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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공정한 노동] 좋은 일 드문 사회, 자녀에게 어떤 일을 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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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공정한 노동] 좋은 일 드문 사회, 자녀에게 어떤 일을 권할까?

익명 (미확인) | 수, 2016/08/24- 17:41

[좋은 일, 공정한 노동]
④좋은 일 드문 사회, 자녀에게 어떤 일을 권할까?

“시험 점수에 따라 아이 장래희망이 바뀌어 가는 걸 보니 슬프네요.”

“정규직 아니라는 이유로 인격적 모독 느끼고,
차별 받고 스트레스 받고, 그러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이 사회 나갈 때쯤에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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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꿈꿨던 일, 지금 하고 있는 일, 다음 직업으로 삼고 싶은 일, 그리고 내 아이가 했으면 하는 일…. 그 일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각기 다른 일들일 뿐일까, 아니면 연결고리가 존재할까?

지난 7월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희망제작소 3층 회의실에서는 ‘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의 첫 행사인 학부모 워크숍이 열렸다. 같은 시간, 4층 희망모울(강당)에서는 청소년 워크숍이 진행됐다. 학부모 워크숍 참석자 12명 중 10명은 청소년 워크숍 참가자의 부모였다.

사전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참가자들은 ‘자녀 진로 교육 방법을 알고 싶어서’, ‘자녀들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일이 궁금해서’ 등의 이유로 자녀들과 함께 참여 신청을 했다.

2개의 테이블에 6명씩 앉아서 ‘그룹 대화’를 진행해 보니 많은 공통점이 발견됐다. 자녀들이 이전 시대 기준의 좋은 일, 즉, 변호사‧판사‧의사‧공무원 등 주로 ‘공부를 잘 해야’ 가능한 일에 진입하기를 기대하지도, 희망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한 참가자가 “가만 보니까, 우리 테이블 아이들이 대체로 공부를 잘하는 편은 아니네요?”라고 해서 폭소가 터지기도 했다. 왜 이런 공통점이 있는지, 그룹 대화가 끝나갈 때쯤에는 자연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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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재미있는 일 했으면”

가장 선명한 결과는 그룹 대화 진행을 위해 준비된 총 6개의 질문 중에서 5번째 질문. “자녀가 하기를 바라는 일, 그 일이 갖췄으면 하는 가장 중요한 요건은?”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였다. 12가지 선택지 3개씩 꼽아보게 했을 때 12명 중 10명의 결과 안에 “재미있는 일”이라는 답이 있었던 것이다.

이 결과는 이들의 자녀를 포함한 청소년 워크숍 참가자들이 내놓은 답과도 연결된다. 청소년들에게 “어린 시절 장래희망으로 꼽은 일을 하고 싶었던 이유”를 3개씩 꼽아보게 했을 때 장 많이 나온 답도 ‘재미있는 일’이라는 것이었다. 전체 응답 중에서 20%를 차지했다.
청소년들에게 ‘지금 희망하는 진로’를 묻고 그 이유를 택하도록 했을 때 ‘재미있는 일’(14.6%)이라는 응답은 어린 시절 꿈에 대해 꼽았던 이유보다는 줄었지만 여전히 비율이 높은 편이었다. (‘나의 일 이야기’ 청소년 워크숍 후기)

반면, 그룹 대화의 첫 질문으로 학부모들에게 어린 시절의 장래희망을 묻고, 어려서 그 일을 원했던 이유를 회상해 보도록 했을 때, “재미있는 일이어서”라는 답은 그리 두드러지지 않았었다. “내가 잘 수 있는 일이어서”, “적성에 맞는 일이어서”라는 답이 더 많이 나왔다.
“TV를 보니까 가수가 대단해 보였고, 학교에 가면 선생님이 대단해 보여서 희망했던 것 같아요.”
“주위 어른들이 ‘너는 계산을 잘 하니까 은행원이 되는 게 어떠냐’고 해서 그게 장래희망이 됐었어요.”
“가족들이 ‘우리 집안에 판사 하나 나오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해서, 그 영향을 받아 장래희망이 판사라고 말하곤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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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질문은 그 장래희망을 이뤘다면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주말을 앞둔 어느 저녁 8시쯤을 상상해봐 달라는 것이었다. 10개의 선택지를 주고 그와 가장 가까운 답을 3개씩 고르도록 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답은 ‘바쁘고 성취감 있는 하루’(7명)와 ‘퇴근 후 음악 운동 등 취미생활’(7명), ‘장기 휴가 계획 짜기’(5명)이었다.
청소년들이 같은 질문에 대해 ‘퇴근 후 음악‧운동 등 취미 생활’, ‘가족들과 충분한 시간’, ‘충분한 휴식’ 등 시간적 여유와 밀접한 답을 주로 고른 것에 비하면 일 자체의 성취감도 중요하게 여긴 응답이 두드려져 보인다.

“근무시간 너무 길어 힘들어요”

세 번째 질문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좋은 점과 안 좋은 점을 꼽아보도록 한 것이다. 좋은 점으로는 ‘사회에 기여하는 일이어서’(6명), ‘고용안정’(4명), ‘칼 퇴근 휴일보장’(3명), ‘개인 전문성 키울 기회가 있어서’(3명)가 많았다. 안 좋은 점으로 나온 답 중 가장 많은 것은 ‘칼 퇴근 휴일보장’(5명)이었다. 즉, 근로시간이 너무 길어서 불만이라는 뜻이다. ‘업무 자체의 재미’(3명), ‘개인 전문성 키울 기회’(2명)라는 답도 많이 나왔는데, 이는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재미를 느끼기 어렵거나, 개인 전문성을 키울 기회가 별로 없다는 뜻이다.
그밖에 ‘과다한 체력소모’, ‘업무과다’, ‘일과 삶의 불균형’ 등의 기타의견이 있었는데, 이 역시 근로시간이 너무 길다는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저는 청소년을 위한 비영리기관에서 일하는데, 보람이 크긴 하지만 근무시간이 너무 긴 건 사실이에요.”
“급여와 복리후생은 만족스러운 편이지만 업무 성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해요.”
“중학교 교사여서 차별이 없는 점은 좋아요. 감정노동이 심하다는 게 문제죠.”
“전문직이긴 한데 야근이 잦아서 아이가 클 때 옆에 있어주질 못했어요.”
“저는 가정주부여서, 좋은 점은 고용안정이고요.(웃음) 부족한 건, 퇴근시간이 없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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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직업은 “시간 여유 있었으면”

이어서 지금 하는 일 다음으로 하게 될 일, 두 번째, 세 번째 일이 갖췄으면 하는 요건을 물었다. 이 질문을 한 것은 한 직장에서 근속하는 기간이 짧아짐과 동시에 수명이 길어지는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한 사람이 은퇴연령 전까지 두세 가지 이상의 일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년 이후에 새로 시작하는 일이라고 해서 질이 낮은 일이어도 될 리는 없다.
참가자들이 두 번째, 세 번째 일이 갖췄으면 하는 요건으로 가장 많이 꼽은 것은 ‘사회에 기여하는 일’(7명)이었다. ‘개인 사정 따른 탄력 근무’(6명), ‘업무 자체의 재미’(5명), ‘윤리적 가치관에 맞는 일’(4명) 등의 답도 많았다. 단지 소득 보전을 위해 계속 일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일, 재미있는 일을 하되 시간적 여유를 두고 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섯 번째 질문이 ‘자녀가 하기를 바라는 일의 요건’이었고, 앞서 밝힌 것처럼 12명 중 11명이 ‘재미있는 일’을 꼽았다. 그밖에도 ‘적절한 급여와 복리후생’(6명), ‘스트레스 주지 않는 문화’(6명), 개인 전문성 키울 기회‘(4명), ’윤리적 가치관에 맞는 일‘(4명) 등의 공통적인 답을 보면, 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해 바라는 일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다.

“저희 아이는 운동을 오래 하다가 그만두고 공부를 하고 있어서, 학력 차별이 없는 곳에서 일했으면 좋겠어요.”
“예전에는 다른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공부 잘 하는 아이’를 바랐는데, 고등학교에서 성적표를 받아오는 걸 보니까 이제는 재미있는 일, 스트레스 없고 차별 받지 않는 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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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직장에서 신입사원들을 보면 성적은 뛰어난데 사람을 직접 대면하는 일을 잘 못 하더라고요. 우리 아이들은 어디서 뭘 하든 신 나게,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냥 견디는 직장생활 말고, 재미있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큰 아이는 영상 작업, 작은 아이는 드럼을 좋아하는데, 재미있게 하다보면 뭔가 길이 나오지 않을까요?”
“딸아이가 동물을 좋아하는데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라는 직업을 알아왔더라고요. 제가 ‘수의사’는 어떠냐고 넌지시 묻기는 했는데, 강요할 생각은 없어요. 적정한 소득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일이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질문들을 한 것은 자녀들이, 그리고 부모들 스스로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각자의 재미와 적성과 가치관, 사회적 기여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직업이 필요하고, 그 모든 일들이 다 일정 수준 이상의 ‘좋은 일’이어야 한다는 공감대에 이르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각자의 노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니다. 사회의 토대가 필요하다.

임대아파트에서도 삶을 즐기는 사회

마지막 질문은 좋은 일이 많아지려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해야 할지를 묻는 것이었다. 각자 3가지씩 꼽아보도록 했을 때 ‘개인의 능력을 제대로 키워주고 성장시켜 주는 시스템이 있는 사회’(9명), ‘어떤 일을 하건 인격적 존중 받으며 일하는 사회’(7명), ‘어떤 일을 하건 기본 이상 임금 및 처우 보장받는 사회’(5명),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이 성공하는 사회’(5명), 주거‧교육‧의료 등 기본생활비 부담이 적은 사회(4명), ‘고소득자와 최저임금 소득자의 삶의 질 차이가 크지 않은 사회’(3번) 등 11가지 선택지 상의 응답이 대체로 고르게 나왔다.

“저희 집 아이들은 외모에 신경 쓰는 것처럼 진로에 대해서도 남의 평가를 상당히 의식해요. 오늘 다른 친구들하고 이야기 나누면서 생각의 폭이 넓어졌으면 해서 같이 온 건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어떤 일을 하건 인격적 존중을 받으며 일하는 사회’가 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인맥 등에 따라서 길이 달라지는 게 아니라 노력하는 만큼 인정받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 그 경험을 존중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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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부장급 임금이 1억 원이 넘는데, 중소기업은 그 3분의 1도 안 되더라고요. 그것도 문제지만 사회적 보장이 너무 낮으니까 급여에 따라 삶의 질이 너무 차이가 나요. 임대아파트에 살더라도 원하면 악기도 배우고, 삶을 즐길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사회에서 일할 때쯤이면 기업 조직 안에 속해서 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직장 안에서의 안정성보다는 각자의 전문성과 정체성을 찾으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사회 시스템이 뒷받침됐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일 기준을 만들어 가야 하는 이유

이날 두 개의 워크숍은 정확하게 같은 시간에 시작해서 거의 동시에 끝났다. 청소년 참가자 중에서는 다소 지루해 하는 모습도 보였던 반면 학부모 워크숍에서는 전혀 그런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 짧아 아쉽다”는 의견도 나왔다. 아직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지 않은 청소년들에 비해서 이미 많은 경험을 했고, 다음 일에 대해, 그리고 자녀들의 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이미 지금의 학교 교육과 사회 제도를 통해서는 자녀 세대들이 이전처럼 안정된 일, 인정받는 일에 진입하기 어렵다는 것을 예민하게 느껴 왔다는 공통점이 보였다. 그렇기에 날씨 좋은 토요일 오후에 청소년 자녀의 손을 잡고 이 워크숍에 찾아온 것일 테다.

그룹 대화의 앞뒤로는 우리 사회의 달라지는 좋은 일의 기준에 대한 강의(황세원 희망제작소 선임연구원), 자녀들을 위해 알아야 할 노동권 강의(강진구 경향신문 논설위원‧공인노무사)가 있었다. 그 내용은 다음 연재를 통해 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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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일 기준 찾기 릴레이 워크숍-나의 일 이야기’ 다음 순서는 오는 10월 6일 오후 서울 은평구 서울시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내 스페이스류에서 열릴 ‘취업준비생 워크숍’이다. 취업 전에 알아야 할 구체적인 노동 지식에 대한 강의 및 그룹 활동이 함께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 및 신청양식은 추후 공지된다.

글 하단의 ‘좋은 일 기준 찾기’ 온라인 설문조사는 워크숍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비슷한 흐름에 따라 좋은 일의 기준과 이를 위한 사회의 변화 방향을 생각해 보도록 구성됐다. 오는 12월까지 진행될 이 설문조사 결과는 좋은 일이 많은 사회를 위한 정책 제안을 만드는 데 반영된다.

글 : 황세원 | 사회의제팀 선임연구원 · [email protected]
사진 : 이우기 |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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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가장 열악한 간접고용 비정규직부터 해결
② 공공부문에도 ‘비정규직 공장’ 많다
③ 공공 비정규직 1/3 이상이 교육부문에 몰려

뉴스타파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0)시대’를 열기 위한 과제를 3차례에 걸쳐 짚어봅니다. 먼저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에서도 가장 소외된 간접고용 비정규직부터 살핍니다. 2편에선 기간제와 시간제, 무기계약직 등 직접고용 비정규직, 마지막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⅓  가량을 차지하는 교육부문 비정규직을 다룹니다.

학교 비정규직 80개 직종에 40만명

전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약 40만 명의 학교 비정규직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 전국 2만여 초,중,고등학교엔 모두 92만 6천 명이 일하는데 정규직(54만8천명)과 비정규직(37만8천명)은 6 : 4로 나뉜다. 교사(49만 명)와 교육공무원(5만8천 명) 등 정규직은 약 55만 명이다. 비정규직은 약 80여 개 직종으로 나뉘어 40만 명 가량이 일한다.

학교엔 기간제 교원(4만6천 명)과 방과후학교 강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등 강사직군(16만 4천 명)까지 합쳐 교육활동에만 21만 명이 있다. 급식, 사서, 교무, 특수교육, 전산 등 학교회계직은 약 14만 명이 있고, 여기에 야간당직 등 간접고용 노동자도 3만여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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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014년 10만7783명, 2015년 11만2309명, 2016년 11만6226명 등 최근 3년간 해마다 10만 명 이상의 기간제 학교회계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 상당수 무기계약직 전환에도 학교 안에는 여전히 많은 기간제나 간접고용 노동자가 있고, 일부는 특수고용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교문 앞에서 멈춘 민주주의

학교비정규직은 90년대까진 학교장이 채용하는 직접고용 비정규직(기간제)이었다가 법과 판례에 따라 지자체(교육감)가 사용자로 굳어졌다. 지자체는 조례로 학교장에게 인사(채용)와 지휘통제권을 위임한다. 결국 학교비정규직과 교육감, 학교장이 삼각 고용관계다. ‘삼각고용’이 사용자성을 모호하게 만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2월 노동부와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사용비율 목표관리제’를 추진해 정원의 5% 미만으로 기간제를 채용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학교회계직 중 기간제는 17.7%(2만 5천여 명)에 달한다. 이들 중 8,588명은 교육부가 분류한 상시지속 업무(무기계약 전환대상)인데도 여전히 기간제다. 상시지속 업무라도 예산이나 사업축소로 무기계약 전환대상에서 제외되는 직종과 인원수가 상당하다.

학교비정규직은 급식조리종사자 등 학교회계직을 중심으로 최근 10만 명 가량 노조로 조직돼 장기근무 가산금 인상, 명절상여금, 정기상여금, 급식비 등의 수당을 신설했으나 차별은 여전하다.

다단계 하청에 특수고용 전락한 방과후강사

학교회계직은 기간제와 무기계약 전환, 차별해소 같은 처우개선의 통로를 확보했지만, 기간제교사(4만6천 명)나 강사직군(16만4천 명)은 무기계약직 전환도 불가능한데 최근엔 급속히 특수고용직으로 전락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12만 6,800명에 달하는 방과후학교 강사다. 

방과후학교는 1995년 김영삼 정부가 발표한 ‘5·31 교육개혁방안’에 방과후교육활동으로 첫 도입돼, 2006년 노무현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 중 핵심 정책으로 본격 추진했다. 교육부가 펴낸 2017년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에 ‘방과후학교’는 “학생과 학부모 요구와 선택을 반영해, 수익자 부담 또는 재정 지원으로 이뤄지는 정규수업 외 교육과 돌봄활동으로, 학교계획에 따라 일정기간 지속해서 운영하는 학교 교육활동”이라고 돼 있다. 

현재 방과후학교는 99.7%의 학교에서 시행중이고, 참여학생도 2006년 첫해 42.7%에서 꾸준히 늘어 전체 학생의 2/3 가량이 참여하고 있다. 교육 내용은 교과와 특기적성이 반반쯤 섞여 있다. 학생들은 월 평균 3만8천 원으로 다양한 강좌를 저렴한 비용으로 듣는다. 

사교육 줄인다는 방과후학교, 사교육에 개방

방과후강사는 최근 고용관계에서 계약관계로 급속히 재편돼 특수고용직 신분으로 떨어지고 있다. 명칭도 강사에서 ‘프로그램 위탁자’로 바뀌었다. 시도 교육청은 방과후학교 질 개선을 위해 해마다 실시해온 강사 집합교육과 우수강사제도도 폐지하고, 이들을 특수고용직으로 만들어 노동자성을 배제하고 있다. 

학교가 개별 강사를 위촉하지 않고 민간업체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통째로 위탁하는 경우도 생겼다. 민간위탁한 학교에서 강사들은 업체에 종속돼 수수료를 이중착취 당하는 사례도 늘어 노무현 정부가 사교육 줄이자고 추진한 방과후학교에 사교육업체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민간위탁 장점만 넣어 학부모 의견조사

초기 방과후학교는 학부모 의견을 받아 해마다 프로그램을 정하고 학교가 자체 공고하고 심사를 거쳐 강사를 뽑아 진행했다. 수업 만족도도 85% 가까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학교가 직접 운영하려면 인력과 비용이 많이 들어 위탁업체에 맡기는 학교가 늘고 있다. 지난해 위탁 비율은 전국 평균 28.9%였다. 그러나 교육감 의지에 따라 지역별 위탁비율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는 위탁비율이 높아 업체 난립에 따른 폐해가 크다. 서울 초등학교 위탁비율은 70%에 육박한다. 그러나 경기도는 18%, 광주는 0%다.

서울지역 한 초등학교는 지난해 12월 가정통신문에서 ‘방과후학교 위탁운영에 대한 학부모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지엔 일방적으로 업체위탁의 장점만 나열했다. 학교가 직영 운영했을 때 생기는 장점은 빼고 단점만 나열했다. 이런 식의 주요조사는 지난해 연말 서울 성북구 A초등, 광진구 B초등, 서초구 C초등, 강서구 D초등학교도 마찬가지였다.

방과후학교 위탁운영 학부모 수요조사

(2016.12 서울 00 초등학교, 가정통신문)

구분

전체 업체위탁

학교 직영

프로그램

-수요에 맞는 강사가 다양한 최신교육

-우수 수업을 수준별로 지속 운영

-강사 따라 수준 차이 있음

-강사 개인사정으로 변동 있음

출결/안전

-관리 전담인력 상주

-강사의 개별관리

운영

-예산 절감분을 학생교육에 사용

-학부모 의견을 신속하게 수용

-강사를 위탁업체가 채용해 관리

-담당교사 업무과중으로 수업에 지장

-50여개 강좌 개별 채용할 여력 없음

-사무인력 증가 필요(수강료 인상)

최저가 낙찰제로 비리 양산

대구교육청은 지난 3월 7개 학교의 방과후학교 위탁에 입찰에 참여한 4개 업체를 감사해 ‘담합’으로 결론 내리고 경찰에 고발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했다. 감사결과 이들은 적절한 입찰금액에 응찰하지 않고 업체가 모두 근소한 입찰금액을 써내는 방법으로 입찰경쟁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대구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도입된 방과후학교가 사교육업체의 사익추구 수단으로 전락해 비리 복마전이 됐다”고 주장했다. 대구교육청은 방과후학교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기동반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서울지역 각급 학교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 입찰에선 최저가 낙찰로 보기 힘든 95% 이상의 높은 낙찰율을 보인 곳도 많아 업체간 담합의혹도 나온다. 올 들어 서울지역엔 제시된 기초금액의 98.311%라는 높은 가격으로 낙찰 받은 업체도 있다.

서울 ‘가’ 초등학교에 A, B업체가 경쟁해 A업체가 97.823%로 낙찰받고, ‘나’ 초등학교에선 같은 두 업체가 경쟁에 B업체가 96.949%로 낙찰받기도 했다. 서울의 한 방과후학교 운영업체 대표는 “업체들이 담합해 학교별로 나눠먹기 하지 않고서는 이런 비정상적인 낙찰율을 내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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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지난 2월 서울 ‘가’ ‘나’ 초등학교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입찰에 참가한 A, B 두 업체. 두 업체는 두 학교에서 1,2 순위를 다퉜는데 입찰결과 한 업체가 1개 학교씩 96~97%대의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았다. (출처 : 나라장터)

 

반대로 부산에선 지나치게 낮은 가격에 낙찰받아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 들어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업체에 위탁한 부산교육청 산하 4개 학교 중 한 곳은 제시된 기초금액의 48%로 낙찰 받았다. 업체 관계자는 “85% 이하로 받으면 업체 수익은 제로”라고 말했다. 이 경우엔 업체가 강사에게 과도한 수수료를 떼거나 업체가 만든 교재와 교구를 강매해 이윤을 챙길 수밖에 없다. 

최근 언론사와 대학이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다양한 형식의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전문성을 살린 교육 프로그램을 양산하는 장점이 있지만, 최저가 낙찰제를 고치지 않는 한 비리 구조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공공운수노조 방과후강사지부 이진욱 지부장은 “대학이 만든 사회적기업이란 업체도 강사에게 30%의 수수료를 떼 가면서도 교육관리도 제대로 안 해 일반 민간업체와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지난 2월엔 경남 창원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방과후학교 강사에게 금품을 받아 해임되기도 했다.

위탁 실태부터 파악하고 대응 나서야

자체 교육프로그램 없이 단순히 ‘강사 송출’만 하는 업체와 계약을 금지해온 교육부는 2015년 방과후학교 운영 가이드라인 개정 때 ‘강사 송출업체와 계약금지’ 조항을 삭제했다. 이는 방과후학교에 대한 교육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낙찰 받은 업체가 다른 업체에 재하청하거나 기존 개별강사들을 흡수시켜 운영하는 중간착취를 낳는다. 경남 마산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개인 강사들에게 문자나 전화로 업체로 들어가라고 종용하기도 했다.

공공부문 청소업무 등의 용역입찰 때 활용하는 낙찰하한율(87.995%)을 방과후학교 입찰에도 적용해야 한다. 낙찰하한율은 공공부문에서 입찰 가격 이외 다른 심사항목 점수가 만점이란 가정하에 적격심사 통과점수를 만족시키는 최저투찰률을 말한다. 최저가 낙찰제는 공사나 용역이 부실해질 가능성을 없애고 업체간 담합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최저투찰률은 공사규모별로 차이가 나지만 부산지역 방과후학교처럼 40% 투찰은 막을 수 있다. 

지난 1월 전북의 한 초등학교에선 개인 강사들이 업체의 전화를 받고서야 학교가 방과후학교를 업체로 전환한 걸 알았다. 해당 강사는 “강사 개인정보를 업체에 건네 준 학교의 태도에 황당했지만, 일자리를 잃는 게 두려워 크게 항의하지 못했다”고 했다.

방과후학교 위탁업체들의 폐해가 늘고 있는데도 교육당국은 관련 법 규정이 미비해 감독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지만 대구나 경남 창원 사례처럼 시도 교육청의 의지만 있으면 대응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화, 2017/06/20-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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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법자 최규선 강력처벌 촉구 및 사기 배임 횡령 혐의 검찰고발' 기자회견 개최금속노련과 썬코어 고용생존...
월, 2017/08/07-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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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역가이드 노동자들의 생존권 보장을 위한 보호대책 마련 촉구!” 한국노총 - 외교부 간담회 ...
월, 2017/08/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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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코어노동자 고용생존권 보장 및 최규선 경영 일선 축출 촉구 결의대회>  개최한다!   금속노련과...
화, 2017/08/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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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2017/08/0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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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노총 통큰 단결로 노동존중사회 만들자!” 김주영 위원장, 민주노총 방문 노동현안 논의 ...
화, 2017/08/08-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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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취임 후 첫 민주노총 방문노동현안에 대해 양대노총 공동대응 하기로올 1월 취임한 ...
화, 2017/08/0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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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분 지원 사업 정부가 직접 수행하라 최저임금 인상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영세중소...
화, 2017/08/0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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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좋은 정책도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 필요”   김주영 위원장, 일자리위원회 2...
화, 2017/08/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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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좋은 정책도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 필요”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일자리위원회 2차 회의서 노정...
화, 2017/08/08-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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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좋은 정책도 노동조합과 사전 협의 필요”한국노총 김주영 위원장, 일자리위원회 2차 회의서 노정...
화, 2017/08/0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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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노동자상 8월 12일 서울 용산역 건립” 한국노총, 영화 ‘군함도’ 조합원 ...
수, 2017/08/0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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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은 즉각 썬코어 정상화에 나서 노동자의 피눈물을 외면하지 말라!” 썬코어노동자 고...
수, 2017/08/09-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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