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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는 다른 삶, 사회적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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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과는 다른 삶, 사회적 경제

익명 (미확인) | 화, 2017/01/17- 11:25

시장과 사회적 경제라는 제목을 정해 놓고는 한동안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칼럼이라는 제약된 공간에 다루기에 주제가 너무 큰 탓도 있지만, 양자 간의 성격과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는 할 지 한동안 망설였다. 단순하게 현재의 시장기능이 갖는 비인간적인 탐욕을 비판하고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를 설정하고 소개하는 수준에서 글은 쓴다면 쉽게 해결될 일이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연 사회적 경제가 문제투성이지만 인간의 삶에 풍요를 가져온 시장경제를 대체할 수 있는 주류적 대안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자본제적 시장경제의 폐해를 보안하는 장식물 수준으로 머물 것인지, 양자가 병립하면서 각자의 영역을 유지하는 가운데 서로에게 상호작용을 하는 것인지, 대립적으로 충돌하면서 역사의 사건을 통하여 결국 한축이 실질적으로 소멸해갈 것인지 등 쉽지 않은 의문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결국 필자 스스로 구한 타협은 ‘인간이 왜 사냐’는 질문에 대답이 없듯이, 본 주제 역시 결국은 ‘인간에 대한 탐구’이고 따라서 산술문제처럼 명쾌한 정답이 없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편하게 글을 시작해 본다.

시장의 발전과 자본주의

일단 시장경제는 개인을 생존본능적 탐욕과 편함을 추구하는 존재로 파악하고 개인적 욕망이 시장을 움직이는 기본 동력으로 파악한다. 반면 사회적 경제는 인간과 인간사이의 협동과 가치를 중심으로 활동 영역을 설정한다. 따라서 인간의 외양적 존재양식으로 개인과 사회, 그리고 내면적 형질로서 탐욕적 이기심과 협동적 이타주의라는 상반된 주제를 함께 마주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시장이 본격적으로 인류사회에 도입된 시대는 중국의 송대(宋代)라고 알려져 있다. 중국미술사의 3대 보물로 알려져 있는 청명상하도(淸明上下圖)는 송대를 묘사한 그림으로 길이가 50미터가 넘는 비단폭에 당시의 화려한 도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는 대로변에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고 곳곳에 다양한 물산을 만들고 판매하는 모습을 정밀하고 화려하게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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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상하도의 일부.

이후 중국사회는 시장이라는 놀라운 기제를 통하여 서구의 산업혁명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청의 건륭제 시대까지 인류사에서 물산이 가장 풍요로운 사회를 형성해 왔다. 이러한 역사적 유전인자가 굴욕적인 근대 역사를 극복하고 굴기하는 현대의 중국에서 재현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필자의 앞선 칼럼 ‘한국, 자유주의 결핍인가, 과잉인가’에서도 언급했듯이, 중세 말 자유도시의 출현과 함께 태동한 상업주의 기반 위에 증기기관의 발명 등 과학기술과 결합한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생산의 역사는 그간 완만한 산술적 속도에서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하였다.

수렵에서 농업의 시대로부터 정착된 수 만년의 긴 세월 동안 생산력이 두 배 정도 증가하는데 천년이라는 기간이 필요하던 시대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난 18세기 이후에는 같은 생산력의 증가를 수 십년 단위로 이루어내는 시대로 급작스레 진입하게 된다.

이러한 기하급수적 생산력 증대를 가져온 삼백 여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인류사회는 생물적 존속에 필요한 식량과 의복을 포함한 기초재의 해결을 넘어서서 대중적으로 풍요를 즐길 수 있는 대량생산과 유통이 가능한 경제력과 기반시설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왕성한 생산확장과 경제활동에는 역시 시장이라는 기제가 중심적으로 작동하여 왔다. 전통적으로 자신이 만들어낸 물건 또는 역할을 생활에 필요한 타인의 물건과 역할로 교환하고 매매하던 시장이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성격과 기능이 변하기 시작한다.

C-M-C’ (C:물건, M:화폐)로 표현할 수 있는 물물중심의 거래방식이 상업주의 시대에는 화폐가 중심매체가 되어 M-C-M’ 로 대체되고, 다시 산업혁명을 거치는 동안 M-P(N,L,T,,…)-C-M’ (P:생산과정, N:자연-토지와 원료, L:노동, T:기술,….)으로 바뀌어 가면서 M’ -M = ∆M, 즉 자본의 자기증식이 시장의 주요한 목적으로 변질되었다.

18세기이후 합리적 이성과 과학주의가 사구사회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면서 상기 일련의 과정을 설명하려는 학문적 노력이 다양한 시각에서 이루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또한 실천적 노력의 과정이다. 문제는 이를 자신의 탐욕을 실현하는데 악용한 지배집단의 이데올로기 작동방식이었다.

경제학의 탄생…인간행위에 대한 수리적 도식화

“우리가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건 푸줏간 주인, 술도가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덕분이 아니라, 그들이 자기 이익을 챙기려는 생각 덕분이다”라는 이야기로 잘 알려진 아담 스미스(1723-1790)만큼 우리에게 잘못 소개된 인물도 드물다.

국부론(The wealth of Nation)이라는 저서를 통하여 그동안 윤리학에 속하여 있던 경제라는 영역을 별도로 분리하여 독립된 학문으로 개척한 아담 스미스는 단순히 분업론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노동가치설, 자본축척론, 특혜와 독점에 대한 비판 등을 주창하였다.

또 주연구 분야인 윤리학 분야의 저작 ‘도덕감성론’을 통하여 인간사회의 도덕과 정의, 질서 등 광범한 주제를 다루었다. 또한 그 역시 가난한 이웃을 위해 평생 동안 상당한 기부를 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수공업적 가내공업에서 공장제 대량생산으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었고, 다수의 가내수공업적 공급체계라는 조건 속에서 이상적인 분업과 시장적 균형이론이 실제적으로 잘 적용되었으며, 우리에게 잘못 알려진 가공의 ‘스미스’와는 반대로 그는 미래로 다가오는 공장제적 대량생산이 가져올 독점적 특혜를 예측하며 매우 걱정을 했다고 한다.

시장에 대한 가장 심각한 왜곡은 자연과학의 성과로부터 시작되었다. 뉴턴의 역학을 중심으로 현상세계에 대한 물리학적 설명이 가능해지고, 이를 뒷받침하는 대수학적 이론이 발달하면서 시장과 경제현상 역시 물리학과 대수학적 방식으로 설명하려는 시도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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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학파의 주요 인물들 (이미지 출처: https://www.progress.org/articles/austrian-economics-explained)

스미스 등에 의해 주창된 고전적 정치경제학에 알프레드 마샬이 시장균형이론을 보태었고, 뒤를 이어 오스트리아의 한계효용학파들은 마침내 ‘개별적 인간=이기적 존재=한계효용 곡선점’ 이라는 대수학적 정의를 도입한다.

이로써 규정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서 살아있는 인간 개인들이 대수학의 공식을 그대로 복사한 경제학의 논리를 위하여 ‘경제적 동물’라는 상수조건으로 규정당하고, 수학공식과 같은 죽은 사물처럼 취급된다.

약육강식 정당화한 사회진화론

아담 스미스만큼 잘못 와전된 또 다른 인물이 찰스 다윈(1809-1882)이다. 위대한 그의 진화론은 생명과 자연생태계를 상호관계와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려는 실천적 방법론이고, 완성된 이론이 아니라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화두(話頭)였다.

그의 자연(환경)선택론은 여전히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대상이 생물계의 개체에서 군락으로, 그리고 인간의 사회와 문화 그리고 역사로 영역을 확장되고 있는 주제이다.

그러나 동시대의 스펜서 등 일군의 학자들이 진화론을 ‘적자생존’과 ‘약육강식’ 같이 저급하고 잘못된 이론으로 축소 해석하면서, 자본제 생성시기에 맞불려 살인적 노동자 수탈구조를 정당화하는데 악용되었다.

성장기에 있는 유소년들을 하루 18시간 이상 장기간 노동시키는 것도 약육강식의 논리로 정당화되었고, 뼈골이 빠지도록 일을 해도 가난을 못 벗어나는 것은 적자생존이라는 설명을 통하여 전적으로 자신이 못난 탓으로 돌려졌다. 19세기 초반에 입법화된 영국의 신빈민구제법은 이러한 논리위에서 형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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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왼쪽)과 허버스 스펜서. 스펜서는 찰스의 진화론은 인간사회에 그대로 적용하면서 인간사회 내의 약육강식을 정당화했다.

‘경제적 동물’과 ‘약육강식’이라는 단순한 규정과 천박한 이론이 자본증식의 탐욕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등장해 시장과 결합되면서, 과학기술과 산업혁명으로 찬란한 미래를 설계할 수 있었던 인류의 역사가 오늘날까지 끝없는 수탈과 처참한 전쟁과 고통스런 빈곤 그리고 인간소외로 점철되는 역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자본의 탐욕과 이를 정당화한 논리가 실제적으로 작동하는 시장이라는 기제가 함께 맞불려, 칼 폴라니가 표현했듯이, 악마의 맷돌로 변질되면서 지속적으로 우리 삶의 현실을 지배하게 된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는 구호는 실상 잘못된 현실을 은폐하고 기존의 기득권 질서를 유지하고 강화하려는 강력한 지배의 이데올로기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시장은 기본적으로 중립적이고 도구적 기제일 뿐이다. 문제는 사악한 인간들이 만들어낸 괴물 같은 논리와 제도로서의 체제인 것이다.

자본주의 극복을 위한 노력들

이러한 수탈적 자본제적 시장논리를 극복하자고 실천해 온 역사의 과정을 크게 세가지로 분류해 본다.

첫째는 마르크스를 중심으로 한 과학적 사회주의 또는 공산주의 방식,

둘째로는 사적 소유와 시장의 기능을 인정한 바탕위에서 정치적 합의와 제도개선에 방점을 둔 사회민주주의 방식,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인간의 자유와 해방을 중심으로 한 인문적 사회주의 흐름, 그리고 여기에 기초하여 발전해온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운동을 열거해 볼 수 있다.

사회주의 방식은 20세기를 경과하면서 소비에트가 해체되는 등 명백하게 실패하였다. 현존하는 북한은 더 이상 사회주의가 아니라 세습된 전제적 병영체제이다. 중국은 계획적 사회주의의 한계를 명백히 인정하고 자본제로 방향을 전환하였지만, 정치적으로는 여전히 인민집중적 권력의 통제를 받는 이중적 시장경제체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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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사회주의의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맑스, 엥겔스, 레닌

쿠바는 위의 세가지 방식이 혼재된 이행과정 또는 방향을 모색중인 국가이다. 사회주의 실패의 주요 원인은 개별적 인간에 대한 이해접근 다시 말하면 고전적 자유주의를 제대로 수용하여 소화해 내지 못한 탓이다.

두 번째의 사민주의 방식은 19세기의 혼란을 극복하고 1-2차 세계대전이후, 반성과 성찰을 통해 ‘존엄과 정의와 연대’를 철학적 토대로 삼고 유럽대륙을 중심으로 강고히 뿌리를 내렸다. 신격화된 시장의 허구적 논리를 폭로하고 정치적 합의의 과정을 거쳐 시장을 본래의 기능적 수단으로 되돌려 합리적으로 규제하고 관리하며 인간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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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사민주의의 선구자인 베른슈타인. 그는 무장폭력없이, 정치적 수단을 통해 사회주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인류의 미래를 향한 좌표로 평가받던 사민주의는 최근에 영국에서 노동당이 실패하고, 연이어 프랑스 사회당이 고전하며, 북유럽에서조차 진보세력이 우익세력에 밀려나는 현실에서 보듯이, 매우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것은 분명하다.

위기의 원인이 아직 분명하지 않으나, 유럽통합과정에 나타나는 후유증, 중국의 부상과 난민유입 등 세계적 흐름이라는 외적인 조건의 충격,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투항적 절충, 그리고 대의 민주주의가 갖는 취약점 노출과 함께 정치적 리더십의 부재가 겹친 것으로 판단한다.

특히 트럼프 등장으로 새로운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날 ‘미국우선’의 국수적 시장만능주의에 대응한 유럽사회의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유럽에서 사민주의가 부활을 간절히 여망한다.

수탈적 자본제를 비판하는 또 다른 흐름은 프랑스를 중심으로 인간해방 또는 인본주의이라는 관점에서 형성되어왔다.

생시몽, 푸리에 등 중심이 되여 경제논리보다는 인간이라는 주제를 핵심적 관점으로 삼고 자유와 해방을 중심 주제로 사회를 해석하려는 일단의 그룹이 형성되었고, 이러한 맥을 이어 영국의 사업가 로버트 오웬은 자신이 책임지고 운영하던 방적사업체를 통하여 ‘뉴라나크’에서 인본주의적 산업실험을 이십여 년 간 진행한다.

그러나 밀어 닥친 방적산업의 불황과 주주간의 불화로 영국에서의 실험을 중단하고 미국으로 이주하여 ‘뉴하모니’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재개하였지만 오래지 않아 실패로 끝난다. 오웬은 죽기 전에 ‘다만 자신이 세상에 너무 일찍 태어났다’는 이야기를 남겼다고 한다.

‘사회적 경제’의 출현

상기의 인본적이고 진보적인 사상운동이 한때 공상적이라고 조롱을 받고, 특히 오웬의 헌신적이고 실천적 실험이 좌절한 과정과 배경을 살펴보는 것은 현재 시점에도 우리에게 매우 유용한 연구주제가 될 것이다. 이들 일단의 노력은 당시에는 일시적으로 실패하였으나 20세기 이후 복지국가의 출현과 기본소득논쟁 그리고 협동조합 등, 현대적 경제사상과 사회적 경제의 영역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왼쪽부터 생시몽, 푸리에, 오엔. 이들의 비전은 맑스로부터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비난받았다.

사회적 경제는 공공적 영역과 시장적 영역을 벗어난 제3의 섹타에 속한다. 기본적으로 시민사회가 중심이 되어 자발적 결사형태로 진행되고 발전되어 온 영역이다.

물론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와는 무관하게 인류의 역사를 통하여 개개인과 한정된 조직들이 스스로 자조하고 공제하기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모임과 결사가 형성되어 왔다. 한국사회에서는 계와 향약이라는 전형적인 모습으로 나타났고 유럽에서도 수공업자 중심의 길드나 이해를 공유하는 공동체 등 형태로 발전되어 왔으나, 사회의 주류적 형태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이를 사회적 경제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전통적으로 경제보다는 인간과 사회를 강조해 왔던 프랑스에서 1840대에 사회적 경제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같은 시기에 영국의 로치데일 공장노동자들이 공동적으로 구매와 소비를 시작한 것으로 협동조합역사가 시작되었다.

본격적인 사회적 경제의 흐름이 형성되는 것은 제1-2차 세계대전과정에서 국가체계의 전반적 기능이 약화되면서 시민사회 스스로 자조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주로 협동조합이라는 형태로 나타나고 발전하고, 1970대 이후 ‘에너지위기’ 이후 서구의 경제와 복지체계가 위기를 맞이하면서 무력해지는 공공 시스템을 대신하려는 대안적 조직들이 시민사회 속에서 등장하기 시작하면서였다.

1990대에 들어서면서 시장만능주의가 약탈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이에 저항하는 여러 형태의 양심적인 기업들의 활동이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게 되었다.

나라마다 편차를 보이고 있지만 2010년 기준으로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5-11% 수준이며 고용효과는 10-20% 수준을 상회하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여기에서 사회적 경제의 정의를 다시 살펴볼 필요성이 발생한다. 예컨대 제1 섹타인 공공의 영역을 대신하거나 공공기관에서 위탁 받아 움직이는 영역을 과연 순수하게 사회적 경제의 영역으로 보아야 하는 지 따져보아야 할 지점이다. 공공의 역할을 성과와 효율성 중심으로 평가하려는 복지서비스전달, 교육, 보건과 환경 등이 주요 영역이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회적 기업의 주요 목표가, 사회적 기능과 역할이라는 외피를 쓴 채, 구성원의 창의성과 적극성을 유도하여 본질적으로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핵심 주제라면 이는 제2 섹타의 연장내지는 보완일 뿐이다.

잘못된 기존 질서와 악마의 맷돌에 대항하여 ‘자본이 아닌 인간을 중심으로 하고 사회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 사회적 경제의 본질이자 목표라고 한다면, 위에 언급한 영역의 활동, 즉 제1 및 제2 섹타와 연관된 또는 혼재된 조직을 사회적 경제의 범주로 분류하고 포함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공적 영역과 시장적 기능이 없이 사회적 경제가 홀로 존속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오히려 이들 영역과 함께 맞물려 움직여 가며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실제적이며 효과적인 일이라고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현재적 조건과 기능 그리고 미래적 지향과 가치가 타협적으로 충돌하게 된다.

한국의 사회적 경제 현황

한국적 현실로 돌아온다. 사회적 경제가 주요한 이슈로 등장한 것은 1997년 IMF 충격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일자리를 잃으면서 실업대책과 극복의 방안으로 사회적 기업의 등장과 자활대책의 방식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이슈가 전면으로 등장했을 때다. 

물론 이전에도 매우 중요하고 유의미한 활동들이 내재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예컨대 원주를 중심으로 한 한살림운동, 안산의료조합 등 여러 형태로 협동조합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러한 활동의 준거에는 무엇보다 고달픈 삶의 대안적 해결이라는 현실적 필요를 품고 있었으며, 추가로 시민사회자본의 형성과 공제적 상호부조 그리고 풀뿌리 민주주의에 대한 실험이라는 성격이 혼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IMF라는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으로 큰 흐름을 형성하게 된 한국에서의 사회적 경제활동은 이후 전개과정에서 출발점의 한계를 그대로 노출하게 된다. 즉, 인간의 존엄과 사회적 가치를 표방하기 보다는 당장의 생계를 해결하기 위한 궁여지책의 일자리로서 역할이 압도적으로 주류를 이루고 생존수준의 저임구조가 형성되었다. 여기에서 시민자본의 형성과 풀뿌리 민주주의는 이름뿐인 구호로 퇴색할 위험을 항상 지니게 된다.

다행스럽게 국민의 정부를 통해 사회안전망이 체계적으로 구축되고 2007년에 사회적 기업 지원법,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제도적 지원속에 사회적 경제의 양적인 성장이 괄목하게 이루어 졌다.

2016년 기준으로 인증된 사회적 기업이 2000개 수준에 육박하며 고용효과도 만여 명에 이른 것으로 발표되었다. 협동조합의 실태는 등록제이여서 정확히 내용파악이 어려우나 등록된 숫자로만 만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종합적 통계수치로 보면 사회적 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부가가치기준으로 0.9%, 고용효과 면에서 4-6%으로 보도되고 있다. 과장된 느낌이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에 마을기업과 자활조직 등은 모두 포함된 것으로 보이나, 기존의 농수축산 협동조합과 새마을 금고 등을 포함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필자는 후자 부분을 사회적 경제 영역에 포함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단호하게 주장하고 싶다.

사회적 경제에 대한 오해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써 사회적 경제에 관하여 선진적인 유럽사회의 기준을 열거해 본다.

  • 1) 개인과 사회적 가치의 우선 원칙,
  • 2) 민주적 통제 여부,
  • 3) 실현된 이익(손실)의 공유화,
  • 4) 연대와 책임의 원칙,
  • 5) 지속적 조건여부,
  • 6) 자발성과 개방성,
  • 7) 국가/정부로부터 독립성.

이러한 기준으로 본다면 당연히 정부정책전달 수단으로 자율성과 투명성을 철저히 결여한 각종 조합과 조직들, 사채 집단을 공인해준 새마을금고, 껍데기만 이름뿐인 협동조합들과 사회기업 등은 사회적 경제영역으로 분류해서는 안 된다. 물론 기존의 관행을 버리고 위에 제시한 기준에 합당하게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면, 기준을 충족한 재출범이후 다시 검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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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http://jcse.kr/economy/mind.sky?code=mind)

한걸음 더 나가서 보자면, 위에 언급한 기준에 합당하지 못한 사이비 조직과 단체들을 사회적 경제의 영역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공공과 시장 그리고 사회적 영역 모두에게 심각한 해악적 폐해를 끼치는 일이다. 앞으로 만들어질 사회적 경제 기본법의 입법과정에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이제는 정치인들의 생색과 치적을 위한 행정적 전시효과를 생각하여 양적 내용과 부풀린 수치만 내세워 일을 추진해서는 안된다.

기후와 토양이 알맞으면 나무가 자라고 꽃이 피는 것처럼, 제대로 된 제도라는 환경과 조건이 주어지면 사회적 경제활동이 자연스레 뿌리를 내릴 것이다. 농사를 짓는 심정으로 희망이 없는 쭉정이는 버리고, 추진 과정에서 좀비같은 존재를 가려내고, 제대로 된 싹을 키워가는 질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하고 지원해야 하는 단계에 진입해 있다고 판단한다.

되풀이 하자면, 현재 시점에서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해야 할 일은 머리수로 채워진 행정적 포장이 아니라, 양질의 사회적 경제의 조직들을 발굴해서 키워나가고, 어렵게 출범한 조직들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주변의 환경과 조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다.

이들에게 일정기간 직접적 지원과 혜택을 제공하며, 검증된 조직에게는 할당된 공공구매에 참여자격을 부여하고, 다양한 간접지원( 제도, 환경조성, 교육, 컨설팅 등)을 제공하고, 이들 간에 서로 경험을 나눌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물론 가장 희망적인 것은 스스로 성장하여 가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사회적 경제영역에 돈줄 즉 금융이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일 것이다. 미소금융의 예처럼 기존의 금융기관에 일정부분의 할당을 의무화하여 사회적 경제영역에 지원을 하도록 강제하는 것도 방안이다.

정부투자 또는 공공기금을 기반으로 한 사회투자기금의 대폭 확충, 민간참여를 통한 다양한 시민자본의 형성, 지역내 재투자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금융, 성과측정을 전제로 한 공공투자계약(SIB), 클라우드 펀드조직의 활성화 등 서구의 경험에 기초한 다양한 방식을 깊게 연구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안

수익이라는 성과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시장기제에는 1주1표라는 주주(자본)중심적 운용방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에 반하여 가치와 역할을 중시하는 제도에는 1인1표라는 인간중심적 협동조합 방식이 매우 소중하고 효과적이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로 기존의 금융시스템으로는 다수의 인원이 주인으로 존재하는 협동조합에 대해 일반적 대출방식의 지원이 불가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스페인의 몬드라곤과 같은 거대한 협동조합은 자체 내에 금융기능을 보유하여 필요한 자회사에 적시적소에 지원할 수 있으나, 현시점의 한국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자본이 필요하다면 조합원 개개인의 출자지분을 증액하는 것이 원칙이나 현실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 이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기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 등을 활용하였듯이, 협동조합의 활동과 사업전망을 평가하여 대신 보증해 줄 수 있는 가칭 ‘협동조합지원 보증기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정기간 동안 사회적 경제가 궤도에 올릴 때까지 과감한 지원에 따르는 손실을 효과적으로 감당해 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경험이 있는 많은 아이디어를 담아내야하는 영역이다.

일부에서는 정부 부처내에 ‘사회적경제부’ 신설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 ICT 산업이 발달하려면 정보통신부를 없애야 하고,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교육부를 없애야 한다는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사회적 경제는 반드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스스로 연대하여 성장해 나가야 하는 주제이다. 행정적 요소가 제도와 환경조성을 넘어서서 너무 깊이 개입하면 오히려 화근으로 돌아온다. 지난 몇 년간 보여준 사회적 기업의 부실한 활동성과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최소 수준으로 국무총리 산하에 ‘사회적 경제 위원회‘를 두고 지원부처간의 갈등조정과 민간단체들과 협의를 위한 창구를 개설하는 것은 고려해 볼만 하다. 이 경우, 최종결정권을 지닌 위원장은 반드시 민간인이 맡아야 한다.

사회적 경제를 접근하는 데 가장 위험한 것은, 시장경제에서 ‘인간은 경제적 동물’로 규정하는 오류를 범하였듯이, ‘인간은 협동적이고 이타적 존재’라고 규정하는 역선택의 사고를 갖는 것이다.

사회생물학의 연구 성과와 진보적 게임이론을 통하여 인간과 사회가 줄곧 이타적이고 도덕적 방향으로 진보해 왔다는 주장은 대단히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필자도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그러나 이는 사회적 경제의 영역을 다시 수학과 도식으로 규정하는 환원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인간을 규정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존재로 바라보면서, 현재 인류가 획득한 이성과 지혜로 각 시대에 합당한 제도를 구축하고 점차적으로 자유의 조건을 확대하여 가는 일이다.

대안적 질서, 사회적 경제

여기서 우리는 2009년 ‘공유지의 비극을 넘어서’리는 저서로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노어 오스트롬의 조언에 귀를 기울어야 한다.

공유지를 함께 사용하는 조직에서는 우선 공유지의 조건을 제대로 살펴야 하며 현실적인 활동의 범위와 목표를 분명히 해야 하고, 이에 따라 정해진 역할과 임무를 확실히 합의해야 한다.

이견과 다툼이 있을 시 이를 해결할 중재적 기능이 있어야 하고, 활동의 성과를 공평하게 분배하면서, 정해진 원칙을 이행하는지 확인하는 감독기능과 원칙이행을 위반할 시 이를 점증적으로 처벌하는 기능이 있어야 하며, 토론과 합의를 통하여 조직을 개선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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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노 오스트롬은 경제학의 오랜 숙제였던 ‘공유지의 비극’을 자율적인 자치거버넌스를 통해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다양한 사례분석 등을 통해 실증적으로 보여줬다. 이러한 성과로 정치학자로서는 이례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제도를 주어진 조건에 알맞게 만들어 내고 합의된 원칙을 지켜나가는 것이 평범한 사람들을 협동적으로 만들어 간다는 것을 함의한다.

인간사회가 존엄과 자유를 향해 끊임없이 나갈 수 있도록 현재의 정치적 사회적 장치를 끊임없이 개선해 가고, 지난 수백 년간 잘못 적용된 시장기제의 운용방식을 인간을 위한 유용한 수단과 방식으로 재구성해 가는 과정 속에, 사회적 경제의 진행적 실험이 공공과 시장의 영역들과 맞불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하고 성장하여 가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비민주적인 정치 상황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성장할 수 없고, 수탈적 시장경제가 왕성하게 작동하는 곳에서는 사회적 경제가 상대적으로 위축될 수밖에 없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사회속에서, 이기적이지도 않고 이타적이지도 않은, 열정을 가진 평범한 개인들이 ‘사회적 경제’라는 영역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삶을 실현해가고 나름대로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이 조성된다면, 제3 섹타로서 사회적 경제는 결함투성인 시장경제를 대체해 가거나 또는 시장경제의 개선을 압박하는 경쟁적 파트너로서 자리를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미래의 일자리를 만드는데 사회적 경제는 중심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로베르토 웅거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진화적 과정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향해 살아가는 유한적 존재이다 (Human is a definite being for indefinite process & purpose)”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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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들이 북한같이 작고 가난한 나라에 대해 걱정하는 것은 그렇게 당황스럽지 않다. 당황스러운 것으로 따지면, ISIS나 트럼프의 당선만큼 당황스러운 일이 있겠는가.

진짜 두려운 것은 미국의 전쟁 상인들이 한국을 이용해 결국 우리 모두를 죽음의 구렁텅이로 빠뜨릴지 모른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은 북한에 폭탄과 병원균들을 떨어뜨려 생지옥을 만들었다. 그로 인해 진드기 병 등이 창궐했는데, 냉전으로 세뇌된 헐리우드 영화들은 이를 ‘공정한 댓가’(fair trade)라고 묘사했었다.

그 이후로 지금껏 미국은 전쟁을 끝내고 화해하기를 거부하고 있다. 남북한의 평화를 위한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곤 했다.

북한에 대한 핵공격 연습을 멈추면 북한도 핵실험을 멈추겠다는 북한과 중국의 제안을 미국은 번번히 무시했다.

북한과 중국은 핵무기 선제사용을 포기하려고 했다. 반면 미국은 핵무기 선제사용 계획을 세웠고, 한국은 제주에 해군기지를 세우고, DMZ에 정찰드론을 띄우고, 사드를 배치했다.

미국은 사드를 미사일 방어체제라고 주장하지만, 다른 나라들은 그것을 미사일 공격체제라고 믿는다. 또 미국은 사드를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한국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중국은 그것이 중국을 포위하고, 선제타격 뒤 반격을 막으려는 수단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미국은 계속 중국과 북한, 심지어 한국의 출구를 막고 있고, 러시아와의 3차 세계대전 망상에 빠져 있으며, 중동과 아프리카 등에서의 수많은 전쟁을 연장하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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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방미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는 사드배치 반대 한국대표단의 모습

미국 현지시각으로 5일, 몇몇의 한국 대표단이 백악관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 가운데 이래경 다른백년 이사장은 나에게 이런 성명서를 보내왔다.

 

“한국인들은 오는 6-7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수석이 만나 한반도의 사드배치에 대해 어떻게 논의하는지를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다.

미국은 한국과의 정상적인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사드를 배치하려고 한다. 최근 이를 추진했던 한국의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탄핵당했고, 오는 5월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그런데도 중국은 한국에 대해 경제보복을 하고 있다. 미국은 사드배치를 중단해야 하고, 중국은 경제보복을 멈춰야 한다.

한국의 시민들은 평화적인 촛불시위로 부패한 대통령을 몰아냈다. 물론 아직 넘어야 할 고비가 많다.

일제 식민지 이후 한국 시민들은 독립된 통일국가를 세우고 싶었지만, 미국과 소련의 군사점령, 그리고 미중 간의 전쟁으로 그 꿈은 좌절됐다.

한국인들은 조국 분단의 아픔을 겪었고, 지난 70년 동안 매일 전쟁의 위협 속에서 살고 있다. 한반도의 주도권을 놓고 싸우는 미국과 중국은 이러한 역사적 범죄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

이들을 돕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5일, 오전11시30분∼오후1시 사이 백악관 앞 시위에 참여하거나 또는,

둘째, 오는 7-9일, 알라바마 헌트스밸리에서 열리는 회의와 집회에 동참하는 것이다. 

목, 2017/04/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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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선고는

법원의 노골적인 삼성 봐주기 판결!!

– 1심과 다른 감형사유 찾기 힘들어 –

– 반복되는 재벌 봐주기식 판결 사라져야 –

오늘(5일)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은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의 항소심 선고가 있었다. 재판부는 마필 무상사용만을 뇌물혐의로 인정하고, 그 외에 1심에서 인정된 거의 모든 혐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1심에서 선고한 징역 5년형이 집행유예를 위한 포석이 아니었냐는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그동안 반복되어 온 재벌 봐주기를 다시 한 번 보여준 사례가 되고 말았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는 우리 사회의 경제정의와 사법정의를 무너뜨리는 실망스러운 판결이다. 이 사건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부정하게 결탁하여 사익을 취하면서 한국사회의 근간을 훼손한 중대한 범죄였다. 또한 삼성의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심각한 정경유착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1심과 다르게 판단할 증거가 없었음에도 특검의 주장을 불인정하며 감형을 결정하였다. 이것은 재판부가 국정농단의 주역인 삼성의 범죄행위에 대해 면죄부를 준 참담한 결정이다.

그동안 법원은 재벌총수에게만 특혜를 주는 판결을 반복해왔다. 얼마 전 미스터피자 정우현 회장의 재판에서도 법원은 “기울어가는 토종 피자기업을 마지막으로 살리는 기회를 빼앗는다면 정 전 회장과 가맹점주에게 너무나 가혹한 피해를 초래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경제를 살리기 위해 기업총수의 범죄행위를 봐줘야 한다는 식의 논리가 재벌총수의 판결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된다. 법은 모든 국민 앞에 평등해야 한다. 재벌총수라는 이유만으로 특혜를 주는 판결은 한국사회의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서도 없어져야 한다. 특검은 여기에서 포기하지말고, 상고를 통해서 이재용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하여야 할 것이다.

2018년 2월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월, 2018/02/05-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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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파견 평양주재관의 조사에 의거하여 2018년 3월에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UN Office for the Coordination of Humanitarian Affairs)이 발표한  북한의 식량과 보건 및 의료 실태보고서를 번역, 게재합니다.  유엔에 긴급 사항으로 보고될 만큼 현재 북한의 상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이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따른 안보리 제재가 강화되기 이전부터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고 누적 되어온 현실입니다. 정부 당국과 시민사회는 오는 4.27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전면적인 식량제공과 의료지원을 신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것이 <다른백년>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간절합니다. 인도주의적 지원은 핵과 미사일의 추가개발을 억제하기 위한 유엔안보리 결의와는 별개로 순수한 인류애 차원의 사안입니다. 핏줄과 역사와 언어를 공유한  같은 동포요, 배달민족으로서 북한에 대한 지원은 마땅한 역사적, 도덕적 책무입니다. 촛불 시민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일체의 주저함이 없이 인도적 지원을 결연히 결심하고 지체없이 시행해야 합니다. 이것이야 말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제체의 구축 그리고 공존공영의 협력으로 가는 첫걸음일 것입니다(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의 상세활동 내역은http://unocha.org/을 참고).

 

개황

정치적 긴장 , 북한 전역의 13십만여명이 지속적인 식량불안정과 영양부족에 시달리며 기본적인 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반복되는 자연재해로, 중에서도 거의 매년 발생하는 홍수와 장기화된 가뭄으로 상황은 더욱 악화되어 새로운  인도주의적 필요가 생겨났고, 사람들은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 건강, , 위생 등이 충족되지 않는 생활에 노출되어 있다.

 

만성적 식량불안정

북한에는 만성적 식량불안정, 유아기 영양실조, 영양불안이 만연하다. 전세계 기아를 측정하고 추적하는 2017 세계기아지수(GHI)에 따르면 북한은 28.2점을 기록, ‘심각’한 수준으로 분류된다. 북한 전체인구의 약 41인 1천3십여명이 영양부족 상태인 셈이다. 북한의 영양부족 비율이 높은 배경에는 여러 복잡한 이유가 뒤얽혀 있는데, 그 중 하나로 산이 많은 지형을 꼽을 수 있다. 북한 토지의 17퍼센트만이 농작물 경작에 적합하며, 그 마저도 전통적 영농방식에 의존하고 있고, 고품질 종자나 적절한 비료와 농기계 등 농업에의 투자가 부족한 상황이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북한은 가뭄과 홍수에 취약하게 되었고, 이는 농업생산의 감소로 이어지기 쉽다.

각 가정은 정부의 식량배급제(PDS) 외에 시장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 보통 열흘에 한번 열리는 농민시장(farmers’ market)이 다양한 식품과 생필품을 유통하는 채널이다. 시장에서는 물물교환은 물론 수많은 종류의 소규모 거래가 여성들을 통해 이뤄지고는 한다. 시장에서 각 가정의 텃밭이나 비탈밭에서 기른 채소, 옥수수, 감자, 심지어 작은 가축이 거래된다. 대부분의 식량은 약 3,900개의 협동농장과 100개의 국영농장에서 재배되고, 각 농장은 종자생산, 경작, 양계, 생선 또는 돼지사육 등 전문화된 특정 활동에 집중한다. 협동농장은 옥수수와 쌀, 더 많은 감자 등 주식의 자급자족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 협동농장의 구성원은 정부의 식량배급을 받을 자격은 없지만, 주요 채소와 옥수수, 일부 가축을 공급해 다양한 식품을 섭취할 수 있도록 돕는 텃밭 대지(약 97.2m2)를 이용할 수 있다. 도시지역에서는 아파트 근처의 토지에서 소그룹으로 경작을 하는 한편, 1990년대 중반 벌채 후 경작지로 이용되었던 ‘비탈밭’이 비공식적 농업생산을 위한 사용자그룹(Users’ Groups)으로 형성되고 있다. 2017년에는 건조한 날이 이어지며 조생작물의 수확이 감소했고, 주요 작물의 파종과 초기 성장이 저해되었다.

이에 북한 정부는 마을주민과 자원을 동원하여 관개를 시도함으로써 가뭄의 영향을 줄이고자 하였다. 인도주의 단체들 역시 영양실조의 예방과 치료부터 인명을 살리기 위한 건강 및 물, 공중위생, 개인위생 (WASH) 개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으로 그러한 정부의 대응을 지원하였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7년 북한의 총 식량생산(곡물류)는 2016년의 5.89 MT 대비 7.42퍼센트 감소한 5.45 MT에 그쳤다.

 

식량배급받는 북한 주민
식량을 배급받기 위해 서있는 북한 주민 [출처: MBC 뉴스]

 

북한 전역에 만연한 영양부족

임신 전 3개월부터 태아의 발달, 출생 후 만 2년이 끝나는 시점까지의 기간은 유아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며, 장기적인 신체발달의 토대를 쌓는 기간이다. 여성의 임신 전과 임신 중, 모유수유 중의 영양 및 건강상태는 아기의 체중은 물론, 장래의 신체적, 인지적 발달 등 배아와 유아의 성장 및 발달에 큰 영향을 끼친다. 태아의 임신부터 아이가 두 돌이 될 때까지 어머니와 자녀에게 적절한 영양과 의료를 제공하면 유아사망의 위험을 줄이는 동시에 건강한 신체 및 두뇌성장, 두드러지는 교육성과 등 평생에 걸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역으로, 이 ‘1000일의 기회’를 최적미달의 영양상태로 보내게 될 경우 이것이 일생에 미치는 영향은 돌이킬 수 없다.

많은 북한 주민은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 미량영양소의 섭취가 제한된 형편없는 식사를 하고 있다. 이는 신체 및 인지발달 문제 등 영양부족과 관련된 문제로 귀결된다. 5세 미만의 아동에게서 나타나는 영양부족(성장저하와 체력감소)의 직접적인 사유는 식량불안정, 부적절한 식사제공, 양질의 보건서비스 부재와 연결되어 있다. 2012년에 작성된 북한의 국가영양조사(National Nutrition Survey)에 따르면 5세 미만 아동의 만성 영양실조(성장저하)와 급성 영양실조(체력감소) 비율은 각각 27.9퍼센트와 4퍼센트였다. 이는 한해에 구조활동이 필요한 아동의 수가 각각 심각한 수준의 급성 영양실조(SAM)에 노출된60,000 명과 일반적 수준의 급성 영양실조(MAM)에 노출된 180,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북한 정부의 요청에 따라, 유니세프는 북한 보건성과 협력하여 2016-17년 급성 영양실조 관리프로그램(CMAM)의 범위를 확대했다. 동 기간동안 유니세프가 현장에서 관찰한 내용과 정부의 자료는 CMAM의 확대로 SAM에 걸린 아동의 치료수요가 증가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아동 뿐만 아니라 가임기 여성의 23.3퍼센트 역시 영양실조 상태이다. 미량영양소 중에서도 철분, 아연, 비타민 A, 요오드의 결핍이 가장 흔하다. 북한 보건성의 2014년 보고서는 임신부의 31.2퍼센트가 빈혈이고, 저체중 출생아의 비율이 5퍼센트임을 명시하고 있다. 영양부족현상은 다양한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지 못하는 것에 더해, 보건, 물, 공중위생 및 개인위생 서비스의 부족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아동 영양실조의 약 40~60퍼센트는 반복되는 설사와 기생충 감염, 비위생적인 생활환경 등에 의한 부적절한 식수와 보건위생 그리고 개인위생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기본 보건서비스의 이용

모든 북한 주민은 법으로 보편적 무상 의료 서비스를 보장받는다. 최근 몇 년간 산모사망율과 5세 미만 유아사망율, 영아사망율이 크게 주는 등 많은 공중보건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북한 내 많은 지역은 설비와 장비, 약물이부족하거나 양질의 보건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숙련된 의료인이 부재한 실정이다. 보건서비스 이용에 대한 도시와 농촌 지역 간의 격차도 여전해, 농촌지역의 5세 미만 아동 사망률이 도시지역보다 1.2배 높게 나타났다.

북한에서 보건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취약계층은 5세 미만 아동, 임신부, 전염병환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다. 북한 산모사망율의 가장 흔한 원인은 분만 후 출혈로, 특히 집에서 출산한 여성이 위험에 처하기 쉽다.

2014년 발표된 경제∙사회∙인구∙보건 조사(SDHS)에 의하면, 모든 북한 여성의 9퍼센트 가량은 여전히 가정에서 출산하고, 산모 사망의 67퍼센트가 바로 가정 출산을 하는 여성에게서 발생했다. 전염성 및 비전염성 질병은 여전히 북한의 주요 보건 문제로 남아있다. 최근 결핵 유병률 조사 결과, 100,000명 중 641명이 결핵을 앓고 있으며, 이들은 재발과 약제 내성 결핵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말라리아는 감소 추세이나 계속해서 사례별 추적과 진단서비스를 강화하여 북한의 말라리아 퇴치를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이슈들은 결국 1차 보건의료 단계에서의 보건서비스 강화와 암환자의 완화 및 치료의 필요로 귀결된다. 북한의 많은 보건 시설에는 전문 설비와 숙련된 의료인이 없어 장애인의 특정한 건강 관련 요구사항을 충족하지 못하고, 재활보조장치가 필요한 사람 중 오직 37.4퍼센트만이 그러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4개의 도에서 실시된 2016-17 재활수요평가(Rehabilitation Needs Assessment)에 의하면, 북한에서는 (전염성 및 비전염성) 질병이 장애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43.3퍼센트). 대부분의 2차, 3차 보건의료기관은 급성 및 급성 후 의료재활서비스를 진단하고 제공할 인력과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아, 많은 경우 환자가 2차 합병증에 걸리거나, 영구적 장애를 입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장애가 있는 사람들 다수는 어떠한 보건서비스가 가능한지 조차 알지 못한다.

서울신문
북한내 대부분의 지방병원들은 의료기기나 설비가 부족하고 의사들이나 환자들 또한 제대로 된 의료 환경에서 종사하거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환자가 링거병 대신 맥주병으로 수액을 투약하고 있다. [출처: 서울신문]

적절한 의료와 복합적으로 안전한 식수와 보건위생, 개인위생 서비스의 부족 등의 문제가 상존한다. 설사와 폐렴은 북한 5세 미만 아동 사망의 가장 주요한 두가지 원인으로 꼽힌다. 설사는 주로 안전한 식수의 부재와 좋지 못한 공중위생 및 개인위생 관행으로 인해 발생하고, 유아기 결핵과 영양실조를 부르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2013-2014 평가 결과, 전체 인구의 약 11퍼센트인 270만명이 상수도 사용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상수도의 절반은 불규칙한 전기공급과 유지보수 투자 부족으로 그 기능이 제한되어 있다. 북한의 대부분 지역에서 급수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그 결과 물의 질과 양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따라서 최소 1천3백7십만명이 항시 안전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수자원을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은 위생과 관련된 리스크와 많은 부분 연결되어 있어, 그 결과 전체 인구의 23퍼센트 가량이 기본적인 개인위생을 이용할 수 없다.

 

자연재해와 기후변화

북한을 강타한 자연재해는 기존의 취약성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인도적 지원기관 간 상임위원회(IASC)의 위기관리지수(INFORM) 산출 결과, 북한은 재해위험 부분에서 191개 국가 중 41위에 올랐다. 홍수와 가뭄이 정기적으로 북한을 강타하고, 때로는 홍수와 가뭄이 같은 해에 동시에 찾아오기도 한다. 약 620만명의 북한 주민이 2004년에서 2016년 사이에 자연재해로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천연자원의 황폐화가 농업생산에 영향을 주는 등의 더욱 가시적이고 심화된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십년간 가뭄이 점점 더 빈번히 발생하면서 농업생산과 식량안전을 장기적으로 저해하였다. 가뭄의 장기화는 주로 3월에서 6월 사이에 발생하는데 이 시기는 벼 모내기와 기타 작물 파종의 피크타임이기 때문에 전반적 농업생산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북한은 2017년 발생한 장기간의 가뭄 외에도 2014년과 2015년 본격적인 가뭄을 겪은 바 있다.

가뭄 외에도 최근 몇년간 호우의 빈도와 기간이 늘어나면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매해 반복적인 대형 홍수가 잇달았다. 2016년에는 함경북도를 강타한 대규모 홍수로 약 60만명이 피해를 입고, 7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집을 잃었다. 이러한 홍수는 산사태를 동반해 농업생산에 광범위한 피해를 야기, 식량불안정을 가중시키고 새로운 인도주의적 도움의 필요를 촉발했다.

이러한 인도주의적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단체들이 눈 앞의 과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마을 단위의 재해위험관리와 환경보호, 재해감소, 기후변화적응 등에 집중하며 주민의 재해 취약성을 줄이기 위해 공동의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인도주의 단체들의 전략적 목표 중 하나는 반복되는 재해, 특히 홍수와 가뭄 이후의 회복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점증하는 지정학적 긴장상황이 인도주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

인도주의 활동에 가해지는 매우 중요한 제약은 국제적 정치환경, 특히 핵 문제를 둘러싼 긴장의 증대, 그리고 강화된 국제 및 양자 제재의 간접적 영향일 것이다. 이러한 환경은 인도주의 활동단체가 충분한 자금을 모집하고 프로그램을 실행하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원칙적으로 200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에 의한 북한에 대한 제재조치와 후속 결의가 인도주의 활동 자체를 제한하거나 민간인을 위한 인도주의 활동의 역효과를 일으킬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나, 실제 인도주의 활동은 은행, 기업, 관료 등이 제재 위반을 우려하면서 크게 지연되고 지장을 겪는 일이 많다. 2013년 이후 은행업무에 자주 지장이 생기면서 인도주의 단체들도 북한으로 자금을 보내기 어려워졌다.

대북 제재 결의안을 통과시키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이미지 출처: SBS 뉴스]

이러한 어려움이 장기화 됨에 따라 이들 단체들은 기타 활동은 취소 또는 연기한 채 오직 인명구조 활동만 실행하는 등 우선순위를 재조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일부 단체는 일관된 안정성을 가진 자금조달 경로없이 장기적으로 활동을 지속할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인도주의 물품을 전달하는 공급망이 와해된 결과 인도주의 활동도 심각하게 지연되고 있다.  이렇게 공급망이 와해된 것은 다수의 업체들이 금융 및 시장의 평판에 대한 두려움으로 북한으로 인도주의물품을 조달하고 배송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북한으로 가는 장비 또는 물품이 제재 대상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추가 요구사항 때문에 조달은 물론 통관수속에도 훨씬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일도 잦다. 인도주의 단체들은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 제재는 북한에 자금을 공급하는 원조국의 심리 변화에도 일조했다. 전반적인 지정학적 상황에 인도주의 단체가 직면한 어려움까지 더해져 원조국들의 태도와 원조금을 배분하는 결정에도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 결과 2012년 이후 원조국의 자금원조가 급격하게 감소했고, 2017년에는 필요 자금의 30퍼센트만이 지급되었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 인도주의 단체들은 지난 몇 년간 가장 취약한 계층의 필요를 충족하는 등의 진전을 보였다. 점진적으로 북한 정부와 신뢰를 구축하고 인도주의 활동에 참여하도록 한 결과이다. 이런 접근방식을 통해 북한 전역에서 인도주의적 접촉을 계속하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다가가며, 국제사회에서 잊혀져 버린 북한 지역사회에서 인명구조활동을 펼 수 있었다. 그러나 자금 조달이 제한되다 보니 해당 단체들도 북한주민이 필요로 하는 바를 완전히 충족시킬 수 없고, 결과적으로 불충분한 성과를 내는데 그치고 있다. 충분한 자원이 없이는 이 단체들이 북한 내 가장 취약한 이들을 위해 성취하고자 하는 질적인 결과를 이룰 수 없다.

 

일, 2018/04/15-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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