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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자회견] 국토부, SR고속철도차량 임대계약 배임교사, 코레일-SR 간 ‘부당거래 지시’ 국토부 등 고발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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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기자회견] 국토부, SR고속철도차량 임대계약 배임교사, 코레일-SR 간 ‘부당거래 지시’ 국토부 등 고발 기자회견

admin | 수, 2021/06/30- 20:55

<기자회견문>

불공정한 철도차량 임대계약으로 코레일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책임자들을 철저히 수사하여 엄벌하라

 

박근혜 정부 당시 철도경쟁 체제 도입을 명목으로 2013년 12월 출범시켰던 수서고속철도(SR)가 본격 운행하기 전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코레일이 열차를 빌려주고 받는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춰줌으로써 코레일에 손실을 끼쳤던 내용이 드러났다. 이러한 내용은 어제(29일) MBC 뉴스를 통해서도 보도되었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전국철도노동조합은 당시 철도차량 임대계약에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와 코레일 책임자들에 대해 각각 형법상 업무상 배임의 공동정범 또는 교사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상 배임죄로 고발하게 되었다.

 

한국철도공사 자산관리규정 제53조(임대료산출) 제1항에 따르면 일반 자산의 연간 임대료는 목적물 가액의 최소 5% 이상의 요율을 곱한 금액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 예비타당성 조사기준에도 5.5%의 사회적 할인율을 적용토록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와 코레일은 당시 이보다도 턱 없이 낮은 3.4%로 임대료를 책정하여, 최소 연간 180억원 정도, 철도 임대계약을 맺은 5년간 900억원 상당의 손해를 가했다.

 

우선 국토부는 정부지원 철도차량에 대해 임대료 산정 등의 기준에 개입할 수 있는 권한이 없음에도 공문 형식으로 기 작성된 ‘정부지원 철도차량 임대료 기준’을 전달하며, 철도차량 임대계약 시 반영토록 지시했다. 그것도 수차례에 걸쳐 공문을 보내 국토부가 설정한 기준을 반영토록 지시했다. 나아가 불공정한 계약을 할 경우 철도공사 매출감소 등 철도공공성이 악화된다는 사정도 알고 있었다. 결국 코레일의 계약자유의 원칙을 침해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지시를 통해 강제적으로 코레일이 계약내용을 결정하는데 적극 개입하여 배임 교사죄의 혐의가 있다.

 

코레일은 국토부의 지시대로 SR과 철도차량 임대계약을 체결할 경우 코레일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법률 자문까지도 받아 법적 책임도 질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었음에도, 그대로 계약을 체결하여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는 배임죄를 저질렀다. ▲당시 사장을 포함하여 4명의 관련 경영 책임자들은 철도차량 임대료율이 시가보다 현저히 낮은 금액으로 산정되었다는 점, ▲시가보다 낮은 금액으로 임대료가 산정되는 경우 민․형사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본 계약 체결로 인해 코레일에는 손해가 SR에는 이익이 생기게 된다는 점 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손해 발생이 예상되는 불공정한 계약 체결을 강행한 것이다. 더욱이 2016년 12월 1일 철도차량 임대계약 부속사항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는다”는 조항까지 명시해 더욱 불공정하게 만들었다.

 

SR은 박근혜 정부의 운영부문 철도 쪼개기 정책으로 인해 급조되어 출범했다. 이번 불공정한 철도차량 임대계약 사건에서도 잘 드러났듯이, 코레일에는 막대한 손실을 안겨주고, SR에는 특혜를 주면서 까지 강행 출범시킨 것이다. 그러다 보니 SR은 차량을 코레일로부터 임차하여 안정적 수익이 발생하는 경부선과 호남선을 운행만 하고, 철도안전에 필요한 차량 정비, 시설 보수점검, 전산시스템 등의 필수업무들은 코레일이 담당하는 기형적인 구조가 되었다. 철도산업의 발전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철도를 정치화 시켜버린 결과인 것이다.

 

경실련과 철도노조는 시세 보다 턱 없이 낮은 불공정한 철도차량 임대료 계약을 강행한 국토부와 코레일 당시 책임자들에 대해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통한 엄벌을 촉구한다. 이를 계기로 정치적 결정에 따라 쪼개져 버린 코레일과 SR의 통합논의가 다시 일어나길 희망한다. /끝/.

 

2021. 6. 30.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전국철도노동조합

 

210630_보도자료_코레일 국토교통부의 SRT임대료산정 배임 및 배임교사혐의 검찰고발 (경실련, 철도노조)

#별첨. 고발장

문의: 경실련 윤순철 사무총장 02-741-8566

시민들의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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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 2016년부터 통신자료 제공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 진행

1심과 2심에서 패소하고 현재 대법원 상고심 진행중

지난 8월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민사부는 국정원, 경찰청, 검찰청 등에 의해 영장 없이 무단으로 개인정보가 수집된 에스케이텔레콤(SKT), 엘지유플러스(LGU+), 케이티(KT) 이동통신 3사의 이용자들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들 패소 판결을 선고했으며, 이에 사단법인 오픈넷은 즉시 상고하여 본 소송은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본 소송은 “수사기관의 권한 남용에 의해 통신자료가 제공되어 해당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관한 기본권 등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책임을 해당 수사기관에 직접 추궁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한 대법원의 판결(대법원 2016. 3. 10. 선고 2012다105482 판결)에 따라 제기되었다. 그런데 실제 소송에서 하급심은 통신자료 제공의 위법성을 다툴 기회를 박탈하였으므로 대법원은 이를 시정할 필요가 있다. 

통신자료란 이용자의 이름, 주민번호, 주소, 전화번호, 아이디, 가입일 및 해지일 등의 개인정보를 말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은 수사기관 등이 “수사, 재판, 형의 집행 또는 국가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위하여 [요청]”할 경우 통신자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피고인 수사기관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자신들의 행위가 합법적임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신자료제공 요청이 적법했기 때문에 권한남용이 없다고 주장하는 피고가 그 요청의 적법성을 증명해야 할 책임이 있고, 이를 증명할 가장 확실한 방법은 통신자료제공요청서를 증거로 제출하는 것이다. 그러나 피고가 제출을 거부했기에 1심 법원은 원고들의 신청을 인용해 문서제출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피고는 항고하였고 대법원에 의해 그 명령은 무효화되어, 원고들이 요청의 적법성을 확인할 방법이 없게 되었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할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정보공개청구는 여러가지 다양한 사유로 거부될 수 있고 실제로 대부분 공개를 거부당했다. 피고가 ‘통신자료제공요청서’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면서 그 문서를 제출하지 않는 부당한 상황에서 1심과 2심이 원고가 피고의 권한남용을 입증하지 못했다고 패소 판결한 것은 매우 불공정하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취소하고 충분한 자료를 바탕으로 재판을 제대로 다시 하라고 명령해야 한다. 

통신자료 제공 제도 자체의 문제에 대해서는 여러번 지적한 바 있다. 이 제도에 근거해 그동안 수사기관들은 영장 없이 국민의 개인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제공받아 왔으며, 2013년~2018년 통계에 따르면 한해 평균 약 8백 9십만개 이상의 계정(아이디 또는 전화번호)에 대한 통신자료가 제공되었다. 이는 인구수 대비 17.3%에 달하는데, 대략 국민 5명 중에 1명은 자기도 모르게 수사의 대상이 된 것이다. 올해 7월 한국을 방문한 유엔 프라이버시권 특별보고관 조셉 카나타치(Joseph Cannataci)는 영장 없는 통신자료 제공 건수가 다른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보다 훨씬 많다고 하면서 이에 대한 사법적 감독체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헌법 제12조 제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하여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영장주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강제로 침해할 때는 반드시 법관이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한다는 헌법상 원칙이며 특히 형사절차에서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개인정보이며, 개인정보를 대상으로 한 조사ㆍ수집ㆍ보관ㆍ처리ㆍ이용 등의 행위는 모두 기본권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하므로 통신자료 요청 및 제공에는 영장주의가 적용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리고 적법절차의 원칙은 형사절차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작용 전반에 적용되는 것으로, 이로부터 당사자에 대한 적절한 고지, 의견 및 자료제출 기회 부여와 같은 중요한 절차적 요청이 도출된다. 그런데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통신자료 요청 및 제공이 이용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이용자가 전기통신사업자에 의한 통신자료 제공을 저지하기 위해 그 과정에 사전 개입할 수 있는 절차가 전혀 없으며, 사후적으로도 통지를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통신자료제공은 영장주의와 적법절차의 원칙에 위반하는 위헌적 제도이며 이런 제도를 수사 단계에서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다.

위헌적인 통신자료제공 제도에 대해 2012년 헌법재판소는 통신자료 취득행위는 임의수사에 해당하여 공권력의 행사가 아니고, 통신자료 제공 요청에 응할 것인지 여부는 전기통신사업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어 기본권 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매우 유감스럽게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2016년 3월 대법원은 통신자료를 제공한 기업은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결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신자료제공에 대한 민사소송과 행정소송이 이어지고 있고, 시민사회는 헌법소원(2016헌마388)도 재차 청구한 상황이다. 현재 심리중인 2016헌마388 헌법소원에 대해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는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개인정보 수집 목적과 대상자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사전 또는 사후에 사법적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 제공 사실을 인지할 수 있는 통지 절차가 마련되지 않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으며, 2017년에는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국제 정보인권 단체들이 헌법소원을 지지하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그리고 통신자료 제공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사법적 통제 장치 마련 등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이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도 다수 발의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법원은 1심에서도 2심에서도 통신자료제공이 되었다는 것만으로는 수사기관의 위법행위를 인정할 수 없다거나 권한남용을 인정할 수 없다는 단 한 문장을 내세워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피고행위의 위법성을 입증할 자료를 피고가 가지고 있고 제출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말이다. 그리고 입증책임 법리에 의하면 원고가 통신자료제공이 된 사실을 입증해서 피고행위의 위법성이 추정되므로 피고가 권한남용이 없었음을 증명해야 할 것인데도 불구하고 법원은 이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았다. 오픈넷과 참여연대의 노력으로 2015년부터 이동통신사들은 통신자료 제공 여부를 확인해주고 있으니 판사들도 한 번 확인해보기를 권한다. 본인이 자신도 모르게 통신자료 제공을 당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면 이렇게 나태하게 재판을 진행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민사소송법 제423조는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을 상고 이유로 규정하고 있으며 1심과 2심 판결에는 명백한 헌법 위반이 존재한다. 기본권 수호의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2019년 11월 22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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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2019/11/22-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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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및 산업기술보호법 청구 기자회견]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 일시/장소 : 3월 5일(목) 14시, 헌법재판소 앞

– 주최 :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1.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지난 2월 24일에 연기했던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을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진행하려 합니다. 

2. 오는 3월 6일은 故황유미님의 13주기입니다. 반올림은 매년 이 날을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로 기념해 왔습니다. 올해는 별도의 행사를 진행하지 못하고, 조촐한 추모제와 기자회견만 진행할 예정입니다.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반도체·전자산업 직업병과 죽음, 그 고통을 멈추기 위해 반올림은 올해도 계속 나아갈 것입니다.

3. 작년 8월 2일 국회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고 산업기술보호법(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을 개악시켰습니다. 개정된 산업기술보호법에 따르면, 국가핵심기술에 관한 정보는 공개될 수 없고, 산업기술을 포함하는 정보는 취득목적과 달리 사용하고 공개하면 처벌한다고 합니다. 노동자의 생명 안전 보호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 대해서도 국회가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4. 지난 2월 21일 개정 산업기술보호법이 시행됐습니다. 이 법은 유해물질에 대한 알권리와 사업장의 유해환경에 대해 공론화할 표현의 자유 등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입니다. 결과적으로 일터의 위험이 알려지는 것을 막아, 국민들이 사고와 질병, 죽음으로 그 피해를 감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에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는 헌법소원 청구를 통해 이 법이 위헌임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5. 대책위는 3월 5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헌법소원을 청구할 계획입니다. 헌법소원 기자회견은 아래와 같이 진행됩니다. 당일 반올림 페북과 미디어뻐꾹 계정의 유투브 중계도 진행합니다.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 및 산업기술보호법 헌법소원 청구 기자회견]
 “국민의 알권리와 건강권을 침해하는 산업기술보호법, 위헌이다!”

■ 일시/장소 : 2020년 3월 5일(목) 오후 2시, 헌법재판소 앞
■ 주최 : 산업기술보호법 대책위원회
(대책위 참여단체 :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 반올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참여연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단법인 오픈넷,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건강연대, 생명안전 시민넷, 일과건강, 건강한노동세상, 다산인권센터)

■ 기자회견 순서
– 사회 : 반올림 이상수 상임활동가 
  ⓵ 추모 묵념
  ⓶ 추모사 ‘멈추지 않는 죽음을 막기 위해 계속 나아갈 것’ : 반올림 조승규 상임활동가
  ⓷ 산업기술보호법에 대한 노동현장의 우려 :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⓸ 헌법소원 취지 및 내용 : 반올림 임자운 변호사
  ⑤ 기자회견문
  ⓺ 퍼포먼스 : 참여연대 공익활동가학교 참여자들, 반올림 권영은 상임활동가
 
* 기자회견 후, 헌법소원 청구서를 제출합니다.
  • 문의: 02-3496-5057 / [email protected]
    • 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상수 010-9401-1370
    • 반올림 상임활동가 조승규 010-4322-2259 (직업병 제보 및 산재인정 현황)
    • 반올림 상임활동가 권영은 010-4165-6235 (보도자료 및 영상 요청)
수, 2020/03/04-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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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3월 17일 일명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일명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인터넷언론사인 ‘미디어오늘’과 인터넷언론사의 이용자를 대리하여 헌법소원을 청구했다(2020헌마406).

공직선거법 제82조의6 등은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 홈페이지의 댓글창을 비롯한 게시판 서비스 이용자의 실명확인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구 정보통신망법의 상시적 인터넷 게시판 본인확인제에 대해서는 위헌으로 결정하였으나, 본 조항에 대해서는 ‘선거’ 상황의 특수성 등을 이유로 2015년 합헌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매 선거의 선거운동기간마다 인터넷 이용자의 실명확인조치가 강제되고 있으며, 곧 있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적용이 예정되어 있다.

익명표현의 자유는 정치적ㆍ사회적 소수자가 외부의 명시적ㆍ묵시적 압력에 굴복하지 아니하고 자신의 생각과 사상을 자유롭게 표출하고 전파하여 국가권력이나 사회의 다수의견에 대한 비판을 가능하게 하며, 그들의 역시 국가의 정책결정에 반영될 가능성을 열어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중요한 기본권이다. 특히 정치적 표현은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익명표현의 자유가 더 강하게 보호받아야 하며, 나아가 대의민주제 하에서 ‘선거’기간은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행사함에 있어 가장 긴요한 시기로 어느 때보다 자유롭고 활발한 표현이 보장되어야 한다.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반하여 이렇듯 중요한 선거기간 중 정치적 익명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이다.

나아가 본 제도는 이러한 이용자들의 익명표현의 가치를 중시하고,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바탕으로 여론을 형성‧전파하려는 ‘인터넷언론사’의 언론의 자유도 중대하게 침해한다. 이용자들의 익명표현의 자유 보장을 중시하는 인터넷언론사나, 기술적·비용적 부담으로 인하여 실명확인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려운 다수의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마다 댓글이나 게시판 운영을 아예 중단하고 있다. 한편, 본 제도의 적용대상인 ‘인터넷언론사’는 대형 포털부터 소규모 인터넷언론사까지 포함하며 해석에 따라 소위 1인 미디어들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인터넷 공간에 본 제도가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한국 정부에 본 제도의 개정을 명시적으로 권고했다. 2004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본 제도가 헌법 및 국제기준을 위반한다는 의견을 냈고, 2012년 공직선거법의 집행을 담당하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본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인터넷 실명제’는 전 세계적으로 입법례를 찾기 어려운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표현의 자유 제한이다. 이렇듯 국내 국가기관과 국제사회 모두가 헌법과 국제기준에 명백히 어긋난다고 지적하고 있는 본 제도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속히 위헌을 선언하여 국민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하루빨리 제대로 보장해주기를 기대한다. 

– 첨부. 2020헌마406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헌법소원심판청구서

2020년 3월 18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 (법연 Winter 2019, 2020.01.31.)

[의견서] 오픈넷, 인권위에 인터넷 실명확인제도에 대한 의견서 제출 (2018.11.12)

수, 2020/03/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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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관련 이태원 기지국 접속정보 처리 및
동의 없는 위치추적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감염병 대응을 명목으로 1만 명 휴대전화에 대한
기지국 접속정보 요청, 수집, 처리는 위헌입니다.”

1.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는 2020년 7월 29일 보건복지부장관, 질병관리본부장, 서울특별시장, 서울지방경찰청장(이하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지난 5월 18일 코로나 19 대응을 명목으로 이태원을 방문한 약 1만 명의 사람들의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정보를 요청하고 수집·처리한 행위(이하 “이 사건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통신의 비밀과 자유,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결정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이태원 방문자들의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의 법적근거라고 주장하고 있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5의2호, 제76조의2 제1항 및 제2항도 헌법 심판 대상입니다.

2.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지난 2020년 4월 말 친구들과 함께 이태원 인근 소재 식당을 방문하였는데, 2020년 5월 18일 서울시로부터 코로나 19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수신하였습니다. 함께 문자를 수신한 청구인과 그 친구들은 5월 2일 새벽 코로나 19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알려진 클럽 또는 인근 클럽을 방문한 적이 없으며, 청구인이 방문한 식당은 클럽들과 지리적으로도 상당히 떨어진 장소였습니다.

청구인은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고 거리상으로도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자신의 이태원 방문 정보가 무단으로 보건복지부장관 등에게 제공되어 서울시로부터 검사를 권고받은 이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청구인은 코로나 19 음성판정을 통보받기까지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고, 주변 사람들의 질문 등으로 불편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청구인이 확진자와 접촉을 했던 것인지, 확진으로 판정되면 이태원을 다녀온 후 청구인과 접촉했던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닌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는 어떻게 할 수 있을지, 끊이지 않는 질문에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청구인은 서울시와 보건복지부에 어떤 근거로 자신의 이태원 방문사실 등 정보를 취득했는지 문의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기관들은 청구인이 문제되는 시점에 이태원에 머물렀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염병예방법상의 감염병의심자에 해당한다며 자신들은 같은 법 제76조의2 제1항 또는 제2항에 규정되어 있는 법적절차에 따라 정보를 수집한 것이라 모호하게 답변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기지국 정보가 수집, 처리된 사람은 무려 10,905명에 달합니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서울특별시는 이동통신사 3사에 대하여 “2020. 4. 24.부터 같은 해 5. 6.까지 자정에서 05시 사이에 이태원 클럽 주변의 기지국에 접속한 사람들 가운데 30분 이상 체류한 자”의 통신정보 제공을 요청하였고 해당 정보에는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의 이름과 휴대전화 그리고 주소 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나아가 보건복지부장관 등은 휴대폰을 가지고 있기만 하면 기지국으로 전송되는 정보인 “접속기록”까지도 수집, 처리한 것으로 보입니다.

3. 우선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2020. 4. 24.부터 같은 해 5. 6.까지, 자정에서 05시 사이 이태원 클럽 주변의 기지국에 접속한 사람들 중 30분 이상 체류한 자 전원을 감염병의심자로 보고, 기지국 정보를 요청, 수집, 처리한 것의 법적 근거가 모호합니다. 감염병예방법,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통신비밀보호법 등에 어디에서도 기지국 정보처리행위를 구체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즉 이 사건 기지국 정보처리행위는 법적근거가 없는 행위로서 모든 공권력 행사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은 법률로써만 가능하다는 헌법상의 원리인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됩니다.

또한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청구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합니다. 이 사건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의 목적은 이태원에 방문한 불특정 다수를 사회적 위험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그 정당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휴대전화 발신 등의 통신기능을 사용하지 않고 전원만 켜놓고 있더라도 통신사가 자동으로 수집하는 “기지국 접속기록”까지 처리한 것은 그 자체로 과도한 정보를 수집하는 중대한 기본권 침해행위라는 점에서 감염병 전파 차단을 위한 적합한 수단이 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이태원 인근에 감염병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지역에 방문한 1만여 명을 모두 감염병의심자로 간주하고 광범위하게 정보를 수집 등 처리한 것은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수단으로서 그 적합성을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또한 2주간 이태원 일대를 방문한 불특정다수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개인의 기지국 접속기록 등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도 정면으로 반합니다. 특히 서울시는 클럽 출입자 명단 및 신용카드 내역 등을 검토하여 확진자의 주요 동선에 포함된 이태원 클럽 및 주점에 방문한 5,517명의 명단을 5월 11일 이전에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즉 기지국 정보를 취득하는 대신 확보된 명단과 익명검사의 확대 등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조치의 도입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청구인을 비롯한 정보주체들이 입는 불이익에 비해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로 달성되는 공익이 더 크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기지국 정보처리 행위가 감염병 전파방지에 기여했는지도 불분명하지만, 1만 905명의 사람들을 사회적 위험으로 취급함으로써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 또한 훼손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4. 한편, 이 사건의 근거로 주장되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5의2호, 제76조의2 제1항 및 제2항(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 또한 명확성과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우선 감염병의심자에 관한 감염법예방법 제2조 제15의2호는 어느 정도의 접촉의 의심이 있는 경우에 법이 정한 “접촉이 의심되는 사람”에 속하는 것인지 최소한의 범위도 설정하지 않은 채 포괄적 규정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는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또한 위치정보 수집이 감염병의 전파를 효율적으로 방지한 수단임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이 사건 법률조항은 효율적이고 적절한 수단을 선택한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위치정보 수집에 대한 법원의 허가 또는 전문가 심의 등 절차를 도입하거나 다른 수단을 먼저 고려하라는 보충성 요건을 규정하는 등 통제장치 도입을 통해 기본권을 덜 제한하는 다른 방법도 고려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통제장치를 두고 있지 않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반하여 기본권을 중대하게 침해합니다.

더불어, 감염병예방법에서 경찰이 위치정보 취득의 매개 역할을 하고 자신의 동선에 대해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 것을 감염병예방법상 범죄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영장주의가 적용되고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감염인과 접촉하지 않은 이태원 지역 방문자까지 광범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집단에 대해 동일하게 취급하여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중대하게 침해한 것으로서, 그 비례성을 상실하여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였습니다.

5. 유엔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등 국제인권기준은 감염병 위기 상황에도 기본적 권리의 보장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하고, 공중보건의 위기를 이유로 한 기본적 권리의 제한이 법률에 따라 비례적으로 이루어질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기지국 정보처리행위 및 관련 법률조항은 위 국제인권기준에도 어긋납니다. 청구인과 단체들은 헌법재판소가 국제인권기준의 원칙과 헌법에 명백히 위반되는 기지국 정보처리행위 및 감염병예방법 조항이 위헌임을 확인함으로써 코로나 19 라는 감염병의 공포 아래 희미해지는 우리 헌법의 가치를 바로 세울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20년 7월 30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오픈넷,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금, 2020/07/31-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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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유명인의 사진을 이용해 해당 유명인을 비판하는 포스터를 제작한 패션노조 대표에 대한 저작권법 위반 형사사건을 2016년 6월부터 공익소송으로 지원해왔다. 대법원은 지난 2020. 6. 25. 무려 3년간 상고심에 계류 중이던 해당 사건에 대해 저작권법 위반이라는 원심(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4. 13. 선고 2016노1019 판결)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판단을 내렸다(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7도5797 판결). 패러디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해학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다분하며 구체적인 오픈넷의 입장은 아래와 같다.

법원은 패러디에 대한 엄숙주의에 머물러 있어, 전향적 태도 변화가 필요

원심은 해당 작품이 패러디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패러디는 “누가 보더라도 기존의 원작품을 과장하여 흉내낸 것으로 풍자하거나 희화화한 것이 명백하여야 할 것”이라는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법원은 그동안 패러디를 원작품에 대한 풍자만 가능하고 해당 작품을 통한 사회현상의 풍자나 비판은 패러디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서울지방법원 2001. 11. 1.선고 2001카합1837 결정, 이른바 ‘컴배콤’ 사건[1]) 본 사건을 계기로 패러디의 범위를 넓히고 엄숙주의에서 벗어날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대법원이 기존 입장을 고수한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원심은 원 저작물이 “나체를 진지하게 담아낸 작품”인 반면 해당 저작물을 이용한 포스터는 “조롱하고 비하”하기 위한 것으로 보면서 “노동착취 현실을 고발하기 위한 목적은 통상적인 프로필 사진을 게재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대중에게 공표된 사진을 이용한 행위만으로 “조롱하고 비하”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한 것도 유감이지만, “진지”함을 기준으로 예술을 바라보는 원심 법원과 대법원의 시각이 바뀌어야 함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법원은 원 저작물에 대한 “조롱”과 “비하”가 패러디의 주된 창작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 연방대법원 역시 이른바 ‘pretty woman’ 사건(Campbell v. Acuff-Rose Music, Inc.)에서 조롱이 패러디의 표현적 요소임을 인정한 바 있다. 원 저작물에 대한 “조롱”으로 인하여 원 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죽인다고 할지라도 그러한 유형의 침해는 비평의 결과이지 상업적 경쟁의 결과가 아니며, 공정이용 분석을 위해 시장침해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패러디는 재기발랄하고 웃음을 자아내는 해학적 요소가 핵심을 이룬다. 법원은 이러한 예술적 성취를 “진지”하지 않다는 이유로 보호해야 할 표현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른바 ‘컴배콤’ 사건에서도 법원은 해학적 요소에 대해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고 판단하여 해학적 표현의 가치를 가벼이 여긴 바 있다. 법원은 남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얼마나 철저한 준비와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 다시 한 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법원이 패러디의 범위를 엄격하게 해석하는 이상 해학적 표현의 자유는 계속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사건 원 저작물과 포스터_오픈넷 소송자료.jpg
<원저작물과 인용작(패러디물)>

형태적 변형 없이 새로운 미적 효용을 불러 일으키는 개념 예술에 대한 협소한 이해

원심은 이 사건 패러디물의 2차적 저작물 해당성을 판단하면서 원 저작물의 “상하좌우 여백을 약간 삭제하였거나 제2저작물의 사진 부분을 제외한 전시안내 문구부분을 삭제한 후 이를 제1,2 포스터에 그대로 삽입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면서 “어떠한 새로운 창작성이 더해졌다고 판단되지 않는다.”라고 판단하였다. 이 역시 예술과 창적성에 대한 협소한 이해에서 비롯된 아쉬운 판단이 아닐 수 없다.

이는 형태의 변형이 물리적으로 이루어져야 비로소 창작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판단에 다름아니다. 원 저작물이 가진 미적 효용이 유명인의 “순수함”에 대한 “진지”한 성찰에 있었다면, 이 사건의 패러디물은 이러한 순수성과 대비되는 패션계 저임금노동 현실과 대비되어 피사체의 이중성을 여과 없이 드러내는 새로운 미적 효용을 가져다준다. 요컨대 이 사건 패러디물은 원 저작물의 물리적 변형 없이 그대로 이용해야만 패러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기획된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른바 “변형적 이용”을 물리적인 변형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제한 해석함으로써 예술에 대한 협소한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 사건 원 저작물에 포함된 다소곳하게 인사하는 포즈의 누드사진은 전시회 포스터가 아닌 해당 피사체 인물의 행위를 비판하는 포스터에 자리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미적 효용이 발생한다. 이 사건에서처럼 법원이 2차적 저작물 작성의 창작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물리적 변형 유무라는 기계적 잣대만을 적용하게 되면 패러디 표현의 다양한 기획을 저해할 것이다.

패러디, 장르적 특성을 반영해 출처표시 의무에 대한 예외 적용 필요

패러디물에 대해 법원은 공정이용에 대한 네 가지 요건을 제대로 따져보지도 않은 채 출처를 명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정이용 해당성을 손쉽게 부인하였다. 그러나 패러디라는 장르적 특성상 원 저작물을 표시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패러디된 저작물의 경우 대부분 사회적으로 유명하고 잘 알려져 있는 저작물이기 때문에 출처명시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학계의 유력한 견해가 있다(오승종, <저작권법> 제2판, 614면).

이 같은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패러디 기법을 사용한 예술작품은 “성공”한 패러디인 경우가 아니라면 출처표시를 누락했다는 이유로 저작권 위반으로 처벌될 위험이 크다. 특히 법원이 보기에 “진지”하지 않은 패러디물은 더욱 그러하다. 출처표시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 저작물의 공정이용의 전제가 됨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법원이 패러디의 범위를 좁게 해석하더라도 출처표시 의무 이행과 관련하여 패러디라는 장르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저작자의 동의 여부를 공정이용의 판단의 기초로 삼은 법원의 태도는 표현의 자유 침해

한편 이 사건 판결에서 “저작자의 포스터 삭제 요청이 있었다”는 이유를 들어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방법과 충돌하지 아니하고 저작자의 정당한 이익을 부당하게 해치지 아니하는 경우 즉, 공정이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는 저작권이 표현의 자유를 어떻게 침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저작자는 대체로 패러디 방식의 이용에 대해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에서처럼 오히려 적극적으로 반대할 경우가 많을 것이다. 

공정이용 조항은 저작자로부터 동의를 받기 어려운 창작 행위에 대해서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예외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기능한다. 저작권의 보호와 저작물의 이용을 통한 표현의 자유 간 균형을 고려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에서 법원이 저작자가 적극적으로 반대하였다는 사실관계를 판단의 기초로 삼은 것은 입법취지를 몰각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법원이 패러디물 창작에 저작자의 동의 여부를 따져보는 순간 공정이용 조항이 적용될 기회마저 빼앗아 버리는 셈이다. 

본 판결로 인해 공정이용 조항의 판단에 저작자의 동의 여부를 포함시키는 관행이 생기면 안 된다. 저작자가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패러디적 표현에 형사처벌을 감내하는 결단을 요구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법원이 보기에 진지하지 않은 조악한 패러디일수록 손쉽게 형사처벌로 금지하기보다 공정이용 요건을 적극적으로 판단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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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피신청인들이 이 사건 원곡에 추가하거나 변경한 가사의 내용 및 그 사용된 어휘의 의미, 추가·변경된 가사 내용과 원래의 가사 내용의 관계, 이 사건 개사곡에 나타난 음정, 박자 및 전체적인 곡의 흐름 등에 비추어 피신청인들의 이 사건 개사곡은 신청인의 이 사건 원곡에 나타난 독특한 음악적 특징을 흉내어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는 정도에 그치는 것일 뿐 신청인의 이 사건 원곡에 대한 비평적 내용을 부가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보이지 아니하고(피신청인들은 자신들의 노래에 음치가 놀림받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비판하거나 대중적으로 우상화된 신청인도 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등의 비평과 풍자가 담겨있다고 주장하나, 패러디로서 보호되는 것은 당 해 저작물에 대한 비평이나 풍자인 경우라 할 것이고 당해 저작물이 아닌 사회 현실에 대한 것까지 패러디로서 허용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이 사건 개사곡에 나타난 위와 같은 제반사정들에 비추어 이 사건 개사곡에 피신청인들 주장과 같은 비평과 풍자가 담겨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신청인들이 상업적인 목적으로 이 사건 원곡을 이용하였으며, 이 사건 개사곡이 신청인의 이 사건 원곡을 인용한 정도가 피신청인들이 패러디로서 의도하는 바를 넘는 것으로 보이고, 이 사건 개사곡으로 인하여 신청인의 이 사건 원곡에 대한 사회적 가치의 저하나 잠재적 수요의 하락이 전혀 없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등 이 사건 기록에 의하여 소명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결국 피신청인들의 이 사건 개사곡은 패러디로서 보호받을 수 없는 것이라 하겠다.”

2020년 8월 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수, 2020/08/05-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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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020. 11. 26.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포털 등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가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는 자의 요청에 따라 인터넷 게시물의 게시를 중단하는 임시조치 제도(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4조의2)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법재판소 2020. 11. 26. 결정, 2016헌마275 등).

이번 헌법소원을 진행한 오픈넷은 임시조치 제도가 인터넷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부당하게 침해하는 현실을 도외시한 헌재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결정요지에서 헌재의 다수의견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는 사인이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는 이용계약의 당사자의 지위에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정책에 따라 정보게재자의 이의제기권이나 복원권을 규정할 수 있는 점, 사인인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시조치를 하였다고 하여 그것이 곧 표현의 금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게시자는 해당 정보를 다시 게재하거나 다른 곳에 게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 제한이 심대하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이유로 임시조치 제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는 임시조치 제도가 삭제 요청이 들어온 모든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한 번은 사실상 무조건적으로 차단하도록 법상 ‘의무화’하여 해당 표현물의 유통을 인터넷상에서 금지시키도록 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를 심대하게 제한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결론이다. 게시자가 해당 정보를 다시 게재하거나 다른 곳에 게재할 수 있다는 이유로 표현의 자유 제한이 중대하지 않다는 논지도, UN 인권이사회가 수차례 반복해서 천명한 ‘오프라인에서 보호되는 표현은 온라인에서도 보호되어야 한다(What is protected offline should be protected online)’는 국제인권기준에도 반하는 설시다.[1]

이번 헌재 결정의 3인의 반대의견에서는 이러한 위헌성이 명확히 지적되었다.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 3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권리의 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거나 이해당사자 간에 다툼이 예상되는 경우’에 다른 절차적 요건 없이 임시조치를 할 수 있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바, 권리침해 주장자의 주장만 있으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임시조치에 나아갈 여건을 제공한다는 문제가 있고,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가 충돌되는 영역에서는 개별적 사안마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이익형량이 필요하다는 것이 헌법적 요청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입법적으로 선재(先在)적 법익형량을 하여 개별적 사례에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이익형량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채 일정기간 동안 표현의 자유보다는 인격권을 우선시하고 있다. 이는 특정한 사건에 관한 논쟁이 성숙되었을 때 표현하고자 하는 표현의 ‘시의성’을 박탈하는 것으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을 초래하고, 인격권과 표현의 자유의 조화로운 보장이라는 헌법적 요청을 도외시한 입법이므로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 한편, 이 사건 법률조항이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은 권리침해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있는 정보가 아니라 권리침해의 가능성 또는 개연성이 있는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막아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인 반면, 이로 인하여 제한되는 사익은 주요한 표현매체로 자리 잡은 인터넷 공간에서 시의 적절하게 자신의 사상이나 의견을 표현하는 것인바, 전자가 후자보다 반드시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익의 균형성에도 반한다.”고 하며 임시조치 제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여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임시조치로 연간 약 450,000건, 일일 평균 1,250건이 넘는 인터넷 게시글이 차단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임시조치는 공적 인물이나 업체 대표에 의하여 요청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결과적으로 대체로 공인에 한정된 피해주장자의 권리보호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인터넷상 여론을 통제하여야 할 필요성이 가장 크며 이러한 활동이 가능한 인적·재정적 자원을 가진 공인이나 기업들이, 임시조치 제도가 간단한 방법으로 인터넷 글들을 지울 수 있는 제도라는 맹점을 이용하여 온라인 마케팅 업체나 지지단체를 이용하여 자신들에 대한 온라인상의 비판글들을 무차별적, 대량적으로 조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2010. 5.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프랑크 라 뤼’의 한국 보고서에서는 한국의 임시조치 제도가 그 추상성으로 말미암아 과도한 인터넷 게시물 규제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이를 폐지할 것을 촉구하며 정보매개자의 책임 시스템은 서비스제공자의 의무가 아닌 선택으로 규정되어야 하고, 복원권이 보장되는 선에서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였다. 

국제 인권 기준의 일부인 정보매개자 책임제한 원리(intermediary liability safe harbor)에 따르면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불법게시물에 대해서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2] 왜냐하면 정보매개자로 하여금 사전검열이나 일반적 감시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고, 나아가 이 임시조치 제도와 같이 불법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삭제 요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게시물을 삭제, 차단하도록 하는 동기를 강하게 부여함으로써 필연적으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는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의 개선은 헌법 및 국제인권법상의 요청이며,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다. 국회 및 정부가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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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UN인권이사회 결의문 (HRC res 20/8, 2012년6월; HRC res 26/13, 2014년6월)

[2]  JOINT DECLARATION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INTERNET by The United Nations (UN)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Opinion and Expression, the Organization for Security and Co-operation in Europe (OSCE) Representative on Freedom of the Media, the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OAS)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the African Commission on Human and Peoples’ Rights (ACHPR) Special Rapporteur on Freedom of Expression and Access to Information, June 1, 2011 (“intermediaries should not be subject to extrajudicial content takedown rules which fail to provide sufficient protection for freedom of expression (which is the case with many of the ‘notice and takedown’ rules currently being applied)”); EU Electronic Commerce Directive 2000/31/EC, Article 15(1)

2020년 11월 27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관련 글]
[캠페인] 오픈넷, “부당한 임시조치 사례 고발 캠페인” 시작 (2016.05.17.) (임시조치벙커: http://censored.kr/)
[카드뉴스] 부당 임시조치 사례 고발 캠페인 NO MORE BLOCKING!
[헌법소원] 참여연대와 오픈넷, 정보통신망법상 임시조치 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및 고발 캠페인 진행 (2016.07.26.)
[보도자료] 임시조치 미이행시 과태료 부과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민홍철, 2105121)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20.11.20)
[보도자료] 오픈넷, 임시조치 강제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김수민 의원안)에 대한 반대의견 제출 (2018.03.06.)
[논평] 우리나라에서 미투운동(#MeToo)이 어려운 이유: 진실적시 명예훼손죄와 임시조치 제도 (2018.02.05.)
[논평] 인터넷 임시조치 제도 개선의 5대 원칙 – 2017년 12월 22일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발표에 대한 오픈넷의 입장 (2018.01.29.)
포털 ‘임시조치’가 악법인 이유 (허프포스트코리아 2017.05.12.)
[논평] 합법적인 게시물의 복원권을 보호하는 임시조치 개정이 필요하다 – 방통위-유승희 의원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비교 (2016.08.25.)
[보도자료] 오픈넷, “디지털 권리를 위해 일어서다!: 책임 있는 기술을 위한 권고” 국문본 공개 및 APrIGF 워크샵 주최 (2016.07.14.)
아이엠피터의 글은 왜 사라졌나 (슬로우뉴스 2016.02.04.)
[논평] 총선 앞두고 공인들의 인터넷 게시글 삭제 심의 신청 늘어 – 비판여론 차단을 위한 공인들의 임시조치, 통신심의 제도 남용을 우려한다 (2016.02.01.)
[논평] 우리 저작권법은 미국 저작권법의 정보매개자면책조항을 온전히 도입하였는가? – 망법 임시조치제도 “개정안의 개정” 필요성 (2015.06.03.)
국민 20% 감시, ‘투명성 보고’ 중요한 이유 (슬로우뉴스 15.04.07.)
[논평] 세계 각국의 정보인권단체들, 정보매개자책임에 관한 마닐라원칙 선언 (2015.03.31.)
삭제는 메일로, 복원은 소송으로? 임시조치 개악을 막아라! (슬로우뉴스 15.02.26.)
[논평] 오픈넷, 정부의 임시조치제도 국회제출안에 대해 반대의견서 제출 (2015.02.10.)
[논평] 정부의 임시조치제도 법률 개정안에 대한 논평 – 게시물 복원절차는 바람직하나, 임시조치 의무화는 퇴보 위험 (2014.12.08.)
[논평] 인터넷 임시조치개선 정부측 안, 합법정보의 차단을 의무화하는 것은 위헌 (2014.12.05.)
임시조치 개정안이 개악인 이유: 제2의 사이버 망명 사태를 원하는가? (슬로우뉴스 2014.12.02.)
금, 2020/11/27-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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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20. 12. 22, 대전광역시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워마드 사이트 운영자를 대리하여 워마드 사이트 내 선거법 위반 인터넷 게시물 삭제 요청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은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으로 판단한 인터넷 게시글에 대하여 삭제 명령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오픈넷이 2016년 정보공개청구를 개시한 이래, 본 제도로 제20대 총선 17,101건, 제19대 대선 40,222건, 제21대 총선 53,716건의 방대한 인터넷 게시물이 삭제되고 있음이 밝혀졌고, 선관위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것으로 보이는 경우가 많아, 선거기간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취소소송의 대상이 된 대전선관위의 삭제 요청 처분은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 내의 게시글에 대해 이루어진 것이다. 해당 게시글들은, 당시 여야 비례대표 대표 후보들 중 전과기록이 있는 후보자들이 많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제목에는 여성 후보 2인만을 대표적으로 적시하고 있는 기자를 비판하는 내용, 신원미상의 한 남성이 여성의당 비례대표 후보의 선거운동을 하던 당원에게 돌을 던졌다는 내용의 기사를 인용하며 이를 비판하는 내용 등이다. 대전선관위는 이를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 “누구든지 선거운동을 위하여 정당,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와 관련하여 특정 지역ㆍ지역인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ㆍ모욕하여서는 아니된다”에 위반하는 정보로 판단했다. 그러나 본 선거법 조항은 그 자체로 이번 사안과 같이 판단자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선거의 공정이나 평온을 현저히 해할 위험이 없는 표현물에까지 적용될 수 있는 위헌성이 높은 조항으로, 적용되는 경우에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낙선이나 당선을 도모하는 ‘선거운동’으로서의 성격을 가진 경우에만 한정되어 적용되어야 하는 조항이다. 그런데 위 삭제 요청 대상 게시글들은 이러한 선거운동을 위한다는 목적의사가 없고, ‘정당, 후보자, 후보자의 배우자 또는 직계존비속이나 형제자매와 관련하여’ 특정 지역ㆍ지역인 또는 성별을 공연히 비하ㆍ모욕하는 내용 역시 찾아볼 수 없음에도, 대전선관위는 선거기간 ‘한남XX’ 등의 남성 비하적 욕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본 조항 위반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근거법령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으로 위법한 처분이다. 나아가 이 게시글들은 선거 과정에서 미디어가 여성 후보에 대한 편견이나 공격을 조장하는 행태를 지적하고자 하는 표현물, 여성주의를 의제로 한 정당의 선거유세를 폭력적으로 방해한, 일종의 여성 혐오 범죄로 볼 수 있는 행동을 비판하기 위한 내용을 담고 있는 보호가치가 높은 표현물로 함부로 삭제되어서는 안 되는 표현물이다.

이 사안은 공직선거법상 과도한 표현 규제 조항이 선관위의 포괄적 검열권과 맞물려 광범위하게 남용되어 국민의 선거기간 인터넷상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되고 있는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는 사안이다. 법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려 공직선거법 제110조 제2항에 대한 합헌적 해석 기준을 제시하고, 선관위가 삭제 요청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신중하게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2020년 12월 23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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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이슈리포트 “선관위 인터넷 게시물 삭제 조사 보고서” 
수, 2020/12/2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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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사단법인 오픈넷이 2017년 12월 1일 모욕죄로 재판중인 청구인을 대리하여 청구한 형법 제311조 모욕죄 위헌소원에 대해 6:3으로 합헌 결정을 선고했다(2017헌바487). 강자에 대한 정당한 비판을 가로막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모욕죄 폐지 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오픈넷은 이번 합헌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헌재 다수의견은 모욕죄에 관한 헌재 선례 중 2012헌바37 결정 이유의 요지를 인용하면서 모욕죄는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부적 명예를 그 보호법익으로 하고 있고 명예훼손죄와는 달리 구체적 사실의 적시를 요구하지 아니하는 등 일반인이라면 금지되는 행위가 무엇인지를 예측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다고 보기 어렵고 대법원이 모욕의 의미에 대하여 객관적인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또한 모욕죄가 표현의 자유를 다소 제한한다고 하더라도 표현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 볼 수 있는 때는 위법성조각사유가 적용되어 처벌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모욕죄의 형사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혐오 표현에 대한 직접적인 형사처벌조항 등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모욕죄가 혐오 표현에 대한 일종의 제한 내지 규제로 기능하고 있는 현실적인 측면과 대법원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모욕죄의 피해자가 될 수 없다고 판시하는 등 표현의 자유가 지나치게 위축되지 않도록 심판대상 조항을 해석·적용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선례를 변경할 필요가 없다고 판시했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에서 ‘모욕’이란 사실을 적시하지 아니하고 단순히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은 너무나 추상적이어서, 일반인, 심지어 판사조차도 어떤 표현이 모욕적인지 아닌지를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극소수의 공개된 모욕죄 판례들을 보면 명백한 욕설이 아닌 한, 타인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 표명에 대해 모욕죄를 인정하는 분명한 기준이나 일관성을 찾을 수 없다. 뿐만 이번 결정에서 반대의견을 낸 3인의 재판관(유남석, 김기영, 이미선)도  ‘모욕’의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여 “상대방의 인격을 허물어뜨릴 정도로 모멸감을 주는 혐오스러운 욕설 외에도 타인에 대한 비판, 풍자·해학을 담은 문학적 표현, 인터넷상 널리 쓰이는 다소 거친 신조어 등도 모욕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모욕죄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함께 강자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언사를 하지 못하도록 약자의 입을 막는 도구로 남용되어 왔다. 특히 인터넷 시대에 들어와서는 모든 표현의 흔적이 사이버 공간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까닭에 고소와 처벌이 쉬워져 2014년부터 2019년 사이에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죄 발생건수가 약 2배 증가했으며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그 중 다수는 국회의원, 공무원 등 공인과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기업, 전문직, 연예인 등에 대한 비판이 차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작년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자신과 관련된 기사에 ‘나베’, ‘매국노’, ‘국X’ 등의 악성 댓글을 게시한 170개의 아이디를 모욕 혐의로 고소한 바 있으며, 오픈넷이 법률지원한 사건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도 있었다. 그리고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는 이유로 최종적으로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결에 의해 처벌받지 않는다고 해도, 모욕죄로 고소 당하면 일단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일반인들의 법 감정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표현의 자유에 심각한 위축 효과를 불러온다.

반대의견도 “모욕죄의 형사처벌은 다양한 의견 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을 통하여 사회공동체의 문제를 제기하고 건전하게 해소할 가능성을 제한한다… 뿐만 아니라 다원성과 가치상대주의를 이념적 기초로 하는 현대민주주의 사회에서 모욕이라는 광범위한 개념을 잣대로 표현의 허용 여부를 국가가 재단하게 되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되고 정치적으로도 악용될 우려가 있다. 또한 국가형벌권의 행사는 국가권력행사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이고 대상자에게는 가혹한 강제력에 해당하므로 그 행사는 최소한의 행위에 국한되어야 한다. 단순한 모욕행위에 대하여는 시민사회의 자기 교정기능에 맡기거나 민사적 책임을 지우는 것으로 규제할 수 있다”고 보았다.

2011년 UN 인권위원회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일반논평 34호에서 사실적 주장이 아닌 단순한 견해나 감정표현에 대한 형사처벌은 폐지할 것을 규약 당사국들에게 권고한 바 있다. 견해나 감정표현만으로는 국가 형벌권이 개입할 만한 중대한 해악이나 권리 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고 모욕적·비하적 견해나 표현도 소수의견의 지적대로 때로는 정당한 분노를 드러내어 사회정의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비교법적으로도 모욕죄를 폐지하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잉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몰도바, 루마니아 등은 모욕죄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전부 폐지했고, 우리나라 모욕죄의 기원이라 할 수 있는 독일에서도 일반 모욕죄는 피해자가 주도하는 사소(私訴)에 의해 처리된다.

다수의견은 모욕죄가 혐오 표현에 대한 일종의 제한 내지 규제로 기능하고 있다고 지적하지만, 반대의견처럼 혐오 표현은 별도의 법률을 통하여 규율될 수 있는 것으로써, 반드시 표현의 자유를 광범위하고 과도하게 제한하는 모욕죄를 통해 규율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타인에 대한 부정적 감정표현을 형사처벌하여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모욕죄에 다시 한 번 면죄부를 준 이번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오픈넷은 이에 굴하지 않고 모욕죄 폐지 운동을 지속해나갈 것이다. 

2020년 12월 30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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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욕죄 합의금 장사 대응 매뉴얼] 민사편 / 형사편
수, 2020/12/3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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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6일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의 스마트폰에 유해정보 차단수단을 강제로 설치하게 하는 전기통신사업법과 시행령 조항들, 일명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헌재 2020. 11. 26. 2016헌마738). 청소년과 청소년의 부모인 청구인들을 대리하여 4년 넘게 헌법소원을 진행한 사단법인 오픈넷은 청소년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그리고 부모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스마트폰 감시법에 대한 헌재의 합헌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2015년 4월 16일부터 시행된 전기통신사업법 제32조의7은 이통사가 청소년과 전기통신서비스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청소년유해매체물 및 음란정보에 대한 차단수단을 제공하여야 한다고 하고 있으며, 동 법 시행령 제37조의8은 이통사가 계약 체결 시 차단수단의 종류와 내용 등을 고지하고 차단수단을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고, 계약 체결 후에는 차단수단이 삭제되거나 차단수단이 15일 이상 작동하지 아니할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하도록 하고 있다. 차단수단이라 함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말하며, 현재 이통사가 제공하는 앱들이 주로 설치되고 있다.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의 가장 큰 문제는 이통사가 청소년이나 부모의 의사와 상관없이 차단수단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며, 차단수단의 삭제 또는 비활성화 여부를 확인해서 부모에게 통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는 차단수단을 통해 청소년이 스마트폰으로 어떤 정보를 검색하고 접근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차단수단의 작동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청소년의 스마트폰을 상시 감시해야만 한다. 이로 인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의 개인정보를 수집, 보관, 이용하기 때문에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침해한다. 또한 차단수단에 의해 유해정보뿐만 아니라 합법적이고 교육적인 정보도 차단되어 청소년의 알 권리를 침해하며, 차단수단 설치 여부에 대해 청소년 및 법정대리인의 선택권을 인정하지 않아 부모의 자녀교육권을 침해한다.

그런데 헌재는 이동통신사업자의 차단수단 제공의무에 대해 “차단수단을 제공받는 자의 의사에 반하여 이를 설치하여 줄 의무까지 포함되어 있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하면서, 시행령에서 차단수단의 설치 ‘여부’를 확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통사에게 차단수단 설치의무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였다면 이렇게 규정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고, 차단수단이 삭제되거나 15일 이상 작동되지 않을 경우 법정대리인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도 차단수단 설치에 동의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이러한 절차가 차단수단 설치의무가 포함된 것임을 전제로 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이통사에게 차단수단 “설치” 의무가 없다고 하면서 차단수단 제공의무 관련 조항들에 대한 청구는 각하해버리고 통지 조항에 대해서만 판단했다.

헌재의 입장에 의하면 이통사의 차단수단 제공의무는 “제공”에 그칠 뿐 청소년이나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없는 설치는 의무가 아니다. 하지만 이는 이통사들이 스마트폰 감시법 입법 이전에도 차단수단을 “제공”해왔으며, 입법 이후에는 부모나 청소년의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차단수단을 설치하고 설치가 안 된 경우 계속 문자 등을 보내왔다는 점을 간과한 판단이다. 그리고 방송통신위원회는 2016년 법정대리인이 차단수단 이용 거부 신청을 할 수 있게 하는 단서를 신설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여, 차단수단 설치의무의 문제점을 자인한 바도 있다. 이처럼 헌재가 가장 중요한 쟁점을 심판대상에서 제외해 판단을 회피했다는 점은 매우 실망스럽다.

그리고 헌재는 시행령의 통지 조항에 대해 설치에 동의하여 차단수단을 설치한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전제하면서, “청소년이 청소년유해매체물등 차단수단을 삭제하였는지 여부나 차단수단이 작동하지 않도록 하였는지 여부 등은 해당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속할 뿐 아니라, 청소년유해매체물등을 대하는 해당 청소년의 성향이나 태도 등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로서 청소년의 실명 등의 자료와 결합하여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개인정보에 해당”하기 때문에 통지 조항이 청소년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한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통지 조항만으로는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지 않기 때문에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및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청소년의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뿐만 아니라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차단 앱 다수는 유해정보 차단을 넘어 스마트폰 사용 모니터링, 위치 조회 등 청소년을 감시하는 기능들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감시 기능을 갖춘 앱은 보안이 취약한 경우가 많아 해커들의 표적이 되며, 청소년을 개인정보 유출, 해킹 등의 보안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 감시 소프트웨어를 통신기기에 강제로 설치하도록 하는 법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는 감시 앱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온라인상 유통되는 청소년유해정보의 경우, 이미 전자적 표시의무 등 필터링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적용되어 있고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본인확인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때 사용되는 필터링 기술은 차단 앱들이 사용하는 것과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동일한 차단수단이어서 굳이 추가 소프트웨어의 설치를 강제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오픈넷이 제기한 이런 문제에 대해서 헌재는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았다는 점도 실망스러운 부분이다.

청소년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차단수단 설치는 청소년과 청소년에 대해 1차적 교육권을 갖는 부모(법정대리인)의 동의, 그것도 차단수단의 기능, 효과, 보안 취약성 등에 대한 충분한 정보에 기반한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간과한 청소년 스마트폰 감시법은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에 치우쳐” 국가가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까지 챙기고 간섭하는 것을 허용하는 “전근대적이고 국가주의적일 뿐만 아니라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치의무가 없다고 보아 대부분의 쟁점에 대한 판단을 회피한 이번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2021년 1월 4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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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1/01/04-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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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2021. 1. 18.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판을 훼손하는 내용이면 명예훼손죄로 처벌할 수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해 위헌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2021헌마88)을 청구했다.

형법 제307조 제1항은 타인의 사회적 평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표현이라면 ‘진실’, ‘허위’를 불문하고 일단 모두 범죄를 구성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업체 이용 후기, 소비자불만글, 미투 고발, 상사나 권력자의 갑질 행태 폭로, 내부 고발 등, 거짓없이 다른 사람의 비리나 자신이 당한 피해를 고발하는 행위까지 모두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은 이를 이용하여 고소를 남발해 자신들에 대한 비판을 위축시키고, 진실을 고발한 사람들이 오히려 역고소를 당하여 형사 피의자, 수사 대상이 되어 큰 고초를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같은 위험이 두려워 진실한 사실을 말하는 것을 스스로 억제하게 되고, 이로써 우리 사회에서 응당 드러나고 비판되고 개선되어야 할 부조리한 진실들이 은폐되어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 역시, 미투 운동에 동참하고 제3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 직장 상사가 청구인에게 행했던 성희롱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이에 대한 반성 및 교정, 사과를 촉구하는 취지의 표현행위를 하고자 하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형사처벌을 받을 우려 때문에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자다.

진실한 사실이 공개됨으로써 훼손되는 명예란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형성될 수 있는 과장되거나 왜곡된 평판, 즉, ‘허명’에 불과하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진실한 사실을 말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본 조항은 헌법상의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위헌적 법률이다. 다수의 국민들 역시 이러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에 대해 공감하여 본 죄를 폐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약 43,000명이 참여하기도 하였다. 2018년 4월에는 법학 교수 및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촉구하는 법률가 선언문’을 발표했으며,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50% 가량이 해당 조항을 폐지하고 민사상의 손해배상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답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도 명예훼손죄의 형사범죄화 자체를 폐지해가는 추세이고, 적어도 진실사실을 말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이 국제법의 원칙이다. 2015년 유엔 자유권 규약 위원회와 2011년 유엔 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 역시 대한민국 정부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폐지를 정식으로 권고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가 이러한 여론 및 국제사회의 요청을 반영하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결정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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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법률가 선언문> 발표 (2018.04.06.)
공익을 위한 함정, ‘사실적시 명예훼손’ (『인권』(2018년 3월호) 2018.04.04.)
금, 2021/01/2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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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다수의 비영리단체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합의금을 요구한 일러스트 작가의 사례를 알리고 주의를 촉구하다가 해당 일러스트 작가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사회복지사 김종원씨를 법률지원하여 2020. 12. 29.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12년간 사회복지계에서 홍보 교육·운동을 담당한 사회복지사 김종원씨는 재정적으로 빈곤하고 저작권과 관련한 인식이 부족한 비영리단체나 사회복지기관들이 인터넷상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폰트나 이미지를 공유된 것인 줄 알고 웹사이트, 배너, 온라인 소식지, 홍보물 등에 사용했다가, 저작권자 측으로부터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거액의 손해배상금·합의금을 청구받아 곤경에 처하는 사례들이 매우 많음을 알게 되었다. 김종원씨는 이러한 실태를 널리 알리고 이들 단체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에서 ‘비영리단체가 저작권 내용 증명 받았을 때 대응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제작하여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게시했다. 

총 15분 가량의 해당 영상에서, 특히 많은 단체로부터 제보를 받았던 박요한 일러스트 작가의 사례를 약 1분간 언급하였고, 이는 ‘박요O 일러스트 작가가 1500여 일러스트를 네이버에 올려 검색하기 쉽게 만들었다’, ‘합의금 조로 청구한 비용이 몇 백에서 몇 천, 1억까지였다’, ‘청구비용을 깎지 않으며, 저작권위원회 분쟁조정절차에도 참석하지 않는다’, ‘이 사람의 일러스트는 절대 받지 말길 바란다.’ 등의 내용이었다. 박요한 일러스트 작가는 이 부분들을 문제삼아 명예훼손 혐의로 김종원씨를 고소하였다.

김종원씨가 박요한 작가와 관련하여 적시한 위 사실들은 명예훼손적 표현으로 보기도 어려울뿐더러, 다수의 단체들로부터 받은 제보 및 증거에 기초한 것이어서 진실이거나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실들이었으며, 동영상 전체의 제작 의도에서 알 수 있듯 공익적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명예훼손죄가 성립되지 않는다. 검찰 역시 처분이유에서 ‘고소인이 저작권자로서의 법적 권리를 행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사실이 아닌 점’, ‘해당 영상이 15분 정도의 분량인 것에 비해 고소인을 언급하는 내용은 약 1분 가량의 비중으로 비교적 적은 분량을 차지하는 점’, ‘해당 영상의 댓글을 보면 고소인을 비방하는 댓글은 없고 정보 제공에 대해 감사하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점’ 등을 종합했을 때, ‘고소인에 대한 비방의 목적보다는 주로 정보제공을 위한 공익목적으로 해당 영상을 제작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다행히 불기소처분으로 끝났지만, 김종원씨는 고소 시점인 2020년 7월부터 12월까지 형사범죄의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기관을 드나들며 엄청난 심리적 부담과 고초를 겪어야 했다. 김종원씨는 더 이상 같은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공익적 의지로 버텼지만, 보통 일반인들은 이 과정에서 크게 위축되어 고소인과 합의를 시도하고 문제된 표현을 삭제하는 것으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이처럼 명예훼손죄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추세에 따라 명예훼손죄를 비범죄화하고 민사적 구제를 통한 해결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2021년 1월 26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화, 2021/01/26-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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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이 미디어오늘 및 인터넷 이용자를 대리하여 청구한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에서 위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021년 1월 28일, 재판관 6:3의 의견으로, 인터넷언론사가 선거운동기간 중 당해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정당·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등의 정보를 게시하는 경우 실명을 확인받는 기술적 조치를 하도록 하고 있는 소위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했다. (헌법재판소 2021. 1. 28. 결정, 2018헌마456, 2018헌가16, 2020헌마406)

헌재는 결정요지에서 “심판대상조항과 같이 인터넷홈페이지의 게시판 등에서 이루어지는 정치적 익명표현을 규제할 경우 정치적 보복의 우려 때문에 일반 국민은 자기 검열 아래 비판적 표현을 자제하게 되고, 이는 인터넷이 형성한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다양한 의견 교환을 억제하는 것으로, 국민의 의사표현 자체가 위축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로운 여론 형성이 방해될 수 있다”, “모든 익명표현을 사전적·포괄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보다 행정편의와 단속편의를 우선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등을 지나치게 제한한다”, “정치적 의사표현이 가장 긴요한 선거운동기간 중에 인터넷언론사 홈페이지 게시판 등 이용자로 하여금 실명확인을 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익명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고, 익명표현의 부정적 효과를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익명표현을 규제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도 광범위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와 같은 불이익은 선거의 공정성 유지라는 공익보다 결코 과소평가될 수는 없다”고 설시했다.

일반적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는 2012년에 위헌결정을 받았었지만,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그 뒤에도 합헌 결정을 받아 굳건히 존속하고 있었다. 정치적 보복이나 차별의 위험 없이 정치적·사회적 소수자의 의사가 대의기관을 구성하는 선거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선거기간 정치적 익명표현의 자유 보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기본권이라 할 것임에도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는 이를 사전적, 포괄적으로 박탈하고 있는 악법이었다. 본 제도의 적용대상인 ‘인터넷언론사’는 대형 포털부터 소규모 인터넷언론사까지 포함하며 해석에 따라 소위 1인 미디어들도 포함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모든 인터넷 공간에 본 제도가 적용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용자들의 익명표현의 자유 보장을 중시하는 인터넷언론사나, 기술적·비용적 부담으로 인하여 실명확인시스템을 적용하기 어려운 다수의 인터넷언론사는 선거운동기간마다 댓글이나 게시판 운영을 아예 중단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결정으로 ‘인터넷 실명제’는 비로소 사실상 종식되었다고 할 수 있고, 인터넷 언론사는 앞으로 선거기간마다 시행해야 했던 댓글란 등에 대한 실명확인조치를 더 이상 강제 당하지 않게 되었다.

사단법인 오픈넷은 2012년 게시판실명제 위헌소송의 승리를 계기로 창립된 이후로 인터넷상 익명 표현의 자유 보장을 가장 중요한 기치로 삼아 게임실명제 등의 소송을 진행해왔으며, 익명 표현의 자유 보장에 뜻을 같이 하는 언론사인 미디어오늘과 인터넷 이용자를 대리하여 이번 헌법소원도 진행하였다. ‘인터넷 실명제’의 위헌성을 재확인하여 인터넷의 의미와 표현의 자유 보호 수준을 진일보시킨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퇴행적인 인터넷 실명제 부활론 역시 종식되길 바란다.

2021년 1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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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오픈넷, 선거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헌법소원 청구 (2020.03.18.)
금, 2021/01/2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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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는 2021. 2. 25. 재판관 5:4의 의견으로,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형법 제307조 제1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2017헌마1113, 2018헌바330(병합) 형법 제307조 제1항 위헌확인 등).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위헌소원 및 폐지에 앞장서 온 오픈넷은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미투 운동 등 각종 사회 부조리 고발 활동을 위축시키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현실을 도외시한 헌재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

결정요지에서 헌재의 다수의견은 ‘사회적으로 명예가 중시되나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는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되는 입법례와 달리 우리나라의 민사적 구제방법만으로는 형벌과 같은 예방이나 위하효과를 확보하기 어려워, 입법목적을 동일하게 달성하면서도 덜 침익적인 수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공익적 목적이 있을 때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형법 제310조가 공적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남용되지 않도록 하고 있어 표현의 자유 제한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 ‘본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되면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될 수 있는 점’, ‘타인으로부터 부당한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손해배상청구 또는 형사고소와 같은 민·형사상 절차에 따르지 아니한 채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것은 가해자의 책임에 부합하지 않는 사적 제재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점’,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것은 민주적 의사형성에 기여한다는 표현의 자유의 목적에도 부합하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본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설시했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없기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부분은 헌재가 징벌적 손해배상이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적시한 경우뿐만 아니라 ‘진실’을 말한 경우에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다면 민사 손해배상의 대원칙을 넘어선 ‘징벌적’인 배상이 필요한 대상으로 전제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명예 보호에만 치우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개인이 당한 피해사실을 고발하는 것은 사법 절차에 따라야만 하고 사적 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거나, ‘개인의 약점과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의 보장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설시 역시 ‘표현의 자유’의 진정한 의미를 몰각하고 있다. 사람이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법적’ 처단을 받는 것과 ‘사회적’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의 책임 영역이다. 또한 성희롱 등 법적 처단의 대상이 아니지만 비판받아 마땅한 부조리한 행위도 사회에 무수히 존재하고, 복잡한 사법 시스템을 활용할 여력이 없는 서민 피해자들도 많다. 타인의 잘못된 행위를 알리는 표현 활동은 행위자가 이로 인한 사회적 비난이 두려워 자신의 행위를 시정하도록 하여 피해를 구제하거나 제3의 피해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행위 역시 사회적 감시와 공개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심어주어 사회구성원들이 공론장에서 좋은 사회적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행동을 반성하고 교정하도록 만든다. 공적 인물과 국가기관에 대한 비판뿐만이 아니라, 미투 운동이나 학교폭력 피해사실 고발과 같이 사인(私人)의 비위를 고발하는 행위도 중요하게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다. 민주주의 사회는 이렇듯 사회구성원들이 각자에 대한 평가를 교환하는 공론의 과정을 통해 발전하고 이것이 바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목적이다. 

한편, 다수의견은 ‘오로지 공익을 위하여’라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위축효과를 막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를 전부 위헌으로 결정할 경우 ‘사생활의 비밀에 해당하는 사실’을 적시한 경우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본 조항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시했다. 그러나 이는 현재 사생활의 비밀과 전혀 관련없는 사실을 고발한 경우에도 본 조항으로 처벌되어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현실을 간과한 설시다. 

이번 헌재 결정의 4인의 반대의견에서는 본 조항의 위헌성이 명확히 지적되었다. 유남석,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 4인은 ‘진실한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법질서에 의해 부정적으로 평가되는 행위로 보기 어렵고, 진실한 사실의 적시로 손상되는 것은 잘못되거나 과장된 사실에 기초한 허명에 불과하여 형사처벌이 정당화될 정도의 반(反)가치성이 없는 점’, ‘향후 재판절차에서 형법 제310조로 공익적 목적이 인정되어 무죄 판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더라도 본 조항의 존재 및 공익성 입증의 불확실성으로 표현행위에 대한 위축효과를 막을 수 없는 점’, ‘진실한 사실을 토대로 토론과 숙의를 통해 공동체가 자유롭게 의사와 여론을 형성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근간’이며, ‘진실한 사실이 가려진 채 형성된 허위·과장된 명예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야기하면서까지 보호해야 할 법익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본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판단했다.

다수의견과 소수의견에서 공통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것은, 해당 조항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유일한 근거는 진실한 사실이더라도 개인이 숨기고 싶은 병력·성적 지향·가정사 등 사생활의 비밀을 공개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필요성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왔다. 국회가 헌재의 유력한 위헌 의견과 국제사회의 권고를 반영하여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폐지하고 공익적 목적없이 타인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사실을 공개한 경우에만 처벌하는 보완 입법을 통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폐해를 시정해나가길 바란다. 

 2021년 2월 2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010-5109-6846,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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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법학 교수, 변호사 등 법률가 330인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촉구 법률가 선언문> 발표 (2018.04.06.)
공익을 위한 함정, ‘사실적시 명예훼손’ (『인권』(2018년 3월호) 2018.04.04.)
금, 2021/02/26-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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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3월 9일 인터넷 이용자인 청구인들을 대리하여 불법촬영물의 유통을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정보매개자에게 일반적 감시의무를 지워 청구인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 일명 “인터넷검열감시법”에 대해 헌법소원(2021헌마290)을 청구했다. 인터넷검열감시법은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를 금지하는 국제인권기준에 반해 네이버, 카카오톡, 구글, 페이스북 등 정보매개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이용자의 모든 통신 내용과 공유하는 정보를 사전에 일반적이고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게 하여 이용자의 통신의 비밀,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이다.

2020년 20대 국회 막바지에 “N번방 방지법”이라는 명목으로 졸속입법된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2항[1]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가통신사업자들에게 불법촬영물등의 유통 방지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취하도록 하고(“사전조치의무”)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제92조의2 제1호의3). 그리고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은 제30조의6 제1항과 제2항[2]에서 의무를 부담하는 사업자의 범위와 기술적·관리적 조치의 내용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사전조치의무를 지는 사업자는 웹하드사업자와 연매출 10억원 이상 또는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만명 이상의 SNS‧커뮤니티‧대화방, 인터넷개인방송, 검색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이며, 이들에게 신고접수조치, 검색제한조치, 필터링조치, 경고조치의 네 가지 기술적·관리적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사전조치의무를 지는 SNS‧커뮤니티‧대화방, 인터넷개인방송, 검색, 웹하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부가통신사업자들은 정보나 콘텐츠를 직접 제작·제공하는 자가 아닌 정보의 공유·유통을 매개하는 자로서 정보매개서비스제공자 또는 “정보매개자(intermediary)”라고 부른다. 현재 인터넷상의 각종 포털(네이버, 다음 등), 검색엔진(구글 등), 대화방서비스(카카오톡, 텔레그램 등), SNS서비스(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개인방송(아프리카TV 등) 모두 정보매개자라고 할 수 있다. 불법촬영물 등 불법정보의 유통에 대하여 정보가 유통되는 장을 마련했다는 이유만으로 정보매개자에게 광범위하고 과도한 법적 책임을 지운다면 정보매개자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모든 게시글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불법성을 판단하여 신속히 차단·삭제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정보매개자가 과도한 사적 검열을 행하여 합법적인 정보의 유통도 차단하거나 정보매개자의 사전 검열을 거친 정보만 공유할 수 있는 일종의 사전허가제로 운영할 수도 있다. 그 결과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 침해와 위축효과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통신의 자유, 프라이버시, 정보접근권 등 다른 기본권 침해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 더 나아가 인터넷을 통해 가능해진 사회 혁신과 기술 발전에도 제동이 걸리게 되어, 결국 인터넷의 생명을 말살하고 인터넷의 문명사적 의의를 몰각시키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우려에 따라 오늘날 국제적으로 일반적 감시의무 금지 원칙이 확립되게 되었다. 즉, 정보매개자에게 불법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서 이용자가 공유하는 모든 정보를 일반적·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불법성을 판단하여 삭제·차단할 적극적 의무를 지워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무를 부과하는 외국의 입법례는 찾아볼 수가 없으며, 심지어 아동성착취물 범죄를 매우 강력하게 처벌하는 미국의  형법조차도 정보매개자에게 감시의무를 부과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검열감시법에 따라 사업자가 취하게 되어 있는 검색제한조치와 필터링조치는 이러한 일반적 감시의무 금지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둘 다 기술적으로 키워드 또는 해시값/DNA값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필터링 조치로서 사업자가 필터링을 적용하여 특정 정보가 불법촬영물에 해당하는지 확정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공유하거나(검색제한조치의 경우) 공유하려는(필터링조치의 경우) 정보를 다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입법 취지대로 이러한 의무를 n번방의 온상이었던 텔레그램에 부과한다면 헌법 제18조가 보호하는 통신비밀에 대한 침해이자 공개되지 않은 타인간의 대화의 녹음 또는 청취를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며, 공개된 서비스에만 적용하더라도 정보매개자의 사적 검열을 강화해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

인터넷검열감시법의 “불법촬영물 등의 유포, 확산의 방지”라는 입법 목적은 정당하지만, 일반적 감시의무 부과라는 수단은 사업자에 의한 ‘사적 감시와 검열’을 강제하는 것으로서 기본권에 대한 침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적합한 수단이 아니다. 또한 사업자가 불법촬영물등의 유통에 가담했다면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이용촬영죄나 청소년성보호법상 아동성착취물유포죄뿐만 아니라 형법상 음화반포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유포죄로 처벌하면 되며, 유포된 불법촬영물은 신설된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 제1항 사후조치제도에 따라 삭제·차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사업자에게 기술적·관리적 조치의무를 지우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경우에는 불법촬영물을 유포한 자보다 더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은 책임과 형벌 사이의 비례성을 상실한 것이다. 그리고 국내 사업자와 해외 사업자 사이의 역차별 내지 자의적 법집행의 문제, 국내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부담, 실효성 없는 수단 등에 의해 당초의 입법 목적과 같은 공익을 실질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반면, 이에 따른 이용자의 기본권 침해는 매우 중대하므로 법익 균형성도 인정될 수 없다.

죄형법정주의와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반되며, 정보매개자에게 사전적으로 모든 정보를 모니터링할 의무를 지워 사적 검열을 강화해 인터넷 이용자의 통신의 비밀, 표현의 자유, 알 권리를 침해하는 위헌적인 “인터넷검열감시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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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5(부가통신사업자의 불법촬영물 등 유통방지) ② 전기통신역무의 종류, 사업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의무사업자는 불법촬영물등의 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ㆍ관리적 조치를 하여야 한다.

[2]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제30조의6(불법촬영물등의 유통 방지를 위한 기술적·관리적 조치 등) ① 법 제22조의5제2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의무사업자”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조치의무사업자(이하 “사전조치의무사업자”라 한다)를 말한다.
1. 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 중 법 제2조제14호가목에 해당하는 자
2. 법 제22조제1항에 따라 부가통신사업을 신고한 자(같은 조 제4항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를 포함한다)로서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의 요건에 해당하는 자
가. 부가통신서비스 부문 전년도(법인인 경우에는 전 사업연도를 말한다) 매출액이 10억원 이상이고 별표 3의2에 따른 부가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자
나.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간의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이고 별표 3의2에 따른 부가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자

② 법 제22조의5제2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술적ㆍ관리적 조치”란 다음 각 호의 조치를 말한다.
1. 불법촬영물등으로 의심되는 정보를 발견한 자가 사전조치의무사업자에게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상시적으로 신고ㆍ삭제요청을 할 수 있는 기능을 마련하는 조치
2. 이용자가 검색하려는 정보가 이전에 법 제22조의5제1항에 따라 신고ㆍ삭제요청을 받은 불법촬영물등에 해당하는지를 이용자가 입력한 검색어와 그 불법촬영물등의 제목ㆍ명칭 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식별하여 검색결과를 삭제하는 등 검색결과 송출을 제한하는 조치
3. 이용자가 게재하려는 정보의 특징을 분석하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불법촬영물등으로 심의ㆍ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를 비교ㆍ식별 후 그 정보의 게재를 제한하는 조치. 이 경우 다음 각 목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기술을 사용하여 비교ㆍ식별해야 한다.
가. 국가기관이 개발하여 제공하는 기술
나.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기관ㆍ단체가 최근 2년 이내에 시행한 성능평가를 통과한 기술
4. 불법촬영물등을 유통할 경우 법 제22조의5제1항에 따른 삭제ㆍ접속차단 등 유통방지에 필요한 조치가 취해지며, 관련 법률에 따라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이용자에게 미리 알리는 조치

2021년 3월 15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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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21/03/15-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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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법인 오픈넷은 워마드 운영자를 부당한 형사처벌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2018년 부산시경찰청은 워마드에 올라온 남자 목욕탕 몰카 사진 게시물이 문제되자, 워마드 운영자를 아동음란물 유포죄, 음란물 유포죄, 명예훼손죄 “방조”의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하려 했습니다. 오픈넷은 이러한 경찰의 시도가 국제인권기준에 어긋난다고 비판하고, 워마드 운영자의 동의를 얻어 2019년 10월 28일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을 시작했습니다. 오픈넷은 캠페인의 일환으로 서명운동과 소송기금 모금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모금액으로 변호인단을 구성해 경찰청 출석시 동석하고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워마드 운영자에게 법률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경기도남부경찰청에서도 남성 성기 사진 게시물을 이유로 워마드 운영자를 음란물유포죄 방조 혐의로 입건했음이 밝혀졌고, 이 사건에 대해서도 법률지원을 제공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과 4월에 경기남부경찰청과 부산경찰청은 각 사건에 대해 불송치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로서 워마드 운영자는 형사처벌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워마드는 다양한 사람들이 익명으로 ‘미러링’ 전략에 입각하여 자신들의 의견을 올리는 급진적 페미니즘 성향의 웹사이트이며, 워마드 운영자는 이 글들을 방문자들이 볼 수 있도록 웹사이트를 유지보수함으로써 공론의 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정보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제3자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제공하는 자를 강학상 ‘정보매개자(digital intermediary)’라고 부르며,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중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가 이에 해당됩니다. 이러한 정보매개자에는 워마드처럼 커뮤니티형 웹사이트뿐만 아니라 네이버, 다음, 구글, 유튜브,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톡과 같은 포털, 검색엔진, SNS, 메신저 등이 다 포함됩니다. 

불특정 다수의 이용자들이 무궁무진한 양과 내용의 정보를 유통시킬 수 있는 인터넷의 특성상, 합법정보뿐만 아니라 불법정보도 유통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불법정보를 직접 유통한 자가 아닌 정보매개자에게 정보가 유통되는 장을 마련했다는 이유로 불법정보에 대한 책임을 지운다면, 정보매개자는 법적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서비스를 중단하거나 모든 게시글의 내용을 실시간으로 검토하고 불법성을 판단하여 신속히 차단·삭제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설사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정보매개자가 과도한 사적 검열을 행하여 합법적인 게시물도 삭제하거나 게시물을 올리기 전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사전허가제로 운영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하는 결과가 됩니다. 따라서 국제사회는 정보매개자책임제한(intermediary liability safe harbor) 원칙 즉, 정보매개자에게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올린 불법게시물에 대해 책임을 지워서는 안 된다는 마닐라 원칙을 확립한 바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인터넷 게시물 규제는 유례 없이 촘촘하고 과도한데, 이와 같은 강력한 규제는 튼실한 자본을 가진 거대 플랫폼보다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이 주류 이데올로기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소규모의 자본으로 힘겹게 운영하고 있는 워마드와 같은 웹사이트나 플랫폼에 더욱 치명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원칙이 준수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워마드 운영자는  불법게시물을 인지하면 삭제해왔고, 인지하지 못한 불법게시물에 대해서는 삭제요청이 들어오면 성실하게 삭제해 왔습니다. 따라서 운영자는 책임이 없으며, 이번 부산경찰청과 경기남부경찰청의 불송치 처분은 실무 차원에서 이러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음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이번 경찰의 결정은 환영하지만,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의 불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정보매개자가 매번 수사대상이 되어 형사처벌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면 크게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매개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면서 조금이라도 리스크가 있는 정보는 차단·삭제할 것이고 이러한 관리가 현실적·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소규모 커뮤니티나 플랫폼은 결국 문을 닫아야 할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공론의 장은 협소해지고 이로 인해 인터넷 이용자들, 특히 사회적 소수자들의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될 것입니다. 따라서 수사기관은 불법게시물을 올린 이용자에 대한 수사를 넘어 운영자를 방조 등의 혐의로 입건하는 데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워마드 사건이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랍니다.

오픈넷은 자유, 공유, 개방의 인터넷을 지키기 위해 국제인권기준인 정보매개자책임제한 제도가 확립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 부산경찰청 변호인 의견서는 정보매개자책임제한과 관련 없는 쟁점이 많아 공개하지 않기로 합니다.

2021년 4월 29일

사단법인 오픈넷

문의: 오픈넷 사무국 02-581-164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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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2021/04/2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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