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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포럼으로 막다른 일자리의 해법을 디자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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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포럼으로 막다른 일자리의 해법을 디자인하다

익명 (미확인) | 금, 2015/10/23- 19:34

첫 번째 사다리포럼 공개

“팩트를 보고 디자인하면 된다.” 사석에서 한 원로 경제전문가가 우리나라 경제의 해법과 관련해 던진 말입니다. 복잡다단해 보이는 경제정책의 성패도 역시 결국 ‘팩트에서 출발하였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평범하면서도 비범한 이야기이지요. 어쩌면 사다리포럼의 목표를 가장 잘 축약해주는 문장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10월 5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가톨릭청년문화회관에서 첫 번째 공개 사다리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사다리포럼은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우리 사회 곳곳에서 발견되는 막다른 일자리를 ‘괜찮은 일자리’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자는 취지로 기획되었습니다. 첫 번째 논의대상은 ‘대학 청소노동자’였습니다. 대부분 용역업체에 맡겨진 채 열악한 근로조건과 불안정한 고용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의 현실을 바꿔보자는 것이지요. 노동, 복지, 기업, 사회적경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고용주인 대학들, 노동조합, 청소회사 대표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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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개포럼은 앞서 열린 3차례 비공개 토론회에서의 논의 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포럼의 제1부에서는 ‘청소노동자 고용구조 개선방안’과 ‘정규직화 이후 청소노동자의 삶’을 주제로 한 발제 및 토론이 진행되었고, 제2부에서는 희망제작소와 경희대가 함께 ‘경희모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 공개되었습니다. ‘경희모델’은 대학이 소셜벤처를 만들어 청소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을 뼈대로 합니다.

포럼에서 청소노동자 고용구조 개선방안을 발표한 한국노동연구원의 배규식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5~8월 현장 관계자들과 함께 토론하면서, 대학은 증가하는 청소용역비용으로, 청소노동자는 열악한 처우로 어려움에 처한 현실을 확인했다”면서 “이는 노사관계에서의 과다한 신뢰비용, 취약계층 노동에 대한 사회적 배려의 부족 등에서 기인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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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존중. 청소노동자 문제의 해법을 디자인하는 열쇳말

서울메트로환경의 조진원 대표는 봄철 대청소 기간에 고생한 직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초콜릿을 선물했는데, 직원들로부터 300통이 넘는 감사 문자메시지를 받았던 일화를 소개했습니다. 조 대표는 “개인적으로 청소는 ‘정성’집약적인 산업이라고 본다.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일터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신뢰와 존중. 사다리포럼에서 대학 청소 노동시장을 들여다보고 해법을 디자인하는 과정에서 도출된 열쇳말이었습니다. 대학의 직접고용, 대학의 청소 자회사 설립,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활용 등 고용개선과 관련한 다양한 기술적 해법들이 존재하지만, 결국 노사 모두의 ‘신뢰와 존중’이 바탕에 있어야만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지요.

사진첩을 넘겨보듯 지난 포럼의 장면들을 돌아봅니다. 정진영 경희대학교 대외협력부총장은 축사를 통해 “청소 노동자들이 안정된 고용과 인간적 대우 하에서 일할 수 있는 모범적 모델을 만들어 보고자 한다. 이 일이 사회에 작게나마 파장을 일으킬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경희모델’의 방향에 대해 토론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경희대 관계자를 두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분과는 대화를 여러 차례 했는데, 우리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분이시라 신뢰가 갑니다.” 사다리포럼의 최대성과는 청소노동자 고용개선을 위해 ‘소셜벤처’라는 방법론을 설계한 점이 아니라, 당사자 간의 신뢰와 존중이 바위처럼 공고한 현실을 깨뜨릴 수 있음을 다시금 확인한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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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모델의 설계와 확산을 위하여

공개 사다리포럼이 개최된 지 20여일이 지났습니다. 경희대에서는 실무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대학 청소노동자 고용개선, 캠퍼스 내 공간에 대한 시민사회와의 공유, 문화와 예술에 기반한 대학 주변지역 도시재생 등 경희대의 ‘미션’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조직과 로드맵’를 준비하는 것이지요. 한편, 서울 소재 대학 한 곳이 희망제작소와 함께 용역업체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을 대학이 직접 고용하는 방안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늦어도 11월말까지 고용전환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입니다. 사다리포럼 소식을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접한 대학, 노동조합, 민간기업 관계자들이 희망제작소를 방문해 경희모델에 대한 설명을 듣고, 또 향후 협력 가능성을 타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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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리포럼에서의 작지만 소중한 성과가 다른 대학으로, 또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민간 기업들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까요.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2015년 한국사회에 비정규직, 막다른 일자리가 넘쳐나는 데에는 골치 아프고 뿌리 깊은 ‘이유’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제 막 닻을 올린 사다리포럼의 앞에 놓인 바다는 험난합니다. 그래도 한숨만 푹푹 내쉴 일은 아닐 겁니다. ‘팩트’를 똑바로 쳐다본다면, 폭풍우나 암초를 극복할 방법 역시 ‘디자인’될 테니까요.

글_임주환(연구조정실 연구위원(변호사)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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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치란 무엇일까요? 더 나은 민주주의란 무엇일까요? 희망제작소는, 토의민주주의 확산을 통해 더 나은 민주주의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시민과 함께 좋은 정치를 상상하고 이야기하는 자리인 ‘정치잇수다’를 진행했습니다. 9월 29일 열린 토론회와 10월 15일 진행된 워크숍 후기를 전합니다.

 

첫 번째 정치잇수다는 ‘2016년 지금 여기의 시민+정치’라는 주제의 토론회로 9월 29일 스페이스노아 커넥트홀에서 진행됐다. 이번 행사는 ‘시민이 바라는 좋은 정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에 앞서, 시민정치 관점에서 한국 정치의 문제를 진단하고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시민의 정치참여를 가로막고 있는 현실의 구조적 제약을 살펴보고 이를 넘어서기 위한 대안적 시도를 살펴보았다.

여론조사는 민의를 파악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

‘2016년 지금, 한국 시민정치 진단’에서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부소장은, 현행 공직선거법의 선거운동 기간, 방식, 인적 등을 제한하는 조항이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법, 특히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특히 일상에서 시민이 자유롭게 정치에 대해 말하거나 행동하는 것을 크게 제약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여론조사분석 전문가인 정한울 박사는, 여론조사는 민의를 파악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이며 그 결과를 유권자의 결정과 같은 가치에 둘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결과의 신뢰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의 의도적인 오용에 본질적인 책임이 있는 만큼 여론조사의 전문성 제고, 공직선거법 등 관련 제도의 개선은 물론 정치의 대표성과 책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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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더 나은 민주주의와 좋은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을 전개하고 있는 단체의 발표가 진행됐다. 정치벤처 ‘와글(WAGL, We-All-Govern Lab)’은 온라인 기반의 풀뿌리 시민정치 연구,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수평적 의사결정 모델 등 정치혁신을 촉진할 기술을 개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와글의 김정현 매니저는 “많은 사람이 정치 관련 대화를 나눌 때, ‘어떤 정치인이 문제고, 누구를 뽑아야 한다’ 등 선거 이야기를 주로 한다. 여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내가 말하는 것, 내 생각이 정치에 반영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많은 시민이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것이다. 와글은 그런 방법, 기술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유쾌한 민주주의 플랫폼 개발자 조합 ‘빠흐띠’의 권오현 대표는 온라인 정치토론 플랫폼인 ‘빠띠(parti.xyz)’의 사례를 소개했다. 빠띠는 독립적인 온라인 공론장으로, 이슈별로 관심 있는 시민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변화의 방향을 논의하는 공간이다. 권 대표는 “한국에서 집회 정도는 나가야 정치에 참여한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언론을 통해 정보를 인지하고 좋고 싫음을 표현하는 것도 일종의 정치 행위일 수 있다”며, 빠띠를 통해 시민들이 자유롭고 일상적으로 정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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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효율적인가가 아니라 얼마나 민주적인가 고민해야

희망제작소는, 풀뿌리민주주의 확산 등 최근의 사회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신과 불통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대의민주주의를 개선하려는 방법으로, 시민이 직접 나서 좋은 정치를 이야기하는 토의민주주의의 확산을 제시했다. 발표를 맡은 황현숙 연구원은 “정치는 정치인들만의 것이 아니다. 시민들이 모여 좋은 정치가 무엇인지 토론하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더 나은 민주주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라고 말하며 정치잇수다 기획의도를 밝혔다.

마지막은 토론의 시간으로 지정토론자의 발언과 참가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정치철학자 김만권 박사는 “선거, 투표의 결과는 누구도 설득할 수 없다. 승자와 패자만 있다. 그렇지만 투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반대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준다. 다른 방향을 보는 사람들이 같이 살고 있다는 것, 설득이 필요한 과정이다. 하나하나의 목소리를 소중히 하는 민주주의라면, 얼마나 효율적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민주적이냐를 고민해야 한다”며 새로운 시민 정치 참여의 평가 기준이 민주성이어야 함을 강조했다. 온라인선거운동 연구자 조희정 박사는 빠띠와 와글 등 새로운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좋은 의도를 가지고 활동하는 많은 사람, 단체가 있다. 다른 대안 정치 세력과의 연결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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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참가자는 민주주의와 참여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첫 번째 수다에서는 정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이라는 공감이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라 진짜 시민들의 생각과 참여에 주목해야 하며, 일상에서 자유롭게 정치를 이야기하고 참여할 수 있는 대화와 경험의 장,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정치. 최고의 순간, 최악의 순간

10월 15일 희망제작소 희망모울에서 열린 두 번째 수다는 ‘여론조사로는 알 수 없는 우리들의 진짜 정치 이야기’라는 주제의 워크숍이었다. 시민들이 원하는 좋은 정치에 대한 생각을 직접 꺼내놓고 이야기하는 본격 정치 수다의 장으로 꾸며졌다.

첫 번째 세션의 주제는 ‘한국 정치 최고의 순간, 최악의 순간’이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주요 정치적 사건을 담은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최고의 순간과 최악의 순간을 살펴봄으로써 참가자들의 좋은 정치에 대한 생각을 알아보는 순서였다. 최고의 순간으로는 시민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거나 선거 결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때가 꼽혔다. 참가자들은, 최근 치러진 20대 총선이 언론이나 여론조사 기관이 예측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로 나온 것을 보고 민심의 무서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악의 순간으로는 세월호 사건, IMF위기 등 국가나 정치 지도자들의 무책임함 또는 무능력이 드러난 사건 등이 꼽혔다.

정치에 관해 마음껏 ‘수다’ 떨기

두 번째 세션은 ‘시민이 이야기하는 새로운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이관후 희망제작소 연구자문위원의 강연이 진행됐다. 이관후 위원은 민주주의 그 자체가 좋은 정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민주주의 개념의 역사적 유래부터 설명을 시작했다. 그는 “인류 역사에서 인민이 다스리는 정치 체제, 민주주의를 긍정적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 건 100년도 채 안 된다. 한국 역시 1987년 민주화 이후 아직 서른 살이 안 되었다. 아직 자리가 잘 잡히지 않은 것이다. 민주주의를 잘 한다고 좋은 정치가 되는 것도 아니다.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많은 이들이 나쁜 것에 합의하면 나쁜 정치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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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좋은 정치 실현을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유로운 정치 수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자 자신의 생업이 있는데 모두가 정치를 항상 고민하고 참여할 수는 없다.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하면 된다. 숙의민주주의, 심의민주주의라고 번역되는 ‘deliberative democracy’는 사실 ‘수다민주주의’라고 해야 한다. deliberation은 어렵고 딱딱한 숙의, 토론이 아니라 수다를 의미한다. 제도를 바꾸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생각과 습관을 바꾸는 거다. 정치에 관해 수다를 떠는 것이 일상이 되어야 한다.”

세 번째 세션은 우리들의 진짜 정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시민을 포함한 우리 사회 여러 정치 주체들 간의 연결 지도를 그리고, 좋은 정치를 위한 새로운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선거와 선거 사이, 투표 빼고 정치 이야기하기’와 ‘모두의 정치를 위한 액션플랜 짜기’를 주제로 모둠 토론이 진행됐다.

‘선거와 선거 사이, 투표 빼고 정치 이야기하기’는, 선거 이후 시민들이 일상에서 정치에 어떻게 참여하는지 혹은 어떻게 참여하지 못하는지 지금 현재의 정치적 연결고리를 그려 본 후 우리가 원하는 정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시민, 국회, 대통령, 사법부, 정당, 시민사회단체, 언론, 이익단체 등 우리 사회의 공식적·비공식적 정치 주체 간 연결 고리를 그려가면서 토론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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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참가자가 언론과 시민단체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시민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언론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주고,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의견을 알려야 하는데 그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시민단체가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기보다 그들만의 활동을 하는 것 같아 거리감이 느껴진다는 의견도 많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

다음으로, 앞서 나눈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모둠별로 주제를 정해 구체적인 참여 방법을 찾아보는 ‘모두의 정치를 위한 액션플랜 짜기’를 진행했다. 1조는 ‘지역의 도시계획 변경, 사업시설 예정 시 주민의 참여 보장 방법’, 3조는 ‘신혼부부에게 3천만 원 지원’이라는 주제로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이 참여할 방법을 토론했다. 2조는 ‘잘 먹고 잘살자’, 4조는 ‘숨어있는 90% 시민을 발견하고 함께하기’라는 주제로 좋은 정치를 위한 시민의 참여 방법을 토론했다. 1조와 3조의 발표에서는 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들의 의견이 잘 반영되지 않을 때 우리가 시도해볼 수 있는 SNS 캠페인, 지역 언론 기고, 사례집 작성, 집회, 시위 등 실질적인 활동 사례들이 제시되었다. 한 발표자가 지난 선거에서 낙선한 정치인들과 손잡고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에게 의견을 전달하는 방법을 소개했을 때는 참가자들의 많은 호응을 받았다. 정치 구조의 변화에 관심을 가진 2조와 4조에서는 시민들이 자기 주변의 공동체, 관련 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우리 일상의 문제를 고민하고 함께 말할 수 있는 단체에 참여하고 다른 시민 동료들과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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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은 토론을 시작할 때 투표 이외의 정치 참여 방법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로의 크고 작은 참여 경험을 공유하면서 시민이 바라는 좋은 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하고 구체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공개적인 자리에서 자유롭고 즐겁게 정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즐겁고 유익했다고 말했다. 또한 토론회와 워크숍 두 번의 모임을 통해 정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시민의 목소리는 다양하다.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과 합리적으로 소통하고, 이를 통해 합의의 폭을 넓혀나가면 더 나은 민주주의, 좋은 정치가 가능해질 것이다.

글 : 황현숙 사회의제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사진작가(첫 번째 수다), 오세인 사진작가(두 번째 수다)

화, 2016/11/08-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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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도 없고 행선지도 적혀있지 않습니다. 파견노동자를 태우고 가는 버스들입니다.

 

이영숙(전 파견노동자) “통근 버스들이 각 거점별로 있어요. 와동이면 와동, 시화면 시화, 이렇게 거점에서부터 출발하는 버스가 있는데, 안산역에 한번 서고 공단으로 들어가다 보니까 안산역을 다 지나다 보니까 거기 사람들이 엄청 많고...”

 

1 이영숙 - 전파견노동자.jpg  


매일아침 26천여명의 파견직 노동자들이 이 버스를 타고 각자의 일터로 갑니다. 영숙씨도 얼마 전까지 이곳에서 파견 버스를 탔습니다. “15일 동안 제가 일을 하고 그만뒀는데 15일동안 하루도 안쉬고 12시간 동안 일을 했어요. 근데 제가 그 때 9시 출근 밤 9시 퇴근이었는데, 11시까지 야근을 안한다고 화를 내고 그러면서 제가 그만두게 되었거든요.”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 하지만 그 사이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습니다.

정직원하고 파견직은 따로 밥을 먹어요. 불편한거죠. 자연스럽게 파견직들끼리 모여서 밥을 먹게 되고 휴게공간 같은 경우에는 정직원들은 책상, 의자 같은데 앉아서 자기 테이블 있고 자기 책상 있고 이런데서 쉬고, 저처럼 얼마 안된 사람들은 그냥 서있거나 아니면 공장 안에서 박스 놓고 쉬거나 그렇게 쉬고.”


2 김혜진 - 불안정노동철폐연대.jpg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활동가) “3일 되기 전에 아무도 말을 시키지 않아요. 심지어 이름도 물어보지 않아요. ? 이 사람이 3일간 버틸지 아닐지도 알 수 없고요. 3일 이상을 여기서 일할지 아닐지도 알 수가 없는 거에요.3일 지나면 처음으로 이름을 물어보고. 그래봤자, 6개월 지나면 나가고. 제조업에서의 파견 허용 기간이 6개월 이니까. 그러니 사람들이 이렇게 교체되는데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이며, 그 안에서 어떤 애착을 가질 것이며 자기 삶의 비전을 어떻게 세우겠어요. 애초에 불가능하죠.”

 


김진성(메탄올 급성중독 피해자, 가명)

죄송한데요, 이거 번호좀... 몇 번 이에요?”

1521번 이에요

죄송한데 나오면 알려주시면 안될까요?”

네 알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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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간호사 가운데 큰 구멍만 봐주시면 돼요. 정면만 봐주셔야 되고요. 검사 시작하면 그 주변에서 깜빡이는 불 한 개씩 나올꺼에요. 깜빡이는 불 나올 때 마다 한번씩 눌러주시면 되요. 제일 중요한건 눈 왔다 갔다 하시면 안되고요. 눈은 정면만 보고 계여야 되요.” “주변에 깜빡이는 불 한 개도 안보이세요?” “

 

안과 의사 시신경이 많이 손상된 걸로 보이고, 이게 시야검사를 한건데 오른쪽은 거의 까맣게 잘 못보시고, 왼쪽은 특히 아래쪽 부분을 못보시는 거에요. 지금 왼쪽 주변부만 좀 보이시는 거에요

 

김진성씨도 파견사원이었습니다.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린 첫날, 파견업체로부터 당장 저녁에 출근하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매일 12시간씩 일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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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 케이스를 만드는 일이라고 했거든요. CNC(컴퓨터 수치제어 가공) 그런거라고요. 저는 처음에는 뭔지도 모르고 그냥 했었거든요. 드릴에 손만 조심하라는 것 말고는 다른 주의사항 없었어요. 알코올에 대한 얘기는... 그냥 알코올이라고만 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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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혜영(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이 분들이 하셨던 일은 핸드폰의 부품을 만드는 일이었는데요, 기계에 큰 부품을 넣고 수치를 입력하면 어떤 모양으로 깎여 나오거든요. 그러면 깎여 나오는 동안 계속 메탄올을 뿌리는 거에요. (메탄올이) 분사가 되고 있는 와중에 주변에 보호할만한 어떤 것도 없는 상황이어서 공기 중의 메탄올 농도가 최대치 였던 거죠. 그래서 흡입하고 메탄올은 늘 손에 젖어 있었고 손으로도 흡수되고 피부로도 흡수되고 해서 늘 메탄올에 젖어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의사들이)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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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메탄올 급성중독 피해자) “일을 하다가 식은 땀이 계속 나는 거에요. 감기 걸린 것처럼. 그러다가 갑자기 눈이 그 때부터 좀 뿌옇게 보이는 거에요. 형광등을 보면 퍼지듯이 보여가지고 야간에 밥 먹을 때 조퇴를 한거죠. 일요일에... 그리고 자고 일어나니까 눈이 안보이게 된거죠. 아침에 일어나니까...

 

박혜영(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원래 이 기계가 만들어졌을 때는 처음에 에탄올을 사용하도록 돼 있었고 일본이나 독일에서 기계가 처음 만들어졌는데 매뉴얼은 에탄올로 나와있어요. 한국에 와서 메탄올을 쓰기 시작했고, 두 개가 하는 일은 같은데 메탄올이 에탄올보다 3분의 1 정도 저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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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윤(노동건강연대 대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메탄올은 100년 전부터 위험하다는게 잘 알려져 있는 누구나 그것을 잘못 쓰면 실명할 수 있다는 것 조차도 아주 잘 알려져 있는 고전적인 화학물질이기 때문에, 3세계의 굉장히 열악한 나라에서도 이런 메탄올 중독으로 인한 실명 사례가, 제가 아는 한에는 학회에 보고된 바가 없습니다.”

 

세 곳의 공장에서 일하던 파견사원 7명이 부품 세척액으로 쓰인 메탄올에 중독되 시력을 잃었습니다. 이 가운데 6명이 20대 였습니다. 첫 번째 환자가 발생하자 고용노동부는 기록에 남아있는 모든 파견노동자에게 연락을 취했습니다. 하지만 진성씨는 실명 뒤 1년 반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도 받지 못했습니다.

 

김진성(메탄올 급성중독 피해자) “그 회사에서 일했다는 증거가 아무것도 없는 거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기록도 없고... 그런데 **에 제 기록이 남아있어서 산재를 받게 된거죠.”

 

박혜영(노동건강연대 활동가) “전국의 주요 공단에 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수많은 파견 노동자들이 있어요. 근데 이 파견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기록이 제대로 남지 않죠. 그리고 자기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알지만 어떤 물질을 사용했는지는 정보가 없어요. 그 상태에서 일주일, 열흘 일하다가 그만두고 회사를 옮겨요. 두 번째 회사에서 다른 일을 하다가 세 번째 회사로 옮겨요. 그런데 내가 병에 걸렸어요. 두 번째 회사에서 걸렸는지, 세 번째 회사에서 걸렸는지도 모르는데 기록은 없어요. 그러면 이 분들은 직업병 인지 조차도 자신들이 추측할 수 없는 거거든요. 그게 파견 노동자들의 현재 삶인데...”

 



파견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관련법은 정직원의 출산, 질병 등으로 결원이 생겼을 때 최장 6개월 까지만 파견사원을 쓸 수 있다고 규정했습니다.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만 파견 사원을 두라는 겁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법은 쉽게 무력화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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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숙(전 파견노동자) “6개월 정도 근무한 회사였는데 그 회사가 이름을 바꾼다고 근로계약서를 다시 써야 한데요. 똑같이 근무를 하고 있는데. 똑같은 부장님이 똑같은 회사 연락처랑 다 똑같은데 회사 이름이 바뀌었다고 근로 계약서를 다시 쓰자고, 뭐 달라지는 것 없다고 그렇게 쓴 적도 있었고, 그리고 이름을 바꾸는 것도 번거로워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다녔던 한 회사는 9개 파견업체가 들어와 있는데 자기네들끼리 사원들을 돌려요. 그래서 내가 어느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지 잘 몰라요.”


11 파견업체 폐업 후 재개업의 반복.jpg  

 

박혜영(노동건강연대 활동가) “퇴직금이 주로 크죠. 1년이 지나면 퇴직금을 줘야 하니까 보통은 10개월마다 한 번씩 이름을 바꿔요. 퇴직금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임금체불 사건이 들어가면 노동부에서 인지를 하기 때문에 그런 걸 피해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업체 이름을 계속 바꾸는 거죠. 사람 장사를 쉽게 하기 위해서.”

 

12 기간제법의 2년 이상 정규직화.jpg 

 

2년을 초과해 비정규직을 사용하려면 정규직을 사용하라는 이 법이 오히려 2년짜리 계약직을 늘려온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근로자들을 보호해 주자면 만들어놓은 법들이 현실에서 쉽게 악용되고 있습니다.

 

13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jpg


김종진(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 핵심적인 개념은 상시 지속적인 기간제 계약직이 2년을 넘었을 경우에는 무기계약이나 정규직과 같은 기간의 정함이 없는 정년을 보장하는 고용 형태로 바꾸라는 거거든요. 그런데 여기에 또 기업의 입장도 반영이 됐죠. 결국은 2년이 될 즈음에 고용만료형태로 (정규직) 전환을 안시킬 기업의 자유도 주어진 겁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까 2007년 이후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4명 중에 1명 정도에 불과하고 3명은 직장을 떠나는 거거든요. 끊임없이 유목민처럼, 기간제 계약직(보호) 법은 만들어졌지만 피해갈 여지를 준 것이지요.

 

시사기획 창 "일터의 이방인" 전체보기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3457781


수, 2017/04/0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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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토요일과 일요일 각각 7시간씩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습니다. 아르바이트생도 1년 이상 일하면 퇴직금을 받는다고 알고 있어서 사장님에게 퇴직금을 달라고 하니 근로시간이 짧아 퇴직금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퇴직금을 받을 수 없는 건지 궁금합니다.


A.  4주를 평균하여 1주간의 소정 근로시간이 15시간 미만인 근로자를 초단시간 근로자라고 합니다. 초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퇴직금, 유급주휴, 연차휴가, 기간제법상 무기직 전환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위의 경우 퇴직금은 발생하지 않고, 근로시간에 대한 급여만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초단시간 근로자의 경우 노동법상 여러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것을 알고 일부 사업장의 경우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근로계약서상 소정 근로시간을 주15시간 미만으로 정하고, 고정적으로 연장근로를 시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단시간 근로와 관련하여 문의사항이 있으시면 경기비정규직지원센터(031-254-1979)로 전화주시면 상담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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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6/02-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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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나기자]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 고용이 현실화됐다. 지난 3일 새벽, 관련 예산이 포함된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비정규직 환경미화원 203명은 내년 1월 1일부터 정규직이 된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국노동위원회, 한국노총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등은 5일 국회에서 환경미화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고용불안에 힘들어했던 환경미화원들이 국회 사무처 소속 근로자로 해고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일할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은 "수년 간 노력해 온 국회 환경미화원 직접 고용이 결론을 맺고 국회 지원이 되는 예산이 확정돼 기쁘다"며 "앞으로 국회를 넘어 모든 공공기관, 나아가 민간 부분까지 전파되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월, 2016/12/05-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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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장 열악한 간접고용 비정규직부터 해결
② 공공부문에도 ‘비정규직 공장’ 많다
③ 공공 비정규직 1/3 이상이 교육부문에 몰려

뉴스타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시대’를 열기 위한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먼저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간접고용 비정규직부터 살핍니다. 2편에선 기간제와 시간제, 무기계약직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 마지막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⅓  가량을 차지하는 교육부문 비정규직을 다룹니다.

우체국시설관리단 98%가 비정규직

기아차 모닝을 만드는 동희오토는 관리직을 뺀 생산직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라 노동계는 이를 두고 ‘비정규직 공장’이라 부른다. 공공부문에도 이와 비슷한 ‘비정규직 공장’이 더러 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그 대표적 사례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전체 인력 중 98%가 비정규직(무기계약 포함)이다. 현재 우체국시설관리단에는 정규직 49명과 무기계약직 2,242명, 기간제 230명, 파견직 4명이 일한다.

우체국시설관리단 인력구조 (2017.3)

구분

숫자(명)

비율(%)

정규직

49

2.0

무기계약직

2,242

88.8

기간제

230

9.1

파견직

4

0.1

합계

2,525

100

▲ 출처 : 알리오

우정사업본부 자회사인 우체국시설관리단은 2000년 11월 설립돼 지방우정청과 전국 1천여개 우체국, 우편집중국의 경비와 미화, 안내, 시설관리, 주차관리를 하는 공공기관이다. 이 일은 구제금융 이전 90년대 중반까지 기능직공무원이 담당했다. 지금도 일부 기능직이 남아 있다. 정규직 49명의 평균 임금은 연 5,819만원이다. 직원의 절대다수(88.8%)를 차지하는 무기계약직 평균보수는 연 2,155만원으로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된다.

정규직은 초임 3,205만 원으로 시작해 10년차가 되면 5천만 원으로 오른다. 그러나 무기계약직 기본급은 최저임금을 따라 오른다. 무기계약직 근속수당은 3~5년차가 월 1만 원, 6~8년차가 월 2만 원, 9·11년차가 월 3만 원에 불과하다. 따라서 무기계약직 신입과 10년차는 월 3만 원씩 해서 연봉 36만 원 차이만 난다.

같은 무기계약직이라도 업무에 따라 임금이 다르다. 미화원과 금융경비원은 최저임금에 근사한 임금을 받아 연 2천만 원도 안 된다. 이 때문에 해마다 700~800명씩 퇴사해 이직률이 매우 높다. 이를 반영하듯 무기계약직 정원은 2,659명인데 반해 실제 근무자는 2,242명으로 결원이 417명이나 된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우체국 시설관리가 기관의 목적인만큼 현장직원이 업무의 중심이다. 정규직은 이들 현장직원을 관리하고 지원하는 일을 한다. 49명의 정규직이 전국에 흩어진 2천명 넘는 비정규직을 관리하기 어렵다. 사회공공연구원 김철 연구실장은 “2천 명 넘는 비정규직에 대한 일상적 인사관리는 불가피하게 해당 우체국 정규직이 하기에 불법파견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계산하지만, 우체국시설관리단 무기계약직은 이름만 다를 뿐 기간제와 임금과 업무가 거의 동일하다. 60살 정년이 안 되면 무기계약직이고, 정년을 넘기면 촉탁으로 64살까지 기간제로 일한다.

우체국시설관리단은 자회사 방식의 외주화의 비효율성도 노출하고 있다. 원청인 우정사업본부는 2015년 기준으로 우체국시설관리단 경비원 월 인건비를 249만 원으로 책정했는데, 여기에 자회사 우체국시설관리단의 일반관리비 5%, 이윤 8%, 부가가치세 10%가 추가돼 1인당 313만 원을 부담한다. 우정사업본부가 업무를 직접 담당하면 1인당 64만 원씩 연 192억 원이 절약된다. 이 돈이면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처우개선에 쏟을 수 있다. 우체국시설관리단처럼 비정규직이 절대다수인 공공기관은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코레일테크 등 10여곳에 달한다.

우체국시설관리단 경비원 1인당 월 책정 예산

항목

금액(원)

내역

직접인건비

2,127,887

월 지급액, 퇴직충당금 등

간접인건비

362,261

4대 보험료, 피복비, 야식비 등

일반관리비

124,508

직,간접인건비의 5%

이윤

209,617

인건비+관리비의 8%

복지포인트

25,000

 

부가가치세

284,930

총비용의 10%

합계

3,134,203

 

▲ 출처 :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평가 연구 (사회공공연구원, 2017.3)

재정부 예산 칼질에 ‘파리 목숨’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엔 무기계약직과 기간제, 시간제가 있다. 정부는 2013~2015년 공공부문에서 7만 4,023명을 무기계약 전환했는데 같은 기간 공공부문 기간제는 24만 명에서 20만1천 명으로 4만 명만 줄어들었다. 전환한 자리에 다시 기간제를 채용하는 관행 때문이다.

정부는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분류하지만 우체국시설관리단 사례처럼 무기계약직은 정년보장 외엔 기간제와 흡사했다.

직접고용 비정규직 임금은 인건비가 아닌 사업비에서 책정하기에 해마다 사업예산에 따라 사람 수를 관리한다. 사람 임금을 사업비로 책정하는 것도 문제지만, 국회나 기재부에서 그나마 예산을 따내지 못하면 대규모 감원 당하는 불안한 고용을 이어가고 있다.

경찰청은 2015년 6월 기획재정부로부터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기간제인 의경부대 영양사 37명을 해고(계약해지)했다. 당사자들은 2013년 채용 때 “2년 뒤 무기계약직 전환을 구두약속 받았다”며 반발했다. 이들은 경찰청 앞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를 찾아 호소한 끝에 복직해 2016년부터 무기계약직이 됐다. 이처럼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기획재정부의 예산에 절대적으로 민감하다.

기간제는 고용 규제가 없어 부서 사업비로 사용하는데다 임금도 주먹구구식이다. 자산관리공사와 에너지기술평가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기간제는 월 600만 원 이상인데 반해 우체국물류지원단과 한국원자력안전재단은 월 100만 원 가량으로 최저임금에도 미달했다.(2015년 기준) 이처럼 공공기관마다 기간제 임금격차가 심한 건 기간제 고용을 관장하는 정부 차원의 통일된 인건비 규정이 없어서다.

예산에 사람 맞춰 임금도 주먹구구

기재부 예산 때문에 기간제는 사업비로 단기채용과 해고를 반복한다. 고용노동부 채용지원 명예상담원과 우편물을 분류하는 우정실무원은 상시지속적 업무인데도 예산 때문에 기간제를 채용하기도 한다.

지방국토관리청 산하 국토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무원, 도로보수원, 과적단속원, 하천관리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무기계약직 보수표에 따른 호봉을 적용받는다.

2015년 보수표에 나온 호봉은 1~31호봉까지 나뉜다. 그러나 사무원과 하천관리원은 근속에 따라 맨 위 31호봉까지 올라가지만, 과적단속원은 20호봉까지만 올라간다. 과적단속원은 장기근속자가 많아 호봉제를 동일하게 적용하면 예산 부담이 커져서다. 이는 예산 규모에 맞춰 비정규직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상담원별 기본급 1호봉 비교 (단위:원)

수석상담원

선임상담원

책임상담원

전임상담원

일반상담원

2,445,320

2,236,650

2,052,320

1,879,600

1,506,440

▲ 출처 : 고용노동부 2016년 민간직업상담원 보수 지급기준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에서 상담업무를 하는 무기계약직은 수석, 선임, 책임, 전임, 일반 상담원으로 5등급으로 나뉘어 5개의 별도 호봉표에 따른 기본급 체계를 갖고 있다. 수석, 선임, 책임, 전임상담원까진 1호봉이 대략 8%씩 차이 난다. 그러나 2015년 4월 상담직렬 통합으로 신설된 일반상담원은 바로 위 전임상담원과 20% 이상 큰 격차가 난다. 이 역시 예산상의 한계 때문이다. 당시 상담원 직렬통합에 62억 원이 필요했으나 2014년 26억 원만 반영됐다.

국민연금공단은 해마다 기간제 수가 들쑥날쑥 한다. 연금공단 기간제는 2013년 586명에서 해마다 100명 이상 줄어 2016년엔 153명까지 떨어졌다가 올들어 다시 464명으로 크게 늘었다. 연금공단에서 기간제는 사업 확대 또는 축소에 대한 고용안전판 역할을 한다. 연금공단은 6~10개월짜리 기간제를 선호한다. 1년 이상 고용하면 퇴직금을 줘야하고 2년이 됐을 땐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야 해서다.

국민연금공단 비정규직 추이 (단위 : 명)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2017년 1분기

무기계약직

2

7

6

273.5

271.5

기간제

586

422

167

153

464

무기계약직
전환실적

0

95

1

268

0

▲ 출처 : 알리오 (소수점 이하는 단시간 노동자 반영)

상시지속적인 우편물분류에도 기간제 채용

비정규직 비율은 2007년 정점을 찍은 뒤 소폭 줄어들고 있지만 유독 시간제 노동자는 해마다 늘고 있다. 2003년 90만 명이었던 시간제는 2016년 248만 명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시간제 노동은 성별분업이 강해 여성 일자리로 낙인 찍혀 있다. 남성노동자의 6.3%가 시간제인데 반해 여성노동자는 13.6%가 시간제로 일한다.

우정사업본부와 우편집중국,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분류하고 상하차하는 ‘우정실무원’은 무기계약직과 기간제가 섞여 일하면서 전일제(8시간)와 시간제(4시간)로 나뉜다. 앞서 우체국시설관리단처럼 기간제로 들어와 2년 이상 근무시 무기계약직 전환되지만 임금은 거의 같다. 2015년 무기계약직 우정실무원 정원은 전일제가 1,959명, 시간제가 2,210명으로 시간제가 약간 더 많다. 기간제 우정실무원은 전일제든 시간제든 시급은 6,470원으로 최저임금에 딱 맞춰져 있다.

우정실무원 업무도 우체국시설관리단처럼 90년대 중반까진 기능직 공무원이 담당했다. 지금도 우편집중국엔 기능직 공무원과 무기계약직, 기간제가 함께 일한다. 기능직 공무원은 평소엔 관리감독 업무를 하지만, 업무량 폭주 땐 비정규직과 함께 우편물을 분류한다.

우정사업본부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관리규정 5조엔 “상시지속 업무는 무기계약직이 담당하는 걸 원칙으로 하며, 정원을 초과한 근로계약 체결은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 ‘정원’ 조항 때문에 상시지속 업무인데도 기간제로 채용한다.

사각지대에 놓인 초단시간 노동도 늘어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도 계속 늘고 있다. 단시간 노동은 근로기준법과 기간제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주휴일과 연차휴가가 없고, 4대 사회보험 의무가입도 안되고, 퇴직금도 안 줘도 된다. 기간제법에 따라 2년 이상 기간제로 일하면 정규직 고용의제에 적용되지만 주 15시간 미만 단시간 노동자는 2년 이상 계속해서 기간제로 일 시킬 수 있다. 물론 공공부문에선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초단시간 노동자 추이 (단위:명)

구분

2002년

2015년

여성

120,279

411,307

남성

66,264

174,146

합계

186,543

585,453

▲ 출처 : 통계청

초단시간 노동은 2002년 20만 명도 안 됐지만 2015년 3배 가량 늘어 60만 명에 육박한다. 초단시간 노동도 시간제처럼 여성에게 집중돼 있다.

초단시간 노동은 학교방과후돌봄교사나 사회서비스 돌봄노동 등 공공부문에서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초등학교에서 방과후돌봄교사로 일하는 A씨는 “주 15시간 미만이어야 하기 때문에 주 5일 중 나흘은 3시간씩, 하루는 2시간 근무하는 걸로 계약서를 썼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돌봄 준비와 정리, 초과근로로 매번 15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통일된 임금체계 세워야

정부는 해마다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에 대해 무기계약직 전환실적을 집계해 해결에 주력했다. 그러나 전환한 자리에 기간제를 다시 채용하고 단시간, 초단시간 근무자까지 늘어나 큰 실효가 없다. 전환된 무기계약직 처우도 고용안정 외엔 기간제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무기계약직에 대한 통일된 직제와 정원, 임금체계가 없어서다. 이 역시 법 개정없이 대통령령으로 가능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상시지속적 업무엔 정규직 채용 원칙을 강조했지만 기획재정부가 사업비 예산만 삭감해도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감원의 몸살을 앓는다. 공무직법을 제정하면 좋겠지만, 당장은 대통령령으로 통일된 직제와 정원, 임금체계라도 마련하면 고용불안은 상당부분 해소된다.

금, 2017/05/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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