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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미 방위비분담 협정 통과시킨 무책임한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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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미 방위비분담 협정 통과시킨 무책임한 국회

admin | 수, 2021/09/01-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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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비준 동의안 통과시킨 무책임한 대한민국 국회

역대 최대 증액, 최장 유효기간, 유례 없는 국방비 증가율 연계 등 최악의 협정안 ‘요식 행위’ 심사 30년 째 반복한 국회는 반성해야

 

오늘(8/31)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비준 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2019년보다 13.9% 인상되며, 향후 4년간 매해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과 연동하여 인상될 예정이다. 한국 정부의 국방중기계획 상 증가율에 따르면 마지막 해에는 트럼프 행정부가 요구했던 50% 증액이 실현되는 안이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와 끝나지 않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 피해 지원 등에 사용하기에도 부족한 국가 재정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주한미군에게 퍼준 꼴이다. 우리는 역대 최악의 협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에 대해 실망을 넘어 참담함을 느끼며 국회의 무책임한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한⋅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에 의해 원칙적으로 미국이 부담해야 할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한⋅미 SMA라는 예외적인 특별조치에 따라 과도하게 부담해왔다.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포함해 2015년에는 약 5.4조원, 2018년에는 약 3조원을 주한미군에 직⋅간접적으로 지원했다. 한국의 분담 비율은 계속 상승해 주한미군 전체 주둔 비용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남아도는 분담금을 평택 미군기지 이전 사업 등에 불법 전용했고 이자수익을 챙겼다. 2018년 말을 기준으로 한국이 지원한 방위비 분담금 중 미집행액은 현물 지원과 현금을 합쳐 1조 3천억원에 달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가 할 일은 근거 없는 역대 최대 증액과 최장 유효기간에 더해 유례 없이 국방비 증가율을 연동한 최악의 협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분담금의 적정 규모는 얼마인지, 지원한 분담금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나아가 주한미군 주둔경비를 한국 국민의 세금으로 계속 내는 것이 맞는지 등을 따져 묻는 것이다. 그러나 국회는 이번에도 ‘요식 행위’를 반복했다. 국회는 제1차부터 지난 10차까지 단 한번도 거부한 적 없이 협정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그 과정에서 등장한 ‘부대 의견’은 그야말로 덧붙이는 의견일뿐 제대로 된 제도 개선을 끌어내지 못했고, 협상 과정에서 어떠한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국회가 이를 반복한 것은 무능함을 넘어 의지 자체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더구나 이번 국회 비준 동의 과정에서 지난 2019년 3월 국내 은행에 예치됐던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 현금 약 2,800억원이 미국 재무부 계좌로 송금된 사실이 밝혀졌고, 국방부가 이를 알고 있었음에도 제10차 한미 SMA 비준 동의를 위해 숨겼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미집행액 환수는 커녕 미국 재무부로 송금된 돈이 주한미군 주둔을 위해 사용되는지도 파악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한 국방비 증가율 연동과 관련해 정의용 외교부 장관 역시 국회에서 “차기 협상 때부터는 국방 예산의 증가율과 연동하지 않고 좀 더 현실적인 그러한 방안으로 협상을 해야 된다고 본다”라고 언급하며 스스로 문제를 인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국회가 협정안을 그대로 통과시킨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최근 통일연구원이 세 차례(2019.9, 2020.6, 2020.11)에 걸쳐 진행한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현 수준으로 유지(69.7%)하거나 혹은 감액해야 한다(25.3%)는 응답이 95%에 달해 사실상 전 국민이 증액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는 이러한 ‘민의’를 철저히 외면했다.

 

미국이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이 남아 이월되고 있는 상황에도 계속 증액을 요구하는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 강화와 이를 위한 해외 미군 지원 등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이 국방비를 증액하고 그에 따라 주한미군 주둔 경비도 계속 늘려주는 것은 세금 낭비는 물론이고 동북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평화를 위협하는 패착이 될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은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해 역대 최악의 협상을 한 문재인 정부뿐만 아니라 비준 동의로 이를 승인한 21대  국회에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논평 [https://docs.google.com/document/d/1bBRl1SOzMi804Kn-q9YpWn0VrWpVebP2jViY... rel="nofollow">원문보기 / 다운로드

 

 

* 제11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비준 동의안 국회 투표 결과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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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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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경실련 2020년 1,2월호]

2020총선, 정치판을 갈아엎는 주권을 행사할 때

윤순철 경실련 사무총장

바야흐로 선거의 때가 왔다. 앞으로 3년 동안 세 번의 선거로 우리나라를 이끌 일꾼들을 선출한다. 2020년 4월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2022년 3월에는 제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와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여기에 더 미루기 어려울 것 같은 헌법개정을 위한 국민투표도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예상한 바와 같이 진행된다면 우리의 국가 운영체계는 물론 정치까지 전면적인 변화를 맞을 것이다.

그 변화의 시작은 4월 국회의원 선거이다. 2016년 4월 선거로 구성된 제20대 국회는 국회의원 자신들이 평가하듯이 식물국회, 동물국회로 전락했고, 정쟁으로 시간을 허비한 최악의 국회였다. 굳이 성과를 찾는다면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패스트트랙으로 입법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선거법 개정이다. 하지만 민생을 위한 법률 개정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며 공방을 유도하고, 물타기를 하더니 뒷전으로 미뤘다. 주권자들이 직접적으로 권리를 행사하는 국민소환제 같은 직접민주제의 도입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반대하였다.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같은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는 국민의 뜻보다는 자당의 유불리를 따지고 국회를 난장판으로 만들더니 결국은 재판을 받게 되었다. 30년 된 낡은 틀을 바꾸려던 헌법개정은 특위를 만들어 논의할 것처럼 시늉을 하더니 슬그머니 사라졌다. 국회의원의 권한이나 세비 늘리는 것은 여야가 일치하여 찬성하고, 경륜을 갖춘 다선의원들은 젊고 유능한 인재를 찾기보다는 공천권을 미끼로 정치지망생들을 줄 세우거나 세습하는데 더 열심이었다.

20대 국회는 국민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에 무능하거나 무관심했고, 서민들을 위한다는 것은 말풍선에 그쳤고, 삶이 나아진 것은 없었다. 여야가 동물처럼 싸우면서 비난하고,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들은 주권자인 국민을 존중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을 위해서 정치를 해달라, 민생을 안정시키고 먹고 살게는 해달라는 국민의 기대를 그 대리인들은 악용했다. 우리나라 정당들의 탄생과 소멸을 보면 소신과 이념이 같은 정치인들이 모여 그 뜻을 실현하려는 정치의 본질적 행위는 잊은 지 오래다. 자신들의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정당의 간판도 얼마든지 바꿔왔다. 2017년 5월 대선에서 ‘이게 나라냐’라는 촛불민심을 받아 문재인 후보를 제19대 대통령에 당선시킨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15년 12월, 탄핵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색채를 지우기 위해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은 2017년 2월 창당하였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합당하여 2018년 2월 출범한 바른미래당은 다시 새보수당으로 갈라졌다. 2012년 10월 정의로운 복지국가를 추구하겠다고 만들어진 정의당이 가장 오래된 정당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이후엔 미래한국당이라는 꼼수 정당도 출현했다. 그리고 그들은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투표용지에 적힌 정당을 골라서 찍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을 못한다”는 것을 악용하고 있다.

이제 판을 정리할 때다. 지난 4년간 국민을 개돼지로 보고, 소신 없이 당론에 벌벌 떨고, 개발사업치적만 늘어놓고, 주먹질하고, 막말하고, 재벌들을 위한 입법에 집착하고, 선거 때만 유권자들의 주변을 기웃거리는 국회의원들을 정리해야한다. 정치신인도 예외는 없다. 강도·살인·성폭력의 강력 파렴치범, 부정부패와 세금 탈루자, 투기와 불법 재산증식자 등과 같이 상식적으로 공무를 맡기에 부적절함에도 정당의 공천을 받아 당선만 되면 그만이라는 껍데기도 걸러내야 한다. 유권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바른 선택을 기대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가 주권자들이 공직자의 기준과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이를 따르려는 일꾼들을 뽑는 적극적인 행동을 해야 한다. 이래야 그들이 국민의 아픈 목소리를 듣고 소통하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여 소신을 따르고, 부동산 투기와 집값을 잡고, 민생입법을 할것이다. 정치는 꼴도 보기 싫다고 욕할 때가 아니라 판을 갈아엎는 주권을 행사할 때이다.

월, 2020/02/03-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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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절반.. “자살까지 생각했다”

[caption id="attachment_204981" align="aligncenter" width="640"] ©YTN[/caption]

가습기살균제 성인 피해자 49.4%가 자살을 생각하고 11%가 자살을 시도했다고 합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인정하는  폐질환, 태아 피해, 독성 간염 외에도 피부, 안과, 소화기와 심혈관계 질환 등 온갖 질병에 신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무릎까지 꿇으며 개정을 호소해 온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묶여 있습니다.

지난 18일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가습기살균제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성인 피해자 72%가 우울과 불안, 긴장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성인 피해자 50.1%가 ‘극심한 울분’을 호소하고 있는데, 이는 일반인(10.7%)의 약 5배에 이르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피해자들 62.6%가 가습기살균제를 사서 쓰게 해 가족들을 고통에 몰아넣었다는 죄책감과 자책에도 시달리고 있습니다. 피해가구당 평균 3억8천만원을 의료비 등에 쓰면서 엄청난 경제적 부담까지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가해기업들로부터 배ㆍ보상을 받은 피해자들은 8.2%에 그쳤습니다.

전 세계 유례가 없는 살생물제 참사지만 법에 따른 피해 구제는 턱없이 모자라

[caption id="attachment_204973" align="aligncenter" width="640"] ▲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은 정부의 피해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가해기업들에 입증 책임을 지우며, 배ㆍ보상 규모와 절차를 개선해 달라는 내용으로 피해구제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caption]

정부가 피해를 인정해 구제급여 지원을 받는 피해자들은 894명 뿐입니다. 특별구제계정으로 지원 받는 피해자는 2,207명이지만, 이들은 정부가 피해자로 공식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2019. 12. 24. 기준). 이번 피해가정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계기로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노출 피해 전반을 ‘가습기살균제증후군’으로 다시 정의해 피해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피해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하고, 가해기업들에 입증 책임을 지우며, 배ㆍ보상 규모와 절차를 개선해 달라는 내용으로 피해구제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보기에는 한계가 많은 내용이지만 조금이나마 개선되리라는 기대로 지난해 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법’을 지지했습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 소속 여상규 법사위원장은 기획재정부와 법무부가 ‘기업 입증 책임’에 반대하고 있다는 핑계로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습니다.

정부는 ‘가습기살균제증후군’으로 재정의해 피해 인정 범위 대폭 확대해야

해당 상임위의 논의를 충분히 거쳤고 피해자들도 한 목소리로 지지하는 개정안을 법사위원장이 막아 세운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여야가 ‘삼성보호법’이라 비판받는 산업기술보호법을 이견조차 없이 처리했던 것에 비추어 보면, 미래통합당 소속 의원들이 피해자들의 고통에는 눈 감고 가해기업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18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월 임시국회에서 피해구제법을 개정하자고 야당들에 제안했습니다.  지난 2016년 개원하자마자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국정조사 과제로 다룬 20대 국회가 그나마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입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환노위 대안마저 후퇴해 처리하거나 법 개정 자체가 무산된다면, 발목 잡은 야당과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혀 온 정부 부처들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습니다.

▶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성명서 바로가기 

 

노란리본기금

※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 캠페인은 노란리본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됩니다.

팩트체크 후원배너

목, 2020/02/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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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21대국회에 바란다 : 일하는 국회는 기록을 남기는 국회다

 

 

20대 국회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슬로건이 ‘일하는 국회’였다고 한다. 몰랐다. 그런데 이걸 나만 모르진 않았던 것 같다. 국회의원도 몰랐던 게 분명하다. 알았다면 식물국회를 넘어 동물국회라는 별명이 붙었을 리 없었겠고, 국회의원 국민소환 청원에 2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동참하지도 않았을 거다. ‘일하는 국회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이 수차례 발의되긴 했지만 임기종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지금까지도 계류 중이다. 일하지 않은 국회의 단면이다.

그런데, 국회가 일을 하는지, 안 하는지는 국민들이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발의한 법안의 개수로? 회의에서 발언한 횟수로? 회의를 한 시간으로? 토론회는 얼마나 열었고, 어떤 정책연구를 했는지로? 물론 이런 것들이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들 중 기록이 남아 국민들이 비교적 쉽게 알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것들은 결국 국회의원 활동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국회의원들은 각 소속 정당들의 회의에 참석하고, 정부에 대해 자료를 요구하고, 지역구 사업과 행사들에 참여하고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등 오히려 국회의원이 하는 많은 일들에 대해 국민들은 전혀 알 수가 없다. 왜냐면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의원과 보좌관들이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 제출을 저지하기위해 몸으로 막아서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기록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록을 남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기록의 관리를 규정한 ‘국회기록물관리규칙’이 있기는 하지만 기록관리의 책임이 있는 곳으로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입법조사처만 명시하고 있다. 한 명, 한 명이 모두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은 이 규정에서 쏙 빠져있다. 그러다보니 의정기록은 의원이나 보좌관이 개인적으로 가져가도 그만, 의원실 방을 뺄 때 버려도 그만이다. 행정부처들이 하는 것처럼 국회의원실도 업무를 전자문서로 하면 자동으로 기록으로 남길 수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 이 정도로 일하는 국회의원은 없다. 조사에 따르면 개별 의원실이 국회전자문서시스템을 통해 생산접수한 문서는 1년에 8건이 채 되지 않는다. (한 달이 아닌 1년에 8건이다. 굳이 열 두 달로 나눠보니 한 달에 0.6666건을 등록한 셈이다.) 종이기록이라고 상황이 나은 건 아니다. 국회의원들의 정책보고서 표절실태를 조사하던 때 관련 기록을 보여 달라는 물음에 ‘의원이 낙선한 후 사무실을 비워줘야 해서 자료들을 파쇄했다’ ‘일을 했던 보좌관이 그만두면서 안 남기고 갔다’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하던 국회의원실의 대답이 이를 설명한다.

 

또 기록이 없는데, 정보공개가 가능할리도 만무하다. 지금 국회의원에게 정보공개청구를 한다 해도 “정보가 없다”는 대답을 받을 게 뻔하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기록을 남겨야 하는 대상에 국회의원이 빠져있는 것처럼, 정보공개를 해야 하는 곳들에도 국회의원은 빠져있다는 현실이다. 기록도, 공개도 안 해도 되는 국회의원은 그야말로 감시의 사각지대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총선 전, 21대 총선에 입후보한 정당들에 국회의원 기록관리와 정보공개를 제도화할 것을 요구했다. 국회사무처 등 국회 소속기관이 기록관리 및 정보공개 대상 기관인 것처럼 국회의원도 관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성정당을 제외한 31개 정당에게 정책질의를 했지만 답변이 온 곳은 기본소득당, 노동당, 미래당, 민중당, 정의당 다섯곳 뿐이었다. 답변을 준 곳 중 현재 원내정당은 정의당과 민중당 두 곳에 불과하다. ‘일하는 국회법’을 21대국회 첫 개혁카드로 내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이나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기록관리 책임 대상에 국회의원은 빠져
기록이 없으니 국민의 감시도 불가능, 일하는 국회도 요원
21대 국회는 스스로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정당들의 무관심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국회의원들의 의지 없음이다. 국회개혁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은 통과와는 상관없이 발의는 꾸준히 되었다. 하지만 국회기록관리법이나 국회정보공개법은 이제껏 발의도 된 적이 없다. 법을 만든다는 것은 국회의원이 스스로 자기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당의 모 의원은 “법안을 발의하려 해도 당장 우리 당 의원들조차 설득할 자신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법이 없다고 해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아예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기록을 기증하면 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증은 의무가 아니라 선의다. 안 해도 그만이다. 19대 의원 300명 중 기록을 기증한 국회의원은 20명에 불과하다. 그 기록들도 의정활동을 온전히 남긴 것이라 보기 어렵다. 4년의 의정활동기록이라 치기엔 그들이 남긴 157상자 분량의 기록은 초라한 양이다.

 

지난달 17일 국회 본회의에서 2020년도 1차 코로나19 추경이 재석 225인 중 찬석 222인, 반대 1인 기권 2인으로 가결되고 있다. 2020.03.17ⓒ정의철 기자

 

정부는 국회가 감시한다. 정부 예산도 국회가 결정한다. 정부는 국회에 자료도 제출해야 하고, 설명도 해야 한다. 국회가 국민을 대의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국회는 누가 감시하나. 국회가 쓰는 예산은 누가 결정하나. 논리대로라면 국민이 국회를 감시해야 한다. 우리를 대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감시는 없다. 4년에 한 번하는 투표가 국민들이 할 수 있는 감시와 평가의 전부다. 사실 감시를 하려고해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감시할 수 있는 꺼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으로 감시할 건가. 국회의원들이 하는 막말로? 싸움으로? 비리와 부도덕으로?

 

국회를 개혁하라는 구호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국회여야 한다는 시민들의 요구다. 아니 부탁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겠다는 응답 역시 이제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국회가 내려놓겠다는 권력은 감시권한의 재편이어야 한다. 지금껏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던 국회는 스스로 감시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일하지 않은 의원의 세비를 삭감하고, 일하지 않는 의원을 국민들이 소환 하는 것도 국회의원에 대한 감시시스템이 작동해야 실효성이 있다.

 

이제 한 달 뒤면 21대 국회에 300명의 의원이 들어간다. 국회의원들에게 방울을 하나씩 선물하면 어떨까 상상해본다. 금배지가 아닌 스스로 방울을 달 의원들을 보고싶다.

 

 

정진임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

월, 2020/06/08-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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