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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탄저균,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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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탄저균,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면…

익명 (미확인) | 수, 2015/08/05- 14:00
 

탄저균 사고 책임 안 묻는 美 국방부

 
 
 
사건 발생 두 달을 넘겨 미국 국방부는 탄저균 배달 사고에 대한 검토 보고서 발표 기자 회견을 했다.로버트 워크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살아있는 탄저균이 86개 실험실, 7개국에 배달된 사건을 두고 “용납할 수 없는 구조적 실패”라고 공식 인정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미 국방부의 살아있는 탄저균 배송 사건에 대한 책임에 대해서는 어떠한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실제 살아있는 탄저균이 배송된 시험장은 더그웨이 시험장뿐이라면서도 이곳에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결국 ‘탄저균 포자 사균화 관련 검토위원회’ 명의로 작성된 미 국방부의 조사 보고서는 탄저균 배달 사고 발생의 이유나 책임 소재도 제대로 밝히지 않았을 뿐 아니라 31명의 노출 피해자 인적 상황, 22명이라는 압도적인 노출 피해자를 발생시킨 주한 미군 평택 오산 기지 사태, 그리고 살아있는 탄저균이 발생한 시기와 배송 지역에 관련된 보고서로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정보마저 모두 누락된 수준 미달의 보고서였다.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

미국 국방부 보고서를 세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사고는 났지만 모두가 규정은 지켰다. 더그웨이 시험장에서만 사고가 났지만 더그웨이도 규정은 지켰다. 그러므로 규정을 고치면 될 뿐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

보고서의 대전제는 앞으로도 방사선 조사를 통한 비활성화라는 불안한 탄저균 샘플 생산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보고서의 목적은 살아있는 탄저균이 나타날 가능성, 즉 불량품 발생을 낮추고자 작성하는 것이지 누군가의 책임을 묻거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 때문에 보고서는 더그웨이 시험장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면서도 아무런 추궁을 하지 않는 것이며, 사건의 구체적인 내용도 대부분 누락시키고 있다.

보고서가 지목한 더그웨이 시험장의 문제들

원래 미 국방부 보고서의 목적은 “불완전한 탄저균 샘플의 근본 원인을 규명하고, 왜 생산 후 검토 과정에서 이것이 확인되지 못하였는지, 실험실은 관련 절차와 규정을 준수했는지,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은 무엇인가를 규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보고서에는 더그웨이 시험장에서만 발견되었던 문제를 주목하고는 있다. 보고서에서 지적한 문제들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더그웨이 시험장의 결함의 첫 번째 문제는 생존성 시험이다. 생산된 탄저 포자 중 일부에 대한 표본 조사를 해야 하는데, 더그웨이는 미 국방부 시험장들 중 가장 낮은 비율인 5%만을 실시했다. 비활성 탄저균을 생산, 배송하는 미 국방부의 다른 실험실들은 10% 이상 표본 조사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방사선 조사 후 생존성 시험까지 충분한 시간을 기다려 혹시 살아남은 탄저균이 회복되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회복 시간’을 주어야 하는데 이 시간이 가장 짧았다고 한다. 더그웨이 시험장처럼 많은 양을 생산하는 곳에서는 이 두 가지 이유로 살아 있는 탄저균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보고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는 않지만, 생산을 늘리기 위해 더그웨이가 과학적 데이터의 범위를 벗어나는 많은 양의 포자에 방사선을 조사하는 문제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왜 살아 있는 탄저균을 배송한 유일한 연구소인 더그웨이 시험장의 잘못을 묻지 않는가?”

24일 기자 회견장에서도 당연하게 이 질문이 나왔다. 네 군데 시험장의 규정들이 제각각이었다면 누군가 최저 수준의 규정을 결정하였을 것이며 또한 그곳이 더그웨이였다면 이 책임을 문제 삼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라는 질문 말이다. 그러나 미 국방부의 주장은 더그웨이 시험장이 표본 조사량이 적고 검사 시간이 짧았다는 점이 살아 있는 탄저균이 그대로 배송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연결되는 증거는 없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대량 생산’이라는 더그웨이 시험장이 미 국방부 내에서 갖는 중요한 역할 때문에 불가피하게 ‘불량품’이 나타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요하게 짚어두어야 할 것은 더그웨이 시험장이 생물 무기 방어 영역에 있어 생산이라는 특별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 더구나, 더그웨이 시험장은 타 화생방 프로그램 연구개발을 위해 생산하는 비활성 세균 샘플과 독소들의 주요 생산자이며. (…) 미 국방부 내 비활성 탄저균의 최대 생산자이다.”

보고서는 비활성 탄저균 대량 생산을 그만둘 수 없다는 미 국방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배달 사고가 난 더그웨이 시험장의 문제를 전반적인 실험실 표준화와 규정의 문제로만 정리하기로 결론을 내고 있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두 달여에 걸친 미 국방부의 보고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가? 정상적인 정부라면 지금 한국 정부가 미국에 물어야 할 것은 최소한 두 가지다. 주한 미군이 한국 땅에서 실시한 훈련의 내용과 그 실험의 정당성 말이다.

미 국방부가 최소한 더그웨이 시험장에 대한 문책도 하지 않기로 결론을 냈다면, 불법 반입과 실험과 훈련이 자행된 평택 오산 기지 주한 미군 문제라고 해서 어떤 대응을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미 국방부 보고서에도 이번 사태로 탄저균에 노출된 피해자 31명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다. 단지 처음 배송된 6개 실험실에 8명에 대한 예방적 항생제 치료를 했다는 것만 적시돼 있을 뿐이다.

게다가 6개 실험실에 8명이 노출되었다고 하면서 22명이 한꺼번에 노출된 평택 오산 기지의 노출 피해자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단 한마디의 언급도 없다. 또 한국 등 7개 국가와 미국 내 86개 실험실에 배송된 살아있는 탄저가 어떤 배지(batch)에서 언제 생산된 것인지 등에 대한 내용도 누락되어 있다.

우리에게 불법 반입된 탄저균이 죽어있는가 살아있는가가 중요했던 이유는 그것이 다른 국가나 미국 실험실들과는 달리 실제 훈련에 이미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훈련과 실험의 내용에 대해 한국 정부가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으며 이를 감독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전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는 탄저균 사고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리고 어떤 사고가 날 수 있고, 이미 났는지조차 제대로 알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전 글에서 주장했다시피 그 훈련과 실험들은 매우 위험하고 주한미군 주변 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위협이 될 만하며, 살아있는 탄저균이라면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된다. 그런데 미 국방부의 보고서를 통해서도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고, 한국정부는 아무런 질문도 문제제기도 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주한 미군의 훈련과 실험은 여전히 어떤 위험성이 있었으며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향후 어떻게 될 것인지 모든 것이 오리무중이다.

한미 합동실무단, 한국 국방부의 자존심을!

이제 한미 합동실무단이 주한 미군 오산 기지를 방문 조사하는 것이 남았다. 이미 8월 6일로 조사일까지 합의했다고 한다. 한국 정부는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주권국가로서 최소한의 권위를 지키기 위해 미 국방부 보고서에 누락된 주한 미군 탄저균 실험에 관련된 내용을 모두 조사해야 한다.

훈련 과정에서 22명이 한꺼번에 노출된 이유와 원인에 대한 근거 있는 답변을 받아 내야 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또 미군이 진행하려고 했던 야외 세균 실험 계획과 시행 여부에 대한 조사도 반드시 이뤄져야한다. 늦었지만 한국 정부가 최소한의 자존심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해 본다.

(☞관련 기사 : ① 왜 한국에서 22명이나 탄저균에 노출되었나? ② 미군 용산 실험실 세균의 정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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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다시 시작되는 의료민영화] ④ 우려스러운 의약품 정책의 친기업적 방향

신형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전 대표

 

의약품 정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된 제품을 적절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다. 이런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면 환자는 안전하지 않거나 효과 없는 의약품을 값비싼 가격에 복용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그런데 이 기본원칙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제약산업 육성’과 ‘바이오헬스 산업 강화’라는 구호 하에 서서히 무너져왔다. 국민들은 생명과 안전을 기업의 먹거리로 팔아넘기는 이 정부들에 분노했고 촛불을 들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도 이런 규제를 원상 복귀시키기는커녕 이전 정부들의 정책을 답습하려는 방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전보다 안전장치를 더 해제하려는 움직임조차도 있어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기동민 의원이 정부정책방향에 따라 발의한 ‘공중보건 위기대응 의약품 및 혁신신약 개발지원법’이 대표적이다. 주된 내용은 ‘혁신신약’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다. 핵심은 ‘조건부 허가’다. 임상시험은 1상, 2상, 3상 순서로 진행되는데 3상 시험 없이 의약품을 통과시키자는 것이다. 3상 시험은 환자군 다수를 대상으로 약의 안전성·유효성을 확증하는 절차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통과하기 어려운 절차이지만, 약을 복용해야 하는 환자 입장에선 매우 중요한 과정이다. 이 뿐만 아니라 제약기업을 위해 허가과정을 간소화하는 많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규제를 완화해준다는 ‘혁신신약’이란 대체 뭘까? 이름만 들어선 정말 혁신적 약인가 싶지만 실제로는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하는 약이고, 복지부 장관이 지정하기만 하면 혁신형 제약기업이 된다. 현재 무려 41개사가 인증을 받았고 이들 기업이 차지하는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선다. 사실상 주요 제약기업들 모두에게 임상 3상을 면제해주는 셈이다. 따라서 ‘혁신신약’이란 말장난에 불과하다. 의약품의 ‘혁신성’이란 안전과 효과의 월등한 향상을 말하는데, 점쟁이가 아니고서야 임상시험도 다 거치지 않은 약이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지 알 방법이 있는가?

이 법안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됐던 정책과 매우 유사한데, 이들의 공통된 주장은 의약품을 신속하게 허가해주어야 국민건강권이 향상된다는 것이고 국내 제약기업의 투자의욕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거의 경험은 정 반대의 역사를 증명한 바 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의약품의 안전성을 확보해야 국민건강권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이 대표적이다. 임산부의 입덧치료제로 각광받았으나 유럽에서 8000만 명의 기형아 출산을 일으켰고, 이 약 허가에 신중했던 미국만이 자국민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 2000년대에 관절염치료제 ‘바이옥스’는 펩시콜라보다도 많은 1억6000만달러를 쏟아부으며 획기적 신약이라고 광고됐지만, 다른 치료제에 비해 심장병 사망을 5배나 높인다는 것이 밝혀졌다. 비만치료제로 각광받던 시부트라민(‘리덕틸’)도 심혈관질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역시 퇴출되었다. 멀리 갈 필요도 없다. 최근 국내에서 3상 조건부 허가를 통해 도입된 폐암치료제 올리타정도 임상시험 중 치명적인 부작용이 밝혀지면서 개발·판매가 중단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초기 임상단계(임상1상)에 진입한 약물이 모든 단계를 거쳐서 제품으로 출시할 확률은 10%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대한 질병에 쓰인다는 이유로 초기임상단계만을 거쳐 허가를 내주는 행위가 과연 환자의 건강을 위한 것일까? 허가 기간이 단축되면 부작용이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다. 허가기간이 매 10개월 단축될 때마다 심각한 부작용은 18.1% 증가하고, 신속심사로 허가 받은 약은 심각한 부작용으로 인한 시장퇴출 가능성이 6.92배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미 희귀질환이나 암 같은 중대한 질환은 조건부허가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허가기간을 단축하고 조건부 허가를 더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것은 의약품 관리 기본원칙을 망각하는 행위이며 중대질환 환자의 접근성 향상이라는 미명하에 정작 환자들의 건강에 위해를 가하는 짓이다. 충분한 심사를 할 수 있는 시간과 인력, 재정의 뒷받침 없이 허가 단축에만 무게중심을 두는 것은 국민건강은 도외시 한 체 제약기업에게만 이익을 주겠다는 행위이다.

최근 전 세계 의약품 시장에서 10대 의약품 중에 8개가 바이오의약품인데 ‘혁신성장’이란 명목으로 이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 흐름도 강력하다.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에 관한 법’이라는 이름으로 조건부허가를 포함한 의약품 허가규제 완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8월에는 삼성 이재용 회장이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를 만나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약가인하를 막아달라고 부탁한 일이 있었다. 국내 기업 가격경쟁력을 위해 환자 의료비를 높이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황당하게도 부총리는 고려해보겠다고 답했다. 약값을 결정하는 곳은 보건복지부인데 경제부총리가 이에 화답한 것도 매우 부적절했다. 이미 박근혜 정부 때 바이오의약품에 대해서는 10% 이상씩 가격을 인상해주는 조치가 있었다. 이것도 모자라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다른 나라는 약값을 민간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한다는 사실도 아닌 이야기를 하면서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했다. 그래야 투자의욕이 높아진다는 전가의 보도를 휘두르면서.

우리나라는 지금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거나 효과 대비 비용이 너무 비싼 약의 경우에도 보험 적용을 해주고, 제약기업들을 위해 약가를 우대하는 등 제약기업의 이해관계에 치우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오히려 규제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혁신성장이라는 기조 하에 의약품 분야에서 펼치는 규제완화 흐름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던 의료민영화와 정확히 닮아 있다. 혁신으로 가장해 기업의 이윤은 늘리지만 국민의 건강권은 도외시하는 행위이다. 정부와 여당은 과거에 자신들이 반대한 의료민영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지금 자신들이 하고 있는 정책들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깨달을 것이다. 정부는 의약품 규제완화와 의료민영화 정책들을 철회하고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의약품의 공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향상시키는 길이다.

수, 2019/02/13-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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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1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어린이의약품지원본부,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이 공동주최한 ‘가자지구 의료인들과의 대화’ 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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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주로 보건의료인들로 구성된 약 90여명의 참가자(온라인 포함)는 가자지구의 마취과 의사이자, 아우다 보건 및 지역사회협회(AWDA) 프로그램 디렉터인 아흐마드 무한나 박사와 온라인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무한나 박사는 이스라엘 점령 하 팔레스타인에서 오랜 기간 최전선에서 부상자들과 환자들을 돌봐왔고, 2023년 이스라엘 학살 이후에는 가자의 의료시스템과 의료인들을 표적으로 삼는 이스라엘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규탄하는 활동에 나서 온 의사다. 2023년 12월 이스라엘이 병원을 침탈해 체포, 구금된 이후 655일만에 풀려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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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이 무려 29개월째 계속되는 가운데, 폭격으로 폐허가 된 의료 현장에서도 생명을 구하고 의료체계를 재건하기 위해 분투하는 가자지구 보건의료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한국의 보건의료인들과 연대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활동가이자, ‘보건의료 반전평화팀’ 팀장인 채민석 사회자는 이날 많이 모인 참가자들을 환영하며 “그만큼 지금 팔레스타인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에 대한 한국 보건의료인들의 관심이 높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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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이탈리아 혁명가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역사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인 무관심”을 떨쳐내고 이 자리에 모인 참가자들에 존경을 표했다.

 

 

행사를 주최한 단체들을 대표해 먼저 김형성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운영위원이 인삿말을 열었다. 그는 “전쟁은 중대한 보건의료 위기로, 보건의료인들에게 전쟁 반대는 가장 중요한 책임이자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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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숙 어린이이약품지원본부 이사장도 “분노를 뛰어넘어 파괴된 팔레스타인을 위해 연대를 담아내고, 실질적인 후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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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섭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운영위원은 “이 학살은 단지 네타냐후의 광기나 이스라엘군의 잔혹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하며 “제국주의 폭력에 맞서 함께 싸워 나가자”고 강조했다.

 

곧이어 AWDA에서 제작한, 가자지구 병원의 현실과 의료진의 분투를 담은 영상을 함께 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오늘의 연사인 마흐마드 무한나 박사의 발언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박이랑 활동가의 통역으로 청해 들었다. 무한나 박사는 가자지구의 의료인들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격이 극심하다고 말했다.

 

“수백 명의 보건의료인이 이스라엘에 의해 살해되었고, 임무 수행 중 체포되어 구금된 이들도 수십 명에 달합니다. 구급차, 병원 등도 폭격과 포위공격을 당했으며, 아우다 지역협회 소속 병원·보건소도 6차례에 걸친 공격을 받았습니다. 의사, 간호사, 환자라는 이유만으로 이스라엘군은 저격하고 살해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에 의해 포위‧침탈을 당한 북부 아우다병원에서 35명의 보건의료인 동료들이 순교했고, 그 중 8명은 환자를 돌보다, 임무 중에 사망했다.

 

그는 “전쟁 전 가자지구에서는 지역‧공공병원을 포함해 35개 병원과 70곳이 넘는 1차의료기관이 운영되고 있었으나, 현재는 의료기관 38곳을 제외하고 70%의 의료 인프라가 가동이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의도적으로 병원과 태양열 발전기, 산소 탱크 연료 저장소, 의약품 창고를 타겟으로 삼아 폭격했다. 기본적 의약품이 극심하게 부족하고 전기를 돌리지 못해 수술실, 집중치료실 등 병원시설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스라엘이 부품 반입을 차단해 의료기기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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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병원들이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전례 없는 수준의 압박입니다. 응급치료실의 경우 수용 가능 역량의 200%를 넘는 상황 속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이 전투이며, 시간과 가능성과의 싸움이고, 매 순간 구해내는 어린아이들의 목숨은 기적과 같은 일입니다.”

 

그는 특히 전쟁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여성과 아이들이라고 말했다. “부모와 일가친척까지 잃은 아이들, 수만명의 임산부도 위험한 환경에서 출산을 해야합니다.”

 

무한나 박사는 자신의 구금 경험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약 22개월 간 극심한 모욕, 굶주림, 폭력을 겪었다. 그는 이것이 인간으로서 삶의 모든 것을 박탈당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풀려나자마자 병원에 복귀했다. “복귀하지 않는다는 것은 두려움이 승리한다는 것이고, 두려움이 승리하도록 내버려 두면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연대를 호소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2023년 10월 7일 이후 학계, 언론, 활동가 등 전례 없는 세계적인 국제연대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의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거짓말이 폭로되고, 일부 국가의 정책 결정자들에 압박을 가하고 영향을 끼치고 있는 걸 보고 있습니다. 팔레스타인의 대의에 대한 연대가 계속해서 중요합니다.”

 

“정의는 가능하고, 팔레스타인의 자유가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가자지구의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연민이 아니라, 명확한 입장과 실질적인 지원입니다.”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과 토론 시간에, 참가자들은 무엇보다도 목숨을 걸고 생명을 지키고 있는 가자지구 의료인들에게 존경과 연대의 마음을 표했다. 연대를 다짐하는 뜨거운 발언들이 참가자들 서로의 마음을 울렸다.

 

또 어떤 참가자들은 트럼프가 주도하고 네타냐후가 참여하는 ‘가자 평화이사회’는 진정한 평화와는 무관한 가자지구 식민지배 도구라며, 이재명 정부가 참여를 고려하고 최근 옵저버로 참석한 것을 규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무한나 박사와 가자지구 의료인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담아 구호를 외쳤다.

 

“팔레스타인 의료인들에게 연대를!”
“폭탄이 아니라 의약품을!”
“아이들을 더이상 죽이지 말라!”
“Free Free Palestine!”
“From the river to the sea, Palestine will be free!”

 

 

팔레스타인과 연대해온 인디 싱어송라이터 ‘뛰놀며’의 공연은 연대의 마음을 다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연대의 뜻을 다지는 “한국 보건의료인들의 다짐” 선언문을 함께 낭독했다. (아래는 선언문 전문이다.)

 

사회자는 ‘보건의료 반전평화팀’이 앞으로 지속적으로 활동할 예정이라는 점을 소개하며, 앞으로도 함께 연대하고 투쟁하자고 호소했다.

 

 

한국 보건의료인들의 다짐

 

2023년 10월, 이스라엘이 처음 가자지구 병원을 폭격해 5백명 넘게 죽였다는 뉴스를 봤을 때 우리의 충격과 참담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데 만행은 시작일 뿐이었다. 지난 2년 5개월, 이스라엘은 셀 수 없이 많은 환자와 의료인을 표적 살해했고 병원과 구급차를 폭격했다. 병원 전기를 끊어 생명 유지장치에 의존하는 중환자,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 인큐베이터의 신생아들을 수도 없이 죽였다. 식량과 물을 끊어서 수십만명의 어린이와 임산부를 기아 상태로 몰아갔고, 식량과 구호품을 배급받으러 몰려든 이들을 향해 무차별 발포를 했다. 굶주려 울 기운도 없어진 수많은 아이들의 심장이 절규하는 부모의 품속에서 멈췄다. 소위 ‘휴전’ 이후에도 학살은 중단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은 슬픔과 분노를 느낄 여유도 주지 않고 새롭고 잔혹한 만행을 반복해 저지르며 우리가 무뎌지기를 바랐을지 모르지만, 우리의 끓어오르는 분노와 슬픔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팔레스타인 의료인들은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죽임의 위협을 당하고 실제로 수많은 동료를 잃었다. 그러면서도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겠다며 무너진 병원을 지키고 있다. 그런 팔레스타인 의료인들에 대한 우리의 연대의 마음도 결코 사그라들지 않는다.

 

팔레스타인을 지도에서 완전히 지우려는 네타냐후와 트럼프의 식민지배 야욕 속에서 지금도 팔레스타인인들은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의 연대도 결코 멈춰질 수 없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연대는 세계에서 정의와 윤리의 가늠자가 되고 있고, 그들의 저항은 제국주의 강대국들의 거짓과 위선에 맞선 저항과 연대의 초점이 되고 있다.

 

우리가 싸우지 않는다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는 참혹한 일들은 어쩌면 세계의 미래가 될 것이다. 오늘날 세계는 점점 더 잔혹하고 위험해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을 넘기려 하는 이 순간 이란에서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격과 대통령 납치는 노골적인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가 됐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미중 간 대결 속 대만과 한반도는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화약고 중 하나이며 따라서 참혹한 전쟁의 가능성은 바로 우리 자신의 문제가 되고 있다. 갈수록 더 호전적인 극우와 파시즘이 세를 불리거나 집권해가고 있는 오늘날은 20세기 초 세계대전을 앞둔 국제 정세와 유사한 위험천만한 세계다.

 

전쟁은 생명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다. 생명을 살리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보건의료인들은 평화를 지키기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 무기는 결코 평화를 가져다 주지 못한다. 세계 각국이 자국을 지키겠다며 군비를 늘리지만, 주변국을 위협해 군비경쟁과 전쟁의 위험을 높이는 위험천만한 짓일 뿐이다. 또 군비증강은 긴축과 복지의 축소로, 평범한 이들의 건강과 생명과 삶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경제 규모 대비 이 나라 군비 지출은 동아시아 최고 수준이고, 대부분의 주요 유럽국가들보다도 월등히 높다. 그런데도 올해 정부는 엄청난 군비 인상을 했고 최소 2035년까지 그것을 반복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극도로 열악한 건강보험과 공공의료, 그리고 돌봄과 복지를 위한 재정은 늘리지 않거나 오히려 축소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국내의 위험하고 잘못된 노선을 바꿔내기 위해서도 이 구호를 외치지 않을 수 없다.

 

폭탄이 아니라 의료를!

전쟁이 아니라 생명을!

 

이탈리아 항만 노동자들은 이스라엘로 가는 군수물자를 싣지 않겠다면서 지난해 이후 계속 파업하고 있다. 이들은 자국 정부의 재무장과 긴축에 맞서며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고 있다. 그리스, 튀르키예, 모로코 등의 항만 노동자들도 함께 싸웠다. 그 뿐인가. 가자 학살 이후로 지금까지 팔레스타인 연대운동의 물결이 미국과 유럽과 중동과 세계 각지에서 끊이지 않았고 한국도 그 일부였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는다. 평화를 바라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힘을 모은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우리는 함께 이 자리에서 다짐한다. 팔레스타인 연대운동과 반전평화 운동을 키우고 생명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2026. 2. 21.

‘가자지구 의료인들과의 대화’ 참가자 일동

 

화, 2026/02/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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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개인의료정보 민영화 추진 중단하라!

 

 

지난 18일 원격의료(비대면진료) 법제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이는 시민사회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15년 넘게 반대해 온 의료 민영화 정책이다. 또 파면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던 핵심 의료 민영화 정책 중 하나였다. 윤석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도 하지 못했던 의료 민영화 정책 중 하나인 영리 플랫폼 중심 원격의료 법제화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을 이어받아 의료 민영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지지자들을 실망시키는 일이다. 동시에 윤석열을 지지하는 극우를 고무하는 정책이다.

 

이재명 정부의 의료 민영화 정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제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첨단산업 시대에는 데이터를 쉽게 쓰게 하되 위반 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엄정히 제재해야 한다”며 건강보험 개인건강정보를 기업들이 쉽게 쓰도록 해야 한다는 위험천만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 정보를 기업에 제공하기 위해 잰걸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오늘 열리는 간담회도 그 일환이다.

 

건강보험 개인건강정보 기업 제공은 의료 민영화 정책이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목적의 공적 연구와 활용을 위해서만 쓰여야 할 건강보험 개인정보가 기업의 상업적 이익을 위해 사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를 강력히 반대한다.

 

 

1. 무엇보다 국민 다수가 건강보험 개인건강정보를 기업에 제공하는 것을 반대한다.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 저지 공동행동’이 2024년 7월 진행한 전화 설문 결과(95% 신뢰수준 오차 ±3.1%포인트), 응답자 1015명 중 75.0%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민간에 공개하는 데 반대했다. 49.3%가 ‘전 국민 개인정보를 민간보험사가 영리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서’, 31.4%는 ‘개인의 의료정보, 소득 및 재산 정보 등 민감한 정보가 이용될 위험이 높아서’라고 답했다. 설문에 답한 국민들은 개인건강정보를 기업에 넘겨주는 것이 영리를 위한 것이고, 위험한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명색이 ‘국민주권정부’라면 주권자들의 뜻을 헤아려야 한다.

 

 

2. 민감하고 고위험 정보인 건강보험 개인건강정보를 기업들에게 제공한 뒤 발생하는 피해는 돌이킬 수 없다.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엄정히 제재”하는 것은 이미 피해가 발생한 다음이다. 개인건강정보 유출에 의한 피해든 보험사의 가입 거절, 보험금 지급 거부 등의 피해든 한 번 발생하면 돌이키기 어렵다. 우리 나라는 얼마 전 SKT의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과 같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드물지 않다. 이럴 때마다 유출 피해자들은 유출된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 피해를 인지해도 유출과 피해와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는 너무나 어렵다. 따라서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이 잦았음에도 유출 당사자가 처벌받고 피해를 제대로 보상하는 걸 볼 수 없었다.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된다고 해도 이러한 현실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기업은 성배와 같은 ‘영업 기밀’을 내세우며 피해 입증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민주권정부의 수장인 이재명 대통령이 기업이 쉽게 사용하도록 해주고 문제가 생기면 처벌하자고 말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것이다. 국외 선진국들의 경우 대부분 산업계의 건강정보 활용에 매우 엄격한 제약을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는 아예 민간 보험사 제공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이들 나라들이 뭘 몰라서 그럴까?

 

우리는 경험치로 이윤 극대화가 목표인 기업들이 돈벌이가 되지 않는 일은 그것이 아무리 공익적이고 좋은 것이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보험사, 헬스케어 기업, 제약사 등이 우리의 개인건강정보를 가지고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공익적 연구나 활용에 돈을 쓴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들의 목적은 건강보험 개인건강정보를 마케팅이나 이를 위한 프로파일링, 보험사 수익 극대화를 위한 프로파일링 등을 위해 활용하는 것일 것이다. 이들의 수익을 위해 왜 고위험 정보인 우리의 정보를 내주어야 하는가.

따라서 이재명 정부는 산업계가 우리 건강정보를 쉽게 사용하도록 해 줄 것이 아니라, 국외 수준의 엄격한 제한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3. 건강보험 개인건강정보 기업 제공은 국민건강보험의 존립을 위협한다.

 

특히, 가장 강력하게 건강보험 개인건강정보 제공을 요구하는 민간 보험사들이 건강보험보다 우위에 서게 되면 건강보험은 위태로워질 수 있다. 궁극적으로 건강보험을 대체한다는 목표를 가진 민간 보험사들이 줄기차게 건강보험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압력을 행사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간 보험사들에게 건강보험 정보를 넘겨주는 것은 경쟁사에게 ‘영업 기밀’을 넘겨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민간 보험사들이 건강보험의 영역을 침범하려고 호시탐탐 노려왔고, 이미 건강관리서비스의 형태로 건강보험의 영역에 들어와 있다. 건강보험 정보의 민간 보험사 제공은 민간 보험사의 영역을 넓혀 건강보험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금 학계는 공단의 폐쇄 공간과 원격 접속으로, 산업계는 폐쇄 공간에서만 표본자료(100만 코호트)를 이용할 수 있다. 산업계가 공단의 폐쇄 환경만이 아니라 온라인 원격 접속을 요구하는 것은, 원격 접속을 하면 자신의 공간에서 공단 자료를 얼마든지 촬영, 녹화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폐쇄 환경에서 빼내 올 수 없는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산업계 원격 접속 요구도 수용해서는 안 된다.

 

집권 6개월도 안된 이재명 정부는 전임 민주당 정부들처럼 실손보험 도입, 규제프리존 도입, 첨단재생의료법 통과와 같은 의료 민영화와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정부들은 모두 불행하게 끝났다. 이러한 민영화와 규제 완화를 할 때마다 대단한 혁신이 일어날 것처럼 말해왔지만 모두 근거 없는 과장이었다. 그것들이 우리 모두를 위한 혁신은 고사하고 어떠한 산업의 혁신을 가져 왔나? 오히려 공공의료 공백, 지역의료 공백, 응급실뺑뺑이, 소아과오픈런이 그 결과물이었다.

 

이재명은 전임 민주당 정부들의 전철을 밟지 말고, 의료 민영화 정책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2025년 11월 21일

건강보험 빅데이터 민간 개방저지 공동행동

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진보네트워크센터

(무상의료본부 가입단체 전체)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참여연대,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건강세상네트워크,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농민회총연맹,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여성연대,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전철연),전국빈민연합(전노련,빈철련),노점노동연대,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사회진보연대,노동자연대,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일산병원노동조합,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행동하는의사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건강정책참여연구소,민중과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좋은공공병원만들기 운동본부 참여단체 전체)한국HIV/AIDS인권활동가네트워크,KNP+(한국HIV/AIDS감염인연합회),공공병원설립운동연대,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대전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울산건강연대,사단법인토닥토닥,화성시립병원건립운동본부,공공병원설립을위한부산시민대책위,대구경북보건복지단체연대회의,대구참여연대,대한물리치료사협회,민주평등사회를위한전국교수연구자협의회,부천시공공병원설립시민추진위원회,빈곤사회연대,서부경남공공병원설립도민운동본부,시민건강연구소,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올바른광주의료원설립시민운동본부,웅상공공의료원설립추진운동본부,의료영리화저지와의료공공성강화를위한제주도민운동본부,인천공공의료포럼,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코로나19의료공백으로인한정유엽사망대책위원회,행동하는의사회,홈리스행동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가입단체 전체)한국여성단체연합, 21세기한국대학생연합,건강세상네트워크,개별 공무원단체(경기광주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경산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 경상남도청공무원노동조합, 군위군청공무원직장협의회,금산군공무원직장협의회,남양주시공무원직장협의회,동두천시공무원직장협의회,문경시청공무원직장협의회,봉화군공무원직장협의회,부산광역시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부산공무원노동조합,성남시청공무원노동조합,성주군청공무원직장협의회,안성시공무원노동조합,양평군공무원직장협의회,여주군공무원노동조합,영덕군청공무원직장협의회,영양군공무원직장협의회,영주시청공무원노동조합,예천군공무원직장협의회,울진군공무원직장협의회,의성군청공무원직장협의회,인천광역시남구청공무원노동조합, 인천광역시통합공무원노동조합, 전라남도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전라북도교육청지방공무원노동조합,청도군공무원직장협의회,청송군공무원직장협의회,칠곡군청공무원직장협의회,해운대구공무원노동조합,관악주민연대,광주광역시공무원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국민연금지부,공공운수노조사회복지지부,금융피해자연대해오름,노년유니온,노동인권회관,노후희망유니온,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동자동사랑방,문화다양성포럼, 문화연대, 민가협 양심수후원회, 민생경제연구소,민주노동자전국회의,민주민생평화통일주권연대, 민주수호공안탄압 대책회의,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반빈곤네트워크,복지국가소사이어티,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불교인권위원회,불교평화연대,빈곤사회연대,빈민해방실천연대(민주노점상전국연합,전국 철거민연합), 새물약사회,서울복지시민연대,성공회나눔의집협의회,예수살기,전국대학노동조합,전국교수노동조합,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농민회총연맹,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전국빈민연합(빈민해방철거민연합,전국노점상총연합),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전국여성 농민회총연합,전국여성연대,전국우정노동조합,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강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거제여성장애인연대,(사)경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사)경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경남느티나무부모회,경남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광명장애인자립생활센터,광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광주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광주여성 장애인연대,광주인권운동센터,광주장애인가족복지회,광주장애인교육권연대,광주장애인부모연대,광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광주지적장애인복지협회서구지부,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김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나눔장애인자립생활센터,나래센터,나무를심는학교,나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노동의소리, 노들장애야간학교,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노란들판,노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뇌성마비인의벗어우러기,다사리장애인자립생활센터,다사리학교,다큐인,대구대학교인권활동가모임나비,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대전장애인부모연대,도봉사랑길장애인자립생활센터,동래장애인자립생활센터,동작장애인자립생활센터,동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라이프라인장애인자립진흥회,마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마을공동체연구소,마포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목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민들레장애인야간학교,민중의힘,밀양장애인자립생활센터,바래미야간학교,(사)부산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부산반빈곤센터,(사)부산장애인부모회,빈곤과차별에저항사는인권운동연대,삶장애인자립자립생활센터,삼척장애인자립생활센터,(사)새누리장애인부모연대,새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서구장애인자립생활센터,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석암재단생활인비상대책우원회,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성폭력예방치료센터,송파솔루션장애인자립생활센터,수영장애인자립생활센터,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생활센터,수원세움센터,수원중증장애인독립생활센터,수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순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순천팔마장애인자립생활센터,시흥두리센터,실로암사람들,아우름장애인자립생활센터,안산상록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양심과인권나무,어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여수장애인자립생활센터,(사)열린네트워크부산지부,영도장애인자립생활센터,예그리나장애인복지센터,오방장애인자립생활센터,오산중증장애인자립생활센터,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울산다울성장애인학교,울산장애인부모회,울산장애인인권복지협회,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정부세움장애인생활센터,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천이삭센터,이현준열사추모사업회,인천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인천장애우원익문제연구소,인천장애인부모연대,일산햇빛촌장애인자립생활센터,작은자야간학교,장애여성공감,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장애인문화공간,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장애인배움터한울야간학교,장애인자립생활센터’판’,장애인자립선언,장애인지역공동쳬,장애인푸른아우성,장애해방열사단,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남지부,전국장애인부모연대전북지부,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사)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경기지부,전남장애인여성연대,전북주거복지센터,전북중증장애인자립생활연대군산시지회,전북평화와인권연대,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중구주민회,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진주참샘중증장애인자립지원센터,진해장애인자립생활센터,참다움장애인자립생활센터,창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척수장애인자조모임인동초,청원장애인자립생활센터,청주노동인권센터,청주함어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최옥란열사추모사업회,춘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충북여성장애인연대,충북장애인부모회,충북직지장애인자립생활센터,충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틔움장애인복지재단,평화캠프울산지부,포미에마자립생활센터,포천나눔의집장애인자립생활센터,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의회서울지부,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강원지부,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한국정신장애연대,한마음장앤인자립생활센터,한울림장애인자립생활센터,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함세상장애인자립생환센터, 해야장애인자립생활센터,행동하는의사회나눔과열림),전국지방공무원노동조합,전국철도노동조합,전국학생행진,전태일재단,주거권실현을위한국민연합,주거권실현을위한비닐하우스주민연합,중앙행정기관공무원노동조합,지역복지운동단체네크워크(경기복지시민연대,관안사회복지,광주복지공감+,광진주민연대,구로건강복지센터,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복지세상을열어가는시민모임,부산사회복지연대, 서울복지시민연대, 우리복지시민연합,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사)전북희망나눔재단,참여연대,평화주민사랑방,행동하는복지연합),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경기북부참여연대,광주참여자치21,대구참여연대,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마창진참여자치시민 연대,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순천참여자치시민연대,여수시민협,울산시민연대,제주참여환경연대,참여연대,참여와자치를위한춘천시민연대,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충남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평택참여자치시민연대,평화와참여로가는인천연대,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천주교인권위원회,추모연대,통일광장,평등교육실현학부모회,학벌없는사회,학술단체협의회,한국노총 공무원노동조합연맹, 한국노총 교사노동조합연맹, 한국노총 전국공공노동조합연맹,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국백혈병환우회,한국비정규센터,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한국주민운동정보교육원,한국지역자활센터협회,한국진보연대,한국청년연대,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향린교회,현장실천사회변혁노동자전선,홈리스행동,흥사단교육운동본부,희망 먹거리네트워크

(아프면 쉴 권리 가입단체 전체)간호와돌봄을바꾸는시민행동,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한사회를위한약사회, 공감직업환경의학센터,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노동건강연대, 노동자권리연구소, 노동환경건강연구소, 다른몸들, 대한불교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법률원,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 반월시화공단노동조합월담, 보건의료단체연합, 사람과환경연구소, (사)김용균재단, (사)보건복지자원연구원, (사)시민건강연구소, 생명안전 시민넷,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일과건강,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의료연대본부,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라이더유니온지부,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전국요양보호사협회, 전남노동권익센터,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한국비정규교수노조, 한국사회적의료기관연합회, 향남공감의원, 화성노동안전네트워크

(한국중증질환 연합회)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한국췌장암환우회, 한국루게릭연맹회, 한국다발골수종환우회, 한국식도암환우회, 한국중증아토피연합회

금, 2025/11/21-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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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비 폭등, 건강보험 재정 파탄! 영리 플랫폼 전면 금지하라!

 

더불어민주당이 원격의료(비대면진료) 허용 의료법 개정을 올 9월 정기국회 중점처리법안으로 선정했다. 국회에는 4건의 의료법 개정안이 상정돼 논의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 및 환자단체들은 불가피할 때 ‘비대면’으로 진료하는 것을 반대하지 않는다. 예컨대 팬데믹 시기 한시적 원격의료는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문제는 영리 기업인 플랫폼들이 원격의료를 빌미로 의료에 진출하려 한다는 데 있다.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은 ‘의료산업 선진화’라며 매우 오래 전부터 원격의료를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그래서 ‘복지부는 보건산업부’ 운운한 윤석열 정권도 그토록 원격의료에 목맸던 것이다. 애초 취약한 조건에 놓인 환자의 고통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윤 정부는 ‘디지털 헬스 산업 육성’ 등 기업의 새로운 이윤 추구 수단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할 목적임을 숨기지 않았다.

 

초진이냐 재진이냐 등보다 더 핵심은 민간 영리 플랫폼 진입 허용 문제이다. 이번에 여당이 법제화에 속도를 내면서 이 문제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는 다음과 같이 입장을 명확히 한다.

 

첫째, 영리 플랫폼 허용은 매우 위험한 의료 민영화다.

 

민간 기업이 의료기관과 환자 전체를 대상으로 중개업을 할 수 있게 되면 의료 공급에서 핵심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면 한국 의료 전체에 엄청난 변화와 문제를 일으키게 될 것이다.

 

의료 플랫폼은 운수업과 요식업 등 여타 산업이 그렇듯 일감을 결정하는 ‘갑’의 위치에 설 수 있고, 다른 산업들에서 보듯 알고리즘을 통한 지배를 통해 의료 행위의 양태를 사실상 결정할 수 있다. 누구나 누려야 할 공공재인 의료에서 ‘배달의민족’이나 ‘카카오택시’가 등장했을 때의 위험과 여파는 다른 산업과 비교할 수 없이 심각할 것이다.

 

수년간 이미 플랫폼들은 시범사업에서 여러 상업적·비윤리적 진료를 유발했다. 상업 플랫폼의 특성에서 비롯한 부작용이었다. 플랫폼을 법으로 묶어 놓으면 문제가 줄어들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플랫폼이 제도화해 수익 추구에 나서면 의료기관들을 경쟁하게 해 과잉진료를 부추기고 공공성을 훼손하는 ‘구조적’ 문제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제도 밖에 통제받지 않아 생기는 임시적 부작용보다도 더 클 것이다.

 

둘째, 의료비를 인상시키고 건강보험 재정을 파탄낼 것이다.

 

지금도 원격의료는 대면진료 수가(가격)의 130%를 받고 있다. 플랫폼은 결국 수익 모델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중개 수수료는 수가 인상으로 해결한다는 것이 윤석열 정부의 기조였다. 그 결정이 이어져 130% 시범사업 수가가 지금껏 유지되고 있다.

 

결국 플랫폼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환자 의료비가 인상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별다른 혁신도, 기술도 아닌 화상 앱을 활용한 지대추구 행위에 불과한 플랫폼 기업에 왜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의 의료비를 쏟아 돈벌이를 허용해 줘야 하는가. 기업 입장에선 눈독들이지 않을 리 없는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이지만 대다수 서민들에게는 득 될 것이 없다. 비대면 진료가 정말 꼭 필요한 영역이 있다면 정부가 공공플랫폼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의료 전반을 아우르는 거대 플랫폼의 등장은 미국식 의료제도로 이어질 것이다.

 

플랫폼의 등장은 실로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플랫폼은 결국 관련 산업계를 지배하는 현상이 일반적인데 의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의료 플랫폼도 결국 대자본이, 그 중 민영보험사가 독점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보험사들이 원격 플랫폼을 인수합병하거나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은 이미 ‘건강관리서비스’도 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처럼 기업(민영보험사)이 건강관리에서부터 시작해서 의료기관을 사실상 통제하고 제약업까지 연결해 약 배송을 하는 수직계열화가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이것이다. 의료에서 원칙적으로 영리병원이 금지되어 있듯이, 원격의료도 영리 기업의 참여를 금지해야 한다. 정부와 산업계는 외국 사례를 운운하지만 캐나다, 영국, 미국 등도 기업에 원격의료를 허용한 이후 과잉진료 등 의료의 상업성이 증가했고, 공적 시스템은 훼손됐다. 의료 인력은 영리성 짙은 영역으로 유출됐으며 공적 보험 재정은 심각한 문제를 겪었다. 이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도서벽지와 취약지 주민들,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과 중증 환자, 휴일과 야간에 진료가 필요한 시민들을 위해서는 정부가 공공의료기관과 약국을 설립, 운영하고 공공적 상담시스템을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 원격의료는 결코 이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영리 플랫폼 도입은 실로 심각한 민영화다. 윤석열 정권과의 단절을 표방한 이재명 정부와 여당은 영리 플랫폼 진입 금지를 분명히 해, 자신을 지지한 노동자‧서민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말아야 한다.

 

 

 

2025년 9월 11일

의료민영화저지와무상의료실현을위한운동본부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노동건강연대,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건강세상네트워크,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전국농민회총연맹,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국여성연대,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전철연),전국빈민연합(전노련,빈철련),노점노동연대,참여연대,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사회진보연대,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일산병원노동조합,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행동하는의사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전국공공연대노동조합연맹,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건강정책참여연구소,민중과함께하는한의계진료모임길벗,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발언문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팀장

 

안녕하세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활동하는 전은경 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의정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인해 한시적으로 허용된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게 위한 움직임이 본격 감지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안전하고 편리한 비대면진료의 법적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의료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민생안정 법안이라고 합니다. 정말로 그런가요?

 

지난 18대 국회에서부터 원격진료(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이 계속해서 발의되었지만 통과되지 못한 이유가 있습니다. 원격진료의 안전성에 대한 검증이 부족하고, 진료 결과에는 누가 책임지는지 알 수가 없으며, 대형병원 쏠림을 조장하는데다가, 의료영리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22대 국회에서 또 다시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개정안들이 발의되고, 여당의 중점처리법안이 되었습니다.

 

비대면 진료는 대면진료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비대면진료를 통해 마약류 처방이 급증하자 복지부가 시급히 지침으로 처방을 금지한 사례가 보여주듯 안전하지 않고, 불법적인 의료를 키우는 경로가 되고 있습니다. 수수료·광고 경쟁이 붙는 상황에서 환자 유인행위, 과잉진료가 늘어날 것이라는 사실은 불보듯 뻔합니다.

 

민간 비대면 진료 중계 플랫폼 운영자가 진료 관련한 개인 정보와 의료기록을 보유, 관리해도 괜찮을지 믿기 어렵습니다. 이동통신3사의 해킹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환자의 의료정보를 나눠가진 비대면진료3사의 해킹 사건은 생기지 않을 것인지, 약학정보원처럼 외국 회사에 정보를 팔지는 않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규모 자본을 가진 기업들이 의료시장을 새로운 먹거리로 삼을 경우, 한국 의료의 공공성은 더욱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이미 대기업의 병원 진출은 의료를 공공재가 아닌 수익 창출의 상품으로 전락시켜 왔습니다. 비대면 진료가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다면, 한국 의료가 공공성을 상실하고 시장 논리에 종속되는 속도는 한층 더 빨라질 것입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16개의 비대면진료 중계플랫폼이 운영되고 있지만, 현재 영업중인 다수의 온라인플랫폼이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습니다. 실제로 비대면진료 중계플랫폼을 통한 의료광고, 환자의 의료기관 선택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거나 과도한 경쟁을 유도하는 등의 부당행위 등이 국정감사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비대면진료 중개 플랫폼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시범사업으로 무리하게 확대한 탓에 비대면진료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고, 위반 시 제재할 근거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추진되는 비대면진료 제도화는 정작 의료가 절실한 이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불필요하고 위험한 진료에 자원을 낭비하게 만들 위험이 큽니다. 이는 국민이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의료와 돌봄을 통합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정부 정책의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됩니다.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돌봄통합지원법」의 안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차의료의 전면적 강화가 요구됩니다. 그런데도 인력 확충은 외면한 채, 전국 어디서든 비대면진료를 가능케 하는 법제화를 서둘러 추진하는 것은 명백히 앞뒤가 맞지 않는 조치입니다.

 

정부여당은 영리 플랫폼을 허용해 기업 돈벌이를 돕고 의료를 상업화시키는 비대면진료 법제화를 즉각 중단하십시오. 지금 정부여당이 할 일은 비대면진료의 법제화가 아니라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 통합돌봄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일차의료 강화에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권, 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돌봄이 결합된 미래지향적 보건의료를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일차의료의 강화이고, 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랍니다.

 

 

김성주 대표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입장문

 

암환자의 안전과 권익은 어떤 정책보다 우선되어야 합니다. 원격의료 법제화는 암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원격의료(비대면진료) 허용을 9월 정기국회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합니다. 원격의료는 편의성을 내세우지만, 암환자에게는 오히려 안전과 치료 연속성을 해칠 위험이 큽니다.

 

1. 대면 진료가 암환자의 생명을 지킵니다

항암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과 합병증은 세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영상통화로는 정확한 진단이 어렵고, 오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암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편의가 아니라 정확한 대면 진료입니다.

 

2. 약 배송은 환자 안전을 위협합니다

항암제와 보조약물은 복용량과 부작용 관리가 까다롭습니다. 택배 배송으로는 부작용이나 상호작용을 제때 확인할 수 없어 치료가 중단되거나 악화될 수 있습니다. 대면 복약지도는 암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3. 원격의료는 환자 부담을 늘립니다

원격진료 수가가 대면보다 높아(130%) 환자 의료비와 건강보험 재정이 더 늘어납니다. 이미 높은 치료비로 고통받는 암환자에게 이는 또 다른 부담이 됩니다.

 

4. 필요한 것은 공공적 지원입니다

암환자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원격의료가 아니라,지역 공공 암센터 확충, 방문진료와 돌봄 서비스 확대, 교통 지원 등 현실적 대책입니다.

 

원격의료는 암환자의 권익을 보장하기보다 새로운 위험을 낳을 뿐입니다. 국회와 정부는 암환자의 현실과 목소리를 최우선에 두고, 원격의료 법제화를 중단하며 공공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2025년 9월11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 김성주

 

 

강성권 건강보험노조 중앙정책위원

건강보험재정은 화수분이 아닙니다. 국민의 피와 땀으로 조성된 건강보험재정은 국민들이 병원비 걱정 없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2000년 의학분업으로 인한 건강보험재정 파탄 이후 2002년 건강보험재정특별화법이 재정되어 건강보험 정부지원이 법제화된 이후 단 한차례도 법에 명시된 국가책임을 완수한 정부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메르스나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재난상황에 국고가 아닌 건강보험재정을 사용하고 이 또한 반납하지 않았으며 윤석열 정부의 의대정원확대로 촉발된 의료대란에도 정부는 의사달래기용, 대형병원 적자보존을 위해 3조원이 넘는 건강보험재정을 사용했습니다.

 

이뿐만 아닙니다. 정부는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건강보험재정에 악영향을 끼치는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에 시작한 비대면 진료는 의료의 안정성 문제로 의사들도 반대했던 정책으로 이후 의협이 요구한 의료수가 130%가산을 전제로 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의협은 2022년 자체보고서를 통해서 비대면진료를 시행하는 국가 대부분이 대면수가와 비대면 수가가 동일함을 이야기하면서 유독 우리나라는 수가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진료는 그동안 노동시민사회에서 꾸준히 문제 제기한 의료민영화 정책으로 영리플랫폼업체의 시장진입으로 개인정보유출 우려와 비급여시장의 확대, 국민 진료비증가로 이어지고 건강보험재정에 악영향끼치는 정책입니다.

 

정부는 2030년 건강보험재정 고갈을 예측했고 이는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생산인구 감소와 노인진료비 증가로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에 정부는 대표적인 의료민영화 정책인 비급여진료를 실시하는 것도 모잘라 수가를 130% 가산하는 모순된 정책을 법제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대면 진료로 인해 지출된 금액이 2조5천억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비대면 진료에 목적으로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격오지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시민단체인 “약사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이 지난 8월8일 발표한 대국민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비대면진료를 주로 이용하는 계층이 격오지에 거주하는 노인세대가 아닌 스마트기기에 익숙한 대도시 젊은세대로 나타나 정부가 이야기하는 취지에도 맞지 않습니다.

 

정부는 이제라도 비대면 진료의 법제화가 아닌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지방에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건강보험 정부지원을 강화해 보장성을 확대하는 국가책임강화 정책을 실시해야 합니다.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은 의료민영화를 저지하고 국민들이 진료비 걱정 없이 마음 편히 병원가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회장 박현진입니다.

저는 정부가 의료취약지 해소책으로 지속적으로 제시하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가 실질적인 해답이 될 수 없는 이유, 그리고 오히려 지역의 의료 기반을 붕괴시킬 위험성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정부나 산업계는 비대면 진료가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대안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의사 인력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서 비대면 진료가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희가 2025년 7월, 전국 읍·면 지역 거주자 50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실태조사 결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읍면 지역에 사시는분의 약 60%는 스마트폰 앱 기반의 서비스 자체를 사용해본 적이 없으며,비대면 진료를 이용해본 적 있는 사람은 전체의 약5%, 60대 이상 응답자 중에서는 2.5%에 불과했습니다.

즉, 비대면 진료는 의료취약지의 현실과는 전혀 맞지 않는 정책입니다.

접근성을 강화하겠다는 정책이 정작 접근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 아닙니까?

해당 지역 주민들의 상당수는 고령층이며, 디지털 접근성 자체가 낮습니다. 스마트폰 사용률, 데이터 이용률, 앱 설치 능력 모두 떨어지며, 기술이 ‘있다’는 것과 ‘쓸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또한, 이 조사에서 드러난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의료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병·의원 및 약국의 존재가 여전히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응답자의 대부분이 “비대면 진료보다 지역 병의원과 약국이 존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응답했습니다.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면 병의원이나 약국이 없어져도 괜찮다”고 답한 비율은 극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이 수치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병원이 가까이 있는 것’에서 안심을 얻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의료취약지에서는 말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비대면 진료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지역 병·의원과 약국의 수익 악화는 불가피하고, 이는 곧 폐업과 의료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 오프라인 은행 점포가 사라지면서 고령층의 금융 접근성이 악화된 사례, 디지털로 변화하는 시대 속에 길에서 지나가는 택시를 잡기 힘들다거나 기차를 예약하지 못해 이동권이 침해된 사례를 우리는 이미 경험하고 있습니다.

디지털이 오히려 취약층을 더 취약하게 만든다는 것, 이 단순한 진실을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결국 지금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공공의료의 복원입니다.

읍면지역 거주하시는 분들이 가장 원한 것은 공공병원과 공공약국의 설립이었습니다.

공공병원 설립 공공약국 설립이 높은 지지를 받았습니다.

비대면 진료 확대는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국민은 플랫폼보다 병원을 원하고, 앱보다 사람을 원합니다.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보건의료로 전환해야 합니다.

 

누구를 위한 비대면 진료입니까?

실제로 필요한 사람은 사용하지 못하고, 오히려 병원과 약국을 무너뜨리는 이 정책이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그리고 지난 3년간 영리목적으로 운영되는 사설 플랫폼이 어떻게 한국의 보건의료를 망가뜨릴 수 있는지 적나라하게 지켜보지 않았습니까?

저는 약사이자 아이셋을 키우는 아버지입니다. 그런 저조차도 제 아이가 새벽에 휴일에 경련을 하고 고통 받을때 필요한건 당장 찾아갈 수 있는 응급실이었지 비대면 진료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기술이 아니라, 접근 가능한 사람과 공간을 원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영리형 플랫폼이 아닌, 공공의료 인프라의 확충입니다.

정부는 의료취약지의 의료공백을 비대면 진료로 채우겠다는 착각을 멈추고, 공공보건의 실질적 강화로 방향을 전환해야 합니다.

이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자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

원격의료를 도입하자는 사람들이 늘 하는 이야기 중 하나는 우리나라만 과도한 규제에 묶여 있다는 것입니다. 기술발전으로 외국은 자연스레 문제 없이 다 하는데 왜 한국만 못 하냐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외국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봐야 합니다. 캐나다도 코로나19를 계기로 원격의료를 허용했는데, 공공시스템에서 책임지는 게 아니라 민간에 맡겨 버렸습니다. 민간부문은 돈벌이를 위해서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남발했고, 그런데도 그렇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이 생기니 자원과 인력이 이 영리부문으로 몰리면서 공공의 대기줄은 더 길어졌습니다. 의료는 건강하고 부유한 환자들한테 집중됐고, 가난한 사람들, 디지털기술이 익숙하지 않은 취약한 사람들이 오히려 배제됐습니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무상으로 의료를 제공받는다는 캐나다 의료 원칙은 원격의료로 인해서 붕괴되고 있습니다.

영국도 공공시스템이 갖춰진 나라인데, 원격의료는 영리기업에게 허용을 했습니다. 이 원격 플랫폼도 젊고 건강한 환자들만 가입시켜서 돈벌이를 했습니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동안 환자의 85% 이상이 20세에서 39세였습니다. 영국은 의료기관이 환자 1인당 일정 비용을 받는 체계인데 (인두제) 큰 비용이 들지 않는 건강한 환자를 민간 플랫폼과 연계한 의료기관이 다 끌어가면서 다른 NHS 국영 의료 부분은 재정난을 겪게 됐습니다.

이미 의료민영화가 많이 진행된 미국에서도 영리 플랫폼이 원격의료를 하면서 상황이 더 안 좋아졌습니다. 미국 플랫폼은 수익을 늘리려고 짧은 시간 더 많은 환자를 보라고 의료인을 종용했고, 플랫폼이 투자한 온라인 약국의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도 과다처방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환자 의료정보를 페이스북, 구글, 틱톡 같은 곳에 팔아넘겼습니다.

원격의료가 고도의 디지털 기술을 요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소한 기술인데 사실상 자본을 이용해서 환자 중개를 독점하고 나면 배달의민족이나 카카오택시처럼 관련된 산업을 독점하거나 좌지우지할 수 있습니다. 공공재이고 생명을 다루는 의료에서 이런 문제가 생기면 정말 심각하게 될것입니다.

당장은 비윤리적이고 상업적 과다 의료행위의 증가를 낳을 것이고, 의료비 인상, 보험료인상이 뒤따를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단순히 기업이 수수료로 이익을 챙기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게 될 것입니다. 우선 지역의료가 더 붕괴할 것입니다. 왜냐면 더 많은 자원과 인력이 영리부문으로 쏠리게 될것이기 때문입니다.

건강보험 재정이 매우 큰 타격을 받음과 동시에, 민영보험사가 플랫폼을 장악하면서 민영보험이 의료 공급망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될 것입니다. 전국민 건강보험체계가 위험해질 거고 이것은 결국 미국과 유사한 형태로 의료를 변화시킬 것입니다.

산업계는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휴일과 야간에 아플때 갈수 있는 병의원 약국, 공공적인 의료상담 시스템이 필요하고, 지역 오지에 응급환자를 볼수 있는 의료 인프라가 필요한 것이지, 원격의료가 이런 영역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제가 섬에서 일하다 나온 의사입니다. 원격의료 약배송? 아무 쓸모 없습니다. 보건소가 있고 약국이 있는데 왜 필요하겠습니까. 작은 섬에도 간호사가 운영하는 보건진료소가 있습니다.

산업계가 오해를 유발하는데 대도시에 있는 전문의와 섬에 있는 의료인이 중증환자를 두고 협진하는 건 지금 의료법으로도 허용돼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왜 중증환자 협진이 아니라 경증을 포함한 환자 직접진료를 중개하려고 하느냐 그것은 의료공급망을 장악하려는 의도입니다.

정작 필요한건 도서벽지에 응급의료 시스템이 없다는 것입니다. 인력과 자원이 필요하고 응급 헬기가 충원돼야 하는데 그게 없어서 환자들은 죽어가고 불안에 떨고 있는데 원격의료를 하겠다며 도서벽지 운운하는 건 이 사람들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의료민영화를 위해 추진되는 원격의료를 멈춰야 히고 국회는 영리 플랫폼을 금지해야 합니다

목, 2025/09/11-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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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어사 한국지사 홈페이지 화면
▲  고어사 한국지사 홈페이지 화면
ⓒ 고어사 홈페이지 갈무리

고어사 인공혈관 공급 중단 사태는 결국 임시 공급 재개 결정으로 봉합됐다. 선천성 심장병은 수술만 하면 거의 완치가 가능함에도 재료공급 중단으로 수술을 못하게 돼 많은 사람들이 참담함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비판의 대상과 해결방법을 둘러싸고 의견이 크게 엇갈렸다.

첫째는 고어사의 비윤리적 행태를 비판하는 주장이 있었다. 이런 반응에 힘입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5월에 열릴 세계보건기구(WHO) 총회에서 의약품·의료기기 독과점 횡포에 대해 문제제기 하겠다고 했다. 둘째는 정부의 저수가 정책과 과도한 규제에 주된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입장을 조직적으로 밝히고 있는 곳은 의료계다. 심지어 바른의료연구소라는 단체는 독과점이 아니라 정부 횡포가 문제라며 WHO에 서한을 보냈다.

과연 환자를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독과점 횡포 규제와 수가인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이번 일을 두고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왜 잘못이냐는 주장이 보수적 의료인과 의료기기 회사들에서 횡행했다. 적정 수가가 어느 수준이어야 하는지는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고어사 인공혈관 가격(2017년 10월 한국 시장 철수 당시 약 46만 원)은 우리와 보험제도가 비슷한 대만 수준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또 제조공정 관리 체계는 유럽보다 훨씬 느슨했다. 따라서 취득한 허가를 취소하면서까지 아이들의 심장수술을 중단시킨 고어사의 행태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되기 어렵다.

특히 독점기업은 ‘저수가’일 때만 가격협박을 하지 않는다. 한 달에 300~450만 원의 약값을 요구한 글리벡 사태, 기존가격 대비 500% 인상을 요구한 리피오돌 사태가 그랬다. 미국에서는 전 헤지펀드 매니저가 지난 60여년 간 에이즈 환자에게 사용된 항생제 특허를 구입해 한 알당 1만 6천 원이었던 약을 90만 원에 판매한 사건까지도 있었다. 이는 ‘더 많은 이윤’만이 생명 산업의 목적이라는 것을 보여줘 왔다.

이번 경우만 봐도 한국은 미국과 의료보험 체계가 근본적으로 다르고 구매력 차이가 큰 데도 고어사는 미국시장과 동일한 가격(약 80만 원)을 요구했다. 결국 ‘인질극’에 성공한 그들은 임시가격이지만, 미국보다도 2배 가까이 높은 개당 137만 원을 챙겼다.

‘이윤보다 생명’ 그걸 무시할 수 있나

일부는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주장을 조롱한다. 그러나 의약품의 경우 ‘강제실시’가 전 세계적으로 인정된 고려사항일 정도로, 기업 이윤보다 생명권이 우선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WHO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에 따르면 공공적 목적을 위해 특허권을 침해하는 것이 허용된다.

문제는 생명권을 무시하는 이런 기업 옹호 논리의 핵심 진원지가 의료계였다는 점이다. 일각의 의료계는 이 불행한 사태를 한국 의료제도 전반의 ‘저수가’가 문제라는 해묵은 주장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했다. ‘낮은 의료비 때문에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은 가처분 소득의 10% 이상을 병원비에 쓰는 ‘재난적 의료비’ 가구가 44만 세대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는 거다. 의료비가 낮아 의사들이 살기 어렵다는 주장에 많은 국민들은 귀를 의심할 것이다. 무엇보다 특정 치료 재료의 가격 논란과 한국의료의 ‘저수가’ 주장을 결부해 기업의 어린이 인질극을 옹호해서는 곤란하다.

수가논쟁은 향후 이런 사태를 막는 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본질적인 질문은 국가에 기업이윤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있느냐에 던져져야 한다. 고어사라 할지라도 강력한 ‘강제실시’와 같은 의료규제를 가지고 있는 유럽 국가들에 차마 이런 협박을 벌이지는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보상금액이 아니라 기업이윤을 제한할 수 있는 장치가 존재하는지가 핵심 문제였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참석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정부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독점기업이 문제더라도 제대로 사태파악을 하고 협상에 나서 재고부족 사태를 방지했어야 했다. 인공혈관은 수요가 많지 않아 재료비 인하로 아낄 수 있는 재원도 얼마 되지 않는다. 관료적 행정편의주의를 유지하다가 사태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은 국민의 생명과 관련된 문제에 무관심한 결과라고밖에 볼 수 없다.또 무능보다 심각한 것은 정부의 모순적 태도였다. 심장병 어린이들에 무심했던 정부가 우선순위를 뒀던 것은 의료기기 규제완화로 인한 경제성장이었다. 지난해 7월 ‘혁신성장을 위한 의료기기 산업육성 방안’을 내놓은 이래 정부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을 위한 퍼주기 정책에 혈안이 돼 있다.

의료기기 회사들이 제품을 내놓기 전에 거쳐야 할 안전·효과 평가가 있는데, 업체들이 이 제도가 부담스럽다고 하자 정부는 ‘하지 않기로’ 했다. 과장이 아니다. 체외진단기기는 올해 말부터 기술평가 면제 예정이다. AI, 로봇, 3D프린팅을 이용한 의료기기는 과학적 근거가 없어도 통과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됐다. 이제 로봇수술은 조심하라고 권하고 싶다. 진단결과도 의심해봐야 할지 모른다. 정부는 이런 엉터리 의료기기에 수가 인상도 해주겠다는 계획이다. 이유는 경제성장과 세계시장에서의 돈벌이 때문이라고 한다.

정부는 심각한 자기모순에 빠져있다. 동네 깡패들의 온갖 횡포에는 유착해 지원하면서 옆 마을 깡패 하나가 들어와 벌이는 인질극에는 타협할 수 없다고 목청 높여 원칙을 외치고 있는 셈이다. 스스로 보여준 무능과 모순적 정책방향을 감추기 위해 국민들을 향한 의도된 연출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정부가 진정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다면 희귀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의약품과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공공적 투자로 필요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이것이 진정 ‘독과점 기업의 횡포’에 맞설 길이다. 또한 보건의료에서 정부가 그토록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혁신을 이룰 방법이다. 근거 없는 의약품과 의료기기를 ‘혁신’과 ‘첨단’으로 포장하는 일은 그만둬야 한다.

근거 없는 ‘혁신’과 ‘첨단’

사태가 진행되는 동안 정부와 이해당사자들의 발언에는 정치적 의도가 담긴 프레임만 무성했고 그 결과 해결을 위한 진지한 논의는 가로막혀 왔다. 진정 시민들이 주체가 되는 공론장이 열려야 대안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물론 쉬운 문제는 아니다. 강제실시와 공공제약사 설립이라는 대안이 있는 의약품 접근권 문제와 달리, 치료재료는 손쉽게 재현해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세계적 의료 상업화 드라이브 속에 새로운 의료기술을 어떻게 적용하고 누가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어려운 질문에도 우리는 계속해 맞닥뜨릴 수밖에 없게 되었다. 평범하지만 답은 하나다. 시장만능주의를 거부하고 우리의 삶을 지켜내기 위한 공공적 기반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 그리고 세계 시민들과의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당장은 전 세계 환자들의 생명을 함께 위협할 의료기기 규제 파괴 정책에 맞서는 것이 시민들의 당면한 과제다. 나아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강한 의료규제를 마련하도록 정부에 요구해야 한다. 그래야 돈벌이 기업의 독점권에 맞서 우리의 생명을 지켜낼 수 있다.

목, 2019/04/18-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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