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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이제는 평화] NPT 검토회의 ① - 중동 비핵화, 이스라엘 반대로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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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이제는 평화] NPT 검토회의 ① - 중동 비핵화, 이스라엘 반대로 깨졌다

익명 (미확인) | 금, 2015/06/19- 15:47

2015년은 해방과 한반도 분단 7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발 딛고 있는 한반도의 평화는 여전히 요원해 보입니다. 70년 전, 일본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비극은 핵무기가 인류에 미치는 재앙적인 영향을 생생하게 보여주었지만 갈등과 대결,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 그에 따른 미국 핵 자산의 한반도 진입과 일본의 재무장, 그리고 여기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의 군사력 확충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국가들의 군비 경쟁은 70년이 지난 지금 당시보다 더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 불안하고 위험한 악순환의 고리를 언제까지 그냥 두어야 할까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참여연대'는 이 악순환의 출발 지점인 정전체제의 한계를 진단하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안녕과 평화를 보장하는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2015, 이제는 평화' 연재를 기획했습니다. 

 

지난 4월 23일부터 5월 8일까지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과 평화국제팀 이미현 팀장, 백가윤 간사가 2015년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 검토회의 참관 차 미국 뉴욕에 다녀왔습니다. 앞으로 세 편의 연재를 통해 NPT 검토회의 결과와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프레시안 기사 보러 가기 >> 클릭

 

중동 비핵화, 이스라엘 반대로 깨졌다

[2015, 이제는 평화] 2015 NPT 검토회의 결과 ① - 핵 보유국의 횡포

이미현 참여연대 평화국제팀 팀장

 

 

"중동 비핵지대 회의 개최에 일방적인 기한을 두고 있어 (중략) 우리는 최종 문서 안을 지지할 수 없습니다"

 

5월 22일 저녁 미국이 발표한 성명의 내용이다. 이어 영국과 캐나다 역시 같은 이유로 2015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 검토회의 최종문서 채택을 거절했다. 의장이 제시한 최종문서안(Draft Final Document)에 "중동비핵지대를 위한 회의를 2016년 3월 1일까지 개최하겠다"고 명시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한 달여 기간 이뤄진 NPT 검토회의 논의 결과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올해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핵폭탄이 투하된 지 70년이 된다. 그만큼 국제사회가 올해 NPT 검토회의에 거는 기대가 컸다. 보다 원대하고 강력한 핵 군축 약속이 합의될 수 있을 것인가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3국이 NPT 당사국도 아닌 이스라엘의 이해를 반영해 2015 NPT 검토회의 전체에 제동을 걸면서 이런 기대는 좌절됐다.

 

애초에 중동 비핵지대 회의 개최는 1995년 핵확산금지조약을 무기 연기하기로 합의하면서 국제사회가 결의한 공동의 약속이었다. 핵무기와 대량살상무기의 역내 실험, 제조, 보유, 반입 등을 금지하는 중동 비핵지대 설립은 '세계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한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여겨졌다. 팔레스타인과 분쟁 중인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다가 중동의 맹주로 떠오른 이란이 핵무기 개발 의혹을 받으면서 비핵지대 설립은 더욱 중요한 의제가 되었다. 

 

지난 2010년 NPT 검토회의는 64개 항 행동계획을 채택하면서 각국의 핵 군축에 대한 다짐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얻었다고 평가된다. 이는 당시 미국 오바마 정부의 '핵무기 없는 세계' 주창(2009)과 전차(2005) 회의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각국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특히 '2012년까지 중동 비핵지대에 관한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로 한 조항은 유일하게 목표 시점이 설정된 항목으로 당사국들의 구체적인 노력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그러나 2012년 중동 비핵지대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12월로 예정된 회의를 얼마 앞두고 미국은 당사국들이 회의를 개최하기 위한 조건에 합의하지 못했다며 회의를 연기했다. 중동 비핵지대 회의는 러시아, 영국, 미국 그리고 유엔 사무총장이 공동으로 개최하기로 되어 있었다. 결국 새로운 일정을 합의하지 못한 채 회의는 연기됐고 당사국들은 2015년 NPT 검토회의가 개최될 때까지 새로운 날짜를 정하는데 실패했다. 중동 비핵지대 회의를 개최할 새로운 목표 시점이 합의될 것인가가 2015년 NPT 검토회의의 성패를 가르는 척도로 떠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위에서 밝혔듯 결과적으로 중동 비핵지대 회의 개최 일정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2015 NPT 검토회의
▲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2015 NPT 검토회의 ⓒ참여연대

 

이번 NPT 검토회의가 실패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 군축 이행 여부다. 많은 비핵국가들은 핵보유국들의 핵 군축 약속 이행이 느린 것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 점은 핵무기 보유국들(그리고 그 동맹국들)과 다른 대다수에 해당하는 비핵국가들 사이에 의견이 충돌하는 지점이 되어 왔다. 

 

특히 핵무기 보유국과 비핵국가 사이에 핵 군축에 대한 해석 차이와 대립은 해묵은 과제다. 이는 NPT라는 국제협약이 다른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조약들, 예를 들어 '화학무기금지협약', '생물무기금지협약', '대인지뢰금지협약' 등과 달리 핵무기의 폐기나 사용금지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는 모순과 한계에 기인한다. 

 

핵보유국들은 핵 군축을 장기간에 걸친 단계적 수량 감소로 이해하는 반면, 비핵국가들은 핵 보유국들이 핵무기 현대화(modernization)를 추진하는 것을 문제 삼아 '핵 군축의 장기적 이행'은 진정한 의미의 핵 군축이 아니라고 비판한다. 일반적으로 핵무기 현대화는 노후 핵무기를 개선 또는 발전시켜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으로 여겨져 핵 군축에 역행하는 활동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프랑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핵무기 보유 5개국은 지난 2월 6일 영국 런던에서 발표한 공동 성명에서 2010년 채택된 64개 행동계획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행동을 위한 로드맵"이며 "핵 군축을 위한 단계적 접근법만이 현실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를 성취하기 위한 길"이라고 못 박아 다시금 비핵국가들의 빈축을 샀다. 

 

가장 많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의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등 관계 악화로 2011년 2월 신전략핵무기감축협정 발효에도 더 이상의 핵 감축을 추진하지 않았고 일부 국가들만이 핵탄두와 발사체 감축에 진척을 보였다.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과 무기용핵분열물질의생산금지에관한조약(FMCT) 비준 역시 진전된 바가 거의 없었다. 

 

미국은 공화당의 반대로 CTBT 비준이 국회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이며 이를 이유로 중국 역시 비준을 보류하고 있다. 게다가 핵무기 보유 5개국 모두는 자국의 핵무기를 현대화하고 있으며 여전히 핵무기에 외교·군사전략을 의존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제 시민사회의 평가 역시 핵보유국가들의 핵 군축 의무이행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반핵평화 시민단체인 WILPF(Reaching Critical Will)의 '2015 NPT 행동계획 모니터링 보고서'(2015 NPT Action Plan Monitoring report)는 핵 군축 관련 22개 항 중 5개 항목에서만 진척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하며 핵무기 보유국들의 핵 군축 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2015년 NPT 검토회의 최종 결과 문서 안은 지난 2010년 최종 문서에 비해 후퇴한 내용으로 비핵국가들의 우려를 샀다. 어떤 이들은 핵무기 보유국가들의 '언어'로 도배된 문서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NPT 검토회의가 끝난 시점에 오스트리아를 비롯한 49개국은 공동으로 발행한 성명에서 이러한 상황을 두고 핵무기 보유국과 비핵국 사이에 핵 군축에 대한 "큰 격차가 있다"고 지적하고 그 격차란 "현실상의 격차, 진실성에서의 격차, 신뢰에서의 격차, 도덕적 격차(a reality gap, a credibility gap, a confidence gap, and a moral gap)"라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최종문서 채택 실패가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후퇴한 계획을 받아들이느니 적어도 향후 5년 간 지난 2010년의 행동계획과 약속사항을 기준삼아 각국의 핵 군축 노력을 촉구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다. 

 

핵 군축 약속을 자의적으로 축소 해석하고 자신들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다수가 합의한 사항을 뒤집거나 방해하는 행위를 국제 사회가 언제까지나 용납할 것이라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이미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보다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핵무기 보유국들에게 더 이상은 핵 군축의 약속을 미룰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해야 한다. 

 

2010년 핵무기 보유국과 비핵국은 만장일치로 군사 및 안보 영역에서 핵무기가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낮추기로 합의했다. 이 약속은 지금 이 순간도 유효하다. 핵에 대한 집착과 핵우산에 의존적인 정책을 버리지 않고는 '핵무기 없는 세계'는 실현될 수 없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자신들이 한 약속을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이야 말로 다음 2020년을 향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15 NPT 검토회의는 끝났다. 그러나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운동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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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 개월간 파키스탄과 인도, 중국, 미국이 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 미사일 발사를 평가한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도발 행위로 해석된 경우도 있지만, 시험 발사의 의도를 신중히 점검하는 와중에도 대부분은 연구개발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북한이 한국과 일본, 태평양 주둔 미군을 향해 자살행위나 다름 없는 공격을 자행할 가능성 보다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를 향해 핵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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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한당’ 같은 트럼프의 대북정책

북한을 둘러싼 현재 ‘위기’는 고립되어 피해망상증에 빠진 북한을 향해 미국이 군사훈련을 실시하고 공격무기를 과시하면서도 대화는 계속 거부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책임을 다하겠다’는 증거를 한국이 초조하게 기다리는 것도 미국과 한국 국회가 외교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 중요성을 간과하며, 최근의 외교 역사와 압박 효과에 대해 근거 없는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수용 가능한 합의안을 협상하는 정부 능력을 불신하기 때문이다.  

미군의 잘못은 아니다. 이들은 사령관의 지시를 따라 전문적으로 움직일 뿐이다.

북한 체제를 옹호하는 것도 아니다. 북한이 잔혹한 독재 정권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트럼프 정부의 무모함은 빠르게 불한당의 수준으로 나아갔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에게 한국 및 동북아시아 관련 미국의 국익과 전략을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능력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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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체제는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4년 단위로 이어지는 대통령 임기가 5번 이어질 때까지 미국 대통령들은 동북아시아 위협을 해결하고 긴장을 완화하며, 미국과 동맹국, 기타 국가의 이익을 증진하는데 있어 준비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줬다.

우리는 지난 일주일 간 이어진 대통령과 국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을 통해 이들 중 누구도 임무를 해낼 만한 경험을 갖추지 못했음을 고통스럽게 느꼈다. 이건 결코 좋지 않다.

새로운 미국발 ‘북풍’…대선후보들의 선택은?

그렇다면 한국의 대선후보들은 어떤 대응을 해야 할까?

최근 한국 신문은 “제 2차 한국전쟁 발발?”, “한반도 긴장 고조” 등의 헤드라인을 달고 있었다.

그러나 고(故) 마가렛 대처 영국 전 총리의 말을 빌리자면, 지금은 “흔들거릴 때가 아니다.” 여기서 ‘흔들거린다’는 건 반민주적 보수세력이 지난 수 십 년간 아주 효과적으로 이용한 악명 높은 ‘북풍(North Wind)’의 최신 버전에 피상적 반응을 보이는 걸 의미한다.

이번 상황은 ‘북풍’ 대신 ‘위기풍(Crisis Wind)’, ‘사드풍(THAAD Wind)’, ‘트럼프풍(Trump Wind)’으로 부를 수 있겠다. 혹은 그냥 ‘북풍 2.0’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번 북풍이 노태우 정부나 김영삼 정부 때 북풍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바람을 일으킨 쪽이 미국이라는 사실이다.   

대선 후보를 점검할 때에는 이들의 실제 성향과 2주 뒤 취임해서 보여줄 진지한 정책 방향을 대선 공약과 구분해서 생각하는 관대함이 필요할 지 모른다.

우리보다 유권자 마음을 잘 아는 후보들이 북한 미사일 발사나 핵 실험 가능성을 사드 배치와 서둘러 연결하는 전략을 택한 걸 마냥 비난할 수는 없다.

트럼프의 트윗과 혼란스러운 공식 발언, 항공모함 항로를 근거로 미국의 전략을 성급히 해석한 것 또한 전술적 차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기를 바래야 한다. 사실 이들 요소들은 실제로 별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은 미국과 한국이 대화를 거부하며 대북 압박정책을 쓰는 와중에 김일성 생일을 맞아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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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지난 4월 15일 김일성 생일인 태양절 열병식에서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선보였다. 그리고 다음날 탄도미사일 1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지만, 실패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대표들의 신뢰가 가지 않는 모순적 발언에는 일관된 전략이 없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보는 이런 상황을 재빨리 이해해야 한다.

그보다는 대선후보들이 미-북-중의 얽히고 설킨 요구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풀어갈지 들어보는 게 더 중요하다.

한국은 어떤 역할을 전개해야 하는가? 모두의 상황을 개선해줄 선택안이 한국에게 있는가, 아님 하나를 얻기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 하는가?

지금 가장 확실한 건 중국과 미국이 한국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건 맞는 전략일까? 한국은 둘 중에 선택을 해야만 할까?

북핵문제 해결, 정파와 이념을 넘어 협력해야 

차기 대통령은 초인에 가까운 자신감으로 무장해야 할 것이다. 최대 난제에 직면해서도 강인함과 현명함을 잃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충분한 지식을 갖춘 사람은 흔치 않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된 대통령을 포함해 모든 성공한 대통령은 많은 도움을 필요로 한다. 더불어 자신이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큰 업적을 이루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역사를 바꾼 대통령들은 그릇이 크고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기용해 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반면, 경험보다 자신에 대한 충성을 중요시 하고 자신이 모든 걸 안다고 생각하며, 큰 인물과 함께 일하는 걸 두려워한 대통령은 별다른 업적을 이루지 못한다. 이런 대통령은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다음 달 청와대에 들어가고 싶다면, 동맹국∙조력국∙적국의 강점과 약점, 이해관계를 정확히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 능력은 흔히들 말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중국의 리더십과 이해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부시와 오바마 전 대통령,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와 관련된 미국의 이해관계를 잘못 파악했다.

중국의 현 지도층 또한 한국에 대한 자국의 강점을 잘못 진단했다.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이 문제를 해결할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싶다면, 우선 정부 내부 고문과 대학 및 NGO 등의 외부기관, 곳곳에 있는 연락책과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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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통령은 누가 당선되든, 북핵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이념과 정파를 떠나 넓게 의견을 구하고, 국내외의 협력을 도모해야 한다.

새 정부 앞에 펼쳐진 전략 및 안보 상황은 아주 험난하다는 게 다수 학자 및 관측자의 예상이다.

하지만, 새로 취임하는 대통령은 과거 정부가 사용하지 못한 방안을 택하거나 지금까지 행사하지 못했거나 안 했던 유연성을 보여줄 수도 있다. 유엔을 좀더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이 그 중 하나다.

중간국인 일본과 호주, 한국의 힘을 합해 큰 효과를 낼 수도 있다. 한미 동맹의 추락을 멈추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궤도를 수정할 수도 있다.

핵심 원칙만 수용한다면, 모든 국민이 각자의 ‘색깔’에 상관 없이 새로운 정부에 기여를 하도록 과정에 참여시키는 건 물론이다. 차기 정부가 할 일을 설명할 때 ‘나’ 대신 ‘우리’라고 말한다면 좋은 시작점이 될 것이다.

화, 2017/04/25-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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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에 발탁된 정의용 실장의 어깨가 무겁다. 군 출신이 독점해온 안보실장 자리에 외교관 출신의 통상ㆍ다자외교 전문가 앉았다는 것부터가 의미가 상당하다.

새 정부가 안보를 국방이 아닌 외교의 관점에서도 보겠다는 변화의 신호탄이자, 강경 일색의 대북 기조에서 벗어나 북핵 문제의 외교적ㆍ평화적 해결 노력도 병행하겠다는 뜻을 읽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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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문재인정부 외교안보 콘트롤타워

당장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부터 풀어내야 한다.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환경영향평가 실시라는 제3의 해법을 찾긴 했지만, 한ㆍ미, 한ㆍ중, 미ㆍ중간 얽히고설킨 고차방정식에도 적용하는 길이 만만치만은 않다.

미국 역대 어느 정부와 비교해도 예측 불가능성이 높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 것만해도 곤혹스럽기 그지 없다. 북한 핵ㆍ미사일 위협의 해법과 관련한 대북 기조 변화가 전망되는 상황에서 미국인 청년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우려하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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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는 정책실장이 부활하면서 이종석 비서실장, 장하성 정책실장, 정의용 안보실장 등 3두 체제로 재편됐다. 기존에는 외교안보수석이 비서실장 직속이었지만,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는 그 역할을 2차장이 맡아 안보실장 소속으로 바뀜으로써 지휘계통의 혼선이 줄어들 전망이다. (이미지 출처: 국민일보)

정 안보실장의 막후 조정 능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정 실장은 국내ㆍ외적 반발과 이해충돌을 조율해야 했던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타결 과정에 주역으로 참여했다. 대표적 북미통으로 미국을 움직이게 하는 실력을 가졌다는 평가도 받는다.

참여정부 당시 북한을 방문해 남북 정상회담을 사전 조율한 경험도 있다.

문재인 정부 외교ㆍ안보라인의 컨트롤타워를 맡게 된 정 실장의 데뷔 무대가 머지 않았다. 29, 30일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본격적인 첫 시험대다.

 외교관 33년…북미통, 다자ㆍ통상외교 전문가

정 안보실장은 1946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이종사촌이다. 이른바 ‘강남 8학군’인 서울고와 서울대를 졸업했다.

대선 캠프 때부터 문재인 정부 외교ㆍ안보 정책의 밑그림을 함께 그린 서훈 국정원장이 아홉살 아래의 고교ㆍ대학 후배다.

장 안보실장은 외교관으로 잔뼈가 굵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세계 청소년 토론대회에 참가하면서 미국 시카고에서 한 달여 동안 머문 이후 외교관의 꿈을 품게 됐다고 한다.

1971년 제5회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2004년까지 33년간 외교부에 몸을 담으며 요직을 두루 거쳤다. 1974년 주캐나다 대사관 3등서기관을 시작으로, 1986년 주미국 대사관 참사관, 1995년 주미국 대사관 경제통상담당 공사 등을 지냈다.

덕분에 북미통으로 꼽힌다. 2005년 ‘안기부(지금의 국가정보원) 삼성 X파일 사건’ 파문으로 홍석현 당시 주미대사 직에서 물러나자, 반기문 당시 외교부 장관 등과 함께 후임 주미 대사 후보로 이름이 오르내렸을 정도다.

다른 일화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17대 국회 당시 현역 국회의원 신분임에도 국가보안법 위반 전과를 이유로 미국 입국 비자 발급이 거부되자 정 실장이 미 대사관과 싸우다시피 해 비자를 받아낸 인연이 회자된다.

정 실장이 상대한 미국 대사관 측 인사는 바로 얼마 전 한국을 다녀간 트럼프 행정부 국무부 부차관보(대북정책 특별대표) 조셉 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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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국제노동기구 사회보장 정책과 개발분과 회의에서 당시 정의용 국제노동기구 부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www.businesspost.co.kr)

다자외교, 통상외교 전문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2001년부터 국제기구가 몰려 있는 스위스 제네바 주재 한국대사를 지내며 세계무역기구(WTO) 지적재산권협상그룹 의장, 군축회의(CD) 특별조정관, 국제노동기구(ILO) 집행이사회 부의장ㆍ의장을 잇따라 맡아 경험을 쌓으면서 다자외교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993년 외무부 통상국장, 1998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조정관 등을 맡아 통상외교 전문가로도 불린다.

 “국익 위해 불가피 하다면 이라크 파병도…”

외교관으로 국제무대에서 대한민국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던 정 안보실장은 2004년부터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후보 10번으로 당선 돼 17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입문하면서다.

정통 외교관으로는 처음으로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정동영 당시 열린우리당 의장의 추천에 힘입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0년 외교부 공보관(대변인)과 출입기자로 쌓은 친분이 이어졌다.

정 실장은 조지 부시 행정부의 요구를 수용한 노무현 정부가 이라크 추가 파병을 앞둔 2004년 열린우리당 내 이견이 좀처럼 가시지 않자 전면에 나섰다.

당시 임종인 의원 등 86세대를 중심으로 한 일부 의원들이 열린우리당 당론 확정을 위한 끝장 의원총회에서 “아무런 명분도 실익도 없는 이라크전에 파병하는 이유는 오로지 한미동맹에 대한 고려 때문”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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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6월, 이라크 파병과 관련된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당시 정의용 의원의 모습.

정 실장이 전면에 나서 “국제사회에서의 우리 역할과 실익을 확보하는 쪽으로 당론을 모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문재인 대통령도 파병에 반대했지만, 과정과 결론을 모두 지켜본 이후 생각이 달라졌다.

문 대통령은 ‘운명’에서 “진보ㆍ개혁진영은 노무현 정부가 잘못한 일 가운데 대표 사례로 파병을 꼽는다.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더 큰 국익을 위해 필요하면 파병할 수도 있다. 그것이 국가경영이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고통스런 결정이었지만 파병을 계기로 북핵 문제는 바라는 대로 갔다. 미국의 협조를 얻어 6자회담이라는 다자외교 틀을 만들었다”며 “북한 폭격까지 주장했던 네오콘의 강경론을 누그러뜨리면서 위기관리를 해 나갈 수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 해 이라크 무장단체에 의한 김선일씨 납치피살사건이 발생했을 때도 정 실장이 나섰다.

그는 정부와 여당을 설득해 국가 정책집행 과정에서 피해를 본 재외국민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재외국민보호법 제정을 당론으로 추진키로 하는 성과를 냈다.

중도ㆍ실용주의자로 노무현 대통령과 반대편에 서기도

정 실장은 대체로 실용주의의 길을 따랐다. 17대 국회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공언하면서 열린우리당 내 노선투쟁이 벌어지자, 정 실장은 중도ㆍ실용파 의원 10여명과 함께 ‘안정적인 국가보안법 개정을 위한 의원모임(안개모)’을 꾸리며 노 전 대통령의 반대편에 섰다.

안개모는 이후 ‘안정적 개혁을 위한 모임’으로 이름을 바꾸며 중도파 의원 30여명이 참여하는 모임으로 외연을 확대했다. 국가보안법 폐지와 사립학교법 개정 등 ‘4대 개혁입법’과 관련해 우원식ㆍ유시민 의원 등 당내 개혁파와 정치적 색깔을 달리하며 맞섰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으로 노 대통령의 외교 발언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정 실장은 2006년 6월 국회 통외통위 전체회의에서 ‘적어도 일본이 우리나라를 도발하지 못할 정도의 국방력을 갖고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을 언급하며 반기문 장관을 상대로 “그런 언급이 과연 상대국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겠느냐 하는 데 대한 깊은 생각이 좀 뒤따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정 실장은 ‘북핵이나 미사일 개발을 북한이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상황도 우리가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도 “우리의 아주 기본적인 원칙에 일관성이 결여된 듯한 인상을 주고 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된다”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았지만, 사실상 노 대통령의 보좌하는 외교ㆍ안보라인의 보이지 않는 실책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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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3월13일 국회에서 당시 정의용 열린우리당 의원이 방북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http://www.businesspost.co.kr)

정 실장은 2007년 3월 노 대통령의 정무특보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평양을 방문하며 이어진 노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산파 역할도 한다.

열린우리당 동북아평화위원회 위원장 자격이었지만, 당시 정치권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추진을 위한 대북특사가 아니겠냐는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노무현 정부의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추진 때도 조언자 역할을 했다.

 “온화하지만, 담판을 지을 땐 공격적 승부사”

정 실장은 2008년 의원 임기를 마친 뒤 아시아정당국제회의(ICAPP) 의원연맹 회장에 선출되면서 국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번 대선을 앞두고 외교관 출신 원로로 구성된 문재인 캠프의 외교자문단 ‘국민아그레망’ 단장을 맡으며 새 정부에서 중용이 예상됐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직접 인선을 발표하며 “지금처럼 북핵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ㆍ자유무역협정(FTA) 등 안보ㆍ외교ㆍ경제가 얽힌 숙제를 풀려면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필요한 덕목은 확고한 안보정신과 함께 외교적 능력”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정 실장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들은 “온화한 성품이지만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에 핵심 역할을 하는 등 담판을 지어야 할 때는 공격적인 승부사 기질도 발휘한다”고 평했다.

공교롭게도 정 실장 임명 직후 확인된 ‘사드 4기 추가 반입 보고 누락’ 사건은 국방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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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안보실장은 지난 6월, 미국을 방문해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만나 한미정상회담 시기와 의제 등을 조율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정 실장의 막후조정능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받고 있다.

정 실장은 6월 초 미국을 방문해 한ㆍ미 정상회담 사전 조율에 나서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 실장은 지난 3일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을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사드 배치에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을 설명했고, 충분히 이해 한다는 반응이었다”며 “북한과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민간교류 원칙에 대해서도 미 측에서 충분히 이해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한 전직 주미대사는 26일 한미 정상회담 출국을 앞둔 문 대통령 초청으로 열린 전직 주미대사 간담회에 참석한 뒤 “한미간 사전 조율이 큰 문제 없이 된 것 같다. 우려할 일은 별로 없는 게 아닌가 한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정 실장이 주축이 된 물밑 조율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성과로 드러날지 기대를 키우게 하는 반응이다.

목, 2017/06/29-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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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이후 두 가지 시나리오

북미, 남북 대화 병행해야

 

서보혁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 HK연구교수
 

 

김정은 정권의 괌 일대 포격 협박과 트럼프 정권의 '분노와 화염' 위협은 한반도 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은 북-미 적대관계를 핵심으로 하는 정전체제의 전환에 달려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렇게 적대 혹은 갈등 관계에 있는 이해 당사자들이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벼랑 끝 외교'의 첫 번째 요소이다. 트럼프와 김정은이 쏟아낸 '말의 전쟁'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일련의 장거리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와 합동 훈련 및 전략 무기 한반도 전개 등 위험한 무력 시위로 이어졌다. 당사자들은 방어용이고 불가피한 조치라고 변명하겠지만 이런 현상은 의도적 위기에 다름 아니다.

 

벼랑 끝 외교가 맞을까?

 

벼랑 끝 외교의 두 번째 요소는 의도적 위기 조성 후 혹은 그 과정에서 비타협적인 주장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위기의 한복판에서 북한은 "미국의 반공화국책동과 핵위협이 계속되는 한 그 누가 무엇이라고 하든 자위적 핵억제력을 협상탁자에 올려놓지 않을 것이며 이미 선택한 국가 핵무력 강화의 길에서 단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에 맞서 미국은 북한의 선 핵 포기 없이 대화는 없다고 하면서 대북 재재를 주도해왔다. 거기에 트럼프는 북한이 위협하면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며 위협했다. 지난 22일 북한군은 판문점대표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을 "침략 전쟁 연습 소동"이라고 비난하고 발사 대기 상태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그 의도성과 비타협성이 현 한반도 위기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벼랑 끝 외교의 세 번째 요소는 대화 국면으로의 전환이다. 앞서 두 요소들은 이익 극대화를 위한 위험한 사전조치인 셈이다. 물론 벼랑 끝 외교가 통제불능의 상태로 악화되고 협상 국면으로 진입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번 위기의 경우 국내외에서, 특히 국제사회에서 그 우려는 대단했다.

 

이후 양측은 "지켜보겠다(북)", "그것은 현명한 결정이다(미)"라고 해 상황이 진정되는 기미를 보였다. 금번 UFG 연습에 참가하는 병력 규모의 축소와 전략자산을 전개하지 않는 점, 그리고 미국 측이 외교 우선의 접근을 공식 발표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대화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괌 주변을 포격할 가능성은 김정은 정권의 명운을 걸어야하기 때문에 희박해 보인다. 또 북미 대화에 나서는 것이 국내 정치적 용도나 국제 사회를 향한 선전, 그리고 양자 대화를 통한 국면 주도 과시 등의 측면에서 이로울 것이다. 단정하기 어렵지만, UFG 기간 중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지 않는다면 그 이후 대화 국면으로 진입한다고 예측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북미, 남북 대화 병행으로 신뢰 구축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는 모든 것을 걸고 전쟁만은 막을 것입니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더라도 북핵 문제는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국민들은 물론 세계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 기본 입장과 한반도 문제의 제일 당사자로서 운전대에 앉는다는 자세는 타당하다. 전쟁을 막는다는 것이 당면 과제이고 절대 과제이다. 그렇지만 전쟁 위기가 재현되는 요인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면 최근 위기는 악순환의 일단에 불과하다. 한국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김정은 정권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는 일련의 벼랑 끝 외교는 선미후남(先美後南) 전략으로 전개되고 있다. 향후 북미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두 개의 시나리오로 예측해볼 수 있다. 하나는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구속력 있는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려고 벼랑 끝 외교를 계속해 북미 대화의 문이 열리는 경우다. 이 경우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자처하며 핵군축을 주장하겠지만, 결국 미 본토까지 핵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인정받고 핵능력의 수직적·수평적 확산을 하지 않다는 선에서 타협을 추구할 것이다. 그러면 평화협정 체결이나 주한미군 철수는 물건너 간 것이고 북미관계 정상화도 불가능할 것이다. 핵전쟁 위험 앞에서 북미 적대 관계는 청산되지 못한 채 핵균형으로 평화를 연명해가는 꼴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한미 동맹의 강화, 남북 관계의 경색으로 연결될 것이다.

 

다른 하나의 가능성은 북한이 미국의 '적대시 정책' 종식과 비핵화 공약을 맞교환 하되 그 이행 방법과 절차에 관해 계속 협상을 해나가는 것이다. 양측이 지루한 협상의 늪에 들어갈 의지가 있는지, 이에 대해 한국 등 관련국들이 동의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그럴 경우 북한은 핵동결과 사찰 등 비핵화 이행에 응하고, 미국 등 관련국들은 안보, 경제, 외교 등의 분야에서 북한에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평화협정, 주한미군 문제가 불거져 나올 것이고 한미 동맹 관계도 재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남한으로서는 북한과 관계개선을 추진할 기회의 창이 열리고, 북한도 북미 대화 촉진과 경제적 이익 등 남한으로부터 얻을 이익이 적지 않다.

 

요컨대, 전쟁 반대 평화 정착이라는 절대 명제가 실현의 길로 들어서려면 대화가 만들어내는 편익을 구체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상대의 의중 탐색에서부터 위기 상황의 전환, 진일보할 협상의 모멘텀 유지, 나아가 상호 이익의 균형점 설정의 유일한 수단 등으로서 대화의 복합적 의의를 기대할 수 있다. 이를 전제로 위 두 시나리오에 대응하는 적절한 대화 전략을 각각 갖추어야 한다. 물론 한국으로서는 두 번째 시나리오가 더 낫다. 북미 대화를 지지하면서 남북 대화를 추진하는 병행 접근을 기대해본다. 어느 경우든 정부는 국익 프레임으로 접근하겠지만 평화 운동 진영은 반전반핵의 기치를 내릴 수 없다. 이 차이는 필연적인 긴장인가, 역할 분담인가.

 

 

참여사회연구소는 2011년 10월 13일부터 '시민정치시평'이란 제목으로 <프레시안> 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1996년 "시민사회 현장이 우리의 연구실입니다"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참여연대 부설 연구소입니다. 지난 19년 동안 참여민주사회의 비전과 모델, 전략을 진지하게 모색해 온 참여사회연구소는 한국 사회의 현안과 쟁점을 다룬 칼럼을 통해 보다 많은 시민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참여사회연구소의 시민정치는 우리가 속한 공동체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책임지는 정치를 말합니다. 시민정치가 이루어지는 곳은 우리 삶의 결이 담긴 모든 곳이며, 공동체의 운명에 관한 진지한 숙의와 실천이 이루어지는 모든 곳입니다. '시민정치시평'은 그 모든 곳에서 울려 퍼지는 혹은 솟아 움트는 목소리를 담아 소통하고 공론을 하는 마당이 될 것입니다. 많은 독자들의 성원을 기대합니다.  같은 내용이 프레시안에도 게시됩니다. 목록 바로가기(클릭)
 
* 본 내용은 참여연대나 참여사회연구소의 공식 입장이 아닙니다.

 

 

시민정치시평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연재합니다. 

 

 

화, 2017/08/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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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비현실적인 대북 전략 및 전술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한 번 확인됐다. 북한 핵무기 개발 중단을 위해 안보 보장과 외교관계 구축, 개발 지원을 약속하는 노선이 역내 국가의 지원을 받았음에도 이를 버리고 대북 압박을 고집했던 지난 17년간의 정책도 동일한 판결을 받았다.

美의 제네바합의 파기 기억하는 김정은

북한이 지역 안보를 위협하고 안정을 해치는 핵무기와 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는 수십 년 전부터 분명했다. 1994년 체결된 제네바합의(Agreed Framework)를 기억하는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의 뒤를 이어 그 이상의 조건이 아니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는 범죄국 취급이나 모욕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2001년부터 미국은 북한을 범죄국 취급하거나 모욕을 주는 것 말고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비극적 상황이 이어졌다.

부시 전 대통령과 공화당이 독자적으로 제네바합의를 파기한 것이 그 좋은 예다. “악은 물리쳐야 할 대상이지, 협상 상대가 아니다”라는 체니 당시 부통령의 발언 또한 달리 해석할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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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체결된 제네바합의(Agreed Framework)를 기억하는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의 뒤를 이어 그 이상의 조건이 아니면 수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인다.(이미지 출처: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방향도 처음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었다. 언제, 그리고 얼마나 안 좋은 상황에서 목적지에 이를 것인지가 의문으로 남았다. 그렇게 지금에 이르렀고, 상황은 충분히 나쁘다. 5개월 전 탄핵으로 구속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같은 길을 걷도록 트럼프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게 미국 정치∙사회제도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됐을 정도다.

부패한 독재정권이라면 한국인도 제법 겪어봤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톨스토이의 유명한 문장을 살짝 비틀어 말해 보자면, ‘나쁜 정부는 저마다의 방식대로 나쁘다’. 대응 방식 또한 각 사회, 그리고 지도층마다 다를 것이다.

미국인들은 11주 연속 토요일마다 광화문 광장에 모여 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을 자리에서 끌어내린 한국 국민 1700만 명의 놀라운 용기와 집중력, 조직력, 결의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한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시련을 겪은 미국 민주주의가 법적 절차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면 수백만 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시위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시민의 힘을 결집할 수 있는 경로는 분명 존재한다. 앞으로는 그 힘을 발휘할 필요성이 더욱 증가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미국의 우방이 나서서 미국에게 도움을 줄 때다.

미국의 위기는 단순히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여타 국가의 위기와 다르다. 미국 내 위기가 한국과 북한, 중국, 일본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우리는 확실히 경험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이나 전쟁 위험이 유례없는 수준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역내 안정이 흔들리고 안보가 위험해지면 엄청난 후폭풍이 발생할 것이고 그 여파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미국의 우방과 동맹은 깊은 고찰을 통해 신중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위험하고 비생산적인 위협을 가하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 다양한 인종과 이민자에 대한 공격을 비난하지 않으며 두둔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이에 대해 독일과 중국, 유럽연합, 캐나다 지도자들은 트럼프를 비난하고 자국 입장을 확실히 밝히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정부, 美에 대한 쓸데없는 기대 접어야

일이 잘못되면 한반도가 감수할 위험이 너무 크기 때문에 미국 정부와 공조해야만 하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은 트럼프에게 ‘아픈 진실’을 솔직히 말할 수 없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이런 태도는 백악관에서도 어느 정도의 영리한 전략과 목적의식을 보여줄 때에만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어떤가. 수 년 전부터 미국 정부는 이런 자질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는 한-미 FTA 폐기를 요구하고, 한국의 외교적 노력을 “유화책”으로 평가 절하했다. 한반도 상황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이해가 떨어짐을 보여줬기 때문에 한국은 쓸데없는 기대를 접고 상황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평가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 협상을 전면 차단하고 한국이 미국의 노선을 무조건 따르도록 다른 선택지를 없애 버렸다. 미국의 정책에는 분명 그런 의도가 있다. 그 결과 문 대통령은 어디서든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태로운 입장에 놓였다.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라면 현재 미국이 고집하는 자기파괴적이고 비생산적인 정책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 그것이 요즘 시대가 리더에게 요청하는 자질이며, 지금 미국의 우방이 보여야 할 태도다.

‘선제공격은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약속은 나쁘지 않았지만, 공허한 울림일 뿐이다. 어차피 선제공격은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전부터 이를 명확히 해왔기 때문이다. 미국이 조치를 취하기 전 한국 정부와 반드시 “먼저 상의하겠다”는 약속 또한 공허하긴 마찬가지다.

부패하고 파괴적인 미국 대통령을 어떻게 해결할지 결정할 권한은 미국 국민에게 있다. 한국인이 익히 알고 있듯이, 한 국가의 문제를 해결할 권리와 책임은 다른 누구도 아닌 그 나라 국민에게 있다. 분명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그 때까지 복잡한 북한 문제를 해결할 미국의 (가뜩이나 부족한) 역량은 더욱 축소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앞으로의 정책 방향을 결정할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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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일본, 러시아, 유엔은 한국이 이번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에서 주도권을 잡는 걸 환영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이 운전대를 잡겠다고 공언해 온 대로 이제는 주어진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할 때다.(사진 출처: 연합뉴스)

일단은 한미 군사훈련의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포괄적 외교 협상을 위한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그 목적을 명확히 밝혀야 할 것이다. 이후 중국과 러시아를 설득해 북한 미사일 및 핵무기 개발 동결을 압박해야 한다. 관계국을 모아 연합체를 구성하는 방안도 가능하다. 관계국 다수는 동북아 안보와 외교적 개입, 경제 발전을 위한 로드맵을 공동 수립하는 노력에 누군가 나서주길 기다리고 있다.

문 대통령, “운전대 잡겠다”는 공언, 실천으로 옮겨야

미국은 국제적 압박과 고립 전략을 중단하고 선제조건 없는 무조건적 대화를 북한과 시작해야 한다. 국제적 압박과 고립이 제네바합의를 중단시켰기 때문에 수용 가능한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압박과 고립 카드를 버리고 원래 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북한 무기개발에 상한선을 설정하고 점진적으로 축소시키는 방안을 중기 목표로 삼고, 한국전쟁을 종식시킬 영구적 평화조약 체결과 유엔 상정, 기타 국제협약 체결 등의 합리적 목표를 함께 추진할 수 있다

한국 정부의 조직에 따라 참여한 각국 지도자들은 이번 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해당 내용을 담은 이니셔티브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시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이 얻을 혜택을 생생하게 설명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트럼프가 지지를 거부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니셔티브는 계속되어야 한다.

중국과 일본, 러시아, 유엔은 한국이 이번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에서 주도권을 잡는 걸 환영할 것이다. 이들 국가들에는 주도권을 잡을 정당성이나 관심, 유연성, 역량이 없다. 오직 한국만이 그럴 자격과 능력이 있으며, 이를 받아들여 전면에 나설 경우 폭넓고 강력한 지지를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좀처럼 갖기 어렵고 중요한 영향력이 주어졌음에도 지난 3개월간 한국 정부는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여타 당사국을 움직이기 위한 어떤 발언이나 행동도 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한국이 운전대를 잡겠다고 계속 강조해왔다. 이제는 주어진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할 때다.

 

토, 2017/09/09-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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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년에 걸친 한국전쟁에 종지부를 찍을 방안을 찾아야 할 시기이다. 군사충돌의 위험이 닥쳐오는 와중에서도, 아직 종결되지 않은 미국의 가장 오랜 전쟁이자 세계사에서 가장 유혈이 낭자했던 전쟁의 진실에 관하여 미국 국민은 거의 모른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추진했던 1953년의 휴전협정, 최소 200만에서 최대 400만 명의 군인 및 민간인의 죽음을 불러왔던 3년간의 “치안활동(police action)”을 중단하는 그 휴전협정은 오래 전에 잊혔다. 미국과 남한 및 이들의 유엔 동맹국들과 북한의 군사 지도자들 간에 체결된 이 협정은, 냉전 초기에 벌어졌던 이 전쟁에 마침표를 찍는 정식 평화협정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미국과 북한 간 합의의 일환으로, 플루토늄을 함유하는 사용 후 핵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1994년 11월 영변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출발에 앞서 미국 국무부 관리가 이처럼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 관하여 내게 상기시켜 주었다. 사용 후 핵연료 저장장소로 난방 설비를 가져가면 어떻겠느냐고 국무부 관리에게 제안했었다. 국제원자력기구의 보장조치(IAEA safeguards) 속에서, 한겨울에 고준위 방사능 연료봉을 격납용기에 넣는 북한 사람들에게 난방을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국무부 관리는 화를 냈다. 적대행위가 종료된 지 40년이나 지났지만 적에게 어떠한 편의를 제공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그들이 해야 할 일(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강추위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지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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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핵무장 국가로 가게 되는 씨앗은 미국이 1953년의 휴전협정을 휴지조각으로 만듦으로써 뿌려졌다. 1957년부터 미국은 협정의 핵심 조항, 즉 더 이상의 무기를 한반도에 반입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을 위반했다.

제네바 합의는 어떻게 무너졌는가?

1994년 봄과 여름에 미국은, 첫 번째 핵무기를 만들기 위해 플루토늄을 생산하려는 북한과 충돌하게 되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기초한 김일성을 직접 만나는 외교력을 발휘한 덕분에 세계는 벼랑 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1994년 10월 12일 서명된 제네바 합의의 대체적인 윤곽은 바로 이러한 노력으로부터 나왔다. 이 합의는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과 맺은 유일한 정부 간 협정이다.

제네바 합의는 양국 사이의 비확산 협정으로, 한국전쟁의 종식으로 가는 문을 열 수도 있었다. 플루토늄 생산을 동결하는 대가로 중유의 공급과 경제협력 그리고 두 기의 현대식 경수로를 건설한다는 데에 북한이 동의했다. 궁극적으로는 당시 북한의 핵시설을 해체하고 사용 후 연료를 북한 외부로 반출한다는 것이었다. 남한은 두 기의 경수로 건설을 준비하는 데에 적극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두 번째 임기에 접어든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과 보다 정상적인 관계를 수립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대통령 자문이었던 웬디 셔먼은 중장거리 미사일을 제거한다는 북한과의 합의가 2000년 대통령 선거에 의해 뒤집어지기 전까지 “거의 타결 직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상은 공화당 의원 다수의 격렬한 반대에 부딪혔다. 그리고 1995년 하원을 차지한 공화당은 협상을 결렬시킬 결정적 장애물을 투척했다. 북한으로 향하는 중유의 선적과 플루토늄 함유 물질의 확보를 방해했던 것이다. 조지 W 부시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후, 클린턴 행정부의 노력은 북한 정권의 교체라는 노골적인 정책으로 대체되었다. 부시는 2002년 국정연설에서 북한이 “악의 축”을 구성하는 국가라고 선언했다. 부시는 9월, 대량살상무기를 개발하는 국가들에 대한 선제공격을 요구하는 국가안보정책을 이야기하면서 명확하게 북한을 지목했다.

2002년 10월 북미 양자회담에서 제임스 켈리 국무부 차관보가 북한에게 “우라늄 농축 비밀 프로그램을 중지하지 않으면 가혹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던 배경이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여전히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1999년 당시 미국 의회와 언론이 모두 알고 있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북한은 제네바 합의를 철저하게 이행하여 8년간 플루토늄 생산을 동결했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안전조치는 경수로 건설이 충분하게 진행되는 시점까지 연기될 것이며 그 지체가 위험해 보일 경우 합의를 수정할 수 있음이 제네바 합의에 명시되었다. 설리반의 최후통첩이 나온 직후, 북한은 사용 후 핵연료에 관한 보호조치를 중단하고 플루토늄 추출과 핵무기 생산을 시작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침공을 준비하던 바로 그 시기에 전면적 위기의 불이 당겨진 것이다.

북한의 핵 프로그램 관련 교착상태를 해소하려던 부시 행정부의 노력, 이른바 6자회담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북한 정권을 교체하겠다는 미국의 완강한 고집, 그리고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으면 의미 있는 협상에 들어갈 수 없다는 부시 대통령의 “아니면 말고” 식의 요구 때문이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북한으로서도 2000년 선거 이후 얼마나 갑작스럽게 합의가 뒤집혔는지를 기억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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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월 12일 서명된 제네바 합의. 이 합의는 지금까지 미국이 북한과 맺은 유일한 정부 간 협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할 무렵, 북한은 핵무기와 대륙 간 탄도 미사일 보유를 향한 노력을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전략적 인내‘라고 일컫는 오바마의 정책은 대체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속도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특히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이 권력을 승계하면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와 한미 군사훈련 기간의 연장은 북한의 강력한 도발을 불러왔다. 북한 정권의 궤멸을 목적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 벌이고 있는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의 한미일 합동 군사훈련 시위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과 더욱 강력한 핵실험만 가속하는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핵무기 보유국으로서의 북한을 다루는 문제

북한이 핵무장 국가로 가게 되는 씨앗은 미국이 1953년의 휴전협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던 때 뿌려졌다. 1957년부터 미국은 협정의 핵심 조항(제13항의 네 번째)을 위반했다. 해당 항목은 더 이상의 무기를 한반도에 반입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는데, 미국은 결국 수천 개의 전술 핵무기를 남한에 배치했던 것이다. 여기에는 핵포탄, 미사일 핵탄두, 지하관통 폭탄, 바추카 핵포탄, (20킬로톤) 핵배낭 등이 포함된다. 1991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조지 HW 부시는 모든 전술 핵무기를 철수했다. 그러나 전술 핵무기 철수 이전의 34년간 미국은 핵무기 경쟁을 촉발해왔다. 한반도에 주둔하는 자국 군대를 통해서 말이다! 남한에 쌓여가는 대량의 핵무기는 북한으로 하여금 서울을 궤멸할 수 있는 재래식 포대를 전진배치하게 만든 주요 원인이었다.

현재 남한의 일부 군사 지도자들이 미국 전술 핵무기의 한반도 재배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는 북한 핵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다. 미국 핵무기의 존재는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급증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지 못 했다. 당시는 “제2의 한국전쟁”이라고 불렸던 시기로, 1천명 이상의 한국군과 75명의 미군이 사망했다. 특히 북한군은 1968년 미 해군의 정보함 푸에블로호를 나포하여 1명의 승조원을 살해하고 82명을 인질로 잡았다. 결국 푸에블로호는 미국에 반환되지 않았다.

북한은 오랫동안 미국과의 양자 대화를 통해 불가침 조약에 이를 것을 요구해왔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평화협정 요구를 번번이 일축해왔는데, 주한미군의 축소를 통해 남한에 대한 공격을 배가하려는 북한의 속임수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최근 워싱턴포스트의 잭슨 딜(Jackson Diehl)은 북한이 실제로는 평화적 해결에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이와 같은 정서에 공감을 표했다. 북한이 “정당방위를 위한 핵무기를 협상 테이블에 결코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 김인룡의 언급을 인용하면서, 딜은 편리하게도 “미국이 적대행위를 계속하는 한”이라는 김인룡의 중대한 경고를 생략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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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켜보는 모습. 북한의 <노동신문>에 실린 사진이다,

지난 15년 동안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하는 군사훈련의 규모가 커지고 그 기간이 길어졌다. 코메디센트럴 채널의 인기 프로그램 데일리쇼(Daily Show)의 진행자 트레버 노아(Trevor Noah)는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6자 회담의 미국 측 책임자였던 크리스토퍼 힐(Christopher Hill)에게 군사훈련에 관해 질문했다. 힐이 “우리는 북한을 공격할 계획을 한 적이 없다.”라고 단언했다. 힐이 잘못 알고 있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2016년 3월의 군사훈련에는 “선제적인 군사행동”과 “북한 지도부를 표적으로 하는 특수부대의 참수작전”이 포함되었으며 이 계획에 미국과 남한이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사에서 미국의 군사 전문가는 이 같은 계획의 존재를 부인하지 않았지만 계획이 실행될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말했다.

매년 이루어지는 전쟁대비훈련은 계획이 실행될 가능성이 얼마나 되건, 임박한 전쟁의 공포 속에 살아가는 북한 주민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잔인한 억압을 영구화하거나 심지어 더욱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북한을 방문하는 동안 우리는, 한국전쟁 중 미군 항공기가 떨어뜨린 네이팜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학살됐는지에 관해 북한 정권이 주민들에게 끊임없이 선전하는 것을 보았다. 1953년 무렵 미군의 폭격은 북한의 거의 모든 건물을 파괴했다. 몇 년이 지난 후, 케네디와 존슨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딘 러스크(Dean Rusk)는 “움직이는 북한의 모든 것, 서 있는 모든 건물”에 폭탄을 투하했다고 말했다. 이후 수년 동안 북한 정권은 주민의 대피훈련에 사용할 방대한 지하터널을 건설했다.

북한의 핵무기 포기를 기대하기에는 너무 늦었는지도 모른다. 북한 정권의 교체를 실속 없이 추구하면서 제네바 합의를 폐기했던 순간 그 다리는 무너졌다. 북한에게 핵무기를 늘려야 할 강력한 동기를 제공하고 이에 필요한 시간을 벌어줬을 뿐이다. 최근 틸러슨(Tillerson) 국무장관은 “우리는 북한 정권의 교체나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틸러슨의 언급은 트럼프 대통령의 호전적인 트위터 메시지, 그리고 전직 군사정보 관료들의 무력위협 속에 묻혀 버렸다.

결국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양측의 직접 협상과 선의의 표시를 수반할 것이다. 한미일의 군사훈련 축소 혹은 중지와, 이에 상응하는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시험의 유예 등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군사력과 경제제재가 북한 정권에 대항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는 미국 국방관료들로부터 커다란 저항을 불러올 것이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의 성립과 붕괴로부터, 정권교체의 추구가 지니는 함정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냉전의 끝자락을 평화적으로 마감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제 핵군비통제협정(nuclear arms control agreement)일지도 모른다. 상대방이 자신을 살해할 계획을 품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을 어떤 방법으로든 협상에 나서도록 설득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수, 2017/12/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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