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뉴스] 나, '삼성생명법'은 6월 임시국회를 통과하고 싶다
현직 대통령과 그의 비선실세 일가에 수백억 원 대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지만, 삼성그룹 후계자는 일단 구속 수사를 빠져 나갔다. 이로써 3대에 걸쳐 세습이 이뤄진 삼성그룹은 3대 총수 모두가 각종 비리와 정경유착, 뇌물 사건에 연루됐으나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는 기록을 이번에도 유지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이 완전 마무리될 때까지 ‘법 위의 삼성’ 신화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서울지방법원 조의연(51·사법연수원 24기) 영장 전담 판사는 19일 새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이 최순실 일가 등에 430억여 원의 뇌물을 준 혐의를 잡고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조 판사는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구체적 사실관계와 그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수사 내용과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영장 기각 사유를 밝혔다.
조 판사는 지난해 롯데 비자금 사건 당시 신동빈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도 비슷한 논리를 편 바 있다. 법원의 이번 판단은 삼성이 최 씨 일가에 막대한 돈을 준 행위가 단순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이번 법원의 판단은 삼성그룹에 대한 ‘봐주기 기각’이란 지적을 낳는 등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낸 출연금은 논외로 치더라도, 삼성그룹이 최순실 씨 일가에 별도로 제공한 자금 230여억 원을 뇌물로 판단하지 않은 건 납득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별도 제공 금품은 대통령이 두 재단 설립의 정당성과 본인의 무죄를 주장하며 강조해 온 문화융성, 스포츠강국 따위의 주장과도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그저 대통령과 한 몸이나 마찬가지 역할을 해온 비선실세에 대한 ‘맞춤형 지원’에 불과했다는 사실은 이미 검찰 및 특검수사와 언론의 취재를 통해 차고 넘칠 만큼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법원의 삼성 ‘봐주기 기각’ 논란 속에 일단 특검 수사는 차질을 빚게 됐다. 특검은 오늘 오전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결정은 매우 유감이나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벌 수사와 2월 초로 예상됐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수사 일정도 변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박영수 특검은 출범 때부터 삼성 수사에 명운을 건 것으로 관측됐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가장 많은 돈을 출연했고,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씨 일가에 200억 원 넘는 별도 자금을 제공한 삼성을 처벌한 뒤 대통령을 정조준하지 못한다면, 반쪽 특검이 될 것이란 판단과 각오가 특검 내부에 팽배했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삼성의 행태에 대한 국민적 공분도 특검에게는 동력이자 짐이 됐다. 특검 최강화력인 윤석열 수사팀장,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했던 기업수사통 한동훈 부장검사를 삼성 수사에 투입한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동안 특검 주변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제3자 뇌물죄를 적용할 거란 예상이 많았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 들어간 자금은 뇌물죄 적용 대상에서 뺄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특검은 예상을 깨고 강수를 뒀다. 특검은 삼성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삼성이 두 재단에 출연한 돈은 제3자 뇌물, 최 씨측에 별도로 준 돈은 직접 뇌물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과 최순실이 수십 년간 이익을 공유해 온 경제공동체인 만큼, 최 씨 측에 직접 전달된 자금은 모두 대통령에게 제공된 뇌물과 다를 바 없다는 논리였다. 특검이 장충기 사장, 최지성 부회장 등 이번 사건에 관련된 여타 삼성 임원들은 불구속 수사하면서, 그룹의 정점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사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다소 쉬운 길도 있었다. 이미 위증 문제가 걸려 있는 이 부회장에게 최소한의 혐의만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될 일이었다. 두 재단에 출연한 돈은 제외하고 최 씨 측에 직접 전달된 자금, 특히 최 씨의 딸 정유라에게 제공되거나 제공될 예정이었던 220억 원(약정 금액)만을 제3자 뇌물로 적시해 영장을 청구했다면 영장 발부 가능성은 높아질 게 분명했다. 삼성과 최 씨 측이 독일에서 약정을 맺었던 220억 원을 뇌물로 볼 사유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특검은 쉬운 길을 버리고 대신 어려운 길을 선택했다. 특검이 택한 길은 어찌보면 당연하고도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일단 특검 수사에 따르면, 두 재단 출연 자금이나 최 씨 일가에 직접 건네진 자금은 같은 성격의 돈이다. 삼성의 지원금이 승마협회와 최순실 씨가 설립한 독일 유령회사 비덱 등을 거쳐 최 씨 주머니로 들어갔다면, 미르와 K스포츠 두 재단에 들어간 출연금은 플레이그라운드와 더블루케이 같은 최 씨 소유 기업을 거쳐 최 씨 일가 주머니로 일부 들어갔거나 들어갈 예정이었다. 모두 중간에 업체를 끼워 넣어 계획적으로 자금을 빼내려 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같은 범죄 혐의라고 특검은 판단한 것이다.

또 재단이나 최순실 씨 일가에게 돈을 낸 기업들 모두 저마다의 민원을 대통령에게 청원했다는 점도 같다. 출연금과 지원금 규모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삼성이 계열사 합병을 부탁한 것과 여러 다른 기업들이 사면과 검찰 수사 및 세무조사 무마, 혹은 면세점 문제 해결 등을 청원한 것은 본질적으로 다를 수 없다. 법의 형평성이란 측면에서, 재단 출연금과 삼성의 최 씨 일가 지원금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돼야 마땅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일괄 뇌물죄 적용은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특검 수사에 일정 부분 차질은 불가피하게, 무모한 도전으로 치부될 일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번 영장 기각으로 특검의 대기업 수사는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미르와 K스포츠재단에만 출연한 재벌들은 일단 특검의 칼날을 피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최순실 씨 측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거나 계획했던 롯데, SK 등에 대한 수사는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영장기각 이후 특검이 “흔들림없는 수사”를 강조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3대에 걸쳐 세습이 이뤄진 삼성그룹. 공교롭게 1, 2, 3대 총수 모두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하지만 한 번도 구속 수사를 받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멀게는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 시대인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 때부터 가깝게는 2대 이건희 회장 시절인 1995년 비자금, 정관계 로비 사건, 2008년 비자금, 불법 경영승계 사건까지 모두 마찬가지였다. 2005년 이른바 ‘삼성 X파일’ 사건 당시 이건희 회장은 아예 검찰에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 사실상 3대 총수가 된 이재용 부회장도 이번에 특검의 구속 수사를 피해 가면서, 여러 비리와 정경유착에도 불구하고 3대째 이어져 온 삼성의 총수 불구속 기록은 이번에도 깨지지 않게 됐다. 하지만 구속 수사든, 불구속 수사든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 피의자인 삼성에 대한 수사와 재판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이른바 ‘법 위의 삼성’ 신화가 이번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계속 유지될지는 미지수다.
취재 강민수 한상진
삼성이 정부부처 고위 관료들의 성향과 전력 등을 파악해 정리한 인맥 관리 리스트 등 대외비 문서를 뉴스타파가 최초로 입수했다. 이 문서는 삼성전자 대관업무팀이 정부 부처 등에 대한 로비 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 대관(對官) 업무란 정부나 국회 등을 상대로 한 기업의 대외협력업무, 즉 일종의 로비행위를 지칭한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삼성전자 내부 문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대외기관 핵심인사 현황>이란 100여 쪽짜리 보고서다. 여기에는 대관업무팀의 운영목적이 “관계기관별 대외업무 단위별 커뮤니케이션 채널 구축” 및 “주요현안 사전 정보센싱, 지지기반 확보, 당사 의견 건의 등”으로 기재돼 있다. 접촉 채널을 구축해 삼성전자의 이익에 맞게 주요 현안에 대처하는 게 대관 업무의 목적이라는 뜻이다.
특히 삼성전자 대관업무팀의 이 내부 문서엔 청와대와 특정 정부 부처가 “협력 채널”이라고 적시돼 있고, 정부기관과 청와대 비서실 등의 조직도가 함께 그려져 있다. 이는 삼성이 자신들의 사업 영역과 관련이 있는 정부 기관에 줄을 대기 위해 전사적으로 담당 정부 부처 등을 지정해서 관리해왔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이 내부 문서를 제보한 삼성의 전 대관업무 담당자는 해당 문서에 파란색 글씨로 표시된 정부 부처나 기관들은 자신이 소속된 대관업무팀이 담당한 곳이라고 증언했다.

이렇게 부서 별로 담당할 정부 기관 등을 지정하고 정부부처와 청와대의 조직도를 그려넣은 뒤 삼성은 ‘대외기관 핵심인사’들을 한사람씩 파악해 경력과 성향 분석 리스트를 만들었다.
리스트에 오른 ‘핵심인사’들엔 ‘합리적 업무 스타일, 온화한 인품, 소탈한 성격’ 등의 인물평이 기재돼 있다. 하지만 이렇게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평가만 적혀 있는게 아니다.
‘강압적 업무 추진, 직설적, 참고자료 욕심이 많아 과장급들이 백자료를 많이 준비해야 한다, 부내에서 주류 국장급 대상에서는 제외되는 인사, 보신주의 성향이다, 다소 권위적이며 전형적인 공무원 스타일이다, 자신의 출세를 위해 이기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정치적이며 언론플레이에 신경 쓴다, 후배직원들에게 모욕적 언사도 서슴치 않아 존경받지 못하는 인물, 사시 동기들 중 지검장 승진 대상 5순위 내 등 매우 구체적이고 부정적인 평가도 여럿 발견된다. 거의 사찰수준의 보고서인 것이다.

특히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주무국장, 가전/IT분야 주무 국장, 당사 UHDTV사업 연관성 큼, 당사 스마트TV사업 연관성 큼’ 등 삼성전자 제품이나 사업과 관련된 정부 부처의 부서들은 따로 명기해 놓기도 했다. 산업자원부의 한 국장에 대해서는 “4-5년전 친동생이 당사(삼성전자)의 홍보팀 경력이 있다”며 ‘핵심인사’ 주변의 특이 인물도 파악해 놨다.
공정거래위원회나 중소기업청의 최고위직 관료에 대해 ‘대기업 저승사자’라거나, ‘친중소기업 성향’이라고 평가한 부분도 눈에 띈다. 거대기업인 삼성전자 입장에서 이른바 ‘적군’을 따로 분류해 놓은 것이다. 정부고위 관료들이 골프를 치는지, 술이나 담배를 하는지, 종교가 무엇인지 등을 파악해 놓거나 친한 지인들이 누구인지 파악해놓은 이유도 유사 시 원활하게 정부 고위 관료들을 접촉하기 위한 인맥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려 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런 자료를 통해 자신들이 접근하기 편한 상대를 고르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의 한 국장에 대해서는 “기업보다는 공정위의 입장을 중시하는 편임”이라고 적어놓거나 “대기업 저승사자로 조사가 철저하고 깐깐하다”고 평했다. 하지만 다른 국장이나 과장에 대해서는 “기업에 대한 이해도가 뛰어”나다, “기업에 대해 합리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묘사해 놨다. 뭔가 대화가 통할 여지가 있다는 평가를 내부에서 공유한 것이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 일부 주요 보직 과장과 국장에 대해서는 “당사와도 오랫동안 우호적 관계 유지중”, 또는 “친 대기업 성향을 가졌음”이라고 명시했다. 삼성에 의해 이런 평가를 받은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의 핵심사업부문들과 직접 연관을 맺고 있는 부서의 과장과 국장 급들이었다.

삼성이 “친대기업 성향을 가졌음”이라고 명시한 산업통상자원부의 과장은 취재진에게 자신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기업에게는 다 잘해준다”고 답변했다. 삼성 자료에 ”당사와도 오랫동안 우호적 관계 유지 중”이라고 묘사된 산업자원부의 국장급 고위 공무원은 자신은 특별히 삼성과 우호적 관계를 맺지 않았다며 삼성 문건에 기재된 내용을 부인했다.
삼성의 이 내부 자료를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제보한 삼성전자 전 대관업무 담당자는 10만여 명의 삼성전자 직원뿐만 아니라 수백 개에 이르는 삼성전자 협력업체 임직원들의 인맥과 이 보고서의 공직자들을 매칭시킨다면 “삼성이 뚫지 못할 곳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삼성은 꾸준한 로비를 위해 관련 부처 과장 한 명만 바뀌어도 보고서를 ‘판갈이’하고 주요 내용은 모두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에 보고된다고 증언했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의 대관업무팀이 만든 이 내부 자료는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기업청, 관세청, 동반성장위 등 9개 정부기관과 유관단체들의 과장, 국장, 실장, 장관등 고위직 125명의 현황이 파악돼 있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의 대관업무팀 40여 명이 맡고 있는 정부 기관과 유관 단체들이 모두 9곳인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 내의 미래전략실이나 노출되지 않은 또 다른 조직, 그리고 삼성그룹 각 계열사들의 대관업무팀이 다른 정부 부처나 국회, 사법, 정보, 언론 기관 등을 이중 삼중으로 담당하면서 주요 인사들의 성향을 파악해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뉴스타파 취재진이 입수한 고위관료 성향 파악 리스트는 삼성그룹이 관리하는 전체 ‘대외기관 핵심인사’ 리스트 가운데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뉴스타파는 삼성전자가 왜 ‘대외기관 핵심인사” 리스트 등을 만들었는지 답변해주기를 요청했지만 삼성전자 측은 답변을 거부했다.
취재:최경영
촬영:김기철,김수영
C.G:정동우,하난희
편집:윤석민
뉴스타파에 삼성전자 대관( 對官)업무팀의 ‘대외기관 핵심인사 현황’ 등 내부 문서를 건넨 제보자는 삼성에서 해당 업무를 담당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삼성의 입김이 정부, 국회, 검찰, 법원, 언론 등 우리 사회 모든 곳에 미치지 않는 데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하기 위해 삼성은 막대한 돈과 시간, 인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자신이 소속된 곳은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였지만 사실은 ‘상생’이 아니라 오직 ‘삼성’의 이익만을 위해 일했다는 사실에 그는 괴로웠다고 말했다.
실제 그가 제보한 ‘대외비’ 문서에는 ‘대관업무 기능강화’를 위해 “상생협력센터내 업무팀 통합에 따라 대관 업무기능을 효율적으로 재편, 운영”하겠다고 적혀있다. ”공정위와 국회는 업무팀으로 통합”하고 “산업부 관련 업무는 상생협력팀으로 통합한다”, 다만 “미래부, 방통위, 총리실의 규제개혁과 관련해서는 업무팀에 기능을 유지”시킨다는 내용도 있다.
제보자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사실상 삼성’전자’와 삼성’후자’로 나뉜다고 한다. 이는 삼성 임직원들 사이에 흔히 통용되는 말이라고 한다. 삼성전자에 삼성의 모든 돈과 인적자원이 집중되어 있음을 상징하는 삼성그룹 내 속어다. 그는 삼성전자 내에서도 이른바 ‘본사’가 따로 있으며 대관업무는 이 ‘본사’업무에 속해 대관업무 담당자들을 뽑을 때는 사내에서 따로 시험까지 치른다고 증언했다. 실제 취재진이 확인한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이전 경력도 본사에서 경리, 관세, 구매기획, 하도급 업무를 했던 사람부터 로스쿨 출신까지 다양했다. 취재진이 확보한 대관업무 담당자들의 경력서류를 보면 4개월짜리 신참부터 24년 동안 대관업무만 한 베테랑 부장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현 장관이 행정부 과장이던 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대관업무 담당자도 있었다고 한다. 제보자의 증언이다.
가령 산업부의 그 때 윤상직 장관이 있을 때였거든요.윤상직 장관이 과장일때부터 명함을 돌리신 분이 제 상사로 계셨었어요.그 분이 힘들게 채널을 하나 여신 거거든요.그리고 어떻게 하냐면.계속 갑니다.3개월동안,계속 명함을 돌려요.그러면 정부에서도 어린 친구가 명함 돌리고 있으니까 한 번 와보라고 하겠죠.너 누구야.저 삼성전자에서 왔습니다.해서 친해지게 되거든요.그분이 과장,국장 되시고 결국에는 차관,장관까지 올라가게 되는 거잖아요.
취재진이 윤상직 의원(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확인한 결과 제보자의 말은 사실이었다. 윤 의원은 제보자의 상사와 오랜 지인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삼성전자 상생협력센터 전무였던 한 인사도 센터 내 대관업무팀 존재를 인정했다. 그렇다면 상생협력센터내의 대관업무 담당자들은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일까? 다시 제보자의 말을 들어보자.
제일 중요한 것은 센싱이구요.센싱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은 제가 교육을 받아서 아는 내용이고요.그런 센싱하는 주요 사이트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입니다.그리고 그 다음으로는 업무팀이랄지 대외업무를 하시는 분들이 정보들을 받아요.사람이 친해지다보면 보도가 되기 전에 미리 자료를 입수할 수 있습니다.그 담당자들이랑 친하기 때문에.그럼 그런 것들이 센싱인 거거든요.미리 대응을 할 수가 있는거죠.부고나 그런 것들을 보고 이제 정부기관의 (주요 인사) 친인척이 돌아가셨다고 하면은 가서 인사할 수는 있는거잖아요.
정부 관료나 국회의원실을 찾아가 정보를 수집하고, 그 사람들을 접촉하기 위해 부고 등의 기사가 나면 조의금을 전달하면서 안면을 텄다는 말이다.
대기업도 돈을 쓰고,사람을 쓰고 해서 얻는 정보들이잖아요.그래서 폐쇄된 정보긴 하지만.사람 고문해서 옛날에 김기춘…아 김기춘이라고 하면 안 되나.뭐 그런 것처럼.고문한게 아니라.잘 구슬려 가지고.돈도 주고.뭐 협박한 것도 아니고.
제보자는 삼성이 막대한 돈과 인적 자원을 동원해 삼성의 이익과 관련된 중요 정보들을 취합하는데 이 가운데 핵심 정보들은 모두 미래전략실로 보고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취합된 정보를 가지고 삼성이 목표로 했던 것은 결국 삼성에게 불리한 법안이나 정책을 무력화시키는 것, 또는 삼성에게 유리한 정책들을 입안시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분(부장)이 이야기 하신 게 이제 상생협력센터인데,상생을 생각하면 안된다고.삼성을 위해서 생각해야지 기획이 나온다고.그런데 굉장히 쇼킹했는데.한 몇 개월 지나고 나니까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어떤 기획을 하더라도.아,삼성을 위해서 해야하는구나.
삼성전자의 홈페이지를 보면 상생협력센터는 삼성전자가 중소기업 등과의 이른바 ‘상생경영’을 위해 세운 CEO 직속 조직이라고 설명돼 있지만 제보자에 의하면 직원 120여 명 가운데 40명 안팎이 대관업무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여기에다 삼성전자의 수뇌부라고 할 수 있는 미래전략실에는 전략1, 2팀과 커뮤니케이션팀, 인사지원팀, 경영진단팀, 기획팀 등 6개 팀이 있다. 이 팀들은 팀장이 사장이나 부사장급이고, 각 팀장 밑에 보통 전무나 상무급만 서너 명이상 배치돼 있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삼성전자의 조직도를 보면 삼성 미래전략실에는 거의 전담으로 배치된 법무팀이 따로 있었다. 이 곳에도 50-60 명의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고 한다. 이는 삼성전자 법무실과는 별도의 조직이다. 제보자는 자신이 소속돼 있던 상생협력센터 내의 대관업무팀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업무팀들이 삼성 계열사 별로 따로 있다고 증언했다. 결국 상무급 이상만 수십 명이라는 삼성전자의 미래전략실, 상생협력센터의 대관업무팀, 그리고 각 계열사 별로 별도로 존재하는 대관업무팀, 때때로 대관업무를 보조하는 전 계열사의 홍보팀 등을 모두 감안하면 삼성에서 정부와 국회 등 외부 기관을 상대로 사실상의 로비를 하고 있는 임직원은 최대 천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한 기업 집단이 이처럼 거대한 로비조직을 운영한다면 정부나 국회 등의 공적 기관이 공정한 시장 경제를 중재, 관리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제보자 역시 그 부분을 가장 우려했다.
정직하게 플레이하시는 분들이 제대로 리워드(보상)를 못받으시는 것 같더라구요.한국사회 자체가.그래서 상대방이 어떤 플레이를 하는지 알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거기서 제가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게 법안도 건드릴수있다.대기업이… 정상적이 아닌 플레이를 한다는 것 자체가.그 사람(이재용)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그런 인식들이 좀 바뀌어야 하고…
취재:최경영
촬영:김기철,김수영
C.G:정동우,하난희
편집:윤석민
지난해 11월 출범한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지난 9일 7차 청문회를 마지막으로 공식 활동을 종료하며 6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특위는 활동을 종료하며 10명의 증인을 위증혐의로 고발했고, 35명의 청문회 불출석 증인에 대해서는 국회모욕죄로 고발했다. 뉴스타파는 이들 35명의 증인에 대한 불출석 사유서를 전수 입수해 증인들이 어떤 이유로 청문회에 불출석했는지를 분석했다.
청문회 불출석 증인 중 국조특위에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불출석한 증인은 7명이다. 정윤회 전 박근혜 의원 비서실장은 12월 15일 4차 청문회에 이른바 ‘정윤회 문건 파동’의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했다. 윤후정 전 이화여대 명예총장도 12월 15일 4차 청문회에 정유라 부정입학 관련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무단 불출석 했다. 김영석 전 미르재단 이사, 김형수 전 미르재단 이사장도 같은 날 열린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을 명령 받았지만, 무단 불출석했다.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는 12월 22일 열린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무단 불출석했다. 고 전 이사는 3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이 태블릿을 사용할 줄 모른다’는 증언으로 위증 논란이 있어 5차 청문회에 재차 증인으로 선정됐다.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과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각각 두 차례의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사유서를 제출하지 않고 불출석했다.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은 국정농단의 핵심증거인 ‘최순실의 태블릿 피씨’의 실제 개통자로 알려진 인물로 12월 15일 4차 청문회와 1월 9일 7차 청문회에 증인 채택됐지만, 무단 불출석했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도 최순실의 금융계 인사개입 등의 이유로 12월 7일 2차 청문회와 12월 22일 5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무단 불출석했다.
건강 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증인 16명으로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 한일 전 서울경찰청 경위, 류철균 전 이화여대 교수, 이한선 전 미르재단 상임이사, 김장자 삼남개발 회장, 최순득 씨,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원오 전 승마국가대표 감독,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 정송주 대통령미용사, 정매주 대통령분장사,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 최순실 씨였다.
이들 중 최순실 씨는 12월 7일 열린 2차 청문회에 불출석하며 공황장애가 있고 건강이 좋지 않다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12월 22일 열린 5차 청문회에서도 최 씨는 구속 수감 등으로 인해 심신이 피폐해져 출석이 불가능하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12월 26일 열린 구치소 청문회장에서 최순실 씨를 만난 국조특위 위원들은 최 씨의 상태가 청문회에 불출석할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또 최 씨는 자신의 재판에는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있고 지난 1월 16일에는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기도 했다.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은 녹내장 수술 후유증 등 정신적 신체적인 건강 악화를 이유로 7차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고 밝혔다. 최 전 총장은 진단서까지 첨부하며 정신과 치료 중이며, 한 달간 감기에 걸렸다는 점과 목의 통증으로 약에 의존하고 있고 우울증까지 걸렸다며 청문회장에 증인으로 출석할 수 없다고 사유를 밝혔다.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도 유방암 수술 후 항암치료를 이유로 지난 9일 청문회에 불출석하며 진단서까지 제출했다. 그러나 특검은 지난 14일 ‘정유라의 이화여대 입학, 학사 특혜 의혹’과 관련해 김 전 학장의 죄질이 무겁고 수감생활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삼성의 정유라 특혜 지원 지원의 중간자 역할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박원오 전 승마국가대표 감독도 후두암 재수술을 이유로 모두 세차례, 1차, 5차, 7차 청문회에 불출석 했다. 특히, 박 전 감독은 출석이 예정된 1차 청문회 하루 전인 12월 5일, 후두암 재수술을 실시해야 하고 이후 2주간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서까지 제출했다. 이에 특위는 박 전 감독에게 그로부터 2주 후인 12월 22일 5차 청문회에 재출석해 증언할 것을 요구했으나 박 전 감독은 재차 불출석 사유서를 보내와 수술 후유증으로 3개월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첨부하며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위는 지난 1월 9일 열린 7차 청문회에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박 전 감독은 사유서를 통해 수술부위 염증이 재발했다며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과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출석해 증언할 수 없다는 사유를 든 증인은 모두 10명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증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 씨를 비롯해 안종범 전 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 안봉근 전 비서관, 윤전추 행정관, 이영선 행정관, 우병우 전 민정수석으로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이번 국정농단의 핵심인물들로 분류돼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 중에는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과 한일 전 서울경찰청 경위도 있었다. 이들은 지난 2014년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청와대 문건 외부유출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극심한 고초를 겪은 인물들이다. 정유라의 이화여대 학사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는 류철균 교수는 12월 15일 열린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자신에 대해 수사의뢰된 상황으로 출석이 불가능하다’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후 류 전 교수는 특검 조사 과정에서 정유라에게 이화여대 학사특혜를 준 혐의로 지난 3일 새벽 구속됐다.
윤전추 행정관과 이영선 행정관은 증인으로 채택된 3차례 국회 청문회에는 특검 수사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모두 불출석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에는 1월 5일과 12일 각각 출석해 증언한 바 있다. 특히 이들은 현직 청와대 행정관으로 12월 7일 열린 2차 청문회에 불출석하며 제출한 사유서의 내용이 동일해 청문위원들로부터 청와대의 압력이 있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만들기도 했다.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정호성 전 비서관과 함께 ‘문고리 3인방’으로 불리며 대통령 핵심 보좌 세력으로 알려져있지만, 재판과 수사에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어 출석할 수 없다고 사유서를 통해 밝혔다. 특히 안봉근 전 비서관은 이 외에도 자신의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딸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이유도 불출석 사유로 들었다.
이들 외에도 베트남에서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는 최순득 씨의 아들 장승호 씨는 12월 7일 2차 청문회에 출석해 베트남 대사 임명에 대해 비선실세의 입김이 작용했는지에 증언할 것을 요청받았지만, 운영 중인 베트남 유치원의 학부모 미팅이 잡혀있고 일정 변경이 어렵다며 출석하지 않았다. 12월 22일 열린 5차 청문회에는 불출석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고 무단 불출석했다.
전 승마 국가대표 감독인 박재홍 씨는 12월 15일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을 요구받았지만, 예정된 승마 레슨 일정을 이유로 불출석했다. 또 실제 거주지는 광주광역시라며 서울과 거리가 멀어 왕복에 어려움이 많다는 이유도 사유서에 덧붙였다.
한용걸 전 세계일보 편집국장도 12월 15일 4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2014년 정윤회 문건 보도 당시의 상황에 대해 증언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유서를 제출해 ‘출석해 발언할 경우 취재정보가 유출돼 언론 자유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고 불출석 이유를 밝혔다가 고발됐다. K스포츠재단의 초대 이사장인 정동구 전 이사장도 재단 설립과 자금 출연 배경에 대해 12월 15일 4차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다. 그는 사유서를 통해 예정되어있던 아프리카 우간다 출장으로 출석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특위는 정 전 이사장도 고발했다.
이 외 조여옥 전 대통령실 간호장교와 추명호 국가정보원 국장도 사유서를 제출했지만, 국조특위는 이들을 국회모욕죄로 고발했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물론 억울한 증인들이 있을 수 있지만, 단 한 명의 예외도 없이 국회를 모욕한 사람은 고발을 하자는 취지로 고발을 의결한 것”이라며 “추후 청문회 제도 개선을 통해 불출석한 증인들에 대해서는 더 큰 처벌이 이뤄지도록 해야 국회의 국정조사가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국회 국조특위로부터 입수한 35명의 불출석 사유서를 모두 입수해 이들이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된 이유와 불출석한 사유를 공개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취재 : 송원근, 이유정, 박중석
영상 : 김기철, 김수영
개발 : 김슬
디자인 : 하난희
“돈도 실력이야” 증명한 사법부유전무죄 무전유죄
촛불민심은 타오르고 국정농단 공범들이 벌인 갖은 부정부패가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다. 그럼에도 국정농단의 주범인 박근혜, 최순실, 이재용은 모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국정농단 주범들이 이토록 당당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그들이 만들어온 ‘상식’을 믿기 때문이다. 정유라는 “돈도 실력이야. 없는 니네 부모를 원망해”라고 말했다. 그들에게는 돈과 권력이 실체이고 정의였다.
이재용 구속영장 기각1월 19일, 서울중앙지법은 특검의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뇌물죄, 제3자 뇌물죄, 횡령, 위증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구속영장실질심사를 한 조의연 부장판사는 “대가관계에 대한 소명정도, 법률적 평가를 둘러싼 다툼의 여지, 현재까지의 수사 내용과 경과 등을 비춰봤을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여기에 ‘피의자의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 ‘뇌물 수수자에 대한 조사 미비’까지 포함되었다. 이러한 근거라면 화이트칼라 범죄는 구속할 수 없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조사없이는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할 수 없다는 논리에 이른다.
이재용 부회장이 430억 원의 뇌물을 준과정이나 업무상 배임 및 횡령, 위증 등은 이미 충분히 드러난 사실이다. 조의연 부장판사의 구속영장 기각은 그간 밝혀진 사실관계나 구속영장 발부 관행에 비춰봤을 때도 납득하기 어렵다.
2,400원 > 430억돈이 없는 사람은 유죄이고 돈이 있는 사람은 무죄인가? 1월 18일, 법원은 한 버스 노동자가 대금 중 2,400원을 누락했다는 이유로 17년간 일한 직장에서 해고되어 제기한 해고무효소송에 대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회삿돈으로 430억의 뇌물을 주고 8조에 가까운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는 구속의 필요성이 없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사법부는 노동자가 미처 챙기지 못한 2,400원의 무게는 무겁게 봤지만, 재벌총수가 회삿돈을 횡령해 뇌물로 지급한 430억의 무게는 가볍게 보았다.
불법파견 면죄부이뿐만이 아니다. 1월 12일, 서울중앙지법은 1,300여 명의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가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서비스기사 채용, 업무교육 및 평가, 인센티브 지급에 관여한 것은 상생협력 방안을 실천한 것이거나 도급 완성을 위해 자격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전자서비스가 도급인의 지시권을 넘어서는 행위가 있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일부라고 국한시키고 삼성 마크를 사용한 것도 고객 신뢰를 위한 것이라는 말로 포장했다.
재판부의 판결문은 사실상 삼성전자서비스 사측의 입장을 그대로 대변한 결과물이었다. 심지어 판결문에는 고위층 간부 개입 논란이 있었던 고용노동부의 수시근로감독 결과도 그대로 실렸다. 사법부는 명실공히 삼성의 입장을 대리했다.
1월 19일 새벽 4시 50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됐다. 영장 전담 판사는 뇌물공여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댔다. ‘주거 및 생활환경 고려’도 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밝혀졌다. 시민들은 분노했다. 변호사들과 법학교수들은 법원 앞에서 노숙 농성을 들어갔다.
삼성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주요 공범이라는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는 상황에서 왜 법은 유독 삼성 앞에만 서면 힘을 잃는 것일까?

▲ 1월 12일 피의자 신분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 사무실에 도착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카린 밀수와 부정축재를 벌였던 1대 이병철 회장도, 수백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고, 수조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조세 포탈 혐의를 받은 2대 이건희 회장도 감옥에 간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조세 포탈, 비자금 조성, 뇌물 공여 등 삼성 총수들의 각종 범법 행위가 드러날 때 마다 법의 칼날은 삼성 앞에서는 무뎌지기만 했다.
삼성을 건드렸다가 의원직을 잃게 된 경우도 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그 경우다. 그는 지난 2007년에 삼성의 ‘떡값’ 전달 대상으로 거론됐던 전, 현직 검사 7명의 명단과 액수를 공개했다가 의원직을 상실했다.
제가 2004년에 처음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국회에 들어와서 처음 제가 들었던 충고 저를 좀 아끼는 3선 의원이 저한테 한 얘기가 기억납니다. 정치인으로서 긴 수명을 누리려면 미국하고 삼성은 건드리지 마라. 언터쳐블. 건드리면 안 되는 존재였다는 거죠. 그리고 건드리면 그만큼 본인이 위험해진다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노회찬 / 정의당 원내대표
“언터처블 삼성 공화국”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는 언론의 역할도 크다. 삼성의 위기는 한국 경제의 위기라며 이른바 “삼성 위기론”을 부추긴다. 지난 18일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영장 심사를 앞두고, ‘보수’ 언론과 경제지들은 삼성이 해외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게 될 것을 우려하는 기사들을 쏟아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회사가 아니다.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 총수 개인의 위기가 곧 한국 경제의 위기로 직결될 근거가 빈약하거나 거의 없다는 지적도 많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 비자금 수사 기간 동안 삼성전자 실적을 분석한 결과, 통계학적으로 총수에 대한 사법 처리와 삼성의 경제적 이익은 크게 상관관계가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 1월 20일부터 25일까지 법학교수와 변호사들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영장 기각을 규탄하는 노숙 농성을 했다.
삼성이 법 위에 군림해 온 70여 년. 하지만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로 광장으로 나온 촛불 민심은 점차 재벌권력에 대한 심판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 개혁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취재작가 김진주
글 구성 김근라
취재연출 박정남, 이우리
삼성과 코레스포츠 사이의 컨설팅 계약 체결 전 이미 최순실 씨가 딸 정유라 씨의 말을 독일로 보냈다는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를 통해 새롭게 확인됐다. 이는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설립한 코레스포츠에 삼성이 지원을 할 것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최 씨가 사전에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때문에 최 씨에 대한 삼성의 지원이 뇌물인지를 판가름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 헤센주 노이안스파흐에서 빈터뮬레 승마장을 운영하는 아놀드 빈터 씨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2015년 6월쯤 최순실 씨가 딸 정유라 씨의 말 4필을 맡겼고, 한 달 뒤인 7월 23일 관리비용으로 7,862유로, 우리 돈으로 980여만 원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빈터 씨가 제시한 청구서에는 최순실 씨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는 물론 정유라 씨의 말 4필의 이름도 기재돼 있다.

▲ 최순실씨, 독일 빈터뮬레 승마장에 정유라 말 4필 관리비용 지급(2015.7.23)
최 씨가 빈터뮬레 승마장에 말을 맡긴 시점인 2015년 6월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된 7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보다 한 달 앞선다. 이 때는 삼성이 국민연금의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총력을 펼치던 시기였다. 따라서 이 민감한 시기에 삼성과 최순실 씨 사이에 정유라 지원에 대한 합의나 공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삼성은 그동안 삼성물산의 합병이 결정된 뒤인 8월 26일, 최순실 씨의 코레스포츠사에 220억 원의 지원 계약을 한 만큼 최 씨에 대한 지원은 대가성이 성립되지않아 뇌물이 아니라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최 씨가 독일에 정유라의 말을 옮긴 2015년 6월은 대한승마협회 올림픽기획팀이 작성한 한국 승마선수단 지원계획안이 마련된 시점과도 일치한다. 이 계획안은 지난해 12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폭로했는데, 정유라 등 한국 승마선수들이 독일 현지에서 전지 훈련하는 비용을 삼성과 한국마사회가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삼성물산 합병 이전에 이미 삼성의 지원계획이 정해져 있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건이다 .

▲ 뉴스타파 취재진이 아놀드 빈터(빈터뮬레 승마장 대표)씨를 인터뷰하는 모습
이와 함께 뉴스타파가 빈터뮬레 승마장에서 확보한 정유라 씨 말 관리비 청구서를 보면, 최순실 씨는 Peden Bloodstock이라는 말 운송업체에 2,269유로를 지불한 것으로 나온다. 독일 내에서 말을 옮긴 비용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교롭게 삼성 역시 2015년 6월 11일 똑같은 업체에 28,970 유로, 우리 돈 3천여 만원을 지불한 것으로 확인된다. 최 씨가 납부한 금액에 비해 10배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말 국제 운송 비용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정유라 씨의 말 국제 운송 비용을 삼성이 대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삼성전자 승마단 재활승마센터에서 말 세 마리를 국내로 들여오기 위해 지불한 돈이라고 해명했다.
취재:현덕수 심인보
촬영:김남범
편집:박서영
독일 현지 취재 지원 : 강순원
2016년 겨울의 거리는 촛불의 열기로 뜨거웠다. 주말마다 광장을 가득 채운 시민들의 힘은 결국 대한민국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을 탄핵 심판대로 끌어냈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수많은 시민들은 2017년 지금도 광장을 지키고 있다.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국회의) 탄핵소추안을 가결 시켰던 승리의 경험. 광장에서 외쳤던 주권자의 명령. 이 모든 기억을 잊지 말고 더 큰 명령을 준비할 때입니다. 새로운 2017년이, 완전히 달라질 이후 30년이 우리들 앞에 놓여있습니다.
김벼리 / 평택 현화고등학교
그러나 박근혜는 여전히 청와대에서 버티고 있고, 공범자들 역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백만이 모였던 광장의 촛불은 이제 어디로 향해야할까?

▲ 이유미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운동연구소는 “삼성은 경영승계에 도움을 받았고 그 대가로 최순실과 재단에 돈을 줬다”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이 사회에 뿌리 깊숙이 박혀있던 정경유착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막강한 자금을 동원해 자신들에게 필요한 정치를 이용해 온 재벌들과는 달리, 시민들의 일상은 정치 혐오에 가까웠다. 지금껏 국가, 재벌, 정치권, 언론은 삶과 정치의 연결을 끊임없이 방해했고, 제도정치에 대한 깊은 실망감은 시민들을 정치에서 고개를 돌리게 했다.
말로만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들이 주권자로서 존중받는 대한민국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의 문제가 정말 정치에서 진지하게 다뤄지고 정치가 그런 것을 풀어내는, 우리의 생활의 문제를 풀어내는 그런 것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우리가 광장에 모인 건 비롯 개인이지만 개인이 집단이 돼서 비롯 그 날 그 순간 뿐이지만 행동했기 때문에 힘이 있었던 거예요. 그럼 왜 그 순간만 집단이 되어야 하냐는 말이예요. 매일 집단이 되어 있으면 좋죠.
강상구 / 정의당 교육 연수원 부원장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다가올 수록 정치권은 대선 경쟁에 나서고 있다. 이번주 뉴스타파 목격자들 <이것은 명령이다>는 다양한 시민들의 인터뷰를 통해 2016년의 촛불을 돌아보고, 2017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하승수(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김벼리(촛불집회 참가 고등학생), 김혜진(4.16연대 상임운영위원), 강상구(정의당 교육 연수원 부원장)
열심히 시위를 했던 프랑스 학생 중에 한 명이 한국에 온 적이 있었어요. 한국에서 자기가 정말 이상했던 것. 청년 실업이 8%쯤 되면 조직이 100개는 만들어져 있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에 약간 충격을 받았어요. 왜냐하면 우리같으면 청년 실업률이 8%면 다들 나와서 시위를 해야 하는 것 아니야 라고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말하지 않고 조직이 100개는 만들어져 있어야 하는 것 아니야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김혜진 / 4.16연대 상임운영위원/퇴진행동본부 언론팀
이번 프로그램의 연출은 태준식 독립영화 감독이 맡았다. 그는 <당신과 나의 전쟁> <어머니> <슬기로운 해법> <교실> <촌구석> 등을 연출했다. 또 내레이션은 촛불집회를 참여하고 경험했던 고등학생 김벼리 양이 맡았다.
글 연출 태준식
이번에는 36조 원에 육박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2월 2일 종가 기준 35,387,958,048,000원이다.
삼성전자가 회삿돈으로 사서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17,981,686주에 지난 2월 2일 삼성전자 주가인 196만 8천 원을 곱하면 35,387,958,048,000이란 숫자가 나온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이 엄청난 가치의 삼성전자 지배권을 차지할 수 있다.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게다가 합법적으로 말이다. 법이 그렇게 돼 있다. 삼성전자 발행주식 수 대비 지분율로 보면 무려 12.8%나 되는 양이다.
지난 2015년 여름, 이재용 씨가 국민적 비난을 감수하며 국민연금을 이용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시켜 손아귀에 넣은 삼성전자 지분도 4.1%에 지나지 않는다. 이재용 씨의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유한 주식도 고작 3.5% 정도다. 그런데 삼성전자의 지분 12.8%, 시가로 36조 원에 육박하는 주식에 대한 지배권을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합법적으로 차지할 수 있다니… 그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일부 국회의원들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일명 ‘이재용법’을 발의해 이런 폐단을 막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특검도 구속시키지 못한 이재용 씨다. 국민들의 시선이 대통령 탄핵심판과 임박한 대통령 선거로 쏠리는 사이, 이재용 씨는 또 슬며시 혼자 웃게 될지도 모르겠다.
취재 : 최경영, 송원근
촬영 : 김기철, 정형민
C.G : 정동우, 하난희
편집 : 박서영
14차 촛불집회가 4일 전국 60여곳에서 벌어진 가운데 서울 광화문에서만 연인원 4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2월에는 탄핵하라”고 외치면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도 하루 빨리 사퇴하라고 촉구했다.특히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혐의내용을 전면 부인하고, 박사모등 관변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저항하는 양태를 보이면서 촛불 민심은 설연휴 이후 다시 불붙는 양상이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본집회에 앞서,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앞에서는 2천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모이자 법원! 가자 삼성으로! 박근혜 퇴진! 이재용 구속!”을 구호로 사전집회가 펼쳐지기도 했다.사전집회에서도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등 집회 참가 시민들은 헌법재판소가 2월안에 탄핵심판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돼야 한다고 외쳤다.
친박단체들이 주도하는 탄핵반대집회는 박사모등 관변단체들를 중심으로 대한문과 청계광장에서 벌어졌다.이들은 “탄핵반대”,”특검해체”를 외치며 “계엄령 선포”라고 쓰여진 포스터를 흔들기도 했다.
취재:신동윤
촬영:정형민,신영철
편집:박서영
1. 취지와 목적
참여연대는 2017.2.7.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이하 규제프리존법)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연관성과 규제프리존법의 재벌대기업에 대한 특혜 여부 등을 묻기 위해 <규제프리존법의 재벌대기업 특혜 여부에 대한 질의서>를 발송함.
규제프리존법은 ▲ 안정성 입증과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는 ‘기업실증특례’제도 ▲ 의료, 환경, 교육,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의 대폭 완화를 주요 골자로 하고 있어 무분별한 규제완화라고 비판을 받고 있으며 ‘지역발전’으로 포장된 ‘재벌특혜법안’으로 지목받고 있음.
기획재정부는 2017.1.16.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프리존의 지정과 운영에 관한 특별법안」(이학재의원 등 125인, 의안번호: 2000026, 이하 규제프리존법)이 “「규제완화에 따른 대기업 특혜」 우려”라는 의견에 대해 “규제특례는 기업규모(대기업, 중소기업)와 관계없이 규제프리존내 지역전략산업 관련 모든 기업이 적용 대상”이라고 밝히면서, 규제프리존법과 관련한 “주요 지역전략산업인 신산업 분야는 벤처·스타트업 기업의 투자가 활발한 분야로, 규제완화는 이들 기업의 투자 촉진에 기여”한다고 설명함.
그러나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규제프리존법과 관련하여 실제 준비 중인 사업계획을 확인한 결과, 재벌대기업의 대규모 투자, 재벌대기업의 기존 사업에 대한 추가적인 혜택 혹은 지원으로 추정되는 세부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음. 또한, 규제프리존법의 도입과 운영이 ‘박근혜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인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관되어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음.
참여연대는 이번 질의서에서 경상북도, 강원도, 전라남도 등 지방자치단체가 규제프리존법과 관련하여 마련한 사업계획과 해당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업계획을 살펴보고 ▲ 규제프리존법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연관성 ▲ 규제프리존법이 박근혜게이트와 이를 통해 드러난 정경유착의 결과물 인지, 규제프리존법이 재벌대기업에 대한 특혜 인지 ▲ 규제프리존법과 관련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실제 준비 중인 사업계획과 경과 등에 대해 기획재정부의 입장과 설명을 요구함.
2. 주요 내용
(1) 규제프리존법과 창조경제혁신센터 관련
① 규제프리존법 제93조는 과학기술기본법 제16조의4 제3항에 따른 전담기관을 규제프리존의 운영 등을 담당할 ‘추진단’에 참여시킬 수 있도록 하고 ② ‘추진단’에 참여하는 과학기술기본법 상 전담기관은 재벌대기업이 일대일로 전담하여 지원하는 계획 하에 설립된 창조경제혁신센터임.
따라서, 재벌대기업이 과학기술기본법을 근거로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에 참여할 수 있고 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규제프리존법의 ‘추진단’에 참여한 재벌대기업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규제프리존의 운영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됨.
○ 이에, ▲ 재벌대기업이 규제프리존법과 과학기술기본법, 각 지역의 창조경제혁신센터 등을 통해 개별 지방자치단체의 규제프리존 운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주장 ▲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박근혜게이트’에서 드러난 정경유착의 대표적인 사례로 알려져 있는 상황에서, 규제프리존법과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연관성을 바탕으로 규제프리존법 역시 재벌대기업을 위한 특혜로 지목하는 해석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입장을 질의함.
(2) 재벌대기업과 창조경제혁신센터 사업계획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규제프리존법과 관련하여 구상·추진 중인 실제 사례와 해당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업계획을 통해, 규제프리존법과 창조경제혁신센터가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고 이해할 여지 다분함.
경상북도와 삼성의 의료산업, 강원도와 네이버의 빅데이터 관련 사업, 전라남도와 LG 혹은 GS의 기존 사업에 대한 지원 등의 사례를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규제프리존법 관련 사업계획과 각 지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업계획의 유사성, 연관성을 일정하게 확인할 수 있음.
1) 경상북도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는 ▲ 스마트 팩토리 보급·확산 ▲ 융합형 신사업 발굴 ▲ 문화·농업 사업화 추진 등의 과제를 ‘삼성’과 함께 추진한다는 계획을 마련함. 구체적으로는 ▲ 삼성 등이 의료기기, 로봇, 영상진단, 금형, 센서, 탄소소재, 3D 콘텐츠 등과 같은 7대 유망분야 관련 신사업을 추진을 희망하는 기업에 기술개발 및 판로개척을 위한 컨설팅을 제공하고 ▲ 경상북도와 삼성이 총 200억 원, 성장사다리펀드 총 100억 원을 재원으로 중소기업 업종전환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계획을 포함하고 있음.
경상북도의 <경상북도 지역전략산업 스마트기기산업 육성 기본계획 수정 (안)>(2016.6.) (출처: https://goo.gl/XO6c4g)에 따르면, 규제프리존 도입 방안과 관련하여 ▲ 스마트융합의료기기 허가 간소화 ▲ 원격의료 대상 확대 ▲ 스마트전장 IP주소 정보수집 사전동의 제도 개선(예외조항 신설) 등과 같은 규제폐지 내지는 완화의 필요성을 강조함.
2) 강원도
강원도의 경우, 네이버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출처: http://cei.go.kr/policy/41/detail)는 “혁신센터·전담기업인 네이버‧강원도가 협업하여 향후 추진과제에 대한 세부이행 계획을 마련하고 운영방안을 수립하여 추진”하겠다는 방향 하에 “빅데이터 포털 구축 로드맵에 따라 연내 민관 공공데이터를 추가 제공하고, 데이터 수집․분석 기능 등을 강화할 계획”을 마련함. 아래 <표1>와 같은 내용의 민관 공공데이터를 네이버에 제공한다는 계획을 수립함.
<표1>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방안> 중 네이버에 제공하는 민관 공공데이터 관련 내용
지자체/국토부: 실시간 교통정보-버스도착 정보/지도 정보 등
문화부/행자부: 기관정보/관광지 정보 등 토탈 POI 정보
통계청: 통합 형태의 실시간 가격정보-부동산 및 물가정보
기상청/환경부: 통합된 형태의 환경 정보 : 날씨 및 환경
행자부/국토부/산자부: 실시간 상업 지구 변경 정보 : 상점 매출 정보
국세청: 산업별 세금 정보 등
심평원: 의료정보 : 지역별 진단 및 동향 정보
한전/환경부/Kwater: 공공 인프라 사용 데이터 : 전기/상수도 사용 데이터
※주요 민간데이터의 경우, 혁신센터 참여 기업(15개)과의 협력을 통해 창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리스트 확보
▪ 롯데․현대카드 금융거래 정보 – 현재 상품 요청 리스트 및 거래 건수
▪ SKT․KT․LGT Call Log 정보 – 최근 1년간 콜 발생 건수(위치 포함), 사용자 위치 통계(지역별 사용자 수)
▪ 카카오 택시 사용 정보 – 지역 별 사용자 호출 건수 및 연결 시간
▪ 삼성 Home IoT 센서 데이터 – 수집 정보
출처: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장,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방안>, 2015.8.31.
강원발전연구원은 <규제프리존정책과 강원도 전략산업 육성>(2016.9.9. 정책메모 2016-50호)에서 규제프리존법과 관련하여 원격의료 등 ‘스마트 헬스케어산업’과 관련하여 총 1,528.7억 원, 평균 66.5억 원 수준의 민간투자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3) 전라남도
미래창조과학부의 2015.9.1. 일자 보도자료 <강원‧충남․전남 창조경제혁신센터 운영 박차>에 따르면,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는 ① 농수산 벤처 창업 및 웰빙관광 산업 육성 ② 친환경 바이오화학 생태계 구축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임. 이 과정에서 GS의 국내외 유통망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임.
<표2> < - 지역특성을 감안 규제프리존 도입을 위한 - 지역전략산업 육성계획 추진상황 보고> 중 민간투자 관련 내용
□ 에너지신산업 : 2건 492억원
○ 에너지 자립섬(LG CNS, 477억원), IoT 융합사업(누리텔레콤, 15억원)
- 친환경에너지 자립섬 조성[거문도(3.0㎿, 조도(1.8㎿)/‘16∼‘18년]
- 대규모 아파트, 공장 등에 에너지 관리시스템 구축(나주시 권역)
□ 화학소재 : 2건 5,155억원
○ 화학 및 바이오 소재 기반구축[GS칼텍스, ㈜ 바이오소재 등 10개 기업]
- 바이오 부탄올 및 폴리머 연구설비(550억원), 광양청과 바이오패키징협회 4개사 MOA(1,335억원)
- 수송기기용 고기능성 플라스틱 소재부품(250억원), 연료전지 발전사업(2,100억원) 등
□ 드론(무인기)산업 : 2건 972억원
○ 제조공장 및 기반구축[(주)소모홀딩스, 유콘시스템(주) 등 12개 업체]
- 인력양성 사업, 무인기 기술개발 조립 생산공장 구축, 기술개발 R&D 연구소 설립 등
출처: 전라남도, < - 지역특성을 감안 규제프리존 도입을 위한 - 지역전략산업 육성계획 추진상황 보고>, p.5.
전라남도는 규제프리존법과 관련하여, LG CNS, GS칼텍스 등 6개의 민간투자를 포함한 총 18개 사업, 1조 959억 원 상당의 투자계획을 마련함.
전라남도가 2016.8.10. <규제프리존 특별법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자료를 보면, 규제프리존법을 통한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주요한 방향으로 삼고 있음. 그 중 “전남 에너지 산업육성 10개년 계획 수립”은 에너지 산업 등과 관련하여 전기자동차의 경우, LG화학과 삼성SDI 등(ESS), 효성과 LS산전 등(모터), LG산전 등(인버터), 그리고 에너지자립섬과 관련해서는 LG CNS 등의 투자유치를 사업계획으로 포함함.
○ 이에, 규제프리존법과 관련하여 ▲ 각 지방자치단체가 현재 계획·준비하고 있는 규제프리존법 관련 사업계획과 지역전략산업 선정결과에 따른 사업내용과 개별 사업에 대한 투자기업 ▲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규제프리존법과 관련하여 추진하고 있는 사업의 경과와 규제프리존법이 아직 처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법의 통과를 전제로, 이미 사업을 계획·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태도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입장 ▲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관련하여, 삼성의 지원대상기업에 대해 실제 지원 여부와 지원규모, 삼성의 지원 전후 경영지표 변화, 경영 혹은 영업 상 최근 10년 동안의 삼성과의 관계 유무 등 ▲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와 관련하여 네이버에 실제 제공된 민관 공공데이터의 내용과 규모, 해당 정보제공과 관련한 법적 근거 등을 기획제정부에 질의함.
※ 질의서 원문 등 자세한 내용은 첨부파일 참조
'다발성경화증'도 삼성 직업병으로 인정받았다 (미디어오늘)
희귀질환 '다발성경화증'이 삼성전자 반도체·LCD 공장 노동자의 산업재해 질병으로 최초 인정됐다.
이 판사는 "(김씨가) 업무 중 아세톤 등 유기용제에 노출됐고 20세 이전에 야간근무를 포함한 교대근무를 수행했으며 밀폐된 공간(클린룸)에서 야간 근무를 하며 자외선 노출 부족을 겪었다"면서 "다발성경화증 평균적 발병시기인 38.3세보다 이른 만 20세에 발병한 점, 일반적인 유병율과 비교해 삼성전자 근로자 사이 유병율이 월등히 높은 점 등을 함께 고려했다"고 판결 취지를 밝혔다.
특히 법원은 이날 삼성전자 등 사업장 측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 태도를 비판했다. 재판부는 "원고의 업무환경을 입증하기 어려운 문제에는 관련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거나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사업주의 책임이 크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김씨가 취급한 물질 이름 및 성분 △작업환경 측정결과 보고서 △삼성 반도체·LCD 공장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 등 산재 입증에 필요한 필수 정보를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공개했다.
아래 주소에서 기사 전문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출처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5061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문에 모인 광장의 시민들이 이제는 박근혜의 퇴진과 처벌을 넘어서서 사회경제적 사안에 대해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주요 사안 중의 하나가 재벌에 관한 것이다.
실상 재벌이 문제라는 이야기는 필자가 대학에 다니던 시절이었던 1970년대부터 귀에 익숙한 주제이다. 그 당시에는 삼성은 이병철, 현대는 정주영, 금성(현재 LG의 전신)은 구자경, 대한항공은 조중훈 등 창업 1세대가 주로 활동하던 시기였다.
핵심적 주제는 국민경제에 대한 독과점보다는 부정부패의 원천인 정경유착과 군사정권의 하수인으로서 특혜를 받는 재벌에 대한 비판이 주로 다루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민혁명을 무산시키고 1961년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군림하면서 해외로부터는 굴욕적인 경협차관을 도입하고 국내적으로는 강제저축으로 초기의 원시적 산업자본(seed capital)을 축적하여, 정권에 고분하고 정치자금줄의 역할을 담당할 기업인들에게 몰아주면서 개발독재의 시대가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렸다.

때마침 문호를 활짝 개방한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임가공을 통한 수출이 무서운 속도로 확장일로에 있었고, 이를 계기로 하여 거대자본을 필요로 하는 기간산업과 중공업에 대한 투자가 일정 시차를 두고 왕성하게 이루지고 있던 시절로 기억된다.
이후 40-50년이 흘러 한국경제 규모는 아시아의 변방의 가난한 나라에서 제조업 규모로 세계 10위권을 형성하면서 OECD의 주요 국가로서 성장하였고, 정권은 박정희에서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그리고 박근혜 등 7명의 대통령이 헌법 규정에 따라 이루어진 선거에 의해 바뀌었다.
그러나 재벌기업의 경우에는 창업자 사후 후손들인 2.5 세대들은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의 절차도 없이 세습적으로 대를 이어 한국경제의 주역으로 등장하였다. 고등학교 동창회를 가면 흔히 듣는 ‘국적은 바뀔 수 있어도 학적은 영원하다’이라는 슬로건처럼 ‘정권의 주역은 바뀌어도 재벌의 승계는 영원하다’는 씁쓸한 연상이 자연스레 떠오르게 한다.
세습적인 재벌권력은 과거의 단순한 정경유착과 정책적 특혜집단이라는 지위를 넘어서 이제는 국민에 의해 선출된 임기제한의 정치권력을 능가한다.
정상적인 시장의 기능을 무력화하고 국민경제 전반을 지배하는 독과점적 위치를 강화하면서 산업경제 분야의 신규 진입을 통제하는 소위 문지방권력 (gate-keeper)과 선사후민(先私後民, 見利私益)의 부패한 관료들을 뒤에서 수족처럼 조정하는 배후통치세력(shadow rule-setter)으로 입지를 완벽하게 구축하였다.
통계상으로 보면 상장된 10대 재벌의 평가액이 주식총액의 절반을 넘어섰고, 합산된 매출액 역시 GDP 총액의 60-70% 수준을 넘나든다. 물론 매출액 자체가 국민경제의 차지하는 비중을 그대로 반영하지는 않는다 해도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10대 재벌들의 영향은 이제 한 나라의 사회경제를 좌지우지할 만큼 지나치게 팽창하여 왔다.

핀란드의 국가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하였던 노키아 실패 사례를 깊이 연구한 박상인 서울대 교수가 절박감에서 ‘삼성전자가 몰락해도 한국이 사는 길’이라는 저서를 써야 할 만큼 이제 재벌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박 교수에 의하면 전자산업을 중심으로 한 삼성그룹이 한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노키아가 전성기에 핀란드 경제에 미쳤던 영향보다도 더욱 크다고 한다. 참고로 핀란드는 노키아가 몰락한 2013년 이후 2016년 현재까지 3년이 넘도록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때마침 최근 재벌들의 심각한 폐해가 잇따르고 있다. 해운업의 경우 족벌 경영의 문제점을 고발이나 하려는 듯이 해운산업의 특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가문의 며느리들이 기업의 총수로 앉아 있으면서 급변하는 국제 해운업의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고 과거형 대마불사 방식으로 경영해오다가 급기야 파산의 지경에 이르러 관련 업계와 노동자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고통을 입혔다.
또 박근혜 개인과 주변에 있는 사인들의 이익을 챙겨주기 위하여 재벌들의 임의단체인 전경련이 수백억에 달하는 자금을 회원사들에게 할당하여 추렴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우처럼 족벌가문의 경영권에 대한 유지와 승계를 위하여 황당무계한 박근혜 정권과 결탁하여 협작스런 방법으로 계열기업 간에 불합리한 합병을 승인하도록 대주주격인 국민연금에게 강요함으로써 국민들의 노후재원에 커다란 손실을 끼치고 연기금운용에 심각한 불신을 초래하는 대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더하여 특검이 암시하였듯이 삼성그룹과 박근혜정권 간에 주고받은 수많은 뒷거래는 일반적 상식을 넘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반드시 형사적 처벌이 따라야만 한다.
구미의 경험에서 보면, 사회에 영향을 줄 만한 대규모 기업집단과 상장된 기업들은 대체로 3세대로 넘어오면서 가문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계로 전환되었다 한다.
나라마다 산업의 역사와 실제 사정에 편차가 있기에 단순화하고 일반화 할 수는 없는 일이지만, 이제는 한국사회도 대기업 재벌집단이 보여온 가족중심의 족벌경영체제에서 경영성과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인 시대 또는 국민주권적 통제가 가능한 지배시스템으로 이행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이 주제를 다루는데 있어서 재벌들이 국민경제에 미치는 문제가 거대하고 복잡한 만큼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대응하거나, 과거에만 너무 집착한 분석에 의존하거나, 혹은 단죄라는 재판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난 산업화 과정에서 이룩한 일정한 성취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현재 국민경제의 장애물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폐해에 더하여 한국을 둘러싸고 새롭게 진행되는 국제정치질서와 경제지리적 조건, 그리고 국내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정치사회적 요구와 더불어 기업 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조직 관행과 문화,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전문경영인 집단의 형성여부와 역량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또한 제3차 산업시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기술시대가 도래하는 산업적 변천과정 역시 주요하게 고려돼야 한다.
수 백년간 산업화 경험을 축적한 선진국 거대기업에 맞서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강국으로 우뚝 서는데 재벌들의 대규모 조직 역량이 크게 기여한 바를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가전, SK통신과 에너지, 포스코 철강 등 간판 기업군들이 이룬 금자탑은 제 3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 자랑스럽고 훌륭한 성취임에 틀림없다. 절대로 과소평가할 수 없는 한국 현대사의 주요한 업적이다.
재벌체제를 통하여 세계적 기업군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들과 단계적 과정 그리고 대내적인 조건이 서로 결합된 것으로, 그 요인들과 과정, 조건을 면밀하고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작업 또한 역사적 평가 못지않게 중요하다.
반면에 재벌체제는 군사권력과 결탁하여 비정상적 특혜를 통해 국민들이 피땀을 흘린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하였다. 온갖 비리와 불법으로 한국사회가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하여 만들어 낸 군사동원체제의 결과물이다. 이에 따라 오늘날 이중적 다층적 단절과 극심한 양극화라는 격차를 구조화한 주요 원인이다.
안타깝게도 87년 민주화 운동의 결과로 탄생한 민간정부마저 대외적으로는 신자유주의의 흐름에 타협하고 내부적으로는 재벌들의 기득권을 묵인하고 방조하면서, 사회경제 성과의 대부분을 1.0%도 안되는 극소수의 재벌가문들이 독점하는 오늘의 현실에 이르게 되었다.
이에 따라 ‘홍익인간’이라는 위대한 건국설화를 지닌 한국이라는 나라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천형같은 빈곤과 상습적인 불안이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헬조선’으로 변질되었다.
마침 대규모 재벌들이 끼친 국민경제적 비중과 폐해가 한국과 비슷했던 이스라엘이 재벌개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낸 경험이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교훈적 사례가 되었다. 필자는 자연스레 이를 깊이 연구한 박상인 교수의 저작과 논문을 참조하여 글을 이어가고자 한다.

‘헬조선’ 배경의 주범이 된 재벌체제의 고질적이고 무책임한 가문중심의 족벌경영을 해체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이를 받쳐주는 금산겸업 체제부터 무력화시켜야 한다.
재벌들이 소유하고 있는 일체의 금융집단 지분을 현재 시점에서 소유권과 배당권은 인정하되, 의결권과 경영권은 전적으로 무효화하여야 하며, 일정기간의 유예를 거쳐 재벌집단의 금융지분을 모두 매각하도록 유도하고 강제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재벌들의 큰 장점이었던 신속하고 과감한 투자 결정의 경험을 가급적 살리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하되, 반드시 합리적이고 투명하고 적법한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결과에 대해서는 결정권자가 반드시 책임지는 경영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순환과 상호출자 방식으로 소수의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전횡적으로 지배하는 현재의 관행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재벌을 일정기간 안에 지주회사 형식으로 전환하도록 강제하여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재벌 가문은 지주회사의 대주주로 지분만큼 경영에 관여하도록 허용하되,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출자규정을 2단계까지는 지분참여의무 비율 50% 이상으로 정하고, 3단계부터는 100% 지분만을 허용하여서, 순환과 상호출자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타사 간 거래보다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이를 불이행할 때는 거래이익을 능가하는 처벌적 벌금과 불이익을 강화해야 한다. 또 위반 행위가 반복될 경우에는 강제 매각을 명령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 국민 대다수가 소유하는 국민연기금의 현재 자산규모가 400조를 넘어서 향후 20년간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므로, 연기금 자산을 활용해 재벌에 대한 국민주권적 통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관련 법규를 재정비해야 한다.
앞으로 국민연기금의 지위와 역할이 막대하고 중요하기에 이사장과 이사 선임의 방식을 현재처럼 해당 장관 또는 대통령이 지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국회가 직접 선임하거나, 또는 필히 청문회를 통해 승인하는 과정으로 바꾸어 나가야만 국민주권적 통제가 가능해 질 것이다.
한편에서는 이를 ‘연기금 사회주의’라고 우려하지만, 이는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현재 한국적 상황에서는 연기금을 통해 재벌의 지배구조에 개입하고 경영성과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충분한 재무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매우 귀한 축복과 소중한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물론 시장경제 하에서 재벌 설립자들이 기여한 창업정신과 경영 헌신 노력 역시 적정하게 인정해야 하나, 이에 대한 지분 인정과 평가는 위에서 언급했듯이 비리와 부정으로 점철한 역사적 배경, 국민 모두가 합심하여 이룬 교육과 문화적 기반, 사회전체가 치룬 희생과 땀의 대가 등을 함께 균형적으로 고려하여 이루어져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현재의 창업가문 후손들이 소유한 재벌의 지분과 영향은 지나치게 과다하며, 그동안 상속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이루어졌던 편법과 비리 역시 참조해야 한다.
또한 국민의 노후대책인 연기금의 수익성은 결국 그 나라의 경제운용 성과와 연동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연기금이 국민 대다수의 이해를 대변해서 국민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요 재벌의 경영성과에 개입하여 함께 공유해야 한다.
또는 최소한 문제가 되는 10대 주요 재벌 기업의 경영진 선정과 경영 평가에 대해 연기금이 대주주로서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은 ‘한국 산업사의 정상화’라는 맥락에서도 매우 정당하고 마땅한 것이다.
일부에서는 오너출신이 아니라 고용된 경영진의 지위에 대해 회의를 표하나, 외환위기와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지 한 세대가 지난 오늘, 한국사회도 서구식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경험을 충분히 겪었고 질높은 전문경영 역량이 충분히 확보되었다고 판단한다.
그래도 혹시 필요하다면 마땅히 외국의 스타 경영인을 영입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검증되지 않은 가문출신 경영진들의 자질과 능력을 문제 삼아야 옳은 일이다.
연기금을 통한 개입 뿐 아니라 시장을 통한 평가, 소액 주주운동을 통한 견제, 사외이사제의 취지에 맞는 운용, 그리고 시민사회의 공론화 등을 통해 전문경영인 제도에 대한 다양한 평가와 견제 그리고 적극적 지원이 가능하리라 본다.
일반적으로 기업전략을 수립할 때, 수익성, 성장, 지속가능 이라는 3대 요소를 균형적으로 결합시키는 것이 그간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성장의 개념이 심각한 도전과 비판을 받게 되었다. 금융시스템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신을 당하고, 지구 자원과 에너지의 한계로 인하여 성장 중심의 경제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온난화 등 기후변화와 환경조건이 인류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따라서 기업의 경영전략에서 성장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적 목표는 마땅히 재검토 되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이제는 ‘지속가능’이라는 조건에 일차적 방점을 두고 수익성과 성장도 지속가능조건을 창출하는 전제와 여건으로 재구성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역성장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수도 있다는 점까지 인정해야 한다.
기업경영인의 가장 주요한 역할은 미래에 다가올 파산의 위험을 미리 예견하고 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국제적 대외환경이 격변하고 새로운 기술혁신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독과점의 특혜에 익숙하고 공룡의 몸집을 지닌 거대한 규모의 재벌기업구조로는 이에 적응하기에 명백한 어려움과 한계가 존재한다.
필자가 앞선 칼럼에서 여러 번 강조하였듯이, 상황 대처에 둔한 근육질적인 제조중심의 산업구조와 군대식 명령적 수직 결정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또 상황에 기민하게 응동할 수 있는 연성적 산업을 육성하고 목표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수평적 자율조직으로 기업의 구조와 문화를 재편성해야 하는 것은 재벌의 문제를 떠나 한국경제 미래의 사활적 과제이다.
경영의 성과와 과정에 대해서 전적인 책임을 지는 전문경영인 체제의 도입과 더불어 기업 내부의 조직 관행과 문화에도 대변혁이 필요하다.

개발독재의 쌍생아처럼 과거 군대식 명령하달과 일방적 평가방식이 횡행하는 그간의 관행에서 탈피하여, 현대경영의 구루로 평가되는 피터 드러커의 가르침대로 기업전략에 의해 설정된 목표관리에 기업의 모든 종업원들이 민주적이고 자발적이며 창의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독일과 스위스의 조직문화를 오랫동안 깊이 연구해온 최동석 경영학박사는 여러 권의 저서를 통하여 기업조직에도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수평적 자율적 조직)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종업원은 단순한 경영 자원이 아니라, 영혼을 지니고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존재이다’라고 선언한다.
기업 활동에 참여하는 종업원들이 명령과 강요에 의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성과 창의성을 통해 자기실현의 의미를 발견할 때 기업 역시 탁월한 성과를 통해 발전과 지속을 이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가오는 미래시대를 대비하는 매우 적절한 경영조직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단시간 안에 기업의 조직관행과 문화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다. 이 문제에 대해 깊이 들어가려면 ‘기업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할 것이고 이에 답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몇 권의 책을 써도 부족할 것이다.
다만 기업조직에 법인격을 부여한 것은 응당한 사회적 역할을 인정하고 기대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수익을 내고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기본적 역할에 더하여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가 정한 법규와 원칙을 따라야 하고 사회적 규범에 응해야 하며 가능한 범위에서 지역사회에 적정한 공헌과 합당한 기여를 수행해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관행보다 우선하는 국가와 사회의 법규와 규범을 위반하거나 무시할 경우에는 내부 종업원은 이를 시정하도록 요구해야 할 도덕적 근거를 가지며, 시정되지 않을 때는 외부에 고발하고 알려야 할 의무를 지닌다.
한국적 기업 문화에서 내부고발행위(whistle blower)를 마치 배신자로 경멸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는 매우 좁은 단견이다.
지난 수십 년간 온갖 비리와 불법으로 물들은 재벌들의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고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변에 대한 불이익과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내부적 고발을 실천하는 행위는 사회발전에 크게 헌신하고 기여하는 것으로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당연히 내부 고발인의 지위와 안전을 국가에서 법적으로 철저히 보호하고 경제적으로 충분히 보상해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링컨법이라고 불리는 부정청구법(false claims act)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조직 내에 누구라도 부정행위를 인지하였을 경우 국가를 대신하여 부정행위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승소할 경우 해당 금액의 최고 30%까지 보상받는다고 한다. 내부고발에 따른 위험과 불이익을 충분히 감수할 만한 유인책이다.
정경유착의 고리로써 재벌기업 모두가 예외 없이 참여한 건설업이 과거 정경유착의 자금을 만들어 내는 통로이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우선 건설업이 가지는 업종 특유의 현장회계 특성상 검은 돈을 조성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 보인다. 더구나 해외 건설의 경우에는 외화가득의 변형된 수출행위로 평가되면서 과다한 정책금융적 혜택과 수주 비리에 대한 면책을 받아왔다고 볼 수 있다.
국내 건설의 경우에도 주택건설사업을 할 경우 외국에서는 실례를 찾기 어려운 ‘선분양방식’을 허용하여 땅을 짚고 헤엄치며 황금알을 만지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해 지면서 금융기관을 경유한 정경유착과 비리부패의 관례가 뿌리 깊게 형성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정경유착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건설 분야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현명한 대책이 필요하다.
매년 50-60조에 달하는 재벌들의 R&D 연구활동비 지출의 일부를 개별 재벌기업 단위로 추진하는 것과 별도로, 목적과 주제에 따라서 몸집이 가벼운 전문적인 중소기업과 연합하여 분업형, 합자형, 기여배분형 등 다양한 협력체계를 검토해야 한다.
대규모의 국책 전략과제인 경우 정부 연구기관, 대학 그리고 전문업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동형 CJV(common joint venture)을 고려해야 한다.
이 문제에 전착해 온 전병유 한신대 교수는 최근 발표를 통해 전문적 중소기업은 인적 재정적 자원이 빈약하고 경영적 경험이 부족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 전문기업의 신속한 혁신능력에 재벌기업이 제공할 수 있는 재무적 인적 자원을 보태 새로운 합자방식의 혁신기업을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기존과는 다른 규칙에 의거한 기업 가버넌스와 새로운 거래모델을 창출하여 미래의 기술시대에 대비하자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단순히 재벌기업과 전문 중소기업의 협력을 넘어서 활용가능한 모든 자산을 매개로 참여자 간에 협력적 수평적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자산의 공유방식으로 혁신적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여 참여하는 주체들 간의 협력과 신뢰를 고양하고 조건적 상호성과 이타적 징벌방식을 도입하는 등 산업영역의 새로운 민주제적 실험을 제안한다.

위의 제안에 보태여 필자는 그간 재벌체제에만 의존해 왔던 현재의 수직적이며 근육질적인 단일 산업구조(single dependent pillar system)에서 벗어나 다양하고 유연하며 협력적인 산업구조( multi-supportive pillars system)로의 전환이 매우 절실하다고 주장하고 싶다.
사회적 영향이 지대한 재벌 기업의 역할과 활동범위는 단순히 기업조직내로 한정할 수 없다. 함께하는 협력업체들 역시 기업의 동동한 참여자로 정당하게 평가되어야 하며, 시장과 고객과 사회와 환경을 함께 고려하는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자본주의적 시각이 요구된다.
과거 방식으로 협력업체를 쥐어짜서 이중적 차별적 임금구조를 조장해서는 안 되며, 납품업체들이 개발한 혁신적 창의적 기술을 갑의 입장에서 갈취하고 도용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혹독한 처벌과 제재가 필요하다.
정부관련 부처들은 협력업체와는 정당하고 공정한 방식으로 거래관계가 이루어지도록 감독하고, 일정한 수준의 성과공유제 도입도 제도적으로 고려해 볼만 한다.
거래 계약의 자동연장 조항을 강화하고, 계약을 부당하게 파기할 때는 하청권 등을 도입하여 거래협력 업체의 법적 지위를 강화해서 사전에 조정과 협의가 가능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부득이하게 해약을 인정해야할 때는 선행투자와 사업정리에 따르는 손실을 적정하게 보상하도록 규정해야 한다.
일반기업과는 달리 재벌노조의 경영참여 부분은 재고가 필요하다. 재벌이라는 기득권 집단과 협력적 공범이 된 재벌노조가 국민경제와 사회에 순기능적으로 기여하는 방향으로 자신들의 이해를 희생하고 양보를 할 수 있을지는 판단이 어렵다.
이미 한국 재벌기업과 공기업의 임금수준은 노동시간과 무관하게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수준에 달하여 국제경쟁력의 장애로 작동하고 있다고 본다. 이러한 재벌기업 내의 높은 임금구조는 결국 사내 일거리가 저임을 찾아 과다하게 외주와 하청으로 이동하게 하고 이중적 다층적 임금의 차별구조를 만들어 낸 주요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
저임에 의존한 외주와 하청의 관행은 결국 장기적으로 한국산업의 경쟁력을 전반적으로 고갈시키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따라서 필자는 산별노조가 아닌 기업별 노조를 중심으로 형성된 현재의 입지조건에서 기업 단위의 노조가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는 폐단이 극심한 산업간, 기업간, 직종간 격차와 단절을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다만 노조간부가 사외이사진의 하나로 참여하여 경영정보를 공유하는 수준은 매우 추천할 만하다. 재벌 기업의 민주적 책임경영 여부는 개별 조직의 단세포적인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경제 전반적 필요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내부에서는 실행단위의 조직 관행과 문화가 DAO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외적으로는 가난한 서민을 대변하는 진보적인 정당이 주요한 정치세력으로 자리를 잡아 법적인 강제가 이루어 질 때만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한국의 재벌체제는 군사정권의 개발독재 방식으로 지난 50-60여 년간 한국의 가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독점하고 노동과 사회 제 세력을 억압하는 가운데 온갖 정책적 지원과 특혜를 받아 가면서 세계적 기업군으로 성장하였다. 그사이 한국인 개인별 PPP수준이 선진국에 접근한 점에 대해서는 재벌기업들의 역할이 지대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군사정권에서 민주정권으로 이행하면서 군사정권의 재벌기업에 대한 개입과 통제가 사라지고 때마침 불어 닥친 IMF 사태이후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린 신자유주의적 흐름에 맞추어 월가의 금융자본과 결합하면서 그동안의 독과점적인 지위를 더욱 강화하고 산업적 질서를 교란하며 시장을 무력화시키는(gate-keeper) 한편 막강한 재력과 조직기반으로 행정과 정치조직을 뒤에서 조정하는 배후세력으로 군림하게(shadow rule-setter) 이르렀다.

이러한 결과로 이중적 다층적 격리와 차별적 구조가 심화되어 청년실업이 40%선에 이를 만큼 수평적, 수직적 이동성이 지극히 제한되었으며, 양극화의 폐해가 OECD국가들 중에 가장 극심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제는 한국사회를 하나의 국민적 정체(政體) 단위로 유지하고 지속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졌다.
동시에 외부적으로는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세계적 흐름으로 저성장 또는 탈성장이 구조화하였고, 기후변화와 함께 지구적 자원과 에너지의 한계가 지속가능한 조건을 위협하고 있다. 브렉시트와 트럼프 등장이 상징하듯이 국수적 보호무역이 급격히 확산될 조짐이 나타나고, 기존의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새로운 기술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격변하는 국제적 환경변화와 국내의 극심한 양극화 조건으로 인해 더 이상 지금과 같은 족벌경영 방식의 재벌체제를 묵인하고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오랫동안 재벌체제에 전적으로 의존해 온 한국경제의 현실적 조건에서 개혁 프로그램을 실행하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단기적 혼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는 결국 다수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정치권력이 의지를 갖고 수행해야할 시대적 과제이기도 하다.
명명백백하게 재벌의 향방은 창업가문의 소유문제를 떠나서 한국사회의 미래를 좌우하는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가문 중심의 족벌경영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우선 이해관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금산겸업을 해체하여야 하며, 재벌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중심으로 재편하여 순환과 상호출자를 금지하고 계열사 간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철저히 감시하여 필요에 따라서는 매각처분을 강제하고, 대주주인 연기금을 통하여 반드시 역량을 갖춘 전문경영인 체제로 안착시켜야 한다.
재벌의 금력을 이용하여 정치권과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철저히 차단하고, 격변하는 외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재벌의 개별적 이해를 뛰어넘는 다양한 협업과 네트워크를 구성하여 재벌에 대한 단일적 의존구조에서 벗어나 연성적이고 다양하며 혁신적이고 전문화된 산업구조로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정부, 재벌, 대학들이 함께 협력하여 전문기업들과 혁신 벤처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자산공유적 플랫홈을 구상해야 한다.
사람이 자산이고 지식이 미래 산업인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관행과 문화가 변해야 한다. 명령과 강요 대신 자발적 참여와 창의적 업무수행을 통하여 재벌조직 전체가 개방적 수평적 자율적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재벌 단위들과 사업을 함께하는 협력업체와는 성과와 어려움을 공유하는 이해관계자 참여방식을 통하여 차별과 격차의 벽을 극복하고, 전반적인 경제운용의 성과를 정부가 매개하여 전 국민이 공정하게 함께 누릴 수 있는 법적 제도적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
재벌체제가 이룩한 산업경제의 성과와 폐해는 현재 한국사회의 토대이자 조건이다. 이를 섣불리 해체하거나 개혁한다고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된다.
재벌의 장점은 장점대로 살려가면서 폐단을 척결하고, 지배구조를 혁파하여 폐쇄적 경영에서 국민적 통제가 가능한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 질서를 회복해 가면서 미래를 위한 다양한 경제적 산업적 정책을 준비하고 실행하여 나가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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