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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쓴 폰트가 100만 원? ‘폰트 저작권’ 삥뜯기 원천봉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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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쓴 폰트가 100만 원? ‘폰트 저작권’ 삥뜯기 원천봉쇄법

익명 (미확인) | 화, 2015/10/13- 13:58

무심코 쓴 폰트가 100만 원? ‘폰트 저작권’ 삥뜯기 원천봉쇄법

글 | 오픈넷

로펌에서 전화가 오고, 내용증명이 오고, 금방이라도 나를 고소할 것 같다. 내가 그렇게 큰 죄(?)를 지었나? 나조차 의문이지만, 말만 들어도 귀찮은 소송에 휘말리기 싫고, 형사사건으로 고소당할 수도 있다는 말에는 더는 사정을 살필 여유도 싸울 의지도 사라진다. 그래서 억울하지만, 눈물을 머금고 로펌이 제안한 합의에 응한다. 합의 조건은 현금 지급이나 폰트 패키지 구매.

저작권 폭탄

무심코 사용한 폰트가 100만 원? 

무슨 소리냐고? 요즘 더 기승을 부리는 폰트 저작권을 빌미로 한 로펌 삥뜯기에 관한 이야기다. 웹사이트, 홍보 전단, 간판 등에 사용한 폰트(font, 글꼴. 이하 폰트 또는 글꼴)가 저작권을 위반했다며 법무법인에서 폰트 사용자를 압박하고, 합의금을 물게 하거나 울며 겨자 먹기로 폰트 패키지를 사들이게 하는 사례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다.

법을 잘 모르는 보통 사람은 대개 소송이나 고소를 피하려고 수십에서 수백만 원의 합의금을 내거나 폰트 패키지를 구매하는 것으로 어느 날 갑자기 당한 이 ‘당혹스런’ 사건을 마무리 짓곤 한다(통상 합의금은 100만 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삥뜯긴’ 사용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정작 저작권을 위반하지도 않았다는 점이다. 저작권법을 위반하지도 않고, 돈만 뜯긴 셈이다.

100만 원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100만 원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이에 대한 비판은 미뤄두고, 일단 이런 귀찮고, 황당한 사태를 피하기 위해 다음 세 가지를 하나씩 설명하고, 살펴보고자 한다.

  1. 폰트 파일의 저작권 개념 
  2. 폰트 사용권 계약에서 주의할 점
  3. 폰트 저작권 문제 원천봉쇄법: 필요 없거나 말썽이 될만한 폰트 제거 방법(또는 글꼴 목록에 나타나지 않도록 숨기는 방법)

 

1. 폰트 저작권? 폰트 자체(X) 폰트 파일(O)

웹사이트, 문서 등 저작물에 폰트를 사용한 행위가 저작권 침해라는 경고받는 경우가 많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품 소프트웨어에 포함되거나 제작사 홈페이지를 통해 적법하게 내려받은 폰트를 사용한 경우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은 글자의 모양 자체가 아닌 개별적 폰트 ‘파일’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2013년 3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공개한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 바로 알기”에서 이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 바로 알기

폰트 자체에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폰트 ‘파일’에는 저작권이 인정된다. 그래서불법 복제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출처로 폰트 파일을 입수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가 될 수 있다. 특히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 등을 통해 무단으로 재배포되는 폰트 파일을 내려받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2. 폰트 사용권 계약에서 주의할 점 

저작권과 별개로 라이선스, 즉 사용권 계약에도 주의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다.

  • 번들 글꼴: 다른 정품 소프트웨어(A)를 설치할 때 딸려오는 번들 글꼴을 다른 소프트웨어(B)에서 사용하는 경우. 예) 한컴오피스의 윤고딕을 포토샵에서 사용.
  • 사용권 범위를 제한한 무료 글꼴: ‘무료 글꼴’이라는 말만 보고 내려받은 글꼴에 비상업적 용도로만 쓸 수 있게 하는 등의 사용권 제약이 걸려 있는 경우. 이때는 약관에 정해진 사용권 범위를 넘어서 사용할 때, 대개는 ‘비상업 용도’로 정해진 범위를 넘어서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때 문젯거리가 될 수 있다.

 

번들 글꼴: 한컴오피스(X) – MS오피스(Δ) – 포토샵(O) 

윈도우, 맥, 리눅스 등의 운영체제는 각기 폰트 파일들을 저장하는 폴더 또는 디렉토리가 있다. 각종 오피스 또는 그래픽 편집 프로그램을 설치하면서 이 위치에 번들 글꼴이 저장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할 때 라이선스 위반이 문제 된다. 예를 들어 한컴오피스와 함께 설치된 윤고딕을 포토샵에서 사용해서 문제가 되는 사례 등이다.

어떤 프로그램에 어떤 글꼴이 딸려오는지 일일이 알기 어려우므로 낭패를 보기 쉽다. 가장 많이 쓰이는 한컴오피스, MS 오피스, 포토샵의 번들 글꼴 라이선스에 대한 블로터의 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일반적인 답부터 드리죠. 글꼴 파일을 쓰기로 한 범위를 넘어섰다면 계약 위반으로 인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각 회사에 물어보니 한컴은 “안 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한국MS는 “딱히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했고, 어도비는 “맘껏 써도 된다”고 답했습니다.

출처: 블로터 – (-.-)a ‘아래아한글’과 함께 깔리는 글꼴, 마음대로 써도 되나요?

따라서 한컴오피스 사용자는 번들 글꼴을 다른 프로그램에서 사용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다행히 2014 버전부터는 번들 글꼴을 별도 위치에 저장해서 다른 프로그램의 폰트 목록에 표시되지 않게 하는 개인 글꼴 컬랙션 기능을 적용했지만, 한컴오피스 2010 또는 이전 버전의 번들 글꼴은 공용 폴더에 저장된다.

한컴오피스 2010에 포함된 글꼴 파일들의 이름과 저작권자 정보는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컴오피스 2014를 포함한 전체 글꼴 저작권 정보는 다음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만약 한컴오피스 2010 또는 이전 버전이 설치된 컴퓨터에서 포토샵 등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 문제 소지가 있는 글꼴 파일들을 공용 폴더에서 제거해 버리는 것이 속 편할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선 아래 3. 항목에서 설명한다.)

 

폰트 회사의 무료 글꼴 설치 프로그램

폰트 회사가 자사 글꼴을 쉽게 설치할 수 있도록 전용 프로그램을 배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양한 무료 글꼴을 쉽게 찾아보고 내려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회사 로고나 영화, 애플리케이션 또는 기타 상업적 사용을 금지한 경우가 많아 사용권 조항을 꼼꼼히 읽어봐야 한다.

아시아폰트 ‘폰트통’ (삭제 권장): 폰트통을 통해 제공되는 글꼴은 모두 비상업용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폰트통으로 설치한 폰트 파일은 공용 폰트 폴더에 저장되고, 프로그램을 삭제한 뒤에도 남아있다.

따라서 개인용 컴퓨터에서 비상업적 용도로만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프로그램을 통해서 삭제하는 것이 좋다. ‘제거’ 탭에서 글꼴별로 혹은 전부 제거가 가능하다.

폰트통 글꼴 삭제

산돌 ‘구름다리’: 구름다리는 폰트 파일을 공용 폴더에 설치하지 않고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동안에만 폰트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등 저작권과 라이선스 문제에 관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폰트 사용 여부는 체크 한 번으로 설정할 수 있지만, 많은 프로그램이 시작 시에만 폰트 정보를 불러오므로 폰트를 추가하거나 제거한 뒤에는 해당 프로그램을 다시 실행해야 한다.

구름다리 글꼴 목록

 

3. 원천봉쇄법: 문제 파일 삭제·숨기기

아래 방법을 이용해 사용하지 않거나 라이선스 위반 소지가 있는 폰트 파일들을 삭제하거나 숨길 수 있다.

 

윈도우 사용자: 윈도우 7과 윈도우 8

제어판 → 모양 및 개인 설정 → 글꼴을 선택해 들어간다.

윈도우 제어판 > 모양 및 개인 설정

윈도우 제어판 > 모양 및 개인 설정 > 글꼴

글꼴 선택 후 도구 모음에서 ‘숨기기’ 또는 ‘삭제’를 클릭한다. 참고로 콘트롤(Ctrl) 키를 함께 누르면 동시에 여러 개를 선택할 수 있다.

윈도우 글꼴 선택 후 숨기기

숨긴 글꼴은 흐리게 표시되고 다른 프로그램의 글꼴 목록에 나타나지 않게 된다. ‘표시’를 누르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윈도우 숨긴 글꼴 다시 표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지원 웹사이트의 사용하지 않는 언어 및 글꼴 제거를 참고해도 된다.

 

맥 사용자: OS X

맥 OS는 10.3 버전부터 제공되는 서체 관리자를 이용할 수 있다. (참고: 애플 – Mac 기본 사항: 서체 관리자)

Finder → 응용 프로그램에서 ‘서체 관리자’(Font Book)를 실행한다.

OS X에서 서체 관리자 실행

글꼴 선택 후 체크 버튼을 클릭한다. 참고로 커맨드(Cmd) 키를 함께 누르면 동시에 여러 개를 선택할 수 있다.

OS X에서 글꼴 비활성화

숨긴 글꼴은 흐리게 표시되고 다른 프로그램의 글꼴 목록에 나타나지 않게 된다. 활성화 버튼을 클릭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

OS X에서 숨긴 글꼴 활성화

 

공존과 상생 그리고 평화를 위하여

우리는 폰트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한편에서는 법무법인의 무분별한 합의금 장사를 비판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폰트, 특히 한글 폰트 개발에 들어가는 막대한 노력과 비용 때문에라도 저작권과 사용권 계약을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두 의견은 서로 대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입장은 서로 보완하고, 그래서 공존해야 하는 의견이다. 사용자는 폰트 개발에 들어간 디자이너(회사)의 노고를 당연히 인정해야 하고, 또 회사도 사용자를 잠재적인 범죄자가 아니라 현재 혹은 미래의 귀한 고객으로 존중해야 마땅하다. 그래서 서로 상생할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무차별적인 폰트 저작권 ‘삥뜯기’는 저작권 문제를 풀 바람직한 해법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편이 가장 좋다. 이 글이 가정과 직장의 평화를 지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 일문일답>

  • 2015년 10월 12일
  • 인터뷰어: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
  • 인터뷰어: 민노씨

– 2년 반쯤 전에 문광부에서 “폰트 파일에 대한 저작권 바로 알기”(2013년 3월)까지 배포했는데, 아직도 폰트 저작권 ‘삥뜯기’ 행태는 근절되지 않았나?

오히려 문제가 심해지고 있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대학생이 학교 내 사용한 폰트 라이선스가 문제된 일이 있었다. 심지어 총장을 고소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예를 들면, 비영리로 설정한 폰트 파일을 음식점 메뉴 등에 사용했다고 문제(손해배상)라고 주장하고, 귀찮은 소송을 하지 않으려면 합의금을 내거나 패키지를 사라고 유도 혹은 강요하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

– 로펌이 내용증명을 보내 ‘공포감’을 조성하는 수법(?)은 어떻게 보나. 

사실 내용증명은 우체국을 통해 개인(발송인)이 주장하는 바를 타인(수취인)에게 전달하는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실질은 이메일과 별로 다를 바 없다. 내용증명의 법적 성격은 일반 우편에 우체국이 발송 사실에 관해 공적으로 증명하는 기능만 더해진 것이다.

내용증명이란?

“내용증명”이란 등기 취급을 전제로 우체국창구 또는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발송인이 수취인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언제 발송하였다는 사실을 우체국이 증명하는 특수취급제도를 말합니다.
– “우편법” 제15조 제3항 및 “우편법 시행규칙” 제25조 제1항 제4호 가목

– 내용증명이 발휘하는 심리적 압박감은 있긴 한 것 같다.

고소 이야기가 나오고, 손해가 얼마다 이야기가 딱딱하고 낯선 법률용어와 함께 나오면 법률 비전공자는 충분히 심리적인 압박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용증명은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일방의 주장이 적혀 있는 문서에 불과하다.
저작권이나 소송 등의 법률 지식이 없으면 마치 공적인 문서로 착각할 수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같은 사인(私人) 사이의 문서다. 무턱대고 겁먹기보다는 우선 침착하게 저작권 침해 여부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 최근 실무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유형은.

무료로 배포하는 폰트 프로그램인 경우에 ‘비영리’를 단서 조건으로 단 경우가 많다. 그런 프로그램을 ‘영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인지는 아직 확실한 법적인 판단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이와 유사한 케이스로 ‘오픈캡쳐’ 사건이 있다. 최근 판례(서울고등법원 2014나19631 판결. 2014년 11월 20일)인데 아주 중요한 판결이다. 이른바 ‘클릭온 방식’으로 사용허락계약이 체결된 경우가 문제된 사건이다. 법원은 프로그램 사용에 관해서는 라이선스 정책 위반(채무불이행)이 문제될 수 있을지언정 설치(복제) 과정에서는 저작권 침해 소지가 없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 저작권 침해 소지는 없지만, 채무불이행이 문제될 수 있다? 좀 더 쉽게 설명 부탁.

간단히 말해 저작권 침해는 형사 사건이 가능하다. 즉, 저작권 침해는 피해자의 형사 고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형사 사건으로 갈 수 있다. 반면 채무불이행은 기본적으로 사인(私人)간의 계약상 문제고, 그 손해만 되돌려주면 된다. 따라서 국가기관(검찰)이 직접 법원에 처벌해달라고 요청(기소)하는 형사 사건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 끝으로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폰트 프로그램을 만들 때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것도 맞고, 저작권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맞다. 하지만 저작권 침해 여부가 불분명한 사안에까지 무차별적으로 고소하는 행태는 ‘저작권 합의금 장사’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바람직한 저작권 문화 정착을 위해서도 이런 ‘삥뜯기’ 행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오픈넷이 일명 ‘저작권 합의금 장사 방지법’ 입안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취지도 이런 이유에서다. 저작권 합의금 장사 방지법(2013년 박혜자 의원 발의)은 현재 국회 교문위 대안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내용증명을 받은 분들도 무조건 합의에 응하기보다는 저작권 침해 여부를 꼼꼼히 살펴보고, 이왕이면 일반 민사로 처리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합의금 요구는 법원에서도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더욱 꼼꼼하게 사안을 검토해야 한다.

법률 검토를 위해 저작권위원회나 법률구조공단에 조력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리고 오픈넷 법률상담 창구(메일 주소 [email protected])도 많이 이용해주시기 바란다.

 

* 위 글은 슬로우뉴스에도 게재하고 있습니다. (2015.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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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2020. 11. 5.(목)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4 간담회실에서 ‘공익제보와 개인정보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발제문의 요약문입니다. https://opennet.or.kr/18973 

개인정보보호법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만 생활과 행복추구에 긴요한 서비스나 재화를 받을 수 있는 경우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의 향후 이용이나 제3자제공을 미리 제한할 협상력이 없을 정도로 개인정보처리자와의 힘의 비대칭에 놓인 정보주체를 ‘정보감시’ 또는 정보감시의 가능성으로부터 오는 ‘위축효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법제로서 정보주체에게 자신에 대한 모든 정보에 대해 소유권과 유사한 통제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짜로 하고 있다. 

  한편 법이 원래의 목적에 부합하게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모든 개인정보처리가 정보주체의 통제권 하에 놓여지면 도리어 힘없는 개인정보주체들이 표현의 자유나 알 권리를 통해 행사할 수 있는 저항권이 제한되므로 정보주체의 통제권을 정교하게 재단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개인정보보호법제들은 첫째 GDPR 및 GDPR이행입법들의 상당수는 공익 및 정당한 이익을 위해 정보주체의 동의가 없는 정보수집 및 제3자 정보제공을 허용하고 둘째 단순히 제도권 언론의 취재보도만을 면책시키는 것이 아니라 언론 “목적”의 정보처리에 대해서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제3자가 언론에 제보하는 행위도 예외에 포함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개인정보보호법은 특히 공익제보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제3자제공, 언론목적 정보처리, 개인정보처리자의 해석 등에 있어서 국제기준에 비추어 개정해야할 필요가 있다. 


우리법 
수집이용
우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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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보호 X X O (4e)

개인정보보호법 제58조(적용의 일부 제외)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개인정보에 관하여는 제3장부터 제7장까지를 적용하지 아니한다. . . . .4. 언론, 종교단체, 정당이 각각 취재·보도, 선교, 선거 입후보자 추천 등 고유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수집·이용하는 개인정보

GDPR의 경우 다음과 같이 주체를 한정하지 않고 “언론 목적의. . 처리(processing for journalistic purposes)”에 대해 표현의 자유 및 정보의 자유와의 화합을 도모하도록 개별국가가 법제화를 하도록 의무화하고(“shall”) 있음.

Article 85 Processing and freedom of expression and information 

1. Member States shall by law reconcile the right to the protection of personal data pursuant to this Regulation with the right to freedom of expression and information, including processing for journalistic purposes and the purposes of academic, artistic or literary expression.

수, 2020/11/18-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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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오픈넷 이사)

산업기술보호법(산기법)이라는 법이 있다. 영업비밀보호법이 ‘영업활동에 유용한 정보’만 보호하기 때문에 국책연구기관들의 영업비밀을 보호하지 못한다고 해서 만들었다고 하는데 막상 법을 만들 때는 정부 부처가 “산업기술”이라고 지정만 하게 되면 모두 영업비밀처럼 보호되도록 만들어놓았다. 이런 조문을 가진 법은 전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법 만들 때 벤치마킹했던 미국의 경제스파이법도 영업비밀 보호에 한정되어 있고 중국, 일본, 독일에도 영업비밀이 아닌 것을 보호하려는 무리한 시도를 하는 법은 없다.

산업은 어떻게 발전하는가? 영업비밀이 아닌 산업정보는 자연스럽게 확산되면서 더 많은 연구와 실험을 거쳐 더 발전되어 나간다. 영업 직원이든 연구소 직원이든 회사의 기술정보 중에 영업비밀이 아닌 정보를 고객들이나 동종 업계 사람들과 공유할 수도 있지만, 산기법에 의해 차단된다. 더 중요한 것은 산업재해를 당한 노동자든 제조물책임 피해를 본 소비자든 기술정보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데 영업비밀이 아닌데도 알 수가 없게 되었다는 점이다. 산업 발전에도 해가 되고 생명과 안전의 보호에도 해가 되는 법이 되어버린 것이다. 학자들은 이런 이유로 산업기술보호규제는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9년 국회는 문제를 더 악화시켰다. 영업비밀 침해는 부당취득행위나 비밀유지 위반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법을 개정하여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 즉 산업기술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과 다르게 이용 및 공개하는 행위를 처벌하기로 한 것이다(산기법 제14조 8호).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교수가 강의할 때 교육 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지만 그 정보를 학생이 어떻게 사용할지는 학생에게 맡겨진 것이다. 발명을 하건 창업을 하건 강의평가를 하건 말이다. A제품 발명을 위해 나온 정보가 B제품 개발에 유용할 수도 있다. 비밀유지 의무가 없는 한 합법적으로 정보를 제공받은 사람은 자신의 상상 내에서 자유롭게 정보를 이용, 공개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막아놓은 것이다. 영업비밀도 아닌 것에 대한 침해행위도 아닌 행위를 처벌하는 세계 유일의 법이 더 위협적인 것은 “산업기술”이 이용되는 업체에 대해서는 노동자나 소비자들이 합법적으로 정보를 얻어도 안전이나 배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된다는 점이다.

산기법이 2019년에 개정되면서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함께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국가핵심기술 규제는 1980년대에 미국, 일본 등이 자신의 첨단기업들이나 첨단기술들이 해외로 팔려나가는 합법거래들을 국가에 신고하거나 또는 허가받도록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비밀보호와 무관하다. 국가핵심기술 상당수는 법적으로 항상 공개되는 특허나 사실상 공개되는 저작권으로 보호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처음 만들 때는 합법적인 거래들에 대한 허가 신고제로 잘 만들었다.

그런데 2019년 엉뚱하게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에 국민에 대해 비밀로 해야 한다는 조항(9조의2)이 만들어졌다. 결국 정보공개 청구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인데, 국가핵심기술 중에는 이미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에 공개된 특허, 저작권도 있는데 어떻게 이것을 비밀로 한다는 말일까? 그래서 전세계의 어느 국가핵심기술 규제도 대국민 공개를 금하지 않는다.

이 법은 노동자와 소비자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행정부처가 사업장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를 얻지 못하게 한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삼성전자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산재소송을 위해 작업장에서 이용된 독극물 목록을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받으려고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국가핵심기술이라는 이유로 공개가 거부된 사례다.

14조 8호나 9조의2가 영업비밀에만 적용되도록 축소해석될 가능성도 별로 없어 보인다. 실제 업계 일반에 널리 알려진 정보에 대해서도 산업기술침해죄를 적용한 판례가 나왔고 위의 삼성전자 사례도 영업비밀 여부에 관계없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공개 청구에서 제외된 것이었다. 산업도 죽이고 노동자도 죽이는 세계 유일의 누더기법 산업기술보호법, 정부 여당이 책임지고 하루빨리 개정해달라.

이 글은 한겨레에 기고한 글입니다. (2020.11.29.)

월, 2020/11/30-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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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차별금지는 국제인권이며 우리나라가 가입한 UN여성차별철폐협약에 명시되어 있다. 이 협약의 준수를 감시하는 UN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노동자 거의 전부가 여성인 상황에서, 성노동자에 대해 범죄자의 낙인을 찍는 것은 성차별이라면서, 수십년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 성노동을 합법화할 것을 요구하였다. 세계적인 대세는 성노동자 처벌은 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성매수자처벌을 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이다. OECD국가 중에 우리나라만 성노동자도 지역적 상황적 예외없이 모두 처벌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에 “성인이 서로 자발적으로 만나 성행위를 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 영역에 속하고, 다만 그것이 외부에 표출되어 사회의 건전한 성풍속을 해칠 때 비로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 . . 국가가 개입하여 형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이라고 한 바 있다(간통죄 위헌). 이를 성매매에 적용해보자면 금전을 원인으로 성행위를 하게 되면 사랑, 결혼, 출산과 깊은 연관이 있을 수 있는 성행위를 더욱 쉽게 할 수 있게 되고 과도한 난교 상황은 성스러운 사랑, 결혼, 출산을 저해하여 도덕적 다수가 생각하는 ‘건전한 성풍속’에 어긋난다고 볼수도 있겠다. 하지만 ‘건전한 풍속’을 형사처벌로 강요하는 것이 정당할까?   

성매매를 금지하자는 또다른 시각에서 헌재는 2012년에 성알선자 처벌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성매매가 “성을 상품화”하는 것이라면서 금지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무언가를 상품화된다고 해서 곧바로 형사처벌로 금지할 수 있는 정당성이 갖추어지는 것은 아니다. 육체는 성스러운 것인지만 이를 상품화하면 형사처벌해야 할까? 그럼 마사지사도 처벌해야 할 것이다. 교육도 성스러운 것이고 사교육열풍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나 학원을 형사처벌하려는 법은 위헌판정까지 받았다.  

또다른 시각에서 헌재는 2006년에 성매매알선조항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리면서 “우리나라 성매매의 양태는 ‘강요된 성매매’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고 최소한 ‘중간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알선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그런 목적이라면 성노동자까지 처벌해야 할까요? 강요와 폭력의 주체들만 처벌하면 되지 않을까?

더욱이 UN성차별철폐위원회는 성매매금지법이 도리어 성매매여성들의 강제성매매 탈출을 어렵게 만든다며 합법화를 요구하였다. 우리나라의 “성제공자”들은 범죄자의 낙인이 찍혀, 폭력적인 포주나 고객을 신고도 하지 못하고, 의료서비스 복지서비스에 배제된 상태에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다니면서 살아가고 있다. 통영에서는 집안 형편상 가출했다가 17살에 출산하여 지금은 7살이 된 아이와 병든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성매매를 하고 있던 25세 여성이 경찰의 함정단속을 피해 투신자살했다. 우리나라 2007년 여성가족부 통계에 따르면 성매매여성들은 30만명에 달한다. 인신매매 예방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음지로 때로는 사지로 내몰 이유가 되는 것일까. 사회적 낙인을 감수하면서까지 생계를 잇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법적 낙인을, 범죄자의 낙인을 찍어 동굴로 몰아 넣어야만 인신매매예방에 대한 우리의 도덕감정을 충족시킬 수 있을까? 의료서비스 접근권 및 여성들의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하는 UN여성기구 역시 2013년 성노동을 합법화할 것을 요구했고 UN보건기구들도 꾸준히 같은 주장을 해왔다. 국제인권기구의 양대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휴먼라이츠와치와 국제사면위원회는 2013년 2014년 각각 성노동의 합법화를 정책기조로 발표하였다. 

자 성매매금지법의 정당성이 이러한 상황에서 성노동자들의 표현을 차단해야 할까? 성노동에 대한 정보는 성매매라는 불법행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방조하는 정보라는 이유로 차단되고 있다. 하지만 위에서 보았듯이 성매매는 보편타당한 해악이 아니며 자유롭게 허용하는 국가들도 많이 있다. 해외 여러 국가들에서는 형사처벌되지 않는 성제공자들이 발화하는 표현까지 차단하는 것은 부당하다. 아무리 국내에서는 성매매가 불법이고 성제공자들의 온라인 상 표현이 그 불법행위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천적으로 차단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외부에 표출되어 성풍속을 해칠 때 법률의 규제를 필요로 한다”라는 헌재의 설시에서 볼 수 있듯이 성매매 자체에 내재된 해악 보다는 성매매가 끼치는 문화적 영향 때문에 성매매금지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Dhyta Caturani도 성매매금지법이 없는 인도네시아에서도 성매매여성들의 표현을 포르노그래피법으로 규제하는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하는데 세계적으로 성매매금지법이 성매매 자체를 죄악시하기 보다는 성매매에 성풍속에 끼치는 문화적 영향에 터잡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인터넷 상의 표현의 자유도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표현물에 대한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기 전에 행정기관의 결정에 의해 표현물을 차단 및 삭제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우선 물리적 행위와 달리 표현은 위축효과에 취약하다. 행정기관의 잠정적인 판단을 반박하여 표현물의 합법성을 입증하려는 수고를 포기하기 쉽다. 또 행정기관은 집권여당의 입김 때문에 중립적인 판단을 하기 어렵다. 특히 표현물이 불법이라서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명령을 어긴 것에 대해 별도의 책임이 부과되는 경우 합법적인 표현물의 위축효과는 더욱 증폭된다. 행정기관은 산업진흥 등의 다른 정책도 수행하기 때문에 쉽게 보복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위축효과를 증폭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기관에 의한 온라인표현의 자유 제한 즉 행정심의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없었다. Turkey와 한국이 유일햇고 최근 몇 년 사이에 테러단체나 테러리스트들이 인터넷을 통해 인력을 확보하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자 독일, 프랑스 등에서도 행정심의를 시작하였다. (NetzDG법, Avia법)

하지만 이들 몇안되는 나라들의 행정심의는 보통 보편타당한 해악성을 지닌 표현물에 한정하여 이루어진다. 테러나 기타 폭력을 선동하는 경우에 한정된다. 성매매금지법은 위에서 말했듯이 성매매 자체에 내재된 해악 보다는 성매매가 끼치는 문화적 영향에 터잡고 있다. 과연 이런 경우에도 성노동자들이 배포하는 정보를 차단해야 할까? 

우리나라는 정보통신망법 44조의7 1항 9호의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 . 정보’도 불법정보로 정의하면서 범죄의 경중에 관계없이 똑같이 취급한다. 폭력 등의 명백한 해악에 이르지 않는 행정규제 위반 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표현물 자체를 삭제 차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한 제한이 된다. 예를 들어, 휴대폰실명제를 집행하는 국가라고 해서 비실명휴대폰을 소개하는 게시물까지 삭제차단하는 경우는 없다. 비실명휴대폰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비실명휴대폰의 이용이 확산될 가능성이 있더라도 이 웹사이트를 통해 국민들이 유용한 정보에 접할 권리가 침해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몇 년전까지만 해도 여타 이유로 탐정서비스의 제공은 국내에서 불법이었고 이에 따라 탐정서비스를 광고하는 웹사이트들의 국내유입이 차단되었다. 하지만 해외에 나가서 탐정을 채용한다고 해서 불법이 되는 것이 아닌데 국내인들이 탐정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습득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국내인들의 알권리에 대한 제한이 된다. 물론, 해외도박사이트를 차단하는 것은 해외사이트운영자가 도박장개설이라는 위법행위를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국내에서 저지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도박과 같이 보편타당한 해악을 규제하는 행위를 매개하는 정보가 아니라 문화적인 그리고 연혁적인 이유로 국내에서만 특이하게 금지되는 행위(예를 들어 탐정서비스)를 매개하는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국내인의 알권리를 제한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위에서 말했듯이 그 자체로 해악이라기 보다는 문화적 영향력 때문에 규제되고 있는 성매매에 대한 온라인정보를 차단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행정기관의 심의는 폭력 등 심대하고 보편타당한 해악이 없는 한 자제되어야 하며 우리나라만의 문화적인 또는 법체제적인 이유로 불법화된 행위를 막기 위해 관련 정보를 차단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오픈넷은 여성들이 임신중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있던 위민온웹이 낙태죄가 있다고 해서 차단 된 것에 대해서도 문제시하고 있고 성매매금지법이 존재한다고 해서 여성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자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삭제 차단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 임신중지와 성매매 모두 여성의 인권과 다수결주의적 법익 (예: 태아의 생명, 인신매매 방지) 사이에 미세한 저울질이 필요한 사안이며 이와 관련되어 여성들이 필요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이다.

목, 2021/06/1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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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2019/7/19 공정경쟁과 데이터 세미나 토론문

공정경쟁을 위한 데이터현지화(data localization)가 화두이다. 그런데 데이터현지화 담론의 가장 큰 허점은 목적이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목적으로 제시되는 이유는 (1) 규제상의 역차별” 완화 (2) “망이용료” 상의 역차별 완화 (3) 세법 상의 역차별 완화이다. 참고로 GDPR도 데이터현지화를 한정적으로 요구하고 있지만 자국민의 프라이버시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어 프라이버시가 개인정보보호수준이 낮은 나라로의 이전만을 규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논의는 반드시 우리나라 안에 데이터를 둬야 한다는 면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전반적으로 인터넷이 문명에게 준 선물은 힘없는 개인들도 정부나 기업과 같은 홍보력과 정보력을 가지도록 한다는 것인데 이 홍보력과 정보력에는 외국문물로부터의 정보를 수집할 자유 그리고 외국인들에게 홍보할 자유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착신지의 다양성 뿐만 자신이 선택한 communication governance를 통해 통신할 자유도 포함하는 것인데 현재 데이터현지화의 대상이 되는 플랫폼업체들은 사실 자신의 데이터가 아니라 이용자들간의 소통을 mediate하고 있습니다. 

과연 이를 역차별이라고 할 수 있는가. 알아보자. 

(1) “역외적용” 담론 마저도 일관되게 갈라파고스적

  “인터넷사업자는 국내법상 존재하는 각종 규제를 준수해야 하지만 해외사업자는 동일한 법 적용을 받지 않고 있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이 현저히 저하되고 있다. 이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업자에게 똑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여당 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적반하장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국내인터넷기업을 ‘차별’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가 우리나라에서만 유일무이하게 만들어 적용하고 있는 갈라파고스적 규제들이다.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요청만 있으면 30일 동안 게시물을 차단해야 하는 임시조치제도, 게시물이 불법이 아니라도 ‘건전한 통신윤리 함양을 위해 필요’하다면 삭제차단하겠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시정요구제도, 우리 국민이 접속하는 웹사이트로서 자본금 1억 이상이라면 무조건 신고를 해야 하는 부가통신사업자신고제도, 불법물을 사전차단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당할 수 있는 ‘기술적 조치’ 의무조항들, 청소년의 합법적인 콘텐츠 접근을 막기 위해 실명제까지 하라는 청소년유해매체물실명제, 청소년유해물도 아닌 인터넷게임을 하려는 사람들도 실명확인을 하라는 인터넷게임실명제, 이들 실명제를 위한 온라인 상의 본인확인 방식도 이동통신사의 배만 불리는 고비용의 휴대폰본인확인을 선택할 수 밖에 없게 강요하는 본인확인기관제도, PC방을 포함한 모든 스타트업들의 전용회선료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있는 발신자부담 종량제 상호접속고시, 모든 온라인결제와 행정민원 서명에 공인인증서를 요구하는 공인인증서제도, 밤12시부터 새벽6시 사이에 청소년을 잠을 자야 한다는 폭력적인 전제에 만들어진 게임셧다운제, 진실이나 감정표현도 불법물로 분류하여 매년 1만건 넘는 기소가 이루어지는 명예훼손/모욕죄 법규 등 수많은 제도들이 국내기업들을 괴롭혀 왔다. 이 법들이 우리나라에 공익적으로 좋은지 안좋은지를 지금 다투지 않겠다. 중요한 것은 이 규제들은 OECD국가들 중에서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고 있으면 우리나라 인터넷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미국에서 50년대에 법률로 유색인종들인 기차 버스 앞에 못타게 하였는데 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백인들도 기차 버스 앞에 못타게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보통 국가가 공익적인 목적으로 만든 규제에 대해 기업들이 과도하다고 불만을 표시하면 공익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도개선 가능성을 검토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부는 해외인터넷기업들에까지 그 제도를 적용해서 ‘평등한 규제환경’을 만들겠다는 특이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도대체 어느 나라가 자국규제 때문에 기업들이 힘들어하는 것을 두고 ‘역차별’이라고 부르면서 외국기업에 부담을 돌리려 하는가? 갈라파고스제도로 사고를 쳐놓고 갈라파고스적인 해법을 내놓는 형국이다. 

(2) “망이용료” 상의 역차별

  “망이용료”라는 말 자체가 국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말이다. 아래 그림을 보면 외국업체들은 국내이용자와의 접속(하늘색 루트)만 구매하는 것이고 – 반드시 외국업체가 필요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국내망사업자가 외국업체의 정보를 중앙의 핑크색루트를 통해서 받을 경우 너무 많은 양의 접속(transit)용량을 상위 ISP로부터 구매해야 하기 때문에 국내망사업자의 필요에 의해서 매매가 이루어지는 것(그러니 무료거래도 발생하는 것)이고 – 국내망사업자들은 전세계 단말들과의 접속루트(핑크색 루트 전체)를 구매하는 것이다. 한쪽은 캐시서버 접속료이고 한쪽은 전체 인터넷에 대한 접속료이다. 당연히 역차별을 논의할 수 없다. 외국단말과의 통행량이 적어도 (“2.6%”, 2019.11.10. 인터넷상생협 토론회 중 SK 윤세은 상무 발언)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작은 통행량이라도 그것이 없다면 소비자들은 그 인터넷업체들을 회피할 것이다.

(3) 세법 상의 역차별 완화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이 해외CP들이 국내에서 콘텐츠를 팔 경우 이에 대해 세금을 부여하고 싶다는 것이다. 그런데 중국차가 미국에서 차가 팔린다고 해서 미국국세청이 중국제조업체에게 소득세를 부과하는가?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디지털무역은 디지털콘텐츠를 해외에 파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디지털콘텐츠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판매된다. 이에 따라 유튜브 동영상, 페이스북 콘텐츠 등의 사본을 이용자들이 자신의 PC를 통해 받아보는 방식으로 디지털무역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이용자들이 직접 콘텐츠 이용에 대한 대가를 내는 것은 아니며 이들이 콘텐츠를 주의(attention)을 제공하고 콘텐츠 업자는 이 주의를 이용자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생각하는 광고주들에게 팔아서 현금화함으로써 디지털무역이 완성된다.

  이에 대해서 소득세과세를 하고 싶다면 소득세의 기본원리를 바꿔야 한다. 이를 위한 국제적 논의를 따라가야 할 필요가 있는데 그것과 분리되어서 세법 상의 역차별을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수, 2019/11/20-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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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14. 서강대학교에서 남덕우기념사업회가 주최한 “한국언론, 길을 묻다”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각계 학자·언론인들이 모여 ‘가짜뉴스, 규제해야 할까?’, ‘언론의 소유에 관한 질문’, ‘한국 언론의 당파성(정파성)’을 주제로 한 발제 및 토론이 이루어졌다. 이 토론회에서 박경신 오픈넷 이사가 아래의 내용으로 가짜뉴스 규제에 대해 발표했다.

[발제문] 가짜뉴스 규제

박경신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표현의 자유 기본원리

  • 표현의 내재적 가치
  • 표현의 도구적 가치 : 민주주의, 진실
  • 표현은 interactive 하다. 즉 청자와 화자의 ‘합작품’이다.
  • 표현의 결과는 청자의 정보처리에 의해 mediate 된다.
  • 표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모두 화자나 정보에게 지울 수 없다.
    • 명백하고 임박한 위험의 원리(미국)
    • 민주사회에 필수불가결한 규제의 원리 (유럽)

허위주장에 대한 규제

▶ 위 기준에 비추어 허용되는 표현규제 (괄호 안은 해악)

  • 명예훼손 (제3자의 피해자 기피)
  • 사기 (청자의 재물 박탈)
  • 저작권 (저자의 잠재적 시장 박탈),
  • 폭탄헛소문법 (대중교통수단에서의 다수인들의 동시다발적 도피행위에 따른 부상, “verbal act(언사적 행위)”)
  • 위증 (재판에서의 사실확인 노력 오도)
  • 위조 (부당한 권리의 행사)
  • 아동포르노그래피 (아동성학대영상 즉 제작과정에서 아동에게 발생한 피해)
  • 혐오표현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 cf. 지배층에 대한 혐오표현?)
  • 음란물 (예외? – 합법적인 행위를 묘사한 표현물이 유통이 끼치는 해악?)
  •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선거의 공정성 – 그러나 진실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 . )

▶ 허위사실유포죄? – 보통은 “공익”, “혼란” 등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해악이 적시되지 않음 → 위헌 및 인권침해로 받아들여짐

▶ 역사: 실제로 권위주의 정부에서 진실된 비판을 억압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됨. 예) 유신정부의 긴급조치 1호의 첫번째 신설범죄 “유언비어유포죄”

사례: 미네르바

  • 인기 경제 블로거 – 2007년 미국수출 대기업들에 유리한 고환율정책에 대한 비판
  • 한나라당 의원들의 대검 추궁 → 미네르바 구속
  • 블로그: “외환거래중단 공문 1호!” → 사실: 전화로 거래자제 요청
  • 블로그: “외환거래 중단” → 사실: 외환거래 “거의” 중단
  • 전기통신기본법 47조 “공익을 훼손하기 위해 허위의 통신을 한 죄”
  • 한 번도 집행되지 않은 법
  • 입법연혁 – 전파법 상 타인을 사칭한 통신을 금지한 규정
    • 결론: 피고인 무죄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이유” → 의도 부인)
    • 결론: 법 위헌 (“공익 훼손” 이유로 허위주장 처벌은 명확성 위반)
  • 허위의 해악 통제? 국가보위를 위한 사법권력의 동원?
    • 결과: 다음 아고라의 피폐화

국제인권기준

  • R v. Zundel (Canada, 1992): 유태인대학살 부인죄 위헌
  • Chavanduka & Choto (Zimbabwe, 2000): 군인 소요 가능성을 보도한 기자들에 대해 “대중을 동요하기 위해 허위주장 배포한 죄” 위헌
  • Minerva case (Korea, 2010): 한국정부의 외환관리 행태에 대한 블로거 논평에 대해 “공익을 훼손하기 위한 허위의 통신을 한 죄” 위헌
  • Andare (Kenya, 2017): 페북 댓글로 타인의 소녀 성착취 의혹을 날조하여 비난한 것에 대해 “의도적으로 심적 불안을 끼치기 위해 허위통신을 한 죄” 위헌

민주사회에서 부정확성의 가치 (Zundel)

  • 환경운동가가 ‘브리티시 콜럼비아주에서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있다’는 주장이 과학자들에 의해 허위로 밝혀질 것이 두려워 그 주장을 하지 못하는 것이 옳은가? 삼림산업에 악영향을 끼치더라도 말이다.
  • 인근의 원자력발전소가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는 말을 과학에 의해 영향이 최소한임이 입증되는 것이 두려워 하지 못해야 하는가?
  • 의사가 뇌수막염이 유행이라는 말이 허위로 밝혀질까봐 그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옳을까?
  • 소수민족이 자신의 동료들의 상황을 무시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도 두려워 해야 할까?”

▶ 공통점: 화자가 가진 선의에 의해 형성될 수도 있는 공익의 가치

의도적인 허위의 가치 (Zundel)

  • 의도적인 허위주장도 표현의 자유를 떠받치는 가치들과 관련되어 유용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 동물학대 반대운동가가 통계를 조작하여 ‘동물학대건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면 처벌되어야 하는가?
  • 의사가 유행바이러스 대응을 독촉하기 위해 유병율과 유병지점을 조작했다면 처벌되어야 할까?
  • 예술가가 특정 사회에서는 진실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주장을 한다면 (예: 살만 루시디 <악마의 시>) 처벌되어야 한는가?
  • “이 모든 주장들은 정치적 참여를 독려하는 가치가 내재되어 있다”

▶ 화자에게 있는 약간의 악의. 이것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다투어져야 할까? 형사처벌로 다루어져야 할까?

허위사실유포죄

  • 허위와 진실은 구분하기 어렵다.
  • 과학철학: 진실은 잠정적이다. 과학은 반증할 수 있는 허구(가설)을 제시하고 반증에 실패하면서 진실의 범위를 넓혀가는 학문
  • 처벌할 정도 명백한 허위? 그런 허위라면 어떤 해악을 끼칠까?
    • 예) 지구평평론, 백신무용론
  • 대부분의 문제가 되는 허위는 진실에 가깝기 때문에 해악이 있는 것. 그러나 그 해악 때문에 검찰이 칼날이 들어간다면? 목전의 진실을 밝힐 가능성은?
    • 2012: 정봉주의 이명박 BBK주가조작 의혹
    • 2019: “다스는 이명박 소유!” 
  • 진실은 항상 숨겨져 있다. 진실이 뚜벅뚜벅 걸어나오게 만드는 것은 오직 의혹제기뿐!

허위에 대한 사회의 대응

  • 깨어있는 시민
  • 언론의 각성
  • 더 많은 사실의 공개 – 진실명예훼손죄의 폐지 + 공공데이터 개방
    • (예: 판결문 공개)
  • Marcelo Mendoza 2010년 연구 – 칠레 지진 때 트위터를 통한 재난 관련 정보교환에서 충분한 자정작용 확인

새로운 주장: 가짜뉴스가 2016년 선거를 망쳤다!

  • 가짜뉴스란? = 가짜 언론사 뉴스 (fake media’s news)
  • 2012년말 버즈피드(Buzzfeed):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등의 가짜 언론사의 페이지가 가장 많이 페이스북에서 공유되었음.
  • 2012년말 이코노미스트/유거브(Yougov): “트럼프 투표자들의 40%가 민주당이 아동성매매조직을 운영하고 있다고 믿으며, 36%가 오바마가 케냐에서 태어났다고 믿는다.
  • 시간이 흐른 뒤. . .
    • 2018년 MIT연구 – “소셜미디어에서 허위주장이 진실보다 더 넓게 더 깊게 전파된다”

진짜 문제일까?

  1. 페이스북 공유는 공유된 가짜뉴스가 진실이라고 해서 이루어지는 것일까?
  2. 진짜 선거에 영향을 끼쳤던 뉴스는 오바마 케냐 출신설. 그러나 가짜뉴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님. 공화당원들이 대통령출생증명법안을 제출하고 트럼프가 계속된 인정거부하면서 발생함. → 정치인들의 역할은 무엇인가?
  3. 정녕 문언상의 허위가 문제일까? 예) Alien Endorses Trump, 문재인 치매설

German social network act (2017년 3월 시행)
– 게시자에 대한 형사처벌(x)
– 플랫폼업자에 대한 벌금(O)

– 허위사실 유포죄(X)
– 기존 형법에 불법으로 정해진 정보(O)

호주 (2019년4월 시행)

  1. Failure by a service provider to notify the Australian Federal Police, within a reasonable time, that abhorrent violent material relating to conduct which is occurring, or has occurred, in Australia is accessible on a service.
  2. Failure by a service provider to expeditiously remove, or cease to host, abhorrent violent material that is accessible within Australia.
  • The changes to the Criminal Code empower the eSafety Commissioner to issue a notice giving rise to a presumption that a service provider has been reckless as to whether its service can be used to access/host material which is violent abhorrent material at the time the notice was issued, unless the service provider can prove otherwise. The receipt of a notice will in effect impose strict liability for the offence, unless a service provider acts “expeditiously” to remove the relevant material.”

JTBC 태블릿 조작설은 국민의 불신을 심화시킬까
아니면 불신하는 국민들이 믿는걸까?

나아갈 길: 진실의 재고를 키워라!

  • 진실명예훼손 폐지
  • 2015년 11월 UN 인권위원회 대한민국에 권고: "진실의 항변은 절대적이다. 공익으로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

마지막 남은 문제: 러시안 여론 조작

  • 러시아에 의한 미국 내 여론조작
  • 북한에 의한 국내 여론조작?
    • 국정원의 역할?
    • 허위사실유포죄 부활?
    • 군사독재정권의 ‘유언비어유포죄’로의 귀환?
금, 2019/11/22- 0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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