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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학교 후기] 서울시 주거정책의 내용과 맥락 강연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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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학교 후기] 서울시 주거정책의 내용과 맥락 강연 후기

익명 (미확인) | 수, 2016/11/16- 16:14




서울시 주거정책의 내용과 맥락 강연 후기



소원


 

"집값을 떨어뜨리겠다는 공약으로 집권할 수 있을까?" 부동산 가격은 언제쯤 폭락하느냐는 질문에 강연자는 이렇게 반문했다. 당선을 위해서는 최대한 다수의 지지를 받아야하므로 무작정 집값을 낮추겠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새로 집을 구해야하는 청년 세대는 집값이 싸지길 기대하지만, 집이 노후 대비 자산의 전부인 중장년 세대는 집값이 오르길 바라기 때문이다.(일종의 부동산 세대론?) 경제 위기가 도래하면 기존 정치세력에 대한 반발을 동력 삼아 집권한 다음, 공공 주거 계획을 실현한다는 순진한 발상에 일침을 가했다.

 

강연은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공임대주택 8만호 공급' 공약을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됐다. 강연자는 '공공임대주택 200만호 공급'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진보정당의 당원으로서는 마뜩치 않겠으나, 현실적 조건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 이상 대규모 공공임대주택 건설은 어렵다며, 높은 지가, 빈 땅의 고갈, 공공재정 악화, 지역 주민 반대 심화를 근거로 들었다. 한편 침체된 재개발 사업을 부양시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신시가지 개발이 가져올 원도심 쇠퇴는 어떻게 대응할지도 고려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주거모델 다양화에 초점을 맞춘 이유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강연자는 다양한 주거모델 중 특히 사회주택에 주목했다. 강연자에 따르면, 민간 주택 시장과 공공 임대 시장이 완전 분리된 한국의 이중 임대 시장을 단번에 단일 시장으로 만드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공 임대는 거주자가 순환하지 않고, 여유분도 부족해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빈집 활용, 토지임대부, 원룸 고시원 리모델링형 등 민간 주택과 공공 임대의 교집합이라고 할 수 있는 사회주택을 확대해 이중 임대시장에 사다리를 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나서 뉴타운 재개발사업 출구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우선 뉴타운 사업이 부상한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 재개발 역사를 간략하게 훓었다. 60~80년대 판자촌 형성을 시작으로 80년대 강남 개발, 70~80년대 아파트 건축, 80~2000년대 판자촌 재개발, 90년대 다세대주택 난개발, 2000년대 아파트 재건축을 거쳐 2003년 뉴타운 사업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지금의 재개발은 1990년대 체제에 기초하는데, 저성장으로 개발이익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경제적 동력을 상실해가고 있다고 강연자는 설명했다. 대신 건설자본은 4대강 사업이라는 먹거리를 찾았고, 다음 먹거리로는 4대강 철거가 유력하다고 전망했다.

 

강연자는 재개발 자체가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라며, 그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 배제가 문제라고 봤다. 예컨대 유지 보존이 어려운 판자촌 같은 경우 전면 철거 방식이 타당할 수 있지만, 거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자본과 국가에 의해 폭력적으로 관철됐다는 것이다. 반대로 뉴타운 사업은 양호주거까지 포함한 광역단위 개발이었는데, 일부 판자촌 마을은 사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처럼 사업성에 의존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재개발은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연자는 도시재생을 사회, 경제, 문화적 환경변화에 따른 도시의 전반적인 기능회복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물리적 개선을 의미하는 재개발과 구분했다. 도시재생은 시장에서 공공으로의 책임과 주도권 전환이라는 큰 의의가 있지만, 실제로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라고 밝혔다. 특정 사업에 대한 반대 의사를 조직하는 것보다,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도록 조직하는 것은 훨씬 힘들다며 10년을 각오해야할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진행 중인 도시재생 활성화지역을 소개하며 노동당이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주거정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입장에서 파악한 강연 전체의 요지는 슬로건만이 아니라 디테일이 중요하다는 것과 주거정책은 패키지로 접근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박원순식 주거정책의 내용과 맥락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나니, 구체적인 수준에서 비판하면서 그에 대항하는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기가 결코 쉽지 않겠다고 느꼈다. 다만 강연자가 강조한 사회주택을 비롯한 박원순식 다양한 주거모델이 아무리 많아야 몇 호 정도 될 것인가, 착한 부동산 개발이라는 게 가능한가, 여러 가지 한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규모 공공 주거 계획이 필요하고 그 방법을 찾아야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문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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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방 교사가 된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초등학교 1학년인 다정이와 함께 동네 도서관에 간 적이 있다. 이른바 ‘다문화가정 자녀’인 다정이는 또렷한 눈빛에 당당한 목소리를 가진 멋진 여자아이이다. 처음 가본 도서관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이곳저곳 살펴보는 다정이가 눈에 띄었는지 도서관 직원 한 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머, 너 정말 예쁘게 생겼다.”
“고맙습니다.”
“한국말도 잘하네. 이름이 뭐니?”
“저 유다정이에요.”
“어, 이름이 한국 이름이네?”

다정이는 살짝 표정이 굳은 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내가 말했다.

“한국 아이니까요.”

사실 이런 일은 다정이뿐만 아니라 우리 공부방 아이들이 흔히 겪는 일이다. 우리 공부방은 이주민지원센터 소속이다. 매주 토요일, 부모님 중 한 분 이상이 외국인인 아이들이 이곳에 모인다. 아이들은 자원봉사자 선생님들과 함께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하고 점심도 만들어 먹으며 한나절을 신나게 보낸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자라난 아이, 한국에서 태어났으나 집안 사정으로 어머니의 모국에서 양육되고 학령기가 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아이, 한국인과 재혼한 어머니를 따라 중도입국한 아이 등 한국에서 지낸 기간은 각기 다르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을 둘러싼 세상은 이들의 민족 정체성을 끊임없이 의심한다. 그리고 한국인이 아닌 별도의 민족 정체성을 부여한다. ‘넌 다문화잖아’ 라고.

‘다문화’는 말 그대로 다양한 문화를 뜻하는 아름다운 단어지만, 한국에 사는 ‘다문화’ 아이들에게는 그리 달가운 말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기 자신이기 이전에 ‘다문화’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수시로 관찰 대상이 되고 타자화된다. 긍휼히 여겨지거나 배척당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를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은 다문화가정 자녀가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어린이책 제목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다문화친구 민이가 뿔났다’, ‘필리핀에서 온 조개 개구리’, ‘우리 엄마는 여자 블랑카’, ‘깜근이 엄마’ 등. 어머니가 베트남인인 민이는 공부도 잘하고 교우관계가 좋음에도 불구하고 누군가의 친구로서만 존재감을 가진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자라고 한국어만 쓸 줄 아는 순호는 어머니가 필리핀인이라는 이유로 학급 친구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부정당한다. 블랑카, 깜근이와 같이 당사자들이 듣기에 고통스러운 인종차별적 별명이 버젓이 동화책의 제목으로 쓰인다. 이 책을 읽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어떤 감정을 느끼게 될까? 또, 비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에 대해 어떤 시선을 갖게 될까?

저명한 아동문학가이자 교육학자인 심스 비숍(Sims Bishop)은 문학이 세상을 보여주는 창문이자 자기 자신을 비추어보는 거울이라고 했다. 독자들은 자신과 똑 닮은 주인공이 자신이 겪었던 일을 똑같이 경험하는 것을 지켜보며, 과거와 현재 이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보고 사회의 질서와 정의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거울처럼 자아를 비추어보는 수단이 비단 문학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 드라마, 웹툰, 웹소설, 애니메이션, 뉴스, SNS에 오르는 글과 사진, 동영상 등 우리가 이용하는 모든 미디어가 아이들에게는 거울이 되고 창문이 된다. 이제 미디어는 사회고발과 계몽의 차원을 넘어 평화와 공존, 그리고 희망을 보여주어야 한다. 현실 반영이라는 평면적인 이유를 핑계 삼아 위축되고 소외당하는 모습의 다문화 캐릭터만을 보여주는 것은,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이 사회에서 주체적인 시민으로 성장하게 하는 데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무엇보다 아이들 자신이 미디어로부터 긍정적인 거울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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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우리 공부방 아이들과 함께 ‘까만 달걀’이라는 단편동화집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에 실린 다섯 편의 동화에는 피부색과 부모님의 국적 때문에 교우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주인공들이 등장하는데, 아이들은 모두 작품 속 주인공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이야기 자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이 한 명도 빠짐없이 왕따를 당하고 친구도 거의 없으며 불쌍하게만 나오는 것이 불만스럽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밝고 긍정적인 성향의 주인공과 평화로운 결말을 원했다. 중학교 1학년 남자아이 기범이는 만약 자기가 작가라면 이야기에 등장하는 학교에서는 왕따와 인종차별이 사라졌다는 결말을 쓰고 싶다고 했다. 왜 이 학교에서만 사라지기를 바라느냐고 묻자 기범이는 “나라 전체에서 사라지면 뭔가 큰일이잖아요. 그렇게 큰 사건이 아니어도 좋으니 작은 곳에서라도 변화가 일어났으면 좋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아이들은 비현실적인 파라다이스를 바라지 않는다. 특정 개인의 선의에 기반을 둔 일시적인 배려가 아니라 사회 각계의 연대와 구조의 변화에서 오는 긍정적인 내일을 기다리는 것이다. 변화는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다문화’라는 단어 뒤에 생생히 살아있는 진짜 그 사람을 보는 일. 보려고 노력하는 일. 잘 보이지 않을 때 다른 이의 도움을 받는 일. 작은 연대. 그 안에서 솟아나는 작은 희망. ‘다문화가정 자녀’라 불리는 저 아이가 내 아이와 다르지 않고 저 아이가 사는 세상과 내 아이가 사는 세상이 같은 곳이라는 진실을 마주하는 것. 이때야 비로소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작은 희망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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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원의 동화 ‘나는 그냥 나예요’에 나오는 주인공은 다문화라고 구분 지어지는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말한다.
“나는 거대한 우주에 떠 있는 수만 개 별 중 하나인 작은 행성에 살아요. 나는 그 행성에 사는 수많은 사람 중에 하나예요. 그게 나예요.”
다양한 ‘나’들이 모여 만드는 작은 희망을 바라본다.

글 : 임여주 파주엑소더스 공부방 교사, 대학에서 강의하는 어린이책 연구자

*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파주엑소더스는, 이주민과 선주민이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상담지원과 복지서비스, 교육과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법과 제도의 마련•정비를 위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 이 글에 실린 아이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입니다.

월, 2016/11/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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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바다 밑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그다음에 일어난 일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 지진으로 초대형 쓰나미가 일어났고, 쓰나미가 덮친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에서 원전 4개가 폭발하는 사고가 났다. 이 지진은 일본에서도 사상 최대였고, 관측 이래 지구상에서 발생한 지진 중 4번째로 큰 규모였다.

일본 시민들에게는 예상할 수 없었던 초대형 지진이었지만,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이 재난의 가능성을 전혀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도쿄전력은 2008년 자체적으로 최대 높이 15.7m의 쓰나미가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를 덮칠 수 있음을 계산해냈다. 그런데 후쿠시마 제1원전단지에 있는 원전들은 10m 높이 쓰나미까지만 대처할 수 있었다. 당연히 보강공사를 했어야 하지만, 공사에는 수백억 엔의 비용과 4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됐다. 도쿄전력은 돈을 아끼려고 보강공사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사고가 나고 말았다.

2016년 9월 12일 한반도 동남쪽 경주에서는 리히터 규모 5.8의 지진이 일어났다. 그 전인 7월에는 울산 동쪽 52km 앞바다에서 규모 5.0 지진이 일어났다. 두 사례는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님을 보여주었다. 여진이 이어지면서 많은 시민들은 걱정에 휩싸여 있다. 더 큰 지진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크다.

한반도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면, 지진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 대비하여 활성단층 등에 대한 조사를 전면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2011년 12월 발행된 지질학회지 제47권 제6호에는 <활성단층의 이해: 최근의 연구에 관한 고찰>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이 논문 작성에는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 소속 연구원도 참여했다. 결론 부분에는 ‘지진에 대비한 연구를 많이 한 일본에서 동일본 대지진에 대비하지 못한 것은 활성단층을 인지하지 못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한반도의 활성단층에 대한 전면적 조사가 필요하단 이야기다. 특히 해양 활성단층은 조사 자체가 거의 안 돼 있어 하루빨리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내진설계기준을 강화하고 확대적용하며, 비상시에 대피와 구호를 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한편, 지진 발생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큰 지진이 발생한 경주와 울산 부근에는 월성 원전단지에 6개, 고리 원전단지에 8개의 원전(시운전중인 신고리3, 4호기 포함)이 운영 중에 있다. 그리고 원전이 몰려 있는 한반도 동남쪽에는 60여 개의 활성단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아직 파악하지 못한 활성단층도 있으므로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활성단층은 지진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런 곳에서 다수의 원전이 가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원전건설은 활성단층에 대한 조사없이 추진되었다. 대한민국 최초 원전인 고리원전을 짓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한반도에 활성단층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질학계에서 최초로 활성단층을 발견한 것은 1983년이었고, 이때는 고리원전단지가 이미 가동 중이었다.

활성단층이 발견된 이후라도, 그 부근에는 원전을 건설하지 않았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다. 원자력계에서는 활성단층이라고 해도 괜찮다(지진발생 가능성이 낮다)는 논리를 내세워서 원전건설을 강행했다. 그 결과 활성단층이 몰려있는 한반도 동남쪽에 원전이 계속 들어서는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발생했다. 최근에도 신고리 5, 6호기에 대한 건설허가가 승인되기도 했다.

정부는 대한민국 원전의 내진설계가 리히터 규모 6.5~6.9 수준으로 됐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만약 그 이상 규모의 지진이 발생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위험에 빠진다. 또는 그 이하의 지진이라 하더라도 다른 요인과 복합적으로 작용하면 원전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긴급한 상황에서 100% 안전을 담보할 방법은 없다. ‘매뉴얼 국가’라던 일본이 어처구니없이 무너진 것이 그 점을 너무나 잘 보여준다.

그래서 원전에 대한 안전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활성단층 부근에 있는 원전에 대해 하루빨리 조치가 내려져야 한다. 수명을 넘겨서 가동하고 있는 고리 1호기, 월성 1호기는 빠른 시일 내에 폐쇄조치를 내려야 한다. 또한 그 외 원전에 대해서도 철저하고 독립적인 안전성 조사를 해야 한다. 위험성이 있는 원전이라면 가동중단을 하고 폐쇄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신고리 5, 6호기처럼 건설단계에 있는 원전은 건설을 중단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지금은 위험성 높은 원전을 가동중단하더라도 전력 공급에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최근 너무 많은 발전소가 완공되는 바람에 발전소가 남아돌아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런 상식적인 조치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원전가동을 멈출 의사가 없다. 여전히 ‘안전하다’는 얘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정부의 태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에 일본 정부가 취했던 태도와 똑같다.

결국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나서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진의 위험, 원전의 안전성 등에 대한 판단을 전문가에게만 맡기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전문가 의견을 참고할 수는 있지만, 전적으로 의지할 수는 없다. 전문가의 예측도 틀릴 수 있고, 사고가 났을 때 그들이 피해를 책임질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정보를 취합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당시 일본의 총리였던 ‘간 나오토’는 쓰나미가 원전을 덮쳐 원전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자, 일본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라고 하는 대학교수를 불러서 자문했다. 그는 총리에게 ‘원전은 폭발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했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에 후쿠시마 원전은 폭발하기 시작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주는 또 다른 교훈은 우리 모두의 안전에 관한 문제를 전문가에게만 맡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진대책, 그리고 원전문제에 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 10월 11일에는 탈핵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이 원전에 의존하는 사회로 남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진지하게 토론하는 기회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시민사회가 해야 할 역할이 크다.

이번에 발생한 지진 규모에 비해 피해가 적었던 것은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이런 행운이 계속될 것이라고 낙관할 수는 없다. 어떻게 보면 이번 지진은, 원전에 중독된 대한민국에 마지막 경고를 준 것인지도 모른다.

글 : 하승수|변호사, 전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월, 2016/10/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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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공정한 노동]
⑪ 나도 잘 몰랐던 ‘나에게 좋은 일’ 알아보는 법

“접대문화 없는 직장에 다니고 싶어요. 가치관에도 걸리고, 술도 잘 못 마시거든요.”
“저에게는 집과 회사가 가까운지가 중요해요. 퇴근 후 시간을 잘 쓰고 싶으니까요.”
“능률 끌어 올린다면서 ‘이것밖에 못 해?’ 하고 쪼아대는 문화, 그런 게 없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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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조직이 나에게 좋은 일터인지 알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봐야 할까? 애널리스트들이 유망기업 분석하듯이 재정적으로 탄탄한지, 성장가능성이 있는지만 보면 될까? 탄탄한 것은 분명한데 조직문화가 나와 맞지 않는다면, 출근하는 것이 지옥처럼 느껴지는 곳이라면 좋은 일터라고 할 수 있을까?

희망제작소가 지난 10월 6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스페이스류에서 진행한 ‘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 4회 취업준비생 편은 ‘나에게 맞는 일인지 정확하게 알고 입사할 권리를 찾자’는 취지로 기획된 행사였다. 앞선 연재를 통해서는 구인광고 분석, 근로계약서 작성 실습 세션의 내용을 소개했다. (취준생 워크숍 구인광고 분석 내용 보기), (취준생 워크숍 근로계약서 작성 실습 보기)

보드게임 ‘나에게 좋은 일’ 일반에 첫 공개

이어진 세션은 희망제작소가 자체 제작한 보드게임으로 ‘나에게 좋은 일’을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희망제작소 내부 구성원들과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개발 중이던 보드게임이 처음으로 일반 참가자에게 공개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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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은 아직 전반부까지만 개발된 상태다. 1부는 개인들이 ‘나에게 좋은 일’을 알아보는 내용이고 2부는 팀 단위의 협력을 통해 좋은 일을 위한 사회적 토대를 높이는 내용이다. 이날 워크숍에서는 1부까지만 진행됐다. (보드게임 ‘나에게 좋은 일’ 개발과정 보기)

희망제작소가 보드게임을 만든 취지는 ‘좋은 일’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건들을 알아보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그 요건들 중에서 나에게 더 중요한 요건들을 골라서 우선순위를 정해 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좋은 일의 모든 요건을 다 갖추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일은 존재하기 어렵다. 단지 유망 일자리가 희소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규모가 큰 조직에서 체계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사람은 자율적인 환경에서 최대한 독립적으로 일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즉, ‘나에게 좋은 일’은 다 다를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는 ‘좋은 일’의 기준을 단일한 것, 고정된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 대기업, 높은 초봉, 혹은 ‘사’자 붙은 전문직을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며, 그 일에 진입하지 못 한 사람들이 나머지 일을 한다는 인식이다. 그런 인식에 떠밀려서 좁은 문을 향해 무작정 달려가던 많은 사람들이 막상 그런 일에 진입한 후에야 ‘이건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깨닫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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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각자가 자신에게 좋은 일의 기준을 먼저 깨닫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들의 기준들이 모이면 우리 사회 구성원의 상당수가 지향하는 ‘좋은 일의 상(像)’이 그려질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유명 대기업 공채사원, ‘사’자 붙은 전문직이 1980~1990년대 ‘좋은 일’의 상이었던 것처럼 말이다. 지금, 여기, 우리 사회에 맞는 좋은 일의 상을 함께 그려야 할 책임이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있는 셈이다.

내가 추구하는 ‘좋은 일’ 유형은?

보드게임 ‘나에게 좋은 일’은 ‘좋은 일’의 요건 40가지를 풀어서 써 놓은 ‘일 경험 카드’를 참가자들이 순서대로 한 장씩 구매하는 행위를 기본으로 진행된다. 카드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것은 참가자마다 40개씩 지급받은 ‘자원 칩’이다. 이는 어떤 일 경험을 가지기 위해, 즉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원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일 경험 카드’를 모으다 보면 카드에 기재된 색깔과 모양을 조합해서 ‘퍼즐 조각’을 받을 수 있다. 이를 개인의 퍼즐판 위에 잘 배열해서 최대한 꽉 채우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게임이 종료된 시점에서 퍼즐판에 남은 빈칸이 가장 적은 사람이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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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숍 참석자들에게 처음 게임 룰을 설명했을 때, “어려워 보인다”, “무슨 말인지 이해 못 했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게임이 정상적으로 진행돼 각자에게 맞는 ‘나에게 좋은 일’의 유형이 나올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넣어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테이블 당 배치된 퍼실리테이터들의 설명에 따라 직접 플레이를 하자 참가자들은 금세 룰에 익숙해졌다. 사전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쉽지 않아 보였던, 퍼즐판을 빈 칸 없이 꽉 채우는 참가자도 여럿 나왔다.

게임들이 종료된 후 해석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각자 모은 카드의 색깔들은 일을 선택할 때 어떤 요건을 중요하게 보는지를 알려준다. 카드의 색깔들이 각각 ‘고용안정’, ‘임금’, ‘노동시간’, ‘조직 문화’, ‘주관적 만족도’를 뜻하는 것이다. ‘노동시간’에 해당하는 카드를 가장 많이 모았다면 그 사람은 일을 선택할 때 노동시간이 어떤 형태, 어느 정도인지를 중요하게 본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주관적 만족도’를 뜻하는 카드는 누구나 많이 모을 수밖에 없도록 설계됐는데, 아무리 객관적 요건(고용안정·임금·노동시간·조직문화)이 갖춰졌더라도 주관적 만족도가 없으면 그 일을 ‘좋은 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두 번째 분석에 사용되는 것은 각 퍼즐판 상에서 가장 많은 퍼즐의 색깔이다. 이는 개인이 추구하는 ‘좋은 일’의 유형을 보여준다. 안정·조직 내 성장·체계 추구형, 일에서 벗어난 ‘삶’의 중요성을 크게 치는 유형, 자율성·프라이버시·전문성 추구형, 관계·협력·가치 중시형, 성취·성과·전문성 중시형 등 총 5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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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인식 못 했던 내 성향, 신기하다”

게임 결과로 자신의 ‘좋은 일’ 판단 성향을 받아 본 참가자들 중에는 “나와 다르게 나왔다”는 사람도 있기는 했지만 대체로는 “나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 했던 내 성향을 잘 보여준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는 ‘노동시간’을 중시한다고 나왔는데 정말 그래요. 지난 직장에서 근무시간이 초과되는 데 제일 많이 지쳤었거든요. 자기계발을 중시하고 일과 개인 삶은 분리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해 주는 직장을 원해요.”

“저는 ‘안정·조직·체계 추구형’으로 나왔어요. 실제로 지난 직장에서 야근을 많이 했는데 그래도 얻는 게 있어서 재밌었어요. 집에서 TV보고 밥 먹는 데 시간을 많이 쓰는 것보다는 성취하는 데 시간 쓰는 게 좋고 거기서 재미를 느끼는 편이에요.”

“저는 IT개발자로 일해 왔는데 ‘자율성·프라이버시·전문성 추구형’으로 나온 게 신기하네요. 다음으로 비중 있게 나온 유형이 ‘일에서 벗어난 삶 중시형’인데, 그것도 맞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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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나온 자신의 일 추구 유형을 놓고 자신의 지난 직장 경험, 희망 진로에 대해 돌아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제가 이래서 지난 직장에서 성과를 중요하게 여겼구나, 전문성을 키우는 일인지를 신경 썼구나, 생각하게 되네요.”

“제가 고른 카드대로 전문성 있는 사람이 되려면 지금 택해야 하는 직장은 좀 고생하는 곳이어야 할 것 같아요. 지금 고생해야 나중에 전문성을 쌓은 뒤에 여유로워 질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개인적인 성취에 대한 욕심은 별로 없는 편에요. 조직 문화가 좋은 곳, 안정과 균형이 있는 직장을 찾아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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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는 ‘좋은 일’의 요건을 다각도로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자체가 좋았다는 반응들이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은 조건을 놓고 선택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심하게 된다는 게 새로웠어요. 특히 ‘튼튼한 노동조합’ 같은 요건은 취업할 때 잘 생각해보지 않는 것인데, 이런 기회에 생각해 보니 중요한 측면이네요.”

“어떤 유형의 일을 택하려면 다른 조건은 포기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니까 좋았어요. 자기 시간을 자유롭게 쓰고 싶은 사람은 ‘정규직’이라는 고용조건을 포기해야 할 수 있고, ‘칼퇴근 보장’을 원하는 사람은 최저임금 주는 직장이어도 택할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는 걸 알았어요.”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인 만큼 구체적인 룰에 대해서는 개선 의견들도 나왔다. 이 의견들은 게임 개발 과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4060세대 워크숍에서 2부 공개

이 보드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다음 기회는 12월 3일(토) 오후 1~5시에 서울시NPO지원센터 대강당에서 진행되는 4060워크숍 ‘끝에서 두 번째 일, 좋은 일이려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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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는 일 전환을 꿈꾸는 40~60대를 대상으로 한다. 살면서 여러 번 직업을 바꾸고 다양한 일 경험을 하게 되는 시대가 됐는데도 여전히 생애 첫 번째 일을 기준으로 ‘좋은 일’을 논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워크숍이다.

단, 유망 직종이나 직업, 직장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기 위한 행사는 아니다. 중·장년기에 하게 될 일도 ‘좋은 일’이기 위해 우리 사회에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함께 논의하고, 정책제안을 도출해 보기 위한 자리다.

또한 이 행사에서는 보드게임 ‘나에게 좋은 일’의 2부가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글 하단의 ‘좋은 일 기준 찾기’ 온라인 설문조사는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비슷한 흐름에 따라 좋은 일의 기준과 이를 위한 사회의 변화 방향을 생각해 보도록 구성됐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이 설문조사 결과는 좋은 일이 많은 사회를 위한 정책 제안을 만드는 데 반영된다.

글 : 황세원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화, 2016/11/0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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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기본계획 관련 서울시당 운영위원회 간담회 및 전국위원회 안건 설명회 일정안내]


박근혜 탄핵 국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여러 정치권의 대선 관련한 논의가 언론에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노동당에서도 오는 211일 대선기본계획을 결정하게 됩니다. 이에 서울시당 운영위원들과 당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안내해드립니다.


1. “대선기본계획 관련 서울시당 운영위원회 간담회”


   참석자 : 중앙당 김강호 사무총장

   일시: 26() 서울시당 운영위원회를 마치고, 8시반 경

   장소: 중앙당 회의실(서울시 영등포구 국회대로 664 한흥빌딩 2)


2. 전국위원 안건 설명회


1) 1권역(강남서초, 강서, 관악, 구로금천, 동작, 송파, 양천, 영등포)

   전국위원 및 중앙당 사무총장 참석

   일시 : 28() 7시반

   장소 : 문화예술공방(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246-8 2)


2) 2권역(강동, 강북, 광진, 노원, 도봉, 동대문, 성동, 중랑)

   전국위원 참석

   일시 : 28() 7시반

   장소 : 중랑민중의집(서울시 중랑구 면목동 129-12 대원빌딩 601)


3) 3권역(마포, 서대문, 성북, 용산, 은평, 종로중구)

   전국위원 및 중앙당 정치사업실장 참석

   일시 : 28() 7시반

   장소 : 은평민중의집 랄랄라(서울시 은평구 신사동 25-6 예동빌딩 1)

3.
전국위원회


일시 : 211() 14

장소 : 중앙당 회의실


노동당 서울시당

저작자 표시 비영리
토, 2017/02/0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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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신숙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이 전하는 일본, 일본 시민사회, 일본 지역의 이야기. 대중매체를 통해서는 접하기 힘든, 일본 사회를 움직이는 또 다른 힘에 대해 일본 현지에서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안신숙의 일본통신 40
쇠락한 일본 마을을 살린 지역활성화협력대원들

2009년, 일본 총무성은 ‘지역활성화협력대(地域起こし協力隊)’라는 파격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지역 활성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동안 생활비와 활동비를 지원하는 제도이다. 그 과정은 이렇다. 과소지역(과도한 인구 감소로 지역 사회의 기반이 변동하여 생활 수준, 생산 기능의 유지가 곤란하게 되어 있는 지역)에서 발생되는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지방자치단체가 이주 희망자들을 ‘협력대원’으로 위촉하면, 협력대원들은 각자의 관심에 따라 농업, 어업, 임업, 마을 만들기, 지역 브랜드 상품 개발, 판매, 프로모션, 도시민과의 교류사업 등의 일에 종사하면서 지역에서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찾는다. 최고 3년간 보장되는 정착기간 동안 협력대원들은 정부로부터 연간 200~250만 엔의 생활비와 창업을 희망할 경우 100만 엔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으며, 주택을 제공받기도 한다.

총무성이 2013년 임기가 끝난 협력대원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약 60%가 그 지역에 정주했고, 정주자의 약 90%가 취업(53%), 취농(26%), 창업(9%)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총무성은 2020년까지 협력대원 수를 4,000여 명으로 확대하고, 서포트 데스크와 연수를 실시하여 청년 창업을 늘리는 등. 내실을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여러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과소지역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현재 추이대로라면 25년 후에는 약 90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행 6년째를 맞이한 지역활성화협력대의 성과를 속단할 단계는 아니지만, 매년 협력대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한 점이다.

▲지역활성화협력대 실시현황

▲지역활성화협력대 실시현황

청년 협력대원들이 이룬 변화

전국적으로 지명도가 가장 높은 협력대가 바로 오카야마 현(岡山県) 미마사키 시(美作市)의 협력대다. 현북동부에 위치한 미마사키 시는 인구 30,498명, 고령화율 35.2%로, 특히 산간부를 중심으로 과소지역과 한계촌락(集落)이 많다. 이러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0년부터 협력대원을 배치해 왔다. 현재 협력대원 10명과 임기만료 후 정주한 6명의 사람들이 5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마사키 시 협력대의 명성을 높인 것은 우에야마(上山)의 타나다(棚田、계단식 논으로 산간 지역이 많은 일본의 전통적인 농업 방식 중의 하나)를 되살린 것이다. 우에야마는 현 수도 오카야마 시에서 자동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중산간지방의 마을이다. 예전부터 8,300여 개의 논이 산비탈에 층층이 계단을 이루어 주변의 숲들과 함께 그림 같이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그러나 고령화와 일손 부족으로 타나다는 조릿대잎과 칡덩굴로 뒤덮이고 숲은 황폐해져 갔다.

2007년 오사카 일대의 시민들이 우에야마의 타나다를 되살리고 자연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NPO법인 아이다 우에야마 타나다단(英田上山棚田団, 이하 ‘타나다단’)’을 조직해 활동을 시작했다. 회원들은 주로 도시 직장인과 학생들로 주말을 이용해 우에야마를 찾아 타나다의 잡초와 잡목을 제거하고 수로를 정비했다.

그러던 중 2010년 3명의 협력대원이 이주하면서 타나다 재생사업에 박차가 가해졌다. 당시만 해도 타나다는 워낙 풀과 잡목이 무성해 어디가 논인지 어디가 산인지 구별하기도 힘든 상태였다. 협력대원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타나다에 나가 그저 풀을 뽑고 나무를 베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생각한 것이 ‘화전’이었다. 물론 주민들과 땅 주인의 동의가 필요했다. 풀과 잡목을 불 태우고 땅을 일궈 약 20헥타르의 타나다를 되살릴 수 있었다.

뿐만 아니다. 이들은 수로를 정비해 10여 년 만에 논에 물을 끌여들였다. 타나단의 지지자들과 함께 봄에 모내기를 하고 가을에 추수를 했다. 생산된 쌀은 타나다미라는 이름의 브랜드 상품으로 개발돼 온라인샵 우에야마 메리샵(Ueyama Merry Shop)에서 판매하고 있다. 우에야마 메리샵에는 지역 브랜드로 개발한 정종과 맥주, 현미커피 등도 판매하고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채소와 산에서 채취한 약초, 가공식품, 공예품 등은 인근 오카야마 시나 오사카 시에서 열리는 마르셰에 참여해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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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목에 뒤덮여 있던 버려진 논이 축제의 장으로

우에야마의 타나다는 때때로 예술 무대로 변하기도 한다. 우에야마 주민들의 활짝 웃는 얼굴을 프린트한 우산이 모내기를 끝낸 타나다를 장식하고 있다. 우에야마에 새로운 웃음꽃을 안겨줄 것을 약속이라도 하듯이 말이다. 이는 북경 올림픽 오프닝 세레모니의 예술 고문을 지낸 미즈타니 코우지(水谷孝次)의 작품이다. 그는 우에야마의 준주민으로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 지역 브랜드 상품의 디자인도 모두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주민들의 고령화로 사라졌던 지역의 전통문화를 되살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수백년 이어졌던 여름 축제와 봉오도리(盆踊り, 음력 7월 15일 밤에 남녀들이 모여서 추는 윤무), 사자춤이 8년 만에 부활됐다. 또 추수 뒤에는 야간 노점과 스카이랜턴 날리기 등의 새로운 이벤트가 열려, 타나다는 쉴 틈 없이 주민들과 방문객들의 흥겨운 놀이판이 되곤 한다. 주민들의 손으로 직접 만든 수백 수천 개의 등이 밤하늘을 천천히 올라가며 연출하는 경관은 보는 이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안겨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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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야마가 사람들로 북적이는 이유

커뮤니티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타나다 작업 과정에서 우연히 30여 년 동안 잡초와 잡목에 뒤덮여 있던 오래된 집을 발견했다. 이를 직접 개조해 카페를 열었다. 주민들과 외지에서 찾아 오는 손님들은 이곳에 훌쩍 찾아와 직접 만든 커피와 쥬스, 케익을 먹으면서 잠시 휴식을 갖고 친구들과 화롯불에 둘러앉아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중앙에는 당구대도 있고 안쪽 방에는 아이들의 놀이방도 있다. 때로는 영화 상영 등의 이벤트가 개최되고 주민들의 모임도 열려, 지역의 소중한 커뮤니티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3채의 오래된 집을 개조하여 이주자들을 위한 셰어 하우스나 게스트 하우스로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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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민들을 위한 농촌 체험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타나다단을 중심으로 마을의 다양한 주체들이 협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우에야마 타나다 대학’이 바로 그것이다. 모내기와 벼 베기, 농지 관리, 수로 청소, 요리교실 등의 농업 체험은 물론, 간벌, 닥나무 종이 만들기 등의 임업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연간 10여 회 제공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 여름 체험 캠프 ‘그로스 세미나’는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행동하며, 스스로 결과을 만들어 내는 것을 콘셉트로 다양한 놀이와 작업으로 구성돼 매년 인기리에 실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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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성공 스토리는 도시민들을 우에야마로 불러들이는 힘이 됐다. 임기가 끝난 협력대원들과 현 협력대원들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우에야마에 보금자리를 틀기 시작했다. 도예가, 의사, 탭댄서, 디자이너, 엔지니어 등 10여 명의 신주민들은 ‘우에야마를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아오는 즐거운 마을로 만들자!’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 한다’는 각오로 다양한 신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주민들과 약 4,000여 명의 우에야마 마을의 팬들이 동참하고 있다.

우에야마 협력대원들이 준 교훈

우에야마 협력대원들의 활약을 본 다른 과소지역에서 협력대원들의 파견을 요청했다. 협력대원들의 두 번째 거점이 된 곳은 카지나미촌(梶並村)으로 겨울에 눈으로 고립되는 80세 이상의 고령자가 발생되는 냉혹한 지역이다. 협력대원들은 이곳의 오래된 집을 개조해 셰어하우스, 할로워크, 플레이그라운드, 크래프트워크, 오가닉팜 등의 사업을 펼쳐 성공을 거뒀다. 협력대원들과 이주자들로 구성된 ‘산촌엔터프라이즈’가 활동의 중심이 되었다. 카지나미촌을 포함하여 현재 협력대원들은 총 5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행정의 지원을 받은 지역활성화협력대원과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협조, NPO 활동가의 노력으로 도농교류와 커뮤니티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 우에야마 사례는 지역주민들의 힘으로만 지역 활성화를 이루기 힘든 지방자치단체들에게 시사점을 주고 있다.

글 : 안신숙 | 희망제작소 일본 주재 객원연구위원 · [email protected]

목, 2016/02/25-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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