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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2] 전면적인 미국식 의료민영화 : 정부의 의료부분 규제완화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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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주제2] 전면적인 미국식 의료민영화 : 정부의 의료부분 규제완화 정책

익명 (미확인) | 금, 2015/07/10- 17:13

전면적인 미국식 의료민영화 : 정부의 의료부분 규제완화 정책

 

변혜진 l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실장

 

박근혜 정부는 2014년 8월 제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대책에는 보건의료부문에 대한 전면적 규제완화책이 포함되어 있다. 작년 초에 발표했던 4차 투자활성화 방안에는 주로 비영리법인병원의 규제완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영리병원 허용은 물론이고 원격의료를 원하는 한국의 IT 재벌들을 위한 규제완화, 제약회사를 위한 규제완화, 개인질병정보를 가져가고 병원의 진료내용까지 간섭하려는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규제완화 등이 모두 포함되어있다. 한마디로 전면적인 의료민영화이고,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미국식 의료민영화 내용이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보건의료부문 규제완화 정책을 간략하게 살펴보면,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도 영리병원 추진, 메디텔을 비롯한 영리자회사 규제완화, 해외환자유치를 내세운 병원과 보험의 직접계약 허용, 의과대학 기술지주회사 허용을 통한 대학병원 영리자회사 허용, 개인질병정보 활용을 위한 규제완화, 임상시험 규제완화 등의 모든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여기에 원격의료 시범사업도 하겠다고 한다.

 

이러한 6차 투자활성화 대책이 모두 실현되면 한국은 사실상 대학병원부터 중소병원까지 사실상 영리적 성격을 더욱 강하게 띠게 되고 직접적으로 전국의 9개 지역에서 영리병원이 허용된다. 개인질병정보를 보험회사와 통신회사들이 가져가서 모아놓을 수 있게 되고, 보험회사가 병원의 진료에 간섭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또한 제약회사들의 임상실험 규제가 대폭 완화된다. 원격의료까지 허용되면 미국보다 의료가 더 민영화되고 상업화된 최초의 나라가 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의료규제 완화 정책은 한국 보건의료체계를 전면적으로 영리화.민영화 시켜, 의료비는 폭등하고 국민건강은 망하는 지름길이다.

 

1. 병원 영리자회사 허용과 ‘의료기술 지주회사’

 

기술지주회사

정부는 영리자회사를 2013년 12월에 도입한다고 밝히면서 중소병원의 어려움을 근거로 들었다. 사실 국민의 살림살이가 아니라 병원의 살림살이를 먼저 걱정하는 정부가 정부인가? 그런데 작년 8월에는 6차 투자활성화 방안을 발표해 대학병원들도 영리자회사를 직접 차릴 수 있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대학병원은 비영리학교법인이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직접 영리자회사를 차리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기술지주회사, 즉 의과대학 주식회사라는 중간관리회사를 병원 아래 두겠다는 것이다.

 

원래 기술지주회사는 대학 산하에 있는 산학협력기관으로 IT기업이나 공업기업과의 산학협력을 위해 10여년 전에 도입된 것이다. 대학병원이 자신의 영리자회사에서 얻은 이익을 독식하려면 대학교 전체에 있는 기술지주회사로는 곤란하기 때문에 대학병원 직속의 기술지주회사 허용이라는 편법을 생각해 냈다.

 

대형병원이면서 중환자를 담당하는 대학병원이 수십개의 영리자회사를 세우는 것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 유래가 없는 일이다. 미국처럼 병원에서 사용하는 검사용 소변 컵 하나까지 돈벌이에 쓰려는 것이다. 게다가 대학병원 교수들의 특허에 대해서는 영리자회사의 스톡옵션까지 제공하여 돈벌이에 나서라고 장려하고 있다.

 

단순히 병원의 영리자회사 도입으로도 검사와 처방이 증가할 텐데, 자신이 특허를 낸 검사장비나 약품, 건강식품 등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의료비 폭등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 미국도 의료특허를 허용한 1980년대부터 의료비가 급격히 올라갔다. 의료비에 의료특허비용까지 더해서 내야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대학병원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진료(비급여질료)가 많고, 비용도 비싸다. 그런데 의료특허로 돈을 더 받아 장사를 하게 되면 의료비가 더욱 비싸진다. 결국, 대학병원에서 꼭 진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들도 진료받기 어려워지게 된다.

 

의료비 부담이 커지는 것뿐만이 아니다. 환자의 건강과 안전도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 연구자들이 경제적 보상 때문에 연구 결과를 왜곡하거나 의료인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치료로 돈벌이를 하게 될 수도 있다.

 

거기다 기술지주회사는 다른 병원에 대한 경영컨설팅 및 수많은 영리자회사를 거느리는 대장 역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기술지주회사를 중심으로 수직, 수평의 재벌네트워크 체인병원이 가능해진다. 한국에서는 삼성병원이나 아산병원이 가장 큰 병원네트워크를 구성할 수 있다. 또 장기적으로는 의료기기, 제약회사, 민간보험 등을 모조리 하나의 기업네트워크로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는 미국처럼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는 병원-보험회사-제약회사 복합기업을 만드는 길이다.

 

영리자회사 = 기술지주회사 = 영리병원

정부는 영리자회사와 기술지주회사를 모두 병원이 투자를 더 잘 받고 연구에 매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이는 완전한 거짓이다. 영리자회사와 기술지주회사는 돈이 되는 사업에만 투자하기 때문에, 돈벌이가 되는 진료와 약품에만 더욱 매진하게 된다. 지금도 결핵이나 재활환자에는 병원들의 투자가 인색하지만, 각종 고가검사와 로봇치료기에는 수십억원도 쉽게 지출하는 것이 이런 이유다.

 

미국에서 영리병원은 비영리병원보다 개인당 의료비가 20% 높지만 사망률은 오히려 더 높았다. 즉 영리병원은 의료비 상승과 의료의 질 하락을 가져온다. 비영리병원의 영리자회사도 마찬가지다. 1991년 회계감사원이 비영리병원의 영리자회사를 규제해야 한다고 한 이유다. 영리자회사와 기술지주회사 도입도 영리병원과 똑같은 효과를 가지고 오기 때문이다. 오히려 모든 비영리병원들이 합법적.우회적으로 주식회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더 큰 문제가 예상된다.

 

정부는 의료법상의 영리행위 금지라는 큰 틀을 편법적으로 우회하여 영리자회사 및 기술지주회사를 통해 병원의 영리사업을 허용하려는 술수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2. 영리병원 설립 추진, 미국형 주식회사 병원의 도입

 

박근혜 정부는 자신들도 의료영리화에 반대한다는 말과 달리 ‘영리’병원 설립 추진을 위해 나서고 있다. 이번 6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정부는 경제자유구역 내 영리병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제주도에 영리병원 설립사례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영리병원은 투자자가 자본을 투자하고 수입을 가져갈 수 있는 병원이다. 투자자의 이윤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수익이 먼저고 환자 건강은 나중이 된다. 수익을 위해 환자들로부터 진료비를 더 받거나, 병원 인력을 줄이게 된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는 영리병원은 진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20% 더 비싸고, 과잉진료가 만연하다.

 

한국에서 법으로 금지되어 있던 영리병원은 2003년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인 영리병원이 허용되면서부터 일부 가능해졌다. 처음에는 ‘외국인 편의’를 명목으로 허용되었기에 외국인만 설립할 수 있고 외국인 환자만 받을 수 있는 병원이었다. 그런데 정부가 법을 조금씩 개정하여 지금은 국내 환자도 진료할 수 있고, 국내 자본이 진출할 수 있는 병원으로 바꾸어 버렸다.

 

정부는 한 술 더 떠 그나마 ‘외국병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아주 최소한의 규제조차 없애려고 한다. 외국인 의사를 10%이상 고용하고 병원장 및 진료의사결정기구의 50%이상을 외국인으로 두어야 한다는 규정마저 없애 버렸다. 각 과별로 외국인 의사 1인씩만 있으면 된다고 규제를 완화했다. 간판만 ‘외국 영리병원’ 이지 사실상 국내 영리병원 허용과 다름없는 규제완화인 것이다.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의 규제를 제주도와 같이 완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녹지국제영리병원은  제주도 영리병원 설립 조건이 너무나 허술해 조례 15조 만이 국내 영리병원 설립을 강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에서 녹지국제병원과 같은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국내 병의원이 외국에 진출해 영리병원을 세우고 국내로 역수입되는 국내 영리병원 설립이 합법화되는 방식이 허용되는 것이다. 제주도에 첫 영리병원 도입이 허용된다면 전국 8개의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게 되는 것이고, 사실상 전국 영리병원 허용이 되고 마는 것이다.

 

또한 경제자유구역에 내국인 영리병원이 우후죽순 생기면 이전부터 ‘역차별’이라며 문제를 제기해온 다른 지역 병원 경영자들도 영리병원을 허용해달라고 거세게 요구할 것이다. 정부는 지금껏 자본의 요구에 따라 영리병원의 규제를 점차 완화해 왔고 경제자유구역을 확대해 왔다. 따라서 영리병원의 확산과 전국적 허용은 결코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만약 영리병원이 전면화된다면 폭등할 의료비 때문에 건강보험도 버티지 못할 것이 우려된다.

 

싼얼병원 사태

정부는 지난 8월 제6차 투자활성화대책을 통해 국내 1호 영리병원을 도입하겠다며 제주도에 ‘싼얼병원’의 승인을 강하게 밀어붙였다. 그러나 ‘싼얼병원’은 자격 미달과 불법 및 사기행위로 크게 문제가 있음이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을 통해 밝혀져 결국 지난 9월 퇴출되었다. 밝혀진 바에 따르면 싼얼병원의 모회사인 CSC그룹은 버진아일랜드에 세워진 페이퍼 회사로 사기에 가까운 줄기세포 기술로 투자자모집 사업을 해 온 조세회피 기업이었다. 또한 CSC그룹의 회장 쟈이자화는 존재하지도 않은 주식과 광산을 담보로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범죄자였으며, 싼얼병원의 모기업은 지난해 파산한 상태였다.

 

‘싼얼병원 승인’이 바로 투자자들을 위한 영리병원 도입이 국민 건강과 생명에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할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다. 영리병원은 돈벌이가 목적인 병원이기 때문에 의료비를 높게 받아 주주들에게 이윤을 배당하는 주식회사형 병원의 미래가 바로 싼얼병원이다. 영리병원은 정부도 인정하고 있는 것처럼 투기형 자본인 사모펀드조차 유입될 수 있다. 이러한 투기자본이 환자와 의료진과 병원 직원의 고혈을 뽑는 것을 그 누구도 규제할 수 없게 되는 것이 영리병원의 실체다.

 

녹지국제병원 사태

제주도는 싼얼병원 사태가 발생한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중국 국영기업과 함께 영리병원을 설립하겠다고 사업계획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그러나 제주도가 신청한 국제녹지병원은 외국법인이 아닌 국내법인이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제주특별자치도법의 법률에 어긋나 신청서가 반려된 상태다. 국제녹지병원은 탈세전과가 있는 국내 성형외과 의사들이 중국에 세운 영리병원이 서울리거 병원이 사실상의 운영주체다. 이러한 국내 성형외과 의사들의 우회적 국내영리병원 설립 시도라는 의혹에 대해서 제주도와 복지부는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있다. 게다가 ‘그린랜드헬스케어주식회사(국내법인)’ 와의 사업계약서 추진을 위해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로 표기) 공무원 등도 동원된 바 있다는 공무보고서와 정부 출장보고서 등이 있어 복지부가 영리병원 추진을 사실상 돕고 있는 상황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시민사회단체가 이러한 의혹들을 제기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녹지그룹이 100% 출자한 외국인투자법인”이라고 주장했고, 원희룡 지사와 제주도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국내법인을 걸러냈다’고 두 차례나 주장했지만 이 모든 것이 거짓으로 드러난 셈이다. 제주도정은 이와 같은 거짓말에 대한 어떠한 해명없이 ‘녹지그룹’ 과의 100% 계약서를 다시 만들어 제출하겠다는 이야기만 반복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병의원의 우회적인 영리병원 설립 허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복지부는 어떠한 대책도 내놓지 않으면서 영리병원 승인심사 기준에 대해 기업의 재무 건전성만을 확인하면 된다고 말해, 복지부가 과연 국내 보건의료체계를 뒤흔들 영리병원 도입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아주 단순하고 기본적인 영리병원 설립 법조항이었던 병원 사업자가 외국법인이어야 한다는 사실로 인해 두 번째 영리병원 설립 신청서가 취소된 이번 사태에서 보듯이 영리병원 신청과 승인 절차가 밀실행정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큰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의 책임은 밀실행정과 국민의 알권리를 무시하고 있는 복지부에 있다. 복지부는 제주 영리병원 추진을 위한 도우미 정부 부처가 아니라 돈벌이 영리병원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이 되어야 할 것이다.

 

복지부는 영리병원 사업자가 법인을 변경하여 신청하면 재검토하겠다며 영리병원의 추진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이번에도 밝혀진 것처럼 영리병원은 국내법인의 우회적 진출이 언제든 가능한 구조일 수밖에 없고, 싼얼병원에서 드러난 것처럼 투기를 목적으로 한 사기 기업들을 제한할 수 없다. 따라서 영리병원은 언제든 투기꾼들의 불법과 탈세가 점철되어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영리병원 도입 시도를 완전히 중단하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입니다.

 

3. 의료관광과 의료수출을 위한 ‘국제의료특별법’의 문제점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제의료사업지원법’ 제정안이 지난 23일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었습니다. 이 법안은 정부와 여당에서 주장하는 ‘경제활성화’ 중점 법안 중 하나로 강조되어 왔다. 특히 지난 달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대표 3자 회동에서 자신의 중동 순방의 핵심 성과 중 하나로 의료 분야를 꼽으며 이 법안의 통과를 주문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정부·여당이 추진 중인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 제정안에 따르면 ‘국제의료’란 “외국인환자 유치사업과 의료 해외진출사업 등 국내외 외국인환자를 대상으로 하여 보건의료서비스 및 이와 연관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체의 사업”을 뜻한다. 즉 ‘의료 관광’과 ‘의료 수출’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국제의료지원법안의 주요 내용들은 사실 국내 규제 완화책일 뿐이며, 정부가 그간 추진해왔던 의료민영화 정책을 지원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또한 ‘국제의료’ 활성화는 현재 의료 체계 전체를 상업적으로 재편하려는 자본의 요구이기도 하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지난 8월 정부의 ‘제 6차 투자활성화대책’에서 처음 등장했다. 정부는 투자활성화대책에서 ‘현행 의료법 체제에서는 의료수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어 별도의 법 제정 필요’하다며 외국인 환자 대상 국내 의료광고 허용, 보험사의 해외환자 유치 허용 및 금융‧세제‧재정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번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는 해외 환자 대상 원격의료 허용까지 추가되었다.

 

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병원-보험사 직계약 허용은 미국식 의료민영화 발판

외국인 환자 유치업은 2009년 의료법 개정으로 허용되었지만 보험회사 등에 대해서는 제외되었다. 지난 정부는 이러한 예외조항을 없애는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였으나 국회에서 무산되었고, 박근혜 정부 역시 의료법 개정으로 이를 도입하고자 시도해왔다.

 

보험자본이 해외환자 유치 허용을 정부에 요구하는 이유는 이것이 곧 병원과의 직접계약 체결을 통하여 의료공급체계를 지배할 수 있는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보험사가 환자를 유치하고 병원에 직접 지불하게 되면 보험사가 갑, 병원은 을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허용되어 있는 미국에서는 보험회사들이 수익을 많이 남기는 방법으로 병원 진료에 간섭하여 진료왜곡과 과소의료를 통한 의료의 질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핵심인 보험-병원 복합기업(HMO)은 바로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다. HMO는 보험회사가 병원을 통째로 소유하고 운영하는 형태다. 미국에서 민영의료보험은 병원을 소유하며 의료 체계 전체를 마음대로 휘두르면서 공적 의료보험이 담당해야 할 영역을 잠식하였습니다. 이는 현재 전 국민의 6분의 1이 의료보험조차 없이 치료비를 부담하지 못해 사람이 죽어가는 미국의 상황을 초래하였다.

 

한국의 보험사들이 미국식 의료체계 형성과 국민건강보험 무력화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2005년 삼성생명내부전략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정부의 건강보험 대체’라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보고서는 민영의료보험의 발전방향으로 ‘보험금 직불 시스템 도입(병원-보험사긴 직접계약)’, ‘요양기관 계약제도 시행(요양기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을 주장하였다. 또한 2007년 삼성경제연구소는 ‘의료산업고도화와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보험자가 공급자에게 다양한 재정적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효율성을 제고하는 관리의료형 민간의료보험(HMO)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2011년 보험연구원의 보고서도 관리형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주장하며 관련한 법적 토대 마련을 주문했다.

 

병원-보험사 직계약 허용을 통한 해외환자 유치라는 것은 허울이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환자대상의 병원-보험사 직계약 허용을 위한 민간 보험사를 위한 규제완화 정책입니다. 국내보험사가 외국환자를 직접 모집한다고 외국환자의 대규모 유치에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국내보험사의의 매출규모에 비교하여 외국환자유치의 보험매출액은 너무 적어 국내보험사가 외국환자유치에 나설 경제적 유인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즉 외국환자유치를 내세우지만 실제목적은 병원과의 직계약 규제완화에 맞추어져있다.

 

해외환자 원격의료, 우회적 원격의료 도입 눈속임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허용은 박근혜 대통령이 주장하는 창조경제의 핵심이자 국내 의료기기 및 통신 기업들의 숙원 사업이다. 그러나 이는 다음과 같은 문제로 지난 해 2월 국회에 제출된 이후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

 

원격의료의 가장 큰 문제는 개인 질병정보 유출이다. 삼성 등 민간기업들은 개인질병정보의 영리적 활용을 제안해왔다. 그런데 질병정보 유출은 최근 20억건 이상의 국민 질병정보를 수집하여 해외로 빼돌린 IMS헬스코리아 등이 문제가 된 것처럼 의료정보 유출은 이미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민간 기업이 개인의 건강‧질병정보를 수집할 경우, 이것이 민간보험사 가입 및 지급 거부에 이용되거나 기업의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비용-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원격의료는 얼굴을 맞대는 대면진료에 비하여 오진 가능성이 높고, 비용은 높은데 효과는 없다고 알려져 있다. 복지부는 원격의료 도입 시 환자는 마이크, 웹캠 등과 생체 측정기 비용으로 150~350만원의 돈이 소요된다고 추정하였다. 복지부 예상대로 만성질환자 585명에 최대 350만원을 대입하면 국민들은 20조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결국 국민 의료비는 폭등하고 원격의료 관련 기업만 이익을 보게 된다.

 

국제의료사업지원법안에는 해외에 있는 의료인 또는 외국인 환자에게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해외환자로만 한정하고 있으나, 이는 국내 원격의료 허용을 위한 발판이 될 수 있다. 외국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던 영리병원이 결국 국내 환자용이 된 것처럼 한번 규제가 완화되면 그 완화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은 훨씬 쉽다. 해외 환자를 대상으로 원격의료가 허용되면 국내 환자는 왜 안 되냐는 논리가 등장할 것이다. 또한 개인정보 유출, 안전성과 비용-효과의 문제는 외국인 환자도 겪어서는 안 될 일이다. 따라서 국내에서 원격의료 자체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해외 환자 대상 원격의료가 국내 허용을 위한 명분이라는 것은 정부의 2차 원격의료 시범사업 확대계획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정부는 2차 시범사업의 핵심과제 네 가지 중 하나로 ‘해외환자 원격협진 활성화’를 꼽았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기로 한 UAE 셰이크칼리파 전문병원과 서울대병원 본원 간 원격협진을 실시하고, 국내 송출 UAE 환자에 대한 사전‧사후관리를 위한 원격협진 센터를 개소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한국에서 허용되어 있는 의료인-의료인 간 원격협진으로 의료인-환자 간 원격의료의 효과성을 판단할 수는 없다. 결국 해외 환자 대상 원격의료는 해외진출 성과를 명목으로 국내의 원격의료 허용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의료관광·해외진출 기관에 대한 국가 지원, 지역불균등을 심화시키고 의료상업화를 부추길 정책

국제의료사업지원법은 해외 환자 유치를 위해 민간보험사를 비롯한 유치업자와 의료기관에게 금융, 세제, 재정 지원 및 정보제공을 하겠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국가 및 지방자체단체가 나서서 조사연구와 해외마케팅 및 홍보활동도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며 의료수출 전문인력 양성에 지원한다는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편중되어있는 대형병원중심-대도시 중심의 병원 지역불균등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의료관광 유치 의료기관의 경우 대도시에 집중되어있고 대형병원이 대부분이다. 또한 소형병원도 피부 미용 등 영리적 목적으로 진료를 하는 병원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들에게 세제혜택을 준다는 것은 상업화되고 영리화 된 국내의료체계의 왜곡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정부가 국내의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는 게을리 하고, 의료복지 확대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해외환자 유치 기관에만 혜택을 몰아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금융 세제 지원을 강화해야 할 대상은 지방의료원 등 적정진료와 소외계층 및 재난의료를 담당하는 공공의료기관이다. 또한 한국의 보건의료 학생들은 전적으로 민간에 맡겨 높은 등록금에 시달리고 있는데, 이는 보건의료인들의 졸업 후 영리 추구의 한 계기가 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의료수출 인력 양성이 아니라 국내 공공의료기관에 복무할 보건의료인들의 양성하는 것이다.

 

비민주적 추진방식

정부의 투자활성화방안 추진 방식은 절차적으로 비민주적이다.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의 의료민영화 방안에 이어 이번에도 국민적 토론이나 합의 없이, 국회에서의 입법과정도 생략하는 막무가내 밀어붙이기 방식이다.

 

이미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12월 13일 발표한 제 4차 투자활성화 계획을 통해, 영리자회사 허용, 부대사업확대, 의료법인 인수합병허용, 약국영리법인 허용,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원격의료 추진 등의 전면 의료민영화 추진을 선언한 바 있다.

 

특히 '부대사업확대'와 '영리자회사 가이드라인'은 의견 수렴 마지막 날인 7월 22일과 23일, 온라인에서만 120만 명 이상의 국민들이 반대 서명을 하는 등, 총 200만명이 반대서명을 했으며, 보건복지부에는 10만여 건의 의견서가 제출되기까지 했다. 또한 정부의 부대사업 확대는 사실상 의료법으로 규정하고 있는 '환자 및 병원종사자의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범위를 심하게 넘어선 것이었다. 정부가 의료법을 위반한 행정독재라는 의견이 국회 입법조사처와 대한변협에서 제출되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보다 더한 규제완화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국민적 여론을 무시하는 행위이고 불통정치의 표본이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로 이익을 내기위해서 국내 보건의료체계를 상업화시키는 것 자체도 문제이고, 과장된 근거와 전망으로 국민들을 현혹하여 국내 의료민영화를 밀어붙이려는 계획 또한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한국에 필요한 것은 ‘국제의료’가 아니라 무너진 공공의료를 바로 세우고 발전시키기 위한 정부의 실질적인 노력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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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민영화 주범, 병원 인수·합병 추진하는 대한병원협회 규탄

 

일시 : 2016년 5월 11일(수) 오전 10시30분 / 장소 : 대한병원협회 앞

 

SW20160511_기자회견_의료민영화주범병원인수합병추진하는대한병원협회규탄

 

[기자회견 개요]
- 사   회 : 최영준(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공동집행위원장)

- 여는말 : 김경자(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 상임집행위원장, 민주노총 부위원장)
- 발   언 : 최규진(보건의료단체연합 기획국장)
               김준현(건강세상네트워크 대표)
- 기자회견문 낭독 : 백영범(일산병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김경희(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 분회장)

 

[기자회견문]

의료민영화 주범, 병원 인수합병 추진하는 병원협회 규탄한다!

영리병원 허용, 원격의료 허용,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를 주장한 병원협회는 국민생명과 건강을 사고파는 장사꾼 집단일 뿐.

지난 4월 29일 손쉬운 구조조정과 의료법인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법인 인수합병법안’(이하 병원 인수합병법)이 국회 보건복지 상임위를 통과해 법사위로 넘어갔다. 이 법은 오래 전부터 병원협회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이다. 병원협회는 2006년부터는 아예 공식적으로 인수합병 허용 법 개정을 요구해 왔지만, 비영리 의료기관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직접적인 의료민영화 법안이라는 국민적 반대로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내 의료 공공성을 뒤흔드는 이런 의료민영화 법안이 정부 여당의 강행 추진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찬성 속에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이런 어처구니없는 법 통과 과정 뒤에는 이를 추진해 왔던 병원협회의 강력한 로비와 요구가 있다. 그동안 대한병원협회는 병원 인수합병 법안은 물론이고, 원격의료,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등 각종 의료민영화 법안을 가장 앞장서 지지해 왔다. 최근에 서비스발전기본법의 시급한 처리요구까지, 그동안의 병협의 행보는 병원 소유주들과 경영진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집단과 다를 바 없었으며, 국가의료체계 자체를 자신들의 이윤도구화 한다는 비난을 듣기에 마땅하다.  

 

우리는 의료공공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의료 접근권을 후퇴시키며, 의료비 인상으로 의료 영리화‧민영화를 꾀하는 병원협회의 행태를 규탄하며, 한국의 보건의료가 더는 2000여 명의 병원 경영자들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 우리는 병원협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대한병원협회는 돈벌이 투자를 위한 병원 인수합병 요구를 철회하라.
현재 한국의 병원 중 개인병원을 제외한 병원들은 모두 비영리병원으로 사회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의료업을 공익적으로 추구한다는 전제에 건립되었다. 이는 법리적으로도 영리를 추구하지 않도록 되어 있을 뿐 아니라, 사회공공성을 추구한다는 목적 때문에 각종 세제혜택과 사회적 지원을 받아왔다. 역사적으로도 장기려 박사를 비롯한 수많은 병원설립자들이 돈이 없어도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병원을 설립하고 운영하여 왔음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개인병원의 영리적 경영은 차치하고라도 의료법인, 학교법인 등의 비영리법인이 설립한 병원들조차 자신의 책무를 잊은 것은 돈벌이 기업가 이전에 의료인으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2. 대한병원협회는 영리병원 체인 설립을 위한 병원 인수합병 요구를 철회하라. 
병원협회는 “경영이 어려운 중소병원이 해산과 합병이 되지 않아, 비정상적인 영리적 경영을 하게 된다”며 이 법의 통과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비정상적 경영 즉, 부도덕한 과잉진료와 부당청구를 인수합병이 해결한다는 것은 그 근거가 없다. 오히려 병원 M&A 허용은 수많은 의료법인의 체인화를 허용하는 것으로 병원의 영리성과 상업성을 더욱 강화하는 방법으로 이용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영리적 경영으로 돈만 벌고 의료법인을 팔고 사라지는 ‘먹튀 의료자본’까지 양산할 것이다. 병원협회가 진정으로 경영이 어려운 병원의 비정상적 행태를 걱정하고 이를 공익적 방향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의료기간의 국가지원 및 국가 지자체 인수를 주장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그러나 병원협회는 성명을 통해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영리병원 허용을 주장하는 등 돈벌이를 위한 정반대의 주장만을 일삼아 왔다. 병원협회가 “중소병원의 비정상적 경영을 윤리적인 경영으로 바꾸기 위해서”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명분은 허울 좋은 핑계일 뿐이다.

 

3. 대한병원협회는 부대사업 확대 및 영리자회사 추진을 중단하라.
이번 인수합병 법안은 2013년 말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포함돼 있다. 당시 이 방안에는 병원이 영리적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건강식품, 쇼핑몰, 헬스장, 호텔, 의료기기개발 등의 각종 부대사업 확대는 물론 이를 영리자회사로 소유할 수 있도록 해, 투자자들에게 이익 배분을 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당시 200만 명이 넘는 범국민적 반대 서명에도 불구하고 영리 자회사와 부대사업 확대가 허용된 것은 바로 병원협회와 박근혜 정부가 한 배를 탔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바다에 내 던지고 말이다.  문제는 이러한 영리자회사와 이번 인수합병 의료법 개정안이 결합될 때 나타나게 될 의료법인이 사실상 영리병원과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병원협회는 병원과 자본이 결합된 조인트 벤처를 운운하며 영리병원 허용을 주장해 왔고 또 병원경영지원회사를 두게 해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제 이미 영리자회사가 허용된 상태에서 의료법인 인수합병마저 허용된다면 거대 체인병원에서 직접 병원 경영지원회사(MSO)를 운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병원경영지원회사는 의료기기, 의료용품 및 의약품회사가 체인병원에 공급을 전담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다. 독과점 문제는 둘째치고 병원에서 번 돈이 대규모로 이러한 병원경영지원회사나 의료기기 자회사로 유출되는, 사실상 미국식 영리병원 의료체계를 형성하는 발판이 된다. 투기자본이 거대병원 경영네트워크를 장악할 수도 있고 이미 문제가 된 영리형 의원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미 너무 영리화된 한국의 병원들의 경쟁과 합병을 격화시킬 이러한 의료시스템은 한국의료를 더욱 이윤에 혈안이 되는 막장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4. 대한병원협회는 의료법인의 각종 세제혜택으로 받은 국민세금을 반환할 것인가. 
의료법인은 그 비영리성을 이유로 각종 재산세 및 취득세를 면제 또는 감면 받아왔다. 또한 고유목적사업준비금이라는 명목으로 소득이 발생해도 이를 손금처리할 수 있는 혜택을 받아왔고, 지금도 지방의 의료법인은 소득을 손금처리할 수 있는 혜택을 받고 있다. 이는 의료법인이 가지고 있는 공익성에 대해서 사회와 국가가 제공한 혜택이다. 그리고 이 때문에 많은 의료법인이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도 적자인 것처럼 회계장부를 처리했고 소득세를 내지 않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외에도 과거부터 특정시기마다 의료법인은 의료 공백지 혹은 만성병상 허용 등으로 저리의 융자혜택 및 국고지원 혜택을 누린바 있다. 이런 의료법인을 가격을 매기고 사고팔아 이익을 얻게 된다면 이는 이제까지 받았던 국가와 사회의 세금과 지원을 완전히 사유화한 것에 지나지 않게 된다. 의료법인이 사회적인 책무를 하지 못한다면, 애초의 사회적 약속을 어기는 것으로 국가나 지자체가 공공적이고 사회적으로 인수하는 것만이 답이다. 세제혜택과 지원을 누리고 나서 이제 와서 사고팔 수 있는 인수합병까지 허용해달라고 하면 이제까지의 세제혜택과 정부지원을 모두 사회에 반환하겠다는 것인가

 

5. 대한병원협회는 병원노동자 대량해고 도구로 활용될 인수합병을 중단하라.   
병원협회는 그동안 의료시장화 정책과 박근혜 정부의 의료민영화 법안들을 지지하면서,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고 외쳐왔다. 그러나 병협은 ‘의료기관 직원들에 대한 정리해고를 할 수밖에 없는 경우’ 인수합병을 해야 한다고 의료법 개정 의견을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구조조정을 위해 반드시 의료법인 인수합병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일자리 창출을 운운하며 의료 민영화의 칼자루를 흔드는 병원협회 수장들의 민낯은 사실 손쉬운 해고일 뿐이다. 병원 인수합병은 의료서비스 질을 담보하는 인력 충원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손쉽게 해고하려는 일자리 줄이기 의료 민영화 법안이다. 

 

우리는 그간 대한병원협회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지지, 영리병원 지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지지, 안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원격의료 지지 등 이 자리에서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의료민영화 사안의 첨병이었음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동안 많은 양심적인 병원장들과 공익적 의료행위에 의미를 두고 있는 법인이사장들이 있다고 생각해, 그간 병원협회의 행태에 대한 비판을 상당히 자제해 왔다. 


그러나 이제 대한병원협회가 그런 양심적인 의료인 및 사회사업가들을 완전히 배신하고 뼛속까지 국민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구조조정을 위한 칼자루를 휘두르는 행태를 더는 보고 있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돈이 없으면 병원 근처도 가지 못하는 미국의 모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시대착오적이고 탐욕적인 병원협회에 맞서, 시민들의 건강권, 병원 노동자들의 일자리, 그리고 한국의료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병원협회는 병원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만드는 병원 인수합병 추진을 중단하라. 박근혜 정부는 병원협회의 이윤을 위한 병원 인수합병 허용 입법을 당장 멈춰라. 

 

2016. 5. 11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민주화2030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악주민연대, 광주전남보건의료단체협의회,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기독청년의료인회, 노동․정치․연대, 노동사회과학연구소, 노동인권회관,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원회, 노동자계급정당 추진위위원회 학생위원회(준), 노동자연대, 노동자연대학생그룹, 노점노동연대, 녹색연합, 농민약국,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연대회의,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민중의힘, 반민곤빈민연대, 부정선거진상규명시민모임, 불교평화연대, 빈곤사회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련, 전철연), 사월혁명회, 사회진보연대, 새로하나, 새세상을 여는 천주교여성공동체, 서울YMCA시민중계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정의행동, 예수살기, 우리신학연구소,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일산병원노동조합, 자주통일과민주주의를위한코리아연대, 장애인배움터 너른마당,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 공공운수노조 전국철도노동조합,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학생행진, 전태일을따르는노동대학, 전태일재단,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천주교인천교구노동사목,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청년유니온, 카톨릭농민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민주제약노동조합, 한국비정규센터,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한국진보연대, 한국청년연대, 행동하는의사회, 현장실천노동자연대, 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21C한국대학생연합, icoop소비자활동연합회, 의료영리화저지와 의료공공성강화를 위한제주도민운동본부, 한국여성민우회.

수, 2016/05/11-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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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인 인수합병 법안 법사위 파기는 국민들의 승리

긴박한 짧은 시간의 투쟁에서도 국민들의 의료 민영화 반대는 분명했다

 

5월 17일, 우리는 의료기관 인수합병 의료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서 폐기시켰다. 이는 의료 민영화를 막아내고 이윤보다 생명을 우선해야 한다는 국민들이 이뤄낸 승리다. 의료민영화저지범국본과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민의를 거슬러 합의한 병원 인수합병 법안 저지를 위해 지난 6일간 더민주당사에서 점거 농성을 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투쟁을 전개했다. 

 

우리는 긴박한 시간 속에 투쟁을 전개하면서 수많은 국민들이 병원이 더는 상업화되어선 안된다는, 의료 민영화는 절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에 차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많은 국민들이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의료 민영화 반대 서명에 동참해 주었으며, 선거가 끝나자 돌변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어이없는 야합에 분노했다. 병원 인수합병을 합의해 준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의 행태는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에서도 결코 의료 민영화 저지 투쟁의 고삐를 늦춰선 안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 또한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된 의료기관 인수합병 외에도 각종 의료 민영화 정책이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진행되고 있으며, 18대 국회부터 저지해 온 건강관리서비스법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추진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우리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이유다.

 

19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우리가 거둔 승리를 교훈삼아 우리는 20대 국회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다시 한 번 당론을 분명히 하고 의료 민영화 저지와 공공의료 확대를 위해 총력을 다하라. 20대 총선에서 1당이 된 더불어민주당과 3당이 된 국민의당은 병원 인수합병이라는 명백한 의료 민영화 법안에 합의해 주는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다. 이는 의료 민영화를 반대하는 총선 민의를 정면으로 거스른 것으로, 이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행태로 말미암아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의 회원들이 밤잠을 설쳐가며 농성장과 거리에서 싸워야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의료 민영화와 관련한 총선 약속을 지켜야 하며, 다시는 이 같은 행위를 반복해선 안된다. 또 다시 이와 같은 행동이 반복된다면, 그 때는 ‘실수’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 강력한 규탄 행동에 직면할 것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2. 박근혜 정부 3년간 국민건강을 위한 수많은 필수적 안전장치들이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법률과 하위법령으로 개악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첨단의료단지 내의 임상시험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려 하고 유전자치료제 등에 대해서 신의료기술 평가를 줄이려는 행정법령이 추진되고 있다. 그야말로 기업의 돈벌이를 위한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안전장치 해제가 국회의 논의도 없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18대 국회에서 두 차례나 폐기된, 건강보험에서 국민 건강 증진과 건강관리는 제외시키는 건강관리서비스법은 가이드라인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려 하고 있다. 20대 국회는 국민 생명과 안전에 대한 필수적 안전장치를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해체하려는 행정독재를 제어하고,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이 지켜질 수 있는 안전장치를 더욱 강화하는 법 제정과 개정을 시작해야 한다.

 

3. 20대 국회는 의료 민영화 국회가 아니라 의료 공공성을 강화하는 국회가 돼야 한다. 현재 건강보험재정이 무려 17조 원 흑자 상황임에도 국민들의 의료비 절감을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내용은 거의 전무하다. 박근혜 정부는 한술 더 떠 이런 흑자로 금융상품 투자 놀이를 하려 한다. 국회는 국민들이 내는 보험료가 국민을 위해 사용되도록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국민부담 의료비를 줄여 민의를 대변해야 한다. 건강보험 흑자가 국민에게 제대로 돌아갈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이 바로 국민들의 뜻이고 20대 국회는 이를 실현하여야 한다.

 

2016년 5월 18일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 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수, 2016/05/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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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보건의료단체연합과 건강과대안은 보건복지부가 일부 시민단체와의 내부 간담회를 통해 최근 공개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 전략’ 문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2. 우선 국민 전체의 개인질병정보를 포함한 건강정보 및 일생생활정보를 연계해 민간기업과 공유하겠다는 보건의료 빅데이타 추진 전략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전략과 다를 바가 없다. 지난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법과 의료법으로 보호돼 있는 개인질병정보와 같은 개인의 민감정보를 기업 마케팅에 이용하도록 허용해 주기 위해 행안부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비민주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겠다는 전략은 ‘박근혜의 가이드라인’ 편법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적폐 ‘청산’이 아니라 적폐 ‘계승 전략’이 되는 셈이다.

3. 우리는 여러 차례 개인질병정보와 건강정보의 민간기업 활용과 유출이 가져올 심각한 사회문제를 지적해 온 바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의료의 공공성을 버티고 있는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한 국민 개인질병정보와 치료정보 등이 그 당사자인 국민의 동의 없이(Opt in)* 보험사나 제약사, 고용업체 등 기업으로의 제공되는 ‘전략’ 은 민간의료보험 활성화나 건강관리서비스 민영화 등 의료민영화의 가장 중요한 안전판을 제거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수 십년 동안 의료민영화 싸움의 핵심 쟁점이 건강보험을 기반으로 공적으로 집적된 국민개인질병정보의 민간 공유 문제였다는 걸 잊어선 안된다.

4. 또한 복지부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전략’ 을 공개해야 한다.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국민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상식을 떠나, 국민 개인건강정보를 빅데이타화 해 민간기업에게도 공유하겠다는 정책인 이상, 그 정보의 주인들에게 ‘당신의 개인 정보를 기업이 이용할 수 있도록 수집, 처리, 연결해 제공해도 되는지’를 묻는 절차가 필요하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신뢰 문제이자 문재인 행정부의 민주화 수준을 가늠할 문제다. 따라서 복지부는 그 추진 전략의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고 이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국민 의견이 접수되고 토론될 수 있는 민주적 공론화 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5. 아래 복지부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전략> 보고서에 대한 상세 의견서 첨부.

 

* 옵트인(Opt-in)은 정보 수집 및 이용 전에 정보 주체가 자신의 정보 수집 등을 동의하는 행위 절차를 말한다. 당사자 동의 없이는 당사자의 데이터 수집을 금지하는 제도이기도 하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전략> 에 대한 의견

보건의료 부문에서 빅데이터 활용의 효과는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치료의 질 및 효과의 향상, 질병 예방, 환자 안전 수준의 향상, 의료비 절감 등의 효과가 거론되며 세계적으로 적지 않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술적, 사회적으로 이는 아직 미완의 상태다. 많은 논의와 장밋빛 전망에 견줘 실제 현실에서 데이터로 입증된 효과를 보이는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모델은 매우 적다.
오히려 정책 추진의 근거 혹은 가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에 비해 부작용과 오용에 대한 우려는 크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 뿐 아니라, ‘빅데이터화’를 이용한 감시, 차별, 배제, 낙인의 가능성 등이 제기되고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환자단체, 시민사회의 우려와 견제가 상존하는 이유다.
그러므로 충분한 의사소통과 공론화를 거쳐 신뢰를 바탕으로 한 거버넌스 체계로 정책 추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적 논란과 갈등만 심화시킨 채 언제든지 좌초될 수 있는 성격의 정책임을 영국의 NHS ‘Care.data’ 사업의 실패 사례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정권에서 추진했던 ‘원격 진료’, ‘건강관리서비스’ 정책 추진의 과정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 정책들은 국민 건강보다는 일부 기업의 이익추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 국민의 건강을 희생양으로 삼아 기업의 돈벌이 수단만 늘려주는 ‘의료 민영화’ 정책으로 규정되어 정책 실패로 귀결되었다. 현 정부가 지난 정부의 ‘적폐’를 청산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꾀한다면, 보건의료 빅데이터 정책 추진은 근본부터 재구성하여 첫 출발부터 다시 시작하여야 한다.

1.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효과 및 전망에 대한 충분한 근거를 밝혀야 한다.

다른 영역과 달리 보건의료 부문의 기술은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나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기술이 도입되면, 그 피해가 개인의 생명과 건강과 직결된다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건강 관련 의사 결정은 의도 하지 않은 차별과 배제, 낙인 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그러므로 단지 ‘예측’에 기반한, 그리고 수익성에 기반한 정책 추진을 해서는 안 된다. ‘근거’에 기반한 정책 추진이 되어야 하고, 그 근거의 수준은 전통적 의료 기술, 사업, 정책 추진시 요구되는 정도의 ‘탄탄하고 충분한’ 것이어야 한다.
가령 빅데이터에 기반한 의료 정책 혹은 사업으로 이야기 되고 있는 ‘개인 중심 맞춤형 건강정보 제공 서비스’, ‘감염성 질환에 대한 체계적인 예측·감시 시스템’, ‘사회적 취약계층 건강증진·질환관리를 위한 서비스’, ‘정밀의학’ 등이 과연 얼마나 그 효과나 사회적 효용이 있을지에 대해 아직까지 많은 논란이 있고 그 내용이 제대로 정의되지도 못했다.
우선 개인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고 하여도 그 정보가 건강 행태의 변화나 건강 증진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연구가 오히려 많다. 사람은 데이터에 근거하여 본인의 행동이나 행태를 결정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의 빅데이터 분석 방법이 가설을 세우고 유용한 데이터를 모아 통계적으로 엄밀한 방법에 따라 검증하는 방식이 아니라, 데이터 ‘양’이 많다는 이유로 단순한 상관 관계를 인과 관계로 치환하려 한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심지어 “쓰레기 같은 데이터를 아무리 많이 모아 잘 분석한 들 쓰레기 같은 결과만 나올 뿐이다.”라는 냉소적인 평가도 존재하는 실정이다. 이와 더불어 인구 집단의 데이터를 개인에게 적용할 때 생기는 문제도 적지 않다.
이에 더해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만든 특정 건강증진 사업 혹은 서비스 모델이 보건의료 부문에서 실제로 건강 증진 내지는 의료비 절감 효과를 낸다고 말하기에는 한국 의료제도가 가진 민간의료기관의 영리적 행위 등 중첩된 문제들이 더 많다.
그러므로 우선적으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보건의료 부문에서 특정 서비스 혹은 모델이 빅데이터 활용으로 구체적인 효과를 낸다는 ‘탄탄하고 충분한’ 근거를 만드는 작업이어야 한다. 그 효과와 안전성 검증의 시험대를 통과하지 못한 초기 단계 기술에 국민의 혈세를 투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2. 건강정보를 매개로 한 감시, 차별, 배제, 낙인에 대한 정부 보호조치에 대한 사회적 기술적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

보건의료 부문에서는 다른 어느 부분보다도 개인 정보 보호의 원칙을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건강정보와 개인질병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 가장 민감한 정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독점적으로 수집한 공적 영역의 국민 개인질병정보와 건강정보를 활용하는 것은, 엄격한 보호 정책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관련 빅데이터 정책은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한 개인의 건강정보가 유출되면 그에 근거한 차별이나 배제, 낙인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는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뿐 아니라 고용상의 불이익, 보험가입 및 급여 제공 등의 경제적 불이익 등 광범한 불이익을 낳을 수 있다. 유출된 정보에 근거해 특정 개인은 삶이 파괴될 수도 있으며 삶의 질을 떨어드리는 기업의 상업적 마케팅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빅데이터 분석의 ‘알고리즘’ 자체가 ‘투명성’을 결여한 상태에서 이루어지므로 특정 계층, 인종, 장애, 건강 문제 등을 가진 사람을 차별하거나 배제할 수도 있다는 것도 큰 문제다. 최근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차별과 배제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러한 분석 알고리즘의 투명성 결여는 문제가 된 이후에야 알아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문제다.
그런데 지난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보다는 기업의 이익과 관련 산업의 발전을 우선한다는 인식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개인정보보호법과 충돌하는 행정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식별 조치가 된 정보는 개인정보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는 해괴한 행정 해석 하에 불법, 탈법을 자행하도록 부추겼다. 법률적 근거도 없이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공공데이터를 연계하여 기업에 제공하려 했다. 기존 공공데이터의 연계는 개인정보보호법상 목적 외 사용 내지는 제3자 제공에 해당하는 것으로, 개인의 동의나 별도의 법률적 근거가 없으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공단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질병관리본부 자료 등을 개인 식별자를 활용하여 연계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려 했고, 최근 드러난 심평원 개인의료기록 정보 판매 부당 거래는 이런 박근혜 정부의 적폐 중 하나다.
행정부의 일개 행정 해석에 근거하여 공공데이터를 연계하여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명백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고 불법이다. 법 집행을 우선해야 할 정부가 불법을 자행해서는 안 된다. 적폐 청산을 약속한 문재인 정부는 당장 지난 정부의 ‘개인정보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을 폐기하고,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공공데이터를 연계, 제공하려는 시도를 멈추어야 한다. 공공데이터 연계, 제공을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는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작업도 당장 멈추어야 한다.

지금까지 언급한 두 가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현 정부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전략이 지난 정부 ‘적폐’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효과도 불분명한 정책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이름을 앞세워, 개인의 건강정보를 이용해 돈벌이를 하려는 보험회사,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의 민원사항을 해결해주고, 시스템 구축과 컨텐츠 개발로 활로를 모색하려는 IT기업, 통신기업의 이익만 보장하는 정책 아니냐는 우려와 불신이 확신으로 바뀔 것이다. 보건의료 빅데이터 추진전략을 국민 건강보다는 일부 기업의 먹거리를 보장하기 위한 정책, 국민의 건강을 희생양으로 삼아 기업의 돈벌이 수단만 늘려주는 ‘의료 민영화’ 정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반대 투쟁에 돌입할 것이다. 정부가 진정성, 투명성, 신뢰를 보여주어야 할 때다.

 

2017. 10. 26

건강권실현을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목, 2017/10/2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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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료기술평가 무력화의 피해자는 국민이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그동안 안정성,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은 채 의료현장에 들어와 문제를 일으킨 ‘의료기기, 의료재료, 의료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장치로 2007년 도입되었다. 2007년까지 한국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정성 평가가 통과되면 효과성 여부와 상관없이 마구잡이로 의료기술들이 도입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로봇 시술이다. 로봇 수술은 지금도 효용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높은 수술비를 받으면서 확대되고 있다. 2007년 이전 도입된 의료기술이 수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예 중 하나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가 도입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신청된 총 1349건의 의료기술 중 694건(51.4%)은 기존 기술과 유사하거나 연구 결과가 부족하여 아예 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판정받았다. 나머지 평가를 받은 620건도 471건(전체 중 34.9%)만 인정을 받았다. 늦게나마 평가가 이루어져 수많은 불필요한 의료기술에 국민들이 노출될 일이 줄었다는 방증이다. 물론 이 때문에 평가제도는 의료시장에 제멋대로 진입해 돈을 벌려 한 의료기기, 의료재료 업체들의 눈엣가시가 되었다. 의료기기 업체들은 수많은 심포지엄들을 통해 평가제도 때문에 의료기기의 국제적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이런 신의료기술평가제도 무력화 요구와 맞아떨어진 게 바로 박근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규제 완화는 하나의 도그마가 되었는데, 신의료기술평가제도와 관련해서도 2013년 10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무려 6번 이상에 걸쳐 무력화 시도가 있었다. 주된 내용은 ‘유망의료기술’ 도입 기간을 단축하고, 대체치료기술이 없는 질환이나 희귀질환의 치료기술에 대하여 예외를 적용하며, 체외진단검사기기의 평가를 제외한다는 내용이다. 최근에는 임상시험을 거쳐 식약처 허가를 받은 의료기기는 신의료기술평가를 유예해서 즉시 병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평가제도와 관련된 규제 완화는 내용이 복잡하고 전문적이라서 수많은 의료민영화 쟁점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못했으며 별다른 저항 없이 추진되고 있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는 평가제도가 가진 전문성과 복잡성이란 약점을 이용해 한가지씩 규제완화책을 공개하며 추진하고 있다.

 

신의료기술평가제도 완화의 실제 쟁점은 의료기기의 빠른 시장 도입에 맞춰져 있었다. 원격의료 기반장치 중 하나인 ‘체외진단기기’에 대한 시행규칙이 별도로 마련된 것을 보면 이는 삼성, 에스케이 같은 굴지의 재벌들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원격의료와 신의료기술평가 완화는 재벌들의 돈벌이 시장 확대가 주된 목표임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렇게 확대된 의료재료와 의료기기 시장의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게 된다는 점이다. 미국에서도 1990년대 중반부터 10년간 각종 수술비가 3배 가까이 오른 이유가 의료재료의 특허권과 가격 상승 때문이란 분석이 있다. 조금씩 진행된 의료기기 규제 완화가 불러올 것은 의료비의 폭발적 상승이다. 그래서 신의료기술평가제도 규제 완화는 가장 강력한 의료민영화 정책이라 부를 만하다.

 

황당한 건 정부는 이런 규제 완화를 행정적으로 도입할 권한이 없다는 점이다. 의료법 제53조에 의하면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제도를 수행할 시행 당사자일 뿐이다. 그럼에도 법도 개정하지 않은 채 정부가 수개월마다 제도의 한 부분씩 망가뜨리려는 시도는 월권행위이자 불법이다. 조금씩 망가뜨려서 결국 신의료기술평가를 와해하려는 계획은 분명해 보인다. 이런 월권과 국회 무시에 제대로 대응 한번 못하는 야당의 무능함도 참 슬픈 일이다.

 

정형준 | 의사,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

 

* 본 기고문은 2015. 9. 8 한겨레신문에 게재된 글입니다 원문글보러가기

목, 2015/09/10-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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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우슈비츠,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첫 단추는 특별법 제정으로부터!

 

여준민ㅣ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 사무국장

 

시간이 흘러도 잊힐 수 없었건 형제복지원 사건

 

2012년 7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다짜고짜 “부산의 형제복지원 피해자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아느냐! 인권단체라면 이 사건을 파헤치고 해결해야 하지 않는가?”라 따져 묻는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차분한 듯 하면서도 신경질적이었다. “잘 모르겠다”고 답하자, “알아봐라, 그곳은 지옥보다 더 한 곳이었고, ‘도가니’(광주 인화원 사건을 이르는 말)보다 더 심한 곳이었다”고 다그쳤다. 그는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피해생존자 한종선 씨다.

 

전화를 끊고 “뭐지?” 싶어 인터넷을 통해 자료부터 살펴보았다. 많은 자료가 있는 것은 아니었고, 박인근이라는 당시 시설장에 대한 비판 글 몇 편이 전부였다. ‘비리와 횡령으로 2년 6개월의 형도 다 받았는데 뭐가 문제지?’ 싶었다. 사법연수원에서 실습 나온 친구에게 대법원 판결문을 구해 분석을 부탁했고, 주변 변호사들에게도 자문을 구했다. 하지만 공소시효 등의 문제로 이 사건은 더 이상 다룰 수 없는, 이미 끝난 사건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었다.

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 앞에서 노숙을 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는 그의 목소리가 귓가를 계속 맴돌았다. 이미 끝난 사건을 뭘 어쩌자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졌다. 국회 앞을 찾아가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오는데, 그가 곧 책 한권이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초고가 나오면 보여줄 수 있겠냐는 말에 그는 며칠 후, 상당한 분량의 원고를 건네주었다. 84년부터 87년 사건이 드러날 때까지 형제복지원에서 그가 경험한 인권침해와 그곳에서 정신질환을 얻게 되어 사건 후 헤어져 행방을 모르고 살다 26년 만에 정신병원에서 아버지와 누나를 찾은 사연이 가슴을 찌르는 분노의 언어로 기록되어 있었다.

 

사실 이 글 한편이라면 형제복지원 사건 같은 끔찍한 수용소에서의 강제노역, 폭행, 성폭행 등의 인권유린이 가능했던 원인과 실체적 진실에 대한 접근은 어려웠을 것이다. 단지 부도덕한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건의 서술이란 충격과 역사적 기록이 될 수 있지만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그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왜 그러한 일이 가능했는지를 따져 묻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이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은 반헌법적이고 반인권적인 사건이 어떻게 가능했는지에 대한 기록도 있었다. 한예종의 전규찬 교수가 [부랑인의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내무부훈령410호]라는 국가 정책이 이 모든 것의 배후였다는 점을 지목한 것이다. 가해자인 박인근 원장의 대법원 판결로 모든 사건이 일단락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건으로 읽혀졌지만, 한종선의 분노와 의문, 전규찬의 내무부훈령 410호란 국가정책 발견과 재해석이 형제복지원 사건을 28년 만에 다시 끄집어 낸 것이다. 그리고 박래군 인권활동가는 수용소, 시설 비리의 역사를 정리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배제와 감금의 시대를 재조명했다.

 

그 후, 2012년 12월 몇 사람이 모이기 시작했다. 국회 진선미의원실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의 법학자들, 그리고 민변의 과거사위, 49재단, 발바닥행동 등은 수차례의 토론을 거쳐 이 사건을 안보와 경제발전의 희생양으로 가난한 사람들의 인권을 무참히 짓밟은 국가폭력의 문제로 규정하고 자료를 모았다. 국가기록원에서 형제복지원 자료 일체를 찾아 제본한 자료만 해도 수 십 권에 이르고 과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위원회 조사관들, 사법연수원 인권법학회원들의 참여로 자료를 분석해 나갔다.

 

이와 동시에 필요했던 것은 한종선 씨와 같은 피해생존자들의 용기 있는 증언이었다. 국가가 만든 ‘부랑인’이라는 상상적 개념의 올가미에 갇혀 2-30년 동안 자기 탓만 하며 숨죽여 살아온 생존자들의 일종의 커밍아웃이 절실히 필요했다.

 

대책위는 2013년 3월부터 8개월의 준비모임 동안 국가책임이라는 부분을 다양한 각도에서 밝혀내는 작업을 했고, 간간이 언론에 노출시켜 생존자들의 자발적 연락을 기다렸다. 약 10개월 정도가 지나자 2-3명의 피해생존자가 나타났고, 이 분들의 증언을 기록해 [피해생존자 증언대회]를 가지며 자료와 증언, 두 가지의 객관적 근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모인 사람들

 

드디어 2013년 10월 22일, 형제복지원 사건의 국가책임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통해 공론화 했고, 21개의 단체로 구성된 ‘형제복지원사건진상규명을위한대책위원회’도 공식 출범을 했다.

 

대책위에는 과거사운동을 하는 단체부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와 홈리스행동처럼 복지운동을 하는 단체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진 조직들이 참여했다. 그 만큼 형제복지원 사건은 과거에 벌어진 과거사이지만, 피해생존자의 트라우마가 존재하고 현재의 복지정책까지 영향을 주는 현재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회, 공청회 등으로 사건의 본질을 알려내고 피해생존자들이 직접 고통받아온 세월의 설움을 토해내도 우리 사회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2014년 2월 안전행정부 2차관이 관심이 있는 듯 부산시, 국가기록원, 안행부 과거사위, 복지부 등 관계기관을 소집해 대책위와 회의 자리 한 번 마련한 것 말고는 모르쇠로 외면했다. 당시 정부는 “단일 사건에 대한 특별법이 꼭 필요한가? 자료가 너무 없다, 개인 문제 아니었는가?”라고 이야기하며 단 한곳의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으로 실체적 진실을 은폐, 축소하려 했다.

 

이에 대책위는 특별법 제정 청원운동을 벌였고, 2014년 3월 23일 진선미의원 등 55명의 국회의원은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하지만 정부 측의 주장대로 국회 역시 이를 개별 사회복지시설에서 벌어진 인권침해 사건으로 해석해 해당 상임위를 보건복지위로 배정했다. 상임위의 배정이 중요한 이유는 ‘진실규명’이냐 ‘피해생존자 구제’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문제였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호와 자립, 복지’라는 허울로 신체적 자유를 구속한 어두운 대한민국 현대사를 재조명하고 밝혀내는 일이다. 대책위는 과거 『한센인 특별법』을 거울삼아야 했다. 한센인에 대한 감금과 배제의 역사 또한 국가폭력의 일환이었지만, 보건복지부 산하에 설치한 위원회는 피해자 신청-심사-생활지원 결정을 하는 유명무실한 위원회로 전락해 진실을 규명하고 국가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하는 방향으로까지 가지 못하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기 때문이다.

 

형제복지원 사건, 국회를 향하다

 

따라서 대책위는 이 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로 회부된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법명과 진상규명에 초점을 맞춘 내용으로 보완을 했다. ‘내무부훈령410호’라는 국가정책에 방점을 찍고 형제복지원 사건만이 아닌 동시대 비슷한 수용소 인권침해 문제도 조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대표 발의한 진선미의원의 동의를 구해 법안을 철회하고, 2014년 7월 15일 「내무부훈령에 의한 형제복지원 강제수용 등 피해사건의 진상 및 국가책임 규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란 긴 이름의 법안을 재발의 했다. 이 법안은 ‘내무부훈령’이라는 지금의 행정안전부의 지침이었기 때문에 결국 우리가 바라던 ‘안전행정위원회’로 회부되었다.

 

법안이 발의되면 의원들이 알아서 논의하고 통과시킬 줄 알았다. 순진한 생각이었을지 모르지만,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의 방송과 한겨레신문 토요판의 연속 시리즈 기사 등 다양한 언론매체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의 숨겨진 진실과 생존자들의 고통을 연일 보도했기 때문이다. 실시간 검색어 1위를 기록하기도 해서 사회여론화는 충분히 됐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다음은 국회 몫 아닌가. 하지만 위원장과 여,야 간사들 책상 위에 잠자고 있는 수많은 법안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2014년 7월에 발의된 이후 논의 움직임이 없자, 피해생존자들은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국회에서 피해생존자 증언대회도 열고, 대책위와 생존자모임이 미온적인 의사표명을 하는 안행위 의원들의 방을 수시로 방문하며 호소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왔다. 호소와 설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짜증스러웠지만 도리가 없었다. 할 일을 하라는 당연한 요구가 사정하는 듯한 모양새로 비춰지는 상황을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2014년 12월 진상규명에 대한 명확한 책임이 국가에 있음을 알리는 자료조사 발표회를 열고 정부의 책임있는 자세를 촉구했지만, 행자부는 “과거사와 관련한 일체의 것을 다루지 않기로 한 것이 현 정부 입장이다”라는 애초의 입장만을 고수할 뿐이었다. 청와대의 방침이란 얘기다.

 

1차 법안소위에서는 ▲단일 시설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꼭 특별법을 통해서 해야 하는가 ▲국가책임이란 것의 근거가 무엇인가, 이미 결론을 내놓고 하는 진상규명이라는 것 없다 ▲배상 책임은 국가책임이란 결론이 났을 때 가능한 것이다 ▲국가 보상에는 예산이 필요하다 ▲왜 과거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않았나 ▲동행명령, 자료제출 요구 등의 수사권은 사법기관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등의 논의가 있었다.

 

이에 대책위와 피해생존자모임에서는 일단 진상조사에 대한 착수가 중요하니 배, 보상과 강력한 조사권한 등은 모두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야당에 표명했다. 새누리당에서 딴죽 걸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도 ‘국가책임’에 대한 부분은 양보할 수 없었다. 다시 개인의 도덕적 문제와 비리 문제로 흘러가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법안 핵심 내용에 대해 양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더 이상 논의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 안행위 법안소위 논의가 정리되어야 하고, 새로 제정되는 입법이기 때문에 상임위에서 공청회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법안 소위에서 합의된 내용으로 다듬어 안행위 본회의에 상정, 다시 통과를 기다려야 한다. 그 후에는 법안심사위원회, 그리고 본회의 통과...아직도 긴 여정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키는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가 쥐고 있었다. 야당은 이미 법 제정으로 입장을 정리했지만, 논의할 법안의 순서를 정하는 여, 야 간사의 합의가 필요하다. 진선미의원은 상임위가 열릴 때마다 법안 논의를 요구했다. 그러자 지난 2월 진영 위원장은 “4월에는 꼭 공청회를 하자”고 발언했다. 하지만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등으로 국회는 또다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어물쩡 시간을 넘겨 버렸다. 대책위와 생존자모임은 4월 27일 ‘법 제정을 요구하는 삭발식’을 가졌고 생존자들은 눈물로 또다시 분통을 터트리며 호소했다. 언제까지 피해자들이 거리로 나와 악다구니 쓰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걸까. 그 날 기자회견 후 안행위 의원실과 여,야 간사들의 방을 방문한 것이 효과가 있었는지, 당일 상임위에서 진영위원장은 “이 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여, 야 간사들에게 공청회 일정 등을 잡으라 했다. 빨리 논의하도록 하자”고 발언했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 야 간사 방에서 확답을 기다리던 생존자분들은 그제야 안심을 하고 발길을 돌릴 수 있었지만, 매번 뒤통수 맞은 경험 때문에 피해생존자모임에서는 “공청회 날짜가 정해질 때까지 노숙 연좌농성을 하겠다”고 했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지 200일이 지났지만 그것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에서 였다. 무더위가 시작되는 4월 말, 생존자들은 그렇게 ‘거리의 잠’을 선택했다.

 

당사자들의 진정성 있는 행동은 거부하기 어려운 그 무엇인가 보다. 국회는 7월 3일 안행위 공청회를 개최했다. 
그동안 조원진 새누리당 간사는 “정부 입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애매한 말로 면담을 회피해왔는데 역시나 정부 측 추천 토론자였던 이근동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행자부 자문변호사)는 “진상규명 필요성에는 공감하나, 특정한 사건을 위한 특별법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현행법제도 안에서 민사소송으로 개인에 대한 손해배상이나 국가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할 수도 있다”면서 특별법 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다.

 

하지만 야당 의원들은 “민사소송은 소를 제기한 측에 입증 책임이 있는데, 28년이 지난 사건에 대해 현재 피해생존자들이 과연 방대한 국가 자료들을 찾아내 입증할 수 있겠느냐”며 맞대응했다. 또한 인권위에 진정했으나 각하된 상황도 언급하자 이근동 변호사는 말을 얼버무리며 “그러나 꼭 특별법을 제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는 두서없는 결론을 내버렸다.

 

공청회 며칠 전 대책위가 많은 자료를 사전에 제공했었고, 그걸 검토했기 때문에 일면 동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는 영락없는 행자부 자문변호사였다. 공청회 바로 전, 행자부 국장이 “법 제정 반대!”를 강하게 주문했다는 후문인데, 그는 정부측 입장이라며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1910년대 일제강점 시기부터 6․25, 민주화 등을 거쳐 오는 동안 과거로부터 억울한 일들을 많이 입어왔다 ▲정부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법, 대일항쟁기 특별법,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법 등을 제정하여 명예회복과 보상을 실시해 왔다 ▲수많은 개별 사건별로 일일이 개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현재 있는 법령 및 복지정책을 활용하여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건들 중 형제복지원에 한하여 법을 제정하기 위해서는 전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할 것이므로 대국민 공청회 등을 통한 의견 수렴 과정도 필요할 것으로 본다.”

 

공청회를 방청하던 피해생존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행자부 측 증인으로 나온 보건사회연구원 이태진 박사는 “전두환 정권의 사회정화사업이자 형제복지원의 무작위 체포, 감금 등 근거가 된 내무부훈령이 '부랑아', '노숙인'의 보호차원의 지원정책이었다”는 취지로 진술해 피해생존자들의 공분을 샀다. 단지 국가의 복지정책 일환으로 부랑인을 단속했던 상황일 뿐이며 불가피한 복지정책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그 정책의 문제와 한계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고, 오히려 “현재도 부랑인 용어와 개념을 노숙인과 혼용해 사용하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내뱉었다.(관련법에서 모두 노숙인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다들 고개를 기우뚱했다.

 

급기야 듣고 있던 강창일 야당 의원은 “이 법의 필요성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태진박사에게는 질문할 꺼리조차 없다”고 비꼬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하튼 1시간 이상 진행된 공청회에서 조원진 위원장 대리는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합의가 된 것 같다. 법안 심사에 참고하라”고 했는데, 상당히 고무적인 발언이었지만 생존자들은 생각만큼 기뻐하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말이 여러 번 신뢰를 잃어서 일까?

 

자, 그 후 다시 2개월이 지났다. 9월 국정감사가 있을 것이고, 끝나면 상임위에서 법안 논의를 할 것이다. 생존자들은 “이러다 그냥 또 지나가는 거 아니에요?”라는 전화를 수시로 걸어오며 불안해하고 있다. “뭐라도 해야 하는데, 뭘 어째야 하는 건가요?”라면서 말이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하지만 피해자들에게 품위 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해줄 수는 없는 것일까? 2016년 4월이 총선이다. 19대 국회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 이미 일부 의원들은 법안 논의보다 선거에 열중하고 있다.

 

“누나 집을 찾아달라고 찾아간 파출소에서 왜 나를 형제복지원에 보냈는지, 그 이유를 듣고 싶어요. 국가가 이제라도 나에게 그 대답을 해줘야 하지 않나요?”

 

어느 생존자의 물음에 대해 19대 국회는 화답해야 한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목, 2015/09/10-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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