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비평-선거법특집 ②] 후보와 정당을 말하지 않고 '정책'선거가 가능할까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심판이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누가 새로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적합한지에 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관심과 열기만으로 정말 좋은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까요? 정작 선거권을 행사할 수 없다면, 선거운동의 방식으로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데 할 수 없다면, 유권자로서 후보자를 자유롭게 검증할 수 없다면 말입니다. 이것은 유권자의 정치적 자유를 제약하는 선거법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우리 법원과 헌법재판소가 선거법을 어떻게 해석, 판단해왔는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는 과연 국민들의 선거권과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결정을 내려왔을까요?
6회에 걸쳐 <선거와 정치적 자유>를 주제로 한 판결비평칼럼을 통해 확인해봅니다. 법원의 판결이 사회 변화 및 국민의 법감정과 지나치게 괴리되지 않는지, 헌법과 인권의 가치를 잘 반영하고 있는지를 감시하기 위해 진행해온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의 선거법 특집입니다.
<선거법 특집 ①> 18세 선거권
<선거법 특집 ②> 정책 지지반대운동과 선거운동
<선거법 특집 ③> 언론인의 선거운동의 자유
<선거법 특집 ④> 낙천 촉구 피켓과 표현의 자유
<선거법 특집 ⑤> 선거시기 온라인표현행위
<선거법 특집 ⑥> 허위사실공표죄와 후보자비방죄
후보와 정당을 말하지 않고 '정책'선거가 가능할까
[광장에 나온 판결] 대법원 2011.6. 24. 선고 2011도3447 판결 공직선거법위반{대법관 이상훈(재판장) 김지형 전수안(주심) 양창수}
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도9243 판결 공직선거법위반 {대법관 전수안(재판장) 김지형 양창수 이상훈(주심)}
황영민 (변호사, 법무법인 이공)
누구나 선거에서 특정 후보나 정당에 투표하는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학연, 지연이 될 수도 있고, 그저 인물이 좋아서일 수도 있다. 특정 정당은 무턱대고 싫어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정당이면 후보가 누구든 찍을 수도 있다. 실현 불가능해 보이지만 '신혼부부 1억 원 지급' 같은 공약을 보고 기꺼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도 있다.
그러나 각자의 이유가 어떠하든 나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중요하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선거가 가까워지면 언론과 선관위에서 '정책선거를 만듭시다' 같은 기사나 공익광고가 나오는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만큼 '정책'선거는 선거라는 제도에서 일종의 지향점이다.
4대강 사업 반대, 무상급식 추진을 외치던 활동가, 법정에 서다
벌써 7년 전 일이다.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정당과 후보자 사이에 '(친환경) 무상급식'을 둘러싸고 활발한 논쟁이 벌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국정과제인 '4대강 사업'의 추진에 대해서도 격론이 벌어졌다. 이른바 '정책선거'라면, 이런 모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선거일을 한 달 조금 남겨 놓은 시점에 중앙선관위가 황당한 자료를 발표했다. 선관위는 '단체 등의 선거쟁점관련 활동방법 안내'라는 자료에서 "4대강 사업의 계속 여부나 무상급식의 실시 여부 등은 현재 각 정당 및 입후보예정자들이 이번 선거에서 공약으로 채택하고 있고 이에 대한 정치적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이른바 '선거쟁점'에 해당된다"고 한 후, 선거쟁점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는 이와 관련한 활동은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다양한(?) 활동 '방법'에 대한 규제를 당연히 받게 된다고 하였다.
이에 따라 4대강과 무상급식에 대해 찬성·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공직선거법 제90조), 인쇄물 배부(제93조), 서명운동(제107조)이나 집회개최(제103조) 등은 선관위의 단속대상이 되었고, 그 결과 대표적으로 4대강 사업 반대 캠페인을 벌인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친환경 무상급식 캠페인을 벌인 단체의 대표자가 기소되어 법정에 섰다.
선거운동 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목적의 탈법행위? 너무나 모호한,
그러나 지극히 단순한 기준, '정당과 후보자를 거론하지 말 것!'
대법원은 4대강 사업과 무상급식 관련 캠페인을 벌인 활동가들에 대한 판결에서 우선 4대강사업·무상급식 등 이른바 '선거쟁점'에 해당한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정책에 대한 단체의 지지·반대활동이 전부 공직선거법에 의한 규제 대상이 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여 선관위의 판단 기준이 잘못되었다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나아가 대법원은 정책에 대한 단체의 찬반 활동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의 탈법행위' 또는 '선거운동'에 해당하여 선거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는 그 정책이 '선거쟁점'이 되었는지에 따라 일률적으로 결정될 수 없고, '일정한 판단 기준'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는 '행위가 행하여지는 시기·장소·방법 등을 종합적으로 관찰'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할 목적'은 '피고인의 사회적 지위, 피고인과 후보자·경쟁 후보자 또는 정당과의 관계, 행위의 동기 및 경위와 수단 및 방법, 행위의 내용과 태양, 행위 당시의 사회상황 등을 종합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고 복잡한 기준을 제시했다.
그런데 위 두 판결은 기소된 활동가들의 유무죄 판단에서 다른 결과를 보였다. 4대강 사업 반대 활동을 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친환경무상급식연대 대표자의 경우에는 (비록 일부 활동에 관해서는 무죄가 선고되었지만) 다수의 캠페인 활동에서 선거법 위반 행위가 있었다고 하여 최종 벌금 200만원의 유죄가 확정되었다.
이와 같이 다른 결론을 낳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두 캠페인에 대한 검사의 공소사실은 유사했다. 결국 문제는 대법원이 말하는 선거법 위반 여부를 좌우하는 복잡한 '기준'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가이다.
먼저 무죄를 선고받은 4대강 반대 활동가들의 경우, 2심 법원은 ①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에 관해 주요 정당이 모두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아니었고, 피고인들이 선거구인 서울이 4대강 사업과 직접 관련 있는 지역도 아니라는 점 등을 종합해 피고인들의 '4대강 사업 반대활동' 자체를 선거운동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하였다. 또한 ② 피고인들이 소속된 환경단체가 지방선거 이전인 '4대강 사업' 초기부터 집회 및 토론회, 거리캠페인 및 서명운동, 현장조사 등 반대활동을 지속적으로 벌여왔고, 이 사건 후에도 관련 사진전을 개최하는 등 활동을 유지하였으며, 지방선거 무렵 피고인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것도 '4대강 사업'의 본격적 진행에 따라 반대운동도 강화된 데 기인한 측면이 강해 반드시 지방선거를 겨낭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나아가 ③ 피고인들이 게시 또는 배부한 사진, 인쇄물, 현수막 등에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언급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이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이와 같은 2심 법원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았다.
한편, 친환경무상급식연대 대표자의 경우, 보다 다양한 일시, 장소에서의 활동에 관해 개별적으로 유무죄 판단이 이루어졌는데, '종전부터 주장하여 왔던 무상급식 정책을 지지하는 내용의 행사일 뿐 선거나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자와의 관련성을 나타내면서 무상급식 정책을 지지한 것으로 볼 수 없는 행위'는 선거관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무죄로 보았다.
반면 대법원은 무상급식 정책에 찬성·반대하는 '특정 정당 또는 특정 후보자를 직·간접적으로 언급'하면서 이를 지지·비판한 행위에 대하여는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나 반대 또는 특정 후보자의 당선이나 낙선을 도모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목적의지가 인정된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하였다.
이와 같은 두 판결의 결론을 단순화하면 대법원이 말하는 복잡한 '기준'은 결국 활동가들이 정책에 대한 찬반과 함께 정책에 대한 '특정 정당 및 출마 예상 후보자'의 이름을 언급하며, 비판했는지 여부였다고 할 수 있다.
후보나 정당을 말하지 않고, '정책'선거가 가능한가
선거에서 시민들이 선거법에 위반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지켜야 할 원칙은 간략히 이렇게 정리된다.
'정책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찬반 의견을 말해도 좋다. 그러나 정책과 관련해 후보자나 정당을 거론하지 말라!'
선거에서 정책 논쟁이 활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그 정책에 대한 찬반으로 후보자와 정당을 선택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런데 정책은 말하되, 관련된 후보나 정당은 말하지 말라니. 이런 방식이라면 이른바 '정책'선거는 불가능하거나 공허한 미사여구에 불과하다. 물론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정책과 선거의 연계를 차단할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 여타 민주주의 국가에서 유사 형태를 찾기 힘든 현행 규제중심적 선거법에 있음은 분명하다.
무고한 시민들을 선거 범죄자로 만드는 선거법을 바꾸는 것이 시급하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그 전이라도 법원이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를 한 단계 더 보호할 수 있는 전향적인 해석을 내놓는 건 어떠했을까.
아마도 두 달이 지나면 우리는 또 다시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국정농단, 사드, 위안부, 남북관계, 기본소득 등등. 수많은 선거쟁점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그런데 정작 선거에서 우리는 정당과 후보자에게 이런 정책을 원하고, 그 정책을 추진하는 자를 지지하겠다고 자유롭게 소리칠 수 있을까? 광장에 나온 시민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더 크게 울릴 수 있는 진정한 '정책 선거'가 가능해 질 때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수문개방 이후 영산강 현장, 극락교를 답사하는 환경운동연합 활동가 ⓒ환경운동연합[/caption]
지난 4월 4일 영산강에 다녀왔습니다. 비가 흩뿌려서 차림을 단단히 하고 출발했습니다. 광주시내에서 출발해 하류방향으로 답사했습니다. 첫 번째 답사지는 4대강사업 당시 만든 승촌보의 영향을 받는 극락교 부근입니다. 이곳은 광주 신촌동 도심에 위치해 많은 시민들이 산책로로 찾는 곳입니다. 지난해 11월, 승촌보의 수문을 열고, 수위를 낮추자 극락교 부근의 수위도 함께 내려갔습니다. 수위가 내려가니 승촌보 수문을 닫았을 때 강 밑에 차곡차곡 쌓였던 검고 부드러운 펄이 강가에 고스란히 드러나 낯선 광경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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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환경공단 박종돈 대리가 수문 개방 이후 달라진 영산강의 변화를 설명하고 있다.ⓒ환경운동연합[/caption]
영산강의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광주환경공단 박종돈 대리는 저희를 보자마자 반갑다며 커피부터 권했습니다. 수문개방 이후 어떤 변화가 생겼느냐고 물었습니다.
영산강 수문개방 이후 수위가 내려간 극락교부근에서는 굵은 모래가 만져진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실제로 강 가운데로 몇 발자국 들어가 물이 흐르는 곳을 가보니 제법 굵직한 모래가 손에 잡힙니다. 수위가 낮아지면서 유속이 늘어나고, 마침 비가 와 유량도 늘면서 영산강 물줄기가 힘차게 흐릅니다. 물줄기를 따라 모래가 움직이고 나뭇잎이 떠가는 것을 보니 비로소 영산강도 새로운 봄을 맞이한다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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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서창교 부근에서 영산강 수문개방에 대비해 양수장 보강공사를 하고 있다.ⓒ환경운동연합[/caption]
조금 하류로 내려가 신서창교 부근에 이르자 바삐 움직이는 굴착기가 보입니다. 농어촌공사에서 양수장 보강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영산강이 완전히 개방되고 수위가 낮아지면 사용이 어려워지는 양수장이 생깁니다. 양수구가 하천변에 설치됐기 때문인데요. 물이 더 풍부한 하천 중간으로 양수구를 연장하는 공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습니다. 곧 다가올 농번기를 앞두고 농민들이 물을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농어촌공사가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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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수문이 개방되고 수위가 내려가자 황룡강 합수부에는 4대강사업 당시 설치한 바닥보호공이 그대로 드러났다ⓒ환경운동연합[/caption]
발걸음을 돌려 영산강과 황룡강이 만나는 합수부를 찾았습니다. 합수부에 놓인 거대한 바닥보호공이 먼저 눈에 띕니다. 4대강사업 당시, 본류의 바닥을 깊게 만들기 위해 영산강에서만 0.3억㎦의 모래를 퍼냈습니다. 이 모래를 높이 10m 두께 1m의 담벼락처럼 쌓으면 그 길이만 300km가 되어 서울에서 광주까지 이르는 정도입니다. 영산강의 모래가 빠지고 하류 바닥이 깊숙해지니 상류인 황룡강의 모래가 급격히 쓸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하천 바닥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바닥보호공이 승촌보 개방 이후 수위가 낮아지며 드러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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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강합수부에 고라니와 수달의 발자국이 찍혀있다.ⓒ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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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강 합수부에 수달이 물을 마신듯한 흔적이 남아있다.ⓒ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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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룡강 합수부의 모래는 비교적 작고 보드라운 입자가 만져진다.ⓒ환경운동연합[/caption]
황룡강 합수부에서는 반가운 발자국도 발견했습니다. 물을 마시러 온 고라니 발자국과 헤엄을 치러 온 수달 발자국이 줄지어 찍혀있습니다. 수달이 찾아오는 것을 보니 물이 깨끗하고 물고기도 잡히나 봅니다. 서둘러 영산강 수문이 완전히 개방되고, 수달이 황룡강과 영산강을 오가며 자유롭게 헤엄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비가 오지 않았더라면 잠시 누워 햇볕을 쬐고 물소리를 듣고 싶을 만큼 황룡강에는 깨끗하고 보드라운 모래밭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곳의 모래는 영산강 상류 극락교에서 본 모래와는 또 다른 감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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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를 낮춘 승촌보. 보 가장자리에 수위를 낮춘 흔적이 남아있다.ⓒ환경운동연합[/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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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를 낮춘 죽산보. 수위를 낮췄지만 여전히 물이 가득차 흐름이 느껴지지 않는다.ⓒ환경운동연합[/caption]
하류로 더 내려가니 승촌보와 죽산보가 보입니다. 이 두 보는 지난해 11월 수문을 개방하기 시작한 이후 모니터링을 거치며 차츰 수위를 낮추고 있습니다. 아직 완전히 개방한 것은 아니어서 자연하천처럼 흐르는 물을 볼 수는 없습니다. 저희가 찾은 4일의 승촌보 수위는 수문개방 전 관리수위인 7.5m에서 4m가량을 낮췄고, 죽산보도 관리수위 3.5m에서 2m가량 수위를 낮춘 채 수문을 닫아두었습니다. 보 윗쪽 가장자리에는 물이 빠진 흔적이 뚜렷하게 보입니다. 보 위 교량에서 내려다 본 강물은 아직은 그 깊이가 가늠되지 않습니다. 검은 빛이 일렁여 내려다보는 사람을 빨아들일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분명 이 강물 밑에도 보드라운 모래가 숨쉬고 있겠지요.
오늘 답사를 마무리하며 환경운동연합의 안숙희 활동가는 말합니다.

현장조사를 하며 삽으로 파낸 곳에 어느새 맑은 물이 차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보름 만에 세종보를 다시 찾았다. 비가 올 것 같은 날씨였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지난 5월 4일 세종보 현장조사를 하면서 우안 쪽에 작은 구덩이를 팠는데, 그곳에 맑은 물이 고여 있었다. 표층부 아래 땅 속의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파놓은 구덩이다.
수문을 개방한 직후 세종보 우안은 검은색의 펄로 덮여있었다. 지금은 그 위로 약10cm의 모래가 덮여있다. 아직도 어느 곳은 모래가 다 정화하거나 덮어내지 못하고 펄의 흔적이 남아있기도 하다. 모래가 펄층과 경계를 이루면서 점점 영역을 확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완전한 모래강이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점차 좋아지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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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이 흐르며 모래에 흐름을 새기고 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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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와 펄의 경계가 보인다. 모래가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세종보 상류 좌안에는 대규모 모래톱이 형성되었다. 비가 자주 내리니 갈 때마다 모래톱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진다. 모래가 쌓인 곳에는 물의 흐름대로 자유롭게 움직인 모래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모래에 금강의 흐름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것이다.
흐름이 새겨진 모래에는 또 다른 생명의 흔적이 있었다. 고라니, 꼬마물떼새, 왜가리 등의 발자국이 여기저기 보인다. 물이 가둬져 있을 때는 만날 수 없었던 생명의 흔적이다. 다양한 생명들이 물가로 찾아와 쉬고 물을 마시며 갔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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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모래톱에 꼬마물떼새의 발자국이 찍혀있다.금강이 흐르며 모래에 흐름을 새기고 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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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모래톱에 왜가리가 발자국을 남겼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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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모래톱에 고라니 발자국이 나란히 찍혔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세종보 흐르는 물이 개울같이 맑다. 맑은 강물 아래 자갈과 모래가 투명하게 비추고 있다. 육안으로 보기에도 물의 상태가 좋아 보인다. 금방이라도 발을 담그고 싶을 정도로 투명하게 느껴진다. 이곳으로 여름철 피서를 와야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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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물이 흐르는 세종보 상류의 모습. 흡사 계곡을 방불케한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세종보 답사를 마치고 공주로 이동했다. 공주보도 완전히 개방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공주보는 수문이 아직 열리지 않은 하류의 백제보 수위의 영향을 받는다. 백제보까지 비로소 열려야 공주보 역시도 완전히 개방한 효과가 나타나고 흐름을 형성하면서 흐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수위가 약 4m 이상 낮아졌기 때문에 작은 모래톱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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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보 상류에서 멸종위기종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났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이 작은 모래톱에서 멸종위기종 2급이며 천연기념물 205호인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났다. 공주보 상류 약 1km 지점이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낮은 물에서 부리를 저어가며 먹이를 찾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노랑부리저어새는 낮게 형성된 습지에서 주로 서식하고 깊은 호수에서는 살기 어렵다. 그런 노랑부리저어새가 금강을 찾은 것은 이곳이 더 이상 호수가 아닌 강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만약 수문이 닫혀 있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것이다. 노랑부리저어새가 이동하는 시기에 잠시 공주보를 찾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앞으로 모래톱이 더 넓게 형성된다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들렀다 갈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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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형성된 습지를 이용하는 노랑부리저어새가 공주보 상류 모래톱 위에 앉아있다.ⓒ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caption]
공주보 상류에서 노랑부리저어새를 만나니 하루빨리 백제보 수문이 열려 완전한 흐름이 유지되는 모습을 만나고 싶어졌다. 분명한 것은 노랑부리저어새의 방문은 수문 개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앞으로 금강에 멸종위기종 노랑부리저어새를 비롯해 더 많은 생물이 다시 찾아오기를 희망하며, 낙동강도, 금강에 남은 백제보도, 영상강과 한강도 빠르게 수문개방이 이루어지고 콘크리트 구조물이 철거되기를 기다린다.
문의 : 물순환담당 02-735-7066

금강본류에서 오랜만에 손을 씻었습니다ⓒ 이성수[/caption]
금강에서 손을 씻어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4대강 사업 이전에는 가끔 답사 과정 중에 버려진 손을 강물에 씻곤 했습니다. 하지만 4대 강 사업 이후에 금강에서 손을 씻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었습니다. 수심이 깊을 뿐 아니라 씻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눈으로 보기에도 더러워 손을 씻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습니다.
그런 강이 바뀌고 있습니다. 4대 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세종보와 공주보가 완전히 개방된 지 6개월이 되어 갑니다. 11월 13일 개방을 시작한 세종보는 이제 강으로서의 모습을 많이 회복했습니다. 이제 손을 씻을 수 있는 기본이 되어 있습니다. 강의 흐름이 생기면서 눈으로 보기에도 맑게 느껴집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매년 녹조를 걱정해야 했던 강이 이제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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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에는 계곡처럼 맑은 물이 흐르고 있습니다ⓒ 이성수[/caption]
이제 세종보 상류에는 맑은 물이 흐릅니다. 맑아진 물 덕에 거부감 없이 손을 씻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 4일 진행된 답사 중에 손이 더러워지자 자연스럽게 강물로 손을 씻었습니다. 지인이 찍은 사진을 얼마전에 보내주었습니다. 문득 사진을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금강으로 유입되는 작은 지천에서 손을 씻은 경험은 있지만 강 본류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던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경천동지 할 일입니다.
원래 강은 이런 곳입니다. 손을 씻고 모래놀이도 할 수 있는 그런 곳이 금강이었습니다. 물을 가둬 접근을 금지시켜 놓았던 강을 이제는 바꿔야 합니다. 이제 진짜 강이 될 수 있도록 더 준비해야 합니다. 아직 열리지 못하고 있는 낙동강의 보들과 금강의 백제보도 열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수문이 열리고 콘크리트 구조물도 철거되어 언제든 손을 씻고 모래를 밟을 수 있는 강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문의 : 물순환담당 02-735-7066
자갈돌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은 강물이 흘러내리는 금강의 모습. 수문개방 6개월 만에 금강이 화려하게 부활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자갈돌 위에 모습을 드러낸 꼬마물떼새ⓒ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지난해 11월 13일부터 열리기 시작한 금강의 세종보는 6개월이 지난 후인 지난 5월 4일 완전히 이전 금강 모습으로 회복해 있었다. 6개월 만의 변화는 컸다. 단지 수문만 개방했을 뿐인데 금강은 놀라운 생명력을 회복했다. 강의 부활, 바로 그것이었다.
그동안 켜켜이 쌓였던 검은색 썩은 뻘도 씻겨 내려가 황금색 모래톱이 드넓게 펼쳐진 금강은 거대한 나래를 편 하나의 큰 생명체로 다가와 조사단을 품어주고 있는 듯했다. "너희들 그동안 참 수고했다"고 말하는 듯 금강의 나지막한 속삭임마저 들려오는 듯했다.
금강의 부활은 사실상 환경단체 활동가들의 지난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는지도 모른다. 줄기차게 4대강 사업의 폐해를 알리며 4대강 보의 철거를 주장해온 이들의 주장에 새로 들어선 촛불정부가 화답한 결과가 오늘의 금강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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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을 연 세종보 상류에 거대한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맑은 강물이 흐르고 있다ⓒ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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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조사에 나선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들이 세종보 아래 낙동강 둔치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다. ⓒ 이성수[/caption]
이명박 정부 시절의 가공할 '삽질'과 정부의 일방적인 홍보 그리고 편파적인 언론보도는 진실을 왜곡했고, 그 결과 4대강은 장밋빛 청사진으로 소개됐다. 그러나 하루하루 강은 죽어가고 있었다. 그 시절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일부 양심적인 학자들만이 이명박 정부에 대항해 진실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거대한 벽에 막혀 소리가 들리지 않을지라도 이들은 계속해서 목이 터지라 외쳤고, 마침내 이들의 외침에 귀가 뚫은 우리 사회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2018년 4대강 수문개방 현장조사는 그래서 의미가 컸고, 이들의 행동은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 분명했다. 많은 언론들이 금강에서 온 수문개방의 놀라운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한 것이기에 말이다.
현장조사에 나선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달성보 상류 둔치에서 낙동강을 흐르게 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외치고 있다ⓒ 이성수[/caption]
함안보는 합천군 청덕면의 '광암들'의 수막 재배 농가의 반발로 닫혔다. 함안보로 막힌 낙동강의 풍부한 수량은 수막 재배 농가 수를 폭발적으로 늘렸고, 하우스 한 동당 하루 200톤이란 엄청난 지하수를 쓰게 되는 왜곡된 농업방식을 촉진해왔던 것이다. 그 결과 낙동강의 보의 수문이 열려 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자 지하수 부족이라는 기이한 사태를 맞았다. 4대강 사업이 농업방식마저 왜곡시켜놓은 결과는 참사였다.
합천보의 수문이 닫힌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방적 주장 때문에 발생할 사태로, 그 배경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로 풀이된다. 당시 한농연 소속 일부 농민들을 대동한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간담회를 열어 낙동강 보의 수문개방에 대해 반대하며 사실상 수문을 다시 닫을 것을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이것이 보수적인 지역 언론에 대서특필 되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취했고, 여론악화를 우려한 정부는 지난 2월 열었던 수문을 도리어 다시 닫아걸게 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낙동강의 양수장을 지난 2월 말부터는 시급히 가동해야 한다는 요구였지만 문제의 양수장들은 아직까지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았다. 낙동강 양수장은 원래 모내기철에 가동되는 것으로 당시 양수장을 가동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13일 수문개방 후 모래톱과 새가 돌아오고, 심지어 수달까지 돌아오면서 되살아나던 낙동강은 다시 거대한 어둠 속으로 잠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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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에서 퍼올린 저질토는 악취 진동하는 썩은 펄이었고, 그 속에서 붉은색깔따구 유충이 확인됐다. ⓒ 이성수[/caption]
지난 5일~6일 조사단의 일원으로 함께하며 되돌아본 낙동강은 거대한 호수 그 자체였다. 강물 색은 맑았던 금강과 달리 간장색을 띤 채 역겨운 냄새까지 올라오고 있었다. 조사단 일행이 채취한 강바닥에선 썩은 펄이 올라왔고, 그 속에서는 환경부 지정 최악의 수질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유충이 득시글거렸다. 이들은 쉽게 말해 시궁창에서나 사는 생물로서, 사실상 낙동강이 시궁창이 됐음을 증거하는 지표종이다.
칠곡보, 달성보, 합천보, 함안보에서도 이들은 목격되었고, 그 낯선 생명체들은 낙동강의 수심이 낮은 바닥에서 폭발적인 증가일로에 있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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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서생물 전공자인 박정호 교수가 낙동강에서 발견된 붉은색깔따구 유충과 실지렁이의 의미에서 설명하고 있다 ⓒ 이성수[/caption]
현장조사에 함께한 코리아에코웍스 박정호 대표(강원대 교수)는 다음과 같이 낙동강의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박창근 교수가 낙동강 한가운데 바닥에서 퍼온 저질토를 살펴보며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 이성수[/caption]
조사단장으로 현장조사에 함께한 박창근 대한하천학회 회장(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은 그 상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낙동강에서 지금 유일하게 자연성이 남아 있는 황강 합수부에 깨끗한 새로운 모래톱이 돌아왔다. 황강의 모래가 낙동강으로 대거 유입된 결과다. 그곳에서 활동가들이 피켓팅을 벌이고 있다. ⓒ 이성수
지난해 11월 수문을 개방하기 전 금강세종보ⓒ김종술 기자[/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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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대강 사업으로 강물이 가로막힌 세종보 상류에는 큰빗이끼벌레가 발생하고 강물을 점령했다. ⓒ김종술 기자[/caption]
지금 구치소에 갇혀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은 흐르는 강물을 막았다. 10년 전, '4대강 사업'을 통해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에 16개의 보를 건설했다. 사람으로 치면, 동맥의 흐름이 차단된 거다.
결과는 뻔했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진리대로 강이 죽어갔다. 강물의 유속이 느려지고, 수온이 상승하면서 녹조가 창궐했다. 이런 녹조를 학자들은 '남조류'라고 불렀다.
남조류에는 마이크로시스틴이라는 독성물질이 포함돼 있다. 간에 치명적인 독소를 생성시킨다. 다른 독소와 다르게 100℃에서 끓여도 독이 파괴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현재까지 독소를 해독시킬 수 있는 해독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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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SBS가 방영한 <4대강의 반격> 프로그램에서 충남도가 한국사자원공사에 용역을 의뢰한 결과 ‘발암물질 및 청색증’ 발생 우려가 있어 상수원수로는 사용이 곤란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종술기자[/caption]
2016년 이런 강물로 한국수자원공사는 도수로를 통해 보령댐으로 이동해 수돗물로 공급했다. '고도정수처리'를 해서 안전하다고도 했다. 거짓말이었다. 지난 2013년 10월 SBS가 방영한 <4대강의 반격> 프로그램엔 이런 내용이 보도됐다.
금강 4대강 사업 구간에서 수질을 조사한 결과 1년 중 5달 동안 '암모니아성 질소'가 기준치를 넘었다. '발암물질 및 청색증' 발생 우려가 있어 상수원수로는 사용이 곤란하다는 자료도 공개했다. 당시 충남도가 한국수자원공사에 용역을 의뢰하여 진행한 자료였다. 문제가 불거지자 한국수자원공사는 발주처인 충남도로 책임을 떠넘기고 충남도는 국토부로 떠 넘겼다. 핑퐁게임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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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늘도 세종보을 뛰어넘지 못한 물고기는 구조물 위에서 죽어가고 있다. ⓒ김종술기자[/caption]
이게 다가 아니다. 4대강 사업 이후, 금강에선 물고기 떼죽음이 발생했다. 지난 2012년 5월, 금강지류 미호천에서 물고기 수천 마리가 폐사하고 같은 해 10월에는 백제보 상류에서 60만 마리 이상의 물고기 사체를 수거했다. 물고기 씨가 마를 정도로 대참사였다.
예견된 참사였다. 지난 2009년 국립환경과학원은 4대강 사업 전 수질예측을 통해 조류 농도가 최대 2.3배까지 증가한다고 예측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4대강 사업이 수질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판단하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과 대화>라는 특별생방송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15년 8월 말, 일본의 신슈대학교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조사한 4대강 조사에서 박호동 신슈대학교 교수가 금강의 남조류 측정을 하고 있다. ⓒ김종술기자[/caption]
결과적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은 헛소리였다. 금강엔 해가 갈수록 농도 짙은 녹조가 창궐했다. 이를 빗댄 '녹조라떼', '녹조구장', '녹조카펫'이라는 녹조시리즈가 탄생했다. 숫자로도 증명됐다. 지난 2015년 8월 말, 일본의 신슈대학교가 대한하천학회와 공동으로 측정한 4대강의 마이크로시스틴 농도는 영산강(영산) 196ppb, 금강(고마나루) 310ppb, 한강(가양) 386ppb, 낙동강(달성) 434ppb에 이르렀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치는 리터당 1마이크로그램, 즉 1ppb(ug/L)이다.
당시 측정을 맡은 박호동 신슈대학교 교수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지난해 세종보 수문이 개방되면서 물 밖으로 드러난 강바닥은 온통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로 덮여있었다. 실지렁이 붉은깔따구는 환경부 수 생태 4급수 오염 지표종이다. ⓒ김종술기자[/caption]
금강이 살구 빛으로 변했다. 촛불이 탄생시킨 정권은 금강에도 희망의 불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죽어가는 4대강을 살리기 위해 수문개방을 조치했다. 굳게 닫혀 있던 철문이 열렸다. 잠자던 강이 깨어나 흐르게 됐다. 수문개방 6개월, 금강에 모래와 자갈이 돌아오면서 살구 빛을 띠고 있다.
하지만 4대강 사업의 참사는 끝나지 않았다. 물고기 사체를 다른 물고기가 뜯어 먹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벌어지고 있다. 새들과 야생동물도 허기진 배를 달래려 썩은 사체에 달려들고 있다. 악취와 날벌레로 시달리는 주민들의 원성도 커졌다.
그래서다. 금강은 개살구다. 강바닥엔 아직 씻겨나가지 못한 시커먼 펄이 쌓여 있다. 그속에 실지렁이와 붉은깔다구가 살고 있다. 수문은 열렸지만 강물의 흐름은 여전히 불안전하다. 비가 올 때마다 물길은, 하루는 이쪽 하루는 저쪽으로 오락가락 흐르고 있다. 겉만 번드르르한 개살구, 지금 금강이 그렇다.
이런 금강에 지난 16일, 몇몇 언론사가 왔다. 수문개방으로 나타난 작은 모래톱에 올라가 금빛 모래만 카메라에 담고 떠났다. 그들의 눈에는 죽어가는 물고기는 보이지 않았나 보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만나는 사람들은 이렇게 묻는다.
수문개방으로 여울이 만들어지고 있는 세종보 상류에 잉어들이 힘차게 거슬러 오르고 있다. ⓒ김종술기자[/caption]
난 요즘 가슴이 뛴다. 첫눈에 반했던 금강이 변하는 모습에 심장이 두근두근하다. 강에서 물고기가 떼를 지어 산란하는 모습을 봐도 그렇다. 물살을 타고 흐르는 모래와 자갈에 신이난다. 그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강물에 확 뛰어들곤 한다. 다만, 강에서 집으로 돌아올 때면, 발이 무겁다.
세종보 강바닥에 시커먼 펄 층이 쌓여 있어서다. 콘크리트구조물을 뛰어넘지 못한 물고기가하루가 멀다하고 죽어가고 있어서다. 하수구나 시궁창에 사는 실지렁이나 붉은 깔따구가 강바닥을 점령하고 있어서다.
그래서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4대강 사업. 강물을 가로막은 콘크리트는 하루빨리 걷어내야 한다. 권력에 상처받은 금강이 회복할 수 있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 식물인간에서 막 깨어난 금강의 미래는 우리의 관심에 달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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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보 상류 조그마하게 드러난 모래톱에 드러누워 금강의 지난날을 회상해 본다. ⓒ김종술기자[/caption]
난 바란다. 가족과 친구, 연인들이 금강으로 놀러오는 그날을. 아이들이 모래장난을 하고 강물에 뛰어들어도 안전한 그날을. 이런 날을 꿈꾸며 오늘도 장대비가 내리는 강변에서 잠을 잔다.


수문이 개방된 세종보의 상류의 모습- 맑은 물이 흐르고 모래와 자갈이 있다.ⓒ 이경호[/caption]
전면적으로 수문이 개방된 세종보와 공주보에서 변화의 가능성이 확인 되었다. 백제보는 조속히 개방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한 하루였다. 수질과 저니를 직접 채취하여 분석의뢰를 진행했다. 수질과 저니 각각 5개의 시료를 채취하여 분석을 진행한다. 수문개방 이전과 이후에 대한 과학적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 한다. 데이터가 나오기까지는 약 2주 내외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결과를 기대해본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것은 많은 언론 취재진이었다. 약 20여개의 언론사가 동행하여 취재를 진행했고, 많은 보도를 쏟아 냈다. 대부분 금강의 생태복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낙동강과 백제보등의 추가개방이 필요하다는 보도였다. 4대강 사업이 한참 진행중이던 시절에는 보기 힘든 취재경쟁이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라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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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취재열기를 볼 수 있다 .ⓒ 이성수[/caption]
현장 조사 중 흰목물떼새(환경부지정 멸종위기종 2급)를 만났다. 다양하게 생겨난 하천의 모래톱과 자갈밭이 없다면 불가능한 관찰이다. 세종보 상류에 넓게 드러낸 모래톱에 한 쌍이 번식을 시작한 듯 했다. 멸종위기종이 세종보상류에 다시 찾은 것이다. 흐르지 못하고 썩어가는 강물로 악취와 붉은 실지렁이로 가득 찼던 금강은 수문이 개방되자 멸종위기의 생명들도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검고 악취로 가득했던 펄이 고운 모래로 변하면서 생기는 반가운 변화이다.
4대강 사업이후 매년 4월부터 녹조를 걱정해야 했던 세종보의 모습이 아니었다. 일부 물이 고이는 지역에 국지적으로 녹조 발생가능성은 있으나 대규모 녹조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문 개방으로 유속이 빨라지고 자정능력을 회복하며 탁했던 수질이 맑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물이 빨라지면서 자갈과 모래가 맑은 물과 흐르는 모습을 너무나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지난해 4월 녹조가 발생하고 녹조사체가 떠다니던 세종보라고 느끼기에는 차이가 확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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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세종보 상류 탁도가 매우 높은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 이경호[/caption]
반면에 수문이 개방된 세종보에 비해 인근 수막재배 농가의 항의로 수문을 닫은 백제보는 상대적으로 높은 탁도를 보였다. 이제 녹조를 걱정해야 되는 시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 했다. 백제보는 매년 7~8월이 되면 대규모 녹조가 발생한다. 올해도 수문이 열리지 않는 한 녹조를 걱정해야 한다. 녹조의 독소가 농작물에 들어가면 인체 피해까지 있을 수 있어 개선이 필요하지만 수문이 열리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 될 수 밖에 없다.
수막재배 농가에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에서 1차 개방을 하기로 했지만, 이조차 농민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하수위가 감소하면 현재 하우스 재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농민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수막재배 시기가 끝났기 때문에 지하수 사용량이 줄어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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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발생한 백제보 상류 녹조.ⓒ 이경호[/caption]
정부는 11월까지 모니터링을 통해 수문개방 결정여부를 판단하려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실제 수문을 열어보아야 한다. 이번 수문개방을 통해 실제 수막재배 농가에 피해가 발생하는지 모니터링을 해야 하지만 이조차 할 수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피해가 발생한다면 적정한 보상을 하고, 수문을 열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재 수문개방의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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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상류 저니토 -검게 썩은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성수[/caption]
지난해 11월 1차 개방시에 피해가 발생했다며 수문을 닫았다. 하지만 과학적으로는 수막재배시 사용하는 용수량이 많아서 지하수위가 내려갔을 수 있다는 것이 관계당국의 설명이다. 때문에 수막재배가 끝난 시점에서 다시 보 수위를 내려보기로 했으나, 농민들이 이를 막아선 것이다. 11월 개방시에 피해가 없었던 수준까지 우선 수위를 내려보고, 이후를 조정하자는 제안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농민들의 불안감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을 관계기관에서 마련해야 하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이런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는 수문개방을 해봐야 한다. 실제 피해가 발생 하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백제보도 세종보처럼 수문이 개방될 수 있도록 농민과 관계당국의 협의와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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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흘러야 한다 .ⓒ 이성수[/caption]
이번 현장 조사를 통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그대로 두는 것만으로도 생태계가 복원 된다는 간단한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생명이 돌아오는 금강의 세종보의 모습은 여전히 수문이 개방되지 못하고 썩어가는 백제보나 낙동강의 수문을 열어야 하는 이유이다. 죽어가는 4대강을 살리는 시작점이 되기 위해 앞으로 수문개방은 더 많은 곳에서 진행해야 한다.
문의 : 물순환담당 02-735-7066
2018년 5월 8일 성남 탄천을 가로질렀던 미금보가 철거되고 있다.ⓒ성남환경운동연합[/caption]
8일인 오늘, 서울 한강의 대표적인 지류인 탄천에 설치된 미금보의 콘크리트 구조물 철거가 시작됐다. 환경운동연합은 미금보 철거를 검토하고 실행에 옮긴 성남시의 결정을 환영하며, 하천 복원 정책의 모범사례로 평가한다. 성남시의 미금보 철거는 우리나라 하천정책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신호탄으로서 의미가 있다. 앞으로 4대강 보와 성남시 탄천에 아직 남아 있는 14개의 보를 비롯해 용도와 기능없이 하천에 방치된 구조물에 대한 검토와 철거가 이뤄지기를 촉구한다.
이번 미금보 철거에서 짚어야 할 것은 미금보가 오랫동안 수문을 개방했지만 그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미금보는 탄천의 흐름을 막아 수질오염과 악취를 유발했고 수질 등급은 가장 낮은 6등급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악취를 문제삼은 주민민원에 따라 수문을 개방했지만 수문이 있는 쪽만 하천의 흐름이 발생하고 수문이 없는 곳은 지속적으로 물이 고여 있어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했다. 이에 성남시가 전향적으로 철거를 결정한 것이다.
4대강 보도 유사한 사례가 있다. 연내에 처리방안을 확정하기 위해 수문개방과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는 보 가운데 금강의 세종보다. 오랫동안 수문을 전면개방한 구간은 유속이 늘어나 빠르게 모래톱이 회복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보 구조물로 인해 사수역이 된 곳은 오염이 제거되지 않은 채 악취를 풍기고 있어 단순히 수문개방만으로는 온전한 자연화가 되기 어려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지금은 하천을 복원하기 위한 해법을 검토해야하는 때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보 개방과 모니터링, 평가, 철거를 검토한 성남시 하천정책을 모범사례로 평가한다. 성남시는 미금보 철거를 통해 맑게 흐르는 탄천을 성남시민에게 선사했다. 4대강 수문개방 모니터링을 비롯해 연내로 결정되는 보처리방안 등 앞으로 정상화된 하천정책을 통해 4대강 보 철거와 재자연화가 가능하다는 희망을 우리 국민이 선물받기를 기대한다
문의 : 물순환담당 02-735-7066

기온이 상승하면서 자라기 시작한 큰빗이끼벌레는 40cm가 넘어 보였다.ⓒ 김종술[/caption]
금강 본류에서 사라졌던 외래종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Pectinatella magnifica)가 다시 나타났다. 손가락 크기부터 40cm가 넘는 것까지 발견되었다. 그런데 정부는 큰빗이끼벌레 출연에 따른 상황 파악도 못 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는 지난 2014년 4대강 금강에서 처음 발견된 이후 낙동강, 영산강, 한강 등에서 발견됐다. 저수지나 댐 등에서 축구공 크기로 간혹 발견되던 큰빗이끼벌레는 급기야 2m가 넘는 것부터 최대 3.5m 크기까지 발견되었다. 그러나 2015년 이후부터 금강의 수질이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본류에서 자취를 감추었다(큰빗이끼벌레조차 서식할 수 없을 정도로 수질이 악화되었다는 뜻). 본류에서 사라진 큰빗이끼벌레는 지천과 만나는 합수부 또는 지천에서 다량 발견되었다.
2016년부터는 충남 공주시 유구천과 세종시 대교천, 청양군 지천에서 발견되었다. 또 서천군 농경지 수로와 농사를 짓고 있는 벼 포기에 붙어 자라는 모습이 지역방송을 통해 보도되면서 충격을 줬다.
큰빗이끼벌레가 농경지와 지천으로 유입된 경로는 금강에서 퍼올린 강물이 농업용수 양수장을 통해 휴면아(休眠芽)가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또 새와 낚시꾼들의 낚싯대에 붙어서 지천 및 인근 저수지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할 뿐 정확한 조사 자료가 발표된 적은 없다.
탁한 물속에 죽은 나뭇가지에 큰빗이끼벌레가 군체로 성장하고 있다.ⓒ 김종술[/caption]
7일 모니터링을 위해 찾아간 금강은 세종보와 공주보 수문이 전면 개방된 상태였다. 하류 백제보는 인근 시설재배 농가의 지하수 고갈 민원이 발생하여 닫힌 상태다. 굳게 닫힌 백제보 수위의 영향은 공주보 상류 백제큰다리까지 맞닿아 있었다.
상류 세종보의 수문이 전면 개방되면서 세종시 청벽과 공주시 공산성 앞은 겉보기에 강물이 맑아 보였다. 그러나 공주보에 다가갈수록 강물은 축산 분뇨처럼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정지된 강물에서는 저수지나 늪지에 서식하는 마름이 피어나고 있다. 탁한 강물에서는 시궁창 악취가 풍겼다. 낮은 물가에서는 쌓인 펄 때문에 발목이 푹푹 빠져들었다.
지난해 가뭄을 틈타 건설된 공주보에서 예당저수지로 공급하는 도수로는 외관은 말끔하게 단장해 놓았다. 파란색 부유물 차단 펜스가 설치된 '백제양수장' 시멘트 벽면과 부유물을 밀어내기 위해 설치한 수차에는 낯익은 생명체가 붙어 자라고 있다. 지난 2014년 4대강을 논란에 빠트렸던 태형동물 큰빗이끼벌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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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수로를 통해 예당저수지로 강물을 공급하는 ‘백제양수장’ 구조물에도 큰빗이끼벌레는 자라고 있었다.ⓒ 김종술[/caption]
백제양수장을 관리하는 한국농어촌공사 수계사업팀 담당자는 "백제양수장은 지난 2월 말에 준공을 끝마쳤다. 준공 이후 가동은 하지 않았다. 지난해처럼 가뭄 등 응급 상황에서만 가동할 예정이다"라고 했지만, 정작 필요한 응급 상황에서 가동이 될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래종인 큰빗이끼벌레 원산지인 캐나다에서도 양수장 취수구에 큰빗이끼벌레가 붙어 자라면서 취수관을 막아 용수 공급을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 바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대로 큰빗이끼벌레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되면 물 속 산소가 부족해져 물고기가 죽는 등 물속 생명체들에게도 피해가 예상된다.
하류로 더 내려가 보았다. 부여군과 청양군을 연결하는 왕진교 인근 낮은 수몰 나무 부근에서는 물고기들이 산란하느라 나뭇가지에 몸을 비비면서 주변이 온통 흙탕물이다. 인근 물속 나뭇가지와 수초에서 20~30cm 크기의 큰빗이끼벌레가 자라는 모습이 포착됐다.
백제보 상류 우안 물고기 관찰로 주변은 줄풀, 부들, 마름 등이 뒤섞여 촘촘하게 자라고 있다. 물고기가 뒤집어 놓은 강물은 흙탕물이다. 그러나 미동이 없는 강물에서는 스멀스멀 녹조가 생겨나고 있다. 녹조가 핀 강물에서 물고기들만 머리를 치켜들고 다닌다. 관찰로 기둥인 H빔에도 40cm가 넘는 큰빗이끼벌레가 붙어 있다.
탁한 물속에 죽은 나뭇가지에 큰빗이끼벌레가 군체로 성장하고 있다.ⓒ 김종술[/caption]
환경부 담당자는 "수문개방으로 각종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다"라며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에 대한 조사도 전문가와 국립환경과학원에서 함께 하는 만큼 어느 지점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알려주면 조사단을 보내 현장 확인을 하겠다"고 했다.
국내 유일 태형동물 전공자이자 우리나라 큰빗이끼벌레 이름을 붙인 서지은 우석대학교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환경부 조사단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전문가로서 개인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큰빗이끼벌레가 외부환경적인 변화도 있지만, 한해는 급증하고 다음 해는 안 보이는 경우도 있다. 현재 수문개방에 따른 모니터링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서 딱히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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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보 상류에서 건져 올린 큰빗이끼벌레를 손으로 가르자 붉은 속살이 보이면서 심한 악취가 동반했다.ⓒ 김종술[/caption]
전문가에 따르면 큰빗이끼벌레는 첫 번째 개충이 무성생식으로 정자와 난자가 수정해서 만들어진다. 군체를 보면 안에 새까만 점 같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휴면아' 또는 '휴지아'라고 한다. 월동을 한 후 봄에 수온이 12도 정도로 오르면 첫 번째 개충이 (무성생식의 한 가지인) 출아법에 의해 군체를 형성하여 엄청나게 커진다.
수온 25도는 큰빗이끼벌레가 제일 좋아하는 온도로 이때 급격하게 번성한다. 수온이 15~16도로 떨어지면 군체가 와해된다. 다 죽게 되면 휴면아가 바닥에 가라앉거나 물 위에 떠다닌다. 이후에는 휴면아가 물속에서 다시 월동하는데 추위에도 엄청나게 강하다. 큰빗이끼벌레 같은 종은 염분에도 강하다.
지난 1995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견되었다. 이 외래종이 들어오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식장에서 키우는 수입 물고기를 통해 큰빗이끼벌레 휴면아(休眠芽)가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4대강 사업 전 물이 흐르는 하천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없었다. 전부 물이 갇혀 있는 댐과 저수지 위주로, 강원도 춘천댐과 저수지, 금강의 대청댐과 저수지 등에서 발견되었다.
큰빗이끼벌레 휴면아는 내부의 세포덩어리를 딱딱한 키틴질이 둘러싸고 있는 태형동물의 특수 구조로, 열악한 생존 환경을 견딜 수 있게 한다. 그러다 온도 등 생육 조건이 맞으면 세포덩어리에서 새로운 개체가 형성된다. 처음 발화할 때는 일조량과 관계가 있어 약간 그늘진 곳에서부터 번성해나가기 시작한다. 너무 깨끗한 곳과 오염된 곳에서는 살지 않는다. 양식장 주위 녹조와 동물성 플랑크톤이 있거나 붙어 있을 수 있는 장소에서 집단서식하기도 한다.
큰빗이끼벌레는 정체 수역에 사는데, 4대강 사업 전 유속이 있는 흐르는 강물에서는 살지 못하던 것이, 콘크리트 보가 세워지면서 물이 느려지고 먹잇감인 녹조류와 동물성 플랑크톤이 많아지자 대량 번식한 것이다. 지난 2014년 "금강에서 발견한 큰빗이끼벌레"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환경부 담당자가 "큰빗이끼벌레가 뭐예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낯선 생물체였다.
한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보 상시 개방, 4대강 사업의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에 대해 정책감사 지시에 따라 4대강 보 개방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다. 모니터링은 수질, 수생태, 수리 수문, 지하수, 물이용, 경관, 하천시설, 농어업, 퇴적물, 구조물(하상), 지류(하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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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녹조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강물에 물고기들이 머리를 치켜들고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김종술[/caption]
문의 : 물순환 담당 02-735-7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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