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바자!(Hi 자전거, Bye 자동차!) 녹색교통 해외탐방기-2탄
안녕하세요! 지난 시간에 자전거 천국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를 소개했었는데요.
오늘은 ‘보차공존’이라는 개념의 본엘프(Woonerf) 정책을 처음 시행한 도시인
네덜란드 델프트시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델프트시를 탐방하면서 사람중심의 도로설계를 어떻게 했는지 알 수 있었는데요,
지금부터 델프트 편을 시작하겠습니다!
1970년대 이전, 델프트시는 자동차의 수요가 많아지면서
집 앞 골목길에는 인도가 좁아지고 차량유입이 많아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다니기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집 근처에서 놀이를 하는 아이들에게 매우 위험한 공간이 되어 버렸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민들과 건축디자이너들이 함께 본엘프를 만들어 냈습니다.
본엘프 정책은 자동차와 보행자가 공존하는 ‘보차공존’이라는 개념을 도입한 도로설계입니다.
우리는 델프트시의 본엘프에 대하여 자세히 알기 위해 ‘모두를 위한 거리(MENSenSTRAAT) 네트워크’와 연락을 했습니다.
MENsenSTRAAT는 건축, 설계, 디자인 등 여러 분야의 은퇴한 전문가분들이 모여 만든 시민조직입니다.
사무실을 두지 않고 각자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서 사람을 위한 길에 대한 아이디어를 함께 고민하는 일을 합니다.
이들에게서 나온 아이디어는 거리를 개선시키려고 노력하는 그룹들을 위해 쓰입니다.
본엘프와 같은 공간을 확대시키기 위해서 말이지요.
저희는 MENsenSTRAAT 네트워크의 멤버이며 델프트 공대의 교수이신
Eddie Kips씨와 만나 인터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음은 Eddie Kips씨와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Q) 'Woonerf'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본엘프는 네덜란드에서 고안해 냈습니다. 좁은 길은 인도가 좁기 때문에 이 공간은 사람들에게 안전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었죠. 또한 아이들에게도 위험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길에서 아이들이 놀 수 있는 그런 규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본엘프는 규정(regulation)을 지킬 수 있도록 디자인을 했습니다. 사람이 우선적으로 다닐 수 있고 자동차는 최고속도 15km/h로 제한하여 조심히 운전하고 아이들이 그곳에서 놀 수 있도록 관리를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이 그 길을 간다면 가장 좋은 해결방안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자동차가 30km/h의 속도를 넘지 못합니다. 그리고 집 앞 골목에 들어서면 본엘프존이 있어서 더 느린 속도로 주행을 해야 하죠. 단순히 자동차 이용자들에게 천천히 다니라고 규정짓는 것을 넘어서 자동차가 천천히 갈 수 밖에 없도록 디자인을 새롭게 했어요. 일직선의 도로에 각종 구조물들을 배치해 지그재그 형식으로 우회하여 서행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본엘프 공간에 사람들이 있다면 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기 때문에 자동차는 걷는 속도보다 빠르게 주행할 수 없습니다. 본엘프 정책은 자동차에 대한 속도규정과 함께 디자인을 변경시켜 아이들이 안전한 생활공간을 만들어낸 것이죠.
Q) 본엘프를 만든 주체가 누군가요? 이것을 시작한 곳은 정부가 아닌 다른 쪽에서입니다. 1970년대에 델프트에 있는 건축 디자이너들과 아이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거리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졌습니다. 그들은 거리의 디자인을 바꿨습니다.
Q) 본엘프에 대해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람들이 처음에 좋아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본엘프의 시작이 그곳에 사는 사람들로부터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한 공간을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은 중요해요. 70년대에 차 교통사고로 인해 아이들을 잃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안전한 거리를 만들려고 했지요. 사람들이 물론 좋아합니다. 충분한 공간이 만들어졌기 때문이죠. 몇 명의 사람들이 인도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좁은길에서 인도를 마련하기에는 공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본엘프에 대한 만족도가 높습니다.
Q) 우리나라는 자동차 이용이 불편해지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한 반발이 있습니다. 혹시 여기는 그런 반대가 없었습니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원했기 때문에 반발이 있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민들에게 어린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디자인으로 해야 한다는 설명이 필요했지요.
Q) 본엘프를 시행한 이후의 변화는 어떻습니까? 델프트에서는 2가지 다른 종류의 본엘프가 있습니다. 한 곳(델프트역 인근)은 70년대에 본엘프를 막 시작한 곳이며 다른 한 곳(Tauthof)은 최근에 만들어진 지역입니다. 그래서 여러분들은 2개의 다른 본엘프를 볼 수 있습니다. 초기 본엘프가 지어지기 전에는 많은 차가 있었습니다. 70년대에 만들어진 본엘프는 차가 많이 없고 차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위해 만들었습니다. 이곳에서 시작이 되었고 단점을 계속 보안하여 최근까지 디자인이 계속 바뀌었어요. 최근의 만들어진 마을은 더욱 세련되었죠. 이곳도 아까 설명 드렸던 디자인이에요. 본엘프를 시행한 이후 가장 큰 변화는 안전사고가 확연하게 줄었습니다. 자신의 안전한 생활공간이 마련되니 주민들도 만족해했고 자동차도 많이 타고 다니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자전거 이용자들도 많이 늘었지요. |
감사하게도 Eddie Kips씨가 바쁜 와중에 저희를 위해 시간을 내주셨는데요.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한 가지 의사소통이 잘 안됐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반대가 있었는지에 대해서 알고자 했지만 Eddie Kips씨는 저희가 원하는 답변을 하지 않으셨어요.
아니,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인터뷰가 끝나고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희와 Eddie Kips씨의 인식이 달랐기 때문이지요.
한국에서 시행된 여러 가지 정책들을 보았을 때 시민들의 반대로 인해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많이 있는데요.
녹색교통운동 이사 백남철 박사님의 발제에서 언급하신 자전거 정책을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
새로 설치한 자전거 도로 때문에 자동차 통행이 불편해 졌다는 반발이 많아져 결국 실패로 돌아갔던 일이 있었습니다.
한국의 많은 사람들은 자동차가 불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이와 같은 맥락에서 델프트 시민들도 정책에 대한 반대가 있을 것이라 예상을 하고 질문을 한 것이었지요.
정책에 있어서 그 시작이 누구였는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한국의 자전거 정책은 정부주도하에 시행되었던 반면에
네덜란드의 본엘프 정책의 시작은 건축디자이너들과 그곳에 사는 주민들이었습니다.
한국의 자전거 정책과 본엘프와는 명백한 차이가 있으므로 두 정책 간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습니다.
하지만 진행과정에서 누구의 주도로 이루어졌는지,
그것의 결과가 어떠한지는 확실한 차이가 있으므로 비교할 만하다 판단됩니다.
자신들의 생활공간을 안전하게 만들고 싶어서 요구한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저희는 Eddie Kips씨가 설명해준 마을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일직선이었던 도로에 정원, 주차장 등과 같은 구조물들을 설치하여 지그재그로 만들어 놓고
여러 가지 차량저감장치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본엘프가 시작되는 곳에는 턱을 만들어 자동차 운전자들에게 주의를 줍니다.
구부러진 길은 이런 출입구를 잘 보지 못합니다.
만약 앞이 보이면 속도를 올려 빨리 도달하려고 하기 때문이지요.
이렇게 설계된 곳에 부모들은 마음 놓고 아이들을 내보낼 수 있습니다.
사실 처음 방문했을 땐 생각보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고 규모가 작아서 의아했습니다.
이정도 규모면 한국에서도 얼마든지 실현가능할 만하다고 보여서입니다.
여기서 또 하나 저희가 다른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방문하기 전에는 도로라고 하면 단순히 자동차가 지나는 물리적 통로로만 여겼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도로 또한 생활공간(zone)이라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생활권을 확보하기 위한 주민들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이고
‘본엘프 존’을 마을단위로 설치한 것이기도 합니다.
굳이 아이들이 놀이터에 갈 필요 없이 자기 집 앞에서 놀 수 있도록 말이지요.
[Woonerf 지정구역(끝)]
[Woonerf 에서 노는 아이들]
델프트시의 본엘프 정책은 1970년대에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현재 네덜란드를 넘어서 영국의 「홈 존(Home Zone)」, 일본의 「커뮤니티 존(Community Zone)」 등
유럽과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저희의 네덜란드 다음 탐방지인 독일에서도 ‘spielstrasse'라는 이름의 표지판이 자주 보이곤 했습니다.
본엘프가 시작된 1970년대를 돌아볼까요?
저번 호 암스테르담 편에 설명해드렸던 것처럼
자동차의 증가로 인해 발생한 사회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반대운동이 크게 일어났던 시기입니다.
그때의 영향으로 현재 네덜란드는 자전거 천국이 되고,
보행자들이 안전하게 걸어 다닐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습니다.
[초기 Woonerf 지역의 모습] |
우리가 원하는 세상, 그 세상이 올 때까지 정부가 해주길 바라고만 있어야 할까요.
이번에 탐방을 다녀오면서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시민사회의 힘이었습니다.
바람직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움직임의 형태가 어찌되었든 간에, 개개인의 구성원들이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를 파악하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경쟁, 성장과 발전주의의 사회에서 우리들은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러다간 뒤처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지요.
얼마 전, 경기도 따복공동체에서 주관한 한일국제교류사업 “오늘을 걷는 공동체”에
한신대학교 기자단이라는 신분으로 참여했었습니다.
글로벌에서 로컬로,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공동체가 해야 할 일에 대한 토론회가 있었는데요.
한 질문자가 토론자들에게 공동체 운동을 하는 이유를 묻자,
일본의 우치야마 다카시 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전공이 철학이라는 점에서 좌우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가는 것은 멋있지 않다’라고 생각됩니다.
자신만을 위해서 살아간다는 것은 ‘폼 나지 않는다’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의 이익을 위해 경쟁하고, 많은 돈을 벌어서 그만큼 소비하는 것은 ‘폼 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바꾸어 말하면 자연을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아이를 위해서,
아무튼 무엇인가를 위해서 사는 것이 ‘폼 나는 인생’이며 ‘폼 나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자동차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발 벗고 나선 네덜란드 시민들,
정말 ‘폼 나는 사람들’ 같지 않나요?
우리나라도 멋진 사람들이 더 많아지면 ‘사람중심의 교통’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우치야마 다카시 교수님의 생각을 이어받은 마지막 말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여러분, 우리 모두 폼 나는 사람이 됩시다!
여기까지 네덜란드 편은 끝이 났습니다. 다음 호에는 독일의 사례로 돌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