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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동원, 기업 앵벌이’…보훈처의 예산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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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동원, 기업 앵벌이’…보훈처의 예산 꼼수

익명 (미확인) | 목, 2015/11/26- 19:30

국가보훈처가 ‘이념 편향’ 논란이 큰 ‘나라사랑 교육’ 예산을 올리기 위해 대학교수들을 동원해 “보훈처 예산을 증액하자”는 내용의 칼럼을 쓰도록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보훈처가 기업들을 압박해 반 강제적으로 나라사랑 교육을 개최하게 하고, 비용을 부담하게 한 정황도 확인됐다.

보훈처, 2016년 나라사랑 예산 올해보다 230배, 6천 억 원 요구

보훈처는 2016년 예산을 편성하면서 이른바 ‘나라사랑 교육’ 예산을 올해보다 230배 증액해 달라고 요청했다. 2015년 26억 원이었던 예산을 6천억 원으로 올려달라는 말이다. 보훈처는 이 예산으로 전국 11,408개 초중고교에 모두 호국보훈 전담교사를 두고, 유치원도 882개를 골라 ‘이념 교육’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부처 간 예산을 조정하는 기획재정부를 거치면서 100억 원으로 삭감됐지만, 이 금액도 올해보다 4배가량 많다.

“보훈처 예산 올려야 한다” 교수 칼럼들, 보훈처 지시로 작성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가 한창이던 지난 11월 3일과 4일, 보훈처 대변인실은 각 지방 보훈청에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을 요약하면, 보훈처 예산 증액이 야당의 반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보훈처 참고자료를 나라강사들에게 보여주고 기고를 받아 언론사에 게재하라는 내용이다. 이 지시사항은 ‘처차장 관심사항’이라고 이메일에 적혀있다.

▲ 11월 3일, 보훈처 대변인실에서 각 지방청에 보낸 이메일

▲ 11월 3일, 보훈처 대변인실에서 각 지방청에 보낸 이메일

11월 9일부터 아주경제와 뉴스1 등 군소 언론사에 “나라사랑 교육 예산을 올려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이 한꺼번에 게재되기 시작했다. 내용도 대부분 보훈처가 작성한 ‘참고 자료’와 비슷했다. 총 7개 언론사에 6명의 나라사랑 강사가 글을 썼다. 기고자 6명 중 5명이 대학교수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보훈처 예산 증액 주장’ 칼럼

안성호 충북대 교수 (보훈학회장)
호국정신 함양 위한 예산 증액 필요성(충청타임즈 11/9) 

김영찬 한국자유총연맹 민주시민대학 교수
제2의 징비록은 안된다 (아주경제 11/9) 
제2의 징비록은 안된다(뉴스1 11/9) 

신사순 초당대학교 교수
호국정신 함양을 위한 나라사랑 교육(광주타임즈 11/10) 

고시성 한성대 국방과학대학원 교수
호국 정신 함양의 기본은 나라사랑 교육이다(성광일보 11/10) 

구자웅 SI부산경남전략그룹 고문
나라사랑 교육은 국가안보가 최우선(신아일보 11/10) 

전경태 계명대 명예교수
통일 대박의 시작은 나라사랑 교육(영남일보 11/18)

특히 안성호 보훈학회장(충북대 교수)의 칼럼은 제목을 포함해 내용의 반 이상이 보훈처 참고자료와 완전히 동일했다. 안성호 보훈학회장은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나 “보훈처의 요청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안성호 학회장은 또 “칼럼 내용에 문제가 없으면 되지, 칼럼을 왜 썼는지를 묻는 의도가 뭐냐”고 되물었다.

보훈처에 교수들에게 특정한 내용의 칼럼 작성을 지시한 적이 있는지 문의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박승춘 보훈처장에게 직접 찾아가 물어봤지만 박 처장은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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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춘, “나라사랑 교육은 국민이 원하는 것”

박승춘 보훈처장은 10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지난 5년 동안 정부예산으로 나라사랑 교육을 3천 회 했는데, 수요자(피교육자)가 강사료를 부담하며 교육한 것이 8천 회”라며, “나라사랑 교육은 국민이 원하는 교육”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원하기 때문에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2016년 서울보훈청 나라사랑 교육 세부내역(~9월까지)에 따르면, 수요처에서 강사료를 부담하면서 나라사랑 교육을 실시한 횟수는 모두 545건이다. 이 가운데 학교와 관공서, 공공기관, 관변단체 등을 제외하고 기업과 봉사단체 등 민간 부문으로 분류할 수 있는 곳에서 주최한 나라사랑 교육은 94건이다. 17%에 불과한 수치다.

나라사랑 교육 개최 기업, “보훈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업들은 보훈처의 나랑사랑 교육 개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보훈처 내부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법에서 정한 “국가 유공자 비율을 잘 지키지 못하는 기업들은 보훈처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간 기업들의 나라사랑 교육 개최도 상당수 반 강제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뉴스타파는 올해 강사료를 자체적으로 지불하면서 나라사랑 강연을 개최한 기업들을 접촉해 봤다. 대부분 답변을 꺼렸지만 모 대기업 관계자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보훈처에서 계속 공문을 보내서, 필요한 교육이 아니었지만 한 번 해주고 끝내겠다는 개념으로 강연을 개최했다”고 털어놨다. 또 “보훈처가 유공자 채용비율을 이행 못하면 기업에 벌금 등을 부과할 수 있기 때문에 보훈처와 관계를 부드럽게 하기 위해서 요구를 들어주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나라사랑 교육’ 예산, 2016년부터 지자체 자체 편성도 가능해져

행정자치부는 내년 예산부터 지방자치단체가 나라사랑 교육 예산을 자체 편성할 수 있도록 예산 편성 지침을 개정했다. 중앙정부 예산인 보훈처 예산이 깎여도 지자체 예산을 통해 ‘이념 편향 교육’ 예산을 증액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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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박 대통령의 위압적인 통치와 통제로 한국 민주주의 퇴행시켜 – 국정 역사교과서 시도는 아버지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동기 – 친 재벌 노동법 개정으로 노동자 해고 쉬워져 – 반대 의견의 제압은 한국의 이미지 크게 손상시켜 뉴욕타임스가 “한국 정부, 반대 의견을 억눌러”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자랑스러운 민주주의적 자유를 퇴행시키고 있다고 경고했다. 뉴욕타임스 사설은 지난 주말 ...
토, 2015/11/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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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재단 신입 공채 때 임 아무개 씨 채용 부탁
올 3월과 7월 서울센터에 신 아무개 파견 압박해 관철
신 씨 아버지는 유 의원 남편 동창이자 지역구 특보역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시청자미디어재단(이사장 이석우)에 연거푸 지인 채용을 부탁한 정황이 드러났다. 재단은 국회 미방위로부터 감사를 받는 기관이어서 지위를 이용한 채용 청탁 의혹을 사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석우 이사장은 지난해 6월 재단 신입 직원 공채 때 미방위 소속 유승희 국회의원의 부탁이라며 임 아무개 씨를 서류 전형에서 통과시키도록 담당 심사위원에게 부탁하라는 지시 문자를 재단 실무진에게 보냈다. 담당 심사위원은 김 아무개 인재선발시험위원으로 확인됐다. 임 씨는 그러나 1차 서류심사에서 총점 44.8점으로 지원자 435명 가운데 389위에 머물러 떨어지고 말았다.

이 이사장은 임 씨가 1차 서류 전형에서 탈락하자 2015년 6월 22일 유승희 의원실을 찾아가 결과를 알리고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재단 실무진이 이사장에게 보고한 문자에는 지원자를 뒷조사하고, 면접 시 이념적 치우침이 없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 2015년 6월 15일 이석우 이사장이 재단 실무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왼쪽 위). 유승희 의원 부탁임을 드러내 보였다. 하루 뒤인 16일에는 재단 관계자가 이석우 이사장에게 유승희 의원실에서 부탁한 채용 대상자에 대해 뒷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오른쪽). 같은 달 20일 문자메시지(왼쪽 아래)에는 이석우 이사장이 유승희 의원의 임 아무개 씨 추천 건 대책을 꾀한 뒤 의원실에 찾아가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 2015년 6월 15일 이석우 이사장이 재단 실무진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왼쪽 위). 유승희 의원 부탁임을 드러내 보였다. 하루 뒤인 16일에는 재단 관계자가 이석우 이사장에게 유승희 의원실에서 부탁한 채용 대상자에 대해 뒷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오른쪽). 같은 달 20일 문자메시지(왼쪽 아래)에는 이석우 이사장이 유승희 의원의 임 아무개 씨 추천 건 대책을 꾀한 뒤 의원실에 찾아가기로 한 내용이 담겼다.

▲2015년 6월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 직원 공채 1차 서류심사 결과 가운데 일부. 그달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서류심사를 벌여 18일 합격자를 발표했다.

▲2015년 6월 시청자미디어재단 신입 직원 공채 1차 서류심사 결과 가운데 일부. 그달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서류심사를 벌여 18일 합격자를 발표했다.

올 3월, 7월 서울센터에 남편 친구 아들 파견 계약

지난 3월엔 유승희 의원 남편인 유 아무개 교수의 친구 아들이 재단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에 파견직으로 채용돼 역시 부정 청탁 의혹을 샀다. 서울센터에 채용된 신 아무개 씨의 아버지는 유 교수와 초등학교 25회 동창. 이 학교와 서울센터는 모두 유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성북구(갑)에 있다. 신 씨 아버지가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운영한 사단법인 사무실도 유승희 의원 지역구 사무소에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신 씨 아버지는 유 의원 지역구 사무소에 드나들며 특별보좌역을 스스로 맡아 활동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왼쪽부터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54 유승희 의원 지역구 사무소, 보문로 171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보문로 157 신 아무개 씨 아버지의 사단법인 사무실이 있던 자리.

▲왼쪽부터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 54 유승희 의원 지역구 사무소, 보문로 171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보문로 157 신 아무개 씨 아버지의 사단법인 사무실이 있던 자리.

신 씨는 지난 3월 14일부터 7월 13일까지 4개월 동안 서울센터에서 파견 직원으로 일하며 다달이 230만 원쯤 받았다. 특히 신 씨는 이례적으로 인력파견업체로부터 추천된 복수 후보자와 경쟁하는 절차조차 없이 홀로 지정돼 채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7월 13일은 신 씨뿐만 아니라 부산, 광주센터에 파견됐던 직원 2명의 노동 계약도 끝난 날. 관련 예산이 빠듯해, 올 10월 ‘시청자미디어축제’ 때 파견 직원을 다시 채용하려면 신 씨를 포함한 3명과 계약을 끝냈어야 했다는 게 재단 관계자 설명이다.

신 씨가 4개월 만에 서울센터를 그만둘 처지에 놓이자 유승희 의원실에서 ‘계속 채용’을 부탁했다는 재단 관계자 진술과 제보가 이어졌다. 유 의원실에선 재단에 ‘고졸 정규직 채용 규정’이 있는지도 물었고, 재단 관계자들은 이를 고졸 파견 사원인 신 씨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압력으로 여겼다. 재단은 결국 서울, 부산, 광주센터 파견 노동자 3명 가운데 두 명을 내보내고 신 씨만 남겼다. 계약 해지 12일 만인 지난 7월 25일 신 씨를 파견 직원으로 다시 채용했다.

재단에 인력을 파견하는 K사 관계자는 “의뢰 받기로는 10월경 (시청자) 미디어 축제가 있고, 그걸 위한 제반 준비가 필요해서 (신 씨 계속 채용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월 시청자 미디어 축제 때 필요한 파견 인력을 한꺼번에 뽑지 않은 채 오로지 신 씨만 채용해 앞뒤가 어긋났다. 지금 재단이 때 이른 10월 축제 준비로 바쁜 상황도 아니다.

유승희 의원과 이석우 이사장, 청탁 의혹 ‘모르쇠’

유 의원실 여러 관계자는 서울센터에 채용된 신 아무개 씨의 아버지를 잘 알고 있었다. 한 관계자는 “특보라는 게 공식 (임명) 절차가 있는 건 아니고, 특별한 의미가 있는 호칭이거나 역할이 있는 것도 아니”라며 다만 신 씨 아버지가 성북구에서 “(더불어민주당) 당원 생활을 꽤 오래 한 걸로 안다”고 밝혔다. 그는 “(신 씨 아버지와 유 교수가) 초등학교 동창인 건 맞는데 서로 인생 경로가 너무 달랐고 나중에 알고 보니 동창이었더라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유승희 의원은 지난 7월 29일 기자와 만나 서울센터에서 일하는 신 아무개 씨를 “잘 모른다”고 말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에 신 씨와 임 아무개 씨 채용을 부탁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거나 “전혀 없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신 씨 아버지를 “남편 초등학교 동창이라 알게 된 게 아니”라며 “정치를 하다 보니까 (신 씨 아버지가 당원이어서) 당연히 지역구에 와서 알게 된 것”일 뿐 채용 청탁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임 아무개 씨와의 관계는 따로 밝혀 말하지 않았다.

▲유승희 의원 블로그에 소개된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 알림(왼쪽)과 2015년 6월 센터 개소식. 개소식에는 유 의원(오른쪽 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세 번째),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오른쪽 끝)이 참석했다. (사진: 유승희 의원 블로그에서 갈무리)

▲유승희 의원 블로그에 소개된 서울시청자미디어센터 유치 알림(왼쪽)과 2015년 6월 센터 개소식. 개소식에는 유 의원(오른쪽 사진 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세 번째),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오른쪽 끝)이 참석했다. (사진: 유승희 의원 블로그에서 갈무리)

유승희 의원은 지난해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서울, 경기 최초로 성북구에 유치했다’고 홍보용 블로그에 내보였다. “방송통신위원회를 2년간 꾸준히 설득해, 천신만고 끝에 국비 50억 원을 확보하고 2015년 6월 (센터를) 개관해 운영 중”이라는 것. 서울센터는 오는 2018년까지 200억 원을 들여 길음동에 새로 자리 잡을 예정이다.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은 유 의원실의 채용 청탁 여부를 두고 “아는 게 없고, 그런 적 없다”고 말했다.

수, 2016/08/17-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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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이 KBS와 MBC의 언론인을 사찰하고, 프로그램과 인사에까지 관여했다는 증거가 나왔습니다.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같지 않나요? 바로 1980년 전두환의 보안사가 자행했던 언론통제공작과 말 그대로 ‘판박이’입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로부터 해직됐던 고승우 당시 합동통신 기자와 이명박의 국정원으로부터 사찰 당하고, 배제됐던 현재 KBS 기자, 피디들의 육성을 직접 비교해보시죠.


취재 : 신동윤
촬영 : 신영철
편집 : 정지성

월, 2017/09/18-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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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케이, 한국 가습기 살균제 사태는 제2의 세월호 참사 – 정부, 2011년 옥시 가습기 살균제의 유독성 연관성 이미 인정 – 살균제 회사, 뇌물로 안전보고서 논문 조작해 – 정부의 늦장 대응에 피해자들과 시민단체 분노 일본 니케이 신문은 4일 ‘치명적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한국 사회을 뒤흔들고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옥시 사태가 “제2의 세월호 참사”라 불린다며 피해자들과 가족들이 한국 ...
수, 2016/06/0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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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칼럼은 한겨레신문(2016. 9. 6) 칼럼을 전재한 것입니다.)

공시족 40만은 한국의 산업, 노동, 복지, 교육 등 거의 모든 문제가 집약된 모순 덩어리다. 정부의 대기업 밀어주기 정책과 장기 산업정책의 실종,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 사회적 공정성 결여, 교육부의 고학력 인력 수급 정책 부재가 맞물려 있다.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취업 준비생 65만명 중 40%인 26만명이 공시족, 즉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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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이 힘들고, 취업해도 고용이 불안하다. 최근에는 연령제한까지 폐지됐다. 그러면서 너도나도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면서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는 절정의 호황을 누리고 있다. (사진 출처: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07070114321)

지난해 9급 공무원 공채 시험에는 역대 최대인 22만명이 응시하여 51 대 1의 경쟁을 보였다. 실제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은 40만명 정도라 하고, 현재의 직장인 38%가 생업과 공무원 시험을 병행한다는 믿기 어려운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에서 공무원이 너무 많은 특권을 갖고 있기 때문일까? 그런 점이 있다. 청년들의 안정 지향, 그리고 한국 사회의 관존민비 전통이나 노동천시 문화 탓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사기업의 근무조건이 열악하고 고용이 너무 불안하기 때문에 공시에 매달린다고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 신입사원의 27.7%는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다고 하는데 기업의 숨 막히는 조직문화가 주요 사직 이유라고 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기업의 고용조건이 극히 불안해졌지만, 사회적 안전망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 정규직의 좋은 일자리 찾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었고, 일단 중소기업에 들어가면 대기업으로 올라타기 어렵다. 대기업에 들어가더라도 극심한 경쟁과 권위주의적인 조직문화에 시달리며 ‘저녁이 없는 삶’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시족 폭발은 공직이 천국이어서라기보다는 사기업에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거의 의탁할 수 없는 데 기인한다.

공무원 시험 응시 나이 제한이 폐지된 이후 다년간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꽤 많아졌고, 쉰살이 넘어 공무원이 된 사람들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공시족의 경우 3년 정도가 지나면 인간관계가 단절되고 의욕도 상실한 자폐적 존재가 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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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공무원시험에 몰리면서 인간관계가 단절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혼자먹는 밥과 술을 의미하는 ‘혼밥’, ‘혼술’은 공시족 40만시대의 문화코드가 됐다. 대중문화에서도 이런 현상을 예리하게 포착하고 있다. 최근 공시족의 삶을 그린 드라마가 좋은 예이다. 최근 방송 중인 tvN의 ‘혼술남녀’.

물론 공무원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도 없다. 그런데 도전과 변화를 감행해야 할 우수한 청년들이 안정을 찾아 이렇게 공시에 몰려드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좋지 않은 징조다.

게다가 2년 혹은 4년 동안 비싼 등록금과 귀중한 시간을 바치고도 전공과 거의 무관한 공시를 별도로 준비한다는 사실은 국가경제적으로도 큰 손실이지만 대학 교육도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가적으로는 극히 ‘비합리적인’ 결과가 초래되었지만 공시족 개인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거의 모든 나라에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지만 한국처럼 이렇게 많은 청년들이 공직으로 몰리지는 않는다. 유럽과 달리 한국의 청년실업, 공시족 폭발은 대졸 노동시장의 문제다.

즉 1990년대 이후 한국은 제조업의 고용흡수력이 축소되는 서비스 경제로 진입하여 기업은 대졸 사무직을 고용해서 훈련시킬 여유가 없어졌다. 과거 교육부는 90년대 이후 이러한 경제 환경이나 노동시장의 변화를 무시한 채 대학 정원 특히 인문계 정원을 무책임하게 늘렸다.

특히 한국의 학부모나 학생들도 대학 진학 때 전공에 대한 관심보다는 오직 학벌 간판 취득에만 관심을 갖는다. 학벌이 노동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는 한국 사회에서 대학 전공은 취업 혹은 이후 노동의 성과와 별로 관련이 없다.

대기업이 골목시장까지 다 장악했기 때문에 창업도 거의 실패로 끝난다. 결국 청년들의 입장에서 보면 공무원 시험이 그나마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받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는 길인 셈이다.

결국 공시족 40만은 한국의 산업, 노동, 복지, 교육 등 거의 모든 문제가 집약된 모순 덩어리다. 정부의 대기업 밀어주기 정책과 장기 산업정책의 실종, 취약한 사회적 안전망, 사회적 공정성 결여, 교육부의 고학력 인력 수급 정책 부재가 맞물려 있다.

사회의 모든 부와 자원이 재벌 대기업에 집중된 극도의 불평등하고 불안정한 나라가 만들어낸 결과다.

불안은 청년들의 정신을 갉아먹고 온 사회를 갉아먹고 국가의 미래를 갉아먹는다. 취업률을 대학 평가기준으로 삼는 교육부의 대학 길들이기 정책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좋은 일터가 사라졌고, 노동문화나 직업의식도 사라졌다. 국가, 기업, 대학이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목, 2016/09/0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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