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콘텐츠로 건너뛰기

이재용 가석방? 사라진 회의록부터 공개해야

지역

이재용 가석방? 사라진 회의록부터 공개해야

admin | 목, 2021/07/29- 00:22

▲  전국민중행동 소속 진보단체들이 지난 5월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이재용 사면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농단 범죄자, 특정경제가중처벌법을 위반한 이재용 사면 시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 이희훈

 

뇌물공여 및 횡령 등의 범죄로 서울구치소에서 복역중인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광복절 가석방 예비심사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이재용에 대한 광복절 가석방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용은 2017년 헌정 사상 최초로 대통령을 탄핵하게 한 국정농단 사건의 주요 공범이며,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박근혜 측에 86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바 있다. 때문에 이재용의 사면이나 가석방은 국정농단과 촛불시위를 둘러싼 상징으로 읽힐 수밖에 없고, 정치적인 영향력이 매우 큰 결정이다.

이에 105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대상임에도 아직까지 삼성전자 부회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재용의 행태를 비판하는 한편, 재벌의 중대한 경제 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세우겠다던 문재인 정부에게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며 사면 및 가석방에 반대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면과 가석방은 어떤 절차를 통해 결정될까?

 

[사면] 5년 후에 공개되는 회의록, 그나마도 부실

형을 면제해주는 사면의 경우 대통령의 고유권한으로, 법무부가 사면 대상자 리스트를 만들면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의 적정성을 심사하여 의결을 거친다. 이후 법무부장관이 사면자 명단을 대통령에게 올려 사면을 최종 결정한다. 9명으로 구성된 사면심사위원회에는 공무원이 아닌 위원을 4명 이상 위촉하여, 사면권이 남용되지 않도록 심사해야 한다. (사면법)

수감자를 일정 조건 하에 임시로 석방시키는 가석방의 경우 법무부의 소관이다. 구치소 혹은 교도소의 장이 가석방 대상 명단을 법무부에 보고한 뒤,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에서 대상자들에 대해 적격심사를 거친다. 위원회에서 가석방 적격 결정을 내리면, 법무부장관이 가석방을 허가한다. 가석방 위원회의 경우 5~9명으로 구성되며 위원은 판사, 검사, 변호사, 법무부 소속 공무원, 교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 법무부장관이 위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사면이나 가석방에 있어 대상자들의 적격성을 심사하는 각 심사위원회의 의결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위원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이 위원회에 어떤 사람들이 들어가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떠한 논의를 했는지는 대통령이나 법무부장관이 권한을 남용하지 않는지 감시하고, 법치 체계의 정의와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공개되어야 하는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사면 및 가석방 심사위원 명단의 경우 2021년 현재 위촉 즉시 법무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이는 이전까지 사면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하던 법무부에 맞서 시민단체가 정보공개 소송을 제기한 결과로, 2010년 대법원이 '밀실심사를 방지하고 투명한 절차가 이뤄지도록 사면심사위원의 명단과 약력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내고 사면법이 개정되면서 가능해졌다.

 

▲ 2021년 7월 현재 가석방심사위원회 명단 ⓒ 법무부

 

그러나 회의록의 경우 사면심사와 가석방 심사가 모두 끝나고 5년 후에 공개하도록 각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어, 심사가 어떠한 내용으로 진행되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꼬박 5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 정보공개센터는 특히 재벌을 대상으로 한 주요 시점의 사면심사위원회 회의록을 꾸준히 공개 청구하여 위원들의 발언내용을 살펴보는 한편, 사면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또 위원들의 판단에 편향적인 부분은 없는지 감시해왔다. 하지만 가장 최근 공개된 2015년 사면심사위원회의 경우 법무부가 속기록을 아예 남기지 않고 요약 형식으로만 기록을 남기는 등 기록 자체를 부실히 남기는 꼼수를 통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어 우려와 공분을 산 바 있다.

[가석방] '회의록 공개'하라는 법 안 지키는 법무부

한편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가석방 심사'는, 대통령의 권한으로 형을 면제해주는 사면심사에 비해서 관심도가 적었기 때문에 청구를 통해 널리 공개되고 공유된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가석방위원회 운영지침 제16조 제3항을 살펴보면, 사실 가석방심사 회의록은 "해당 가석방 결정을 행한 후 5년이 경과한 때부터 정보통신망을 활용한 정보공개시스템을 통하여 공개"해야만 한다. 즉 시민들이 노력을 들여 청구하지 않더라도 법무부가 가석방 심사 회의록을 홈페이지에 미리 공개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가석방심사위원회와 관련한 자료가 올라오는 법무부 홈페이지 행정자료실 게시판에 들어가면, 개별 가석방심의서 내용과 위원 명단은 지침에 따라 바로바로 공개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회의록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지침에는 분명 회의록을 사전 공개하도록 되어 있는데, 법무부 홈페이지 어디를 찾아봐도 가석방 심사위원회 회의록은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가석방심사위원회의 회의록 공개 규정은 2011년에 처음 생겼기 때문에 적어도 2016년부터는 법무부 홈페이지에서 회의록이 공개되었어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법무부는 운영지침을 어겨왔던 셈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었던 '가석방 심사'가 시민들의 관심사로 떠오른 만큼, 그동안 심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었는지 모든 국민들이 살펴볼 수 있도록 법무부는 하루 빨리 규정에 따라 지난 회의록들을 모두 공개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은 시민들에게 더 많이 공개되어야 하고, 여론 형성 및 정치적 의사표현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시민들의 국정 참여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서 정책 효용성의 측면에서도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사면과 가석방이 이미 결정되었음에도 5년 동안이나 회의록을 비공개하는 사면법과 형집행법의 조항은 그야말로 '구시대의 악법'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이뤄진 사면이 아니라면, 권력의 편의에 따라 활용된 가석방이 아니라면, 왜 굳이 '5년' 동안 비공개 해야 하는지를 아무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이 두 가지 '알 권리' 침해 조항이 반드시 폐지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이 글은 오마이뉴스 <그 정보가 알고싶다>시리즈 연재에도 실렸습니다. 

 

시민들의 의견

댓글 달기

Plain text

  • 웹 페이지 주소 및 이메일 주소는 자동으로 링크로 전환됩니다.
  • 줄과 단락은 자동으로 분리됩니다.
  • 사용할 수 있는 HTML 태그: <a href hreflang> <em> <strong> <cite> <blockquote cite> <code> <ul type> <ol start type> <li> <dl> <dt> <dd>
이미지
무제한 수의 파일을 이 필드에 업로드할 수 있습니다.
50 MB 한계입니다.
허용된 유형: png gif jpg jpeg.
Enter the YouTube URL. Valid URL formats include: http://www.youtube.com/watch?v=1SqBdS0XkV4 and http://youtu.be/1SqBdS0XkV4.
CAPTCHA
스펨 사용자 차단 질문

성범죄자 신상 공개에 대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만들자

갑자기 '정보 공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서 확진자 동선 정보 공개에 대한 이야기가 뜨겁더니, n번방을 비롯한 텔레그램 성 착취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면서 가담자 전원에 대해 신상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무려 268만 명의 동의를 받았다.


'확진자 동선 공개'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지만, 문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가이드라인의 부재로 나타난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이었다. 동선 공개의 주체가 질병관리본부에서 각 지자체로 넘어가는 시점에서, 지자체끼리 경쟁적으로 동선 공개에 나섰다. '빠른 공개'에 집착하다보니 방문 장소를 엉뚱하게 공개해 피해를 낳기도 했고, 확진자의 성씨, 나이, 성별, 국적, 종교, 거주지 주소, 직장명 등이 여과 없이 노출되는 경우도 생겼다. 일부 확진자들은 숙박업소나 노래방에 들렀다는 이유로 사생활에 대한 루머가 퍼져나가기도 했다. "동선 공개가 무서워서 검사를 못 받는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결국 국가인권위원회가 확진자의 과도한 사생활 공개를 우려하는 성명을 낸 후에야,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동선 공개 기준이 마련되었다.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 청원이 많은 호응을 얻고 널리 공유되면서, 한편으로는 "가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에 동의하지만, 인권의 이름으로 신상 공개에 반대한다"는 의견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사건의 끔찍함에 대해 분노하고, 청원에 참여하면서도 마음 속 한 구석에서는 '이중처벌'이 된다거나 오히려 신상 공개로 인한 낙인 효과로 인해 교화가 불가능해지지 않겠느냐는 고민을 지울 수 없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범죄자의 신상 공개에 반대하는 논리는 기본적으로 범죄자 개인의 이야기에 초점이 쏠리게 되어 있는 언론 환경 상, 신상 공개를 통해 오히려 범죄의 구조적 성격이 사라지고 일부 특수한, '악마적' 개인의 문제로 논점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서도 '박사' 조주빈의 신상정보가 공개되면서 그가 과거의 어떤 인물이었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에 대한 보도가 쏟아져 사건의 본질을 가린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동선 공개'와 ‘신상 공개’를 둘러싼 논란은 정보 공개 제도가 가지는 일반적인 난점들을 보여준다.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의 공리다. 문제는, 공공기관이 확보하고 있는 시민 개인들의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느냐다. 공공기관은 행정적 필요로 인해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특히 한국은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중심으로 시민들의 개인정보를 가장 많이 수집하고 있는 국가 중 하나다. 아무리 투명한 정보 공개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시민들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공개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따라서 정보 공개법에서는 "성명·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공기관이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못박아 두고 있다.


그런데, 그렇다면 과연 그 '개인에 관한 사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가 문제가 된다. 이를테면 한국에서 개인의 소득과 납세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로 보고 있다. 내가 얼마를 버는지, 세금을 얼마나 내는지를 타인이 속속들이 알 수 있다면 바로 사적인 영역을 침해받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은 한국인으로서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그런데, 핀란드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에서는 이미 19세기부터 개인의 과세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마치 사생활 침해로 느껴지는 일이지만, 핀란드인들은 오히려 과세정보 공개가 조세 행정의 신뢰도를 높이고, 복지국가를 구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자평한다. 결국 어디까지가 개인정보인지, 공개의 대상이 되는지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사회적 합의의 기준이 되는 것은 바로 '공익'이다. 이를테면 한국의 정보 공개법에서는 그것이 개인에 관한 정보라 하더라도, "공개하는 것이 공익이나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필요"하다면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다. 또, 개인이나 법인의 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이어서 공개 될 경우 이익을 침해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해서도 "사업활동에 의해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의 필요가 있다면 공개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도 존재한다. 이러한 예외 규정의 존재는 결국 개인에 대한 정보라 할지라도 바로 불가침의 영역이 아니며, 공익적 목적을 위해서는 공개할 수 있다는 사회적 합의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식약처는 현재 식품위생법을 위반한 업체들이 어디인지 누구나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식품안전나라라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명과 제품명뿐 아니라 업체 소재지와 업체의 대표명까지 확인할 수 있다. 행정처분의 내용이 영업 허가 취소나 영업정지가 아니라 시정명령에 그치는 가벼운 경우에도, 대표자들의 이름을 공개하고 있는 것은 식품위생법 위반이 '사람의 생명과 건강'에 영향을 끼칠만한 중요한 정보이기에 그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먹는 것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는 사회적 합의의 작동인 셈이다.


'n번방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는 이처럼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구성하기 위한 요구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n번방 가입자'는 6만 명에 달한다.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은 이 수만 명의 범죄자들이 자신의 익명성에 기대어, 소수의 피해자들을 겁박하고 가해한 사건이다. 소수의 몇몇이 범죄를 저질렀다면 일반화하기 어려운 특수한 예외라 말할 수 있겠지만, 수만 명이 한꺼번에 범죄에 가담했다면 사회 전체가 그 범죄와 연결되어 있다는 신호다. 'n번방 사건'은 추악한 성범죄를 '야동'으로 치부하고, 이를 돈으로 거래하는 재화로 여기며, 피해자의 일탈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자신의 가책감을 지워버렸던 한국 사회의 '강간 문화'의 산물이다. '가입자 전원 신상 공개' 요구는 범죄자들이 응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을 넘어서, 다시는 누군가가 익명 속에 숨어 디지털성범죄에 가담하지 못하도록 만들어야 하며, 남성 사회 전체가 은밀하게 공유해왔던 '강간 문화'를 드러내고, 해체해야 한다는 피맺힌 절규다.


이러한 요구에 응답해, 정부는 가담자 전원을 처벌하겠다는 원칙을 천명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그동안 디지털성범죄에 대해 사법의 대응이 미온적이었음을 사과하고, 가담자 전원을 엄정 조사하여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책임이 중한 가담자에 대해서는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동안 디지털성범죄 근절을 위해 싸워온 여성 운동계와 시민들의 강한 여론이 반영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에 모든 판단을 맡겨버려서는 안 된다. 그동안 디지털 성범죄자의 상당수가 '단순 소지'라는 이유로 신상 공개 대상에서 제외 되었다. 특히 판사의 재량에 따라 신상 공개 여부가 결정되는 일이 많아,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리벤지 포르노의 유포와 소지에 대한 신상 공개 여부가 뒤바뀌는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이제는 성범죄자 신상 공개 제도에서 디지털성범죄의 적용 기준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새로운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n번방 사건'의 경우, 법무부는 가담자들이 단순한 관전자가 아니라, 피해자에 대한 강간이나 강제추행에 대한 교사 및 방조자였기 때문에 엄중한 처벌과 신상 공개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방침이 개별 사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성범죄 전체에 해당하는 가이드라인이 되어야 한다. "먹는 것으로 장난쳐서는 안 된다"가 사회적 합의가 되었듯이, "그것은 '야동'이 아니라, 범죄다"가 당연한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 이 글은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와 프레시안이 공동 기획, 연재하는 <시민정치시평>에도 실렸습니다

화, 2020/04/07- 20:48
3
0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가 은평시민신문에 기고한 정보공개 칼럼입니다. 감시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초지자체 고위 공직자들을 감시하기 위해서라도, 재산공개자료 데이터 제공은 필수입니다.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공직자 전체의 투기 스캔들로 번져 나가고 있다. 국회의원이나 개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국회의원 뿐 아니라 경기 시흥시, 하남시, 인천 계양구, 경북 영천시, 고령군 등에서는 지방의원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에 나섰다는 것이 밝혀져 공무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정보공개센터는 매년 홈페이지에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데이터로 정제하여 공개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터진 후 해당 게시물의 조회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LH 사태를 계기로 국회의원들이 ‘수상한 부동산’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자 하는 시민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2021년 3월 기준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 - https://www.opengirok.or.kr/4890 )

관심이 몰리는 것은 국회의원 뿐만이 아니다. 기자들이나 지역의 활동가들로부터 지방의원들의 재산 내역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라는 하나의 기구가 관할하는 국회의원 300명과 달리, 지방의원은 광역/기초의원을 통틀어 4천 명에 달하고, 17개 광역시도 각각의 공직자윤리위원회로 관할 기구가 나뉘어 있어 재산 내역도 각기 따로 공개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재산공개 소식을 알리는 인사혁신처 보도자료

공직자들의 재산등록과 공개에 대한 사항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담당하며, 매년 3월 말 관보나 공보를 통해 재산 내역을 공개한다. 광역의원의 경우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재산공개를 담당하기 때문에, 대한민국 전자관보 사이트를 통해 재산 내역을 공개한다. 

기초의원의 경우 관할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광역지방자치단체이기 때문에,  광역지방자치단체의 시보나 도보에서 재산 내역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은평구를 지역구로 하는 선출직 공직자들의 재산을 살펴보려면, 국회의원의 경우 국회 공보를, 서울시의회 의원의 경우 대한민국 전자관보를, 은평구의회 의원의 경우 서울시보를 각각 찾아보아야 한다. 만약 우리 동네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보고 싶은 시민이 있다면,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겨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관보와 공보는 PDF 파일로 공개되는데다가, 표 양식도 정렬이나 필터링을 할 수 있는 형태가 아니다. 따라서 이 자료를 데이터 형태로 변환을 해야, 누가 얼마나 많은 부동산을 가지고 있는지 비교 분석을 하고, 시민들이 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시각화도 가능해진다.

문제는 관보와 공보의 재산 공개 내역을 자유롭게 활용 가능한 데이터로 변환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이다. 따라서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들도 보통 국회의원의 재산 내역들을 정제하는 것에서 그치지, 지방의원이나 지방공사/공단의 기관장까지 재산 내역을 분석하거나 살펴보기에는 어려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 MBC는 올 해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가 공개되자마자, 발빠르게 국회의원들의 재산 내역을 시각화한 페이지를 공개했다. (http://property.assembly-mbc.com) 매우 편리하게 국회의원들의 재산 순위나 자산 구성 비율 등을 살펴볼 수 있는 웹사이트지만, 이 역시 국회의원들만 공개 대상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다.

 

공직자 재산 내역을 시민들이 살펴보기 편리하게 제공하려면 이렇게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만약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한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한 페이지에 모아놓고, 데이터 형태로 재산을 공개한다면 시민들이 공직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감시하기에 훨씬 편리해진다. 이런 방향이 공직 사회의 투명성을 확대하겠다는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의 취지에도 훨씬 부합하며,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았던 지역 공직자들에게도 감시의 영역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제도가 실시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2021년에도 공직자 재산공개의 주무부처인 인사혁신처는 별다른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 않다.

 

 

인사혁신처가 발간한 2021년 공직자 재산공개 책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재산공개대상자 1885명의 재산 내역이 담겨있다.

인사혁신처는 올 해 공직자 재산공개 소식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공직자들의 재산내역이 담긴 두꺼운 자료 책자를 넘겨보고 있는 사진을 함께 제공했다. 그러나 실제로 공직자들의 재산 내역을 살펴 볼 때 필요한 것은 이런 두꺼운 책자가 아니라, 쉽게 검색하고 가공할 수 있도록 정제된 데이터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투기에 대해 뜨거운 분노가 모아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이제는 책자가 아닌 데이터를 기준으로 재산공개 제도를 바꿔나갈 때 아닐까?


월, 2021/04/05- 19:41
2
0

우리의 일터는 인터넷이다. 더 정확하게는 공공기관 홈페이지. 정보공개운동을 하는 우리는 작업 현장을 돌듯이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을 돌며 행정기관과 의회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오늘은 서울정보소통광장엘 들어가 본다. 어떤 위원회가 무슨 회의를 했는지 훑어보는데, 익숙지 않은 위원회의 회의자료가 눈에 띈다. '2021년 제1차 시민행복위원회' 2020년에 활동을 시작한 이 위원회는 얼마나 비밀스러운 일을 하는 곳이길래 개요와 안건을 제외하고는 회의에 누가 참석했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전부 비공개다.

도대체 무슨 위원회인지 궁금해 조례를 찾아본다. 위원회 운영의 근거가 되는 '서울특별시 시민 행복 증진 조례' 어디에도 회의나 위원 명단을 비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 정보소통광장 홈페이지도 찾아본다. 아니! 문서에서는 비공개한 위원 명단이 홈페이지에는 버젓이 올라와 있다.

대체 홈페이지에 다 공개되어 있는 정보를 문서에서는 왜 굳이 비공개한 걸까. 이렇게라도 공개해줬으니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걸까. 궁금했던 정보를 보긴 했지만 후퇴하는 정책과 폐쇄적인 행정 관료주의의 단면을 함께 봐 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누드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적극적인 정보공개 정책을 펼쳤다. 다른 공공기관과 달리 '서울정보소통광장'이라는 정보공개를 위한 별도의 사이트를 만들었고, 결재문서와 회의록 등 주요 정보를 선도적으로 공개했다. 이전에는 비공개가 일쑤였던 위원회 관련 정보와 회의록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는 처음처럼 정보를 잘 공개하고 있을까? 적극적으로 공개하거나 잘 공개하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냥 공개하고 있을 뿐이다. 
 

'2021년 제1회 시민행복위원회 개최 결과보고' 문서의 일부

뒤늦은 정보공개, 안 하느니만 못해

투명한 행정, 책임지는 정책을 위해서는 정보공개가 필수다. 기존 권력 시스템이 독점하던 정보는 공개를 통해 불균형에 균열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정보공개는 민주주의의 바탕이다. 공개해야 할 수많은 정보 중에서도 위원회와 회의의 공개는 그 무게가 남다르다. 위원회 구조야말로 행정의 권한과 책임을 시민과 나눈 민주주의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거버넌스 사회에서 제공자와 수혜자라는 정부와 시민의 전통적 역할의 경계는 흐려지고 있다. 민주주의 시스템이 발전하면서 해 온 변화이고, 시민들의 참여 요구로 이뤄낸 성과다. 그래서 지금 행정의 많은 영역에서 참여민주주의, 협치 등의 이름으로 시민과 행정이 함께 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거버넌스에 참여하는 많은 시민들은 특히 차등 없는 정보의 제공이 실질적 거버넌스를 위한 중요한 요소라고 이야기한다. 정보가 제한적으로 제공되는 상태에서는 논의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거버넌스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시민들 역시 제대로 된 거버넌스를 위해서는 누락 없는 정보의 공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누가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는지, 어떤 내용으로 협의하고 결정했는지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거버넌스 시스템 자체가 신뢰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보공개는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신뢰성, 참여의 충실성을 위해서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조건인 것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시민의 참여를 위해 정보공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공개하는 것이다. 나중에 말고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말이다. 정보는 타이밍이다. 철 지난 유행가 같은 정보는 힘이 약하다. 그래서일까 정보와 데이터의 활용을 위한 많은 국제원칙에서는 '시의적절한 공개'를 정보 개방의 기본 원칙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뒤늦은 개방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것이다.

시민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그런 의미에서 카메라를 켜고 행정이 지금 무슨 논의를 하는지 생중계해주는 시장을 보고 싶다. 의사결정 과정이 다 끝난 이후에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떤 결정을 하는지, 의사결정 과정 자체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시장 말이다.

회의 자체가 공개되면 회의록에서 발언자의 이름을 공개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은 무의미한 논쟁거리가 될 뿐이다. 회의 공개는 시민을 거버넌스에 더욱 깊숙하게 초대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시민의 실질적인 참여와 연결된다. 

미국에는 '회의공개법'이라는 게 있다. 이름 그대로 연방과 각 주 정부의 주요 회의를 공개하도록 정한 법이다. 그동안 음지에서 부패하기 쉬웠던 정책 결정 과정에 햇볕을 비춘다는 의미로 '햇볕법'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기도 하다. 공공을 위해 권한을 부여받아 하는 일이라면 그 과정은 당연히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담아 법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데이터 혁신으로 코로나를 성공적으로 대응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대만 역시 회의 공개가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의 중요한 요소였음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디지털 장관 오드리 탕은 그가 참석하는 회의를 원칙적으로 공개한다.

해커톤이나 민관이 함께 하는 회의 역시 온라인으로 송출해 원하는 시민들이 함께 보고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공무원들이 그것을 별로 싫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논의와 결정 과정의 공개는 결과적으로 위험을 줄이고 책임을 함께 나누며 신뢰를 높이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이번엔 본인의 회의에 카메라를 켜 줄 시장이 나타날까 싶어 공약을 살펴본다. 박영선 후보도, 오세훈 후보도 데이터 공약을 내놓았다. 하지만 데이터로 디지털 산업을 육성하겠다, 취업을 지원하겠다와 같은 성장 논리밖에 보이질 않는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새로운 민주주의 철학은 찾아볼 수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새로 올 시장에게 요구한다. 아니 부탁한다. 나중 말고 지금. 일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투명하게 공개해주기를 말이다. 시민에게 신뢰받고 싶다면, 시민을 파트너로 생각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시장의 일을 공개하는 것이어야 한다.

 

작성 : 정진임

월, 2021/04/05- 20:30
2
0

[시론] ‘인사청문회 제도’는 죄가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2014년 6월, ‘영원히 고통받는 정홍원 총리’ 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과 언론은 대통령 스스로의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제도를 문제 삼는 ‘유체이탈’ 화법을 일제히 비판했다. (링크)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로 현재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고 국회 파행과 공직 기피 등 부작용도 크다”며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를 분리하고, 그중 ‘공직윤리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링크) 보통 법안을 발의할 때 10~20명의 공동발의자가 함께하는데, 이 법안에는 무려 45명의 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이는 그만큼 여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헌정사상 첫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사청문회 제도는 우여곡절 끝에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인사청문회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을 통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하겠다고 선언했고, 치열한 논의 끝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검찰총장,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장과 국무위원까지 청문회 대상이 확대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기 곤란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의 공정성, 객관성, 절차의 신중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인사청문회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링크)

이처럼 인사청문회는 민주당 정권에서 도입하고, 확대한 제도였다. ‘자기 목에 방울 달기’ 아니냐는 도입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야당이 된 민주당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동안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능력보다는 도덕성을 판단하는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물론 누가 여당인가에 따라서 발화자가 달라졌다는 것이 ‘웃픈’ 지점이지만,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자의 자질 검증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르는 정쟁의 장으로 변했다는 비판은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청문회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간의 신뢰와 합의가 사라진 한국 정치문화의 문제이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원조 격인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검증 절차가 더 까다롭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공직 취임자는 수천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청문회 제도가 역량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후보자를 지명하기 이전에 백악관 인사관리처, 정부윤리처, FBI, 국세청 등에서 1년 가까이 중복 검증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쟁에 치우치기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정책을 검증한다는 청문회 과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링크)

정말로 인사청문회 제도가 ‘신상털기’로 변질되고 있다면 그것은 국회 내의 토론과 협의로 ‘꼬투리 잡기’식 정치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문제이지, 청문회의 일부를 비공개하여 시민들의 눈을 가리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 윤리 역시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공직자의 자질일뿐더러, 주권자인 시민들이야말로 다른 누구보다도 고위공직자의 적합성을 직접 살펴보고 판단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 문제는 비공개하는 법을 대표발의한 홍영표 의원, 그리고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45명의 국회의원들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고 확대했던 김대중·노무현의 정치와 가까운지, 아니면 인사검증의 실패를 제도 탓으로 돌리던 박근혜의 정치에 가까운지. 공개적인 검증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도입 이유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2020년 6월 24일자 경향신문 기고글

수, 2020/06/24- 23:47
2
0

 

지난 3월 3일, 서울행정법원은 대학원생 A씨가 사법연수원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처분취소 소송에서 어이없는 이유로 사법연수원의 손을 들어줬다.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했던 정보공개청구에서 ‘비공개’결정을 받은 A씨가 이에 이의를 제기하였으나 사법연수원은 이를 기각, 결국 행정소송에 이르게 된 것이다. 헌데, 사법연수원은 A씨에게 ‘비공개’ 결정 통지문을 보냈는데 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공개’를 한 것이라며 사법연수원의 처분이 위법한 것이라 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1. 서울시립대학교 일반대학원 법학과 박사과정 A씨는 사법연수원을 대상으로 2019년도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민사집행법 외 7권에 해당하는 교재에 대해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하였다. 이에 사법연수원은 ▲‘사법연수원 교재는 저작권법에 의하여 보호받는 저작물로서,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할 수 없다’ ▲‘사법연수원 교재는 국회도서관, 국립중앙도서관, 법원도서관 등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알린다’며 비공개 결정을 하였다. 이에 A씨는 이의신청 등의 과정을 거쳐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했다. 그런데 서울행정법원은 사법연수원이 ‘해당 정보의 소재 안내’의 방법으로 공개한 것이라고 판단하여 소송을 기각하였다.

 

2. 사법연수원은 2018년도 까지 사법연수원에서 발간한 교재들을 단행본의 형태로 시중 서점 등을 통해 판매하였으며, 관련 법학자, 변호사 등은 물론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해당 교재를 구입하여 볼 수 있었다. 하지만 2019년도부터 사법연수원 교재를 일반인을 포함 변호사에게도 공개하지 않고 외부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일명 로스쿨) 학생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후퇴를 택한 것이다. 2018년도까지 모두에게 공개하던 정보에 대해 갑자기 2019년도부터 그 접근을 제한하고 특정 소속의 사람들만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정보 인권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시대에 오히려 국민 대다수의 정보 접근권과 알권리를 후퇴시키는 차별적 정책이다.

 

3. 정보공개 청구 당시 사법연수원은 해당 교재를 제공할 수 있었음에도 ‘도서관에서 열람, 대출이 가능함’을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했다. 그런데 법원은 이를 ‘공개’의 형식으로 인정하였고 해당 사건을 기각하기에 이르렀다.
사법연수원은 이미 해당 교재의 전자적 형태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이를 공개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청구 당시 2019년도 교재는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즉, 사법연수원이 ‘공개’했다고 법원이 인정한 소재 정보 역시 잘못된 정보였으며, 청구인인 국민의 정보 공개 요청을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관한 법률’ 제15조 

공공기관은 전자적 형태로 보유·관리하는 정보에 대하여 청구인이 전자적 형태로 공개하여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에는 그 정보의 성질상 현저히 곤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청구인의 요청에 따라야 한다. 

 

4. 게다가 사법연수원은 대법원 산하 조직인 공공 기관이므로 사법연수원의 기록물, 간행물 등 저작물은 공공 저작물로 저작권법 제24조2 공공저작물의 자유이용 규정에 따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이 저작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유한 사진, 영상, 음원, 연구보고서 등으로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저작물”에 속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연수원은 해당 저작물을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라고 주장하며 “저작권 침해 우려가 있는 단행본 또는 전자파일 형태로 사법연수원 교재를 제공해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해당 교재의 2019년 이전 저작물 등은 국회도서관 등을 통해 얼마든지 피디에프(PDF) 형식의 전자 파일로 취득할 수 있음을 고려해보면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사법연수원의 답변이 어불성설임을 알 수 있다. 결국 A씨가 요청한 정보는 애초부터 공공 저작물로서 모두에게 전자 파일로 제공했어야 마땅함에도 ‘저작권’을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5. 정보공개청구제도는 “공공기관이 업무 수행 중 생산하여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국민에게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제도”이다. 이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도록 보다 많은 국민의 알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보공개청구 요구에 공공기관의 적극적인 협조가 전제되어야 함은 물론 공공저작물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국민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사전에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자유로운 열람 및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자 파일의 형태로 누구나, 어디서나, 언제나 활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6. 따라서 우리 단체는 공공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사법연수원의 정책적 퇴행을 개선하여 모든 저작물에 공공누리를 적용, 국민 모두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바이며, 서울고등법원은 1심의 오류를 바로잡고 국민의 알권리와 정보접근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올바른 판결을 내릴 것을 요구한다.

 

2020.5.27.

 

공공운수노조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정보공유연대 IPLeft, 진보네트워크센터

 

[첨부] A씨_사법연수원교재_정보공개소송_의견서법원제출

담당자: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강성국 활동가
전화: 02-2039-8361 E-MAIL: [email protected]


A씨_사법연수원교재_정보공개소송_의견서법원제출.pdf
0.15MB

 

수, 2020/05/27- 19:28
2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