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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박근혜 정부, 복지도 '국정화' 하려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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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박근혜 정부, 복지도 '국정화' 하려 하나?

익명 (미확인) | 화, 2015/12/01- 10:53

[민교협의 정치시평] 복지 무력화하는 정부의 '입법 공격'

박근혜 정부, 복지도 '국정화' 하려 하나?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아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망연자실할 정도이다. 게다가 지난 11월 14일 민중대회 이후 복면시위는 금지시키겠다면서 국정교과서 집필진에게는 복면을 씌워주는 이율배반조차 벌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많은 반대와 저항이 이어지고 있으며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당하고 있다. 역사의 해석에 하나의 견해만 인정된다는 것은 아무리 너그럽게 받아들이려 해도 도무지 될 수 없는 일이다.

 

복지는 중앙정부만 해야 하나?

그런데 이와 논조가 비슷한 일이 사회복지 영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에 사회보장위원회가 있다. 이는 사회보장기본법에 근거한 위원회이다. 여기에서 지난 8월 11일 각 지자체가 자체 사회보장사업으로 실시하는 5,981개 사업 중 1,496개 사업(사업수로는 25.4%, 예산으로는 15.4%)이 유사, 중복 사업이라며 정비하라는 내용의 '지방자치단체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정비 추진방안'(이하'정비방안')을 의결하였다. 이에 8월 13일, 보건복지부는 각 지자체에 지침을 공문으로 보내고 정비추진단을 구성하여 이를 추진 중이다.

 

말인즉슨 중앙정부가 행하는 복지사업과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은 중단 또는 폐지하라는 얘기다. 복지는 중앙정부가 알아서 할 테니 지방자치단체는 손을 떼라는 말이다. 중앙정부가 충분한 수준으로 복지를 한다면 일면 수긍이 갈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얘기다. 전국적으로 공통 또는 기본적인 것은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해야 하지만, 지역에 특유하거나 부족한 것은 지방자치단체가 보충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사회복지관련 법들을 보면 모든 복지사업이나 정책에 대하여 주어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로 규정되어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복지를 위해 파트너로서 공동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회복지사업법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외에도 누구나 자유롭게 사회복지사업을 행할 수 있도록(법 제34조) 복지다원주의를 규정하고 있으며, 지역사회 주민 누구나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사회복지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법 제33조의2~제33조의8).

 

또한 지방자치제의 취지로 봐도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해라 하지 말라 하는 것은 자치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지역주민의 복지욕구는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보다 잘 파악할 수 있으며, 중앙정부의 제도가 섭렵하지 못하는 부분을 지방자치단체가 보충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정비방안의 위법성

이러한 정비방안은 법적으로도 위법성의 소지가 다분하다. 정비방안은 중앙정부의 지침이다. 지침은 법규범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법령을 위반하면 위법하게 되며 무효가 되는 것이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2항 제7호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및 비용부담에 대하여 사회보장위원회가 심의·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중앙정부의 사업 또는 지방자치단체에 위탁하는 사업에 대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비용을 합리적으로 분담하게 하려는 취지의 규정이다. 정비방안이 요구하는 것처럼 지방자치단체의 고유사업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에 따라 제정한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이하 "사회보장급여법")에서는 사회보장급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의사에 따라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토록 하고, 보장기관(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은 그에 필요한 안내와 상담 등의 지원을 제공토록 하고 있으며(법 제4조 제1항), 보장기관은 지원이 필요한 국민이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국민의 다양한 복지욕구를 충족시키고 생애주기별 필요에 맞는 사회보장급여가 제공되도록 노력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법 제4조 제2항과 제3항). 이 규정은 기존 사회복지사업법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에 관한 규정을 사회보장사업으로 확대하여 제정한 것이다. 법률은 이렇게 만들어 놓고 정부는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이 참으로 어불성설이다.

 

또한 지방자치법 제166조 제1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나 시·도지사가 지방자치단체의 사무에 대하여 조언, 권고 또는 지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사회보장위원회는 중앙행정기관이 아니며 보건복지부가 할 수 있는 조언, 권고, 지도는 일반사무에 관한 것일 뿐 자치사무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헌법 제117조는 지방자치를 규정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법 제9조 제1항은 지방자치단체는 자치사무와 국가위임사무를 처리한다고 규정하면서 그 일환으로 주민의 복지증진에 관한 사무를 예시하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장급여법 그리고 사회복지사업법에서 규정한 사회보장급여와 사회복지서비스는 지역주민의 복지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므로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급여와 관련된 사무를 처리하는 것은 주민의 복리증진을 지향하는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내용에 속한다. 이를 어기라고 지침을 내려 보내는 정부는 도대체 무엇인가?

 

정부의 입법적 공격

이러한 위법성을 인식해서 그랬을까? 최근 정부는 사회보장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교부세를 감액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지난 9월 30일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는데, 지방자치단체가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조정 결과를 따르지 않고 사회보장사업을 시행할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대하여 교부세를 감액할 수 있는 조항(안 제12조 제1항 제9호)이 포함되어 있다.(이 시행령은 12월 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편집자)

 

이번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그동안 거론되지 않던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4항이 새롭게 추가되었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4항은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위원회의 심의조정사항을 반영하여 사회보장제도를 운영 또는 개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심의·조정은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제2항에 의해 사회보장위원회가 수행하는 심의·조정을 말하며 이 심의·조정의 대상은 사회보장기본계획이나 사회보장제도 평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급여 및 비용부담 등 사회보장제도 전반에 걸쳐 있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은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사회보장사업에 관한 심의·조정에 대해서도 지방교부세 감액이라는 채찍을 만들어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나아가 이는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과 관련해서 지방자치단체에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규정된 지방자치의 본질과 내용, 사회보장기본법 및 사회보장급여법 등에 규정된 주민의 욕구를 고려한 맞춤형 사회보장제도의 구축, 운영을 법률의 하위규범인 시행령으로 침해하는 꼴이 된다. 지난 누리사업 예산 편성을 시행령으로 지방교육청으로 떠넘긴 것과 같은 수법이다. 위법하고 위헌이라는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다.

 

복지국가를 건설하기는커녕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 무엇이었던가? 이렇게 복지를 후퇴시키는 것이 한국형 복지국가인가? 증세 방안에 대한 합리적 대안 없이 약속했던 복지공약의 일부라도 시행하려다보니 기존 예산을 깎고 깎아 새로운 복지프로그램의 예산을 마련하려는 꼼수 아닌가 의심스럽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로 접어든다. 서민들과 빈민들에게는 더욱 추운 계절이다. 따뜻하고 자상한 복지를 기대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인가? 어려울수록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이 힘을 합쳐 공생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복지조차 중앙정부가 독점하겠다며 줄이는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윤찬영 전주대학교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 이 글은 2015년 12월 1일 프레시안에 기고한 글입니다. 원문보기>>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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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후보들의 기본소득 공약과 이상(理想)의 기본소득

 

이승윤 |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다가오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새롭게 대두되고 어느 정도의 공론화가 이루어졌다. 기존의 복지체제를 뒤흔들 만큼의 급진적인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제안한 대선공약은 없는데도 불구하고 기본소득논쟁의 확대 자체에 대한 우려도 많다. 하지만 현재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가 상당히 확대된 것은 이후 한국 복지국가의 발전에 있어 유익하다고 판단된다.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를 통해 보다 많은 유권자 및 일반 시민들이 복지의 보편성, 그리고 복지에 대한 시민의 권리에 대해 토론해보고 고민해보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본소득의 개념적 속성

 

기본소득의 개념적 속성으로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적절성이 있다. 무조건성은 자산조사 또는 근로이력과 무관하게 조건 없이 복지가 지급되는 속성을 의미한다. 개별성은 보편성에 포함될 수 있는데, 보편성이란 복지지급의 기준이 시민권에 기반을 두어 시민권을 가진 모든 개인들이 보편적으로 지급받을 수 있는 속성을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적절성은 지급의 수준이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적절한 수준 또는 충분한 수준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지급의 정기성, 현금지급의 원칙들이 추가될 수 있는데 현재까지는 무조건성, 보편성 그리고 적절성의 측면에서 기본소득의 개념에 대한 논의가 집중되어 있다. 이 글에서 필자는 2017년 2월까지 대선 주자로 거론되거나 출마한 8인의 후보들이 제안한 기본소득 관련 논의들을 앞서 설명한 기본소득의 개념적 속성과 비교하여 살펴보겠다. 이어 필자가 제안하는 이상적 기본소득제를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우리나라 기본소득에 대한 논의

 

박원순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현재는 대선후보가 아니지만 한국형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적극적으로 제시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하 박 시장)의 논의를 살펴보겠다. 박 시장은 2016년 12월 21일 국회 토론회에서 ‘한국형 기본소득제’라는 이름의 기본소득 제도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아동, 청년, 중·장년층, 노인층을 두루두루 대상으로 하는 안을 내놓았다. 아동수당은 18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둔 가구에 20만 원 내외를 지급하되 아동 수에 따라 차등 지급, 청년수당은 18~30세를 대상으로 첫 직장 마련까지 2~3년 동안 연간 300만 원을 지원, 중·장년층을 위해서는 실업부조와 상병수당, 국민소득보험을 신설, 노인수당으로는 현행 20만 원을 30만 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제안하였다.

 

 

이재명

현재 ‘기본소득 당장도입’을 가장 강하게 주장하고 있는 후보는 이재명 성남시장(이하 이 시장)이다. 이 시장은 성남시 ‘청년배당’을 실행한 이력이 있는데 대선 공약으로 제안한 기본소득제는 ‘6배당 + 1토지배당’ 체계이다. ‘6배당’이란 0~12세 대상 아동배당, 13~18세 대상 청소년배당, 19~29세 대상 청년배당, 65세 이상 대상 노인배당 등의 생애주기별 배당을 비롯하여 장애인과 농민 대상의 특수배당(중복 가능)을 말한다. 각 집단별 대상자에게는 연간 100만 원이 지급된다. ‘1토지배당’은 토지소유자에게 과세하는 ‘국토보유세’를 신설하여 세수를 확보하고 전 국민에게 연간 30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제안한 기본소득은 지역 상품권 형태로 제공하며 이를 통하여 골목 상권 활성화와 내수 진작 효과까지 목표로 주장하였다. 모든 안을 고려하였을 때 소요되는 예산을 계산해보면 아동, 청소년, 청년, 노인 대상의 생애주기별 배당에 23.8조원, 장애인, 농민 대상의 특수배당에 4.2조원, 토지배당에 15.5조원 등 총 소요예산은 43.5조이다.

 

심상정

심상정 정의당 대표(이하 심 대표)는 2016년 9월 20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한바 있다. 현재 정의당에서 논의되는 기본소득제는 영유아(0~세)·청년(19~24세)·노인(65세 이상)의 연령층에게 자산조사 및 근로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지급하는 안이다. 특히 이와 같이 아동, 청년, 노인 대상으로 무조건적인 기본소득 지급을 1단계로 보아 단계적으로 발전시키는 계획을 구상 중에 있고 이후에는 캐나다에서 시행하는 ‘클로백(Clawback)’ 제도를 도입해 소득이나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지급했던 부분을 환수하는 방식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이하 문 전 대표)는 “기본소득의 의미를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주어진 재정 여건 속에 기본소득의 취지를 최대한 살린다”는 입장으로, 앞서 언급한 세 후보들과는 달리 기본소득이라는 용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큰 틀에서 0~6세 대상 아동수당 및 미취업 청년 대상 청년수당을 도입하고, 기초노령연금을 확대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아동수당의 경우 첫째, 둘째, 셋째에 금액을 차등 지급하여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설명하고, 청년의 경우 소득수준을 고려하지 않지만 취업능력 개발을 목적으로 미취업 청년을 대상으로 1~2년 동안 약 30만 원의 금액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인수당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20만 원을 지급하는 현행 기초연금을 확대해 소득 하위 80%에 30만 원으로 확대 지급하는 안이 제안되었다.

 

손학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이하 손 전 대표)도 기본소득 도입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완전기본소득을 도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기에 당장 시급한 복지 수요를 생각하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유보적이다. 손 전 대표는 아동, 노인 등 특정 계층에 먼저 도입해 효과와 문제점을 검토해보고 국민의 인식을 제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승민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하 유 의원)은 기본소득의 개념 자체에는 동의하며 장기적으로 검토해 볼만 하나, 현재 대선 공약으로서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유 의원은 기본소득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경우 미취학 아동과 노인층에 먼저 도입하는 방식이 적절할 것이라고 설명하여 손 전 대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안철수

기본소득제를 전면적으로 반대하는 대선주자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이하 안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있다. 안 전 대표는 복지 사각지대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한 복지체계를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는데, 모든 국민에게 기본소득을 제공하는 기본소득에는 반대하지만 아동, 노인을 우선순위 대상으로 고려하고 있어 사실 위의 손 전 대표 및 유 의원과 실질적인 입장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안희정

마지막으로 안희정 충남지사(이하 안 지사)는 기본소득제에 대해 가장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하였다. 특히, 안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세금을 누구에게 더 나눠주는 정치는 답이 아니다. 국민은 공짜 밥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하였는데, 관련하여 기본소득의 도입을 대표 공약으로 제시한 이재명 성남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간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이상 살펴본 대선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기본소득의 무조건성, 보편성 그리고 적절성 측면에서 크게 급진적이진 않다. 특히 어느 후보도 사회보장제 및 사회서비스에 대한 축소를 제안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기본소득제로 모든 제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우파진영의 기본소득제와는 구별된다. 청년수당의 경우 이재명 시장, 박원순 시장 그리고 심상정 대표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취업 중심의 일자리 정책 내지는 고용 촉진 차원에서 청년배당 또는 청년수당을 제안하고 하고 있어 기본소득제의 보편성 및 무조건성의 속성과는 거리가 멀다.

 

일할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아동이나 노인 계층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는 논리도 권리로써의 복지배당보다는 조건 기반의 복지급여 속성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구체적인 복지정책을 아직 제시하지 않은 안희정 지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아동수당과 기초연금에 대하서는 긍정적인 입장인 듯하다. 아동 및 노인수당(또는 기초연금)은 무조건성 속성은 포함하고 있으며, 시민권에 기반 한 보편성에 추가적으로 집단별 ‘욕구’ 측면이 고려된 것으로 기본소득 도입의 한 단계로 평가할 수 있겠다. 예를 들어 무조건성이 있는 급여로 아동 수당, 노인 기초연금, 청년수당 등을 기본소득의 형태로 지급하고, 점차적으로 전체 인구 집단으로 확대해 기본소득제라는 별개의 독립정책으로 통합할 수 있다. 현재 이재명 시장의 기본소득제는 집단별 대상자에게는 연간 100만 원을 지급하고, 전 국민에게 연간 30만 원을 지급하는 안인데, 무조건성, 보편성 측면에서 가장 기본소득제의 성격이 강하다. 다만 지급수준의 적절성 측면에서 지급액수가 상당히 낮은 한계가 있다.

 

기본소득제는 기존의 복지정책들을 모두 대체하는 정책이 아니다. 그렇게 때문에 기본소득이 도입되는데 있어 다른 제도와의 정합성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 복지국가는 아직 제도성숙기에 진입하지 않았지만(현재 OECD 국가들 중 최하위권의 사회지출 수준으로 2014년 기준 10.4%임), 한국의 노동시장에서 목격되는 변화는 이미 복지선진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성숙한 한국복지국가와 이미 탈산업화시대에 진입한 한국의 노동시장의 조합을 고려했을 때, 기본소득제의 도입이 아주 먼 미래의 제도는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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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과 다른 제도와의 정합성 고려

 

그러나 기본소득제가 현재의 복지정책을 모두 대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소득제 실현에 있어 세 가지의 측면에서 다른 제도들과의 정합성을 살펴봐야 한다. 첫 번째는 기존의 사회보험 및 공공부조 등 사회보장제와의 관계이고, 두 번째는 사회서비스와의 관계이다. 이상적인 기본소득제가 도입되어도 재생산수단의 재분배에 속하는 보육, 교육, 의료서비스는 사회적으로 공급되어야 한다. 세 번째는, 기본소득제의 재정에 관한 사안으로,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위한 재정조달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노동 그리고 복지국가에서의 주체적인 개인에 대한 이러한 고민에서, 당장 기본소득을 전면적으로 도입하는 것은 이상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미 임금노동의 정의가 모호해지고 좋은 일자리뿐만 아니라 전형화 된 노동의 필요가 총량적 측면에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한국 복지국가의 지체현상(mismatch)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변화하는 노동시장과 정합하고 권리로써 복지가 보장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국가를 우리는 적극적으로 구상해야 한다. 한국복지국가에서 기본소득제가 단계적으로 도입되기 위해서 먼저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된 설계도를 그려보는 것은 중요하다.

 

 

한국의 이상적 기본소득제

 

필자가 제안하는 한국의 이상적 기본소득제는 무조건성, 보편성, 개별성, 적절성 그리고 급여의 정기성과 현금지급의 속성들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모든 개인에게 중위소득 30% 수준의 현금을 무조건적으로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안이다. 중위소득 30%의 현금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 수준이다. 중위소득 30%의 현금 약 50만 원(2017년 기준)을 가구단위가 아닌 개인단위로 지급하기 때문에 0세부터 모든 노인에게 무조건적으로 지급된다. 교육, 보육, 의료 등의 사회서비스는 기본소득제가 도입되어도 함께 적극적으로 확충되며, 중위소득 30%의 지급액은 기본소득만으로도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아래 그림은 이상적기본소득제가 도입된 한국복지국가의 설계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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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먼저 국민연금은 현금 급여가 지급되는 사회보험인데 급여 산출 시 균등화를 위한 A값과 개별 가입자의 소득비례 부분인 B값으로 나누어진다.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의 급여 산출식에서 균등화 역할의 A값은 대체될 수 있고, 소득대체율은 40%로 현행대로 유지된다. 모든 시민에게 중위소득 30%에 해당되는 50만 원 정도의 기본소득이 지급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의 균등화 부분은 기본소득이 대체하게 된다. 기본소득을 지급받고 40%의 명목소득대체율을 계산시 실질소득대체율을 산출해보면 명목소득대체율을 2016년 초에 논의되었던 50% 상향조정안보다 명목소득대체율을 인상되는 효과가 있다. 즉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유지되어도 실질소득대체율이 인상되어 노후소득보장이 강화될 수 있다.

 

한편 국민연금은 현재 실행 중인 기초연금과는 연계되어 있다.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의 노인 중 소득 하위 70%까지의 노인에게 월 최대 20만 원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기초연금의 급여액은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되어 있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짧을수록 더 높은 기초연금 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되어 있다. 이는 국민연금이 노후 소득을 충분히 보장해 주지 못하고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국민연금 급여를 적게 받게 되므로 이에 대한 소득 보충의 목적을 기초연금이 갖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상의 기본소득제는 기초연금제를 대체할 수 있다.

 

실업급여

고용보험에서 가장 주요한 부분은 실업급여이다. 현재 구직급여의 지급액은 근로자의 퇴직 전 평균임금의 50%에 소정급여일수를 곱한 금액인데 상한액과 하한액이 정해져 있다. 하한액은 퇴직 당시의 최저임금법상 시간급 최저임금의 90%에 1일 소정근로시간(8시간)을 곱한 금액인데 최저임금이 변동됨에 따라 구직급여 하한액도 계속해서 바뀐다. 상한액은 이직일이 2017년 이후인 경우 1일 46,584원인데 2017년 이후에는 상한액과 하한액이 동일하여 1일 46,584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기준이라면 1일 실업급여 수급액은 최대 46,584원, 기간은 240일(8개월), 총 11,180,160원을 받게 되며 이를 한 달 기준으로 나눴을 경우 월 1,397,520원이다. 이상의 기본소득제 도입으로 하한액의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하지만 상한선은 높여 앞서 설명한 국민연금과 같이 기본적 소득보장을 실현하면서도 실업자의 실질소득대체율은 인상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부조

사회보험이 가입자의 보험료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반면 사회부조는 국가의 조세로 운영이 된다. 대표적인 사회부조에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과 장애수당이 있다. 이상의 기본소득제에서는 현금형 사회부조가 소멸되는데 대표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생계급여와 노인 대상의 기초연금, 그리고 장애수당이 사라진다.

 

사회서비스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서 사회서비스도 대폭 확장되어야 한다. 사회서비스를 보육, 교육, 의료, 장애인 부문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교육서비스의 경우 현재 실시하고 있는 무상급식은 전국 학교로 확대되어 유지된다. 또한 현재는 중학교까지 의무교육이지만 이 범위가 고등학교와 대학교까지 확장되며 이와 함께 무상급식 또한 고등학교까지 확장된다. 또한 대학교를 넘어서 직업훈련까지 모두 공공 영역에서 무상으로 제공된다.

 

여성복지정책

다음으로 여성복지정책을 살펴보겠다. 이후 2000년대 일가족 양립을 목표로 하여 여성의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정책은 지속적으로 대상과 급여 수준을 강화되어 왔지만, 비정규직 여성의 사각지대 문제는 계속해서 문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고용보험 내 모성보호 제도는 출산전후휴가와 육아휴직,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있는데 이상의 기본소득제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유지 되지만 재원이 현재와 같이 고용보험에서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조세로 충당되어야 한다.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여성과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받기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여성들도 제도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보육의 경우, 2012년부터 만 0-2세 아동을 가진 전 계층이 보육료를 지원받기 시작하였고 2013년부터 소득과 상관없이 만 3-5세 유아를 대상으로 누리과정이 제공되면서 전 계층을 대상으로 무상보육이 실시되었다. 2013년부터는 전 계층에서 무상보육 정책의 일환으로 가정에서 직접 만 5세 이하 영유아를 돌보는 경우 양육수당이 지급되었다. 이상의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양육수당은 대체되지만, 보육서비스는 취학적인 만 6세까지 양질의 무상보육을 실시한다.

 

장애인복지 서비스

마지막으로 이상의 기본소득제에서는 장애인복지 서비스도 대폭 확대된다. 현재 장애수당은 만 18세 이상의 등록장애인 중 3~6급의 장애등급을 가진 자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사람에게 지급되고 1~3급의 만 18세 이상 장애인 중 소득인정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경우 장애인연금을 지급받는다. 이상의 기본소득액은 장애수당과 장애연금을 훨씬 상회하고, 욕구기반보다는 시민권에 기반하여 무조건적으로 지급되어, 현금성 장애인 급여는 대체된다. 하지만 장애인복지 서비스를 대폭 확대하여 장애인들의 일상적 삶의 질 향상을 꾀하고 건강보험의 공공성과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장애인들의 시설 접근성도 향상될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국가

 

현재 탈산업화 시대의 자본주의는 여러 방면에서의 변화를 맞고 있고, 특히 노동, 일, 생산, 분배의 개념이 전반적으로 변화하는 시기에 있다. 노동은 점점 측정 불가하게 되고 있고, 노동을 통한 공정한 분배는 어려워지고 있는 현 사회적 소득의 형태를 띠어야 한다. 즉 분배는 시장에서의 노동과 자원의 교환의 개념이 아닌, 분배 정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돈과 상품이 아닌 지식과 비물질적인 자원들이 공유되는 새로운 사회에서, 개인은 공적 영역에서의 노동, 일과는 별개로 자신의 역량을 발전시키게 될 것이다. 따라서 노동의 의미와 필요성은 현재와 같지 않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글에서 필자는 변화하는 노동시장과 정합하고 권리로써 복지가 보장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복지국가를 꿈꾸며, 기본소득제가 도입 된 한국복지국가의 이상향을 간략하게 제안해보았다. 우리가 가야할 지향점을 설계하고, 기본소득제를 단계적으로 그리고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수, 2017/03/0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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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와 한국 복지국가의 전망1)

 

윤홍식 |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즐거운 당황스러움이라고 할까요? 대통령 선거 기간에 보여주었던 문재인 후보가 맞나 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취임 일주일간 대통령이 보여준 행보는 지난 9년간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국정 운영에 익숙했던 시민들에게는 당황스러운 즐거움을 선물했습니다. 국정교과서 폐기를 지시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을 5.18 민주화운동의 기념곡으로 제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물론 인천공항을 방문해 좌고우면 없이 비정규직을 단번에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부패한 검찰에 대해서는 민주적 통제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줄 것 같습니다. 백미는 지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눈물을 흘리고, 유족을 껴안고 모두가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 것이었습니다. 막힌 속이 뚫리는 것 같았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을 제외하면 국정교과서 폐지,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검찰 개혁 등은 재정을 투여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있겠지만, 대통령이 결심하면 추가적인 재원이 들지 않고도 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한국을 어떤 복지국가로 만들어갈 것인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정치의 핵심은 그 사회가 생산한 잉여를 권위적으로 배분하는 것으로 생각했을 때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한국 복지국가의 모습이야말로 문재인 정부의 성격과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준거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 대통령 선거기간 동안 다양한 이념적 지향을 5개 주요 정당의 후보들이 저마다의 공약을 내놓고 치열하게 국민의 선택을 기다렸습니다. 사회복지의 관점에서 보면 취약계층에게 공적 복지를 집중해야 한다는 후보부터 보편적 복지를 지향하는 후보까지 다양한 선택지가 시민들에게 주어진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대통령 후보들은 자신들의 공약을 실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심지어 일부 후보들은 세출 구조 조정을 통해 복지공약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가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지난 4년 동안 입증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보들은 마땅히 복지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수반되는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했어야 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제시된 대통령 후보들이 지향하는 한국 복지국가의 상을 알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GDP 대비 사회지출을 OECD 평균 수준까지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에 후보들 간에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속도를 어떻게 할지는 후보마다 큰 차이가 있습니다. 심상정 후보의 경우는 공적 사회복지의 지출을 매년 70조 가까이 늘리겠다고 공약하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사회복지지출을 확대를 통해 만들어가야 할 한국 복지국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공적 복지의 양을 확대한다는 것이 곧 한국 복지국가가 어떤 모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그리스의 GDP 대비 사회지출은 27.0%로 모범적인 복지국가로 알려진 노르웨이의 25.1%보다 높고, 스웨덴의 27.1%와 거의 같습니다. 그러나 불평등을 측정하는 지니계수를 보면 그리스의 지내계수는 0.34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인 데 반해 스웨덴은 0.27, 노르웨이는 0.25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빈곤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스의 빈곤율은 15%인데, 반해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빈곤율은 8%, 9%에 불과합니다.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이 10.4%에 불과한 한국의 지니계수가 0.31이고, 빈곤율이 15.0%라는 점을 고려하면 공적 복지지출의 확대가 반드시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합계출산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나 지출하는가의 문제보다는 어떻게 지출하는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복지국가는 소득보장보다 사회서비스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공적 지출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노인 빈곤 문제가 워낙 심각하고, 아동수당과 같은 보편적인 사회수당이 제도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현금급여를 확대하는 것은 필요한 부분이고, 이점에서는 모든 후보가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었던 같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공적 복지를 확대하는 것만큼이나 확대된 공적 복지를 통해 한국 사회가 만들고자 하는 복지국가의 모습을 정확하게 설계하고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가 어떤 비전을 갖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하지만 큰 기대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제가 다른 곳에서도 이야기한 것을 옮기면 문재인 정부는 좌파정부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더불어민주당’은 노동자의 정당도 의회 민주주의를 통해 자본주의 체제 내에서 사회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유럽의 사민당도 아닙니다. 굳이 민주당의 이념적·정치적 기반을 이야기해야 한다면 지역적으로는 호남, 정치적으로는 이승만 정권 이래 지속되었던 독재정권에 대항했던 제도권의 자유주의적 민주화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교안보 문제를 제외한 복지정책만 놓고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심상정 후보는 물론이고 보수 후보였던 유승민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유승민 후보가 조건 없이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재정문제를 이유로 장애인부터 단계적 폐지를 주장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재정여건을 고려해 아동수당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을 때 유승민 후보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우리의 기대는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이념적 성격에 기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이 중도적 자유주의 개혁의 한계를 넘어 문재인 정부에게 혁명적 개혁을 요구하는 순간 시민은 ‘좌파 신자유주의’와 ‘좌측 깜빡이를 켜면서 우회전’했던 노무현 정부의 재림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중도 자유주의 정부에게 좌파적 개혁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슴을 말이라고 해서도, 말을 사슴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지식인과 시민사회는 어떤 정권이 집권하더라도 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적 기능을 게을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이야기한 ‘진보 어용 지식인’이란 지식인과 시민사회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닙니다. 어용 지식인이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에 영합하는 지식인을 일컫는 말인데, 여기에 진보라는 말을 붙인 것은 진보 정권을 보수 세력으로부터 지키는 지식인 정도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그럴 리는 없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라크 전쟁과 같은 불의한 전쟁에 파병한다면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문재인 정부를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만약 문재인 정부가 노무현 정부처럼 국민연금의 소득보장기능을 약화시킨다면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어떻게 동의하고 지지할 수 있겠습니까? 민주적 가치를 훼손하고, 평등한 분배를 추구하려는 정권에 대한 보수의 공격에 맞서 지식인, 시민사회와 정권이 함께 할 수 있지만, 민주적 가치와 진보적 가치를 위협하고, 훼손한다면 설령 좌파 정부라 하더라고 우리는 함께할 수 없습니다.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입니다.

 


 

1) 본 글은 한국사회복지학 제69권에 실린 편집인의 글 "어떤 기대를 해야 할까?"를 기초로 수정·보완해 작성한 글임

목, 2017/06/01-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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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재정 개혁과 정치·사법 권력에 대한 
시민참여 구조 확대에 힘써야

회원님들께 2014년 활동평가와 2015 활동계획을 물었습니다.


이재근 정책기획팀 팀장

 

참여연대는 2015년 사업을 계획하면서 2014년 활동에 대한 회원들의 평가와 의견을 듣기 위해 2월 3일부터 2월 13일까지(약 10일간) 회원모니터단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14년 활동 평가, 2015년 사업 방향 등에 관한 설문으로 구성되었으며, 현재 활동하고 있는 회원모니터단 480명 중 262명(응답률 54.6%)이 참여했습니다.

 


 <설문개요>
 - 조사 목적 : 참여연대의 2014년 활동을 평가하고, 2015년 활동방향을 수렴하여 사업계획 수립의 참고자료로 활동하기 위해 
       본 조사를 실시함
 - 조사 방법 : 구조화된 질문지를 이용한 이메일 조사
 - 조사 대상과 시기 : 참여연대 회원모니터단 480명, 2015년 2월 3일~2월 13일
 - 설문 응답 : 총 262명(총 480명 중 54.6% 응답)
 - 분석 수행 : 리서치뷰 한규용 연구원

 

 

■ 2014년 활동 평가

참여사회 2015년 4월호(통권 221호)

설문결과 회원모니터단은 참여연대의 2014년 활동 전반에 대해 『만족』 응답이 78.3%(매우 만족 8.0% + 대체로 만족 52.7% + 약간 만족 17.6%)으로 평가했습니다. 한편, 『보통』 응답은 14.5%였으며, 『불만족』 응답은 7.2%(매우 불만족 0.4% + 대체로 불만족 1.1% + 약간 불만족 5.7%)였습니다. 7점 척도 평균점은 5.38점으로 ‘대체로 만족’ 보다는 낮고, ‘약간 만족’에 조금 더 가까운 수준입니다. 회원들이 보기에 참여연대가 아주 만족스러운 활동을 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평가해 주셨습니다. 더욱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불만족’한 이유로는 ‘정책변화 등에 영향을 주기에 한계가 있어서’(47.4%)가 가장 높았습니다. 『만족』응답은 여성(86.4%), 공무원·교사(83.8%), 학생·주부·기타(90.9%), 수도권외지역(83.9%), 정의당지지층(85.7%)에서 특히 높았습니다.

 

참여사회 2015년 4월호(통권 221호)

2014년 참여연대 활동에 대한 분야별 평가를 7점 척도 평균점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 행정감시·공익제보·공익법(5.52점), 복지·노동(5.52점), 의정감시·사법감시(5.42점), 회원·시민참여(5.39점), 경제·조세(5.38점), 민생(5.24점), 평화군축·국제연대(5.09점)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민생분야의 만족도가 낮게 평가된 것은 ‘전월세 문제’ 등 민생문제가 악화되고 있으나 성과가 회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더 분발하여 민생을 살리는 활동을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평화군축·국제연대 역시 더 열심히 충실하게 활동하겠습니다.

 

참여사회 2015년 4월호(통권 221호)

2014년은 참여연대가 창립한지 20주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창립 20주년 기념행사와 컨퍼런스 개최, ‘감시자를 감시한다’ 등 단행본 3종 발간, ‘시민의 놀이터’로 변신하기 위한 공간 개선 사업 등 다양한 20주년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참여연대 20주년 기념사업 활동에 대해, 『만족』응답이 77.1%(매우 만족 13.4% + 대체로 만족 41.6% + 약간 만족 22.1%)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보통』응답은 19.5%였으며, 『불만족』응답은 3.4%(대체로 불만족 1.1% + 약간 불만족 2.3%)였습니다. 7점척도 평균점은 5.41점으로 ‘대체로 만족’보다는 낮고, ‘약간 만족’에 조금 더 가까운 수준입니다. 전체 활동에 대한 만족도  5.38점을 약간 상회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만족』응답은 학생·주부·기타(84.1%)에서 특히 높았습니다.

 

참여사회 2015년 4월호(통권 221호)

세월호 참사 대응 활동은 참여연대가 2014년의 특별사업으로 삼아 적극 대응했습니다. 회원모니터단은 2014년 세월호 대응 활동에 대해 『만족』응답이 84.3%(매우 만족 30.9% + 대체로 만족 37.0% +약간 만족 16.4%)였습니다. 한편, 『보통』응답은 7.6%였으며, 『불만족』응답은 7.9%(매우 불만족 1.1% + 대체로 불만족 1.1% + 약간 불만족 5.7%)였고, 7점척도 평균점은 5.72점으로 ‘약간 만족’보다 높고 ‘대체로 만족’에 가까운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만족』응답은 50대이상(91.5%), 공무원·교사(91.9%), 학생·주부·기타(93.2%), 수도권외지역(91.9%), 정의당지지층(90.9%)에서 특히 높았습니다. 『불만족』응답은 2000년 이전 회원가입층(13.2%)에서 전체평균을 다소 상회했습니다.

 

참여사회 2015년 4월호(통권 221호)

참여연대가 2014년 진행한 대표적인 활동 중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복수응답(2개)을 받은 결과,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활동과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활동’이 53.1%로 가장 높았으며,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사건 진상규명 촉구 및 재판 모니터’가 45.4%로 뒤를 이었습니다. 그 외,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 검찰 고발 및 국토부 감사 청구’(26.7%),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악 및 의료민영화 개악 저지 활동’(21.0%), ‘통신비 인하, 세입자 언론 기획, 화상경마장 반대, 사학비리 고발 등 민생 문제 대응’(13.4%) 등의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활동과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활동’이라는 응답은 여성(59.3%), 30대이하(59.3%), 학생·주부·기타(63.6%), 2006~2010년 회원가입층(64.6%), 정의당지지층(62.3%)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국정원 등 국가기관 대선 개입사건 진상규명 촉구 및 재판 모니터’라는 응답은 전 계층에서 높게 응답되었습니다. ‘조현아 땅콩회항 사건 검찰 고발 및 국토부 감사 청구’라는 응답은 여성(33.3%), 2011년이후 회원가입층(35.4%), 중도성향층(36.0%)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10%로 이상 응답만 표시)

 

참여사회 2015년 4월호(통권 221호)

2014년 참여연대의 대표적인 회원·시민사업 중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복수응답(2개)을 받은 결과,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과 추모 플래시몹 등 회원, 시민과 함께 한 세월호 참사 대응 활동’을 꼽은 비율이 60.3%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시민 강좌 운영’(38.5%), ‘국회 상임위 시민방청단 운영, 공익제보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 최소 엽서보내기 등 시민 캠페인(24.4%), ‘회원여름캠프, 회원월례모임, 오픈하우스 등 전체 회원 초청 행사 진행’(16.8%), ‘청년인턴, 불온대장정, 스케치북 등 대학생·청년 프로그램 진행’(14.5%), ‘지역회원 만나기 위한 움직이는 총회와 강좌 진행’(14.1%), ‘작은 전시회, 음악회, 영화상영, 저자와의 만남, 답사 등 문화 행사 진행’(13.7%), ‘회원 자녀 초청, 탐방 등 청소년 프로그램 진행’(11.5%)순으로 응답되었습니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서명운동과 추모 플래시몹 등 회원, 시민과 함께 한 세월호 참사 대응 활동’을 꼽은 비율은 공무원·교사(67.6%), 2006~2010년(67.7%) 및 2011년 이후 회원가입층(67.7%), 정의당지지층(67.5%)에서 특히 높았습니다. ‘<아카데미느티나무>의 시민 강좌 운영’을 꼽은 비율은 여성(44.4%), 무당층(46.3%)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 2015년 사업 방향

참여사회 2015년 4월호(통권 221호)

참여연대가 2015년에 가장 집중하고 강화해야 할 활동방식에 대해 질문한 결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 옹호를 위한 당사자 연대’라는 응답이 34.4%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순발력 있는 대응’(26.0%), ‘정책 대안 마련을 위한 전문성 강화’(20.6%), ‘다양한 시민 교육, 회원·시민(청년, 청소년)참여 프로그램 확대’(10.3%), ‘참여연대 활동 홍보와 시민 소통 강화’(7.6%)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 옹호를 위한 당사자 연대’는 30대 이하(44.4%), 학생·주부·기타(47.7%), 2001~2005년 회원가입층(39.7%), 새정치민주연합지지층(41.3%), 중도성향층(40.0%)에서 특히 높게 응답되었습니다.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순발력 있는 대응’은 여성(32.1%), 공무원·교사(32.4%)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참여사회 2015년 4월호(통권 221호)

2015년 참여연대가 가장 집중해야 할 활동 방향은 무엇인지에 대해 복수응답(2개)을 받은 결과,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 공공성 강화와 조세재정 개혁’(45.0%)과 ‘정치·사법 권력에 대한 시민 참여 구조 확대’(43.5%)를 꼽은 비율이 비슷한 수준으로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권력오남용 책임추궁을 위한 기록·기억 사업 활성화’(33.2%), ‘세월호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만들기’(32.4%), ‘노동과 함께하는 경제 민주화 실현’(21.4%), ‘시민 참여·교육·문화사업의 다양성 강화’(15.3%) 순으로 응답되었습니다. ‘복지국가를 위한 사회 공공성 강화와 조세재정 개혁’이라는 응답은 여성(51.9%), 공무원·교사(56.8%)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습니다. ‘정치·사법 권력에 대한 시민 참여 구조 확대’라는 응답은 2000년 이전 회원가입층(52.6%), 새정치민주연합지지층(60.3%), 중도성향층(52.0%)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습니다.

목, 2015/04/02-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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