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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국 사회] 나이와 참정권 / 서복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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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국 사회] 나이와 참정권 / 서복경

익명 (미확인) | 수, 2017/01/25- 14:31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최근 어떤 정치인의 대통령선거 후보 자격을 둘러싼 논란이 일었다. 공직선거법 16조 ‘선거일 현재 국내에 5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이라는 문구의 해석 때문이다. 그런데 이 문장의 나머지 부분, ‘40세 이상의 국민은 대통령의 피선거권이 있다’는 조건은 어떤가? 왜 서른아홉 살까지는 자격이 안 되고 마흔이 되어야만 자격이 생기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또 같은 조항에 따르면, 국회의원 선거, 지방의회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후보자가 되려면 ‘25세’가 되어야 한다. 선거권이 발생하는 19세도 아니고 굳이 ‘25세’가 기준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는 법조문에 어떤 규정이 있으면 으레 합당한 이유가 있으려니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피선거권을 40세, 25세로 제한한 규정에는 민주주의 원리나 가치, 다른 법률 규정들과의 형평성, 국제규범 등 그럴듯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 1948년 제헌헌법을 만들 당시에는 대통령을 국회에서 선출했다. 국회의원인 자 중에 대통령을 선출했기 때문에 대통령 후보의 자격기준이 별도로 필요하지 않았다. 1952년 개헌으로 대통령을 직접 선출하게 되면서 선거법에 자격기준을 만들었는데, 그때 처음 도입된 것이 ‘40세’가 되어야 출마할 수 있다는 규정이었다. 1963년 제3공화국 헌법을 개정할 때 이 조건은 헌법에 삽입되었고, 1987년 헌법에도 이 조항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러니 굳이 이유를 따지자면, 1952년 전란 와중에 군대를 앞세워 진행된 ‘발췌개헌’으로 대통령 직접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2대 국회의원들이 급조한 자격요건을 헌법에까지 반영해 지금까지 물려받고 있기 때문이라 하겠다.

국회의원 피선거권 ‘25세’의 역사적 연원은 이보다 더 깊다. 1948년 제헌국회 국회의원선거는 미군정기 만들어진 선거법에 따라 실시되었다. 미군정기 한인 입법 자문기구였던 남조선과도입법의원에서는 피선거권 자격을 25세와 30세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고 결국 25세로 결론이 났다. 제헌국회는 선거법에 이 조항을 그대로 반영했고 지난 수십년 동안 이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시 25세 기준에도 어떤 연원이 있지 않았을까?

글쎄다. 대한민국의 해방 이전 법통을 찾으라면 당연히 임시정부다. 1940년 충칭으로 근거지를 옮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1941년 11월 임시정부의 헌정 구상을 종합해 ‘건국강령’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선거권 연령 기준은 18세였고 피선거권은 23세였다. 물론 신앙, 교육, 출신, 재산, 성별에 따른 제한도 없었다. 임시정부의 참정권 인식은, 제헌국회보다 더 앞서 있었을 뿐 아니라 21세기를 살아가는 대한민국보다도 더 진일보해 있었던 셈이다.

대한민국 헌법이 채택하고 있는 보통선거권 체제는 인류가 신분이나 재산, 성별, 인종 등 참정권을 제한했던 요건을 어렵게 폐지해온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이 체제에서 ‘모든 국민’은 가능한 한 제한 없이 참정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현존 민주주의 체제들이 마지막으로 유지하고 있는 제한요건이 ‘나이’이긴 하지만, 이마저도 부단히 그 문턱을 낮추어온 것이 세계 민주주의의 흐름이었다. 어차피 현재 참정권을 제한하고 있는 ‘나이’가 선대 입법자들이 뚜렷한 이유 없이 만든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일 뿐 그럴듯한 이유를 찾기 어렵다면, 1941년 임시정부의 ‘건국강령’ 수준으로 되돌아가보는 것은 어떤가. 게다가 지금은 ‘나이’가 사회적 능력을 보증해주었던 농경사회가 아닌 21세기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0250.html#csidxa1bc33267b35990aa5804306fd4472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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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최사 / 활동명

 

▷ 활동내용

  • <서복경의 정치생태보고서> 팟캐스트를 제작/운영할 3기 팀원 모집

 

▷ 모집 기간

  •   ~ 2017. 03. 17 (금)

 

▷ 모집 인원

  • 0명

 

▷ 모집 대상 및 우대사항

  • 전사회적 ‘정치’ 어그로에 지치신 분
  • 지나친 완벽주의로 디테일에 목숨 거시는 분
  • 평소 방송제작에 관심이 많은 언론고시 준비생
  • 서복경 쌤의 인사이트 폭격에 몸을 맡기고 싶으신 분

 

▷ 졸업생 가능 여부

  • 가능

 

▷ 참가 비용

  • 없음

▷ 활동 지역 및 기간

  • 서울
  • 2017년 4월부터 4개월간(월 4회 오프라인 모임)

 

▷ 활동 혜택

  • 정치에 대한 풍부한 식견을 키울 수 있다
  • 서복경 선생님의 인사이트 폭격을 맞을 수 있다

 

▷ 참가신청

 

▷ 공식 카페/블로그 및 SNS

월, 2017/03/0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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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지방선거를 청소년이 참여하는 첫 선거로!”

 

평등권과 참정권 침해하는 선거법 15조, 헌법소원 기자회견 개최

일시 장소 : 2017.12.14.(목) 14:00, 헌법재판소 정문 앞

 

  • 취지 및 목적

우리나라 전체 인구에서 19세 미만 인구 비율은 2015년 기준 전체 국민의 약 21%에 해당한다고 함. 그러나 전 국민의 20%가 넘는 이들은,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가장 핵심적인 주권행사의 방법인 공직 선거권이 없음. 

 

현행 선거법 15조 등에 따르면 19세 미만 청소년 등은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뿐 아니라 교육감 선거 등 모든 공직선거에서 대표자를 선출할 권리가 없음. 교육 정책과 입시제도, 대학 등록금, 청년 일자리 등 다양한 정책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라는 측면에서 이들 연령대의 목소리가 정치에 반영될 수 있어야 할 것임. 특히 현재 선거권을 제한받기 때문에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되지도 않은 결정사안에 대해서 미래에 책임과 의무를 부담하게 됨.

 

지금까지 6차례에 걸쳐 헌법재판소는 선거연령 제한의 위헌확인 사건에서, ➧선거권연령의 결정은 입법자의 입법재량이고, ➧19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독자적 정치적 판단능력(성숙성)을 인정할 수 있고, ➧ 교육적 측면에서의 부작용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주요 논거로 현행 선거법 제15조의 선거연령 19세 이상을 합헌이라고 결정함. 

 

그러나 세계적으로도 OECD 34개국 가운데 19세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함. 최근 세계적 추세는 선거연령을 16세로 낮추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도 함. 

 

이에 참여연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현행 일률적으로 선거일 기준 19세 이상의 국민에게만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은 평등권, 참정권을 침해하며, 참여는 더 넓게, 제한은 최소한이라는 선거의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보아, 헌법소원을 제기함.

 

특히 이번 헌법소원은 교육정책 등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청소년이 자신들의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 16세 청소년도 청구인으로 참여함. 

 

  • 기자회견 개요
    제목 : “6월 지방선거를 청소년이 참여하는 첫 선거로!” - 선거연령제한 헌법소원
    일시 및 장소 : 2017.12.14.(목)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정문
    주최 참여연대,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순서 :
    나는 왜 선거연령 제한 헌법소원 청구인이 되었나 - 16세, 18세, 19세 청구인 각각
    이번엔 꼭 바꿔야한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1인 
    헌법소원 취지 -  허진민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질의응답
    헌법소원 청구서 제출
 
 
수, 2017/12/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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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우리 사회는 2016년 가을부터 시작되어 현직 대통령의 해임으로 이어진 긴박한 시간을 지나, 다음 정부를 구성하는 또 다른 긴박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지나고 있는 역사적 시간을 해석하고 대안을 논하는 공론장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현재와 미래를 설명하는 민주주의자의 언어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된다.

일례로, ‘적폐 청산’이라는 언어가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이 다층적인 문제들과 해결 방안을 담은 언어로 적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정점으로 행해진 일련의 위헌·위법행위가 여태 드러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여 온전히 밝혀져야 하는가? 당연히 그렇다. 그들이 행한 범죄들이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또한 그렇다.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절한 제도적, 실천적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는가? 물어 무엇하랴.

그런데, 이런 사회적 동의가 ‘적폐 청산’이라는 언어에 담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가 되지 않는다. 이 언어가 공식 정치담론으로 등장한 것은 2014년 세월호 사건 이후 대통령의 언어에서였다. 당시 그가 무엇을 ‘적폐’로 지목하고 어떻게 ‘청산’하고자 했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 언어가 가져다준 충격은 생생히 기억한다. 민주주의자의 언어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말뜻 그대로 풀이하자면 오랫동안 쌓여온 폐해를 일거에 해결한다는 것인데, 무엇이 ‘적폐’이며 어떻게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까? 누가 ‘적폐’의 내용을 정의하는 권한을 가질 것이며, 또 누가 ‘일거에’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박 전 대통령은 아마도 자신이 ‘문제’라고 생각한 어떤 제도나 관행을 ‘적폐’로 정의했을 것이고, 본인 스스로가 그것을 해결할 권한을 갖겠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는 주체는 주권자인 시민들이어야 한다. 시민적 공론장이 자유롭게 작동하고 그곳에서 문제가 정의되면 법 앞의 평등 원리를 적용하여 해결해가는 과정이 중단되지 않고 계속되는 것, 그 자체가 민주주의다.

민주주의에서 법 앞의 평등, 법치의 원리는 언제나,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하는 일반규범이다. 이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태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으므로, 지금부터라도 이 원리가 작동하게 만들어야 함은 당연하다.

아마도 지난 정부가 저지른 온갖 위헌, 위법행위들을 제대로 조사하고 처벌하는 과정은 다음 정부 내내 진행되어야 할 만큼 긴 시간을 요할 것이다. 우리는 그 과정을 한 단계, 한 단계 집요하게 밟아나가는 것으로부터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리를 우리 사회의 굳건한 규범으로 세워야 한다. 정치·경제 권력을 가진 자라고 하여 수사와 처벌을 피해갈 수 없으며 평범한 시민들과 똑같은 지위로 그들 또한 법 앞에 서야 한다는 것을 실천으로 확인해나가는 긴 과정이 필요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그리하여 그들은 몽땅 처벌받았다’가 아니라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감시하면서 ‘법 앞의 평등’ 원리가 작동되도록 만들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라는 과정적 규범을 세우고 함께 확인하는 것이다. 그들이 몽땅 조사받고 처벌받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민주주의 제도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들을 할 것이다. 그러나 과정과 실천으로 확인하는 ‘법 앞의 평등’ 원리가 작동한다면, 그 누군가의 수는 좀 더 줄어들 것이다. 그렇게 우린 네버엔딩 스토리를 계속해서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7587.html#csidx65d2ec46b477f3aa30d4758625fc34f

수, 2017/03/22-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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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발전소 2017년 5월 수입지출 내역입니다.

 

2017년 5월 수입지출 내역

월, 2017/06/1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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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7, 8년 전의 일이다. 연말에 업무상 일하던 사람들과 송년회 겸해서 회식을 했다. 한 해 수고했다며 이런저런 덕담을 나누고 있던 참에 연세도 많고, 지위도 높던 한 사람이 테이블에 놓여 있던 바나나를 집어들면서, “이 바나나 어떻게 먹는지 알아요?”라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뭐지? 이 사람?’ 그 사람이 이전에도 회식 자리에서 이상한 농담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었기에 올 것이 왔다 생각했다. 주변 사람들이 당황해하거나 말거나, 그는 점점 농담의 수위를 높여갔다. 속에서는 화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내 얼굴은 붉으락푸르락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을 버티다, 그의 말을 끊어주길 기대했던 남자 동료들이 농익은 농담으로 화답하는 순간, 머리보다 몸이 더 빠르게 움직였다.

[세상읽기]일부러 화를 낸다는 것

“어허허험” 헛기침을 크게 하며 그의 말을 끊고, 거의 고함치듯 “그만하시죠!”라고 외쳤다. 나의 얼굴은 당혹스러움과 화로 벌개져 있었다. 당황한 그는 “겨…경미씨. 무슨 뜻인지 이해해요?”라고 되물었다. “중·고등학생들도 다 알죠. 지금 하신 말”이라고 대답했다. 일순간 분위기는 얼어붙었다. 내 눈은 이글거리고 있었고, 그 사람은 당황해서 말을 잇지 못했고, 그의 농담에 화답했던 다른 사람들은 부끄러움에 조용히 입을 닫았다. 그렇게 어색한 시간이 흐른 후, 억지로 몇 마디를 나눈 후, 그는 먼저 일어나야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직급이 높은 사람인지라 다들 예의를 갖추기 위해 문 앞까지 배웅을 나갔다.

“안녕히 가십시오”라고 인사를 하자 문을 나서던 그가 뒤돌아서, “저…. 김 국장. 내가 음담패설하는 그런 사람 아닙니다. 오해 마세요. 그냥 재밌자고 한 말입니다”라고 변명을 했다. “네”라고 웃으며 답했지만 눈으론 ‘당신, 음담패설 한 것 맞습니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해 겨울, 이런저런 연구모임과 회의에서 그를 거의 보지 못했다.

그날을 복기하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친한 사람들도 아닌 공적으로 만난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음담패설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일 테다. 그런데 그는 ‘너무 쉽게’ 음담패설을 시작했다. 한 번의 주저함도 없이 말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몇 번을 생각한 끝에 내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이렇다. ‘그동안 그 누구에게도 제지당한 적이 없었구나.’ 그제야 자신의 농익은 농담을 이해하고 있느냐고 놀라 되묻던 그의 당혹스러운 표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 사건 이후로 일부러 화를 낼 때가 있다. 눈으로 ‘당신 지금 (인격이) 벌거벗은 상태예요’라고 말해줄 때가 있다. 그렇게 화를 낼 때마다 속이 후들거린다. 까칠한 사람으로 보이진 않을까, 조직에 적응 못하는 사람으로 찍히진 않을까 하는 걱정에 며칠씩 잠을 잘 못 이룬다. 내가 화를 입었는데, 되레 화를 당할까 두려워해야 하는 상황에 속이 상한다.

그럴 때마다 그 사람을 다시 떠올린다. 그 사람의 벌거벗은 인격으로 또 다른 누군가가 고통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용기를 낸다. “그만하시죠”라고 당당히 그의 말을 끊어내도 괜찮다는 걸, 동료들에게 알게 해주고 싶어 힘을 낸다. ‘당신 나에게 고마워해야 돼요. 그렇지 않음 벌거벗은 채 온 동네를 돌아다녔을 텐데, 지금이라도 옷을 차려입게 되었으니 말이에요’라고 생각한다.

두려운 마음이 들 때마다 내가 배운 민주주의 원리에 대해 떠올린다. 그와 나 사이 놓여 있는 직급의 차이는 사람의 높고 낮음이 아닌 주어진 역할의 차이일 뿐이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은 민주시민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덕목이다. 이것을 알고 나니 마음을 다치지 않고 문제를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피해자와 가해자로서가 아닌, 그에게 ‘동료 시민으로서 예의’를 갖춰주길 정중히 요청할 수 있게 되었다.

일부러 화를 낸다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 그럼에도 화를 내야 할 일이 있으면 나는 또 화를 낼 것이다. 이상한 농담에 불편했던 나와, 원치 않음에도 그 농담에 화답해야 했던 동료들과,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모르던 그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 참, 그날 이후 그 사람은 옷을 차려입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김경미 정치발전소 이사>

원문보기:
http://m.khan.co.kr/view.html?artid=201703302038045&code=990100&med_id=khan#csidx70a1c77ab638522bba0abf33ea08ccb

금, 2017/03/3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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