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첫 국내 확진자가 지난 5월 20일 발생한 이래로 무려 2달간 한국은 ‘메르스공포’에 떨어야 했다. 먼 곳인 중동에서 옮겨온 익숙하지 않은 병명 뿐 아니라, 누가, 왜, 어디서 감염되는지를 아무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공포와 혼란은 쉽게 확산되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감염상황에서도 정부는 사실 아무 역할도 하지 못했다. 감염을 막지도, 감염을 설명하지도, 그리고 누군가 국민들을 안심시키지도 못했다.
무능력하다면, 최소한 솔직하게 상황을 설명하기만 해도 될 일인데, 그 조차 하지 않은 것은 능력과 전문성 부족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초기에는 감염이 확산되자, 우왕좌왕하면서 메르스 바이러스 탓을 했다. 비말감염이 아니라, 공기감염이 되는 것이 아닌지? 아니면 바이러스가 변이를 일으킨 것이 아닌지? 정부의 책임회피 덕에 시민들은 이제 ‘비말감염’과 ‘공기감염’의 차이까지 학습했다.
이 정부는 메르스가 바이러스 변이가 아님이 밝혀지자, 이제는 국민들 탓을 하기 시작했다. ‘간병문화’ ‘문병문화’ ‘닥터쇼핑’ 같은 것이 주요 일간지를 수놓았다. 오래전부터 간병에 대해 건강보험적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재정과 인력문제를 핑계로 가족과 환자에게 의존되고 있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공약에서 가족간병 시, 바우처를 주는 제도까지 제시할 정도로 ‘가족간병’을 부추겼으며, 대선 TV토론에서 약속한 4대 중증질환 ‘간병’비의 건강보험적용마저 폐기하였다. 더욱이 ‘문병문화’는 심각하다. 작년 박근혜 정부는 병원 내 숙박업소, 헬스장, 쇼핑몰 등 부대사업을 확장시킬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런상황에서 병원들이 문병객을 제한하지 않을 것이다. ‘닥터쇼핑’의 경우는 의료전달체계가 없는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곳곳에 퍼져있는 의료광고는 어떻게 봐야 할까? 정작 국민들 탓을 하고, ‘문화’ 탓을 했지만, 이조차 내용을 확인해보면 정부의 부추김과 의료영리화 확대에 더 큰 책임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을 감염시킨 몇몇 환자들을 ‘슈퍼전파자’라고 불러 낙인을 시켰다. 실제 몇몇 환자들이 많은 환자들을 감염시킨 것은 맞지만, 이를 환자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가? 이 조차 조금만 처다봐도 잘못된 응급실체계와 병원진료시스템 그리고, 방역체계가 이들을 ‘슈퍼전파자’로 둔갑시킨 것이다.
이렇게 남 탓만 하다가, 병원감염을 6월 중순부터는 통제하면서 7월이 되어서는 메르스가 잠잠해지자, 정부는 이제 다시 경제를 우선순위에 놓자며, 메르스를 덮자고 한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진상도 규명되지 않았으며, 국민들이 받은 피해는 대부분 배상되지도, 복구되지도 않았다.
이번 8월호 복지동향에서는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서 가장 핵심적인 공공병원부재의 문제와 잠시 부각된 사업장의 감염병 안전문제, 그리고 평가인증의 민영화와 간병서비스의 공공화의 방향 등을 다루어 보았다. 내용이 모두 그간 제도와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고 있다. 국민 탓을 하며 경제를 생각해서 메르스 사태를 대충 덮으려는 것은 작년 세월호 참사를 마무리하려했던 정부시도와 거의 흡사하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이 아직까지 진행형이듯이, 메르스사태와 관련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마련도 계속되어야 한다. 그런 과정에 이번 복지동향이 보탬이 되길 기원한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세월호 참사 3주기를 맞아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한 세월호 관련 비밀전문 등을 입수해 최초로 공개합니다. 뉴스타파는 미국 국무부를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이 문서들을 입수했습니다.
이번에 입수한 미국 국무부 문서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당일부터 2015년 9월 4일까지 1년 5개월 동안 생산된 46건의 외교전문입니다. 아쉽게도 문서의 상당 부분은 삭제된 채 공개됐습니다. 아직 전면 공개하기엔 민감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공개된 내용만으로도 미국이 세월호 참사를 얼마나 세밀하게 관찰했고, 박근혜 정부의 대응을 얼마나 면밀하게 살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는 미국정부로부터 공개받은 주한 미대사관의 전문을 모두 3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1편은 세월호 참사 발생 후 한달 간, 2편은 한달 이후부터 100일까지, 3편은 100일 이후부터 나머지 기간까지 생산된 전문의 주요 내용을 다룹니다. 각 편 마다 외교전문 원본과 번역본을 전부 첨부합니다.
뉴스타파는 앞으로 미국 정부가 삭제한 채 공개한 전문 내용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정보공개를 요청해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록을 찾는 노력을 계속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
주한 미대사관 작성 ‘박근혜 특별보고서’, 대부분 삭제된 채 공개
세월호 참사 발생 100일 이후 2015년 9월 4일까지 세월호를 언급한 미국 국무부 외교전문은 모두 23건이다. 이 가운데 6건은 한국 방문을 앞둔 자국 고위 관료들을 위한 사전 상황보고, 11건은 일일보고(Seoul Daily), 1건은 세월호 1주기에 주일 미국 대사관이 작성한 일일보고(Tokyo Daily) 형식이었으며, 나머지 4건은 정윤회 문건 파동 등을 다룬 특별보고서 형식이다. 주한 미대사관은 이 기간에 세월호 특별법, 방산비리,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기소 등의 이슈를 빠짐없이 기록해 본국에 보고했다. 특히 정윤회와 이른바 십상시 논란 와중에 작성된 2014년 12월 12일 자 전문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윤회와 그 가족 관련 이슈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들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사람에겐 보복을 가했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날 전문은 4쪽 짜리이지만 미 국무부는 한 문단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을 삭제한 채 공개했다. 당시 주한 미국대사 리퍼트가 직접 서명한 이 특별보고서는 제목도 일부 삭제된 채 ‘박근혜’라는 이름만 남아 있는 상태로 공개돼, 삭제된 본문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014년 7월 29일 ~ 8월 1일
세월호 참사 발생 100여 일이 지난 2014년 7월 29일 전문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사상 최저치인 44%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했다. 이 전문은 또 박 대통령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회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인해 국회의 협조를 받기 어려워졌다고 평했다. 8월 1일자 전문은 다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하여 박 대통령 지지율이 40%로 역시 최저치를 기록했고,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50%에 달한다며 여론 동향을 계속 주시했다. 빌 슈스터 당시 미 하원 교통인프라위원회 위원장의 방한 관련 사전 상황보고서인 이 전문은 세월호 참사 외에도 2013년 7월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아시아나항공 214편 추락사고, 2014년 5월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 그리고 2014년 7월 태백선 열차사고 등 여러 사고로 발생한 사상자 수를 언급하며 한국 내 교통안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고 전했다.
8월 4일
주한 미대사관은 8월 4일 ‘정부가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노동 여건 나아질 전망(Labor Market Looking Up as Government Faces Criticism)’이라는 제목을 단 노동 문제 관련 특별보고서를 본국에 보냈다. 이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 달성 계획이 오히려 저임금 계약직을 양산하고, 낮은 임금을 유지하며 노동권을 희생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또 세월호 선장과 승무원들의 비정규직 신분이 세월호 참사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는 한국노총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하며 노조 측이 세월호 참사 이후 상황을 활용해 열악한 노동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한국의 노동환경에 대해 주한 미대사관은 ‘박근혜 정부가 일자리의 질보다 양에 초점을 맞추려는 듯한 상황’이라고 평가한 부분이 눈길을 끈다.
“청와대, 세월호 유족들의 대통령 면담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
8월 12일 ~ 9월 19일
2014년 8월부터 9월 사이 미 국무부 전문은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둘러싼 갈등을 다뤘다. 2급 비밀로 분류된 8월 12일과 8월 25일 자 전문은 세월호 유족들의 요구에 따라 새정치민주연합이 제안한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을 새누리당이 거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8월 12일자 전문은 한 소식통을 인용하여 ‘균열이 생긴 새정치민주연합은 특별법 재협상에 여당을 끌어들일 만한 정치적 영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8월 25일자 전문은 단식농성을 하던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가수 김장훈 씨가 병원에 실려갔는데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여전히 세월호 유족들의 대통령 면담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기록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 내부에서 박영선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당내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문재인 의원이 유가족들의 단식 농성에 동참하면서 박 의원이 당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한층 어렵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세월호 참사를 넘어서지 못하는 새정치민주연합(NPAD Unable to Move Past Sewol Ferry Tragedy)’라는 제목이 달린 8월 27일자 특별보고서는 “새정치민주연합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당내 갈등과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면서 7월 30일 재보궐선거에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지 거의 한 달 후에도 세월호 참사 이슈에 끌려다니고 있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기력함을 지적했다. 또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새누리당과 유족 간 의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갈수록 합의에 이르기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 보고서는 또 세월호 특별법 처리와 관련하여 유족과 새누리당 사이에 끼어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세월호 유족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것을 두고 ‘세월호 유족이 수용할 수 있는 법안을 도출하기 위한 책임을 넘기거나 최소한 함께 지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8월 29일부터 9월 19일 사이 작성된 세 건의 전문은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따른사태 전개를 기록하고 있다. 8월 29일자 전문은 ‘유민아빠’ 김영오 씨와 문재인 의원의 단식 중단 소식을 전하며 야당이 장외농성을 끝내고 9월 1일 시작되는 정기국회에 복귀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했고, 9월 16일자 전문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특조위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을 전면 거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9월 19일자 전문은 광화문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월호 유족들의 집회와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을 예로 들며 세월호 여파가 한국 사회에 극심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총 4장 분량의 이날 전문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단 한 문장을 빼고 모두 삭제된 채로 공개됐다.
2014년 10월 1일 ~ 2015년 1월 27일
10월 1일자 전문은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 합의로 국회가 정상화됐지만,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는 이 합의안을 공식 거부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태평양사령관 해리스 제독의 방한 관련 사전 상황보고서인 10월 24일자 전문은 세월호 참사와 한국 해군 관련 내용인 것으로 보이나, 거의 대부분의 내용이 삭제된 채로 뉴스타파에 공개됐다. 한편 11월 7일자 전문은 속칭 ‘세월호 3법’으로 알려진 세월호특별법, 정부조직법, 그리고 범죄수익은닉처벌법이 모두 통과됐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는 여야 모두에 있어 큰 전진이라고 평가했다.
3급 비밀로 분류된 11월 28일자 전문은 세월호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보도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가토 다쓰야가 준비기일에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사실을 기록하고 있다. 또 가토 전 지국장을 기소한 것은 외신을 차별하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 행위라는 일본 내 비판도 함께 전했다.
“박근혜, 정윤회와 최태민 등과의 관계 공개지적하면 보복 주저하지 않아”
▲ 2014년 12월 12일자 미 국무부 외교전문. ‘Park Geun-hye’를 제외한 제목 나머지 부분이 삭제됐다.
2014년 12월 12일 자 전문은 당시 세계일보 보도로 촉발된 정윤회 등 비선그룹의 국정 개입 의혹을 다룬 특별보고서다. 이례적으로 제목에서도 ‘박근혜’ 이름 석 자만 남기고 나머지 글자는 삭제됐다. 이 보고서는 4페이지 분량이지만 본문에서도 7번 항목 한 문단만 공개됐다. 공개된 내용엔 ‘박 대통령은 오랫동안 정윤회, 그리고/또는 정 씨의 가족과 관계된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으며, 이들과의 관계를 공개적으로 지적한 사람들에게 보복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며 박근혜가 정윤회 등 비선 문제가 공개적으로 제기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했다는 사실이 기재돼 있다. 산케이신문 가토 전 지국장과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박지원 의원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사실과 함께 박 대통령이 최태민, 정윤회와 불륜관계를 가졌다는 게시글을 올린 탁 모 씨에 징역 4개월이 선고된 사실을 언급한 이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평가를 내렸다.
검찰의 적극적인 감시와 박근혜 정부의 무관용 원칙이 야당과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또 박 대통령이 유독 이러한 루머에만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고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 탄핵이 이루어진 현 시점에서 볼 때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특히 미 국무부가 이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삭제해버린 부분에 과연 어떤 내용이 들어있는지 궁금증이 커진다. 이 전문 말미에는 마크 리퍼트 당시 주한 미국대사의 서명이 들어가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미국 측이 이 보고서를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했다고 추측할 수 있다.
2015년 1월 27일자 전문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이완구 의원이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공석이 된 원내대표 자리에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이주영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 전문은 ‘비박’이 된 유승민 의원도 출마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새누리당 경선이 ‘친박 대 비박 간 대결’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청와대가 당내 관계를 이용하여 이주영 의원을 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세월호 이후 한국의 방산비리 관련 수사 예의 주시
2015년 1월 29일 ~ 4월 1일
2015년 1월 29일부터 4월 1일 사이 주한 미대사관은 세월호 참사 이후 불거진 통영함 납품비리 등 방산비리 수사경과를 예의주시했다. 이 기간에 생산된 전문 역시 내용의 대부분이 삭제된 채 뉴스타파에 공개됐다. 총 4건의 전문 중 3건에 리퍼트 대사의 서명이 들어간 점으로 볼 때 미국 측에서 한국군의 방산비리를 면밀히 관찰했고, 정보 공개 시에는 민감한 내용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일일보고 형태로 작성된 1월 29일자 전문은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의 장남 정 모 씨가 STX 그룹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체포된 소식을 전했다. 또 전직 해군소장이자 방위사업청에서 함정사업부장을 역임한 함 모 씨가 통영함이 세월호 구조작업에 투입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수사를 받던 중 투신자살한 사실을 언급했다. 3월 24일자 전문은 방산비리 수사 관련 특별보고서로, 제목 중 일부가 삭제된 채 ‘분노 여론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 방산비리 수사(Amid Public Outrage, Investigations on ROK Defense Industry Corruption)’부분만 남아 공개됐다. 이 보고서는 세월호 참사 당시 통영함 납품비리 사건을 자세히 소개하며 합수단이 전∙현직 해군참모총장을 수사선상에 올렸다고 전했다.
애쉬튼 카터 당시 미 국방부장관 방한 관련 사전 상황보고서인 4월 1일자 전문은 군 납품비리뿐만 아니라 가혹행위, 성추행 등 연이어 터진 군 관련 스캔들을 자세히 소개했다. 정윤회 국정 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인사관리에 관한 폭로의 홍수라고 할 수 있는 “문건파동” 위기를 겪었다’며 이것이 ‘박 대통령의 지지율에 꾸준히 타격을 입혔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은 리퍼트 대사가 서명하고, 리퍼트 대사가 직접 비밀등급도 분류한 것으로 확인된다.
“박근혜 위기관리능력 불신 높고, 메르스 사태 이후 개혁 기대 낮아져”
4월 6일 ~ 9월 4일
세월호 참사 1주기인 2015년 4월에 세월호 관련 내용을 담은 전문은 총 세 건이다. 이 중 한 건은 주일 미대사관에서 작성한 도쿄 일일보고인데, ‘일본-한국’, ‘세월호 침몰은’ 등 몇 개 단어를 제외하고는 모두 삭제된 채 뉴스타파에 공개됐다. 이 전문은 3급 비밀로 분류됐으며, 비밀해제일은 2040년 4월 16일로 설정되어 있다. 같은 날 주한 미대사관이 작성한 3급 비밀, 서울 일일보고 전문의 비밀해제일이 2025년 4월 16일인 점을 감안하면, 주일 미국대사관이 작성한 문건에 한층 더 민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2015년 4월 16일 주한 미대사관의 일일보고 전문은 박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과 이완구 총리의 분향소 조문에 대한 세월호 유족들의 반발을 기록했다. 또 이날 국회가 세월호 인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덧붙였다.
뉴스타파가 공개받은 마지막 문서인 2015년 9월 4일자 전문은 ‘글로벌 보건안보 구상(GHSA)’ 고위급 회의 참석차 방한하는 버웰 당시 미국 보건부 장관을 위한 사전 상황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박근혜 정부와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이 메르스 사태 대응 경험을 회의 참석 파트너들과 공유함으로써 글로벌 보건안보 네트워크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적고 있다. 미국 측은 그러나 ‘정부의 연이은 재난관리 실패를 목격한 후,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높은 반면, 메르스 사태 이후 개혁에 대한 기대는 낮은 상태’라고 한국정부를 평가했다.
뉴스타파는 지금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미 국무부 외교전문 중 세월호가 언급된 문서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 주요 내용을 보도했다. 모두 46건으로 상당한 분량이었지만 대부분의 내용이 삭제된 채 공개돼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주한 미국대사관이 세월호 참사 당일부터 주요 국면 때마다 자체 정보원과 한국 정부 관계자 면담 및 언론보도 등을 바탕으로 세월호 관련 상황을 세밀하게 관찰해 본국에 보고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참사 발생 초기 주한 미국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일련의 보고서와 2014년 말 작성된 박근혜 비선 관련 특별보고서 등은 내용이 상당 부분 삭제됐지만 행간을 보면 매우 민감한 사실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뉴스타파는 이번에 삭제된 부분과 2015년 9월 이후 작성된 세월호 관련 문건에 대해서도 정보공개청구를 계속해, 세월호의 진실에 조금이라도 접근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임기가 종료되었다. 그간 방심위의 방송심의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오픈넷은 특히 방심위라는 행정기관이 일반 국민의 온라인상 표현물을 검열하는 ‘통신심의’제도의 문제점을 다수 지적해왔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족한 표현의자유위원회에서 약속한대로 행정심의 폐지를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다만 당장의 제도 폐지가 어렵다면 앞으로 출범될 4기 위원회는 다음의 3기 방심위의 통신심의 최악의 사례들에 비추어 통신심의 제도 및 관행 개선에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추상적인 심의기준을 바탕으로 정치심의, 꼰대심의로 남용될 위험
방심위의 통신심의 기준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다. 즉, 심의 대상은 불법정보에 한정되지 않으며, 방심위 통신소위 위원들 5명 중 3명이 건전하지 않거나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표현물은 삭제, 차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들을 이용하여 정치심의를 행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사례가 다수 있었다. 많은 진위 혹은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토론이 오갔던 세월호의 실소유주 고 유병언 회장의 부패한 시신 사진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보’로서 삭제되었고(2014년 제41차, 제45차 통신소위), 한 네티즌이 세월호 사건에서 당시 대통령 및 여당이었던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무능함과 후속조치를 비판한 글은 일부 욕설이 섞여있다는 이유로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을 이유로 삭제(2014년 제36차 통신소위)되었다.
무엇보다 문제되었던 것은 ‘사회적 혼란 야기’를 기준으로 한 심의였다. 세월호 관리·감독에 국정원이 개입되어 있고 사고 수습의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신속히 하지 않아 많은 인원이 희생되었다고 주장한 글(2015년 제33차 통신소위), 메르스 유행 당시 다수의 정치적 이슈들(성완종 리스트, 황교안 관련 의혹, 탄저균 주한 미군 기지 배달 사건, 대선 선거 조작 의혹 등)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의 확산이 특정 세력들에 의해 조작,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글들도 ‘유언비어’ 혹은 ‘괴담’이라는 이유로 삭제되었다(2015년 제40차, 제42차, 제44차 통신소위). 2015년에 있었던 연천 포격이나 목함 지뢰 폭발 사건 등은 북한의 도발이 아니며 단순 사고거나 국정원 등이 북풍몰이를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게시글들(2015년 제61차, 62차, 제63차, 제64차 통신소위),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을 언급한 게시글들도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2016년 제56차 통신소위). 이들은 대체로 경찰청의 신고로 이루어졌다. 국가가 공표한 사실과 다른 내용의 의혹을 제기하면 ‘허위사실’, ‘괴담’으로 치부하고 ‘사회적 혼란’을 운운하며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방심위의 ‘유해정보’ 심의 권한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심의뿐 아니라 꼰대심의도 문제되었다. 일반인들의 B급 문화나 소통 방식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일부 욕설을 사용하며 게임 중계 등을 하는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해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을 이유로 규제한 사례도 다수 있으며, ‘대세는 백합’이라는 웹드라마에 동성(여성) 간 키스 장면은 딱히 위반 규정을 적시하지도 않은 채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정요구를 결정하기도 하였다(2016년 제21차 통신소위).
광범위한 심의 대상과 위원 구성의 비전문성… 마구잡이 심의, 무차별적 사이트 차단으로 이어져
3기 방심위는 연 평균 약 15만건을 심의하였다. 보통 30분 내외에서 진행되는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평균 약 1,600여건, 일주일에 약 3,200여건이 심의되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심의 대상의 정보 내용을 위원들이 하나하나 면밀히 검토하고 심의가 행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마구잡이식 심의와 무차별적 사이트 차단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폐단이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를 음란 사이트로 차단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하루 만에 차단을 해제한 해프닝이다. 또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는 북한의 IT 이슈 전문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를 북한을 찬양, 미화하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이트로 보아 차단하였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심의 대상 자체가 광범위하니 신고가 들어오는 정보에 대하여 대강 메인 화면이 불건전한 것으로 ‘보이기만’ 하면 책임의식 없이 차단 대상으로 손쉽게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위원 구성의 비전문성과 높은 연령대도 문제이다. 3기 위원은 평균 나이 약 58세 전원 남성들로 언론학자, 언론인 출신, 윤리학 교수, 북한학 교수, 법조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터넷 전문가가 아닌, 심지어 인터넷 세대도 아닌 이들은 인터넷 통신 메커니즘이나 서비스 형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모습을 보였으며, 젊은이들이 주로 소통하는 자유로운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었다. 또한 9인의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들 중 6인은 여당 측 추천, 3인은 야당 측 추천으로 이루어지는 구성은 위원회가 정치적 결정을 할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졸속심의, 정치심의의 우려와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심의 기준을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로 한정해야 한다. 현재 유승희 의원의 대표발의로 심의 근거 규정으로서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경우’ 부분을 삭제하는 내용의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무엇보다 행정기관이 국민의 표현물을 검열하는 것은 위헌적이므로 통신심의 권한을 민간으로 이양해야 함을 UN 역시 우리나라에 권고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그와 같이 권고한 바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는 방심위에 의한 통신심의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 이러한 제도 개편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적어도 현재처럼 위원 구성을 정치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 있고 다양한 위원 구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4기 위원회는 추상적인 심의기준을 함부로 남용하지 말고 심의를 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고 책임을 다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3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임기가 종료되었다. 그간 방심위의 방송심의도 많은 논란을 야기했지만, 오픈넷은 특히 방심위라는 행정기관이 일반 국민의 온라인상 표현물을 검열하는 ‘통신심의’제도의 문제점을 다수 지적해왔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발족한 표현의자유위원회에서 약속한대로 행정심의 폐지를 추진할 것을 촉구한다. 다만 당장의 제도 폐지가 어렵다면 앞으로 출범될 4기 위원회는 다음의 3기 방심위의 통신심의 최악의 사례들에 비추어 통신심의 제도 및 관행 개선에 스스로 앞장서야 한다.
추상적인 심의기준을 바탕으로 정치심의, 꼰대심의로 남용될 위험
방심위의 통신심의 기준은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이다. 즉, 심의 대상은 불법정보에 한정되지 않으며, 방심위 통신소위 위원들 5명 중 3명이 건전하지 않거나 유해하다고 판단하는 모든 표현물은 삭제, 차단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추상적이고 모호한 기준들을 이용하여 정치심의를 행하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사례가 다수 있었다. 많은 진위 혹은 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토론이 오갔던 세월호의 실소유주 고 유병언 회장의 부패한 시신 사진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정보’로서 삭제되었고(2014년 제41차, 제45차 통신소위), 한 네티즌이 세월호 사건에서 당시 대통령 및 여당이었던 박근혜와 새누리당의 무능함과 후속조치를 비판한 글은 일부 욕설이 섞여있다는 이유로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을 이유로 삭제(2014년 제36차 통신소위)되었다.
무엇보다 문제되었던 것은 ‘사회적 혼란 야기’를 기준으로 한 심의였다. 세월호 관리·감독에 국정원이 개입되어 있고 사고 수습의 책임이 있음에도 이를 신속히 하지 않아 많은 인원이 희생되었다고 주장한 글(2015년 제33차 통신소위), 메르스 유행 당시 다수의 정치적 이슈들(성완종 리스트, 황교안 관련 의혹, 탄저균 주한 미군 기지 배달 사건, 대선 선거 조작 의혹 등)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의 확산이 특정 세력들에 의해 조작, 과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글들도 ‘유언비어’ 혹은 ‘괴담’이라는 이유로 삭제되었다(2015년 제40차, 제42차, 제44차 통신소위). 2015년에 있었던 연천 포격이나 목함 지뢰 폭발 사건 등은 북한의 도발이 아니며 단순 사고거나 국정원 등이 북풍몰이를 위해 조작한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는 내용의 게시글들(2015년 제61차, 62차, 제63차, 제64차 통신소위), 사드 전자파의 유해성을 언급한 게시글들도 사회적 혼란을 현저히 야기할 수 있다는 이유로 삭제되었다(2016년 제56차 통신소위). 이들은 대체로 경찰청의 신고로 이루어졌다. 국가가 공표한 사실과 다른 내용의 의혹을 제기하면 ‘허위사실’, ‘괴담’으로 치부하고 ‘사회적 혼란’을 운운하며 검열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방심위의 ‘유해정보’ 심의 권한이 폐지되어야 하는 이유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정치심의뿐 아니라 꼰대심의도 문제되었다. 일반인들의 B급 문화나 소통 방식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어 일부 욕설을 사용하며 게임 중계 등을 하는 인터넷 개인방송에 대해 ‘과도한 욕설, 저속한 언어 사용’을 이유로 규제한 사례도 다수 있으며, ‘대세는 백합’이라는 웹드라마에 동성(여성) 간 키스 장면은 딱히 위반 규정을 적시하지도 않은 채 청소년에게 유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시정요구를 결정하기도 하였다(2016년 제21차 통신소위).
광범위한 심의 대상과 위원 구성의 비전문성… 마구잡이 심의, 무차별적 사이트 차단으로 이어져
3기 방심위는 연 평균 약 15만건을 심의하였다. 보통 30분 내외에서 진행되는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평균 약 1,600여건, 일주일에 약 3,200여건이 심의되는 셈이다. 이렇게 많은 심의 대상의 정보 내용을 위원들이 하나하나 면밀히 검토하고 심의가 행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며, 마구잡이식 심의와 무차별적 사이트 차단으로 이어진 사례도 많다. 대표적으로 드러난 폐단이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를 음란 사이트로 차단했다가 이용자들의 항의로 하루 만에 차단을 해제한 해프닝이다. 또 외국인 기자가 운영하는 북한의 IT 이슈 전문 사이트 노스코리아테크(northkoreatech.org)를 북한을 찬양, 미화하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이트로 보아 차단하였다가 법원에서 위법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심의 대상 자체가 광범위하니 신고가 들어오는 정보에 대하여 대강 메인 화면이 불건전한 것으로 ‘보이기만’ 하면 책임의식 없이 차단 대상으로 손쉽게 결정해버리는 것이다.
위원 구성의 비전문성과 높은 연령대도 문제이다. 3기 위원은 평균 나이 약 58세 전원 남성들로 언론학자, 언론인 출신, 윤리학 교수, 북한학 교수, 법조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터넷 전문가가 아닌, 심지어 인터넷 세대도 아닌 이들은 인터넷 통신 메커니즘이나 서비스 형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모습을 보였으며, 젊은이들이 주로 소통하는 자유로운 인터넷 문화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었다. 또한 9인의 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고, 이들 중 6인은 여당 측 추천, 3인은 야당 측 추천으로 이루어지는 구성은 위원회가 정치적 결정을 할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졸속심의, 정치심의의 우려와 병폐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재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심의 기준을 ‘불법성이 명백한 정보’로 한정해야 한다. 현재 유승희 의원의 대표발의로 심의 근거 규정으로서 ‘건전한 통신윤리의 함양을 위해 필요한 경우’ 부분을 삭제하는 내용의 방통위설치법 개정안이 발의되어 있다.
무엇보다 행정기관이 국민의 표현물을 검열하는 것은 위헌적이므로 통신심의 권한을 민간으로 이양해야 함을 UN 역시 우리나라에 권고하였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그와 같이 권고한 바 있는 만큼, 근본적으로는 방심위에 의한 통신심의제도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 이러한 제도 개편이 이루어질 수 없다면, 적어도 현재처럼 위원 구성을 정치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전문성 있고 다양한 위원 구성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또한 4기 위원회는 추상적인 심의기준을 함부로 남용하지 말고 심의를 함에 있어 신중을 기하고 책임을 다하여 국민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수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 Who! 어떤 분이 읽으면 좋을까요?
– 지방자치단체의 재난담당 공무원
– 재난 복구 자원봉사단체
– 안전한 지역만들기에 관심있는 주민
* When! 언제 읽으면 좋을까요?
– 매년 닥치는 자연재해가 걱정될 때
– 한국 재난관리 체계의 개선방안을 찾아보고 싶을 때
– 이웃나라 일본의 재난관리 대책이 궁금할 때
* What! 읽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나요?
– 재난관리에 민관협력이 필요하고 중요한 이유
– 방재 주체 간 역할분담의 효과
* 요약
○ 최근 들어 태풍, 집중호우와 같은 일반적 자연재해 뿐 아니라 지진과 미세먼지, 조류독감, 살충제 계란 파동 등 재난의 양상이 매우 다양해지고 있으며 시민의 일상생활 깊숙이에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음.
○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며 정부는 종합적 재난관리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예측할 수 없는 형태의 재난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 됨.
○ 대규모 재난의 경험으로 탄탄한 대응체계를 구축해온 일본은 행정과 시민 모두를 방재의 주체로 세워, 재난 발생 시 각 주체 간의 체계적인 협력을 통해 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음.
○ 일본의 지방정부는 방재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주민들과 공유함으로써 주민들이 평상시에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지원함. 또한 재난 시 주민들이 현장에서 일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주민자주방재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등 마을 단위에서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체계화하고 있음.
○ 일본 주민들은 동네피난소 운영 매뉴얼을 작성하고 숙지함으로써 재난 시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음. 효율적인 피난소 운영은 주민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보루로써, 피난소를 이용할 주민들의 불편과 피로감을 최소화시키는 방안을 세심하게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함.
○ 또한 일본 시민들은 상부상조의 정신으로 재해복구를 지원하기 위한 자원봉사 참여율이 매우 높은데, ‘재해볼란티어센터’는 효율적인 자원봉사자 관리를 통해 신속한 재해복구가 가능하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함.
○ 마지막으로 일본은 과거 재난의 경험을 철저히 기록하고 연구함으로써 그 교훈을 후세와 세계로 전달하고자 노력하며, 과거의 상처를 이후 또 다시 닥쳐올 수 있는 재난을 더욱 철저히 준비하는 기반으로 활용하고 있었음.
○ 일본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효과적인 재난대응을 위해서는 행정 차원의 탄탄한 대응체계 구축과 동시에 민간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함. 주민들 또한 지역 방재의 주체가 되어야 하며 행정은 더 많은 주민 주체를 발굴하고 지원하려는 노력이 필요함.
서울중앙지방법원(제4민사부)은 지난 9일 메르스 감염피해자(30번 환자)와 경실련이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진행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했다. 내용은 1심 판결 중 원고 패소부분을 취소하고, 피고(대한민국)는 원고(메르스 감염피해자, 30번 환자)에게 1,000만원을 지급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 판결은 국가가 환자의 안전을 무시한 채 감염병을 조기에 진단하고 예방 또는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를 감염에 이르게 하였다는 원고의 주장에 대해 국가의 감염병 관리 실패의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국민에게 위자료 지급을 결정한 첫 판결이다. 경실련은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하며, 피해보상 뿐 만 아니라 국가를 심각한 재난 상황에 이르게 한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공공의료 확충과 인력 양성 등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요구한다.
2015년 메르스(중동기호흡증후군) 사태로 38명이 사망하고, 186명의 확진환자와 16,693명의 격리환자가 발생하는 등 국가 재난적 상황이 발생했다. 경실련은 메르스 피해가 급속도로 확대된 원인을 국가 감염병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초기대응 부재 등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의 문제로 규정하고 피해자들과 함께 국가의 책임을 묻는 13건의 공익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소송은 16번 환자로부터 감염되어 확진 판정된 30번 환자가 제기한 사건으로,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사항에 대해 정부의 과실을 인정했다.
첫째,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에 따른 진단검사 및 역학조사 등의 조치 지연.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는 1번 환자가 바레인에 다녀온 사실을 신고하였음에도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요청을 거부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르면 메르스 의심환자가 신고되면 역학조사 등을 시행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지체한 과실을 인정한 것이다.
둘째, 평택성모병원에서 역학조사 부실.
질본이 1번 환자 접촉자를 의료진 및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사용한 사람들로만 결정하고 다른 밀착접촉자나 일상적 접촉자를 파악하지 않은 점을 과실로 인정했다. 결론적으로 평택성모병원 역학조사가 부실하게 되지 않았더라면 16번 환자를 추적할 수 있었을 것이고 16번 환자와 원고의 접촉이 차단되어 감염을 예방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국가는 감염병 관리와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하여 감염병을 예방해야하며, 감염병 발생 시에는 적극적이고 신속한 조치로 피해 확산을 방지하고, 적절한 치료를 실시해 국민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메르스 감염이라는 국가적 비상상황에서 국가의 관리체계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부족한 공공의료체계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판단과 부실한 방역체계로 건강했던 국민이 목숨을 잃었고, 가족의 장례식도 치르지 못하고 격리되거나, 감염환자의 가족이거나 같은 병원에 있었다는 이유로 신상정보가 노출되고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감내해야겠다. 세월호 참사와 같이, 메르스 사태는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업무를 소홀히 하면 헤아릴 수 없는 막대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이는 국민의 고통으로 전가된다는 교훈을 주었다.
메르스 사태 이후 2년이 지났지만 5%에 불과한 공공의료기관과 OECD 최하위인 12%의 공공병상 보유율 등 부끄러운 공공의료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은 점은 개탄스럽다. 감염병 발생과 같은 국가적 의료재난 상황에 대한 대비책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적절한 공공의료 시설과 인력을 확보하고 보건의료체계를 정비해야 한다. 경실련은 제기된 메르스 피해구제 소송을 지원할 것이며, 재발방지를 위해 공공의료 확충을 위한 정책제도개선 운동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것이다.<끝>
#본문첨부. 소송 개요(1매)
신종코로나19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방역에는 투명한 정보공개라는 중요한 원칙이 있습니다. 이는 메르스 대응 실패의 경험에서 소중한 교훈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메르스 발병 초기 정부는 감염이 발생한 병원명과 환자 동선 등 관련 정보공개를 미루다가 대응 시점을 놓쳤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법원에서는 아직도 메르스 사태 당시의 책임공방이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병원내 감염 발생으로 최대 진원지로 지목된 삼성서울병원이 감염자 접촉 명단을 늦게 제출한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과징금을 부과하고 손실보상금 지급정지 처분을 내렸는데, 법원이 이에 대해 삼성측의 손을 들어준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서울병원에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것일까요? 김도희 변호사가 판결을 분석해봤습니다. - 기자 말
2020년 1월 22일 서울고법은, 2015년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슈퍼 전파자'로 불린 14번 감염자에 대한 '늑장조치'를 둘러싸고 삼성서울병원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1심과 같이 "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부과한 806만원의 과징금을 취소하고 607억원의 손실보상금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1, 2심 모두 삼성서울병원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렇다면 2015년 메르스 확산의 최대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많은 사회적 비판들은 단순한 억측에 불과할까.
쟁점의 축소, 전체 그림은 떠오르지 못해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주된 비판은, 정부가 초기에 메르스 감염 경로를 차단하면서 전체 방역망을 구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삼성서울병원 내 방역에 대해서는 사실상 병원에 맡겼고, 삼성서울병원은 자체 격리조치와 감염 통제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었다. 특히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의 의사와 이송요원 등이 증세가 있는 기간에도 격리 대상에서 빠진 채 치료와 환자 이송 업무를 계속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 비난은 거세졌다. 급기야 6월 14일 삼성서울병원은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부분폐쇄' 결정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번 소송에서의 쟁점은 삼성서울병원의 초기 자체 방역 실패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오직 14번 감염자의 비(非)밀접 접촉자의 연락처를 포함한 명단 제공 지연에 대한 책임에 국한되었다. 왜냐하면 보건복지부가 삼성서울병원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손실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이유는 오직 14번 감염자의 접촉자 명단 제공 지연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소송만으로는 당시 사회적 비판에 대한 전체적인 진실을 확인할 길이 없다는 기본적인 한계가 있다.
늦게 제출한 삼성 vs 받고도 방치한 복지부
메르스 첫 감염자가 확진으로 발표된 날은 5월 20일이었고, 14번 감염자는 1번 감염자로부터 2차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5월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2박 3일간 입원했고, 입원기간 동안 81명을 3차 감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14번 감염자에 대한 확진판정은 5월 30일에 있었다.
정부는 메르스 일일 점검회의에서 "서울삼성병원으로부터 14번 환자 접촉자 명단을 직접 확보하라"고 지시하였고,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관과 보건복지부 공무원이 삼성서울병원에 접촉자 명단제출을 요구하였다. 이에 서울삼성병원이 '연락처가 포함된' 678명 전체 명단을 최종 제출한 것은 6월2일이었고, 복지부에서 보건소 등에 명단을 통보한 것은 6월 7일이었다.
결국 14번 감염자에 대한 확진판정일인 5월 30일부터 보건소 등에 접촉자 명단이 통보되어 접촉자에 대한 공개적인 관리가 시작된 6월 7일 사이 1주일가량의 간극이 발생하였고, 그 간극은 명단 제출을 지연한 삼성서울병원과 명단을 받고도 방치한 복지부 모두의 잘못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늦게 제출한 측이 방치한 측을 상대로 명단 제출 지연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소송을 제기한 것이고, 법원은 이를 받아준 것이다.
법원은 우선 적법한 명단 제출 요구가 없었다고 보았다. 즉, 복지부의 명단 제출 요구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고, 역학조사관과 복지부 공무원의 요구 간에 혼선이 있었으며, 명단에 연락처를 기재할 것을 명확히 요구했는지가 불분명했다는 것이다. 이어 법원은 삼성서울병원이 역학조사관들에게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한을 제공했는데 그 이상으로 새로운 자료를 작성해 제공할 의무까지 있다고는 볼 수 없고, 복지부가 명단을 제출받고도 4일 가량 방치한 잘못이 작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삼성서울병원이 고의적으로 명단 제출을 지연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이 외면한 삼성의료자본의 탐욕
그러나 법원이 외면한 사실이 있다. 애초에 삼성서울병원이 연락처가 포함된 명단과 제외된 명단을 구분해서 관리하면서 메르스 초기에 정부로부터 명단 제출을 요구받을 때마다 연락처가 없는 명단만 제출하다가 6월 2일에야 전체 명단을 제출했다는 사실이다. 한 손에는 이미 연락처가 포함된 명단을 가지고 있으면서 굳이 연락처가 없는 명단만 제출하였고, 역학조사관들에게 전자의무기록 데이터베이스 접근 권한을 제공하면서 알아서 명단을 작성하라고 한 것이다. 도대체 왜?
역학조사관들이 접촉자 명단을 요구한 이유는, 메르스의 차단과 확산 방지를 위해 접촉자들에게 '메르스에 노출되었을 가능성'과 '메르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주의사항'을 안내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접촉자 명단에서 가장 핵심은 연락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병원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부가 직접 이들에게 연락하면 병원 이름까지 금세 소문이 나서 신뢰에 타격을 줄 테니까. 따라서 최대한 공개를 늦추면서 조용히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병원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했을 거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법원은 삼성서울병원이 명단 제출을 지연할 동기나 이유가 없다고 단정했다.
1854년 런던에서 콜레라가 유행했을 당시 대다수 사람들은 콜레라가 공기에 의해 전파된다고 생각했다. 그 때 의사인 존 스노우(John Snow)는 매일같이 콜레라가 발병한 집을 방문조사해 '공중 펌프'에 의해 오염된 물이 질병의 원인이라는 사실을 밝혀내어 콜레라의 확산을 막아냈다.
이것이 보건 역학의 시초이고, 초기에 감염 경로를 파악하고 차단하는 것이 방역의 핵심이라는 인식도 자리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메르스 초기의 삼성서울병원은 자본의 이익추구 속성에 따라 접촉자의 연락처가 포함된 명단을 제때 제출하지 않았고,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인 지연행위이다. 다만 복지부의 무능으로 인해 그 민낯이 가려지고 있을 뿐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Judiciary&document_srl=147684...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2015년 6월 복지동향은 지령 200호를 발간합니다. 지령 200호. 200이라는 숫자가 사뭇 기이하게 느껴지는 것은 저희들의 별스런 소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후훗”하고 기뻐하다가 에고 참..하며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특히 저는 매주 학교신문을 만들어보았고, 전문지 기자로 직장생활을 해보았던 경험치가 있었던 까닭에 월간지 복지동향 200호 라는 숫자에 담긴 희노애락을 감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고 그러나 지속해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300호, 3000호를 내다보며 복지동향이 누구와 함께 무엇을 얘기하며 어떤 색깔의 미래를 꿈꾸어야 할지를 생각하며 복지동향 특집 200호를 준비했습니다.
준비호가 발간되었던 1998년, 외환위기가 한국 사회를 통째로 흔들었던 시기로부터, 우리는 김대중정부,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그리고 박근혜정부 까지 근 20여년을 복지동향과 함께 지내오고 있습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만들어지고,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화 등이 구체화되었을 때 보편적 복지국가가 멀지않은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그저 그때로 머물러 있음을 느끼게 되는 요즈음, 복지동향은 '복동이'로 거듭나야할 숙명을 안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각계로부터 200호 축하인사를 받았습니다. 그 인사말씀 중에는 복지계의 교양시사 정보지, 유일한 복지 전문지이자 소식지 등으로 자리매김 해주시며, 복지국가를 만들기 위한 당부를 잊지 않으셨습니다. 편집위원, 편집간사 그리고 독자가 모여 우리가 바라는 복지동향에 대한 특별좌담회도 열었습니다. 현장에 보다 가깝게 가야 한다, 보건의료나 노동 혹은 주거 등 다양한 목소리를 넣자, 참여연대의 운동성이 담겨야 한다, 운동성과 입장을 보다 분명히 하자 등등등, 앞으로 할일이 더 많아졌습니다. 이 많은 과제가 있음에도 독자들께서는 17년 동안 복지동향을 사랑해주셨습니다. 사회복지분야의 최근 이슈를 보려면 복지동향을 펼쳐야 한다고 하셨고, 기획주제 코너는 단연코 인기였으며, 복지동향 구독 권유 의향은 95%나 되었습니다. 물론 더 읽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하라, 전문성을 강화하라, 더 많은 정보를 담아라 등의 거부할 수 없는 개선사항도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의 독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우리가 진정 무엇을 누구와 함께 하고자 하는지 다시한번 돌아보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덴마크에 관한 책 2권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따라가고 싶은 모델이라며 단골 메뉴로 등장했던 황금삼각형 모델이, 그들의 생활속에 어떻게 녹아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왜 67%나 되는 세금을 불평없이 낼까? 그들은 왜 첫인사로 그사람의 직업보다 취미를 더 궁금해할까? 그들은 왜 해고를 두려워하지 않을까? 그들은 왜 직업을 차별하지 않으며, 성차별, 장애차별 없이 서로를 신뢰하고 국가를 신뢰할까? 이런 질문은 물론 현재 우리의 처지로부터 나왔음이 분명합니다. 복지동향이 복지국가를 향한 제도와 이슈들을 전문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루어나갈 것입니다만, 생활속 변화를 위해 독자들의 궁금증과 호기심을 풀어가며 더 많은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도록 더욱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복지동향 200호를 축하하며, 독자와 함께 가는 복지동향의 한걸음이 복지국가에 두걸음 더 가까이 가는 길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민주화 이전 한국은 강한 국가의 전형적인 형태를 보였다. 국가는 사회를 규제하고 통제할 뿐 아니라 어떤 점에서는 사회를 건설하였다. 1980년대 까지 한국의 국가는 사회에 군림하면서 사회를 소유하고 통제하였다. 국가는 대규모로 기업을 소유하였고 민간 기업 활동의 중요한 결정도 정부에서 내려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때 국가의 규제는 사회를 형성하고 발전시키는 중요한 수단으로 인정되었다.
민주화 이후 정부의 소유와 규제는 비효율적이거나 부정부패의 부작용만 낳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기업이나 사회구성원이 국가의 규제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가장 효율적이고 행복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 이후 보수주의적인 정권뿐 아니라 자유주의적 정부도 일관되게 정부 규제의 완화를 추진하였다. 이러한 결과로 한국은 노동, 의료, 금융, 기업 활동, 결혼생활 등 대부분의 중요한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자유로운 국가가 되었다. 규제의 완화는 개인들에게 많은 자유를 보장하였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적지 않게 유발하였다. 기업 규제의 완화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 관계를 고착시켰다. 노동 규제의 완화는 비정규직의 확대와 임금구조의 양극화를 초래하였다. 의료부분에서의 규제 완화는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국가의 보건체제의 부실을 초래하였다. 이모든 문제들이 지나친 규제 완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어떤 종류의 규제는 사회 안정을 위해 필수적이며, 이런 종류의 규제가 올바른 방식으로 조직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들이 강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규제 완화의 흐름은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에 의해서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규제를 “쳐부술 원수이자 제거해야 할 암 덩어리‘라고 규정하고 이의 완화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복지동향은 현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의 현황과 문제점을 분야별로 알아보고자 한다. 그리고 어떤 종류의 규제가 필요한지 이러한 규제가 어떤 방식으로 실행되어야 할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사실 규제 완화가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처럼 규제도 사회문제해결에 긍정적인 기여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문제의 원인에 대한 올바르고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규제는 사회의 예측가능성과 지속가능성의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 생각한다.
메르스 사태, 목함지뢰로 촉발된 고조된 남북 긴장관계와 전쟁위기... 허술한 보건의료체계와 정부의 갈팡질팡 무능력한 대응, ‘통일은 대박’이란 허울 속에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무책임한 정부... 지난 여름 온 국민은 준전시 상태 심리로, 참 많이 긴장하고 불안해하며 지냈다. 뒤늦게나마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고 극적으로 남북관계는 대화국면으로 전환되었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이 정부와 여당은 제대로 수습을 할 능력도, 고단했던 국민에게 한 마디 위로를 건넬 염치도 없다.
9월이다.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가 그렇듯, 그들에겐 이미 ‘메르스’도 그저 지나고 잊혀지면 그만인 사건일까. 공공의료체계의 중요성이 새삼 확인되었음에도, 정부는 의료영리화에 앞장서 온 정진엽을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임명하고, 전면적 의료민영화 정책을 몰아붙일 기세다. 공공성, 안정성, 책임성이 담보되어야 할 보건복지분야에서 시장질서에 기반한 영리성은 본질적으로 공공성과 이율 배반된다. 과다공급, 과다경쟁,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조건, 편법운영, 서비스의 질 저하 등 공공성을 무시하고 시장원리에 내맡겨진 사회보장제도의 폐해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현 운영실태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정부는 국민연금 기금관리운용을 위해 금융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된 쟁점법안을 이번 호 기획주제에서 다루었다.
복지 논쟁의 이면에는 늘 재원에 관한 논쟁이 있어 왔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2012년 기준 16.5%로 IMF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고, 부끄럽게도 노인빈곤율은 2011년 기준 48.6%로 세계 1위다.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고작 전체 인구의 2.6%만 수용해, 거대한 복지의 사각지대는 이제 더 미룰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장기 불황, 저출산ㆍ고령화까지 더해지면서 복지수요는 시급하고 가파르게 증가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공공사회복지 지출 비중은 2012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9.3%로 OECD 평균인 21.8%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를 기조로 비과세ㆍ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강화를 중심으로 한 세수확보 계획을 밝혔지만, 임기 반환점을 돈 지금 ‘증세없는 복지’는 기실 ‘복지없는 증세’임이 확인되었다. 그 대안으로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공평과세와 복지국가를 위한 세법개정 방안’ 보고서를 발표하였는데, 복지동향 9월호에서 그 핵심내용을 요약해 보았다.
증세없는 복지의 부작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된다. 최근 급증한 잘못된 국민연금공단의 장애등급 등급외 판정, 근로능력 있음 판정이 그 부작용의 한 실례라 할 수 있겠다. 최근 활동보조인을 이용할 수 없었던 장애인과 아픈 몸으로 강제근로에 내몰릴 수 밖에 없었던 기초수급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그 극단적인 모습이고 우리사회의 슬픈 민낯이다.
碩果不食(석과불식). “씨 과실을 먹지 않는다”는 뜻으로 주역에 나오는 말인데, 신영복 선생님이 가장 아끼는 희망의 언어라고 한다. 많은 이들이 불황이 더 심화되고 오래갈 것이란 우울한 전망을 한다. 그만큼 우리네 삶도 더 팍팍하고 어려워 질 수 있겠다. 그럴수록 ‘좋은 복지’는 우리사회의 ‘씨과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호 복지동향이 보탬이 되길 기원한다.
아픔이 오래가면 이 또한 무감해지는가 보다. 내 몸의 피로와 상처도 시간이 흐를수록 익숙해지는 데 남의 아픔인들 안 그렇겠는가. 세월호 참사에 분노하고 절망했던 시간이 희미해져가면서 이제 일자리를 잃는 수많은 노동자들과 헬조선의 청년들 그리고 기본적 생활조차 위협받는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쯤은 아무것도 아니게 되었다. 우리 시대 불감증은 그렇게 보편화되었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2015년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였다. 즉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로 인하여 나라 상황이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다. 그러나 암흑의 세상은 보이지 않는 고통보다 보지 않는 고통이 더욱 많은 법이다.
2016년 총선도 그렇게 다가오고 있다. 2012년 대선과 2014년 지방선거 그리고 또 다시 2년 만에 찾아온 선거에서도 우리는 비참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이미 선거를 앞두고 여러 가지 심판론이 판을 치고 있다. 야당은 정권을 심판하자고 하는 한편, 청와대는 국회를 심판하자고 하며, 혁신세력은 현역을 심판하자고 하고, 진보는 낡은 정치를 심판하자고 한다. 심판을 할 대상은 이렇게나 많은데, 이들을 모두 심판하고 나면 우리는 다시 서로의 아픔에 민감하게 될 것인가? 아니라면 무능함은 통치자나 정치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 있는 것이 아닌가? 정치가 그렇게 정치로만 남아있을 때, 나와 타인이 연결되는 사회적 신경세포는 작동하지 않는다.
정치란 가치와 권력의 배분과 관련한 것이다. 일단 가치와 권력이 배분되면 그 구성에 따라 세상만사가 자리를 잡게 된다. 그리고 선거는 이 배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하나의 정치행위이다. 따라서 자신이 선택한 가치와 권력이 아무리 바르다고 판단할지라도 지난 동안 세상만사가 어지러우면 그 선택에 대한 스스로의 철저한 반성이 요구된다. 이는 정권이나 정치인을 심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을 심판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라는 시대적 과업을 국민들이 선택하였다. 다만 국민이 선택한 권력은 집권 후 그 모든 위임된 권한을 방기하고 약속을 파기하였다. 그럼에도 선택은 옳았는가? 이러한 판단이 쉽지 않은 이유는 대안적 선택이 그렇다고 희망과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도 있지 않아서이다. 즉 어떠한 정치적 선택도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명확성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스스로의 선택을 반성할 기준도 없고 정치적 무능감이 사회적 불감증으로 전이된다.
결국 선거 정치가 사회를 바꾸려면 내 한 표에 대한 성찰과, 희망을 제시하는 대안 정치세력의 존재, 두 가지 모두가 중요하다. 각 정치세력은 명확한 인과 관계에서 선거와 정책을 연결시키고, 시민들이 그 선택의 결과를 현재의 고통과 비교하여 상시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하여야 한다. 이번 복지동향은 이러한 취지에서 ‘선거정치로 한국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었다. 총론으로 남찬섭 사회복지위원장은 이번 총선이 한국사회의 전환기적 성격에 대응하여 복지국가를 주도할 정치세력의 등장이 요구되며 또한 복지국가로 대표되는 대안사회 요구가 여전히 유효한데 집권 초기부터 그 민심을 배신한 것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남기철 교수는 현 정부가 보편적 복지국가의 형성과 양립할 수 없음이 분명한 이상 이들에 대한 심판이 없다면 보편적 복지국가의 전망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김보영 교수는 이에 더 나아가 심판론은 대안이 없다는 안일함의 표현일 뿐이며 대안의 설득력과 구체성의 싸움을 전개하기 위하여 싱크탱크의 역할을 주문하였으며,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지역복지운동단체들이 지역주민들이 공감하는 복지이슈를 총선핵심의제로 부각시키는 대중정치활동에 의미를 부여하였다.
이번호는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에 대한 내용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 그동안 국민연금기금의 운영은 재정안정화의 기조 속에 수익성을 추구하는 투자가 이루어졌다. 연기금이 가지고 있는 속성 중 하나인 공공성의 차원에서 여러 차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이론적 함의만 가진 채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어려웠다. 장기적으로 운용되어야 하는 공적연기금의 고유성을 간과한 채 재무적 수익에 버금가는 가시적인 효과성의 입증에 대한 압력은 공적연기금을 금융투자에만 집중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공적연기금은 사회보장기금으로서 세대 간 연대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운명을 가지고 있다. 사보험과 같이 적립기금을 쌓아놓고 남은 기대여명에 따라 모은 돈을 이전시키는 수평적 재분배만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노인세대를 사회적으로 부양하는 의미를 갖는다. 사회연대는 일방적인 이전이 아니다. 세대의 연속성이 보장될 때 사회적 부양이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공적연기금을 현 세대 가입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공공투자를 시도한다면 국민연금제도가 지속될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고 세대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다.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는 이런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구체적으로 보육시설, 장기요양시설, 재활병원 등의 구축을 위해 사회적 효용의 범주를 제시하고 경제적 효과성까지 예측한 시도는 주목할 이유가 있다. 여기에 제시된 사회서비스 인프라는 우리 사회에서 강력한 수요를 형성하고 있는 영역이다. 문제는 거버넌스이다. 공적연기금의 사회적 투자를 저해해왔던 투자 수익 가시화의 압박은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고 누가 운영하는가에 따라 충분히 보완할 수 있는 부분이다. 사회적 합의는 여기서 도출되어야 한다. 국민의 삶의 질은 외면한 채 거대 기금을 관리 운용하는 데에만 관심을 갖는 정부의 시각을 국민의 일상으로 돌려놓고 기금의 사회투자를 통해 선순환구조를 강화하도록 이끌어야 한다. 사회서비스 인프라투자는 국민연금기금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사회구성원의 고민과 협력 속에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최근에 더욱 심각성이 부각되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은 이 문제가 더 이상 우후죽순격의 혼란스럽고 산발적인 보호체계의 난립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직면하게 한다. 사회 전반에 산재해 있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사각지대들이 대상별로 한 부분씩 봇물 터지듯 감춰진 생채기가 벌어질 때마다 정부와 사회복지계는 새로운 전달체계의 확충과 지지기반 강화의 한 목소리로 땜질해왔다. 지역사회 기반의 서비스 전달체계의 점검과 일원화된 시스템의 요구도 필요하지만, 복지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졸속적인 관리운영시스템의 전환으로 입막음하려는 관행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개별 사례별로 민감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야 하는 문제를 공적영역의 행정인력으로 감당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또 하나의 새로운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 우려가 된다.
가장 보호받아야 할 아동과 노인이 여전히 보호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은 생애주기별 복지시스템을 주장해왔던 이 정부의 복지정책에 또 다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시스템 점검, 실태 조사, 미봉책의 대안 마련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정부의 행태에 대한 문제제기도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복지계도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제도적 완비의 요구라는 미온적 태도로 일관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 제도의 구축이 모든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사회는 복잡해지고 있다. 오히려 과잉시스템이 외면하고 있는 것은 가장 근본적인 인간에 대한 존중, 삶의 질에 대한 고려 그 자체이다. 실태조사와 지원대상자의 발굴에서만 머무르는 관행을 멈추고, 보다 근본으로 돌아가는 방법은 행정과 복지를 시스템적으로 구분하는 태도에 대한 성찰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뜻밖의 정국 전환으로 그동안 막혀왔던 복지정책도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누구나 만끽하는 5월의 봄이 이어지길 바란다.
복지동향 9월호는 지난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구었던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추진을 둘러싼 이슈와 지역복지를 살리고, 지방분권을 정상화하기 위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방향을 다루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는 정부가 그리는 복지축소 전략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복지예산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부담 문제가 정치적 갈등으로 번지면서 이제 대놓고 정치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해 8월 정부는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 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지방교부세법 시행령까지 개정하였다. 또한‘사회보장기본법’신설·변경 사전협의제를 근거로 성남시의 청년배당제와 서울시의 청년수당 등 지방자치단체의 자체복지 사업을 통제하다가 이에 반발하는 지방자치단체를 표적으로 하는‘재정혁신방안’을 지난 5월에 발표하였다.
복지예산 규모가 100조 원이 넘는데 국민적 갈등을 일으키면서 1조 원도 안 되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을 정비하는 것이 어떤 실익이 있을까? 최근 복지가 발전해 온 흐름을 주목하자.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논란은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을 보편적 형태로 발전시킬 것인가의 논쟁이었고, 그런 과정을 거쳐 본격적인 보편적 복지정책이 시도되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주민의 요구에 맞춰 새롭게 시도하는 복지사업들이 정부 입장에서는 재정적·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2016년 지금 복지재정 갈등, 지방자치단체의 유사․중복 사업 정비와 자체 복지사업에 대한 통제는 더 이상 복지확대를 원치 않는 세력들이 복지확산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복지는 강한 경로의존성을 갖는다. 한번 확대되면 축소하기 어려운 만큼 축소의 경로를 밟게 되면 되돌아가기 더 어려워진다. 이 시점에서 차근차근 하나씩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 첫 번째 방안이 최근 일련의 사건을 촉발시킨 사회보장기본법을 개정하는 것이다. 사회보장기본법에 협의·조정 절차는 사회보장제도의 신설・변경 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고 상호 협력할 의무를 부여한 것으로 통제와 견제의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위험들은 과거와 같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정부 주도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다. 이제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서 국민의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하는 소득보장사업과 보편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서비스는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고, 지역적 특성과 수요자 욕구에 맞는 개별적 서비스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여 국민들에게 진정한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근혜정부가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약 1년 정도가 남아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내년도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지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 복지동향은 이번 호에서 2017년도 복지 분야 예산 내용을 분석하였다.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열겠다며 화려한 비전을 펼쳐보이던 때와는 달리, 대통령 5년 임기 마지막 해의 복지예산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절대 금액에서는 약간 늘었다고는 하나, 이것이 거의 모두 노인관련 예산에서 늘어난 것인데, 이는 노인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지 노인 1인당 예산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얻게 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급속히 인구고령화가 진행될 터이므로 정말 작심하고 복지예산을 늘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2~3% 늘리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하려한다면 이는 결국 복지의 축소일 뿐이다.
기초보장제도는 보호의 대상을 늘리고 보장수준을 높이겠다고 개별급여를 도입했는데, 수급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니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중위소득 기준이 인상되었다면서 예상 수급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하위 소득자가 줄어들고 중간 소득자가 늘어난다는 말이다. 즉, 오직 시장메커니즘 만으로도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고 중산층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무슨 근거로 이런 예측을 하는 건지 궁금하다.
의료시설이나 보육시설의 공공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은 모두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서비스 인프라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복지국가로 가는 기초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관련 예산이 대부분 삭감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매우 안타깝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것. 이 가치에 동의한다고 말들은 하는데, 현실은 점점 이로부터 멀어지는 것인가? 우리는 살면서 아프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아직 어려서 돌봄이 필요한 경우를 반드시 겪게 되어있다. 돈이 있으면 좋은 보살핌을 구매하여 살고 돈이 없으면 내팽개쳐지는 세상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지나치게 높은 이상인가?
시장은 점점 더 경쟁적인 환경으로 치닫는다. 일자리를 놓고, 이윤을 놓고, 성과를 놓고, 임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이다. 이 흐름을 역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지옥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으나, 협동과 배려가 선(善)임을 외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핵심은 분배에 있다. 유사 이래 경험해보지 못한 최고의 생산성을 구가하면서도, 나누는 지혜가 없어서 지옥에 살 수는 없다. 기업은 최고의 인재를 데려다가 좋은 성과를 내라.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사회에 정당한 대가로 세금을 내고, 국가는 시장에 내다 팔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이 더불어 살아갈만한 환경을 만들어내라.
“영원한 것은 오로지 변화뿐이다”, “변화의 틈에 기회가 있다.” 이처럼 변화에 던지는 인류의 시각은 다분히 긍정적이다. 유독, 사랑과 가족의 변화를 바라보는 시선만은 우려의 색채가 강하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라는 영화 속 대사는 사랑만큼은 변화에 저항적이어야 한다는 인류의 순박한 소망을 그대로 담아낸다. 사랑의 결실로 비유되는 가족의 불변성에 대한 희구 또한 은연중에 집단의식을 지배해 왔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사랑의 변화는 당사자 간에 알아서 할 개인사로 인정하면서도 가족의 변화는 집단적으로 극복해야 할 사회문제로 경계되어 왔다. 적어도 서로 마주 볼 수 있는 둘 이상의, 물보다 진하다는 피를 나눈 존재는 가족구성의 전제로 의심된 바 없다.
때문에 혼밥, 혼술이 일상인 나 하나로 이루어진 1인 가구를 가족의 한 유형으로 인정하기까지도 적지 않은 시간과 설득을 필요로 했다. 1인 가족은 노인빈곤, 중년 고독사 등 또 다른 이름으로 호명되며 개입이 요구되는 사회문제로 기시되어 왔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27%를 차지하는 1인 가구마저 비교적 최근에서야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는 현대사회의 자연스런 산물로 읽히게 되었다.
가족변형의 다양성과 속도감은 늘 어설픈 예상을 무색하게 한다. 비혼의 청소녀 엄마와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 동성의 부모로 이루어진 가족, 귀화한 결혼이민자 엄마와 외국인 아빠 그리고 중도입국 외국출생자녀로 구성된 이주민 재혼가족 등 전통적 가족의 개념과 거리가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있다. 이처럼 가족의 분화는 날듯이 빠른데 가족의 안녕을 목적한 정책들은 더디기만 하다. 과녁은 날아가는데 화살은 오히려 기어가고 있음이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복지동향 12월호는 변화하는 가족의 안녕을 돌봄, 주거 등의 정책이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가를 심층적으로 다루었다. 더불어 2017년 사회복지예산, 의료민영화와 박근혜 게이트를 동향에서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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