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지향)일기] 파타고니아에 남겨진, 연어 똥

[비건(지향)일기 시즌3]
파타고니아에 남겨진, 연어 똥
에비
파타고니아를 여행하기 전까지, 나는 파타고니아가 한 국가의 지역이라고 생각했었다. 한마디로 이름만 알고 관심이 전혀 없었달까. 파타고니아는 역삼각형 남미의 하단을 넓게 차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파타고니아에 살던 여러 작은 부족들은 유럽인이 대륙을 차지하면서 대부분 몰살되고, 일부 남았더라도 현재의 국가로 편입되어 그 전통문화나 언어 등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그러다 보니 여행 중에 만나는 사람이나 음식, 생활방식, 집의 형태 등을 보면 유럽의 작은 마을을 여행하는 느낌이 들었다. 파타고니아는 지역이 넓고 자연경관도 훌륭한데 비해 인구수가 적다. 혹독한 겨울 날씨 탓이다. 거의 매일 비가 오고, 바람이 분다. 겨울에는 밤도 길다. 9시에 떠서 6시면 해가 진다. 하지만 그에 대한 보상이라도 하듯, 딱 4개월 화창하고 낮이 긴 아름다운 여름이 있다. 해가 아침 6시에 떠서 9시까지 대낮같이 밝다. 이곳의 압도적인 자연경관은 여름마다 훌륭한 관광자원으로 빛을 발한다. 관광객들은 이 15시간의 낮 시간 동안 파타고니아 이곳저곳을 유랑하며 캠핑을 하고 산을 오르고 축제를 즐긴다. 나는 남미 여행 8개월 여행 중 3개월을 파타고니아에서 지냈다. 파타고니아의 여름은 그럴 가치가 있었다. 파타고니아에는 '미까사수까사mi casa su casa'(나의 집이 곧 당신의 집)라고 손님을 반겨주는 문화가 있다. 콜롬비아 북부를 여행할 때 만난 칠레의 여행자에게 들은 얘기다. 그는 특히 학생 여행자들에게는 인심이 후한 편이라며, 재워달라고 물어보면 거절 당하는 일이 거의 없을 거라고 알려줬다. 알겠다고는 했지만 누구에게 물어본담. 여행지에서 무슨 일을 당하는 것보다 안전한 게 최고지. 그런데 파타고니아의 어느 작은 도시에 도착한 날, 지역 예술가의 쇼룸에 갔다가 정말 미까사쑤까사 문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낮은 너무 길고 마을은 너무 작아서, 오며 가며 인사하다 보면 금세 친해질 수밖에 없었다. 예술가 부부는 나에게 비싼 숙소 대신 지내라며 그들의 동네 친구를 소개해 줬다. 손님방 하나 내달라고 할게! 정말 가도 된다고? 응! 그렇게 나는 그 집을 중간기지 삼아 수시로 체크인-아웃을 하며 한 달을 머무르게 되었다. 집주인인 크리스티앙은 특이한 사람이었다. 저녁 식사 때와 아침 잠깐을 빼곤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는 자급자족하는 삶을 살겠다며 이 작은 도시의 외곽에 직접 집을 짓고 있느라 매우 바빴다. 그는 닭알, 꿀 외에는 동물성 음식을 소비하지 않았다. 꿀을 탄 마테차를 아침으로 먹고 점심으로 먹을 삶은 달걀을 챙겨 집을 나선다. 돌아와서는 저녁을 엄청나게 먹었다. 그의 저녁 식탁엔 늘 색이 화려한 음식이 푸짐하게 올라왔다. 레몬주스, 삶은 당근 샐러드, 찐 옥수수, 시금치 볶음, 토마토 스튜, 삶은 귀리, 구운 감자 등... 나열하기 힘들 만큼 여러 가지 신선한 음식들이었다. 덕분에 나는 비건 저녁상을 한 달 넘게 체험할 수 있었다. 몸이 건강해지지 않고는 못 배기는 나날들이었다. 자신은 먹지 않지만 칠레에 왔으니 먹어보라며 살이 오른 조개를 종류별로 사다 요리해 주었다. 나는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싸서 호숫가에서 시간을 보내거나 화산이 보이는 동네 카페에 앉아 케이크를 먹으며 그림을 그리는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 어느 날은 직접 수산시장에 갔다. 칠레의 서쪽은 6,435km의 태평양 해안가다. 대한민국의 해안이 삼면을 합쳐 2,413km라니 어마어마한 길이다. 세로로 긴 나라라서 위도가 다양해, 우리나라의 사계절 바다생물이 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른 게 있다면 압도적인 크기. 바다생물을 좋아하는 한국인이라면 칠레의 수산시장이 해양 박물관 같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알고 있는 바다살이들을 보면서도 놀란다. 저게 오징어라고? 저게 홍합이라고? 저게 미역이라고? 그들이 한국에 오면 아마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이 작은 것들도 먹나요? 풀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날 나는 바닷바람에 말린 홍합살과 다시마를 사 왔다. 말린 홍합은 우리나라의 말린 오징어처럼 술안주로 먹는다고 했다. 다시마를 집주인에게 선물하며 한국에서는 이걸로 밑 국물을 낸다고 알려줬더니 요리 팁을 얻었다며 좋아했다. 저녁 식사를 마치면 그는 좁은 부엌에서 노래를 부르며 설거지를 한 후, 한 평만 한 골방에 들어가 연구 자료와 서류를 작성했다. 한 평 남짓한 그의 연구실에는 여러 개의 현미경과 서류철들, 해양생물 표본들이 단정히 제자리에 정리되어 있었다. 한쪽 벽면엔 긴 칠레 지도, 커다란 파타고니아 함께 다이빙 슈트와 도구들이 걸려있어 빈틈이 없었다. 그는 해양학을 전공한 박사였다. 바다, 강, 호수의 수질을 검사하고 오염수치를 도표화하는 일을 한다. 내가 머무를 당시엔 연어 가두리나 가공 공장에서 내뱉는 각종 오염물질이 수질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있었다. 연어 가두리와 가공공장은 큰돈이 들어가고 나오는, 소위 '돈 되는 사업'이다. 국내외 기업들이 앞다투어 투자하고, 정부는 법으로 그들의 뒤를 봐준다. 환경규제가 있어 수질검사를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그때 필요한 사람이 이런 해양생물학 전문가다. 업무 초반에 그는 열정 넘치는 연구원답게 수질 검사를 '제대로' 했다고 한다. 그것은 그들이 원하는 노동자의 자세가 아니었다. 그들이 정해준 수치가 나올 때까지 재검사를 해야 했고, 자주 볼멘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는 자료를 만들 때마다 괴로워했다. "연어 농장 근처의 강물은 그냥... (구역질하는 제스쳐) 연어 먹이, 병균들, 똥... 연어를 가두어 키우는 건 환경에 전혀 좋지 않아. 이쪽 오염시킨 다음 저쪽으로 시설을 옮기고, 그다음은 또 다른 쪽으로...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것보다 시설 옮기는 게 더 나은 거지. 그저 돈이라면... 그 연어들이 어디로 가는 줄 알아? (유럽?) 한국. 그리고 일본이랑 중국으로도. 여기엔 오염된 강물만 남아." 그는 학부시절 연구하던 아름다운 바다와 호수 바닥이 그립다고 했다. 이제 온통 뿌옇기만 한 물속. 무언가 잘못되는 데에는 가속도가 붙는다. 그는 칠레정부와 기업가들을 혐오하고 있었다. 이런 대화를 할 때마다 '너한테 화내는 건 아냐',라고 했지만 나는 미안했다. 나는 연어 소비자였고, 이런 걸 몰랐으니까. 그는 다만 한국에 가서 "칠레산 연어"를 볼 때마다 이곳을 생각해 달라고 했다. 이곳의 압도적인 대자연의 아름다운 풍경, 이곳을 세차게 관통하는 물길을 말이다. 여행을 마친 후, 그가 완성된 집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왔다. 그는 자신을 철새 사진작가라고 소개했다. 떠도는 고양이와 개를 입양했다. 여전히 채식을 한다.필자소개 : 2015년 10월부터 1년간 배낭을 매고 세계를 여행한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생태, 비건, 페미니즘 공부를 하며 귀촌을 준비중입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우원식 국회의원, 이수진 국회의원, 윤건영 국회의원, 풀씨행동연구소, 한국강살리기네트워크. 국제환경법정책학회, 하천연구소와 함께 기후위기·생물다양성 위기 시대 극복(적응)을 위한 자연복원법 제정 토론회를 8월 24일 10시 국회의원회관 제 3간담회실에서 개최합니다.
토론회는 우리나라 재자연화 정책과 국가 생물다양성 전략에 대한 논의를 육상, 해양, 담수, 언론에 시각에서 논의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순환경제와 제로 웨이스트
순환경제가 거시적 관점에서 자원과 쓰레기 문제를 이야기한다면 제로 웨이스트는 소비자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미시적 차원의 용어로, 같은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순환경제와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는 단어 뜻에서 알 수 있듯 물질 소비 총량을 줄임으로써 쓰레기 발생량을 0으로 수렴시킨다는 의미와 더불어, 발생한 쓰레기의 재사용 및 재활용을 통한 물질 순환으로 소각 및 매립되는 양 또한 제로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뿐만아니라 앞선 두 개념을 통해 유해물질(플라스틱)의 사용 감소로 물질 소비 및 쓰레기의 독성 제로로까지 그 개념을 확산시킬 수 있다.
제로 웨이스트 실천 방법으로는 3R(Reduce-줄이기, Reuse-재사용하기, Recycle-재활용하기)이 있으며 내용은 아래와 같다.
우리가 나아갈 방향
제로 웨이스트는 소비자의 실천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는 불필요한 소비를 억제하고, 중고물품을 소비하거나 하나의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노력을 할 수도 있으며,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품을 사용하거나 적극적인 재활용·재사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 행동인 제로웨이스트 만으로 모든 쓰레기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쓰레기가 만들어지는 구조와 시스템의 전환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소비자의 행동 또한 필요하다. 재활용이 어려운 제품에 대한 문제 제기를 통해 제품 설계에 있어 규제 강화를 이끌고, 플라스틱 대체품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으며, 기업이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도록 할 수 있으며,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나 분리배출 거점 등 인프라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림1) 보고서 개요[/caption]
환경운동연합은 2023년 상반기 전국 광역지자체 242개를 대상으로 그림1과 같이 질의하였다. 242개 중 답변이 온 지자체는 239개였다. 답변이 없는 지자체는 △경기도 과천시, △서울시 중랑구, △전라남도였다. 전국의 광역·지자체 평균 점수는 5점 만점 중 2.63점이었다. 5.0 만점인 지자체는 2곳이었으며, ▲부산광역시 사하구, ▲부산광역시 중구가 해당했다. 무응답(0점) 제외 0.3에서 1점 사이의 지자체는 8곳으로 △충남 당진시(0.3점), △경기도 용인시(0.7점), △서울시 강서구(0.7점), △서울시 성북구(0.7점), △서울시 서초구(1점), △서울시 용산구(1점), △인천광역시 강화군(1점), △전남 함평군(1점)이 해당했다. 상·하위 지자체는 아래 그림2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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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상·하위 지자체[/caption]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책은 2022년 11월 24일 본격 시행 예정이었다. 그러나 환경부가 돌연 1년 간의 계도 기간을 두기로 결정해 논란이 되었다. 본격적인 제도 시행을 2개월 앞둔 지금, 환경부는 지자체가 적극적선도적인 플라스틱 규제와 지역 주민 홍보 및 교육 등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과 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와 함께 1회용컵 보증금제 시행 지역 축소·1회용품 사용 줄이기 계도기간 등과 같은 자원순환 정책의 후퇴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환경운동연합 김춘이 사무총장은 기후위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가 플라스틱이며 환경운동연합은 생산 단계부터의 플라스틱 감축을 목표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국 지자체 1회용품 대응 현황 보고서가 그 일환이라고 말했다. 또한 "환경운동연합은 자원순환 정책이 후퇴하지 말고 당당히 걸어가야 하며, 정부에게 오늘 나온 보고서를 토대로 유예시켰던 정책 운영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앞으로도 환경부에 불필요한 1회용품 사용 감량과 재활용 불가능한 플라스틱 사용 감축을 위해 적극적이고 선도적인 정책을 펼칠 것을 요구할 예정이다. 또한, 하반기 시민들과 함께 11월 24일 본격적으로 시행될 ‘1회용품 사용 줄이기’ 정책이 계도 기간 동안 잘 정착했는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실질적으로 감량할 수 있었는지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중인 시민들. 이날 약 5만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쓰레기를 주워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절대로 값지고 좋은 물건은 쓰레기로 나오지 않습니다. 길에 버려진 쓰레기는 무조건 더 이상 필요가 없고, 더럽고 누구나 피하고 싶어하는 것입니다. 팔아서 돈이 되는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눈에 보이지 않게 처치하려면 종량제 봉투를 사던지, 폐기물 신고를 하던지 비용을 내가 부담해야 합니다. 후쿠시마 핵 오염수도 이런 쓰레기의 본질과 맥을 같이 합니다. 일본 정부에게 득이 되고, 팔아서 돈이 되고, 효용가치가 있는 것은 절대 버려지지 않습니다. 가지고 있기 싫고, 더럽고, 빨리 눈 앞에서 사라지게 하고 싶은 것을 버리는 데, 그 종량제봉투의 값이 최대한 적게 드는 방식을 선택한 것입니다. 지구 상에서 가장 거대한, 더 이상 큰 사이즈가 없는 종량제봉투입니다. 바다입니다.
저는 이번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로 진짜 무슨 심각한 인간 건강에 위해가 일어나길 바라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입니다. 세계인 중 단 한명이라도, 바다에 사는 온갖 동식물들 중 한 존재라도 이번 오염수 투기의 악영향을 받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하지만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면서 이 쓰레기가 단 한 존재도 해치지 않기를 바란다는 건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려면 애초에 쓰레기를 버리지 말았어야 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육상에서 이 폐기물을 처리하고 감당했어야 합니다. 그 정도의 부담도 지지 않으려면 원자력발전소를 지으면 안 됩니다. 원자력의 혜택은 있는대로 다 누리면서, 원치 않는 사고가 났을 때의 뒷감당은 해당 지역 주민이나 아무 관련도 없는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나누어 지자고 하는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백번 양보해서 국제정치의 원리가 슬프게도 오로지 힘과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만 지배되니, 일본 정부는 자국의 이득에만 눈이 멀어 해양투기 결정을 내렸구나하고 쳐봅시다. 더 어이가 없는게, 우리나라 정부의 대처입니다. 8/31일자 KBS뉴스에도 나오던데, 우리 정부가 수산물 활성화를 위해 800억원을 투입한다고 합니다. 이건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30여년에 걸친 오염수 방류가 우리 나라의 관련 산업과 국민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랜 시간동안 많은 금액의 세금을 투입해야 할겁니다. 그런데 이런 세금 투입이 대체 누구 때문에 시작 된겁니까? 왜 일본의 쓰레기 투기를 위해서 우리가 이런 엄청난 감당을 해야하는 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 오염수 방류에 문제제기를 하는 국민들을 싸잡아서, 괴담을 만들어낸다느니 불안감을 조장한다느니 비난하는 것이 나라의 지도자가 할 일은 아닙니다. 왜 많은 국민이 불안해하는지, 그것을 해소하려면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하고 현명한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 지도자와 집권당이 해야 할 책무입니다. 대통령은 절반의 대통령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대통령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제가 정말로 더 걱정되는 건 이번 오염수 방류가 끝이 아닐까봐입니다. 나쁜 선례라는 말이 있죠. 법에서도 앞선 비슷한 사례들에서 어떤 판결이 실제로 내려졌던지가 현재 사건의 판결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넘어 열대화가 되어 간다고 유엔 사무총장이 말할 정도로, 우리는 이미 이상기후가 일상이 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로 만든다 해도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해 상당기간 우리는 해수면상승, 이상 기후의 빈번한 발생을 막을 수가 없습니다. 물론 지금 대한민국을 포함해, 소위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이 하고 있는 탄소절감 실천을 보면 지금 당장 온실가스 제로가 되긴 틀렸습니다. 지금처럼 탄소배출량을 신나게 늘려가다가는 북극곰 걱정할 것이 아니라, 당장 우리와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저는 다가올 해수면 상승과 폭염, 폭우, 잦은 태풍, 해일, 산불, 토네이도 같은 극심한 이상기후현상들이 지금껏 우리가 해변에 잔뜩 지어놓은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을 위협할 것이 정말 염려됩니다. 일본이 지진대비 강국이라고 자처하지만, 자연의 움직임 앞에 그 원전이 무력하기 짝이 없던 것을 생각해보십시오. 일본 탓만 해서 끝날 일이 아닙니다. 전 세계에 현재 운전중인 원전만 422기, 건설중과 계획중인 것 까지 합하면 583기에 달합니다. 그 중 절대적으로 많은 숫자가 해안에 위치합니다. 우리 나라의 운행중인 한울, 월성, 새울, 고리, 한빛원전들. 한결같이 바닷가에 딱 붙어 있습니다. 우리는 제2, 제3의 후쿠시마를 잠재적으로 안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이번 오염수 방류에 어떻게 대처하는 지가 정말 중요한 시험대인 것입니다.
위험성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면 안전하다고 하는 자와, 안전성을 정확히 알 수 없으면 위험하다고 하는 자의 싸움. 언뜻 보면 논리 싸움인 듯, 힘의 대결인 듯 보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이 순간에도 간과하면 안 되는 것은 논리에서, 힘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우리의 생명과 안전과 행복 그리고 자유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공교롭게도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2011년에 일어난 또 하나의 비극,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우린 기억합니다. 그때도 환경부 그리고 옥시와 같은 제조사들은 법적 문제가 전혀 없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한 거라고 초반에는 아주 당당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결론이 났습니까? 673명이 사망하고 총 피해자가 7800여명입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훗날 인류에게 이런 구체적인 피해자 수치를 만들어 준 계기가 되지 않길 바랍니다.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더 보수적으로 좀 더 보수적으로 우리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것입니다. 헌법에도 보장되어 있는 국민의 기본적인 건강과 안전, 행복에 대한 추구의 권리를 옹호하고 보호해주는 나라가 되길 바라는 것입니다. 제 꿈이 너무 야무진가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가 벌써 12년 전의 일이란 것이 새삼스럽습니다. 지금 우리를 이 자리에 불러모은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라는 사건이 없었다면, 우리의 기억 속에서 12년전 그 끔찍했던 날은 조용히 시간의 지층 아래쪽으로 내려가고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일본 사고 현지의 주민들과 직접적인 피해 당사자들은 여전히 고통이 현재형이겠으나, 적어도 일본국민이 아닌 다른 나라 보통 사람들의 시선은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원자력발전의 음영이 이렇게나 짙다는 것을 우리는 일상에서 너무 쉽게 잊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를 진절머리 나게 반대하고, 분통터지는 여기에 모인 우리라 하더라도 원자력발전의 어두움 앞에서 남 탓만을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추구해 온 소비와 성공과 눈부신 경제적 번영 아래에는 핵 오염수와 미세플라스틱과 불에 탄 숲속 동물의 사체가 뒤엉켜 흐르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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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 참가중인 시민들. 이날 약 5만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저는 오늘 이 자리를 빌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계획이 일본 정부에게 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바로 그 시점부터 방류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보이고 운동에 함께 하지 못 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을 고백합니다. 저의 마음 깊숙이 자리했던 무력감, 어차피 아무리 반대해도 대통령이, 일본 정부가, 국제기구가 정한대로 흘러갈 거라는 허탈한 심정. 그것이 진작에 여러분과 함께 적극적인 행보를 걷는 것을 방해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여기에! 여러분과 함께 있고 저의 속마음을 충분히 내보였으니, 이젠 더 많은 친구들과 만나서 함께 쓰레기를 주우며, 우리가 만들어 갈 조금 더 아름다운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인생은 짧고 운동은 길다. 여러분 힘내서 함께 걸어갑시다!!
(이 글은 2023.9.2.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2차 범국민대회에서 발언한 내용입니다)
지난 7월15일 미호강의 제방 붕괴로 인해 궁평2지하차도가 잠기면서 14명의 무고한 시민의 희생되었다. 이후 7월 28일 국무조정실은 오송 참사와 관련해 5개 기관 공직자 34명과 공사현장 관계자 2명 등 총 36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감찰 과정에서 충북도, 청주시, 행복청,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 등 5개 기관의 관리·감독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그러나 국무조정실은 최고책임자인 충북도지사와 청주시장은 감찰대상에 포함조차 시키지 않았다.
감찰 내용에 따르면 ① 행복청의 경우 ‘오송-청주 도로확장공사’ 발주기관으로서 기존 제방 무단 철거, 부실한 임시제방에 대한 관리감독 위반, 제방 붕괴 인지 이후 재난 관련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 미조치 ② 충북도는 오송 궁평2지하차도 관리 주체로서 홍수경보 발령에도 교통통제 미실시 및 미호천 범람 신고에 따른 비상상황 대응 부재 ③ 청주시는 미호강 범람 위기 상황을 통보받았음에도 이에 대한 조치 부재 ④ 충북경찰청은 112신고 접수에도 현장출동을 하지 않고 112신고 시스템 조작 ⑤ 충북소방본부는 현장의 상황보고에도 인력과 장비 신속 투입 등 조치 부재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
오송 참사는 검찰에서 지목한 행복청, 충청북도, 청주시, 충북경찰청, 충북소방본부가 각 기관의 역할만 충실히 이행했었다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전국 시민사회를 비롯해 전문가들은 이번 오송 참사가 ‘공중이용시설의 설계, 제조, 설치, 관리상의 결함으로 인한 중대시민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조사실의 발표는 이러한 주장을 묵살했다. 그리고 오송 참사의 책임자로 지목된 충청북도 김영환 지사와 청주시 이범석 시장은 지금까지도 오송 참사 피해의 수습과 회복,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재발방지의 노력을 뒷전이고 책임 떠넘기기와 기억 지우기에 전념하고 있다.
오송 참사는 명확한 인재다. 오송 참사가 일어난 지 50여 일이 지났고 수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음에도 진상규명은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송 참사는 명확한 중대시민재해로 그에 따른 진상조사와 처벌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도로관리청의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충북도지사, 기존 제방을 무단으로 철거하고 임시 제방을 부실하게 관리한 행복청, 재난관리책임기관의 장으로서 재난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은 청주시장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에 환경운동연합 전국 지역조직은 각 기관의 최고책임자를 검찰이 당장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하고,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이번 오송 참사가 진상규명과 책임자에 대한 처벌 없이 꼬리 자르기로 끝난다면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에 이은 인재는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걸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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