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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피해자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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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재해 피해자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admin | 화, 2021/08/03- 01:41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의 은평시민신문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라는 게 있습니다. 노동자들이 일하는 작업장에서 건강에 유해할 수 있는 화학물질, 소음, 고열, 각종 분진 등이 있는 경우, 이 유해물질의 농도가 어떠한지, 작업장에서 일하는 동안 건강장해가 생길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보고서입니다. 일하다가 질병에 걸렸는데, 이 병이 유해물질에 노출되어서 생긴 산업재해임을 증명하기 위해선 자신이 어떤 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입증해야 합니다. 특히 희귀질환의 경우, 작업환경과 질병 사이의 관계를 입증하기 까다롭기 때문에 이런 데이터가 들어 있는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이미지 : 픽사베이

따라서 삼성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일하다가 희귀질환이 생긴 산업재해 피해자들은 작업환경측정 보고서를 확보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작업환경측정보고서를 공개하면 영업비밀이 새어나간다며, 비공개를 주장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고 작업환경측정 보고서 공개 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결국 여러 차례 행정소송을 거치게 되었습니다.

소송이 계속되던 2018년 2월, 대전고등법원은 작업환경보고서를 모두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는 영업비밀이 공개되어, 법인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하게 해칠 우려가 있는 정보는 비공개 할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예외 조항을 두어 “사업 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 부터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해야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대전고등법원은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작업환경이 희귀질환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산업자원부를 끌어들인 것이죠. 산업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작업환경 측정보고서가 ‘국가 핵심기술’을 포함하고 있다고 판정했고, 이를 근거로 다시 재차 비공개와 행정소송이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삼성전자 측 변호사는 보고서 공개에 관한 문제가 입법적으로 해결되었으니, 이를 비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쥐도 새도 모르게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이 되어 ‘국가 핵심기술은 비공개한다’는 조항이 생겨버린 것입니다. (관련 기사 : 삼성과 싸우는 변호사)

노동자의 알 권리를 가로막은 산업기술보호법

이전까지 작업환경 측정 보고서를 둘러싼 쟁점은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7호의 해석 문제였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정보공개법에서는 영업비밀은 비공개 하되, 만약 예외조항에 해당한다면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산업기술보호법에서 ‘국가 핵심기술은 비공개’한다는 조항이 생겨버리니, 이제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 ‘다른 법률에 따라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로 취급되어 버리게 된 것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이 갑자기 개정되면서, 그전까지는 공개 대상이었던 보고서가 비공개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그에 따라 산업재해 피해자들이 작업장의 유해물질과 자신의 질병 사이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산업재해 피해자들과 함께 싸우던 반올림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런 내용의 법이 통과된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법안의 내용이 무엇인지, 법안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법을 통과시킨 당사자인 국회의원들도 잘 알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일본과의 무역 마찰이 심화되던 2019년 8월에 통과된 법안입니다. 당시 본회의에 참석했던 210명의 국회의원 중, 재석하지 않아 기권한 4인을 제외한 206명의 국회의원들이 법안 통과에 찬성했습니다. ‘국가 핵심기술은 비공개’한다는 독소조항에 주목하지 않고, 그냥 산업기술 보호를 강화한다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찬성표를 던진 것입니다. 결국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이 드러난 2020년 2월, 국회의원 14명이 법안을 면밀히 검토하지 못했다며 반성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 "산업기술보호법 곳곳에 삼성 흔적이"... 뒤늦게 '자아비판' 국회의원들 )

1호 비공개, 이대로 괜찮을까? 

정보공개 청구에 대한 비공개 통지는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각호에 따르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성격이 다른 것이 바로 제1호입니다. 1호 비공개 사유를 근거로, 정보공개법에서는 충분히 공개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법 개정에 따라 순식간에 비공개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현재 공직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모두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인사청문회 회의록 역시 언제나 국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공직자 역량 청문회와 공직자 윤리 청문회를 분리하여, 후자를 비공개로 진행하자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계속 발의가 되고 있는데, 만약 이 법안이 통과가 된다면 공직자 윤리 청문회 회의록 역시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비공개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인사청문회가 종료된 이후에도 회의록 내용이 계속  비공개된다면, 국정에 대한 시민의 알 권리는 심각하게 제한될 것입니다.

정보공개법에서는 이미 2호부터 8호까지, 일곱 가지 비공개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습니다. 기존의 비공개 근거에 따라서도 충분히 특정 정보의 공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법령의  제·개정에 따라 1호 비공개가 늘어난다면 시민들이 알 수 있는 정보들은 점차 줄어들 것입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사례에서도 나타나듯, 국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똑같은 회의록이더라도, 규칙에 따라 제멋대로

1호 비공개에서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법률에서 위임한 명령’ 부분입니다. 법률의 경우 적어도 국회를 통해 공개적으로 검토가 되지만, 각종 시행령이나 규칙은 법률만큼 시민들의 눈길이 가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 중에서는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에 관한 규칙’이 있는데, 말 그대로 인터넷언론사의 선거보도가 공정한지 심의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이를 고발하거나 반론보도를 청구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위원회입니다. 

이렇게 선거철에 언론사의 선거보도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심의하는 유사한 역할의 위원회들이 여럿 있는데, 인터넷 언론은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 신문사는 선거기사심의위원회, 방송사는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각각 담당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유사한 역할을 하는 심의위원회임에도, 회의록의 공개 여부는 규칙으로 각각 다르게 정해져 있습니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으로 구성되며, 심의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로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은 ‘1호 비공개’의 요건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경우 회의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면 ‘1호 비공개’ 대상이 됩니다.

선거기사심의위원회는 언론중재위원회 규칙으로 구성되는데, 역시 심의위원회 회의는 비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언론중재위원회 규칙은 정보공개법의 ‘1호 비공개’ 대상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회의록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더라도, 법적으로 따지면 ‘1호 비공개’를 해서는 안 됩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의 경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규칙으로 구성되는데, 여기서는 또 회의는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공개 청구를 한다면, 회의록 역시 공개 대상이어야 합니다.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심의한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유사한 세 개의 위원회인데, 회의록 공개 여부는 규칙에 따라 각자 달라지는 것입니다.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에 따르면, 이렇게 규칙에 따라 공개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회의록을 원칙적으로 공개하되, 부작용이 우려되면 부분적으로 비공개함이 옳습니다. 그럼에도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이 바로 ‘1호 비공개’가 가진 문제입니다,

이미지 : 픽사베이 

공개 기준, 정보공개법으로 일원화가 필요

앞서 살펴보았듯 ‘1호 비공개’는 시민의 알 권리를 제약할 가능성이 너무나 큰 조항입니다. 전 세계의 정보공개법을 비교하고 분석하여, 정보접근권의 등급을 매기는 RTI-RATING의 평가 지표에는 “정보공개법의 공개 기준이 다른 법의 정보제한 조항보다 우선한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굳이 다른 법으로 정보공개를 제한할 것 없이,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에 대한 충분한 기준을 마련해두어 공개 판단 여부를 정보공개법으로 일원화하라는 취지의 평가 지표입니다. (‘1호 비공개’가 존재하는 한국의 경우, 이 지표에 따른 평가 점수는 0점입니다.)

어떤 정보가 ‘1호 비공개’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해당 정보에 관련된 법률과 조례, 규칙을 모두 살펴봐야 합니다.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측에서도, 정보공개를 처리하는 측의 입장에서도 혼란을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알 권리를 제약할 우려가 큰 ‘1호 비공개’, 계속 지속시킬 필요가 있을까요? 정보공개법에서 비공개 근거들을 구체적으로 정해놓고, 이에 따라 공개/비공개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것이 ‘공개가 원칙’이라는 정보공개법의 취지에 더욱 부합하지 않을까요?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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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14일, 여수 산업단지의 한 특수고무 생산 공장에서 컨베이어벨트를 청소하던 하청노동자가 산업용 로봇의 팔에 머리를 맞아 쓰러졌다. 로봇이 사람을 포장해야 할 제품으로 잘못 감지하여 작동한 것이다. 사람이 로봇에 접근하면 자동으로 멈추는 안전장치가 작동했어야하나, 공장에서는 포장 작업을 멈추지 않기 위해 안전장치를 강제 해제하고 사용하고 있었다. 기계를 정비하거나 청소하는 작업을 할 때 기계를 정지해놓는 것이 상식적인 일이지만, 이 상식적인 안전조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포장 작업 공정에서 어떤 사고가 벌어질 수 있는지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로봇 팔에 맞아 쓰러진 노동자는 병원으로 옮겨진지 1시간 만에 숨졌다. 한 해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나라에서, 이 사고는 큰 뉴스거리가 되지 못했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에서 해당 사고가 일어난 공장의 구인 정보를 검색해보았다. 마침 최근에 구인 공고가 올라온 참이었다. 제품 생산라인보조, 3조 3교대, 고무 제품 검수 및 포장, 시급 8590원. 담당 업무를 설명하는 문장 맨 마지막은 ‘어렵지 않습니다.’로 끝났다. 이 모집공고를 보고 현재 13명의 구직자가 지원한 상태라고 표시되었다. 이 13명의 구직자들은 2년 전에 이 ‘어렵지 않은’ 일을 하던 누군가가 로봇 팔에 머리를 맞고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 길이 도무지 없다. 안전관리 미비로 사망 사고가 일어났던 공장임을 전혀 알지 못한 채 지원서를 넣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한 해 2000명이 넘는 사람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나라에서, 어느 공장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는지 하나하나 기억하는 사람이라곤 없으니까.

고용노동부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 화면
고용노동부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 화면ⓒ워크넷

비단 이 공장만의 일이 아니다. 연간 10만 명이 산업재해로 다치거나, 병에 걸리거나, 죽는 나라에서 구직자들은 내가 일하고자 하는 곳이 안전한 일터인지 미리 알 길이 없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매년 산업재해가 일어난 사업장 명단 일부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긴 하지만, 아마 일자리를 찾으면서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를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수고를 들이는 구직자는 없을 것이다.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는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기업정보, 근무조건 이상을 확인하기엔 어려운 현실이다. 내가 앞으로 일할 직장에서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 산업재해가 얼마나 일어났는지, 얼마나 위험한 작업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산업재해 기업이 관련 정보 없이 구직광고 내는 현실
고용노동부 워크넷에 재해 정보 제공하고,
산업재해 사업장 정보를 오픈해 민간에도 제공하는 해야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의 명단을 공개하는 이유는 당연히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이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나 관보에만 명단이 올라온다면, 일반 시민의 입장에서는 어떤 사업장에서 어떤 사고가 일어났는지 알 길이 없다.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명단 공개가 제대로 된 실효성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산업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 앞으로 일할 당사자들에게 그 정보가 알려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구인구직 사이트에 구인공고가 올라올 때마다 해당 기업의 산재 발생 현황이 함께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기업의 산재 발생 현황을 구직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차피 지금도 법으로 공개하고 있는 자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에서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는 물론이거니와, 산업재해 예방의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구인구직 사이트 워크넷에서도 구직자들에게 이런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상황이다. 왜? 그럴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직업소개, 구인과 구직과 관련한 사항 전반을 규정하고 있는 법은 직업안정법이다. 현재 구인구직 사이트에서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구인 공고가 올라오지 않거나, 임금체불 사업주가 구인 공고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2015년에 임금체불 사업주 명단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직업안정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롯데택배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택배사에 대한 규탄과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조와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는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본사 앞에서 롯데택배 택배노동자 사망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택배사에 대한 규탄과 과로사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마찬가지로 직업안정법을 개정하여, 구인공고에 구인 기업의 산업재해 현황 정보를 의무적으로 제공하게 한다면 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명단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업의 산업재해 예방 책임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굳이 법 개정까지 가지 않더라도 다른 방법도 많다. 직업안정법 시행규칙을 바꿔, 구인신청서에 필수적으로 적게 되어있는 업체 정보에 산업재해 현황을 기입하게 해도 충분하다. 고용노동부가 의지가 있다면, 지금 당장 산업재해 사업장 명단 데이터를 오픈 API로 제공하여 워크넷이나 민간 구인구직사이트에서 손쉽게 기업 산재 현황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찬성하는 시민들이 70%를 넘겼다. 이제 ‘죽지 않고 일할 권리’가 시대적 과제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재해를 줄이고, 생명을 보호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목소리에 대해 정부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여 응답해야 한다. 기업의 산재 현황 정보를 제공하여, 구직자들에게 더 안전한 직장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그러한 수단의 하나일 것이다.

화, 2021/01/12-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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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맞이한 정보공개포털 메인 페이지

 

2021년 6월 23일부터 개정된 정보공개법 시행령/시행규칙이 시행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정보공개 청구 시 제출해야 했던 주민등록번호가 생년월일로 바뀌게 되었는데요, 직접 청구를 통해 어떤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니 몇가지 문제점이 드러났습니다.

 

먼저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중단하면서, 정보공개 청구 시 공동인증서 등을 통한 본인 인증 절차가 새로 생겼습니다. 청구할 때 최초 1회만 인증하면 이후에는 인증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말했듯 주민등록번호 수집 대신 생년월일 수집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보공개포털의 청구 양식은 '주민등록번호'라고 되어 있습니다. 생년월일과 주민등록번호 맨 앞자리를 입력하게 되어있는데, 정보공개법 시행규칙 상 청구서 서식에는 '생년월일과 성별'을 적게 되어 있는 만큼 정보공개포털의 청구 양식과 공식적인 청구서 서식이 일치하지 않는 셈입니다.

 

2021년 6월 23일 현재 정보공개포털의 생년월일 기입란

 

시행규칙 상 청구서 서식에 '성별'을 적는 칸이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보공개법에는 분명 "청구인의 성명ㆍ생년월일ㆍ주소 및 연락처"를 적도록 되어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시행규칙의 청구서 서식에 '성별' 정보가 끼어든 것입니다.

 

정보공개법 시행규칙의 청구인 정보 입력란

 

모든 정보공개 청구에 구태여 본인 인증을 진행할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본인 인증 절차를 의무화하다 보니 법령에는 없는 성별 정보를 요구하게 된 것인데, 청구인 본인 확인이 필요한 예외적인 경우에만 해당 정보를 적게 하는 등의 개선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수, 2021/06/23-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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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공개센터가 민중의소리에 연재하고 있는 '공개사유' 칼럼입니다.

기록 없는 국회, 노무현을 떠올린다

 

 

지난 5월 23일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한 번째 기일이었다. 올해도 많은 정치인들이 봉하마을로 향해 추도식에 참여했다. 너나할 것 없이 ‘노무현 정신’ 계승을 이야기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그런데,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아선 안 될 이야기가 있다. 바로 노무현의 ‘기록 정신’이다. 노무현은 역대 대통령 중 그 누구보다도 공공기록물 관리의 중요성을 깨닫고, 체계적인 기록관리 정책을 추진한 대통령이었다.

 

참여정부 이전까지 정부의 공공기록물 관리 수준은 아주 처참했다. 2005년 [공공기록물 보존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1952년 제1차 개정헌법부터 제5차 개정헌법까지의 원본들을 원본인 줄 모르고 일반서류로 보관하고 있었고, 오히려 필사본을 원본으로 여기고 귀중 기록물 보존서고에 보존하고 있었다. 심지어 제헌헌법 원본, 제1대 국새 등 국가적으로 중요한 기록물들은 분실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화폐나 우표 원본 도안도 사라졌다. 통치사료로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대통령기록물 역시 제대로 수집 관리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12년 동안 장기 집권한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현재 남아있는 대통령기록물이 9만 3천여건, 16년을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7만 6천여건에 불과하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점차 대통령기록물의 양이 늘어나긴 했지만, 무엇이 대통령기록물인지, 기록물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불분명한 상황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노무현 정신은 곧 기록 정신
“우리가 이렇게 해서 새출발 못합니다”던 육성

 

472년 간의 역사를 정리한 조선왕조실록, 국왕의 업무와 각종 행정사무들을 매일매일 기록한 승정원일기 등 세계에 자랑할 만한 기록 문화유산을 가진 나라에서, 정작 정부의 기록물 관리는 엉망진창이었던 셈이다. 이러한 현실을 비판하기 위해, 2004년 당시 참여연대와 세계일보는 [기록이 없는 나라]라는 기획 연재를 통해 정부의 기록물 관리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시민단체와 언론의 비판이 이어지자, 노무현 대통령은 즉각 국가기록관리의 혁신에 나설 것을 천명했다. 2004년 7월 20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이렇게 해서 새출발 못합니다. 기록물관리부터 새롭게 하고 지난날의 이런 처리에 대해서 얼렁뚱땅했던 것도 다 국민들 앞에 진상 공개하고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맹세해야 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친필 메모ⓒ뉴스타파 홈페이지 캡처

 

노무현의 ‘맹세’는 공염불에 그치지 않았다. 정부 수립 후 최초로 국가기록관리 체제 혁신을 공식화한 ‘국가기록관리혁신 로드맵’을 세우고, 이에 따라 공공기록물법을 전면 개정하여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 체계를 바로잡았다. 무엇보다도 노무현의 ‘기록 정신’을 잘 드러내는 지점은 대통령기록물법을 제정한 것이다. 이전까지 대통령기록물은 사실상 대통령과 비서실, 측근들의 사유물과 다름없었다. 박정희가 죽자 유가족들은 트럭 6~7대 분량의 대통령기록물을 들고 나왔고,(관련 기사) 전두환 역시 퇴임 시 트럭 서너대 분량의 통치기록을 집으로 가져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삼 역시 컨테이너 세 대 분량의 대통령기록물을 개인적으로 보관하다가, 향후 이를 대통령기록관에 기증했다. 노무현은 달랐다. 본인이 직접 개발에 참여했던 전자문서관리시스템인 e지원을 청와대에 도입하여 문서의 생산과 관리, 보고와 결재 등을 상세히 기록할 수 있도록 하였고, 이를 토대로 800만 건에 달하는 대통령기록물을 퇴임하면서 대통령기록관에 이관했다.

 

이처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기록물을 상세히 남긴 것은 후대 대통령들이 이전 정부의 통치자료를 참고하여 국정 운영에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함이었고, 또 훗날의 연구자들이 1차 사료들을 토대로 참여정부를 연구하고 역사적 평가를 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기고자 한 의미도 있다. 기록을 남기는 것이 되려 대통령 자신에 대한 비판의 도구로 쓰일지도 모르지만, 대통령기록물은 폐기나 은폐, 누락이 없어야 하고 가급적 많은 기록물이 사회와 시민들에게 공개돼야 한다는 신념이 노무현의 ‘기록 정신’이었다.

 

그러나 노무현의 뒤를 잇겠다는 허다한 정치인들 중에서, 정작 그의 ‘기록 정신’을 본받은 이는 찾기 어려운 것이 오늘날 한국 정치의 현실이다. 지난 5월 19일, MBC뉴스데스크는 임기를 마치고 국회를 떠나는 국회의원들이 의원실의 각종 문서들을 마구잡이로 폐기하고 있는 장면을 보도했다. 방위사업청의 무기 구매 비공개 문건, 용산 참사 수사기록, 국무총리의 주민등록번호가 담긴 문건 등 민감한 정보를 담은 문서들이 폐지로 버려졌다. 의원실에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들이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정활동 기록’이라는 인식이 없기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문제는 이렇게 의정활동 기록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 20대 국회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19대 국회가 마무리되던 4년 전에도, 마찬가지로 “4년 마다 국회 사초가 실종된다”며 문제를 제기한 언론들이 있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국회의원들은 전혀 변화가 없는 셈이다.

 

내다버린 ‘총리 개인정보·국방문서’…국회서 무슨 일이?ⓒMBC 방송 캡처

 

노무현 정신을 따른다면서 기록을 남기지 않는 정치권
21대 국회는 ‘국회의원기록물법’ 만들길

 

국회의원들의 의정활동 기록은 행정부의 문서와 마찬가지로 공공기록물로 보존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회는 의원실이 제작한 토론회나 정책연구 자료집 등 일부 기록만 국회도서관을 통해 보존할 뿐, 대다수 의정활동 기록물들은 파쇄되거나, 의원실 관계자들이 개인적으로 가져가거나, 때로는 그냥 버려지기도 한다. 의정활동 기록을 국회도서관에서 관리한다는 원칙만 있지, 이를 의무적으로 강제할 만한 법적 규정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정보공개센터와 한국기록전문가협회는 각 의원실에 공문을 보내 의정활동 기록물들을 그냥 폐기하지 말고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로 기증을 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였다. 그러나 기증을 약속하거나, 이미 기증을 했다고 밝힌 의원실은 전체 20대 국회의원 중 10개 의원실에 불과했다. 이후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서른 명 가까운 의원들이 국회도서관에 의정활동 기록을 기증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래 봤자 전체 의원의 10%에 불과한 정도다. 90%의 국회의원들은 ‘기록을 남긴다’는 인식이 전혀 없는 것이다.

 

기록물 기증을 요청했을 때, 부정적인 의사를 밝힌 의원실의 공통적인 반응은 “의원실의 문서들은 내부자료가 많아서 외부에 기증하기 어렵다”, “대외비가 많아서 공개하기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세금으로 세비를 받아 활동하는 국회의원이 의정활동을 하면서 생산하거나 접수한 문서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공공기록물이다. 의원실에서 생산한 문서니까 의원실 내부에서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는 문서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회 내부 기구에 기록물을 기증하는 문제를 두고 ‘내부’, ‘외부’를 따지는 것도 사실 웃기는 일이다. 기록물을 기증한다고 해서 그 자료가 바로 공개되는 것도 아니다. 국회기록보존소에서 자료의 이런 설명을 충분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내부자료’라거나 ‘대외비’라는 표현으로 기증을 거부하는 것은 국회의원들 대다수에게 얼마나 ‘기록 정신’이 부재한지 보여주는 사례라 볼 수 있다.

 

‘기록 대통령’이었던 노무현은 대통령 재임 당시 회의나 면담 중에 남긴 손글씨 메모들도 대통령기록물로 남겼다. 청와대 공식 노트 뿐 아니라 해외 순방 시 머무른 호텔 메모지에 끄적인 메모 하나하나까지 그대로 기록으로 남았다. 대통령기록관에 보존된 266건의 친필 메모들은 십수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시민들 누구나 쉽게 살펴볼 수 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생각으로 국정 운영에 나섰는지 알 수 있는 자료로 쓰이고 있다. 이렇게 메모지 하나까지 공적인 기록으로 남기고,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 노무현의 기록관리에 대한 신념이었다. 2005년 10월 4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이야기했다.

 

“기록관리를 100% 완벽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기록 중에 필요 없는 기록이 상당히 많겠지만 100% 기록을 남긴다는 원칙을 가져가지 않으면 아주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서 모든 기록들이 사멸이 되어버리고 결국 기록문화는 유지할 수 없는거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대로, 어떤 기록은 남기고 어떤 기록은 버린다는 판단을 자의적으로 내리면 결국 기록문화가 유지 될 수 없다. 지금처럼 국회의원이 자의적으로 어떤 자료는 자기가 가져가고, 필요 없는 문서는 폐기하고, 일부 문서만 기증하는 방식으로는 국회 기록물들이 제대로 보존될 리 만무하다. 21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노무현이 ‘대통령기록물법’을 만들었듯, ‘국회의원기록물법’을 만들어 노무현의 기록 정신을 이어갈 용기 있는 국회의원을 기다려 본다.

 

 

※ 참여정부의 기록관리정책에 대한 상세한 내용은 노무현사료관의 참여정부 기록관리 혁신 정책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월, 2020/06/08-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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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3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학원생 A씨가 사법연수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사법연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했던 정보공개청구에서 ‘비공개’결정을 받은 A씨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사법연수원은 이를 기각, 결국 행정소송에 이르게 된 것이다. 헌데, 사법연수원은 A씨에게 ‘비공개’ 결정 통지문을 보냈는데 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공개’를 한 것이라며 사법연수원의 처분이 위법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1.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A씨는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2019년도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민사집행법 외 7권에 해당하는 교재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하였다. 이에 사법연수원은 ▲‘사법연수원 교재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할 수 없다’ ▲‘사법연수원 교재는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법원도서관 등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알린다’며 비공개 결정을 하였다. 이에 A씨는 이의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해당 정보의 소재 안내’의 방법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소송을 기각하였다.

 

2. 사법연수원은 2018년도 까지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교재들을 단행본의 형태로 시중 서점 등을 통해 판매하였으며, 관련 법학자, 변호사 등은 물론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해당 교재를 구입하여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도부터 사법연수원 교재를 일반인을 포함 변호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외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일명 로스쿨)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후퇴를 택한 것이다. 2018년도까지 모두에게 공개하던 정보에 대해 갑자기 2019년도부터 그 접근을 제한하고 특정 소속의 사람들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보 인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시대에 오히려 국민 대다수의 정보 접근권과 알권리를 후퇴시키는 차별적 정책이다.

 

3. 정보공개 청구 당시 사법연수원은 해당 교재를 제공할 수 있었음에도 ‘도서관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를 ‘공개’의 형식으로 인정하였고 해당 사건을 기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법연수원은 이미 해당 교재의 전자적 형태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공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청구 당시 2019년도 교재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즉, 사법연수원이 ‘공개’했다고 법원이 인정한 소재 정보 역시 잘못된 정보였으며, 청구인인 국민의 정보 공개 요청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 제15조 

공공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정보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 

 

4. 게다가 사법연수원은 대법원 산하 조직인 공공 기관이므로 사법연수원의 기록물, 간행물 등 저작물은 공공 저작물로 저작권법 제24조2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규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저작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유한 사진, 영상, 음원, 연구보고서 등으로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연수원은 해당 저작물을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교재의 2019년 이전 저작물 등은 국회도서관 등을 통해 얼마든지 피디에프(PDF) 형식의 전자 파일로 취득할 수 있음을 고려해보면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사법연수원의 답변이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결국 A씨가 요청한 정보는 애초부터 공공 저작물로서 모두에게 전자 파일로 제공했어야 마땅함에도 ‘저작권’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5. 정보공개청구제도는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산하여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보다 많은 국민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 공공저작물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자유로운 열람 및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자 파일의 형태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6. 따라서 우리 단체는 공공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사법연수원의 정책적 퇴행을 개선하여 모든 저작물에 공공누리를 적용, 국민 모두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며, 서울고등법원은 1심의 오류를 바로잡고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올바른 판결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2020.5.27.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첨부] A씨_사법연수원교재_정보공개소송_의견서법원제출

담당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활동가
전화: 02-2039-8361 E-MAIL: [email protected]


A씨_사법연수원교재_정보공개소송_의견서법원제출.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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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2020/05/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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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전,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시민과 노동자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악을 규탄하기 위한 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지난 십수년 간 삼성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 문제를 제기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의 주최로 이루어진 오늘 기자회견에 정보공개센터도 함께 참여했습니다. 


11월 20일,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

문제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은 이미 지난 8월 20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입니다.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서 그동안 국회에서 발의된 여러 산업기술보호법을 통합하여 7월 31일에 개정안을 내놓았고, 별다른 논의나 문제 제기 없이 20일만에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되었습니다. 당시 재석 중이던 210명의 국회의원들 중, 기권한 4인을 제외한 206인의 국회의원들이 정당을 가리지 않고 모두 법안에 찬성했습니다. 일본과의 무역 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산업기술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에 모두 동감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의 산업기술보호법 전문 확인하기

그런데, 이 법안은 사실 아주 큰 문제가 있는 법안입니다. 개정된 내용을 잘 살펴보면, 이 법안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외국인이 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기 어렵도록 규제한다.

2) 반올림과 같은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업의 유해한 작업환경에 대한 정보를 입수해도, 이를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할 수 없도록 한다.

당연히, 두번째 목적이 큰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면 이 법안이 왜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제약하는지, 찬찬히 풀어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이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의 정보 비공개'라는 조항을 두어, 공공기관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된다'고 하고 있습니다. 예외적으로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없는 경우"에는 공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 때는 기업의 의사를 듣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의 동의를 받은 후, 또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 조항부터가 정보공개법의 취지나 절차와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입니다.



국가핵심기술의 정보 비공개 조항 신설


 정보공개법에서는 분명, 공공기관은 자신들이 보유하고 관리하는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모든 정보는 공개 대상이며, 예외적으로 비공개 대상 정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이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복잡한 절차를 거쳐 공개하겠다는 것과 비교해보면 쉽게 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아니, 국가핵심기술이라면 당연히 비공개해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 국가핵심기술이라는게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된다는 점입니다. 특히 삼성과 고용노동부는 그동안 반도체 공장 직업병 피해자들의 작업환경측정보고서 정보공개 청구에 대해, '국가핵심기술 유출'이라는 핑계로 비공개를 일삼아 왔습니다. "공개가 원칙이되, 예외적으로 비공개"였던 지금까지도 공장의 유해물질 사용에 대한 정보를 내놓지 않았는데, "비공개가 원칙이고 예외적으로 공개"로 변한 상황에서는 이제 더욱 더 정보공개를 받기가 어려워진 셈입니다.

 더욱 더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조항으로 인해 정보공개법이 완전히 무력화 된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삼성과 고용노동부는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7호를 근거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는 비공개 대상 정보라고 주장했습니다. '7호'는 바로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를 의미합니다. 반도체공장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들이 밝혀질 경우, 반도체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될 수 있다는 것이 삼성과 고용노동부의 주장이었습니다. 그러나 '7호'에는 "사업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 대상이라는 단서조항이 붙어있기 때문에, 그동안 반올림은 정보공개소송을 통해 산업재해 인정을 위한 자료들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정보 비공개 근거로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제1호, "다른 법률에 따라 비밀이나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를 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에서 비공개 정보로 규정되었기 때문에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동안 반올림은 정보공개법을 무기로 "사람의 생명, 신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주장이 통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삼성 쪽에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정보공개를 할 경우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면, 그 주장을 깨기 매우 어렵게 된 것입니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작업장 환경에 대한 정보공개 받기도 어려워졌지만, 설령 천신만고 끝에 정보공개가 되더라도, 그 정보를 활용해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내는 시민사회단체의 기본적인 활동도 불가능해졌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34조에 따르는 '비밀유지의무' 때문입니다.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자료는 '대국민공개'가 원칙인데,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깨버렸습니다.

 기존 법안에서는 기업의 임직원, 연구원, 산업기술과 관련한 업무를 하는 사람들에게 '비밀유지 의무'를 두고 있었습니다. 이제는 정보공개 청구나 산업기술 관련 소송 업무를 통해 산업기술에 관한 정보를 알게 된 사람들도 '비밀유지의무'를 지게 됩니다. 만약 이 규정을 위반하여 비밀을 누설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산업기술보호법 제14조 8호도 마찬가지입니다. "산업기술 관련 소송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적법한 경로를 통해 산업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

 문제는, 앞서 말했듯 이 '산업기술에 관한 정보'라는게 굉장히 추상적인 규정이라는 점입니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반도체 공장의 위험성에 대해 정보를 알게 되더라도, 이걸 언론에 알리는 순간 '비밀유지의무' 위반으로 고발 당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산업재해 피해자들이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작업장 환경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하여 자료를 받더라도, '산업재해 입증'에만 자료를 써야지, 이 자료를 바탕으로 공장의 위험성을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하는 순간 처벌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실제로 이것이 '국가핵심기술'이냐, '비밀'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일단 고발 당하는 순간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은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동안 반올림과 다른 시민사회단체들이 산업재해 입증을 위해 펼쳐 왔던 수많은 활동들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으로 인해 한순간에 어려움을 겪게 된 것입니다. 

 이 법안은 아주 꼼꼼하게 시민사회단체들의 활동을 억누르고 있는데, 심지어 앞서 말했던 제14조를 위반할 경우, 손해로 인정되는 금액의 최대 3배 금액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됩니다. 정작 산업재해의 책임을 져야 할 기업들에게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책임이 없는데, 산업재해의 문제를 제기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할지도 모를 처지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산업기술보호법은 내가, 내 가족이, 내 친구가 일하고 있거나 앞으로 일할 수 있는 공장이 얼마나 위험한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면서도 말할 수 없도록 재갈을 물리고, 협박하는 법입니다. 시민들이 안전하게 일하기 위해 당연하게 알아야 하는 정보들이, 이제 '산업기술보호'라는 미명 아래 은폐될 예정입니다.

 이렇게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의 내용을 따져보면 무엇보다도 '반올림'의 활동을 막기 위한, 삼성을 위한 법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반올림이 작업환경측정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에서 승소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해당 사례를 들어 '산업기술보호'를 위해 정보공개법 비공개 조항을 새롭게 만들고자 했던 시도들도 있었습니다. (원유철 의원 발의안 / 김정재 의원 발의안 )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한 '반올림 저격'이 실패하자,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으로 방향을 틀어 순식간에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습니다.

 

제안이유에서부터 '반올림 저격'이 의심되던 자유한국당 원유철 의원의 정보공개법 개정안



20대 국회에서 지난 4년 간 시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해 발의된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열 다섯건이었습니다. (앞서 말한 '산업기술보호'를 위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발의한 두 건의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제외합니다.) 열다섯건의 개정안 중에서는 지난 10년간 정보공개센터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내용들이 많이 반영된 법안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시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정보공개법 법안들은 모두 상임위에 계류 중입니다. 국회에서 발의만 되고, 회의록에서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 아무도 관심이 없는 법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렇게 시민의 알 권리 확대에는 무심한 국회의원들이, 시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고,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크게 해칠 수 있는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은 일사천리로 이뤄냈습니다. 삼성을 위해 알 권리를 제한하는 법은 한 달 만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되고, 시민을 위해 알 권리를 확장하는 법은 통과될 소식 조차 들리지 않는 것이 너무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너무나 조용히, 소리 없이 통과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만약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고 찬성했다면 지금이라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랍니다. 산업기술보호법이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지금이라도 소리를 높여 지적하고, 이를 되돌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길 바랍니다. 국회가 시민과 노동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일하는 곳인지, 아니면 삼성의 산업재해 책임 회피를 위해 일하는 곳인지, 국회의원들이 행동과 실천을 통해 증명해주시길 바랍니다.

목, 2019/11/2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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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자

갑자기 '정보 공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확진자 동선 정보 공개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더니, n번방을 비롯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가담자 전원에 대해 신상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무려 268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확진자 동선 공개'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지만, 문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나타난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이었다. 동선 공개의 주체가 질병관리본부에서 각 지자체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지자체끼리 경쟁적으로 동선 공개에 나섰다. '빠른 공개'에 집착하다보니 방문 장소를 엉뚱하게 공개해 피해를 낳기도 했고, 확진자의 성씨, 나이, 성별, 국적, 종교, 거주지 주소, 직장명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경우도 생겼다. 일부 확진자들은 숙박업소나 노래방에 들렀다는 이유로 사생활에 대한 루머가 퍼져나가기도 했다. "동선 공개가 무서워서 검사를 못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확진자의 과도한 사생활 공개를 우려하는 성명을 낸 후에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동선 공개 기준이 마련되었다.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 청원이 많은 호응을 얻고 널리 공유되면서, 한편으로는 "가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에 동의하지만, 인권의 이름으로 신상 공개에 반대한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사건의 끔찍함에 대해 분노하고, 청원에 참여하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이중처벌'이 된다거나 오히려 신상 공개로 인한 낙인 효과로 인해 교화가 불가능해지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지울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범죄자의 신상 공개에 반대하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범죄자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이 쏠리게 되어 있는 언론 환경 상, 신상 공개를 통해 오히려 범죄의 구조적 성격이 사라지고 일부 특수한, '악마적' 개인의 문제로 논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박사' 조주빈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그가 과거의 어떤 인물이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사건의 본질을 가린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동선 공개'와 ‘신상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정보 공개 제도가 가지는 일반적인 난점들을 보여준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공리다. 문제는, 공공기관이 확보하고 있는 시민 개인들의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느냐다. 공공기관은 행정적 필요로 인해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특히 한국은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수집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아무리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공개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따라서 정보 공개법에서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공기관이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못박아 두고 있다.


그런데, 그렇다면 과연 그 '개인에 관한 사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개인의 소득과 납세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로 보고 있다. 내가 얼마를 버는지,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를 타인이 속속들이 알 수 있다면 바로 사적인 영역을 침해받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19세기부터 개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마치 사생활 침해로 느껴지는 일이지만, 핀란드인들은 오히려 과세정보 공개가 조세 행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복지국가를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결국 어디까지가 개인정보인지, 공개의 대상이 되는지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사회적 합의의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공익'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정보 공개법에서는 그것이 개인에 관한 정보라 하더라도,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면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또, 개인이나 법인의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어서 공개 될 경우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도 "사업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의 필요가 있다면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도 존재한다. 이러한 예외 규정의 존재는 결국 개인에 대한 정보라 할지라도 바로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며,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는 공개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식약처는 현재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체들이 어디인지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나라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명과 제품명뿐 아니라 업체 소재지와 업체의 대표명까지 확인할 수 있다. 행정처분의 내용이 영업 허가 취소나 영업정지가 아니라 시정명령에 그치는 가벼운 경우에도, 대표자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있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끼칠만한 중요한 정보이기에 그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의 작동인 셈이다.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는 이처럼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구성하기 위한 요구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n번방 가입자'는 6만 명에 달한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이 수만 명의 범죄자들이 자신의 익명성에 기대어, 소수의 피해자들을 겁박하고 가해한 사건이다. 소수의 몇몇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수한 예외라 말할 수 있겠지만, 수만 명이 한꺼번에 범죄에 가담했다면 사회 전체가 그 범죄와 연결되어 있다는 신호다. 'n번방 사건'은 추악한 성범죄를 '야동'으로 치부하고, 이를 돈으로 거래하는 재화로 여기며, 피해자의 일탈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가책감을 지워버렸던 한국 사회의 '강간 문화'의 산물이다.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 요구는 범죄자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서, 다시는 누군가가 익명 속에 숨어 디지털성범죄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남성 사회 전체가 은밀하게 공유해왔던 '강간 문화'를 드러내고, 해체해야 한다는 피맺힌 절규다.


이러한 요구에 응답해, 정부는 가담자 전원을 처벌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그동안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사법의 대응이 미온적이었음을 사과하고, 가담자 전원을 엄정 조사하여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책임이 중한 가담자에 대해서는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해 싸워온 여성 운동계와 시민들의 강한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 모든 판단을 맡겨버려서는 안 된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자의 상당수가 '단순 소지'라는 이유로 신상 공개 대상에서 제외 되었다. 특히 판사의 재량에 따라 신상 공개 여부가 결정되는 일이 많아,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리벤지 포르노의 유포와 소지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가 뒤바뀌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제는 성범죄자 신상 공개 제도에서 디지털성범죄의 적용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n번방 사건'의 경우, 법무부는 가담자들이 단순한 관전자가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대한 교사 및 방조자였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과 신상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이 개별 사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성범죄 전체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한다. "먹는 것으로 장난쳐서는 안 된다"가 사회적 합의가 되었듯이, "그것은 '야동'이 아니라, 범죄다"가 당연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 이 글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하는 <시민정치시평>에도 실렸습니다

화, 2020/04/07-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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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3일, 'n번방에분노한사람들'이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국회의원과 사법당국의 낮은 인식 수준을 비판했습니다.

최근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과 관련, 주범 중 한 사람인 '태평양' 사건을 맡은 오덕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오덕식 부장판사가 과거 고 구하라씨를 폭행하고 협박했던 최종범과 고 장자연씨 성추행 혐의로 기소되었던 조선일보 기자에게 솜방망이 판결을 내렸던 전력이 알려지며 시민들의 공분을 샀고, 이런 판사에게 성범죄 사건을 맡겨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는 것입니다. 오늘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는 담당 판사 교체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 뿐 아니라 10대 청소년에게 음란물을 유포한 20대 남성에 대한 판결이 벌금형으로 그치고, 성매매 업주나 아동 성착취 영상 유포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하는 등 과거 오덕식 판사가 맡았던 성범죄 사건들에 대한 판결 이력이 줄줄이 밝혀지면서 "성범죄에 관용적인 사법체계가 n번방 사태를 낳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덕식 판사가 과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을 계속 맡게 될지, 맡게 된다면 과거와 다른 판결을 내릴지는 더 지켜봐야할 일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판사의 과거 판결들을 찾아내고 재조명한 시민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앞으로 판사들이 더욱 경각심을 가지고 재판에 임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문제는, 오덕식 판사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가 가능했던 것은 다행히 해당 판사가 내린 판결들의 내용이 언론 기사를 통해 남아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9조는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하여, 법관이 선고한 판결 내용을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여러 재판의 결과들이 언론 기사로 알려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알 수 있는 판결은 언론의 판단으로 '뉴스거리'가 되는 재판들에 그칩니다. 문제가 된 오덕식 판사의 판결 역시 이 내용을 기사로 옮겼던 기자들이 없었다면, 재조명 받는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으로 수사 대상인 가담자들이 무려 6만 여명에 이른다고 합니다. 시민들은 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처벌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6만 여명에 대해 앞으로 재판이 이어질 것이고, 이들의 죄질과 유형에 따라 여러 판사들에게 사건이 맡겨질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건을 맡은 판사들이 과거 성범죄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가지고 어떤 판결을 내린 판사였는지 알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는 법원이 과거 재판들의 판결문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판결문을 공개해야 한다는 사회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판사들의 의견은 그와 많이 다른 현실입니다.

2019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금태섭 의원이 밝힌 통계에 따르면, 현재 대법원 종합 사이트에서 공개하고 있는 판결문은 겨우 전체 판결의 0.03%에 불과합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결문 공개를 확대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아직 개선의 속도는 느리기 짝이 없습니다. 대법원 특별열람실에 직접 찾아간다면 판결문 열람이 가능하지만, 이 열람실에서 사용 가능한 컴퓨터가 4대 뿐이라 실제로 이를 활용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입니다. 사회적으로 주목을 끄는 사건을 재판하는 판사가 과거에 어떤 판결을 내린 사람인지, 뉴스로 남지 않았다면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셈입니다. 법원, 검찰, 경찰들은 형사사법망을 통해 판결문에 접근할 수 있으나, 일반 시민들은 헌법에 보장된 '판결의 공개'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오덕식 판사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판결의 기록이 남고 시민들에게 공개된다면 시민들은 판사들이 과연 제대로 판결을 내리고 있는지 감시할 수 있게 됩니다. 그뿐 아니라 동일한 유형의 사건들에 대해 동일한 형량이 선고되고 있는지 통계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이는 "동일 범죄, 동일 처벌"이라는 당연한 원칙을 세우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과거 "판결문의 전면 공개는 전관예우의 폐해를 실효성 있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사법의 신뢰를 세우기 위해서라도 판결문 공개는 꼭 이뤄져야 할 과제일 것입니다.

토, 2020/03/2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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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는 그동안 '국회감시 어벤져스'라는 이름으로 뉴스타파, 세금도둑잡아라, 좋은예산센터 등과 함께 국회 감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는데요, 국회의원들의 보고서 표절이나 예산 빼돌리기를 적발하는 등의 성과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국회 정보공개와 투명성 강화에 대한 여론을 형성하여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야 말로 시민단체로서 큰 의미가 있는 활동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국회감시 어벤져스의 활약상국회감시 어벤져스의 활약상

오늘은 그러한 변화 중 하나로, 국회에서 '열린국회정보'라는 이름의 정보공개포털을 새로 오픈했다는 소식을 전하려 합니다. 국회 사무처는 지난 해 부터 그동안 미비했던 국회 정보공개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는데, 2월 17일에 그 결과물로 새로운 웹사이트를 오픈한 것입니다.  

'열린국회정보'가 오픈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은 무엇보다도 과거 국회 관련 기관 사이트들에 분산되어서 제공되던 정보들이 통합되었다는 점입니다. 국회사무처, 국회도서관, 국회예산정책처, 국회 입법조사처, 국회의안정보시스템 등 여러 사이트들을 돌아다닐 필요 없이 '열린국회정보'로 여러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 시민들의 편의성을 도모하였습니다. 

열린국회정보 사이트의 정보 제공 방식열린국회정보 사이트의 정보 제공 방식

무엇보다도 두드러지는 것은 의정활동 관련 정보들을 데이터 형태로 제공하여 가공하고 활용하기 쉽도록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웹사이트에서 사전공개되고 있는 정보들을 모두 트리 구조로 정리하여 목록화하고, 개별 데이터에 링크를 걸어 원 자료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기존에 공개하던 정보들을 모두 알기 쉽고 찾기 편하게 정리했기 때문에, 그동안 국회 관련 정보들을 확인할 때 느꼈던 불편함이 많이 해소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체계가 구축되었다고 해서 그동안 HWP나 PDF로 제공되던 자료들까지 건드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국회의 각종 규정과 지침은 충분히 텍스트로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인데도, 굳이 HWP 파일을 다운 받아야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회 관련 각종 규정은 HWP파일로 올라와 있습니다.국회 관련 각종 규정은 HWP파일로 올라와 있습니다.

'국회감시 어벤져스'가 문제 제기했던 소규모정책연구용역 보고서의 경우 공개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데이터 목록에서 보고서 제목 칼럼에는 정작 'XXX의원_소규모용역(정책연구)' 라는 식으로 적혀 있어 개별 보고서의 제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역시 직접 파일을 다운로드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의원명 정보가 따로 칼럼으로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있는 것은 역시 전자파일을 데이터화 하는 과정의 불편함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렇게 정작 보고서 제목을 바로 확인할 수 없으면, 오픈 데이터로서 가치가 떨어지겠죠.

국회의원 소규모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는 제목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국회의원 소규모 정책연구용역 보고서는 제목을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

많은 시민들이 국회 그 자체보다는 국회의원 개개인의 의정활동 정보들을 확인하고 싶어할텐데, 그점에서도 '열린국회정보'는 아주 유용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별 의원의 이름을 검색하면, 정당, 소속위원회, 선거구, 당선 횟수, 사무실 전화, 홈페이지, 이메일 등의 기본적인 정보들 뿐 아니라 보좌관과 비서관, 비서들의 명단까지 기본 정보로 제공됩니다. 의원 별 대표발의 법률안, 표결정보 등 기본적인 의정활동 내용과 해당 의원이 주최한 기자회견, 정책세미나, 연구용역 보고서, 의정 보고서 등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을 살펴보고, 감시하기에 여러 모로 편리해진 셈입니다.

개별 의원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개별 의원과 관련한 각종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국회에 대한 정보공개 청구는 국회 사무처 홈페이지를 통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정보공개 청구서를 작성하는 페이지가 너무나 시대착오적인(...) 디자인을 고집하고 있어서 많은 지탄을 받았는데요, 일단은 전체적인 구성이 깔끔해졌다는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용자 편의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데, 정보공개포털의 경우 기존 청구 내역을 확인할 때 '공개, 비공개, 부존재' 등 처리완료된 상태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열린국회정보'의 경우 '통지완료'로만 결과가 떠서 개별적인 처리 상태는 하나 하나 항목들을 확인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정보공개포털에서 청구서를 작성할 경우 4000 바이트 이내, 약 2000자까지 청구서를 작성할 수 있는데 '열린국회정보'에서는 여전히 500바이트 이내(약 250자)로 청구서 작성을 한정 짓고 있습니다. 청구하고자 하는 정보의 내용을 설명하다보면 250자로 부족한 경우가 있는데, 굳이 분량을 제한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제약을 둔 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사이트 작업 과정에서 정보공개포털을 참고했을텐데, 아쉬운 지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회 정보공개 사이트의 디자인 변화. 과거(좌)와 현재(우)

그동안 정보공개센터는 국회 정보공개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는데, '열린국회정보'를 통해 국회 정보공개가 한발짝 진전된 점에 박수를 보냅니다. 더 투명한 국회를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니, 이에 멈추지 않고 21대 국회는 국회의원 기록관리까지 나아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수, 2020/02/19-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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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 회원이자, 부산경실련 활동가로 일한 안일규님이 새해를 맞이하여 지역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느끼는 어려움들에 대해 칼럼을 써 보내주셨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주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을 하다보니, 다른 지역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할 때 경험하는 문제들이 항상 궁금했는데 자신의 경험을 잘 이야기해주셨네요. 글 보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정보공개센터는 항상 회원 여러분들의 글을 기다리고 고대하고 있습니다! 어려워 말고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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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 정보공개청구의 어려움

 

안일규 전 부산경실련 팀장(정보공개센터 회원)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는 급증하고 있다. 부산시의 경우 20152,977건에 비해 20196,000(예상치)으로 4년 사이 2배 이상 늘어났다. 부산시와 부산지역 16개 구·군을 합치면 201524,161건에서 2019(10월까지) 34,180건으로 40% 이상 늘어났다. 알권리 확대에 긍정적인 지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보공개청구를 적극 활용해야 할 지역의 시민사회 등은 정보공개청구에 적극적이지 않다. 수치로 드러난 것은 없지만 오거돈 체제가 들어서면서 정보공개청구 대신 다른 통로를 이용하거나 견제 기능이 약화됨에 따라 정보공개청구를 외면하는 상황으로 변했다.

시민들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습득한 정보를 공적으로 공개하는 행위를 하거나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한 상태도 아니다. 알권리를 넘어 공유의 가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공유보다는 정보의 사유화로 귀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그러나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는 근본적인 어려움을 낳고 있다. 필자는 매년 200건 이상(다중청구 포함)의 정보공개청구를 해왔지만 이 어려움에 항상 고민하고 있다. 정보의 제공권한은 피청구기관에 있어 청구자는 각종 회유나 압력행사에 시달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칼럼을 보내주신 안일규 회원님이 정보공개 청구 취하 요구를 받은 내용에 대해 부산MBC와 인터뷰하는 내용



필자는 <부산일보>의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비용 관련 보도와 관련한 내용을 알아보고자 기획재정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이 사실이 부산시 정무라인에서 인지하게 된 일이 있다. 부산시 정무라인에서는 필자에게 정보공개청구로 인해 부산항만공사의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비용 지원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정보공개청구 취하를 요구한 바 있다.

대다수 일반 시민이라면 이 취하 요구를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필자도 이겨내기 쉽지 않은 압력이지만 퇴직을 결정한 터여서 이겨낼 수 있었다. 정보공개청구 자료가 나오면 언론과 협업해서 후속 보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가 어렵지 않으려면 알권리를 확대하는 정책과 투명한 정보공개, 공개된 정보의 공적공유가 이뤄져야 한다. 현행법으로는 불성실하게 정보를 공개하거나 부당한 압력을 행사해도 피청구기관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점은 정보공개법 개정을 통해 보완되어야 한다.

지역에서의 정보공개청구는 예민한 사안으로 갈수록 피청구기관의 각종 압력을 수반한다. 정보공개청구는 여전히 유효한 운동이며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찾는 운동이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2020년을 정보공개법 강화를 위한 입법활동 원년의 해로 삼고, 지방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정보공개청구를 좀 더 활성화하면서 지방에 거주하는 회원들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 독려를 했으면 한다.

금, 2020/01/10- 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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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정진임


어릴 때 전화번호부 보는 걸 좋아했습니다. 나와 같은 이름을 쓰는 사람은 누가 있는지 찾아보거나 주소로 우리 동네 사람들을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이름을 가진 사람에게는 장난전화도 걸어봤습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당시 전화번호부에는 사람 이름과 집 주소, 전화번호가 다 적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전화번호부는 거의 모든 집마다 한 부씩 있을 정도로 구하기 쉽기도 했지요.

요즘엔 전화번호부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니 옛날의 그런 전화번호부가 있을 수 없습니다. 만약 통신사들이 ‘이름’ ‘전화번호’ ‘주소’라는 개인정보가 들어있는 책자를 집마다 배포한다면 사람들은 개인정보 유출이라며 들고 일어설 겁니다. 예전과 지금의 개인정보에 대한 기준과 제도가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전화번호부처럼 과거엔 공개하는 게 아무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공개하는 게 도리어 이상한 게 되기도 하고, 반대로 예전엔 절대 비공개였던 게 지금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봐도 공개가 되기도 합니다. 공공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보를 공개하거나 비공개 하는 것은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절대적으로 비공개해야 하는 정보들도 일부 있습니다)

90년대 말 업무추진비는 비공개가 당연한 정보였습니다. 아무도 시장과 구청장이 쓰는 업무추진비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정보공개법이 생겼고, 비공개를 당연하다 여기지 않은 사람들이 공개하라 요구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업무추진비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비공개하거나 아주 제한적으로만 공개 했습니다. 지자체 단체장 업무추진비 공개운동을 벌였던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정보공개소송까지 가서야 업무추진비 집행정보를 공개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요?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지자체를 찾아보는 게 더 어렵습니다. 아주 세부적인 내역은 아직도 정보공개청구를 해야만 볼 수 있긴 하지만, 월별로 어디에서 얼마나 썼는지 정도는 공개하는 게 추세가 되었습니다. 소송을 하지 않아도 볼 수 있는 정보가 된 것입니다. 과거에는 업무추진비 내역이 시민들이 함부로 볼 수 없는 공공기관장의 권위의 상징 같은 거였다면 지금의 업무추진비는 적극적으로 공개해서 투명성을 어필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바뀐 거죠. 이뿐인가요. 과거엔 영업비밀이라며 비공개 했던 각 병원의 항생제 처방률은 이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공개정보로 가장 내세우는 정보가 되기도 했습니다.

공개와 비공개의 기준은 과거와 현재에만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회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공개여부가 갈리기도 합니다.

한국의 경우 개인의 과세정보는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정보공개청구를 해도 받을 수가 없습니다. 국세기본법에 따라 납세자의 과세정보는 비밀유지 대상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한국에서는 비공개인 이 정보가 핀란드에서는 누구나 볼 수 있는 공개정보입니다.

핀란드 정부는 매년 11월 1일 시민 개개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합니다. 핀란드 국세청은 이 날 전국 28곳 지방 세무서의 전용 PC를 통해 전 국민의 과세데이터를 공개하는 건데요. 다른 사람이 얼마를 버는 지, 그래서 얼마의 세금을 내는지 확인해 ‘질투심’을 가지게 된다고 해서 이 11월 1일에는 ‘질투의 날’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습니다. 핀란드 뿐 아니라 여러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과거부터 시민의 과세정보를 공개정보로 보고 있다고 합니다. 과세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탈세의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기도 하고, 과세정보의 공개가 조세행정의 신뢰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와 현재의 업무추진비 정보든, 한국과 핀란드의 개인과세정보든 비공개정보와 공개정보에서 내용의 차이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공개에 대한 사회의 요구와 인식의 차이입니다.

공공기관들이 당연하게 비공개하는 정보들이 있습니다. 의사결정과정이라며, 영업비밀이라며 이유도 사유도 구체적입니다. 일견 타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비공개는 영원하지 않습니다. 당연하지도 않습니다.

당연해야 하는 게 있다면 그것은 민주주의, 시민에 대한 존중일 것입니다. 그리고 비공개는 민주주의나 시민의 참여와는 당연히 어울리지 않습니다.



화, 2019/12/03-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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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공개센터는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이 시민의 알 권리를 제약하고,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입증을 가로막는다는 우려를 가지고 여러 노동·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를 꾸렸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는 여러 활동을 통해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의 독소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어 나가고 있습니다.

(관련글 : 산업재해 문제제기 틀어막는 산업기술보호법, 국회의 반성을 촉구합니다.)

그런데, 최근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공익적 문제제기를 가로막을 수 있는 조항을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독소 조항을 개정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는데, 기존의 독소 조항을 폐지하기는 커녕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법안을 내놓은 것입니다.


이에 대해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는 고민정 의원의 개정안 발의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아래는 입장문 전문.




삼성보호법을 더 강화하자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규탄한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열여덟 명은 13, 산업기술보호법(이하 산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표발의자인 고민정 의원이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법이라고 이름붙인 법이다. 고 의원은 지난 7,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 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2016년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삼성전자 A 임원사건을 언급하기도 했다.

 

1. 고민정 의원은 삼성전자 A 임원에게 사과부터 하라

 

고 의원은 A가 삼성전자의 핵심기술 자료 47개를 이직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유출하였음에도 부정한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 무죄판결을 받았다고 했다. “미수에 그쳤으니 망정이지 그 기술들이 중국으로 유출됬다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겠냐”, “법률적 미비로 인해 무죄판결을 받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도 했다.

 

하지만 법원이 A의 기술 유출 혐의를 무죄라고 판결한 이유는 고 의원의 주장처럼 이직시 사용하기로 마음먹고 유출했으나 부정한 목적이 입증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법원은 A이직을 준비하였음을 뒷받침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는다했고, “업무에 참고하기 위한 학습 목적으로 자료를 반출했을 뿐이라 했다. 그 자료들은 대부분 A가 병가 중 받은 이메일을 출력한 것이었고, A가 집에서도 컴퓨터로 열람할 수 있는 문서들이었다. A에게는 평소 자료를 출력해서 메모하며 공부하는 습관이 있어, 오래전부터 해왔던 대로 회사에서 자료를 출력해 집으로 가져갔을 뿐이었다. 모두 판결문에 적시된 내용들이다. A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결과였다.

 

이 사건으로 비판받아야 할 대상은 A가 아니라 A에게 누명을 씌운 삼성과 검찰이었다. 그리고 언론이었다. 사건이 알려졌던 20169, 언론은 A에게 대대적인 마녀사냥을 가했다. SBS 뉴스를 시작으로 A삼성의 핵심기술 자료를 중국 업체에 통째로 팔아넘기려다 붙잡힌임원이라 단정하며(실제, A가 중국업체와 접촉한 흔적은 전혀 없었다), 회사는 물론 나라까지 배신한 사람으로 몰았다. 그래서 A의 어머니는 쓰러졌고 A 스스로도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2018. 5. 17. 뉴스타파 기사).

 

다행히 법원에서 잇따라 무죄판결이 나오고 2018년 뉴스타파, 프레시안, KBS가 공동으로 기획 보도를 하며, 이 사건의 진상은 비교적 소상히 밝혀졌다. 그럼에도 A의 상처는 치유되지 않았다. 아직 삼성과 검찰, 언론, 어디에서도 사과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민정 의원이 A 사건을 다시 언급하며 무죄판결 받은 것은 심각한 문제라 했다. 판결문만 제대로 읽어 봤어도 결코 할 수 없는 발언이었다. 고 의원은 당장 A에게 사과부터 해야 한다.

 

2. 삼성전자와 산업기술보호법의 특수관계를 알고 있는가

 

고 의원은 이번 산기법 개정안을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방지법이라 불렀다. 산기법이 삼성을 더 보호하는 법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과 이 법의 오랜 특수관계에 대해서는 어떠한 고민도 보이지 않는다.

 

산기법은 산업기술의 부정한 유출을 방지하고 산업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졌다(1). 그래서 이 법은 국가, 기업 등에게 산업기술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의 유출 방지를 위한 책임을 강화하고, 그 기술의 부정한 유출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삼성은 언젠가부터 이 법을 자사의 기술 인력을 억압하는 수단(A사건), 혹은 자사의 기술 탈취를 정당화하는 수단(‘핀펫사건), 나아가 자사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 문제를 은폐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왔다.

 

2007년부터 삼성 반도체 노동자들의 집단 직업병 발병 문제가 불거졌다. 고용노동부의 2009년 위험성 평가 결과, 2013년 특별감독 및 안전보건진단 결과, 2018년 특별감독 결과가 모두, 삼성 반도체 공장의 화학물질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자 삼성은 그 공장의 작업환경 관련 자료를 일제히 국가핵심기술 관련 자료라는 명목으로 은폐하려 했다. 하지만 법원은 그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산기법 어디에도 그러한 은폐행위를 정당화할 만한 규정은 없었기 때문이다. 2017년과 2018년에 잇따라 나온 삼성 안전보건진단 보고서’, ‘특별감독 보고서작업환경 측정 결과 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 판결은 그래서 나올 수 있었다.

 

그러자, 법이 바뀌어 버렸다. 국회가 지난해 8월 통과시킨 산기법 개정안에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를 공개해서는 안된다”(9조의2)는 조항 등이 추가된 것이다. 우리는 이 법의 개정 소식을 삼성 작업환경 보고서공개 소송에서 처음 접했다. 삼성 측 변호사가 이 보고서의 공개 논란이 최근 입법적으로 해결되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입법과정에서 기록된 여러 공식 문건들도 삼성 작업환경 보고서공개 논란이 법 개정의 직접적인 계기였음을 명시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법을 삼성 보호법이라 부른다.

 

이후, 12개 노동ㆍ시민 단체가 모여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를 만들었고, 이 법의 문제점을 알리기 시작했다. JTBC 뉴스룸, MBC 스트레이트, KBS 9시뉴스도 이 법을 삼성보호법이라 불렀다. 20202, 국회에서는 이 법에 찬성표를 던졌던 민주당, 정의당 의원 15명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그 법안에는 우리가 미처 파악하지 못한 문제 조항들이 숨겨져 있었다”, “이 조항들은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일방적으로 했던 주장들과 내용적으로 매우 비슷하다”, “국회의원으로서 의무를 소홀히했던 점을 반성하며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겠다. 이 법이 올바르게 다시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고민정 의원은 이 법이 삼성을 더 보호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삼성보호법논란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3. 이번 개정안도 악용될 위험이 너무 크다.

 

산기법상 산업기술 침해행위’(14)를 저지르면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국가핵심기술의 경우. 36조 제1), 기술 보유 기관으로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 당할 수 있으며(22조의2), 그 침해행위가 우려된다는 이유만으로 정보수사기관으로부터 어떤 조사나 조치를 당할 수도 있다(15).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산기법 개정안은 그러한 산업기술 침해행위로서 적법한 방법으로 대상 기관의 산업기술을 취득한 후 대상기관의 동의 없이 그 취득한 산업기술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추가하는 내용이다(1412).

 

먼저 삼성전자 A 임원 사건의 문제점을 바로잡겠다며 낸 개정안이 왜 그 사건에 적용된 제14조 제2호를 고치는게 아니라, 새로운 침해행위 유형을 추가하는 것이 되는지 의문이다.

 

또한 이 조항은 산업기술과 관련된 모든 공익적 문제제기를 탄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기술 자료를 적법하게 취득한 사람이 그 기술의 운용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어떤 문제점을 발견했다고 가정해보자. 공장 노동자나 지역 주민의 생명ㆍ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문제라면 당연히 외부에 공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조항은 그러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다. 역시 작년 삼성보호법사태로 만들어진 제148호다.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을 벗어난사용ㆍ공개를 처벌하도록 했다. 우리는 이 규정에 대해 국민의 표현자유, 생명ㆍ건강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대상기관의 동의없는사용ㆍ공개를 처벌하도록 하여 오히려 더 엄격한 규제를 만들었다. 생명ㆍ건강권 같은 더 큰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예외규정도 두지 않았다. 정확하게 삼성과 같은 기업들이 두 팔 벌려 환영할만한 규정이다.

 

4. 2삼성 보호법사태를 바라는가

 

삼성보호법사태를 겪으며, 우리는 두가지 사실을 알았다. 첫째는 삼성의 바람대로 법률이 뚝딱 만들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고, 둘째는 국회의원들은 법률안이 만들어진 의도는커녕 그 내용도 모르고 찬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불과 1년전, 20대 국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 국가핵심기술 유출 방지법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열 여덟명의 국회의원들은 그때 그 국회의원들과 너무 닮아 있다. 2삼성보호법사태를 만들려는가.

 

지난 7, 국회의원 27명이 국회 생명안전 포럼을 창립해, “생명이 존중받고 안전이 최우선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 포럼 창립식에도 대책위 활동가가 참여해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을 소상히 알렸었다. 이번 법안을 주도한 고민정 의원과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오영환, 민형배 의원은 모두 그 포럼의 회원들이다. 안타깝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이번 개정안을 즉각 철회하고 삼성보호법개정에 나서기를 바란다.



2020년 10월 19일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참여단체 :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건강한노동세상, 노동건강연대,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사단법인 오픈넷, 생명안전 시민넷, 일과건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화, 2020/10/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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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보호법 일부개정안(이수진의원 안)에 대한 입장]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를 바로잡을 제대로 된 개정안을 마련해주십시오.

 

올 해 84일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이수진 의원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였습니다. 지난 20198월에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이하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심각한 문제를 일부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라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작년부터 이 법의 문제점을 알리고 개정 운동을 벌여왔던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로서는 이번 개정안이 많이 부족하다고 판단합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로 지적된 부분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가 제92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해서는 아니 된다는 내용입니다. 이 조항으로 인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기술을 운용하는 사업장에 관한 정보라면, 모두 비공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을 뿐만 아니라 동조 제2항에 따라 예외적으로 공개 대상에 해당하더라도 공개 여부를 결정하는 절차가 까다로워 사실상 공개 결정이 이루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오랜 시간 노동자들의 집단 직업병 발병 문제와 인근 주민의 환경권 문제로 많은 논란을 일으켰던 삼성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에 관한 자료도 이 조항에 따라 다툼의 여지없이 비공개 되었습니다.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들은 영업비밀을 앞세워 공장 내부의 유해환경에 관한 정보조차 비공개해왔고, 다행히 법원은 그 기업들의 영업비밀 남용을 판결로써 조금씩 바로 잡아 왔지만, 이번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그러한 법원의 판결들조차 모두 무력화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이수진 의원 개정안은 이 조항을 그대로 두었습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이 안고 있는 문제의 핵심을 방치한 것으로 보입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또 다른 문제는 노동건강권, 환경권 등을 보호하기 위한 산업기술 관련 정보의 사용공개에 대해서도 무겁게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제148호는 산업기술이 포함된 정보를 제공받은 자가 정보를 제공받은 목적 외의 다른 용도로 그 정보를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는 처벌하겠다고 합니다. 부정한 목적 또는 부정한 방법이 개입된 산업기술 취득사용 행위만을 처벌했던 법이 이제는 취득 목적 외 사용이라면 모두 처벌할 수 있는 것으로 확대되었습니다. 3410호도 정보공개 청구, 산업기술 소송 등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한 자를 처벌하도록 하여, 사업장의 안전보건 위험을 알리거나 직업병 피해 입증을 위한 정보 사용에 대해서도 예외를 두지 않았습니다. 시민사회의 안전보건 활동 전반에 중대한 위협을 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권 침해나 신기술 등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를 예방하기 위해 확인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수진 의원 개정안의 제148호 부분은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 보호를 위한 예외만을 인정할 뿐, 다른 기본권 침해 위험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마저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정보를 공개하는 행위에 대해서만 예외를 두어 실제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신창현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 공감하여 제9조의2를 포함하여 더 폭넓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국회의원 기자회견(2020. 2. 24. 국회의원 15인의 기자회견문 참조)에 동참하였습니다.

 

문제가 심각하고 큼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인 부분을 건드리지 않고 일부분만을 고치려들다가는 결국 그 문제를 더 고착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대책위는 오래 전부터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를 깊이 고민해 왔고 그 개정방향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왔습니다. 첨부한 기자회견문에 나타나듯, 이 법에 찬성했던 여러 국회의원들도 대책위의 문제의식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시해 주었습니다. 아무쪼록 그러한 과정에서 정리된 고민과 생각들이 충분히 반영된 개정안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2020827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목, 2020/08/27-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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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들의 숨가쁜 선거 행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시민들의 정보공개와 기록관리제도를 통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구현하고자 활동하는 시민사회단체로서 지난 20대 국회의 정보공개/기록관리제도와 관련한 의정 활동 평가를 진행했습니다. 오늘은 먼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을 중심으로 20대 국회의 의정 활동을 평가하고자 합니다.

20대 국회 임기였던 2016년 ~ 2020년은 시민들의 알 권리와 관련하여 여러 중요한 이슈들이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가결되면서 청와대 기록물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른바 '캐비닛 문건'들이 발견되면서, 이 문건들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공개하라는 시민들의 요구가 있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 과정에서도 영포빌딩 지하에서 무단 유출된 대통령기록물들이 발견되면서 대통령기록 관리 체계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습니다. 황교안 당시 권한대행은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문건에 대해 대통령지정기록물 지정을 강행하여 논란을 낳기도 했습니다. 2018년에는 청와대 업무추진비 관련 정보를 '뒷문'으로 입수해 공개한 심재철 의원을 기획재정부가 비인가 행정정보 무단유출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정부의 세월호 관련 문건 목록이나 일본군 '위안부' 합의 통화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 소송이 패소로 끝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 법무부가 국회에 공소장을 비공개하기로 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성범죄자 조두순의 출소, N번방 사건 등으로 인해 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시민의 알 권리와 관련한 사건들이 쉴새 없이 벌어진 시기에, 20대 국회는 과연 시민의 알 권리 확대를 위해 어떤 변화를 만들어왔는지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대 국회의 점수는?




20대 국회의 정보공개 의정활동에 대한 정보공개센터의 평가는 한마디로 '실망스럽다'입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계속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되었던 정보공개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정보공개센터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그동안 정보공개법의 비공개 사유가 구체적이지 못해 공공기관이 자의적으로 비공개를 통지하는 경우가 많고, 거짓정보를 공개하거나 정보공개 청구의 취소를 회유하는 경우들이 있어 시민들의 알 권리가 침해된다는 점을 계속해서 지적해왔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공개법 상의 비공개 사유를 구체화하고, 처벌 조항을 신설해 시민의 정보공개청구권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정보공개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습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보공개법 개정안은 모두 17건입니다. (의원 발의 16건, 정부 발의 1건) 그러나 17건 모두 오랜 기간 상임위에서 계류 중이며, 통과를 위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20대 국회에서 시민의 알 권리를 확대하기 위한 정보공개법 개정은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정보공개법 개정안 목록
제안일 의안명 발의자 상임위원회 진행 상황
2016-07-05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민병두의원 등 12인) 민병두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6-12-01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해영의원 등 12인) 김해영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03-30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재정의원 등 10인) 이재정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04-10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해영의원 등 10인) 김해영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09-01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관영의원 등 11인) 김관영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11-27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설훈의원 등 11인) 설훈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12-14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재정의원 등 12인) 이재정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12-28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정부) 정부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7-12-29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강병원의원 등 12인) 강병원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2-28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재원의원 등 10인) 김재원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3-22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백혜련의원 등 10인) 백혜련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4-09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박재호의원 등 11인) 박재호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7-02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진선미의원 등 10인) 진선미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7-02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정재의원 등 11인) 김정재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8-08-29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원유철의원 등 10인) 원유철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9-02-27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김영진의원 등 11인) 김영진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2019-03-15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권칠승의원 등 10인) 권칠승 행정안전위원회 계류



17건의 개정안 중 정보공개센터와 시민사회가 주장했던 내용을 폭넓게 수용한 법안을 꼽자면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과 진선미 의원의 안을 들 수 있습니다.


 이재정 의원이 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경우 비공개 대상정보인 경우에도 필요에 따라 제한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여 비공개 범위를 축소하고, 현재 행정안전부 소관인 정보공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하고 청구인의 고충처리와 공공기관 정보공개 처리에 대한 감사와 지도 감독권을 추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 뿐 아니라 고의적으로 거짓정보를 공개하거나, 악의적으로 정보공개 절차를 지연시킨 경우 이에 대해 벌칙과 과태료를 매기는 처벌 조항을 신설했습니다. 


 진선미 의원안의 특징은 비공개 사유를 규정한 정보공개법 제9조제1항을 구체화 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국방, 외교 통일 등 국가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에 대해 포괄적으로 비공개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를 '정보·보안 업무, 병력·전술, 무기 운용·구매 및 군사훈련 정보', '통일·외교관계에 관한 사항으로서 외국과 상호 신뢰하에 공개하지 아니하기로 합의한 정보 및 내부 검토 목적의 비공식정보'로 구체화 하여 비공개 대상 정보의 범위를 명확하게 축소하였습니다. 그 뿐 아니라 현재 '경영 상, 영업 상 비밀'이라는 모호한 사유로 법인에 대한 정보가 비공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특허, 저작권, 지식재산권, 부정경쟁방지법 상 영업비밀'로 비공개 대상 정보를 구체화하였습니다. 정보공개위원회를 국무총리 소속으로 변경한다거나, 고의적인 정보공개 방해를 처벌한다는 점은 이재정 의원안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의미 있는 법안들이 발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국회에서 제대로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점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회가 시민들의 대표자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한 것이라 볼 수 있겠는데요, 이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시민들의 알 권리 확대에 역행하는 개정안을 발의한 황당한 국회의원들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를 막기 위해 정보공개법 개악을 시도하고, 마침내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악해버렸습니다. (출처 - 참여연대)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미래통합당 김정재 의원원유철 의원입니다. 비슷한 시기에 이들이 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의 취지는 한마디로 2018년 2월, 대전고등법원이 삼성전자 아산캠퍼스 디스플레이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를 공개하라고 판결한 내용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입니다. 두 개정안 모두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른 국가핵심 기술에 관한 정보'를 비공개 대상 정보로 신설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김정재, 원유철 의원이 발의한 정보공개법 개정안이 통과되지는 않았지만, 결국 국회는 지난 해 8월 산업기술보호법을 개악하는 방식으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 공개를 가로막아 버렸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 개악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이 글을 참고하세요!)

결과적으로 좋은 법안은 통과시키지 못했고, 나쁜 법안은 통과시킨 셈이니 20대 국회의 정보공개 관련 의정활동 에는 마이너스 점수를 줄 수 밖에 없습니다.

20대 국회에게 보냅니다.

정보공개법은 지난 2004년 전면 개정된 이래 2020년 현재까지 여러 차례 개정이 된 바 있으나, 대부분 제도를 운영하고 유지하기 위한 개정에 해당했으며 시민들의 알 권리를 더욱 증진시키기 위한 포괄적인 개정은 이루어지지 못한 상황입니다. 2020년인 지금, 2004년에 비해 정보공개 접수 건수는 10배 이상 증가했고, 시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정보의 범위 역시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비공개 대상 정보 범위에 대한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규정과 고의적인 비공개를 예방하기 위한 처벌 규정이 필요합니다. 21대 국회에서는 꼭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정보공개법 개정이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금, 2020/03/20-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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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공장들에서 유해한 작업환경으로 노동자들에게 암, 백혈병, 불임 등 각종 질병이 발생해 논란이 되자, 피해자측과 반올림 등 시민사회는 공장이 배출하는 인체유해물질과 환경파괴물질 등에 대한 정보가 들어있는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해 정보공개소송을 진행해왔습니다. 법원은 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정보공개가 타당하다고 2심까지 판결해왔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9년 9월, 국회와 언론·시민사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이 개정법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가 국가핵심기술이라고 지정하기만 하면 작업환경측정평가보고서 대부분의 정보가 비공개됩니다. 이에 삼성만을 위한 법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법개정이 통과된 이후, 반올림이 제기한 또다른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정보공개소송에서 앞의 고법 판례를 뒤집고 비공개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한창현 노무사가 이번 판결과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의 문제에 대해 다뤘습니다.


 

기술 보호가 노동자 생명보다 우선인가

[광장에 나온 판결] 삼성전자 화성·기흥공장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 취소 판결

서울행정법원 제1부 안종화 재판장, 2018구합80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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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창현 노무사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공개판결을 무력화한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2018년 2월, 삼성전자 아산캠퍼스 디스플레이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는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에 해당한다"는 판결(편집자 주 –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 허용석 부장판사, 2017누10874)을 내렸다.

 

그러자 삼성 측은 2018년 3월 26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자사 반도체 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해 국가핵심기술 사전 판정을 신청하였고, 산자부장관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제9조 6항에 따라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중 측정위치도, 부서/공정명, 단위작업장소, 화학물질명(상품명), 월 취급량이 반도체 분야의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이어서 2019년 8월 20일에는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의원 주도로 작업환경측정보고서상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모든 정보를 비공개하도록 산업기술보호법이 개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2020년 2월 19일, 반올림 등이 삼성전자 화성공장과 기흥공장의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에 대해 제기한 정보공개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이미 고법이 작업환경측정결과보고서 공개의 필요성을 인정한 기존 판례를 뒤집고, 국회의 산업기술보호법 개정 취지에 따라 삼성 측의 손을 들어 비공개하는 퇴행적 판결을 내렸다.

 

한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다. 마치 고법 판례를 뒤엎기 위해 삼성과 산업자원부, 자유한국당이 손발을 맞춰온 듯한 기습작전의 합작품처럼 느껴진다. 산업안전보건법에서 작업환경측정에 대해 공개의 원칙을 정하고 있음에도, 측정결과에 대한 정보가 누구보다 절실한 산재신청 노동자 및 그 유가족에게 "기업의 영업상의 비밀"이라는 이유만으로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이로써 수많은 삼성반도체 직업병 피해 당사자와 반올림 등이 거대자본을 앞세운 삼성과 수년간 싸워 쟁취한 직업성 질병에 대한 노동자의 최소한의 자기방어권 및 알권리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린 듯하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환경측정제도를 둔 목적이 무엇인가?

 

기업이 노동자의 건강에 아무런 지장을 주지 않는 안전한 물질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한다면, 작업환경측정제도는 존재할 필요가 없다. 산업안전보건법 제125조(작업환경측정)는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발암물질 및 각종 유해한 화학물질 등을 사용하는 사업주는 그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 측정결과(작업환경측정결과)를 노동자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하고 있고, 노동부에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나 근로자대표가 요구하면 작업환경측정 결과에 대한 설명회 등을 개최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같이 법으로 정해놓은 이유는 사업주의 의지와 무관하게 언제든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는 노동자가 자신의 건강권을 스스로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기방어권을 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사업주의 유해물질 사용내역 (유해물질명, 사용장소, 사용량, 사용시기, 노출기준 초과 여부 등)에 대해 노동자가 당연히 알 수 있도록 노동자의 알 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개악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중 보고서의 핵심내용이 되는 노출측정위치도, 노출부서/공정명, 단위작업장소, 화학물질명(상품명), 월 취급량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여 비공개한다고 하면, 결국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산재신청을 준비하는 피해당사자는 본인이 어디서, 어떤 작업 중, 어떤 물질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산재신청을 준비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노동자가 기업을 상대해 산재신청을 준비하는 것도 고단한 일이다. 그런데 재해 피해자임에도 질병 발병의 가장 기본적 원인인 작업환경에 대한 측정결과마저도 알 수 없다고 하면, 향후 직업성 암이나 백혈병과 같은 질병에 대한 산재신청은 일방적으로 기업측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 뻔하다.

 

반면 사업주는 산업자원부로부터 국가핵심기술이라는 판단만 받으면, 작업환경측정결과에 대해 더이상 노동자 및 근로자대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에 대해 그 측정결과의 중요사항을 누락하거나 임의적으로 생략한 체 형식적인 고지만 할 가능성이 높다. 직업성 질병의 사전예방과 노동자의 건강권 및 알권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환경측정제도는 이제 그 존재 이유를 잃게 된 것이다.

 

어떠한 국가 핵심기술이라도 국민의 신체·생명·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기술이라면 그 기술은 국민의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위해 하루빨리 폐기 처분하거나, 국민의 건강에 지장이 없는 안전한 기술로 대체되어야 한다. 국가까지 나서 보호할 가치 있는 기술로 대접 받아서는 안된다.

 

(편집자 주 :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가 뒤늦게 알려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국민 건강에 위해를 미치는 정보는 공개할 수 있도록 단서조항을 추가한 산업기술보호법 재개정안을 2019년 12월 신창현 의원 대표로 발의했습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http://www.peoplepower21.org/index.php?mid=Judiciary&document_srl=147684... style="background:0px 0px;color:rgb(102,153,204);" target="_blank" rel="nofollow">[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토, 2020/03/14-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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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기자회견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일시 및 장소 : 2월 24일 (월) 14시, 헌법재판소 앞

주최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 취지와 목적

 

작년 8월 2일 국회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악시켰습니다.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될 수 없고, 산업기술을 포함하는 정보는 취득목적과 달리 사용하고 공개하면 처벌한다고 합니다. 노동자의 생명 안전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 대해서도 국회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은 2월 21일부터 시행됩니다. 이 법이 시행된다면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해 공론화할 표현의 자유 등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일터의 위험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 사고와 질병, 죽음 등 국민들이 그 피해를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 이 법이 위헌임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대책위는 오는 2월 24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입니다. 헌법소원 기자회견은 맨 아래 소개와 같이 진행됩니다.

 

한편, 2월 24일 오전 10시에는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국회의원들의 기자회견이 국회 정론관에서 있을 예정입니다. 이 기자회견은 잘못된 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확인하고 문제해결에 나서기로 한 국회의원들의 입장을 표명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이 기자회견에는 삼성전자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님의 어머니 김시녀님과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법률팀을 대표하여 임자운 변호사가 참석하여 발언할 예정입니다.

 

  • 개요
    • 제목 :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 일시 : 2월 24일(월) 오후 2시/ 장소 : 헌법재판소 앞

    • 주최 :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대책위 참여단체 :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건강한노동세상, 생명안전 시민넷,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사단법인 오픈넷,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다산인권센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기자회견 순서 

    • ⓵ 작업환경측정보고서 1심 판결에 대한 입장을 포함하여 반올림의 우려 : 반올림 임자운 변호사

    • ⓶ 노동현장의 우려 :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 ⓷ 연구자의 우려 : 대구가톨릭대 산업보건학과 최상준 교수 (산업보건학회)

    • ⓸ 피해당사자 발언 : 삼성전자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 ⓹ 기자회견문 - 헌법소원 취지 및 내용 요약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헌법소원 법률팀

    • ⓺ 퍼포먼스 : 참여연대 공익활동가학교 참여자들


      * 기자회견 후,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합니다


  • 문의 :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상수02-3496-5067 / [email protected] /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간사 이지은 02-723-0666


    보도협조쵸청서https://drive.google.com/open?id=1OWfafte1beEDLIkCAsSisyQDSWRg_IO_zD-4gz... rel="nofollow">원문보기/다운로드

금, 2020/02/21-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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