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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있는 걱정 – 원자력발전 편 / 후기] 25개 판도라의 상자와 지속가능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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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있는 걱정 – 원자력발전 편 / 후기] 25개 판도라의 상자와 지속가능한 사회

익명 (미확인) | 월, 2017/01/02- 10:25

‘어떻게 시민들에게 지속가능발전을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부터 시작된 <걱정하나 줄이기 프로젝트: 쓸모있는 걱정>은 시민들의 걱정으로부터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읽어보고 시민과 함께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판단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2016년 12월 10일 걱정하나 줄이기 프로젝트의 첫 번째 걱정, 영화 <판도라>의 내용을 자문해주신 김익중 교수님과 함께한 원자력발전 편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희망제작소는 우리사회의 오랜 걱정거리인 원자력발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지속가능성을 알아보고자 걱정하나 줄이기 프로젝트 <쓸모있는 걱정-원자력 발전>을 선보였습니다. 이날 권기태 희망제작소 부소장(소장권한대행)님이 ‘지속가능한 사회: UN SDGs 7번을 중심으로’와 김익중 교수(동국대 의과대학교수/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님의 ‘시민이 알아야할 원전의 모든 이야기’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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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만이 살 길? 이제 지속가능한 사회와 에너지

“한 때 인류 모두가 성장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던 적이 있었습니다.”

권 부소장님은 지속가능발전이 시작된 배경을 위해 처음 꺼낸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성장위주 패러다임은 양적 팽창에만 초점을 둬 사회/환경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문제를 야기했습니다. 1972년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를 통해 인류 성장이 이대로 지속된다면 어느 시점에 붕괴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 후 성장만을 추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며 지속가능발전이란 새로운 담론이 시작되었습니다.

지속가능발전은 정확히 무엇이며 왜 필요한 것일까요. 지속가능발전은 현세대만을 고려하는 성장방식에서 벗어나 미래세대까지 고려하기 위해 경제, 사회 그리고 환경을 아울러 생각하는 통합적인 발전방식입니다. 또한 양적 팽창에만 초점을 둔 기존 방식과 달리 지속가능발전은 질적 측면을 고려해 사회문제의 근본적인 해결과 예방을 포함하는 패러다임입니다. 따라서 지속가능발전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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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0차 UN 총회에서는 전 세계가 함께해야 할 17가지 지속가능발전 목표(UN SDGs)를 선정해 지구적 차원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UN SDGs 중 에너지 관련 목표는 ‘7번 지속가능한 에너지: 모두를 위한 적정가격의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하며 현대적인 에너지의 접근을 보장한다’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7번의 세부목표 중 신재생에너지의 비중 확대가 한국이 해당하는 목표입니다. 권 부소장님은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와 ‘서울시 햇빛발전소’를 사례로 들었습니다.

“에너지믹스(에너지원의 다양화) 전망(산업통산자원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20%까지 확대, 원전 비중은 1%만 늘리는 것이지만, 원전 수를 17개로 증설한다는 목표가 함정 목표라는 게 함정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원자력이 지속가능한 에너지인지, 원자력 발전소를 증설해야하는 지 반드시 되짚어봐야 합니다.”

“우리나라 원전 안전, 모든 위험에 취약해”

김익중 교수님은 최근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 사례(2016년 9월 12일 규모 5.8)를 들면서 본격적으로 원전에 대한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최근 들어 지진 빈도수가 늘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을 감안할 때, 원전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경주 지진 이후 찾아본 원자력안전법에 따르면 원전부지는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 규모를 고려해 설계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역사지진과 계기지진을 고려해야 하고, 원전부지 주변 40㎞주변 단층조사를 반영해 최대 지진규모를 계산해야 합니다. 하지만 원전부지 4곳 어디에서도 단층조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위험에 대한 원자력 안전 수준이 미비해 지진 발생 시 원전을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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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의 원자력 신화 No!,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

원자력 에너지는 필수불가결한 선택일까요. 김 교수님은 현재 원전 기술로는 어마어마한 기회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후손 세대에게 비용 책임을 전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김 교수는 “원자로에서 나온 사용후 핵연료를 고준위방폐장에 최소 10만년을 보관해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 기술로는 고준위방폐장에서 고작 50년 정도 사용후 핵연료를 보관할 수밖에 없다. 뒷감당되지 않는 에너지를 후손에게 전가한다면 후손을 수탈하는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원전이 감당할 수 없는 에너지라는 사례는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 지진으로 인해 균열이 생긴 원자로의 우라늄이 원자로와 시멘트 바닥까지 녹이며 누출됐습니다. 김 교수님은 “얼마나 많은 양의 우라늄이 얼마나 깊이 땅 속으로 누출됐는지 모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때 후쿠시마 원전 10기 중 1~4호기에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원전 노후뿐 아니라 당시 안전기준이 현재보다 덜 엄격했기 때문입니다.

김 교수님은 우리나라의 노후 원전을 조속히 폐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재 한국은 25개의 원자로를 가동하며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원전국가입니다. 만약 부산에서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남한 전체가 고농도 방사능 오염지역이 되고, 해당 오염은 300년가량, 즉 10세대가 살아가는 기간 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지금껏 원전사고는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원전 수가 많은 국가에서 확률적으로 발생했다”며 “노후 원전이 많고, 원전비리가 횡행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사고 위험이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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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얼마나 위험하고 무엇을 조심해야 할까

탈핵운동가이자 의과대학 교수인 김 교수님은 방사능에 따른 피해도 쉽게 설명해주셨습니다. 방사능에 피폭되면 세포와 유전자가 영향을 받아 암, 유전질환, 심혈관계 질환에 노출될 수 있으며, 특히 여자는 남자에 비해 2배,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수십 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각에선 소량의 방사능은 인체에 영향이 없다고 하지만 실상은 아예 ‘피폭되지 않아야’ 위험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방사능 기준은 100Bq/kg(1Bq –베크렐-은 1초에 방사성붕괴가 1번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로 아직 해당 기준을 넘어선 식품은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 교수님은 “기준치가 너무 높기 때문에 이를 초과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현행 기준치를 4Bq/kg로 낮춰야 한다고 역설했습니다.

한국의 경우 후쿠시마 핵사고의 직접 피해 지역은 아닙니다. 그러나 식재료를 통한 방사능 피폭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식재료를 조심해야 할까요. 김 교수님은 일본산 식품과 세슘이 검출되는 생선류(명태/고등어/대구), 그리고 표고버섯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표고버섯은 세슘 농축능력을 갖고 있어 방사능 검출빈도가 높아 조심해야 합니다. (참고: 2016년 국민 다소비 수산물 방사능 분석결과/시민방사능감시센터)

한국은 탈핵이 가능할까, Yes! 가능하다

“한국 사람들은 원자력 발전에 대해 ‘대안이 없다.’ ‘사고 나면 어쩔 수 없지’라고 합니다. 사실 마땅한 정보를 접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유럽의 경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원전 개수가 감소 추세입니다. 미국도 1990년 이후로 원전 증설하지 않는 이유는 위험하고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흐름에서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핵 발전이 싸다고 합니다.”

이어 김 교수님은 한국의 취약한 신재생에너지 현황을 언급했습니다. 김 교수님은 “2014년 전기생산 중 재생가능에너지 비중을 보면 전 세계 평균은 22.8%(원자력은 10%내)”라며 “유럽 25.4%, 미국 13%, 영국 19%, 우루과이 84%, 노르웨이 100%, 인도/일본 12%인데 한국은 0.7%(REN21 2015 자료 기준)”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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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2014, Mycle Schneider Consul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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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N21 2015년 자료를 바탕으로 재구성

그렇지만 우리나라 역시 탈핵이 가능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우리나라는 꼴찌니까 다른 국가들이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하는 방법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에너지 수요 관리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국에서 서울시만 1인당 전력 소비량을 줄였는데, 해당 사례를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강연 막바지에 한 시민 참가자는 ‘한국 탈핵의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냐’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김 교수님은 “‘원자력은 안전하다’, ‘원자력에 대한 대안은 없다’라는 공고한 신념”이라고 답했고, 최근 개봉한 영화 <판도라>를 통해 원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시민의 걱정으로부터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알아보는 <걱정하나 줄이기 프로젝트 : 쓸모있는 걱정>의 첫 걸음은 원전 인근지역인 경주에서 발생한 지진 이후 불안감이 고조된 원자력발전에 대해 다뤘습니다. 앞으로 가야할 길이 먼 탈핵의 길, 그러나 지속가능한 사회를 꿈꾸는 시민 여러분들이 함께해 주셔서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글 : 정환훈 지속가능발전팀 연구원 · [email protected]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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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3일 희망제작소에서 진행된 <시민연구공유회-슬기로운 연구생활>은 모든 참가자의 마스크 착용, 발열 체크, 손 소독제 사용 등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준수해 진행했습니다.

연구…? 내겐 좀 낯선 것 같아

‘연구’하면 어떤 모습이 그려지나요? 혹시 지금 되게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무언가를 떠올리셨나요? 그렇다면 방금 떠올린 연구의 모습은 잠시 잊어주세요✋

무더웠던 6월의 토요일, 일상의 온갖문제를 궁금함에 그치지 않았던 시민연구자들의 시민연구 공유회 현장을 전해드릴 거니까요!

2019 온갖문제 연구: ‘궁금한 김에’ 모두가 연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시민연구 공유회는 희망제작소 후원회원의 후원으로 진행된 ‘2019 온갖문제 연구’를 감사의 마음을 담아 공유하는 의미로 진행하였습니다. 10년 이상 희망제작소를 후원한 회원부터 시민연구에 관심 있는 시민까지 다양한 관심을 가진 분들이 함께했습니다.

‘온갖문제 연구’는 궁금증이 탐구로, 탐구가 연구로 이어지는 모든 연구를 지원하는 희망제작소의 시민연구자 지원 프로젝트입니다. 이번 공유회는 2019 온갖문제 연구에 참여했던 시민연구자 3팀이 연구 내용을 강연회-수다 모임-워크숍 세 가지 형태로 구성하여 시민들과 공유했습니다.

세션 1. 주고받는 강연회 |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

강연회 형식으로 진행된 세션 1은 김명애 팀이 의료지원으로 북한에 방문한 이야기와 함께 각자가 가진 북한에 대한 생각을 나누며 시작했습니다.

강연을 들으며 북한에 대한 일상적인 궁금증을 물어보기도 하고, 우리가 언론을 통해 접한 단편적인 북한 모습들을 다시금 생각해보며 북한, 북한주민, 북한이탈주민을 새롭게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한국을 최종 정착 국가로 정한 북한이탈주민이 한국 사회에서 겪고 있는 고충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멀게만 느껴지는 북한이지만, 북한이탈주민과는 가까운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한국 사회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코미디 소재로 소비되는 부정적인 밈(Meme) 그대로 북한에 대한 편견을 갖고, 북한이탈주민에게 ‘농담’이라며 말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 연구보고서 바로보기: 김명애팀 – 북한이탈청소년의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긍정요인 연구

세션 2. 도란도란 수다 모임 |  페미니즘 운동, 어디까지 가봤니?

‘페미시국광장’ 시위 참여를 연구한 분노팀은 연구 소개와 함께 ‘나의 운동 경로’를 추적해보는 워크숍을 진행했습니다. 사회적 사건과 나의 사건을 연결해보며 어떤 계기로 사회 이슈에 관심 두게 되었는지 확인하고, 서로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와 타인의 운동 경로를 돌아보며 누군가는 뚜렷한 계기로, 누군가는 자생적으로 페미니즘과 사회 이슈에 관심 두게 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건 참여자 모두 같은 사건을 기억하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는 점이 아닐까요.

세션 2에선 변하지 않는 듯한 세상에서 누군가는 페미니즘을 연구하고, 누군가는 사건을 기억하고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이 각자가 걸어가는 사회 운동에 동력이 되면 좋겠습니다. 분명 세상은 조금씩 변할 거예요.

▶ 연구보고서 바로보기: 분노팀 – ‘페미시국광장’의 프레이밍을 통해 본 페미니즘 운동의 미시동원맥락 네트워크 분석

세션 3. 와글와글 워크숍 | 착한 기업 VS 나쁜 기업

가짜뉴스가 횡횡한 요즘, 언론에 노출된 기업행동만 보고 착한 기업인지 나쁜 기업인지 알 수 있을까요?

만점팀의 워크숍은 ‘환경’, ‘성 평등’, ‘정의’ 3가지 가치로 팀을 나누어 진행했습니다. 3개 가치에 맞추어 준비된 언론기사를 읽으며 기업행동이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분석하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환경팀은 실천 없이 환경협약체결만 하는 기업행동에 대해서 반드시 시민단체와 언론이 추적해야 한다며 일침을 가했습니다. 정의팀은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한 기업을 보며 분노했습니다.

성 평등팀은 ‘국내 3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율 첫 3%’를 긍정적이라며 보도한 언론사와 ‘3% 턱걸이’로 보도한 언론사를 비교하며 언론에 대해 비판적 시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공유했습니다.

워크숍 참가자들은 불매운동, 기업 직접건의, 국민청원 등을 통해 소비자이자 시민으로서 만점 기업을 찾고 지켜보기로 다짐했습니다.

▶ 연구보고서 바로보기: 만점팀 – 가치지향적 소비를 위한 기업행동 이력평가

― “김명애팀의 이야기를 들으며 여러 가지로 마음이 뒤숭숭했습니다. (한숨) 개인이 행복하게 살 권리는 어디에나 있는데… 마음은 아팠지만, 북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 “만점팀의 주제가 흥미로웠습니다. 시민들의 힘으로 기업 책임을 추적하고, 이슈화하는 일들, 앞으로도 희망제작소에서 이런 희망을 제작하기를 기대합니다.”

― “분노팀 세션에서 각자 사회적인 사건들을 시계열로 작성하고 공유했는데, 나만 사건을 기억하는 게 아니라 모두 같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 “(공유회) 내용은 아쉽지 않았는데, 함께 이야기할 시간이 부족한 게 아쉬웠어요.”

궁금한 김에- 시민연구 어떠세요?

한정된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보는 넘쳐나지만, 사유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오늘 무심코 흘려보낸 나의 ‘일상적인 궁금함’을 잠시 사유하는 시간을 갖는 건 어떨까요?(그리고 궁금함을 탐구로, 탐구를 연구로!)

희망제작소는 궁금한 김에- 슬기로운 시민연구를 하고자 하는 시민 여러분들을 기다립니다.☺

덧붙이는 말: 올해 ‘온갖문제 연구’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까요?(칙칙폭폭…칙칙폭폭…)

▶ 공유회 현장에 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면, 시민연구자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시민연구자 칼럼도 함께 보기!
[김명애팀] 탈북청소년이 남한에 적응하려면
[분노팀] 90년대생의 페미니즘
[만점팀] 가치지향적 소비를 향한 디딤돌

– 글: 이이자희 기획팀 연구원[email protected]

화, 2020/06/23-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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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금전문가학교를 수료한 지 벌써 3주 째가 되어간다. 10년 이상 머물던 직장 내 한 부서에서 오랜 근무 후, 갑자기 찾아온 부서이동과 함께 주어진 모금 활동이라는 막막함을 안고서 듣게 된 모금전문가학교는 샘물의 단맛을 알게 해주었다.

강의 형식을 탈피한 실습을 통한 주제 발표, 성과 발표 등.…. 매회 이어지는 모금의 방법을 일반적인 면과 실제 상황을 잘 조합해서 큰 어려움 없이 모금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몇 주차 강의를 들은 후, 개인 미팅에서 후원을 요청하려니, 그동안 ‘그냥 하면 되지. 뭐. 쉬운 거야….’라고 생각했던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상황을 맞이했다. 모금 활동이 너무 어렵다는 걸 깨달았고, 결국 누군가의 마음과의 소통이라는 과제를 갖고 재도전하기 위해 모금전문가학교 다음 주 강의를 기다렸다.

“모금도 논리와 진정성 있게 사람의 마음을 읽어야 한다”라는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하려는 프로젝트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해석이 있어야만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음을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관계 형성은 내 생각과 그들의 생각의 폭을 좁힐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임을 알았다.

모금 활동의 핵심은 관계 형성인 것 같다. 자주 만나고, 연락하고, 소통하다 보면 어느새 내 생각에 사람들의 마음이 다가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시간이 무한정 남아서 그들과 매일매일 소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나, 항상 그들의 작은 것 하나에도 나의 에너지를 쏟아 관리하고 시간 내어 잦게 만나는 게 무척 중요하다는 걸 깨달으면서 오늘 하루도 내가 어떻게 그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생각 중이다.

모금을 더 잘해보고 싶은 욕심에 이런저런 시도를 계속해보지만, 아직 미약한 나에게 모금전문가학교는 더 없는 마음의 기부자였다. 나의 기부자에게 더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모금가의 길로 들어선 나에게 큰 조력자가 되어주실 것을 다시 한 번 부탁 드린다. 모금전문가학교에서 만난 모든 분들의 주옥같은 말씀이 관계 형성과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글: 백길랑 22기 모금전문가학교 수료생
– 사진: 휴먼트리

수, 2020/07/0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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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슬비가 내리는 날, <2020 다함께 종로 행복여행> 수료식이 지난 8월 5일 서울 종로구청 한우리홀에서 열렸습니다. <2020 다함께 종로 행복여행>은 희망제작소가 종로구와 함께 지난 5월 20일부터 7주 간 주민이 주도하는 행복 실천 과제를 발굴해 소통하고 종로의 골목길을 다니며 캠페인을 진행하는 사업인데요.

참가자들은 행복특강을 들으며 나와 종로구의 행복을 찾고, 나아가 지역 내 행복을 발굴하는 현장학습에 참여했습니다. 지역에 행복을 전파하는 캠페인 과정을 비롯해 그간의 여정을 공유하는 수료식의 분위기를 듬뿍 담아보았습니다.


 

주민 주도로 지역에서 행복 공감대를 찾다

이날 자리는 주민들로 구성된 4개 팀이 주제별 행복과제를 발표하고, 소감을 나누는 시간으로 꾸려졌습니다.

건강, 환경, 공동체, 문화로 나눠진 팀들은 각 주제에 따라 종로구 내 탐방 코스와 방문지를 정해 현장 학습도 다니고, 이틀에 거쳐 함께 캠페인을 진행했는데요. 발표하는 내내 다들 한 마음이 되어 즐기고 경청하는 분위기로 행복 바이러스가 넘쳤습니다.

건강하면 행복하다! 나로부터 시작하는 좋은 습관 캠페인

먼저 ‘건강’ 팀은 캠페인 활동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생생하게 현장을 전달했습니다. “건강할 때 건강검진”, “지구가 건강해야 나도 건강해요”, “Smile Health” 등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을 담아 슬로건이 들어간 부채를 만들며 동심으로 돌아가는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합니다.

인사동, 을지로, 청계천 등 종로 관광명소 일대를 다니며 캠페인 하는 동안 풍물 음악으로 거리 분위기를 한껏 띄우고, 영어 슬로건으로 외국인에게도 좋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전에 나 자신의 건강과 행복을 먼저 찾아야 다른 이들에게도 기쁜 마음으로 베풀 수 있음을 깨달으며 소통과 나눔의 행복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셨다고 합니다.


▲ 한양도성 낙산 구간을 탐방한 ‘환경’ 팀이 발표하는 모습.

종로 역사를 품은 낙산공원과 자연 환경을 둘러보다

‘환경’팀은 한양도성 낙산 구간을 탐방한 내용을 지도로 나타내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종로구 산자락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인왕산계곡, 백운계곡, 쌍계동천 등을 비롯해 경치가 훌륭한 낙산공원을 감상하며 역사와 자연이 깃든 종로의 매력에 푹 빠졌습니다. 한양도성 주변의 역사 깊은 명소들과 환경을 둘러보며, 앞으로 종로의 환경적 가치 보존을 더욱 생각하고 실천해야겠다 다짐하셨어요.

백사실계곡, 북촌 한옥마을 다니며 종로의 정체성 확인해

‘공동체’ 팀은 1일차에 백사실계곡을 따라 부암동으로 내려오는 코스, 2일차에는 북촌 한옥마을을 탐방하는 코스로 계동길을 거쳐 북촌문화센터를 방문하였습니다. 창덕궁 돌담길이 내려다보이는 골목길을 따라 옛 한옥 서재도 방문하며 옛 정취에 흠뻑 취하셨다고 해요.

관광객이 늘어나 주민들이 생활 피해를 겪는다는 것을 듣고, “조용하고 안전하게 우리 동네 여행하기”라는 캠페인 구호로 안전거리를 지키고, 적정인원으로 팀을 나눠 조용히 탐방하는 여행 수칙을 만드셨습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각자 여행 사진과 수칙을 공유하며 캠페인 활동을 하신 걸 보니, 지역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과 배려가 느껴졌습니다.

서북촌과 남촌 탐방으로 종로의 역사문화 숨결 느껴

마지막으로 ‘문화’ 팀은 1일차 경복궁 코스, 2일차 회현동 코스로 나누어 종로 문화탐방을 기획하셨습니다.

1일차에는 “종로 역사문화를 통한 행복 이야기”라는 주제로 경복궁 주변과 청와대를 거쳐 주요 명소들을 탐방하였는데요. 특히 삼청동에 있는 한국 디자이너들의 스티커 샵을 방문했을 때 K-패션의 위상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합니다.

2일차에는 계동 코스를 둘러봤는데요. 서울 우리소리 박물관에서 우리 민요와 노동요를 들을 수 있어 반갑고 재미있었다고 합니다.

약 두 시간에 걸쳐 창덕궁 돌담길을 지나 국내에 서양화를 처음으로 들여오신 고희동 작가님의 가옥을 방문하신 내용을 들으니, 종로의 풍부한 문화적 감성이 곳곳에 남아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을 돌아보며 감사와 기쁨을 발견해

이처럼 캠페인 이야기를 공유한 후, 참가자들의 종로여행을 통한 행복찾기 소감을 듣는 자리가 이어졌습니다. 나의 정체성을 고민하고, 이를 지역사회 활동과 연계해 기쁨과 감사를 찾을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하셨는데요.

종로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는데 주제에 맞춰서 탐방하고 이야기 나누며 지역에 대한 애정과 행복감이 커졌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코로나19 이후 활동이 어려웠던 답답함이 해소되고, 좋은 분들과 관계를 맺으며 지역적 가치와 매력을 공유하는 기회가 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보며, 앞으로 지역사회를 통해 신뢰 기반의 소규모 대면 서비스와 문화 활동이 활성화되어야 함을 제작소도 다시 한번 절감했습니다.

지역 정체성을 체험하며 나의 존재와 가치를 체감한 주민

수료식 마무리 즈음, 참가자 분들이 감사의 마음을 표하셔서 뿌듯했습니다. 희망제작소도 주민들과 함께 7주간 진행된 종로여행을 통해 우리 동네에서 행복을 발견하고, 이웃과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 되짚어볼 수 있었습니다.

주민 스스로 둘러본 현장과 캠페인 사진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 훈훈한 현장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나요. 앞으로도 더 많은 행복을 시민과 함께 전파하는 희망제작소의 활동을 기대해주세요.

– 글: 강예나 경영지원실 연구원
– 사진: 시민주권센터

목, 2020/08/1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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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제작소는 목민관클럽과 함께 9월 10일과 11일 양일간 ‘지역혁신 10년, 대한민국 미래를 그리다’라는 주제로 목민관클럽 창립10주년 기념 국제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관련된 지방자치혁신 성과들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 보는 자리였는데요.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디지털 국제포럼으로 전환돼 진행했는데, 현장에서 나눈 다양한 의제와 토론 내용을 두 번으로 나눠 소개합니다.

이번 국제포럼에서는 목민관클럽 10년 활동을 되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해 보는 토크쇼, 지방분권을 넘어 주민자치,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민주주의의 발전방안, 코로나19로 촉발된 비대면 전환 관련 디지털 민주주의 가능성과 지방자치가 주목해야 할 미래 트렌드를 탐색했습니다. 이밖에도 비수도권지역의 당면한 과제인 인구절벽과 지역소멸, 지역 간 불균형 문제의 해법을 함께 모색했는데요.

첫 번째 글에서는 직접 민주주의와 디지털 민주주의에 관한 사례를, 두 번째 글에서는 독일의 인구절벽, 지역소멸의 극복방안 사례와 함께 포스트 코로나 시대 자치정부의 역할(독일의 지역소멸 극복방안은?)을 중심으로 전합니다.(유튜브 라이브 영상 보기 ▶링크)


▲ 목민관클럽 창립 10주년 디지털 국제포럼 현장 모습.

코로나19 세계 대유행 속에서 민주주의는 죽었다?

첫 세션인 ‘지방자치 발전을 위한 시민참여와 직접민주주의 미래’에서는 IRI(International Republican Institute)의 브루노 카우프만(Bruno Kaufmann) 유럽 대표를 화상으로 초대했습니다. 브루노 카우프만은 코로나19 세계 대유행 상황에서 일부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퇴행하는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시민의 참여에 따라서 민주주의는 계속 발전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직접 민주주의가 가장 발달한 곳으로 손꼽히는 스위스도 모든 주에서 여성 투표권이 부여된 것은 1990년의 일이라며, 시민의 참여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는데요. 아울러 시민의 참여는 정치 리더십의 소비자, 즉 투표를 잘하는 게 아니라 직접 참여하고, 일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참여민주주의의 기반은 제도나 구조에 머물지 않고 문화로 정착돼야 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지정토론에 나선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시스템을 통해 시민참여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허필홍 홍천군수는 행정주도에서 주민주도 지역발전계획 수립과정을, 박정현 대전 대덕구청장은 다양한 주민들의 욕구, 다양한 마을 문제를 주민들이 자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주민자치회 역량강화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윤태범 교수(방송통신대)는 “우리나라가 제도적 민주주의는 틀을 갖췄고, 시민참여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지만, 개인주의나 냉소주의, 무관심도 증대하고 있다며 결국 시민이 스스로 참여하고 만드는 민주주의가 중요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 목민관클럽 창립 10주년 디지털 국제포럼 현장 모습.

우후죽순으로 쏟아지는 시민참여플랫폼, 성공을 위한 조건

‘국민 참여 플랫폼 광화문 1번가’, ‘민주주의 서울’, ‘마포1번가’, ‘ok 소통1번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바로 시민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참여와 소통을 내세우는 정부 흐름에 따라 중앙정부부터 광역지방정부, 기초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는데요.

그러나 이러한 플랫폼은 오픈할 때만 반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제안이 공론화가 되려면 제안된 내용에 대해 일정 수 이상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데 제안된 내용을 일일이 읽어보기도 힘들고, 많은 시민이 일상적으로 해당 플랫폼을 방문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두 번째 섹션인 ‘코로나19 팬데믹과 디지털 민주주의 가능성 탐색’을 맡은 아이슬란드의 재단법인 시티즌스의 로버트 비나르손은 디지털 참여라는 게 그 자체로 재밌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참여민주주의는 사람들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들, 예들 들어 유튜브 영상물 등과 경쟁해야 하는데요. 디지털 플랫폼을 개설 후 단순히 참여하라는 홍보만으로는 부족하고, 참여하는 시민의 의견을 경청하는 동시에 피드백과 보상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 비나르손은 아이슬란드에서 디지털 시민참여 플랫폼 ‘your priorities’를 만든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속에서 아이슬란드 정부의 신뢰도가 70%에서 7%로 급락하자,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정부와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오픈 플랫폼을 구축했습니다.

시민참여 플랫폼은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토의에 참여하고 의사결정을 하는데, 토론과정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지 않도록 찬반의견을 분리하거나 상대편의 의견에는 좋아요/싫어요만 표현할 수 있게 설정했습니다.

아울러 1000여 편의 의견들이 제안되기 때문에 인공지능기능을 탑재하여 비슷한 의견은 모으고, 서로 다른 언어는 번역하고, 공지와 받아쓰기 기능까지 추가했습니다. 덕분에 디지털 시민참여 플랫폼(your priorities)은 20여 개 국가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 중입니다.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시 정책수렴, 에스토니아 법개정, 미국 뉴저지주 공무원 대상 내부 토론, 호주의 한 공립학교에서 학생 대상 민주주의 교육 과정에서도 사용되었습니다. 레이캬비크시에서는 1,000여 명 이상이 참여하고 있고, 이 플랫폼에 참여해 의견을 게시하는 일이 하나의 문화처럼 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국내 디지털 플랫폼도 시민이 일상적으로 드나들고 싶은 플랫폼으로 거듭나길 기대합니다.

– 글: 송정복 자치분권센터 센터장 [email protected]
– 사진: 자치분권센터

화, 2020/09/2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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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화국’, ‘지방소멸’이란 말이 점점 더 자주 들립니다. 말의 무게 역시 점점 무거워지는 요즘이지만, 해결 방법이 뚜렷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중앙정부부터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까지 다방면의 주체가 얽혀 있고, 인구와 일자리부터 공동체와 문화, 복지, 환경까지 아우르는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이겠지요.

그럼 우리는 누구와 무엇을 얘기해야 할까요? 은 이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지역 일자리에 집중해 논의의 장을 열었던 1차 포럼에 이어 지난달 28일 인구와 공간 인프라의 관점에서 대안을 찾은 2차 포럼을 후기로 전합니다.

※본 글에서는 “지역”을 기본으로 쓰고, 수도권 외 지역이 주변화되어 쇠퇴하는 맥락을 강조하는 목적일 땐 “지방”이라 표현했습니다.

포럼의 시작은 국토연구원의 차미숙 선임연구위원 발제였습니다. ‘지방소멸’ 현황과 현상의 원인 분석, 정부의 대응 전략 현황 검토, 전략 제시로 구성된 발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아직도 지역 인구감소가 저출생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작년 한 해, 언론을 떠들썩하게 한 단어 중 하나는 ‘데드크로스’였습니다. ‘데드크로스’란 사망자 수가 출생자 수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현상을 뜻하는데요. 상당수의 지자체는 이미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3~4배 많습니다. 전체적으로 심각하게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지역 단위의 인구감소는 조금 다른 결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지역 쇠퇴/소멸의 핵심인 인구의 공간 편재와 양극화는 주로 수도권과 일부 대도시로 인구가 몰리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인구가 빠져나간 지역에는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이 주로 남습니다. 인구감소와 고령화 지수, 건강수명,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이 일종의 비례 관계인 것이지요.


▲ 출처: 차미숙(2021), 인구지진 시대 지방소멸 대응 전략 (발제자료 발췌)

지역 간 세대 격차를 보면, 2030 청년 1인 가구는 서울과 대도시에, 고령 1인 가구는 전남과 경남의 군 단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청년들은 주로 교육과 일자리 목적으로 도시에 몰리는데요. 특히 20대의 경우, 2000년대에 교육 목적으로 서울에 간 20대의 비율(11.45%)과 2010년대의 비율(24.35%)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국내 정책, 맞게 가고 있을까?

지방 쇠퇴/소멸 현상은 출생률보다는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는 이유, 즉 지방을 떠나는 이유를 해소하는 게 중요해 보입니다. 그런데 중앙정부의 정책은 여전히 저출생과 고령화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 이뤄집니다. “가족계획사업의 확장판”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요. 국가의 입장에서 노동력 구조와 생산 가능 인구 전력에 초점을 맞추는 정책은, 정책 대상인 국민을 공장 취급하는 발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공간 면에서도, 지역마다 다른 환경과 여건을 고려하지 못하는 비판지점이 있습니다. 올해 초 229개 시군구 장을 대상으로 지방소멸 대응 정책의 한계를 물은 결과(응답 94명), ‘정책목표 부재(31.5%)’와 ‘지역 현실과 괴리(27.0%)’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 출처: 차미숙(2021), 인구지진 시대 지방소멸 대응 전략 (발제자료 발췌)

지자체 차원의 대응은 아직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에 맞춘 보조사업 위주입니다. 그러나 일부 지자체에서는 보육 여건/놀이시설, 일자리/산업진흥, 전입/귀농·귀촌 정착지원을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인구감소와 지역쇠퇴는 세계적인 문제라는데, 해외는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요? 일본과 프랑스의 사례를 살펴봤습니다.

먼저 일본은 세 가지의 지방개발전략과 한 가지의 저출생 대책으로 구성된 ‘지방 창생 종합전략(1기 2015-2019, 2기 2020-2024)’를 진행 중입니다. 지역쇠퇴 문제 원인의 복합성과 각 요인의 비중이 반영된 구성이지요.

프랑스는 1990년대 중반에 인구감소 문제를 겪고 지금은 감소 상태에서 벗어났는데요. 일부 지역에 인구가 집중된 현상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2019년 공표한 ‘농촌 의제(Agenda Rural)’는 지역 격차 해소와 국토 균형발전의 목적에 충실한 시책을 담고 있습니다.

일자리나 주택뿐만 아니라 건강, 이동성, 인터넷, 교육, 공공서비스, 친환경 전환 등 200개의 세밀하고 실체 있는 제안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예를 들어 ‘이동성’은 농촌지역 15~25세 청년에게 운전면허 교습비를 지원한다, ‘교육’은 거리를 기준으로 학교를 재분류한다는 식입니다.

살고 싶은 지역을 위해

방대한 자료의 체계적 분석을 지나 발제자가 제안한 전략의 핵심은 ‘다양성, 자율성, 연대성을 필수로 하는 방향 전환’입니다. 기존의 인구사회정책 중심에서 지역발전정책과 인구사회정책의 융합으로, 지역의 활력을 되찾는 데 무게를 두고 나아가자는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전 생애에 걸쳐 건강하고 품격있는 생활 실현(보육, 교육, 의료·건강), ▲개성·매력 공간 창출로 생활인구 확보와 유출 억제(거주, 생활, 문화), ▲지역자원 기반 생산·소득 및 일자리 확충(지역산업, 생산성), ▲지역 간 교류·협력으로 상생과 공존의 사회문화 확산(네트워크, 주민참여), ▲지역이 주도하는 분권 역량과 실증 기반 강화(행정 균형과 협업)라는 다섯 가지 전략을 ‘특별법 제정 및 추진체계 구축-재정 지원 및 특례 적용-정보 지원 및 모니터링’이라는 제도적 지원을 통해 시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전략별 실행 계획과 함께 참조 가능한 해외 사례까지 제시한 제안은 포럼 참가자 모두를 놀라게 했는데요. 인구감소와 지역 간 격차 심화, 지역공동체 붕괴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한 발제자의 고민과 애정의 깊이와 넓이가 두루 느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각 지자체와 정부 관계자가 주로 신청하는 의 특성상, 앞으로의 정책에 많은 영감을 주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리: 홍한솔 기획팀 연구원 [email protected]

수, 2021/08/04-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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