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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숫자가 된 사람들 “선생님들요, 듣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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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숫자가 된 사람들 “선생님들요, 듣고 계십니까?”

익명 (미확인) | 월, 2015/08/10- 17:07

숫자가 된 사람들 “선생님들요, 듣고 계십니까?”

 

최현숙 ㅣ 구술생애사 작가

 


“집으로 돌아가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이 겪은 고통들을 안도하면서 또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꿈, 그러나 믿어주지 않는, 아니 들어주지도 않는 꿈이다. 가장 전형적이고 잔인한 것은 상대방이 몸을 돌리고 침묵 속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_프리모 레비(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중

 

1987년 ‘형제복지원‘이 처음으로 사건화 됐을 때, 서른하나의 나는 이제 막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30~40년 독방감옥을 사는 비전향장기수들에 관한 활동으로 바빴다. 당시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일컬어지는 사회운동의 폭발적 시기였다. 나도 운동진영도 그 뉴스를 접했을텐데 주목하지 않았다. ‘운동 외 공간’, ‘정치 외 공간’이라며, 사건과 사람들을 배제했다.

 

2013년 10월 10일, ‘살아남은 아이들의 낮은 목소리’라는 제목의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증언대회’. 8090세대 여성노인 구술생애사 작업 막바지로 바빴고, 다른 일들에 말리지 말아야 했다. 핑계는 많았다. 나는 특정 사건이나 집단의 사람들보다는 ‘주변 아무나 중 누군가’를 구술 작업의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다행히 ’형제복지원‘에는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이 붙어 있는 듯 했다. 게다가 ’폭력’은 내게 가까이 가기에 가장 버거운 주제다. 그러니 그 증언대회는 안가도 됐는데, 가졌다. 가면서도 ’그냥‘이라며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도 행사장을 나오면서부터 붙잡은 증언 자료집을 다 읽을 때까지 놓을 수 없었다. 그들이 당한 폭력을 읽는 것만으로도 실물적 통증이 느껴져, 몇 번을 쉬어 가며 읽었다. 증언자의 얼굴과 눈과 목소리와 사연들. 그럼에도 책과 함께 덮어 밀어두었다. 그 쪽에 대해서는 간간히 소식을 확인하고 있었다.

 

2015년 6월 24일 ‘숫자가 된 사람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구술기록집)의 북콘서트가 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았다. 일정에 메모는 했고, 안 갈 핑계를 떠올렸다. 남성노인 구술생애사 작업이 후기 쓰기에서 막혀있었다. 진도가 막힌 채, 장애여성 구술사작업에까지 말려있었다. 그런데 최재민(‘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활동가)이 카톡으로 불렀고, 기다렸다는 듯 불려가졌다.

 

“수용소에 대한 진실을 재건하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자료가 생존자들의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 기억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동정심과 분노를 넘어 비판적인 눈으로 읽혀야 한다. ...... 포로들이 자신이 놓인 비인간적인 조건들 속에서 자신들의 세계에 대해 총제적인 관심을 갖기란 힘든 일이다.”

_“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중

 

피해자들의 증언은 더없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부당한 권력자들이 만든 역사가 아닌 피해자들이 증언하는 역사가 필요하다. 또한 안에서의 고통과 더불어, 바깥에 던져지고서야 오히려 확연하게 차올라오는 수치심과 무력감을 함께 헤집어야 한다. 그것은 타인들의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들을 피해자로만 놓는 것은 그들을 다시 벽에 가두는 것이고, 타인들 또한 각자의 벽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증언의 속을 헤집고 너머를 추적해야 한다. 그들이 ‘피해자’나 ‘생존자’에 머물지 않기 위하여, 우리가 동정이나 규탄에 머물지 않기 위하여.

 

끌고 간 자도 끌려간 자도 인간이다. 가두는 자도 갇히는 자도, 폭력과 갈취를 행하고 당한 자도, 모두 인간이다. 박인근은 악마가 아니다. 기회를 쫓다가 혹 기회에 닿으면, 인간은 모두 아이히만이나 박인근이 될 수 있고 혹은 지존파가 될 수 있다. 구태여 악마를 지목하자면 돈과 권력에 대한 부당한 욕망이 악마다.

 

‘부랑아’와 ‘인간쓰레기’라며 그들을 거둬간 경찰과 박인근에게, 그 ‘쓰레기들’은 승진과 돈으로 재활용되었다. 당시 대통령 전두환에게 ‘사회정화와 질서유지’는 부당한 정권을 정당화시켜주는 명분이었다. 그는 박인근을 “거리에서 거지를 없앤 훌륭한 사람”이라며 칭찬했다. ‘단속과 배제’의 담론은, ‘정상과 비정상’ 이데올로기의 연장이다. 그 연장을 묵인한다면 우리도 결국 그 포승줄에 묶인다.

 

이에 대항하여 고통 받는 약자에 대한 연대가, 길이라면 유일한 길이다. 그렇더라도 궁극의 정의나 해방은 없다. 유감스럽게도 역사는 되풀이 되고 있다. 형제복지원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계속 된 ‘오래된 미래’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것은 의로운 인간의 과제이지만, 그것은 끝없는 싸움이고, 자신과의 싸움도 병행된다. 누구에게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절박하다. 나침반의 바늘은, 온 몸을 떨고 있을 때라야 북쪽을 가리킨다.

 

시설을 나온 한종선은 “복지원 생각이 날 때마다 머릿속에 ‘칼’이라는 단어가 메아리쳤다”고 한다. 2012년 봄 그는 칼 대신 피켓을 들었고, 끝까지 버티겠단다. 황송환 역시 ‘탈출하면 세상 사람들을 눈에 뵈는 대로 다 때려죽이고 싶었‘고, 이제는 ‘보상도 필요 없고 오로지 진실을 밝히고 싶’단다. “선생님요, 듣고 계십니까?”라고 절규하는 그가 어느 쪽 마음을 붙들고 가느냐는, 안에서나 밖에서나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잔인함과 참혹함은 뿌리도 터전도 같고 열매도 통한다.

인간을 동물로 만드는 잔혹함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인간이다.

 

 

잔인함과 참혹함은 뿌리도 터전도 같고 열매도 통한다. 일상의 삶이 그렇고, 폭력이 압축된 공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한 사람, 한 사건, 한 사회 안에 가해와 피해는 뒤엉켜 공존한다. 피해자들이 그렇듯, 가해자들도 얼굴과 맥락이 있는 사람이다. 순진무구한 피해자와 악마 같은 가해자로 구도를 설정하는 한, 우리는 형제복지원의 진실 뿐 아니라 각자의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없다. 그것은 현황을 위조하고 방조하며 도피하는 일이다. 중대장 소대장 총무 조장 등은 가해와 피해에 얽혀있었다. 참혹한 피해자들에게는 가해자의 잔인함이 전이된다. 경계선은 직선이 아니며 둘둘 뒤엉키고 뭉개져 있다. 매 순간의 처지와 입장이 있을 뿐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힘에 굴종할 수밖에 없었다. 굴종을 거부한 김계원들은 맞아 죽었다. 최승우가 본 ‘쌀가마니를 뒤집어 쓴 채 리어카에 실려 가는 여섯 개의 다리들’을 포함해 사망자 551명은, 굴종을 거부했거나 폭력에 목숨을 놓았다. 직면을 피하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처절하고 두려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홍두표는, 형제복지원을 제2의 고향이라며 여전히 근처를 떠나지 않고 싸우고 산다. 그의 직시와 그의 하느님을, 나는 도무지 대면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다. 그들이 당한 폭력과 고통을 내가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듯이.

 

인간을 동물로 만드는 잔혹함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인간이다. 안에서도 일상의 삶이 있었고, 질긴 인연은 형제복지원 전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진다. 하안녕에게는 ‘수수한 사랑’과 언니들과 마음씨 좋은 운전교육 소대장이 있었다. 정신병동 침대에 묶인 채 밤새 하염없이 ‘바위섬’을 부른 미친 여자가 있었고, 잠을 포기하며 그 줄을 풀어 준 여자가 있었다. 다시 끌려갈까봐 그녀는 지금도 길거리의 간판과 숫자들을 외운다. 홍두표에겐 ‘이것이 아니었다면 살 이유도 살 수도 없었다’는 한 모금의 물을 준 사람이 있었다. 김희곤에겐 구출을 도와 준 신발공장 기술자 염 아저씨가 있었고, 도망자에게 기차표와 김밥과 옷을 준 사람들이 있었다. 복지원 안에서 늘 손을 잡고 다닌 김상명과 형주는, 27년 만에 증언대회장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인생이 집약된 서류철을 들고 다니는 김영덕은 잃어버린 생애를 추적하고 자신을 버린 사람들과의 관계를 홀로 복원하고 재구성하며 산다. 김철웅은 대여섯살에 떠난 엄마가 수십년 만에 자신을 안아주자, 세상을 다 얻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한 가출에서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이향직은, 아버지와의 화해에 실패하고 장인장모를 모시고 산다. 최승우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복지원에서 만나야했고, 출소 후 동생은 자살했다. 복지원에서 만난 초등학교 때 담임은 승우를 돕지 않았고, 그는 복지원 내 중학교의 교장이 되었다. 첫 기억이 고아원에서 시작된 홍두표는 만 37세가 되어서야 시설을 벗어났다. 이후에 그를 도와준 사람들은 술집 형들이나 자갈치 할매였다. 동생과 함께 끌려가 합창단을 했던 이혜율은, 동생과 구슬치기도 하고 벌레와 쥐와 지네를 잡으며 놀았다. 한 때 주말이면 후원자의 집에 다녀오기도 했다. 혜율은 여성피해자들의 아픔을 더 드러내고 싶고 끝까지 파헤치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단다. 박경보는 함께 수용된 소아마비 형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쳤지만, 그 형을 찾아 또 끊임없이 더 큰 위험 속으로 들어갔다. ‘엄마‘라는 소리를 배울 나이에 고아원에 버려진 경보는, 형제복지원에서 만난 준오를 동생으로 입적시켰다. 자살 1년 전부터 트라우마가 몰려 온 준오는 늘 머리맡에 칼을 놓고 잤다. “우리 준오 이야기를 꼭 써주세요’, 경보의 말이다. 호적을 살리려고 가족을 찾아 헤맨 그에게 찾은 가족은 더 큰 상처였다. 죽음과 자살을 늘 옆에 두고 산 김희곤은 자신의 끝을 자유죽음(자살)으로 정했다고 한다. 각자도생의 이기와 전략들에서 노인과 장애인들은 더 밀려났다.

 

사건은 일어났고 따라서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이다.

_“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중

 

2012년 봄, 원한의 칼 대신 홀로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한종선이 있었고, 그를 지나치지 않은 전규찬이 있었다. 기억의 고통과 혼돈을 무릅쓰고 구술한다는 것은, 그들 안에압축된 모멸감과 수치심을 덜어내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폭로와 증언을 위한 구술은 그 이야기가 사람들의 귀에 꽂히고 사회의 구체적 변화가 확인될 때라야 혹 내적 해방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증언했고 우리는 들었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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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처리거자 저지해야할

보건복지 분야 입법.정책 과제

 

1. 좋은 돌봄 실현을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개정

- 현행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공공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 채 제도가 시행되어 서비스 공급에 대한 민간기관 의존도가 높고 기관들의 인력배치기준 위반, 수급자 유인알선, 허위부당청구 등 불법운영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 관리 감독 체계 부실로 위법행위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 또한 장기요양요원에 대한 처우 및 인권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 김성주․남인순․오제세 의원 등이 발의한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1909919, 1905734, 1909833호)은 2014년 12월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하여 법사위로 회부되었으나 현재까지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 계류 중에 있습니다.

 

2.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하는 「국민연금보험법」 개정

- 1999년 국민건강보험제도 시행 시, 사용자부담 보험료가 없는 지역가입자들, 특히 저소득층의 보험재정부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사회적 합의에 의해 보험료의 전체 재정의 20% 이상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로 하였음. 그러나 이 제도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 부칙 제2조에 의하면 2016년 12월 31일까지 시행되고 폐지하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이를 연장하기 위한 법 개정이 필요합니다.

- 김성주 의원 등이 2012년에 발의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1901280)은 소관상임위인 보건복지위원회 계류 중에 있음.

 

3. 형제복지원사건의 국가책임 규명을 위한 「형제복지원특별법」 제정

-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 내무부 훈령을 근거로 수용 인원 90% 가까이가 경찰과 공무원의 손에 이끌려 불법적으로 강제 수용‧감금되었던 인권유린사건임. 형제복지원의 폐쇄이후 513명의 사망자가 밝혀졌지만 형제복지원사건 피해자, 생존자 및 유가족이 납득할 만한 진상규명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 국가의 책임에 대해서도 분명히 밝혀지지 않고 있어 국가의 공식적인 사과와 보상, 피해자 명예회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음. 지금도 피해자들은 정신적·육체적으로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인권문제이기도 함.

- 진선미 의원 등이 발의한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의안번호 191178)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 계류 중임.

 

4. 지방자치와 지역복지를 침해하는「지방자치단체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 철회

- 국무총리 산하 사회보장위원회는 “지방자치단체 유사, 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방안”(이하 “정비방안”)을 의결하고, 보건복지부는 정비방안에 근거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자체 복지사업 중 1,496개를 정비할 것을 각 지자체에 요구하고 있음.

- 행정자치부는 최근 사회보장위원회의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여, 사회보장위원회의 정비방안을 따르지 않은 경우 교부금을 감액하는 내용의 조문을 신설하여 지역복지의 폐지, 축소를 강제하려고 시도하고 있음.

- 사회보장위원회의 지역복지 정비방안은 지역의회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조례를 제정하고 예산을 결정하여 시행하는 자체 복지사업을 지역주민 동의 없이 국무총리 산하 위원회가 임의적으로 정리를 요구하는 것으로 명백한 지방자치권 침해임. 사회서비스의 제공주체가 지자체임에도 중앙정부가 자의적인 기준에 따라 정리하는 것은 향후 지역복지의 발전을 가로 막는 것임.

- 특히 정비방안의 주 대상이 장애인, 노인, 아동 등 사회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사회적 약자의 생존권을 침해하고 있음.

- 따라서 사회보장위원회의 정비방안은 반드시 철회되어야 하며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안도 철회되어야 함.

 

* 위 내용은 '[정책자료] 참여연대 19대 국회가 처리하거나 저지해야 할 10대 분야 37개 입법정책과제 발표'에서 보건복지분야를 발췌하여 소개한 내용입니다. (클릭:원문보기)

* 전체 내용은 첨부파일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목, 2015/10/2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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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첫 단추는 특별법 제정으로부터!

 

여준민ㅣ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시간이 흘러도 잊힐 수 없었건 형제복지원 사건

 

2012년 7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다짜고짜 “부산의 형제복지원 피해자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아느냐! 인권단체라면 이 사건을 파헤치고 해결해야 하지 않는가?”라 따져 묻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차분한 듯 하면서도 신경질적이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알아봐라, 그곳은 지옥보다 더 한 곳이었고, ‘도가니’(광주 인화원 사건을 이르는 말)보다 더 심한 곳이었다”고 다그쳤다. 그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다.

 

전화를 끊고 “뭐지?” 싶어 인터넷을 통해 자료부터 살펴보았다. 많은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박인근이라는 당시 시설장에 대한 비판 글 몇 편이 전부였다. ‘비리와 횡령으로 2년 6개월의 형도 다 받았는데 뭐가 문제지?’ 싶었다. 사법연수원에서 실습 나온 친구에게 대법원 판결문을 구해 분석을 부탁했고, 주변 변호사들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공소시효 등의 문제로 이 사건은 더 이상 다룰 수 없는, 이미 끝난 사건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앞에서 노숙을 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이미 끝난 사건을 뭘 어쩌자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국회 앞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데, 그가 곧 책 한권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초고가 나오면 보여줄 수 있겠냐는 말에 그는 며칠 후, 상당한 분량의 원고를 건네주었다. 84년부터 87년 사건이 드러날 때까지 형제복지원에서 그가 경험한 인권침해와 그곳에서 정신질환을 얻게 되어 사건 후 헤어져 행방을 모르고 살다 26년 만에 정신병원에서 아버지와 누나를 찾은 사연이 가슴을 찌르는 분노의 언어로 기록되어 있었다.

 

사실 이 글 한편이라면 형제복지원 사건 같은 끔찍한 수용소에서의 강제노역, 폭행, 성폭행 등의 인권유린이 가능했던 원인과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은 어려웠을 것이다. 단지 부도덕한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의 서술이란 충격과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지만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왜 그러한 일이 가능했는지를 따져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은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인 사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 한예종의 전규찬 교수가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내무부훈령410호]라는 국가 정책이 이 모든 것의 배후였다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가해자인 박인근 원장의 대법원 판결로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건으로 읽혀졌지만, 한종선의 분노와 의문, 전규찬의 내무부훈령 410호란 국가정책 발견과 재해석이 형제복지원 사건을 28년 만에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그리고 박래군 인권활동가는 수용소, 시설 비리의 역사를 정리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배제와 감금의 시대를 재조명했다.

 

그 후, 2012년 12월 몇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국회 진선미의원실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법학자들, 그리고 민변의 과거사위, 49재단, 발바닥행동 등은 수차례의 토론을 거쳐 이 사건을 안보와 경제발전의 희생양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국가폭력의 문제로 규정하고 자료를 모았다. 국가기록원에서 형제복지원 자료 일체를 찾아 제본한 자료만 해도 수 십 권에 이르고 과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 조사관들, 사법연수원 인권법학회원들의 참여로 자료를 분석해 나갔다.

 

이와 동시에 필요했던 것은 한종선 씨와 같은 피해생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었다. 국가가 만든 ‘부랑인’이라는 상상적 개념의 올가미에 갇혀 2-30년 동안 자기 탓만 하며 숨죽여 살아온 생존자들의 일종의 커밍아웃이 절실히 필요했다.

 

대책위는 2013년 3월부터 8개월의 준비모임 동안 국가책임이라는 부분을 다양한 각도에서 밝혀내는 작업을 했고, 간간이 언론에 노출시켜 생존자들의 자발적 연락을 기다렸다. 약 10개월 정도가 지나자 2-3명의 피해생존자가 나타났고, 이 분들의 증언을 기록해 [피해생존자 증언대회]를 가지며 자료와 증언, 두 가지의 객관적 근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모인 사람들

 

드디어 2013년 10월 22일, 형제복지원 사건의 국가책임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통해 공론화 했고, 21개의 단체로 구성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도 공식 출범을 했다.

 

대책위에는 과거사운동을 하는 단체부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와 홈리스행동처럼 복지운동을 하는 단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조직들이 참여했다. 그 만큼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에 벌어진 과거사이지만, 피해생존자의 트라우마가 존재하고 현재의 복지정책까지 영향을 주는 현재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회, 공청회 등으로 사건의 본질을 알려내고 피해생존자들이 직접 고통받아온 세월의 설움을 토해내도 우리 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14년 2월 안전행정부 2차관이 관심이 있는 듯 부산시, 국가기록원, 안행부 과거사위, 복지부 등 관계기관을 소집해 대책위와 회의 자리 한 번 마련한 것 말고는 모르쇠로 외면했다. 당시 정부는 “단일 사건에 대한 특별법이 꼭 필요한가? 자료가 너무 없다, 개인 문제 아니었는가?”라고 이야기하며 단 한곳의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으로 실체적 진실을 은폐, 축소하려 했다.

 

이에 대책위는 특별법 제정 청원운동을 벌였고, 2014년 3월 23일 진선미의원 등 55명의 국회의원은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부 측의 주장대로 국회 역시 이를 개별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으로 해석해 해당 상임위를 보건복지위로 배정했다. 상임위의 배정이 중요한 이유는 ‘진실규명’이냐 ‘피해생존자 구제’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였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호와 자립, 복지’라는 허울로 신체적 자유를 구속한 어두운 대한민국 현대사를 재조명하고 밝혀내는 일이다. 대책위는 과거 『한센인 특별법』을 거울삼아야 했다. 한센인에 대한 감금과 배제의 역사 또한 국가폭력의 일환이었지만,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한 위원회는 피해자 신청-심사-생활지원 결정을 하는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전락해 진실을 규명하고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방향으로까지 가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 사건, 국회를 향하다

 

따라서 대책위는 이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로 회부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명과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보완을 했다. ‘내무부훈령410호’라는 국가정책에 방점을 찍고 형제복지원 사건만이 아닌 동시대 비슷한 수용소 인권침해 문제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대표 발의한 진선미의원의 동의를 구해 법안을 철회하고, 2014년 7월 15일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란 긴 이름의 법안을 재발의 했다. 이 법안은 ‘내무부훈령’이라는 지금의 행정안전부의 지침이었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바라던 ‘안전행정위원회’로 회부되었다.

 

법안이 발의되면 의원들이 알아서 논의하고 통과시킬 줄 알았다. 순진한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방송과 한겨레신문 토요판의 연속 시리즈 기사 등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숨겨진 진실과 생존자들의 고통을 연일 보도했기 때문이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기도 해서 사회여론화는 충분히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음은 국회 몫 아닌가. 하지만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 책상 위에 잠자고 있는 수많은 법안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2014년 7월에 발의된 이후 논의 움직임이 없자, 피해생존자들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국회에서 피해생존자 증언대회도 열고, 대책위와 생존자모임이 미온적인 의사표명을 하는 안행위 의원들의 방을 수시로 방문하며 호소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호소와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짜증스러웠지만 도리가 없었다. 할 일을 하라는 당연한 요구가 사정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춰지는 상황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2014년 12월 진상규명에 대한 명확한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알리는 자료조사 발표회를 열고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지만, 행자부는 “과거사와 관련한 일체의 것을 다루지 않기로 한 것이 현 정부 입장이다”라는 애초의 입장만을 고수할 뿐이었다. 청와대의 방침이란 얘기다.

 

1차 법안소위에서는 ▲단일 시설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꼭 특별법을 통해서 해야 하는가 ▲국가책임이란 것의 근거가 무엇인가, 이미 결론을 내놓고 하는 진상규명이라는 것 없다 ▲배상 책임은 국가책임이란 결론이 났을 때 가능한 것이다 ▲국가 보상에는 예산이 필요하다 ▲왜 과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않았나 ▲동행명령, 자료제출 요구 등의 수사권은 사법기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등의 논의가 있었다.

 

이에 대책위와 피해생존자모임에서는 일단 진상조사에 대한 착수가 중요하니 배, 보상과 강력한 조사권한 등은 모두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야당에 표명했다. 새누리당에서 딴죽 걸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도 ‘국가책임’에 대한 부분은 양보할 수 없었다. 다시 개인의 도덕적 문제와 비리 문제로 흘러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법안 핵심 내용에 대해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더 이상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안행위 법안소위 논의가 정리되어야 하고, 새로 제정되는 입법이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공청회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법안 소위에서 합의된 내용으로 다듬어 안행위 본회의에 상정, 다시 통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 후에는 법안심사위원회, 그리고 본회의 통과...아직도 긴 여정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키는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가 쥐고 있었다. 야당은 이미 법 제정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논의할 법안의 순서를 정하는 여, 야 간사의 합의가 필요하다. 진선미의원은 상임위가 열릴 때마다 법안 논의를 요구했다. 그러자 지난 2월 진영 위원장은 “4월에는 꼭 공청회를 하자”고 발언했다. 하지만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등으로 국회는 또다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어물쩡 시간을 넘겨 버렸다. 대책위와 생존자모임은 4월 27일 ‘법 제정을 요구하는 삭발식’을 가졌고 생존자들은 눈물로 또다시 분통을 터트리며 호소했다.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와 악다구니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걸까. 그 날 기자회견 후 안행위 의원실과 여,야 간사들의 방을 방문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당일 상임위에서 진영위원장은 “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여, 야 간사들에게 공청회 일정 등을 잡으라 했다. 빨리 논의하도록 하자”고 발언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 야 간사 방에서 확답을 기다리던 생존자분들은 그제야 안심을 하고 발길을 돌릴 수 있었지만, 매번 뒤통수 맞은 경험 때문에 피해생존자모임에서는 “공청회 날짜가 정해질 때까지 노숙 연좌농성을 하겠다”고 했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지 200일이 지났지만 그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에서 였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4월 말, 생존자들은 그렇게 ‘거리의 잠’을 선택했다.

 

당사자들의 진정성 있는 행동은 거부하기 어려운 그 무엇인가 보다. 국회는 7월 3일 안행위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는 “정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애매한 말로 면담을 회피해왔는데 역시나 정부 측 추천 토론자였던 이근동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행자부 자문변호사)는 “진상규명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특정한 사건을 위한 특별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현행법제도 안에서 민사소송으로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할 수도 있다”면서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민사소송은 소를 제기한 측에 입증 책임이 있는데, 28년이 지난 사건에 대해 현재 피해생존자들이 과연 방대한 국가 자료들을 찾아내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맞대응했다. 또한 인권위에 진정했으나 각하된 상황도 언급하자 이근동 변호사는 말을 얼버무리며 “그러나 꼭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두서없는 결론을 내버렸다.

 

공청회 며칠 전 대책위가 많은 자료를 사전에 제공했었고, 그걸 검토했기 때문에 일면 동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영락없는 행자부 자문변호사였다. 공청회 바로 전, 행자부 국장이 “법 제정 반대!”를 강하게 주문했다는 후문인데, 그는 정부측 입장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10년대 일제강점 시기부터 6․25, 민주화 등을 거쳐 오는 동안 과거로부터 억울한 일들을 많이 입어왔다 ▲정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 대일항쟁기 특별법,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 등을 제정하여 명예회복과 보상을 실시해 왔다 ▲수많은 개별 사건별로 일일이 개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현재 있는 법령 및 복지정책을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건들 중 형제복지원에 한하여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할 것이므로 대국민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과정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공청회를 방청하던 피해생존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행자부 측 증인으로 나온 보건사회연구원 이태진 박사는 “전두환 정권의 사회정화사업이자 형제복지원의 무작위 체포, 감금 등 근거가 된 내무부훈령이 '부랑아', '노숙인'의 보호차원의 지원정책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해 피해생존자들의 공분을 샀다. 단지 국가의 복지정책 일환으로 부랑인을 단속했던 상황일 뿐이며 불가피한 복지정책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 정책의 문제와 한계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고, 오히려 “현재도 부랑인 용어와 개념을 노숙인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었다.(관련법에서 모두 노숙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들 고개를 기우뚱했다.

 

급기야 듣고 있던 강창일 야당 의원은 “이 법의 필요성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태진박사에게는 질문할 꺼리조차 없다”고 비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하튼 1시간 이상 진행된 공청회에서 조원진 위원장 대리는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합의가 된 것 같다. 법안 심사에 참고하라”고 했는데, 상당히 고무적인 발언이었지만 생존자들은 생각만큼 기뻐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말이 여러 번 신뢰를 잃어서 일까?

 

자, 그 후 다시 2개월이 지났다. 9월 국정감사가 있을 것이고, 끝나면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를 할 것이다. 생존자들은 “이러다 그냥 또 지나가는 거 아니에요?”라는 전화를 수시로 걸어오며 불안해하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뭘 어째야 하는 건가요?”라면서 말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품위 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2016년 4월이 총선이다. 19대 국회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미 일부 의원들은 법안 논의보다 선거에 열중하고 있다.

 

“누나 집을 찾아달라고 찾아간 파출소에서 왜 나를 형제복지원에 보냈는지, 그 이유를 듣고 싶어요. 국가가 이제라도 나에게 그 대답을 해줘야 하지 않나요?”

 

어느 생존자의 물음에 대해 19대 국회는 화답해야 한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목, 2015/09/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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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관사찰' 관련 법원 추가조사위원회 조사보고서 전문 공개

 

참여연대는 '법관사찰' 문건 관련하여 지난 1월 22일 대법원 추가조사위원회(위원장 민중기 부장판사)가 발표한 '조사보고서'와 '조사보고서 별지'를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하여 이하 전문 공개합니다. 

 

 

 

 

 

 

 

조사보고서 [원문보기 / 다운로드]

조사보고서 별지 [원문보기 / 다운로드]

수, 2018/01/2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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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사회서비스공단 설립 및 운영 방안

 

김연명 |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문제의 제기: 한국 사회서비스의 급팽창과 그 한계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의 진행으로 보육, 요양 등 사회서비스 확충 필요성이 급증하고 있으나, 부족한 보육, 요양시설을 확보하기 위하여 민간자본의 참여를 유도하고, 부족한 사회서비스 인력(보육교사, 요양보호사 등)을 단기 양성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해왔다. 이로 인하여 과도한 경쟁구조와 종사자들의 열악한 근로조건이라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사회서비스 시장에 진출한 민간기관 혹은 개인 사업자들의 상당수가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소규모 기관들이었고 적정 수준이 담보되지 않는 서비스 수가 구조에서 과도한 경쟁구조에 내몰렸다. 장기요양기관의 경우 50인 미만의 소규모 시설이 전체의 2/3을 차지하였고, 이 중 2/3가 개인영리사업자가 운영하는 시설로서 빈번한 시설의 신설과 폐업이 반복되어 양질의 서비스 질을 확보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2008년~2015년 사이에 19,434개의 재가요양기관 중 19.8%에 이르는 3,841개소가 기관의 설치와 폐업을 반복하였다.1)

 

사회서비스 확충을 위하여 단기간에 대량의 인력이 양성되고 이들이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기관들에 흡수되면서 요양/보육서비스 종사자들은 낮은 임금수준과 열악한 근로조건에 놓였다. 서비스 제공인력의 전문성과 근로조건은 서비스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지만 현재의 사회서비스 기관들의 재정운영 여건과 정부지원 수준으로는 이들에게 적정한 수준의 보상을 해주기 어려운 구조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 사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여러 수단들이 논의되기 시작하였고, 그 대안 중의 하나로 공공복지시설의 확충과 사회서비스종사자들의 근로조건 향상을 위해 보육 및 요양시설을 공공기관이 직영하고 종사자를 직접 고용하는 ‘사회서비스공단’ 설치에 대한 아이디어가 제기되었다.

 

 

사회서비스 공급체계의 문제: 과당경쟁과 공공시설의 부족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

사회서비스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보육, 노인요양은 시설의 부족에 대한 문제의식이 높고, 서비스품질에 대해서도 만족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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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부족한 국공립 어린이집

지난 10년간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민간어린이집이 아동수 감소와 과당 경쟁으로 2014년을 기준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였고 앞으로 이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정어린이집은 2013년 23,632개로 최고를 기록한 후 2015년 22,074개로 1,558개가 폐업으로 감소하였다. 민간어린이집도 2014년 14,822개로 최대를 기록한 후 2015년 14,626개소로 196개가 감소하였다. 최근 유일하게 늘어나는 보육시설은 국공립어린이집으로 2008년 1,826개에서 2015년 2,629개소로 10년 만에 803개가 늘어났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보육시장에서 상당한 정도의 구조조정이 발생할 것을 의미하며 보육공급구조를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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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서비스 초기 부족한 시설 문제를 민간 참여를 유도하여 해결하는 정책을 선택하여 민간시설이 급팽창된 반면 학부모의 선호도가 높은 국공립어린이집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이다. 2015년 기준 국공립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 42,517개 중 2,629개소로 6.18%에 불과하며, 국공립어린이집 이용 아동수는 전체 어린이집 이용 아동수의 11.4%(16만 6천명)로 10명 중 1명만 국공립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재임 중 국공립어린이집을 대폭 확대하여 국공립어린이집 이용아동비율이 26.3%로 전국 평균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국공립어린이집 대기 아동수가 45만 명에 달하는 실정이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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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 요양시설의 부족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시설급여서비스 중 지자체가 운영하는 국공립시설의 비중은 2.2%에 불과하고, 공동생활가정을 제외할 경우 3.3%에 불과하다. 재가요양기관의 경우 국공립시설은 0.8%에 불과하다. 시설급여, 재가급여 모두 개인이 설립 운영하는 시설이 77.7%, 80.9%를 차지하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은 대부분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해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시설급여서비스 중 지자체가 운영하는 국공립시설의 비중은 2.2%에 불과하고, 공동생활가정을 제외할 경우 3.3%에 불과하다. 재가요양기관의 경우 국공립시설은 0.8%에 불과하다. 시설급여, 재가급여 모두 개인이 설립 운영하는 시설이 77.7%, 80.9%를 차지하는데,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은 대부분 규모의 영세성으로 인해 양질의 서비스 제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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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요양시설의 설립, 운영 주체별 추이를 보면 개인이 운영하는 민간시설이 급팽창하여 2010년 11,113개에서 2015년 13,995개로 2,882개가 늘어났다. 노인인구의 증가로 앞으로 개인운영시설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나 과당 경쟁과 수가 문제로 운영의 어려움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것이 예상된다. 반면 지방자치단체에서 설립, 운영하는 시설(공공시설)은 최근 거의 변동이 없으며, 법인운영 요양시설은 소폭 늘어나는 추세이다. 노인요양시설의 입소대기가 1만 명을 넘어섰고, 노인요양시설 중 시설평가를 받은 기관을 기준으로 했을 때 100인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기관 가운데 A등급을 받은 요양시설 대기자 수는 4913명으로, 이는 총 정원(1만 5547명)의 31.6%에 달한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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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요양시설과 규모의 경제 문제

노인요양시설의 정원규모 분포를 보면 10~19인 시설이 전체 시설의 2,492개의 15.6%(386개), 20~29인 시설이 30.4%(758개), 40~49인 시설이 11.8%(294개)로 49인 이하 규모시설이 전체의 63.2%를 차지한다. 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은 9인 규모 시설이 전체 시설 2,156개의 84.2%(1,815개)를 차지한다. 노인요양시설의 경우 전반적으로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기 어려운 입소생활시설의 규모가 소규모화되어 있고, 소규모로 인한 시설환경의 협소함이나 직종별 종사자의 부족함을 고려해 볼 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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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시설의 정원규모 분포를 보면 20명 이하 시설이 전체 시설 42.517개의 53%(22,363개)를 차지하고 21~29명 시설이 전체의 28.8%(6,438개소)를 차지하여 39명 이하 시설이 전체 어린이집의 81.8%를 차지한다. 설치 주체별 분포를 보면 39명 이하 시설에서 가정 및 민간 어린이집의 분포가 압도적으로 높다. 국공립 및 법인 어린이집의 비중은 정원 50~160명 사이 정원에서 비중이 높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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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점과 공공 복지시설이 중요한 이유

일본의 경우 ‘공영’ 어린이집이 40.3%이고 나머지 민영으로 분류되는 것도 대다수가 사회복지법인에 의한 운영이므로 공공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순수한 민영은 영리법인이 운영하는 723개이나 이는 체인화된 어린이집으로 최소한의 질 관리가 되고 있다. 요양시설의 경우도 공영의 비중이 5.9%로 낮으나 우리나라처럼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은 없고, 모두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태로 최소한의 공공성이 확보되고 있다.

 

연간 10조 원(보육료 지원 6조 원, 누리과정 4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아동보육/교육(누리과정) 예산을 지출함에도 불구하고 보육시설 유형별로 학부모들이 추가적으로 부담하는 보육, 교육 비용은 적지 않다. 이처럼 보육, 교육에 대한 상당한 예산지원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비용부담이 존재하는 것은 시설 간 지원의 차등, 과도한 경쟁구조, 그리고 일부 시설의 불합리한 영리성과 관련되어 있으며,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리면 장기적으로 사적 복지비를 포함한 총 복지비용을 합리화시킬 수 있다.

 

 

사회서비스 일자리와 고용의 질

 

사회서비스 일자리의 성장 가능성

보건복지 관련 산업 일자리는 2015년 6월 기준 245만 개로 이 중 ‘보건업 및 사회서비스 산업’이 157만 개로 64.0%를 차지하며, 2011년 대비 2015년까지 이 분야에서 28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이 분야의 일자리 창출은 어린이집 증가, 장애인 및 노인요양 서비스의 확대로 나타난 현상이다.

 

의료, 복지 분야의 일자리는 후기산업사회에서 성장해 온 대표적인 일자리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는 174만 개로 한국 전체 고용량의 6.7%를 차지하나, EU 15개국의 의료복지 일자리는 전체 일자리의 12.3%를 차지하고, 미국은 13.1%를 차지하며, 일본도 12.1%를 차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한국의 의료복지부분 일자리 6.7%는 EU 15개국 평균과 미국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일본의 약 절반 수준으로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은 분야라고 볼 수 있다. 즉, 일자리의 질만 확보되면 매우 중요한 일자리 창출분야가 될 것이다.

 

한국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는 추가적 고용창출 가능성이 매우 높으나(한 달 이내에 시작할 수 있는 빈 일자리 수가 3만 6천개) 고용의 질과 임금의 측면에서 대폭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복지 서비스 분야는 임금 및 근로조건이 좋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사회서비스의 질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고용 및 근로조건

보육교사의 평균임금은 2015년 기준 국공립, 법인 등이 약 210만 원이고 민간과 가정은 163만원, 150만원으로 절대 수준에서 낮을 뿐 아니라, 시설유형별 격차가 크다. 특히 보육교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가정 종사자의 임금이 매우 낮아 서비스 질 향상의 제약조건이 되고 있다.

 

요양보호사는 고용형태가 상이하여 단순비교가 어려우나 이를 시간급으로 계산하면 방문요양보호사(7,814원)가 시설근무자(6,598원)보다 약간 높다. 2015년의 시간당 최저임금이 5,580원임을 감안하면, 최저임금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운영하는 서울요양원의 경우만 서울시 생활임금 수준보다 높은 시급인 8,823원을 받고 있다. 요양보호사의 낮은 임금수준은 빈번한 전직으로 이어져 숙련도를 낮추고 종국적으로 서비스 질 향상의 애로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회서비스공단 설치방안

 

지방자치단체 복지재단 설립과 시설 공영운영

2000년대에 들어와 광역자치단체에 복지재단이 설치되면서 사회복지서비스 운영의 공영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시설을 직영하고 있다. 이 재단들은 ‘사회서비스공단’으로 기능 전환이 될 경우 지역 단위에서 사회서비스 제공의 중요한 공적 주체가 될 수 있다. 기초자치단체에서도 공공재단 설립을 통한 사회서비스시설 직영이 나타나고 있다.5)

 

2003년 설립된 서울시 동작구의 ‘동작복지재단’은 구내 44개의 국공립어린이집 중 22개를 직접 운영하고 있고(구 위탁), 육아지원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 달성군(‘달성복지재단’), 광주시 광산구에서는 민간위탁을 하지 않고 사회복지시설을 구에서 직영하고 있다. 공공재단이 시설을 직영하는 이러한 흐름은 사회서비스공단이 설치될 경우 공단 기능으로 흡수할 수 있고, 사회서비스의 공영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

 

공공시설 확대에 국민연금기금의 활용

사회서비스공단이 복지시설을 직영할 경우 일정 규모의 국공립보육시설 혹은 요양시설이 존재해야 한다.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국공립복지시설의 확충은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자는 제안이 있어 왔다. 즉, 국민연금기금이 채권을 매입하는 형식으로 정부에 자금을 공급하고, 정부는 이 기금을 공공보건복지시설 확충에 투자하는 안이며, 국민연금기금은 국채투자이므로 손실 가능성이 없다. 즉, 정부가 국민연금의 신규 자금의 일부를 공공복지시설 확충(매입 포함)에 투자하고 늘어난 공공시설을 민간위탁하지 않고 광역자치단체별로 가칭 ‘사회서비스공단’을 신설하여 직영하는 방안이다.

 

공단 직영시설에 채용된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사회복지사 등을 공단 직원으로 직렬 배치하고 이들은 공단직원으로 지역별 순환근무, 내부 승진을 통해 근속기간을 늘리고 고용 및 임금안정을 도모할 수 있다.

 

민간시설의 공공전환을 통한 공공/민간의 상생

국공립 보육, 요양시설의 확대는 민간시설과의 갈등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기존에 민간위탁되었던 시설을 강제적으로 사회서비스공단으로 귀속시키는 것은 아니며, 서울시의 경험을 보더라도 민간시설의 충돌은 과장된 것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재임부터 국공립 어린이집의 대대적 확충 사업을 전개하여 2012~2014년까지 296개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충했고, 2015~2018년까지 1,000개소의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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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과정에서 민간시설의 매입, 전환(기존 전환, 기존 매입)을 큰 사회적 갈등 없이 해결해 왔다. 2016년만 하더라도 약 300개의 국공립시설이 확충되었으며 이 중 민간시설 전환비율이 54.6%(165개소)를 차지하고 있다. 즉 서울시의 국공립 보육시설 확충 경험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분의 상생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서비스공단의 기능과 역할

 

주요 사업과 기능(안)

사회서비스공단은 서비스 질 향상의 욕구가 크고 규모가 큰 노인장기요양과 보육서비스를 우선 사업으로 설정하고, 사업성과에 따라 장애인 활동보조 사업, 일반 복지사업 등으로 확대한다. 사회서비스공단은 지역 단위에서 사회서비스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여 사회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지 않는 소규모 영세시설을 위한 경영지원 서비스 및 서비스 표준화를 위하여 ‘표준운영모델’을 개발하고 민간시설에 보급하여 민간시설 지원을 강화하며,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교육훈련시스템의 체계화를 통한 종사자의 역량강화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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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서비스 공단의 기대 효과

시민의 입장에서는, 공공보육, 공공요양시설에 대한 욕구를 해소하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여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증가할 수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춘 시설 공급/관리로 과당 경쟁의 구조를 완화하고, 공단 주도의 통합적 서비스 질 관리가 가능하고 사회서비스기관의 ‘표준운영모델’ 개발 보급으로 민간기관의 서비스 제공 역량이 강화될 수 있다. 사회서비스 종사자는 직업 안정성 및 근로조건이 향상되고, 공단 소속 직원으로 고용안전성이 증가하여 근로 의욕이 고취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하여 숙련된 인력 확보가 가능하다. 사회서비스 기관은 지역 단위 내에 시설 공급의 합리적 조정으로 과당 경쟁구조가 해소(부정, 불법이 감소)되고 공단으로부터 표준서비스양식을 제공받는 혜택이 있다. 또한 사회서비스공단을 통하여 적정 수준의 임금과 근로조건, 사회보험 혜택을 받는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의 질이 향상될 수 있다.

 

 

결론과 남은 쟁점들

 

한국의 사회서비스시장은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하여 단기간에 급속한 팽창을 해왔으며, 급속한 팽창으로 ‘급한 불을’ 끈 것처럼 보이나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특히 한국 사회서비스시장에서 공공성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고 공공성의 기반이 되는 공공사회서비스시설(기관)의 부족 문제가 점차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영리성이 강한 민간공급자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안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민간공급자의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을 통해 서비스 질이 향상될 수 있다는 이론은 한국의 사회서비스시장에서 작동된다고 보기 어렵다.6)

 

공공복지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공공기관이 시설을 직영하고, 종사자를 직접고용하자는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사회서비스공단’ 신설하는 방안은 난맥상을 보이는 한국의 사회서비스체계를 개선하고 사회서비스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으로서의 가능성이 충분하다. 물론 사회서비스공단의 신설이 사회서비스의 질 향상과 종사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나 두 과제를 풀어가기 위한 강력하고 획기적 기반이 될 수 있다.

 

한국적 상황에서 사회서비스공단의 설치는 ‘대담한’ 프로젝트로 보일 수 있다. 세밀한 연구가 더 필요하고 시행과정에서 나타나는 법적, 행정적 문제를 풀어가야 하고 의도한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공공사회복지서비스 공급자가 대폭 확충되지 않으면 한국의 사회서비스가 당면한 여러 문제점을 풀어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사회서비스공단이 현실적인 정책으로 집행되기 위해서는 검토해야 될 지점이 상당수 있다.

 

우선 강조하고 싶은 것은 사회서비스공단 아이디어가 민간공급자를 완전히 구축하자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민간 사회서비스공급자를 공공공급자로 완전히 대체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도 않다. 사회서비스공단은 한국의 사회서비스 시장이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공공시설 비중을 확보하는 것이 주요한 목적이다. 따라서 복지시설을 확충해 나가는데 있어서 민간시설의 구축문제를 과도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사회서비스공단을 광역자치단체에 설치할 경우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는 사회서비스 시설의 재정지원과 관리감독권에서 기초자치단체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가령 서울시 사회서비스공단이 직영하는 어린이집은 개별 구청과의 재정, 행정적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지자체에서 공단의 설립과정은 매우 엄격한 행정적 절차가 규정되어 있다. 가령 공단의 설치는 행안부에서 설립타당성 검사를 하고(2곳의 기관에서만 타당성 조사를 할 수 있음) 최종적인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사회서비스공단의 설치는 지자체의 의지와는 달리 중앙정부의 의지와 역할이 중요하다.

 

사회서비스공단의 설치와 공공시설의 확충은 한국이 당면한 사회서비스 문제를 풀어가는 하나의 수단이다. 그러나 이 의도가 실현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한국의 사회서비스 시장에서 민간공급자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간공급자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체계적인 지원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민간공급자를 지원하는 구조로 검토할 수 있는 것은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 시설의 인증, 평가체계를 가칭 ‘사회서비스품질관리원’을 신설, 일원화하여 합리적 평가체계를 만들고 시설의 과중한 평가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이 기관이 신설되면 수가 구조의 적정성과 각종 시설의 인력배치기준 등을 좀 더 과학적, 체계적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1) 보건복지부, 2016. 6. 28.자 보도자료 ‘장기요양기관 진입, 퇴출 기준 강화’

2) 해럴드경제 2016. 9. 28.자 보도

3) 선우덕 외,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운영성과 평가 및 제도모형 재설계방안, 한국보건사회연구원(2016)

4) 선우덕, 노인장기요양시설의 설치 현황 분석과 정책적 시사점

5) 김연명 외, ‘서울시 사회서비스재단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6) 양난주, ‘한국의 사회서비스: 민간의존의 한계’, 동향과 전망(2014)

토, 2017/04/01-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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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력 노동시장 영향과 정책과제

 

 

이규용 |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들어가며

 

 

외국인력이란 좁은 의미에서 보면 취업비자를 발급 받아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외국인 취업자를 의미하지만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국내에서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모든 외국인 취업자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경제활동에 종사하는 재외동포 입국자, 결혼이민자, 유학생, 영주권자, 불법체류자 등이 모두 포함된다.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11월말 현재 취업비자 외국인력은 60.3만 명이며 이중 비전문외국인력은 55.4만 명이다. 그러나 넓은 의미의 외국인력은 이 보다 훨씬 많다. 통계청의 외국인 고용조사 결과에 의하면 2016년 우리나라의 외국인력은 962천 명에 이른다.

 

 

외국인력 또는 이민자의 유입은 유입국가의 개인이나 지역사회 또는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및 기타 분야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다차원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특히 최근 들어 취업비자 이외 자격의 외국인력이 증가하고 있어 외국인력 정책의 영역을 취업비자 이외의 전체 이민자의 관점에서 확대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글은 최근 우리나라의 외국인력 및 이민자의 유입추이와 이들의 노동시장 영향을 살펴보고 정책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체류 외국인의 경제활동 실태와 특징

 

체류 외국인의 경제활동실태에 대한 자료는 2012년부터 연간 단위로 조사 및 발표되는 통계청의 외국인고용조사 자료가 대표적이다.1) 여기에서는 외국인고용조사 결과를 토대로 국내 체류 외국인의 경제활동실태와 특징을 살펴보도록 하자.

 

외국인 취업자 추이

연도별 외국인취업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791천 명에서 2014년 852천 명으로 증가하였으며 2016년에는 962천 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외국인 취업자 증가에는 비취업비자 입국자의 노동시장 참가 증가에 기인하는 측면이 크다. 2016년 취업자 962천 명의 체류자격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재외동포가 23.6%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취업비자인 비전문취업과 방문취업 및 전문인력은 각각 18.4%, 18.9%, 그리고 3.2%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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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용률 추이

체류자격별 경제활동상태를 고용률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표 1-2>와 같다. 비전문취업의 고용률은 99.8%로 마찰적 실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취업상태임을 알 수 있다. 방문취업자의 고용률은 82.2%이다. 정주형 이민자로 볼 수 있는 영주권자의 고용률은 73.5%로 2012년의 64.7%에 비해 매년 증가추이를 보이고 있다. 결혼이민자의 고용률은 49.8%이며 재외동포의 고용률은 59.2%이다. 재외동포 체류자격이 주로 취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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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취업자 산업별 분포

<표 1-3>은 비자유형별 외국인 취업자의 산업별 분포를 보여주고 있다. 전체 외국인 취업형태를 보면 광공업 종사자가 46.5%로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사업개인 공공서비스와 도소매 음식숙박업이 각각 19.2%와 19.0%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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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취업자 직업별 분포

체류 외국인의 인적자원 특성이나 직무역량을 평가할 수 있는 정보는 이들의 직업별 분포와 임금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직업별 분포에 따른 직능수준을 보면 단순노무직 종사자는 1직능 수준이고 관리자와 전문가 및 관련종사자는 3직능 또는 4직능 수준을 필요로 하며, 이외의 직종은 2직능 수준을 필요로 한다.2) <표 1-4>는 외국인의 직업별 분포이다. 고용허가제나 방문취업제의 직무는 주로 단순직으로 되어 있으나 직무내용을 보면 직능수준 2종사자 비중이 더 많다. 특히 고용허가제의 경우 장치․기계 조작이나 기능 종사자 비중이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된다.

 

정주형 이민자인 영주권자, 결혼이민자 및 재외동포의 직업분포를 보면 7∼9직종 종사자 비중은 고용허가제나 방문취업제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상위직무 종사자도 10∼20%에 이르고 있다. 비자유형별 외국인 취업자의 직업별 분포의 특징 중 하나는 고용허가제 및 방문취업 취업자가 종사하는 직종(단순노무직종 등)에 이들 비자 이외의 외국인 취업자가 20만 명 이상 취업하고 있으며, 불법체류자까지 포함할 경우 30만 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으로 관리되지 않는 비전문 취업인력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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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취업자 임금 수준

체류 외국인 취업자의 월평균 임금분포를 보면 100만 원∼200만 원이 53.1%로 가장 많고, 그다음으로 200만 원∼300만 원이며(34.3%)이며, 300만 원 이상은 7.89%이다. 이를 비자 유형별로 보면 비전문취업과 방문취업의 경우 100만 원∼200만 원 범주에 있는 취업자 비중이 각각 54.9%와 60.9%이다. 재외동포(F-4), 영주자(F-5)의 경우 비전문취업자(E-9, H-2)와 유사한 임금분포로 나타나 이들의 취업 직종이나 숙련도가 비전문취업과 유사함을 시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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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의 통계에 나타난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취업비자 이외 자격의 외국인력이 증가하고 있어 외국인력 정책의 영역을 취업비자 자격 이외에 전체 이민자의 관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내 이민자의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숙련도가 낮은 직종에 종사하고 있으며 정주형 이민자(F-4, F-5 등)도 유사한 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①단순노무직종, 저숙련 위주의 한국 이민자 수요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한편으로는 ②이민자의 유입정책이 정주형으로 나아갈 경우 이민자의 사회통합에 따른 비용이 커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외국 인력의 영향

 

외국인력 및 이민자의 유입은 유입국가의 개인이나 지역사회 또는 국가 전체적으로 경제, 사회, 정치, 문화 및 기타 분야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민정책은 매우 다차원적인 측면을 고려하여야 한다. 이민정책이 유입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다음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경제적 효율성

첫째, 경제적 효율성이다. 경제적 효율성이란 이민자의 유입에 따른 순경제적 편익(편익-비용)의 극대화와 관련이 있다. 이에 대해 그 동안의 논의는 크게 다음의 네 가지 경제적 영향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① 경제이론은 이민자의 숙련 및 인적자본이 유입국의 국민과는 다르다면 생산보완성을 통해 유입국에 기여한다. ② 이민자의 역할이 유입국의 특정부분이나 직종에서의 노동력부족이나 숙련부족에 대응하여 이루어진다면 이러한 효과는 확대된다. 띠라서 특히 노동이동은 유입국 노동시장에서의 ‘필요’3)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정책 목표가 되어야 한다. ③ 이민은 시간에 걸쳐 외부 효과 및 파급효과를 초래하며 이러한 효과는 양의 효과일수도 있고 음의 효과를 보일 수도 있다. ④ 이민이 공공재정에 미치는 효과는 순경제적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여주는데 이는 이민자가 지불하는 세금과 이들에게 지원되는 공공서비스에 지출되는 비용 등에 의존한다.

 

분배

둘째, 분배이다. 이민은 국민소득규모 뿐 만 아니라 분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기적으로 이민의 유입국에게 이득자와 손실자를 양산하는데 이득자는 이들의 생산활동이나 서비스의 제공으로 이익을 얻는 그룹이며 손실자는 이들과 경쟁관계에 있는 그룹이다. 특히 저임금 이주자는 내국인의 임금이나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국가정체성, 사회적 연대

셋째, 이민은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국가 정체성이나 사회적 연대에 영향을 미친다. 이민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은 문화적 다양성을 증대시켜 왔지만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 나라에서는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는 이민자의 유입이 국가의 정체성을 희석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민이 이런 이슈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분명하지 않으나 이민자의 유입이 역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사회 안전, 공공질서

넷째, 사회 안전과 공공질서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민자의 유입으로 범죄나 사회 안전의 위협, 공공질서의 손상을 초래할 수 있는데 이는 유입되는 이민자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이와 같이 이민자의 유입은 유입국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민자의 선별정책은 매우 중요하다. 이민자 유입의 비용과 편익은 단기 순환형인지 아니면 정주형인지 그리고 인력의 숙련정도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진다.4) 이민자들이 장기 거주하는 경우, 이민자들은 생산활동에 기여하는 노동자로서 뿐만 아니라 소비자로서의 역할도 커지므로, 이민자들이 그들 수입의 일부분을 소비한다면 노동에 대한 파생효과가 발생한다. 또한 이민자의 공급확대에 따른 낮은 노동비용으로 인해 제품 공급이 증가하고, 그로 인해 제품의 가격이 하락하면, 내국인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제품의 소비를 촉진할 수 있으며 국민경제에 기여한다. 그러나 단기체류 외국인력의 경우에는 소득의 대부분을 송금에 지출하기 때문에 소비촉진 효과가 크지 않다.

 

한편, 이민자들이 낮은 임금과 통제하기 쉬운 노동력을 이점으로 노동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면, 편익보다는 비용이 더 커질 것이다. 기존 노동시장의 상황과 이민자의 직업 배치가 어떻게 어울리는가에 따라 이민자 수용의 편익과 비용의 크기가 달라질 것이다.

 

외국인력 정책의 점검 필요

 

이런 점에서 현재의 한국의 이민정책이 초래하는 사회경제적 영향에 대한 검토는 이민정책의 방향성 모색에 중요한 과제를 제기한다. 직관적으로 볼 때 한국의 이민정책의 핵심요소로 자리잡은 외국인력 활용정책은 이민정책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중 일차수요자인 기업의 입장이 주로 고려되어 온 것으로 평가된다. 즉, 인력부족에 근거한 외국인력 도입확대 논의가 중심이 되어 왔고 부족한 인력을 활용하여 기업의 경제활동을 촉진하였다는 긍정적 편익만 강조되어 온 측면이 강하다. 전문인력의 경우에도 이러한 논리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데다 전문인력 활용에 따른 편익의 제고기반을 만들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이는 실증분석결과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그 동안 외국인력이 국내 노동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에 대한 선행연구들의 결과를 보면 비록 일관된 분석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외국인력 공급의 확대에 따른 내국인 노동시장에서 부정적 영향이 있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에 관한 최근의 연구결과인 이규용 외(2016)에서는 외국인력의 영향을 고용, 임금, 내국인 입이직률, 기업의 생성과 소멸이라는 관점에서 다양하게 분석하고 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외국인력 유입이 내국인 고용에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우나 개별 업종과 근로자 특성에 따라서는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내국인근로자수 대비 외국인 고용이 1%p 증가하면 여성 고용은 0.15%p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2011년까지는 외국인 고용에 따른 내국인 고용이 보완성을 갖고 있었으나 2012년과 2013년에는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났으며 업종별로는 숙박음식점업에서 내국인 고용에 부정적 영향이 컸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음으로 외국인력이 내국인력의 임금에 미치는 영향이다. 이 연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1% 증가할 때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은 0.2~1.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외국인근로자의 유입에 따른 내국인 근로자의 임금의 부정적 영향은 주로 여성 및 중고령자에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저출산고령화시대의 여성 및 고령자 활용도 제고와 외국인력 활용의 보완적 방향으로의 외국인력 정책 운용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다음으로 외국인력 활용기업에서 비활용기업에 비해 내국인 입․이직률이 높게 나타나 외국인력 활용기업의 장기근속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끝으로 외국인력 활용사업장의 생존율인 비활용사업장의 생존율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외국인력의 활용이 기업유지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산업구조조정을 저해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시사점 및 과제

 

외국인력 및 이민자의 유입의 영향의 문제와 이를 토대로 한 정책의 수립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논의가 정립될 필요가 있다. 첫째, 이민자의 유입과정에서 이러한 요소를 고려하여 선별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둘째, 선별기능이 잘되더라도 이민자의 유입에 따른 편익을 제고하거나 비용을 줄이기 위한 환경의 조성, 체류지원 및 통합 정책의 확대, 이민자에 대한 법․행정 조치의 엄격성, 기업내 인적자원관리의 효율화, 이민에 대한 국민 인식의 변화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민자의 유입이 필요하다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하며 편익을 제고할 것인가를 정립하는 것이 이민정책의 목적이고 과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민자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력 정책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전문성이 매우 높고 고급인력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유치 및 지원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외국인력 정책의 방향은 내국인 노동력 활용도 제고 및 노동시장 구조개선에 초점을 맞추면서 미스매치 직종에 대한 보완적 외국인력 활용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비취업비자로 입국하여 취업활동에 종사하고 있는 외국인 취업자도 관리체계에 포함할 필요가 있으며 유학생, 재외동포 등 이민자의 유형에 따른 다양한 노동시장 유입여건을 고려하여 외국인력 관리 및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종합적 외국인력 도입 및 운용체계의 구축 및 이를 위한 거버넌스 체계의 구축도 요구되고 있다.

 


 

1)외국인고용조사의 모집단은 등록 외국인을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외국인력은 통계청 추정 외국인력 규모 외에 등록 외국인 범주에 포함되지 않은 외국인 중 취업자를 포함한 규모가 될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불법체류자 중 등록 외국인에 포함되지 않는 인력이 해당되며 참고로 2013년 12월 말 기준 불법체류자는 183,106명이며 이 중 등록 외국인은 95,637명, 단기 85,936명, 거소 1,533명이다. 자료:출입국통계연보.

2)직능수준 1은 초등교육이나 기초교육을 필요로 하며, 2직능은 중등 이상의 교육과정이나 이에 상응하는 직업훈련이나 직업경험을 필요로 하며, 3직능과 4직능은 대졸 이상이나 여기에 준하는 자격을 요구한다.

3)여기서 ‘필요’는 산업이나 직종부문에 따라 다르며 경기변동(성장국면이나 하강국면)에 따라 변화하며 이민은 이러한 상황에 따른 대응방안의 하나이다.

4)고급인력의 경우에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지며 각국은 고급인력의 유인을 위하여 비자발급 요건을 점차 완화시키는 추세이다.

 

[참고 문헌]

이규용·노용진·이정민·이혜경·정기선·최서리, 체류 외국인 및 이민자 노동시장 정책과제, 2014. 12, 한국노동연구원

이규용·김정호·노용진·박성재·이상돈, ‘저출산고령화시대의 외국인력정책방향’, 2016.. 12. 미발간자료

통계청, 외국인고용조사, 원자료

수, 2017/03/01-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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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제개편, 어떻게 손대야 할까?

 

신원기ㅣ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간사

 

들어가며

 

지난 6월 1일(월),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에서는 지난 3년간 박근혜정부의 조세정책 평가와 함께 세수구조 및 조세체계의 특징과 개선방향, 공평과세와 조세정의를 지향하는 세법개정 방안 등을 담은‘공평과세와 복지국가를 위한 세법개정 방안’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담긴 핵심내용들을 이해하기 쉽게 요약해보고자 한다.

 

박근혜 정부의 세제개편

 

출범 직후부터‘증세 없는 복지’기조를 내세운 박근혜정부는 그간 공약가계부에서 밝힌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를 중심으로 한 세수확보 계획을 밝혔지만 그 효과는 대단히 미미했다. 매년 강하게 주장해온 세출구조조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필연적으로 불거진 세수부족사태에는 투자 및 고용 위축을 이유로 법인 및 재벌 대기업보다는 근로소득세와 소비세 위주의 증세를 추진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이처럼 지난 3년간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한 세제개편은 세수확보나 공평성, 정치적 책임성 등 어느 것 하나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정부에 의한 적극적인 경기 부양 및 사회안전망 제공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임에도, 이미 실패로 판명난 이명박 정부의‘작은 정부 및 감세 기조’를 지속함으로써 오히려 경기침체를 장기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박근혜 정부 세제개편의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재정건전성 문제를 증세를 통해서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PAYGO 제도’ 도입이나 무원칙한 재정지출을 일괄 축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려 든다는 점은 대단히 걱정되는 부분이다.

 

이처럼 녹록치 않은 현 상황에 앞으로 제기될 미래재정소요 역시 적지 않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더한다. 구체적인 수치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현재 한국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저출산과 고령화, 양극화 현상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낮은 조세부담률과 취약한 과세공평성, 조세 및 이전지출의 미약한 재분배기능 등 조세구조의 특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공평과세와 조세정의’에 초점을 맞춘 과감한 세제개편이 절실한 시점이다.

 

과거 경제개발 시절에는 공급부분의 성장을 위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억제하는 대신 '저부담 조세체계'를 설계했다. 조세부담률이 낮으니 당연히 재정규모도 작았고 복지서비스 역시 미약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도 인구가 늘어나는 시점에는 낮은 조세부담률이나 작은 재정, 미약한 복지서비스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른바 '저부담․저복지'의 배경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입 증가는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들고,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복지지출수요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기존의 저부담·저복지의 틀에 대한 한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그 대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증세와 관련해서는 참 많은 입장들이 엇갈린다. 앞서 표에서 언급한 세 가지 세목(법인세, 소득세, 양도소득)과 관련된 쟁점과 현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법인세 정상화

 

「2014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3년도 우리나라 법인의 총수입과 총소득은 각각 4,313조 원과 250조 원으로 확인되며, 이를 바탕으로 추정된 총비용은 4,063조 원이므로 2013년 법인세 총 부담세액 37조 원은 총비용의 0.9%에 불과했다. 법인세가 투자 및 고용에 미치는 효과 역시 분석 자료와 추정방법에 따라 그 결과는 상이하지만,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도 그 효과는 매우 미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적어도 데이터 상으로는 법인세율 인상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을 위축시킨다는 논리는 맞지 않는 셈이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법인세율 정상화를 주장해왔다.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법인세율을 올리면 해외자본이탈이 가속화되고 세부담은 근로자에게 전가된다는 논리로 반박하지만 그 근거가 희박하다. 현재 우리나라의 낮은 법인세율과 고용주의 낮은 사회보장기여금을 고려한다면, 외국자본의 직접투자(FDI)가 법인세율에 민감하더라도 세율보다는 해당 국가의 임금수준을 비롯한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들이 기업의 위치선정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 법인세율 인상으로 세후수익이 줄게 되면 자본의 이탈에 따른 노동생산성의 하락으로 임금수준이 떨어져 결과적으로 근로자들이 법인세 부담을 진다는 논리도 해외자본이 빠져나가지 않고 있으니 전제에서 문제가 생깁니다. 법인세 인하가 세계적 트렌드라는 주장 역시, 2008년부터 2014년까지의 기간에 법인세를 낮춘 OECD 회원국은 18개 국가로 평균 1.6%p 인하, 11개 국가는 기존의 세율을 유지, 6개 국가는 평균 3.2%p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폭넓은 공감을 얻기는 어렵다.

 

소득세제의 누진성 강화

 

소득세의 경우는 각종 비과세 감면으로 인해 근로소득세 부담의 집중도가 매우 높고, 소득세 실효세율 역시 매우 낮다. 소득분포 100분위 기준으로 최상위 1% 근로소득자의 연평균 소득과 결정세액은 각각 2억 5,520만 원과 5,460만 원이고, 상위 10% 근로소득자의 연평균 소득과 결정세액은 각각 7,530만 원과 430만 원이다. 중위소득자의 연평균 소득과 결정세액은 3,140만 원과 40만 원에 불과하다. 실효세율로 따지면 각각 21.4%와 5.7%, 중위소득자는 1.1% 수준입니다. 절대적으로도 높은 수치는 아니다.

 

국제적 수치와 비교해도 격차가 적지 않다. 국민총생산 대비 소득세의 비중은 2013년 기준 7.1%로 OECD 평균 11.6%에 비하면 훨씬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개인소득세 비율은 3.4%로 OECD(8.6%)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소득세수 비중과 소득세의 재분배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시장소득의 불평등한 분배구조를 개선하면서도 보편적이고, 누진적인 방식으로 실효세율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면세자 비율을 줄이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

 

상장주식 양도소득 차익과세

 

상장주식 양도차익은 자본시장 육성 차원에서 비과세 정책을 유지해 왔으나, 우리 자본시장이 이미 국제적 수준으로 성장하였고 조세공평성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비과세 정책을 고집할 명분은 사라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재 지분비율 2%, 금액기준 50억 원 이상을 소유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에 한해 저율과세(대기업 주식은 20%, 중소기업 주식은 10%)를 하고는 있지만, 금융자산의 대부분을 소유하고 있는 일부 고액 자산가들에겐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실제 2008 ~ 2010년 동안 5억 원 초과 주식 양도소득을 신고한 경우는 전체 신고 건수의 8.7%지만, 이들이 전체 양도소득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4.9%에 달했다.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전면 과세조치는 개인과 법인간의 조세형평과 근로소득자와 금융소득자간의 불합리한 조세차별을 시정함으로써 전반적인 과세형평성 제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외에도 임대소득 과세나 자본이득 과세, 자산소득 과세 등 손봐야 할 부분은 무궁무진하다. 현행 과세체계의 불합리성을 인식하고 개편하려는 노력보다는 부족한 세입확충을 위해 일방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추진되는 세제개편은 부작용만 낳을 뿐이다. 이제 진지한 증세의 필요성, 세금과 복지의 관계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요구되는 만큼, 증세 없는 복지라는 허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세제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여유 부리기엔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목, 2015/09/10-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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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기금고갈을 막기 위한 새로운 생각

 

김우창 ㅣ 카이스트 산업및시스템공학 교수

 

메르스의 여파로 잠시 주춤했던 공적연금강화에 대한 논의가 다시 기지개를 켜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공무원연금개혁안의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사학연금과 군인연금의 개혁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러한 공적연금강화에 대한 논의의 중심에는 항상 국민연금이 있어왔다. 이는 국민연금의 가입자가 국민 중 절대 다수이며, 기금의 규모가 다른 공적연금에 비해 압도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500조원이 적립되어 있고, 30여년 후에는 GDP의 절반 정도인 2,5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추산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기금이 2060년 경에는 고갈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공적연금과 관련된 대부분의 논의가 국민연금의 기금고갈을 어떻게 막는가에 대한 논의로 귀결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민연금의 기금고갈을 막기 위해 일반적으로 제안되는 방법은 금융투자 수익률의 증대이다. 이는 2060년까지 투자수익률을 연평균 1% 높이면 기금 고갈이 4년, 2% 높이면 11년을 연장할 수 있다는 추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초과수익률 1%는 보험료율 2.5% 인상효과가 있다고 하니 아주 매력적인 주장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투자를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상당히 껄끄러운 주장이다. 투자수익은 위험과 불가분의 관계인데, 위의 추계에는 위험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특성상 기금이 취할 수 있는 투자위험은 특정 개인이나 집단이 임의로 정할 수 없으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만 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위험수준의 변경에 대한논의가 딱히 없는 것을 고려하면, 현재의 위험수준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것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암묵적인 합의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수익률을 높혀서 기금 고갈을 늦추자는 주장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현 위험 수준을 유지하면서”라는 전제를 새롭게 추가해야한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가능한 일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추가위험 없이 초과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확률을 계산해보도록 한다. 초과수익률 달성은 두 가지 방법에 의해서 가능하다. 그 첫째는 “운”이요, 둘째는 “실력”이다.

 

안타깝게도 “운”으로 추가 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은 다음 표에 나타난 바와 같이 상당히 낮다. 향후 40년간 연평균 1% 포인트의 초과 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5.7%밖에 되지 않으며 그 이상의 초과수익은 복권에 당첨될 정도의 확률로만 가능하다.

<1985년에 존재했던 673개의 뮤추얼 펀드 중 2014년까지 살아남은 것은 223개인데, 이 중 국민연금기금의 위험 (연수익률의 표준편차: 4%) 수준에서 시장인덱스 대비 연평균 1% 이상의 초과수익률을 낸 펀드는 하나밖에 없었으며, 연평균 2% 이상의 초과수익률을 낸 펀드는 단 하나도 없었다. 즉, “실력”을 통해, 혹은 “스타 펀드매니저” 영입을 통해 초과 위험없이 수익률을 연평균 1% 이상씩 내는 것은 실증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물론 운과 실력이 동시에 작용할 수도 있고, 통일 등의 극적인 외부상황변화 역시 고려해볼 수 있지만, 국민연금이 현 위험수준을 유지하면서 수익률을 높혀 기금고갈을 의미있는 수준으로 늦추는 것은 실현가능성이 높지 않음이 확실해 보인다. 만약 위험을 증가하지 않고 연평균 1~3%의 초과 수익을 낼 수 있다면 모든 수단과 역량을 동원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지만, 안타깝게도 불가능함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국민연금 기금고갈은 저출산 고령화 때문에 발생한다. 연금 보험료를 내는 젊은 세대는 줄어드는데 연금을 받는 노령층이 늘어나기에 수지적자가 발생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기금고갈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출산율이 충분히 높아진다면 기금고갈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다. 즉, 국민연금의 투자대상을 금융시장에만 한정하지 않고 “인구”로 확장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1000만원을 투자했을 때 인구가 0.4명 이상 증가된다고 가정하면 매년 기금의 1% 이내를 “인구증가에 투자”함으로써 향후 100년간 기금고갈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 경우 인구증가투자의 수익률은 국민연금기금의 예상 금융투자수익률인 5.5%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인구증가 투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발생시키는 매력적인 투자자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2500만원을 투자하여 1명의 신생아를 추가로 태어나게 할 수 있다면, 기금의 포트폴리오를99%의 금융투자와 1%의 인구투자로 구성하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금의 대부분을 주식·채권 등 금융부문에 투자하되, 그 일부를 사회투자를 통한 출산율 증가에 활용한다면 국민연금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충분히 높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인구증가에 대한 투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큰 장점이 있다. 연금이나 기금과 같은 장기투자의 영역에서는 대체로 장기 채권에 대부분의 자산을 투자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부채가 상대적으로 먼 미래까지 지속적으로 지급을 해야 하는 형태이므로, 연금이나 기금의 입장에서는 장기 듀레이션 채권에 매도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상태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가장 크게 발생하는 위험인 이자율 리스크를 헷징하기 위해서는 자산 역시 듀레이션이 긴 채권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투자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이를 면역 (immunization) 전략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장기채권의 경우 신용위험 역시 크고, 신용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미국 등의 선진국에서 발행되는 장기 채권은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추가적으로 전 세계적으로 연금 및 기금들의 초장기채권의 수요가 늘어나는 반면 그 발행규모는 줄어들면서 국민연금기금의 현재 자산과 미래의 성장을 생각할 때, 원하는 수준의 우량장기채권을 확보하기 어렵거나, 혹은 확보하더라도 시장의 원리에 의해 비싸게 구매하고 싸게 팔게 만드는 시장 임팩트 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구증가 투자의 현금흐름을 생각해보면 현 시점에 복지의 형태로 투자를 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 인구가 성장을 하여 경제활동을 하는 동안의 기여금을 수익으로 얻게 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전 세계의 금융시장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장기채권보다 듀레이션이 길 수 있으며, 따라서 자산과 부채 사이의 독립적인 움직임에 의해서 발생하는 위험을 효율적으로 줄여줄 수 있는 훌륭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인구증가 투자는 수익률을 무시하고서라도 자산-부채 관리 측면에서의 리스크 헷징 수단이 될 수 있으므로 그 자체로 이미 충분이 매력적인 투자라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금융시장에서의 장기 채권에 대한 전망을 감안하면, 시장 임팩트 비용이 없고 듀레이션이 매우 긴 장기채권인 인구증가에 대한 투자에 대해 자산-부채 관리 모델의 관점에서, 혹은 위험관리의 관점에서 진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정부가 아닌 국민연금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을 제공하는 것이 옳은가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사실 이는 간단하게 해결가능한 문제로, 정부가 발행한 장기채권을 국민연금이 매입하고, 이 금액을 정부가 인구증가 사업에 활용하되, 상환시점에서 인구증가율이 어느 이상이면 원금과 이자를 감면하는 방식을 취하면 된다. 만약 인구증가율이 충분히 높다면 상환액의 감면이 이루어지더라도 기금고갈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며, 인구증가가 충분치 않은 경우에는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을 수 있기에 국민연금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이 없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재원과 투자 위험을 국민연금이 아닌 정부가 부담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다.

 

현재의 저출산 현상은 경제성장률 감소 혹은 국가경쟁력 하락의 수준을 넘어 국가의 존립마저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이를 국민연금기금을 적절히 활용하여 극복할 수 있다면 기금고갈문제까지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월, 2015/08/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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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범죄자는 ‘마땅히’ 처벌받았는가?

이세원ㅣ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들어가며

 

 우리나라 정부는 2000년 ‘아동학대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보호 및 아동안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공고히 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아동복지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소금밥 사건, 울산 계모 사건 등 극악한 아동학대 사건 등은 우리사회가 아동학대를 더 이상 ‘사회문제’가 아닌 ‘사회범죄’로 보아야 한다는 합의에 이르게 하였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해 집계되고 있는 아동학대사례는 2001년 2,105건에서 2013년 6,796건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으며, 안재진 외(2011)는 아동학대 발생률을 25.3%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로 아동학대는 우리사회에 있어 심각한 이슈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한 대응은 물론이거니와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학대행위자에 대한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대행위자에 대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응은 형사처벌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2013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한 건수는 6,796건이었으나 당해 연도 학대행위자 최종조치결과 형사고소·고발은 544건에 그쳐 우리사회에서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사법적인 대응이 매우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은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학대범죄가 발생한 경우 긴급한 조치 및 보호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제정되었다. 아동학대범죄사범에 대한 형사처벌은 적법절차를 통한 실체적 진실 발견으로, 가해자에 대한 적정한 형벌을 구현하는 사후 조치이자 예방적 조치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아동학대 발생건수의 증가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아동학대 사범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에 관하여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토대가 마련되고,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이 시행된 지금, 지난 15년간 아동학대 사건의 형사처벌 내용과 경향을 분석함으로써 아동학대범죄자들이 ‘마땅히’ 처벌받아 왔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규정은 강화되었으나, 실형은 25%에 불과 벌금은 15년째 그대로

 

 2000년 아동복지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금지행위에 대한 벌칙조항의 대폭적인 개정이 이루어져, 1981년 제정 시에 비해 징역형의 상한은 최대 10배가 되었고 벌금형의 상한은 최대 30배까지 올라갔다. 또한 2006년 아동복지법 개정 시에는 벌금형의 상한이 최대 2배로 가중되었다. 이에 현행법상 아동을 매매하는 행위, 음행을 시키거나 음행을 매개하는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이 외 신체·성·정서·방임학대 등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다.

 

  [그림 1]과 [그림 2]는 2000년에서 2014년 상반기까지 아동복지법위반으로 처벌받은 아동학대범죄의 형사판결문 중 484사례(피고인 579명)를 분석한 결과이다. 2000년과 2001년에는 벌금형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징역형의 비율이 훨씬 높았으나 그 이후부터는 벌금형의 비율도 최대 약 35%까지 증가하였다. 또한 징역형 중 실형과 집행유예의 비율을 살펴보면, 2001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 실형의 비율은 약 15~40%비율이고, 집행유예의 비율은 매해 형사처벌의 1/3 이상이다. 2002~3년의 경우는 전체 판결 중 약 70%의 피고인이 집행유예로 처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실제로 실형을 처분 받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체 피고인의 수에서도 실형은 144명(24.9%), 집행유예는 312명(53.9%), 벌금형은 123명(21.2%)으로, 집행유예 처분 비율이 가장 높고 벌금형의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형은 비교적 낮은 비율에 불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144명 실형 처분자의 평균기간은 36개월이며, 실형의 평균 개월 수가 2000년부터 15년 동안 증가하지 않아 처벌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벌금 역시 전체 평균 약 270만원으로, 아동복지법 2006년 일부 개정시 최대 2배까지 벌금상한액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5년 동안 벌금액수의 증가추세는 보이지 않아 실제에 있어서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에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1인당 GDP가 2000년은 약 $11,347이고 2014년은 약 $25,931로 2.3배 증가했지만 15년간 벌금의 액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는 사실은 2000년 당시 벌금 체감도에 비해 2014년 벌금 체감도가 훨씬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여론에만 편승하여 단순히 처벌규정의 상한만을 상향하는 것은 실제 큰 의미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성학대 부가 처분은 잘 준수되었을까?

 

 법률에서는 아동성학대 가해자에 대해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고지, 성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등의 부과 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바, 성학대 부가 처분 준수여부를 살펴보았다.

 

 우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시행 2010. 4. 15.]에서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이 의무규정으로 되어 있으나, 본 연구의 판결문 분석 결과,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4호 위반 성학대와 연루된 피고인 81명 중 48명만이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받았으며, 법률에서는 300시간이라는 상한선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어서 선고된 이수 시간은 최소 40시간 최대 300시간으로 편차가 크다. 다만, 2010년 강제조항 시행 이후로 해가 거듭될수록 성학대 가해 피고인에 대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부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시행 2008. 2. 4.]에서 청소년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가 피고인의 의무임을 규정하는 강제조항으로 개정되었으나,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신상정보의 등록을 명하고 있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공개·고지 명령은 약 28%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에서는 대체로 공개·고지 명령의 예외 사유를 ‘피고인에 대한 공개 및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기대되는 이익 및 예방 효과와 그로 인한 불이익 및 부작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공개 및 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이는 아동복지법위반 사범에 대한 처벌 및 예방 효과 보다는 피고인의 가족들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이른바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2008. 10. 28. 시행된 법률인 구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제5조에 의하여 검사가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와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가능하다. 각 판결문에서는 검사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단 11명에게만 내려졌다.

 

상소 결과와 양형 요소 분석: 성인대상 범죄의 양형 감경요소가 아동학대사범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579명 중 상소(항소 및 상고)가 이루어진 경우는 256명으로, 1심사건 전체 피고인의 44.2%에 해당하였다. 이 중 2014년 현재 상소가 계속 중인 경우 22건(8.6%)을 제외하면, 원심을 파기한 상소인용률은 34.8%인데, 그 대부분인 32%는 피고인의 항소가 받아들여진 경우이다. 즉 실형을 감량한 경우가 27명(10.5%), 실형이 집행유예로 감경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41명(16%), 그 외 집행유예 기간의 축소와 벌금액의 감액 등으로 원심보다 피고인의 처벌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검사 측 주장이 인용되어 형이 강화된 경우는 15년간 5건에 불과했고, 그 중에서도 집행유예가 실형이 되거나 실형기간이 늘어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양형의 이유에서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을 나누어 판시하고 있는데, 피고인에 대하여 아동학대의 상습성,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판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는 경우는 반성, 초범인 점, 피고인과 피해자의 건강상태, 합의 등 그 사유도 여러 가지였고 경우의 수도 비교적 빈번하였다.

 

 물론 시행중인 여타의 다른 범죄 양형기준에서 특별양형인자로 경미한 상해, 심신미약 등과 일반양형인자로 상당 금액의 공탁, 진지한 반성, 처벌불원 등은 피고인에 대한 감경요소로 고려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일반적으로 다른 성인 대상 범죄의 양형 감경요소로 고려되는 사유들이 무비판적으로 아동학대사범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이루어져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아동학대의 가해자 대부분은 아동과 함께 동거하고 있는 부모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아동학대를 훈육이 아닌 범죄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여, 장래의 재학대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고인에 대해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된 요소 및 예를 검토해 보면, 우선 반성에 관한 것인데, 불과 몇 회의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이 제출하는 반성문 등을 통해서는 그러한 반성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반성인지 중형을 피하기 위한 거짓인지를 분간하기 어렵고, 아동학대는 수년 동안 고착화된 가해자의 양육관 및 환경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교육․상담이나 치료 없이 개선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또한, 범죄전력이 없고 우발적인 학대의 경우 감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학대사건 이전의 범죄전력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 사건 이후에 또 다른 학대가 일어날 것인가 즉 ‘재범’에 대한 가능성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음주나 피곤의 상태는 수시로 찾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발성은 인정되지 않아야 한다.

 

 특히 합의는 감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는데, 피해 아동 혹은 피고인의 처나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고 합의를 한 경우 대부분 감형되었다. 그러나 피해아동이 학대 상황에서 가해자의 권위와 물리력에 억눌려 항거불능의 상태에서 학대를 받았듯이, 피해아동이 가해자와의 합의를 같은 이유로 종용받을 수 있음이 충분히 예상된다는 점에서 피해아동과의 합의를 이유로 감형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피해아동의 또 다른 부모 혹은 가족이 피고인과 합의를 하였다는 것은, 당사자인 아동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점과 그 가족은 아동을 학대 상황에 놓아둔 또 다른 아동학대의 공범자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끝맺으며

 

 신고된 아동학대사례에서는 가해자의 대부분이 부모이나 판결문에서는 절반정도로 나타나 아동학대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 매우 소극적인 법적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아동학대는 행위의 특수성상 암수 범죄가 많을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례조차 고소·고발된 수는 10%미만이며, 그 중 불입건, 불기소처분 등으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은 수는 더 적다. 이를 통해 아동학대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사건이 ‘사라져’ 버리고,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희석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의 매년 극악한 아동학대 사건 발발로 피고인 엄벌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고, 이에 2000년 아동복지법 전면개정 이후 2006년 일부개정을 통해 법정형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15년 동안 아동복지법위반 피고인 중 실형을 받는 비율은 평균 20%대에 불과하였고 실형 평균 기간도 증가하지 않았다. 벌금형의 결과 또한 벌금형 상한을 가중한 개정입법의 의도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도 역진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고 최우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중대한 강력 범죄이며 앞서 언급한 형벌의 양면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점점 증가하고 있는 재학대율을 고려한다면, 적정한 형사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과 판결이 확립되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시킴으로서 추가적인 아동학대를 막고 피해 아동들의 트라우마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징역형을 선고하며, 가해자가 피해아동의 유일한 보호자인 경우에만 피해아동에 대한 방임 등의 문제를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따라서 첫째,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자들이 아동학대 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하여야 하고, 관련 법률 개정 시 아동학대사범에 대한 온정적 양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정형 상한이 아닌 법정형 하한을 상향하여야 한다. 둘째, 아동학대범죄의 경우 더욱 충실한 양형심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근 법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양형조사관에 의한 양형조사제도는 그 활용여지가 커 보이는 바,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사회복지 전공의 외부전문가를 필수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학대행위에 대한 교정과 개선 없는 형사처벌은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현행 성학대 부가처분의 실시 여부 및 내용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두는 한편, 다른 유형의 학대범죄 피고인에 대해서도 법률상 명확한 기준에 의거한 적합한 부가처분이 활용되도록 법적제도의 구비와 실천현장의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아동학대에 대한 판결문상 법집행 담당자의 인식이 상이한 것으로 나타난 바,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에서 아동학대사건의 기소 여부 혹은 형벌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및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피해 정도, 아동학대에 사용한 도구 등 가해 방법과 경위, 피해아동과의 관계, 피해아동의 진정한 의사, 상습성 등을 객관적으로 고려하여 아동학대 사건이 보편타당하게 판정될 수 있어야 한다.

 

 아동복지의 가장 주요한 원칙은 가정이 아동에게 가장 바람직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어린 아들을 피고인이 양육하여야 하므로 피고인과 아들 사이에 이 사건으로 인하여 지워지지 않을 응어리를 만드는 것이 피해자인 아들에게도 좋지 아니하다’며 우리사회는 아동학대가해자인 부모에게 중한 형사처벌을 내리지 않아 왔다. 그러나 교정되지 않은 아동학대는 끝이 나지 않고 재학대의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더 악화된 상황으로의 전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형사처벌은 ‘필요한 경우’ 수반되어야 한다. 아동학대는 단언코 범죄이며, 가정보호 원칙은 가정이 아동에게 안전할 때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안재진·강상경·김혜란·신혜령·유조안·이봉주·이은주·황옥경, 2011, 『아동학대 실태조사』, 서울: 보건복지부,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보건복지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4,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서울: 보건복지부.

금, 2015/07/1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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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부문 전문가주의의 성찰

 

강혜규 l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논의의 배경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는 ‘직업과 그 기능, 전문 지식에 강한 자부심과 탐구심을 가지며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전제할 때, 전문직의 추구를 통해 결과하고, 전문성과 전문직‧전문인력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라는 순기능을 낳는다. 그러나 타 (전문)영역과의 경직적 배타성, 편협성이라는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한다. 전문성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고, 일과 인력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척도이지만, 그 일과 인력의 사회적 승인 및 보상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직역이기주의를 위한 논의처럼 부정적 시선이 수반되기도 한다.

 

  한국의 사회복지 전문가주의는 ‘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20세기 초 사회사업가를 전문직화하려 했던 미국에서조차 전문직과 전문성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한국에서도 사회복지사 직종의 전문직화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사회복지실천 영역에서 일차적인 전문직으로서의 위상 정립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왔으며, 사회복지사의 교육, 자격, 권한 강화를 위한 다방면의 조치들이 줄곧 시도되었다(김영종, 2014: 378)”.

 

 전문가주의를 둘러싼 문제의식은 점차 다양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첫째, 제도 중심의 사회복지 공급은 ‘사회복지사’라는 전문직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고, 변화하는 사회복지(서비스) 공급 환경에서는 전문직을 둘러싼 다양한 양상이 발생하고 있어, 사회복지사 전문성의 실체와 범위, 타 전문직과의 관계 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이는 이 글을 작성하게 된 한국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기획주제 발표의 미션이었다). 둘째, 한국 사회복지부문의 전문가주의는 매우 미약하다. 즉 전문직으로서 사회복지사 집단의 사회적 입지, 보상은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수요자중심의 서비스 패러다임이 강조됨에 따라 소비자주의적 역량 강화를 지향하는 담론, 전문가주의의 공급자중심적 속성을 거부하고 이용자중심의 자립생활을 지향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들이다.

 

  전문가주의의 양태는 인력의 직무 수행(전문역량의 확보, 역량 발휘 여건), 직무에 상응하는 보상(사회적 인정)의 상호 영향을 통해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체감되는 서비스 품질의 다차원적 속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술적 논의를 넘어서는 실천적 관점의 검토가 필요하다. 사회복지를 둘러싼 변화와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반영하여, 현실적합성이 높고 미래지향성을 담보한 전문가주의의 성찰이 요청되는 것이다.

 

사회복지 제도와 실천 여건: 변화의 맥락

 

  한국 사회복지실천 현장의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이는 사회복지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정책 추진, 제도화의 지향과 구조(운영주체의 분포), 인력 운용(적정 규모 및 역량 확보)의 요소, 서비스업무의 절차 규정, 지원시스템, 조직․인력․업무의 관계 문제, 관계자의 인식, 문화, 관행, 소통구조, 재정방식을 비롯한 제도적 여건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유동적 근대사회(복지국가의 쇠퇴, 개인화와 관계의 불안정성 증가, 가치의 다원화, 생산보다 소비 중시)의 문제들과 함께 전근대성의 폐해가 잔존하면서 사회적 위험의 속성을 더 악화시키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급속한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전근대적 속성을 충분히 해체시키지 못하여, 비합리적 결정구조, 지역과 혈연등의 연고주의 등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것이다(최명민, 2014: 114~115).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의 다중 구조와 분절성

  민간 복지전달체계를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사업의 운영은 영역별, 서비스유형별 분절현상이 뚜렷하며 ‘다중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서비스 제도는 제도 형성의 시기, 재정지원방식의 변화를 감안하여 다음과 같이 다섯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들은 다음 표와 같이 각각 복지서비스, 사회서비스, 보험 등 차별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사회서비스 제도의 설계 과정에서, 재정지원방식 등 제도 운영 원리에 따라 ‘분절적인 추진체계’가 마련되어, 사회서비스 욕구를 중심으로 제도가 수렴되거나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체계가 조성되는 데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바우처사업을 위시한 사회서비스 정책이 추진되면서, 새로운 서비스는 사회서비스이고 기존 서비스는 (이질적이고 구태의연한) 복지서비스로 차별적 인식이 확산되었으며, 이는 민간 복지전달체계의 혼돈을 가중시키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사회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차별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서비스제도들은 제도 형성과정과 사업운영 특성에 따라 이질적인 문제와 정책적 쟁점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통적 입소형 시설사업의 경우 일방적인 공급자지원의 전형으로서, 입소자 인권, 운영자 비리문제 빈발해 왔으며,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개선 기반을 마련해왔으나,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의 근본적인 변화 방안 모색이 요청되고 있다. 둘째, 지역사회 기반의 이용 시설‧프로그램운영 유형에서는 지방이양된 시설운영비 지원방식과 각종 이용자지원사업의 병행으로 공급체계의 비효율, 사업 중복 문제가 제기되고, 비영리의 운영원칙과 지역사회의 참여-공동체에 기반한 서비스 정신이 훼손되는 시장원리의 서비스 병행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이용자 지원 사업으로서 개별 제도화된 사회서비스사업, 돌봄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의 경우,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과 고용의 안정성 문제가 상존하고, 이용자와 공급자간 담합등 공급자와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으며, 공급자 규제가 약화됨에 따라 서비스 이용의 형평성(공급기관의 creaming), 서비스 품질관리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넷째, 유관부문 서비스사업의 경우 중앙부처에 따른 대상별, 기능별 사업이 분절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동일 대상-욕구에 대하여 유사한 서비스제도 도입, 중복운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서비스 유형, 특성에 따라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는 다차원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이용자지원제도 도입으로 인한 문제양상의 질적 변화

  2000년대 중반 이후 바우처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등을 통한 이용자지원 제도의 대거 도입은 한국의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양상의 질적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전과 다른 방식의 사회서비스 제도가 추진되면서 해소되지 않은 기존 과제가 여전히 존재하며, 새로운 쟁점도 제기되고 있다.

 

  첫째, 주요 욕구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어떻게 대처하고 제도화 할 것인가가 그간의 과제였다면, 이제는 돌봄영역의 유사제도가 다수 도입됨으로써, 제도간의 기능조정,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으며, 이전의 생활시설중심의 서비스에서는 시설입소자의 적절한 보호가 중점 과제였다면,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이용자 편의성, 통합적 제공시스템 마련, 수요자의 주도성, 권익을 존중하는 제도적 요소의 반영이 주요한 과제가 되었다.

 

  둘째, 사회서비스 제도 운영에 시장원리가 반영되고, 이용자의 자부담, 추가구매를 가능하게 한 바우처사업과 함께, 서비스사업의 지방이양과 새로운 국고지원제도 도입이 병행되었다. 다수의 개인, 민간사업자의 진입으로,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사회적’서비스에 대한 책임성이 저하되었으며, 공급자,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 사례가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제도 확대를 위한 재정(국고지원) 확대가 주요한 정책적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다각화된 재정 원천으로 인한 관리체계의 문제 즉, 사회서비스사업에 대한 지자체 책임성 저하, 기존 비영리 복지기관의 수익사업 치중으로 인한 기능 변모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셋째, 우리 사회의 고용안정성 문제는 보편적으로 약화되는 상황에서 돌봄 사회서비스 제도가 대거 도입되며 사회복지분야의 저임금 불안정 돌봄일자리 확대에 기여하였다. 또한 사업자간 출혈 경쟁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 소규모‧영세사업자의 확대 등 사업운영의 지속성 확보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서비스 품질 향상 방안과 추진체계 마련이 현안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넷째, 지금까지 공공부조-복지서비스의 행정체계 개선이 정책적 초점이었다면, 지역사회 단위 서비스 전달체계의 통합성 제고, 수요자 욕구중심의 통합적 시스템 마련이 현안 과제가 되었다.

 

사회서비스의 더딘 제도화와 민간전달체계의 과부하

  이와 같은 변화 과정에서 포착되는 한국적 특성은 사회서비스의 더딘 ‘제도화’로 인하여, (제도화 이전) 서비스 공급의 상당한 역할을 민간 시설‧기관이 감당하도록 해왔고, 이는 제도적 부실의 문제를 그대로 전달체계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결과를 나았다는 점이다. 공공의 책임성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사회서비스 제도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대상에게, 어떤 서비스를 어느 정도 제공할 것인가’가 자원 동원의 부담과 함께 오롯이 민간 시설‧기관의 역할로 남겨져 왔고, 이는 부실한 서비스 문제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은 가볍게, 민간 전달체계의 부담은 과하게 인식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한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위시하여 특정 욕구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틀을 갖추고 운영하는, 이른바 ‘사회서비스의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국가의 책임성, 형평성(대상자 내, 지역 간), 서비스의 지속성 및 일관성(표준화)은 향상된 반면, 사회복지시설‧기관의 자율성, 재량적 서비스 향상의 여건은 오히려 어려워지고 있다는 딜레마를 지닌다.

 

공공중심의 전달체계 개편

  2006년 지자체 주민생활지원 기능 강화를 시작으로 전국 시‧군‧구(읍‧면‧동) 중심의 복지행정 기능 개편이 추진되었다.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의 개통, 2011년 지자체 복지담당공무원 증원, 2012년 희망복지지원단 운영을 통한 통합사례관리 추진, 2014년 동 복지기능강화 시범사업 추진 및 복지담당공무원 증원 결정까지 지자체 복지행정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 복지행정 및 서비스 기능 강화가 최근 10년여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사 자격소지자를 채용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2005년 2월 현원 7,100명에서 2014년 3월 현원 14,344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으며, 행정직등을 포함하는 전체 사회복지담당공무원(27,513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향후 3년간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과 찾아가는 서비스 강화를 위하여 6천명 확충 추진이 예정된 바, 공공행정부문의 사회복지 전문직에 대한 수요는 크게 확대된 것이고, 이는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에 대한 조직적 신뢰가 향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자체 행정에서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담당하는 업무가 자산조사 및 급여관리 행정에서, 클라이언트의 대면 상담 및 서비스연계지원, 사례관리 등의 공공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됨에 따른 전문직의 실질적인 수요로 볼 수 있다.

 

개정 사회보장기본법 이후 복지영역의 확장

  2013년부터 시행된 개정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서비스의 개념 도입과 함께 보건, 고용, 교육, 주거, 문화, 환경까지 아우르는 영역 확장, 실질적인 정책수행 기반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보장사업으로 확인한 360개 사업 중 전통적인 사회복지사업으로 인식하는 보건복지부 소관사업은 140개(38.9%)였으며, 여성가족부(44개), 국가보훈처(37개), 고용노동부(36개), 교육부(21개) 등 21개 부처가 사회보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국정과제에는 이와 관련한 전문인력의 신설 혹은 확충도 제시된 바 있는데, 문화복지전문인력, 주거복지사의 도입, 직업상담사, 학교 폭력전문 상담·치료인력의 확대 필요성도 제기되는등 사회복지 영역, 실천 현장의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이후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최근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역시 사회복지실천 영역과 맞닿는 혹은 이미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들을 포괄하는 기반으로서, 주목할 내용이다. 국내 사회적경제 규모는 사회적기업 1,165개(’14.9), 마을기업 1,119개(’13.12), 농어촌공동체회사 720개(’13.12), 자활기업 1,340개(’13.12), 협동조합 5,601개(’14.9) 등 총 1만여개가 존재하며, 지원 국가 총예산은 7,524억원으로 알려진다(이철선, 2015). 사회적기업의 상당수가 사회서비스의 제공 사업을 실시하고 있고, 자활기업,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도 사회서비스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어, 사회적경제 방식의 실천 현장의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사회복지 실천 패러다임의 변화와 전문성

  다음은 이와 같은 다중적인 사회서비스 공급 구조에서 요구되는 차별적인 전문성의 내용을 검토해보고자 하였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들 서비스는 사업의 기반형성과 착수의 시기가 다르고, 각 영역의 성장과 변모도 상이하다.

 

  먼저 전통적 입소형 시설사업에서는 보호‧돌봄 서비스가 중심이 되면서, 취약한 클라이언트의 일상생활 유지와 자립능력 향상을 위한 기술이 주로 요구된다. 90년대부터는 지역사회 기반 이용시설이 확대되며, 지역사회 참여, 재활 및 자립지원, 자활 지원, 아동보육서비스의 활성화가 이루어져, 다양한 복지욕구에 대응하는 서비스 프로그램 개발‧운영 역량, 지역 복지의 수요 진단 및 자원 관리, 자활 지원등 고용-복지연계서비스의 역량이 요구되었다. 또한 보육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재가 돌봄서비스의 제도화와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의 진입이 개방되면서, 대인 돌봄서비스 기술(노인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아동돌봄 등), 치료, 재활 등 전문서비스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전문화가 정책적으로 주목되었다. 또한 유관부문의 복지서비스 확대, 사회적경제 주체의 사회서비스 공급이 진행되면서, 전문성에 대한 요구 영역도 확대되었다. 다양한 욕구의 포괄적 진단,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서비스 설계, 자원동원‧연계 등 사례관리의 요구 증가, 분야별 서비스의 전문화 요구 증가(정신보건, 상담 등), 지역기반 사회서비스 공급을 위한 창업‧관리 기술, 지역 공동체 형성등의 지역복지 실천 역량 등이 이와 관련하여 이전보다 강화 필요성이 높은 전문 역량 및 직무영역으로 판단된다.

 

전문가주의의 과제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급변하는 사회복지 실천의 제도적 환경으로 인하여 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전문가주의는 불안의 요소들이 확대되고 있다.

 

  첫째,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사회복지사의 수는 전체 인력 중 약 1/3을 점하고 있으나, 점차 그 입지는 축소되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사 활용에 대한 법적 규제의 약화와 함께 사회복지영역의 확장, 사회복지사 이외의 인력 확대가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둘째, 변화하는 복지환경으로 인하여 전통적 전문가주의 ‘속성 모델’에 근거한 전문직 정의, 입증의 의미가 약화되고 있다. 선행연구들에서 분석‧예측한 바와 같이, 한국 복지실천 현장에서 시장기제와 소비자중심주의를 반영하는 사회서비스의 제도화가 추진되었으며, 이와 동반한 신공공관리의 기제들의 강화가 모색되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의 거대구조인 시장경제의 맥락, 정부입법과 개입의 본질, 사회운동의 영향 등 사회복지실천 외적 요인에 의해 강력하게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에 따라 기대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사회복지실천의 역할과 지형이 짜여질 수도 있다(김인숙, 2005: 130)”는 예측, “전문직과 전문가의 역할이 조직 시스템 안에 내장되는 경향이 가속화되어, 전문가들은 조직 논리(비용, 표적, 지표, 품질모델, 시장기제, 가격, 경쟁 등)에 귀속되거나 순화되는 경향(김영종, 2014: 382~383)”을, 실천 현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더구나 한국 복지영역의 전문직화를 위해 주력해 온 사회복지사 자격제도도 여러 측면에 의해 도전받고 있는 바, 현장의 수요를 초과하는 사회복지사의 양산, 등급제와 교육내용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로 인하여 전문자격 “인증”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전문직은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힘과 강화의 필요성 요구에 동시에 노정되어 있어, 이를 새로운 방향 설정으로 극복해갈 것인지, 어떤 정향의 전문직화가 바람직한지를 찾는 것이 당면한 과제”(김영종, 2014: 398~396)로 지적된다. 전문가주의를 둘러싼 다차원의 변화들은 모든 준비를 새로운 전환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정도의 거시적, 미시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적자원의 개발(교육-훈련-자격화), 공식적 임무부여(법-제도), 노동시장(채용-업무),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복지 실천 영역의 확대에 따른 대처가 급선무라 할 수 있겠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 혹은 전문직을 사회복지영역의 우산 아래서 인정하는 방안, 사회복지사라는 단일 전문직의 분화(전문사회복지사 혹은 핵심영역별 사회복지사)를 모색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 사전 작업으로서 사회복지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직의 속성을 재정리하여, 전문직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선행연구에서도 검토된 바와 같이, 공공-민간 복지현장의 관리자, 경영자로서의 역량은 이미 그 수요가 매우 높으며, 지역복지 현장은 기존 지역사회조직가의 활동 영역과 실천기술을 확대하는 업그레이드된 지역활동가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지역아동센터 등 방과후돌봄 인력 등 이미 사회복지실천 현장에 함께하고 있는 전문인력에 대한 관점을 정비하는 일도 시급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성의 본질이 해당 분야의 수요, 클라이언트의 욕구‧문제‧위험에서 출발한다고 할 때, 실질적인 요구의 특성과 필요성이 확인되어야 하며, 전문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 입증되어야 하며, 발휘가 가능한 실천 여건(전문직 업무에 대한 규정과 근무여건)이 마련되었는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호응하는지도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금, 2015/07/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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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기본법, 복지를 죽이는 법인가?

 

김남희 l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변호사

 

사회보장기본법, 법 이름만 들어보면 사회보장의 기초를 다지는 법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지금 사회보장기본법이 적용되는 현실을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사회보장기본법은 복지를 깎거나 축소시키는 상황에 대해서는 무기력하며, 오히려 복지를 늘리거나 확대하는 상황에 대해서는 칼날을 들이미는 것이 현실이다. 과연 사회보장기본법은 복지를 위한 법인가, 복지를 죽이는 법인가? 이 글에서는 사회보장기본법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그 실제 적용례를 살펴보고 문제점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한 사회보장기본법의 전면개정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은 1995년에 제정된 사회보장기본법을 2012. 1. 26. 전부 개정한 것을 토대로 하고 있는데, 이 전부 개정은 박근혜 대통령이 의원시절이던 2011년 2월에 대표발의하여 그 발의내용이 거의 그대로 수용되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발의할 당시 제안이유는 다음과 같다.

 

최근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구조의 변화, 산업구조의 변화, 세계경제의 위기 등으로 인한 사회·문화 및 경제적 환경이 변화하면서 선진각국은 소득보장형 복지정책으로 인하여 재정압박에 시달리고 있으며 국민 개개인도 생애주기별로 노출되는 다양한 위험을 자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워지는 등 전통적인 복지국가형태는 더 이상 존립하기 어려워지고 있음.

 

이에 따라 아직 복지국가의 초기단계에 있는 우리나라도 서구 선진복지국가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나라의 상황에 맞게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복지정책적 체질 개선이 필요해짐. 소득보장형의 복지국가에서 국가의 보호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나머지 모든 국민도 평생 동안 생애주기별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소득 및 사회서비스를 함께 보장하여 평생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맞춤식 생활보장형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요구되고 있음.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이 기본법으로서 사회보장의 추진방향을 제시하고 있지 아니하고 사회보장 관계 법률들이 흩어져 있어 여러 행정부처에서 관장함에 따라 사회보장정책을 일관성 있게 수립하고 효과적으로 집행하는데 연계성이 결여되는 등 현행법으로는 사회보장정책을 통할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움.

 

따라서 모든 국민이 평생 동안 겪는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하여 사회정책과 경제정책을 통합적으로 접근하여 국민의 보편적·생애주기적인 특성에 맞게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함께 보장하는 방향으로 사회보장제도를 확대·재정립함으로써 한국의 상황에 맞는 새로운 중장기 사회보장정책의 비전과 미래지향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하여 건강한 복지국가를 설립하려는 것임.

 

복지체질개선, 생애주기별 복지, 맞춤형 복지, 한국적 복지국가… 좋은 말인지 아닌지는 좀 아리송하다. 어쨌든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당시 이 법의 통과를 자신의 성과로 내세우며 “저는 한국형 복지모델로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를 추진하겠다는 생각으로 사회보장기본법 전부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일관성 있는 복지정책을 위해 설계를 잘해야 합니다.”라고 대선후보자 TV토론에서 발언하기도 하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의 건설”이라며,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 4대 중증질환 전액 국가보장 등 보수정당의 후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복지공약을 내세우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유명무실한 사회보장위원회

 

사회보장기본법의 핵심은 사회보장위원회의 설치이며(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 사회보장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이 이 법의 주요한 내용 중 하나이다. 사회보장위원회는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 기본계획과 사회보장 관련 주요 계획, 사회보장급여 및 비용 부담,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 및 비용분담, 사회보장 전달체계 운영 및 개선에 대한 내용을 심의하고 조정하는 중요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 사회보장위원회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복지부장관, 기획재정부장관, 행정자치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여성가족부장관 등 14개 정부부처의 장과 다수의 민간전문인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사회보장기본법 제21조). 부처 간의 칸막이를 허물어 복지정책과 제도를 효과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이렇게 야심차게 출발한 사회보장위원회는 그동안 무엇을 했을까?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사회보장위원회 전체회의는 단 9차례 개최된 것이 전부이며, 그나마도 보건복지부가 사전에 올린 안건을 형식적으로 통과시키는 거수기 역할을 한 정도이다. 사회보장 증진을 위하여 부처 간의 통합을 이루겠다는 사회보장위원회의 역할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주의료원 폐원 사태와 무기력한 사회보장기본법

 

박근혜 취임한지 하루만인 2013. 2. 26. 경남도는 진주의료원 폐업방침을 발표하였으며, 같은 해 5. 29. 폐업을 공식발표하고 6. 11. 경남도의회가 진주의료원 해산조례를 날치기 통과시켜 버리기까지 하였다. 공공병원으로 막대한 국비가 투입되어 새로 지어진지 채 몇 년도 되지 않아 지자체가 적자를 이유로 공공병원을 폐원한 어이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에 참여연대와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013. 6. 3. 진주의료원 폐업 결정에 대해 사회보장위원회가 사회보장기본법에 의한 조정권한을 행사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보건복지부장관과 국무총리에게 사회보장위원회 소집청원서를 제출하였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지자체의 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변경의 타당성, 기존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하고, 그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이를 조정하도록 되어 있다(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또한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보장의 정의를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사회서비스라고 하고, 그 사회서비스의 한 영역으로 보건의료 분야도 포함시키고 있다(사회보장기본법 제3조 제1호, 제4호). 그런데 진주의료원 폐업결정 과정에서 홍준표 지사와 경남도는 보건복지부와 협의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가 폐업방침 발표 이후 두 차례에 걸쳐 신중한 처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음에도 이에 따르지 않고 바로 폐업을 강행하였으므로, 지자체와 국가의 사회보장 역할 분담에 대하여 조정하는 사회보장위원회가 개입하여야 할 사안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2013. 8. 29. 다음과 같은 공문을 보내 사회보장위원회 소집을 거부한다.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의 사전협의는 사회보장제도의 신설, 변경시 제도의 타당성 및 기존 제도와의 관계 등을 검토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개별 기관의 설립이나 폐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이에 따라 귀 단체에서 청원한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사회보장위원회 소집을 하지 아니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진주의료원은 연간 내원환자가 수만 명에 달할 정도의 규모가 큰 공공병원이었고 신종플루가 발생했을 때 환자를 받는 지역의 유일한 병원이었다. 진주의료원 폐원은 역사상 최초의 공공병원 강제폐업으로, 경남도는 수백 명의 환자가 입원한 상태에서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하였고, 진주의료원에서 강제퇴원당한 환자가 사망하는 등 반인권적인 상황이 발생하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위원회는 공공의료에 어마어마한 타격을 입히는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개별 기관의 폐지”에 불과하여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다룰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사회보장기본법이 박근혜 공약이던 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를 가로막다

 

이처럼 무기력했던 사회보장기본법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놀랍게도 지자체들의 복지정책을 가로막기 위해서이다. 최근 대구시에서는 화재, 가스, 호흡기이탈 등에 따라 중증자애인 사망사고가 수시로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중증 독거, 취약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24시간 활동보조인을 지원하기로 하였다. 대구시는, 지자체의 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할 경우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도록 하는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에 근거하여 24시간 활동보조 계획을 보건복지부장관에 협의신청을 하였으나,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에 대하여 추가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사회보장위원회 제도조정소위원회를 개최하여 최종적으로 위 사업에 대하여 불수용한다는 통보를 하였다. 문제는 대구시 뿐 아니라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경상북도, 강원도 등 다른 지자체에서 추진하던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 계획 역시 번번이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제도 협의, 조정 제도에 걸려 추진이 중단되거나 보류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지자체가 독자적인 복지사업을 추진하는데 사회보장기본법이 결정적인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사고 발생시 혼자서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의 사망사고가 수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장애인의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증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 도입은 하루가 시급하다.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 85페이지에는 “중증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이 공약으로 포함되어 있다. 물론 그 공약은 지켜지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이 자랑스러운 성과로 내세운 사회보장기본법은 지자체가 중증장애인 활동보조를 추진하는 것조차 가로막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보장기본법에 근거하여 지자체가 추진하는 복지정책을 가로막는 현상은 점점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사회보장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공고되었는데, 사회보장위원회 산하 전문위원회를 기획조정, 사회서비스, 사회보험, 공공부조 전문위원회에서 기획, 제도조정, 평가, 재정·통계 전문위원회로 변경하는 내용(시행령안 제12조)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사회보장위원회가 사회서비스, 사회보험, 공공부조 등 사회보장의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제도를 조정하고 평가하는 일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사회보장기본법의 문제점 : 지방자치제도와 국민의 기본권 침해

 

살펴본 것처럼 사회보장기본법은 현재 사회보장제도를 통할하는 역할은 하지 않고 지자체가 독자적인 복지정책을 추구하는 것을 감시하고 억제하는 통제기능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이는 헌법상 보장된 지방자치제도와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인 측면이 있다.

 

헌법과 지방자치법은 주민의 복지증진 사무가 지자체의 역할임을 명시하고 있으며(헌법 제117조 제1항, 지방지치법 제9조) 헌법재판소는 “지방자치제도라 함은 일정한 지역을 단위로 일정한 지역의 주민이 그 지방주민의 복리에 관한 사무, 재산관리에 관한 사무, 기타 법령이 정하는 사무(헌법 제117조 제1항)를 그들 자신의 책임 하에서 자신들이 선출한 기관을 통하여 직접 처리하게 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능률성을 제고하고 지방의 균형적인 발전과 아울러 국가의 민주적 발전을 도모하는 제도”라고 판시한 바 있다. 즉 지방자치의 주된 기능으로 주민의 복지증진이 있고, 지방자치제가 이를 지자체의 책임하게 민주적으로 처리하게 하는 제도라면, 지자체가 독자적인 복지정책으로 주민의 복지를 증진시키는 것은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이자 주요 목적이다. 그런데 사회보장기본법을 근거로 지자체의 복지정책을 가로막는 것은 명백한 지방자치제도 침해이며 위헌적인 것이다.

 

또한 사회보장기본법은 국민의 생존권,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장애인 24시간 활동보조는 중증장애인의 생존과 직결된 것이며 생존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헌법 제35조)의 가장 기본이다. 사회보장기본법이 장애인의 최소한의 생존권 보호조차 가로막는다면, 이 법은 위헌적인 법률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회보장기본법, 과연 복지를 죽이는 법인가? 이 법을 발의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

일, 2015/05/1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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