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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성명] 계속되는 지진, 안전할 권리를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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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단체성명] 계속되는 지진, 안전할 권리를 요구한다!

익명 (미확인) | 목, 2016/09/22- 13:24

 

  

<성명서>

계속되는 지진, 안전할 권리를 요구한다!

경주 지진 관련 인권단체 성명서

 

두 차례의 강진과 400여 차례의 여진이 현재까지도 경주를 포함한 한반도를 흔들고 있다. 진앙지 양산단층대에서 시작된 지진이 수도권까지 뒤 흔들던 날도 정부의 재난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121차 지진 당시 국민 안전처는 9분이 지난 뒤에야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19일에는 그 보다 늦은 12분 후에 재난 문자가 발송되었다. 지진이 일어난 후 사이트 접속 폭주로 국민 안전처 홈페이지는 먹통이 되었다. 심지어 기상청은 땅 밑은 예상할 수 없습니다.’라는 브리핑을 했다. 재난이 일어난 순간 위험을 감지해야 할 국가기구와, 어떻게 대피해야 하는지 참고해야 할 사이트는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 주지 못했다. 취약한 정보제공의 경로는 국가가 재난 대응에 얼마나 무감각 한지, 지진이라는 참사에 대한 안전 대책이 없는지를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시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지진이 멈추기만을 기다리는 것이었다. 이번 지진이야 말로 예견하지 못했던 상황에 대한 대응력이 필요한 사건이었다. 재난과 참사의 상황을 예측하거나, 설령 재난과 참사가 일어났다 하더라도 그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번 지진에서 국가는 그 어떠한 역할도 하지 못했다. 현재 위험 앞에 놓인 이들의 공포의 진앙지는 정부자체였다.

 

심지어 2012년 양산단층대가 활단층이라는 지질조사 결과가 있었으나 정부는 연구결과조차 공개하지 않았다. 양산단층대는 경주-양산-부산에 이르는 단층으로 원자력발전소가 밀집한 고리, 월성지역과 가깝다. 6기 이상의 원전이 몰려있고, 원전 또한 노후 되었다. 방사선 방출량이 많고, 인근에 주민이 많이 살기에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시 그 피해가 더 클 것이라 예상된다. 원전 주변 주민들의 불안을 호소하며 안전대책 마련을 요구하지만 정부는 원전 운영에는 이상 없다,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안전하다는 말을 넘어선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수준의 점검 뿐 아니라, 더 큰 지진을 대비할 안전 대책 마련, 더 나아가 서는 노후 원전 폐쇄와 핵발전소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 그 위험성을 전 세계가 알고 있다. 다시금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위험을 감지했을 때 대책을 마련하는 현명함을 정부가 깨닫길 바란다.

 

지난 12일 지진으로 설로 작업중이던 노동자 2명이 사망했다. 재난과 참사가 일어나면 누가 먼저 죽고 다치는지 증명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가, 외주화 된 위험을 안고 있는 이들이, 이윤과 편리를 위해 내몰리고 있는 이들이 재난과 참사에 가장 취약 할 것이다. 안전문제는 모두의 생명과 존엄을 위해서 평등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과연 우리 사회는 그러한가? 지금 우리는 안전 앞에 모든 이들이 평등하게 안전할 권리를 누리고 있는지 다시 되묻는다. '안전'은 국가의 선언으로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권리를 누릴 때 가능해지는 것이다. 안전할 권리는 생명과 존엄을 바탕으로 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두 차례의 강진과 지금도 계속되는 여진은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여진이다', '또 다른 대형지진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이번 경주 지진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크기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기에 더욱 두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부는 현재의 위험을 투명하게 알리고, 더 큰 재난을 예상하는 대비를 해야 한다. '경주'와 인근지역의 문제로만 축소시켜서는 안 되며, 한국사회 전체의 재난 위험으로 상정해야 한다. 그리고 위험에 더욱 취약해지는 사람들을 최우선에 놓으며 안전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

 

<연명> 광주인권지기활짝’, 국제민주연대,노동건강연대, 다산인권센터, 문화연대, 법인권사회연구소,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빈곤과 차별에 저항하는 인권운동연대, 사회진보연대,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상상행동 장애와 여성 마실, 새사회연대, 서울인권영화제,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 울산인권운동연대, 인권교육 온다, 인권교육센터’,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중심 사람, 인천인권영화제,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폐지 공동행동, 전국불안정노동 철폐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북평화와 인권연대, 제주평화인권센터, 참여연대, 천주교인권위원회,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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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어, 우리 아빠 도시락이다.” 아이는 사각형 도시락을 알아차렸다. 식당에 앉아 식사할 시간이 없어 다음 수리할 곳 가기 전, 차 안에서 까먹었던 도시락. 깨끗이 비우고 밥통과 반찬통을 헹궈놓은 뒤 박카스 한 병을 남겨둔 도시락. 상복 입은 아들은 알아보았다.( @pictureinblue페이스북 인용) 아빠는 마지막 식사를 마친 뒤, 어느 빌라 3층 추락방지용 난간에 매달린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했다. 그 난간이 무너져 자신이 추락했다.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했지만 장 파열로 떠났다.


안전장구를 ‘할 수 없었다’


회사가 제공했을 법한 보도자료를 받아 쓴 언론은 ‘사망자가 안전모와 안전고리 등 안전장치를 착용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안전장치가 있었던가? 안전고리를 걸 만한 지지대라고는 발 디뎠던 난간밖에 없었다. ‘왜, 고층 작업에 이용하는 사다리차를 타지 않았냐?’


수리비 3만원에 1시간 15만원이나 하는 사다리차 빌리는 것은 고객 몫이었다. 받아들이는 고객도 없지만 그렇다 한들 건당 수수료 받는 에어컨 기사에게 수리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더 낮은 임금을 감수하는 것을 뜻했다. 2인 1조로만 일했어도 괜찮았을지 모른다. 하지만 2명이 일하건 1명이 일하건 수수료는 같다. 회사는 나머지 비용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결국 2인 1조는 꿈같은 이야기다. 삼성전자서비스 AS센터에서 사망한 B씨는 그렇게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


“떨어질 때 잘 떨어져라. 만약 너희들이 죽게 되어서 창자가 터지면 폐기물 처리비 나가니까 떨어져 죽더라도 잘 떨어져 죽어라”고 말했다는 하청업체 사장 말 따위는 가진 것 없는 이들끼리 나누는 덕담이었을지 모른다. 그보다 더 잔인한 것은 위험업무를 외주화해 책임을 회피하고 도급 단가를 떨어트려 비용을 절감하는 구조다. 안전수칙을 지킬 수 없는 구조 말이다.


2014년 전북 장수에서 전봇대 작업 도중 추락 사망한 케이블 설치기사, 2015년 안산에서 에어컨 실외기 작업 도중 돌아가신 수리기사, 모두 ‘안전장구를 하지 않았다’가 아니라 ‘안전장구를 할 수 없었다’는 이유로 생을 마감했다. 그들은 같은 이유로 죽었다.


비슷한 시기 즈음 B씨 원청회사 회장님 부고가 ‘엠바고’ 걸렸다며 하루를 흔들었다. 회사가 속한 그룹 주식은 고공행진을 했다. 일주일 사이에 노동자와 회장님이 상을 치를 뻔했다. 만약 그랬더라면, 두 죽음 사이 길은 얼마나 멀었을까. 위험한 줄 뻔히 알면서도 위태한 건물에 매달려 툭하고 떨어져 죽은 노동자.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지 못하나, 누구도 에어컨 실외기에 매달려 생을 마감할 이유가 없는 집안의 회장님. 생의 조건만큼이나 죽음의 조건이 다른 세상이다.


지하철 스크린도어에서 스무 살 청년이 죽고, 낡은 건물 외벽에서 아이 아빠가 죽었다. 업무상 위험은 하청노동자가 떠안고, 경영상 위험은 하청업체 사장이 떠안기 때문이다. 그들이 받아안은 리스크 덕에 회장님과 회장님 자녀들이 얻고 있는 시세 차익들. 그 삶과 죽음은 늘 상한가다.


생명 존엄, 이 간단한 명제도…


10대 재벌기업 사내 유보금이 550조원이라 한다. 생명을 건당 수수료로 살해하면서 벌어들인 돈이다. “뭣이 중헌디? 뭣이 중허냐고 뭣이!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온 나라의 곡성을 멈추기 위해서 ‘모든 생명은 존엄하다’는 명제를 지금이라도! 쓸모 있게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어느 에어컨 수리기사의 죽음을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2016. 7. 7 한겨레 21 노땡큐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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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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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16/07/1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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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이 화제다. 표절은 타인의 글 일부나 전부를 베끼거나 모방하며 제 것인 양 외부에 공표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문제 된 작품의 문장들은 비전문가가 아닌 눈으로 읽어도 표절 아니라 부정하기 힘들더라.

그 작품과 작가의 소란에 한마디 얹으려고 꺼낸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사족으로만 의견을 붙이자면, 고뇌에 찬 제보와 이어지는 성토는 문단 권력과 시장 이윤에 지친 한국 문학의 현재로 보인다. 숨 넘어가기 일보 직전 뱉은 울분의 자리임에 분명하다.

거기서도 바꾸지 못하면 한국문학은 표절을 한 장르로 인정하거나 수치심에 둔감하기로 작정했거나…, 둘 중에 하나일 거다. 그건 그렇고! 표절이 문제가 아니라, 복사의 시대는 아닌지 묻고 싶어졌다.

중학생 딸이 논술시험을 보았다. 문제가 이해되지 않아, 친구들에게 무슨 뜻인지 물어보았더니 “답을 외워!”라는 조언을 들었다 한다.

딸은 논술이란 문제를 이해한 후 자신 생각을 쓰는 것이 맞다 믿기에 신념대로 시험을 보았다. 선생님은 딸을 불러 물어보았다. “너는 답을 외우지 않고 네 생각을 썼지? 읽는 동안 너무 재미있었다. 그래서 너에게 최대한 점수를 주기 위해 노력했단다.

그런데 좋은 점수를 주지는 못했단다.” 천편일률적인 외운 답 중에 좋은 말로 담백하고 나쁜 말로 거친 글이었으리라. 비논리도 한몫했을 것이다. 평소 말버릇대로 썼으면 분명 재미있는 발상이 담겼을 테지만, 좋은 점수는커녕 형편없는 점수를 받았다.

선생님을 성토하려는 게 아니다. 선생님의 노고를 이해한다. 대학에서 강의 하나 하고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며 똑같은 딜레마에 처한다. 과제를 내 주면 대게 학생들은 자신들 생각이 아니라, 어디선가 나옴직한 글을 복사하고 붙여서 온다.

그래서 원칙을 세워준다. “컨트롤 씨(Ctrl-C)와 컨트롤 브이(Ctrl-V)한 글은 무조건 F학점이다. 아무리 어설퍼도 자기 생각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그러나 익숙지 못한 학생들의 글은 대학생이라 해도 봐줄 만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조금이라도 논리적 구조로 문장 뼈대를 세웠다 생각하면 여지없이 복사 문장이다. 한국 교육의 참혹한 무덤이다.



“무조건 외우라”는 복사 교육에서 사유는 자랄 수 없다. 학생만을 탓할 수 없다. 두 장을 겹쳐 고대로 쓴 생각을 정답으로 인정해주는데, 어떻게 외우지 않을 도리가 있는가. 한나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악의 평범성’을 이야기했다.

수백만 명 유태인을 가스실로 보낸 아이히만은 지극히 정상적 상태였음을 여섯 명의 정신과 의사들이 진단했다.

“적어도 그를 진찰한 후의 내 상태보다도 더 정상이다.” 평범했던 아이히만에게는 ‘말하기의 무능, 생각의 무능 그리고 타인을 배려할 줄 모르는 판단력의 무능’이 있었고 이 세 가지 무능은 대량 학살을 지시하면서도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았기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감각에 이르게 했던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악마 되기는 생각보다 쉬운 일임을 반복되는 역사가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복사는 사유의 불능을 낳을 수밖에 없다. 사유의 불능은 판단의 불능, 공감의 불능으로 이어진다. 아이히만의 예가 극단적이었으면 좋겠다.

딸은 앞으로도 논술과목 답을 외우지 않겠다고 한다. 문제를 이해한 후, 자신의 생각을 쓰겠다 한다. 나무랄 데 없는데 걱정이다. 원칙과 양심을 지킬수록 풍요로운 미래와 반비례로 살아야 하는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응원할 수밖에 없다. ‘사람’으로 커 가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2015. 623. 경기일보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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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5/06/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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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EN TABLE 이슈브리핑 2016-7 핵발전소 밀집지역에서 한반도 최강 지진 발생 경북 경주에서 계기 관측 이래 한반도에서 가장 강력한...
화, 2016/09/20-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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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지진나면,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하지 않을 것_72%

지진 발생시 가만히 있으라지시 따르지 않을 것_69%

국민 76% 정부 지진 대처능력 불신_76%

 

우리나라 국민 76%는 정부 지진 대처능력을 불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두잇서베이에 제공받은 경주지진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72%는 우리나라에서 지진이 날 경우, 국내 원자력 발전소는 안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9월 13일 경주에서 발생한 규모 5.8의 지진을 조금이라도 느낀 국민은 59%에 달했으나, 국민 30.9%는 지진 대처법을 모른다고 답했다.(전혀 모른다 6.7%, 별로 모른다 24.2%)

 

또한, 거주하는 집에 내진 설계가 되어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이 51%였으며, 내진설계 강화 및 대피훈련 강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통적으로 86%이상 공감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 강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83%라고 답해(매우 크다 29.7%, 약간 있다 54.3%) 기상청 등 정부 발표와 비교할 때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지진이 발생했을 때 ‘가만히 있으라’라는 지시를 받더라도 가만히 있지 않고 밖으로 나간다고 답한 국민은 69%로 나타나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도 컸다.

 

이번 설문조사는 두잇서베이가 9월 13일부터 20일까지 전국 10~99세 남녀 39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서 ±1.56%P이다.

 

2016922

서울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최회균 홍승권

사무처장 이세걸

※ 문의/ 김동언 서울환경연합 정책팀장 010-2526-8743

온라인 리서치 두잇서베이 070-4607-2060

http://blog.naver.com/dooitsurvey/220817028148

목, 2016/09/22-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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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땡큐

무책임한 침묵

일러스트레이션/ 이우만


1981년 황석영과 김종률, 광주 지역 노래패는 5월18일을 그냥 지나 보낼 수 없었다. 그 전해 벌어진 항쟁을 기억하며 노래극을 만들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노래극에 삽입된 곡이었다. 계엄군에게 사살된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과 야학을 운영하다 사망한 노동운동가 박기순의 영혼결혼식에 헌정된 곡이었다. 둘은 연인이었다. 가사는 당시 서울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된 백기완의 시 ‘묏비나리’의 일부를 차용해 황석영이 붙였다. 곡은 이듬해 1982년 윤상원, 박기순의 유해를 합장하는 영혼결혼식에서 처음 공개됐다. 조악한 테이프에 녹음된 노래는 빠르게 번져나갔다. 5·18을 상징하는 노래가 되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올해 5·18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 대한 국가보훈처의 입장이 나왔다. 알아서 따라 부르든지 말든지, 였다. 기념식에 참석한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쪽 인사들은 합창이 되어 흘러나오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따라 부르지 않았다. 완고하게 다문 입은 벌어지지 않았다.


뒤질세라 항쟁 당시 계엄사령관이던 전두환은 말했다. “나는 발포 명령을 하지 않았다.” 그들의 침묵과 그의 말 사이 간격은 좁았다. 항쟁의 마지막 날 새벽, 옛 전남도청 옥상에 있던 대형 스피커를 통해 광주 시내에 울려퍼졌던 “광주 시민 여러분, 계엄군이 진주해오고 있으니, 시민 여러분은 도청으로 와주십시오.” 목소리의 주인공 박영순씨는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가 혹독한 고문을 받고 복역하다 6개월 만에 형 집행정지로 풀려났다. 그날 그녀는 마지막 방송을 한 뒤 내용이 적힌 쪽지를 삼켰다. 그 목소리를 들었던 이들은 죽기도 했고, 살아남기도 했다.


5·18의 어머니들이 세월호 어머니들을 안아주며 말했다. “당신 원통함을 내가 아오.” 통곡을 품은 자들이 서로를 위로했다. 그러나 입을 다문 자들과 입을 연 자, 그들은 5·18 광주에서 죽은 자, 살아남은 자들의 상처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4살 남자아이 목을 관통한 총상, 주검을 집에 가져와서도 숨진 사실을 숨겨야 했던 이들의 비참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살돼 암매장된 비무장 민간인과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진압경찰과 군인 사망자를 바라보는 고통도 모른다.


그들이 침묵하거나 입을 놀리는 이유는 같다. 책임지지 않는 역사는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해 5월20일 <전남매일신문> 기자들은 사장에게 사직서를 낸다. “우리는 보았다. 사람이 개 끌리듯 끌려가 죽어가는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그러나 신문에는 단 한 줄도 싣지 못했다. 이에 우리는 부끄러워 붓을 놓는다.” 서슬 퍼런 시절에도 침묵이 부끄러워 펜을 놓았던 기자들이 있었다. 36년이 흘러 노래하지 않는 이 정부의 침묵은 어떤 부끄러움일까. 노래조차 부르지 못하는 곳에서, 노래는 주어다. 그러하기에 죽은 자가 앞서 간 길, 산 자들은 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 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2016.5.28  한겨레21 '노땡큐'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이 글은 <한겨레> 2014년 12월5일치에서 ‘5·27 도청 방송’이 확인된 박영순씨 사례와 위키백과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인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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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책임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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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16/06/02-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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