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주년 행사 후기] 30년 역사에서 새로운 30년을 보다

지구와 함께 시민과 함께 생태전환사회로!
“30년 역사에서 새로운 30년을 보다”
김춘이 사무총장
1993년 4월 2일 전국 8개 환경단체가 모여 환경운동연합을 창립했다. 2023년은 환경운동연합 창립 30주년이 되는 해로 4월 1일 누하동 251번지 마당에서 이영웅 사무부총장 사회로 기념행사가 진행되었다. 지구와 함께 시민과 함께 생태전환사회로!를 기치로 “30년 역사에서 새로운 30년을 보다”라는 주제로 열린 기념행사에는 전현직 임원, 활동가, 회원들이 참여하였다. [caption id="attachment_230813" align="aligncenter" width="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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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는말에서 이철수공동대표는 “30년 역사 이전 환경운동연합 이전 맹아기의 지역과 중앙의 활동가들이 지금 우리사회의 큰 어른이 되어서 함께 한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환경운동연합의 역사를 돌아보고 있는 순간에도 탄소중립이란 이름이 무색하게 신재생에너지 비율이 감소하는 등 퇴행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 공동의 과제 진짜 탄소중립을 위해 헌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의 정학대표는 축사에서 전국 8개 지역과 함께 장을병, 박경리, 이세중 세분과 함께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지났다“며 최근 일어난 각종 사태를 보고 지은 ”세상에 참 평화없어라“를 읽으시며 우리 모두에게 경종을 울렸다. (詩 전문은 하단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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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울산공해추방운동연합을 설립한 울산환경연합 회원 1번 한기양 대표는
“1991년 세계적인 화학기업 듀폰이 울산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티타늄 공장 건설을 계획했고 건설 현장에 텐트농성을 시작하였다. 그때 전국 공해추방 활동가 최열, 구자상, 이성근 등이 농성현장으로 달려왔고 그 자리에서 세 가지를 결정했다. 첫 번째 전문성이 필요하니 시민환경연구소를 설립하자, 둘째 리우환경회의에 세계 민간단체들이 주관하는 글로벌포럼에 각 지역 대표들이 참석하자, 셋째, 전국적인 환경단체가 필요하니 전국환경단체를 설립하자. 이처럼 환경운동연합은 항상 환경파괴의 현장에 있었고 그것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동력이 되었다. 한국사회의 큰 축이 된 환경운동연합의 깃발이 향후 30년에도 여전히 환경보호를 위한 현장에서 나부끼길 기대해본다”라며 소감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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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회원대표로 인사를 하게 된 서울대 김종성 교수는 “학교생활하면서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했다. 우리나라의 연구자들, 시민들은 환경운동연합의 헌신을 잘 알고 있다. 새로운 30년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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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임원, 활동가, 회원이 함께 한 토크쇼에서 국제프로그램시 통역자원봉사 활동을 한 허광진 회원은 “지역현장을 다니며 현장의 활동가들, 시민을 만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활동을 주문했고 현재 대학생인 이신영회원은 “환경운동연합은 동아리방같은 존재라며 본인의 철학과 사상을 키워주는 곳이어서 유의미하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이 더 역점을 두어야 할 사업내용으로 대학생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환경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그 누구도 차별받지 않는 환경운동을 전개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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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20대때 공추련에서 선전국장으로 활동한 이성실 작가는 핵발전소 결사반대 현장, 울산태화강살리기 현장에서도 축구시합을 하는 등 심각한 상황속에서도 여유를 찾으며 동료애로 가득했던 공추련 활동을 상기하며 즐겁고 유쾌한 환경운동을 강조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일원이기도 한 이성실 작가는 새만금간척이후 남아있는 수라갯벌 보호에 환경운동연합이 함께 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목포환경연합의 조상현 초대 사무국장은 “1988년 8월 8일 밤 8시에 서한태 박사님을 주축으로 목포녹색연구회가 창립되었고 1997년 목포환경연합이 재창립되었다. 바다지키기 특위를 구성하여 갯벌 보호, 바다모래채취 반대활동에 주력했고 그런 활동을 통해 1998년 무안과 신안의 갯벌 간척 계획인 영산강 4단계 사업의 백지화, 신안군의 바다모래채취금지 선언을 이끌어낼수 있었다”며 소중하고 귀한 활동을 소개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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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탈핵운동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대끼고 있는 안재훈 활동처장은 “후쿠시마 사고가 터지면서 지영선·이시재·최열 대표님, 김종남 총장님 등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과거에는 반대운동을 해서 중단시키면 되는데 지금은 대안까지 요구받는 상황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동의하는데 송전선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또 반갑지만은 않은 지역의 현실이 우리앞에 놓여있다. 이런 현안에 대해 환경운동연합이 30년 역사인만큼 선배들과 더욱 소통하겠다”고 이야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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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인천환경연합을 창립했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을 역임하기도 한 서주원 전 총장은 환경문제의 종합선물세트인 인천에서 94년 그린피스 선박 무지개전사호의 인천항 입항을 계기로 인천환경연합 창립을 준비하던 중 굴업도 핵폐기장건설 반대운동을 맞딱뜨렸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활동중인 120개 단체가 모여 건설저지대책위를 꾸렸고 대책위에 진영논리 아닌 모든 단체들이 함께 한 것이 승리의 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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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환경연합 30년 백서 출간을 위해 30년백서TF 위원장인 차수철위원장은 오늘 기념행사에 맞춰 백서출간을 준비했으나 전국 활동 30년을 포괄하다보니 집필이 더욱 세심해지고 많아져서 부득이 오늘 출간이 어려워 4월중순 예정이다. 환경운동 30년, 환경운동연합 30년 등을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마련해준 백서집필진과 모두를위한환경교육연구소의 노고에 감사를 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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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환경운동연합의 향후 비젼을 발표한 서울환경연합 이동이 사무처장은 “새로운 30년 환경연합은 인구 1%를 환경운동연합 회원으로 확장하며 현재보다 더 문제를 해결하는 시민단체로 거듭나고자 한다. 그리고 세대를 관통하는 “생명보호를 위한 진정성”이라는 가치를 위해 지구와 함께 시민과 함께 할 것”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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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최열 환경재단 이사장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다. 기후위기문제를 해결을 위해 전국조직이 단결하여 목소리를 내자.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운동 프로그램을 개발하자. 환경운동은 현장운동이다. 다시한번 현장과 함께 국민의 품으로 돌아가는 환경운동연합이 되자”고 당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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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하 전 대표는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사람을 사람답게 ! 운동을 운동답게 ! 조직을 조직답게 ! 우리 모두 창립정신에 기초한 환경운동의 깃발을 새로 세우자. 현정부의 환경정책이 실종한 가운데 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전국환경운동연합이 함께 하자” 라는 당부의 말씀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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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를 준비하면서 각종 자료를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1988년 10월 연구실 자료인 “공추련 조직의 위상, 활동가조직인가 대중조직인가 ? 우리 운동이 민족민주 운동에서 차지하는 지위”, 1991년 이산화티타늄공장건설을 절대반대합니다 !, 1991년말 작성된 전국환경운동단체 건설을 제안하며, 1996년 제1회 환경운동연합 대학생 겨울캠프자료집, 2002년 녹색자치위원회 회의자료, 2003년 서울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회 자료, 2003년 푸름이기자단의 푸름이 소식지, 2003년 회원확대특별위원회(안) 와 같은 활동 자료들을 보는 데 모두 현재와 미래 활동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한 활동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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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논평과 보도자료만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주옥같은 환경운동연합의 역사들을 전시할 수 있는 환경운동연합 박물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경운동연합 30년, 아니 40년의 역사는 한단어로 정리할 수 없다. 그러나 부정할 수 없는 것은 안면도·굴업도·위도 핵폐기장 건설 반대운동, 울산티타늄공장건설반대운동, 동강살리기운동, 새만금갯벌살리기운동, 4대강개발반대운동, 석탄화력발전소건설반대운동, 수명다한 고리2호기 폐쇄운동 등 모든 현장에 환경운동연합이 함께 했다는 사실이다. 그곳에서 발휘된 환경운동연합의 생명보호를 위한 진정성은 그 어느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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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4월 1일 30주년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후원해주신 분들이 많았다. 행사음료로 사과즙은 전 중앙사무처활동가이자 현재 함양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마용운 농부님, 오미자차는 에코생협에서 후원해주셨다. 행사에 오신 분들께 드릴 답례품으로 유리빨대는 에코생협이, 막걸리는 전중앙사무처 활동가이자 현재 과천 별주막의 서형원사장님, 와인은 고 임길진대표님의 동생이자 환경운동연합 30년 회원이신 임현진교수님, 30년 회원께 드릴 서예캘리그라피는 부산환경연합 정상래 공동의장님, 30주년 기념 환경운동연합 BI 로고는 이철수 공동대표께서 기부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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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연합[/caption]
세상에 참 평화 없어라 비발디
지구地球가 깨졌다
갈라진 땅이 사람들을 삼켰다
노아의 방주方舟를 건져준 산
아라랏이 있는 날, 터키에서
지진이 일어나 수만 명이 죽었다!
세계는 지금
그칠 줄 모르는
역병疫病의 장마에 젖어 있고
자멸에 충분한 폭탄을
나라마다 쟁여놓고
전쟁戰爭의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독재자들이 발명한 민주주의民主主義를
해독解讀하지 못한 시민들의 자유가
마약상들의 별장에 줄장미로 덮이고
지극히 가난한 사람들이
미세한 먼지로 석양에 비끼고
가지고 또 가진 자들의 창에는
노을이 사라진 도시
먹은 것으로
먹을 것을 죽이고
뱉은 것으로
마실 물길을 막고
수풀을 태워
강을 끓이고
뜨거워진 바다가
육지를 데우고
나무들이 차례로
자리를 옮기고
새들은 깃들 곳을 찾아
둥지를 떠난다
문명의 전광판에는
길 잃은 행성行星의 불길한 항적航跡
마침내 지구가 두려움을 느끼고
참다못해 진저리 치다 찢어진 거다
신神에게 물었다
“왜 이렇습니까”
응답이 왔다
“알텐데...”
-정학(환경운동연합 2기 공동대표)-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환경운동연합(2023)[/caption]
새로운 정책이 도입될 때 혜택을 보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손해를 보는 집단도 생긴다. 의무가 강제되는 규제분야는 더하다. 기업도 투쟁을 한다. 이들은 우리사회의 강력한 이익집단 중 하나다.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산업현장의 인명사고를 야기한 책임이 있음에도, 제도개선 자리의 주인공을 자처하는 것 같다. “강성”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할까.
제2의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막고싶은 활동가의 입장에서 이런 광경이 허망할 때가 있다. 비슷한 규제완화 주장을 반복하는 기업들과, 그들의 우격다짐이 정책에도 반영되는 현실을 마주할 때 무엇을 쫒고있나 생각이 들기도 한다. 국익을 고려하는 나라님의 관점은 다른게 있으려나.
사실 제도의 합리성은 기업이 늘 해오던 말이었다. 요즘에는 지속가능성까지 내세운다. 이행가능성을 고려해 따라갈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수출경쟁력이라는 기준까지 언급하기도 했다. 친기업 정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가 있다는 자신감 일지도 모르겠다.
윤 대통령부터 스스로를 영업사원이라 칭했다. 정부조직을 대표하는 이부터 기울어져 있으니 균형을 잡으려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집권 1년 만에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도 취임시부터 “규제개선”을 공언해왔다. 인사청문회 자리에서부터 나온 이 언급들은 하나둘씩 현실화 되고 있다. 유독물질 지정관리체계를 합리화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규제완화의 성과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었다. 일부 언론들은 (화관법 등에 대한) “7년 만의 손질”이라는 타이틀까지 달았다. 거버넌스 채널을 규제완화를 위한 들러리로 여기는 것일까.
이 포럼은 윤석열 정부 집권 전인 2021년에 태동했다. 내실 있는 안전제도를 만들어가기 위해 시민사회와 산업계, 정부가 참여하는 일종의 소통 테이블이었다. 그 당시에도 기업들은 주요 국면마다 어깃장을 놓았고 규제완화를 요구했다. 일본의 반도체 장비 수출규제 시에도, 코로나19 확산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포럼자리에서 만큼은 화학안전제도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해왔다. 일부나마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기 위한 제스처를 취하는 듯 했다. 하지만 정권이 교체되자 경총을 비롯한 경제단체들은 규제완화 요구안과 청구서를 내밀었다.
유해물질 차등관리는 기업들의 숙원이었다. 기존의 유독물질 지정체계를 차등화해서 관리하는 게 핵심인데 결국 비용문제다. 과거 유해물질관리법 시행 당시에는 금지/제한/허가/유독/사고대비물질이 각각 존재했고, 별도로 묶어서 관리하지는 않았다. 2015년 이후 화학물질관리법이 시행되며 통합관리를 시작한 셈인데 이런 획일적인 관리가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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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2019)[/caption]
앞으로는 유독물질을 급성,만성,생태독성 등으로 나누는 골자로 개편하고 따라오는 의무도 차등으로 배분하게 될 예정이다. 유독물질 지정관리체계 차등화는 지난해 화학안전포럼의 주제로 채택됬고 후속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2023년 3월에 유독물질과 유해화학물질 정의, 금지/제한/허가물질 관리방안 논의부터, 4월에는 유해화학물질 취급기준, 취급시설 및 시설 검사주기에 관한 논의를 진행했다. 5월에는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 혼합물 차등관리 방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2023년 여름에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스케줄이 이미 나왔다.
2023 화학안전 정책포럼은 위와 같은 네가지 주제를 논의한다. 본격적인 논의는 이제부터다. 차등관리로의 전환에 따라 파생되는 문제들이 있고, 시민사회와 산업계의 입장 차이도 크다.
2주제의 경우에도 당장 급성독성의 개념을 정의할 때 피부부식 독성을 포함할지가 뜨거운 감자가 되었다. 기업들이 예민하게 나오는 이유는 결과에 따라 신규지정 물질에 대한 시설투자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50여종의 물질이 추가될 수 있는데 기업들은 추가규제라며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시민사회와 전문가들은 포괄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4주제로 분리된 만성 유해물질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도 눈여겨 봐야한다. 3주제의 경우도 당초 기업들의 신규화학물질 등록기준 완화요구로 시작되었지만, 시민사회의 문제제기로 사각지대 해소방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EU의 CLP 도입관련 논의를 비롯해 적용범위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과제들이 많다. 환경부의 바람과 달리 아직까지 모든것이 동상이몽의 연속이다.
“위험에 따른 차등관리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일률적인 관리는 실익이 없다”
기존제도를 차등화 관리로 이끌어 낸 명분은 강력했다. 그렇다면 더 나은 관리와 실효성있는 대안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후속과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자율관리에 맡기자는 정도로 얼버무린다. 획일적인 규제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 참사를 겪었고 시간은 흘렀지만, 인식은 그다지 바뀐 게 없어 보인다.
이런 다양한 논의들의 공통전제는 위해성 중심의 관리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EU가 채택한 위해성 중심의 관리는 일종의 유토피아다. 우리는 아직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이다. “위해성 중심의 방향성”이라는 총론은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상은 제각각이다. 게다가 현재 수준에서는 유해성평가 자료도 부족한 마당이라, 인체에 대한 위험관리 및 평가기반이 충분히 확보되지도 못한 상황이다. 일종의 과도기적 상황을 맞고 있는 셈이다.
뫼비우스의 띠라고 해야할까? 일련의 흐름들을 보면 악순환의 연속 같다. 사각지대를 타고 참사가 벌어진다. 참사 초기에는 충격이 사회를 압도한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목소리가 커진다. 안전제도 강화여론이 탄력을 받는다. 국회가 법안들을 내놓고 제도가 강화된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기업들이 목소리를 키운다. 제도가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행이 불가능하다. 발목이 잡는다. 경기가 안 좋다는 말들이 쏟아진다. 기업들의 목소리를 타고 제도가 다시 하나둘씩 후퇴하기 시작한다. 상대적으로 경미하고 기술적인 부분부터 근간을 이루는 핵심적인 내용까지. 그리고 새로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결국 누구의 입장을 대변할 것인가를 두고 끊임없이 펼치는 줄다리기 과정이 펼쳐지고 있다.
토론회에서 마주한 기업측 인사는 반기업 정서를 탓한다. 상대의 관점에서 생각해주지 않는다고 한다. 안전제도 앞에 펼쳐진 회색지대는 광활하다. 다시 합리성을 생각해본다. 산업계가 비용절감과 동일시하는 이 말의 쓰임새를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을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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