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전쟁 1부, 두 개의 기억

지역

전쟁 1부, 두 개의 기억

익명 (미확인) | 금, 2016/05/20- 18:53

베트남 중부에 위치한 빈딘성에 있는 떠이빈 사의 옛 이름은 ‘빈안 사’였다. ‘빈안’은 우리말로 ‘평안(平安)’을 뜻한다. 그런데 1966년 이후 ‘서쪽의 영광’이라는 뜻의 ‘떠이빈(Tay Vinh·西榮)’으로 이름을 바뀌었다. 마을 주민들은 더 이상 평안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6년 2월부터 3월 사이에 빈딘성 15개 지역에서 민간인 학살이 벌어졌다. 이른바 ‘빈안학살’ 희생자는 1004명. 대부분이 노인, 부녀자, 아이들이었다. ‘빈안학살’을 자행한 것은 한국군 맹호부대 3개 중대로 파악됐다. 종전 이후 베트남 정부가 조사한 결과다.

베트남 사람들은 ‘빈안학살’이 있었던 시기에 맞춰 ‘따이한 제사’를 지낸다. ‘따이한’은 베트남어로 ‘대한’을 의미한다. ‘따이한 제사’는 온 마을 사람들이 한 날 한 시에 몰살 당했기 때문에 마을 단위의 합동 제사로 진행된다.

▲ 2016년 2월 25일, 베트남 고자이 마을에서는 한국군에게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유가족을 중심으로 한 합동제사가 이루어졌다. 이른바 ‘대한’이라는 의미의 따이한 제사라고 불린다.

▲ 2016년 2월 25일, 베트남 고자이 마을에서는 한국군에게 학살당한 민간인들의 유가족을 중심으로 한 합동제사가 이루어졌다. 이른바 ‘대한’이라는 의미의 따이한 제사라고 불린다.

지난 2월 25일, ‘빈안학살’ 지역인 고자이 마을에서 50주기 따이한 제사가 열렸다. 이 날은 한국 평화기행단 일행도 제사에 참석했다. 한국인이 따이한 제사에 참배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학살 피해 유가족들은 한국인을 경계해 왔다.

제사상 옆에는 위령비와 벽화가 있다. 벽화는 ‘빈안학살’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벽화 속 수류탄을 손에 든 한국군, 그의 군복 팔뚝 위에는 호랑이 마크가 표시돼 있다. 맹호부대 마크였다.

▲ 따이한 제사가 열리는 고자이 마을에는 당시 학살 현장의 벽화가 설치되어 있다.

▲ 따이한 제사가 열리는 고자이 마을에는 당시 학살 현장의 벽화가 설치되어 있다.

▲ 베트남 빈안(현 빈딘) 지역에는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모자이크 벽화가 있다. 군복에는 맹호부대 마크가 그려져있다.

▲ 베트남 빈안(현 빈딘) 지역에는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모자이크 벽화가 있다. 군복에는 맹호부대 마크가 그려져있다.

취재진은 ‘빈안학살’ 생존자인 응우옌 떤 런 씨를 만났다.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도 ‘빈안학살’에서 희생됐다. 한국군들은 마을 주민들을 모두 마을 앞 들판으로 모이게 했다. 런 씨도 어머니와 누나와 함께 끌려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모든 총기들이 마을 주민들을 향해 발포되기 시작했다, 포연이 가득했고 수류탄도 곳곳에서 터졌다. 런 씨는 어머니가 자신을 품는 탓에 겨우 살아날 수 있었다고 했다. 당시 그의 나이가 15세였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인 응우옌 떤 런(65세)씨가 학살 현장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인 응우옌 떤 런(65세)씨가 학살 현장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포연이 가득했어요. 그 속에서 저는 직접 제 눈으로 봤습니다. 어떤 사람은 머리가 터졌고 어떤 사람은 팔이 잘려나갔고 어떤 사람은 다리가 잘려나갔고 어떤 사람은 창자가 배 밖으로 다 나와 있었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아픈 광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수류탄을 맞은) 어머니 다리는 완전히 사라졌고요. 하반신이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위쪽으로도 굉장히 심한 상처를 입었습니다. 여동생은 머리가 터졌는데 온 사지를 비비면서 광란적으로 그렇게 비명과 신음을 질러대다가 오후 9시에 죽었어요. 제가 다시 의식을 찾고 눈을 떴을 때 일어나보니까 세상에 저 혼자인 거예요. 그때는 제가 “엄마… 하나님…”이란 말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응우옌 떤 런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피해자

그렇다면 참전군인들은 기억은 어떨까?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국내 베트남전 참전 단체 관계자들을 잇따라 만났다. 고엽제전우회와 베트남참전자회다. 이들 단체는 한국군이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을 하지 않았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는 “당시 작전을 하기 한 두 달 전부터 주민들에게 마을을 빠져나가라고 하는 선무활동을 진행했기 때문에 민간인 학살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김성욱 사무총장은 “한국군은 베트남전에서 민간인 학살을 하지 않았다”며 ‘빈안학살'을 부인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김성욱 사무총장은 “한국군은 베트남전에서 민간인 학살을 하지 않았다”며 ‘빈안학살’을 부인했다.

내가 몇 번 누누이 얘기하지만 우리 한국국민이 그렇게 독하고 잔인하지를 못해요. 얼마나 한국 사람들이 인정이 많고 가슴이 넓고 감성이 풍부한데 그렇게 어린아이들을 무자비하게 죽여. 그건 아니다 이런 얘기예요. 그게 사실이라고 한다면 내가 가서 무릎 꿇고 석고대죄할게요
김성욱 /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사무총장

또 다른 베트남 전쟁 관련 단체 역시 ‘빈안학살’을 부인했다. 우용락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회장 등 관계자들은 “한국군은 대민활동을 했기 때문에 오히려 민간인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다만 베트콩과 민간인을 구별하기 힘들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베트콩들이 민간인이었던 것처럼 꾸미고 뻥튀기를 하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에서 취재진에 보여준 사진, 이 단체는 전쟁 중 민간인과 베트콩의 구별이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에서 취재진에 보여준 사진, 이 단체는 전쟁 중 민간인과 베트콩의 구별이 힘들다는 점을 강조했다.

쏘다 보면, 전쟁하다 보면 어린 애도 맞을 수 있는 거고 안 나오는 사람들 99%는 전부 다 사상이 안 좋은 사람들이다, 베트콩들이다. 그런데 지금 북베트남이 이겨버리고 나니까 자기들이 전부 다 민간인이었던 것처럼 해서 피해를 봤다, 이렇게 뻥튀기를 해서 얘기하는 그런 게 있어요.
우용락 /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회장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의 기억은 어떨까? 수소문 끝에 학살 현장에 있었다는 군인을 찾았지만 대부분 만남을 피하거나 인터뷰를 거절했다. 취재진은 참전군인 김영만 씨를 만났다. 김 씨는 현재 마산,창원 지역에서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 김 씨는 1966년 10월부터 부상으로 제대하기 전까지 5개월 동안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해병 청룡부대 소속이었다.

김 씨는 전쟁 중 사람을 죽이는 데 점점 무감각해져가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가 있던 부대 안에서는 베트콩으로 의심돼 포로들을 총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처형되는 포로들이 베트콩인지 민간인인지 확인하는 절차조차 없었다고 했다. 복무 기간은 짧았지만 그는 전쟁의 광기를 경험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사람이 동물 중에서도 가장 빨리 미쳐버리는 동물이 인간이지 싶어요. 거의 복수심이지. 전우들이 많은 피해를 입고 한 것에 대해서 복수를 해야 할 때, 이성적으로 생각할 때는 복수의 대상이 베트콩이죠. 베트콩이라는 개념을 완전히 마을 전체에 확장을 해버리니까 노인이고 애들이고 할 것 없이 막 그냥 무차별적으로… 그래서 그런 민간인 학살이 생긴 거죠
김영만(70세) / 베트남전 참전군인

▲1966년 10월, 해병 청룡부대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김영만 씨. 베트남 포로를 처형한 경험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1966년 10월, 해병 청룡부대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던 김영만 씨. 베트남 포로를 처형한 경험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베트남 전쟁이 끝나고 50년이 흐른 지금, 전쟁의 기억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전쟁 속에 있었던 이들은 종종 기억하고 싶은 것들만 기억한다. 기억은 진실과 다르다. 뉴스타파 <목격자들>은 이번 주에 이어 다음 주에도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 사건을 집중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연속 방송한다.


취재작가 박은현
글 구성 김근라
연출 김한구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really_head

새누리당 의원들이 극우 사이트 등 인터넷 상에서 떠도는 이른바 “빨간 우비 입은 시위대의 백 씨 폭행설”을 국회에서 제기했습니다. 오늘(19일) 국회에서 열린 김수남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입니다.

새누리당의 김도읍 의원은 “빨간 상의를 입은 어떤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농민에게 주먹질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이 찍혀있다”면서 “SNS상에 떠도는 동영상을 보고 드린 말씀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같은 당의 김진태 의원도 “다른 사람이 가서 구호조치를 하려고 하는데 굳이 거기 가서 몸으로 올라타는 장면이 나온다, 이게 상해의 원인제공이 됐다고 보여지는데 확실히 수사하라”면서 해당 동영상을 국회에서 틀었습니다.


두 의원이 말한 동영상은 뉴스타파가 촬영해 보도한 영상입니다. 지난 14일 민중총궐기 대회 현장에서 백남기 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뒤 응급차로 후송되는 장면을 담았습니다.

‘빨간 우비’를 입은 사람이 백 씨를 가격했다는 주장은 16일 트위터 상에서 처음 접했습니다.

2015111904_01

황당하기 짝이 없는 이 트윗을 보고 놀라기도 했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표현의 자유이므로 이러다 말겠지 하는 생각으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일베 사이트를 통해 회자되더니 다시 SNS를 타고 급속히 번지기 시작했습니다.

2015111904_02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여당 측 위원을 맡기도 했고 현 KBS 이사인 차기환 변호사를 비롯해 일베로 보이는 네티즌들이 음모설을 퍼뜨렸습니다.

2015111904_03

그런데 이렇게 일베에서 떠돌던 이야기가 집권 여당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왔습니다. 그것도 대한민국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장에서 말입니다.

아래에 백남기 씨가 쓰러지는 장면을 가장 잘 포착한 뉴스타파 영상과 뉴스타파와의 반대편에서 촬영한 오마이TV의 영상을 첨부합니다.

▲ 11월 14일 뉴스타파가 촬영한 동영상.

▲ 11월14일 뉴스타파의 반대편에서 촬영한 동영상.

영상을 자세히 보면 빨간 우비를 입은 사람이 백남기 씨 쪽으로 쓰러진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는 고의가 아니라 뒷머리와 등 쪽에 물대포를 맞고 그 충격으로 넘어졌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물줄기가 얼마나 거셌던지 상의가 위로 쓸려 올라가 등이 훤하게 노출된 것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사람이 백 씨 방향으로 밀려 넘어졌지만 뉴스타파 영상을 보면 백 씨는 처음에 두 사람이 부축하러 오기 전에 이미 팔과 다리에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오마이TV 영상을 보면 백남기 씨는 물대포를 안면 정면부위에 직격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쓰러질 때도 물대포를 안면부에 계속 맞으면서 뒤로 넘어지고 있습니다. 안면부의 출혈이 물대포로 인한 충격으로 발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빨간 우비를 입은 사람은 쏟아지는 물대포에 맞을 것을 감수하고 물대포가 쏟아지는 한가운데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등으로 물대포를 막아 도와주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백 씨를 고의적으로 가격하기 위해 엄청난 물대포 세례 속으로 뛰어들었다는 주장이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요?

더군다나 ‘빨간 우비’ 사람은 사람들이 백 씨를 들어올린 뒤에 응급차로 후송할 때 자리를 떠나지 않고 뒤에서 계속 따라가는 모습을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말 폭행이 목적이었다면 ‘목적’을 달성한 사람이 도피를 하는 게 상식이지 왜 부상자를 따라갈까요?

교묘하게 순간 캡쳐한 화면을 올려놓고 ‘주먹을 쥐고 있다’느니, ‘가격하기 위해 팔꿈치가 뒤로 꺾여 있다’느니 ‘북한의 격술기법과 일치한다’느니 하는 허무맹랑한 소리를…좋습니다.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라도 백번 양보해 자기들끼리 모이는 장소에서는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는 농민의 처지를 안타까워 해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회의원이 국회 공식 석상에서 근거도 없는 음모설을 퍼뜨리는 모습을 보니 ‘저 분들은 일베가 뽑아준 국회의원’인가 하는 생각마저 들어 씁쓸하기만 합니다.

목, 2015/11/19- 17:52
527
0

론스타의 외환은행 먹튀 스캔들의 핵심 인물인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가 조세도피처에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홍콩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사실이 확인됐다. 유 전 대표는 지난해 장화식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에게 8억 원의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계좌에 수백억 원을 보유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검찰은 유 전 대표의 해외계좌까지 조사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파나마 로펌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에서 ‘Yoo Heo Won’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유 씨가 1인 주주 겸 이사로 이름을 올린 회사는 Chance Ford International Ltd. 회사가 등록된 주소지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아카라 빌딩으로 모색 폰세카 버진 아일랜드 지점이 있는 곳이다. 이 주소에는 수천 개의 페이퍼 컴퍼니가 등록돼 있다.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에는 유회원의 서명이 들어있는 문서가 있는데, 취재진은 이 서명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 관련 검찰 수사자료에 첨부된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서명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 2006년 검찰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한 자료(사진 왼쪽)의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서명과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에 있는 유회원 전 대표의 서명이 같다.

▲ 2006년 검찰이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한 자료(사진 왼쪽)의 유회원 전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서명과 모색 폰세카 유출 자료에 있는 유회원 전 대표의 서명이 같다.

이 회사는 1996년 10월 8일 설립 당시 ‘M.O. Properties Ltd.’라는 회사가 유일한 이사 겸 주주로 등재돼 있었다. 그러다 1998년 9월 15일 유 씨가 이 회사의 유일한 주주 겸 이사가 된다. 같은 날 유 씨는 단독 이사회를 열어 홍콩은행(Hong Kong Bank)에 계좌를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이 계좌를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 유회원 씨였다.

▲ 유회원 씨는 1998년 9월 15일 페이퍼 컴퍼니인 Chance Ford International Ltd.의 단독 이사회를 열고 본인만 운영할 수 있는 홍콩은행 계좌를 개설한다.

▲ 유회원 씨는 1998년 9월 15일 페이퍼 컴퍼니인 Chance Ford International Ltd.의 단독 이사회를 열고 본인만 운영할 수 있는 홍콩은행 계좌를 개설한다.

유 씨는 Chance Ford International Ltd.와 함께 Shinhan-Golden Faith International Development Ltd.라는 회사에도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 역시 버진 아일랜드 아카라 빌딩에 주소를 둔 페이퍼 컴퍼니였다.

이 회사는 당시 대우 계열사였던 신한이 업무상 목적으로 출자했던 회사로 보인다. 1976년부터 1993년까지 대우에 몸 담았던 유 씨는 1993년부터 1998년까지 신한 이사를 지냈다.

신한 관계자는 “2000년 대주주가 바뀌면서 지금은 전혀 다른 회사가 됐다”며 “법정 관리에 들어가기 이전의 일이라 현재로서는 조세 도피처에 세워진 회사에 대해 확인할 길이 없다”고 해명했다.

유회원 씨는 2000년 10월 허드슨어드바이저코리아 전무가 되면서 론스타와 인연을 맺는다. 유 씨가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홍콩 계좌를 만든 것은 1998년 9월로 기간이 2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허스든 코리아는 론스타 코리아의 투자 자산을 관리하고 운용하는 회사다.

▲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홍콩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후 2년 뒤인 2000년 10월 유회원 씨는 허드슨어드바이저 코리아 전무가 된다.

▲ 페이퍼 컴퍼니 명의로 홍콩은행에 계좌를 개설한 후 2년 뒤인 2000년 10월 유회원 씨는 허드슨어드바이저 코리아 전무가 된다.

유 씨가 단독 주주 겸 이사였고 혼자 계좌 운영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페이퍼 컴퍼니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면 홍콩 계좌도 론스타 관련 업무에 이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2001년 1월 허드슨 코리아 사장이 된 유 씨는 이듬해인 2002년 1월부터 2009년 6월까지 론스타 코리아 사장을 지냈다. 2011년에는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을 선고 받고 2014년 만기 출소했다.

취재진은 유회원 씨가 당시 어떤 목적으로 페이퍼 컴퍼니와 홍콩은행 계좌를 운용했는지 묻기 위해 자택을 찾아갔지만 만날 수는 없었다. 취재 용건과 명함을 남겼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취재 : 심인보 조현미
촬영 : 김기철 김남범
편집 : 박서영

화, 2016/05/10- 11:45
525
0


(주)STX가 언론사 기자들을 상대로 한 접대비 규모는 회당 평균 65만 원으로, 정부 부처 공무원(접대액 28만 원)과 국회의원 보좌진들(접대액 33만 원)보다 2배 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이른바 ‘김영란법’에 언론인이 포함돼야 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뉴스타파는 주식회사 STX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입수, 기자와 공무원들이 STX로부터 얼마나 자주 향응을 제공받았는지 분석했다. 이를 위해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STX 홍보팀 명의로 사용된 법인카드 사용액 7억9000여만 원 중에서 언론사 이름이 기재돼 있거나 ‘출입기자’, ‘외신기자’ 등 기자를 접대한 것으로 적힌 카드 결제 내역만 따로 추렸다. 접대비 또는 거래처 접대비로 적혀 있어 기자 접대비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들은 모두 제외했다.

이 같은 방법으로 기자 접대비로 분류한 법인카드 사용액은 2억5512만 원.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를 포함해 조선·중앙·동아 등 주요 신문, 경제지, 인터넷 매체 등 모두 36곳의 언론사가 391차례 접대를 받은 것으로 나왔다.

이는 같은 기간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143차례 4700만 원 상당을,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56차례 1600여만 원의 접대를 받은 것보다 건수는 물론 1회 평균 접대 비용에서 훨씬 많았다.

공무원들이 주로 식사 대접을 받은 반면 기자들의 경우 식사뿐아니라 유흥업소와 골프장에서 한 번에 1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향응을 자주 제공받았다.

STX의 기자 접대비는 2010년 3000만 원에서 2013년에는 7000만 원을 넘었다. 전 STX 홍보팀 관계자는 이처럼 접대비가 크게 늘어난 이유에 대해 “경영위기가 오면서 기자들이 별의별 말도 안 되는 내용을 가지고 기사를 써댔다”며 “기자들과 친해지려면 수단이 접대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STX가 경영이 악화돼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기 직전인 2013년 한 해 동안 언론사 골프 접대만 무려 43차례, 금액으로는 5천200만 원이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골프장 위치를 누르면 상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언론사
이용시간
사용금액
설명

기자 접대비에는 불법 성매매가 의심되는 경우도 종종 발견됐다. 지난 2013년 한 경제신문을 상대로 한 ‘기업설명회’라고 적혀 있는 법인카드 사용내역을 보면 술값은 93만 원인데 봉사료는 이보다 두 배 많은 217만 원이었다.

뉴스타파 취재진이 법인카드가 사용된 유흥주점을 찾아가서 손님을 가장해 여자 종업원에게 술값을 물어보니 “1인당 70만 원인데 여기에는 여성 접대부 한 명을 술자리에 앉히는데 10만 원. 이른바 2차 즉 성매매를 하면 1인당 30만 원이 추가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뉴스타파는 2012~2013년 기자 접대비 상위 10개 언론사 편집국장과 보도국장 등에게 공문을 보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다.

2016090803_01

하지만 STX로부터 접대 받은 사실을 인정하는 언론사는 없었다. 매일경제 측은 자료의 신뢰도를 문제삼았다. 매일경제 손현덕 편집국장은 “산업부장 근무시절 STX 홍보실 임원과 골프를 친 적이 없는데 STX 접대비 내역에 골프를 쳤다는 기록이 있다는 점 등에서 자료의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연합뉴스, MBC는 STX 홍보팀 직원들이 다른 용도로 법인카드를 사용해 놓고 언론사 이름을 도용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내놨다. 나머지 6개 언론사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STX 홍보팀에 근무했던 직원들은 기자들을 위해 하룻밤에 수백만 원씩 쓴 거액의 접대가 자주 있었다고 말했다. 전 STX 홍보팀 관계자는 “매일경제 한상대회 때 감사의 표시로 술을 샀다”고 말했다. 이날 결제된 법인카드 사용내역에는 ‘매경 한상대회 현지 기자간담회 초청행사’로 기록돼 있었다.

공교롭게 STX 접대비 상위에 오른 언론사들은 대부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였다. 지난 7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난 직후 연합뉴스는 <김영란법 합헌> ‘밥값 3만원, 장사불가…외식업계 비상‘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출고했다. 매일경제는 다음날 1면 머릿기사에 “김영란법은 한국 언론에 대한 모욕”이라는 김세형 주필 글을 실었다.

김진호 경향신문 노조위원장은 “강남 룸싸롱에서 수백만원의 술을 마신다는 것은 취재에 필수적인 과정이 아니고 일종의 길들이기”라면서 “고가의 향응을 받으면서 일하는 게 언론의 자유는 아니다”고 말했다.


취재 : 황일송
촬영 : 김남범
편집 : 정지성
데이터 : 김강민

목, 2016/09/08- 20:40
519
0

또다시 등록금의 계절입니다. 설 연휴를 앞뒀지만, 많은 대학생들의 마음은 편치 않다고 합니다. 여전히 아르바이트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비싼 등록금 때문입니다.

등록금 관련해서 어제도 엄마랑 얘기를 했었는데 ‘어떻게 할 거냐’라고 했을 때 ‘대출받아야지’… 아르바이트로 등록금에 보태는 건 어림도 없어요. 3개월 동안 일해서 등록금에 보탤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애초에 등록금의 새 발의 피도 안돼요.
– 강태영/ 한양대 4년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반값등록금’ 공약을 내걸어 대학생들의 표심을 샀습니다. 그리고 집권 3년 차인 지난해 12월, 교육부는 지하철과 시내 버스, KTX, 영화관 등에 ‘반값등록금’ 공약이 실현됐다는 광고를 게재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반값등록금’ 공약은 실현됐을까요?

2016020501_01

박근혜 정부는 현재 ‘소득연계형 반값등록금’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학부모의 재산과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국가 장학금을 지급해 등록금을 낮춘다는 것입니다. 장학금 지급은 한해 70여만 원에서 최대 480만 원까지로, 모든 학생들이 조건없이 ‘반값 등록금’ 혜택을 보는 것은 아닙니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저소득층인 1분위 2분위에 속한 학생의 경우 전액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마저 지켜지 못했습니다. 현재 정부에서 지급하는 국가장학금은 소득분위 1,2분위인 경우는 480만 원, 3분위는 360만원 입니다. 2014년 사립대학교 한해 평균 등록금이 733만 가량인 점을 비춰볼때, 1~3분위에 속해야만 ‘반값등록금’ 혜택을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1~3분위에 해당되는 대학생들은 전체 대학생 320여만 명 중 18%에 불과합니다. 대학생 5명 가운데 1명만이 ‘반값등록금’ 을 선별적으로 지원받은 셈입니다.

2016020501_02

한 증권사에서 발간한 ‘2016 대한민국 증산층 보고서’를 볼까요. 가령 평균 2억 상당의 주택과 중형차를 소유하고, 월 소득이 375만 원의 가정의 학생이 경우, 정부계산대로 하면 소득 7분위에 해당합니다. 소득 7분위는 한해 67만원 정도를 지원 받는 데 그칩니다. 한 해 내야 하는 등록금의 10% 수준으로 이들 학생에게 ‘반값등록금’은 다른 나라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체감도가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은 다릅니다. 교육부는 2011년 기준 등록금 총액 14조원의 절반인 15년 7조 원 규모의 액수를 지원하기에 평균적으로 50%를 경감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두고 ‘반값등록금’을 실현했다고 하는 것입니다. 학생들 모두의 등록금을 반으로 낮추진 않았지만 총액의 셈법으로 절반으로 줄였기 때문에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는 것입니다.

▲ 대한민국의 대다수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부담은 물론 주거난과 취업난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 대한민국의 대다수 대학생들은 비싼 등록금 부담은 물론 주거난과 취업난 등 3중고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80%를 차지하는 사립대학의 한해 평균 등록금 액수는 733만 원 가량으로, OECD 국가 중 미국에 이어 두번째 높습니다. 등록금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지만, 취업률은 최저 수준입니다. 상당수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대출 빚더미에 앉을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 “반값등록금이 실현됐다”는 정부의 홍보 광고,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논란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취재작가 : 이우리
글.구성 : 김초희
연출 : 박정대

금, 2016/02/05- 17:25
513
0

여러분은 이번 총선에서 어떤 부분이 가장 고민이십니까.

유권자를 무시하는 정치권 때문에 투표를 하고 싶지 않다.

1여 다야 구도에서 전략 투표를 해야 하나?

선거와 후보를 잘 모르는데 투표를 하지 않는 게 더 나은 것 아닌가?

<뉴스타파>는 총선 ‘삼세판’ 토크 두 번째 순서로, 이 같은 고민들을 해결해주는 ‘정치 냉담자를 위한 투표 컨설팅’을 기획했습니다. 이번 투표 컨설팅 토크에는 풀뿌리 정치스타트업 ‘와글’의 이진순 대표(진행)와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분석실장, 그리고 <딴지일보> 정치부장 물뚝심송(박성호) 님이 함께 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의 다양한 ‘총선 고민’에 대한 정치 전문가들의 솔직하고 친절한 컨설팅을 들을 수 있습니다.

2016041101_01

물뚝심송 님은 “낙선자에게 던진 표는 사표가 아니라 미래 정치의 자양분”이라고 강조했고, 윤태곤 실장은 ‘내 마음 나도 몰라’하는 유권자들에게 “지금 내가 제일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5분 만 생각하라”고 조언했습니다. 선문답 같은 이 말들의 진짜 속뜻은 방송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의 총선 토크 3부작은 총선이 끝난 뒤 <진짜 정치는 지금부터(가제)>라는 제목으로 마무리됩니다.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20대 총선 결과로 영향을 받을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많은 시청 바랍니다.

1) 정치에 실망한 유권자들에게 뭐라고 해야하나?
2) 후보를 모르면 기권이 정답?
3) 정당VS후보, 뭐가 더 중요한가?
4) 당선자 이미 정해졌는데 투표해서 뭐하나?
5) 비판적 지지, 전략적 투표 어떻게 보나?
6) 야권 분화, 혼란스러운 유권자에게 주는 꿀팁
7) 득표율. 의석수 불일치, 어떻게 해결하나?


연출 송원근 김경래 김새봄 강민수
편집 정지성

월, 2016/04/11- 06:33
513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