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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평화가 최상의 전쟁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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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의 평화가 최상의 전쟁보다 낫다

익명 (미확인) | 수, 2015/08/26- 11:00


안녕하세요.
이원재입니다.

마음 졸이며 남북회담을 지켜보셨지요? 저도 그랬습니다. 과정은 험난했고 양쪽 정부에 할 말도 많았지만, 더 이상의 무력행사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 안도의 한숨을 돌리게 합니다. 물론 ‘혹시나’라는 걱정이 마음 한구석에 없지 않았습니다.

<평화의 경제적 귀결>이라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책이 떠오릅니다. 케인스는 제1차 세계대전 직후 유럽 각국이 전후 수습 방안을 논의하는 파리강화회의에 참석합니다. 영국 재무부의 공무원 자격이었습니다. 그 회담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담아 쓴 책이 바로 <평화의 경제적 귀결>입니다. 케인스는 이 책에서 놀라운 통찰을 보여줍니다.

당시 회담에서는 승전국인 영국과 프랑스 등이 패전국인 독일에 대해 엄청난 액수의 배상금을 요구합니다.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그 정도의 배상금은 독일을 망하게 하거나 아니면 받을 수 없게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자기 나라에 돌아가 ‘적국에 이만큼 복수했다’고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배상금을 청구하는 것이 각국 정치가들에게는 필요했지요. 또한, 전쟁 중 유럽 국가들에 엄청난 규모의 차관을 제공했던 미국은 전쟁부채 탕감이나 추가 차관 제공을 철저하게 거부합니다.

케인스는 당시 강화회의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과 정반대 의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독일에 전쟁배상금을 강요하지 말아야 하고, 전쟁 채무는 탕감되어야 하며, 미국이 대규모 차관을 제공해 유럽 경제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했습니다. 독일도 함께 경제적으로 부흥해야 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자기 나라로 돌아가 지지를 얻는 일에만 몰두한 리더들은 케인스의 합리적 대안을 무시하고 맙니다. 케인스는 결과적으로 정치가들의 이런 행동은 유럽에 다시 한 번 전쟁의 참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측합니다. 궁지에 몰린 독일이 되받아칠 수밖에 없으리라는 예측이었지요.

불행하게도 케인스의 예측은 맞아떨어집니다. 유럽에는 나치즘과 파시즘이 발호하고,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맙니다. 이 전쟁의 전사자는 2천5백만 명, 민간인 희생자는 3천만 명이나 됩니다.

이런 경험 탓인지, 유럽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는 복수와 응징보다는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갑니다. 철강 등 산업연합으로 시작한 국가 간 경제협력은 유럽연합과 단일화폐인 유로화로까지 진전됩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국내 정치에서는 극심한 갈등을 겪으면서도 유럽연합을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은, 뒤늦게나마 단단히 협력하고 이해관계를 섞어두어야 전쟁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교훈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국가 간 이해관계를 대립적인 것으로만 이해했던 유럽강화회의와는 다른 접근입니다. 국가 간 경제적 이해관계를 씨줄로 엮고, 사회문화적 교류를 날줄로 엮어 공동의 이해관계가 생기도록 짠 틀입니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 유럽 주요국들은 수십 년 동안의 평화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로마시대 이후부터 2차 세계대전까지, 전쟁이 그칠 날 없던 나라들입니다.

최근 며칠 동안 남북한 사이의 긴장 상황을 보며 이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공동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만들기 위한 교류, 문화적 공감대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그치지 않았다면, 서로 쉽게 총구를 겨누진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최악의 평화가 최상의 전쟁보다 나은 것이고, 평화는 의도적으로 만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남북 간 평화를 만들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공통분모를 더 늘려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늘 함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희망제작소 소장
이원재 드림

우리 사회의 희망을 찾는 길을 고민하며 쓴 ‘이원재의 희망편지’는 2주에 한 번씩 수요일에 발송됩니다. 이메일로 받아보고 싶으신 분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메인에 있는 ‘희망제작소 뉴스레터/이원재의 희망편지’에 이메일 주소를 입력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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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건 한국 국민들의 몫...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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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AAD배치 결사반대(#71) http://blog.jinbo.net/CINA/4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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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d does not exists. It was deleted a long time ago. Or never existed at 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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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드로 북핵 미사일 막겠다는 건, 망원경으로 날아오는 총알 잡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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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그날 (66) 비가 내렸다. 공군 호크 미사일 포대인 성주 성주포대는 사드를 배치할 최적지가 아니었다. 공간이 좁아 사드 발사대 6기를 한꺼번에 놓을 수 없는 곳이었다. 정부도 사드는 레이더와 500m 거리에 6개의 발사대를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야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데, 성주포대에는 그럴 만한 공간이 충분치 않다고 인정했다. 주한미군도 문제를 인식했지만 부지제공은 어디까지나 한국 정부가 부담할 몫이어서 잠자코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왜 그 많은 미군기지에 사드를 배치하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소파)에 따라 문제제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미군들이 가까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사람에게 지극히 해로운 것은 아닐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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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완료 후 열린 소성리 평화행동…“미국과 문재인 정부 규탄” http://www.newsmin.co.kr/news/23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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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투쟁위 향후 일정입니다. 9월에는 무척 바쁜 일정을 소화해 내야 합니다. 성주 주민과 사드에 반대하시는 여러분의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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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그날 (67) 비가 왔다. 군사를 잘 쓸 줄 아는 장수는 총소리보다 북소리를 먼저 울린다고 했다. 군수 막말을 비판하는 피켓 제작과 일인시위, 전 군민에게 막말발언을 비판하는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북소리를 먼저 울리는 것이다. 사드배치 철회를 위한 성주촛불투쟁은 군수와의 싸움이 아니다. 사드철회 투쟁이 군수와의 싸움으로 바뀌기를 저들은 노리고 있다. 어리석게도 군수는 자리보존을 위하여 주민들과 싸우려 하고 있다. 투쟁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치워야 했다. 어느 선에서 투쟁의 중심을 지키며, 투쟁의 조건을 만들어낼 것인가?

일, 2017/09/17-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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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활동가들의 연대_ "사드는 한국에서 나가라! 사드는 지구를 떠나라" "THAAD out of Korea, THAAD out of the Earth!" 9월 8일부터 10일까지 호주 멜버른에서 '독립적이고 평화로운 호주 네트워크 (IPAN)의 연간 평화 회담이 있었습니다. 호주 전역에서 약 60개의 평화단체들이 모여 기지 반대, 반전, 노동 등 평화와 관련된 여러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6-7일 날 소성리에 사드가 추가 배치가 강행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들이 행사 마지막 날 기꺼이 함께 구호를 외칩니다, "사드는 한국에서 나가라! 사드는 지구를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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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이고 평화로운 호주 네트워크 (IPAN), 9월 12일] “IPAN은 한반도의 평화가 이루어지기 위해 양방 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노력들이 필요함을 피력한다. 1. 미국과 한국은 모든 전쟁 연습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에 핵무기들을 배치하는 것을 삼가해야 하며 사드를 철수하고 평화 협정을 위해 일해야 한다. 제제는 북한의 민중들에게 곤경 만을 안겨줄 뿐이다. 2. 이에 반응하여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들을 중단하고 평화 협정 실현을 위해 일해야 한다." 아래의 동영상은 IPAN 평화 활동가들이 9월 12일 호주 멜버른 미 영사관 앞에서 한국의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피켓팅 을 하고 있는 동영상입니다, "US OUT OF KOREA 미국은 한국에서 나가라" 고 외치고 있습니다. IPAN 은 호주 멜버른에서 9월 8-10일 동안 호주 전역 약 60여개의 단체가 모인 가운데 평화 회의를 가졌습니다. [IPAN on Sept. 12] “It is IPAN’s view that for peace to be realized on the Korean Peninsula the following efforts are required from each side: 1. United States and South Korea should stop all war exercises, refrain from deploying nuclear weapons in South Korea, dismantle THAAD and work for a peace agreement. Sanctions will only create hardships for the people of North Korea. 2. For its’ part, North Korea should respond by stopping nuclear and missile tests and work for a peace agreement.” IPAN (Independent and Peaceful Australia Network). http://www.ipan.org.au/ https://www.facebook.com/IndependentAndPeacefulAustraliaNetwork

목, 2017/09/1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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