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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아동학대범죄자는 ‘마땅히’ 처벌받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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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2] 아동학대범죄자는 ‘마땅히’ 처벌받았는가?

익명 (미확인) | 금, 2015/07/10- 13:38

아동학대범죄자는 ‘마땅히’ 처벌받았는가?

이세원ㅣ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과정

들어가며

 

 우리나라 정부는 2000년 ‘아동학대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규정하며 이에 대한 보호 및 아동안전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공고히 할 것’을 목적으로 하여 아동복지법을 전면 개정하였다. 그러나 최근 언론을 통해 알려진 소금밥 사건, 울산 계모 사건 등 극악한 아동학대 사건 등은 우리사회가 아동학대를 더 이상 ‘사회문제’가 아닌 ‘사회범죄’로 보아야 한다는 합의에 이르게 하였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의해 집계되고 있는 아동학대사례는 2001년 2,105건에서 2013년 6,796건으로 매해 증가하고 있으며, 안재진 외(2011)는 아동학대 발생률을 25.3%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로 아동학대는 우리사회에 있어 심각한 이슈이다.

 

 따라서 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한 대응은 물론이거니와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도 학대행위자에 대한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대행위자에 대한 강력하고 실효적인 대응은 형사처벌이 거의 유일하다고 볼 수 있는데, 2013년 아동보호전문기관이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한 건수는 6,796건이었으나 당해 연도 학대행위자 최종조치결과 형사고소·고발은 544건에 그쳐 우리사회에서 아동학대 행위자에 대한 사법적인 대응이 매우 소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4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은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아동학대범죄가 발생한 경우 긴급한 조치 및 보호가 가능하도록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아동학대에 대한 강력한 대처와 예방을 통해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도록 하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제정되었다. 아동학대범죄사범에 대한 형사처벌은 적법절차를 통한 실체적 진실 발견으로, 가해자에 대한 적정한 형벌을 구현하는 사후 조치이자 예방적 조치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처럼 아동학대 발생건수의 증가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된 아동학대 사범에 대한 엄벌의 필요성에 관하여 국민적 공감대 형성의 토대가 마련되고,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아동학대범죄 특례법이 시행된 지금, 지난 15년간 아동학대 사건의 형사처벌 내용과 경향을 분석함으로써 아동학대범죄자들이 ‘마땅히’ 처벌받아 왔는지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규정은 강화되었으나, 실형은 25%에 불과 벌금은 15년째 그대로

 

 2000년 아동복지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금지행위에 대한 벌칙조항의 대폭적인 개정이 이루어져, 1981년 제정 시에 비해 징역형의 상한은 최대 10배가 되었고 벌금형의 상한은 최대 30배까지 올라갔다. 또한 2006년 아동복지법 개정 시에는 벌금형의 상한이 최대 2배로 가중되었다. 이에 현행법상 아동을 매매하는 행위, 음행을 시키거나 음행을 매개하는 행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며, 이 외 신체·성·정서·방임학대 등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다.

 

  [그림 1]과 [그림 2]는 2000년에서 2014년 상반기까지 아동복지법위반으로 처벌받은 아동학대범죄의 형사판결문 중 484사례(피고인 579명)를 분석한 결과이다. 2000년과 2001년에는 벌금형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징역형의 비율이 훨씬 높았으나 그 이후부터는 벌금형의 비율도 최대 약 35%까지 증가하였다. 또한 징역형 중 실형과 집행유예의 비율을 살펴보면, 2001년과 2014년을 제외하고 실형의 비율은 약 15~40%비율이고, 집행유예의 비율은 매해 형사처벌의 1/3 이상이다. 2002~3년의 경우는 전체 판결 중 약 70%의 피고인이 집행유예로 처분 받은 것으로 나타나 실제로 실형을 처분 받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전체 피고인의 수에서도 실형은 144명(24.9%), 집행유예는 312명(53.9%), 벌금형은 123명(21.2%)으로, 집행유예 처분 비율이 가장 높고 벌금형의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형은 비교적 낮은 비율에 불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144명 실형 처분자의 평균기간은 36개월이며, 실형의 평균 개월 수가 2000년부터 15년 동안 증가하지 않아 처벌이 강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벌금 역시 전체 평균 약 270만원으로, 아동복지법 2006년 일부 개정시 최대 2배까지 벌금상한액이 증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15년 동안 벌금액수의 증가추세는 보이지 않아 실제에 있어서는 피고인에 대한 처벌에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나라 1인당 GDP가 2000년은 약 $11,347이고 2014년은 약 $25,931로 2.3배 증가했지만 15년간 벌금의 액수는 거의 변동이 없었다는 사실은 2000년 당시 벌금 체감도에 비해 2014년 벌금 체감도가 훨씬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여지가 있다. 그렇다면 여론에만 편승하여 단순히 처벌규정의 상한만을 상향하는 것은 실제 큰 의미가 없었음을 알 수 있다.

성학대 부가 처분은 잘 준수되었을까?

 

 법률에서는 아동성학대 가해자에 대해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등록과 공개·고지, 성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등의 부과 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바, 성학대 부가 처분 준수여부를 살펴보았다.

 

 우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시행 2010. 4. 15.]에서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수강명령 또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의 이수명령이 의무규정으로 되어 있으나, 본 연구의 판결문 분석 결과,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4호 위반 성학대와 연루된 피고인 81명 중 48명만이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을 받았으며, 법률에서는 300시간이라는 상한선만 제시하고 있을 뿐이어서 선고된 이수 시간은 최소 40시간 최대 300시간으로 편차가 크다. 다만, 2010년 강제조항 시행 이후로 해가 거듭될수록 성학대 가해 피고인에 대한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부가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구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시행 2008. 2. 4.]에서 청소년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 등록 및 공개·고지가 피고인의 의무임을 규정하는 강제조항으로 개정되었으나,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신상정보의 등록을 명하고 있지 않는 경우도 많으며, 공개·고지 명령은 약 28% 수준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에서는 대체로 공개·고지 명령의 예외 사유를 ‘피고인에 대한 공개 및 고지명령으로 인하여 기대되는 이익 및 예방 효과와 그로 인한 불이익 및 부작용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신상정보를 공개 및 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적시하고 있는데, 이는 아동복지법위반 사범에 대한 처벌 및 예방 효과 보다는 피고인의 가족들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더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이른바 전자발찌) 부착 명령은 2008. 10. 28. 시행된 법률인 구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제5조에 의하여 검사가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와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가능하다. 각 판결문에서는 검사의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으나, 전자장치 부착 명령은 단 11명에게만 내려졌다.

 

상소 결과와 양형 요소 분석: 성인대상 범죄의 양형 감경요소가 아동학대사범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것인가?

 

 579명 중 상소(항소 및 상고)가 이루어진 경우는 256명으로, 1심사건 전체 피고인의 44.2%에 해당하였다. 이 중 2014년 현재 상소가 계속 중인 경우 22건(8.6%)을 제외하면, 원심을 파기한 상소인용률은 34.8%인데, 그 대부분인 32%는 피고인의 항소가 받아들여진 경우이다. 즉 실형을 감량한 경우가 27명(10.5%), 실형이 집행유예로 감경된 경우가 대부분으로 41명(16%), 그 외 집행유예 기간의 축소와 벌금액의 감액 등으로 원심보다 피고인의 처벌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검사 측 주장이 인용되어 형이 강화된 경우는 15년간 5건에 불과했고, 그 중에서도 집행유예가 실형이 되거나 실형기간이 늘어난 경우는 단 2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판결문에서는 피고인에 대한 양형의 이유에서 불리한 정상과 유리한 정상을 나누어 판시하고 있는데, 피고인에 대하여 아동학대의 상습성, 반성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불리한 양형요소로 판시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되는 경우는 반성, 초범인 점, 피고인과 피해자의 건강상태, 합의 등 그 사유도 여러 가지였고 경우의 수도 비교적 빈번하였다.

 

 물론 시행중인 여타의 다른 범죄 양형기준에서 특별양형인자로 경미한 상해, 심신미약 등과 일반양형인자로 상당 금액의 공탁, 진지한 반성, 처벌불원 등은 피고인에 대한 감경요소로 고려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일반적으로 다른 성인 대상 범죄의 양형 감경요소로 고려되는 사유들이 무비판적으로 아동학대사범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이루어져야 한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아동학대의 가해자 대부분은 아동과 함께 동거하고 있는 부모라는 특수성을 감안하여 아동학대를 훈육이 아닌 범죄로 인식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여, 장래의 재학대를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피고인에 대해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된 요소 및 예를 검토해 보면, 우선 반성에 관한 것인데, 불과 몇 회의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이 제출하는 반성문 등을 통해서는 그러한 반성이 진심에서 우러나온 반성인지 중형을 피하기 위한 거짓인지를 분간하기 어렵고, 아동학대는 수년 동안 고착화된 가해자의 양육관 및 환경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교육․상담이나 치료 없이 개선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또한, 범죄전력이 없고 우발적인 학대의 경우 감경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 학대사건 이전의 범죄전력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나, 이 사건 이후에 또 다른 학대가 일어날 것인가 즉 ‘재범’에 대한 가능성에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며, 음주나 피곤의 상태는 수시로 찾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발성은 인정되지 않아야 한다.

 

 특히 합의는 감형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었는데, 피해 아동 혹은 피고인의 처나 가족이 처벌을 원치 않고 합의를 한 경우 대부분 감형되었다. 그러나 피해아동이 학대 상황에서 가해자의 권위와 물리력에 억눌려 항거불능의 상태에서 학대를 받았듯이, 피해아동이 가해자와의 합의를 같은 이유로 종용받을 수 있음이 충분히 예상된다는 점에서 피해아동과의 합의를 이유로 감형을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한 피해아동의 또 다른 부모 혹은 가족이 피고인과 합의를 하였다는 것은, 당사자인 아동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점과 그 가족은 아동을 학대 상황에 놓아둔 또 다른 아동학대의 공범자일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끝맺으며

 

 신고된 아동학대사례에서는 가해자의 대부분이 부모이나 판결문에서는 절반정도로 나타나 아동학대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 매우 소극적인 법적대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론할 수 있었다. 더불어, 아동학대는 행위의 특수성상 암수 범죄가 많을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례조차 고소·고발된 수는 10%미만이며, 그 중 불입건, 불기소처분 등으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은 수는 더 적다. 이를 통해 아동학대가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사건이 ‘사라져’ 버리고, 아동학대에 대한 인식이 ‘희석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의 매년 극악한 아동학대 사건 발발로 피고인 엄벌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고, 이에 2000년 아동복지법 전면개정 이후 2006년 일부개정을 통해 법정형이 강화되었다. 그러나 15년 동안 아동복지법위반 피고인 중 실형을 받는 비율은 평균 20%대에 불과하였고 실형 평균 기간도 증가하지 않았다. 벌금형의 결과 또한 벌금형 상한을 가중한 개정입법의 의도와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도 역진적인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아동학대 가해자에게 형사처벌만이 능사는 아니고 최우선이 되어서는 안된다. 그러나 아동학대는 중대한 강력 범죄이며 앞서 언급한 형벌의 양면적인 기능뿐만 아니라 점점 증가하고 있는 재학대율을 고려한다면, 적정한 형사처벌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과 판결이 확립되어야 한다. 영국의 경우 아동학대 사건 대부분은 가해자와 피해자를 격리시킴으로서 추가적인 아동학대를 막고 피해 아동들의 트라우마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징역형을 선고하며, 가해자가 피해아동의 유일한 보호자인 경우에만 피해아동에 대한 방임 등의 문제를 고려하여 예외적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한다.

 

 따라서 첫째, 아동보호전문기관 및 수사기관과 사법기관자들이 아동학대 사건의 중대성을 인식하여야 하고, 관련 법률 개정 시 아동학대사범에 대한 온정적 양형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정형 상한이 아닌 법정형 하한을 상향하여야 한다. 둘째, 아동학대범죄의 경우 더욱 충실한 양형심리가 필요하기 때문에, 최근 법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양형조사관에 의한 양형조사제도는 그 활용여지가 커 보이는 바,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사회복지 전공의 외부전문가를 필수적으로 포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이 중요하다고는 하나 학대행위에 대한 교정과 개선 없는 형사처벌은 무의미하다. 그러므로 현행 성학대 부가처분의 실시 여부 및 내용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두는 한편, 다른 유형의 학대범죄 피고인에 대해서도 법률상 명확한 기준에 의거한 적합한 부가처분이 활용되도록 법적제도의 구비와 실천현장의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아동학대에 대한 판결문상 법집행 담당자의 인식이 상이한 것으로 나타난 바, 수사기관 및 사법기관에서 아동학대사건의 기소 여부 혹은 형벌 여부 등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및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피해 정도, 아동학대에 사용한 도구 등 가해 방법과 경위, 피해아동과의 관계, 피해아동의 진정한 의사, 상습성 등을 객관적으로 고려하여 아동학대 사건이 보편타당하게 판정될 수 있어야 한다.

 

 아동복지의 가장 주요한 원칙은 가정이 아동에게 가장 바람직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어린 아들을 피고인이 양육하여야 하므로 피고인과 아들 사이에 이 사건으로 인하여 지워지지 않을 응어리를 만드는 것이 피해자인 아들에게도 좋지 아니하다’며 우리사회는 아동학대가해자인 부모에게 중한 형사처벌을 내리지 않아 왔다. 그러나 교정되지 않은 아동학대는 끝이 나지 않고 재학대의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더 악화된 상황으로의 전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형사처벌은 ‘필요한 경우’ 수반되어야 한다. 아동학대는 단언코 범죄이며, 가정보호 원칙은 가정이 아동에게 안전할 때 이행될 수 있도록 지원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안재진·강상경·김혜란·신혜령·유조안·이봉주·이은주·황옥경, 2011, 『아동학대 실태조사』, 서울: 보건복지부, 숙명여자대학교 산학협력단.

보건복지부·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2014,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서울: 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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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분쟁조정법! “알고계십니까? 그 불편한 진실을..” 그리고

 

강태언 l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

 

지난 1월 20일, 국회 앞에서 시작된 ‘의료사고 피해자 및 가족들(이하 그들)의 1인 릴레이 시위’가 다양한 사례의 의료사고 피해자나 가족들의 참여로 4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다리 혈관이 막혀 이에 대한 스텐트삽입술을 받은 후 남편이 사망한 이모씨, 복통으로 응급실에 내원한 후 오진으로 수술이 늦어 아빠가 사망한 막내딸 이모씨, 치아를 한꺼번에 5개를 발치한 후 엄마가 사망한 정모씨, 뇌동맥류 시술 후 아빠가 반신불수 장애를 입은 정모씨, 근육주사 후 골수염으로 딸이 근육과 신경 손상을 받은 김모씨, 아스피린 장기 복용 중 무리한 디스크 수술을 받은 직후 엄마가 사망한 큰 딸 박모씨, 맹장염 수술 후 심정지 발생으로 아들이 뇌병변 장애 1급 환자가 된 박모씨, 딸이 성형수술 부위에 염증이 발생한 후 흉터가 남은 정모씨... 등등

 

그들은 시위 초기, 피켓조차도 손으로 직접 제작하여 사용하다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담은 피켓을 제작하여 시위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왜 그 매서운 여의도 칼바람을 맞아가며, 길거리로 나와 서로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것일까? 피켓내용을 살펴보면, 몇 가지로 요약해볼 수 있다.

 

그들은 의료사고를 또 다른 안전 사각지대로서, 이미 진료기록이 쉽게 조작되어 기록을 믿을 수 없는데도 자신들더러 입증하라고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현재 추진 중인 ‘신해철 법’으로 알려진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뭘까? 그들은, 현재 개정안이 자동조정개시 등 의료소비자의 권익을 위해서 추진되고 있는 것처럼 언론에 의해 알려지고 있지만, 결국은 조정중재원의 몸집 키우기와 이를 위해 의료계가 요구하는 것들을 또 다시 들어주기로 채우고 있어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그들은, 의료사고로 신해철을 사망하게 한 s병원이 아직 법의 심판조차 받지 않은 상태로 폐업한 후, 그 자리에 버젓이 새로운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이로 인해 그 유족은 물론 s병원의 다른 의료사고 피해자들은 이미 보상받기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따라서 수술 후 감염 등 피해자와 가족들이 사실상 입증하기 어려운 사례들을 지적하며, 차제에 입증책임전환과 보험가입을 의무화하여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위한 제도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의료사고 관련된 제도로서 의료사고피해구제 및 분쟁조정관련 법(이하 의료분쟁조정법)이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졌고, 그 법에 따라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조정중재원)이 운영된 지 3년이 되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혹하다. 그동안의 조정결과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하였고, 오히려 이 후 매년 의료소송으로 가는 건수는 한해 30%이상 늘었으며 또 다시 그들이 길거리로 나와 국회 앞에서 위와 같은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의료분쟁조정법 “알고 계십니까? 그 불편한 진실”

 

이 법은 제정되기 전, 지난 23년 동안 의료계·정부·시민단체 간 주장이 첨예하여 온갖 우여곡절을 겪다 통과된 법이다. 이 법이 논의되는 동안 과연 어떤 말 못 할 불편한 진실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 법은 과연 어떤 법일까?

 

첫째, 이 법 제정 당시, 의료사고에 대한 그 규모와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우리나라 3대 사고라 하면 산재사고, 교통사고, 의료사고를 들 수 있는데, 산재사고의 경우 한 해 사망자가 약 2,500명이고,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5,000 ~ 6,500명에 이른다. 의료사고는 환자안전사고 발생에 관한 추정연구에 따르면(’11년 기준), 연간 입원환자 597만 7,578명 중 평균 9.2%가 의료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위해사건(adverse event) 환자의 질환이나 상태에 의한 것이 아닌 의료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형태의 손상(harm)을 경험하고, 위해사건 발생 환자의 7.4%인 40,695명이 사망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고 한다. 이중 위해사건 발생 후 대응을 잘했을 경우 사망을 방지할 수 있는 예방가능 사망은 17,702명(43.5%)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밖에, 응급실 내원 환자나 병원 내 감염, 오진, 분만 등에 의한 사망은 얼마나 될까?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진단이 필요하듯 법을 만들 때도 반드시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여야 한다. 이를 근거로 재원이나 조직의 규모 등이 파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 제정 당시에는 물론 현재까지도 정부의 공식 통계는 없는 상태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미 산재사고나 교통사고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그 실태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둘째, 이 법은 당시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위한 법으로 발의되었으나, 정부 주도로 의사들을 위한 법으로 변질되어 제정되었다는 것이다. 이 법은 의료사고 피해구제를 위하여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 때 입증책임전환을 전제로 활발하게 논의된 바 있고, MB 정부 초기 당시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과 최영희 의원, 시민단체의 1개 청원안이 발의되었으며, 이들 3개 법안은 모두 과실추정에 따른 입증책임전환을 전제로 발의되었다.

 

3개의 법안 발의 당시, 의료계에서는 의료분쟁조정을 위하여 형사처벌특례, 조정전치주의, 무과실 보상, 환자 측 난동에 대한 가중처벌 등을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우리 단체를 포함한 의료소비자 및 시민단체들은 의료사고피해구제를 위하여 입증책임 전환과 보험체계화, 임의조정방식 등을 요구하였다.

 

이에 당시 MB정부는, 외국인 환자 유치로 국부를 창출하겠다는 당찬 계획 하에 외국인 환자에 대한 의료사고 보상을 위한 제도 마련을 정책적으로 추진하였으며, 이에 복지부가 해당 3개안과 배치되는 의사들의 요구안을 모두 담은 지금의 법안을 제시하였고, 이후 T/F까지 구성하여 법안 제정을 주도하였다.

 

결국 이 법은 MB정부 당시, 보건복지부 주도로 만들어진 법이며, 의사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여 만든 의사들을 위한 법으로 변질되어 제정되고 말았다.

 

셋째, 조정중재원의 저조한 조정•중재 성과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이 법에 따라 운영된 조정중재원이 2012년 1년 간 처리한 조정건수는 133건이며, 총 조정성립금액은 8억9,500만원이었다. 이는 같은 해 한국소비자원의 조정건수는 390건이고, 조정금액은 21억 8,000만원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함량 미달의 결과였다.

 

이 같은 저조한 조정 성과는 이미 충분히 예견된 결과로서, 이 같은 단초를 제공한 것은 ‘무과실 국가 보상제도’ 도입 후 발생한 재원분담에 따른 절차상의 심각한 문제이고, 이러한 빌미를 제공한 것은 전적으로 정부와 국회였다.

 

무과실국가보상 제도의 경우, 소요재원의 규모는 물론 이를 마련하기 위한 방법, 그 대상 등에 대한 충분한 사전 논의 등이 필요한 사안이었으나 국회와 정부는 이러한 논의조차 전혀없이 당시 법안 통과 직전, 의사 및 의사단체의 요구에 따라 삽입하여 통과시켰다.(그동안 의료계에서 지난하게 요구하던 내용이었으나 의료소비자 및 시민단체가 반대하여 3개 법안 중 어떤 법안에도 제안되지 않았던 내용임)

 

결국 무과실국가보상제도 도입 후, 그 소요 재원분담에 대한 의료계와 복지부의 이견으로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이루어졌으며, 이어 원용금지, 감정단의 업무범위 축소 등을 요구하며 집단 보이콧을 해왔고 조정중재원 운영 후 1~2년을 지내오면서 손해배상금 대불비용 징수 등을 포함하여 오히려 요구 조건은 더 늘어난 상태이고, 초기 의료계의 집단 조정거부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던 산부인과 분만사고에 대한 재원분담에 대한 요구조건은 여러 요구조건 중의 하나로 묻혀버린 상태에 있다.

 

소위 신해철 법이라 불리는 개정안!! 문제점은 무엇인가.

 

현재 이 법 개정안으로는 의사 출신인 문정림의원안과 오제세의원안이 제출되어 있는 상태로, 자동조정개시를 의미하는 제27조 8항의 삭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는 오제세의원안을 중심으로 주요 내용과 문제점을 살펴보자.

 

첫째. 현재의 낮은 조정참여율을 올리기 위해 제 27조 8항을 삭제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조정신청이 있을 경우, 피신청인의 뜻과 관계없이 자동으로 조정이 개시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는 곧 의료계가 요구해오던 조정전치주의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는 그동안 의료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오던 주요 내용 중 유일하게 채택된 임의조정방식을 무력화하는 조치이고 이 조항마저 삭제될 경우, 이 법에서 사실상 의료소비자단체나 시민단체들이 주장해오던 내용은 사실상 모두 배제되는 것이다. 또한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신속한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

 

의료기관이나 의료인들의 참여를 유인하는 효과는 일시적으로 기대할 수 있으나 궁극적으로 상황이 역전될 경우, 환자들의 선택권이 침해될 것은 명백해진다. 이는 복지부가 ‘표준진료계약서’에 중재 조항을 넣어 활용하는 방법을 이미 제시한 바 있고 이는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조정이나 중재 신청을 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차후 선택진료처럼 진료를 신청할 때, 위 조항에 대한 서명을 강요받게 되고, 서명을 하여야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며, 결국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환자나 의료소비자는 이미 선택권이 없어지게 되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둘째. 조정중재원의 조직 및 업무권한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이 제도의 주요 운영 주체로서 운영 초기 이를 반영하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될 수 있으나 이 또한 살펴보면 우려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사무국이나 감정단의 규모를 확대하려는 규정이나, 조정 결정을 하거나 혹은 하지 아니하는 규정결정, 각 과별 자문의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규정 등을 개정하거나 신설하여 비약적으로 조직을 키우고 권한을 확대하려는 속내가 보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규정들은 조정중재원의 저조한 실적에 비해 인력과 예산의 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중점을 두어야 함에도, 무리한 조정이나 중재로 인해 의료사고 피해자의 부담만 가중하게 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셋째는 또다시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하였다는 것이다. 이 번 개정안의 특징 중 하나는 제27조 8항 삭제나 조정중재원의 조직이나 업무권한 확대를 위하여 그동안 의료계에서 요구해왔던 원용금지 규정이나 조사권 완화 등 또 다시 그들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정절차에서 진술이나 감정 또는 자료를 소송에서 원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용제한이나, 의료사고 현지 조사권의 완화나 삭제 등의 규정이 그것이다.

 

이들 규정은, 의료사고 피해자나 가족들이 조정에 불응하고, 재판으로 가고자 하여도 경우, 재판에 쉽게 가지 못하도록 하거나 재판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재판받을 권리를 이미 심각하게 제한하게 될 뿐 만 아니라 우리 단체를 포함하여 관련 단체들이 주장해 온 입증책임전환을 대신하여 도입한 제도를 논의한번 없이 편의에 따라 일방적으로 삭제 또는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올바른 신해철 법, 그 해법은 ....

 

이 법은 의료사고의 신속한 피해구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나 그 내용은 의료분쟁조정에 집중되어 있다. 의료사고로 인하여 사랑하는 가족을 잃거나, 중증장애 등으로 가정이 파탄될 위기에 처해있는 의료사고 피해자나 가족들에게 사실상 무리한 분쟁조정보다는 근본적인 피해구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러한 의료사고의 심각성에 따른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고, 믿을 수 없는 진료기록만을 의지하여 감정하는 기능만 강화하지 말고, 수술실은 물론 신생아실, 분만실 중환자실 등 환자 취약지역에 블랙박스나 CCTV를 설치하거나 미국의 외상환자에게 적용하고 있는 24시간 녹음과 촬영이 가능한 침대 설치를 법제화하여야 한다. 또한 이제라도 입증책임전환 규정을 도입하여야 한다.

 

지금 4개월째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서고 있는 그들을 구제할 방법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해법이다.

일, 2015/05/10-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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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부문 전문가주의의 성찰

 

강혜규 l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논의의 배경

 

  전문가주의(professionalism)는 ‘직업과 그 기능, 전문 지식에 강한 자부심과 탐구심을 가지며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는 일’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전제할 때, 전문직의 추구를 통해 결과하고, 전문성과 전문직‧전문인력에 대한 인정과 존중이라는 순기능을 낳는다. 그러나 타 (전문)영역과의 경직적 배타성, 편협성이라는 역기능을 초래하기도 한다. 전문성은 서비스의 품질을 높이기 위하여 필요하고, 일과 인력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척도이지만, 그 일과 인력의 사회적 승인 및 보상과 연계된다는 점에서 직역이기주의를 위한 논의처럼 부정적 시선이 수반되기도 한다.

 

  한국의 사회복지 전문가주의는 ‘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왔다. “20세기 초 사회사업가를 전문직화하려 했던 미국에서조차 전문직과 전문성에 대한 논의는 지금까지 계속되고, 한국에서도 사회복지사 직종의 전문직화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사회복지실천 영역에서 일차적인 전문직으로서의 위상 정립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져왔으며, 사회복지사의 교육, 자격, 권한 강화를 위한 다방면의 조치들이 줄곧 시도되었다(김영종, 2014: 378)”.

 

 전문가주의를 둘러싼 문제의식은 점차 다양하게 부각되고 있다. 그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첫째, 제도 중심의 사회복지 공급은 ‘사회복지사’라는 전문직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고, 변화하는 사회복지(서비스) 공급 환경에서는 전문직을 둘러싼 다양한 양상이 발생하고 있어, 사회복지사 전문성의 실체와 범위, 타 전문직과의 관계 등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이는 이 글을 작성하게 된 한국사회복지학회 춘계학술대회 기획주제 발표의 미션이었다). 둘째, 한국 사회복지부문의 전문가주의는 매우 미약하다. 즉 전문직으로서 사회복지사 집단의 사회적 입지, 보상은 한층 강화되어야 한다. 셋째, 수요자중심의 서비스 패러다임이 강조됨에 따라 소비자주의적 역량 강화를 지향하는 담론, 전문가주의의 공급자중심적 속성을 거부하고 이용자중심의 자립생활을 지향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논의들이다.

 

  전문가주의의 양태는 인력의 직무 수행(전문역량의 확보, 역량 발휘 여건), 직무에 상응하는 보상(사회적 인정)의 상호 영향을 통해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서 체감되는 서비스 품질의 다차원적 속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술적 논의를 넘어서는 실천적 관점의 검토가 필요하다. 사회복지를 둘러싼 변화와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을 반영하여, 현실적합성이 높고 미래지향성을 담보한 전문가주의의 성찰이 요청되는 것이다.

 

사회복지 제도와 실천 여건: 변화의 맥락

 

  한국 사회복지실천 현장의 문제는 매우 복합적이다. 이는 사회복지의 역사적 발전과정과 정책 추진, 제도화의 지향과 구조(운영주체의 분포), 인력 운용(적정 규모 및 역량 확보)의 요소, 서비스업무의 절차 규정, 지원시스템, 조직․인력․업무의 관계 문제, 관계자의 인식, 문화, 관행, 소통구조, 재정방식을 비롯한 제도적 여건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는 유동적 근대사회(복지국가의 쇠퇴, 개인화와 관계의 불안정성 증가, 가치의 다원화, 생산보다 소비 중시)의 문제들과 함께 전근대성의 폐해가 잔존하면서 사회적 위험의 속성을 더 악화시키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급속한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전근대적 속성을 충분히 해체시키지 못하여, 비합리적 결정구조, 지역과 혈연등의 연고주의 등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것이다(최명민, 2014: 114~115).

 

사회복지서비스 공급체계의 다중 구조와 분절성

  민간 복지전달체계를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사업의 운영은 영역별, 서비스유형별 분절현상이 뚜렷하며 ‘다중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우리의 사회서비스 제도는 제도 형성의 시기, 재정지원방식의 변화를 감안하여 다음과 같이 다섯가지 유형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이들은 다음 표와 같이 각각 복지서비스, 사회서비스, 보험 등 차별적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사회서비스 제도의 설계 과정에서, 재정지원방식 등 제도 운영 원리에 따라 ‘분절적인 추진체계’가 마련되어, 사회서비스 욕구를 중심으로 제도가 수렴되거나 통합적인 서비스 제공체계가 조성되는 데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또한 바우처사업을 위시한 사회서비스 정책이 추진되면서, 새로운 서비스는 사회서비스이고 기존 서비스는 (이질적이고 구태의연한) 복지서비스로 차별적 인식이 확산되었으며, 이는 민간 복지전달체계의 혼돈을 가중시키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사회서비스’임에도 불구하고 차별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서비스제도들은 제도 형성과정과 사업운영 특성에 따라 이질적인 문제와 정책적 쟁점이 나타나고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전통적 입소형 시설사업의 경우 일방적인 공급자지원의 전형으로서, 입소자 인권, 운영자 비리문제 빈발해 왔으며,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통해 개선 기반을 마련해왔으나,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의 근본적인 변화 방안 모색이 요청되고 있다. 둘째, 지역사회 기반의 이용 시설‧프로그램운영 유형에서는 지방이양된 시설운영비 지원방식과 각종 이용자지원사업의 병행으로 공급체계의 비효율, 사업 중복 문제가 제기되고, 비영리의 운영원칙과 지역사회의 참여-공동체에 기반한 서비스 정신이 훼손되는 시장원리의 서비스 병행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셋째, 이용자 지원 사업으로서 개별 제도화된 사회서비스사업, 돌봄 사회서비스 바우처사업의 경우, 서비스 품질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과 고용의 안정성 문제가 상존하고, 이용자와 공급자간 담합등 공급자와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있으며, 공급자 규제가 약화됨에 따라 서비스 이용의 형평성(공급기관의 creaming), 서비스 품질관리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넷째, 유관부문 서비스사업의 경우 중앙부처에 따른 대상별, 기능별 사업이 분절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동일 대상-욕구에 대하여 유사한 서비스제도 도입, 중복운영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와 같이 사회서비스 유형, 특성에 따라 사회복지 실천 현장에는 다차원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다양한 문제가 공존하고 있다.

 

이용자지원제도 도입으로 인한 문제양상의 질적 변화

  2000년대 중반 이후 바우처사업,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도입 등을 통한 이용자지원 제도의 대거 도입은 한국의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 양상의 질적 변화를 초래하였다.

 

  이전과 다른 방식의 사회서비스 제도가 추진되면서 해소되지 않은 기존 과제가 여전히 존재하며, 새로운 쟁점도 제기되고 있다.

 

  첫째, 주요 욕구에 대응하는 서비스를 어떻게 대처하고 제도화 할 것인가가 그간의 과제였다면, 이제는 돌봄영역의 유사제도가 다수 도입됨으로써, 제도간의 기능조정,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고민하게 되었으며, 이전의 생활시설중심의 서비스에서는 시설입소자의 적절한 보호가 중점 과제였다면,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이용자 편의성, 통합적 제공시스템 마련, 수요자의 주도성, 권익을 존중하는 제도적 요소의 반영이 주요한 과제가 되었다.

 

  둘째, 사회서비스 제도 운영에 시장원리가 반영되고, 이용자의 자부담, 추가구매를 가능하게 한 바우처사업과 함께, 서비스사업의 지방이양과 새로운 국고지원제도 도입이 병행되었다. 다수의 개인, 민간사업자의 진입으로, 사회서비스 제공기관의 ‘사회적’서비스에 대한 책임성이 저하되었으며, 공급자,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 사례가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이전에는 제도 확대를 위한 재정(국고지원) 확대가 주요한 정책적 관심사였다면, 이제는 다각화된 재정 원천으로 인한 관리체계의 문제 즉, 사회서비스사업에 대한 지자체 책임성 저하, 기존 비영리 복지기관의 수익사업 치중으로 인한 기능 변모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셋째, 우리 사회의 고용안정성 문제는 보편적으로 약화되는 상황에서 돌봄 사회서비스 제도가 대거 도입되며 사회복지분야의 저임금 불안정 돌봄일자리 확대에 기여하였다. 또한 사업자간 출혈 경쟁으로 인한 서비스 품질 저하, 소규모‧영세사업자의 확대 등 사업운영의 지속성 확보 방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서비스 품질 향상 방안과 추진체계 마련이 현안 정책과제가 되고 있다.

 

  넷째, 지금까지 공공부조-복지서비스의 행정체계 개선이 정책적 초점이었다면, 지역사회 단위 서비스 전달체계의 통합성 제고, 수요자 욕구중심의 통합적 시스템 마련이 현안 과제가 되었다.

 

사회서비스의 더딘 제도화와 민간전달체계의 과부하

  이와 같은 변화 과정에서 포착되는 한국적 특성은 사회서비스의 더딘 ‘제도화’로 인하여, (제도화 이전) 서비스 공급의 상당한 역할을 민간 시설‧기관이 감당하도록 해왔고, 이는 제도적 부실의 문제를 그대로 전달체계의 문제로 인식하게 하는 결과를 나았다는 점이다. 공공의 책임성 측면에서의 검토가 필요하다.

 

  기본적인 사회서비스 제도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어떤 대상에게, 어떤 서비스를 어느 정도 제공할 것인가’가 자원 동원의 부담과 함께 오롯이 민간 시설‧기관의 역할로 남겨져 왔고, 이는 부실한 서비스 문제에서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은 가볍게, 민간 전달체계의 부담은 과하게 인식하게 하는 주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한편,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장애인활동지원제도를 위시하여 특정 욕구에 체계적으로 대응할 틀을 갖추고 운영하는, 이른바 ‘사회서비스의 제도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는데, 이는 국가의 책임성, 형평성(대상자 내, 지역 간), 서비스의 지속성 및 일관성(표준화)은 향상된 반면, 사회복지시설‧기관의 자율성, 재량적 서비스 향상의 여건은 오히려 어려워지고 있다는 딜레마를 지닌다.

 

공공중심의 전달체계 개편

  2006년 지자체 주민생활지원 기능 강화를 시작으로 전국 시‧군‧구(읍‧면‧동) 중심의 복지행정 기능 개편이 추진되었다. 2010년 사회복지통합관리망의 개통, 2011년 지자체 복지담당공무원 증원, 2012년 희망복지지원단 운영을 통한 통합사례관리 추진, 2014년 동 복지기능강화 시범사업 추진 및 복지담당공무원 증원 결정까지 지자체 복지행정을 중심으로 한 공공의 복지행정 및 서비스 기능 강화가 최근 10년여 지속되었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사 자격소지자를 채용하는 사회복지직 공무원은 2005년 2월 현원 7,100명에서 2014년 3월 현원 14,344명으로 2배 가량 증가했으며, 행정직등을 포함하는 전체 사회복지담당공무원(27,513명)의 절반을 넘어섰다. 향후 3년간 복지사각지대 발굴‧지원과 찾아가는 서비스 강화를 위하여 6천명 확충 추진이 예정된 바, 공공행정부문의 사회복지 전문직에 대한 수요는 크게 확대된 것이고, 이는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에 대한 조직적 신뢰가 향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지자체 행정에서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담당하는 업무가 자산조사 및 급여관리 행정에서, 클라이언트의 대면 상담 및 서비스연계지원, 사례관리 등의 공공서비스 영역으로 확대됨에 따른 전문직의 실질적인 수요로 볼 수 있다.

 

개정 사회보장기본법 이후 복지영역의 확장

  2013년부터 시행된 개정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서비스의 개념 도입과 함께 보건, 고용, 교육, 주거, 문화, 환경까지 아우르는 영역 확장, 실질적인 정책수행 기반 확대를 촉진하고 있다. 정부가 사회보장사업으로 확인한 360개 사업 중 전통적인 사회복지사업으로 인식하는 보건복지부 소관사업은 140개(38.9%)였으며, 여성가족부(44개), 국가보훈처(37개), 고용노동부(36개), 교육부(21개) 등 21개 부처가 사회보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국정과제에는 이와 관련한 전문인력의 신설 혹은 확충도 제시된 바 있는데, 문화복지전문인력, 주거복지사의 도입, 직업상담사, 학교 폭력전문 상담·치료인력의 확대 필요성도 제기되는등 사회복지 영역, 실천 현장의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6년 사회적기업육성법 제정 이후 2012년 협동조합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최근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 역시 사회복지실천 영역과 맞닿는 혹은 이미 사회서비스 공급 주체들을 포괄하는 기반으로서, 주목할 내용이다. 국내 사회적경제 규모는 사회적기업 1,165개(’14.9), 마을기업 1,119개(’13.12), 농어촌공동체회사 720개(’13.12), 자활기업 1,340개(’13.12), 협동조합 5,601개(’14.9) 등 총 1만여개가 존재하며, 지원 국가 총예산은 7,524억원으로 알려진다(이철선, 2015). 사회적기업의 상당수가 사회서비스의 제공 사업을 실시하고 있고, 자활기업, 사회적협동조합의 경우도 사회서비스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설정하고 있어, 사회적경제 방식의 실천 현장의 확대가 예상되고 있다.

 

사회복지 실천 패러다임의 변화와 전문성

  다음은 이와 같은 다중적인 사회서비스 공급 구조에서 요구되는 차별적인 전문성의 내용을 검토해보고자 하였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이들 서비스는 사업의 기반형성과 착수의 시기가 다르고, 각 영역의 성장과 변모도 상이하다.

 

  먼저 전통적 입소형 시설사업에서는 보호‧돌봄 서비스가 중심이 되면서, 취약한 클라이언트의 일상생활 유지와 자립능력 향상을 위한 기술이 주로 요구된다. 90년대부터는 지역사회 기반 이용시설이 확대되며, 지역사회 참여, 재활 및 자립지원, 자활 지원, 아동보육서비스의 활성화가 이루어져, 다양한 복지욕구에 대응하는 서비스 프로그램 개발‧운영 역량, 지역 복지의 수요 진단 및 자원 관리, 자활 지원등 고용-복지연계서비스의 역량이 요구되었다. 또한 보육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었다. 2000년대 후반에는 재가 돌봄서비스의 제도화와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의 진입이 개방되면서, 대인 돌봄서비스 기술(노인요양, 장애인 활동지원, 아동돌봄 등), 치료, 재활 등 전문서비스 기술을 중심으로 한 전문화가 정책적으로 주목되었다. 또한 유관부문의 복지서비스 확대, 사회적경제 주체의 사회서비스 공급이 진행되면서, 전문성에 대한 요구 영역도 확대되었다. 다양한 욕구의 포괄적 진단, 통합적 서비스 제공을 위한 서비스 설계, 자원동원‧연계 등 사례관리의 요구 증가, 분야별 서비스의 전문화 요구 증가(정신보건, 상담 등), 지역기반 사회서비스 공급을 위한 창업‧관리 기술, 지역 공동체 형성등의 지역복지 실천 역량 등이 이와 관련하여 이전보다 강화 필요성이 높은 전문 역량 및 직무영역으로 판단된다.

 

전문가주의의 과제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급변하는 사회복지 실천의 제도적 환경으로 인하여 사회복지사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전문가주의는 불안의 요소들이 확대되고 있다.

 

  첫째, 사회복지실천 현장에서 사회복지사의 수는 전체 인력 중 약 1/3을 점하고 있으나, 점차 그 입지는 축소되고 있다. 이는 사회복지사 활용에 대한 법적 규제의 약화와 함께 사회복지영역의 확장, 사회복지사 이외의 인력 확대가 함께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둘째, 변화하는 복지환경으로 인하여 전통적 전문가주의 ‘속성 모델’에 근거한 전문직 정의, 입증의 의미가 약화되고 있다. 선행연구들에서 분석‧예측한 바와 같이, 한국 복지실천 현장에서 시장기제와 소비자중심주의를 반영하는 사회서비스의 제도화가 추진되었으며, 이와 동반한 신공공관리의 기제들의 강화가 모색되고 있다. 또한 “한국사회의 거대구조인 시장경제의 맥락, 정부입법과 개입의 본질, 사회운동의 영향 등 사회복지실천 외적 요인에 의해 강력하게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에 따라 기대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사회복지실천의 역할과 지형이 짜여질 수도 있다(김인숙, 2005: 130)”는 예측, “전문직과 전문가의 역할이 조직 시스템 안에 내장되는 경향이 가속화되어, 전문가들은 조직 논리(비용, 표적, 지표, 품질모델, 시장기제, 가격, 경쟁 등)에 귀속되거나 순화되는 경향(김영종, 2014: 382~383)”을, 실천 현장을 통해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셋째, 더구나 한국 복지영역의 전문직화를 위해 주력해 온 사회복지사 자격제도도 여러 측면에 의해 도전받고 있는 바, 현장의 수요를 초과하는 사회복지사의 양산, 등급제와 교육내용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로 인하여 전문자격 “인증”의 신뢰도가 저하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사회복지전문직은 전문성을 약화시키는 힘과 강화의 필요성 요구에 동시에 노정되어 있어, 이를 새로운 방향 설정으로 극복해갈 것인지, 어떤 정향의 전문직화가 바람직한지를 찾는 것이 당면한 과제”(김영종, 2014: 398~396)로 지적된다. 전문가주의를 둘러싼 다차원의 변화들은 모든 준비를 새로운 전환점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정도의 거시적, 미시적 과제를 던져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적자원의 개발(교육-훈련-자격화), 공식적 임무부여(법-제도), 노동시장(채용-업무),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사회복지 실천 영역의 확대에 따른 대처가 급선무라 할 수 있겠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 혹은 전문직을 사회복지영역의 우산 아래서 인정하는 방안, 사회복지사라는 단일 전문직의 분화(전문사회복지사 혹은 핵심영역별 사회복지사)를 모색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그 사전 작업으로서 사회복지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전문직의 속성을 재정리하여, 전문직의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선행연구에서도 검토된 바와 같이, 공공-민간 복지현장의 관리자, 경영자로서의 역량은 이미 그 수요가 매우 높으며, 지역복지 현장은 기존 지역사회조직가의 활동 영역과 실천기술을 확대하는 업그레이드된 지역활동가의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요양보호사, 보육교사, 지역아동센터 등 방과후돌봄 인력 등 이미 사회복지실천 현장에 함께하고 있는 전문인력에 대한 관점을 정비하는 일도 시급할 것으로 생각된다.

 

  전문성의 본질이 해당 분야의 수요, 클라이언트의 욕구‧문제‧위험에서 출발한다고 할 때, 실질적인 요구의 특성과 필요성이 확인되어야 하며, 전문역량을 발휘하고 있는지 입증되어야 하며, 발휘가 가능한 실천 여건(전문직 업무에 대한 규정과 근무여건)이 마련되었는지, 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호응하는지도 점검되어야 할 것이다.

금, 2015/07/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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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아동∙청소년 분야

 

최영 |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전체적인 평가

아동·청소년복지 관련 예산은 보건복지부, 교육부, 여성가족부 등으로 분산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하나, 본 보고서에서는 보건복지부의 예산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예산분석에 있어 아동분야 뿐 아니라 장애인(장애아동가족지원), 보건의료(국가예방접종실시) 등의 분야에서 아동과 관련되어 있는 예산을 일부 포함하여 작성하고, 아동·청소년복지 관련 예산 중 인구교육, 인구개발 국제 부담금, 저출산·고령화 관련예산, 그리고 일부 기본경비 등은 본 분석에서 제외하였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보건복지부 소관 사업이나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 등에서 예산이 지출되는 사업은 참고하였다. 

 

아동·청소년분야예산(약 1조 3,919억 원)과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운용되는 아동·청소년 보건의료부분 예산(2,859억 원)을 포함한 아동·청소년분야 예산의 총합은 약 1조 6,779억 원으로 전체 보건복지예산 64조 2,416억 원(일반회계 및 특별회계 예산 38조 7,917억 원) 대비 2.6%에 해당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에서 지출되는 아동보건의료 관련 예산을 제외하고 일반회계로부터 지출되는 아동 관련 복지예산은 약 1조 3,919억 원으로 전체 보건복지예산 64조 2,416억 원의 2.2%에 불과하며, 보건복지 일반회계 예산 38조 3,079억 원 대비 3.6%에 해당한다.

 

2018년 보건복지부 예산안에서 아동청소년분야 예산은 전년 대비 약 148.8% 증가한 편성으로 보건복지부 소관 전체 사회복지예산 증가율 11.4%(본예산 대비, 추경예산 대비 9.8%)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0-5세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약 1조 1,009억 원)으로 인한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일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는 취약계층아동 등 사례관리 예산의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편 사업으로의 이관과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 사업, 아동정책조정 및 인권증진 사업, 모자보건사업 예산의 감소에 따른 것이다.

세부사업 평가

요보호아동 보호·육성 사업

요보호아동자립지원 사업은 작년 대비 0.8% 증가하였으나 증가 수준이 미미하여 최근 몇 년 동안 예산 변화가 거의 없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에 전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지방자치단체 사정에 따라 1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지급의 차이가 크다. 자립정착금이 최대 500만 원이다보니 요보호아동이 현실적으로 자립하는데 한계가 있다.

 

중앙입양원 운영지원 사업 등에 대한 예산이 2017년 약 55억 원에서 약 58억 원으로 5% 정도 증액되어, 헤이그 아동입양 협약 가입에 따른 입양인의 권익보호와 사후관리를 위한 노력을 일정부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가정위탁 지원 운영 사업관련 예산은 2017년 약 12억 원에서 소폭 상승하였으며 주로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 운영과 위탁아동 상해보험료 및 심리치료비 지원에 한정된다. 요보호아동에 대한 시설보호 중심에서 지역사회보호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가정위탁보호업무가 지방정부로 이양되어 가정위탁 아동과 위탁가정에 대한 서비스를 위한 충분한 재정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지방정부사업으로 이양된 아동시설보호 사업의 경우도 지역 간에 서비스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국고보조사업으로의 환원을 통해 요보호 아동보호와 관련된 중앙정부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아동발달지원계좌 사업은 2017년 약 173억 원에서 2018년 약 195억 원으로 예산이 13.1% 증편되어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기초수급가정 아동의 가입 연령 확대(12~17세 이하) 및 신규가입 증가에 따른 것으로 18세 미만의 요보호 아동 및 저소득층 아동을 포괄하는 사회투자 대책으로서의 모습을 일정부분 갖추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동복지지원

지역아동센터 지원은 5.4% 증가하여 1,542억 원의 예산이 편성되었다. 이는 사회투자적 효과를 거두기 위한 보편적 프로그램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한 증액이라기보다는 지역아동센터 수 증가로 인한 자연증가분만을 고려한 예산편성으로 볼 수 있다. 앞으로 방과후 돌봄서비스 체계의 전반적인 개편을 전제로 한 예산편성이 요구된다.

 

취약계층아동 등 사례관리는 2018년부터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 사업으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중 취약계층 아동통합서비스 지원 예산은 전년과 동일하다. 한편 사례관리 전달체계 개선사업은 아동·노인·보건·자활 등 분야별 사례관리 사업간의 연계·협력 체계 구축하여 지역단위의 통합 사례관리 서비스 제공을 위한 예산 전환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지원 사업은 예산이 2017년 230억 원에서 2018년 178억 원으로 22.7%% 삭감되었다. 삭감액 중 일부는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사업이 여성가족부로 이관됨으로써 발생한 것이나, 나머지 부분은 기저귀 지원사업의 대상자 중 실제 수혜자의 감소로 인해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국회 지적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사업대상자에 대한 홍보 강화 등을 통해 사업의 수혜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아동청소년 정책

아동정책조정 및 인권증진과 관련된 예산은 큰 폭으로 감소했으나, 대부분이 아동인권 증진 지원사업 중 지난해에 구축한 e아동행복지원시스템 관련 예산 축소와 관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동권리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및 홍보 관련된 예산은 여전히 비중이 높아 않아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이행 및 이를 통한 아동권리보호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예산편성이 필요할 것이다. 

 

0~5세 아동 모두를 대상으로 한 아동수당 지급을 위해 새로이 1조 1,009억 원의 예산이 신규로 편성되었다. 그간 보편적 아동권리 보장 및 저출산·고령화 대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어져 왔던 아동수당제도의 실시는 그간 요보호아동 대상의 선별적 복지에서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복지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그러나 재원을 중앙과 지방매칭으로 제한하고, 0~5세 아동만으로 대상을 한정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이후 18세(또는 16세)이하 모든 연령의 아동으로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하여 모든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예산확보에 노력을 기울일 필요성이 있다.

 

한편, 다함께 돌봄 사업 예산으로 약 9억 원이 신규 편성되었다. 0~12세 아동의 돌봄을 위해 지역사회내의 공동육아·돌봄을 위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기존 교육부나 여성가족부, 그리고 복지부 내의 아동돌봄 인프라와의 연계 및 역할분담에 대한 고려와 예산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의료 부분

모자보건사업은 2017년 약 703억 원에서 2018년 약 138억 원으로 약 80% 감소하였다. 이는 대부분 난임부부 지원사업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게 됨에 따라 예산이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국가예방접종 예산은 2017년 약 2,442억 원에서 2018년 약 2,596억 원으로 약 6.3%로 증가하였고, 증가예산의 대부분은 초등학생, 어린이집·유치원생을 대상으로 독감 국가예방접종 실시로 인한 것이다. 

 

기타 기금사업

아동복지시설 아동치료·재활지원사업,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지원, 입양아동 가족지원, 아동복지시설 기능보강 사업 등은 기획재정부의 복권기금에서,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 및 지원사업은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에서 예산이 책정되고 있다. 사업의 성격상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 일반회계 예산이 아니라 타부서의 기금으로부터 예산이 집행됨으로 인해 안정적인 예산의 확보가 쉽지 않다. 실제 이와 같은 기금으로부터 지원되는 예산은 2017년 619억 원에서 2018년 626억 원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욕구에 비해 거의 변화가 없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사업의 효과적인 운영과 이를 위한 안정적인 예산의 확보를 위해서는 이들 사업의 예산이 보건복지부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편성되어 운용될 필요성이 있다. 

 

한편 기금관련 예산을 사업별로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아동복지시설 아동치료·재활지원사업의 경우 2017년 8억 9천만 원에서 2018년 약 10억 원으로 약 16.0%가 증가하였으나, 배정된 예산으로는 추정된 위기대상아동 약 5,800명 중 약 700명만 사업대상이 될 수 있어 추후 지속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더불어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지원 예산의 경우 2017년 약 164억 원에서 2018년 약 175억 원으로 약 1.7% 소폭 증가하였으나, 유사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시설보호 사업이나 타 사회복지 관련 사업 등과 비교해 종사자의 처우 및 운영비가 매우 낮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추가적인 예산배정이 필요하다.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 및 지원 관련 예산은 2017년 183억 원에서 2018년 약 187억 원으로 2.4% 소폭 상승하였으며, 이는 1개소의 아동보호전문기관 신규설립(3억 원)으로 인한 것이다. 아동학대가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상황에서, 아동학대를 예방하고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복지법에 규정된 최소한의 인프라(아동보호전문기관 및 피해아동쉼터 등)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사업 예산이 여전히 범죄피해자 보호기금(아동보호전문기관)이나 복권기금(피해아동쉼터) 등 타 부서의 기금으로 편성되고 있어, 노인학대 예방(노인보호전문기관)과 같이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일반예산으로의 전환을 통해 안정적인 재원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 

 

 

결론

0-5세 아동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아동수당제도 도입을 위해 약 1조 1,000억 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되었다. 0-5세를 대상으로 한 보편적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으로 보육서비스를 비롯하여 보편적 아동·가족 지원정책의 기본틀을 마련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재원을 중앙과 지방매칭으로 제한한 점은 보편적 아동수당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며, 예산 심의과정에서 조정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아동의 기본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이후 대상아동을 18세 이하 모든 아동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고 이에 대한 추가적인 정부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아동·청소년분야 예산은 아동수당제도의 도입으로 큰 폭으로 늘어났으나, 노인, 장애인분야 등 다른 분야에 비해 절대액 및 상대적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2018년의 경우 아동수당관련 예산을 제외하고, 기존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예산은 대상아동수 증가에 따른 자연증가분 이외에 큰 변화가 없어 요보호 아동·청소년 복지향상을 위한 정부의 추가적인 의지와 노력의 표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이후 지방분권으로 지방정부에 이양된 사업 중 2015년부터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된 장애인, 노인양로시설 운영사업과 달리 아동복지 관련 시설 운영 및 위탁가정 지원 관련 예산은 여전히 국고보조사업 환원에서 배제되어 예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보육서비스, 노인복지 등의 확대로 인한 재정 부담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가 전반적인 복지 예산부족을 겪고 있고, 지역 간 재정 상황의 차이에 따라 서비스의 불균형 등이 나타나고 있음을 고려했을 때 아동양육시설, 지역 가정위탁지원센터 등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 대책이 요구된다.

 

최근 가족이나 교사 등에 의해 발생한 아동학대사건으로 인해 아동보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여 아동학대예방 및 피해아동 지원을 위해 체계적인 아동보호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이와 관련된 예산이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아니라 법무부의 범죄피해자보호기금으로 충당되고 있어 아동학대 예방 및 피해아동 보호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안정적인 예산확보가 어려운 문제가 있다. 따라서 관련 사업 예산을 소관부서인 보건복지부의 일반회계 예산으로 전환하여 안정적인 사업의 추진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외 보건복지부 소관 사업이나 타 부서의 기금으로 운영되는 요보호아동 그룹홈 운영지원 등 요보호아동 관련예산도 보건복지부로 일원화할 필요성이 있다. 

 

수, 2017/11/01-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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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된 사람들 “선생님들요, 듣고 계십니까?”

 

최현숙 ㅣ 구술생애사 작가

 


“집으로 돌아가 소중한 사람에게 자신이 겪은 고통들을 안도하면서 또 열정적으로 이야기하는 꿈, 그러나 믿어주지 않는, 아니 들어주지도 않는 꿈이다. 가장 전형적이고 잔인한 것은 상대방이 몸을 돌리고 침묵 속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_프리모 레비(아우슈비츠 생존 작가)의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중

 

1987년 ‘형제복지원‘이 처음으로 사건화 됐을 때, 서른하나의 나는 이제 막 사회운동을 시작했다. 30~40년 독방감옥을 사는 비전향장기수들에 관한 활동으로 바빴다. 당시는 ’노동자 대투쟁“으로 일컬어지는 사회운동의 폭발적 시기였다. 나도 운동진영도 그 뉴스를 접했을텐데 주목하지 않았다. ‘운동 외 공간’, ‘정치 외 공간’이라며, 사건과 사람들을 배제했다.

 

2013년 10월 10일, ‘살아남은 아이들의 낮은 목소리’라는 제목의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증언대회’. 8090세대 여성노인 구술생애사 작업 막바지로 바빴고, 다른 일들에 말리지 말아야 했다. 핑계는 많았다. 나는 특정 사건이나 집단의 사람들보다는 ‘주변 아무나 중 누군가’를 구술 작업의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다행히 ’형제복지원‘에는 여러 단체와 활동가들이 붙어 있는 듯 했다. 게다가 ’폭력’은 내게 가까이 가기에 가장 버거운 주제다. 그러니 그 증언대회는 안가도 됐는데, 가졌다. 가면서도 ’그냥‘이라며 거리를 두었다. 그런데도 행사장을 나오면서부터 붙잡은 증언 자료집을 다 읽을 때까지 놓을 수 없었다. 그들이 당한 폭력을 읽는 것만으로도 실물적 통증이 느껴져, 몇 번을 쉬어 가며 읽었다. 증언자의 얼굴과 눈과 목소리와 사연들. 그럼에도 책과 함께 덮어 밀어두었다. 그 쪽에 대해서는 간간히 소식을 확인하고 있었다.

 

2015년 6월 24일 ‘숫자가 된 사람들’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구술기록집)의 북콘서트가 있다는 소식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았다. 일정에 메모는 했고, 안 갈 핑계를 떠올렸다. 남성노인 구술생애사 작업이 후기 쓰기에서 막혀있었다. 진도가 막힌 채, 장애여성 구술사작업에까지 말려있었다. 그런데 최재민(‘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 활동가)이 카톡으로 불렀고, 기다렸다는 듯 불려가졌다.

 

“수용소에 대한 진실을 재건하기 위한 가장 실질적인 자료가 생존자들의 기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명백하다. 그 기억은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동정심과 분노를 넘어 비판적인 눈으로 읽혀야 한다. ...... 포로들이 자신이 놓인 비인간적인 조건들 속에서 자신들의 세계에 대해 총제적인 관심을 갖기란 힘든 일이다.”

_“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중

 

피해자들의 증언은 더없이 감사하고 소중하다. 부당한 권력자들이 만든 역사가 아닌 피해자들이 증언하는 역사가 필요하다. 또한 안에서의 고통과 더불어, 바깥에 던져지고서야 오히려 확연하게 차올라오는 수치심과 무력감을 함께 헤집어야 한다. 그것은 타인들의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들을 피해자로만 놓는 것은 그들을 다시 벽에 가두는 것이고, 타인들 또한 각자의 벽 속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니 증언의 속을 헤집고 너머를 추적해야 한다. 그들이 ‘피해자’나 ‘생존자’에 머물지 않기 위하여, 우리가 동정이나 규탄에 머물지 않기 위하여.

 

끌고 간 자도 끌려간 자도 인간이다. 가두는 자도 갇히는 자도, 폭력과 갈취를 행하고 당한 자도, 모두 인간이다. 박인근은 악마가 아니다. 기회를 쫓다가 혹 기회에 닿으면, 인간은 모두 아이히만이나 박인근이 될 수 있고 혹은 지존파가 될 수 있다. 구태여 악마를 지목하자면 돈과 권력에 대한 부당한 욕망이 악마다.

 

‘부랑아’와 ‘인간쓰레기’라며 그들을 거둬간 경찰과 박인근에게, 그 ‘쓰레기들’은 승진과 돈으로 재활용되었다. 당시 대통령 전두환에게 ‘사회정화와 질서유지’는 부당한 정권을 정당화시켜주는 명분이었다. 그는 박인근을 “거리에서 거지를 없앤 훌륭한 사람”이라며 칭찬했다. ‘단속과 배제’의 담론은, ‘정상과 비정상’ 이데올로기의 연장이다. 그 연장을 묵인한다면 우리도 결국 그 포승줄에 묶인다.

 

이에 대항하여 고통 받는 약자에 대한 연대가, 길이라면 유일한 길이다. 그렇더라도 궁극의 정의나 해방은 없다. 유감스럽게도 역사는 되풀이 되고 있다. 형제복지원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계속 된 ‘오래된 미래’다. 부당한 권력에 맞서는 것은 의로운 인간의 과제이지만, 그것은 끝없는 싸움이고, 자신과의 싸움도 병행된다. 누구에게나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절박하다. 나침반의 바늘은, 온 몸을 떨고 있을 때라야 북쪽을 가리킨다.

 

시설을 나온 한종선은 “복지원 생각이 날 때마다 머릿속에 ‘칼’이라는 단어가 메아리쳤다”고 한다. 2012년 봄 그는 칼 대신 피켓을 들었고, 끝까지 버티겠단다. 황송환 역시 ‘탈출하면 세상 사람들을 눈에 뵈는 대로 다 때려죽이고 싶었‘고, 이제는 ‘보상도 필요 없고 오로지 진실을 밝히고 싶’단다. “선생님요, 듣고 계십니까?”라고 절규하는 그가 어느 쪽 마음을 붙들고 가느냐는, 안에서나 밖에서나 그들만의 책임이 아니다.

 

잔인함과 참혹함은 뿌리도 터전도 같고 열매도 통한다.

인간을 동물로 만드는 잔혹함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인간이다.

 

 

잔인함과 참혹함은 뿌리도 터전도 같고 열매도 통한다. 일상의 삶이 그렇고, 폭력이 압축된 공간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한 사람, 한 사건, 한 사회 안에 가해와 피해는 뒤엉켜 공존한다. 피해자들이 그렇듯, 가해자들도 얼굴과 맥락이 있는 사람이다. 순진무구한 피해자와 악마 같은 가해자로 구도를 설정하는 한, 우리는 형제복지원의 진실 뿐 아니라 각자의 진실에 가까이 갈 수 없다. 그것은 현황을 위조하고 방조하며 도피하는 일이다. 중대장 소대장 총무 조장 등은 가해와 피해에 얽혀있었다. 참혹한 피해자들에게는 가해자의 잔인함이 전이된다. 경계선은 직선이 아니며 둘둘 뒤엉키고 뭉개져 있다. 매 순간의 처지와 입장이 있을 뿐이다. 생존을 위해서는 힘에 굴종할 수밖에 없었다. 굴종을 거부한 김계원들은 맞아 죽었다. 최승우가 본 ‘쌀가마니를 뒤집어 쓴 채 리어카에 실려 가는 여섯 개의 다리들’을 포함해 사망자 551명은, 굴종을 거부했거나 폭력에 목숨을 놓았다. 직면을 피하지 않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처절하고 두려운 것인가를 보여주는 홍두표는, 형제복지원을 제2의 고향이라며 여전히 근처를 떠나지 않고 싸우고 산다. 그의 직시와 그의 하느님을, 나는 도무지 대면할 수도 감당할 수도 없다. 그들이 당한 폭력과 고통을 내가 이해한다고 말할 수 없듯이.

 

인간을 동물로 만드는 잔혹함 속에서도 인간은 여전히 인간이다. 안에서도 일상의 삶이 있었고, 질긴 인연은 형제복지원 전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진다. 하안녕에게는 ‘수수한 사랑’과 언니들과 마음씨 좋은 운전교육 소대장이 있었다. 정신병동 침대에 묶인 채 밤새 하염없이 ‘바위섬’을 부른 미친 여자가 있었고, 잠을 포기하며 그 줄을 풀어 준 여자가 있었다. 다시 끌려갈까봐 그녀는 지금도 길거리의 간판과 숫자들을 외운다. 홍두표에겐 ‘이것이 아니었다면 살 이유도 살 수도 없었다’는 한 모금의 물을 준 사람이 있었다. 김희곤에겐 구출을 도와 준 신발공장 기술자 염 아저씨가 있었고, 도망자에게 기차표와 김밥과 옷을 준 사람들이 있었다. 복지원 안에서 늘 손을 잡고 다닌 김상명과 형주는, 27년 만에 증언대회장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인생이 집약된 서류철을 들고 다니는 김영덕은 잃어버린 생애를 추적하고 자신을 버린 사람들과의 관계를 홀로 복원하고 재구성하며 산다. 김철웅은 대여섯살에 떠난 엄마가 수십년 만에 자신을 안아주자, 세상을 다 얻었다고 한다. 아버지의 폭력을 피한 가출에서 형제복지원에 끌려간 이향직은, 아버지와의 화해에 실패하고 장인장모를 모시고 산다. 최승우는 하나밖에 없는 동생을 복지원에서 만나야했고, 출소 후 동생은 자살했다. 복지원에서 만난 초등학교 때 담임은 승우를 돕지 않았고, 그는 복지원 내 중학교의 교장이 되었다. 첫 기억이 고아원에서 시작된 홍두표는 만 37세가 되어서야 시설을 벗어났다. 이후에 그를 도와준 사람들은 술집 형들이나 자갈치 할매였다. 동생과 함께 끌려가 합창단을 했던 이혜율은, 동생과 구슬치기도 하고 벌레와 쥐와 지네를 잡으며 놀았다. 한 때 주말이면 후원자의 집에 다녀오기도 했다. 혜율은 여성피해자들의 아픔을 더 드러내고 싶고 끝까지 파헤치는 시나리오를 쓰고 싶단다. 박경보는 함께 수용된 소아마비 형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쳤지만, 그 형을 찾아 또 끊임없이 더 큰 위험 속으로 들어갔다. ‘엄마‘라는 소리를 배울 나이에 고아원에 버려진 경보는, 형제복지원에서 만난 준오를 동생으로 입적시켰다. 자살 1년 전부터 트라우마가 몰려 온 준오는 늘 머리맡에 칼을 놓고 잤다. “우리 준오 이야기를 꼭 써주세요’, 경보의 말이다. 호적을 살리려고 가족을 찾아 헤맨 그에게 찾은 가족은 더 큰 상처였다. 죽음과 자살을 늘 옆에 두고 산 김희곤은 자신의 끝을 자유죽음(자살)으로 정했다고 한다. 각자도생의 이기와 전략들에서 노인과 장애인들은 더 밀려났다.

 

사건은 일어났고 따라서 또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우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의 핵심이다.

_“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중

 

2012년 봄, 원한의 칼 대신 홀로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한종선이 있었고, 그를 지나치지 않은 전규찬이 있었다. 기억의 고통과 혼돈을 무릅쓰고 구술한다는 것은, 그들 안에압축된 모멸감과 수치심을 덜어내는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폭로와 증언을 위한 구술은 그 이야기가 사람들의 귀에 꽂히고 사회의 구체적 변화가 확인될 때라야 혹 내적 해방이 될 수 있다.

 

그들은 증언했고 우리는 들었다.

월, 2015/08/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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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추락 사망한 업체대표 합의 불구 '실형' (연합뉴스)

추락사고로 근로자가 숨진 회사 대표에게 법원이 유족과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울산지법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 등으로 기소된 건물 관리업자 A씨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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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9/17/0200000000AKR2015091717…


금, 2015/09/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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