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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안전’의 속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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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안전’의 속임수

익명 (미확인) | 목, 2015/07/02- 19:31

양정미 씨는 올해 세 살 난 아들을 둔 젊은 엄마이자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에 반대하는 부산시민입니다. 이진섭 씨는 아내, 어머니, 자신 등이 암에 걸렸고, 작년 말 고리 핵발전소와 아내의 갑상선 암 발병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부산지법의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부산 해수담수화 시설에 대한 현지 취재 과정에서 두 사람을 만나 긴 대화를 나눴습니다. 양 씨와 이 씨가 우려하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혹시 소심한 시민들의 기우가 아닐까요? 시청자 여러분의 판단을 구합니다.

<양정미 씨의 이야기> “언니 방송 안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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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어느 날이었어요. 평소처럼 어린이집에서 강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해운대 쪽에 사는 동생한테 전화가 왔더라구요. 받았더니 갑자기 엉뚱한 소리를 해요. 언니, 언니네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 먹게 된다면서? 그게 무슨 소리냐고 하니까, 방송 안 봤냐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 들어가서 검색을 해봤더니 짧은 뉴스 하나가 있었어요. 부산 기장군하고 해운대구 송정동 쪽에 바닷물로 만든 수돗물을 공급할 거라고… 정말이더라고요. 그 해수담수화 공장을 2010년부터 지었다는데 그 때 처음 알았어요.

작년에 균도 아버님(이진섭 씨) 소송이 있었잖아요. 고리 핵발전소 근처에 살면 갑상선암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는 걸 법원이 인정했으니 주위에서도 엄청 떠들썩 했죠. 나야 얼마나 살까 싶지만 우리 강희 생각하면 기장을 떠나야 하나 싶기도 하고, 고민이 많았어요. 근데 갑자기 바닷물로 만든 물을 먹으라고? 그 바닷물은 고리 핵발전소에서 내보내는 방사성 물질들 흘러들어오는 그 바닷물이잖아요.

진짜? 왜? 우리가 먹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 물을 먹어야 하는데? 마음이 복잡했어요. 그날 밤까지 그 생각을 하면서 잠든 애 얼굴을 보는데… 나는 괜찮은데 우리 강희한테는 못 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우리 애가 미숙아로 태어났잖아요. 임신 중 유산에, 태어났는데 사산까지 거쳐서 세 번째로 정말 어렵게 얻은 아이인데 27주만에 세상 빛을 봤죠. 애 아빠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애기를 받아들고서 얼마나 걱정을 하고 울었는지 몰라요. 그래도 의사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3년만 버티면 그 다음부터는 괜찮을 거라고요. 그때부터 쭉 이 마음으로 살았어요. 강희야, 엄마가 너 지켜줄 거야.

그래서 집 밖에도 거의 못 나가고, 인스턴트 같은 거 하나도 안 먹이고 그렇게 세 살까지 키웠어요. 이제 좀 괜찮겠다 싶었죠. 그런데 갑자기 핵발전소 근처에서 만든 물을 공급하겠다는 거예요. 이건 그냥 틀면 나오는 거니까 먹고 씻고 할 때 쓸 수밖에 없잖아요. 그 때부터 이게 정말 안전한가, 여기 저기 알아보고 다녔죠. 부산시가 안전하다고 내세우는 근거들이 몇 개 있는데 정말인가 좀 따져보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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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에서 여러 차례 한 얘기가 그거였어요. NSF라고, 미국에 국제위생재단이라는 공신력있는 검사기관이 있대요. 거기서 해수담수화 물을 들고가서 방사성 물질을 58가지나 검사했는데 하나도 안 나왔다는 거예요. NSF가 품질을 보장했으니 안전한 수돗물이라는 거죠.

아무래도 뭔가 찜찜해서 직접 NSF 한국지사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어요. 부산에 해수담수화 공장에서 만든 물이 정말 안전한 물이라고 거기에서 보장하느냐구요. 그랬더니 부산시하고는 말이 다른 거예요. 자기들은 샘플로 온 물 가지고 검사 한 번 한 거 결과 통보했을 뿐이지 수돗물 자체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거예요. 수돗물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니까 수돗물의 품질을 인증하는 일은 없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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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그러대요. 지금까지 수차례 국내 기관에서도 검사 받았는데 안 좋은 물질들은 다 ‘불검출’이라고 나왔으니 안전하다고요. (불검출은 전문 용어로 ND:not detect라고 한다.) 그럼 정말 그 방사성 물질들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괜히 설레발 친 건가 하고 잠깐 긴장이 탁 풀리기도 했어요. 근데 동국대 의대에 김익중 교수님이라고, 방사성 물질에 대해 잘 아시는 분 얘기는 또 다르더라구요. ‘불검출’이라는 말이 물질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래요. 기계가 검사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는데, 그거 이하로 나오면 그냥 ‘불검출’이라고 읽는다는 거예요. 물질이 없는 게 아니라 찾아내질 못해서 불검출 인거죠.

균도 아버님이나 다른 갑상선암 걸리신 기장의 어머님들 보면 참 걱정스러워요. 지금까지 고리 핵발전소에서 늘 기준치 이하로 안전하게 방사성 폐기물 처리하고 있으니 안심하라고 했잖아요. 근데 지금 이렇게 핵발전소 근처에서 살아서 암 걸린 사람들이 속속 나오고 있어요.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도 문젠데, 앞으로 식수에까지 그렇게 “미량이라서 괜찮다”고 하는 수준으로 자꾸 먹고, 또 먹고 하면 그게 문제가 되지 말란 법이 어디있어요.

기장시장 앞에서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양정미 씨

▲ 기장시장 앞에서 주민들에게 서명을 받고 있는 양정미 씨

저 요즘 길거리에서 서명운동을 하고 있어요. 이런 일은 생전 처음이죠. 사실 무척 힘들어요. 하지만 내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강희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아요. 내가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 한 사람이라도 더 서명받으면 물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매일 이러고 있거든요. 오후 한시 되면 저는 늘 기장시장 앞으로 나갑니다.

<이진섭 씨의 이야기> “왜 하필 여기냐는 거예요.”

저한테 기장은 제 2의 고향 같은 곳입니다. 원래 부산이 고향인데 거기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기장에 들어와서 조그마한 가구 무역 회사를 시작했어요. 장사가 꽤 잘 돼서 한 때 기장에서 손꼽힐 만큼 큰 돈도 좀 만졌습니다. 그러다 IMF와서 다들 망할 때 말아먹고 그 때부터 택시를 몰았죠.

90년에 기장 들어왔는데 2년인가 있다가 첫 아들 균도를 낳았어요. 균도가 두 살 땐가, 행동이 좀 다른 애들하고 다른 것 같아서 병원 여러 곳을 다녔는데… 알고 보니 애가 자폐성 장애가 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균도와 아빠 이진섭 씨

▲ 균도와 아빠 이진섭 씨

그래도 균도하고는 재밌게 잘 살았습니다. 녀석이 말이 좀 늦되고 가끔 과잉행동을 한 달 뿐이지, 기분 좋을 땐 싹싹하고 사람들한테도 잘합니다. 녀석이 번번히 학교에서 쫓겨나고 장애 정도가 심하다고 시설에서도 밀려나고 그러는 걸 보다가 안 되겠어서 제가 장애인 인권 운동을 시작하기도 했죠. 녀석은 여전히 제 보배입니다.

애가 장애가 있어도 착하고 예쁘니까 그냥 그렇게 살면 되겠다 싶었는데, 어느 날엔가 저희 어머니가 갑상선암에 걸리셨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때가 시작이었습니다. 아내도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거예요. 유독 이 지역에 갑상선암 수술한 사람이 많긴 합니다만, 막상 내 가족이 그렇게 되고 나니 정말 충격이 컸어요. 그리고 저도 결국, 직장암 진단을 받았습니다.

왼쪽이 이진섭 씨, 그리고 아들 균도와 엄마 박 씨

▲ 왼쪽이 이진섭 씨, 그리고 아들 균도와 엄마 박 씨

저는 가족들이 이렇게 다 아프게 된게 고리 핵발전소 때문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우리 가족 다들 고리원전 10km 안팎에 90년대부터 쭉 살아왔으니까요. 물론 고리 핵발전소는 늘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물질만 배출하고 있으니 건강에 무해하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럼 핵발전소 주변 5~30km 거리에 사는 사람들이 다른 지역보다 1.8배 더 많이 갑상선암에 걸린 이유를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겁니까. 그런데 지금 또, 핵발전소의 방사성 폐기물이 흘러드는 바다에서 수돗물을 만들어서 기장하고 송정에 넣겠다는 겁니다.

그것 때문에 요즘 또 고민이 많던 차에, 기준치 이하의 적은 방사선도 오래 피폭되면 암을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 이거구나 싶었죠. 그게 이미 학계에선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이론인데 영어로 LNT라고 한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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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물질이 기준치 이하의 적은 양이라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최근에 서울에서 온 어떤 기자가 부산시 수질책임자한테 이 얘기를 물어봤대요. 그랬더니 그 책임자라는 사람이 LNT라는 건 환경단체에서나 주장하는 근거없는 내용이라고 반박을 했다는 거예요.

그런 말을 들으니 내가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정말 그런가 한번 알아봤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그 부산시 책임자 말이 근거 없는 무책임한 말입디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세계보건기구(WHO) 같은 권위 있는 곳에서도 모두 이 LNT 모델을 근거로 방사선 안전에 대한 기준을 만들고 있었어요. 보세요. 이런 자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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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농도의 방사성 물질이 암 발생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연구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의 논문에도 같은 내용이 나옵니다. 여기 써있지 않습니까. 적은 양의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더라도 암이 생길 수 있다는 LNT 모델이 자기들 생각에 가장 합리적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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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한 가지 결론이 나왔습니다. 방사성 물질에 그냥 받아들여도 되는 안전한 선이란 없는 거구나. 설령 99% 안전하다고 하더라도 1% 위험을 수 십년간 겪어야 한다면 위험할 수 있는 거구나. 여기까지 생각하고 보니, 정말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먹는 게 걱정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들어보세요. 저는 해수담수화 시설 자체에 대해서 비판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거 물 부족한 곳에 먹는 물 만들어주는 좋은 기술인 거 다 압니다. 근데 왜 하필 여기냐는 거예요. 왜 핵발전소 코 앞에다 수돗물 만드는 시설을 지어놨냐는 거예요. 이거 우리가 수도 요금 내고 사먹는 물 아닙니까. 깨끗한 물이니 무조건 먹으라는건 아무리 생각해도 용납이 안 됩니다. 한 5년 길게 모니터 해본 뒤 이상 없으면 그때 결정하든, 아니면 정말 주민투표를 해서 당장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든, 부산시는 주민들이 충분히 납득할 만한 대책을 내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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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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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다스 관련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1월 3일. 뉴스타파 취재진은 미국 LA에서 김경준 씨를 만났다. 김경준 씨는 한사코 취재를 거부했다.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자신이 입국한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한국사회며 언론이 자신을 사기꾼 처럼 대하는 것에 심한 거부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경준 씨는 다스 측에 140억 원을 건네며 맺은 비밀합의에 대한 비밀유지 조항 때문에 관련 내용을 언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발언이 오히려 더 큰 변명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했다. 그러나 취재진은 오랜 시간 김경준 씨를 설득했고, 김경준 씨는 BBK설립 부터 미국에서 소송까지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 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지난 16일 밤 법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진모 비서관의 구속을 결정했다. 몇 시간 후인 다음날 새벽에는 이 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을 구속했다. 이날 오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수사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경준 씨는 다스의 190억 원 투자에 대해 “이명박의 지시가 아니었다면 실행되지 못했을 거”라고 증언한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스가 자신의 회사이며 다스를 통해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BBK에 삼성생명이 100억을 투자한 것도 검찰은 삼성생명이 김경준 씨의 능력을 보고 투자했다고 결론내렸지만, 김경준 씨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비상계단을 통해 삼성의 고위 임원을 한시간 가량 면담한 결과 얻어낸 성과”라고 주장했다.

김경준 씨는 옵셔널 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처벌받은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징역 8년에 벌금 100억 원을 선고받았고 지난해 3월 만기출소해 미국으로 강제추방됐다. 지난 2007년 대선 과정에서 김경준 씨가 입국해 구속된 지 10년이 지났다. 그는 10년 간의 형기를 마쳤다.


취재 : 최문호 한상진 송원근 강민수 임보영 김지윤
촬영 : 최형석
편집 : 박서영

수, 2018/01/17-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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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 없거나 지나친 공사” 결론에도 계속 손 벌려
감사원 재조사 검증 외면…국가 예산 낭비 부를 듯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지난 11월 14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제2민사부(재판장 김상호)에서 외견상 쉬 이해하기 어려운 1심 판결이 났다. 2016년 12월 개통한 ‘수서평택고속철(61.1㎞), 동해남부선 부전~일광 전철(28.5㎞)과 나란한 206개 통신선로에 벌인 전력유도대책 공사비’ 3억7202만 원을 피고 KT에게 줄 의무가 없다는 원고 한국철도시설공단의 채무부존재확인 청구가 기각됐다.

KT에게 공사비를 주라는 얘기. 법원 판결은 그러나 2002년부터 2013년까지 경부고속철과 호남선 전철화 구간 등에 1374억 원쯤 들어간 KT 전력유도대책공사가 “필요 없거나 과도했다”는 국민권익위원회·감사원·국회·경기지방경찰청 조사 결과와 어긋났다.

케이티엑스(KTX)나 전철이 지나갈 때 철도와 나란한 반지름 2㎞ 내 KT 집 전화선에 전자가 끌려들어 잡음이 난다며 옛 회선을 차폐 효과가 있는 제품으로 바꾸는 게 통신선로 전력유도대책공사. 시의적절한 공사인지를 두고 수서평택고속철과 부전~일광 전철 관련 항소(12월 1일)에 이어 원주강릉고속철(120.7㎞)을 둘러싼 법정 다툼까지 일어날 것으로 보였다. 이런 흐름에도 불구하고 수원지법은 왜 여러 국가기관과 다른 결론을 냈을까.

KT와 한편이었던 철도시설공단 속사정

수원지법에는 KT 전력유도대책공사가 필요 없었음을 주장하는 데 도움이 될 여러 국가기관의 조사 결과가 제대로 제출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12년 12월 국민권익위원회가 철도시설공단·국립전파연구원·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같은 이해 당사자와 학계 전문가를 모아 잡음전압을 함께 측정한 뒤 내린 “철도 주변 통신선의 전력유도 장애방지대책공사는 불필요하다”는 결론마저 재판부에 제출되지 않았다.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국민권익위 심사 결과 등을 1심)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던 거 같다”며 “(공단은) 현행 고시대로 (전력유도) 사전 대책을 해 보니 제한치를 초과하는 구간이 없기 때문에 (공사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항소심에서 국민권익위 심사 내용이) 필요하면 그것도 다툴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KT 전력유도대책공사가 “필요 없다”는 데 철도시설공단도 공감했으되 재판부에는 증거를 소극적으로 내민 나머지 스스로 이기기 어려운 다툼에 빠져든 셈이다. 이런 모양새는 철도시설공단과 KT가 한편이 돼 공사가 “필요하다”는 쪽에 섰던 내력 때문으로 풀이됐다. 국민권익위가 2012년 12월에 내린 심사 결과를 받아들여 전력유도대책공사가 필요 없다는 쪽에 힘을 보태려면 ‘자기부정’부터 감수해야 하는 처지인 것. 실제로 철도시설공단은 2002년 12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785억 원을 들여 KT와 함께 경부고속철 서울~신동(281㎞) 사이 3553개 통신선로에 전력유도대책공사를 했지만, KTX와 핵심 기술이 비슷한 프랑스 노스떼제베(North TGV)는 350㎞에 걸쳐 6곳에 그쳤다. 이 같은 정황에 비춰 2002년 12월부터 경부고속철에 벌인 KT 전력유도대책공사가 지나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이 일었다. 관련 공사비는 2002년 12월부터 2004년 12월까지 호남선 전철화 때 438억 원, 2004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경부고속철 신동~부산 사이에 114억 원이 더 들어갔다.

63억 원으로 짰던 호남고속철 오송~광주송정(183.1㎞) 사이 공사비가 3억2472만 원으로 94.84%나 줄어든 일도 일어났다. 2010년 9월부터 2013년 4월까지 호남고속철 주변 통신선로 전력유도대책공사를 위해 63억 원을 설계했는데 “필요 없거나 과도한 공사”라는 국민권익위 지적이 나온 뒤 공사비가 8억2844만 원, 3억2472만 원으로 연거푸 줄었다. 철도시설공단과 KT가 논란에 휩싸인 ‘예측계산’ 고시에 기댄 채 적확한 잡음전압 ‘실측 없이’ 공사를 벌인 결과로 보였다.

국민권익위는 이런 흐름을 포괄한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삼아 “업무 관련자의 사기, 업무상 배임 의혹이 있다”며 2013년 2월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업 적절성과 예산 낭비 의혹을 밝히기 위해 감사원에도 사건을 넘겼다. 경기지방경찰청은 국민권익위 의뢰에 따라 수사를 벌여 2013년 9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 아무개 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기소 의견을 달아 수원지방검찰청에 송치하는 등 관련자 부패 의혹이 일었다.

국민권익위는 감사원이 조사 없이 사건을 끝내자 1년 뒤인 2014년 2월 재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 국민권익위는 2013년 2월 4일 “전철 운행에 따른 전력유도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관련자들이 유도전압을 부풀린 의혹이 있어 수사와 감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 국민권익위는 2013년 2월 4일 “전철 운행에 따른 전력유도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관련자들이 유도전압을 부풀린 의혹이 있어 수사와 감사가 필요하다”고 의결했다.

▲ 국민권익위는 2014년 2월 20일 “감사원에서 합리적 사유 없이 (전력유도대책공사 관련 사건을) 종결했다”며 재조사 요구에 뜻을 모았다.

▲ 국민권익위는 2014년 2월 20일 “감사원에서 합리적 사유 없이 (전력유도대책공사 관련 사건을) 종결했다”며 재조사 요구에 뜻을 모았다.

감사원은 국민권익위의 거듭된 조사 요구에도 불구하고 2014년 3월 “(2005년에 벌인) 1차 조사 시 검토한 내용 이외에 새로운 사실관계나 증거가 없다”며 사건을 끝냈다. 감사원은 국민권익위의 2012년 12월 잡음전압 ‘현장 측정’ 결과를 두고도 “객관성과 신뢰성이 부족하다”고 일축했을 뿐 스스로 실측하거나 검증해 보지 않아 논란거리를 남겼다. 그 무렵 검찰도 전자통신연구원 이 아무개 씨를 불기소 처분하고 말았다.

이 씨는 지난 6일 통신선로 잡음전압 측정 결과와 관련 회로도를 조작했다는 의혹해 대해 “그거는 없다”며 “실험 목적 때문에 다양한 변수를 줘 측정한 것이지만 최종적인 유효 데이터는 법에 정해진 대로 측정해서 제시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잡음전압을 잰 방식도 “국가 기술기준에 정해진 대로였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된 잡음전압 측정 방법을 검증하기 위해 국민권익위가 제안한 2012년 12월 경기 화성과 대구 고모 기지 실측에 참여하지 않은 까닭을 두고는 “제가 개인적으로 거기에 막 갈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공정한 제3자 잡음전압 연구·검증 환경이 새로 마련된다면 참여할 용의가 있느냐는 질문엔 “더 이상 그러고(검증) 싶지는 않고, 어떤 연구 목적이 수립돼 그걸 달성할 틀이 구성되면 거기에 따라 연구는 (자신이) 수행하게 된다”고 답했다.

대통령 표창 무색한 KT 전력유도대책공사

KT에서 31년 동안 일하며 동대구지사 동촌지점장을 맡았던 여상근 씨. 2002년 12월 경부고속철로부터 시작된 통신선로 전력유도대책공사가 “필요 없다”며 처음 호루라기를 불었다. 2004년 4월 첫 문제 제기와 함께 국가 예산(공사비) 600억 원을 반납하자고 본사에 건의했지만 무시됐다. 그는 이듬해 8월 경부고속철 전력유도대책공사 관련 부패 행위를 국가청렴위원회에 신고한 뒤 “KT와 동남통신이 전파연구소(국립전파연구원 전신) 고시나 국제전기통신연합 기준대로 잡음전압을 측정한 사실이 없다”는 걸 밝히는 데 힘을 보탰다.

여 씨의 부패 신고는 2005년 12월 감사원 감사와 2006년 10월 국회 국정감사로 이어져 관련 법령(고시)을 미흡하나마 일부 바꾸는 바탕이 됐다. 노무현 정부는 여상근 씨의 이런 노력을 높이 사 2007년 4월 대통령 표창을 줬다.

▲ 여상근 씨가 받은 2007년 4월 24일 자 대통령 표창(왼쪽)과 2013년 9월 경기지방경찰청 수사 결과.

▲ 여상근 씨가 받은 2007년 4월 24일 자 대통령 표창(왼쪽)과 2013년 9월 경기지방경찰청 수사 결과.

대통령 표창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KT가 호남선과 수도권 전철 등지에서 계속 전력유도대책공사를 벌인 뒤 철도시설공단에 비용 지급을 요구했기 때문. 여상근 씨에 따르면 관련 법령을 바꾸는 데 쓰일 유도전압을 잴 때마저 기존 국내 고시나 국제 기준과 다른 측정이 이뤄져 제도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다. 다른 나라에선 잘 쓰이지 않는 잡음전압 ‘예측계산’ 규정이 고시에 살아남은 탓에 KT가 꾸준히 전력유도대책공사를 벌일 수 있었고, 관련 공사를 할 필요가 없는 걸 뒤늦게 깨달은 철도시설공단이 반기를 들어 두 기업이 법정에서 맞서게 됐다는 것. 결국 KT는 국민권익위·감사원·경찰청의 “필요 없거나 과도하다”는 조사 결과를 딛고 선 채 공사를 밀어붙인 셈이다.

KT는 수서평택고속철과 부전~일광 전철 주변 전력유도대책공사를 두고 “관련 법령에 따른 것이며 철도시설공단과 맺은 협정에 따라 비용은 공단이 부담하여야” 하며 “(호남고속철 주변 애초 공사비라는) 63억 원은 알지 못하는 금액으로 공단에 3억여 원만 지급했다”고 밝혀왔다. 특히 12월 20일 개통할 원주강릉고속철을 두고 “고시 기술기준에 맞는 (잡음전압) 예측계산 결과를 유도원(철도시설공단)으로부터 아직 받지 못해, 자체 검토 결과 경미하게 초과가 있을 수 있는 곳을 고속철 개통 전에 보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철도시설공단의 발주가 없더라도 관계 법령에 따라 공사를 계속하겠다는 뜻. 시민 세금으로 떠받치는 국가 특수 법인인 철도시설공단을 상대로 KT가 전력유도대책공사를 얼마나 더 벌일지 눈길을 모은다.

한편 철도시설공단은 오는 2025년까지 국유 철도 전철 거리를 4421㎞로 늘려 전철화 비율을 82.4%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수서평택고속철과 부전~일광 전철 전력유도대책공사 채무부존재확인 항소’에서도 KT가 이긴다면 2025년까지 쏠쏠한 수익을 거둘 개연성이 커 보였다.

▲ 국유 철도 전철 거리 증대 계획 (자료: 한국철도시설공단)

▲ 국유 철도 전철 거리 증대 계획 (자료: 한국철도시설공단)

▲ 국유 철도 전철화율 계획 (자료: 한국철도시설공단)

▲ 국유 철도 전철화율 계획 (자료: 한국철도시설공단)

고속철·전철화 사업 구간 거리 공사 기간
신창 ~ 대야 118.6㎞ 2018년 ~ 2022년
천안 ~ 청주공항 60㎞ 2017년 12월 ~ 2022년
진주 ~ 광양 51.5㎞ 2018년 ~ 2021년
동두천 ~ 연천 20.87㎞ 2014년 10월 ~ 2019년
부산 ~ 포항 75.2㎞ ~ 2020년
광주송정 ~ 고막원 26.4㎞ 2017년 7월 ~ 2018년
원주 ~ 제천 56.3㎞ 2017년 6월 ~ 2018년
화, 2017/12/12-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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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원인을 밝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될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영상 파일을 뉴스타파가 단독 입수했다. 이 블랙박스 영상은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선조위)가 민간 포렌식 업체에 의뢰해 복구한 것이다. 세월호 선조위가 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 민간업체는 지난 8월 말까지 세월호 선체에서 수습된 디지털 기기 265점을 인계받았고, 이 가운데 휴대전화 26개, 차량 블랙박스 8개, 노트북 2개 등에서 모두 43개의 메모리를 복구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이 가운데 ‘주차중 녹화’ 기능이 작동돼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어지는 순간의 상황이 녹화된 블랙박스 4개의 영상 파일을 입수해 분석했다.

급격히 왼쪽으로 쏠린 차량들… 바닷물 차 들어오는 모습도

입수된 블랙박스 영상들은 모두 화물칸 C데크와 C데크 2층 트윈데크에 있던 차량 4대에서 나온 것들이다. 이 차량들의 선적 위치와 블랙박스 화각은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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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운데 트윈데크에 주차됐던 차량의 블랙박스에는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면서 차체가 앞으로 튕겨져 나와 왼쪽으로 쏠려 내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지금까지의 조사 내용 상 4월 16일 오전 8시 50분 무렵의 상황으로 추정되지만 블랙박스 화면 상의 시각은 4월 12일 오전 9시 무렵으로 표시돼 있다. 장비에 입력된 시각이 실제와는 큰 오차가 있는 것이다.

C데크 엔진 케이싱 벽면에 붙어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는 선체 뒤편 모습을 화면에 담고 있다. 미동도 느껴지지 않던 화물칸에서 갑자기 바로 앞 트럭에 실린 화물이 슬그머니 오른쪽으로 밀리는가 싶더니 이내 주변 차량들과 멀리 보이는 트윈데크 위 차량들이 일제히 오른쪽으로 급격히 쏠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선체의 진행 방향을 기준으로 하면 모두 왼쪽으로 쏠려 내려간 것이다. 이 무렵 시각이 해당 블랙박스 화면엔 오전 7시 28분쯤으로 돼 있어, 역시 실제와는 적지 않은 오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블랙박스 속 또 다른 영상에는 바로 옆쪽 화물차량에 실렸던 박스가 툭 떨어지고, 이어 앞쪽에 있던 승용차 한 대가 튕겨져 나와 천장에 부딪히는 모습도 남아 있다. 이미 선체가 90도 이상 넘어간 시점임을 짐작할 수 있다. 곧이어 1분 뒤에는 멀리 트윈데크 쪽에서부터 바닷물이 빠른 속도로 차 들어오는 장면도 남아 있다.

C데크 정중앙 앞쪽에 주차됐던 차량의 블랙박스 영상에도 화물들이 충돌하는 소음이 들린 직후 주변 화물차들이 일제히 왼쪽으로 넘어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 블랙박스 화면에는 시간 표시가 없고, 파일명에만 오전 8시 48분 58초라는 시간 정보가 남아 있었다.

마지막 4번째 블랙박스 영상은 C데크 좌현 벽 쪽에 실린 차량의 것이었다. 이번에도 화물 충돌음이 들려오더니 멀리서부터 차량들이 연쇄적으로 밀려 넘어지고, 곧이어 이 차량도 좌측 벽에 강하게 부딪힌다. 곧이어 벽면 쪽에서 상당한 양의 물이 분출돼 차량을 덮친다. 이때 화면에 표시된 시각은 오전 8시 49분 무렵이었다.

민주당 세월호특위 소속인 김현권 의원은 이번에 복원된 블랙박스 영상에 대해, “세월호 침몰 순간 화물칸에서 발생한 일을 포괄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대단히 소중한 1차 자료로서, 이를 복구해 낸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입장에서 보자면 대단한 쾌거”라고 말했다. 이어 “이 자료를 바탕으로 세월호 선조위와 전문기관들이 협력해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어진 과정과 원인에 대해 어떤 의혹도 남기지 않을 수 있는 세밀한 조사가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취재 : 김성수
영상취재 : 김기철
영상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금, 2017/09/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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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예비후보가 과거 측근비리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측근과의 관계를 축소한 사실이 드러났다. 또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이 후보 캠프의 핵심관계자가 후보 매수 혐의로 처벌받았지만 이와 관련된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잇따른 측근 비리에 대해 침묵 또는 외면으로 대응해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이 총선 준비한 ‘지역구 사무국장’…비리 연루되자 “측근 아니다”

이같은 사실은 이번 19대 대선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과 그 측근들의 재판 기록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탄천변 인조잔디구장 비리’ 사건 판결문에 따르면, 이 예비후보의 측근으로 알려진 이 모 씨(당시 성남시축구협회 부회장)는 탄천변 인조잔디 업체 선정입철 과정에 관여했다. 이 씨가 사업자 김 모 씨로부터 부탁받은 특정 5개 업체가 입찰 참가 업체로 선정되도록 성남시 공무원에 연락을 취해 입찰을 방해했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이 씨는 이 일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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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예비후보 측의 대응이었다. 당시 성남시는 언론이 성남시장의 측근이 비리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하자 다음과 같은 내용의 해명자료를 냈다.

인조 잔디구장 비리 관련 수사로 사법기관에 구속된 이 모씨는 성남시장 선거캠프 회계담당자가 아니고 선거운동원으로 2일간 등록되었던 사람이다. 또한 이 모씨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최측근이 아니며, 성남시 체육회 26개 가맹 연맹단체 중 하나인 축구협회 6명의 부회장 중 한명일 뿐이라는 것이다.

성남시 해명 자료(2012년 4월)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 씨는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 분당구 갑 지역구의 사무국장직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이 예비후보는 같은 지역구의 지역위원장직을 맡고 있었고, 18대 총선 때는 이 지역 후보로 출마하기도 했다. 지역구의 당무를 지역위원장과 사무국장이 함께 관할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남시의 해명은 이들의 관계를 지나치게 축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재명캠프 측은 2008년 지역위원장과 사무국장의 인연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후에는 후보 및 캠프와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허위 사실 유포’로 법정대응한 후보매수 사건, 재판부는 유죄 판결

이 예비후보의 측근이 연루된 사건 가운데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례도 있다. 2014년 성남시장 선거에서 이재명캠프의 공동선거대책본부위원장을 지낸 백 모 씨는 이른바 ‘후보매수 시도 사건’에 연루됐다.

이 사건의 판결문에 따르면, 백 씨는 당시 새정치국민의당 성남시장 후보이자 동향 친구였던 허재안 전 경기도의회 의장을 만나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백 씨는 그 대가로 경기도의원, 당 지역위원장, 성남시 정무부시장, 성남시도시개발공사 사장 자리를 차례로 제안했다. 재판부는 백 씨와 이 예비후보의 친분을 미루어 볼 때 백 씨의 이같은 제안이 단순한 정치적 권유나 조언을 넘어섰다고 판시했다. 지난 2015년 2월, 대법원은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의 형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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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전 의장이 성남시장 선거 직전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후보매수 시도 사실을 폭로하자 이 예비후보측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맞대응에 나섰다. 당시 이재명캠프는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이같은 허 전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인간의 도리를 넘어선 범죄행위’이며 ‘응분의 대가를 져야할 처지’라고 밝혔다.

선거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이 예비후보 측근의 공직선거법 위반이 확정됐지만 이 예비후보는 지금까지 해당 사건에 대한 어떠한 공식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이재명캠프 측은 “백 씨가 지역발전을 위한 충정어린 마음으로 개인적으로 만나서 한 사담 비슷한 말”이라며 “(후보매수는) 캠프가 조직적으로 결정한 사안이 아니다”고 밝혔다.


취재 : 신동윤, 오대양, 박중석
촬영 : 신영철, 최영달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금, 2017/03/24-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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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많은 것이 바뀐 한 해였습니다. 대통령이 탄핵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건은 이제 세상을 좀 바꿔보겠다는 국민들의 간절한 바람이 모여 만들어낸 촛불혁명의 결과였습니다.

뉴스타파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시작부터 그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함께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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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박근혜 ‘40년 우정’ 동영상 발굴 (2016년 9월 29일)
박근혜-최순실 체제의 <부역자들> 시리즈
독일 말 중개업자 “최순실 소개로 청와대서 박근혜 독대” (2017년 2월 2일)

곳곳에 쌓인 적폐들을 걷어내고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달려온 뉴스타파의 2017년을 돌아봤습니다.

01. 영화 <공범자들> : 바뀐 언론, 바뀔 언론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 간의 언론탄압 잔혹사를 다룬 영화 <공범자들>. 인터뷰를 안하겠다며 달아나는 MBC의 전 사장들과 숨막히는 추격전을 펼치며 ‘액션 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또 언론 개혁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알리며, <공범자들> 개봉 이후 이어진 KBS와 MBC 파업에도 힘을 실어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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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세월호 : 진실규명, 끝까지 함께

2017년 3월, 세월호 선체가 올라왔습니다. 참사가 일어난 지 꼬박 3년만이었습니다. 뉴스타파는 수면 위로 올라온 선체를 분석해 그동안 침몰 원인 중 하나로 제기됐던 ‘외부 충돌설’을 검증하고 선체 인양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을 보도했습니다. 지난 9월에는 세월호 화물칸에 실렸던 차량 블랙박스의 영상파일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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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기획] 세월호 선체가 말해주는 것들 (2017년 3월 30일)
– [최초공개] 세월호 침몰 순간의 목격자 ‘블랙박스’ (2017년 9월 15일)

언론으로서 처음으로 다가온 뉴스타파.
세월호 진실규명이 될 때까지 제대로 보도하고 파헤칠 언론.

전명선 / 4.16 가족협의회 위원장

03. 해병 잡는 해병대 : 제보의 힘

뉴스타파는 지난 10월, 해병대에서 각종 도구를 이용한 폭행과 가혹행위가 지속됐고 내부에서 이를 감춰 왔다는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뉴스타파의 취재가 시작되자 해병대사령부는 자체 조사에 나섰고, 보도 직후 가해자 이 모 중사를 구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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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잡는 해병대 (2017년 10월 25일)
해병대 가해 중사 구속… ‘감찰 은폐’ 여전히 의혹 (2017년 10월 27일)

이례적으로 빠른 조치를 불러온 이번 보도는 해병대 병사들의 제보로 시작됐습니다.

저희 힘으로 해결이 안 되다 보니까 답답한 마음에 제보를 했어요.
보도 후 사건 처리도 굉장히 빨랐고 병사들이 받는 피해도 없도록 잘 진행됐기 때문에
제보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해병대 제보 병사

제보자들은 자신에게 있을 지 모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용기를 내야 하잖아요.
그런 용기들이 세상을 바꾸는 큰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종화 뉴스타파 PD

04.핵 안전 : 끝까지 추적한다

대전 유성구 주민 거주 지역 바로 옆에 위치한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사용후핵연료를 부실하게 운반하고 저장해 온 사실이 뉴스타파 <목격자들>팀의 취재로 드러났습니다. 원자력연구원이 그동안 핵발전소와 맞먹는 양의 방사능 물질을 배출해 왔다는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이후 <목격자들>팀은 원자력연구원에서 진행 예정이던 파이로프로세싱의 위험성과 연구 부실에 대해서도 집중 취재하며 원자력 관련 보도를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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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들] 대전 판도라 (2017년 1월 20일)
[목격자들] 핵 재처리 프로젝트 – 파이로프로세싱의 비밀 (2017년 3월 27일)
[목격자들] 핵 재처리 프로젝트 2 – 위험한 경주 (2017년 4월 8일)
[목격자들] 핵 재처리, 드러난 부실과 예산폭탄 (2017년 11월 17일)

파이로프로세싱 예산은 12월 초 국회 심의과정에서 대폭 삭감 후 임시 배정됐고 파이로프로세싱 R&D(연구개발)는 원점 재검토가 결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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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에서는 보도를 잘 안 하거든요.
1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문제를 제대로 알려주는, 뿌리를 뽑는 취재를 하시면 좋겠고
그렇게 해주신 것에 대해서 감사하죠.

안옥례 / 대전 유성구 주민

05. 경찰의 팔은 누가 꺾었나 : 공권력의 거짓을 벗기다

누명을 벗는데 무려 8년이 걸렸습니다.

2009년, 경찰의 음주 단속에 항의하다 경찰의 팔을 꺾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박철 씨가 지난 11월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뉴스타파는 2014년부터 박철 씨에 대한 수사와 판결 과정의 의문점을 계속해서 보도해 왔습니다.

경찰의 팔은 누가 꺾었나 (2014년 12월 19일)
[칼럼] 경찰의 팔은 누가 꺾었나…풀리지 않는 의문들 (2014년 12월 30일 화요일)
“경찰 팔 꺾지 않았다”…6년 만에 무죄 (2015년 8월 26일)
“경찰 팔 꺾지 않았다”…대법원 무죄 확정 (2015년 11월 26일)
“경찰의 팔은 누가 꺾었나” …법원 재심 결정 (2017년 4월 27일)
“경찰의 헐리우드 액션 가능성”… 재심 무죄 (2017년 1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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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과 한 개인의 긴 싸움 속에서 공권력이 부당한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난다면
발을 담궈서 취재하려는 언론사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봅니다.
뉴스타파였기 때문에 이 일을 캐내서 보도까지 갈 수 있지 않았을까…

박철 / 8년만에 재심에서 무죄 판결

06.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 탈세와의 전쟁 2017

탈세와 자금 은닉 등을 위해 조세도피처에 간 한국인들. 뉴스타파는 올해도 어김없이 이들을 추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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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조세도피처의 한국인들 (2017년 11월~현재)

국세청은 뉴스타파 보도 이후 이들을 포함한 역외탈세 혐의자 37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들어갔습니다. 파라다이스 페이퍼스에 대한 정밀 검증도 진행 중이라고도 밝혔습니다.

관세청은 또 지난해 뉴스타파가 보도한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를 토대로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페이퍼컴퍼니 오픈블루 사건을 조사해 천억 원 대의 재산국외도피, 자금세탁을 적발하고 관련자 8명을 검거했습니다.

뉴스타파의 보도는 역외탈세의 심각성을 국민들에게 전달하고
탈세를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경각심을 일깨워줬습니다.

국세청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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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2/2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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