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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와 정치적 상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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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와 정치적 상상력

익명 (미확인) | 화, 2015/11/24- 16:27

요즘 어떤 책 읽으세요? 희망제작소 연구원들이 여러분과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은 책을 소개합니다. 그 책은 오래된 책일 수도 있고, 흥미로운 세상살이가 담겨 있을 수도 있고, 절판되어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는 책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같이 볼까요?


열여덟 번째 책
<선거제도와 정치적 상상력>
아름다운 혼이 담긴 선거제도를 위하여

book in text 300 400

우리 사회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그 중에서도 정치가 가장 ‘후지다’는 말을 듣곤 합니다. 저자는 우리나라 정치인들, 정치평론가들, 그리고 정치학자들의 정치적 상상력의 빈곤함을 보고, 선거제도에 관한 전문가가 아님에도 펜을 들었다고 합니다. 전 세계의 다양한 선거제도를 충실하게 소개하고, 그것으로 대한민국의 정치적 상상력을 확장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라고 밝힙니다.

그렇다면 선거제도가 어떻게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넓혀 줄 수 있을까요?

단순다수대표제, 연기명 중선구제, 제한적 연기명 중선거구제, 단기명 중선거구제, 결선투표제, 선호대체투표제, 명부식 비례대표제, 다수대표/비례대표 병행제…등 복잡하고 다양한 당선자 결정 방식에 대한 설명들은 저자의 지식을 뽐내기 위해 혹은 독자의 머리를 아프게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현재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선거제도의 기본 성격을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에게 적합한 선거제도를 창안해내기 위해서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선거의 방식이 얼마나 다양할 수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합니다. 그래서 군더더기 없이 설명된 당선자 결정 방식의 내용들은, 현재 국회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에서 교착상태에 빠진 선거구 획정논의를 보는 우리의 눈을 더욱 날카롭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이 책은 선거와 권력의 관계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함으로써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예를 들어, “권력이란 본시 틈만 보이면 자신의 적정 한계를 넘으려고 애를 쓰는 법”인데, 이러한 권력의 침범을 제지하고 경계하기 위해 매번 혁명을 일으키거나,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야 한다는 것은 무척 피곤한 일이고 또 더없는 낭비입니다. 그래서 마련된 것이 바로 선거라는 것이죠. 따라서 선거제도를 둘러싼 논쟁과 투쟁은 한 정치사회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겪어야 했던 성장통이라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이 책은 다양한 질문으로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 1948년 제헌 헌법이 아니라 1987년 헌법이 우리나라 헌정사의 구체적인 출발점인 이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무제한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 다수결이 언제나 올바른 결정이 이뤄지는 것이 아님에도 다수결의 원칙에 기반한 민주주의가 다른 형태의 체제보다 나은 까닭은? 권력을 견제한다는 것과 권력을 무력화한다는 것이 어떻게 다른지? 등등.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저자의 설명과 주장을 따라 답을 찾다보면, 어느 새 이 책이 목표하는 “아름다운 혼이 담긴 선거제도를 만들어 내기 위한 정치적 상상력의 복원”에 한 발짝 다가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거수기 아니면 투사들’ 뿐이라고 실망하는 사람들, 그래서 결국 ‘국회무용론’을 선동하는 이들에게 저자는 말합니다. “유용한 국회는 좋은 사람이 국회에 들어갈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므로 국회의원을 어떻게 뽑을 것인지에 대해 국민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한, 국회는 무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는 선거제도가 국민 모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주제라고 이야기합니다. “게임의 규칙에 따라 어떤 종류의 가치와 이념을 추구하는 세력이 이 사회를 주도하게 될 것인지가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어디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절대적으로 옳고, 바람직한 선거제도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그들만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외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 필요한 그리고 우리가 바라는, 그런 대표가 뽑힐 수 있는 제도가 무엇인지, 저자의 말대로 ‘섬세한 안목과 치열한 논의를 거쳐’ 개선책을 찾는 데 진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이겠지요. 이 책을 통해 우리의 정치적 상상력을 한껏 펼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글_이은경(연구조정실 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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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출연자

  • 진행 : 안진걸 공동사무처장 (참여연대)
  • 초대손님 : 김은숙 작가(드라마 [태양의 후예]), 김은희 작가(드라마 [시그널]), 장항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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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특집6. 김은숙-김은희-장항준과 함께. 3분총선~투표참여!!!

 

참여연대 팟캐스트 총선특집 여섯번째 시간, 김은숙 작가(드라마 [태양의 후예]), 김은희 작가(드라마 [시그널]), 장항준 감독. 세분을 모셨습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시그널로 정말 핫한 인기작가인 김은숙, 김은희 두분에게서 '내가 투표하는 이유', '당신이 투표해야 하는 이유'를 들어보세요.

 

 

* 플레이어가 보이지 않는 경우 : http://www.podbbang.com/ch/8005?e=21941639

* 아이튠즈로 듣기 : https://goo.gl/nFNC93

 

[총선맞이 이벤트] '3분총선'을 검색하고 '투표합시다'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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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팟캐스트 총선 특집 일정 (업로드 일자)

수, 2016/04/06-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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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과거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어 국고보조금 5억 원을 지급받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당원 명부를 도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민간단체에 가입한 적 없는 당원들에게 문자를 돌려 “뉴스타파에서 전화가 오면 단체에 가입한 것으로 답하라”는 거짓말을 시켰다는 주장도 나왔다. 명의도용 피해자들은 한 의원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어서 한 의원의 국고보조금을 둘러싼 의혹은 새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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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당원들 “한선교 의원 민간단체에 명의도용 당해” 주장

새누리당 경기도당 당원이자 한선교 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왔다고 밝힌 이범진 씨는 지난해 말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한선교 의원이 명의를 도용해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고 국고보조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나 뿐만 아니라 아내와 지인, 지인의 아들까지도 명의를 도용당했다”며 “이들은 모두 새누리당 책임당원들이다. 당원명부를 도용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정부에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려면 상시 활동 중인 회원이 100명 이상이어야 한다. 이 같은 요건을 갖추기 위해 당원명부를 도용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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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2014년 1월 28일, 한선교 의원이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간사 시절 ‘정암문화예술연구회’라는 비영리민간단체를 만들어 피감기관인 문체부로부터 국고보조금 5억 원을 신청, 하루 만에 지급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단체는 사무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데다, 단체 운영진의 절반은 한 의원의 보좌진과 보좌진 가족들, 회원은 새누리당 당원, 문체부 산하기관 직원들로 구성돼 있어 순수한 민간단체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당시 실제로 한 의원의 민간단체 회원명부를 입수해 100여 명을 일일이 확인한 결과, 통화연결이 된 22명이 “단체 자체를 모른다”고 답했다. 회원 중 정확하게 단체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선교 의원실의 보좌진과 지인 등 최측근들뿐이었다. 따라서 명의도용으로 단체를 만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같은 의혹을 입증하는 주장이 2년 만에 새롭게 제기된 것이다.

당원들 “뉴스타파 전화 오면 가입했다 해라” 사주 받고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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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뉴스타파 취재당시, 한선교 의원측에서 새누리당 당원들에게 문자와 전화를 돌려 “뉴스타파 전화 오면 단체에 가입한 게 맞다”고 거짓말을 시킨 사실도 새롭게 드러났다.

이 씨는 “한선교 의원 박 모 비서관으로부터 ‘뉴스타파에서 전화 오면 단체 회원가입을 했다, 총회에도 참석했다고 말하라’는 문자를 받았었다”며 “그 문자를 받은 직후 기자에게 전화가 걸려와 단체 회원이 맞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2014년 취재진과의 통화에서는 “정상적인 회원이 맞다”고 답했었다.

그는 “그때는 아무것도 모르고 일단 보좌진이 시키는 대로 답했는데, 뒤늦게 국고보조금을 타내기 위해 단체를 만드는 데 내 명의가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고 매우 불쾌했다”며 “시간이 지나면 진상이 규명될 줄 알았으나, 아무런 시시비비도 가려지지 않기에 직접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당원도 같은 주장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당원은 “당시 한선교 의원 보좌관이 기자들에게 연락 오면 대답하라며 단체 총회 날짜까지 알려줬다. 무슨 단체냐고 반문했지만 별거 아니라는 식으로 말했다”며 “최근에는 단체 탈퇴를 하라며 문자를 보냈기에 가입한 적이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또 반문했더니, 자세한 설명 없이 해산 완료했다는 답장만 보내왔다. 아무리 당원이라도 동의 없이 명의를 도용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선교 의원 보좌진 “동의 다 받았고 문자는 가입사실 상기시킬 목적” 반박

이에 대해 해당 문자를 보낸 한선교 의원실 박 모 비서관은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그는 “모든 회원들에게 동의서 또는 구두 동의를 받은 것으로 기억한다“며 “문자메시지를 돌린 사실이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돌렸다면 회원가입 사실을 확인시키기 위한 것이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거짓말을 시킨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취재진은 동의서를 제시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그는 “동의서는 단체 해산과 동시에 폐기했고, 대부분 구두동의를 받았으므로 제보자와 대질심문을 시켜달라”고 요구했다. 단체 탈퇴 문자를 보냈던 또 다른 보좌관은 현재 한선교 의원실을 떠났으며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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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회원들로부터 동의를 받았다는 한선교 의원 측의 반박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박 비서관이 회원들에게 문자를 돌린 날(2014년1월9일)은 때마침 뉴스타파가 박 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정암문화예술연구회의 실체에 대해 물었던 날이었다.

당시 박 비서관은 “정암문화예술연구회라는 단체를 아시냐”고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런 단체를 모른다”고 답했었다. 취재진 전화를 받기 4시간 여 전에 회원들에게 문자까지 돌려 취재대응을 지시했던 보좌진이 기자에게는 “단체를 모른다”고 말했던 것이다. 이에 대해 박 비서관은 “단체를 모른다고 답했던 사실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선교 의원 “회원 동의 부분은 보좌진이 한 일, 불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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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교 의원은 모든 책임을 보좌진들에게 돌렸다. 한 의원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과정에서 불법은 없었고, 회원동의는 모두 보좌진들이 받은 것으로 자신은 잘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 또 “보좌진이 문자를 돌렸다는 내용 역시 잘 모르는 부분이고, 만약 돌렸다면 회원가입 사실을 상기시키기 위해서 보냈을 것”이라며 박 모 비서관과 같은 답변을 내놨다.

또 과거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한선교 5억 의혹’, 문체부 상대로 직접 지원 청탁 드러나>와 관련, 당시 문방위 간사로서 문체부에 보조금 예산을 청탁한 것이 지위를 남용한 불법이 아니냐고 묻자 “자신은 청탁한 적이 없으며, 청탁했다면 보좌관이 한 일”이라며 “뉴스타파 보도 이후 사업비 잔액도 반납했고, 단체도 해산했다. 문제될 사안은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선교 의원이 국고보조금을 지급받는 모든 과정에서 현행법을 위반했을 소지가 높다며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혜경 변호사는 “한선교 의원은 비영리민간단체지원법,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보조금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지위를 이용했을 경우에는 형법 그리고 개인정보보호법 등에 모두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특히 “개인정보를 도용한 혐의는 징역 10년 이하 벌금 1억 원 이하에 해당하는 중차대한 범죄이자, 문체부가 국고 환수를 명령해야 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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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명의도용 사실을 밝힌 이범진 씨는 한 의원을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서민들은 빵 하나를 훔쳐도 형사소추 받는데, 갑중의 갑이라는 국회의원은 명의도용으로 국고보조금을 받아도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국고보조금 부정수급에 대해선 엄단해야 한다고 말한 만큼 대표적인 친박의원인 한선교 의원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강조했다.

화, 2016/01/12-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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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의회 민주주의는 죽었다
– 박근혜-새누리당의 유승민 찍어내기에 붙여

Wycliff Luk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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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새누리 원내대표(사진: youtube 영상 캡쳐)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 과연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인지 의심스럽다. 새누리당은 7월8일(수) 박수로 유승민 원내대표를 끌어 내렸다. 지난 6월25일(목) 박근혜의 ‘배신의 정치’ 발언 이후 거의 2주 만의 일이다.

이 대목에서 유승민 전 대표를 두둔할 의도는 없다. 유 전 대표는 영남 기득권의 일부다. 그러나 유 전 대표는 최고 권력자인 박근혜의 노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개혁보수 노선을 걸으려 했다. 박근혜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같은 집권 세력 내부에서 엇박자를 냈다는 이유로 박근혜는 작심하고 유 대표를 내쫓으려 했고, 새누리당의 친박계 의원들은 여기에 동조하고 나섰다. 이게 유 대표 찍어내기 파동의 본질이다.

대통령 중심제의 근간은 ‘견제와 균형’이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대통령 중심제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권한이 비대해질 위험성이 상존한다. 국회의 핵심 기능은 입법이다. 입법기능은 한편으로 대통령 권한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맞서 대통령은 입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입법권의 우위를 견제할 수 있다. 사실 이런 견제와 균형 원리는 이제 상식에 속한다.

박근혜는 이런 기본적인 상식을 어기고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유 대표에 대해 배신의 정치라는 낙인을 찍었다. 우리 헌법 어디에도 대통령에게 이런 초법적 권한을 보장해준 조항은 없다. 그러나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최고 권력자의 심기 챙기기에만 급급해 유 대표 찍어내기에 올인했다. 견제와 균형은 어디에도 없었다.

당청 대립 프레임을 깨자

이번 유 대표 사퇴 파동은 단순히 당청 대립의 프레임으로 바라보기엔 너무 심각하다. 사퇴파동의 발단은 국회법 개정안이다. 국회법 개정안의 뼈대는 “국회 상임위원회가 대통령령 총리령 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행정입법의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요구받은 수정, 변경을 지체없이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사실 입법권의 우위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공민 교과서에 실릴만 하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에 대해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더구나 예기치않게 심각한 이율배반이 드러났다. 헌법학자 출신인 정종섭 행정안전부 장관이 입각전 자신의 저서에서 “법률에 대한 국회입법의 독점을 보다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위임입법의 경우에 하위법령에 대한 국회의 통제권을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적은 것이다. 정 장관은 놀랍게도 “대통령이 위헌 혹은 위법인 대통령령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경우에 국회는 심지어 탄핵소추를 할 수도 있다”고도 주장했다. 문제가 되자 정 장관은 이론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런 태도는 기만적이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제3의 길’을 내세우며 집권했다. 블레어 총리는 ‘제3의 길’의 이론을 정립한 안소니 기든스를 국사(國師)로 극진히 모셨고, 기든스는 자신의 이론을 현실에 구현하려 했다.

다시 정리하면, 대통령은 의회의 입법권을 존중해야 하고, 의회는 대통령의 권한이 도를 넘지 않도록 법의 울타리를 쳐야 한다. 그러나 유 대표 사퇴파동은 대통령의 불편한 심기가 의회의 견제기능을 무력화시킨,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다.

박근혜는 집권 초기부터 국회를 걸림돌로 보았다. 야당은 아예 적으로 생각했고, 여당 조차 자기의 심기를 충실히 받들어야 할 기구쯤으로 여겼다. 이런 일그러진 심성이 결국 작금의 파동을 불러온 것이다.

박근혜야 원래 심성이 삐뚤어진 사람이라 그렇다 치고라도, 새누리당 의원들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유 대표 찍어내기에 동참했는지 모르겠다. 의원들은 하나하나가 입법기관이고, 입법을 통해 나라의 근간을 세워야 할 의무가 있다. 또 대통령 권한이 비대해지지 않도록 견제해야 할 의무도 담당해야 한다. 그러나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런 의무를 망각한 채 박수로 유 대표 찍어내기에 가담했다. 이런 행태가 북한 지배체제와 도대체 다를 게 무엇인가?

오늘 감히 선포한다. 의회 민주주의는 죽었다고. 박근혜와 새누리당 친박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의기양양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의기양양함은 곧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엇보다 박근혜와 새누리당은 더 이상 국민을 입에 올리지 말고, 민주주의의 이름을 더럽히지 마라. 곧 받게될 준엄한 심판을 위해 단단히 준비하라.

[ 저작권자: 뉴스프로, 기사 전문 혹은 일부를 인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출처를 밝혀주십시오.] 

수, 2015/07/0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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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혜 새누리당 비례후보(전 코레일 사장)의 자녀 명의로 돼 있는 이천시 농지가 형질 변경 없이 인공 조명 시설이 설치돼 있고, 잔디가 심어져 있는 등 정원처럼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농지 불법 전용 의혹을 사고 있다. 관할 관청은 농지 불법 전용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최연혜 후보는 또 강원도 홍천과 경기도 이천 일대 농지를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조건으로 사들였지만,실제 경작은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농지 매입 규정 위반 의혹도 사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의 가족들은 관련 의혹을 부인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 5번 최연혜 후보는 지난 1999년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이평리 일대 농지(밭) 2,000여 제곱미터를 언니와 함께 매입했다. 매입 당시 최 후보는 철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었고, 주소지는 서울 서초동이었다. 취재진이 만난 지역 주민들은 최 후보가 99년 농지를 사들인 이후 농사를 짓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후보의 농지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한때 풀이 사람 허리까지 자랄 정도”였다고 지역 주민들은 설명했다.

최 후보는 직접 농사를 짓겠다는 농업경영계획서를 관할 면사무소에 제출하고 농지를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면사무소 전산 자료에는 최 후보의 이름과 함께 ‘자기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자경 조건으로 농지를 매입한 뒤 실제 직접 농사를 짓지 않으면 농지 매입 신고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최 후보는 이 농지 일부를 2002년 동생에게 넘기고, 나머지는 2006년 딸에게 증여했다. 이후 딸에게 증여된 농지의 일부는 밭에서 대지로 지목이 변경됐다. 땅 값도 99년 매입 당시보다 공시지가 기준으로 10배나 상승했다. (14,000원(1999년) -> 134,900원(2015년) 단위 1m2)

2010년 11월에는 최 후보가 딸에게 증여한 땅에 2층 주택이 들어섰다. 그해 농지에서 대지로 지목이 변경된 곳이다. 건물의 명의는 최 후보의 남편 강 모 씨다. 마을 주민들은 이 주택을 최 후보의 가족들이 별장처럼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이천시 주택 옆 마당으로 쓰이는 농지 모습

▲ 이천시 주택 옆 마당으로 쓰이는 농지 모습

 

뉴스타파 취재진이 3월 25일 주택과 붙어 있는 밭을 확인한 결과, 군데 군데 조명 시설이 세워져 있었고, 잔디도 심어져 있었다. 또 수조로 보이는 깊이 1미터 정도의 콘크리트 시설물도 설치돼 있었고, 20제곱미터 규모의 작은 건물도 있었다. 작물을 심어 놓은 바로 옆 농지와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잔디를 심고, 조명 시설을 설치해 주택에 딸린 정원처럼 이용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땅의 지목은 엄연히 밭, 즉 농지다. 농지를 불법 전용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문제의 농지는 최 후보가 딸에게 증여한 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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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관할 이천시에 문의해봤다. 농지 담당 공무원은 불법 전용이 의심된다고 답했다. 이천시는 3월 28일 해당 농지에 불법 전용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조치할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관할 면사무소에 보냈다. 마장면사무소는 현재 불법 여부를 조사 중이다. 현행 농지법 규정을 보면 농지 전용 허가를 받고 이를 위반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 후보의 남편 강 모 씨는 농지 불법 전용이 아니라고 의혹을 부인했다. 해당 농지에 과실수를 심었고, 농사를 하는 밭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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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혜 후보는 또 1999년 강원도 홍천군 남면 일대 천6백여 제곱미터 밭도 매입했다. 외지인의 농지 매입이 크게 늘던 때다. 이 농지는 최 후보가 재산을 공개하고 1년 뒤인 2006년, 남편에게 증여했다. 마을 주민들은 최 후보는 물론 그의 가족들이 농사를 직접 짓는 모습을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리경작을 하고 있는 마을주민은 “농사를 지을 수 없어, 처음부터 우리가 (농사를) 지어 먹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확인 결과, 최 후보는 이 농지 역시 자경하겠다는 조건으로 신고 한 뒤, 농지 취득 자격을 얻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천과 마찬가지로, 홍천군의 경우도 농지 매입 신고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이 농지는 2014년 한국농어촌공사에 임대 수탁됐다.

농지 매입 신고 규정 위반과 농지 불법 전용 의혹까지 제기되지만 최 후보의 남편 강 씨는 모든 것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투기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강 씨는 또 이천과 홍천 농지 모두 스스로 경작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취재진이 만난 지역 주민들의 말은 강 씨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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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은 최 후보에게 직접 해명을 듣기 위해 자택을 방문하고,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하고 이메일로 질의서를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연혜 후보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대전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고, 이듬해 2013년 10월 코레일 사장에 취임하면서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임기 3년을 다 채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총선을 한 달 앞둔 3월 14일 돌연 사장직을 사퇴하고 새누리당 비례대표를 신청해, 당선 안정권인 5번에 낙점됐다.


취재/김새봄
촬영/최형석
편집/윤석민

목, 2016/03/31-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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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뛰어넘을 것입니다. 동교동도 친노도 뛰어넘을 것입니다. 친문도 비문도 뛰어넘을 것입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불펜투수로 몸을 풀고 있겠다’, ‘기회가 있으면 슛을 쏘겠다’던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달 31일 밤 11시42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는 “김대중 노무현의 못 다 이룬 역사를 완성하고자 노력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언론의 질문공세에 아직은 “연말연초까지 기다려보라”고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지만 이미 대권 도전은 기정사실화된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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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의 잠재적 대권후보였던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지난달 말, 처음으로 대권도전의사를 밝혔다. 그의 지지자들에겐 막연한 기대감이 현실적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안 지사 자신에게는 그런 현실을 구체적 비전으로 보여줘야 할 과제가 주어진 것이다. (사진 출처: http://www.cc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977889)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안 지사와 김부겸 의원을 두고 “두 분이 희망”이라고 말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차기 대권주자를 묻는 조사에서는 안 지사가 포함되기 시작하자 안 지사의 지지율만큼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직은 그저 문재인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야권의 총선 승리로 문재인 대세론이 굳혀지면서 다른 대선주자들의 입지가 좁아진 탓이다. 50대 초반의 나이이므로 ‘차기’가 아니라 ‘차차기’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박정희 유겐트에서 운동권 고등학생으로

안희정 지사는 스스로 충남 논산 출신의 ‘촌놈’이라고 말한다. 철물점집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골목대장을 도맡아 했다. 아버지는 박정희의 ‘정희(正熙)’ 두 글자를 뒤집어 그에게 ‘희정(熙正)’이란 이름을 지어주기도 했다.

그는 유년시절을 ‘박정희 유겐트’(히틀러의 소년 친위대 ‘히틀러유겐트’에 빗댄 말)’로 보냈다고 한다. 육사에 진학해 장군이 되겠다는 꿈을 꾸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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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지사의 부친은 박정희를 흠모했다. 이런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랐는데도 안 지사는 어릴 적부터 제적과 자퇴를 감행하는 운동권으로 성장했다. 사진은 안 지사의 어릴 적 모습. (사진 출처: http://m.raythep.com/PoliticsInside/IndepthAnalysis/View/3066)

그러나 중3 때 야당 성향의 선생님을 만났고 고교 때는 <러시아 혁명사>를 탐독하면서 ‘혁명을 꿈꾸는 학생’으로 바뀌게 된다.

남대전고 입학 6개월 만에 제적을 당한다. 5·18 광주민주화항쟁에 관여됐다는 이유였다. 당시 그는 학도호국단 연대장을 맡고 있었는데 불량청소년들을 삼청교육대에 보내야 하니 명단을 만들라는 지시를 거부하고 계엄사에 끌려갔던 것이 원인이었다.

부모님의 강권으로 서울 성남고에 재입학했지만 다시 자퇴한다. 학생운동을 하겠다는 일념으로 대입 검정고시를 치러 합격하는 독특한 학생이었다. 결국 소원대로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해 반독재 민주화운동에 참여한다.

노무현과의 만남

지금은 가장 ‘핫’한 대선주자 중 한 명이 됐지만, 충남지사 이전 그의 정치인생은 순탄치 못했다. 1989년 김덕룡 의원 비서관으로 정치에 입문했지만 3당 합당을 거부하고 꼬마민주당에 남으면서 현실 정치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된다.

한때 정치계를 떠나 출판사의 ‘무협지’ 영업부장으로 전국을 떠돌기도 했다.

1994년 노무현이 이끄는 지방자치실무연구소에 합류한 것은 그의 인생 역정에서 가장 ‘두드러진 순간’이었다고 한다. 당시 그는 합류를 권유한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만나 “한 번 끝까지 가보자”고 맹세했다.

안 지사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 탄생의 일등공신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안 지사를 ‘정치적 동업자’라고까지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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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과 안희정, 이광재의 관계는 정치인과 참모의 이상적인 관계를 상징한다. 참여정부의 탄생은 이들 3인의 의기투합에서 시작됐다. 참여정부 출범 이후 ‘우광재, 좌희정’으로 불렸지만, 이광재는 꽃길을, 안희정은 감옥을 가야 했다. 2003년 12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되기 전 질문에 답하는 안희정 (오른쪽 사진, 사진 출처: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158917)

하지만 불법 대선자금의 책임을 짊어지고 그는 감옥으로 간다. 참여정부 내내 아무런 공직도 맡지 못했다. 대선 패배로 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지켜봐야 했던 그는 스스로를 포함한 친노 진영을 ‘폐족’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이듬해 18대 총선에서도 불법 정치자금 수수 전력 때문에 공천심사대상에서 배재된다. 그럼에도 그는 깨끗이 승복했다. 대신 그해 최고위원 경선에서 당선돼 재기한다.

‘분노의 정치’에서 ‘통합의 정치’로 진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2009년 경남 양산 재선거에서 송인배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그는 투표로 ‘복수’하자는 말을 서슴없이 꺼냈다.

“노무현 대통령을 평생 모셔왔던 안희정 입장에서 제가 심판해달라고 이야기하면, 그건 뭐라고 들리십니까? ‘아, 저놈들 억울하게 죽은 자기네 대장의 복수해달란 이야기구나’ 이렇게 듣지 않으시겠습니까? 저는 그래서 그 말에 대해서 굳이 다른 표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가 충남지사에까지 오르는데 그 ‘분노’가 한 동력이 됐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7년이 흐른 지금 그의 태도는 ‘분노’에서 사뭇 비껴나 있다. 페이스북 대권도전 선언에서도 그는 이렇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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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의 정치는 분노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다. 보수기득권세력에 밀려 극단적 선택을 했던 노무현은 그 분노의 진원지였다. 그러나 이후 안희정은 그 분노를 넘어 다른 세력과 사람을 품는 통합의 정치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분노에서 통합으로 가는 길의 진정성과 깊이를 어떻게 평가받는지에 따라 안희정의 미래도 달라질 것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국민 통합을 이야기 했습니다. 그 분들을 사랑하는 일이 타인을 미워하는 일이 된다면 그것은 그 분들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자세도 아니며 스승을 뛰어넘어야 하는 후예의 자세도 아닐 것입니다. (중략) 나아가 나는 근현대사 백여 년의 그 치욕과 눈물의 역사를 뛰어넘을 것입니다. 그 역사 속에 전봉준도 이승만도 박정희도 김구도 조봉암도 김대중도 김영삼도 노무현도 있었습니다.”

동교동, 친문, 비문의 차원이 아니라 이승만과 박정희에 대해서도 열린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변화는 갑작스런 것은 아니다. 현실 정치를 헤쳐가면서 자연스럽게 ‘분노’만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는 체득을 해 나간 듯하다.

그의 페이스북 메인 이미지에는 “겸손은 모욕을 용서하는 것”이라는 문구가 써 있다. 감명 깊게 읽었다는 <사막의 지혜>라는 책에 나오는 문구다.

안 지사는 이 책에 대한 독후감에서 “도지사 역할 중 상당 부분은 사람들의 슬픔과 분노를 마주하는 일”이라며 “그 분들의 아픔을 온전히 살펴드리기 위해선 내 마음속 안식이 필요했다”고 말한다.

2013년 내놓은 저서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에서도 안 지사는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의 역대 대통령에 대해 덩샤오핑의 마오쩌둥에 대한 평가를 사례로 들며 ‘공칠과삼(功七過三)’ 정도는 인정하는 합리성을 보여야 한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2014년 안철수 의원이 재보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직에서 사퇴했을 때 “안철수 대표는 정치에 대한 혐오감을 갖던 세력이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게 큰 공을 세웠다”고 옹호하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보수적인 집안에서 태어난 스스로의 삶에서도 적지 않은 고충을 겪었을 터다.

2011년 현충일 기념 중도일보 기고에서 그는 “아버님은 6.25 참전용사이고 장인어른은 6.25 전쟁으로 북쪽에 재산을 다 놓고 오신 분”이라며 “그 분들 입장에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자 거리로 나섰던 아들이자 사위를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서로 이해하고자 노력할 때 차이는 극복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안 지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김대중·노무현 집안의 장자가 되겠다고 했다. 사람은 늘 누군가를 몹시 존경하고 그분을 따라 배운다. 그러나 어느 순간 거기에 갇혀 있지 않는 게 인생이다. 그걸 뛰어넘어서 자기 인생을 사는 거 아닌가. 그게 자연진화의 법칙이고 인생의 진실이다. 그러니까 이미 흘러가고 있는 사람에 대해 노무현이다 김대중이다, 거기에 가두어 놓으면 안 된다.

(중략) 과거와 결별해 다른 형태의 민주당, 다른 형태의 진보, 다른 형태의 보수가 되자고 제안하는 거다.”

아직은 ‘가능성의 정치인’…구체적 비전 모호

안 지사의 이런 태도는 다소 두루뭉술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본격적으로 정치의 중심무대에 등장했을 때 어떤 정치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안 지사는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말솜씨로 진작부터 ‘대선후보감’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스스로도 광역자치단체장이지만 국가 단위의 이슈에도 열의를 보였다.

광복절 경축사에서 ‘승전 국가’임을 선언하자는 연설을 내뿜는가 하면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충남합동추모제’를 열어 7번에 걸쳐 사죄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인간 노무현만큼이나 인간 안희정도 매력적이다. 첫 충남지사 선거에 나와서 유세활동 중에도 다른 후보들은 여러 절을 도는데 ‘스윽’ 지나다니지 못하는 성격 탓에 한 절에 쭉 머물렀다고 한다.

관용차에 지나가는 노인들을 태워 자식처럼 모셨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SBS 스페셜>에 출연해 도지사의 얼굴을 아무도 모르는 마을로 가서 ‘일일이장’이 돼 노인들과 시금털털하게 얘기를 나누고 마을 일을 도맡아 하는 모습은 많은 화제가 됐다.

그러나 그의 ‘철학’과 ‘호소력’에 비해 실질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출마 선언이 나오자 충남도 내에서 “충남도정에 대한 고민보다 민주주의 철학과 원칙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 보인다”는 등의 언급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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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이 끊임없이 잠재적 대권후보로 인식되는 것은 충남도지사로서의 직무수행 능력이 기대 이상으로 좋기 때문이다. 전국 광역단체장 평가에서 안희정은 항상 수위의 자리를 차지한다. 그럴수록 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자료 출처: 리얼미터)

안 지사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도지사로서 무엇을 보여줬느냐는 질문에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얘기를 꺼낸다.

자신은 환경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발전소를 짓자는 목소리도 묵살할 수 없어 환경영향평가와 사전 타당성 조사를 엄격하게 한 뒤 결과에 승복하자고 제안했고 그대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진짜 건설하자는 쪽으로 나오면 어떡하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 결과는 건설하지 않는 것으로 나왔으며 모두 승복했고 그것이 바로 ‘새정치’라는 것이다.

몇몇 정책들도 눈에 띈다. 안 지사가 도입한 실시간 재정 공개 시스템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돼 전국적으로 도입이 추진 중이기도 한다.

트레이드 마크인 ‘3농 혁신’ 역시 일정한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리얼미터의 시도지사 평가에서 5개월 연속 1위를 기록 중이기도 하다.

그러나 스스로도 얘기하듯 이런 성과들이 그다지 확연하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지사를 맡은 뒤 어떤 부분에서 달라졌냐는 질문에) 가장 어려운 질문이다. 보통 이런 질문에는 ‘청계천 뚜껑을 열었다’든지 ‘(버스) 중앙차선을 했다’든지 ‘세빛둥둥섬을 했다’고 답하지 않나.”

‘새시대의 맏형’ 될까

안희정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2010년 5월24일 충청남도 강경에서 벌어진 ‘눈물의 유세’ 현장.

그는 그날 울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 분이 저한테 한 자리를 줬습니까. 저한테 돈을 줬습니까. 하지만 저는 노무현이 좋았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에게 충성했습니다. 노무현에게 충성하는 것은 제가 살아온 대한민국에 대한 충성이요, 힘없고 빽 없는 이 땅의 보통사람들 어머님, 아버님에 대한 충성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새 시대의 맏형이 되고 싶었으나 구시대의 막내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노무현·김대중의 ‘장자’를 자청하는 그가 새 시대를 열어젖힐 맏형이 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는 말한다. “목재상에 있는 많은 목재가 나중에 어떤 용도로 쓰일 지는 집을 지어봐야 안다. 시대에 따라 용도가 정해지는 것 아닌가.”

화, 2016/09/13-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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