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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잘 가라,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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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잘 가라, 오렌지

익명 (미확인) | 금, 2015/06/19- 13:53

12살 소년이 있었다.


물놀이하다 발에 난 작은 상처는 아이의 온몸을 독으로 덮었다. 죽음의 고비를 넘었다. 겨우 살아난 소년은 후유증으로 콩팥이 망가졌다. 다행히 신장을 이식했지만 하루 걸러 하루, 피를 걸러내는 투석과 합병증이 따라붙었다. 병은 몸을 괴롭혔고 병원비는 가족을 괴롭혔다. 소년은 어린 나이에 가족과 헤어져 사는 길을 선택했다. 수급자가 되어야만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홀로 상경한 소년은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병원 식당 같은 곳에서 새우잠도 잤다. 그러나 야학을 찾았고 검정고시를 보았다. 걷기조차 힘든 자신이 싫어 검도를 배우다 사범까지 했다. 소년은 참 열심히 살았다.



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소년이 청년이 되었을 때 만났다. 2008년 가을이었는지 겨울이었는지, ‘수원 촛불’을 찾아왔다. 환자로서 수급자로서 의료민영화를 반대해서 거리에 나왔다 했다. 투석하는 팔뚝은 엄청나게 두꺼웠다. 팔뚝은 굵어졌지만 심장 쪽 혈관은 좁아지고 있었다. 투석환자들에게 올 수 있는 여러 가지 질환 중 하나였다. 심장에 인공적인 시술을 두 번이나 했지만 버티지 못한 심장이 정지했다. 좁아진 혈관으로 흐르지 못하는 피가 심장에 닿지 않았다. 2주일간 기계를 달고 누워 있었다. 마침 나라에는 중동에서 넘어온 ‘메르스’라 불리는 전염병이 창궐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누군가 ‘어륀지’라는 발음으로 국민들 영어 발음 교정에 나서 헛웃음을 산 적이 있었다. 청년은 ‘오렌지가 좋아’라는 별칭을 쓰기 시작했다. ‘어륀지’가 아니라 ‘오렌지’가 좋다는 저항이었다. 우리는 그를 그냥 오렌지로 부르게 되었다. “오렌지! 다산인권센터에서 자원활동 해볼래?” 인연은 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지원 반올림 활동, 빈곤 당사자 운동까지 그를 안내했다. 해고된 노동자, 쫓겨난 철거민, 산재로 가족을 잃은 피해자들의 현장을 다녔다. 사진을 배우고 싶다 했다. 수급비를 알뜰히 모아 카메라를 샀고 방송통신대에 입학했다. 이후 그와 그의 무거운 사진기는 어느 현장에나 있었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자 고 황유미의 황상기 아버님은 그의 카메라가 있어 삼성 본관 앞에서 경찰과 삼성 경비의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었다 했다. 그는 소박하나마 개인전을 두 번 치른 작가도 되었다.

그런데 어제 오렌지가 죽었다. 거짓말처럼 떠났다. 함께 활동한 동료뿐 아니라 야학 교사, 방통대 동기, 동료 사진작가와 시민사회 선후배들이 장례식장을 찾았다. 34살, 그야말로 최선을 다해 살았기에 더 아픈, 더 살리고 싶었던 슬픔이 흐른다. 그러나 누구보다 가까운 환우회 동료들은 찾아오지 못한다. 그에게 사회적 의식을 최초로 심어준 양어머니도 오지 못한다. ‘메르스’ 때문이다. 치사율이 낮아 만성질환자가 아니라면 걱정하지 말라는 ‘메르스’는 그들에게 치명적이다. 반올림 피해자들도 올 수 없다. 정부가 통제 못한 전염병은 오렌지와 같은 이들에게 괜찮지 않다. 아플수록 보호받지 못하고 가난할수록 병들 수밖에 없는 그들에게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은 도대체 얼마나 괜찮지 않은가.

어수선하게 장례 치르다, 정신 차려보니 노 땡큐 마감이다. 나누던 이야기 잦아들고 모두 잠든 시간 글 앞에 앉았다. 동료들의 숨죽여 훌쩍이는 소리가 들린다. 엄명환. 외롭지 않게 가는구나. 가난과 병, 모두 어깨에 짊어졌으나 너는 지지 않았다. 씩씩하게 살아줘서 고맙다. 잘 가라, 오렌지!


2015. 6. 18 한겨레21 [제1066호]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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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라, 오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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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일기 6]며칠 전 부음 소식, 또 한명의 증인이 떠났다


2015년을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른 채 11월을 보내고 있다. 여기저기 쏟아지는 비명소리는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인권과 사람의 가치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생존의 끈은 실처럼 가느다랗고, 버티고 올라설 수 있는 버팀목은 흔들거리기만 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는지 고민하기보다는, 하루하루를 악착같이 버틸 수밖에 없는 날들이었다. 사회를 정글로 만든 이들은 우리에게 '아직도 살아있냐'며 지옥문을 열면서도, 자신들의 책임은 없다고 선언했다. 노동개악, 국정교과서... 최소한의 가치마저 무너져 내리고 있다. 

2015년에만 5명 사망... 자꾸 떠나는 산재 증인들


▲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르게 해결하라 삼바대회에 참석해서 방진복 퍼포먼스를 진행한 많은 분들이 삼성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길 바라고 있다. 

ⓒ 반올림



기업의 행보 역시 국가와 함께였다. 기업은 노동개악을 밀어붙이는 정권 옆에서 박수를 치고,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살고 싶다 부르짖는 노동자들을 하늘로 올려 보내고, 정당한 권리 요구를 폭력으로 묵살했다.

국가의 충실한 파트너인 기업, 이 중 넘버원은 역시 삼성이었다. 쓰러져 있는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으로의 승계 과정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켰다.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와병 이후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왔다. 

계열사들의 합병 시도, 화학 계열사의 한화 매각,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문화재단·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선임, 삼성에버랜드의 사명 변경(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물산),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의 연이은 상장 등이 진행되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지배구조와 계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영 결정이 일사천리 진행되었다. 이는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을 높이고 경영권을 안착화 시키는 과정이었다.  

이렇게 수많은 부정이 존재하지만 삼성은 연간 2조7천억 원의 광고비로 초일류라는 허울 좋은 이미지만을 부각시키고 있다. 삼성 직업병 문제로 수년간 싸워온 '반올림'을 돈만 아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사회적 합의기구인 조정위 권고안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보상위원회(반올림을 제외한 삼성과 가족대책위원회가 꾸린 협상 창구)를 꾸려 독단적으로 협상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는 거대한 광고비와 기업 권력 속에서 삼성의 선행으로 포장됐다. 

반올림은 지난 13일 삼성의 포장지를 벗겨내고 문제적 민낯을 드러내기 위해 삼바(삼성을 바꾸자, 아래 삼바대회)대회를 열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요일 오후에도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38일 동안 서울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을 하는 반올림을 응원하고, 이 시대 삼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였다.

비가 많이 왔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에게서 온기가 묻어났다. 비가 우리의 옷과 몸을 축축하게 적셔도, 삼성의 수많은 문제들로 우리의 삶이 젖지 않도록 함께 막아내자는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 삼바대회는 삼성 직업병으로 사망한 75인의 노동자를 기억하는 방진복 퍼포먼스 이후 삼바 문화제의 순서로 진행되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이 만들어진 지 8년. 그동안 삼성 계열사에서 직업병을 제보해준 노동자는 220명, 사망한 노동자는 74명이었다. 74인의 퍼포먼스로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며칠 전 또 한 분의 노동자가 세상을 떠났다는 제보가 더해지면서 75인의 퍼포먼스가 되었다. 

퇴보냐 진보냐, 기로에 선 삼성


▲  삼성전자 반도체/LCD사업장에서 일하다 돌아가신 직업병 피해자들의 명단
ⓒ 반올림


그 중 2015년에만 5명의 노동자가 사망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직업병 문제의 증인들이 세상을 떠나갔다. 투병 중인 노동자들의 고통은 여전하다. 그들의 고통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있는 재발방지대책, 실효성 있는 보상이다. 하지만 진정성 있게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에 삼성은 여전히 보상위원회만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뿐이었다.

75인의 퍼포먼스는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아픔을 '불통' 삼성에게 알리기 위해 준비됐다. 반도체 현장을 상징하는 방진복을 입고, 등 뒤에는 사망한 노동자들의 이름을 붙였다. 하얀 방진복을 입은 75명의 노동자들이 삼성 본관 앞을 행진했다.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삼성을 만들기 위해 젊은 생을 포기해야 했던 노동자들의 발걸음이었다. 

먼지 하나 없는 반도체 칩을 완성하기 위해 이름 모를 화학물질을 다뤄야 했던 이들, 투병의 고통에도 도움의 손길조차 받지 못했던 이들, 젊음을 바쳐 일했지만 병에 걸렸을 때 외면당한 이들의 서러움을 짊어진 채 방진복 행렬은 삼성 본관으로 향했다. 

쏟아지는 빗속에서 "삼성이 책임져라, 사회적 약속 이행하라"는 요구가 울려 퍼졌다. 이렇게 많은 이들이 함께 아파하고 있으며, 직업병 문제가 어서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을 삼성이 외면하지 말라는 요구였다. 또 다른 피해자들의 죽음과 고통이 이어지기 전에 삼성의 진정성 있는 해결을 바라는 모두의 마음이었다. 


▲ 방진복을 입고 삼성전자 사옥을 도는 삼바대회 참석자들 75명 이라는 숫자는 2015년 11월 까지 제보된 삼성전자 반도체/LCD공장에서 직업병으로 사망한 노동자의 수를 의미한다.
ⓒ 반올림


75인의 방진복 퍼포먼스 이후 문화제가 열렸다. 한국사회 안 삼성의 오늘을 돌아보고, 삼성을 바꾸는 것이 중요한 문제임을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76년 무노조 경영에 마침표를 찍은 삼성전자서비스노동조합 박성주씨의 이야기, 재계 1위 삼성이 장애인 의무 고용률을 지키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전국장애인철폐연대의 이야기와 춤이 이어졌다.

계속해서 직업병 문제, 메르스, 법과 질서를 뒤엎는 삼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비판이 끝이 아니라 삼성이 더 나은 기업으로 변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태도를 보여야 하고, 노동자와 소비자를 더욱 존중하는 기업으로 나서야 한다는 대안도 함께 이야기 되었다. 

삼바 대회는 말 그대로, 삼성을 바꾸자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다. 최고 가치, 일등만을 중요시하는 권위적인 기업문화, 정권과 결탁한 기업 권력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지 않는 기업으로 삼성이 탈바꿈하길 바라는 이들이 모인 시간이었다. 

오랫동안 쌓아온 기업의 철학을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꿔나간다면 그것은 박수 받을 일이다. 삼성은 그 기로에 서있다. 3세로의 승계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지고 더 나은 기업으로 나아가느냐, 여전히 구태의연한 꼼수를 부리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불통의 자세를 계속할 것이냐. 

직업병 문제를 해결하라는 반올림의 요구는 40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76년 무노조 경영은 이제 빈껍데기만 남았다. 법과 정계를 오가는 담합은 민주주의 시대를 역행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현주소처럼 역사를 역행 할 것인가? 새로운 기업으로 변모할 것인가? 그 선택은 삼성에게 놓여있다. 그리고 시민들은 삼성의 선택을 주목하고 있다.

2015년 11월 18일 오마이뉴스

랄라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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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5/11/30-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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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죽었다. 작은 치어부터, 성어, 저 물 밑에 가라 앉아 아무도 모르게 숨 쉬고 있었을 생명들 모두가. 사라진 생명의 가치를 수로 헤아릴 수 있을까만은 적어도 1만 마리, 많게는 3만 마리의 물고기가 하루 아침에 죽어나갔다. 배가 터지고, 물가 돌 위로 튀어 올라와 죽어있는 생명들. 사건의 처참한 광경은 물고기들이 죽기 직전까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잔인한 집단 ‘살어(魚) 사건’의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수원시는 삼성전자 우수토구에서 공사 중 흘러나온 물로 인해 물고기가 집단폐사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그렇다 하기엔 석연찮은 점이 있었다. 처참한 집단 폐사가 일어난 사건 현장의 보존, 물과 사체의 분석. 사건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지만, 이 사건은 묘하게도 사건 현장의 보존이 안 되었음은 물론이고, 사체 또한 분석도 하지 못한 채 사라져 버렸다. 현장에서 체수한 물 역시도 체수한 이들에 따라 그 분석 결과가 다르게 나왔다. 하천 관리 주체인 수원시의 체수 결과 ‘이상 없음’, 사건 당사자인 삼성의 체수 결과 ‘이상은 없지만 안 알려줌’, 시민단체의 체수 결과 ‘맹독 물질 시안과 마취제 성분인 클로르포름 검출’. 어떤 것이 진실인지, 죽어간 물고기만이 알고 있겠지만, 죽은 물고기는 말이 없다 했던가? 물고기와 함께 진실은 묻혀 버렸다. 그 이후 시민단체와 수원시는 물고기 집단 폐사 원인 규명을 위해 민관합동대책단을 꾸렸다. 하지만 이 역시도 삼성의 비협조로 인해, 원인 규명보다는 이후 대책과 권고안 마련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사건 초기부터 일관되게, 복원에 힘쓰겠다는 삼성. 원인 규명도 안 되는 복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끈질기게 물어도, 복원에 힘쓰겠다고만 한다. 뒤로만 시민단체를 찾아다니며 ‘미안하다’, ‘복원하겠다’는 약속을 ‘구두’로만 했다. 공문으로 이야기해달라고 해도, ‘구두’로만 할 수 있다는 이 뻔뻔하고, 비협조적인 기업을 어찌해야 할까? 이미 알고 있었지만, 또 한 번 삼성의 발뺌 신공을 제대로 느낀 사건이었다. 

사건 이후 7개월여가 지났다. 검찰수사 결과, 현장보존과 사체, 물 시료를 제대로 분석해 놓은 결과가 없기에 삼성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리가 되었다. 원천리천은 다시 물고기가 돌아왔다. 복원이 아니라 자연 재생능력으로 말이다. 시민단체들은 귀 꽉 틀어막은 삼성과의 대화보다는, 더 많은 이들과 이 사건을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원천리천 물 축제를 진행했다. 시민들과 함께 하천의 소중함을 느낀 귀한 시간이었다. 7개월여간 진행되었던 민관대책단의 보고서 작업도 끝났다. 지난 5월 11일 보고회에서 민관대책단 전문가들은 수원시와 삼성 등에 권고를 내렸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환경오염 사고가 아닌 화학물질에 의한 사고라는 것, 그렇기에 화학물질 알 권리와 기업의 책임, 지자체의 사고방재계획 마련과 조례 등을 만들라는 권고안이었다. 이제 이 권고안을 시행하고 구체화하는 일만 남았다. 알게 모르게 진행된 7개월여의 싸움은 이렇게 일단락이 맺어졌다.


물고기 떼죽음 사건은 지역에 환경과 안전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지금은 물고기지만 이후엔 모두를 향해 돌아올 수 있다는 것, 그러므로 지역사회에서 안전과 환경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자는 것이다. 더 정확하게는 화학물질에 대한 지역사회의 알 권리 문제에 대한 고민 말이다. 내가 사는 주변에 있는 기업이 어떠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유출되었을 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지역주민으로서 알아야 할 기본적인 권리가 필요하다. 이 권리를 지역사회에서 함께 이야기하고 소통해야 한다. 우리 모두의 안전과 환경을 위해서 말이다. 마지막은 늘 새로운 시작을 꿈꾸게 한다. 물고기 떼죽음 사건 이후, 함께한 활동가들은 더 나은 지역사회를 위한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같이 모여 다니며 공부도 하고, 어떻게 나가야 할지 이야기도 한다. 화학물질 감시 지역주민 모임을 만들자, 기업 감시 활동을 하자... 하고픈 것도 많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졌다. 더 나은 삶과 지역사회를 위해서 말이다. 

물고기 떼죽음의 원인은 무엇인지 정확히 규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전전을 하며 인근 동네 주민들에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위치한 원천리천에 심심치 않게 물고기가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원인이 규명되지 않는 한 사건은 재발된다. 제발 그 기본적 상식을 삼성이 알게 되길 바랄 뿐이다.


2015. 5. 27 인권오름

랄라(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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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오름] 살어(魚)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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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5/06/0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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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성폭력은 일상이었다. 중학생이었다. 기차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 몇 살인지, 어디로 가는지 말 걸더니 어느새 다리 사이로 손을 넣었다. 그의 행동이 무언지 해석할 수 없었다. 팔짱 끼는 척, 손을 뻗어 가슴을 꾹 누르던 버스 옆 좌석 남자애. 이상한 기척에 눈을 떴더니 택시 기사가 치마 속을 더듬고 있기도 했다. 낯모르는 남자들만 그랬을까. 첫 직장 상사는 “남자랑 자봤어?”라고 물었다. 음담패설을 농담처럼 하는 이는 많았다. 문제제기를 하자 까다롭다 말했다. 연인의 절친은 술 취해 잠든 내 몸을 더듬고 있었다. 그 모든 기억들. 그러나 자책이 앞섰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두려움과 분노 속에서도 조심하지 못한, 그들을 혼내주지 못한 나를 원망했다. 불편한 자리에 놓일 일이 벌어지지 않기만 바랐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어”라고 말하자 어떤 남자친구는 그랬다. “그러니 술 좀 그만 먹고 다녀.”


여성들이 죽는다


강남역과 섬마을에서 여성이 죽거나 다쳤다. 올레길, 등산길에서 여성들이 변사체로 발견되고 있다. 공감이 강남역 10번 출구에 모였다. 그런데 ‘사건 정체’가 여성혐오 범죄다 아니다라는 논쟁으로 번지더니, 정신장애인에 대한 오해와 혐오를 담은 공권력 대책이 발표됐다. 신임 여교사는 도서·벽지 학교에 발령 내지 않겠다, 한다. 중국동포 살인사건이 터졌을 때는 불법 이주민을 색출하는 인종조사를 발표하기도 했다. 강남역 발언은 특별한 놈들에게 전자발찌 채우고 DNA 채취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위험의 책임을 밤거리를 걷는 여성들, 짧은 치마 입은 여성들에게 지우지 말라는 것이다. 여성 피해는 특정 남자의 기이하고 나쁜 짓에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안전하다 주장하는 집에서, 친족과 가족에게 성폭행당하는 여성이 다수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그렇기에 여성들이 ‘나를 죽이지 말라’ 말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성들의 발언은 경험에서 시작된 연대이다. 부정하는 것은 여성들의 삶, 생활 실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얼마 전 여성으로 살아온 차별 사례를 나누는 자리가 있었다. 귀담아듣는 이와 선험으로 판단하는 이로 입장이 갈렸다. 역차별을 우려했다. 여성들 경험에 주목하기보다 결론을 먼저 내놓으려 했다. 남성과 연대하기 위해서 남성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주장했다. 물론이다. 여성 힘만으로 안 된다. ‘한남충’이라 부르며 적대시하고 비하하는 어떤 여성 커뮤니티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남자 너희들도 당해봐라, 똑같이 대하겠다는 주장은 생물학적 남녀 차이를 주제어로 만들 뿐이다. 차별 방식으로 차별을 넘을 수 없다. 거기엔 다름이 들어설 자리가 없다.


서로 다른 경험, 감각으로 구성된 모두는 타인이다. ‘같기 때문에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기 때문에 연대’하며 살아가는 중이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그러므로… 경험을 듣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타인과 손잡기


한 남성 동료가 페미니즘 책을 추천해달라 말했다. 그 범죄가 여성혐오냐 아니냐 논하던 어떤 목소리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했던 누구보다 좋았다. 단지 여성으로 태어났기에 피해자가 된 나는, 그렇지 않았기에 피해 입지 않은 당신들과 연대하고 싶다. 자신들의 경험으로부터 연대를 선택한 ‘비명’을 외면한다면 지금까지의 폭력과 살해를, 또다시 일어날 강남역, 섬마을 사건의 가능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비참을 넘는 연대, 발화하는 가능성과 손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2016. 6. 16 한겨레 21 노땡큐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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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남의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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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6/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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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재단 사람
오렌지 인권상
후보를 추천해주세요

 

(재)인권재단 사람은 故 엄명환((필명 ‘오렌지가 좋아’)님을 추모하고, 그 뜻을 이어가기 위해 ‘오렌지 인권상’을 제정합니다.

 

엄명환님의 SNS 프로필에는 ‘민주주의와 촛불을 사랑하고, 신자유주의와 삼성을 맛없는 음식처럼 싫어’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지역풀뿌리운동, 인권침해감시활동, 인권현장참여기록 등을 지속해왔던 그는 2015년 갑작스런 심정지로 쓰러졌습니다. 주변의 활동가 친구들은 그의 쾌유를 기원하고,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한 모금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친구들의 곁을 떠났습니다. 친구들은 장례를 치르고 남은 전액을 인권재단 사람에 기부했습니다.

 

이에 인권재단 사람에서는 엄명환님의 소박하지만 뜻깊은 활동이 기억되고, 작지만 빛나는 꿈이 이어질 수 있도록, 특정 단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인권 현장에 열정을 갖고 참여해온 개인 활동가들을 위한 ‘오렌지 인권상’을 제정합니다. 2016년 처음 시상되는 ‘오렌지 인권상’에 많은 관심과 추천 부탁드립니다.

 


추천 대상 | 특정단체를 기반으로 활동하지 않는 전국의 모든 개인 인권활동가

 

추천 방법 | 추천서를 작성하여 [email protected]로 보내주세요
★ 추천서는 개인 또는 단체명의로 작성할 수 있습니다.
★ 본인 스스로를 추천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수상자 | 개인 인권활동가 2인 내외

 

시상내역 | 상패 및 상금 200만원

 

일정 | 추천서 접수 : 2016년 5월 6일(금) 접수분까지
시상식 : 2016년 6월 10일(금) 오후 7시 30분 / 오렌지가 좋아 1주기 사진전 장소(경기도 수원, 자세한 장소는 추후 안내)

 

유의사항 | 심사과정에서 개인 활동 이력서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문의 | [email protected] / 02-363-5855 인권재단 사람 배분지원팀장 난새

 

※ <오렌지 인권상>은 ‘오렌지가좋아기금’으로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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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04/1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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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이강훈


고통의 기억이 잊혀지면 좋겠다. 밑바닥 어딘가에서 올라와 웃통을 훌렁 까고 찬물을 끼얹어도 식지 않는 것일수록, 죽도록 지우고 싶은 것일수록, 못된 상처는 종래 떠나주지 않는다. 그 앞에 타인이 하는 ‘괜찮아질 거야’라는 따위의 말은 얼마나 가당치 않은가. 서툰 위로라도 그렇다. 의도가 있는 강요라면 어떨까. 원래 상처보다 치명적이다. 그때, 나는 바닥없이 추락한다. 아… 하… 이제 치유조차 될 수 없음을 깨닫는다. 우리가 겪어본, 말할 수 없도록 독한 상흔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해 12월28일 한·일 정부가 했다는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한 ‘합의’라 불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16살 밀양 소녀 김상희는 친구와 함께 사진관에 다녀오다 강제로 트럭에 실렸다. 중국 가는 수송선에 태워졌다. 상하이, 쑤저우, 난징, 싱가포르 등지로 끌려다녔다. 10년이었다. 후유증으로 심장병, 신장병, 고혈압을 얻었다. 광복 60주년이던 지난해 1월 둘쨋날 돌아가셨다. 13살에 평양에서 끌려간 길원옥 할머니는 “가자마자 성병에 걸렸어요. 그런데도 계속 약 먹으며 일본군들을 받아야 했지요. 한 번도 바깥 구경을 못했어요. 가만히나 있나요. 술 취하면 칼로 여기저기 찌르고 후벼 파고….” 어려도 너무 어려, 초경조차 시작하지 않았던 몸에 강간과 폭행이 끊이지 않았다. 15살에 연행되어 이 나라 저 나라 끌려다니다, 해방 후 미군 포로가 된 김복동 할머니. 전쟁 끝 무렵 일본군 간호사가 되어야 했다. 다친 일본군에게 피가 모자라면 할머니 몸에서 피를 뽑아 댔다.


스가모형무소에 수감됐던 1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는 다른 전범들이 교수형 당했으나 예외였다. 심지어 일본 총리를 지냈다. 지금은 야스쿠니신사에 있다. 현 총리가 정치적 아버지라 부르는 아베 신조의 외할아버지다. 이번 ‘합의’라는 것은 펜타곤(미국 국방부)의 말대로 ‘자위대의 해외 파병이 가져올 미국 방위산업체에 굉장히 좋은 뉴스’의 전제로 보인다. 한·미·일 정부가 놓고 벌이는 ‘역사적’ 주판 위다. 계산서에 전쟁범죄 사죄, 할머니들의 눈물, 일본 군사 재무장이라는 위험은 빠졌다. 해제된 미국 정부 문서와 침묵을 깬 피해자들의 증언이 있기 전까지 존재하지도 않았던, 일본군 ‘위안부’들. 지금도 어떻게 사라졌는지 증명조차 되지 못한 수십만 여성들. 그들의 원혼은 사라졌을까. 그들 앞에, 지난 70년 동안 단 하나 노력도 하지 않은 한국 정부의 자격은 무엇일까. 무슨 자격증을 발부받았기에 피해자들이 전세계를 다니며 써 내려온, 수치심을 불사했던 증언들을 뒤집으려 하는가.


얼마 전 ‘합의’라는 것의 폐기를 촉구하는 어느 집회에 참여했다. 참석자들이 ‘욱일승천기’에 항의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의아했다. 일본 국가만의 문제인가, 아베만의 문제인가. 피해자는 할머니들뿐 아니라, 모든 것을 지켜본 역사 속의 너와 나, 모두다. 가해자는 한국 정부가 포.함.된. ‘국가들의 연합’이다. ‘박근혜는 아버지 대를 이어 일본에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다. 대를 이은 불가역적 배신이다. 돌아가신 김상희 할머니는 말씀하셨다. “고통 중에 가장 큰 고통은, 돌아온 나에게 한국 사람들이 던지는 말이었어….” 칠흑같이 어두운 곳에서 군인들이 입을 막고 고함도 못 지르게 했던, 사지 떨리는 기억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 그것은 꿈에도 그리워 울며 지새웠던, 고향 땅, 그곳에 돌아와 맞은 돌팔매였다.


*이 글은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의 강연과 <주간경향> 기사의 내용을 발췌, 재구성했습니다.


2016.2.2 한겨게 21(노땡큐)

박진 다산인권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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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는 너와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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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02/04-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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