿐이다.
오히려 정부는 식약처 허가가 나지 않은 실험용 진단기기, 치료제를 사용 가능하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방향을 감염관리 개선책으로 언급하고 있다. 이는 메르스 사태를 틈타 안전에 대한 규제완화를 하여 의료기기, 제약업체의 돈벌이 기회를 마련해주려는 활용방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방역체계 개선 방안은 말뿐에 불과한 대책 아닌 대책일 뿐이다. 이번의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은 표면적이며 본질을 흐리고, 새로운 기구 신설 등으로 포장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게다가 환자 의료비 부담을 높이고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을 개선방안에 끼워넣은 것은 전혀 반성의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또한 메르스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국민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의 진정한 사과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에도 깊은 분노를 표한다.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피해보상대책, 그리고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이 우선이다. 이러한 정부의 진지한 접근이 없는 이번의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은 국민들을 바보로 여기는 행위일 뿐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에 관심이 없는 정부 하에서 한국 국가 방역체계는 위기 상황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끝)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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