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입 닥치고 투표만?…유권자 입 막는 선거법

지역

입 닥치고 투표만?…유권자 입 막는 선거법

익명 (미확인) | 화, 2017/04/04- 20:25

제19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이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시민사회단체들은 선거법 개혁을 일순위 정치개혁 과제로 꼽았다.

올해 1월에 전국 124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발족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정치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을 방해하는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선거제도를 꼽았다. 공동행동은 △18세 투표권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 가운데 선거기간에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지난 3월 15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선거법 개혁 국민선언대회.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개혁 공동행동’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첫번째 정치개혁 과제로 선거법 개혁을 꼽았다.

▲ 지난 3월 15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선거법 개혁 국민선언대회.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개혁 공동행동’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첫번째 정치개혁 과제로 선거법 개혁을 꼽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했던 지난 2월, 일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촛불집회 주최측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촛불집회에서 ‘특정 입후보예정자를 지지·반대하는 현수막이나 인쇄물을 배부해서는 안 된다’, ‘촛불집회가 제19대 대통령선거 유세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직선거법상 위법 소지가 될 만한 행동을 미리 차단한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 탄핵 결정 직전까지 시민들이 광장에서 자유롭게 얘기했던 것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게 된다는 점이었다. 이는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직선거법 제90조와 제93조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동만으로도 위법이 된다.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1항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권선거 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 경우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그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공직선거법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1항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때문에 선거가 끝날 때마다 선거법 위반 범법자가 양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최대 이슈는 친환경 무상급식과 4대강이었다. 당시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던 배옥병 씨는 후보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 수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배 위원장은 5년 동안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4대강 반대 운동을 해왔던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선거기간 동안 4대강 반대 활동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반발해 ‘4대강’으로 개명 신청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2010년 환경정의 활동가들은 선거기간 동안 4대강 반대 운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선관위에 반발해 ‘4대강’으로 개명 신청까지 했다. (사진=환경정의 제공)

▲ 지난 2010년 환경정의 활동가들은 선거기간 동안 4대강 반대 운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선관위에 반발해 ‘4대강’으로 개명 신청까지 했다. (사진=환경정의 제공)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총선시민네트워크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대표 22명은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총선넷이 낙선 후보 대상을 선정하는 온라인 앙케이트를 한 것에 대해 선관위는 사전신고 없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낙선 후보 사무실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두고는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집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선관위는 지난해 총선 하루 전날인 4월 12일 총선넷 관계자 2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경의 수사 과정에서 22명으로 기소 인원이 늘어났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비슷한 내용으로 기자회견, 퍼포먼스를 한 것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다. 시민유권자운동본부라는 단체는 ‘좋은 후보’를 선정해 해당 후보자 선거운동 현장이나 선거 사무실에서 후보자의 이름이 게재된 현수막을 게시하고 인증서 전달식을 열었다. 총선넷은 선거법 위반을 피해가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면서 피켓이나 현수막에 후보자의 성명이나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지만 기소됐고, 시민유권자운동본부가 진행한 인증서 전달식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사)월드피스자유연합,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는 낙선 대상 후보자 이름과 지역구, 정당 등을 명시한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 역시 문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선관위는 “시민유권자운동본부의 좋은후보 인증서 전달식은 대부분 실내 또는 공개장소에서 별도의 시설물 없이 이뤄졌고,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의 기자회견은 통상적인 기자회견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서울시선관위는 구멍 뚫린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한 총선넷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오른쪽 사진),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 등이 현수막에 낙선 후보자 명단을 적시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다. (왼쪽 사진)

▲ 서울시선관위는 구멍 뚫린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한 총선넷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오른쪽 사진),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 등이 현수막에 낙선 후보자 명단을 적시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다. (왼쪽 사진)

이런 형평성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가 되는 법을 아예 뜯어 고치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현행 공직선거법이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법 개정 의견을 속속 내놓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8월 국회에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의견을 제출했다. 선관위는 △말과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 상시 허용 △일반 유권자도 선거운동기간 중에 소품이나 표시물을 입거나 지니고 선거운동 보장 △공직선거법 90조, 93조 폐지를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 법개정 움직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행위의 자유한국당 간사실에서는 선관위가 선거법 개정의견을 냈다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이 난항을 겪는 이유를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현행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해 관계, 정당의 유불리에 얽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 기존 국회의원들에게는 불리하기 때문에 법 개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세력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그 중심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주역은 촛불 시민이었다. 그런데 유권자인 촛불 시민들에게 선거기간에는 오히려 가만히 있으라고 종용하는 공직선거법은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취재 조현미
촬영 정형민 김남범 신영철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무소속 김대한 DHMG GmbH 대표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마포갑에선 현역 의원인 노웅래 더민주 의원이 3선... 무소속으로는 종로구에 출마한 박세준 힐리바이오 대표의 아들 박병은씨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뉴스1 ⓒ News1...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금, 2016/02/19- 07:41
6
0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도담도담 도서관’에서 열린 지역주민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사진=강신우 기자)... 출마하면서 그야말로 격전지가 됐다. 이밖에 녹색당 하승수·무소속 박세준·김대한 후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수, 2016/02/03- 16:48
22
0

아내) 김대한(59.아들) 김휘영(김수덕)(남.74)/경북 영주군 안정면 내줄동/학생/김선동(99.아버지) 우또분(96.... 79)/서울 종로구 내자동/교원/리상옥(73.아내) 김기수(51.딸) 리경애(여.76)/서울 종로 필운동 171번지/부양...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토, 2001/02/10- 11:11
35
0

농업), 김대한(남.59.아들)▲김휘영(김수덕)(남.74.경북 영주군 안정면 내줄동.〃.평양시 낙랑구역 충성1동.... 서울 종로구 무교동.변호사), 홍승호(남.76.형.경기도 수원시 고등동.고려대학 학생), 홍승희(여.72.누이.서울...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금, 2001/02/09- 15:32
21
0

김 예비후보는 서울 종로구에 등록했으나 새누리당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 전 의원, 정인봉 전 의원만을 경선 후보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김 예비후보가 당사를 방문한 것입니다. 그는 사무처...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일, 2016/03/06- 17:58
80
0

김 예비후보는 서울 종로구에 예비후보로 등록했으나 새누리당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 전 의원, 정인봉 전 의원으로 경선후보를 결정, 후보에서 제외되자 이날 당사를 항의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김 예비후보가...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일, 2016/03/06- 11:25
79
0

김 후보는 서울 종로구 예비후보였으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진·정인봉 전 의원으로 경선이 압축되면서 후보에서 제외됐다. <박순봉 기자 [email protected]> | 공식 SNS 계정 [경향 트위터] [페이스북] [세상과 경향의 소통...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일, 2016/03/06- 10:50
63
0
15대, 16대 총선에서 자유민주연합, 17대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가 18대 총선에서 친박연대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후 19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구 병에 출마해 당선돼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월, 2016/03/07- 11:26
55
0

재선의 김을동 최고위원에 도전장 던진 김희정 예비후보 “지역상권 경쟁력 강화, 전통시장 활성화 통해... 서울 송파구 병에 출마해 당선돼 새누리당 최고위원까지 올랐다. 반면 김희정 예비후보는 지난 8월 지역구를...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월, 2016/03/07- 11:26
246
0
누리꾼들을 열광시킨 홍종학 의원과 뉴스프로 팀과의 만남 그리고 홍종학의원의 필리버스터 동영상을 정리한 스토리파이입니다.
화, 2016/03/08- 00:44
448
0

경찰이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사표를 던진 김막걸리 예비후보를 현주건조물침입 혐의로 체포했기... 오세훈 전 시장과 박진 전 의원은 서로 꼭 뭔가 앙금이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 정인봉 전 의원은 자신의 당협위원장...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월, 2016/03/07- 22:29
161
0
2014 지방선거 지지율로 분석 與野 4%P내 박빙 新접전지로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서울 ‘동남권’이 새로운 접전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동갑·을은 물론 여권의 강세지역으로 알려진 송파구 갑·을·병 지역구가...
화, 2016/03/08- 14:03
83
0

새누리당 오세훈 후보까지 가세하면서 경선, 본선 가릴 것 없이 치열하다. ●박진 “속속들이 아는 토박이 강조” 지난 7일 오후 2시쯤 정장 차림의 정 의원과 붉은색 점퍼 차림의 박진 후보가 종로구 조계사 극락전 앞마당에서...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수, 2016/03/09- 03:26
40
0

[서울신문] 쌍끌이 머슴 【정세균】 지역의 아들 【박 진】 시정 노하우 【오세훈】 교육 지킴이 【정인봉】... 후보가 종로구 조계사 극락전 앞마당에서 마주쳤다. 방금 전 이 지역 불교 신자들의 공부 모임에서 참석자들과...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수, 2016/03/09- 03:26
18
0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서울 종로구 아름다운극장에서 열린 '인공지능과 바둑 심포지엄 콘서트'에서... 안 대표와 행사에 함께한 정세균 더민주 의원은 "알파고도 결국 여러 사람이 만든 것이다. 한 사람의 지능은...

Enable the current entity/bundle in the Like & Dislike settings page.
수, 2016/03/09- 19:58
36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