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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의 시작,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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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양의 시작,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익명 (미확인) | 월, 2017/04/10- 16:40
희망제작소에는 특별한 경험을 가진 연구원이 있습니다. 지속가능발전팀의 박흥석 선임연구원인데요. 박흥석 선임연구원은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서 조사관으로 활동한 이력을 갖고 있습니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박흥석 선임연구원을 만나 그간 하지 못했던, 그리고 하고 싶었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잘 보지 않던 TV를 켰다. 익숙한 얼굴에 나도 모르게 놀람의 감탄사가 나왔다. 동료 연구원이었다.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조위)에서 활동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화면 속 그는 실없이 아재개그를 날리던 사무실의 모습과 사뭇 달랐다. 진지하게 세월호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눈동자에서 빛이 났다. 무엇 때문일까. 궁금해졌다. ‘홍보팀’이라는 명목을 내세우며 무작정 인터뷰 요청을 했다. 그는 흔쾌히 좋다고 했다.

하지만 질문지를 만들며 난관에 봉착했다. 무엇부터 물어야 할지 막막했다. ‘세월호’라는 사안이 무겁기도 했고, 잘못 접근하면 누군가에게 의도치 않은 상처를 줄 수도 있었다. 고민 끝에, 세월호 참사를 슬퍼하고 잊지 않으려 애쓰는 시민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봄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날, 박흥석 선임연구원(이하 박흥석 연구원)과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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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 16일, 일상의 붕괴를 목도한 순간

“그날이 특별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거예요. 참사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참사 당일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질문에 그는 ‘평소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실시간 생중계로 배가 가라앉는 걸 보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탑승객이 400명이 넘는데, 구조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잖아요. 말도 안 되죠. 애지중지 키운 아이들이 산 채로 수장되었는데, 부모님들은 얼마나 슬플까요. 항상 곁에 있던 아이가 사라진 거잖아요. 일상이 무너진 거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게 한스러울 거예요.”

당시 박흥석 연구원은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었다. 자연스레 정부, 국가, 공권력에 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세월호 참사도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와우아파트 붕괴, 서해 훼리호 침몰, 대구 지하철 화재 등에서 정부의 대처는 한결같이 미흡했어요. 사고원인을 밝히는 과정도 표면적이었죠. 세월호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시간이 지날수록 과거를 답습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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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세월호 참사가 단순한 여객선 사고로 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배가 침몰하기 시작했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섰다면, 이와 같은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전 사례와 비슷하게 흘러가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특조위에 참여하기로 했죠. 하지만 발족 과정에서 문제가 많았어요. 세월호 특별법(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은 2015년 1월에 제정됐는데, 그해 여름이 되어서야 첫 출근을 했거든요. 그래서 지방선거 이후에 1년을 반백수로 지냈어요. 가족들이 많이 고생했죠. 저도 돈 준다고 하면 무슨 일이든 닥치는 대로 했어요.”

특조위 활동은 눈엣가시?!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조위에서 그의 첫 역할은 이석태 위원장 보좌였다. 선체 인양이 거론되기 시작했지만, 특조위는 해양·조선·선박전공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보통 조선·해양전문가는 고액 연봉과 좋은 대우를 받게 마련인데, 특조위 활동은 기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물론 처우나 급여가 좋지 않았다. 더구나 해운업계의 가장 큰 고객은 해양수산부다. 특조위 활동 경력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이 퍼졌다. 결국 평소에 틈틈이 인양 관련 공부를 해온 박흥석 연구원에게 관련 업무가 넘어갔다.

“저는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했거든요. 선박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었어요. 제대로 조사하려면 공부를 할 수밖에 없었죠. 1년 정도 활동하면서 쉰 날이 20일도 안 돼요. 퇴근도 거의 밤늦게 했고요. 할 게 많았지요. 하지만 돌이켜보면 여전히 아쉬운 점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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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 특조위의 모든 조사관이 밤낮없이 진실을 밝히는 데에 몰두했다. 정부와 기득권에는 눈엣가시였을 터다. 때문에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와 같은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조사관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박 연구원은 특조위를 ‘불나방’에 빗대어 표현했다.

“많은 분이 우려하셨죠. 그래도 조사관들 사이에는 ‘그래도 시도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어요.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죠. 반민특위 사례만 봐도 색깔과 이념 프레임으로 숨통을 끊어놨잖아요. 특조위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어요. 특조위 내부 자료가 새누리당에 넘어간 적도 있고, 정부가 특정 단체에 활동 반대집회를 시키기도 했죠. 심지어 경찰서 정보과나 국정원이 조사관과 유가족 사찰까지 하더라고요. 심적 부담이 컸어요.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거잖아요.”

2016년 해양수산부는 선체조사 관련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 않았다. 특조위가 먼저 선체를 정밀히 조사해야 한다며 예산 확보를 주장했다. 그러자 해수부는 인양 선체 정리 예산으로 40억 원을 편성했다. 선체조사와 선체정리는 분명 다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사용처가 같다며 특조위의 요구를 예산에서 삭감해버렸다. 또한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특조위의 활동을 강제종료 시켜버렸다.

“특조위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5년 8월이에요. 그런데 정부는 특별법 시행일인 같은 해 1월부터 활동했다고 주장했어요. 1월에는 조사인력과 예산이 없었는데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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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언제나 선(善)인가… 시민의 역량으로 감시해야

조사관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꿈에 시달리다 벌떡 일어나기도 했고, 스트레스와 분함이 극도에 달했다. 특조위 활동 이전 생활로 돌아갔지만, 공간뿐이었다.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여전히 날카롭고 아픔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박흥석 연구원도 많은 변화를 맞이해야 했다. 그는 자신이 좀 더 ‘무거워졌다’고 말한다. 여러 일을 겪으면서 내면의 심연을 봤다고나 할까. 좋게 말하면 마음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고, 나쁘게 보면 공감이 어렵다는 말이다. 요즘은 세심한 감정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구조에 직접 뛰어드신 분들의 트라우마가 가장 심할 거예요. 국가가 짊어져야 할 것을 그분들이 다 감당하셨잖아요. 깊은 바다에 들어갔다 나오면 일정 시간 감압(잠수병 방지를 위해 몸에 용해된 불활성 가스를 제거하는 것)을 해야 해요. 하지만 구조에 참여한 잠수사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물에 다시 들어갔어요. 후유증이 생길 수밖에 없죠. 더구나 차갑게 식은 아이들을 품에 안아 뭍으로 올라와야 하는데 얼마나 힘드셨겠어요. 신체적·심리적 치료가 절실했죠. 하지만 정부는 갖은 핑계를 대가며 그분들을 외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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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故 김관홍 잠수사의 일이 안타까우면서도 그 심정이 십분 이해된다고 했다.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하지만 이내 목을 가다듬은 후,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다시 힘주어 말했다.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시민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국가라는 게 선한 것처럼 포장돼 있지만 그렇지 않아요. 조건 없는 믿음은 버려야 해요. 언제 위협적으로 변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시민의 역량으로 국가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해요. 우리는 국가를 계속 감시해야 합니다.”

국가를 사랑하는 것을 강조한 나라보다 국가를 통제하는 것에 관심을 가진 나라가 그나마 ‘덜 나쁜’ 나라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 어느 헌법학자의 말이 떠올랐다. 해법은 결국 시민의 힘을 모으는 ‘연대’에 있지 않을까? 지난해 촛불집회에서 경험했듯이 말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진상규명 요구 서명에 650만 명의 시민이 참여했어요. 덕분에 특조위가 만들어졌고요. 이후 416연대라는 단체도 생겼고, 유가족협의회에 시민이 재정을 지원하는 등 여러 측면에서 연대의 움직임이 보였어요. 긍정적이죠. 하지만 좀 더 깊이 들어가면 아쉬운 점도 있어요. 단편적인 활동이 많았거든요. 연대체 간 갈등이 생겼을 때 조율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던 것도 아쉬워요. 사실 이런 건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는 바람에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서 생기는 일이거든요. 정부가 유가족 한 분 한 분 만나 잘 다독이고 서로 상처 주지 않게 해야 하는데 그 역할을 못 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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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체 인양됐지만, 여전히 풀지 못한 질문의 답 찾아야

“참사 당시에는 이민을 해야 하나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하지만 이내 생각이 바뀌었죠. 도망가면 이준석 선장과 다를 게 없잖아요. 기울어진 이 나라의 균형이 바로 잡힐 수 있도록, 많은 사람과 방법을 찾아보면 좋겠다 싶었어요. 사회혁신에 그 답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사회혁신이라니! 희망제작소에서 주야장천(晝夜長川) 외치는 그 가치 아니던가. 박흥석 연구원이 희망제작소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시민의 역량을 강화하고 촉진하는 동시에 정부의 정책을 검토하고 대안을 찾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것이 여타 연구소와 비교했을 때 희망제작소만의 강점이라고도 말했다.

“저를 비롯한 희망제작소 연구원 모두가 정부, 국가, 사회의 움직임에 대한 촉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이를 놓치면서 어떻게 시민을 말하고 우리 사회의 비전을 만들 수 있겠어요. 촉을 세우고 잘 살피다 보면 거대 담론뿐만 아니라 구체적 실천과제도 끌어낼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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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는 국가 운영방식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집중되어 있는 권력을 나누고 중간중간 견제장치를 재배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민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아픔 속에서 공감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자신의 상황과 형편에 맞게 공감과 지지를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오면 끝 아니냐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해요. 왜 인양했는지 살펴봐야 하죠. 미수습자를 찾고,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진상규명을 하고, 그 과정을 통해 교훈을 얻는 것이 인양의 목적이에요. 이 세 가지를 충족하지 못하면 인양은 끝난 게 아니에요. 그 과정에서 선체조사위가 확실하게 자기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시민은 잘 지켜보고 살펴야 해요. 필요할 때는 목소리도 내야 하고요.”

“국가의 범죄는 절대 권력을 지닌 소수 독재자들의 야욕과 그들에게 복종하는 다수 봉사자들의 협력에 의해 현실화 됩니다. 정신 나간 사람들 몇 명의 손으로는 이런 거대한 범죄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 독재 권력의 전횡에 참여하거나 방관할 때에만 비로소 국가라고 하는 괴물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 김두식 ‘헌법의 풍경’ 중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최은영 | 미디어홍보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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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멸을 겪고 있는 도시에서 청년들이 다채로운 실험을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018년부터 매해 1개 마을 1개 청년 그룹을 공모해 진행하는 ‘청년마을’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12개 마을, 12개 그룹(강원 강릉, 경북 상주·영덕, 경남 거제, 부산, 울산 울주, 인천 강화, 전남 신안, 전북 완주, 충남 공주·청양, 충북 괴산)이 도전에 나섰다.
‘청년마을’에 참여하는 청년은 지역의 유휴공간을 커뮤니티 공간, 창업 공간 등으로 탈바꿈시키고 지역 특산물과 전통사업을 연계하는 등 지역에서 새로운 삶을 탐색한다. 청년 다섯이 뭉친 스픽스(SPIX)의 ‘주섬주섬 마을’도 ‘청년마을’ 사업의 일환이다. 전남 신안군 안좌도에서 ‘상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박현정 매니저를 지난달 25일 줌 인터뷰로 만났다.

⛵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곳, ‘불모지’가 ‘기회의 땅’으로

Q. ‘주섬주섬 마을’의 근황을 전해주세요.

박현정: 저희는 신안군 ‘청년마을’에 오신 분들을 ‘플레이어’라고 부르거든요. 상상하긴 쉬운데 상상을 깨고 현실로 옮기긴 어렵잖아요. 게임처럼 거침없이 도전하면 좋을 것 같아 ‘플레이어’라고 부르는데 현재 각자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실행 중이고요. 1기수는 15명이 모집되었는데, 미국, 서울, 목포 등 다양한 지역에서 오셨습니다. 이밖에 네트워킹을 하는 ‘주섬주섬 필요회’, 루프탑을 조성하는 주민회의 ‘비행청년’, 공간리노베이션 프로젝트 ‘무단점거’, ‘브랜드 탄생기록 피칭데이’ 등을 열고 있습니다.

Q.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는데 소개해주세요. 

박현정: 간판 프로그램은 ‘주섬주섬 한 달 살기‘입니다. 안좌도에서 자신만의 버킷리스트를 이뤄나가는 건데요. 플레이어인 사진작가는 현재 저희가 머무는 ‘와우마을’(지명)의 주민 분들 얼굴을 찍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얼굴에 담긴 빛을 담아서요. 플레이어 한 분 한 분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는 게 핵심이죠.
또 주민과 네트워킹도 해요. ‘주섬주섬 필요회’와 ‘무단점거’를 들 수 있는데요. 안좌도는 인적 드물고, 편의시설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아요. 돈도 벌어야 하고, 주민과 친해져야 하고, 스스로 행복을 얻어야 하잖아요. ‘주섬주섬 필요회’는 청년들이 일거리, 먹거리, 놀거리, 도울거리 등을 허심탄회하게 나누며 해결하는 모임이죠.
마지막으로 ‘무단점거’는 4년째 방치된 폐교에 들어가서 일종의 청년을 위한 ‘메이커스 공간’을 만드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공간에 서점을 운영하고 싶다는 분도 계시고, 내부 소음이 외부로 나가지 않도록 차음벽을 설치해 랩메이킹 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분도 계시고요.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실크스크린 공간, 영화관 등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주섬주섬마을 멤버들과 박현정 매니저(사진 맨 오른쪽) ⓒ스픽스

⛵ 목포에서 신안으로, 안좌도로, 지역을 떠나지 않는 이유

Q. 신안에 연고가 있었나요.

박현정: 스픽스가 신안에서 활동한 지 3년 정도 됐어요. 목포를 주 무대로 활동하다가 신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동물 매개 교육’을 했거든요. 방과후교실에 앵무새와 파충류를 직접 가져가서 준비해두면 아이들이 어깨 위에 앵무새를 얹어보고 경험하는 고정이죠. 이렇게 신안에서 자주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이들과 부모님과도 친해졌어요. 목포에서 신안을 왔다갔다가 이렇게 안좌도로 들어와 ‘주섬주섬 마을’을 하게 된 거죠.

Q. 수도권보다 신안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박현정: 예전부터 지역에 애착이 강했어요. 스픽스는 대학 졸업하고, 남들처럼 취업하는 회사라기보다, 지역에 대한 애착이 강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거든요. 신안군이 위치한 전라남도 서남권이 지역소멸이 심한 지역 중 한 곳이잖아요. 저희가 이곳에 남아서 지역을 존속하면서, 앞으로도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싶었어요.

Q. 안좌도에 막상 살아보니 어떤 변화가 느껴지나요.

박현정: 프로그램을 꾸리는 저희나 플레이어나 ‘안좌도는 생존의 영역’이에요. 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더라도 차가 없으면 이동하기 어렵고요. 택시도 없어요. 자연 그 자체의 환경이니까 지네에 물리기도 하고요. 도시에 비하면 확실히 많은 불편함이 뒤따르죠. 이러한 애로사항은 ‘주섬주섬 필요회’에서 서로 도와주고 토로하니까 많이 해결되고요. 무엇보다 안좌도에 온 플레이 분들이 도전하고 싶은 무언가가 있다는 것, 신기하고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것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죠.

Q. 안좌도에서 지역 주민들과 관계를 맺는 게 어땠나요.

박현정: 외지인이니까 당연히 어려움이 있었어요. 그래도 목포에서 신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안면은 튼 학부모님도 계셨고, 아이들도 저희를 좋아하니까 조금씩 풀어갈 수 있었어요. 전보다 학부모님을 자주 찾아가서 만나고, 마을 어르신도 찾아뵙고요. 어르신께 “언제 밭 나가는 날이에요?”라고 여쭤봐요. 누구나 처음부터 마음을 확 여는 건 어렵잖아요. 자주 얼굴 보고, 일손을 보태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중이에요.


▲ 주섬주섬마을 멤버들과 박현정 매니저(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스픽스

⛵ 작은 섬마을, 작은 도시에서 청년이 삶을 꾸린다는 것

Q. 지역에서 청년은 어떤 역할을 한다고 보나요.

박현정: 대개 수도권을 두고 기회의 땅이라고 하잖아요. 하지만 저희는 지역이 더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해요. 지역에는 발굴되지 않은 여러 재미있는 문화와 이야깃거리가 많거든요. 발굴되지 않은 지역자원을 청년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재미있게 풀어내는 게 지역을 존속시킬 수 있고, 청년이 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봐요. 일종의 ‘청년의 방식’으로 지역을 이어가는 거죠.

Q. 지역에서 살아보니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자원은 무엇인가요.

박현정: 지역에서 청년이 원하는 건 정말 다양해요. 다만 원하는 걸 모두 누리긴 힘든 현실이죠. 단번에 모든 불편함을 해결할 순 없어도 지역에서 청년들이 모여 얘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면 좋겠다 싶었어요. 청년운영협의회가 있다든지, 지역에서 청년 초기 정착할 때 서로 나눌 수 있는 자리요.

Q. ‘주섬주섬 마을’이 어떤 모습이길 바라나요.

박현정: 주섬주섬 마을이 청년이 도전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고 있어요. 상상하는 것이 이상한 사회에서 상상하기 위해 모인 이상한 마을이라고 소개하거든요. 저희 마을에 처음 플레이어 중 독특한 청년들이 많아요. 요새 ‘N포세대’라서 상상하는 걸 당연히 포기하는 게 당연시하잖아요. ‘주섬주섬 마을’은 상상을 실현하고, 즐거운 소통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Q.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박현정: 저희가 청년마을을 준비할 때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꿈을 이룰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지금 전라남도의 섬의 섬의 섬에 들어와서 꿈을 하나씩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봐요. 다사다난하고 무엇 하나 쉽게 얻는 게 없지만, 손때 묻은 공간과 이 공간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으니까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청년마을 ‘주섬주섬 마을’ (홈페이지 / 인스타그램 )
전남 신안군 안좌면에 위치한 와우마을. 청년 다섯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이라는 기대를 품고 ‘주섬주섬 마을’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안좌도는 청년이 200명도 채 되지 않는 곳이다. 소멸, 멸종에 관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확산하여 사라져가는 것에서 지속가능한 가치를 찾기 위해 모인 청년들. 흔한 민박이나 게스트하우스 하나 없는 ‘불모지’이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만큼 ‘기회의 땅’에서 전국 각지에서 ‘플레이어’로 모인 청년이 섬살이를 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 인터뷰 진행 및 정리: 방연주 미디어팀 연구원·[email protected]

목, 2021/09/02-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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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가 끝나면 지역과 청소년에겐 무엇이 남을까?”

내일상상프로젝트 담당자들이 올 한해 가장 치열하게 논의하고, 고민했던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3년 간 지원사업이 마무리되면 청소년은 어떤 변화를 경험할까요. 그리고 지역에는 무엇이 남을까요.

희망제작소와 지역파트너들이 함께 내린 답은 ‘청소년의 관심사와 연결할 수 있는 지역자원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프로젝트 활동과 더불어 지역의 ‘사람’과 ‘공간’, 그들이 이루고 있는 활동과 네트워크를 한눈에 정리하고, 청소년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마련하고자 지역 곳곳을 누볐는데요.

지난 편(청소년 진로탐색 지역자원조사 1편)에 이어 이번엔 남원 지리산과 진주의 자원조사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지리산, 사람꽃이 피었습니다

남원 지리산 권역은 12명의 인적 자원의 이야기를 담은 지역자원 자료집(자료집 보기)을 제작했습니다.


▲남원 지리산 권역에서 발간한 지역자원자료집-사람꽃이 피었습니다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의 조창숙 대표는 “지리산권이라는 작은 마을 안에서 청소년에게 의미를 줄 수 있고, 상생할 수 있는 지역자원을 고민한 결과, 답은 ‘사람’이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양한 삶의 가치를 지리산권의 특성을 살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담았습니다.

지리산 권역의 자원 네트워크가 흥미로운 점은 남원 지역인 운봉, 아영, 산내, 인월 외에도 경남 산청과 함양 등 인근 지역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모두 지리산권이 가진 마을공동체 특성을 함께 공유하며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죠. 경남 함양에 위치한 카페 ‘빈둥’도 그중 하나입니다.


▲남원과 인접한 지리산권에 위치한 함양의 빈둥 카페

빈둥을 운영하면서 지역을 거점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이은진 님은 올해 내일상상프로젝트에 참여한 지리산권 청소년과 다양한 방식으로 결합했습니다.

먼저 지역자원조사 인터뷰를 계기로 ‘찾아가는 사람책’을 통해 카페 운영과 마을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최근에는 카페 아르바이트와 운영에 관심 있는 청소년들로 구성된 ‘보석BAR’팀의 ‘홈카페’ 프로젝트가 카페 빈둥에서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이은진 님과의 일문일답.


▲카페 빈둥을 빌려 일일 홈카페 프로제그를 진행한 ‘보석BAR’팀.

Q. 청소년이 자주 이용하는 ‘동네 카페’가 된 계기가 궁금해요.

은진: 함양에 처음 왔을 때 청소년을 위한 공간이나 활동이 전혀 없어서 놀랐어요. 아이들을 위한 곳은 오직 학교뿐이었어요. 처음 빈둥을 만들었을 때, 청소년이 오면 “버스 올 때까지 시간이 비거나, 여기가 편안하거나, 그러면 뭘 사 먹지 않아도 되니 좀 쉬든지 만화를 봐도 된다”고 항상 말했어요. 아이들이 자주 들르고, 그 애들이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 떠나기도 하고, 여전히 영어모임을 하거나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거나 하기도 하고요.

Q: 카페 빈둥을 통해 청소년들과 나누고 싶은, 혹은 나눌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은진: (인근에 있는) 실상사작은학교 학생 한 명이 여기서 두 달 정도 인턴십을 했어요. 이 경력이 도움이 됐는지 타 도시 어느 공공 청소년 카페에서 2년 일했어요. 얼마 전 만난 18세 홈스쿨러는 도시에 가서 카페 알바를 하고 싶어도 경력 없으면 안 뽑아준다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들으면서 청소년에게 정말 필요한 건 아르바이트에 진입하기 위한 첫 카페 경력이고, 그걸 빈둥에서 채워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빈둥이 실제적인 삶의 경험을 하는 공간으로 활용됐으면 좋겠어요. 커피를 내리는 방법을 체험하기보다, ‘카페지기’처럼 실제 운영 경험을 해볼 수 있는 그런거요.


▲보석BAR팀은 자원조사 자료집에서 이은진님을 골라 사람책 인터뷰를 진행했고, 마을카페 운영 과정에 호기심이 생겨 프로젝트까지 연결해보았다.

Q: 청소년 입장에서 살기 좋은 동네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은진: 이곳에서 평생을 보내는 삶도 있지만, 젊어서는 더 많은 경험을 찾아 다른 지역 나가는 것도 의미 있죠. 밖으로 나간 청소년들이 성장해 다시 오고 싶은 선택지가 되기 위해서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지역이어야 하겠죠. 내가 사는 이 동네는 ‘괜찮은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하고, 그래서 지역의 환경, 생태, 좋은 어른, 역사, 문화 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석BAR팀은 자원조사 자료집에서 이은진님을 골라 사람책 인터뷰를 진행했고, 마을카페 운영 과정에 호기심이 생겨 프로젝트까지 연결해보았다.

사람부터 공간까지, 청소년과 함께 하는 진주의 자원들

진주교육공동체 결은 진주 지역 전체를 막연하게 조사하기보다는, 각 읍면동을 거점으로 하는 마을단위 활동가와 공간을 중심으로 자원 발굴을 시도했습니다.

청소년들이 생활반경 내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관심사와 맞는 자원을 찾을 수 있는 기반을 고민하기 위함인데요.

진주에서 제작하는 자원지도 리플렛은 진로 관련 기관 및 공간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습니다.


▲진주에서 제작할 예정인 자원지도 리플렛. 온오프라인 자원 자료를 병행함으로써 청소년이 활용가능한 자원망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

그러나 청소년들의 자원 접근성과 활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결국 자원의 주체인 ‘사람’과의 연결이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진주는 공간자원만 담은 자원리플렛과 별개로, 진로탐색 자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온라인 페이지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단순한 자원의 전산화에 머물지 않고, 필요할 때 간편하게 도움 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남을까?”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오면 여전히 고민해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청소년 진로’라는 키워드 아래 다양한 자원을 선으로 잇는 시도는 이제 막 첫발을 뗐으니까요.

분명한 것은 다양한 경험과 모양을 가진 자원들이 새롭게 연결될수록 청소년들의 경험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내년, 내후년에도 지역에 남을 수 있는 자원 네트워크의 지속가능한 확장을 기대해봅니다.

아름다운재단의 지원으로 진행되는 2020 청소년 진로탐색 지원사업 ‘내일상상프로젝트’는 직업 체험 위주 진로교육에서 탈피해, 청소년이 지역 안에서 창의적인 일을 직접 기획하고 실행해보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리산마을교육공동체(남원 지리산), 춘향골교육공동체(남원 시내), 진주교육공동체 결(진주)이 지역 수행 주체로서 희망제작소와 함께 청소년들의 진로탐색 활동을 촉진·확산하고 있습니다.

– 글: 이시원 시민주권센터 연구원 [email protected]

수, 2020/12/0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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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서울중앙지법(형사합의31부)은 세월호 특조위 조사 방해와 관련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9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사건번호 2020고합412). 박근혜 정부의 조직적인 특조위 조사 방해행위는 사참위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명백히 드러났다. 이 혐의에 대해 면죄부를 준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

2019년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총 5만 4,416명의 국민고소고발인을 모아 세월호참사의 진실을 은폐한 국가범죄의 주요 책임자들을 고소 고발하였고, 이에 검찰 특별수사단은 2020년 5월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현정택 전 정책조정수석, 현기환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윤학배 전 해양수산부 차관, 정진철 전 인사수석,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 조대환 전 특조위 부위원장 등 9명을 불구속 기소 한 바 있다.

그러나 재판부는 ‘1) 2015.1.19 새누리당과 장·차관, 청와대 수석이 플라자호텔에 모여 조직 축소와 해체를 논의하는 회의를 가진 것, 2) 2015.11.23 청와대 수석들과 해수부가 함께 여당 추천위원 전원 사퇴 등을 논의한 내용의 문건, 3) 진상규명 국장 임용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으나 보류시킨 행위 등이 사실’임은 인정하면서도, “남용된 직권의 보유자로 적시된 이 전 실장 등이 이에 관여했음을 인정할 증거가 없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볼 수 밖에 없고, “특조위 위원장의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조사 등 업무에 관한 권리’ 등이 직권남용죄 보호 대상인 구체적 권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이병기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피고 전원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특조위 조사방해 행위에 조기 종료로 세월호참사 피해자의 진실에 관한 권리와 국민의 알 권리는 직접적이고 중대한 침해를 입었다. 피해자들과 국민들이 이로 인해 감내해야 했던 상실감과 상처는 심대하다. 특조위에 대한 조사방해로 적기에 진실에 접근할 기회가 차단되었고 증거인멸은 용이해졌다. 그 후 새롭게 독립적인 조사기구인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설립과 활동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러야 했고 수많은 인력, 시간, 예산이 소요되었다. 피해자들은 이로 인해 특조위 조사를 방해한 바로 그 권력으로부터 ‘세금도둑’이라는 적반하장의 공작적 혐오발언을 들으며 2차 3차 피해를 감내해야 했다. 그런데 아무도 처벌되지 않고, 직권남용죄 보호대상인 구체적 권리를 특정할 수도 없다니 억울하고 원통하다.

검찰의 부실 수사와 법원의 소극적 법 해석으로 피해자 권리는 또 한 번 침해당했다. 검찰은 즉시 수사를 보강하여 항소해야 한다.

2023년 2월 2일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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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3/02/02-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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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소환제 도입
비정규직 철폐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무상교육 확대
안산시 민간위탁 청소업체 폐지 및 시 직영 전환
세월호 망언 국회의원 퇴출
총선 후 안산주민정치회의를 통해 정책 실천
416생명안전공원 완공
수사권·기소권 보장 세월호 특별법 제정
세월호참사 트라우마 치유 심리치유센터 건립
공공부문 비정규직 즉각 정규직 전환
비정규직 임금 1.5배 적용 및 사용사유 제한 강화
전태일노동법으로 모든 노동자 노동조합, 근로기준법 적용
기업살인처벌법으로 반월공단 산재ZERO
세월호 망언, 5.18 망언 국회의원 해고하는 국민소환제
국민이 직접 입법하는 국민발안제, 중요정책 국민이 결정하는 국민투표제
면책불체포특권 폐지
국회의원 부동산백지신탁제 도입
불로소득 금지
21대국회 제1호법안으로 국회의원특권폐지법 통과

이 글은 AI 가 수집 요약한 글 입니다..
토, 2026/06/13-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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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지자체마다 주민 참여 정책을 확대하면서 주민 참여를 높이는 방안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현장을 누비며 공무원과 주민을 직접 만나며 연구하고 있는 이다현 대안연구센터 연구원(이하 이다현)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이번 희망이슈를 서울시 주민참여정책의 개선 방향, 동단위 주민참여 과정에 관해 쓰셨는데요. 주제를 선정한 배경이 무엇인가요.

이다현: 저희 희망제작소는 주민이 정책에 참여하는 통로를 확장하고, 더 쉬운 참여, 시민권한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해왔습니다. 최근에는 ‘협치’를 주제로 다양한 연구를 해왔는데요, 연구내용을 종합해보니 공통적으로 ‘동 단위’ 주민참여가 중요하다는 점을 도출하게 되었습니다.

Q. 어떤 점에서 동 단위 주민참여가 중요한가요.

이다현: 협치정책을 선도하고 있는 서울시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는데요, 서울시는 예산에 대한 시민의견 반영, 공무원과 시민이 협력한 협치계획 수립, 주민자치의 강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각각 시민참여예산제, 지역사회혁신계획, 서울형 주민자치회인데요. 세 정책의 목적이나 기능이 명확히 구분되고 있지만, 실제 운영되는 과정을 살펴보니 동 단위에 가까워질수록 그 경계가 희미해질 뿐 아니라, 그로 인한 혼란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것은 주민참여 정책에 대한 주민의 피로감을 높이고, 정책의 실효성을 낮춘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봐야 할 지점으로 생각합니다.

Q. 주민참여형 정책이 동단위에서 운영될 때 어떤 문제를 발견했나요.

이다현: 첫 번째는 과정이 분리되는 문제입니다. 세 정책은 대체로 ‘의제발굴-융합,검토-주민참여를 통한 결정’ 등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이런 비슷한 과정을 거치는 각 정책이 따로따로 진행되다 보니, 참여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는 피로감을 주고 있었습니다. 진행하는 행정의 입장에서는 다른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인지만, 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겪는 문제를 자유롭게 나눠달라’는 요구를 받는데 이 과정이 여러 번이 되는 거죠.

두 번째는 행정부서의 분리에서 오는 문제입니다. 행정조직은 기능에 따라 과나 팀으로 나눠져 있는데요, 서울시 25개 자치구에서 앞서 언급한 3개 정책을 추진하는 부서를 살펴봤더니, 대체로 과 단위로 분산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도 부서간칸막이 등으로 잘 되지 않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민 입장에서도 행정영역의 파트너가 누군인지 헷갈리게 하고, 결과적으로 참여가 어렵다는 인식을 주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시민사회 주체 간 협력의 어려움입니다. 동 단위는 주민자치위원회, 자생단체, 마을공동체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신 분들이 많죠. 그런데 주민참여형 정책이 확대되면서 권한을 나눠야하고, 그러다보니 새로운 대표주민조직이 필요한데, 기존의 주민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혼란과 갈등이 일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주민자치는 주민자치는 주민협력을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중요하게 고려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이러한 문제를 해소한 사례를 말씀해주신다면요.

이다현:지역에서는 주민참여형 정책 운영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는데요, 서울 은평구와 중구입니다.

은평구는 참여예산과 지역사회혁신계획을 연결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두 정책이 가진 유사한 과정, 특히 의제발굴 과정을 협력하고 있는데요, 행정력을 하나로 모아 더 촘촘하게 지역의제를 발굴하고, 발굴된 의제를 취지나 목적에 따라 적합한 정책으로 배분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참여중복에 대한 주민 피로감을 줄이고, 지역의제도 더 세밀하게 발굴하수 있고, 사업 간의 중복 방지도 기대할 수 있죠.

서울시 중구는 동 중심 행정이라는 혁신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주민생활과 밀접한 행정서비스는 동 단위에서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동의 권한과 자율성을 확대하고, 이에 따른 예산, 인력, 공간을 재배치하는 거죠. 2022년까지 구와 동의 사무업무 비율을 3:7까지 조정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행정조직의 재편뿐 아니라 주민을 민간파트너로 성장시키기 위한 역량강화와 권한배분도 함께 수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Q. 마지막으로, 주민참여형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요.

이다현: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종합하면, 주민참여형 정책을 ‘동 단위’를 중심으로 설계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정책과정의 융합을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산된 행정력을 집중하면 지역의 의제를 더 촘촘히 발굴할 수 있고, 발굴된 의제를 정책의 목적과 수위에 맞게 배치를 한다면 사업 중복도 방지하고, 사업간의 협력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부서의 통합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부서통합에는 여러 고려사항이 존재하지만, 주민자치의 강화라는 흐름 속에서 주민중심 재편은 지속적으로 요구될 것 같습니다. 서울시 중구가 주목할만한 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동 단위 주민 간 소통기회의 확대입니다. 사실 동 단위 주민모임은 서로의 활동에 대해 알고 싶어하고, 협력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다는 점을 아쉬워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소통의 장은 행정이 먼저 만들어준다면 협력기반이 더 탄탄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 인터뷰 진행: 안영삼 미디어센터 센터장·[email protected]

목, 2020/09/03-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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