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선관위,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3년 동안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며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하기 위해 차근차근 노력해왔다. 헌재의 자가당착적인 결정으로 인해 이러한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안 된다. 국회가 공직선거법상 인터넷실명제 폐지법안을 조속히 처리할 것이 촉구한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이하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주요 정당 5개 대통령 후보 보건의료 정책/공약을 5개 분야(건강보험 보장성, 공공의료 및 공급체계, 영리화/상업화, 국가재정책임, 빈곤층 의료비 대책), 17개 항목으로 나누어 평가하여 5분위 점수를 부여하여 이를 합산하여 점수를 채점했다. 그 결과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87.5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문재인 후보가 52.5점으로 2위를 차지했고, 5위는 홍준표 후보였다.
보건의료 공약 평가에서 1위인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측면과 의료이용 체계 개혁,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심상정 후보는 유승민 후보와 함께 명확하게 상병수당 도입을 공약했고, 건강보험 보장성의 목표치를 전체 80%(입원 90%)로 제시했다. 또한 국민의료비 부담의 원인이 되고 있는 비급여항목 규제 정책과 시민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아동/청소년 무상의료 실현을 공약했다. 심 후보는 제주도에 설립되고 있는 영리병원의 폐지, 의료영리화법으로 우려되고 있는 서비스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 폐지 입장을 명확히 했으며, 치료재료 및 신의료기술에 대한 안전성‧효과성 평가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으로 의료자본 통제 방안도 밝혔다.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필요도에 따른 지방 의료원 확충, 공공지원센터, 보건지소 강화, 공공보건 인력 단계적 확충, 지역건강위원회 보건의료대개혁시민위원회 설치’ 등 공공인력 확충·공공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방안을 공약했다. 하지만 공공인프라 측면에서 공공의료의 획기적 강화 방안으로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평가되었다.
2위를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대선이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식적인 보건의료 공약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단체연합은 더불어민주당이 각종 토론회에서 발표한 자료와 문재인 후보가 TV토론에서 언급한 입장 등을 기준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다. 유력 대선 후보가 사회보장분야에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국민건강권 및 보건의료 공약을 공표하지 않은 것은 문재인 후보 진영이 국민 건강과 관련된 비전과 약속을 우선 순위로 삼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건강보험의 목표보장률을 제시하고 있지 않으며, 상병수당 도입도 언급하고 있지 않다. ‘비급여에 대한 전면급여’라는 내용을 밝히고 있지만 이에 대한 방안은 불명확하다. 또한 공공의료 확충에 대한 언급이 ‘치매지원센터, 공공치매 전문병원’ 으로만 돼 있어, 공공의료 개혁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문 후보 측이 토론회에서 언급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 강화’를 위해서도, 그 바람직한 역할모델이 되어야 할 공공의료기관 확충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공의료의 양적 질적 개혁 없이는 ‘민간의료기관의 공공적 역할 강화’는 그저 정부의 립서비스이거나 실효성 없는 정책이 될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도 의료를 산업화하겠다는 입장을 전제로 의학 연구 성과 상업화와 의료자본 규제완화, 약가결정 규제 완화 추진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박근혜 정부 하에 추진되던 의료민영화의 일부이자 식약처 규제완화 정책과 맞물려 있다. 이러한 모순된 정책들이 보건의료 제도 내에서 어떤 충돌을 빚어내게 될지 매우 우려스렵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3위를 차지한 안철수 후보는 ‘56개 공공지역 거점 병원과 공중보건 장학제도, 공공의료 관리체계 복지부 일원화’ 로 공공의료에 대한 구체적 내용을 공약해 공공의료 인프라 구축과 공공거버넌스 측면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높은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공공의료 강화와 상충되는 규제프리존 찬성은 이러한 공약의 실효성을 의심하게 한다. 안철수 후보 역시 건강보험의 목표보장률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 공급체계 개혁을 위해 ‘단골의사제도’ 도입을 공약하였으나, 의료이용체계 개편의 핵심이 되어야 할 대형병원 규제 방안이 빠져 있다.
4위, 5위를 차지한 유승민, 홍준표 후보는 공공의료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다는 점을 볼 때, 보건의료제도의 기본에 대한 이해가 충실한지 의심스럽다. 더욱이 안철수 후보와 함께 두 후보 모두 공공의료를 부정하고 의료민영화를 가속시킬 규제프리존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낮은 점수를 얻었다. 반면 유승민 후보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전체 80%까지 높이겠다고 공약하였고, 비급여를 점진적으로 급여로 전환하겠다고 언급했다. 의료비상한제의 경우 1%에서 10%로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으나, 상한제 설정의 범주를 명확히 공개하지 않아 판단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유승민 후보 역시 공표된 보건의료 공약이 없으며, 토론회 등의 자료집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홍준표 후보의 경우, 장애인 주치의제 도입 외 다른 후보 진영과 비교해 모두 낮은 점수를 받았다. 게다가 진주의료원 폐원의 당사자이며, 서비스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을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밝혀 오히려 의료 보장과 국민건강권을 훼손할 인물이라는 평가로 귀결되었다. (끝)
2017. 4. 28.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1. 지난 23일, 건물 외벽에 붙은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던 삼성전자서비스 서울성북센터 소속 진모 씨가 추락사고로 사망했다. 되풀이 되는 노동자의 죽음 앞에서, 분노와 부끄러움과 함께, 그 원인과 책임에 관해 실질적이고 신속한 논의와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
2. 산업안전보건법상 사업주에게는 노동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 근무할 때 추락방지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법원에 의하면 “사업주는 안전모와 안전대를 필요로 하는 작업에 있어 단순히 그 장비를 지급함으로써 안전조치를 다 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착용ㆍ사용하도록 하여야 할 관리ㆍ감독의무까지 있다”고 하지만, 진모 씨의 사업주는 안전조치 여부를 점검하기는커녕, 안전장비를 제대로 갖추고서는 도저히 처리할 수 없는 업무량을 부여했고 빠른 일처리를 재촉했다.
전자제품 수리 노동자들의 업무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현장에서 온갖 위험을 무릎 쓰고 처리하는 업무들이, 전자제품 회사에서는 그저 각 지역 센터의 실적을 평가하는 숫자에 불과했고, 아무도 그들이 실제 어떤 환경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다. 센터장은 소속 노동자에게 빠른 처리만 요구했다.
3. 이번 사고 역시 무분별한 외주화의 결과이다.
고인은 삼성전자의 제품을 수리하는 A/S 기사였지만, 삼성전자 소속도 그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 소속도 아니었다. 삼성전자 서비스와 다시 용역계약을 맺은 ‘지역 센터’의 계약직 노동자이다. 지난달 구의역에서 사망한 열 아홉살의 김 모씨를 비롯하여, 지난 4년간 지하철 역 스크린도어 보수 작업 중 사망한 네 명의 노동자가 모두 협력업체 소속이었고, 같은 달 27일 한국바스프 공장에서 포스겐 가스를 흡입하여 사망한 황모 씨도 모두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였으며, 이번 달 6일 롯데케미컬 공장에서 열교환기 청소 작업 중 고압호수에 머리를 맞아 사망한 여모 씨도 그렇다.
고용관계가 복잡해질수록 업무환경에 대한 관리 책임은 형식적 사용자인 영세한 3차 하청 사업주에게 맡겨지고, 자연스럽게 작업환경은 더 나빠지고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은 더 위험해지며, 책임은 은폐된다. 더 이상 이러한 위험의 외주화를 방치하여 더 많은 죽음과 사고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하루 빨리 유해위험 업무에 대한 도급 자체를 엄격히 제한하고, 산재사고 발생이나 예방조치 미흡에 따른 원청이 책임을 강화하는 법ㆍ제도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미 관련 법안(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중대재해기업 처벌법)이 상정되어 있으므로, 국회는 즉각 논의를 시작하여 이를 통과시켜야 한다.
4. 반복적인 사고와 재해에 대해 삼성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은 삼성전자 A/S 기사의 루게릭병을 납ㆍ유기용제 노출 등에 의한 직업병으로 인정했고, 올해 법원은 또 다른 삼성전자 A/S 기사의 과로사를 산업재해로 인정했다. 올해 1, 2월에는 삼성전자 휴대폰 부품을 만들던 다섯 명의 노동자들이 메탄올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들은 모두 3차 하청 업체 소속된 20대의 젊은 노동자들이었고, 그들 중 세 명은 현재 실명 위기에 놓여 있다.
오랜 시간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반도체 직업병 문제’는 삼성이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의 문제에 얼마나 미흡하게 대처해 왔는지를 잘 보여준다. 삼성은 아직까지도 이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회피하고 있고, 9년 전부터 이 문제의 해결에 앞장서 온 피해가족들과 시민단체 반올림은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삼성 서초 사옥 앞에서 노숙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삼성의 악명 높은 노조 탄압도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 위협해 왔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 지회는 불과 3년 전에 설립되었지만, 사측의 노조 탄압에 항거하며 벌써 두 명의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럼에도 노조활동을 이유로 한 괴롭힘과 차별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 대표 기업을 자청하는 삼성은 그 위상에 전혀 걸맞지 않는 노동 인권 의식과 대응으로, 이미 국제 인권 기구와 유럽ㆍ아시아의 인권단체들이 삼성전자의 노동인권 문제를 주목한지 오래다. 삼성은 복잡한 고용관계 뒤로 숨어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자사 제품을 생산하고 수리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과 건강을 책임지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금호타이어를 중국 기업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을 두고 금호아시아나 그룹 회장 박삼구와 채권단(산업은행∙우리은행 등) 사이에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동시에,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채권 만기 연장을 중단해 금호타이어를 부도 내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회장 박삼구가 무리하게 돈을 빌려 2006년 대우건설, 2008년 대한통운을 인수했다가 2008~09년 세계경제 공황이 발생하자 그룹 전체가 위기에 빠졌다.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도 2010년 1월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2014년 12월에 워크아웃이 끝났다.
그런데 채권단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하고도, 박삼구가 사재(私財)를 출연했다며 그의 그룹 경영권을 보장했다. 박삼구는 경영권을 이용해 다시 돈을 빌려, 매각했던 그룹 계열사들의 지분을 하나씩 확보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금호타이어를 더블스타에 매각하려 하자 채권단과 박삼구의 사이는 틀어졌다. 박삼구는 매각을 방해하려고 금호 상표권 사용료를 금호타이어 매출의 0.2퍼센트에서 0.5퍼센트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채권단은 매각을 자꾸 방해하면 금호타이어를 부도 내어 박삼구의 경영권을 박탈하고, 채권단이 담보로 잡고 있는 박삼구 일가의 금호홀딩스(금호아시아나 그룹의 지주회사) 지분을 이용해 그룹 지배권도 빼앗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막대한 빚을 진 박삼구가 채권단에 맞서 강하게 나가는 것은 채권단이 법정관리와 경영권 박탈이라는 협박을 실제 실행에 옮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인 만큼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인 금호타이어를 파국으로 몰고 가지는 못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 “금호타이어 국내 공장의 고용 유지가 매각 조건이 돼야 한다”고 말해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그리고 국민의당도 “금호타이어가 중국 기업에 넘어간다면 광주전남 지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금호타이어의 해외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더는 세금으로 금호타이어를 지원할 수 없고, 매각이 무산되면 ‘국제신인도’가 훼손된다며 반드시 매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금호타이어 노동조합은 옳게도 더블스타와 박삼구 모두를 반대하며 매각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어느 쪽이 경영권을 갖든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을 공격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계속해서 빚을 늘리며 계열사 지분을 매입해 온 박삼구는 노동자들을 쥐어짜 빚을 갚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자본력이 부족한 더블스타는 노동자들을 공격한 뒤 아마도 ‘먹튀’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기업평가조차 금호타이어가 더블스타로 인수될 경우 재무 안정성이 나빠질 것이라며 최근 금호타이어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이미 금호타이어 노동자들은 2010년 1천3백여 명이 정리해고 됐고, 워크아웃 기간에 임금이 40퍼센트 가까이 삭감되는 고통을 당했다. 박삼구의 경영 실패와 경제 위기의 대가를 모두 노동자들이 치른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더는 위기의 책임을 질 수 없다며 매각 중단과 박삼구의 경영권 박탈을 요구하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
이에 덧붙여 앞으로 벌어질 구조조정을 차단하고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영구히 국유화하라는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산업은행 등이 재매각을 추진하면 또다시 노동자들을 공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을 추진하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금호타이어를 영구히 국유화해 애먼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켜 줘야 한다.
지난 11월 12일 국정농단과 정격유착에 분노하고 민주주의 헌정질서를 회복하기 위한 염원을 담은 100만 국민의 촛불이 청와대를 빽빽이 둘러쌌다. 서울뿐만이 아니다. 부산과 대구, 광주 등 전국 곳곳에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의 촛불이 타올랐다. 한반도뿐만이 아니다. 바다 건너 미국, 캐나다, 프랑스, 영국, 독일, 아일랜드, 네델란드, 호주, 일본, 인도네시아 등 해외 10개국 37개 도시에서도 교민들이 주도하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가 전 세계를 환히 밝혔다.
숫자와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실질이다. 촛불을 든 국민들은 박근혜 정권이 국민을 기망하며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에서 터져나온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숭고한 희생의 가치를 짓밟아 온 현실의 엄중함에 분노했고, 피땀어린 역사의 행진에 동참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으며, 주권자로서 ‘대한국민’이 가지는 권력을 명백히 확인했다. 100만 촛불 민심이 입을 모아 외친 것은 ‘2선 후퇴’ 따위가 아니다. 오로지 ‘박근혜 퇴진’이다.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진정한 권력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철저한 처벌을 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명령은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고서는 총체적으로 망가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절박한 인식에서 나온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지난 4년은 어떠했는가. 국정원 대선개입이라는 엄중한 헌정질서 유린 행위 앞에서도, 세월호 참사로 304명의 무고한 생명들이 바다에 잠기는 동안 전국을 울렸던 눈물과 제기된 수많은 의혹 앞에서도, 메르스(MERS) 늑장 대응에 가해진 매서운 비판과 시대를 역행하는 ‘국정교과서’ 논란 앞에서도, 오랜 세월 진정한 사과와 배상을 받기 위해 싸워 왔으나 정부에 의해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을 강요당한 역사의 산 증인 ‘위안부’ 생존자 할머니들 앞에서도, 쌀값 보장을 외치다 초고압 물대포에 피 흘리며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죽음 앞에서도, 공적인 울타리 없이 빈곤의 늪에 빠져가는 청년들·노동자들의 절박한 외침 앞에서도, 박근혜 정권은 ‘불통’하였을 뿐 아니라 안보 위기를 고조시켜 문제 제기하는 자들을 ‘종북’으로 몰았으며, 민중을 ‘개돼지’ 취급하며 민주주의를 압살해왔다. 한편으로는 ‘창조경제’, ‘통일대박’과 같은 허황된 말들이 국민들을 속이고 조롱하는 사이에, 대한민국은 국민들이 ‘삶’보다는 ‘죽음’으로 내몰리는 절망공화국, ‘헬조선’으로 전락했다.
그리고 지금 터져 나오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공익’이 아닌 ‘특정 사인’의 이권이 국정을 좌지우지해왔음을, 중대한 정책적 결정들이 탄탄한 국정 철학과 합리적 토론이 아닌 특정인의 사적 욕망에 의하여 지도되어 왔음을 말해준다. 그리고 청산되지 못한 독재와 민중 탄압의 역사가, 정경 유착의 뿌리 깊은 고리와 기득권 카르텔이 정권의 기망행위를 지탱해 왔음을 말해준다. 이대로는 안 된다. 100만이 넘는 국민들이 이와 같은 명징한 인식 하에 촛불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끝까지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정치 공작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우리 모임은 엄중히 경고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의 마지막 명령에 따라 퇴진하라. 촛불이 하나 하나 모여, 들불처럼 타오르는 국민의 뜨거운 분노가 두렵지 않은가.
지난 2일 청와대, 그리고 3일 보건복지부가 나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법)이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법 통과를 압박했다. 서비스법에는 의료 관련 규정이 없고, 의료법이 우선이기 때문에 서비스법으로 의료민영화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사를 언급하며 국민들이 부질없는 의심을 거둬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 간 정부가 추진한 영리자회사,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원격의료 추진 등도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우리는 이러한 정부의 설명이 완전한 거짓이고 기만임을 밝힌다. 또한 국민들의 합리적인 비판에 대해 ‘술잔의 뱀 그림자’ 운운하는 것에도 분노한다.
첫째, 서비스법은 명백한 의료․공공서비스 민영화법이다. 서비스법 적용 대상은 농림어업과 제조업만 제외하고 의료를 포함한 모든 사회공공서비스를 포함한다. 이 법은 기재부장관이 위원장인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가 사회공공서비스의 5년 기본계획을 심의하고, 각 부처의 연도별 시행계획을 기재부장관이 직접 검토하고, 추진실적을 선진화위원회가 검토․점검하여 개선의견을 통보할 수 있으며, 각 부처가 사실상 이에 따르도록 한다. 즉 경제부처인 기재부가 향후 모든 사회공공서비스에 대한 전권을 쥐고 의료법 등 모든 공공적 규제를 허무는 토대를 만드는 법이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가 그토록 이 법 통과에 목을 매는 이유이고, 시민사회단체가 보건의료 제외 뿐 아니라 법 자체가 완전히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둘째, 박근혜정부의 영리자회사,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 원격의료 등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의료민영화다. 영리자회사 허용은 외부투자․배당을 허용해 의료법상 병원 비영리 원칙을 허무는 심각한 의료민영화 정책이며 이 때문에 국민 200여만명이 반대서명한 것이다. 민간보험사 해외환자 유치는 민간보험사가 병원을 지배하는 미국식 의료민영화의 발판이다. 원격의료는 안전성과 효과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개인질병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의료기기․통신 업체만을 위해 추진되는 정책이다. 게다가 영리병원을 최초로 승인하고, 의료관광을 빌미로 의료민영화를 추진하고, 새로운 의료기술에 대한 평가를 완화하는 등 박근혜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민영화는 다 열거하기조차 어렵다. 최근에는 건강관리라는 명목으로 대기업의 의료진출을 법도 아닌 가이드라인으로 밀어붙이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건강보험당연지정제를 폐지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의료민영화가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의료를 국가책임이 아니라 기업의 책임 하에 두는 것이 바로 미국식 의료의 도입이다. 게다가 이미 제주영리병원 허용으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무너졌다. 이런 정부가 이제 서비스법을 바탕으로 공공서비스 전체를 경제논리 아래 짓밟겠다는데 국민들이 어떻게 반대하지 않을 수 있는가?
이번에 직접 나선 청와대의 안종범 수석은 복지수석이 아니라 경제수석이다. 또한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기재부 2차관 출신의 경제관료로 보건복지차관에 임명된 인사다. 박근혜정부가 보건복지를 사회보장제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내야하는 산업으로 보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그리고 그 경제적 이익은 국민의 주머니에서 지출되어야 한다. 즉 의료민영화의 귀결은 의료비 폭등이다. 보건복지부 인사들도 경제관료 출신들로 채우며, 서비스법으로 복지부를 기재부 발밑에 두려는 것이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져야할 보건복지를 대하는 태도이다.
19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가장 심각한 민영화법인 서비스법의 통과 압박이 국민들을 기만하며 벌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술잔의 뱀 그림자’ 하는 서비스법은 실제 ‘독이 든 뱀술’이다. 독주를 권하며 ‘의심을 거두라’고 말하는 정부가 바로 진정한 위협이다. 국민들은 서비스법 통과를 지켜만 보지 않을 것이며, 서비스법 및 의료민영화 정책 통과․협조에 관련된 인사들은 시민사회단체들의 강력한 낙선운동의 대상이 될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