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독거 어르신 삶을 이어주는 생명줄 - 홀로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

지역

독거 어르신 삶을 이어주는 생명줄 - 홀로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

익명 (미확인) | 금, 2015/11/06- 17:30


독거 어르신 삶을 이어주는 생명줄

홀로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

 

 

환한 대낮인데도 방안은 칠흑처럼 어두웠다. 꽤나 가까이 다가앉았지만 짙은 어둠 때문에 표정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꺼져버린 전등을 대신해 틀어놓은 텔레비전 화면이 너무 밝아서일까. 등지고 앉은 어르신의 어깨가 유독 좁게 느껴졌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눈이 어둠에 적응하는 동안 어르신 역시 낯선 이들의 방문에 익숙해진 듯했다. 약봉투를 들었다 놨다 하며 한참동안 말을 아끼던 민창기(가명/72세) 어르신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전에 비가 왔는데 갑자기 지지직거리더니 그때부터 불이 안 들어오더라고. 주인이 월세 올려달라고 할까봐 말도 못 꺼냈어. 하루 종일 텔레비전 틀어놓고 사는 거야. 걷기도 힘들고 어디 가서 오래 앉아있지도 못해. 어차피 밖에 나가질 못하니까 텔레비전 보는 게 유일한 낙이지 뭐. 매일 도시락 가져다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외롭지는 않아. 그래도 이번 추석에는 속이 좀 상하더라고. 자식들이 찾아오는 건 기대도 안 했지만 혹시 전화라도 할까 기다렸거든. 혼자 많이 울었지.”

 

고속버스 운전기사로 전국을 누비며 남부럽지 않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다. 풍족하진 않아도 가정은 화목했고, 자녀들도 큰 사고 없이 건강하게 자라주었다. 하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뜻하지 않은 사고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게 되면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세상을 원망하며 끼니 대신 술을 들이켜고, 정처 없이 걷다가 길바닥에서 잠을 청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그렇게 꼬박 3년이 흘렀다. 굳게 마음을 다잡고 어렵사리 정화조 청소업체에 일자리를 얻었다. 하지만 몸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찾아간 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간신히 수술은 받았지만 이미 수척해진 몸은 쉬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 가면 영양가 있는 걸 챙겨먹으라고 하는데 없는 살림에 그게 쉽나. 나라에서 받는 돈으로 월세 내고 전기세 내면 약값 내기도 벅차. 돈도 돈이지만 뭘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 되니까 밥도 잘 안 챙겨먹게 되더라고. 복지관에 신세를 많이 지고 있지. 매일 도시락도 가져다주고 생계비도 챙겨주고. 복지관 때문에 살고 있는 거야. 고맙고 또 고마워.”

 

 

가 서비스로 마음 치유하고, 생계비 지원으로 희망 키우고

 

아름다운재단은 2006년부터 ‘홀로사는 어르신 생계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민창기 어르신처럼 가족의 돌봄 없이 홀로 생계를 이어가는 복지 사각지대 어르신들에게 최대 3년간 매달 10만 원의 생계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08년부터는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와 파트너쉽을 맺어 사업의 전문성을 높였다. 2014년 새롭게 선정된 지원대상자는 99명으로, 민창기 어르신은 아름다운재단과 파트너인 한국재가노인복지협회와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를 통해 생계비를 지원받고 있다.


사실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하는 민간 지원제도는 여럿 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쳐 의료비 등 지출용도 제한 없이 현금으로 지원하는 곳은 아름다운재단이 유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홀로 사는 어르신들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배소희 사회복지사는 아름다운재단의 지원방식에 대해 ‘생명을 잇는 일’이라고 단언한다.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 배소희 사회복지사

 


“기초수급 어르신들은 매달 40만 원가량을 생활비로 지원받기 때문에 아껴 쓰면 어느 정도 생활이 가능하세요. 하지만 차상위 어르신들은 의료비 혜택만 받기 때문에 기초연금으로 생계를 해결하셔야 해요. 적게는 10만 원, 많아야 20만 원 수준이다 보니 넉넉한 건 아니에요.

월세 내고 각종 공과금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돈이죠. 이분들에게 현금으로 지원되는 생계비는 자기 목숨과도 바꿀 수 없는 금쪽같은 돈이에요. 돌봐줄 가족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 독거 어르신들에게 3년간 정기적으로 지원되는 현금은 그야말로 생명줄이자 삶의 끈인 거죠.”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는 현재 55명의 지역 어르신에게 재가복지서비스를 지원하고 있다. 장기요양 등급을 받기 전 거동이 가능한 독거 어르신이나, 장기요양 등급을 받았음에도 서비스를 받지 않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직접 집으로 방문해 불편한 점은 없는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활환경을 살피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업무다.


그중에서도 민창기 어르신은 중점관리대상으로 꼽힌다. 단순히 아름다운재단 지원대상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생계비 전달 등 센터의 모든 행정업무를 도맡고 있는 이현주 회계원은 건강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 이현주 회계원


“소화기 계통이 안 좋은 경우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거든요. 센터에서 관리하는 어르신 대부분이 노인성 질환이나 지병이 있긴 하지만, 민창기 어르신은 특히 위암 수술 이후 소화에 어려움을 겪고 계셔서 조금만 관리가 소홀해도 위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춘천남부노인복지관에서 주중에 매일 도시락 배달을 하면서 어르신이 잘 계시는지 확인하고, 센터에서도 매주 밑반찬이나 간식을 가져다 드리면서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편도가 부어서 고생을 하셨는데, 그래도 병환이나 연세에 비해 인지가 명확하시고 삶에 대한 의지도 높은 편이세요. 항상 저희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해주시는데 오히려 건강한 모습을 뵐 때마다 저희가 감사드리고 있답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노후는 젊은 세대의 가까운 미래

 

배소희 사회복지사는 5년 전까지 일본에서 ‘개호사’로 근무했다. 개호(介護)는 곁에서 돌봐준다는 뜻으로 노인을 위한 서비스를 의미한다. 우리의 요양보호사와 같은 맥락이다. 2008년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이보다 8년 앞서 시작된 일본의 개호보험을 상당부분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배소희 사회복지사는 한국의 재가노인복지 현장에서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고 한다.

 

 


“요양보호사라고 하면 한국에선 40~50대 중년여성들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일본은 20대 청년들이 대부분이에요. 젊은 사람들이 손에 꼽는 직업일 만큼 일본의 노인복지산업은 규모 면에서나 시스템적으로 체계가 잘 되어 있어요. 그에 비해 한국은 아직 발전해야 할 영역이 많은 것 같아요.

재가복지 분야만 보더라도 지역별로 예산이나 사업에서 편차가 크거든요. 앞으로 넘어야할 산이 많겠지만, 더 많은 어르신들이 보다 편안한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소통과 공감의 노력을 해나갔으면 좋겠어요.”

 


허언이 아니다. 실제로 춘천남부재가복지센터는 요즘 재가복지서비스 대상자를 현 55명에서 연말까지 60명으로 확대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단 한명을 발굴하는 데만 해도 최소 한 달 이상 소요되는 고된 작업이다. 그런다고 월급을 더 받는 것도 아닌데 배소희 사회복지사는 매일 발을 동동 구르며 춘천 시내를 누비고 다닌다. 단 한 명이라도 도움이 꼭 필요한 어르신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다. 더 많은 어르신들이 절망 대신 희망을 품고 남은 생을 보내실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제도적인 한계는 있는 법.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 어르신들에게 생계비를 지원하는 아름다운재단이 더욱 절실한 것은 그래서다.


“누군가에게 10만 원은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요. 하지만 독거 어르신들에게 10만 원은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되기도 해요. 그래서 사실 걱정이 돼요. 매달 받던 10만 원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때 그 상실감을 어떻게 견디실까 하고요. 지원이 종료된 후에도 어르신들이 전과 다름없이 살아가실 수 있도록 돕는 건 현장에 있는 저희들의 몫이겠지만, 가능하다면 계속 지원이 되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지금도 너무 훌륭한 일을 해주시고 있지만, 비단 생계비 지원뿐만 아니라 사각지대에 있는 어르신들을 위한 다양한 방식의 지원을 고민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어요. 어르신들의 노후는 곧 우리들의 가까운 미래이기도 하니까요.”

 

글. 권지희 | 사진. 임다윤

 

 

 

[사회적 돌봄] 배분사업이 바라보는 복지는 '사회로 부터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 입니다. 주거권, 건강권, 교육문화권, 생계권을 중심으로 취약계층의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하고자 합니다.

[케토톱홀로사는노인지원기금]은 아무도 찾아 와 주지 않는 단칸방에서, 전기세를 아끼기 위해 냉장고 대신 방문 앞 조그만 계단에 음식을 보관하는 홀로사는 어르신들을 위해 만들어진 기금입니다.

케토톱홀로사는노인지원기금 [더보기]

 


 


호이호이 변화사업국 사업배분팀이형명 간사
배분으로 지구정복을 꿈꿉니다. 꼭 필요한 곳에, 가장 투명하게, 나누겠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보건복지부의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안은 폐지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약속을 지켜라!

부양의무자기준 진짜 폐지안을 내놔라!

 

 

오늘(2017. 8. 10) 보건복지부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이름만 폐지 일뿐, 폐지의 반쪽에도 미치지 못하는 완화에 불과하다. 이조차 기존에 발표된 내용보다 후퇴해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가난한 이들의 마음에 큰 실망을 안겨주었다.

 

시행시기 후퇴로 빈곤층을 우롱말라!

 

대통령은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공약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폐지를 선언했지만 사실 상 완화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오늘 보건복지부는 반쪽자리 완화안의 시행 시기마저 뒤로 미뤘다. 2018년도 폐지한다던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은 2018년 10월 시행으로, 2019년도 중증장애인, 노인이 부양의무자인 경우 소득기준을 완화한다던 약속은 각각 2019년과 2022년으로 미뤄졌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는 단계적이라 할지라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뤄져야 한다. 부양의무자기준이 폐지되길 기다리며 그때까지 밥을 굶을 수도, 집 없이 살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당장 한 달, 하루의 삶이 급한 가난한 이들의 목숨줄을 줄다리기 하지 말라. 생존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없이 사각지대 해소 없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조치로 60만 명의 신규 수급자가 진입할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근거가 없다. 지난 17년간 부양의무자기준은 꾸준히 완화되어 왔다. 2촌까지 였던 부양의무자가 1촌으로, 사망한 1촌의 배우자 제외로, 소득기준, 재산기준 완화로 수차례 문턱이 낮아졌지만, 단 한 번도 사각지대 해소에 성공한바 없다. 박근혜정부도 교육급여의 부양의무자기준을 폐지했고, 소득기준을 대폭 완화했다고 선전했지만 75만 명의 신규수급자가 늘어난다는 호언장담에도 수급자는 2년 동안 단 32만 명 늘었을 뿐이다. 그조차 10년 전 수급률로 회귀한 것 뿐 이다. 복지부는 어떤 근거로 60만 명의 신규 진입을 장담하는 것인가?

 

복지부는 주거급여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로 부양의무자기준 폐지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면피하려 하지만 수급신청자는 생계의 곤란 때문에 수급을 신청한다. 집값만 어렵고 생계는 괜찮은 사람이 어디 있는가?

또한 이번 기본계획안은 노인과 중증장애인에게 부양의무자기준 완화를 외치지만 실제 그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부양의무자가 노인과 중증장애인인 경우로 국한시키고 있다. 기초생활급여가 필요한 사람은 부양의무자가 아니라 수급신청자다. 포장만 화려한 빈껍데기 완화안으로 사각지대 해소는 이뤄지지 않는다. 이는 문재인 정부와 복지정책에 대한 신뢰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다.

 

오늘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나라다운 나라, 약자를 포용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매번 수급신청에서 탈락해 간신히 삶을 이어가는 사람들, 매일 같이 죽음을 상상하는 가난한 이들을 방치하는 ‘나라다운 나라’는 없다.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가 없다면 박능후 장관의 선언은 빈말이 될 것이다.

정책의 방향은 이미 정해졌다. 이렇게 시기를 늦출 이유는 없다. 우리는 보건복지부의 이번 기만적인 기초생활보장제도 기본계획에 반대하며 부양의무자기준 폐지를 요구한다.

 

 

2017년 8월 10일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

금, 2017/08/11- 11:25
364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