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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독자설문조사 “복지동향을 통해 복지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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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3] 독자설문조사 “복지동향을 통해 복지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익명 (미확인) | 수, 2015/06/10- 17:50

독자설문조사

“복지동향을 통해 복지계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는 더 나은 복지동향을 만들기 위해 2015년 4월 22일부터 5월 10일까지 복지동향 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지정 후원하는 독자 139명, 복지동향만 구독하는 독자 37명, 총 176명의 독자가 설문에 참여하였다.

 

<설문개요>

 

1. 조사 목적 : 복지동향 200호를 맞이하여 독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복지동향 활동에 활용하고자 설문조사를 실시함

2. 조사 방법 : 설문지를 이용하여 이메일 조사

3. 조사 대상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회원과 복지동향 정기구독자

4. 조사 기간 : 2015년 4월 22일~5월 10일

5. 조사 응답 : 총 176명(회원 139명, 비회원 37명)

 

1.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이유는?

 

복지동향을 구독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복지분야 최근 이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가 응답자의 71%(125명)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그 외 ‘참여연대 지원 차원에서(16%)’,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가 풍부해서(9%)’, ‘보던 거라고 그냥 계속 보고 있음(3%)’ 등이 뒤를 이었다.

 

응답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대다수의 독자들이 사회복지분야 최근 이슈를 파악하기 위해 복지동향을 구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며 이는 복지동향 창간 목적에 일정정도 부합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 현 복지동향 코너 중에서 제일 관심 있게 보는 코너는 무엇인가?

 

현재 복지동향은 총 5개의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가장 관심 있게 보는 코너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 69%(122명)가 ‘기획주제’를 꼽았다. 뒤를 이어 ‘동향’이 16%, ‘칼럼’이 10%, ‘열린광장’이 3%로 나타났다. 반면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를 소개하는 ‘동서남북’ 코너가 1%로 응답자의 선택이 낮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최근 2년 복지동향 기획주제 중 인상 깊었던 주제는?

 

최근 2년 동안 복지동향 기획주제 코너에서 다뤘던 주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주제에 대한 질문에 ‘복지국가재정/조세정책’이 76표로 가장 많은 표를 받았으며 뒤를 이어  ‘무상복지논쟁’이 53표를 얻었다. 그 이외는 ‘사회복지사의 인권과 일터(29표)’, ‘정부예산안평가(28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개편(27표)’, ‘청년문제(24표)’, ‘참여연대사회복지운동평가(23표)’ 등이 비슷한 득표율을 보였다.

 

4. 앞으로 복지동향이 개선했으면 하는 점은?

 

복지동향이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응답자의 44%가 ‘읽기 쉽고 재미있게 구성’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문성을 강화했으면’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4%, ‘페이지가 늘어나더라도 더 많은 정보를 담았으면 좋겠다’고 답한 응답자도 20%를 차지했다. 그 외 2%의 독자는 ‘표지 디자인과 내부 편집 업그레이드’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으며, 기타 의견으로는 ‘신진 연구자나 새로운 관점을 가진 연구자들의 투고 확대’ 등의 의견이 있었다.

 

기획주제의 필자가 대부분 전문가 중심으로 이루어지다보니 독자에게 기획주제 구성이 어렵게 느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에 복지동향이 현재와 같이 전문성은 유지하되 독자들에게 쉬운 구성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 같다.

 

5. 복지동향이 공개적으로 원고를 모집한다면 투고할 의향이 있는가?

 

복지동향에서 공개적으로 원고를 모집하게 되면 응답자의 45%가 복지동향에 글을 투고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반면 53%는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6. 복지동향 구독을 주위사람들에게(친구/지인)에게 권유할 의향이 있는가?

 

응답자의 95%는 복지동향을 주위 사람들에게 권유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 회원과 비회원 모두 권유할 의향이 각각 96%, 92%로 높은 응답률을 보였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응답자의 일반적 특성에 관한 것이다.

 

1. 응답자의 복지동향의 구독기간은?

 

응답자의 복지동향 구독 기간은 1년 이상 5년 미만이 108명(62%)로 다수를 차지했으며, 1년 미만이 27명(15%), 5년 이상 10년 미만이 23명(13%), 10년 이상이 18명(10%)로 나타났습니다.

 

2. 응답자의 성비

 

응답자의 성별구성은 남자 49%, 여자 50%로 균등했다.

 

3. 응답자의 연령 분포

 

연령대별 분포는 40대가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30대가 29%가 그 뒤를 이었다. 50대과 20대는 각각 15%, 14%임을 알 수 있었으며 60대가 3%로 가장 낮은 비율을 차지했다.

 

4. 응답자의 직업

 

응답자의 직업분포를 살펴보니 ‘복지분야 종사자’가 44%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사무직/전문직’이 20%, ‘교수/연구직’이 14%, ‘학생’이 5%, ‘자영업/사업’, ‘활동가’가 4%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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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확대 요구 반영 못한 2017년 보건복지 예산

 

이경민 |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지난 12/2(금) 2017년 예산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으며, 보건복지부 소관 예산은 정부안 57조 6,798억 원 보다 감액된 57조 6,628억 원으로 확정되었다. 통과된 2017년 보건복지 예산은 정부안에서 대폭 삭감되어 문제되었던 취약계층관련 예산, 장애인 예산 등이 미미한 수준으로 증액 조정되었으나 땜질식 처방 수준이다. 또한 건강보험 국고 지원 예산은 정부안이 법률상 예정된 국고지원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상태였음에도 추가 편성하지 않고 통과되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민영화 정책의 일환인 원격의료, 정밀의료, 해외환자유치지원사업 등의 예산은 형식적으로 삭감 조정하고 사업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였다.

 

 

기초생활보장분야

 

주거급여 예산은 농어촌 장애인주택 개조 지원을 위한 940백만 원만 상향 조정하였을 뿐 중위소득의 상승과 평균국고보조율의 인상, 기준임대료 인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아 전년대비 대폭 삭감되었다. 의료급여와 양곡할인, 긴급복지지원도 정부안에 비하여 증액 조정하였으나 그 수준이 미비하다. 특히 긴급복지지원은 송파세모녀 사건과 같은 예측과 대응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위기가구를 위한 것으로, 참여연대가 정부안에서 대폭삭감되었던 것을 지적하여 100억 원이 증액되었으나, 전년도보다 낮은 수준이라 대상자의 적극적 발굴과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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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분야


국공립어린이집확충 예산은 정부안보다 3,519백만 원을 증액하여 22,370백만 원으로 확정하였으나 이는 16개소만을 추가 편성하여 총 91개소를 확충하겠다는 것으로 150개소 목표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 수준이다. 정부는 계속해서 국공립어린이집확충을 하향조정하여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데 이는 보육정책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반면 공공형어린이집에 대한 운영비 예산을 전년대비 14.6% 증액하였는데 정부의 보육 공공책임성을 국공립어린이집이 아닌 공공형어린이집으로 대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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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분야

 

예산 같은 경우 취약계층아동 등 사례관리 사업은 정부안에서 2016년 대비 10% 삭감했던 것을 전년도와 동일하게 조정하였다. 또한 지역아동센터 지원 예산은 오히려 삭감하였는데 빈곤아동이나 요보호아동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저소득층 기저귀조제분유지원 예산은 정부안보다 증액했지만 작년 예산에 미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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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분야

 

노인일자리 확대를 위한 예산은 지난해 382,349백만 원에서 443,641백만 원으로 16% 증가한 반면 노인일자리 1개당 지원예산은 912,527원에서 1,015,196원으로 11.2% 증가하는데 그쳤다. 여전히 노인일자리 사업의 기간 확대 및 급여수준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2017년 노인돌봄종합서비스 예산은 84,940백만 원으로 2016년 예산 79,875백만 원에 비하여 6.3% 증가하였다. 마지막으로 노인단체지원 예산 중 경로당 냉난방비와 양곡비는 지방정부 예산으로 떠넘겨 정부안에서 전액 삭감했는데 확정예산안에 재편성하는 방식을 매년 반복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정부의 복지확대에 대한 제재는 강화하면서 경로당 운영 예산 등 재정적 부담은 지방정부에 이양하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또한 저소득 취약 노인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노인장기요양과 양로시설의 시설확충 및 운영지원은 조정 없이 전년대비 삭감하였다. 마지막으로 843개소 요양시설에 원격협진 장비지원을 위한 예산 1,625백만 원은 전혀 삭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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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분야를 살펴보면, 건강보험 국고지원은 전혀 조정 되지 않아 정부안대로 법정 국고지원율 20%를 기준으로 일반회계와 국민건강증진기금 합계 2조 185억 원이 부족한 예산이 편성되었다. 이는 저소득층 등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정밀의료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자 했던 것으로 개인의 진료정보, 유전정보, 생활습관 정보 등 건강 관련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개인정보 유출이 빈번하고 민감정보에 속하는 개인질병 정보를 다루는 것의 위험성이 다분하여 우려가 됨에도 예산을 삭감하기는커녕 정부안보다 7배 증액하여 편성하였다. 그뿐만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는 줄기세포 은행 운영 및 표준화기반 구축을 위해 국가보건의료연구인프라 구축 지원, 글로벌 화장품 육성인프라 구축 지원 사업, 의료시스템수출지원, 해외환자유치지원 등을 추진했는데 사업의 정당성과 합리성에 대한 평가도 없이 정부안보다 증액 편성하였다. 반면 외국인근로자 등 의료지원 사업은 정부안에서 2016년 대비 약 40% 삭감하였다가, 작년과 동일한 금액으로 조정하였다.

 

<표 5> 2017년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확정예산 (단위 : 백만 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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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증진기금은 본래 국민의 건강권 강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하나 일반회계 성격 자금으로 전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특히 원격의료 사업은 박근혜 정부가 대표적으로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원격의료는 오진과 개인질병유출의 위험성이 커 국민 및 의료계의 우려가 높다. 그런데도 예산을 전액 삭감하지 않고 감액 조정하여 전년도대비 약 42% 높은 금액을 책정하였다. 또한 IT융합산업육성사업은 전년도 대비 200% 이상 증액하였는데 해당 사업에 대한 평가가 명확하지 않은데도 조정하지 않았다. 반면 국가금연지원서비스는 1,200백만 원을 삭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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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분야

 

장애인연금과 장애수당은 정부안에서 전년대비 삭감하였던 것을 전년도 수준과 비슷하게 증액하였다. 그러나 장애빈곤율은 전체가구 빈곤율의 2배라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예산 편성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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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2017/01/01-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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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최순실 의료게이트의 본질

 

정형준 | 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박근혜, 최순실이 벌인 국정농단으로 국민들의 분노는 꺼지지 않고 있다. 10월경부터 매일 벌어지는 뉴스에서의 폭로와 추가 탐문수사로 인해, 혹자는 막장드라마를 능가하는 현실이라고 비꼬아 이야기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박근혜 대통령은 스스로 잘못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며, 국정농단의 비선실세인 ‘최순실’ 조차 법정에서는 ‘죄가 없다’고 항변한다고 한다.

 

지금 현실의 상황은 우리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지배권력의 부패, 추문, 뒷거래 등의 소설 속 전개보다 더 하며, 때문에 국민들의 분노는 멈추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부패의 고리에 크게 부각된 것은 다름 아닌 ‘의료정책’ ‘의료기업체’ ‘의약품’ 그리고 ‘의사들’이다. 이를 우리는 ‘의료게이트’라고 부름직한데,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12월 14일에 세월호 7시간의 진실규명과 결합하여, 각종 약품사용, 특정 의원과 의사들의 결탁과 권한남용에 대한 광범한 질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하지만, ‘의료게이트’는 단순히 몇몇 의사들과 정권의 결탁, 그리고 청와대에서 사용된 약품에만 국한 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박근혜 정권을 관통하고 있는 의료정책 그리고 그 때문에 발생한 국민들의 피해와 앞으로 한국의 의료제도에 미칠 영향 모두를 포괄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이다. 때문에, ‘의료게이트’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시 한 번 살펴보고, 그 핵심을 추려내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산업체와의 결탁

 

‘의료게이트’가 폭로된 시발점은 최순실의 단골 성형외과로 알려진 김영재의원에 대한 정권의 특혜였다. 김영재의 부인이 설립한 화장품회사(존 제이콥스, 대표 박휘준 – 김영재의 처남)의 제품은 청와대에서 2016년 설 명절 선물로 선정되었다. 이 화장품 회사는 뚜렷한 해외판매 실적 등이 없었으나, 장충동 신라면세점(2016년 7월), 명동 신세계면세점(2016년 5월) 등에 입점하였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프랑스순방 때 직접 광고의 대상이 되기도 하였다.

 

김영재가 설립한 의료기기회사(주 와이제이콥스메디컬 – 사원수 8명의 소기업, 대표 박채윤 – 김영재의 부인)도 수술 부위 봉합에 사용하는 실 개발에 3년간 15억 가량을 분당서울대병원과 산학협력(책임연구원:서창석 – 현 서울대병원장, 전 대통령 주치의)으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받았다. 또한 2014년부터 청와대의 안종범수석 및 비서관이 직접적으로 서울대병원과 의료기기회사의 합작기업을 설립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이 압력을 행사하는 자리에는 전 서울대병원장(오병희)과 현 서울대병원장(서창석)이 모두 동석했다.

 

서창석은 한술 더 떠 이 업체의 실을 서울대에서 쓰도록 압력을 행사에 이를 서울대병원에 등록하고, 김영재를 서울대 외래교수에 위촉했다. 김영재는 외래교수 자격에 미달되었고, 성형외과과장 및 외과과장과도 전혀 상의하지 않았음도 밝혀졌다.

김영재 부부가 받은 특혜의 화룡점정은 청와대가 나서서 해외 수주 계약을 주선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 부부는 대통령 해외순방에 3차례 동행했다.(2015년 4월 중남미 순방, 2015년 9월 중국, 2016년 5월 아프리카, 프랑스) 특히, 공식적인 경제사절단에 두 기업 모두를 이름에 올린 적도 있었다.(존 제이콥스 박휘준 대표이사, 와이제이콥스메디컬 기술이사 김영재)

 

이처럼 김영재이든 그의 부인이든 간에, 개인적인 최순실 혹은 박근혜와의 인맥으로 국가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사적기업의 배를 불려온 것은 명백한 부패게이트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김영재는 피부리프팅 전문가로 국정감사에서 수차례 청와대를 드나든 것으로 들어났다. 이는 박근혜의 필러, 보톡스 시술자로 김영재를 지목되게 만들었으나, 그는 이를 완강히 부인하였다.

 

특정 의원과 의사와의 결탁은 단골성형의원의 경우에만 있지는 않았다. 최순실과 박근혜가 과거부터 이용했던 럭셔리의원도 막대한 이익을 보았다. 차움병원은 차병원 계열 병원으로 회원권만 1억 5천만 원이고 연회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럭셔리 의료 콤플렉스다. 차병원은 2010년 이후로 ‘차바이오’라는 자회사를 바탕으로 줄기세포치료제 및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는데, 정부는 2014년 8월 줄기세포 상업 임상시험 1상의 면제범위를 확대하는 ‘줄기세포 치료제 임상시험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했다. 이런 규제완화는 선진국에서 유례가 없는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또한 직접 2014년 5월 열린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비동결난자의 연구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직접 요구하기도 했다. 비동결난자 사용은 차병원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냉동보존 된 난자는 질이 떨어져 연구 성공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여타 줄기세포 업체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여기다 2016년이 되어서는 차병원은 자신의 연구소에서 대통령 연두 업무보고(2016년 1월 19일)를 유치했다.(이 업무보고는 보건복지부·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문화체육관광부 등 6개 부처가 같이 했음.) 당시 보건복지부 업무보고는 모조리 의료산업화관련 사항으로만 채워졌다. 또한 이 연구소는 2016년 4월 보건복지부·미래창조과학부 등이 참석한 바이오 현장간담회도 개최했다. 이런 로비의 대가로 2016년 5월 1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바이오헬스케어 규제혁신 때 ‘줄기세포 치료제 개발 시 배아 사용요건 완화’가 규제 완화책 중 첫째로 꼽혔다. 또한 차바이오가 임상시험 중인 알츠하이머, 뇌경색 줄기세포 치료제와 같은 상병을 꼭 집어 임상3상 면제 대상으로 언급하였다. 최종적으로 차병원은 2016년 7월 9년 만에 줄기세포연구팀의 ‘체세포 복제배아연구’가 복지부로부터 조건부 승인되었다.

 

이런 특혜에 대해서 차병원과 차움병원은 최순실, 박근혜 모두 차움병원의 회원이 아니고, 의료서비스만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로 미용 목적의 태반 주사와 백옥 주사, 신데렐라 주사 같은 주사제와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는 기능의학적 처치가 주된 ‘차움병원’에서 연회비를 내지 않고 진료를 받는 다는 것 자체가 거꾸로 차움병원의 진료가 로비의 성격이 강함을 입증한 것이다. 또한 차병원이 이후 받은 각종 규제완화의 혜택도 정부와 의료기관의 결탁의 결과로 부패게이트라 할 수 있다. 즉, 매우 영세한 개인사업체부터 차병원으로 대표되는 의료산업체까지 규제완화와 국립대와의 결탁, 알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효과가 불분명한 미용제제의 남용

 

여기에 11월말 청와대에서 구매한 약품목록이 공개되면서 또 다른 가십거리가 발생했다. 대표적으로 발기부전제 ‘비아그라’등이 포함되면서, 청와대 내부의 은밀한 사생활이 한동안 언론을 뜨겁게 달구었다. 그러나 ‘비아그라’등은 실제로 청와대의무실의 해명처럼 ‘고산병’ 치료 및 예방을 목적으로 구매했고,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제 문제는 청와대의무실에서 해명을 하지 않는 약품들에 있었다.

 

대표적으로 태반주사, 백옥주사, 감초주사 등으로 알려진 피부미용성분의 주사제가 남용되었음이 밝혀졌다. 이런 주사제는 효용성이 입증되지 않아, 비급여대상으로 시중에서 피부미용을 목적으로 사용할 때도 논란의 여지가 있었다. 특히 공적기관에서도 2010년 태반주사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국민들은 물론이고 의료계에도 심각하다고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때문에 20명이 넘는 대통령 주치의와 자문의사들은 이런 주사제를 처방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간 차움병원에서 이런 대체주사제를 처방하던 김상만을 청와대는 따로 야간에 불러 처방을 받았던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약품의 안정성과 효용성 뿐 아니라, 공식적이고, 합리적인 의료이용과는 한참 떨어진 의료행태를 대통령이 보였다는 것을 입증한다. 또한 이를 위해 대통령의 혈액 같은 국가기밀사항(2급기밀사항)도 버젓이 시중의 의원으로 나갔다. 마지막으로 국민 대부분이 비급여로 처방받아야 하는 약품 등을 국가세금으로 막대한 양을 구매한 것도 청와대의 도덕적 해이의 한 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런 약품 구매와 관련된 논란은 미디어와 여론의 이슈는 되었지만, 실제로 ‘의료게이트’의 맛보기에 지나지 않는다. 이외에도 ‘코리아에이드’로 불리는 해외 의료원조건, ‘첨단재생의료’라는 단어의 줄기세포 규제완화등도 얽혀있지만, 이 또한 본질은 아니다.

 

 

본질은 의료민영화

 

박근혜 정권의 ‘의료게이트’의 핵심이라면, 단연코 박근혜 정부가 역사상 최초로 해놓은 ‘의료만행’들에서 찾아봐야 한다. 우선 박근혜 정부는 역사상 최초의 공공의료원(진주의료원) 폐원과 최초의 국내 영리병원(제주도 녹지병원) 허용하였다. 공공병원 폐원과 영리병원 승인 모두가 최초인데, 이는 매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 바로 의료민영화를 구체화 했다는 점이다.

 

세부적으로는 4년 동안 국회입법이 아니라 행정부에서 처리 가능한 시행령, 시행규칙, 가이드라인, 유권해석 등등의 행정독재식 방법으로 노무현정부 때부터 병원자본과 의료기기업체들이 원한 민영화과제들을 이행했다.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는 병원 및 의료기기, 제약업의 민원 처리를 해줬으며, 의료산업화 ‘청부정부’의 역할을 수행했다. 또한 최소한의 국민건강 보호장치를 해제했다. 여기에는 임상시험 규제완화, 신의료기술평가 간소화, 줄기세포 허용, 약가정책 후퇴 등등 향후 제2의 옥시사태를 일으키고도 남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런 방향성을 위해 보건의료서비스를 한층 더 서비스산업으로 묶어서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도록 추진했다. 이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기획재정부의 일개 부서처럼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문형표, 방문규 같은 경제관료들이 보건복지부로 침투해 장관과 차관을 맡았다.

 

이런 큰 방향성은 사실 앞서 살펴본 동네의원에서부터 차병원에 이르는 의료산업체와의 연관, 그리고 이러한 결정과정은 효용성이나 안정성보다는 상업성이 농후한 의료서비스(피부미용)의 확대를 나았고, 이를 박근혜 대통령 본인이 직접 수혜 받은 측면도 크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는 단순히 김영재, 차병원, 최순실, 차병원 같은 직접관련자들만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다름 아닌 전반적인 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하고 이를 청탁한 세력은 따로 있었다.

 

 

재벌과 의료민영화

 

박근혜 정권은 2013년 12월 13일 4차 투자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의료민영화 추진 논란에 불을 지폈다. 당시 이 대책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의료기관 자법인 설립 허용 및 부대사업 대폭 확대였고, 하나는 의료법인간 합병, 법인약국 허용이었다. 영리자법인은 이명박정부 때까지는 법리적으로 경영지원이란 명분으로 설립하려던 자회사를 행정부 독단의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인데, 실제로는 영리병원의 우회적 적용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우회적 영리병원의 도입을 주장한 것은 다름 아닌 삼성경제연구소와 전경련이었다.

 

더욱이 이런 추진동력을 극명하게 보여준 것은 2014년 3월 20일 개최된 ‘제 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였다. 이 회의는 공중파 전체에 생방송으로 나갔을 뿐 아니라, 모든 규제를 적폐로 선언하는 선언장이었다. 당시 이 회의에서 가장 많은 민원사항을 주장한 것은 다름 아닌 전경련 이승철 부회장이었다. 이승철이 이 날 주장한 의료부분 규제완화 요구안은 더욱 가관이다. 우선 스마트폰 등에 탑재될 건강관리 목적 감지기 등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허가를 의료기기법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 한 것이다. 이는 당시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의 허가를 위한 민원처리였고, 결국 일사천리로 의료기기에서 스마트폰의 감지기 등은 제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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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제1차 규제개혁장관회의 및 민관합동규제개혁점검회의 자료, 2014.03.20.

 

 

또 다른 하나는 국내보험사의 외국인 환자 유치 허용이었다. 외국인 환자 유치허용은 이명박정부 때부터 삼성생명을 위시한 민간보험사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다. 말로는 외국인 환자만 유치·알선하는 것이지만, 종국적으로는 환자를 민간보험사가 계약해서 유치알선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로, 사실상 미국식의 병원-보험회사 연계모델을 가능한 부분부터 열어주자는 주장이었다. 놀랍게도 이 조항은 이후 2년간 청와대 여야대표 모임이나, 국무회의 때마다 나오던 ‘국제의료지원 특별법’의 핵심조항과도 관련이 있다.

 

즉, 재벌 특히 삼성의 이해관계와 관련해서 의료부분 규제개혁의 목표도 설정되었고 제기되었다. 이제는 모두 알다시피 이승철 전경련부회장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후원금을 걷은 총책의 역할도 한 바 있다. 삼성이 최순실 박근혜의 재단에 돈을 입금한 것은 단순히 압력만을 위한 것이 아닌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 중요한 것은 제일모직 삼성생명 합병 같은 사안뿐이 아니라, 이런 의료민영화 과제들을 해결해주는 대가도 이런 금액에는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가 벌인 각종 의료민영화 정책들, 의료부분 규제완화를 일일이 거론하기는 매우 힘들다. 끝으로 2016년 5월 18일 마지막 규제개혁 장관회의(5차)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밝힌 내용 중에는 한국에만 있는 ‘갈라파고스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언급이 있다. 이 ‘갈라파고스규제’라는 말 자체가 전경련에서 만든 것으로 봐야 하는데, 이 규제장관회의 8일 전에 전경련이 발표한 7대 갈라파고스 규제의 두 번째는 ‘영리병원제한’이었다. 그리고 한 술 더 떠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무려 취업유발만 27만에 달한다고 전경련이 밝힌 것이다. 영리병원보다 비영리병원을 같은 수로 만들면 더 많은 인원이 취업시킬 수 있는데 이를 왜곡하고 말이다.

 

<표> 7대 갈라파고스 규제별 개혁 시 경제적 기대효과

연번

규제개혁 과제

부가가치 증대

일자리 창출 효과(명)

취업유발

고용유발

1

수도권 규제

11조4,700억원

15만9,829명

10만3,245명

2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제한

14조8,500억원

26만8,978명

22만7,384명

3

지주회사 규제

1조2,610억원

1만7,580명

1만1,356명

4

적합업종

16조6,230억원

23만1,639명

14만9,633명

5

게임셧 다운제

5,510억원

1만7,173명

1만3,716명

6

금산분리

18조5,760억원

21만3,623명

18만3,902명

7

택배 증차규제

1,710억원

1만4,323명

1만3,322명

출처: 전국경제인연합회

 

이런 일련의 주장들의 곳곳에 의료민영화의 핵심 사안인 ‘영리병원’ 허용이 숨어있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작금의 ‘의료게이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 정리하면, 지금 최순실-박근혜 를 둘러싸고 벌어진 의료부분의 각종특혜 및 의혹들은 실제로는 의료를 돈벌이로 전락시키려는 과정의 부차적인 산물이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여전히 ‘영리병원’으로 대표되는 병원의 직접적인 산업화·영리화 정책과 의료기기, 약품, 줄기세포류의 규제완화였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지난 4년간 역사상 유래 없는 건강보험 긴축정책을 단행해 무려 20조원 이상의 흑자를 남겼다. 국민들은 의료비부담으로 아파도 병원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부유층의 피부미용, 돈벌이이용은 계속 부추긴 꼴이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효율 극대화 추구로 결국 금융투자 및 국고지원 축소 획책으로 까지 나아가고 있다.

 

대통령이 근무시간에 보톡스, 필러 시술을 받는 것, 그리고 피부미용 수액치료를 받는 것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우리 아이들이 돈벌이의료에 희생양이 되는 의료산업화·영리화 정책이다. 박근혜퇴진 이후의 해결해야 할 의료적폐의 1순위는 지금까지 허용된 각종 의료산업화·영리화 정책을 원점으로 돌리고 전면 재검토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의료게이트’의 확실한 해결책이다.

 

일, 2017/01/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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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안진걸 |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상임운영위원

 

[인터뷰 및 정리] 김남희 | 참여연대 복지조세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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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자기를 위한 가치 소비로 분주한 현대인들. 피로한 현대사회에서도 자신만을 위해 시간과 돈, 열정을 쏟는 포미(For-me)족이 대세다. 물질만능주의 소비문화 안에서 자기만을 생각하는 포미족이라고 다 같은 포미족이 아니다. 여기 다른 의미의 포미족이 있다. 타인을 위해 시간과 돈, 열정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그것이 자신의 행복을 위한 일이라 이야기하는 사람, 바로 참여연대 안진걸 처장이다. 그는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는 서민운동가로, 사회 안에서 답답하고 억울해 하는 사람들이 행복해야 본인도 행복하다고 이야기하는 천상 민생 사랑꾼이다.

 

그가 얼마나 바쁘게 사는 지는 그의 24시간 족적이 빼곡히 적힌 수첩을 보면 누구도 반문할 수 없으리라. 새벽 신문이 배달되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그의 하루는 민생으로 시작해 민생으로 끝난다. 서민이 더 행복해지는 삶을 위해 늘 애쓰는 그가 이번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이하 퇴진행동)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낸다고 한다. 과연 퇴진운동에서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앞으로의 정세를 들어보자.

 

 

퇴진행동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현재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이다. 그리고 퇴진행동의 운영위원이며, 공동대변인이다. 퇴진행동에서 각계 각층을 망라하는 24명의 상임운영위원을 선임했는데 그 중의 한 명이다. 공동대변인으로 퇴진행동의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퇴진행동이 구성되게 된 계기를 설명해 달라

 

지난 10월 초 민주노총과 민중단체들이 주축으로 민중총궐기 대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10월 중순부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문제가 되면서 정권의 여러 가지 문제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진상규명과 박근혜 퇴진 촉구를 위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문제제기가 여러 단체들로부터 제기되었다. 민중총궐기 추진본부와 여러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박근혜 퇴진을 촉구하는 범국민적 연대기구를 만들자는 교감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10월 29일 집회를 개최했는데, 많아야 3,4천명이 모일 줄 알았는데, 3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나왔다. 국민들의 열망을 직접 느끼고, 이러한 열망을 모아내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여러 차례의 회의와 논의를 거쳐 11월 9일 정식으로 출범하게 되었고, 그 이후 지금까지 10차례에 걸친 주말집회와 매일 촛불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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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여연대

 

집회가 그 동안 변화된 모습은 어땠는가

 

정권퇴진이라는 큰 목표를 위해 시민들이 모였고, 짧은 시간에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을 이끌어 냈다. 그 과정에서 집회와 시위의 자유도 확장했고, 최초로 청와대 100m 앞에서 집회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민주적 기본권이 확장되었다. 이를 통하여 범국민적 민주주의 교육이 이루어지는 장이었다고 본다. 이 모든 결과는 분노를 가지고 촛불을 들고 나온 수많은 국민들의 덕분이다.

 

추운 날씨에 주말마다 집회가 계속되면 지칠 법도 한데, 10번에 달하는 대규모 집회를 했는데도 열기가 크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시민들의 열정 뒤에는 공정하고 평화롭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있다고 본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가 후퇴되고 있는데 그 뒤에 권력자들의 국정농단, 헌정파괴, 정경유착 등으로 시민들의 권리가 철저하게 짓밟혀 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박근혜 정권 퇴진을 넘어선 것을 얘기하는 데 대해서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국민들의 열기 뒤에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열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열망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포함해야 할 것 같다.

 

 

두 달 만에 탄핵 소추를 이끌어냈다. 이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탄핵 소추가 이루어지기까지 과정을 보면 드라마틱했다. 박근혜는 마지막까지 정치적 꼼수를 부리며, 대국민 담화를 통해서 중도에 그만둘 수도 있으니까 탄핵은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새누리당에게 보냈고 여기에 새누리당 일부 의원들이 동의하면서, 탄핵 소추의 건이 국회에서 부결될 수 있다는 전망이 있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국민들이 촛불집회에 나올 뿐 아니라 강력한 퇴진압박을 했다. 국민들의 압력이 흔들리는 야당의 퇴진담론을 이끌어냈다. 새누리당이 흔들리고 야당도 탄핵이 물건너 갔다는 전망이 나올 때, 전국적으로 11월 26일 192만 명, 12월 3일 232만 명이 모이는 등 모두의 예상을 깨고 더 많은 사람이 쏟아져 나옴으로써, 강력한 시민들의 의견을 보여줬고, 결국 압도적 탄핵을 이끌어 냈다. 탄핵은 아직 절반의 승리지만 시민의 힘으로 이루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벌써 두 달이 넘게 주말마다 계속 집회가 열리면서 시민들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박근혜가 빨리 내려올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상황을 보니 박근혜, 최순실에 대한 분노가 더 커지고 있다. 잘못한 게 없다고 하면서 국민들의 고통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작정하고 국민과 나라를 괴롭히는 적반하장, 후안무치의 태도를 보고 분노가 치솟는다.

 

 

퇴진행동의 운동이 시민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는가

 

평소에 시민사회, 시민운동이 이론적으로 제도 안팎의 저항권과 주권을 행사한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체제내적이고 제도적인 진보를 추구해 왔다. 거버넌스를 통한 소통과 제도권과의 협력을 통한 개선을 주 업무로 해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 퇴진행동의 운동을 통해서 필요하다면 시민들의 결단으로 체제나 제도를 뛰어넘는 운동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고 본다. 대통령 임기를 단축시킬 수 있는 결단을 시민들이 하고, 시민사회도 함께 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본다. 선거를 통해서 선출된 정치권력에 대하여 정권퇴진 운동을 하는 것은 신중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온갖 악행과 불법으로 점철된 정권에 대하여 다음 선거를 기다려야만 할까?

 

이번 박근혜 퇴진운동은 국민의 수인한도를 넘어선 권력인 경우에는 제도를 뛰어넘어 퇴진을 요구하는 범국민적인 운동이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운동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본다. 이러한 운동을 일부 단체가 주도한 것이 아니라 집회에 참석하는 대다수의 시민들이 오히려 앞서서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다.

 

이번 운동은 앞으로 시민사회가 권력을 감시하는 태도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은 박근혜 게이트가 처음 터졌을 때, 퇴진이나 탄핵을 요구로 내세우는 것에 대하여 많은 논의가 있었다. 만약 퇴진이나 심판을 시민사회의 요구로 내세우는 것에 대하여 끝까지 반대하거나 주저했다면, 시민단체는 시민들로부터 지탄받는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시민사회라는 것이 민심의 바다에 자리잡고 있고, 그들과 함께 하지 않는다면, 우리도 도태되거나 심판받을 수 있다는 것도 느꼈다. 또한 이번 운동은 시민사회 활동에도 발전하는 계기도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시민들이 이번 퇴진운동을 통하여 시민단체의 역할을 보고 느끼면서 재평가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참여연대 회원가입도 실제로 늘고 있다.

 

시민사회가 이번 퇴진운동을 적극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 광장이 열렸고 시민들의 열기가 있다. 환경운동연합이 토요일 집회 때 헌법재판소에 엽서 보내기와 탈핵 서명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열린 광장에서 여러 가지 시민운동이 활성화될 수 있을 것 같다. 한국사회의 정책이나 기조에 대하여 국민 중심으로, 민주적 합의를 중심으로 새로운 판을 짜야 한다는 울림이 있다. 시민사회도 이 판에 함께 해야 한다.

 

 

예전에도 큰 사회운동에 참여해 왔는데, 기존의 경험과 비교해 달라.

 

87년 6월 항쟁 때는 중학교 3학년이었다. 공기만 맡은 수준이었다. 대학에 들어간 이후 91년 5월 투쟁의 기억이 있고, 95년 전두환 노태우 학살자 처벌 투쟁을 통해 구속시킨 승리의 경험도 있었다. 시민운동을 시작한 이후에는 2002년 미선이 효순이 범대위, 2004년 노무현 탄핵 반대 촛불,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 2011년 반값등록금 및 FTA 폐기 운동, 2012년 세월호 추모 집회 등 여러 사회운동에서 크고 작은 실무자로 결합했다.

 

그런데 이번 퇴진운동은 지금까지의 운동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크고 더 역동적이었다. 우선 집회의 인원이 비교가 되지 않게 많이 모였다. 집회 현장의 항공사진을 보면 시민이 가득찬 서울광장이 전체 집회 규모에서 한 귀퉁이에 불과하다. 더 중요한 것은 광장에 모인 사람 뿐만이 아니라 집회가 이루어지는 같은 시간에 온라인 등으로 수백만 명이 응원하면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국민의 마음이 사실상 하나로 모아졌다.

 

광우병 촛불집회 때는 학생이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위주였고, 6월 항쟁도 재야인사와 운동권 학생이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번 퇴진운동은 진보중도보수나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국민 일반이 모였다. 가장 많이 나온 단위가 가족이었던 것 같다.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이 나온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다. 그래서 가족혁명이라고도 부르고 싶다. 뿐만 아니라 동창회, 산악회, 동네 모임과 같이 함께 어울리는 여러 모임으로 나오는 모습도 정말 많았다.

 

기존의 사회운동과 비교할 때 이번 퇴진운동은 양태와 규모가 크고, 공감대가 높고, 논란이 거의 없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핵심구호에 대하여 논란이 거의 없었다. 이에 대하여 국민적 에너지가 응축되어 있다고 본다. 사실상 대부분 국민의 판단은 끝났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핵심구호 뒤에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에 대한 열망이 숨어 있다고 본다. 이번 집회에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특히 학생들은 헬조선이 싫어서 나왔다는 사람이 정말 많다. 우리 사회가 지금 너무나 답답하고 막막한 사회다. 우리에게는 헬조선인데, 자기 자식, 자기 사람을 좋은 학교, 좋은 자리에 집어넣은 자가 정권의 핵심이라는 점이 이렇게 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이끌어내지 않았을까 싶다.

 

 

집회가 규모는 컸지만 매우 평화로운 분위기였다는 평가가 있다.

 

이번 퇴진운동은 시민의 합의가 높아서 더 파괴력, 더 대중적인 운동이었다고 본다. 유례없이 많은 사람이 광장에 나오는데 수백만 명이 모였는데도 단 하나의 폭력사태도 없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대규모 집회에는 폭력, 약탈, 방화가 있는 경우도 많은데, 퇴진운동은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큰 규모가 이렇게 평화적이었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사회과학적 분석대상이 되고 있다. 시민들이 모이는 이유에는 강한 분노가 있었지만,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똘똘 뭉쳤다. 집회에서 간혹 돌출행동을 보이려는 움직임이 있으면, 바로 저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누군가 경찰버스 위에 올라가면, 다들 “내려와 내려와”를 연호하여 폭력적인 행동으로 나가는 것을 막았다. 집단지성의 힘으로 역사적 지혜를 모아낸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평화적인 가족 단위에 아이들이 많이 나온 것도 영향이 있었다고 본다.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마음도 컸을 것이다. 이 광장에서 다양한 실천이 가능하다. 열린 광장에서 서로 다른 태도를 포용하는 것이 민주주의라는 경험을 함께 하고 있다고 본다. 더 많은 사람의 광장이라는 자각이 있는 것이다.

 

이런 큰 규모의 집회에서는 처음으로 집회인권수책을 만들어 발표하고, 논란이 되는 발언을 한 사람은 즉시 사과하는 용기도 보였다. 집회에서 습관적으로 “모두 일어나주십시오”라고 말해 왔는데, 이번에는 장애가 있거나 다리가 불편한 분들을 고려하여 “일어설 수 있는 분만 일어서주십시오”라는 표현을 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배려와 존중이 학습되고 실천되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어떤 운동보다 위대하고 짜릿하고 보람차고 긍지가 넘친다. 국민들의 마음에도 이러한 자긍심이 함께 스며들고 있다. 우리가 이길 수밖에 없다.

 

 

앞으로 퇴진행동의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박근혜 정권 퇴진이다. 너무나 어려운 과제다. 6월 항쟁 때도 그렇게 많이 싸웠지만, 전두환은 결국 임기를 마쳤고 노태우가 다음 정권을 맡았다. 우리의 목적은 정권 퇴진이다. 집중해서 성과를 내는 것으로 충분하다.

 

다만 정권 퇴진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였지만, 그 과정에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왜 우리는 흙수저가 되었을까. 왜 사회는 공정하지 않는가 하는 논의가 있고, 헬조선을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소수 특권 세력, 재벌대기업만 특혜를 받는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퇴진과 함께 지금까지 이루어진 잘못된 정책을 막는 임무도 있다. 퇴진행동이 다루어야 할 의제를 무한정으로 확대할 수는 없겠지만, 퇴진 이후 서민을 위한 정책을 하기 위한 기반은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퇴진행동을 퇴진을 위하여 철저하게 운동하되, 탄핵이 이루어진다면 이후 60일이면 바로 다음 대선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퇴진행동은 퇴진 즉시 해산보다는 질서 있는 해산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1000만 명이 되는 시민들이 참여한 운동에서 정권교체가 되지 않고 끝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권퇴진을 위한 조건과 계기를 만드는데 기여를 하고 질서 있게 해산을 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연대에서 1999년부터 일했다. 시민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인 김종건 교수가 대학동기다. 98년 여름에 학교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졸업하고 무엇을 할 것이냐고 물어서 민중을 위한 일을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가보라고 했다. 당시 IMF 때문에 중산층이 붕괴되고 정리해고로 인한 실업자 증가, 노숙인 증가 등 각종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사회복지위원회가 바로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곳이라고 했다. 듣는 순간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당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 일하고 있는 박순철 간사를 소개시켜 줘서 연락했는데, 참여연대에서 곧 사람을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다. 1999년 1월부터 근무하기 시작했고, 시민권리국으로 배치되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를 접했을 때 신선함과 청량감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늘 노동이 존중받고 복지가 넘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결국 시민운동과 인연을 맺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복지위원회가 가장 왕성히 활동하는 것에 대해 항상 흐뭇하다. 나에게 큰 영감을 준 활동기구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이후 우리가 바라는 사회 또한 노동이 존중되고 복지가 넘치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운동에서 보람을 느끼는 점과 힘든 점은 무엇인가

 

운동의 보람은 고비고비마다 촛불도 들고 집회도 하고 하면서 느낀다. 우리 사회에 답답하고 억울하고 안쓰러운 사람이 너무 많다. 그분들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운동을 하면서 이웃들과 함께 답답하고 어려운 억울한 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다.

 

육체적으로도 피곤하고 정신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라 심신이 힘들 때도 있다. 함께 웃으면서 낙관적으로 일하면 좋은 세상 오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

 

일, 2017/01/0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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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탄핵가결 이후

 

이태호 | 참여연대 정책위원장,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

 

 

지난 12월 7일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재적인원 300명 중 234명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가결되었다. 그동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두고 우왕좌왕하던 국회가 촛불민심에 의해 견인된 결과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즉각퇴진을 외쳐온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미 탄핵된 상태였다. 그런데, 광장의 외침은 박근혜 개인을 향하는 것만은 아니다. 이 사태를 통해 드러난 국민 없는 국가, 그 민낯에 대한 주권자인 국민들의 분노와 항의가 촛불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 항의는 이미 대학가에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가 나붙었을 때, 그리고 세월호 참사 과정에서 “국가는 없었다”라고 국민 모두가 개탄했을 때 이미 격화되고 있었다.

 

 

무너지는 낡은 체제와 위태로운 시민

 

문제는 박근혜 개인이 아니라 그 체제다. 다행히 박근혜-최순실의 국정파괴 행위의 실상이 드러나면서 박정희 시대에 대한 환상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어떤 동상도 국정교과서도 이보다 더 큰 교육적 효과를 가질 순 없다. 실제로 모든 지표는 고도성장과 낙수효과에 대한 환상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며, 국가이익과 국가안보 같은 동굴 속의 그림자로 개인의 희생과 순종을 강요할 수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극단적인 양극화, 출산율의 저하와 인구절벽, 비정규직과 청년실업의 극단적 증가, 남-녀간 정규직-비정규직간 최악의 임금격차, 한계치에 다다른 가계 부채, 최악의 자살률 등 모든 조건들이 불평등과 특권에 분노하는 거리의 촛불에 휘발유 역할을 하고 있다.

 

 

대의제의 위기와 자유로운 시민


스스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수 없었던 한국의 보수정치는 파산했다. 그들은 국민에게 가져다 준 것은 ‘국민 없는 국가’였다. 현 상황을 보수의 민주적 개과천선의 결과로 해석하려는 조선일보류의 아전인수가 가당찮은 것과 마찬가지로, 탄핵안 가결을 야당의 정치적 승리로 보는 것도 큰 착각일 수 있다. 광장에 나온 시민은 기존의 정당체제나 조합 등의 사회조직으로부터 자유로운 시민들이며, 복지시스템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사회적 돌봄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즉 위태로운 분노한 시민들이다. 이들을 위태롭게 만드는데 야당도 한 몫 했다. 이 점에서 정치권 전체는 살림, 돌봄, 생명과 안전, 주권자의 권리행사를 중심에 두는 새로운 대한민국, 새로운 참여 민주주의의 비전을 마련하기 위해 겸허히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특권층의 실상과 또 하나의 게이트

 

청문회나 검찰 수사, 그리고 각종 언론이 경쟁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제보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낡은 체제의 수혜자인 특권층은 상상한 것 이하로 저열하고 시대착오적이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된 현대 같은 재벌기업들, 관료집단과 공안세력들, 독재자의 방패막이로 전락한 집권여당 등 지난 30년간 별다른 개혁 없이 이 체제를 재생산해온 온갖 특권집단들의 민낯은 영화나 드라마의 그것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어쩌면 더욱 심각하고 구조적인, 또 다른 국정농단 게이트가 있다. 김기춘, 우병우, 그리고 황교안 총리 등이 간여했던 정치검찰출신들의 공작정치, 국정농단 게이트가 그것이다. 김영환 비망록 등으로 그 일부가 드러났지만, 제대로 된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여기에는 청와대와 국정원, 검경이 모두 간여되어 있다. 부패한 분단안보국가의 적폐가 아직 규명되거나 처벌되지 않은 채 황교안 체제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는 셈이다. 이 구악을 파헤쳐 개혁하지 않으면 박근혜 정권은 계속된다.

 

 

탄핵 이후의 과제들

 

박근혜는 즉각 사퇴하여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 직무정지 상태의 대통령직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박씨 개인에게도 명예롭지 못한 일이고 나라 전체에는 ‘국정공백과 혼란’을 가중시키는 일이다. 박근혜 직무정지 이후의 대행체제는 박근혜 2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권의 적폐와 국정농단의 폐해를 회복하는데 최대한 기여하고, 국민통합과 현상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국정관리에 한정하는 중립적인 체제여야 한다. 대행체제는 또한 박근혜의 즉각 퇴진과 조기대선이 이루어지기까지 그 기간을 최소화해야 한다.

 

대행체제는 지금까지 계속되어온 모두 공작정치를 중단하고, 국정원과 검·경·군의 엄정중립을 보장하며, 국민의 집회결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온전히 보장해야 한다. 과거 국정농단과 적폐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특검과 국정조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 특히 세월호 7시간 등 국정농단과 적폐와 관련된 정보와 자료를 은폐하지 말고 즉각 공개해야 한다. 국정교과서와 노동개악 같은 국민합의 없는 갈등유발 정책 강행을 중단하고, 주변국과 큰 외교적 긴장과 갈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국내적으로 큰 논란거리가 되는 사드배치, 한일정보보호협정 같은 민감한 외교안보사안들은 유보해야 한다.

 

 

황교안 체제는 제2의 박근혜 체제

 

이런 일을 하기에 황교안 총리는 적임자가 아니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 그는 대행체제를 맡은 자격이 없다. 우선 그에게 중립적인 국정관리를 기대할 수 없다. 황교안은 민주인사들을 억압했던 대표적인 공안검사이자 친재벌 부패 법조인으로서,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법무부 장관 재직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은폐하기 위해 수사검찰에 부당한 압력을 가하고 공안사건을 조작하는 등 공작정치에 앞장섰고, 김기춘, 우병우 등 정치검찰 출신들의 공작정치를 일관되게 비호하여 현 사태에 원인을 제공한 대표적인 부역인사다. 일각에서는 총리마저 사퇴하면 국정에 큰 혼란이 초래될 것처럼 주장하지만, 황교안의 존재가 안정적인 국정관리나 국민통합에 큰 장애가 된다. 그가 사퇴하고 부총리가 대행체제를 맡는 것이 더 낫다.

 

 

정치개혁과 참여민주주의

 

촛불집회를 이끈 주체는 ‘자유롭고 위태로운’ 행동하는 주권자들이었다. 촛불은 국민 없는 국가, 주권자 없는 정치에 대한 항의였고, 자구적이고 합헌적인 저항행동이었다. 이 항의에 내재하는 무수한 사회적 난제들은 궁극적으로 정치의 개혁,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을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특히 정치의 과두제와 진입장벽은 정치개혁에 가장 큰 장애물이다. 자치와 분권의 확대와 주권자의 발의권-감사권-소환권-심판권의 강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각종 소수정당 진입장벽의 철폐, 모든 면에서의 국회의 개방과 특권의 축소 등 국회와 과두정당 자신의 개혁대안을 먼저 내놓고, 다른 개혁조치를 말해야 한다. 또한 헌법 개정 문제를 국회의원끼리 밀실에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퇴진이 완수되기까지 헌법 개정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 또한 그 이후에도 개헌이 과연 필요한 지 국민의 의사부터 확인해야 한다. 개헌을 원하는 정치인들이 있다면 무엇보다 먼저 국민이 이 논의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 ‘헌법개정 절차법’부터 만들어야 한다.

 

일, 2017/01/0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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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세대에 새로운 경험을 허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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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 건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21세기를 전후하여 한국사회에서 1997년 12월 IMF 외환위기 만큼 전체 구성원에게 이토록 장기간 막강한 영향력을 끼친 사건이 또 있었을까. IMF 위기는 미시적으로 개인 및 가구의 삶, 가치관과 생활양식뿐만 아니라, 거시적으로 노동시장과 가족구조, 그리고 더 나아가 복지국가 체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로 인한 충격은 20년이 지난 현재도 가족해체, 돌봄의 위기, 최고 수준의 경제적 자살, 소득불평등, 실질임금수준의 지속적인 하락, 계층 및 세대 간 갈등과 같은 형태로 분화되고 심지어 누적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7년 이후 출생한 아이들은 현재 성인이 되어 사회의 한 구성원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시에 대학생이거나 사회초년생들은 지금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의 연령에 도달해 있을 것이며, 기업도산과 구조조정 등에서 살아남은 당시의 4~50대들은 현재 노인이 되어 그 중 다수는 기초연금의 대상이 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기계적인 예상과는 달리 97년 이후 20년은 개인들에게 단순히 시간적 배열에 따른 자연스러운 생애과정을 허용하지 않은채 이전 세대가 경험한 위험을 다시 그 다음세대가 경험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는 20년 전 청년세대나 중장년세대가 경험한 경제위기의 충격과 고통이 20년 후 그들이 자녀세대인 현재의 청년 또는 중장년 세대에게 그 형태를 달리한 채 전승되고 있음을 쉽게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20년이다. 몸 한 자리의 고통이 하루만 지속되어도 참기가 힘들 터인데, 몸 전체가 20년 간 아파왔지만 문제는 원인도 대책도 아직 잘 모른다. 무엇보다도 고통이 언제 끝날지 알지 못할뿐더러, 내 자식도 똑같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은 잔인하다고 밖에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1997년은 아직도 변하지 않고 진행 중이다.

 

하지만 변하는 것도 있다. 입 다물고 시키는 대로 하라는 강압을 변태적으로 즐기던 자들에게, 복지과잉이 망국의 지름길이라며 한 달 전기세 앞에 두고 목숨 끊는 이들의 마지막 길 마저 외면하던 자들에게, 부모의 능력을 자랑하며 가난한 자를 모욕하던 자들에게, 열아홉살 비정규직을 추모하는 포스트잇과 손에 든 초의 구매출처를 수사하라는 자들에게, 최저임금이라도 주라는 CF 광고에 손가락질 하는 자들에게, 자기편이 아닌 모든 자는 빨갱이라고 주저 없이 말하는 자들에게, 국민에게 용서를 빌 게 없다는 부끄러움 따윈 개나 줘버린 정치인들과 박 전 대통령에게 시원하게 손가락 하나 날려주고 보니, 우린 어쩌면 느리더라도 세상이 조금씩은 나와 내 자손이 살기에 더 나은 곳으로 바뀔 수 있다는 희망 같은걸 본 건 아닐까.

 

이제 대중들은 다른 경험을 해야 할 것이다. 생각을 내 목소리로 표현하는 것이 터부시되는 교실 내 억압을 사회에 그대로 투영한 채 숨죽여 살던 개인들에게 광장에서 소심하게나마 구호라는 걸 외쳐보도록 하는 경험을 넘어서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가 법으로 또 제도로 실현되어 그것이 밥이 되고 나무가 되고 깨끗한 물과 동네 친구가 되어 세상을 풍요롭게 했다는 경험 말이다. 그래서 세상이 나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바뀐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을 뿐 아니라 나와 내 자손, 이웃이 지금보다는 나은 세상에 살 수 있었음을 회상하고 추억하고 두고두고 자랑하게 해야 한다. 새로운 꼰대주의를 만들어줘야 한다. 야근을 당연하게 여기며 주말에도 회사 야유회에 다니고 부장의 이삿짐을 날라줬다며 아랫사람을 나무라는 그런 꼰대 말고 말이다.

 

일, 2017/01/0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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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민사랑방_

전북 장애인의 인권보장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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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민사랑방

 

전북장애인인권보장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으로 표기)는 지난 10월 31일 오후 2시 전북도청 도민광장에서 25개 단체 소속원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6 전북장애인 인권보장! 투쟁결의대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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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장애인인권보장공동투쟁본부

 

 

이날 공투본는 2007년부터 2016년 최근까지 전북 지역 법인 및 거주시설에서 발생했던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과 각 사건별 미해결 문제, 7대 정책 요구안을 발표한 후 현재까지 전라북도청사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공투본은 “장애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회복지법인과 단체 및 복지시설들이 반성도 없고, 처벌마저 미흡하다”며 전북도에 △장애인 탈시설·자립생활 권리 보장 △장애인 인권침해예방 대책 수립 △상설 민관합동 감사팀 운영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장애여성 지원체계 수립 △장애인가족 지원 확대 등 7대 요구안을 전북도에 제출 한 후, 요구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도청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 투쟁하고 있다.

 


 

행동하는복지연합_

청주복지재단 진단과 평가 토론회 개최 결과

『청주복지재단의 건강한 운영을 바란다! 』

 

청주복지재단은 민선 5기 청주시가 야심차게 준비하고 출범한 기초지방정부 단위로 가장 규모가 있는 활동으로 평가를 하였다. 하지만 출범하고 4년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서 초기 그토록 우려하고 걱정했던 내용들이 현실화 되어 가고 있다. 이런 우려와 기대를 종합하여 행동하는복지연합(이하 행복연)에서는 청주복지재단 출범후 최초로 진단과 평가 토론회를 지난 11월 29일 행복까페에서 개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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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복지연합

 

토론회는 설립초기 설립타당성 연구용역을 수행한 이태수 꽃동네대학교 교수께서 “청주복지재단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발제를 하였다. 발제는 연구용역 당시의 내용을 기반으로 설계된 사업모형과 현재의 사업결과를 중심으로 비교하여 청주복지재단의 기능과 역할을 점검하였다. 더불어 지역내 사회복지실무자 200여명이 응답한 구글 설문조사 결과를 함께 분석하여 발표 하였다.

 

발제에 이어 토론자로 참석한 변창수 청주시의회 의원은 청주복지재단 운영의 문제점들을 근거자료를 토대로 꼼꼼히 문제 제기 하였다. 청주대학교 김헌진 사회복지학과 교수 역시 초기 연구용역의 멤버로서 참여한 과거를 상기하면서 좋은 모델이 될 거라는 기대를 져버리고 그저 또하나의 기관으로 전락한 모습에 대한 우려를 하였다. 마지막 참여자로 행동하는복지연합 사무국장은 구글설문지에서 주관식으로 응답한 80여명의 답변을 유형별로 분석하고 참여하지 못한 전현직 이사진들의 인터뷰 내용을 기반으로 토론에 임하였다.

 

 

[진단과 평가]

 

 

문제 1: 정치적 독립성의 훼손

가장 먼저 우려하고 현실적인 고려를 많이 했던 내용은 시 출연기관으로서 낙하산 공무원들의 퇴임 자리가 되지 않게 함으로서 정치적 독립성을 기반으로 민간 중심의 씽크탱크 기능이었다. 1대 상임이사에 이어 2대 상임이사가 취임하면서 이런 틀은 산산조각이 났다. 퇴임한 공무원이 2대 이사장으로 슬그머니 자리를 차지 하고 있다. 함께 활동했던 이사들 조차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의문이라고들 한다. 최근에는 현 상임이사가 직제 개편을 통해 사무처장제를 신설하고 공무원을 사무처장에 앉히려 하다 이사들의 반발로 무산되었다. 이런 결과와 내용들로 인해 설문결과와 인터뷰 결과, 그리고 지역내 분위기는 청주복지재단의 위상이 민간중심의 씽크탱크 기능이 아니라 청주시의 이중대라는 부정적인 평가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문제 2: 재단을 위한 재단으로 고립된 기관화

심하게 재단에 대해 자기들만을 위한 기관, 또하나의 복지관이라는 존재성을 훼손하는 평가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위상과 기능이 상실된 평가로 받아 들여질 것이다. 왜 존재해야 하는지, 어떤 활동을 모색해야 하는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지점이다.

 

문제 3: 정체성의 모호성

‘어떤 일을 하는지 몰라서 평가할 내용이 없음’ ‘재단이 해야 할 지역사회에서의 가치와 역할을 정립하시기 바랍니다’ ‘1.지역의 특정법인의 산하기관이 아니다.' '2.청주시 복지정책과의 대변인 역할을 한 곳이 아니다.' '3.선거용으로 이용되어서도 안된다.’  이는 구글설문에 응답한 일부 내용이다. 위와 같은 의견들은 지역 내에서 일반화되어 있다. 씽크탱크 기능이라고 하지만 특별한 연구결과도 없다. 명확한 사업도 없다. 결국 옥상옥이라고 평가 절하되는 모양들을 보인다. 출범시 100만 도시를 앞둔 청주시의 복지비전을 만들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던 재단의 민낯을 본다. 통합청주시 사회복지 예산이 40%를 넘어 50%가 목전에 있고 이에 대한 예산과 정책 효율성이 강화되는 요구에 대한 응답을 과연 재단이 할 수 있을 것인가. 해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문제 4: 조직운영의 불합리성

지난 시기 지역 언론을 통해 상임이사가 자신의 생일 선물로 의자를 사달라고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보도 기사가 있었다. 자신의 의견에 반하는 이들에 대한 차별도 존재했다고 한다. 특히 신규 채용되는 이들과 조직운영이 특정 법인 출신들로 장악되고 있음도 조직운영의 사조직화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청주복지재단인지 모 특정법인의 다른 지부인가라는 비아냥거림도 설득력이 있는 현실이다. 사무처장제에 있어서도 공무원이 그 자리에 앉아야 시와 업무 협조가 잘 될 거라는 상임이사의 조직관 역시 설립시 정체성을 훼손하는 조직 발상이다. 이에 대해 모 이사는 전문성도 없는 순환보직 공무원이 관리직으로 온다고 함은 민간의 전문성과 순발력을 훼손하고 관의 이중대를 가속화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지만 여전히 기회만 남겨둔 허술함을 보이고 있다. 또한 현재 조직운영의 가장 큰 문제는 이상한 조직운영 시스템이라는 거다. 예로 2015 이사회는 7회 개최하였고 아래 조직인 운영위는 2회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사회 결과를 하급단위인 운영위에 보고하는 모양이라고 폄하는 의견도 있다. 내부 감시적 기능을 위한 ‘시민위원회’는 구성조차 되어 있지 않다. 조직에도 없는 복지전문위원진은 원칙을 찾기 힘든 분야별 인력들로 채워져 있다. 이처럼 조직운영이 가장 기초적인 운영틀을 벗어나 작위적으로 운영되는 불합리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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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복지연합 

 

 

문제 5: 평가가 없는 운영이 과연 건강할까

2012년 7월 출범 후 지금까지 내외부적으로 공식적 청주복지재단에 대한 평가는 진행된 적이 없다. 초기 출연금 50억이라는 세금이 투자되어졌고 매년 10억 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함은 현재의 재단운영의 미흡을 대변하고 있다. (2015년부터 청주시는 시 산하 출연기관에 대해 경영진단평가를 하고 있음. 공적기관에 의한 형식적인 평가이기에 본질적인 평가체계에서 제외하고자함) 특히나 지역사회와 함께 건강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들을 하지 않았음에 심히 우려한다.

 

이에 행복연은 2014년 공식적인 토론회를 준비하였으나 괜한 오해를 살 우려가 있다는 주장에 따라 내부 자체적으로 평가를 진행하도록 요구하는 비공식적 접촉만을 했다. 이 조차 내부에서 무산되어 현재 행복연의 토론회가 최초의 토론회가 되었다.

 

 

[마무리와 대안정리]

 

이런 내용들은 지역사회내에서 공공연히 이야기 되어 지는 내용들을 집중 분석을 통한 공식적인 분석에 의미를 두고 있다. 이는 단순히 문제점만을 이야기 하기 보다 향후 청주복지재단이 지역복지계를 넘어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망으로서 복지정책과 연계기능을 충실히 하기 위해 반드시 설립시의 기능과 역할을 담보 되어야 한다.

 

청주복지재단의 건강한 운영을 위한 제안을 정리하며 아래와 같다. 이는 최종적인 결과라기보다 이를 기반으로 각 분야와 영역별로 논의 하고 점검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꾸준히 전개 될 때 그 완성적 의미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1) 위상: 최초 설립 이유와 목적을 상기함. 민관거버넌스로서의 사회복지 씽크탱크 기능

2) 사업: 연구기능을 중심으로 사업 재편

3) 인력: 특정 인맥 중심인 인력 구조를 개편하여 중간조직에 걸맞는 인재로 역량중심 업무 재배치

4) 조직: 기존 조직인 이사회, 운영위를 충분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할 분야별 인사들로 전면 재편하고 안정적이고 유기적인 운영의 내실화를 기함. 내부적 건강한 비판자로서의 시민위원회 등을 충실히 가동함으로서 상시적 모니터링 체계 구축 (최초 연구보고서 대로 복원 필요)

5) 사업개발방식: 현장과의 충분한 논의장 마련을 통한 욕구 파악, 관과의 민관협력체계를 통한 현실적인 대안들을 만들어 가는 모양 갖추기

    예) 복지인수다를 통해 아젠더 개발, 유관기관장과의 상시적 토론 모임등. 어플 활용(서울시 엠보팅) / 구글 설문도 역시

6) 공간이동: 접근성과 활발한 논의를 위해 현 사무실을 구연초제조창과 같은 접근성이 좋고 문화등 유기적으로 연계 되어 지는 공간으로 이전

7) 점검체계: 이를 완성하기 위해 재단, 의회, 복지계, 시민단체, 청주시 등과 정상화를 위한 TF를 구성하여 단계적 이행과제 설정과 이행을 위한 체크리스트화 하여 매년 평가 진행

 


 

인천평화복지연대_

제13대 인천사회복지협의회장 선거, 정족수 부족으로 두 차례나 무산

 

제13대 인천사회복지협의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총회가 정족수 부족으로 두 차례나 무산되었다. 인천사회복지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지난 12월 7일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회장을 선출할 계획이었다. 후보에는 이윤성 전 국회의원이 단독 출마하였다. 하지만 재적회원 179명 중 78명만이 참가하여 과반을 넘기지 못해 무산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협의회는 <정족수 미달로 인해 회장선출 안건이 유예가 되어 16일에 임시총회를 재소집한다. 만약에 재소집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선거가 이루어지 않을 경우 회장선거를 재공고 한다. 단, 이윤성후보는 후보를 등록한 것으로 간주한다>라고 결정하고 회장 선출을 하려 했지만, 이번에는 63명만이 참석하여 결국 선거가 또 다시 무산되었다. 협의회 회장 선거가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것은 13번째 회장을 선출하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에 단독 출마한 이윤성 전 국회의원은 3개월 전에 협의회 회원으로 등록하여 겨우 후보추천 자격을 득하였다. 그간에 어떤 사회복지 경력도 전문성도 없었던 이윤성 후보는 자격을 얻자마자 협의회 회장후보로 출마한 것이다. 더불어 이번 선거에서 회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사들은 이 후보 출마 이후 일제히 후보 등록을 포기했다. 이번 선거 무산은 이러한 졸속출마에 대한 회원들의 거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협의회장의 자격은 사회복지의 발전을 위한 노력의 결과로 주어지는 것이라는 것과 사회복지 현장의 회원들과의 소통과 공감이 없는 상태에서 협의회장에 출마한 것은 적절한 처사가 아니라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인 것이다. 1차로 선거가 무산되었을 때 차라리 재공고를 통해 이윤성후보와 더불어 새로운 후보가 입후보 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더 주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었건만, 이를 무시하고 재소집을 강행한 결과, 더욱 많은 수의 회원들이 선거를 거부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역 시민사회는 이 전 의원의 자진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회원과 소통하는 민주적 경쟁을 통해 보다 인천사회복지에 대한 비전과 검증된 인물이 신입 협의회장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복지시민연합_

박근혜 게이트 사태와 별다를 바 없는 대구시립희망원

 

복지동향 11월호을 통해 대구시립희망원 직원들의 생활인 폭행, 사망사건 은폐, 인사채용비리 의혹, 이중장부 작성으로 생활인 주부식비 년 13억여 원 횡령, 생활인 노동착취 등 광범위한 비리들이 알려지고, 10월 8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가려진 죽음, 대구희망원, 129명 사망의 진실』편이 방영되어 전국적으로 파장을 일으킨 내용을 소개했었다. 천주교대구대교구는 10월 13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교구쇄신위원회(이하 ‘쇄신위’로 표기함)’를 구성했고, 쇄신위는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대구희망원대책위’의 비리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 희망원장 · 간부 · 사건관계자 직무정지, 운영권 반납 3가지 요구안을 수용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난 현재 교구쇄신위는 유야무야되었고, 천주교대구대교구와 희망원은 증거인멸과 모르쇠로 일관해오고 있다. 우선 지난 11월 2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대구시립희망원 사건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4월부터 제기한 인권유린과 비리의혹에 대해 부당한 사망사건 처리, 장애인·노숙인에 대한 폭행·학대, 급식비 횡령, 거주인 부당 작업 등을 확인하고 관련 가해자들은 검찰고발 및 수사의뢰하였고,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노숙인 수용정책 개선을, 대구광역시장에게는 위탁 취소와 관련자 징계, 업무개선 등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8개월이나 걸린 국가인권위원회의 늑장대응과 의혹수준의 내용을 재확인 것 외에 큰 의미가 없는 결과발표로 검찰로 넘어간 수사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조사결과에서 ‘외인사 8건’, ‘병사 21건’과 관련된 시설관계자, 의료인의 관리 소홀과 사망진단서 허위작성을 확인하고 관련자들에 대해 수사의뢰를 했다. 이 사망사건과 관련하여 외인사로 사망한 시설생활인을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고 몰래 화장한 사실도 확인되어 의료인, 시설직원 그리고 화장을 승인한 주민센터가 조직적으로 공모한 가능성도 있다는 기사가 12월 16일 지역일간지에 보도되었다. 이에 대해 대구시립희망원 측은 행정미숙이라고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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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복지시민연합

 

그리고 국가인권위위원회 조사결과가 발표된 11월 같은 날, 검찰은 2014년 7월 대구시립희망원의 비자금내역을 폭로한다고 공갈협박해서 대구시립희망원 前원장신부에게 1억 원의 돈을 갈취한 前회계과 직원 이모씨를 구속했다. 그 동안 천주교 대구대교구측과 대구시립희망원은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비자금 폭로를 협박한 前회계과 직원에게 돈으로 입막음 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그 1억 원이 대구시립희망원 前원장신부 개인의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구시립희망원의 운영법인인 대구천주교회유지재단측은 지금까지 사망사건 은폐, 비리의혹 등 모두 부인해왔다. 그리고 이미 11월 8일 대구시에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잇따른 의혹제기로 인해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 및 생활인 보호가 어려워 위탁을 반납하게 되었다’며 황당한 주장을 했다. 그리고 현재, 확인되어 지는 사망사건 은폐, 비리사건들에 대한 말 바꾸기와 재판과정에서의 알게 모르게 행해지는 뒷수습을 보고 있자니 현재 박근혜 게이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모른다’, ‘그런 적 없다’라고 일관한 대구시립희망원측과 비리관련의혹 직원들의 행태, 그리고 하나하나 사실들이 밝혀지자 변명을 해대는 행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청문회 풍경과 다를 바 없다.

 

‘제2의 형제복지원 사태’라고 알려진 ‘대구시립희망원 사태’, 검찰은 성역 없는 수사를 해야 한다. 그리고 중간수사결과도 발표해야 한다. 인권침해, 비자금조성 등 수 많은 비리와 관계된 자들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이 있어야 한다. 종교라고 예외가 없어야 한다.


월, 2017/03/0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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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이주하ㅣ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역사적인 11월 12일 100만 촛불집회 이후 전국의 촛불집회 현황을 취합하는 ‘대동하야지도’가 등장하였고, 26일 최대 규모인 300만 촛불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과거와 사뭇 달라진 집회현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의 집단지성이 발현되는 축제의 장으로 변모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87년 민주화 이후 절차적·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실질적 민주주의로의 질적 전환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절차적 민주주의마저도 위기를 맞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우리는 직면하고 있다. 

 

드라마나 예능보다 뉴스가 더욱 흥미로운 ‘웃픈’ 시대에도 꿋꿋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는 <무한도전>에서는 훈민정음(訓民正音)의 색다른 해석이 소개되었는데,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소리’인 소위 하향식(top-down) 정치뿐 아니라, 민음훈정(民音訓正), ‘백성의 소리를 새김이 마땅하다’ 혹은 민음정훈(民音正訓), ‘백성의 소리를 바르게 새겨라’와 같은 상향식(bottom-up) 정치의 중요성을 읽어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적인 것’의 의미는 시민들의 집단적 자기결정(collective self-determination) 과정에서의 참여라 설파하였다. 민주주의의 내포적 심화를 지향하는 참여민주주의가 강조하는 것은 ‘위로부터의’ 정치적 목적을 위한 동원(mobilization)이 아닌, ‘아래로부터의’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참여인데, 이는 애당초 민주주의의 핵심원리이자 대한민국 헌법 1조에도 나오는 공화국(republic)의 어원인 ‘만인의 것(res publica)'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결국 촛불집회는 대의제 민주주의 틀 속에서 정당체제의 개혁(‘제도정치’)과 시민사회운동의 역동성에 초점을 둔 직접 민주주의(‘광장정치’)의 강화라는 화두를 다시금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다. 현재 한국의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 서있는 정당체제는 시민사회의 다양한 갈등과 이해관계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과거 발전주의 국가 하 노동배제 조합주의, 기업별 노조체제와 정규직 위주의 낮은 노조조직률, 지역주의 중심의 정당체제와 좌파정당의 낮은 영향력 등으로 인해 서구 복지국가의 근간이 되는 노동조합과 사민주의정당의 권력자원(power resources)이 상대적으로 미비하다. 대신 한국의 경우 시민단체 주도의 연대전략과 복지정치가 기존의 서구 중심의 권력자원이론이 포착하지 못하는 새로운 권력자원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여왔다. 

 

이에 이달의 복지동향은 먼저 기획주제로 ‘복지국가 정치와 시민사회’를 다루어보았다. 첫 번째 글은 “시민사회로부터의 적극적이고 폭넓은, 정치적, 조직적 압력이 나오지 않으면 정당정치에 복지국가의 비전을 압박할 수 없으며, 현재의 정당체제에서 설사 연합정부가 만들어진다 해도 복지국가로의 체제 개혁 과정에서 시민사회가 목소리를 낼만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정확하게 짚어주면서, 복지국가 전략을 공유하는 시민정치와 노동정치의 능동적 결합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 글은 스웨덴 복지국가의 성공비결이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뿐 아니라 공동체주의에 기반한 시민사회가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복지를 둘러싼 국가-시민사회-민주주의의 변증법적 순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지역사회복지와 마을공동체에 대해 다루고 있는 세 번째 글은 시민이 주도하는 복지국가를 위한 새로운 지역조직화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서울 광화문광장 설치한 ‘박근혜 퇴진 이후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이라는 주제의 포스트잇 게시판에는 시민들의 소망이 빼곡히 적혀 있는데, ‘하야’나 ‘퇴진’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눈에 띄는 단어는 공정과 정의였다(한겨레 2016.11.22.).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논하기 위해서는 투입적 측면과 산출적 측면이라는 2가지 차원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국가와 시민(사회)과의 관계를 파악함에 있어서 투입 지향적 정당성은 어떻게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고 정책이 결정되어지는가에 관한 것이라면, 산출 지향적 정당성은 그러한 권력을 행사하는 방식과 연관이 있다.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정부의 질(quality of government)’ 담론의 주장처럼 민주주의 투입 측면뿐 아니라 정치제도의 산출 측면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는데, 북유럽 복지국가와 남유럽 복지국가의 사회·경제적 성과의 차이는 바로 산출 측면에서 바라본 정부의 질 수준에 상당 부분 기인하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촛불집회를 촉발시킨 대한민국 정부의 질은 과연 산출 지향적 정당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것인가? 

 

동향에서는 산출적 측면에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위해 필수적인 주제라 할 수 있는 아동수당의 도입과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에 대해 소개하였다. 아울러 복지칼럼에서는 공리주의적 정의관을 비판하며 ‘공정성으로서의 정의’를 주창한 위대한 정치철학자 존 롤스의 만민권을 통해 세계화 시대의 대안적 시민권에 대해 살펴보았다. 

 

복지는 결국 한 사회의 자원을 정치적으로 재배분하는 것이며, 한 사회의 복지수준은 복지정치의 결과이며, 어떤 복지국가를 지향하는가 역시 시민들의 정치적 선택에 달려 있다. 현대사에 두 차례의 시민혁명인 1960년 4·19 혁명과 1987년 6월 항쟁과 달리 2016년 촛불집회는 미완의 혁명으로 그치지 않고, 앙시앵레짐의 청산과 성숙한 복지국가로의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목, 2016/12/01-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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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구조조정 속에 사라진 기초보장의 권리

 

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최근 공무원 연금, 무상급식 등 사회복지와 관련된 몇몇의 이슈가 연일 뉴스의 맨 처음을 장식할 만큼 뜨거운 사회적·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다. 공통점이라면 이미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던 기존의 복지 프로그램에 대해 보수적 정치세력이 복지축소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우리나라 사회복지의 절대적 빈약성 때문에, 새로운 복지제도나 프로그램을 도입하거나 확충하려는 시도가 쟁점화되어왔던 것과는 정 반대의 양상이 연출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연달아 직면하는 공통적인 사회복지 상황이다. “모든 노인에게 2배의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하겠다”던 공약으로 노인층의 스타가 되었던 대통령의 행적으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반복지적 움직임이다. 물론 이 기초연금 공약도 허공에 날아가버린지 오래이다. 연금이나 학교급식의 이슈에 비해 다소 조용히(?) 진행되어버린 또 하나의 주요한 이슈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것이다. 불행히도 이 역시 복지의 보강이라는 방향이 아니라 복지의 후퇴라는 방향으로 진행된 사건이라는 점에서 현 정부의 일관성을 보여주는 사건이라 하겠다. 

 

지금 이 순간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큰 변화를 겪고 있다. 그간의 최저생계비와 연계된 통합급여체계의 시대를 뒤로 하고, 개별급여와 ‘급여기준선’에 토대한 제도체계로 변화하고 있다. 얼핏 듣기에 공공부조제도의 전문적 기술사항의 변화로 보인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간 시민사회에서 기초보장제도의 개혁을 요구해왔던 결과가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이후 수급자와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했던 비수급 빈곤층 사이의 공공지원의 격차,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문제, 최저생계비를 절대적 방식으로 계측하면서 계속 그 수준이 하락되어왔던 문제, 비현실적으로 낮았던 주거급여 등의 문제에 대한 비판들과 개선요구가 존재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과 현재의 제도개편 방향은 시민사회가 요구해왔던 개선과는 전혀 다른 내용과 방향이며 너무나 개탄스러운 것이다.

 

첫째,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전환되었다고 정부는 표현한다. 그런데 애초에 개별급여 주장이 나타났던 이유는 수급자가 아닌 차상위층 등의 경우에도 (생계급여는 받지 않지만) 주거나 의료 등의 영역에서 폭넓은 사회보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이번 개편은 주거나 의료급여의 확대라기보다는 생계급여의 대상과 보장수준을 축소하는 결과로 귀결되어버렸다.

 

둘째, 대상자 선정 기준에서 절대빈곤에서 상대빈곤으로의 방식전환을 표방하였다. 기존에 시민단체에서는 (수백 가지의 물품가격을 더한 전물량방식으로 측정하는) 절대빈곤선 방식의 최저생계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던 바 있다. 이는 수급자 혹은 빈곤층의 생활과 필수품에 대해 ‘비현실적으로 규격화’하는 방식이라 문제가 있고, 그 수준 역시 너무 낮아서 일반적 생활 모습과의 격차가 커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개편은 상대빈곤을 표방하였다고 하지만, 중위소득 대비 너무 낮은 수준을 그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 중위소득 산정방법마저도 예전에 일반적으로 논의해왔던 자료들과는 다른 방식을 채택하는 꼼수를 부렸다. 여러 편법을 동원하여 결국 상대빈곤선 측정방식을 도입하되, 그 수준은 매우 낮은 수준으로 제약하고 있다. 결국 상대빈곤방식으로의 전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어버렸다.

 

셋째, 주거급여를 독립된 방식으로 도입하였으나 그 실제 운영에서 별도의 전달체계 라인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 사실상 공급자 이해관계 위주의 개편이 되고 있다. 이는 비용의 문제, 일선 현장성이 없는 제도의 운영 등 부작용을 유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넷째, 가장 중요한 문제로 권리성의 삭제이다. 그간 학교의 강의 등에서, 15년 전 생활보호제도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로 바뀌었을 때, 그 가장 큰 의미는 국민이 최저생계비 이상의 생활수준을 보장받도록 한다는 근대적 권리성 공공부조제도가 만들어졌다는 점이라고 교육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최저생계비가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개념으로 바뀌면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임의적 복지프로그램 중 하나로 전락하였다. 최저생계비 이상의 보장수준에 대한 국민의 권리성이라는 부분이 사실상 없어졌고, 예산 논리에 따라 얼마든지 국가가 축소나 철회시키는 것이 가능하게 되어 버렸다.

 

이번 개편은 결국 제도개편의 필요성이 제기된 원래의 방향(실질적 보장수준의 강화, 사각지대의 해소)에 대해 접근해가는 것이 아니라 엉뚱한 방향으로 궤도를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궤도의 이탈은 빠른 시간 내에 바로잡아야 한다. 이탈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가야할 길과 멀어져 바로잡을 수 없는 상황에 맞닥뜨린다.

 

우리나라의 빈곤문제에 대응하는 소득보장 체계가 가지는 특성 중의 하나가 공공부조제도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었다.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이 개선은 공공부조제도의 지원이 필요한 계층을 줄여가는 소득보장 체계의 정상화, 즉, 연금제도, 각종 수당, 임금체계 등의 개편과 보강을 통해서 관철되어야지 무조건 공공부조제도의 축소를 통해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은 광범위한 복지사각지대의 빈곤층에 대한 복지지원 내실화를 시도하였다기 보다는 명백하게 “불필요한(?) 복지지원의 구조조정과 축소”를 겨냥한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정부는 ‘세 모녀법’이라는 범주 안에 이번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을 섞어 넣었다. 민생지원이라는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개악임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수사를 사용하여 마치 ‘보강’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이번 개편내용을 기계적으로 적용해보아도 세 모녀 사건은 예방이 가능하지 않다. 세 모녀 사건을 포장지 삼아 오히려 복지구조조정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어찌되었건 시민사회와 친복지 진영은 이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고, 더 큰 다른 유사한 이슈들에 묻혀 빈곤층에 집중된 사안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 해체는 정부와 보수정당의 이해관계 속에 무난히 진행되어 버렸다.

 

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몇 년 전까지 시민사회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사각지대의 해소와 보장수준의 향상을 요구해왔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최저생계비 상승과 측정방식 변화, 부양의무자 기준의 철폐, 탈수급 저해요인인 차상위층 이상에 대한 부분적 지원방식(개별급여)의 보강이나 소득공제제도 보강을 요구해왔다. 허무하게도 이번 정부의 제도개편은 이런 흐름과는 정반대의 구조조정 측면에서 ‘개별급여‘와 ’최저생계비‘ 이슈를 다루었다. 그리고 국민의 복지권이라는 것을 해체하는 결과를 낳았다. 또한 정부는 행복이음 등 전산망을 통해 부정수급을 줄이겠다는 감시적 전산망 운영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당분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관련된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제도개선 요구의 기초가 되었던 ‘권리성 공공부조’의 기반 자체를 상실하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특정 부분에서 보장수준을 높이려 했던 미시적 활동에 집중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현 정부는 복지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비용의 축소’와 ‘권리의 해체’를 도모하고 있다. 때문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권리성을 ‘회복’하려는 시민사회는 기초보장제도 자체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닌 보다 넓은 연대의 활동에 참여하여야 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보편적 복지국가의 지향 혹은 복지국가운동이 선별주의적 제도의 전형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살리는 가장 좋은 길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에 많은 것을 위임할 수는 없다. 정부와 여당은 말할 것도 없고, 불행히도 야당 역시 최근의 복지의 권리 해체 상황에서 보수적인 프레임의 한계를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주었기에 신뢰는 극히 제한적이다. ‘세 모녀’를 혹은 심지어 ‘장그래’를 살리려는 진정성은 정치가 직업인 현재의 그 누구에게서도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구도의 정당정치에서 수단을 찾고자 집중하기보다는 새로운 여론화의 밑바닥 작업을 더 필요로 한다. 국민들의 사회적 이슈화를 위한 힘으로 보수 정치권을 압박하고 견인해야 할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시민사회의 활동이 그간 너무 정치권과 입법부와의 소통기술에만 집중되어 있었던 대가를 지금 치루고 있다.

금, 2015/04/10-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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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사회복지와 마을공동체: 내가 변하고 지역이 변해야 복지국가가 완성된다.

 

홍영준 l 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일반적으로 알려진 복지국가란 국민전체의 안녕과 행복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사회를 의미하며 보편적인 시민의 권리(사회권)가 보장되는 사회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복지국가의 담론 중에 국가의 역할을 강조하다 보니 민간 혹은 시민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너무 일방적으로 기술 혹은 묘사되어 복지국가 내 시민의 역할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일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는 복지국가란 그 누구도 아닌 시민이 만들어가는 이상적인 사회의 형태라고 믿고 있으며 시민 주도하에 이루어지는 복지국가만이 진정한 복지국가의 이상을 이룰 수 있다는 전제하에 복지국가내의 새로운 지역사회복지실천에 관한 원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지역사회복지의 배경과 개념화

 

일반적으로 사회복지실천은 대부분 지역을 기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역사회복지라는 개념은 어찌 보면 모든 사회복지실천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지역사회복지의 대표적인 기능 중 복지국가성립과 가장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최근 논의가 급증되고 있는 지역조직화에 한해 논하고자 한다. 지역조직화를 관의 측면에서 볼 때는 지방분권화 강화로 인하여 지역중심의 복지서비스 전달체계 구축과 지역욕구를 기반으로 하는 복지체계에 대한 필요성의 증대로 이해할 수 있고, 민의 입장에서는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규정하고 해결하려는 주민 욕구를 기반으로 복지서비스를 재편하려는 요구로 설명가능하다. 즉, 복지수요에 비해 한정된 복지공급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의 역량을 강화하여 지역사회 내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주민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지역사회를 구축하고자 하는 시도들이 새롭게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되고 있는 이웃만들기 지원사업,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 사회적 협동조합, 마을기업과 같은 것이다.

 

지역조직화기능은 사회복지사업법에 근거하여 사례관리기능, 서비스제공기능과 함께 사회복지관 3대 주요 기능으로서 자리 잡고 있다. 지역조직화의 기능은 복지네트워크 구축, 자원개발 및 관리, 주민조직화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복지국가의 설립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주민조직화일 것이다. 주민조직화란 주민이 지역사회 문제에 스스로 참여하고 공동체 의식을 갖도록 주민조직의 육성을 지원하고 이러한 주민협력강화에 필요한 주민의식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실시하는 사업으로 정의된다(이찬희, 문영주, 2012). 하지만 일반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주민조직화란 지역 내의 사회문제를 발굴하고 그 문제를 해결해 나아가기 위하여 전문적인 역량을 가진 전문가(professional leadership)가 주민을 조직하여 그 문제에 공동으로 대응 및 해결해 나아가는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지역조직화는 지역사회 조직화, 주민조직화, 주민참여, 주민 임파워먼트 등 유사 용어들이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다양한 개념들 중에서 지역조직화 기능에 대한 국내외 선행연구 및 지역사회기반참여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지역조직화는 대부분 주민조직화와 가장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 이 글에서 나타나는 지역조직화 논의 또한 주민조직화를 기본으로 형성되고 있음을 밝힌다.  

 

지역조직화기능은 사회복지관의 3대 주요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그 실천경험과 사례는 부족하다. 대부분의 지역조직화 사업들은 동네주민들의 동호회 설립과 같은 단기적이며, 소규모로, 가시적성과를 위한 사업으로 이루어져있다. 이는 한국의 독특한 복지환경에 기인한다. 한국의 사회복지사는 서구사회와 다르게 조직에 속함으로서 그 역할과 지위가 부여된다는 점이다. 다르게 말하면 개인자격의 실천(independent practice)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복지분야에서의 지역조직화 실천은 기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는 이미 규격화 혹은 공식화 되어 있는 조직화 실천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역조직화실천은 사회복지사가 복지관을 기반으로 정부 예산을 통해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며, 정부예산 사용은 곧 정부의 평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이다. 현재 복지관의 평가시스템은 국내 지역조직화 사업에 많은 제약과 한계를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단기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조직화사업의 고유한 성질은 현재의 양적평가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이는 많은 복지기관들이 지역조직화사업을 협의의 의미에서 해석하고, 가시적 성과가 높은 의제의 선택과 실행을 반복함으로서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영향 및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사업을 추구하게 하였다. 또한 복지현장의 지역조직화기능의 교육기회 및 정보 부족과 복지관의 정부 재정의존도 또한 지역조직화의 장기적이며 사회개혁적 기능을 이행하는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수준의 지역조직화사업은 이상향으로 자리 잡은 복지국가를 이룩하는데 도움이 될 수 없다고 판단된다. 복지국가를 이룩하기 위해 새로운 지역조직화의 실천 원리를 다음과 같이 제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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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이 주도하는 복지국가를 위한 새로운 지역조직화 원리

 

첫째, 과정중심적 접근(process-oriented approach)이다.  현재 사회복지 실천모델의 경우 결과중심 원칙이 대부분 실천에 적용되고 있으며, 특히 성과위주 평가시스템의 고착으로 인해 실천과정 중에 파생되는 긍정적 효과 및 그 영향력을 등한시 혹은 인정하지 않는 문화가 복지 분야에 팽배하다. 지역조직화사업의 경우 사업특성 상 단기간의 성과(short-term outcome)를 기대하기 어려운 분야이고 따라서 단순히 결과중심의 사업평가는 새로운 지역조직화 사업의 계획 및 진출을 가로 막는 대표적인 진입 장애물로 인식되고 있다. 평가시스템의 변화가 선 전제되어야 하지만, 앞으로의 지역조직화사업은 결과중심(지역사회의 유형적이며 가시적인 변화)적인 접근과 더불어 과정중심(과정 자체의 무형의 의미를 인지함)적 접근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즉, 과정중심의 접근은 가시적인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구함과 동시에 지역사회를 조직하고 변화시켜나가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비가시적이며 무형적인 지역사회의 자본을 하나의 목표로 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지역조직화 과정의 참여를 배움의 과정(learning process)으로 인식해야 하고 조직화과정 참여만으로도 배움의 결과를 가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과정 중에 얻을 수 있는 것은 비가시적이며 무형적이지만 인간관계 내 파생되며 존재하는 사회적자본(social capital)으로 인식되며 이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에게 공유된 행동 규범과 공통적인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주고 결국 지역사회의 모든 종류의 생산 활동에 도움을 주게 된다. 이는 결국 결과중심의 접근이 추구하는 가시적이며 유형의 변화 또한 일종의 지역 생산 활동의 산출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양쪽의 가치는 동일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지역조직화의 최종 결과가 그 지역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 이라면 지역조직화 과정의 결과는 참여자들의 개인적 변화(성장)를 추구하는 것으로 이해 할 수 있다.  

 

둘째, 가치 중심적 접근(value-centered approach)이다. 복지국가를 이룩하기 위한 지역조직화사업은 사회복지의 가장 기본이 되는 철학적 근본 및 가치(philosophical foundation and value)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사회복지의 다양한 기본적 가치 중 사회권, 시민권, 강점관점, 사회정의와 같은 가치들이 적용될 수 있다.  

 

사회권의 경우, 지역조직 실천과정은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조건을 국가에 요구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를 찾아가는 일련의 활동으로 인식해야하며 시민권의 경우 지역조직화 실천과정을 시민으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동시에 다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며 동시에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구성원으로서 “완전한 참여”를 한다는 의미로서 해석이 가능하다. 강점관점의 경우 지역사회내의 환경(구조 및 제도 포함) 및 구성원이 현 지역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 할 수 있는 충분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믿음을 기반으로 지역사회의 강점을 우선적으로 발굴하고 그 강점을 기반으로 드러난 결핍(deficit) 혹은 단점을 상쇄 및 극복하려는 접근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정의는 지역사회의 조직화 과정은 지역사회 내 드러나 있거나 혹은 숨어있는 불평등에 항거하는 과정이다.

 

셋째, 선 순환적 접근 (virtuously circular approach)이다. 지역조직화의 과정은 끊임없는 선순환과정을 겪어야 한다. 즉, 선순환이란 우선 지역사회에서 해결해야하는 지역사회문제 혹은 의제를 선정해 나아가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된다. 발굴된 다양한 의제 중에서 가장 시의성이 있고 주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제를 선택하는 것이 그 다음 단계일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고 그 해결방법 및 결과가 다른 지역사회에 확산되는 것을 끝으로 지역조직화 전체의 과정이 이루어진다. 한 번의 조직화 과정을 통해 문제 해결이 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첫 단계로 돌아가 다른 의제로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을 거쳐 끊임없는 지역사회발전에 이바지해야한다. 즉, 지역조직화과정은 상시체계로 이루어져야한다.

 

넷째, 상호 성장 중심적(reciprocal growth approach)이여야 한다. 지역조직화의 가장 기본적인 목적으로서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꼽을 수 있으나, 동시에 지역조직화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의 개인적 성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즉, 지역조직화의 문제 해결은 지역사회의 성장을 담보할 수 있었으나, 참여자 혹은 구성원들의 개인적인 성장은 상대적으로 강조되지 않았었다. 따라서 이 원칙은 과정중심적인 접근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으로서 지역조직화의 과정을 구성원이 하나의 배움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지역구성원들 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동반 성장을 목표로 해야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전통적으로 사회복지사와 주민과의 관계를 도움을 주는 사람(helper)과 도움을 받는 사람(beneficiary)으로 정의하는 사회복지 전통과 다르게 지역사회조직 실천과정을 통해 복지사와 주민간의 긍정적, 호의적, 교육적인 상호 작용을 통한 지역주민의 성장과 동시에 사회복지사의 개인적 성장도 목표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다양성 강조 접근(diversity emphasis approach)이다. 다양성의 강조는 오래전부터 사회복지의 근간을 이루는 전통적 원리이다. 다양성의 강조는 두 형태로 이해가능하다. 첫째는 지역조직화 활동 주체(player)의 다양화이다. 기존 지역조직화 사업이 사회복지관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사업에 한정되었다면 미래의 지역조직화 사업은 전통적 복지영역의 틀을 깨고 다양한 주체, 예를 들면 시민사회와 협동조합(사회적경제)과 같은 새로운 주체와의 적극적인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해 지역 복리 증진을 위한 최상의 성과 도출을 위해 노력해야한다. 현재 서울시의 찾아가는 동주민센터의 마을 사업과 같이 일부 지역사업이 관주도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조직화의 가장 이상적인 발전 방향은 ①관주도에서 민주도로 또한 ②복지기관에서 민간 자조 집단(self-help group)으로 발전일 것이다. 두 번째로, 의제의 다양화이다. 기존 많은 지역조직화 사업의 경우 지역 내의 자신들의 이익 혹은 편의를 추구하는 위주의 의제였다면 앞으로는 이기(利己)에서 이타(利他)로, 즉 자신의 이익이 아닌 지역 내·외의 취약계층을 포함한 사람들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의제로 더욱 발전 되어야 할 것이다.  

 

복지국가를 이루기 위하여 지역복지운동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러한 지역조직화사업을 위해 몇 가지의 새로운 접근 원리를 논의해보았다. 위와 같은 원리들이 지역조직화의 모든 원리는 다 설명할 수는 없으나 새로운 논의의 시발점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원리들을 통한 지역조직화, 즉 나를 변화시키고 결국엔 지역을 변화시키는 지역조직화 사업이 더욱 많아지길 기대한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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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수, 류진석. (2014). 지역사회복지론. 서울. 학지사.

이찬희, 문영주. (2012). 부산 사회복지관 지역조직화 운영모델 연구. 부산복지개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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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옥채(2001) 지역사회 조직화모형에 관한 소고. 한국사회복지학회 추계학술대회 자료집
274-286.
최일섭, 류진석(1997) 지역사회복지론 서울대학교 출판부
Parachini, L., & Covington, S. (2001). Community organizing toolbox: A funder’s guide to community organizing. Washington, DC: Neighborhood Funders Group. 

목, 2016/12/0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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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전략

 

김윤 l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 교수

 

왜 보장성 강화인가?

 

건강은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적인 권리인 동시에 인간이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기본 조건 중 하나이다. 건강하지 못하면 행복하게 살 수도 없고, 사회 발전에 기여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은 인간의 건강할 권리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주는 중요한 복지제도이다. 건강보험은 사람들이 아플 때 돈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고, 의료비 때문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보호해줘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여전히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그 결과 국민의 건강,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건강을 보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약 60% 수준으로 OECD 국가의 평균 80%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총 진료비 중 40%를 부담해야 하지만, OECD 국가에서는 환자가 총 진료비 중 20%만 부담하면 된다는 뜻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역대 정부는 보장성 강화를 중요한 정책목표 추진해왔다. 하지만,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2005년 61.8%였던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10년이 지난 후인 2014년에 63.2%로 증가했다. 10년 동안 겨우 1.4%가 높아진 것이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낮으면 의료비 부담 때문에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이 많아진다.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소득수준에 비해서 의료비 부담이 과중했던 것으로 나타났다.1) 이는 OECD 국가들에 비하면 4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들은 의료비 부담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빚을 냈으며, 심각한 경우에는 의료비 부담 때문에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하기도 하였다. 2013년 기준으로 의료비 부담이 컸던 가구는 빈곤층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1.4배 더 높았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과중한 의료비 부담이 중산층을 빈곤층으로 전락시키는 중요한 원인임을 의미한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으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은 사람은 저소득층이다. 저소득층에서 5명 중 1명은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으며, 이는 고소득층에 비해 1.5배 높은 수준이었다. 2) 저소득층 20명 중 1명은 돈이 없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했으며, 이는 고소득층에 비해 6.5배 높은 수준이었다.3) 저소득층의 약 절반은 가구 소득에 비해 의료비를 과중하게 부담하고 있었으며, 이 같은 재난적 의료비 발생률은 고소득층에 비해 12배 더 높았다. 4) 

 

매번 대통령 선거 때마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단골처럼 공약으로 등장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국민들이 과중한 의료비 부담으로부터 보호하기 못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이처럼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높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건강보험의 낮은 보장성

 

역사적 기원 

우리나라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낮은 이유는 ‘저부담-저급여’ 방식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1977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건강보험을 시작할 때는 우리나라 국민소득은 1천 불 수준이었다. 그래서 보험료를 적게 걷는 대신 건강보험에서 보장도 적게 해주는 방식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의료비 중 건강보험이 부담하는 비율은 낮고, 환자 본인이 직접 부담하는 비율이 높게 설계되었다.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진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소위 ‘비급여’ 진료비까지 포함하면 의료비 부담은 더 커진다. 2014년 기준으로 건강보험은 전체 진료비의 63%만을 부담하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풍선효과로 인한 절반의 성공 

정부가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본격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보험재정을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부에서부터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는 크게 두 가지 전략을 택했다. 첫 번째 전략은 중증질환자의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크게 낮추는 ‘산정특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보통 중증질환에서 진료비 부담이 크기 때문이었다. 30~60% 수준이던 외래진료비와 20% 수준이던 입원진료비를 모두 5~10% 수준으로 낮추었다. 

 

첫 번째 전략은 보장률을 높이는 데 성공적이었다. 2004년 암환자에서 본인부담률을 10%로 낮추자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50%에서 66%로 껑충 뛰었다. 산정특례가 적용되어 본인부담률이 5~10% 수준인 4대 중증질환에서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14년 현재 78%로 OECD 국가의 평균 보장률 높은 수준이다. 

 

두 번째 전략은 기존에 건강보험 혜택이 적용되지 않던 비급여 항목에 대해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해서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건강보험의 급여 범위를 늘리는 것만큼 새로운 비급여가 늘어나는 풍선효과 때문이었다. 이는 병의원이 건강보험 수가가 낮아 생기는 손실을 비급여 진료에서 생기는 초과수익으로 메꾸고 있는 구조적 모순에 기인한 것이다. 원래 비급여였던 초음파나 MRI 검사가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되면 병의원은 이들 비급여에서 얻던 초과수익을 더 이상 얻지 못하게 된다. 병의원은 건강보험진료에서 발생하는 손실을 메꾸기 위해 새로운 비급여를 만들어내는 풍선효과가 생겨난다. 또한 비급여 진료로 높은 수익을 내려는 일부 병의원의 행태 역시 문제이다. 

 

박근혜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 평가

 

박근혜 정부는 대선 당시 4대 중증질환의 진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의 대상을 4대 중증질환에 한정하기는 했지만, 비급여를 포함해서 진료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는 다소 파격적인 약속이었다. 그런데 당선 후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말하며소위 3대 비급여 대한 정책이 추가되었다. 이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크게 3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 보장성 강화 정책 중 소득계층별 본인부담금 상한제 개선책은 비급여 진료비 감소를 통한 보장성 강화정책과는 성격이 달라 이번 글의 논의 범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첫째, 3대 비급여를 급여화해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3대 비급여란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간병비를 말하며, 4대 중증질환과 같은 중증질환에서는 전체 비급여 진료비의 절반 이상이 이에 해당한다. 선택진료비를 할 수 있는 의사를 줄이고, 선택진료비를 부과할 수 있는 금액을 줄여 올해부터 선택진료비는 원래의 1/3 규모로 줄었다. 원래 선택진료비 중 1/3은 ‘의료질평가지원금’이라는 좋은 질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보상으로 전환되었고, 나머지 1/3은 건강보험수가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수술료 등을 올리는 것으로 대체되었다. 상급병실료를 줄이기 위해 4인실까지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전체 병원 병상 중 1~2인실 병상이 최대 7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2014년까지는 아직 이들 정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는 간호사가 간병까지 담당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으나, 여전히 일부 병원에서만 시행되고 있어 간병비 부담은 여전히 크다. 요약하면 3대 비급여 급여화 정책은 아직 효과가 크지 않지만 2016년 이후에는 점차 원래 계획했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4대 중증질환에서는 비급여를 완전히 해소하여 풍선효과가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새롭게 도입한 제도가 ‘선별급여’ 제도이다. 이는 의학적인 효과나 비용 대비 효과가 낮아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았던 ‘법정비급여’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을 적용함으로써, 적어도 4대 중증질환 진료에서는 비급여를 모두 없애기 위한 한 것이다. 하지만, 효과와 경제성이 낮기 때문에 본인부담률을 50~80% 수준으로 대폭 높였다. 이와 함께 새로운 비급여가 생겨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에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서비스와 비급여 서비스를 함께 환자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혼합진료 금지제도’를 사용하고 있다.

 

셋째,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기준을 합리화해서 소위 ‘임의비급여’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임의비급여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서비스이지만 병의원이 진료비 삭감을 피하기 위해 진료비 전액을 환자에게 부담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문제는 건강보험에서 정한 기준이 합리적이지 않아서 생기기도 하고, 병의원이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의료서비스를 하기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실망스럽게도 검사, 약 및 수술과 같은 의학적 비급여를 해소하기 위한 둘째와 셋째 전략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건강보험 급여확대 효과를 상쇄하는 비급여 풍선효과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그로 인해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전인 2012년 62.5%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은 출범 후 2년이 지난 2014년에는 63.2% 수준으로 불과 0.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로는 줄어든 반면 의학적인 비급여라 부르는 검사, 약, 처치와 수술은 오히려 크게 늘었다. 정부는 2013~2014년 2년 동안의 보장성 강화 정책평가 결과만을 가지고, 아직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2013~2014년은 이제 막 본격적으로 보장성 강화 정책을 추진하기 시작한 시점이라서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낙관적인 전망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법정비급여를 줄이기 위한 선별급여제도와 임의비급여를 줄이기 위한 급여기준 합리화가 제대로 이뤄졌다면 의학적 비급여는 적은 폭으로라도 줄었어야 맞다. 그런데 실제 의학적 비급여는 오히려 늘었다. 

 

보장성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데, 의학적 비급여 진료비가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적인 상황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가능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보장성 강화계획을 수립할 당시 조사에서 누락된 항목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할 가능성이다. 대규모 비급여 진료비 실태조사를 통해 선별급여를 확대적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 다음으로 새로운 비급여가 늘어난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원래 시행하기로 했던 일본의 ‘혼합진료금지’ 정책을 조속히 도입해야 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와 함께 급여기준이 합리화되지 않아 임의비급여가 늘어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임의비급의의 원인이 된 급여기준을 어떻게 얼마나 고쳤는지에 대한 자료를 내놓고 있지 않아 효과와 한계를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제는 원인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이다. 정부가 낙관적인 전망을 앞세워 대책이라고 마련할 시기를 놓치게 되면 이번 정부에서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기대하기 어렵게 된다.   

 

보장성 강화 방안

 

보장성 강화를 새로운 전략(1) : 비급여를 포함하는 포괄수가제

이제까지 여러 정부에 걸쳐 추진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정책은 비급여 풍선효과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 결과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비급여 풍선효과로 인한 보장성 강화정책이 실패한 경험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비급여 풍선효과는 근본적으로 건강보험의 수가가 낮아서 생기는 구조적 현상이다. 건강보험 진료행위의 원가 대비 수가의 비율은 86%에 불과하다. 이는 병의원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진료행위를 할 경우 14%를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낮은 건강보험 수가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풍선효과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건강보험 수가를 올린다고 비급여가 없어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여전히 비급여 진료를 통해 수익을 늘리려는 병의원이 상당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낮은 건강보험 수가의 문제와 비급여 풍선효과의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의 하나는 비급여 진료비를 포함하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아래 그림과 같이 기존 포괄수가제와 달리 모든 비급여 진료비까지를 포함하는 수가를 설정하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낮은 건강보험 급여수가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과 높은 비급여 수가에서 발생하는 이익 상쇄되기 때문에 비급여 풍선효과를 억제할 수 있다. 물론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시행되는 ‘혼합진료금지제도’와 같이 새로운 비급여의 출현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제도를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포괄수가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의료계를 설득해야 한다. 포괄수가제 도입에 반대해서 파업을 불사했을 정도로 의사협회가 강력하게 반대했었기 때문이다. 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 도입에 반대했던 이유는 포괄수가제를 수가를 강력하게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질병별 또는 수술별로 진료비가 정액으로 미리 책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싼 신의료기술을 쓰지 않으려는 경향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결국 의료계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신포괄수가제를 운영하기는 거버넌스에서 전문가의 참여에 기반하여 적절한 수가가 결정되고 신의료기술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구조를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기존 포괄수가제 보다는 포괄수가제와 행위별수가제의 중간에 해당하는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이 의료계를 설득하는 데 용이할 것이다. 또한 지금 대형병원과 중소병원이 같은 질병이나 수술에서 진료 내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하면 행위별수가제를 부분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의사와 환자에게 모두 더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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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장성 강화를 새로운 전략(2) : 새로운 비급여 출현을 억제하는 정책

비급여 풍선효과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급여가 출현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크게 3가지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첫째,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진료와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함께 하지 못하도록 하는 ‘혼합진료 금지제도’이다. 이는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비급여 진료를 한 가지라도 있으면, 병의원은 모든 진료비를 환자에게 비급여로 청구해야 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병의원이 함부로 비급여 진료를 하기 어려워져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가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둘째, 비급여 진료 전에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에 대한 동의를 얻도록 하는 ‘비급여 진료 사전동의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병의원은 비급여 진료를 하기 전에 환자에게 비급여 진료항목, 건강보험에서 해당 진료행위에 대해 급여하지 않는 이유, 예상 진료비, 해당 비급여 진료행위를 대체할 수 있는 건강보험 급여행위에 대해 설명하고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의 알권리와 선택권을 보장할 수 있고, 동시에 의학적으로 불필요한 비급여 진료가 확산되는 것을 억제할 수 있다.

 

셋째, 비급여 신의료기술를 시술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의사와 진료체계를 갖춘 기관에 한해서 시술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신의료기술 시술기관 인정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 제도 도입되면 한편으로 필요한 경우 환자들이 신의료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다른 한편으로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신의료기술이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맺음말

 

박근혜 정부를 포함해서 지난 여러 정부의 보장성 강화정책은 비급여 진료의 풍선효과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비급여 진료의 풍선효과를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 기존처럼 비급여 진료행위에 대해 개별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비급여 풍선효과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병의원이 비급여 진료에 매달리는 이유는 건강보험 급여수가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비급여 진료에서 수익을 내지 않으면 적자로 인해 병의원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급여수가를 적정수준으로 인상함과 동시에 비급여 진료를 억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은 비급여 진료비까지를 포함하는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향적인 대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1) 이러한 상황을 재난적 의료비라고 말하며, 전체 가구 소득에서 식비를 제외한 가처분 가구 소득 중 의료비 부담이 10~40%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는 가처분 가구 소득 중 의료비 부담이 10% 이상인 경우를 기준으로 하였다.
2)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연간 미치료율은 소득 분위 하위 1/4에서 20.6%였던 반면, 상위 1/4에서는 14,2%였다. 
3)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이유로 인한 연간 미치료율은 소득 분위 하위 1/4에서 5.9%였던 반면, 상위 1/4에서는 0.9%였다. 
4) 저소득층은 소득 기준 하위 20%를 의미하며, 고소득층은 상위 20%를 의미한다. 자료의 출처는 “송은철, 신영전. 재난적 의료비 예방을 위한 포괄적 의료비 상한제: 비용 추계를 통한 적용 가능성을 중심으로. 보건사회연구 35(2), 2015, 429-456”이다. 

목, 2016/12/0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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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수당 도입의 함의와 쟁점 1)

 

김진석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들어가며

 

한국 아동의 삶이 위기에 처해있다. 한국은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다. 2013년 아동 종합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아동이 직접 평가한 삶의 질이 한국의 경우 100점 만점에 60.3점으로 OECD국가 가운데 최하위로 나타났다.

 

아동 삶의 질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할 지표인 10대의 자살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한국의 청소년 자살률이 OECD 1위인 것은 사실과 다르지만2) 사안의 심각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무엇보다도 10-19세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1위가 자살인 점은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에서도 아래 <그림 2-1>에 정리된 바와 같이 십대 청소년의 자살률은 2013년 기준으로 10만 명 당 8.2명으로 OECD 평균을 상회하고 있다. 1990-2013년까지의 청소년 자살 자료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전세계적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의 청소년 자살률은 1990년 6.1명에서 2000년 6.4명, 그리고 가장 최근 자료인 2013년에는 8.4명으로까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아동이 매우 현실적인 삶의 위기를 일상적으로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정부의 정책적 대응은 더디기만 하다. 아래 <그림 2-2>에 제시된 바와 같이 OECD 평균 가족지원정책에 대한 공적지출이 2011년 현재 2.5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OECD 전체 국가들 중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최하위 수준인 1.16%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가족지원 정책에 대한 공적 지출은 그 총량에서뿐만 아니라 지출구조에 있어서도 다른 국가들과 상이한 점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가족지원 정책은 세제혜택, 사회서비스 제공, 그리고 현금 급여 등의 급여 방식을 채용하며 이들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 가운데 아동수당과 같은 현금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OECD 평균적으로 전체 가족지원 공적 지출금액의 약 53%를 이루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현재 OECD 최하인 4%에 불과한 반면 사회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지출규모는 역시 OECD 최고 수준인 77%에 이르고 있다 (OECD 평균 37%). 이와 같은 극단적인 수치들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가족지원 정책이 그 총량 차원에서 매우 빈약할 뿐만 아니라 공적 지출의 구조면에서도 매우 불균형적인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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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현재 제도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아동수당에 대해 소개하고 그 필요성과 도입의 의의 및 기대효과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아동수당과 복지국가 - 아동수당의 정의와 필요성

 

아동수당(children’s allowance; child benefit)은 가정에서 아동을 양육하는데 발생하는 비용을 보조하기 위해 개별 아동을 기준으로 가족에게 지급되는 급여로 가족수당(family benefit; family allowance)이라 불리우는 경우도 있다. 아동수당은 아동에 대한 양육을 조건으로 별도의 자격여건에 대한 조사(means test) 없이 양육비(의 일부)를 급여의 형태로 보호자에게 보편적으로 제공하고 가족이 아동을 양육하면서 성공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이다. 이와 같은 아동수당 제도는 아동의 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을 제도적으로 보장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정책으로서 아동정책 및 가족 정책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제도 가운데 하나이다.

 

아동수당의 개념은 19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부양자녀가 있는 피고용인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하여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제1차 및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아동수당에 대한 관심과 논의가 확장되었고, 제2차 세계대전이 종결된 후 아동의 복지를 향상할 것을 주요한 목적으로 아동수당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뉴질랜드는 1926년 아동수당을 최초로 도입한 국가가 되었으며, 초기에 유럽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도입되다가, 1949년에 영국, 핀란드, 프랑스, 독일, 캐나다를 비롯한 27개국으로 확산되었고, 1967년에 65개국, 그리고 2006년 현재 전 세계 92개 국가가 어떤 형태로든 아동수당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동수당의 도입과 시행은 서구 복지국가의 발전과정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서구 복지국가의 이론적 기반을 정립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는 베버리지는 아동수당의 도입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또한 아동 양육에 대한 국가지원의 보편성과 보장수준은 아동 양육에 대한 해당 복지국가의 책임분담정도를 보여주는 중요한 척도로서의 의미를 갖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럽의 많은 복지국가들은 일찍이 아동을 키우는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아동수당이나 가족수당을 지급해오고 있다. 아동수당은 아동을 다음 세대 노동력으로써 사회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복지국가의 주요 기초생활보장 정책의 차원에서 보편적으로 제공되어 왔다. 

 

아동수당의 도입은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동수당이 노령, 의료, 실업, 산재 연금과 더불어 5대 사회보장 프로그램 중 하나이면서도 다른 프로그램과 달리 1차 분배의 실패에 대한 노동 계급의 리스크 보호라는 특징이 약하다는 지적은 주목할 만하다. 3) 아동수당이나 가족수당은 그 도입부터 아동의 기초생활보장이라는 정책적 측면과 더불어 ‘가족 부양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남성 생계 부양자에 대한 공적 부조 수준을 넘어섰다는 점, 아버지가 아니라 어머니를 수급자로 정했다는 점에서’ 4) 가족 수당은 가족 내에서 행해지는 무급노동에 대한 사회적 보상성격이 있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5) 영국에서 가족수당의 도입을 위한 사회 운동이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주도된 점은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한다. 6) 

 

아동수당제도의 필요성은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첫째, 자녀양육을 위해 필요한 비용을 보조함으로써 아동의 생존권과 발달권을 보장한다는 아동권리 실현의 측면이다. 둘째, 자녀가 없는 가구에서 상대적으로 지출비용의 규모가 큰 자녀가 있는 가구에로의 소득 이전을 통해 소득재분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아동이 있는 가구에 대한 보편적 소득보장의 제도적 특성에 따라 빈곤가구 위주의 선별적 정책에 비해 사회통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여성의 무급 돌봄 및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을 통해 여성지위향상의 의미가 있다. 다섯째,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책임성 강조에 따른 출산율장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오랜 전통과 다양한 도입 배경 및 효과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가지고 있는 아동수당은 20세기 후반 서구 복지국가의 위기를 겪으면서 일정한 부침을 경험하였지만 여전히 많은 국가들이 아동의 건강하고 안전한 발달과 아동을 양육하는 가정의 안정적 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주요 정책으로 운용되고 있다. 아동수당을 시행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아동양육이라는 조건 외에 소득이나 기타 사항에 대한 고려없이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이 사회부조적 성격이나 고용연계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국가별 아동수당의 사례를 좀 더 자세히 고찰하고자 한다.

 

타국가의 아동수당 사례

 

아동수당 제도는 급여자격요건, 재원조달 방식, 지급기간, 재정 지원 규모 등의 측면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은 재정부담에 있어서 국고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고용주와 국가가 공동분배하는 방식의 활용도 상당수 국가에서 발견된다. 지급대상 아동의 연령과 대상아동 구분의 측면에서는 최저 15세에서 최고 19세까지를 적용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첫째 자녀부터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있었지만 프랑스의 경우는 둘째 자녀부터 지급함으로써 아동수당의 출산장려 성격을 강화한 점이 특징적이다. 급여수준의 경우도 전체적으로 첫째 아이의 경우 아동 당 최소 약 $120에서 많게는 $200불이 넘게 지불하고 있다. 

 

한국 기존 정당 및 제도정치권내 아동수당 정책 논의 현황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의 박광온 의원은 연소득 1억 3,000만 원 이하 가정(기초생활보장법 기준 중위소득의 2배)의 만 0~12세 아동 554만 명에 대해 연령에 따라 10만 원~30만 원을 차등지급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셋째 이상 가구는 소득에 관계없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현금 대신 거주지 주변 골목 상권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지급하는 것이 다르지만 대상 아동이 많은 만큼 연간 15조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광온 의원은 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하여 저출산 극복을 위한 사회통합세(아동수당세법) 도입을 주장했다. 아동수당법과 마찬가지로 아동수당세법을 대표발의 한다는 계획이다.

 

아동수당세법은 목적세로 연간 2,000만 원을 초과하는 이자소득과 배당소득, 과표 200억 원을 초과하는 법인, 상속세와 증여세, 개별소비세 중 사치품목에 대하여 일정비율만큼 아동수당세를 부과한다는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약 8.5조 원에서 9.5조 원의 재원이 마련되는 것으로 추계됐다. 개인들에 대해서는 초고소득층의 불로소득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

 

상속세와 증여세의 경우, 상속세는 전체 상속자의 2%, 증여세는 증여자의 46%만이 세금을 납부하고 있으며 상위 10%의 실효세율은 18%~22%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속과 증여에서 일정 부분을 아동수당세로 부과하자는 주장이다.

 

법인세를 부과하는 방안에 대하여 김병관 청년 최고위원은 “현재 51개국은 기업이 아동수당 재원을 부담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적정인구와 활발한 소비가 뒷받침 되어야 내수가 활성화되고, 시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아동수당정책이 곧 친기업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국민의당 김광수 의원은 국민의당 워크숍에서 현재의 보육체계를 유지한 채 0세~만 6세 미만 아동 약 274만 명을 대상으로 소득 수준과는 무관하게 월 10만 원의 현금을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보육·육아 학비지원, 가정양육수당 등 기존 제도는 현재대로 유지한다는 방침 아래 3조 3,000억 원의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국민의당은 재원마련 방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정의당

정의당은 지난 2016년 9월 20일 심상정 의원의 국회 대표연설에서 기본소득의 부분적 실시를 제안하면서 0-5세 아동에 대한 기본소득 제공을 포함하였다. 그러나 원칙적 수준에서 제안하였을 뿐 구체적 지급액, 지급기준, 재원 마련과 관련한 내용은 제시되지 않았다.

 

기타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위(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발표안)는 만 0~15세 아동 770만 명을 대상으로 기본급여로 월 30만 원, 추가로 소득 하위 50% 이하 만 0~6세 아동에게는 월 15만 원의 바우처를 지급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소요 재원은 무려 연간 27조 2,700억 원(기본 아동수당 25조 3,000억 원, 추가 지원 2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봉주 교수는 재원 조달 방법으로 보육예산(13조 원)을 활용하고 부족분은 특수목적세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대신 막대한 재원이 들어가는 만큼 보육 · 육아 학비지원, 가정양육수당 등 기존 제도는 아동수당으로 단일화할 것을 제안했다. 

 

아동수당 관련 쟁점들

 

아동수당과 출산율

우리나라에서 아동수당과 관련한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는 배경에는 장기간에 걸쳐 고착화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배경으로라도 아동수당의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점은 환영할 만하지만 출산율 제고를 위한 정책으로서의 아동수당의 효과성에 대해서는 일관된 근거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다.7) 아동수당이 도입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당연한 얘기지만 인구정책으로서의 아동정책에 대해 국내 자료를 이용한 실증적 논의가 거의 없는 상태이며 이와 관련한 논의는 외국의 사례를 통해 점검하는 수밖에 없다. 

 

기존의 연구들 중에는 아동수당이 출산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들이 있는 반면 8) 다른 연구들에서는 가족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출산율에 의미있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되어있다. 9) 이렇게 일치되지 않은 결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로부터 다음의 사항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동수당이 보편적인 수준에서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의 유의미성은 별도로 논의하더라도 아동수당이 계층에 따라 다른 수준의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Riphahn & Wiynck (2016)은 아동수당이 상대적으로 고수입 부부들이 둘째 아이를 낳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하였다. 10) 또한 Gonzalez (2011)는 아동수당이 전반적으로 출산율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뿐만 아니라 산모가 출산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연장함으로써 가족의 안정성과 전반적 안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였다.11) 

 

이상의 논의들은 주로 이미 아동수당을 도입 및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아동수당의 급여액을 조정하면서 나타나는 결과를 중심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동수당 도입을 최초로 시도하는 우리나라의 맥락에서 던지는 함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아동수당의 도입을 출산율 제고를 위한 주요한 수단으로 접근하는 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동수당과 기타 보육정책과의 관계

우리나라의 경우 무상보육 정책을 시행하고 있으며, 주요한 정책수단으로 보육료지원정책과 가정양육수당을 운영하고 있다. 제도의 목적에서부터 수급 대상에 이르기까지 아동수당과는 거리가 있는 정책이지만 가정양육수당의 경우는 0-5세라는 제한된 연령층에 한해 보편적인 아동에 대한 현금성 급여라는 측면에서 중복의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맥락에서 아동수당의 도입과 더불어 기존 무상보육 정책은 어떤 식으로든지 조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동일한 현금성 급여인 가정양육수당제도는 아동수당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육정책의 경우 보육의 공적 책임성 강화라는 원칙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이를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과 유치원의 획기적 확대, 보육 및 유아교육 종사자의 신분강화 및 처우개선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추진하되, 보육료지원의 경우는 도입되는 아동수당의 수준에 따라 지원의 규모와 성격(전면 무상 vs. 차등형 지원)에 있어서 조정을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보육정책의 측면에서 아동수당의 도입과 관련하여 한 가지 경계해야 할 부분이 있다. 아동수당의 도입이 우파적 기본수당 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과 같이 기존의 공적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를 해체하고 보육과 같은 주요 사회서비스를 시장에 맡기자는 주장이 그것이다. 12) 이와 같은 주장은 결국 보육의 공적 책임성 강화를 통한 서비스 질의 개선이라는 주요한 정책 목표와도 부합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육시장의 공급자 중심성을 강화함으로써 시장가격의 상승을 가져오게 될 것이며, 이는 결국 아동수당 도입의 정책적 효과성을 잠식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기타: 지급기준 및 방식, 급여지급대상, 적정급여액의 문제

지급방식의 측면에서 아동수당을 도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소득이나 기타 사항에 대한 고려없이 (no means test) 보편적으로 지급하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이 사회부조적 성격이나 고용연계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아동인권보장, 사회통합, 여성인권향상 등 아동수당의 정책적 기대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보편적 급여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급여지급대상의 측면에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의무교육연한에 해당하는 시기까지를 급여지급기간으로 택하고 있다. 이와 같은 경향을 우리나라에 적용하는 경우 중학교 졸업시기인 만 15세까지가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 교육의 특성상 고등학교까지 대부분의 아동들이 학교를 다니는 점과 이시기에 사교육비 등 양육비용 부담이 급증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학교에 다니는 아동에 대해 선별적으로 만 17세까지 지급을 고려할 수도 있다.

 

다음으로 적정급여액의 경우 국가별로 상당한 편차가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제노동기구(ILO)는 가족급여의 지급수준을 아동 1인당 임금의 3%로 권고하고 있다. 13) 이와 같은 권고액에 따르면 2015년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월 평균 급여 264만원의 3%인 약 8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반면 2006년 OECD 국가의 아동수당 규모는 아동 2명 가구를 기준으로 총소득 대비 7.7%, 가처분소득 대비 9.3%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2015년 우리나라의 경우에 적용하면 대략 아동 1인당 약 16만원에서 20만 원 정도에 해당한다. 14) 이 외에도 소득공제제도, 비과세감면제도, 근로장려세제 등 기존 아동부양가구에 대한 소득보장정책과 병행할 것인지, 대체할 것인지, 아니면 보완적 관계를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1) 이 원고는 ‘양극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토론회: 아동수당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어줍니다. (2016. 10. 26.)’에 발표한 필자의 발제문을 수정 보완하였습니다.  
2)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26740
3) 김수정. (2002). 가족 수당의 제도 정치와 여성의 사회적 권리. 페미니즘 연구. 2, 131-177.
4) 김수정. (2002). 가족 수당의 제도 정치와 여성의 사회적 권리. 페미니즘 연구. 2, 131-177.
5) 윤홍식송다영김인숙. (2011). 가족정책: 복지국가의 새로운 전망. 공동체.
6) 김수정. (2002). 가족 수당의 제도 정치와 여성의 사회적 권리. 페미니즘 연구. 2, 131-177.
7)  Riphahn, R.T., & Wiynck, F. 2016. Fertility effects of child benefits. CESifo Area Conference. Munich, Germany.
8)  Gonzalez, L. 2013. The effect of a universal child benefit on conceptions, abortions, and early maternal labor supply, American Economic Journal: Economic Policy, 5(3), 160-188.;  Cohen, A., Rajeev D., & Romanov, D., 2013, Financial Incentives and Fertility, Review of Economis and Statistics 95(1), 1-20.; Milligan, K., 2005, Subsidizing the stork: new evidence on tax incentives and fertility, Review of Economics and Statistics, 87(3), 539-555.
9) Crump, R., Goda, G. S., & Mumford, K. J., 2011, Fertility and the Personal Exemption: Comment, American Economic Review 101(6), 1616-1628.; Baughman, R., &  Dickert-Conlin, S., 2009, The earned income tax credit and fertility, Journal of Population Economics 22(3), 537-563.
10) Riphahn, R.T., & Wiynck, F. 2016. Fertility effects of child benefits. CESifo Area Conference. Munich, Germany.
11) Gonzalez, L. 2011. The effect of a universal child benefit. Barcelona GSE working paper series 574.
12) Murray, C. (2016). In our hands: A plan to replace the welfare state. Washington, DC: The AEI Press. 
13)  최성은 외. (2009). 아동수당 도입방안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14) 최영. (2016). 한국형 아동수당제도 도입방안. 양극화와 저출산 해소를 위한 토론회-네번째, 국회.

 

목, 2016/12/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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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동향 2016년 11월호_제217호 목차

 

[편집인의글] 복지동향 217호, 2016년 11월 발행

장지연 l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기획주제 2017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기획1] 2017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총론

남찬섭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2] 2017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기초보장 분야

김성욱 l 건양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3] 2017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보육분야

김진석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4] 2017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아동청소년 분야

최영 ㅣ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5] 2017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노인 분야

최혜지 ㅣ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기획6] 2017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보건의료 분야

이찬진 l 변호사

 

[기획7] 2017년 보건복지 예산안 분석: 장애인 분야

남찬섭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동향1] 장애인활동보조인의 열악한 노동현실과 이의 극복을 위한 대안

고미숙ㅣ전국활동보조인노동조합 사무국장

 

[동향2] 건강보험 준비금의 성격과 대안

정형준 l 녹색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복지톡] 사람냄새 나는 사회를 위해, 김주호 청년참여연대 사무국장

인터뷰 및 정리 : 이경민 l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간사

 


[복지칼럼] 세계화 시대의 대안적 시민권 그리기 : 멀리 있지만 미룰 수 없는 이야기

최혜지 l 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부위원장

 


 

[생생복지] 전북희망나눔재단ㅣ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ㅣ우리복지시민연합

화, 2016/11/01-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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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장지연 l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근혜정부가 국정을 책임지고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은 이제 약 1년 정도가 남아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민에게 한 약속을 이행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내년도 예산이 어떻게 편성되어 있는지를 살펴보면, 약속을 이행하기 위한 의지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지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 복지동향은 이번 호에서 2017년도 복지 분야 예산 내용을 분석하였다.

 

복지국가로 가는 길을 열겠다며 화려한 비전을 펼쳐보이던 때와는 달리, 대통령 5년 임기 마지막 해의 복지예산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절대 금액에서는 약간 늘었다고는 하나, 이것이 거의 모두 노인관련 예산에서 늘어난 것인데, 이는 노인의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지 노인 1인당 예산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줄어든 것이라고 한다. 여기서 얻게 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앞으로 급속히 인구고령화가 진행될 터이므로 정말 작심하고 복지예산을 늘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2~3% 늘리는 것으로 체면치레를 하려한다면 이는 결국 복지의 축소일 뿐이다. 

 

기초보장제도는 보호의 대상을 늘리고 보장수준을 높이겠다고 개별급여를 도입했는데, 수급자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니 도무지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중위소득 기준이 인상되었다면서 예상 수급자 수가 줄어든다는 것은 하위 소득자가 줄어들고 중간 소득자가 늘어난다는 말이다. 즉, 오직 시장메커니즘 만으로도 양극화 현상이 완화되고 중산층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무슨 근거로 이런 예측을 하는 건지 궁금하다. 

 

의료시설이나 보육시설의 공공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은 모두 예산이 대폭 삭감되었다. 서비스 인프라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복지국가로 가는 기초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다. 장애인 관련 예산이 대부분 삭감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매우 안타깝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돌봄이 필요한 사람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것. 이 가치에 동의한다고 말들은 하는데, 현실은 점점 이로부터 멀어지는 것인가? 우리는 살면서 아프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아직 어려서 돌봄이 필요한 경우를 반드시 겪게 되어있다. 돈이 있으면 좋은 보살핌을 구매하여 살고 돈이 없으면 내팽개쳐지는 세상을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 지나치게 높은 이상인가?

 

시장은 점점 더 경쟁적인 환경으로 치닫는다. 일자리를 놓고, 이윤을 놓고, 성과를 놓고, 임금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세상이다. 이 흐름을 역전시키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지옥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겠으나, 협동과 배려가 선(善)임을 외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핵심은 분배에 있다. 유사 이래 경험해보지 못한 최고의 생산성을 구가하면서도, 나누는 지혜가 없어서 지옥에 살 수는 없다. 기업은 최고의 인재를 데려다가 좋은 성과를 내라.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 사회에 정당한 대가로 세금을 내고, 국가는 시장에 내다 팔 재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을 포함하여 모든 이들이 더불어 살아갈만한 환경을 만들어내라. 

화, 2016/11/0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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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의 글

 

최혜지ㅣ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편집위원장

 

때론 촘촘함의 부족이 누군가의 안위를 위협하고, 때론 지나친 촘촘함이 또 다른 누군가의 자유를 옥죈다. 균형의 미학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그 균형점은 시원하게 제 위치를 드러낸바 없다. 정신질환과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또 다른 균형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이라는 이름으로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우려스런 모양새로 인해 각자의 견해에 무게감을 더하려는 서로 다른 시각사이에서 위태로운 줄타기 중이다.

 

사회제도는 인간 집단 지성의 순수한 창조물임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그 한계를 드러냈다. 이미 수명을 다해 역사 속으로 사라진 일부 사회제도는 집단 지성에 대한 인간의 신뢰를 조롱한다. 빈곤한 사람들에게 도덕성을 빌미로 징벌적 인권 제한을 허용했던 과거의 제도는 집단 지성의 한계를 과장 없이 보여준다. 그런데 정신질환자에 관한 사회제도만은 집단 지성에 대한 견고한 신뢰에 힘입어 더디게 변화해 왔다. 

 

정신질환은 범죄의 선제 또는 충분조건으로 단순화 되어 정신질환자는 사회로부터의 분리가 강제되어 왔다. 사회구성원 다수의 안위를 명분으로 사회적 존재인 정신질환자에게 사회를 몰수하는 국가권력이 오랫동안 지지되어 왔다. 정신질환은 자유의사를 지닌 사회적 존재로서 개인에게 부여된 인간적 권리를 박탈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라는 신념은 지금 이 순간에도 강력하게 작동한다. 정신질환자가 범죄에 연류 될 때마다 정신질환자를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는 시각은 지지되고 사회적 격리는 불가피한 이성적 결정으로 정당화 되었다. 이동의 자유, 거주의 자유는 너와 나, 우리의 천부적 권리임에도 그들에게 만은 허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자, 전문가, 국가의 권력이 개인의 의사위에 행사될 수 있음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구법의 패러다임에 매몰되어 있다. 촘촘해진 규정으로 강제입원의 오용 가능성이 감소할 여지는 인정되나 강제입원이 지닌 정신질환자 인권 침해의 가능성을 종식시킬 의지는 결여되어 있다. 

 

정신질환자의 인권에 대한 지지는 종종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주장하는 다수의 안전의 권리와 충돌한다. 그런데 다수의 안전은 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정신질환에 대한 치료와 개입을 통해 확보되어야 한다. 사회로부터의 격리라는 징벌적 수단이 다수의 안전을 보장하는 해법이어서는 곤란하다.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긍정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쌍수 들어 환영하기 어려운 이유이다. 이번 호에서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의 음영을 전문가의 시각을 통해 깊이 있게 분석해 보고자 했다. 

월, 2016/08/01-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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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논리와 문제점

 

남찬섭 ㅣ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서론

정부는 지난 2016년 3월 29일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정책협의회」 제1차 회의를 개최하여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재정건전화 방안을 결정, 발표하였다. 이 방안에 따르면, 현재 우리사회는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내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하고 그와 함께 사회보험지출의 급격한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 동시에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추세로 사회보험 적립금의 운용수익률이 저하하여 사회보험 적립금의 고갈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단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회보험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당면한 사회보험의 재정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진단에 기초하여 정부는 재정추계 및 기금운용방식의 재편과 사회보험 관리운영의 효율화를 뼈대로 하는 대책을 내놓았다(기획재정부, 2016a, 2016b).
정부가 이번에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내놓은 방안은 작년 말에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포함된 대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정부는 사회보험과 관련하여 재정적 지속가능성이 없다고 못 박으면서 기존의 「저부담-고급여」 체계를 「적정부담-적정급여」 체계로 전환하는 개혁이 긴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기획재정부, 2015a, 2015b).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가 국가의 재정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는 정부의 주장은 그 자체로는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와 같은 거시적 환경변화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가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과도하게 일반화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기조에 대응하기 위한 사회복지적 조치에 대해서는 세대간 부담전가로 과도하게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는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복지제도의 존립근거가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사회구성원을 보호하여 사회연대를 이루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마치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는 데에 있는 것처럼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사회복지제도의 목적과 수단을 전치시켜 사회보장을 포함한 사회복지에 대한 잘못된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는 시각이다.
아래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고 이어 정부방안에 내재한 논리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보기로 한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정부의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은 급속한 저출산・고령화 및 최근의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대한 대응을 배경으로 하여 강도 높은 재정건전화 방안을 추진하고자 하고 있다. 이 방안이 적용되는 제도는 4대 공적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과 국민건강보험, 산재보험, 고용보험의 7대 사회보험으로서 이들 제도를 대상으로 한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은 크게 통합재정추계제도의 도입, 사회보험기금 운용체계 재편,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이 중 마지막의 사회보험 관리운영 효율화는 정부가 그간 강조해온 기존지출구조의 합리화에 해당하는 것이며 앞의 두 가지가 중요하다.
통합재정추계제도의 핵심은 기존에 제도별로 별도로 이루어지고 있던 재정추계에 대해 거시변수와 인구변수를 공통적으로 적용하여 제도 간 재정추계결과를 비교가능하게 하고, 이를 토대로 각 사회보험별로 재정추계결과와 재정안정화 계획을 연계시켜 강력한 재정안정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미 통합재정추계위원회를 출범시켰으며(연합뉴스, 2016.04.27.) 올해에 중기재정추계(10년)를 실시함과 동시에 장기재정추계(70년)에 필요한 추계모형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사회보험기금운용체계 재편 역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과 유사한 의도를 가진 것인데, 각 사회보험의 기금운용정보를 상호공유하고 투자공조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기금운용수익률을 높여 기금고갈시점을 연장시키려는 것이 그 핵심의도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 4월에 사회보험자산운용협의회를 출범시키고 기금운용공조체계를 가동시키고 있다(연합뉴스, 2016.04.20.).
이와 같은 정부 대책의 핵심내용은 결국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저금리 추세 →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 위협 → 미래세대 부담 증가 우려 → 재정건전화 조치 필요 →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위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 → 통합재정추계결과를 반영한 재정안정화 방안 수립 및 사회보험기금 운용체계 재편 → 사회보험기금 고갈시기 연장, 미래세대 부담 완화’라는 논리로 요약할 수 있다. 2015년 말에 발표한 「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인구감소 대응 및 중장기 성장률 제고 등을 시나리오 내지 방안의 하나로 포함시키고 있지만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출산율 제고대책 등도 재정건전화의 틀 내에서 추진케 되어 있어 정부대책의 기조는 재정건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이처럼 재정건전화 틀에 기초한 정부대책은 사실상 거시적 환경변화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그리고 그에 대해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많은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방안의 문제점

저출산・고령화의 영향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정부도 문건에서 명시하는 바와 같이 최근의 기조라고 말하고 있다. 즉 저출산·고령화 흐름과 비교하여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좀 더 가변성이 있는 것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 역시 장기화할 수도 있지만 이는 생산가능인구의 양적 변화와 관련성이 깊다고 볼 수 있다.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저금리 기조는 저출산·고령화 흐름으로 단순화하여 볼 수 있는 것이며 정부는 이 흐름에 대해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주지하다시피 우리사회의 저출산·고령화는 그 속도 면에서 대단히 시급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즉, 한국사회는 고령화 사회(’00년)에서 고령사회(’18년)로 이행하는 데 1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26년)로 이행하는 데 8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세계에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 속도가 빠르다. 또한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지속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내년인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비관적인 전망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록 지금까지 진행된 인구학적 변화가 미칠 영향을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예컨대, 최슬기, 2015 참조) 그렇다고 해서 장기적인 영향을 그처럼 부정적인 것으로만 고정시켜 생각할 필요는 없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초래하리라 예상되는 변화를 기정사실처럼 고정시켜 놓고 그에 대한 재정적 적응만을 사회에 부과하려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런 시도는 사회변화에 대한 제도적 개입의 가능성을 차단할 우려가 있다. 사회변화의 속도가 빠르다고 해서 제도적 개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제도적 개입의 필요성은 더 커진다. 왜냐하면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사회구성원들이 적응할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폴라니, 2009). 제도적 개입에서 중요한 것은 그것이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변화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면 우리는 변화의 경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경험한 다른 나라의 예를 살펴보면 고령화로 인해 재정지출이 증가하더라도 지출의 총규모보다는 재정지출증가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재정지출이 증가해도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복지지출과 노인인구에 대한 복지지출 간의 균형이 잘 잡힌 국가들은 국가채무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또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과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 간의 균형이 반드시 노인인구비중과 연동되지 않는 것 또한 외국사례에서 볼 수 있는 사실이다. 즉, 다시 말해서 노인인구비중이 높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이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보다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의 사례는 고령화의 영향을 부정적으로만 예상하는 것보다는 노인인구에 대한 지출과 생산가능인구에 대한 지출 간의 균형을 확립하기 위한 제도적 개입과 개선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점과 연관하여 정부가 오래 전부터 주장해온 것으로 ‘복지지출 자동증가론’이라 할 수 있는 담론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다. 그간 정부는 현재의 복지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더라도 2050년에는 복지지출이 GDP의 22%로 증가하여 현재의 OECD 평균수준에 도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예컨대, 박형수·전병목, 2009). 이와 유사한 정부유관기관의 추계는 그간 몇 차례 발표된 바 있지만 이들 장기추계의 공통점은 현행 제도의 지출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50년 또는 60년 후의 지출수준을 추계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장기추계모형이 가진 기술적으로 불가피한 점일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한 단점은 사실상 장기추계의 효용성 자체를 무너뜨릴 수도 있을 정도의 것들이다. 현행 제도의 운영방법이나 지출구조가 변화하지 않는다고 전제하고 장기추계를 한 관계로 대단히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박형수·전병목(2009)의 연구에서 노인에 대한 복지지출은 공적연금의 지출 증가 등으로 인해 2050년에 GDP의 12% 이상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 데 비해 보육 등 가족지출은 2050년에도 GDP의 0.3%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되는 등 상당히 비현실적인 전망이 도출되고 있다. 이런 식의 전망대로라면 한국은 노인인구비중이 높고 복지지출은 중간수준이면서 동시에 복지지출이 대부분 노인에게 투입되는 高노령화-高노령지출 유형이 될 것이다. 이와 같은 비현실적인 추계결과를 무비판적으로 공표하여 고령화의 영향을 대단히 부정적인 것으로 시민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정부의 행위는 변화에 개입하려는 동기와 의지 자체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이러한 개입동기 저하야말로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한 대응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다.

 

미래세대의 부담

정부를 비롯하여 우리사회의 주류여론은 저출산·고령화 및 저성장 추세로 인한 재정건전성의 악화는 곧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물려주는 것이라는 데에 아마도 추호의 의심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는 데도 현 세대가 복지지출을 증가시키는 것은 세대이기주의이며 나아가 결정권이 전혀 없는 미래세대를 착취하는 것이라고까지 간주한다. 하지만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한다는 논리는 여러 가지 허점을 안고 있다.
우선 세대의 개념이 그리 명확하지 않다. 정부와 주류여론이 말하는 세대는 엄밀한 개념정의에 기초한 것이라기보다는 직관에 기초한 세대개념인 것으로 보인다. 직관에 기초한 세대개념이 반드시 유용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런 세대개념은 가족 내에서의 경험에 기초하고 있어 이해하기에 매우 쉽다. 즉 사회구성원들 대부분은 그가 속한 가족 내에서 세대가 명확히 구분됨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또 더 나아가 30년 내지 60년 이후에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을 미래세대라고 상정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흔히 그렇게 하기도 한다. 그러나 실제 사회구성원들을 연령별로 보면 모든 연령대에 대단히 촘촘히 연속적으로 배열되어 있어 사회전체를 기준으로 할 경우 세대의 구분은 쉽지가 않다. 30년 내지 60년 이후에 경제활동을 할 사람들을 미래세대라고 간주할 수 있다는 것도 다시 생각해보면 가족 내에서 구분되는 세대를 단순히 시공간적으로 확장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30년이나 60년 후는 어느 날 갑자기 오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연속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둘째, 더 중요한 무제는 미래세대 부담전가라는 논리가 미래세대를 마치 계층의 구분이 없는 단일한 집단인 것처럼 전제한다는 데 있다. 이는 다시 이른 바 현세대에 대해서도 계층의 구분을 무시하는 태도를 만들어내는 경향이 있다. 현세대나 미래세대나 계층이 존재한다. 즉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정 세대(그런 특정 세대를 구분해낼 수 있다고 한다면)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서로 다른 수많은 구성원들의 집합이며 그 세대 이후에 오는 세대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런 불평등은 편익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부담에서도 나타난다. 다시 말해, 특정 세대가 삶을 살아가는 특정 기간에 사회경제적 부담이 그 세대 내 계층 간에 골고루 배분되지 않듯이 그 세대 이후에 올 미래세대 역시 그 세대가 살아가는 기간에 발생하는 혹은 그 앞 세대가 그들에게 물려준 사회경제적 부담이 계층 간에 고루 배분되지 않는다.
그런데 미래세대 부담전가 논리를 펴는 정부는, 마치 특정 세대를 다른 세대와 완전히 단절된 것처럼 추상화해놓고 이렇게 추상화된 세대가 그들 내부에서 사회경제적 부담을 골고루 배분하여 그 부담을 총체적으로 짊어지는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래세대도 추상화된 모습으로 그려지면서 마치 미래세대가 그 내부적으로 부담을 골고루 배분하여 이전세대에서 내려온 부담을 총체적으로 짊어질 것처럼 묘사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세대를 추상화하여 상정하는 관계로, 현재 우리사회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 간에 다양한 형태의 부담이 계층 간에 어떻게 배분되는지 그리고 향후 고령화에 대한 대응에서 계층 간의 배분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등에 관련된 논의는 전적으로 생략한 채 추상화된 미래세대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이 판단이 주체는 대개 정부이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추진방안에 포함된 통합재정추계제도 도입은 과학의 이름을 내걸어 정부의 판단을 뒷받침하려는 것이다.
 부담은 모두 거부되고 나아가 이를 위해 복지지출의 억제나 합리화 등 현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중 특정계층에게 부담을 강요하는 선택을 하면서도 이를 미래세대의 부담완화로 합리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사회경제적 편익과 부담이 계층별로 서로 다르게(그리고 이 서로 다른 것이 대개는 공정하지 못한 성격을 가지면서) 배분될 때 그것이야말로 미래세대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선택이다.
셋째로 정부가 피하고자 하는 부담의 전가라는 개념도 매우 모호하다. 사실상 모든 세대(세대를 구분할 수 있다면)는 그 세대가 살아가는 시대에 무언가를 남김으로써 후세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경우 우리가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준다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상품이 결코 될 수 없고 원래부터 존재했던 자연(생산수단으로서의 토지)과 관련된 행위 정도가 될 것이다. 그 외의 것들은 그것들이 반드시 부담인지가 논란의 소지가 있다. 즉, 모든 세대는 무언가를 남기기 때문에 그것은 미래에 자산이 될 수도 있고 비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미래세대는 이전세대로부터 부담뿐만 아니라 자산도 물려받을 수 있다. 만일 미래세대에 물려주는 것을 모두 부담이라고만 가정하고 현 세대에서의 지출감소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현 세대가 제도조정을 통해 미래세대에 물려줄 자산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케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부의 논리가 현 제도의 운용방식에 변경이 없다는 가정뿐만 아니라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에도 변화가 없다고 혹은 변화가 없어야 한다고 가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현세대와 달리 공공복지지출이 증가하여 보육에 비용이 들지 않고 공교육의 확대로 교육비가 감소하고 공공주택의 증가로 주택비용이 감소하면 미래세대는 시장임금 중 많은 비중을 보육과 교육, 주거비에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경우에는 국민부담률이 지금보다 증가해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또한 정부는 공적연금 급여수준의 상승을 미래세대의 기여금 증가로만 연결시키는데 이 역시 현 세대의 삶의 방식을 미래에 그대로 투사한 결과이다. 공적연금의 급여수준이 상승하면 미래세대는 공적기여금 외에는 사적부양비를 지출하지 않아도 되므로 실제로는 기여금의 상승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현 세대의 삶의 방식에 변화가 없다고 전제하고 이를 미래에 그대로 투사하여 장기경제전망을 하는 관계로 정부는 사회구성원들의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사회투자보다는 적립금 규모를 늘려 기금고갈시점을 늦추려는 대안을 추진하게 된다. 정부의 이런 기금고갈시점 연기 시도는 지속가능성이 없다. 왜냐하면 정부 스스로 시도한 경제전망결과가 제도변경이 없는 상태에서의 어떠한 시도도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결과를 산출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행한 장기경제전망 가운데 기금고갈이나 국가채무 증가의 결론이 나지 않은 전망이 단 한 가지라도 있었는가? 아무리 기금고갈시점을 연시시켜도 정부추계대로라면 언젠가는 또 다시 기금고갈시점이 도래하게 되어 있다. 오히려 삶의 방식이 어떻게 변화되고 이를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비용을 집합적으로 조달할 것인가의 전략을 구상하는 것이 훨씬 지속가능성이 있는 대안이다.

 

사회보험 재정건전화의 실현가능성과 가치

정부는 적립금 규모의 증가를 위해 자산운용체계를 전면적으로 재편하고 투자정보를 공유하는 등 자산운용공조체계를 갖추어 수익률을 올리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예컨대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을 1%p 증가시킬 경우, 연금보험료율은 1.8%p 낮추는 효과가 있으며, 기금고갈시점을 9년 연장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논리 등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 수익률을 장기에 걸쳐 꾸준히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 방안은 실현가능성이 있는 것이겠지만 실제로 수익률을 그처럼 장기적으로 꾸준히 1%p 증가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김우창, 2014; 이찬진, 2015). 한 추정에 따르면 40년 동안 연평균 1%p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5.7%이며 2%p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0.079%로 거의 현실가능성이 없다(김우창, 2015). 또 미국의 뮤추얼 펀드 중 1985년부터 2014년까지 운영된 223개 가운데 이 30년의 기간 동안 연평균 1%p 이상 초과수익을 낸 곳은 단 한 군데에 불과하였으며, 2%p 이상 초과수익을 낸 곳은 한 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우창, 2015). 이는 초과수익을 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또한 수익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그에 따라 위험도 증가한다(이찬진, 2015). 예컨대 수익률이 1%p 증가할 경우 정부 주장대로 기금고갈시점이 9년 연장될 수도 있겠지만 그와 동시에 손실확률은 무려 10.37%p나 증가하기 때문에 기금고갈을 9년 늦추려다 오히려 기금고갈을 앞당길 확률이 더 높다. 게다가 아무리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이려 해도 그것이 주가지수나 경제성장률을 장기적으로 초과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김우창, 2014).
수익률 증가를 통해 적립금 규모를 증가시켜 재정건전성을 달성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정부는 통합재정추계제도를 도입하여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보다 정확한 진단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사회보험의 재정안정화 계획을 수립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장기재정추계는 추계모형에 따라 이루어지고 이 추계모형은 기본적으로 추계가 이루어지는 현 시점의 제도적 구조와 운용방식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하고 인구변수와 거시변수(성장률 등) 및 제도별 특이변수(전역률, 실업률 등)를 양적으로 조정하여 장기전망을 하게 된다. 이는 마치 1946년 한국사회의 시점에서 그 당시의 제도적 구조와 운용방식을 그대로 고정시켜 놓고 추계에 투입되는 몇 가지 변수를 양적으로 조정하여 70년 후인 2016년의 한국사회를 전망하는 것과 같다. 1946년 시점에서는 분단이나 경제위기와 같은 정치경제적 격변은 고사하고라도 작은 제도적 변화도 예측할 수 없고 따라서 이들이 추계모형에 반영될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경우라도 2016년의 한국사회 모습을 그려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추계모형으로 사회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진단하려는 것은 장기전망을 정부, 구체적으로는 경제부처에 독점된 진단에 근거하여 사회보험의 운영을 통제하려는 것이다. 이는 사회보험제도의 존립근거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사회보험은 재정안정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통합과 사회연대를 위해 운영되는 것이다.
정부는 항상 재정추계는 현행 제도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의 전망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장기전망의 목적은 그러한 전망을 회피하기 위해 현행 제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장기전망이 그대로 실현될 것이라고 가정하고 현행 제도를 그 가정에 맞추어 재단하려는 엉뚱한 처방을 내놓고 있으며, 그 기준은 항상 재정에 맞추어져 있다. 그러다보니 정부는 말로는 장기적 시야를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장기적 시야로 바라보아야 할 인구변화나 생산성 증가를 소홀히 취급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정부는 항상 장기(長期)를 단기화(短期化)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정부는 사회보험의 본질을 재정안정과 맞바꿈으로써 미래의 부정적 전망을 변화시키기 위한 사회구성원들의 집합적 노력이나 제도적 개입의 여지를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 앞으로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 것이지만 이것이 30년이나 40년 후에도 지속된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재정건전화를 이유로 출산율 제고를 위한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야말로 제도적 개입을 차단하는 것이며 이것이 가장 위험하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사회보험이 재정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는 정부야말로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가장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논의 및 결론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 중인 사회보험 재정건전화 방안의 주요 내용과 그것에 내재된 논리가 안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았다.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저출산·고령화 추세를 전적으로 재정의 관점에서 해석한 것이며, 그것도 대단히 부정적인 재정전망에 기초한 것이고 또 미래세대와 미래세대의 부담에 대한 매우 단순한 개념화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하여 사회보험제도의 본질적 목적을 살려 저출산·고령화 흐름에 대응하게끔 사회보험의 제도적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부정적으로 전망된 장기추계결과를 사회보험에 부과하고 있다. 또, 장기(長期)를 주기적으로 단기화(短期化)하여 미래세대의 부담을 내세워 재정규율만을 강조함으로써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라는 거시적 변화에 개입할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을 차단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방안은 사실상  ‘인구학적 정치’, ‘장기재정추계의 정치’, ‘장기(長期)의 단기화(短期化)의 정치’, ‘미래세대 부담의 정치’라 할만하다.
폴라니(Karl Polanyi)는 사회변화에 있어서 변화의 속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하였다. 사회변화의 속도와 그 변화에 사람들이 적응하는 속도 간의 비율이 사회변화의 최종적인 결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폴라니, 2009: 172). 사회구성원들이 사회변화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변화에 개입하려는 제도적 노력이 중요하다. 이러한 제도적 노력을 통해 사회변화를 사회구성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정하고 사회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편익과 비용을 현세대와 미래세대가 계층 간에 공평하게 부담하게끔 조정할 때에만 우리는 사회변화의 속도를 늦출 뿐만 아니라 나아가 사회변화의 내용과 결과까지도 장기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게 될 것이다. 사회복지제도는 기본적으로 사회적 위험에 처하였거나 처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간에 연대(連帶, solidarity)를 형성하는 제도이다(피에터스, 2015). 연대 형성의 구체적인 방법은 사회보험과 공공부조, 사회서비스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그 본질은 동일하다. 재정안정을 위해 연대형성을 희생시키는 것은 저출산・고령화에 대처하기 위해 더욱 더 필요한 집합적 노력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일이 될 것이다. 사회보험을 비롯한 사회복지제도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부의 재정건전화 방안은 중단되어야 한다.

금, 2016/07/01-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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