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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애물단지 폐가를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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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애물단지 폐가를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익명 (미확인) | 화, 2015/09/15- 18:00

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37
애물단지 폐가를 마을 커뮤니티 공간으로

도쿄 만을 둘러싸고 있는 지바 현 보소 반도(房総半島). 이 반도 남부에 위치한 이쓰미 시는 완만한 구릉지와 바다에 둘러싸인 빼어난 자연풍경으로 도시의 귀촌 희망자들에게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이쓰미 시의 전원 풍경 속에 120년 된 고택(古宅)을 개조해 만든 셰어하우스 ‘별밤의 집(星空の家)’과 고택의 80년 된 헛간을 개조해 만든 ‘별밤의 작은 도서관(星空の小さな図書館)’이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 텃밭과 작은 뒷동산이 있는 넓은 마당에 들어서니 저 멀리 펼쳐진 논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 셰어하우스와 도서관을 만들고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미츠보시 치에(三星千絵) 씨이다. 웃는 얼굴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그녀는 2011년 이쓰미 시에 귀촌하기 전까지는 도쿄 도심을 누비며 일하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만원 열차에 시달리며 매일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했죠.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회의가 들기 시작하더군요. 회사 일은 나름 재미있었고 삶에 나름 자극을 줬지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도 없었고, 무엇이든 돈으로 사야 했으며, 매일매일 뭔가 쫓기는 느낌이었어요. 좀 더 단순하고 내 자신에게 솔직한 자연인의 생활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주말여행으로 왔던 이쓰미 시의 자연에 반해 고민 없이 바로 귀촌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녀는 “흔히 시골생활은 특별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호사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요. 사실 귀촌이라는 건 다양한 삶의 방식 중 하나일 뿐이예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도 하고 있으니까요.”라며 귀촌이 누구에게나 가능한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왼쪽이 80년 된 헛간을 개조해 만든 마을 도서관, 오른쪽이 140년 된 고택을 개조해 만은 셰어하우스

▲왼쪽이 80년 된 헛간을 개조해 만든 마을 도서관, 오른쪽이 140년 된 고택을 개조해 만은 셰어하우스

귀촌자들의 셰어하우스 ‘별밤의 집’

치에 씨는 귀촌한 다음 해에 NPO법인 ‘이쓰미 라이프 스타일 연구회’의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지역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고택을 소개받았다. 혼자 살기에는 너무 넓은 집을 어떻게 할까 고민 끝에 셰어하우스 ‘별밤의 집’을 오픈하게 되었다. ‘귀촌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무사히 정착할 수 있는 마중물 같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것이 그녀의 취지였다. 귀촌자들이 함께 하는 것이 지역주민들과 교류를 시작하고 마을에 뿌리를 내리는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120년 된 고택이지만 원래 주인이 잘 관리를 했던 곳이라 크게 수리하지 않고 2012년 6월 셰어하우스를 오픈할 수 있었다. 입주자도 바로 정해져 귀촌에 관심 있는 2~30대의 청년 5명이 5개의 방에 이사해 왔다. 이들은 ‘별밤의 집’의 넓은 정원과 거실을 서로 공유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즐기고 있다. “그동안 혼자 먹기에는 많은 채소, 먹고 남은 밥, 쓰고 남은 물건들이 고민거리였는데 이곳에서는 서로 나눠 쓰니 생활에 낭비가 없어졌어요. 그만큼 생활에 필요한 돈도 줄어, 물질을 추구하며 일하던 삶도 다시 생각하게 됐죠.” 공유하는 삶으로 삶을 대하는 태도도 바뀌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새로운 자극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셰어하우스에서는 거의 매주 주말에 작은 홈 파티가 자연스레 열린다. 지인들과 지역주민들을 불러 바베큐 파티도 하고, 영화도 함께 보며 별을 관찰하기도 하면서 여름밤 이야기꽃을 피운다.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부르고 새로운 만남이 계속 이뤄지는 것도 셰어하우스의 큰 장점이라며 미츠보시 씨는 셰어하우스를 적극 권장한다.

▲ 지역주민들과 함께 셰어하우스 탄생 2주년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 지역주민들과 함께 셰어하우스 탄생 2주년을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웃과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다

‘지역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는 없을까?’ 셰어하우스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자 미츠보시 씨는 귀촌자들뿐만 아니라 마을 주민들이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셰어하우스에는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지만 공용 주거시설이라 누구나 언제든지 자유롭게 방문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녀가 고민 끝에 선택한 것은 커뮤니티 식당도 커뮤니티 카페도 아닌 ‘작은 도서관’이었다. 책을 좋아하는 그녀가 입주자들이 가져온 많은 책을 마을 주민들과 공유하고자 셰어하우스 마루에 작은 도서관을 마련한 것은 자연스러운 결정이었다. 책을 통해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누구나 손쉽게 이용할 수 있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것이다.

정원 한쪽에 있던 헛간을 개조해 도서관을 만들기 시작했다. 지은 지 80년. 오랜 시간 방치돼 있던 헛간에는 온갖 물건들이 먼지를 뒤집어 쓴 채 몇 십년 동안 잠들어 있었다. 도서관 만들기는 우선 헛간에 가득찬 짐들을 정리하는 작업부터 시작되었다. 낡은 목재와 가구는 도서관에 재활용하기로 했다. 짐들 중에는 90년 전의 신문도 있었다. 의미가 있는 물건들은 도서관에 전시했다. 모든 작업은 미츠보시 씨와 귀촌자들의 자발적 참여로 진행되었고, 목공 작업만 전문가에게 부탁했다. 소식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책과 필요한 물건들을 기증했다. 도서관 간판부터 각종 소품들에 이르기까지 재활용품이거나 기증받은 것들이다. 덕분에 비용은 150만 엔(약 1,500만 원)으로 줄일 수 있었지만, 미츠보시 씨의 퇴직금이 고스란히 들어갔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손길을 거쳐 셰어하우스의 작은 도서관이 2014년 12월, 착수 1년 6개월 만에 완공되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탄생한 도서관에 ‘별밤의 작은 도서관’이라는 동화 같은 이름이 붙여졌다. 개인이 만들고 운영하는 ‘별밤의 작은 도서관’은 과연 어떤 곳일까? 입장료 무료, 즉 아이부터 어르신에 이르기까지 누구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선 여느 지자체의 공공 도서관과 차이가 없다. 때문에 귀갓길에 잠시 들러 책을 읽고 숙제를 하는 학생들, 아기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엄마들, 아침 밭일을 끝내고 책을 읽으며 한때의 휴식을 취하는 동네 어르신들로 ‘별밤의 작은 도서관’은 언제나 북적거린다.

‘별밤의 작은 도서관’에서는 공공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새로운 풍경도 볼 수 있다. 우선 도서관 입구에는 근처 빵집에서 구워낸 빵과 마을의 오래된 가게에서 보내 온 막과자, 그리고 삼각김밥이 놓여 있다. 물론 마을에서 수확한 쌀로 만든 삼각김밥이다. 이웃 마을 커피 전문점에서 구입한 원두로 내린 커피도 판매하고 있다. 덕분에 도서관에서 장시간 머무르며 책을 읽을 때도 큰 불편함이 없다. 최근에는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타지에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방문자들이 많이 늘어 근처 농가에서 재배한 채소와 쌀도 판매하고 있다.

‘별밤의 작은 도서관’의 특별한 제도 중 하나는 ‘회원 제도’다. 누구나 도서관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만, 회원이 되어야만 책을 대출할 수 있으며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다. 20세 이상의 회원에게는 2,000엔(한화 약 20,000원 정도)의 연회비를 받지만 만 19세까지의 미성년자에게는 회비를 받지 않는다.

회원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행사 중 하나는 ‘별밤의 미드나이트 카페’이다. 카페가 개최되는 날 밤은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향이 도서관을 가득 채운다. 7시쯤 모이기 시작한 회원들은 이날만큼은 독서보다는 친분 있는 회원들과 이야기꽃을 피우며 밤을 지새운다. 별밤의 영화제와 별을 관측하는 모임도 인기 있는 행사 중 하나이다. 이 행사는 아이들도 많이 참석해 세대를 넘나드는 교류가 이루어진다. 근처에 사는 일러스트레이터의 전시회나 회원에게 소개받은 젊은 아티스트의 미니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회원들은 ‘이런 게 있었으면……’이라는 메모란에 함께 하고 싶은 이벤트를 써 추천하기도 한다.

▲별밤의 작은 도서관 로고가 새겨진 회원 카드겸 대출 카드, 대출한 책의 제목과 함께 간단한 감상을 적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별밤의 작은 도서관 로고가 새겨진 회원 카드겸 대출 카드, 대출한 책의 제목과 함께 간단한 감상을 적을 수 있도록 디자인 되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이렇게 문을 연 지 1년이 채 안 된 ‘별밤의 작은 도서관’은 운영자 미츠보시 씨와 회원들의 정성으로 매일 조금씩 성장하면서 어느덧 마을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정착되고 있다. 책이 있기에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또 정겨운 교류의 시간들이 있기에 주민들은 연대하기 시작했다. 책을 보고 빌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도서관이 궁금한 마을 어르신들도 훌쩍 들렀다 가고, 귀농해 채소 재배를 막 시작한 사람들은 아침에 수확한 채소를 가져다 놓고 간다. 빵을 만드는 사람은 빵을 들고, 귀촌한 아티스트는 작품을 들고 도서관을 찾아와 자신들의 일과 삶을 공유하고 있다.

귀촌한 지 불과 4년 남짓한 시간동안 셰어하우스와 도서관을 지역의 소중한 커뮤니티 공간으로 성장시킨 미츠보시 씨는 시작할 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개인 도서관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그때 그녀는 도서관은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하는 일이라고 마음 먹었다. 현재 그녀는 이쓰미 시의 귀농・귀촌을 촉진하는 NPO법인 이쓰미시 라이프 스타일 연구회에서도 일을 하고 있다.

글_ 안신숙(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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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0/12/17-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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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으로 진행하는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아름다운재단 지원으로 진행되는 사업이며, 희망제작소·남원춘향골교육공동체·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진주교육공동체 ‘결’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청소년이 자신의 재능과 지역의 필요성을 연결해 창의적인 일을 기획하고 실천하는 프로젝트로 상상학교, 내일생각워크숍, 내일찾기프로젝의 3개 모듈을 바탕으로 참여하게 됩니다. 청소년이 내 일(my job)을 통해 내일(tomorrow)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진주교육공동체 결은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지역파트너 단체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8년에 만들어진 진주의 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고민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킹 단체인데요. 마을교육공동체의 주체는 청소년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청소년이 주체가 되어 지역사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해나가는 것을 꿈꿉니다.

진주교육공동체 결은 ‘내-일상상프로젝트’의 사업으로 지난 5월과 6월, 총 네 차례의 상상학교와 사람책을 진행했고, 진양고등학교에서 한 차례 강연회를 개최했습니다. 나흘간 24명의 사람책과 120여 명이 참여한 사람책 행사 내용을 정리해 펴낸 결과보고서(보고서 읽기) 중 이수민 님의 사람책을 소개합니다.

#2. 느리게 살 용기가 필요해  – 이수민 님(휴학생1)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경상대학교 사회학과 4학년 이수민입니다. 현재 대학은 휴학 중이고 경상대 정문 앞 모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진보대학생넷이라는 학생단체와 학내 페미니즘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는 동기들이 하나둘씩 졸업을 하고 학교를 떠나가는 시점에서 저는 조금 천천히, 느리게 살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교실뿐 아니라 교실 밖에서 배우고 얻어온 것이 참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가치 있고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아요.

경쟁에 편입하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을까? 왜 사회는 친구, 동료와 이웃들끼리 잘 지내라고 하면서 서로를 밟고 올라서야 살 수 있도록 할까? 내 삶을 통해 실험해보고 싶어요. 불안정하고 위기도 고민도 많겠지만 일단 지금 나는 학생이니까,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찾아보고 대학생 수민이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지금을 열심히 살고 싶어요.

내가 이룬 꿈, 아직 이루지 못한 꿈

중학생 때 수학시험이 끝나고 시험지를 걷어가는 선생님 앞에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는 시험성적 때문에 울지는 않아요. 제 꿈은 잘 놀 줄 아는 놈팽이가 되는 거예요. 욕심이 많고 나에 대한 기준이 높아 무언가에서 자유로워지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은 ‘술 마시고 수업 들어가기’, ‘시험 전날 9시에 자기’, ‘성적 발표 날 기다리지 않기’입니다. 그리고 돈이 없어도 조금 느려도 다양한 삶을 살아갈 용기를 낼 수 있도록 다양성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여러분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대학 가도 똑같아요. 대학가면 뭐든 이뤄진다는 어른들의 거짓말 믿지 마세요. 중고등학교에 내신과 수능성적이 있다면 대학에선 학점과 취업, 공무원시험이 전부인 것처럼 달려야 하지요. 사회에 반항하며 살아가고 있는 휴학생1이 알려드립니다.

현실적인 경험담과 꿀팁! 나에게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반항하기! 잘만 싸워도 제대로 반항할 수 있다!

‘이렇게 살아도 될까… 나도 자격증 따고 빨리 졸업해서 취업해야하는 거 아닐까. 대체 내 꿈은 무엇일까.’ 나와의 싸움!
‘그래도 졸업은 해야 하지 않겠니. 언제까지 현실도 모르고 제멋대로 살래? 앞으로 금전적인 지원을 끊겠다!’ 주변 환경과의 싸움!
‘헬조선 탈출이 꿈이라고요? 돈만 있으면 잘 살 수 있는 우리나라 좋은 나라! 학생이 무슨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져? 그럴 시간에 공부해서 대학갈 생각을 해야지.’ 세상과의 싸움!

거창한 건 없고요. 이렇게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다양하고 많아진다면 우리 사회도 조금씩 변화 발전하지 않을까요.

– 글·사진: 진주교육공동체 결

토, 2019/09/21-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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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째 장난감을 재활용하는 사회적기업 <금자동이>를 운영하다가 금자동이의 비영리적 분야를 발전시켜보고자 비영리사단법인 <트루(Toy Recycle Union)라는 환경운동 단체를 결성하고 있을 때 모금전문가학교에 입학했다.

하루 다섯 시간, 총 10주에 걸친 수업.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의 강도와 내용은 50대 초반의 아저씨가 감내하기에 버거울 정도로 심화 수업으로 진행됐다. 모금전문가학교를 수료한 후엔 마치 MBA과정을 이수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과정을 통해 비영리단체 모금에 관해 깊은 배움과 깨달음, 그리고 당당히 요청하는 요령과 동기의식을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는 내내 의식 속에 있는 ‘금자동이 사장’이라는 내 모습을 지우려고 무던히 애썼다. 대신 배우려는 학생의 입장에 서서 선생님들이 전하는 강의 내용을 체화하려고 노력했다. 바쁜 사업 일정에 복습까진 하지 못했지만, 수업만큼은 새로운 배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와 흥분, 그리고 설렘의 기분을 맘껏 누렸다. 아마도 고등학교 때 이렇게 공부를 했다면 전교 1등을 했을 지도 모른다.

수업이 있는 수요일 날 저녁은 그야말로 모금이 하고 싶어 몸 둘 바를 모르는 저녁이었다. 그 충만함은 목요일까지 지속되다가 금요일부터 서서히 사그라지다가 화요일 정도가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범한 사람이 되기를 10주간 반복했다.

평생 ‘모금’이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온 나를 모금의 세계로 이끈 모금전문가학교의 힘이란 진정으로 강력했다. 무엇보다 남들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못했던 나에게 지금은 아주 당당하게 그 어렵다는 모금을 요청하도록 이끌었기 때문이다. 물론 모금요청이 늘 즐거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모금전문가학교 과정이 끝나고 한참 흘렀는데도 왠지 모금하고 싶은 욕구가 종종 솟아 오른다.

모금과의 인연은 2011년 5월 23일부터 시작됐을지 모른다. 그날 한 아카데미 하우스에서 당시 박원순 희망제작소 소셜디자이너의 강연을 들었다. 희망제작소에 관한 매우 강렬한 강의였는데, 강의 직후 직접 모금 활동을 벌이는 게 인상적이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희망제작소, 아름다운재단, 참여연대 등의 단체를 깊게 알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다는 것은 안다.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한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박원순 소셜디자이너의 열정적인 강의가 끝나고 당당하게 후원을 요청하고, 저자 사인회로 이어진 모금 과정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때 느낀 것은 모금이야말로 비영리조직의 리더가 앞장서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배웠다. 물론 이 배움은 이번 모금전문가학교 수업을 통해서 다시금 각성한 것이기도 하다.

반복된 일상과 이윤을 추구해야 하는 사회적 기업을 유지 및 운영하면서 조금씩 지쳐 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꿈을 꾼다. 아니 꿈은 어렸을 때부터 꿨는데, 그 꿈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방법을 알게 됐다. 이제껏 해온 가슴 설레는 일들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함께 하기를 요청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는 일만 남았다.

10주 동안 멀리 익산에서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판소리 전도사 김 선생님,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히 쓰는 잘못된 언어, 행동 등등을 교정해주시며 우리 클래스 전체를 약간은 불편하게 했지만 세심한 감수성을 한 갑자 올려주신 박 선생님, 학기 중에 결혼하시고 신혼여행도 다녀오신 정 선생님 등. 함께 수업을 받은 우리 기수 동기 선생님들이 오래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아니 오랫동안 교류하고 협업하고 싶다.

그리고 스승님들! 만약에 <트루>가 세상을 구하는 아름다운 NGO가 된다면 그 공은 모두 스승님들께 돌리고 싶다. 강의 때 쏟은 열정과 애정을 말과 글로는 표현하지 못하겠다. 꼭 장난감이 쓰레기가 되지 않는 초록세상 만들기 사단법인 <트루>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그 은혜를 갚고 싶다.

– 글: 박준성 사단법인 트루 상임이사(모금전문가학교 21기 수료생)
– 사진: 휴먼트리, 박준성

금, 2020/01/10-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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