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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일부러 화를 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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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일부러 화를 낸다는 것

익명 (미확인) | 금, 2017/03/31- 12:06

벌써 7, 8년 전의 일이다. 연말에 업무상 일하던 사람들과 송년회 겸해서 회식을 했다. 한 해 수고했다며 이런저런 덕담을 나누고 있던 참에 연세도 많고, 지위도 높던 한 사람이 테이블에 놓여 있던 바나나를 집어들면서, “이 바나나 어떻게 먹는지 알아요?”라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뭐지? 이 사람?’ 그 사람이 이전에도 회식 자리에서 이상한 농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기에 올 것이 왔다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당황해하거나 말거나, 그는 점점 농담의 수위를 높여갔다. 속에서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내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을 버티다, 그의 말을 끊어주길 기대했던 남자 동료들이 농익은 농담으로 화답하는 순간, 머리보다 몸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세상읽기]일부러 화를 낸다는 것

“어허허험” 헛기침을 크게 하며 그의 말을 끊고, 거의 고함치듯 “그만하시죠!”라고 외쳤다. 나의 얼굴은 당혹스러움과 화로 벌개져 있었다. 당황한 그는 “겨…경미씨. 무슨 뜻인지 이해해요?”라고 되물었다. “중·고등학생들도 다 알죠. 지금 하신 말”이라고 대답했다. 일순간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내 눈은 이글거리고 있었고, 그 사람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고, 그의 농담에 화답했던 다른 사람들은 부끄러움에 조용히 입을 닫았다.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흐른 후, 억지로 몇 마디를 나눈 후, 그는 먼저 일어나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급이 높은 사람인지라 다들 예의를 갖추기 위해 문 앞까지 배웅을 나갔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를 하자 문을 나서던 그가 뒤돌아서, “저…. 김 국장. 내가 음담패설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오해 마세요. 그냥 재밌자고 한 말입니다”라고 변명을 했다. “네”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눈으론 ‘당신, 음담패설 한 것 맞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이런저런 연구모임과 회의에서 그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날을 복기하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친한 사람들도 아닌 공적으로 만난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테다. 그런데 그는 ‘너무 쉽게’ 음담패설을 시작했다.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말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몇 번을 생각한 끝에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제지당한 적이 없었구나.’ 그제야 자신의 농익은 농담을 이해하고 있느냐고 놀라 되묻던 그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 사건 이후로 일부러 화를 낼 때가 있다. 눈으로 ‘당신 지금 (인격이) 벌거벗은 상태예요’라고 말해줄 때가 있다. 그렇게 화를 낼 때마다 속이 후들거린다. 까칠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까, 조직에 적응 못하는 사람으로 찍히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며칠씩 잠을 잘 못 이룬다. 내가 화를 입었는데, 되레 화를 당할까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에 속이 상한다.

그럴 때마다 그 사람을 다시 떠올린다. 그 사람의 벌거벗은 인격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고통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용기를 낸다. “그만하시죠”라고 당당히 그의 말을 끊어내도 괜찮다는 걸, 동료들에게 알게 해주고 싶어 힘을 낸다. ‘당신 나에게 고마워해야 돼요. 그렇지 않음 벌거벗은 채 온 동네를 돌아다녔을 텐데, 지금이라도 옷을 차려입게 되었으니 말이에요’라고 생각한다.

두려운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배운 민주주의 원리에 대해 떠올린다. 그와 나 사이 놓여 있는 직급의 차이는 사람의 높고 낮음이 아닌 주어진 역할의 차이일 뿐이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민주시민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덕목이다. 이것을 알고 나니 마음을 다치지 않고 문제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로서가 아닌, 그에게 ‘동료 시민으로서 예의’를 갖춰주길 정중히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일부러 화를 낸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화를 내야 할 일이 있으면 나는 또 화를 낼 것이다. 이상한 농담에 불편했던 나와, 원치 않음에도 그 농담에 화답해야 했던 동료들과,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던 그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참, 그날 이후 그 사람은 옷을 차려입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김경미 정치발전소 이사>

원문보기: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703302038045&code=990100&med_id=khan#csidx70a1c77ab638522bba0abf33ea08ccb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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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정치인 팬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1960년 미국 대선에서 닉슨과 케네디가 보여준 TV 토론회는 역사적인 장면이었다. 토론회 전까지만 해도 약세를 면치 못했던 케네디는 역전에 성공하여 대통령이 됐다. 이후 미디어는 민주주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닌 선거운동 매체가 되었다. 오바마는 2007년 ‘마이보(My.BarackObama.com)’라는 지지자 사이트를 통해 자신의 팬덤을 공고히 했고, 그들은 당선의 일등공신이었다. 얼마 전 있었던 대선 과정에서부터 현재까지, 온라인을 통해 결집한 팬덤은 한국 정치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선거 혹은 정치에서 미디어의 역할이 여느때보다 중요해진 지금, 미디어는 팬덤을 어떻게 형성했을까?
SNS를 통한 정치 참여가 이끌어낸 팬덤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할까?

서복경 선생님이 진행하고, [정치있슈]제작진 김우준PD, 송유정PD, 이지성PD, 조재원PD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지금 들어보시죠.

 

월, 2017/06/26-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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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마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계류법안을 하나씩 깨워서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는
‘잠자는 국회의 법안(잠.국.법)’ 2번째 시간!
오늘의 법안은 국민소환제법입니다.
4년까지 참을 수 없다, 국회의원을 소환하고 투표를 통해 자리까지 박탈할 수 있는 국민소환제.
지난 촛불 정국을 통해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을 이뤄냈지만
늘 촛불 들고 목소리 높이기는 어렵다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법안입니다.
국회에는 무려 3가지 내용의 법안이 발의가 돼 있습니다.
그런데 마냥 좋은 법안이기만 할까요?
헌법상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없을까요?
좋은 제도임에도 정치 선진국이라 일컫는 영미나 유럽에서는 시행되지 않는 이유는?
실제로 국민소환제를 도입했던 베네수엘라는 정치, 좋아졌을까요?
어떤 언론도 알려주지 않았던 국민소환제의 명암을 샅샅이 밝힙니다.
오늘도 여전히 나긋나긋한 목소리의 예슬PD가 진행하고
서복경의 정치생태보고서 프로듀서와 <프로듀스101>의 국민프로듀스를 겸직하는(?) 우연 PD가 법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꿀잼 보장, 지*넓*보다 흥미로운 인사이트 폭격, 당장 들어주세요!!!

 

금, 2017/06/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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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회에서는 지방자치 중에서도 ‘자치’에 대해 떠들어 봤습니다.

자치가 뭘까요? 드라마에서 자주 봤던 ‘동네’에서 이웃과 함께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체를 운영하는 것, 주체적으로 공동체의 앞날을 고민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자치’가 될 수 있습니다. 자치에서 민주주의의 미래를 발견해 볼 수 있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서쌤과 세 명의 제작진 백윤미PD, 조준영PD, 김덕현PD의 지방자치 수다에서 함께 하시죠

 

목, 2017/06/22-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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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훈 학교장과 함께하는 <민주주의의 시간> 온종일 강독

오랜만에 돌아온 정치발전소의 온종일 강독입니다.
박상훈 학교장님의 최신작 <민주주의의 시간>을 저자와 함께 강독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민주주의에는 얼마나 많은 오해와 이해가 함께 있을까요?
정치학과 현실 정치 사이에서 좀 더 좋은 정치적 실천을 고민하는 박상훈 학교장님과 함께 민주주의에 대한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는 자리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수강신청 : http://bit.ly/all_day_democracy

 

월, 2017/07/03-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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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은 정말 ‘작아서’ 존재감이 없는 걸까?

김성희 정치발전소 상임이사

 

진보정당의 평범한 활동가라면 주변사람들로부터 “작은 정당에서 고생하지 말고, 큰 정당에 가서 네 뜻을 펼쳐보는 것이 어떠냐”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된다. 특히 이런 이야기는 대개는 가족이나 오랜 친구처럼 활동가를 잘 이해해 줄만한 사람들의 조언일 경우가 많아, 늘 대답이 곤궁해지거나 마음이 편치 않다고 한다.

 

사람들이 ‘큰 정당에서의 정치’를 추천하는 것은 정치인으로 성공하거나 집권해 실질적인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작은 정당은 정치적으로 성장할 기회도 적고, 정치적 중요성도 낮다고 평가 절하된다. 이러한 생각의 이면에는 ‘큰 정당=큰 정치’ 즉, 정당의 크기와 정당의 능력은 비례할 것이라는 믿음이 상식처럼 자리잡고 있다. 그간 한국 정치의 현실을 보면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 같은 이런 생각이, 그러나 과연 온전히 참일까.

 

지난해 내가 일하는 정치발전소에서 독일의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 관계자를 초청에 강좌를 진행했다. 프리드리히 나우만 재단(Friedrich Naumann Foundation for Freedom)은 독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이 만든 정치재단이다.

 

강좌의 주제는 독일 통일이었지만, 정작 궁금한 것은 나우만 재단의 모조직이라 할 수 있는 독일 자민당이었다. 자민당은 통상 총선에서 7~8%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는 대표적 소수정당이다. 특히 직전 선거인 2013년 총선에서 5% 진입장벽에 막혀 연방의석을 모두 잃은, 우리식으로 말하면 원외정당이다. 독일의 소수 정당이 갖는 어려움과 과제에 대해 한국의 소수정당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강좌가 끝나고 나우만 재단의 관계자에게 궁금증을 털어 놓았다. “자민당은 작은 정당인데, 앞으로 집권 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당의 볼륨과 능력을 키울 전략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그는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자민당은 이미 집권정당”이라고 단호하게 답했다. 당의 능력과 미래에 관해서도 그는 “독일 정치를 조금만 살펴봐도 자민당이 독일 정치와 민주주의에 기여한 것을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독일 자민당은 분명 기민당처럼 ‘모든 것을 다하는 정당(catch all party)’은 아니지만, 앞으로도 자유주의 이념에 기초해 중소사업가들의 이익을 정치적으로 대표하는 역할을 더 잘 하는 것이 독일과 유럽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위기에 처하면 당을 단단하게 만들기보다 당이 작아서 안 된다며 선거연합과 몸집불리기 통합을 반복해 온 것이 한국 소수정당의 부인할 수 없는 전사이다. 그러나 같은 소수정당이지만 자민당이 위기를 대하는 태도는 달랐다. 당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선명한 정체성을 유지하며 당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었다.

 

뒤에 나는 자민당이 기민당이나 사민당보다 더 오래 집권한 정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수정당인 자민당은 기민당, 사민당 등 연정파트너를 바꿔가며 약 40년 이상 집권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뿐만 아니라 독일 외교나 통일, 독일과 유럽 경제에 있어 자민당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연방독일을 만든 주요한 정치지도자이자 기본법을 기초한 호이스(Theodor Heuss, 1884~1963) 연방 초대 대통령, 독일의 최장기 외무장관으로 콜과 함께 독일 통일을 이끌었던 겐셔(Hans-Dietrich Genscher, 1927~2016) 외무장관 등이 모두 자민당 출신이다.

 

역시 소수정당인 독일 녹색당도 다르지 않다. 평화주의와 생태주의라는 강한 진보적 이념정당으로 출발한 녹색당은 선명한 이념을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당의 실질적인 사회적∙지역적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이 과정에서 통치능력 역시 발전시켜왔다.

 

특히 2000년대 들어 그들의 환경 의제가 사민당이나 좌파당, 심지어 기민당으로부터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그랬다. 독일 녹색당은 연방 의석은 작지만, 이미 통치하는 정당이다. 현재 녹색당은 독일연방의 가장 영향력 있는 주 중 하나인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의 제1당이자 집권당(녹-흑 연정)이다.

 

현대 독일의 정치는 이들 소수정당의 역할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혹자는 제도 덕분이라고 말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제도만으로 현재 독일 정치의 발전을 다 설명하기 어렵다. 독일의 다원적 정치를 이끄는 챔피언의 자리는 기민당과 사민당 같은 큰 정당이 아니라, 부분으로서 정체성을 발전시키며 동시에 사회적·지역적 기반과 통치능력을 끊임없이 개척해 온 자민당과 녹색당 같은 책임 있는 소수정당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자민당과 녹색당의 사례는 작은 정당도 자신의 특별한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정치의 세계에서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부분을 대표하지만 통치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정의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정미 의원(왼쪽)과 박원석 전 의원(오른쪽). ⓒ프레시안

나 스스로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진보정당 안팎에서 “당의 규모 때문에 뭘 못 하겠다”라는 식의 불평을 자주 듣는다. 대안으로 제도의 문제를 많이 거론하지만, 정작 정치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실질적 노력은 뚜렷하지 않다.

 

독립적 정체성을 더 예리하게 만들기보다 수권정당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알리바이 삼아 큰 정당들 사이에서 만들어진 매일의 정치 의제를 쫒아 논평 내는 것이 당과 지도자의 능력으로 치부되었다. 선거 때마다 노동을 대표한다고 자임하면서도 실제 ‘노동’을 다루는 당의 정치적 능력과 전문성에서 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보다 더 낫다고 보기 어렵다.

 

큰 정당을 따라하는 외양과 갈수록 빈약해지는 사회적, 지역적 기반 등 내실의 부조화는 진보정당을 뚜렷한 존재감 없이 여론 속에 부유하는 정치세력으로 왜소화 시켰다.

 

경쟁적 정당체제에서 스스로의 존재이유가 분명하지 못한 정당이 제대로 서기 어렵다는 것은 자명하다. 잠정적 차이나 인물에 의존해서는 오래가는 좋은 정당을 만들기 어렵다. 어떤 유권자를 대표하고 무엇을 위해 정치하는지가 분명해야, 지지자들의 열정을 모을 수 있고, 이에 뒤따르는 사회적, 지역적 기반 역시 개척할 수 있다.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의 조각과 인사청문회에 밀려 세간의 관심에서는 비껴 있지만, 대표적인 작은 정당인 ‘정의당’의 당직 선거가 한창이다. 당의 크기와 정치적 중요성이 꼭 같이 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소수정당이야 말로, 민주정치의 미래를 보는 창이다. 정의당이 새로운 가능성을 만드냐 여부는 곧 한국에서 다원적 민주정치의 가능성과 직결된다. 새롭게 등장하게 될 진보정치의 리더십이, 구 리더십이 성과를 내지 못했던 정당 만들기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을까. 넘겨받는 짐이 적지 않다.

 

정치의 세계에서 작은 것은 분명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제대로 된 작은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수, 2017/07/0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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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2017년 6월 수입지출 내역입니다.

 

2017년 6월 수입지출 내역

목, 2017/07/0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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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7월6일 한 집배원이 작업장 앞에서 분신을 시도했고 이틀 뒤 결국 생명을 잃었다. 한 언론은 이를 두고 ‘과로 자살’이라고 했다. 2016년 제출된 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재해 사망자 중 과로로 인한 병사 비율이 11%를 넘는다고 한다. 2014년 기준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 노동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였고, 유럽연합의 5배에 달했다.

 

산업재해 사망, 과로 병사, 과로 자살. 이 죽음들의 상당수는 공직에 있던 누군가가 제대로 일을 했더라면, 벌써 오래전부터 문제가 된 제도가 바뀌기만 했더라면, 이미 있던 어떤 제도들이 법대로 작동하기만 했더라면, 누군가의 목소리를 틀어막지만 않았더라면 막을 수도 있었던 죽음이었다. 그래서 그저 ‘재해’가 아니고 ‘돌연사’가 아니며 ‘자살’이 아닌 사회적 ‘살인’이다. 죽음을 부르는 노동환경이 유지되는 메커니즘에 사회 전체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집배원들은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에 고용된 노동자들이다. ‘산재사망대책 마련 공동캠페인단’의 자료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2006년부터 2015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가 많은 기업 4위를 기록했다. 집배원들의 산재사망사고 소식은 오래전부터 끊이지 않고 언론을 장식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집배원 중대재해 해결을 위한 연대모임’을 결성했고, 2014년 서울지방노동청에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우정사업본부장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집배원들의 살인적인 노동시간은 ‘근로시간 특례제도’ 때문에 합법적으로 인정된다. 다른 기업에는 불법인 일이 우정사업본부와 몇몇 기업에는 합법이다. 1961년 근로기준법에 도입된 이 제도는 운수업, 물품 판매 및 보관업 등에 대해 기업이 법정 노동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특혜를 주는 제도다. 현재 26개라는 광범위한 예외 업종을 두고 있어 관련분야 노동자들의 살인적 노동시간을 합법화해준다. 법에는 ‘사업자와 근로자대표가 서면합의를 한 경우’라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기존 노조가 이미 합의한 상태에서 새로 고용된 노동자들이 이를 거부할 방법은 없다.

 

우정사업본부 고용 노동자들은 ‘우정노조’에 자동 가입된다. 그런데 ‘우정노조’가 우정사업본부와 토요일 근무를 합의해버렸다. ‘근로시간 특례제도’를 악용해 노동시간을 더 늘려버린 것이다.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은 별도의 ‘전국집배노동조합’을 결성했다. 현행법상 복수노조는 합법이다. 그러나 우정사업본부는 ‘집배노조’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고, 표적감사를 진행하는가 하면 노조활동을 가로막았다. ‘우정노조’에 가입하든 ‘집배노조’에 가입하든 노동자들의 권리지만, ‘우정노조’ 활동만 인정하는 편파적인 조처를 취함으로써 ‘집배노조’ 가입 노동자들의 노조 결성권과 단체행동권을 제한했다.

 

집배원들의 노동사망은 기업에 법정 노동시간조차 강제할 수 없는 잘못된 제도, 우정사업본부의 노조 결성권 및 단체행동권 침해, 고용노동부의 감독의무 방기가 결합되어 무한루프를 반복하고 있다. 이 무한루프를 끊어내려면 대통령, 국회, 고용노동부, 법원 등의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노동’을 기업의 비용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생존과 행복의 문제로 접근하는 동료 시민들의 시각 전환도 절실하다. 안타깝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라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일이라는 시민적 공감대가 있어야 제도도 바뀌고 공직자도 바뀐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02546.html#csidx68ac7646ce82433abb55139bbc0a38b

목, 2017/07/1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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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위크와 박상훈 학교장님의 인터뷰가 기사로 나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협치’를 키워드로 진행된 인터뷰입니다.


 

박상훈 학교장은 “다당제가 잘 되려면 서로 차이를 드러내 놓고 유익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정치발전소>

 

[시사위크=신영호 기자] 4박5일간의 독일 순방을 마치고 10일 귀국한 문재인 대통령 앞에 놓인 국내 현안은 수두룩하다. 야3당의 반대로 멈춰버린 추가경정예산 심사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할지 정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할 때와 철회할 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해보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정치적 지혜도 짜내야 한다. 어떻게 보면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과 결정이 협치의 분수령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은 “대통령은 정부의 수장이면서 정치 지도자이기도 하다”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를 안 하고 여야관계의 초월자처럼 생각하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박상훈 학교장은 <시사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여야관계, 집권당 등 입법부 범위 안에서 익숙해지지 않고 청와대를 통해서 내각을 관리만 하려고 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차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다”고도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7일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정치발전소에서 진행했다. 인터뷰는 협치가 안 되는 근본적 이유를 찾는 것으로 시작해 꼬인 정국을 풀기 위한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당의 역할은 무엇인지 그 방법을 찾는 것으로 끝냈다.

– 협치가 잘 안되는 것 같다.
“협치라는 말 자체가 다른 의견이나 갈등 속에서 일하는 걸 어렵게 만드는 점이 있다. 협치라는 말은 그냥 좋은 말이기 때문이다. 현실의 문제, 갈등과 차이를 인정하는 말이 아니라 단순히 협력하라 이것만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갈등과 차이를 숨긴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예를 들어 큰 텐트를 친다고 하면 폴대를 세워야 한다. 그런데 각자의 폴대가 비슷해져 가운데로 몰리면 천막이 좁아지거나 무너져버린다. 정치에서도 정당이나 정치세력들이 무엇을 왜 어떻게 지향하는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공통의 요소를 찾고 협력할 방법을 찾아야 되는 것이다. 협치가 안 되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각 정당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분명하지 않다는 데 있다.”

– 5당 구조, 다당제에서는 차이가 드러나지 않나.
“다당제는 좋다. 다당제가 잘 되려면 서로 차이를 드러내 놓고 유익한 결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지금은 법률적 의미에서 다당제다. 사회적 의미에서의 다당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정당은 민주주의 체제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수준이다.”

– 인사청문회, 추가경정예산 문제가 꼬인 게 차이가 없어서 그런가.
“내 눈에는 인사청문회 정책이 있는 정당이 안 보인다. 그냥 과거처럼 여당일 땐 여당스럽고…왜 더불어민주당인지 한국당인지 모르겠다. 차이가 없다. 일관된 비전이나 정책이 없다.”

– 방법이 없는가.
“인사청문회의 경우 여야가 합의할 수 방법은 많을 것이다. 청문회의 원래 목적은 일정기간 정부라고 하는 공적기관을 이끄는 통치 엘리트의 도덕성과 자질, 정책적 능력을 검증하고 평가해보는 것이다. 여당부터 ‘5대 기준을 첫 번째 내각 인사에 완전하게 적용하는 것이 쉽지 않음을 우리가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야당과 향후 5년간 점진적으로 수준을 높여갈 수 있도록 성실하게 접근할 생각이다. 여야가 논의를 모아 음주운전 등 구체적 기준을 만들어보자. 적어도 통치 엘리트가 되려는 사람은 이 정도의 법을 지켜야 된다는 것을 우리 정치 규범이 되게 하자’ 이런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논문표절의 문제의 경우도 ‘학계의 도움을 받아 공정한 기준을 만들어보자’고 할 수 있다. ‘5대 기준을 지키니 안 지키니’ ‘너네가 하는 건 다 반대’ ‘너네가 팔았던 썩었던 생선보다 우리 쪽이 그나만 괜찮지 않나’ 이런 것은 수단일 뿐 목적은 아니다. 이건 정치가 아니라 정치를 파괴하는 짓거리다.”

박상훈 학교장은 “민주정부,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배는 대통령과 몇 사람의 호위무사로 움직일 수 없다.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고 말했다.<정치발전소>

– 여야가 싸우면서도 서로 만나지 않나. 지난 주 금요일(7일)에도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만났다.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버벌(Verbal)정치, 말만 하는 정치다. 실제 변화를 가져오는 행위가 아니다. 떠벌이 정치, 말로 하는 여론정치, 누구한테 잘 보이려는 아첨 정치다.”

– 해법이 안 보인다. 이대로 가면 문재인 정부도 과거 정권의 길을 가는 게 아닌가 쉽다.
“박근혜 정부를 되돌아봐야 한다. 박근혜 개인의 이상한 행태에만 관심가질 것이 아니라 박근혜식의 정부운영이 왜 실패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 어떤 점이 실패했나.
“가장 큰 것은 현장을 무시한 것이다. 정당을 청와대 안으로 가뒀다. 집권당에게 책임감 있는 역할 주지 않았다. 정부를 쓰지 않고 액세서리 취급했다. 정부를 청와대의 통할 대상으로 생각했다. 실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 위주의 정치를 했다. 민주정부, 민주주의라는 거대한 배는 대통령과 몇 사람의 호위무사로 움직일 수 없다. 박근혜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 문재인 대통령은 정당정부를 약속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지금부터 청와대 중심의 기존 한국정치가 노정해왔던 방식보다 집권당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집권당의 정책적 능력이나 조직적 유기성 이런 것을 발전시키는 데에 대통령이 책임을 가졌으면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당정부 약속했지만 애매한 점이 있다.”

– 어떤 점에서 그런가.
“지금 인사 문제 포함해서 정책문제 보면 청와대 주도성이 강하다. 인사는 청와대의 완벽한 주도성, 정책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주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내각을 왜 만들었는지 애매해진다. 내각 옆에 여러 조직을 두는 건 문제다. 내 눈엔 내각의 자율성보다 청와대의 내각 통할권이 더 커 보인다.”

– 청와대의 국정 주도권 어떻게 분산해야 하나.
“가장 기본은 당정협의다. 장기적으론 당정협의를 강화해야 한다. 중기적으론 당정청 협의를 강화해야 한다. 당정청 관계도 장기적으로 당정관계로 가야 한다. 정당과 정부를 운영하는 내각사이의 관계가 중요한데, 지금은 당정청도 당정관계도 아무것도 없다. 이렇게 되면 책임정부는 어렵다.”

–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할 것 같다.
“대통령이 지금 시점에서 당정청 관계부터 제도화하면 정당이 발전할 수 있다. 다만 바꾸는 게 핵심은 아니고 정당을 기반으로 내각을 책임 있게 운영하겠다는 방향으로 가면 변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

– 집권당은 무엇을 해야 하나.
“만약 청와대가 그렇게 안 한다고 했을 때 청와대 핑계대면 안 된다. 정당 스스로도 정책적 유기성 만들려는 의지와 행동을 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 지도부와 추미애 대표는 자신의 영향력 확대에만 관심이 있다. 정당을 제대로 만들겠다는 문제의식 가진 사람이 잘 안 보인다. 이게 민주당의 비극이다. 지금은 청와대 쳐다볼 게 아니다. 민주당을 집권당으로 어떻게 만들 건지 문제 제기하고 당풍운동을 벌여야 한다. 우리는 정의당과 국민의당과 같은지 다른지, 우리가 일을 제대로 하려면 당내 의원들을 어떻게 조직화할지, 상위위원회 활동은 어떻게 할지 논의해야 한다.”

– 대통령, 청와대, 민주당의 유기적 관계가 중요할 것 같다.
“만약에 청와대가 절대적으로 옳은 인선을 한다면 그들이 주도권을 갖고 해도 되겠지. 그런데 과연 지금 인사가 최선이라고 할 수 있나. 또 그렇게 보나. 청와대는 당이 인사나 정책에 책임감 있는 목소리 낼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당이 발전한다. 반대로 당도 개별적으로 당 자체를 바꾸는 것이 최고의 개혁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국정운영을 당 주도로 가면서 특정 정책에 공통점이 있으면 다른 정당에 가서 협력도 제안하고. 그렇게 하면서 협력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당이 하나의 팀으로 가야 한다고 했는데 누가 봐도 지금 민주당을 원팀으로 보기 어렵다. 팀을 만들어야 한다. 의원들도 청와대만 보면 안 된다.”

신영호 기자  [email protected]

 

원문보기 : http://www.sisaweek.com/news/articleView.html?idxno=94048

화, 2017/07/1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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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FM의 주민강좌 마주하는학교의 프로그램에 정치발전소가 함께 합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다룰 <생생주민참여예산제>라는 강의인데요,
최근의 여러 사건을 거치며 시민들의 높아진 정치참여의 요구를 우리는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까요?
대표적인 주민참여제도인 주민참여예산제를 시작으로 참정권의 확대를 위한 다양한 상상을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 강의신청방법
– 온라인 신청 : http://www.majuschool.com/ 에서 강좌 신청
– 페이스북 : @majuschool 검색 후 강좌 신청링크 클릭
– 신청링크 : https://goo.gl/forms/ALBctQLLWk91Xypx1
– 전화 접수 : 02 – 332 – 3247

화, 2017/07/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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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2017년 8월 수입지출 내역입니다.

방학기간 민주주의 정규강좌 미개설로 인한 강사료 미지출 등 지출은 소폭 감소하였습니다.

기존 수입항목은 지난달 대비 큰 변화 없었고,

박선영 회원님께서 큰 비용을 후원해주셨습니다.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2017년 8월 수입지출 내역

 

수, 2017/09/06-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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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2017년 7월 수입지출 내역입니다.

 

2017년 7월 수입지출 내역

수, 2017/09/06-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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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을 전망하는 외신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정착 한국 정치는 일종의 초현실적 분위기에 젖어 있는 듯하다. 한반도 위기는 한치 앞을 보기 어려울 만큼 악화되고 있지만, 위기는 한국정치에서 중심이슈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우선 정부의 대응이 구태의연하다. 문재인 정부는 6차 핵실험 이후 보다 분명해진 북한 핵이라는 새로운 현실과 과거 정부의 경직된 사고방식 사이에서 길을 잃은 듯 보인다. 베를린 선언과 사드 배치, 신북방정책 천명과 북한 봉쇄. 엇갈리는 행보는 그 정책적 맥락을 알기 어렵게 한다. 며칠 전 논란이 된 외교안보라인의 집안싸움이 보여주듯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결정에 누가 참여하고 어떻게 결정되는지도 오리무중이다. 집권당이라도 중심을 잡아야 하는 데, 민주당이 나서서 위기의 진전된 해법을 제시하거나, 위기의 심각성에 상응하는 책임 있는 정당 간 논의를 이끄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얼마 전까지 집권당이었던 보수정당은 야당이 되자 신속하게 자신의 입장을 더 강경하게 변경했다. 전임 정부를 이끌었던 보수정당은 당면한 외교안보 문제를 직접 다뤘기 때문에 현 위기의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수정당은 경험을 가진 통치주체로서 문제해결에 책임 있게 협력하기보다 위기를 틈타 강경한 여론몰이에 집중하고 있다. 공동체가 직면한 위기 속에서 대안정부의 실력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회복하기보다, 정권을 때려 얻는 반사이익에 더 큰 관심을 가진 듯하다.
미국과 중국의 서로 다른 이해가 충돌하는 가운데 대두된 북핵 위기는 진보건 보수건 누가 문제를 다룬다 해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전례 없이 심각한 현재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내정치의 불신과 적대를 넘어서는 전례 없는 협치가 절실하지만, 그 길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현재의 위기는 북한 핵 문제로 격발된 외교안보적 위기에 더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국내정치가 작동하지 못하는 2중의 복합 위기라 할 수 있다.
국제정치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말 중에 “물가에 가면 정치적 싸움을 멈춘다.(politics stops at the water`s edge)”라는 표현이 있다. 중대이슈인 국가 간 외교문제에 있어 국내정치적 갈등은 가능한 줄이고 정치 내부의 합의와 협력을 중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말은 외교정책 결정에 있어 통념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그동안 한국 정치에서 진보-보수를 나누는 가시적 기준은 정치적 이념이나 사회경제적 입장이라기보다 주로 선거 시기에 보여지는 남북관계에 대한 태도였다. 민주화 이후 치러진 거의 대부분의 전국 선거에서 주요 정당들이 동원한 중심 갈등은 남북관계 문제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한쪽은 퍼주기 종북세력이라고 날 세워 헐뜯고, 다른 쪽은 수구 냉전의 호전 집단이라고 받아쳤다. 상대에게 악마의 이미지를 덧씌워 외교안보 무능 불안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또한 새정부에 의한 적폐청산론은 결과적으로 보수-진보 사이의 반목을 한층 강화했다. 이런 정치적 상황 속에서 외교안보적 위기를 넘어설 힘과 기반을 만드는 협치는 점점 더 어려운 일이 되었다.
지난 대선, 선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TIME)지는 전격적으로 문재인 대통령(당시 후보)의 사진을 표지 전면에 게재했다. 그 사진의 부제이자 TIME지의 헤드라인은 “THE NEGOTIATOR”(협상가)였다. TIME지는 “북한의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리더”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최고조의 긴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한반도에서 ‘협상가’ 대통령의 출현은 국내외 모두가 기대하는 것이었다.
적폐, 즉 폐단을 바로잡자는 데 이론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어떤 폐단도 현재의 한반도 위기만한 것이 없다. 또 박근혜 정부를 실패로 이끈 가장 중대한 폐단은 무엇보다 집권파의 독단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한다.
독단은 협상가의 덕목이 아니다. 지금 한국정치는 한반도 위기 해소를 위해 우리 공동체를 통합으로 이끄는 “THE NEGOTIATOR” 리더십이 절실하다. “김정은을 다룰 수 있는 리더”로 평가된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국내정치의 지도자와 정당들의 협력을 끌어내지 못한 대서야 말이 되지 않는다.

▲ 2017년 5월 15일 타임 아시아판(Time Asia) 표지 ⓒ타임

외교안보에 있어 보수는 충분히 대화할 수 있는 세력이다. 한국 외교의 가장 중요한 전환은 보수정부(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이었다. 그 성과와 한계의 토대 위에서 민주정부의 햇볕정책과 화해협력 정책이 뿌리 내릴 수 있었다.
외교적 협상은 국가 간 협상과 국내정치 내부의 협상인 협치가 결합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해당사자가 많은 만큼 첨예한 이견을 다뤄야 하는 내부 협상에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국가 간 협상에서 힘을 받지 못한다. 설사 일부 성과를 내더라도 지속되기 어렵다.
외교정책은 정권의 책략이 아니라 정치가 만든 합의된 대안일 때 오래가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 이걸 위해서는 정치적 숙의와 공동통치를 이끌어 내는 민주적 리더십에 기초해야 한다. 심각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정치지도자들이 만나 위기를 진지하게 다뤄볼 기회조차 갖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외교안보 정책의 정치적 컨센서스와 공동 통치를 위한 정치 대화를 더 늦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우리 정치는 한 번도 외교안보에 관해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책임 있게 참여하는 협치 과정을 만들지 못했다. 외교안보 문제가 온전히 외교안보적 맥락에서 다뤄진 적도 없다. 정치와 정당을 우회해 성공한 외교정책은 없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THE NEGOTIATOR”의 정치를 이제 시작해야 한다.
김성희 정치발전소 상임이사
월, 2017/09/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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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0일부터 28일까지 내가 속해 있는 정치발전소의 ‘독일 민주주의 기행 프로그램’으로 독일을 방문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9월 24일 치러진 독일 총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계기와 맞물려 있던 탓에 독일 정치의 소용돌이를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우리는 주로 언론에 의존해 다른 나라의 정치에 관한 정보와 해석을 접한다. 그러나 대개의 경우, 해외토픽 수준의 단편적인 정보이기 때문에 그 나라 정치의 움직임이나 정당, 정치인, 노동조합 등 주요 정치행위자들의 실질적인 고민을 알기는 어렵다.
물론 현장에 있었다고는 하나, 일주일여의 짧은 기간 동안 독일의 정치를 지켜본 경험과 느낌으로 독일 정치 일반을 말하는 것은 눈감고 코끼리 가죽의 어떤 언저리를 만지는 일처럼 한계가 크다. 다만, 이번 방문이 총선 전후의 긴박한 기간 동안 이루어졌음에도 다행히 주요 정당 및 독일 노총(DGB)과 금속노조(IG Metall) 등의 주요 관계자, 독일 정치 분석가 등을 인터뷰하고 독일 정치에 대한 그들의 고민과 전망을 직접 들을 수 있었다는 점은 성과였다. 또 총선과 관련된 몇몇 정당의 선거행사에도 직접 참석해 현장의 분위기를 날것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것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짧은 기간이지만 독일 민주주의라는 외부의 창을 통해, 익숙하기 때문에 둔감해지기 마련인 한국 정치의 몇몇 문제를 객관적 거리감을 갖고 낯설게 조망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이 준 가장 큰 소득이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연재될 이 글은 독일 정치에 대한 어떤 분석을 위한 글이 아니다. 독일을 통해 한국 정치를 바라보면서 특히 인상적이었던 지점을 필자의 시각에 따라 정리한 것임을 밝혀둔다.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거”  
우리에게는 총선하면 떠오르는 고정된 이미지가 있다. 우리의 선거는 이렇다. 요란한 유세차와 율동패들, 하루 종일 지속되는 선거운동원들의 구호와 인사, 쏟아지는 명함과 선거 공보물, 언론에 나기 위해 쥐어짜듯 연출된 행보에 주력하는 정치인….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거리에서 밟히는 것은 전부 선거에 관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한 과잉된 전쟁을 치룬다. 공통점은 이 모든 행위가 불특정 다수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사실 이런 일에 우리는 별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다. 대체로 이런 것은 ‘선거니까 당연한 일’로 수용되었고 이제 관성화 되어 있다. 선거운동원 숫자부터 선거운동 방법 등 선거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관료적 통제 대상으로 삼아 정치활동 자유를 크게 옥죄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 선거와 정치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
독일의 선거는 어떨까. 약간의 설렘과 호기심을 안고 독일 총선일을 나흘 앞둔 지난 9월 20일, 베를린에 도착했다. 베를린의 주요 거리를 둘러보며 느낀 것은 “독일이 지금 선거 중인가”하는 의아함이었다. 거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평온하고 차분했다. 거리 어느 곳에서도 소란스런 가두 캠페인이나 유니폼을 입고 돌아다니는 선거운동원을 만날 수 없었다. 유세차도, 길거리에 뿌려진 명함이나 홍보물도 없었다. TV에서도 정치인이 연예인처럼 분해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현란한 미디어 선거의 풍경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방인에게 독일이 선거 중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곤 거리 곳곳에 부착된 선거 포스터(Wahlplakat) 정도였다. 이마저도 거리를 오가는 베를린 시민들의 눈길을 붙잡는 것 같지 않았다.

▲ 베를린 거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선거용 포스터 ⓒ(사)정치발전소

선거일을 하루 이틀 남기고 베를린 시내에서 진행된 몇몇 정당 집회(우리는 마틴 슐츠 사민당 총리 후보가 참석하는 사민당 집회와 좌파당의 집회를 참관했다)도 우리의 광화문 선거 유세처럼 선거 막판 세과시를 목적으로 대규모로 동원된 집회는 아니었다. 총리 후보가 직접 참석한 집회조차 많이 잡아도 500명 미만의 사람들이 참석한 규모로, 장황하지 않고 간소하게 진행되었다. 굉장한 이벤트나 대중적인 명망가, 스타들을 불러 올려 막연하게 시민들을 불러모으는 것이 아니라, 당원과 지지자들이 스스로의 확신을 공유하고 표현하는 성격이 커 보였다.

▲ 9월 22일 베를린 도심에서 열린 사민당 총리 후보 마틴 슐츠 유세 ⓒ(사)정치발전소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한국에서 들었던 대로 이번 독일 선거가 “쟁점 없는 맥 빠진 선거”라거나 메르켈의 기민당 승리가 예견되는 “뻔한 선거”의 탓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독일에서 30년 넘게 살아온 한 독일교포는 ‘자신이 경험해 온 독일 선거는 늘 이렇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 사람들은 정치를 매우 중요하고, 진지하게 받아드린다”며 “직업‧계층‧연령‧취미 등 다양한 필요에 따른 풍부한 시민 결사체들이 있고, 지역의 작은 커뮤니티까지 잘 정비된 정당조직과 당원들이 있기 때문에 정치적 활동과 대화는 일상적이며 참여 역시 조직적”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과 같은 보여주기식 선거운동은 여기서는 매우 우스꽝스런 일”이라고 했다. 일상 속에서 접하는 정당과 정치, 그리고 선거와 선거 사이에 정당이 보여준 활동에 대한 집합적 평가들을 통해 자신들의 선호를 결정한다는 설명이다. ‘이익 있는 곳에 결사 있고, 결사 있는 곳에 참여 있다’는 현대 민주주의의 다원주의적 원리가 독일 사회 전반에 잘 뿌리 내려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정치적 진지함은 각 정당이 선거공약(Regierungsprogramm)을 제시하는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기민/기사연합은 기민련과 기사련의 정치 협약의 형태로 선거 강령을 제시했으며, 사민당은 당대회(Parteitag)라는 당적 의사결정과정을 통해 선거 강령을 확정했다.(주1)
선거공약이 선거를 앞두고 캠프 주변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과 당 주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조직적인 협상, 토론, 동의과정을 통해 확정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선거일이 임박해 구도를 흔들어 보기 위해 캠프가 없던 공약을 급조하는 일은 독일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 메르켈 총리(CDU 대표)와 제호퍼 CSU 대표가 회담을 마친 후, 기민/기사연합의 선거강령 “Wohlstand und Sicherheit für alle(모두를 위한 번영과 안보)”을 발표하고 있다.(2017.7.3.) ⓒ CDU(www.cdu.de)

선거운동 역시 정당의 조직력에 기초해 기초 지역 단위부터 꾸준하고 일관되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민/기사연합의 청년조직인 JU(JUNGEN UNION, JU는 유럽최대의 청년 정치조직이다)의 관계자는 이번 총선을 맞아 지난 8개월간 독일 전역에서 100만 호에 달하는 가구별 방문을 통해 선거운동 활동을 지원해왔다고 밝혔다. 그들은 누적된 호별 방문을 토대로 지역별 지지자의 분포를 DB화하는 일도 함께 진행했으며, 이를 해당 지역의 지역당과 공유하고 있다고 했다. 호별 방문은 한국에서는 불법이라고 하자 JU관계자는 꽤 놀라는 눈치였다. 그는 “독일에서는 대부분의 선거운동에 제약이 없다”며 그것은 “표현과 결사의 자유에 대한 기본권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 선거법은 선거운동의 구체적인 내용을 일일이 규제하고 금지하는 반면, 독일은 선거법에 선거운동과 관련된 금지 규정이 거의 없으며, 대부분의 선거운동에 관한 사항은 각 지역별로 정당들의 자율적 협의에 맡겨져 있다.

▲ JU가 진행한 가구별 방문 선거운동의 모토. “Der Walhkampf steht Vor der Tür(선거운동은 문 앞에 서 있다)” ⓒ www.cdu.de

또 하나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은 JU는 기민/기사연합이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위성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치적 의사결정, 재정, 운영 등 모든 면에서 정당(기민/기사연합)으로부터 독립된 청년들의 독자적인 조직이라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단순 실무자나 율동부대, 또는 선거의 얼굴마담 격으로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차원의 정치활동과 선거활동의 전면에서 스스로의 조직에 기초해 자율적이며 능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청년 스스로 기초부터 정치활동의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 정당의 청년조직이 처해 있는 현실에 비춰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당원과 지지자가 주인공인 선거파티(Wahlparty)”
그렇다고 독일의 선거가 열정 없는 조용한 선거는 아니다. 현장의 뜨거운 분위기가 느낄 수 있었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선거가 끝난 직후에 개최된 정당의 선거파티(Wahlparty)이다. 선거파티는 말자체가 생소하기도 했거니와 그 내용에서도 선거나 정당에 대한 우리들의 고정된 인상과 현저하게 달랐다. 선거파티란 간단히 말하면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모여 선거의 종료를 축하하는 행사이다. 우리와 비교한다면 방송사 출구조사 시청 행사를 떠올리면 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중앙당 강당의 단상을 차지한 카메라 앞에 서열별로 줄지어 앉은 당 지도부가 출구조사 결과에 따라 환호나 박수 등을 연출 한다. 방송사 요청에 따라 사전 예행연습까지 한다. 출구조사 시청은 선거 마지막을 장식하는 빠질 수 없는 이벤트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 행사의 주인공은 당 지도부와 방송사이라는 점이다.
녹색당(Bundnis`90/Die Gruenen)의 선거파티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우리는 총선일 저녁, 베를린의 칼-맑스가(Karl-Marx Strasse) 인근 한 강당에서 개최된 녹색당의 메인 선거파티에 초청받았다. 우리 일행은 방송사 첫 예측조사가 발표되기 한시간 쯤 전에 현장에 도착했다. 행사장 안과 밖은 이미 수 시간 전부터 몰려든 당원,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부모님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부터 평범한 노동자풍의 중년, 개성 넘치는 청장년과 노인들, 성소수자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들었다. 독일 녹색당 관계자는 선거파티장은 특별한 공간이 아니라 과거 양조장이었던 홀을 간단하게 손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길을 끈 것은 공간의 구성이었다. 강당 어디에도 당 지도부를 위한 특별한 자리는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강당 옆에는 바(bar)가 설치되어 있어서 누구나 맥주와 와인 등 간단한 음료를 마실 수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 지도부 전면의 상석을 차지했을 카메라를 위한 공간은 강당 뒤편에, 기자들을 위한 공간은 2층 객석으로 구분되어 배치됐다. 강당의 메인 공간을 가득 메운 것은 당원과 지지자였다. 빽빽하게 들어선 강당 한 가운데, 마이크가 있는 좁은 단상이 마련되어 있을 뿐이었다.
선거 종료와 함께 방송사의 첫 번째 예측조사(Hochrechnung)가 발표되자 사회자는 당의 공동 총리 후보인 카트린 괴링-에카르트(Katrin Göring-Eckardt)와 젬 외즈데미르(Cem Özdemir)를 호명했다. 당원들 속에 묻혀 있다 단상에 오르는 두 당 대표의 손에는 참모가 써준 연설문이 아니라 바로 직전까지 당원들과 함께 마시던 음료가 들려 있는 것도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당원들을 한껏 고무시킨 두 공동 후보의 연설이 끝난 후 곧 그들은 또 다시 당원들 속으로 사라졌다. 인터뷰를 위해 당의 주요 인사를 찾아 이리저리 방송사 카메라와 아나운서들이 군중 속을 헤집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이방인의 눈엔 서로 격려하고 또 긴 선거운동의 노고를 나누는 그 자리에 운집한 사람들 모두가 당원이고, 또 한편으론 모두다 주요 인사처럼 보였다. 말그대로 당원들을 위한 파티였고,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 녹색당의 선거파티 장면. 선거파티에 참석한 당원들 속에서 연설하는 녹색당 총리 후보인 카트린 괴링-에카르트와 젬 외즈데미르가 보인다. ⓒ (사)정치발전소

예년에 비해 높았다고 하는 우리의 지난 20대 총선의 투표율은 58%였다. 우리는 절반을 조금 넘는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끌고 오기 위해 정당들은 선거 때가 되면 이름을 바꾸고, 실천의 뿌리나 축적된 노력 없는 공약들이 전략이라는 거창한 말로 대중에게 제시된다. 사나운 선거운동으로 거의 나라 전체가 내전을 치른다. 사회적 대표성이 취약한 정당이 만들어내는  “시끄럽지만 약한 선거”라 할 수 있다. 이번 독일 총선의 투표율 잠정치는 76.2%다.(주2) 2013년 총선에 비해 4.6% 증가했다고 한다. 누가 그 대상인지 알 수 없는 현란한 선거캠페인도, 이벤트도 없었다. 또한 이번 선거는 쟁점 없는 뻔한 선거라는 평가가 선거 직전까지 독일 안팎의 일반적 전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독일 유권자가 활발하고 적극적으로 정당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했다.
선거결과 5% 진입장벽을 넘어 독일 의회(Bundestag)에 진입한 정당의 수도 지난 총선의 4개(CDU/CSU, SPD, LINKE, GRUENEN)에서 6개 정당(CDU/CSU, SPD, LINKE, GRUENEN, FDP, AfD)으로 늘어났다. 물론 이 가운데는 극우정당인 AfD도 포함되어 있지만(AfD 문제는 3편에서 좀 더 자세히 다룰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많은 독일 시민들이 자신들의 더 많은 정치적 대표들을 의회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 영국 등의 사례에서처럼 민주주의의 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여전히 활력 있고, 강력하며, 안정되게 작동하는 독일의 정당정치와 민주주의를 보는 것은 또 다른 감회이기도 했다. 강한 정당과 잘 조직된 사회에 의해 뒷받침되는 “조용하지만 강력한 선거”, 이번 독일 선거를 보며 느낀 독일 민주정치의 힘이었다.

▲ 새로운 연방의원들이 자리잡게 될 연방의회 본회의장. ⓒ (사)정치발전소

주1)
기민당의 선거강령 결정과정과 내용은 다음의 CDU 보도자료 참조. https://www.cdu.de/artikel/regierungsprogramm-wohlstand-und-sicherheit-fuer-alle,
사민당의 선거강령 확정과정은 다음의 언론보도 참조. 사민당은 6월 25일 개최된 도르트문트 당대회를 통해 빽빽하게 정리된 116쪽에 달하는 선거강령을 확정했다. http://www.spiegel.de/politik/deutschland/spd-beschliesst-wahlprogramm-auf-parteitag-in-dortmund-einstimmig-a-1154172.html
주2)
독일에서는 선거 개표는 수개표로 진행하고 집계만 전자식으로 하기 때문에 검표까지 마치고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약 3주가 소요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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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7/10/1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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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민주주의와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를 복수정당제의 허용 여부로 구분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이해 당사자들에게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문제 역시 민주주의의 기초 요건이다. 입법부가 아닌 대통령의 포고령이나 행정명령으로 법이 만들어지고 집행된다면 그 체제를 권위주의라고 하지 민주주의라고 하지 않는다. 경쟁하는 정당과 자율적 결사체, 의회야말로 현대 민주주의의 제도적 요체라는 말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의 기능을 최소화하는 대신 민간 자율에 맡기라는 신자유주의의 반정치 담론만큼이나, 정당과 의회 및 이해당사자들의 역할을 냉소하면서 일반 시민이 직접 개헌하고 입법하고 정책을 만들고 부적격 공직자도 쫓아내도록 하자는 직접민주주의론 역시 생각해 볼 점이 많다. 촛불 집회를 직접민주주의로 이해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직접민주주의 체제라면 촛불 집회는 허용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는 물론 합법적으로 뽑힌 정부에 대해 비판과 반대를 조직할 자유는 현대 대의민주주의에서 비로소 가능하게 된 기본권이다. 공론 조사로 대표되는 숙의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참여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안되고 발전된 대의민주주의 프로젝트의 하나다.

숙의민주주의자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직접민주주의로 보는 것을 “난센스”라고 일축한다. 참여자들의 숙의 능력이 그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다소 엘리트 편향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 숙의민주주의의 한계이기도 하다. 국민투표, 국민소환, 국민발안 등을 직접민주주의로 보는 것도 잘못이다. 정치학에서는 이를 국민투표식 민주주의(plebiscitary democracy) 혹은 우파 포퓰리즘(right-wing populism)으로 부른다.

최근의 사례는 유럽의 극우 정당들인데, 이번 독일 총선에서 제3당으로 올라선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내건 슬로건, ‘스위스처럼 직접민주주의를!’이 대표적이다. 대의민주주의를 간접민주주의라 말하는 것도 옳지 않다. 간접민주주의는 정치 이론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일종의 통속어다. 이 말이 대대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975년 2월 15일에 실시된 유신헌법 국민투표 때였다. 당시 야당과 재야 세력 중심으로 반대 운동이 확대되자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 찬반을 국민투표에 부치면서 헌법학자들을 동원해 ‘간접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라는 이상한 유형론을 펼치게 했다.

과거든 현재든 직접민주주의론자들이 확고하게 추구했던 이상은 공적 사안을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총회에서 결정하는 것이었다. 9일에 한 번씩 민회를 개최했던 고대 아테네가 대표적이다. 시민 총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집단과 조직, 결사는 인정되지 않았다. 고대 아테네의 경우 민회 밖에서의 그 어떤 집단 행위도 허용되지 않았다. 장자크 루소를 추종했던 프랑스혁명의 주도 세력들 역시 시민의 전체 의지를 분열시킨다는 이유로 정당은 물론 이익 단체의 결사를 법으로 막았다.

시민 총회에서 결정된 법을 집행하는 공직자들 역시 독립된 행정 조직을 만들 수 없었다. 관료제는 없었으며 시민이 번갈아 행정관·평의원·배심원 역할을 맡았다. 아테네에서는 추첨으로 그 역할을 수행할 시민을 뽑았다. 선거로 동료 시민의 지지를 동원해 대표가 되는 것 역시 권력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같은 공직을 두 번 할 수 없었고, 임기는 1년 이하로 짧았다. 사회 규모의 확대는 최대한 억제되었다. 규모의 증가는 기능 분화와 전문화를 낳고, 그것은 곧 소수의 전문가 집단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시민의 정치 참여는 의무였다. 아테네의 경우 참여가 법으로 강제된 것은 아니었지만, 참여하지 않는 시민은 비난받았다. ‘바보 멍청이’란 뜻의 영어 ‘idiot’는 고대 그리스어 ‘idi ̄ot ̄es’에서 유래한 말로 당시에는 참여하지 않는 시민을 가리켰다.

오늘날 우리가 이런 제도와 원리를 재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직접민주주의가 해당 시기의 역사적 제약 속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현실적 최선을 추구한 실험인 것은 맞지만, 그때와는 전혀 다른 조건에서 이를 고집하는 것은 시대착오일 때가 많다. 지금은 지금의 조건에 맞는 민주주의 발전론이 필요하다.

박상훈 정치학자 정치발전소 학교장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71024/86916628/1#csidxcfc3fd8be35f8ff9b8c185d8e2eba2a

화, 2017/10/24-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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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10월 살림살이 내역입니다.

 

2017년 10월 수입지출 내역

 

 

수, 2017/11/29-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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