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조물주 위의 건물주"를 확인한 홍대앞 삼통치킨 강제철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여성을 협박하여 자신을 성적으로 학대하도록 하거나 다른 남성을 시켜 여성을 강간해 얻어낸 디지털 이미지와 영상을 텔레그램으로 공유해 온 n번방/박사방 사건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사건이 터지자 정치인들은 발빠르게 해법이라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정보통신망법,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형법’ 등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고 있지만 기시감이 든다. 웹하드, 소라넷 등 디지털 성범죄 관련 사건이 터질 때마다 웹하드 처벌법, 몰카 방지법, 아동음란물 유통방지 의무법 등 처벌을 강화하는 수많은 법안이 쏟아져 나왔고 입법되었으나 디지털 성범죄는 줄어들기는커녕 증가하고 있고 그 처벌도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법감정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작년 웰컴투비디오 운영자가 징역 1년 6개월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은 것처럼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범죄행위 역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사단법인 오픈넷은 n번방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국회는 정보통신망법과 형법상 음란물 관련 규정을 재정비하여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후자에 대한 법적·문화적 경계심을 고양시키고, 사법부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할 것을 요구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반복적으로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지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디지털 성범죄물에 관대한 한국사회의 문화 때문이다. 이런 문화는 수사기관의 수사 방식이나 법원의 양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목도할 수밖에 없다. 더 문제적인 것은 범죄자들 역시 성범죄에 관대한 양형 기준을 학습하며 더 끔찍한 범죄를 계획했다는 것이다. 성범죄에 관대한 문화의 뿌리 중 일부는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형사법제에 있다.
음란물이란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서 존중·보호되어야 할 인격을 갖춘 존재인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으로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을 말하며(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도3558 판결) 성도덕의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불법 촬영물’은 성행위는 자발적일지라도 그 촬영 또는 배포가 촬영대상의 의사에 반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말하며 촬영대상의 성적 프라이버시 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아동 성착취물’은 아동의 성행위 또는 선정적인 행위를 촬영한 것으로서 촬영된 아동에게 미치는 정신적 피해의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중요한 것은 ‘불법 촬영물’, ‘아동 성착취물’은 촬영 대상에 대해 끔찍한 피해를 끼치는 성범죄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피해자가 없는 음란물과는 구분되어야 하고 처벌도 질적으로 달라야 한다. 이렇게 구분이 명확히 되었다면 n번방 사건을 “야동을 본 것 정도”로 생각하는 일각의 몰이해를 예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 법제는 구분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 청소년성보호법은 실존아동에 대한 성착취가 이루어지지 않는 소위 “교복물”이나 미성년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등을 “가상아동” 음란물도 “아동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나 표현물”이 등장한다는 이유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현실에서는 실존아동을 강간해 아동 성착취물을 만든 제작자나 아동 캐릭터가 등장하는 음란한 만화를 그린 만화가나, 아동 성착취물 소지자나 어려보이는 성인배우가 등장하는 교복물 소지자나 똑같은 조항이 적용되어 사법적 판단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의 아동음란물 사건 중에는 웰컴투비디오와 같은 아동 성착취물 보다는 애니메이션이나 교복물과 같은 ‘가상아동 음란물’이 문제된 사건이 훨씬 많다. 이런 현실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 모든 범죄를 수사해야 하는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수사자원을 디지털 성범죄물 단속에 최우선적으로 투입하지 못하고, 법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죄질이 다르더라도 같은 처벌 조항이 적용되기 때문에 극단적으로 차이나는 형벌을 선고하지 못한다. 여기에 포르노그래피, 소위 “야동”은 대부분 음란물에 해당하지 않지만 엄격한 청소년유해매체물 규제에 의해 마치 불법 영상인 것처럼 삭제·차단되는 상황이 혼돈을 가중시키고, 심지어 디지털 성범죄물도 “야동”으로 인식하게 만들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형사법제상 음란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의 구분이 절실하다. 강요·협박·강간·아동성착취·불법촬영 등 범죄행위의 결과인 디지털 성범죄물 관련 조항을 신설 및 강화하고, 아동청소년음란물은 ‘가상아동 음란물’과 ‘실존아동 성착취물’을 구분하여 형벌을 달리해야 한다.
또한 이에 맞춘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의 신설이 필요하다. 양형기준은 법관이 형을 정하는 데 참고하는 기준으로, 대법원 양형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살인과 뇌물, 성범죄, 횡령·배임 등 20개 중요 범죄에 대해서는 양형기준이 수립되어 있지만, 아동 성착취물이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은 아직 없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양형기준을 만든다고 하니 불행 중 다행이지만, 아동 성착취물과 디지털 성범죄물의 특수성과 국민의 법감정을 잘 반영해 납득이 가는 수준으로 기준을 신설해야 할 것이다.
양형기준의 신설 외에 지금 제시되는 해결책으로 법정형 강화와 소지죄 신설이 있는데, 이 두 가지 방안에 대한 접근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디지털 성범죄의 법정형을 늘리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의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관련 법정형이 다른 범죄와 비교하여 낮은 편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솜방망이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19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관한 청소년성보호법에 의하면 아동 성착취물 제작이나 아동의 강간은 동일하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해진다(아동 성착취물 제작 과정에서 아동에 대한 강간이 이루어지므로 당연하다). 살인죄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약한 형이 아니다. n번방과 같이 아동 성착취물을 영리 목적으로 배포하는 경우는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사람을 폭행이나 협박으로 강제추행하는 것과 동일하게 처벌받는다. 또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의하면 불법 촬영물을 촬영하거나 배포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데,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배포죄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점에 비교하면 일반 음란물에 비해 불법 촬영물 배포는 5배 이상 가중처벌되고 있다.
n번방 관련 발의된 법안 중에는 청소년성보호법 제17조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의무와 유사하게 텔레그램과 같은 플랫폼이 불법촬영물을 발견하여 즉시 기술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 하지 않을 시 처벌하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플랫폼에게 불법정보 유통방지 의무를 과도하게 부과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물 관련해서는 2011. 9. 15.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통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아동음란물 발견 즉시 삭제 또는 전송 중단을 할 기술적 조치 의무가 도입되었고, 2015. 4. 14.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해 웹하드 사업자의 음란정보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가 도입되었다. 그 밖에 청소년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관련 규제도 존재한다. 이렇게 강력한 플랫폼 규제가 효과가 있었다면 우리나라 인터넷상에는 디지털 성범죄물이 아예 존재하지 않았어야 한다. 그러나 규제를 통한 효과를 전혀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 비추어 볼 때 실효성 없는 플랫폼 규제 신설은 지양해야 한다.
한편 플랫폼 사업자에게 디지털 성범죄물을 발견할 기술적 조치를 취할 의무, 즉 모니터링 의무를 지운다면 플랫폼을 이용하는 절대 다수의 선량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통신 비밀의 자유가 침해된다. 왜냐하면 디지털 성범죄물을 발견하기 위해 사업자는 자신의 플랫폼상 오가는 통신 내용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화방 모니터링의 경우에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도 있다. 게다가 기업 차원에서는 엄청난 자원을 투자해야 하는데 스타트업 같이 영세한 곳은 플랫폼 사업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디지털 성범죄물만 100% 골라내는 기술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술적 조치는 키워드에 의한 필터링이나 동영상 해시값 기반 필터링인데 별로 효과적이지 못하다. 해시값 기반 필터링의 경우에는 컴퓨터가 1차로 걸러낸 영상을 인간이 육안으로 보고 성범죄물인지 여부를 확인한 동영상의 해시값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하는데, 매일 엄청나게 쏟아지는 영상을 일일이 다 확인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AI 기술도 완벽하지 않아서 합법적 성인물인지 디지털 성범죄물인지는 결국 인간의 판단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페이스북을 포함해 AI 기술을 활용하는 대기업들도 불법정보 여부에 대해 최종 판단을 내리는 직원들을 두고 있다.
해외 사업자의 경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아 단속이 불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역외적용 규정을 도입한다 해도 집행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렇다고 매일 새롭게 생겨나는 해외 플랫폼의 이용을 막는 것은 중국처럼 만리방화벽을 쌓지 않는 한 불가능하며, 플랫폼의 합법적인 이용까지 차단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음란물에 대한 기준은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한국법을 적용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다만 아동 성착취물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극악무도한 범죄로 취급하기 때문에 국제적인 수사 및 사법공조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따라서 실효성 없고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까지 침해하는 모니터링 의무나 기술적 조치 의무를 신설하기 보다는 디지털 성범죄 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차단·삭제하도록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를 장려하고, 디지털 성범죄물의 피해자를 빨리 찾아서 구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미국의 경우 아동 성착취물을 발견하면 플랫폼 사업자는 삭제하기 전에 수사기관에 신고부터 해야 하고, 신고받은 수사기관은 피해자 구제에 나서고 플랫폼 사업자는 그 다음에 삭제 의무가 발생한다.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건 피해자들이 일상으로 빠르게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가장 먼저 유포된 디지털 성범죄물의 삭제 및 재유포 방지 지원과 법률상담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신체적, 정신적 치료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국가 차원에서 다양한 지원을 제공하고 여러가지 대책을 내놓았지만, 활동가들이 지적하는 법적 공백을 메워야 하며, 예산 증액 등으로 더욱 실질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2020년 4월 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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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국회가 콘텐츠 제공자들에게 ‘서비스를 안정화할 것’을 의무화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그 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이 접속 지연 등의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할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온라인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결국 접속 지연을 해소할 비용을 치를 수 있는 가진 자들의 통신을 선호하게 만들어 망중립성을 침해한다.
인터넷은 정보가 이용자에게 제대로 전달될 것에 대해 발언자가 경제적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해서 표현의 자유를 ‘규모화’했다. 즉 힘없는 개인도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주체가 되어 신문, 방송 못지않게 수많은 타인에게 말을 걸 수 있게 되었다. 발언자가 자신의 비용으로 데이터가 자신의 단말에서 출발하기에 충분한 접속용량만 구매하면 이용자는 자신의 비용으로 데이터가 자신의 단말에 도착하기에 충분한 접속용량만 구매하면 된다. 여기서 망사업자들의 역할은 명백하다. 각 망사업자는 자신의 지역의 발언자 및 이용자들에게 돈을 받고 인터넷 접속 용량을 판매하는데 ‘인터넷에 접속한다’는 것은 전 세계의 단말들 사이의 접근 가능성을 말하기 때문에 그 이상의 돈을 받을 근거가 없고 특히 다른 지역의 누군가로부터 돈을 받을 근거는 더욱더 없다. 그런데 이 법은 망사업자가 자신이 인터넷에 접속시켜준 고객으로부터 받는 인터넷 접속료 외의 별도의 비용을 그것도 멀리 떨어져 있는 발언자에게 부과할 수 있도록 하여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있다.
“제22조의7(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이용자 수,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부가통신사업자는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안정적인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서비스 안정 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 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른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인터넷에서 부가통신사업자들이 “서비스를 안정화”하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이다. 자신의 콘텐츠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요청이 올 때마다 신속히 복사본이 송출되도록 송출 단계에서 충분한 인터넷 접속용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송출단계의 혼잡 때문에 서비스가 불안정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의 혼잡은 ━ 최근 논란의 예에 비추어 보자면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 콘텐츠를 자신의 고객들에게 전달할 때 발생하는 혼잡은 ━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해외망에서 SKB망으로 진입하는 지점(소위 “해외중계접속”)또는 SKB망에서 개별고객들에게 분배되는 지역(소위 “라스트마일”)에서 발생한다. 즉 지금의 서비스 불안정은 물리적으로 부가통신사업자가 안정화할 수 없는 것이다. 위 개정법이 이렇게 부가통신사업자가 물리적으로 책임질 수 없는 것에 대해 책임을 지게 만든다면 결국 부가통신사업자는 망사업자들에게 혼잡 해소 비용을 지급해서 망사업자들이 해외 중계 접속용량이나 라스트마일의 접속용량을 확충하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 법의 범위는 넓다. 부가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사업법에 ‘타인의 전기통신을 매개하는 자’로서 ‘기간통신사업자(이동통신사, 망사업자 등)가 아닌 자’로 정의되었다. 홈페이지에 댓글 창만 만들어 놓아도 댓글을 통해 제3자들이 소통을 할 수 있으니 누구나 부가통신사업자가 된다. 예를 들어 사단법인 오픈넷 홈페이지에도 댓글창이 있으니 당장 오픈넷 홈페이지 접속이 느려져도 신생조항 하에서의 불법을 저지르게 만든다. 물론 대통령령을 통해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이 많은 부가통신사업자로 한정하겠지만 이용자 수나 트래픽 양이 많다는 것은 자신이 제공하는 콘텐츠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진다는 뜻인데 인기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고 해서 콘텐츠가 이용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멋진 책을 쓴 작가에게 그 책이 시골 서점까지 제대로 전달되도록 자기의 인세를 깎아서 서점유통업체들에게 줘야 한다는 뜻이 된다.
인터넷으로 ‘규모화된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서는 위 법 조항을 폐기하거나 부가통신사업자가 송출접속용량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하는 의무 외에는 부과되지 않도록 대통령령을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인류는 더욱더 인터넷에 의지하여 소통하고 있다. 인류가 상호 소통할 자유는 망사업자가 자신의 의무를 다할 때 지켜질 것이다.
2020년 5월 2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경제인권 다 포기하고 망사업자들과 잘살아보세 (슬로우뉴스 2020.05.19.)
인터넷 민주주의 해치는 국회 (동아일보 2020.05.13.)
망이용료 분쟁 킬러콘텐츠 "킬"할 수 있다 (조선비즈 2020.05.05.)
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4. 14.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예고한 전자상거래법 전부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을 아래와 같이 제출했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가. 정보매개 플랫폼사업자의 범위 수정
나. 온플법과의 관계 정립 필요
지난 1월 15일, 사단법인 오픈넷이 공동변호인단으로 참여한 ‘배드파더스’ 관련자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무죄 평결 및 재판부의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2019고합425).
이번 판결은 공인이 아닌 사인의 신상을 공개하며 비위사실을 알리는 행위도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있는 경우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한 명시적인 선례이자, 이것이 국민의 법감정에도 부합함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배드파더스’는 양육비 지급 판결문 등을 기초로 양육비 지급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부모들의 이름, 주소, 사진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고 있으며, 양육비를 지급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리스트에서 삭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사이트다. 오픈넷은 작년 2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배드파더스 사이트 차단 여부가 심의되었을 때에도 의견서를 제출해 차단을 저지한 바 있다. 이후 이 사이트에 등재된 인물 중 일부가 배드파더스의 제보 창구 역할을 해온 구본창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였고, 구씨는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 ‘(진실)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혐의로 이번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재판부는 “배드파더스 관련자인 피고인이 피해자(양육비 미지급자)들의 인적 사항을 공개하면서 비하적, 모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크며, 피고인이 이와 같은 활동을 한 것은 다수의 부모 및 자녀들이 양육비를 지급받지 못함으로 인해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나아가 양육비 지급을 촉구하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한 것으로 그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사적으로 양육비를 지급받게 하기 위한 목적이나 동기가 부수적으로 내포되어 있더라도 그러한 이유만으로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하였다.
‘진실한 사실’을 말한 경우에도 사람의 명예가 훼손되었다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명예나 체면이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인식, 이에 따라 개인의 신상을 공개하거나 특정하여 사적 폭로를 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번 판결은 양육비 미지급과 같은 공인이 아닌 개인의 비위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행위도, 개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시정하도록 촉구하는 한편 나아가 사회의 문제의식을 제고하고자 하는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면 명예훼손으로 처벌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선례라 할 수 있다. 이는 미투운동, 갑질 폭로와 같이 개인의 경험담을 기초로 한 사회 고발 운동에 널리 적용되어 표현의 자유를 한층 신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실’한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훼손될 수 있는 명예는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평판, 즉, ‘허명’에 불과하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진실한 사실을 말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는 위헌의 소지가 높은 법제다. 이번 사건에서 배심원단이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을 내린 까닭도,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자녀의 생존권을 위협한 부모들의 허위의 명예나 과장된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한 사람, 나아가 양육비 정책 개선 활동에 동력을 제공하고 여러 아동의 생존권을 실질적으로 확보하는 데에 기여한 사람을 형사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일반 국민의 법감정, 정의 관념이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같은 취지의 내용이 담긴 무죄 탄원서에도 3천명이 넘는 국민이 연명했다.
이번 재판에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지난 20일 검찰이 항소하여 구씨는 당분간 계속 ‘형사피고인’으로서의 고초를 겪어야만 한다. 여러 심급을 거쳐 최종적으로 무죄 판결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구씨가 오히려 가해자라 할 수 있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의 고소 이후 여러 차례 수사를 받고 피고인석에서 죄인인지를 심판받으며 경험해야 했던 고통은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존재 자체로, 진실을 밝히며 당사자와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모든 고발자들은 구씨와 같은 이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는 사회의 각종 감시 및 고발 활동과 사회 전반의 표현의 자유, 알권리의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도 여러 번 권고한 바와 같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폐지되어 부당한 현실이 근본적으로 시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검찰이 위와 같은 이번 국민참여재판의 의미를 무시하고 퇴색시키는 무리한 항소를 취하할 것을 촉구한다.
2020년 1월 22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보도자료] 양육비 미지급 부모 명단 공개 사이트 ‘배드파더스’에 대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국민참여재판 진행 및 무죄 청원 서명운동 시작 (2019.12.3.)
[보도자료] 오픈넷,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처벌 범위 좁히는 형법 및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김병기 의원안)에 대한 찬성의견 제출 (2019.03.12.)
[논평] ‘양육비 미지급 부모 명단 공개 사이트’ 차단하지 않기로 한 방통심의위의 결정을 환영한다. (2019.02.26.)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 사실적시 명예훼손 비범죄화해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비범죄화 논의와 대안에 관한 연구’ 요약) (슬로우뉴스 2018.12.26.)
[보도자료] 표현의 자유에 대한 국제인권기구 아티클 19, 한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포함한 형사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성명 발표 (2018.11.1.)
미투 운동의 걸림돌,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쟁점과 개선 방안 (언론중재(2018년 여름호 147호), 2018.07.13.)
[보도자료] 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법률가 선언문> 발표 (2018.04.06.)
공익을 위한 함정, ‘사실적시 명예훼손’ (국가인권위원회, 인권(2018년 3월호), 2018.04.04.)
[보도자료] 오픈넷, 양형위원회의 명예훼손범죄 양형기준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18.02.11.)
[논평] 양형위원회는 명예훼손죄, 모욕죄에 대한 과중한 양형기준안을 철회하라 (2018.01.31.)
모든 고발자는 잠재적인 범죄자가 되어야 하는 사회 - ‘사회정의를 검찰에 맡기자’는 논리에는 허구가 있다 (허프포스트코리아 2018.02.20.)
지난 3월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회의에서 왼손으로 국민의례를 한 것처럼 조작된 이미지를 올린 게시글들을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삭제 의결했다. 12일에는 김정숙 여사가 일본산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허위정보를 같은 심의규정을 근거로 삭제 의결했다. 그러나 이와 같이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코로나19 비상상황을 빌미로 ‘사회적 혼란 야기’라는 위헌 소지가 높은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적 표현물을 검열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행태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사회질서 위반’이라는 대제목 하에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심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본 심의규정은, 추상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으로 판단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표현물이 부당하게 검열될 수 있기 때문에 위헌의 소지가 높은 독소조항이며, 이를 근거로 한 심의는 최대한 지양하여야 한다. 특히 행정기관인 방통심의위가 이러한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국민의 표현물을 검열하는 것은 국가의 정책 기조에 반대하거나 정부에 비판적인 표현물을 검열하는 데에 남용할 위험이 높아 더욱 위헌적인데, 이번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바로 이러한 위험을 현실화한 것이다.
방통심의위는 3월 초부터 코로나19 감염병 비상상황에서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정보에 강력대응하겠다고 밝혔고, 이번에 삭제 의결한 게시글들도 이 대응의 일환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감염병 비상상황에서 정보 통제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이는 국민에게 감염병과 관련된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여 국민의 신체‧안전에 대한 위험을 가중시키거나, 대응 업무에 혼선을 빚게 하여 관련자들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여력을 분산시키는 등 실질적인 해악을 가져오는 정보에 국한하여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이 관련 회의에서 국민의례를 왼손으로 한 것처럼 조작한 정보나 영부인이 일본산 마스크를 썼다는 허위 정보가 감염병 대응과 관련하여 국민에게 어떤 중대한 혼란이나 위험을 야기했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방통심의위는 ‘사회질서 위반’, ‘사회적 혼란 야기’ 심의규정을 이용하여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를 심의한 것이며, 이것은 곧 이전 정부에서부터 시민사회가 일관되게 비판해왔던 행태를 이번 정부의 방통심의위도 끝내 자행한 것이다.
이번 심의 대상 정보들을 문재인 대통령이나 영부인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로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심의는 명예훼손 심의규정을 적용한 것도 아니고, 피해 당사자의 신고도 없었는데도, 방통심의위가 코로나19 관련 긴급안건으로 상정하여 ‘사회적 혼란 야기’ 심의규정을 적용하여 선제적, 적극적으로 심의한 것이다. 이는 결국 방통심의위가 전 정부때와 같이 대통령 심기 보호를 위해 무리한 심의를 진행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부당한 허위정보에 대해 진실한 정보를 널리 알림으로써 대응할 수 있는 막강한 자원과 권력을 가진 기관이다. 행정기관의 검열을 통한 삭제, 차단이나 형사적 강경대응보다는 팩트의 제시를 통해 허위조작정보의 실상을 알리는 것이 정보의 교정과 장기적인 국민의 정보 선택 능력 함양에 더욱 실효적인 해결책일 것이다.
방통심의위가 이제라도 ‘사회적 혼란 야기’를 이유로 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성 정보에 대한 심의를 중단하여 불필요한 논란을 재생산하지 않기를 바란다.
2020년 3월 13일
사단법인 오픈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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