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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제도’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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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제도’는 죄가 없다

admin | 수, 2020/06/24- 23:47

[시론] ‘인사청문회 제도’는 죄가 없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김예찬 활동가



2014년 6월, ‘영원히 고통받는 정홍원 총리’ 시절, 박근혜 대통령은 인사청문회 제도가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이나 종합적인 자질보다는 신상털기식, 여론재판식 비판이 반복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당시 야당과 언론은 대통령 스스로의 인사검증 실패에 대해 반성하지 않고 제도를 문제 삼는 ‘유체이탈’ 화법을 일제히 비판했다. (링크)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과도한 신상털기와 망신주기로 현재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고 국회 파행과 공직 기피 등 부작용도 크다”며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를 분리하고, 그중 ‘공직윤리청문회’를 비공개로 진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1호 법안’으로 발의했다. (링크) 보통 법안을 발의할 때 10~20명의 공동발의자가 함께하는데, 이 법안에는 무려 45명의 여당 의원들이 공동발의자로 나섰다. 이는 그만큼 여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헌정사상 첫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인사청문회 제도는 우여곡절 끝에 이한동 국무총리 후보자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인사청문회법이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국회 개원 연설을 통해 “야당을 국정의 파트너로 존중”하겠다고 선언했고, 치열한 논의 끝에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 이르러서는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로 검찰총장, 국정원장 등 권력기관장과 국무위원까지 청문회 대상이 확대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도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같이 일하기 곤란하다”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권한을 제약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의 공정성, 객관성, 절차의 신중성을 높이는 방안”이라며 인사청문회 제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링크)

이처럼 인사청문회는 민주당 정권에서 도입하고, 확대한 제도였다. ‘자기 목에 방울 달기’ 아니냐는 도입 초기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후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야당이 된 민주당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기능했다.

그동안 인사청문회가 후보자의 능력보다는 도덕성을 판단하는 과정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물론 누가 여당인가에 따라서 발화자가 달라졌다는 것이 ‘웃픈’ 지점이지만, 인사청문회가 고위공직자의 자질 검증보다는 당리당략에 따르는 정쟁의 장으로 변했다는 비판은 충분히 숙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는 청문회 제도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정당 간의 신뢰와 합의가 사라진 한국 정치문화의 문제이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원조 격인 미국의 경우 한국보다 검증 절차가 더 까다롭고,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 하는 공직 취임자는 수천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미국의 청문회 제도가 역량 검증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후보자를 지명하기 이전에 백악관 인사관리처, 정부윤리처, FBI, 국세청 등에서 1년 가까이 중복 검증을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정쟁에 치우치기보다는 후보의 능력과 정책을 검증한다는 청문회 과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져 있다. (링크)

정말로 인사청문회 제도가 ‘신상털기’로 변질되고 있다면 그것은 국회 내의 토론과 협의로 ‘꼬투리 잡기’식 정치문화를 바꿔나가야 할 문제이지, 청문회의 일부를 비공개하여 시민들의 눈을 가리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직자 윤리 역시 능력만큼이나 중요한 공직자의 자질일뿐더러, 주권자인 시민들이야말로 다른 누구보다도 고위공직자의 적합성을 직접 살펴보고 판단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이다.

‘공직자 윤리’ 문제는 비공개하는 법을 대표발의한 홍영표 의원, 그리고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45명의 국회의원들은 스스로를 다시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이번 개정안의 취지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하고 확대했던 김대중·노무현의 정치와 가까운지, 아니면 인사검증의 실패를 제도 탓으로 돌리던 박근혜의 정치에 가까운지. 공개적인 검증을 통해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인사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도입 이유였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 2020년 6월 24일자 경향신문 기고글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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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절차무시, 기후침묵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즉각 철회하라

 

  • 환경운동연합은 25일 오전 10시 30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부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국회 정문 앞에서 가졌다.

  • 민은주 부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가덕도 신공항의 부지는 수심이 깊고 화물선들이 다니는 길이여서 성토가 쉽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코로나 19로 어려운 민생을 외면한 채 대규모 토건 사업을 주민 의견 수렴절차 없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로 추진하는 것을 규탄했다.

  •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부총장은 '해외에서는 비행기 활주로 추가 건설할 때도 탄소 중립 목표를 주요 고려사항으로 삼는다'라며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절차적으로 위법함을 강조하였다.

  •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국회가 지난 가을 '기후위기 비상결의안'을 통과시켰음에도 주 탄소배출원인 신공항 건설을 특별법으로 통과하려는 것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 환경운동연합은 국회가 그간 제주제2공항 등 대규모 토건 사업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을 지적했었음에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통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로 국민 세금 28조 넘게 투입되는 사업을 진행하려는 것에 대해 토건 신기루로 선거 정국을 돌파하려는 낡은 정치라고 거세게 비판하였다.

[기자회견문]

 

탄소중립·그린뉴딜에 역행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즉각 철회하라

 

국회는 불과 5개월 전인 2020년 9월 25일 기후위기 비상결의안을 여야할 것 없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의결하였다. 결의안의 골자는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를 목표로 정부에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시킬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들려온 소식은 암담하기만 하다. 2021년 정부 예산안에는 제주제2공항을 비롯하여 5개의 신규 공항 건설 사업이 탄소 배출 저감에 대한 고민 없이 담겨 있었다. 또 국회는 지난 2월 19일 국토교통위 의결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본회의에 상정, 내일 오후 2시 표결을 앞두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10조원 안팎의 재원이 소요되는 대형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및 공항 건설로 인한 환경파괴를 이야기하기 전에 최소한의 기본인 예비타당성 조사조차 하지 않겠다는 파렴치함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었다. 코로나 19로 인해 끊임 없는 추경과, 시민들의 고통을 같이 분담하겠다면서 10조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다 무슨 말인가?

세계적 기후위기 대응 추세에 따라 세계 각국이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한국 역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결의에 맞추어 올해부터 항공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하기로 한 상태다. 이 기준을 바탕으로 탄소중립과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의 현실화를 위해 일해야 할 국회가 정반대로 새로운 항공수요를 부추기는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촌극을 우리는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공항은 필연적으로 주변 생태계 파괴를 가져온다. 국회는 정녕 제주제2공항 도민 인식도 조사에서 학습한 것이 하나도 없는가? 이와 같은 대규모 토건 사업은 재해안정성, 부지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더 세밀한 조사를 요구 받으며, 지역 주민들 간의 의사소통 과정을 충분히 가져야한다고 여러차례 지적 받았었음에도, 심지어 국정감사에서도 여러차례 지적하였던 절차의 타당성을 잊은 것인가? 국회는 가덕도 신공항에만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저의는 무엇인가?

이 모든 상황을 종합하여 볼 때 국회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이번 2월 국회에서 처리하려는 이유는 4월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것이라고 밖에 보이지 않는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단순한 하나의 대형 국책 사업이 아니라, 선거 때마다 신기루처럼 시민들의 욕망을 충동질하는 온갖 허황된 개발 공약들을 대표하는 하나의 상징이다. 가덕도 신공항 같은 토건 신기루들은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를 회생시키는 데 기여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에 지속가능하지도 않은 방식이며, 생태문명으로의 전환을 가로막는 낡은 정치일 뿐이다. 국회는 기후위기 대응 결의를 되새겨 26일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부결시켜야 한다.

2021. 02. 25.

환경운동연합

목, 2021/02/25-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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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노컷뉴스는  "최근 4년 동안 성매매로 징계를 받은 경찰 20명 중 파면, 해임 등 중징계(배제 징계)를 받은 이는 4명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해당 기사 : '성매매' 경찰들 월급 깎이면 그만…'가중처벌'도 없어정보공개센터가 정보공개 청구한 경찰 성비위 징계 자료를 기반으로 한 기사였습니다. 


2018년 9월,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등 시민단체에서 진행한 기자회견 장면 (출처 - 연합뉴스)



 지난 번 교사들의 성비위 징계 현황을 살펴보면서 유독 성매매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관련 글 : 스쿨 미투 이후, 성비위 저지른 교사들에 대한 징계 현황은?) 오늘은 예고한 바와 같이 경찰과 검찰의 성비위 징계 현황을 살펴보면서, '성매매에 관대한' 공직 사회의 문제점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짚어보려 합니다. 


 먼저 경찰청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경찰공무원 성비위 징계 내역을 살펴보겠습니다. 2016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성비위로 인해 경찰공무원이 징계를 받은 건수는 총 228건입니다. 이때 성비위는 성희롱, 성매매, 성범죄로 나뉘는데, 이때 성범죄는 성폭력처벌에 규정된 "강간, 강제추행, 카메라등이용촬영, 성적목적공공장소침입, 통신매체이용음란, 공연음란" 등을 말합니다.

 이번에는 비위 유형별로 징계 처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경찰공무원 징계령 제2조에서는 견책, 감봉을 경징계, 정직, 강등, 해임, 파면을 중징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 기준에 따라 징계가 이루어진 내역을 살펴보면, 성희롱과 성범죄에 비해 성매매에 대해서는 경징계 위주의 처분이 내려졌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무원 신분을 완전히 해제하는 배제징계(해임, 파면)가 내려진 경우는 전체 19건 중 네 건에 불과했습니다. 

이렇게 성매매에 대해 경징계가 이루어지는 것은 비단 경찰만의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검찰의 사례를 확인해보겠습니다. 

바로 위의 표는 같은 기간 검사와 검찰 공무원들의 성비위 징계 처분 27건을 정리한 것입니다. 경찰에 비해 성비위 징계 내역이 현저히 적은데, 이는 경찰공무원이 11만 명이 넘는 것에 비해 검사와 검찰공무원들은 각각 2천명, 6천명 정도에 불과한 것이 주된 이유일 것입니다. 성매매에 대한 징계는 총 5건인데, 견책이 3건, 감봉이 2건으로 모두 경징계가 내려졌습니다. 역시 성매매에 대한 징계 처분이 경찰과 마찬가지로 '관대'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27건의 징계 중 검사와 5급 이상의 고위 검찰 공무원의 성비위 징계는 총 6건으로, 성희롱 1건(견책), 성추행 5건(감봉 2건, 면직 2건, 해임 1건)입니다. 검사에 대한 징계 처분은 대한민국 전자관보 사이트에서 법무부 징계처분 공고로 그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성매매에 관대한 것은 비단 교사, 경찰, 검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검찰청이 매년 발간하는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년 간 성매매특별법과 청소년성보호법(성매수)을 위반한 공무원들은 총 466명에 이릅니다. 각자 소속기관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징계 처분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전부 살펴보기 어렵지만, 과거 정보공개센터가 일부 중앙 부처에서 확보한 공무원 범죄 징계 처분 내역을 기반으로 일부 사례를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위 자료는 지난 해 정보공개센터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받은 일부 중앙부처의 소속 공무원의 범죄사실 통보 내역 중에서, 범죄 사실 통보 내역이 성매매로 되어 있는 경우들을 따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16건의 내역 중 3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경징계가 내려졌으며, 가장 약한 처분인 견책으로 끝난 경우가 절반이 넘습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수를 한 경우에만 파면 처분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성매매에 대한 징계가 약한 것은 징계 관련 법령의 미비함이 한 몫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성매매 자체가 공무원 비위 유형으로 명문화 된 것이 겨우 2011년의 일입니다. 2011년 당시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을 개정하면서, 성매매를 성희롱과 같은 수위로 징계하도록 하였습니다.


성비위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상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으로 분류됩니다. 성매매가 비위 유형으로 명시된 것은 2011년, 위 내용대로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부터였습니다.

그러던 것이 2015년 8월, 다시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성희롱의 징계기준이 한 단계 강화되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에 대한 문제 제기와 사회적 인식 변화에 따라, 성폭력과 유사한 수준까지 징계 기준이 강화된 것입니다. 그러나 성매매에 대한 징계기준은 처음 명문화된 2011년부터 지금까지 강화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지금도 '견책'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 것이죠.

 

 성매매에 대한 징계기준이 다른 비위에 비해 약하다는 것은 인사혁신처에서 발간하는 공무원 징계사례집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들은 공무원 징계사례집에서 언급되는 성매매에 대한 징계 사례입니다. (클릭하면 커져요!)

순서대로 각각 미성년자 성매수를 시도하다가 일당에게 폭행 당한 사례(견책), 성매수 행위가 적발되었지만 공무원 신분을 감춘 사례(견책),  채팅앱으로 성매수를 한 사례(감봉1개월)입니다. 인사혁신처는 성매매가 "공무원으로서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라고 설명하지만, 정작 징계 수위는 높지 않아 제대로 된 경고의 효과가 날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수를 시도한 공무원의 사례를 들며 "피해를 당하고도 신고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쓰거나, 성구매자 계도를 위한 '보호사건송치' 처분에 대해서 단순히 "배우자 얼굴 보기 창피해진다"고 서술하고 있는 것을 잘 살펴보면 성매매에 대한 공직 사회의 인식이 '범죄'라기보다는 단순히 '부도덕'하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합니다.


 성매매 산업의 규모가 점차 커져만 가고, 그만큼 성 착취의 피해자 역시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재 성매매 산업 규모는 30조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며, 약물과 사채 시장, 폭력 조직 등과 연계되어 거대한 불법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단속과 행정처분 등의 권한을 집행해야 할 주체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성매수 행위가 범죄이며,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더 큰 불법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엄격한 인식을 갖춰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다시함께상담센터의

 공무원들의 성매매는 실제로  '일탈'이나 '부도덕'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성매매업주를 비호하는 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경각심을 가져야할 문제이기도 합니다. 다음 글에서는 경징계 처분을 받는 공무원들의 성매매가 정말로 '가벼운 행위'에 불과한 것인지, 왜 공무원 성매수가 거대한 불법에 가담하는 것이 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따져보고자 합니다. 

정보공개 자료 원문 다운로드는 아래 링크에서!

191007 정보공개(경찰공무원 성비위 징계 현황).hwp

검찰 직원 성비위 징계처분 현황.pdf

5급 이상 검찰 공무원.hwp

 

수, 2019/10/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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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간 '4대강 사업'

가덕도 신공항의 5가지 문제점과 대안
"의원님! 이거 선거용이죠?"

첫째, 이미 부적절한 것으로 결론이 난 사업입니다

가덕도 신공항은 이미 각종 조사들에서 최하점을 받아 적절하지 않다고 결론이 난 사업입니다. 국토교통위가 주최한 2월 9일의 입법공청회,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등에서도 거듭 지적한 바 있습니다. 심지어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도 반대 의견을 보이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파리공항공단(ADPi)도 가덕도 일대 바다는 수심이 깊고, 산이 가파르며, 확장성도 적어 공항 입지로는 최악이라 평가했습니다.

둘째, 절차적으로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사업입니다.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무시했으며, 본회의 통과를 2월 26일로 못박고 심의하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과정도 무시하고 밀어붙이겠다는 것입니다. 또한 막대한 예산이 들어감에도 최소한의 문제점을 살피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시켜 그로 인한 위험과 부담을 국민들이 떠안게 되었습니다.

셋째, 국토부 추산 최대 28조 원 안팎의 막대한 예산이 낭비되는 사업입니다.

총사업비 외에도 해상을 매립하는 가덕도 공항의 지반공학적 특성상 향후 유지관리비가 증가할 것이며, 실제로 일본 간사이 공항이 비슷한 이유로 개항 후 유지·보수·관리에 10조 원 가까이 투입된 사례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사용할 예산도 부족한 이때', 이런 토건사업에 국민혈세를 쏟아부어서는 안됩니다.

넷째, 기후위기 시대, 온실가스 배출을 증가시키고, 환경을 파괴하는 사업입니다.

항공은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운송수단입니다. 그래서 영국 히드로공항 제3활주로 건설 계획은 온실가스 배출감축 의무를 위반한다는 이유로 무산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자발적으로 항공 이용을 자제하자는 '비행수치(Flight shame)'운동이 번져갈 정도입니다. 전 세계 11위의 온실가스 배출국이자, 파리협정에 서명한 당사국으로서 기후문제에 대응할 의무가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피해야 할 사업입니다.

다섯째, 국회가 스스로 했던 약속,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과도 배치되는 사업입니다.

지난 해 9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97.6%의 찬성으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되었습니다. 말 그대로 현 상황을 기후위기로 인식하고 국제적 협약을 준수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가덕도 신공항은 결의안 내용과 정반대의 사업입니다. 게다가 이번 신공항 특별법안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과 2050년 순배출 제로 전략, 특히 항공 부문 감축 필요성에 완전히 역행하고 있습니다.

정부 여당의 책임과 토건사업에는 여야  없는 여야

최근 환경부장관이 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138명의 의원을 대표하여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은,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을 말해온 정부 여당의 이율배반적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여야가 법안 논의 과정에서 이렇듯 갈등 한 번 없이, 빠르게 진행시키는 것을 본적이 없습니다. 결국 신공항 사업은, 유권자 국민을 핑계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막대한 국민 예산을 낭비하는 선거용 사업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국회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며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추진하는 시대착오적 신공항 특별법안을 모두 철회해야 합니다.
  2. 국회는 특별위원회 설치,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등 기후위기 대응 비상 결의의 후속 조치를 즉각 이행해야 합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철회

 

  • 제작 : 기후위기비상행동
목, 2021/0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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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조직, 국회사무처

국회 지원부서는 폐쇄적이다. 언터처블이다. 행정부의 감사감찰, 수사기능이 여기에 미치지 않는다. 국회입법고시 출신들이 강한 결속력으로 승진이나 혜택을 독점하고 비리는 서로 감춰준다. 국회의 주인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사무처 직원이라고 생각한다.”

2017년 11월 국회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시갑)이 한 발언이다.

국회에 대한 국민들의 극심한 불신은 국회가 그 만큼 힘 있는 기관이라는 사실을 역설적으로 웅변한다. 국회가 반대하면 그 어떤 것도 움직일 수 없다는 일종의 ‘패배감’도 우리 사회에 짙게 드리워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찬찬히 그 실상과 근원을 들여다보면, 국회 시스템의 기본을 장악한 세력은 “4년 계약직인 국회의원”이라기보다 오히려 붙박이 공무원인 국회 입법관료 집단일 수 있다. 다른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국회의원은 빙산의 ‘일각(一角)’이고, 그 빙산의 ‘근저(根底)’는 입법 관료들이다. 이들 입법관료들의 힘은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있는 이상으로 강하다. 사실상 입법권을 좌지우지하는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비롯하여 국회 예산과 운영에서도 실질적 지배자는 바로 입법관료라 해도 결코 지나친 과장이 아니다.

국회사무처란 마땅히 명실상부하게, 문자 그대로 국회의 사무 및 관리(administer)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해야 한다. 의회 시스템에서 행정 사무관리 업무를 보조, 지원하는 기관이 비대해짐으로써 결과적으로 행정부를 연상하도록 하는 제2의 관료체제로 전환되어서는 안 된다. 국회 사무처의 경우, 바로 이러한 행정관리 업무를 중심으로 관료적 질서를 구축하면서 사실상 제3의 세력 집단으로 성장해 있다. 이는 입법관료가 대표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국회사무처가 단지 국회의원을 보조하는 입법지원 기구일 뿐이라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비선실세, 법원행정처와 국회사무처

법원의 행정을 지원하기 위한다는 명분으로 설치된 법원행정처가 실제로는 법원의 최고 권력을 장악한 사례에서 잘 알 수 있듯이, 국회사무처와 같이 본래 행정과 사무의 보조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권한이 점점 확대되어 전도본말의 행태가 나타나기 쉽다. 법원행정처와 국회사무처를 연속 취재해 보도했던 모 방송국 PD는 필자와의 통화에서 “취재과정에서 드러난 국회사무처의 여러 행태는 법원행정처와 완전히 동일했다.”고 밝혔다. 정보공개운동을 실천하고 있는 전진한 씨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적폐가 어디냐는 온라인매체 ‘오마이뉴스’의 기자에게 질문에 서슴없이 국회사무처라고 단언한 바 있다.

국회 예산 운영도 사실 문제다. 상식적으로 말해서, 어느 기업이든 국가 기관이든 ‘돈줄’을 쥔 자가 가장 힘이 센 사람이고 사실상 주인인 셈이다. 정부에서 기재부가 힘이 센 것은 바로 돈의 힘이 아닌가?

그런데 국회의원도 국회 사무처로부터 월급을 비롯하여 각종 운영 경비를 받는다. 커다란 문제로 부상되었던 ‘특활비’도 사무처로부터 받고 각종 활동에 대한 각종 명목의 비용 역시 사무처로부터 수령한다. 또 ‘우수’라는 평가와 지출 모두 사실상 사무처의 ‘권한’이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거꾸로 국회의원들이 사무처에 잘 보일 수밖에 없다. 물론 지금 국회의원에 대한 불신이 너무 깊고 큰 것이어서 국회의원에게 돈까지 맡기는 것은 절대로 사회적 지지를 받지 못할 게 분명하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국회사무처가 검토보고 권한과 함께 이렇게 예산과 관련 운영을 ‘독점’하기 때문에 그 권한 역시 크게 강화된다는 사실이다. 주객전도의 적나라한 현장이다.

이들 국회 사무처를 비롯한 이들 국회 기관들이 사실상 유일하게 감사를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원회 회의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대개 “자기 식구”라는 차원에서 매우 온정적인 분위기로 처리된다. 그러니 사실상 그 어디에도 국회기관들을 감독, 감사하는 곳이 없다. 이른바 무풍지대이자, ‘온실 속 화초’다. 하지만 감시와 견제가 없는 곳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것은 만고의 철칙이다.

그러는 가운데 그간 국회에서는 2천 억 원 예산 규모를 넘는 의원회관을 비롯하여 의정관, 국회 한옥, 어린이집 등등…… 그 아름답던 숲과 아름드리나무들을 베어내고 파괴하면서 건물들은 계속하여 새로이 지어졌다. 지금도 국회 한 켠에서는 신축 건물들이 또 지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다지 투명하지 못한 이 과정에 상당한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 특히 2천 억대 규모로 진행되었던 의원회관 공사에서는 국회 고위층 비리설이 파다하게 퍼지기도 하는 등 국회에서 새 건물이 올라갈 때마다 어느 누구를 위한 사업이라는 풍문이 돌곤 한다. 그 명칭부터 이미 국적 불명인 ‘국회 스마트워크센터’는 총 646억 원이라는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시작부터 낙찰가가 입찰 예정가격을 초과해 말썽을 빚기도 했다.

이러한 ‘전근대적이고’ ‘비정상적인’ 행태는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다.

 

국회사무처, 문자 그대로 사무와 보조에 그쳐야 할 조직

그러나 선진국 의회에서는 이와 전혀 반대다.

예를 들어, 독일 의회 사무처의 역할은 회의 준비 혹은 회의장 정리 등 그야말로 보조적인 차원의 업무를 수행하고 직원 역시 대부분 실무자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사무처가 그 명칭과 실질이 부합하는, 명실상부한 ‘사무처’이다.

독일 연방의회조직도 처국과

덧붙이자면, 프랑스나 독일 그리고 영국 등 국가의 의회에서는 의장과 양당 대표들로 구성되는 “이사회”(영국의 경우에는 하원위원회가 이에 해당하고, 독일의 경우는 최고평의회가 이와 유사하다)가 국회 내 조직의 인사와 예산을 총 관리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예산의 경우에는 ‘이사회’의 ‘재무회의’가 매주 1회 개최되어 재무회의의 승인 없이는 의회의 모든 지출이 될 수 없다. 사실 이러한 시스템이 정상이다. 이렇게 ‘돈줄’을 장악함으로써 의원들은 의회의 진정한 ‘주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국회사무처란 마땅히 명실상부하게, 국회의 사무 및 관리라는 본연의 업무에 충실함으로써 그 명(名; 이름)과 실(實; 내용)이 부합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타이완 입법원에는 별도의 사무처가 없고 대신 입법원 산하에 비서처, 의사처, 공보처, 총무처, 자문처를 비롯하여 법제국, 예산중심(中心), 국회도서관 그리고 의정박물관을 두고 있다.

미국 의회의 사무처 역시 마찬가지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의회의 행정조직은 예외 없이 이러한 형태의 조직으로 구성된다. 의원을 행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설치된 의회 사무처가 오히려 의원 본연의 업무를 침해하는 월권의 가능성은 근본적으로 차단되어야 한다. 미국 의회의 경우, 1946년과 1970년 두 차례에 걸쳐 ‘입법부 재조직법’을 제정하고 입법지원 조직을 획기적으로 강화시켰다. 우리도 이를 모델로 하여 국회의원들로 구성되는 가칭 ‘입법부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입법부 재조직법」을 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거기에서 현 국회 행정조직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여 진정한 입법지원 조직으로서의 국회 공무원 조직을 정립시켜야 한다.

특히 국회 전문위원은 이제 본래의 취지대로 ‘전문가’로 구성되어야 한다. 우리 국회도 처음에는 ‘국회 전문위원’은 의원들을 지원, 보좌하기 위하여 각 분야의 유능한 전문가를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직접 선발했었다. 하지만 이는 유신 정권에 의하여 결국 전문가가 아니라 관료들이 독점하도록 ‘변형’되었다.

이러한 왜곡은 이제 바로잡혀야 한다. 그리하여 국회의원이 진정으로 국회의 주인이 되고 명실상부한 ‘전문가’들의 입법지원 활동에 토대하여 진실로 국회다운 국회,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화, 2020/05/05-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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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해야 우리는 국회를 개혁할 수 있을 것인가?

‘국회’라는 말이 나오게 되면 누구든지 목소리를 높여 맹비난한다. 모든 사람들이 국회를 우리 사회에서 가장 긴급하게 개혁할 대상 1호로 지목한다.

그러나 막상 우리 모두의 ‘사고뭉치 국회’를 과연 어떻게 개혁해나갈 것인가의 구체적 방안에 대해서는 정작 명쾌한 방안이 없이 수십 년 째 “그 밥에 그 나물”, 도돌이표 레토릭일 뿐이다.

국회 개혁, 이제 추상적이고 원론적이며 환원론적 논리는 지양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문제의 핵심에 접근해야 한다. 국회 개혁의 진실을 분석하고 실제적인 해결 방안을 도출해내야 한다.

방안을 모색하기 위하여, 쉬운 예를 들어보겠다.

학생의 본업은 과연 무엇인가? 바로 수업, 즉 학습이다. 그런데 만약 학생이 수업을 하지 않고 대리 수업을 한다든지 대리 시험을 본다면 어떻게 될까? 한 마디로 말해, 그것은 학생이 아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학습과 수업을 하지 않고서 나가서 연애나 하고 패싸움하고 게임하고 놀 수밖에 없다. 패싸움 금지규정을 만들어본들 막을 수 없다. 수업을 하지 않고 시간이 남고 남아돌아서 날이면 날마다 패싸움하고 연애하고 게임하는데, 예를 들어, 패싸움금지법, 연애금지법, 게임금지법 등등을 아무리 열심히 만들어본들 그것들을 막아낼 재간이 없다. 또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리 좋은 학생을 선발해본들 학생이 수업을 하지 않는 그 본질을 고치지 않는다면 선발된 그 좋은 학생들도 수업을 안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교사를 초빙한다고 해도, 수업을 하지 않는 그 자체를 고치지 않고서 왜곡된 이 상황을 결코 바꿀 수 없다.

동일한 논리로 나는 오늘 국회 문제의 핵심이 바로 국회가 국회의 본분, 즉 입법을 국회의원들 스스로 하지 않고 ‘방기’ 혹은 ‘피동적으로 배제’된 데 있다고 확신한다. 우리 국회처럼 이렇게 입법으로부터 ‘자유로운’ 또는 ‘소외된’ 의회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입법이야말로 의회의 본령이고, 이 본령을 방기한다면 그것은 이미 의회가 아니다.

 

인식하지 못하면, 변화시킬 수 없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해내지 않고서는 아무리 유능하고 의욕에 넘치는 국회의원을 선출해본들 모든 국민들이 바라마지 않는 ‘좋은 국회’, ‘신뢰받는 국회’로 발전할 수 없다. 그렇게 ‘입법’을 방기하는 객관적 조건을 바꿔내지 않는 한, 그 어떠한 좋은 선거법에 의해 좋은 인물을 선출해도 ‘좋은 국회’, ‘좋은 국회의원’이 나올 수 없다.

지금 ‘국회 문제’를 말하면, 모두 입을 모아 “지긋지긋한 정쟁(政爭)의 종식”을 말하지만, 의원들이 자신들의 본업인 ‘입법’에 몰두한다면 솔직히 ‘정쟁’할 시간적 여유조차 없다.

이것이 오늘 우리 국회 문제의 ‘진실’이다.

 

일하지 않는 국회의 숨겨진 진실

얼마 전 국회의 한 의원실에서 ‘검토보고서’가 처음엔 찬성 취지였다가 중간에 부정 취지로 바뀌는 바람에 법안 통과가 무산되자 의원이 수석전문위원을 의원실로 불러 문제를 제기하던 중 보좌관과 입법조사관 사이에 물리적 충돌이 빚어져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했다는 뉴스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사건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들의 깊은 불신의 영향으로 “국회의원의 갑질 사건”으로 쉽게 이해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사실이 있다.

해당 사건에서 수석 전문위원은 항의하는 보좌관의 태도를 문제 삼아 “건방지다”라고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국회의원은 그야말로 “갑중의 갑”으로 통하는 위상이다. 그런 ‘높으신’ 국회의원이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국회의원을 보좌하는 보좌관에게 “건방지다”라는 말을 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갈 사람이 우리 사회에서 과연 있을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실제 그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에서 보듯, 국회 수석전문위원은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수석전문위원의 힘이 얼마나 센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또 ‘검토보고서’가 바뀌는 바람에 결국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다음 단계로 가지 못하고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국회의원과 전문위원 중 과연 누가 입법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국회의원은 국민이 선출하여 입법권을 부여한 것이다. 그것이 곧 대의민주주의다. 그렇다면 국민이 입법권을 부여하지 않은 국회 전문위원은 어떻게 하여 이렇게 “국회의원보다 더 큰” 입법권한을 행사하고 있는 것일까?

이전 시기에 기업들은 재경부(지금의 기획재정부, 기재부)에 로비를 하였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회에 로비를 한다. 기재부 관료에게 해봤자 다시 국회의 문턱에서 걸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에 다시 반전이 존재한다. 바로 국회에 대한 로비에서 그 로비의 대상이 국회의원이 아니라 바로 ‘국회 전문위원’이라는 사실이다.

이들 국회 전문위원은 각종 법안만이 아니라 예산 심의에 대한 검토보고 권한도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회 공무원인 예산결산위원회 수석 전문위원에게는 장관들이 머리를 숙이고 부탁한다. 나아가 국정감사 때 피감기관을 얼마든지 요리할 수 있기 때문에 가히 무소불위 ‘권력의 핵심’에 설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국회 주변에서는 “(국회공무원인) 수석 전문위원이 초선 의원 5,6명을 합한 것보다 힘이 세다”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었다.

“일하지 않는 국회”, 이 말은 반만 맞는 말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지금 우리 국회는 국민들의 불신 대상 1위다. 하지만 국민들은 비록 그렇게 불신을 받는 국회지만 입법이라는 본연의 업무는 미흡하지만 그럭저럭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실 입법이라는 의회의 본연의 직무 수행에 있어 우리 국회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왜곡과 비정상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나마 국회의원은 국민들이 싫어할 경우 투표로써 심판할 수 있다. 그러나 국회의원 뒤에 가려져 국민들이 알지 못하는 또 다른 권력 ‘국회 전문위원’은 알려지지 않은 숨은 권력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본업인 입법에서 분리된 국회의원

오늘의 우리 국회를 명실상부 국민 의사를 대표하는 기구라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아마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완강하게 고개를 저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국회는 정확하게 민의를 반영하여 올바르게 구성되어 있을까? 그러나 한마디로 유권자의 민심은 국회 의석수에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이를테면 과반이 넘는 표가 사표(死票)로 되고 있고, 18세 청년들의 투표권은 계속 거부당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정당 득표율에 따라 국회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은 철저히 저지된 채 거대 정당들의 독과점 체제만이 군림하고 있다.

오늘 우리 국회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그야말로 첩첩산중 쌓여있다.

이 시점에서 과연 어떠한 문제부터 풀어야 이 국회를 바꿔낼 수 있을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하는 것인가?

시민운동은 이제까지 국회의원에 대한 평가에서 입법건수 발의를 기준으로 삼아왔다. 이는 한 마디로 방향 착오다.

흔히 법률안에 대한 ‘검토보고’라고 하면 당연히 국회의원이 그 책임 주체가 되어 수행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사실은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회에 소속된 공무원들이 검토보고의 ‘준비’와 그 ‘발언’까지 모두 담당한다.

우리 국회법은 제58조에 “위원회는 안건을 심사할 때 먼저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를 듣고”라고 명문화하고 있다. ‘검토보고’란 국회의원이 제출하는 법률안에 대해 국회 공무권이 ‘검토’하는 것으로서 예·결산에 대한 검토도 모두 그들의 몫이고 권한이다.

사실 국회에 대한 불신이 극대화된 현실에서도 국민을 위해 진정성 있게 열과 성을 다하려는 국회의원이 적지 않다. 그러나 현재의 국회 입법과정에서 의원 개인이 높은 의욕을 가지고 아무리 열심히 해보려 해봐도 그 역할은 대부분 입법발의의 단계에서 끝나게 된다. 결국 현 국회는 근본적으로 의원의 의욕과 능력이 발휘될 수 없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아무리 똑똑하고 열의에 불타는 사람이라도 사실상 할 일이 없게 된다. 이것을 뒤집어 말하면, 어느 누가 국회의원이 되어도 예외 없이 모두 아무 탈 없이 임기를 무사히 채울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한 지인은 초등학생을 국회에 갖다놔도 충분히 국회의원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유치원3법’이나 ‘김용균법’ 등을 둘러싸고 의원들이 갑론을박, 거칠게 논란을 벌이는 모습을 보고 의원들이 입법을 주도한다고 쉽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는 ‘빙산의 일각’처럼 그야말로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로 부각된 극히 일부 법안에만 해당될 뿐이다. 왜냐하면 현재 국회 입법은 법안 발의 그 단계에서 의원들의 개입은 사실상 종결되기 때문이다. 대다수 법안들은 사람들이 전혀 모르는 사이에 법안 검토부터 모두 철저히 입법관료들의 손으로 넘어가 처리된다.

그리하여 결국 국회개혁의 핵심은 바로 국회의원들과 ‘분리’된 국회의 본업, 즉 입법 활동을 다시 ‘복원’하여 결합시키는 것에 있다. 즉, 입법의 전 과정을 국회의원이 그 ‘검토’부터 모두 ‘직접’ 수행하는 것이다.

화, 2020/01/14-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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