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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엿먹인 선동가,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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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엿먹인 선동가,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

익명 (미확인) | 목, 2016/12/29- 17:47

‘브렉시트’에 이어 ‘이탈리브(Italy+Leave)’도 올 것인가. 지난 5일 이탈리아 시민들은 국민투표에서 개헌안을 부결시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부결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던 마테오 린치 총리는 사임을 표명했다.

개헌안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과 극우정당 북부동맹은 승리의 깃발을 치켜 올렸다. 부패와 성추문으로 물러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마저 이 틈을 타고 부활할 기세다.

오성운동과 북부동맹은 집권하면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당장 오성운동은 조기 총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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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 현상, 브렉시트, 프랑스의 국민전선 등 미국과 유럽에 반기득권정치 바람이 불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오성운동이 이를 대변한다. 최근 현직 총리가 추진한 국민투표에서 부결표를 던질 것을 호소하는 베페 그릴로 오성운동 대표의 모습. (사진 출처: http://www.blitzquotidiano.it/)

정치 풍자로 TV 퇴출

개헌안은 상원을 축소하고 지방분권을 축소하는 등 국정 운영을 효율화하자는 내용이었다. 그 자체로는 반대 의견이 클 이슈는 아니었다. 연초만 해도 개헌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 시민들의 반대는 개헌안 자체가 아니라 현 린치 정부, 나아가 기성 정치세력에 대한 반감에서 비롯됐다. 그 중심에 오성운동의 탄생 주역이자 대표를 맡고 있는 코미디언 출신 정치인 베페 그릴로(68)가 있다. 그릴로 대표는 이번 투표를 앞두고 “이탈리아는 진흙탕에 빠졌다”며 린치 정부에 대한 심판을 호소해 결국 승리했다.

그릴로 대표는 1948년 이탈리아 제노바 리구리아에서 태어났다. 대학에서 회계학을 공부했으나 학업을 끝까지 마치진 않았다.

고교 졸업 후부터 우연히 코미디언의 길로 들어선 그는 이탈리아의 유명 TV 진행자 피포 바우도에게 발탁된다. 이후 각종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해 활발하게 정치·사회 풍자를 하며 이름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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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코메디언으로 활약할 당시의 모습 (사진 출처: http://foto.ilmessaggero.it/)

1986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담은 ‘그릴로 메트로 쇼’를 맡기도 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87년 당시 총리였던 베티노 크락시 당시 총리를 TV 쇼에서 비판했다가 공영방송 RAI 등에서 퇴출당한다.

그릴로 대표는 1993년 잠깐 RAI의 라이브쇼에 출연했다가 1500만 명의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그의 풍자를 참지 못했고 결국 1990년대 이후 거의 TV 방송에 나오지 못하고 만다.

그릴로 대표는 공적 재원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 집권 정당의 선전 목적에 따라 남용된다고 비판했다. 결국 TV로부터 타의로 ‘망명’한 그가 선택한 것은 국내외 거리 공연이었다. 그는 욕설을 섞은 거침없고 자유로운 화법으로 기성 정치권의 부패와 무능을 신랄하게 비판해 대중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공연은 많을 때 1년에 100회 이상 열렸다.

‘키보드 선동가’로 명성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자 그릴로 대표는 소셜미디어를 또 하나의 무기로 삼았다. 2000년 즈음 블로그를 개설했다. 암울한 시대는 역설적으로 그릴로 대표의 주가를 더 높여줬다.

2001년 미디어 재벌이자 기업가 출신의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두 번째 집권에 성공한다. 베를루스코니는 공영방송까지 장악해 실질적으로 주류 언론 거의 전부를 틀어쥐고 여론조작에 나선다.

언론이 기성 정치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를 수렴하지 못하고 진실조차 뭉개자 그릴로 대표의 블로그는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다. 그릴로 대표가 종종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의 ‘나는 꼼수다’와 비교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의 블로그는 정치·경제이슈부터 환경·노동문제까지 모두 다뤘다. 언론은 그를 ‘키보드 선동가’로 부르기도 했다. 블로그 내용은 이탈리아·영어·일본어 등 3개 국어로 제공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08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블로그 중 하나로 그의 블로그를 꼽았다. 방문자 수 기준으로 세계 10위 안에 들기도 했다. 그의 트위터 역시 2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다.

그릴로 대표의 블로그를 찾던 사람들은 단순한 팬덤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블로그에서 각종 사회 문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던 시민들은 각 지역 공동체에서 오프라인 모임까지 갖게 된다. 지역별로 작은 모임에서 다양한 이슈들을 논의하는 그룹은 2년 만에 전국적으로 650개나 생겨난다.

2006년 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 정권이 물러나고 로마노 프로디 총리가 이끄는 좌파가 집권한다. 그러나 프로디 정권은 경제회복에도 실패하는 등 신통치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그릴로 대표는 2007년 기성 정치인들에게 욕을 퍼붓자며 ‘V-day’ 축제를 기획한다. ‘V’는 ‘Vaffanculo’이라는 이탈리아어의 약자로 ‘빌어먹을’ ‘썩 꺼져’ ‘엿 먹이다’라는 뜻이다. 이 집회에는 200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쏟아져 나온다. 블로그와 소셜미디어로 조직된 최초의 이탈리아 정치 집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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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베페 그릴로가 기획한 V-day 포스트.

하지만 2008년 총선에서 또다시 베를루스코니가 승리한다. 심지어 부패 비리 혐의로 재판 중이었던 베를루스코니의 승리에 이탈리아는 충격에 빠진다.

결국 그릴로 대표와 뜻을 함께하는 이들은 기성 정치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시민들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자는 운동을 시작한다. 이것이 바로 ‘오성운동’이다. 기성 정치에 대한 회의감 때문에 이름조차도 ‘정당’이 아니라 ‘운동’이라고 붙였다.

반기득권 풀푸리 민주주의

직접민주주의 확대와 반부패, 유럽연합(EU) 탈퇴를 기치로 내건 오성운동은 2009년 10월 인터넷을 통해 만들어진다. 오성이란 좌우 이데올로기를 거부하고 오직 시민들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 그들이 내세운 다섯 가지 새로운 목표 ▲공공수도 ▲인터넷 접속권리 ▲지속가능한 교통수단 ▲지속가능한 개발 ▲생태주의를 뜻한다.

오성운동은 부패한 기성 정치인들에 대한 반감이 크다. 국회의원 임금을 일반 노동자 임금 수준으로 삭감하고, 국회의원도 2선까지만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패정치인들은 출마를 금지하고, 국회의원들에게 헌법교육 및 시험을 의무화하자는 방안도 내놓는다. 정당 보조금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성운동은 실제로 선거자금 국고보조를 거부하고 시민들에게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지원을 받았다.

이와 함께 오성운동은 기성 정치권으로서는 다소 황당하게 들릴 만한 정책들도 내놓는다. 전 국민 인터넷 무료 사용, 전 국민 기본소득 보장, 근로시간 20시간으로 단축, 자유무역 반대 등이다. 이런 정책들에 대해 우파는 ‘과대망상’ 좌파는 ‘무정부주의자’라는 비난을 쏟아낸다.

다소 거칠어 보일지는 몰라도 그들의 정책은 인터넷을 통해 3년간 이어진 토론과 투표의 결과물이었다. 1000여 개의 지역 모임 50만 명의 참여자들이 치열하게 고민하고 토론했다. 이 정책을 만든 오성운동 당원들은 2013년 총선에서 후보로도 직접 나선다. 이 후보들 역시 인터넷을 통한 경선에서 최종 선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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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총선에서 오성운동은 창당 4년 만에 제1 야당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고무보트를 타고 환호하는 군중의 바다 위에서 즐거워 하는 베페 그릴로의 모습.

선거 결과는 놀라웠다. 창당 4년 만에 제1야당이 된 것이다. 전체 유권자의 25.5%에 해당하는 870만 표를 얻었고 무려 163명이 의회에 진출한다. 스튜어디스, 싱글맘, 남자 간호사, IT 기술자 등 정치 경험이 없는 30~40대가 무더기로 당선됐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도 오성운동은 로마(비르지니아 라지)와 토리노(키아라 아펜디노)에서 시장을 배출했다. 정당 지지율은 30%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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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로마 역사상 첫번째 여성시장으로 당선된 비르지니아 라지(왼쪽)와 토리노 시장으로 당선된 키아라 아펜디노. 

오성운동의 인기에는 이탈리아의 암울한 상황도 한몫하고 있다. 유로존 3위의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는 정부 부채 비율이 133%에 이르고, 은행 부실대출은 3600억 유로나 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1997년보다 낮아졌고, 실업률도 11%를 웃돌아 고용률이 그리스를 제외하면 EU에서 가장 낮다. 청년실업률은 40%대에 육박했다.

41살의 젊은 린치 총리는 2014년 집권하면서 이탈리아의 전 분야를 개혁하겠다고 나섰다. 공공부문 감축, 재정지출 축소 등 긴축정책을 펼치며 ‘제2의 토니 블레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경제는 개선되지 않았고 도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완전히 망가졌으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시민혁명으로 나라를 운영해야 한다”는 그릴로 대표의 주장은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오성운동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앞서 로마 시장으로 당선된 라지는 공약으로 내걸었던 쓰레기와 교통문제 개선은커녕 시정 장악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릴로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오성운동의 직접민주주의 시스템을 남용하고 당 내부의 반발을 묵살한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실제 2013년 당선된 의원 163명 중 37명이 축출되거나 탈당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시 코미디언으로 돌아가나?

그릴로 대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것이 인기의 비결이었겠지만, 때로는 거센 비난도 함께 몰고 온다. 지난 5월 무슬림으로 신임 런던 시장이 된 사디크 칸을 두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자살폭탄을 터뜨리는 광경을 보고 싶다”며 저열한 농담을 던졌다가 뭇매를 받았다.

세상은 그의 발언에서 불안함부터 읽어낸다. 유로존을 탈퇴하겠다, 국가 채무를 재조정하겠다는 등 세계 금융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는 그의 모습에 2013년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은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그릴로 대표를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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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페 그릴로는 기성 정치에 대한 대중의 불만을 배경으로 인기를 얻었다. 기성정치에 대한 거침없는 야유와 조롱에 대중들은 환호했다. 정치판에 감자를 먹이는 시늉을 하는 그의 모습.

그릴로 대표는 과거 차량 운전 사고를 내 3명을 숨지게 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전력도 있다. 2013년 총선에도 이 때문에 출마하지 않았다. 총리가 될 생각도 없다고도 밝혀 왔다. “정치에 직접 몸을 담그지 않으면서 훈수만 두는 비겁한 사람”이라는 비판도 받는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의 모습에서 결국 정치인은 어디에 발을 딛고 서 있어야 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군중의 초현실적 환상을 활용할 줄 알고 손쉽게 분위기를 바꾸며 필요한 순간에 가장 정확한 말을 할 줄 아는 사람” 그릴로 대표의 멘토였고 최근 타계한 노벨문학상 수상자 다리오 포는 그를 가리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릴로 대표가 인기를 끌고 이탈리아 정치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과정은 한국의 모습과 흡사하다. 보수 정권 10년을 거치면서 주류 언론은 정권에 장악 당했고 정치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지리멸렬한 모습만을 반복하고 있다.

그릴로 대표는 종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비견되기도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이재명 성남시장 같은 인물이 떠오르기도 한다. 방송에서 멀어지면서 오히려 더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개그맨 김제동의 ‘거친 버전’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탈리아 현지 언론들은 개헌 국민투표 이후 그릴로 대표가 정계은퇴를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릴로는 지쳤고, 본업인 코미디 무대로 돌아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그릴로 대표는 2014년에도 젊은 간부들에게 당을 맡긴 뒤 떠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진 않았다. 오성운동의 집권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큰 지금, 그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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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대통령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이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들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 지난달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후 시민사회단체들은 선거법 개혁을 일순위 정치개혁 과제로 꼽았다.

올해 1월에 전국 124개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발족한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 개혁 공동행동’은 “정치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을 방해하는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선거제도를 꼽았다. 공동행동은 △18세 투표권 △유권자 표현의 자유 보장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대통령·지방자치단체장 결선투표제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 가운데 선거기간에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지난 3월 15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선거법 개혁 국민선언대회.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개혁 공동행동’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첫번째 정치개혁 과제로 선거법 개혁을 꼽았다.

▲ 지난 3월 15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선거법 개혁 국민선언대회. ‘민의를 반영하는 선거법개혁 공동행동’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첫번째 정치개혁 과제로 선거법 개혁을 꼽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임박했던 지난 2월, 일부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촛불집회 주최측에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촛불집회에서 ‘특정 입후보예정자를 지지·반대하는 현수막이나 인쇄물을 배부해서는 안 된다’, ‘촛불집회가 제19대 대통령선거 유세장으로 변질될 것을 우려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다.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공직선거법상 위법 소지가 될 만한 행동을 미리 차단한 것이다. 문제는 대통령 탄핵 결정 직전까지 시민들이 광장에서 자유롭게 얘기했던 것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만으로 처벌받게 된다는 점이었다. 이는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공직선거법 제90조와 제93조때문이다. 이 법에 따르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행동만으로도 위법이 된다.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설치 등의 금지) 1항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보권선거 등에서는 그 선거의 실시사유가 확정된 때)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 경우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사진 또는 그 명칭·성명을 유추할 수 있는 내용을 명시한 것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공직선거법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게시 등 금지) 1항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에 영향을 미치게 하기 위하여 이 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정당 또는 후보자를 지지·추천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정당의 명칭 또는 후보자의 성명을 나타내는 광고, 인사장, 벽보, 사진, 문서·도화, 인쇄물이나 녹음·녹화테이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것을 배부·첩부·살포·상영 또는 게시할 수 없다.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직선거법 때문에 선거가 끝날 때마다 선거법 위반 범법자가 양산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최대 이슈는 친환경 무상급식과 4대강이었다. 당시 친환경 무상급식 풀뿌리국민연대 상임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던 배옥병 씨는 후보들에게 친환경 무상급식 정책 수용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 유죄 판결을 받았다. 배 위원장은 5년 동안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부터 4대강 반대 운동을 해왔던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선거기간 동안 4대강 반대 활동이 공직선거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반발해 ‘4대강’으로 개명 신청을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2010년 환경정의 활동가들은 선거기간 동안 4대강 반대 운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선관위에 반발해 ‘4대강’으로 개명 신청까지 했다. (사진=환경정의 제공)

▲ 지난 2010년 환경정의 활동가들은 선거기간 동안 4대강 반대 운동을 하지 못하게 막는 선관위에 반발해 ‘4대강’으로 개명 신청까지 했다. (사진=환경정의 제공)

지난해 4·13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총선시민네트워크에 참여한 시민사회단체 대표 22명은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총선넷이 낙선 후보 대상을 선정하는 온라인 앙케이트를 한 것에 대해 선관위는 사전신고 없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낙선 후보 사무실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을 두고는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집회를 개최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 선관위는 지난해 총선 하루 전날인 4월 12일 총선넷 관계자 2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경의 수사 과정에서 22명으로 기소 인원이 늘어났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들이 비슷한 내용으로 기자회견, 퍼포먼스를 한 것에 대해서는 선관위가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다. 시민유권자운동본부라는 단체는 ‘좋은 후보’를 선정해 해당 후보자 선거운동 현장이나 선거 사무실에서 후보자의 이름이 게재된 현수막을 게시하고 인증서 전달식을 열었다. 총선넷은 선거법 위반을 피해가기 위해 기자회견을 열면서 피켓이나 현수막에 후보자의 성명이나 사진을 게재하지 않았지만 기소됐고, 시민유권자운동본부가 진행한 인증서 전달식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사)월드피스자유연합,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라는 단체는 낙선 대상 후보자 이름과 지역구, 정당 등을 명시한 현수막을 내걸고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이 역시 문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서울시 선관위는 “시민유권자운동본부의 좋은후보 인증서 전달식은 대부분 실내 또는 공개장소에서 별도의 시설물 없이 이뤄졌고,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의 기자회견은 통상적인 기자회견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서울시선관위는 구멍 뚫린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한 총선넷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오른쪽 사진),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 등이 현수막에 낙선 후보자 명단을 적시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다. (왼쪽 사진)

▲ 서울시선관위는 구멍 뚫린 피켓을 들고 기자회견을 한 총선넷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오른쪽 사진), 4대개혁추진국민운동본부 등이 현수막에 낙선 후보자 명단을 적시하고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서는 문제삼지 않았다. (왼쪽 사진)

이런 형평성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가 되는 법을 아예 뜯어 고치는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역시 현행 공직선거법이 유권자의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법 개정 의견을 속속 내놓고 있다. 중앙선관위는 지난해 8월 국회에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정당법·정치자금법) 개정의견을 제출했다. 선관위는 △말과 전화를 이용한 선거운동 상시 허용 △일반 유권자도 선거운동기간 중에 소품이나 표시물을 입거나 지니고 선거운동 보장 △공직선거법 90조, 93조 폐지를 제안했다.

하지만 정작 국회의 법개정 움직임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선거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인 안전행정위에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행위의 자유한국당 간사실에서는 선관위가 선거법 개정의견을 냈다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국회 정치발전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은 국회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이 난항을 겪는 이유를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현행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해 관계, 정당의 유불리에 얽매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 기존 국회의원들에게는 불리하기 때문에 법 개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국정농단과 정경유착 세력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그 중심에 있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끌어내린 주역은 촛불 시민이었다. 그런데 유권자인 촛불 시민들에게 선거기간에는 오히려 가만히 있으라고 종용하는 공직선거법은 가장 먼저 청산해야 할 적폐 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취재 조현미
촬영 정형민 김남범 신영철
편집 윤석민
CG 정동우

화, 2017/04/0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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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마이니치, 문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 전해  -문 대통령, 강제징용 노동자 개인 청구권, 소멸되지 않았다 -레드라인, 장거리 미사일 핵탄두 탑재 후 무기화 했을 때 -남북관계와 미사일 문제에 도움이 된다면 특사 보낼 수도 일본 일간지 마이니치 신문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00일을 맞아 열린 기자회견 내용 중에서 일본과 관련된 답변에 관해서 보도했다. 마이니치 신문은 문재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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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7/08/1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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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원세훈 전 국정원장 유죄 선고 보도 – 국정원 조직적인 정치 선거 개입 유례없는 일 – 보석으로 석방 후 4년 선고, 대법원에 상고할 것 뉴욕타임스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수요일 징역 4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하고, 그 내용에 대해 정치적 후보를 위한 공무원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을 금하는 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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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 2017/09/02-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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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리더 두 번째 시간은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주제로 이루어졌습니다.
오픈 프라이머리,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농 대표성 등등 어려운 용어도 많고, 나에게 잘 와닿지 않는 제도적 문제인데
왜 청년들에게 선거제도 개편이 중요한 것일까요?

"선거제도 개편이 청년들에게 중요한 진짜 이유"라는 주제로 서복경 박사님이 강의해 주셨습니다.

강의 시작 전, 요즘 이슈가 된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관한 찬반 의견을 묻는 투표가 있었습니다.
결과는 반대가 조금 더 많았는데요, 각종 여론조사에 따른 결과보다는 찬성 의견 비율이 높은 편이었습니다.

서복경 박사님은 우선 청년 유권자 파워와 청년이 선거제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청년 투표율은 다른 세대에 비해 낮습니다. 그것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청년 투표율이 낮은 것은 청년 세대가 아직 정부 정책에 직접적인 수요를 가지기 전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청소년기에 정치를 경험한 비율도 낮습니다.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을 청년의 책임으로 돌리기보다는
청년들의 정치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는 구조를 반성해야 합니다.

하지만 2030은 선거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세대입니다.
만약 서울 각 지역구에서 2030 유권자 중 10%만 더 투표해도, 절반 정도의 선거구 후보자의 당락을 좌우할 수 있습니다.
청년들은 충분한 머릿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청년의 표로 당선된 정당과 정치인은 청년을 위한 정책을 고민할 것입니다.
청년이 이런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정당과 정치인이 자각하게 해야 합니다.
그들이 청년 유권자의 힘을 자각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청년 정책을 고민할 것입니다.

19에서 39세까지의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37%지만, 그 나이대의 국회의원은 30대 의원 2명에 불과합니다.
50대, 60대 국회의원이 정말 청년을 대변할 수 있을까요? 청년 의원이 더 많아져야 하지 않을까요?

지역구 선거에서 청년,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가 당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비례의석을 확장해서 자신들의 대표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청년들이 느끼기에 찍을 사람이 없다면, 만들면 됩니다.



그렇다면, 현재 선거제도와 관련된 논의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201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각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3:1에서 2:1로 조정하도록 결정했습니다.
인구가 많은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표의 가치가, 인구가 적은 선거구의 유권자들이 행사하는 표의 가치보다 낮은 문제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이후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떠올랐고 각 정당과 시민사회에서 입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 중 한 문제가 의원 정수와 비례대표제에 관한 것입니다.
비례대표제를 확대하게 되면 지역구 의원의 수를 줄이든지 전체 의원수를 늘려야 하겠죠.
또 유권자 수가 많은 지역구를 쪼개거나 해서 지역구 의원을 지금보다 늘린다면,
비례대표 의원이 줄거나 전체 의원수가 늘어나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88년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동안 정부 예산은 22배 증가했고,
법률안도 15배 증가했습니다. 또한 국회의원 1인당 인구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국가재정이 제대로 쓰이는지, 법률안에 문제는 없는지, 행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국회의원 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숫자가 많아지면, 특권도 줄어들 것입니다.

서복경 박사님의 강의가 끝나고, 반대 입장의 의견은 무엇인지와 정수 확대에 대한 반감의 원인 중 하나인
국회의원 급여는 어떻게 산정되는지 등의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 이루어진 뒤
강의 전 투표와 같은 내용으로 두 번째 투표가 이루어졌습니다. 확실히 찬성 입장이 늘어났고, 잘 모르겠다는 입장도 있었습니다.



뒤이어 강의를 어떻게 들었는지, 입장의 변화는 어떠했는지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원래 의원 정수 확대에 찬성 입장을 가졌다가 새로운 사실이나 근거를 알게 된 친구들도 있고,
평소 싸우고 비리를 저지르는 정치인 이미지 때문에 반대했다가 강의를 듣고 찬성하게 된 친구도 있었습니다.
만약 국회의원 수가 늘어난다면, 더 효율적인 국회 운영이 이루어져야 하고 민의를 잘 대변해야 하며
제대로 된 정책 결정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과연 정수를 늘리는 것만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답인지에 대해서는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더불어 청년들이 비례대표 등을 통해 정치에 진출하고, 적극적으로 정책 결정에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선거제도 개편은 사실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주제이고, 그래서 단시간에 입장을 정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일 것입니다.
다만 어렵다고 해서 관심을 거두기보다, 정치권에서 또는 미디어에서만 이야기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도 상당한 연관이 있는 문제라는 것을 생각해보고 관심을 가지면서 의견을 정리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제도 개편을 통해,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거나 청년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니까요.

다음 시간에는 최연소 구의원 등 청년 의원으로 활동해오며 "서울시 청년기본조례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한
김용석 서울시의원의 이야기를 듣고, 청년 정책과 청년 정치를 같이 이야기합니다.

다음 강의 : 8/27(목) 내가 청년 버스비 할인 정책을 제안한 이유-김용석 서울시의원
            9/1(화) 최저임금위원회 활동을 통해 본 새로운 청년정치-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9/3(목) 청년 중심의 새로운 정치는 어떻게 가능할까? -이범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9/9(수) 청년 사회안전망 확대를 위한 새로운 상상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9/12(토) 정치가 청년을 주목하지 않는 이유 vs 주목하는 이유 -박홍근 국회의원

*개별 강의 신청(강의당 수강료 1만원)도 가능합니다. 구글_개별강좌 신청서 작성(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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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15/08/2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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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6/07/1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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