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P, 신 평양 국제공항 개항에 맞춰 김정은 공항 시찰 보도
민주노총과 산하 노조에 대한 경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은 토요일 아침 7시 반, 이른 아침을 틈타 전격적으로 시작됐다. 경찰이 수배자 체포가 아니라 포괄적인 집회, 시위와 관련해 민주노총 본부와 산하 노조 사무실들에 대해 동시 다발로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에는 2,3명의 근무자만 있을 정도로 이번 압수수색은 전격적이었다. 경찰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 외에도 9월 민주노총 총파업, 5월 노동절, 4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범국민대회 등과 관련한 서류와 물품들이 대상으로 돼 있을 정도로 이번 압수수색은 포괄적이었다고 민주노총 관계자는 전했다.


또한 실제 압수된 물품 중에는 14일 집회와 관련이 없는 물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서 사법 처리를 위한 트집 잡기가 아니냐는 반발을 샀다. 김은기 민주노총 총무실장은 “경찰이 이전 집회에서 ‘노동개악’ 얼음을 깨는 퍼포먼스에 사용됐던 해머 등을 닥치는 대로 가져갔다며, 그런 것들이 공개되면 이번 시위에 사용한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유발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경찰은 압수수색 직후 압수품들이 시위에 사용됐는지 여부를 조사하지도 않고 바로 공개해서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더불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농민 백남기 씨가 사경을 헤매는 등 경찰의 과잉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전에 없이 강도 높게 이뤄진 압수수색은 공안 정국을 조성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백남기 농민에겐 지금껏 한마디 사죄없이 기습적인 압수수색, 공안탄압으로 비난을 모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집회와 시위 장소를 자의적으로 제한하고,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차벽’을 씀으로써 경찰 당국이 충돌을 유도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압수수색이어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바로 그 시각, 서울 시내에서는 백남기 씨의 쾌유를 비는 행진이 펼쳐졌다. 행진을 처음 제안한 중앙대학교 신지영 학생은 “그 날 물 대포는 시위대의 폭력을 막으려는 게 아니라, 제 목소리를 내려는 국민의 입을 막은 국가의 폭력이었다”며, “대학생 시절에도 민주화를 위해 싸웠던 선배님이 국가의 폭력으로 쓰러진 만큼 이제는 우리가 함께 행동해야 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중앙대 동문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농민, 학생 등이 이에 호응하면서 참가자는 4백여 명을 훌쩍 넘어섰다. 중앙대에서 시작된 행진 행렬은 한강대교를 지나 서울역과 남대문을 거쳐 백남기씨가 누워있는 서울대병원으로 향했다.

행렬이 서울대 병원에 이르자 백남기 씨 가족들도 시민들 앞에 나와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가족을 대표해서 큰 딸인 백도라지 씨는 “저희 가족 모두가 이번 행진에 감동했고, 아빠도 지금은 의식없이 누워 계시지만, 후배들과 많은 시민들이 이렇게 행진을 했다는 것은 충분히 아실 것으로 생각한다”며 흐느꼈다. 백 씨의 쾌유를 비는 시민들의 행진. 그리고 집회와 시위를 폭력이라고 몰아세우며 사법 처리 수순을 강행하는 공권력…주말 서울 도심을 가로지르는 두 모습이었다.
-존 리 전 대표 무죄, 피해자들 강력 반발
-제2 특조위, 특검 가능한가?
-일부 피해자단체, 징벌적 손해배상 빠진 구제법 반대
1월 6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해온 기업 관계자들에 대한 형사재판 1심 선고가 열린 법정에는 산소호흡기를 찬 성준이를 비롯한 피해자들이 숨을 죽이고 판사의 입을 바라보고 있었다. 300쪽에 이르는 판결문. 판사가 선고 취지를 밝히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판사의 마지막 선고가 끝나고 판결봉이 울렸다. 피해자들은 한숨만 내쉴 뿐 쉽게 움직이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8부(최창영 부장판사)는 독성물질이 포함된 가습기살균제를 제조 판매해 수백 명의 사상자를 낸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현우 전 옥시 대표에 대해 징역 7년, 존 리 전 옥시 대표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구형한 형량은 각각 징역 20년과 10년이었다. 가습기살균제가 ‘원인미상 폐손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 6년 만에 나온 첫 형사판결이다.
“유해성 몰랐기 때문에 의도성 없다”…사기 혐의는 무죄
재판부는 신현우 전 대표(1993~2005 근무)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와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를 인정했지만, 사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는 무죄로 판단했다. 안전성을 확보할 어떤 근거도 없이 제품을 생산 판매한 부분과,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허위 문구를 부착 판매한 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징역 7년은 인정된 죄목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다.
하지만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PHMG의 유해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피해자들을 속여 이익을 얻었다는 사기 혐의는 인정되지 않았다. 피고인들이 유해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의도성이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존 리 전 대표에 대해서는 같은 혐의에 대해 모두 증거불충분으로 무죄가 선고됐다.
공판 과정에서 조모 연구소장이 ‘아이에게도 안심’이라는 라벨 문구에 대해 존 리 옥시 전 대표(2005-2010 근무)에게 문제제기를 했지만 묵살됐다는 검찰 진술조서가 법정에 제출됐다. 옥시 내부 연구소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원료물질에 대한 위험성을 인식했고 ‘아이에게도 안심’이란 라벨문구가 근거 없이 작성됐기 때문에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 연구소장은 법정에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모두 번복했다. 존 리 역시 모든 사실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 조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또 당시 옥시 보고 라인에 있었던 외국인 전직 임원에 대한 검찰조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국가 책임 규명, 한 걸음도 못 나갔다
가습기살균제 사건 수사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국가의 책임을 규명하는 부분이었다. 애초 피해자 가족들과 시민사회단체는 가습기살균제 제품판매와 관련된 환경부 관련자와 유해화학물질의 인허가 책임자들을 고소,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들을 단순 참고인으로만 조사했다. 피해자 측 황정화 변호사는 “검찰이 국가에 책임을 지우기 위한 수사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 이라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서 한 발자국의 진전도 없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국가의 책임을 묻는 부분”이라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원료물질인 PHMG 제조업체인 SK케미컬도 기소되지 않았다. 원료물질 중간 도매상을 기소했으면서, 원료 제조업체이자 가습기 살균제 제품까지 만든 SK케미컬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피해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대한민국의 정의는 없습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유가족연대’와 ‘가습기살균제 참사 네트워크’는 선고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받아들일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판결”이라고 밝혔다. 황정화 변호사는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적용된다 하더라도 1명의 사상자를 낸 것과 수백 명의 사상자, 중대범죄, 참혹한 결과를 낳은 부분에 대해선 그만큼의 책임이 가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은 “대한민국에 정의는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지금껏 신고 된 사망자만 1112명입니다(2016.12.31기준 1,092명). 사망자 1명 당 징역 1년만 해도 1112년형을 내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징역 7년이라니요. 저희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말도 안 되는 판결입니다. 어떻게 제2의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막고 어떻게 피해자를 위로하겠습니까.최예용 소장/환경보건시민센터]
묻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법원에 묻고 싶습니다. 대한민국에 정의가 있습니까.
수백 명의 아이들이 죽고 수백 명의 아이들이 상해를 입고 불구로 살아야 합니다. 7년이 말이 됩니까. 검사는 항소해야합니다. 대한민국의 정의는 없습니다.박기용/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박동현 군의 아빠
존 리는 무죄판결을 받았습니다. 너무 억울하고 원통하고…
검사님께서 항소하셔서 제발 제대로 가해기업 대표들이 죄를 받을 수 있도록 해주세요.홍향란/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법은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나?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직 3차 피해조사 접수자 752명의 판정이 완료되지 않았고, 4차 피해 조사도 진행 중이다. 4차 피해조사 접수자만 4천 명에 이른다(2016.12.31.기준). 피해 규모조차 확정짓지 못한 상태다. 3,4단계 판정을 받은 피해자들은 현재 정부지원을 받을 수 없다.
뒤늦게 3-4단계 피해자도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이 가까스로 환경노동위원회에서 통과됐다. 하지만 일부 피해자 가족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초 법안에 포함됐던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끝내 삭제됐기 때문이다. 일부 피해자 단체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빠진 법은 누더기 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제외됐을 뿐 아니라 가해 기업의 기금 출연 액수의 상한선을 2천억 원으로 둔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피해자의 숫자가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수사를 안 하는 바람에 증거들이 모두 인멸되고 어쩌면 예상됐던 결과입니다. 저희는 국회 입법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피해자들에게 ‘너희가 급하다고 했잖아, 너희가 돈 필요하다고 했잖아’ 그러면서 5천명의 피해자에게 단 돈 2천 억원에 옥시에게 면죄부를 줬습니다. 마지막으로 믿었던 국회한테 이렇게 농락당한 것이 정말 처참하고요.김아련/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고 최다민 양의 엄마
강력한 제2의 특조위, 특검 가능한가?
아직 진상규명에 대한 희망은 남아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특별조사위원회 설치에 관한 특별법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특조위를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이 법에 따르면 압수수색까지 할 수 있는 사법경찰권이 특조위에 부여되고, 특검도 무제한으로 신청이 가능해진다. 장동엽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선임간사는 “현 정부의 남은 기간, 차기 정부의 가장 큰 과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대한 진상을 밝히는 일”이라 지적했다.
피해자 가족들은 선고가 끝난 뒤 기자들 앞에서 외쳤다. “제발 아직 끝난 것 아닙니다. 관심을 가져주세요.”
기자님들 부탁드리는데요. 지금 이 나라에서 저희도 국민이 맞거든요. 아무리 큰 사건이 많이 났다고 해도 우리 많은 아이들이 죽었고… 제발 아직 끝난 거 아니니까 관심 좀 가져주세요.권미애/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임성준 군 엄마
취재/김새봄
촬영/김기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졌다. 2016년, 대한민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뉴스타파는 이것이 박근혜-최순실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뉴스타파는 박근혜-최순실 체제가 탄생하는데 기여하고, 그 체제 유지가 가능하도록 조력하고 방조한 이른바 ‘부역자’들을 일일이 찾아내 모두 기록하려고 한다.
그 세번째 작업으로, 뉴스타파는 공영방송 KBS 내부의 ‘부역자’들에 주목했다. 이들은 박근혜 정권 초기부터 정권의 이해관계를 충실히 반영하는 보도로 일관했으며 정권에 부담이 되는 보도는 회피해왔다. 지난 9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표면화된 이후로도 이들은 쏟아져 나오는 증거들을 외면한채 해당 사안을 여야 공방으로 국한해 보도했고, 대신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의 회고록 논란에 집중했다. 그랬던 이들의 태도가 돌변한 것은, 대통령이 수석 비서관 회의에서 재단과 관련한 불법행위가 있으면 누구든 엄정하게 처발하겠다고 발언한 10월 20일부터였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박영환 취재주간, 장한식 취재주간, 최재현 정치부장, 박상범 경제부장, 박장범 사회부장, 연규선 문화부장
이밖에 kbs 보도국의 취재주간, 편집주간, 정치부장, 경제부장, 사회부장, 문화부장은 박근혜 –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보도해야할 책임이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거의 한 달동안 관련된 기사를 전혀 발제하지 않았다. 공영방송 보도국 간부로서 책임을 방기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은폐하는데 일조했다.

▲ KBS 고대영 사장
공영방송 ‘보도참사’의 궁극적 책임은 kbs 고대영 사장에게 있다. 고대영 사장은 능력이 아니라 자신과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인사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아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취재 : 심인보
편집 : 윤석민
트럼프 정부 초기의 동아시아 및 한반도 정책을 전망하기 위해 주요하게 조명해야 하는 요소는 ‘인물’이다. 더군다나 트럼프는 당의 지원을 거의 받지 않고 ‘개인기’에 의존해 대통령에 당선됐다.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나 유대계의 입김에 좌우되는 미국 대외정책의 근본 틀까지 넘어서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공화당의 기존 정책노선에 얽매일 필요는 없는 조건이다.
특히 트럼프는 핵심 지지층의 바람과 거리가 있는 정책을 펴도 용인될 정도로 상대적인 자율성을 획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트럼프 자신과 외교안보 참모진이 중국과 북한, 한국‧일본 등을 보는 시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의 외교안보 진용 구성에서 나타난 특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대중‧대북 강경파를 기용했다.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 마이크 폼페오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 등은 중동 및 동아시아에 대한 강경한 정책을 지향한다.
둘째, 군 출신 인사를 중용했다. 플린 보좌관과 매티스 지명자는 전형적인 군인이고, 폼페오 국장도 육사를 나왔으며, 존 켈리 국토안보장관도 해병대 장성 출신이다. 군사자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외교정책이 입안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다.
셋째, 트럼프 당선자 개인의 선호와 ‘고집’이 관철됐다. 대통령의 아젠다인 외교안보 분야 인사에서 당선자의 뜻이 최우선 반영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트럼프는 국무장관 정도는 공화당 지도부가 천거하는 인물을 앉히려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랜 저울질 끝에 선택한 이는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였다. 공화당 지도부가 뜨악해 하고 언론들도 반대하는 친러시아 성향 인물이다. 대러 제재 중인 유럽도 충격을 받았다. 트럼프가 자신의 색깔대로 대외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마이클 플린 안보보좌관의 ‘위험한 편견’
가장 주목해야 하는 인물은 안보보좌관 플린이다. 한때 부통령 후보로 뛸 것이란 예측이 나왔을 정도로 트럼프가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사람이다. 지난달 트럼프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첫 회동에도 트럼프의 딸‧사위와 함께 배석했다.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 상주하는 안보보좌관으로서 초기의 대외정책은 그의 손으로 빚어진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아시아에 대한 플린의 인식은 그가 공동저자로 참여해 지난 7월 출간된 책 ‘전쟁터’(The Field of Fight)에 나타나 있다.
플린은 이 책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과 북한, 중국 등의 정부가 맺은 ‘동맹’에 대해 미국이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중국에서부터 러시아, 이란, 시리아, 쿠바, 볼리비아, 베네수엘라, 니카라과까지 확장되는 연합체와 마주한다”며 “국가뿐만 아니라 알카에다, 헤즈볼라, 이슬람국가(IS) 등 수많은 테러단체로부터 공격을 받는다”고 말했다.

플린이 열거한 국가나 테러단체가 미국에 적대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동맹을 맺고 있다는 것은 근거 없는 억측이다. 하지만 플린이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현실이다.
중국사와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존 딜러리 연세대 교수는 “이슬람 극단주의를 제거해야 한다는 플린의 집착이 중국의 부상, 일본의 재기, 북핵 등 다른 모든 것에 대한 그의 시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에 논평했다.
플린은 10월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북한의) 현 체제를 오래 존속시켜서는 안 된다. 김정은과 경제적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한미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도 “일본과 한국은 전화(戰禍)에 휩싸였던 70년 전과 같은 경제 상황이 아니다.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고 언급했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더 내야 한다는 뜻으로, 트럼프와 꼭 같은 생각이다.
캐슬린 맥파런드 국가안보부보좌관 역시 매파다. 그는 지난 8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국이 미국의 동맹인 한국과 일본의 군사력 증강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활용해 한다.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북한과 무역을 하는 다른 나라의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른바 ‘세컨더리 보이콧’을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외교 총사령탑인 국무장관에 렉스 틸러슨을 기용한 것은 적어도 동아시아 정책만큼은 플린 안보보좌관이 있는 백악관이 주도할 것임을 시사한다. 틸러슨은 공직 경험이 없고, 대외 문제에서의 경험은 주로 러시아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이다.
틸러슨은 장관 지명 후 성명에서 “우리는 동맹을 강화하고 공통의 국가이익을 추구하며 미국의 힘과 안보, 주권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조점이 없는 지극히 원론적인 언급이다. 그가 한반도 문제를 인식하는 데 있어 러시아의 입김이 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정부 내 수많은 강경파들을 뛰어넘어 그의 생각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란-북한 연계에 대한 과도한 의미 부여
국방장관에 내정된 매티스는 ‘미친 개’라는 별명처럼 터프한 군인이다. 중동지역을 관장하는 중부군사령관을 지내던 중 이란 핵협상 등 그 지역에 대한 오바마 정부의 정책에 불만을 표하다가 해임됐는데, 동아시아 문제에 대한 특별한 입장이나 언급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매티스는 2013년 상원 청문회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을 지지하고 역내 주둔 미군의 확대를 주장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이란처럼 위험하고 신뢰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이 남중국해 등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간다면 중국을 견제하는 정책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 출신 인사의 전형적인 시각이다.

폼페오 CIA 국장 내정자는 3선 하원의원을 지낸 군 출신 정치인이다. 공화당 내에서도 초강경 우파나 네오콘(신보수주의) 그룹으로 분류되는 만큼 북한에 대해서도 매파적인 태도를 견지해 왔다. 그는 지난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가 미국을 매우 위험한 길로 끌고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새로운 제재로 즉각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이 맺은 이란 핵협정의 끔찍한 미래상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란과 북한이 서방에 대항하는 ‘악마의 파트너십’을 맺어 핵 관련 기술과 물질을 불법적으로 공유해 왔다고 주장했다. 며칠 후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경제력‧군사력을 모두 동원해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폼페오는 이어 2월 북한이 ‘광명성 4호’ 장거리로켓을 발사한 직후에도 성명을 발표해 이란과 북한을 ‘미친 정권’이라고 표현했다. 북한의 두 차례 도발 모두 당일에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는 점은 그가 한반도 동향에 꽤나 민감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에 대한 양립 불가능한 요구
물론 그 누구보다 중요한 인물은 대통령이다. 트럼프의 입장은 비교적 오랫동안 노출되면서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상태다.
동북아 정책과 관련해 선거 기간과 당선 후 일관되게 보여준 방향은 △뚜렷한 친러·반중 노선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이익 중심의 접근 △한국·일본이 안보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 등으로 요약된다.

이같은 트럼프의 기조와 외교안보 참모진들의 성향을 볼 때 트럼프 정부 초기 한반도 정책의 특징은 네 가지로 전망할 수 있다.
첫째,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부정하며 북한에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겠지만, 기본적으로 한반도 정책은 대외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공산이 크다. 트럼프와 참모진 대부분이 우선 천착하는 이슈는 이슬람국가(IS) 대응을 비롯한 중동 문제다.
그 다음은 러시아 문제다. 동북아에서는 중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우선 추진할 것으로 보이는데, 한반도 문제는 그 하위 이슈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둘째,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불거질 경우 군사적 수단과 대화·협상 사이에서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이미 선거 때 “김정은과 햄버거를 먹으며 대화하겠다”는 말과 “김정은은 미치광이 같다”는 말 사이를 오갔다. 적어도 정부 출범 초기에는 갈피를 잡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지난 2일 대만 총통과의 통화를 통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며 미중관계의 근간을 흔든 바 있다. 그러면서도 지난 11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대만 이슈로 중국의 역린을 건드리면 중국은 북한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고 대북제재를 위한 국제공조는 붕괴된다. 그러면서도 중국에 대북 압박을 요구하는 그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정부의 대북 갈지자 행보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셋째, 미중관계 재설정을 위한 대 중국 압박 차원에서 한국에 ‘미국이냐 중국이냐’ 양자택일적 결단을 강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과정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밀어붙이고 나아가 동북아 미사일방어(MD)의 통합을 재촉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한·일 위안부 합의 등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를 위해 미국의 배후 지원으로 추진됐던 사항들도 유지하려 할 것이다. 미국은 최근 이같은 요구를 한국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넷째, 한국을 더 강하게 포섭하면서도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은 올려달라는 상충되는 요구를 할 것이 확실시된다. 주한미군 철수 혹은 축소 위협을 하면 한국이 결국 받아들일 것이라는 자신감이 미국에 있기 때문이다.
동북아 MD를 통합하는 과제도 트럼프의 MD 회의론이 변수로 꼽히지만, 비용을 한국이나 일본에 부담시킨다면 추진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가 제대로 된 검증없이 운용되고 있다는 미국 내부 보고서가 또 나왔다.
미 의회 회계감사원(GAO)은 최근 미국 미사일방어청(MDA)이 중거리 미사일용 사드 테스트를 2017년으로 연기하면서 괌 사드포대가 배치 목적에 맞는 방어력 검증 없이 4년 동안 운영된다고 지적했다. 또 사드 미사일 공급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의회 회계감사원은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미 미사일방어청(MDA)이 2010년 회계연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탄도미사일 방어체계(BMDS)의 계획된 비행 시험 약 40%를 연기하거나 취소해 탄도미사일방어체계 전력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또 2015 회계연도에는 사드를 포함한 BMDS의 비행 시험 20건 중 11건 만을 수행했고, 나머지 테스트는 연기하거나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11건의 시험 중 5건은 이전 해에 이루어졌어야 했는데 연기된 것이다.

▲ 사드 비행 시험 장면. 출처:록히드마틴 홈페이지
테스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은 날씨나 시험 장치의 오작동 등 외부적인 요소도 영향이 있지만 미사일방어청이 과거에 발생한 문제를 해결할 충분한 시간 없이 시험 스케줄을 잡는 등 내부 문제들 때문에 발생하기도 했다고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특히 사드의 경우 중거리 미사일 위협 방어 성능을 입증하기 위한 비행 시험이 2015년 회계연도에서 2017년으로 연기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의회 회계감사원은 2013년 전개된 괌 사드부대가 최소한 4년 동안은 중거리 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력을 검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운용된다고 요약하고 있다. 중거리 미사일은 사거리 3,000~5,500km로 미국은 중거리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 2013년 괌에 사드 포대를 배치했다.

▲ 2016년 4월28일자 GAO 보고서 중
미 의회 회계감사원은 미사일방어청의 지속적인 비행 시험 연기와 취소 때문에 탄도미사일 방어체계(BMDS)의 목표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실현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BMDS의 각 요소뿐 아니라 전체적인 발전 상황을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시험에 드는 정확한 비용을 확인하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사드는 보급에도 차질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 회계연도에 사드 용 미사일인 인터셉터(Interceptor) 44기가 보급될 예정이었으나 실제는 3기만 보급됐다.

▲ 사드 미사일(Interceptor)이 목표물을 격추하는 장면. 출처:록히드마틴 홈페이지
미 미사일방어청의 계획에 의하면 미군은 2025 회계연도까지 모두 7개의 사드 포대와 7개의 레이다, 539기의 인터셉터를 운용하도록 돼 있다.
지난해 4월 방한한 애슈턴 카터 미 국방 장관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사드는 아직 생산 단계에 있기 때문에 회담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던 바 있다. 카터 장관의 발언 그대로 미국 국방 당국은 사드를 여유 있게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며 요격 시험도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 의회 회계감사원 보고서를 통해 미 미사일방어청의 미사일 시험과 관련된 문제점들이 다시 드러나면서 사드의 성능과 실효성에도 다시 한 번 의문이 제기된다. 또한 현재 미군의 사드 생산과 보급 능력, 충분하지 못한 실전 테스트 등을 봤을 때 한국 사드 배치가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는 논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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